Sylphid 4th - Act 8-3. Deep Blue/Red Kernel : 4


  라디사의 부름을 듣자마자 나는 소정령을 통해 알았다고 화답을 하고서, 곧바로 비행을 개시, 다리 그리고 다리 사이의 공간을 대각선 상으로 가로질러, 내가 이전까지 머무르고 있던 기둥의 바로 앞으로 다가가, 그 부근에 머무르고 있는 피오란의 곁에 이르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루아린은 이미 예준을 이끌고 피오란의 바로 앞에 이르고 있었으며, 그러면서 예준을 피오란 바로 앞으로 보내고 있었다. 예준이 그 개체 바로 앞에 이르도록 하여, 개체가 예준과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루아린이 예준을 이끌고 돌아오고 있는 동안 피오란 근처로 아직 다가가지 않고, 그 부근에 날개를 펼친 채, 기둥 주변 일대를 맴돌고 있었다. 내가 중요한 곳으로 접근한 모습을 보고, 그로 인한 퓌톤 내부의 이변이 생겼을지도 모른다고 추측을 했던 것일까. 그러한 라디사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비행을 이어가는 채, 기둥의 근처로 돌아와 그 기둥에 피오란 그리고 루아린이 위치한 바로 위에서 기둥 그리고 기둥에 결박된 개체의 모습을 내려다 보려 하였다.

  은색을 띠는 갑주의 형태로 변질되고 남은 얼굴은 이미 눈을 뜨고 있었으며, 결박된 채로 기둥 부근에 자리잡고 있는 피오란의 모습을 슬프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동안 잠들어 있는 모습을 가만히 관찰하고 있는 동안 그 슬프면서 평온해 보이는 표정을 통해 삶을 거의 포기하였을 것이라 그에 대해 여기고 있었는데, 깨어난 이후, 그가 피오란에게 보이는 모습은 관찰한 바와는 약간 달랐던 모양.

  "예준...... 예준이 정말로 여기에 와 있나요? 그 아이는...... 여기로 오지 못할 줄 알았는데......."
  여성은 아름다웠을 모습에 어울릴 법한 여성스러운 느낌을 주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며, 피오란에게 묻고 있었다. 이전까지는 여성스러운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이로, 내 주변에 있는 이들 중에서 성숙한 느낌을 주는 인상을 가진 몇 안 되는 이들 중 하나인 아미아 언니 그리고 피오란을 알고 있는 바였다. 아미아 언니는 성숙했다고 해도, 무겁거나 어두운 느낌의 목소리가 아닌, 앳되면서도 고운 목소리가 특징이었고, 피오란은 온화하면서 여성스러운 아름다움이 목소리에 바로 느껴질 수 있었다.
  결박된 여성에게서는 이러한 아미아 언니 그리고 피오란의 목소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고 있었지만, 소녀다우면서도 성숙한 고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원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 그 목소리와 모습과 얼마나 잘 어울렸을 것인지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러한 기대는 사치에 불과할 따름이었다.   "예, 정말 와 있어요, 지금 바로 보여드릴 수도 있어요, 여기로 그 분을 데리고 올까요."
  그 목소리가 들려온 이후, 피오란을 대신해 예준을 안고 있던 루아린이 답을 하고서, 곧바로 자신이 두 손으로 안고 있던 예준과 함께 개체의 바로 앞에 이르렀다. 그 이후, 예준은 결박된 개체의 얼굴 모습을 보더니, 바로 슬퍼하는 표정을 짓기 시작하면서 그를 부르려 하였다.
  "...... 누나 ......" 이미 피오란의 감지를 통해 예상은 했었지만, 그 개체는 그 동안 우리가 찾고 있던 그 예선이었다. 그는 한나절 즈음에 퓌톤 내부로 끌려간 이후에 여타 사람들처럼 옷이 벗겨지고 나체가 된 상태에서 유체 금속을 주입당하고, 주변의 다른 소녀들과 함께 수조 안에 잠든 채, 생산 시설로 보내졌을 것이다. 그러다가 생산 시설에서 신체가 기계화 및 금속화가 거의 끝난 상태에서 금속화 완료 및 본격적인 기계 장치 장착 단계로 접어들기 전에 생산 시설의 가동이 중단, 그 상태로 방치된 것이었다.
  "생산 시설 중단은 라르나 씨께서 퓌톤의 선수 부분을 파괴한 이후에 일어난 일이었지요?"
  "...... 응." 예준이 예선의 모습을 보고 있는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그 때, 피오란이 나에게 어두운 느낌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내며, 물음을 건네었고, 이 물음에 나는 조용히 목소리를 내며, 그 물음에 대한 답을 하려 하였다. 그리고서 나는 피오란에게,
  "그 이후로 계속 여기에 방치되고 있었던 것 같아."
  라고 말한 이후에 선수 부분의 파괴가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구출은 영원히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고 이전의 일에 대한 말을 피오란에게 하였다. 그러자 피오란이 바로 심각해진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그러면 여기가 아니라, 병기 창고에 있었을 수도 있고, 심한 경우에는 이미 출격한 이후에 라르나 씨나 라디사 씨 등께 격추당했을 수도 있겠네요, 그렇지요?"
  "...... 그랬겠지." 이 물음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을 하고서, 등에 선이 연결되어 있으며, 옮기려면 이 선을 분리해야 하는 만큼, 그 이전에 할 수 있는 말이 있으면 모두 하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할 말이 다 끝나기 전까지는 기다리도록 할 것이며, 라디사에게도 때가 되기 전에는 기다리라고 말을 전하겠음을 밝히기도 하였다. 이에 루아린은 알았다고 답을 하고서, 바로 예선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해, 그의 모습을 바라보려 하였다.

  "어째서 여기로 왔어, 예준...... 떠나간 곳에서 행복하게 살면 그만이잖아......"
  "하지만......" 한편, 자신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예준을 보면서 그에게 안타까움 반, 반가움 반의 표정을 짓고 있던 예선이 예준에게 묻자, 예준은 그 물음에 어찌 답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나 역시 그 광경을 안타깝게 바라보게 되었다. 천신만고 끝에 그 동안 함께 하였다가 재앙을 맞이해 헤어진 친구를 다시 만났는데,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돌이킬 수 없는 비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 그 모습을 바라보는 심정은 어떠하였을 것인가. 그 심정을 이해하면서 루아린의 뒤편에서 그를 바라보자니, 그 광경을 바라보는 심경이 점차 괴로움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이미 예선이 그러한 지경에 이르렀을지도 모른다고 예상을 하고 있었고, 그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예준이었지만, 막상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된 비참한 처지에 놓인 예선의 모습을 보니, 그러한 예준 역시 마음 속에서 무언가 감정이 피어오르는 것을 어찌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나 혹은 루아린조차도 그러한 상황 하에서는 분명 그러할 것만 같은데, 나 그리고 루아린보다도 어린 예준이라면 오죽할는지.
  "누나..... 그 동안 많이 아팠지...... 몸이 이상하게 변하면서 그 때문에 많이 슬펐지......"
  하지만 예선은 그런 예준을 온화하게 바라보며 답을 하고 있었다.
  "아프거나 한 적은 없어, 아픔 같은 것을 느끼거나 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깨어나니까, 몸에 이상한 느낌이 들고, 몸 자체도 많이 무거워진 것 같아. 그것만 제외하면 괜찮아...... 정말."
  그러면서 예선은 예준에게 잠들어 있는 동안 꿈을 계속 꾸고 있었음을 알린 이후에 꿈 속에서 친구들과 만나서 계속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를 거듭해 오고 있었음을 말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예준이 가족과 함께 없음에 대해 항상 안타까워하고, 그를 걱정하고 있었다는 말 역시 예준에게 전하고 있었다.
  "당연하잖아, 나는 지금 여기에 있고, 누나는......"
  이에 예준은 슬픔의 감정을 계속 품고 있으면서 그 말에 대한 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이후로 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더 말을 잇거나 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감정이 앞서는 탓에 그에 따르는 말이 잘 생각나지 않았음이 그 이유였을 것이다.
  이후, 예선은 예준에게 꿈의 마지막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마지막에는 한 무리의 나비 날개인지 잠자리 날개인지 알 수 없을 날개를 가진 소녀들이 자신을 어디론가로 데려가려 하였지만, 동생을 기다리느라 가지를 못한다고 이들의 요청을 자꾸 거절하다가, 마지막에 하늘 먼 저편의 어둠 속에서 길다란 총기를 든 보라색 법의를 입은 자가 왼손으로 자신을 억지로 끌어안고 어둠 속으로 들어가려 하였다는 것이었다. 예선이 꿈에서 깨어나 의식을 되찾은 것은 그 이후의 일이었으며, 그 때, 자신의 눈앞에 그 남자가 입고 있던 것과 같은 색을 띠는 보라색 긴 치마를 입은 소녀의 모습이 흐린 시선에서 보였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안타까워하기보다는 놀라면서 예선의 모습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 마지막 꿈의 모습은 일행이 자신의 곁으로 다가왔을 때를 연상케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전에 만났던 소녀들이 가진 거대한 날개들은 분명 일행이 가진 잠자리의 그것과 닮은 거대한 날개였을 것이고, 그 소녀들이 예선이 머무르고 있던 세상에서 예선을 내보내려 한 시도는 분명 예선을 되살리기 위한 시도를 하는 모습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예선은 꿈을 통해 자신의 곁으로 누가 다가오고 있었는지를 직감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려 하니, 한 가지 신경 쓰이는 바가 있었다. 피오란과 매치되는 이는 소녀의 모습이 아닌, 보라색 법의를 입은 흉악한 인상의 남자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피오란이 실제로는 남자였을 것이라 여기지는 않는다-그럴 리가 없다-. 그리고 피오란에 대해 뭔가 이상한 면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는 4 자매 그리고 루아린의 5 명 중에는 한 명도 없었으며, 이는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여타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예선은 일행 중에서 가장 온화하고 싸움과도 가장 거리가 있는 피오란을 그런 이로 보았던 것일까. 혹시 피오란에 대해 일행은 잘 모르는 것을 예선은 알아차리고 있지는 않았을까.
  다만, 한 가지 또 생각할 바가 있기는 하였다. 이전에 피오란은 분명 나지막히 음산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어쩌면 그 목소리가 예선의 꿈에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르는 일. 그 음산한 목소리가 꿈 속에서 보라색 옷을 입은 공포스러운 인상의 남자로 형상화되었을 수도 있다.
  "피오란, 하필이면 그런 식으로 목소리를 내어서......"
  나는 우선, 피오란의 이전에 내었던 음산한 목소리를 내었다는 사실을 언급, 그로 인해 예선이 꿈을 통해 괴이한 형상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그를 질책하였다. 이에 피오란은 그를 깨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였음을 밝히고서, 설득과 호소로 깨어나지 못한다면 공포의 감정을 일깨운다면 그는 분명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이전의 그 일에 대한 해명을 하였다.
  "그건 그렇고, 일행이 올 것임을 저 분께서 모두 예측을 하셨어, 그 날개를 가진 소녀들은 분명 우리들이었을 것 아니야, 그렇지 않니."
  "예, 분명 그러할 것이라 생각해요." 이후, 피오란은 내가 건네는 물음에 차분히 목소리를 내면서 답을 하였다. 그 대답을 듣고서 나는 이번에는 내가 직접 예선과의 대화를 시도해 보기로 하고, 루아린의 바로 옆에 이르렀다. 그리고서 나는 곧바로 예선을 불러, 그에게 물었다.
  "예선 씨, 혹시 저희들이 들어드릴 부탁 같은 것은 있나요?"
  영영 자신의 동생을 다시 만나지 못할 것만 같다가, 이제와서 겨우 그를 다시 만나고, 다시 깨어나게 되면서 예준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말이나, 예준에 대해 바라는 바 등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물음을 건네게 되었던 것. 아직 금속화가 진행되고 있었고, 그 진행이 거의 막바지에 이른 만큼, 주어진 시간은 그렇게 많다고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막상 예선은 무슨 말을 해야 할 것인지를 떠올릴 수 없었는지 내가 물음을 건넨 이후에도 그저 조용히 나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조금 있다 보면 생각 나시겠지요, 보채거나 하지는 말아 봐요."
  "하지만 주어진 시간이......" 이에 피오란은 차분히 나에게 잠시만 더 기다려 봐 달라고 부탁을 하고 있었지만 그의 처지가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던 나는 그저 초조히 그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서 그로부터 무언가 말이 나와주기를 바라고 있을 따름이었다.
  이 때, 루아린이 예선의 우측 곁으로 나아가더니, 그에게 접근하려 하였다. 이 때, 그 모습을 보았는지 피오란이 루아린이 위치한 곳으로 잠시 고개를 돌리더니, 바로 다급히 목소리를 내며 건드리면 안 된다고 외쳤다.
  "안 돼요! 루아린 양, 자칫하면 위험해질 수 있어요!!!"
  그 외치는 소리를 듣자마자 루아린은 화들짝 놀라면서 다급히 피오란이 위치한 곳으로 돌아오더니, 그에게 왜 그러느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피오란은 하고자 하는 일을 하지 못해, 그로 인해 다소 성이 난 루아린에게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차분히 말해주려 하였다.
  요는 예선의 기계화한 신체는 전기의 기운 없이는 움직일 수 없으며, 그래서 전기 기운을 공급할 수 있는 장치를 통해 기둥에 연결되어 움직일 수 있는데, 이 전기 기운은 금속으로 이루어진 신체 표면을 따라 움직이기도 하고, 또 그 기운의 강도 역시 상당하여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는 강한 전기 기운에 의해 강한 충격을 받아 그로 인해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즉, 잘못 건드리면 죽는다는 의미.
  "저는 혹시나 했어요, 저 금속이 실은 박피일 뿐이라서 벗겨지는 것 아닌가하고......."
  이에 루아린은 자신이 예선이 변이해 가는 금속성 개체에 접근해 가려 한 이유에 대한 말을 하고서, 그에 이어 건드릴 수 없다면 전기 기운 공급을 끊으면 건드릴 수 있는 게 되지 않느냐고 물었고, 이에 나는 당연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이후에 그에 이어 이렇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그 기계화한 신체가 움직일 수 없으니까, 이렇게 연결한 채, 놓아두게 되는 거야. 설령 겉 부분이 박피라 벗겨낼 수 있어도 몸 속은 기계처럼 변했기에 금속성 외관을 벗기고 하는 것이 큰 의미는 없겠지."
  그러자 루아린은 바로 기세를 낮추어 "그렇군요." 라는 말을 건넨 이후에 전기 기운 공급 중단은 언제 할 것인지에 대해 물었고, 이에 나는 그 답으로써, 모든 것이 정리된 이후, 예선이 동의를 한다면 그 때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을 하였으나, 그 때, 피오란이 이번에는 나의 답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기 공급 중단 역시 연결하는 선의 표면에도 전기 기운이 있어 잘못 건드리면 위험해요."
  라는 말을 건넨 이후에 기둥 전체에 전기 공급을 중단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생산 시설 자체를 중단시켜야 함을 알렸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동안, 피오란은 뭔가 전망이 좋지 않음을 느끼기라도 했는지, 걱정스러움을 가득히 드러내는 듯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피오란, 왜 그래? 무언가 걱정되는 바라도 있어?"
  "......." 이에 피오란은 한 동안 그에 대해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겨우 말을 이었다. 그 생산 시설은 퓌톤의 중심핵과 바로 이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는 예상치 못한 이러한 난관에 놀라고 있었다. 중심핵 가동을 중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이를 강제로 파괴하는 것이 유일한 방안일 텐데, 이 방안을 시행하고 나면 퓌톤 내부 전체가 폭주, 순식간에 위험한 상황이 다가와, 예선의 구출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었다. 이러하니, 처음에는 놀랐다가, 그 이후에는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한 우려로 인해 마음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러면 기둥 별로 하나씩 가동 중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생산 시설이라면 그 안에 관리 시설은 분명히 있을 것이고, 이 관리 시설을 통해 기둥 별로 하나씩 상태 관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자 피오란은 그에 대해 뭐라 말하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어디를 보더라도 불가능할 것 같다 보인다고 말하고 싶음이 바로 드러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 대해 나는 뭐라 언급을 하지는 않고 있었다. 바로 말하지 못하는 그 심정을 이해해 줄 수 있었음이 그 이유였다.
  이 때, 통로 뒤편을 통해 검은 드레스와 하얀 앞치마 차림을 하고 금색 머리카락을 양 갈래로 묶은 어린 소녀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 동안 기계실에서 온갖 관리 일을 도맡아 하고 있던 아이실라였다. 그는 문제의 현장으로 접근해 오더니, 바로 피오란의 곁으로 다가와서 무슨 일이냐고 묻고서, 그에 이어 상황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그 상황에 대한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를 내었다.
  "이에선이라는 분을 구출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시고 계신가 보네요."
  "예, 하지만 마땅한 방안이 없다시피해서......"
  아이실라가 건네는 물음에 피오란은 다소 우울하게 목소리를 내며, 방안이 없는 것 같다고 답을 한 이후에 일행이 어떻게든 구출해 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기는 하나, 이들 모두 애석하게도 전기 기운 공급 장치의 중단이 왜 어려운지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음을 밝히고서, 자신도 잘 모르기에 개별 관리가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해도, 그에 대한 발언을 하기 어려웠으니, 아이실라가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는 말을 전하였다.
  "알았어요, 제가 한 번 어떻게든 말씀드려 볼게요."
  이에 아이실라는 피오란의 요청에 알겠다고 답을 한 이후에 바로 나를 불렀고, 그에 이어 평상시처럼 차분하고 온화하게 목소리를 내면서 관련된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기둥 별로 생산 시설 관리를 하면 좋기는 한데......."
  그렇게 말을 시작하고서, 아이실라는 실제 퓌톤 내부의 생산 시설은 그러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지 않음을 밝히고, 제국의 첨단 기술이 가득 들어간 배 내부의 생산 시설만은 왜 그런 점에서 낙후되어 있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하나씩 나에게 드러내려 하였다.
  우선 언급한 바로 '개별로 시설을 가동할 경우, 개별로 시설 가동을 중단, 이를 통해 시설 내의 개체를 빼내려는 이가 있을 수 있음' 이 있었다. 그러한 경우는 없었다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 침입한 이가 개체를 함부로 구출하지 못하도록 시설을 황제가 배의 내부 시설에 구축하려 하였고, 이는 전체 시설에 전기 기운이 공급되면 생산 시설 전체가 가동하는 구조를 바탕으로 삼고, 전력 공급원을 항시 활동하는 중심핵으로 정하며, 특수한 방법 없이는 시설 중단을 할 수 없도록 한 번 가동한 이후에는 제약을 두는 방식으로 개체를 빼내기 위한 시도를 저지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생산 시설 안에 들어가면 핵이 파괴되기 전에는 정상적으로 구출할 수는 없겠구나, 그렇지 않니?"
  "사실상 그러하다고 말할 수 있지요." 이에 아이실라는 차분히 그렇게 대답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생각해 본다면 방법이 없지는 않다고 말한 이후에 중심핵의 전력 공급 제어 장치를 혹시 보았느냐고 나에게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를 내었다.
  "전력 공급 장치라..... 아! 혹시 내가 다리 건너편에서 보았던 그......!"
  처음에는 전력 공급 제어 장치라는 것이 생소하게 다가왔으나, 곧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바로 짐작해 볼 수 있었다. 다리 건너편에서 보았던 그 장치가 그 제어 장치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처음 다룰 때에는 언어 문제 등으로 인해 장치 작동이 되는지 여부조차 알 수 없었던 그 장치였다.
  "예, 맞아요. 그 장치를 통해 중심핵의 전기 공급 관리를 할 수 있지요. 중심핵의 전력 상태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치이지요."
  이에 아이실라는 내가 언급한 바가 바로 자신이 말하고자 한 것이었음을 밝히고서 그 장치는 본래 생산 시설 내부의 상태 관리 및 점검 위주로 기능 수행을 할 수 있으며, 장치에서부터 관리 및 점검 기능 명령 실행을 하면 장치에 이어진 신호 체계를 통해 시설 전체로 명령이 하달되어 시설 전체에 영향을 주게 되며, 이를 통해 시설 단위로 전기 기운 공급 여부를 결정 내릴 수 있다고, 그 시설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리고서 그는 그렇게 중요한 장치인 만큼, 제대로 다루려면 장치를 다룰 수 있는 자격을 증명해야 하며, 이는 시설 내부 관리자만이 가질 수 있는 구어를 장치에 써 넣는 것으로 이루어진다는 설명을 그에 이어 하고서, 나에게 그 장치를 어디까지 다루어 보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나는 내가 이전에 장치를 다루었던 대로, 글자만 상부 장치에 보이도록 하였음을 밝히고서, 내가 알 수 없는 기호들이 모여 있었으니, 그 기호들의 의미를 모르는 만큼, 그 장치가 제대로 기능 수행을 하는지, 그 여부를 도통 알 수 없었음을 알렸고, 그러자 아이실라는 자신이 예상한 대로였다고 말하려 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더니,
  "그것이 자격 증명을 위한 구어 표기 기능이었을 텐데...... 거기서부터 막히셨나 보네요."
  라고 말하고서, 그 기기를 다루는 것에 대해서는 자신이 맡아서 해 보겠음을 밝혔다. 그리고서 그 이후에도 내가 당장에 잘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한둘이 아니고, 시설 전체의 가동에 대해서는 또 한 번 장치 자격 증명 때와는 다른 구어를 장치에 보여야 하는 만큼, 자신이 나를 대신하여 장치를 다루는 일에 대해, 그 점을 양해해 주었으면 한다고 부탁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면 그 장치는 아이실라가 다루게 된다는 거지?"
  "예, 그렇게 될 거예요." 이후, 내가 건네는 물음에 아이실라는 그렇게 답을 하다가, 무언가 신경 쓰이는 바가 있었는지 바로 이렇게 나에게 말을 건네려 하였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주의해야 바가 있는 것이......"
  "주의해야 할 바라고?" 그리고 아이실라는 허가되지 않은 자가 함부로 퓌톤 내부의 중요 시설을 제어하는 장치를 건드릴 경우, 이를 퓌톤 내부가 몸 속의 치명적인 위험 징조로 간주할 경우, 순식간에 위급한 사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밝히고서 그래서 아무나 그리고 문제가 되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이라도 함부로 그 제어 장치를 건드리거나 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의 말을 전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이는 없잖아."
  그러면 어떤 경우라도 앞으로 있을 비상 사태에 대한 각오를 해야 할 형편이었다, 퓌톤 내부는 사람 없이 대체로 무인 가동을 하고 있었을 것이고, 안에 머무르는 이들은 포로가 아닌 한, 잔티바 제국에서 그리고 퓌톤 내부에서 만들어진 기계들일 텐데, 잔티바 제국과는 친분 같은 것도 없는 일행 중에 문제 되지 않을 이들이 없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다. 분명 누군가 제어 장치를 통해 무언가 조작을 하면 그로 인해 비상 사태 신호가 올 것이다.
  "어떡하지, 누군가 이 제어 장치를 조작해야만 퓌톤 내부 생산 시설의 가동이 중지될 것이고, 그래야 저 예선 씨를 우리가 구출할 수 있을 텐데."
  퓌톤 내부의 제어 장치를 건드릴 수 있을만한 이는 일행 중에 있을 것인지의 여부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막막해지고 있음을 어찌하지 못하고 있었다. 기계 병기들 중 하나를 조작해, 데리고 올 수 있다면 좋겠지만 조작할 수 있는 방법은 아이실라조차 모를 것임이 분명했다.
  "잔티바 제국 관계자가 이 중에 있다면 가망이 있기라도 할 텐데......"
  그 때,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던 모양인 라디사가 소정령 간 통신을 통해 나에게 그렇게 연락을 취했고, 그 연락을 받자마자 나는 바로 이렇게 답을 하였다.
  "아이실라가 있기는 하지만, 직접 군사 작전에 관여한 이는 아닐 테니까......"
  "그렇지." 이에 내가 아이실라에 대한 언급을 하며 답을 하자, 라디사 역시 그것이 옳다고 생각했는지 바로 그러하다고 답을 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 이후, 그는 한 동안 말이 없다가, 나에게 이렇게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를 내었다. :
  "피의 나리꽃 기사단 출신이라면 제어가 가능하지 않을까."
  그리고서 인간이라 하더라도 피의 나리꽃 기사는 기계 병기들의 절대 충성 대상인 황제의 권한을 대리하는 존재인 만큼, 기계 병기 및 장치들이 함부로 적의를 드러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서, 위험한 기능 제어를 하더라도, 황제의 권한 대리자인 이들의 제어에 대한 판단 기능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언급을 이어서 하였다.
  "있으면 가망이 있겠지만 그런 이들이 지금 곁에 없잖니."
  하지만 그러한 이들이 지금 곁에 있을리 없으니, 가능한 제안일 리는 없었고, 그래서 바로 그렇게 반박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곧, 그 동안 미처 신경쓰지 못하였던 바를 상기하면서 이렇게 물었다.
  "피오란이 피의 나리꽃 기사에 관한 무언가를 갖고 있기는 해."
  그러면서 라디사에게 피오란이 기사단 제 5 번의 문장을 무슨 이유인지 갖고 있으며, 그 문장을 소지하고 있으니, 기기 제어에도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그에 대한 전망을 하였다. 그리고서 기계 장치는 그가 정말 기사인지의 여부를 모습만 보고 판단하지는 못할 것이며, 분명 그 문장을 소지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통해 판단을 내릴 텐데, 그러하니 문장 소지자인 피오란을 기계 장치는 별 문제 없이 기사로 여길 것임을 이어서 말하였다.
  "그러면 다행이기는 하겠는데......"
  그러자 라디사는 불행 중 다행이라 여기는 듯이 안도하면서 그렇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 라디사 역시 이러한 나의 제안에 대해 나름 긍정적인 의사 표현을 하고 있었다.
  "저도 피오란 님께서 기기 제어를 맡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그는 이전에 예선이 잠들어 있을 때, 피오란이 다가왔을 때에 보라색 옷을 입은 '얼굴 없는 전사' 가 자신을 어디론가로 끌고 나아가고 있었으며, 그 이전에 여타 일행이 다가왔을 때에는 날개 달린 소녀들이 접근해 왔다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말한 이후에 그 꿈은 자신에게 다가온 이들의 본질을 예선에게 말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 꿈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 얼굴 없는 전사에 대응된 피오란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자 아이실라는 바로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을 하고서, 그러하지 않으면 그 꿈이 피오란에 대응하는 모습을 그러한 모습으로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라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러한 그의 추측에 나는 일단 알았다고 답을 한 이후에, 그 동안 드러난 바와 알고 있는 바를 통해 피오란에게 사건 해결의 첫 단계를 맡기도록 해야 하겠다고 마음 속으로 결정을 내렸다.
  "피오란, 앞으로 어떻게 일이 있을 것인지 이야기 할 테니, 잠깐 다가와 봐."
  그리고서 나는 바로 피오란에게 그가 기둥 근방에 있는 다리 건너편에 있는 중심핵 바로 위쪽 공간으로 다가가, 그 중심에 있는 제어 장치를 조작해야 할 것이라는 말이 들려왔으며, 이에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에 피오란은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바로 파악했는지,
  "제가 앞으로의 일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로군요."
  "응, 할만한 사람은 지금 너 밖에는 없대." 그러자 나는 그 동안 생각한 바와 들은 바에 대해 간략히 설명을 하고서, 그래서 피오란이 제어 장치 조작이라는 일을 맡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 사람들이 판단하고 있음을 알렸다. 이에 대해 피오란은 딱히 놀라거나 하지는 않고 있었다. 그 대신,
  "제가 해야 할 일이라면 제가 맡아야 함이 당연하겠지요."
  라고 차분히 목소리를 내며 답하고 있었다.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한 부담은 어찌할 수 없었는지, 꽤 긴장하고 있음이 목소리를 통해 느껴지고 있었지만, 별로 놀라거나 하지 않았음은 확실했다. 그리고서 피오란은 곧바로 장치로 다가갈 것임을 알리고서, 나에게 물었다.
  "그 장치는 어느 방향으로 가면 볼 수 있나요."
  그러자 나는 장치를 향해 다가갔을 때, 향하고 있던 방향-중심핵을 향하는 쪽-을 향해 돌아서고서 그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렇게 답을 하였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방향을 따라 나아가면 돼."
  "그 방향으로...... 알았어요." 그러자 피오란은 곧바로 그 방향을 따라 길을 나서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그 나아가는 모습을 보니, 마치 별 위험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으려 하는 듯이, 혼자 나아가려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니,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자하니, 걱정이 바로 앞서기 시작하였다.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봐서는 안 될 것 같아 보였다.
  "피오란, 내가 따라 나서도록 할게, 그 장치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려주어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
  그러자 피오란은 어차피 적도 없는데, 문제 되거나 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라는 말을 건네었으나, 곧 혹시나 있을 사태에 대한 의식을 하게 되었는지 그러한 나의 요청을 받아들이고, 나와 동행하기 시작하였다. 여기에 피오란이 혹시나 기계 사용법을 잘 모를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아이실라도 동행시켰다.
  "저 앞의 다리가 바로 라르나 씨께서 말씀하신 그 다리인가 보네요."
  이후, 피오란은 시설을 향하는 길목 사이로 보이는 다리를 발견, 그 다리를 가리키면서 물었고, 그 물음에 나는 바로 그러하다고 답을 하였다.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병기 생산 시설이 있었는데, 그 시설은 그 다리 건너, 꽤 먼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 먼 곳까지 기계화되어 가는 인간이 수송된 이후에 본격적으로 병기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어가게 되는 모양.
  다리를 발견한 이후, 피오란은 먼저 그 다리의 건너편에 이르러, 기기의 바로 앞에서 뭔가 조작을 행하려 하였고, 이에 아이실라 역시 그런 피오란의 모습을 향해 뛰어가, 피오란의 뒤쪽 근처에 이르려 하였다. 그 이후, 아이실라는 조심스럽게 피오란에게 접근해서는 바로 그에게 물었다.
  "피오란 님, 그 장치, 사용하실 줄 아세요?"
  "저는 이런 장치를 여기서는 처음 사용하게 된 지라........"
  이에 피오란은 처음 사용해 보는 탓에 명확히 알거나 하지는 못한다고 답을 한 이후에 우선 첫 번째에 어떻게 글자가 장치에 보여져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건네려 하였고, 이에 아이실라는 그 답으로써 그에 대해서는 장치에 이른 이후에 알려주도록 하겠다고 답을 하였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나를 비롯한 3 인은 우측에 보이는 다리에 접근하고, 그 다리를 건너, 장치에 이르게 되었다.
  "이 장치이지요? 이전에 라르나 씨께서 다루어 보셨다는 것이."
  "맞아, 이 장치를 몇 번 다루었다가 글자들을 읽지 못해, 그만두었어."
  그리고서 같은 제국인인 아이실라라면 바로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한 기대를 하였고, 이에 피오란은 바로 그러할 것이라고 답을 한 이후에 이어서 말하였다.
  "한 번 제가 다루어 볼게요, 무슨 글자들인지는 얼핏 봐서는 모르겠지만......"
  이에 아이실라는 모르실 것 같아서 자신이 장치에 쓰인 문자들이 무슨 뜻을 가지고 있는지, 직접 해독해 가며 알려주겠다고 그에게 말하였다. 이 때, 피오란은 나에게 잠시 물러나서 예준 그리고 예선의 모습을 지켜봐 줄 것을 부탁하였으나, 나는 루아린 그리고 라디사가 해 줄 것이니, 그에 대해서는 마음 놓고 있어 달라고 말하고서, 뒤쪽에서 피오란 그리고 아이실라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려 하였다. 그 때,
  "피오란 그리고 아이실라의 동태는 내가 보도록 할 테니까, 너는 예준 군 곁에 있어 줘, 나보다는 네가 예선 씨의 곁에 있어야 할 것 같아."
  라는 말을 전하며 라디사가 나의 좌측에서 날아서 다가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나는 알았다고 답을 하고서, 무언가 결과가 나오면 그에 대해 꼭 알려달라 부탁을 한 이후에 예선이 묶여있는 그 기둥으로 다시 돌아가서 그 기둥 부근 머무르고 있는 루아린의 근처로 접근, 그에게 물었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니, 그리고 내가 잠시 자리에 없는 동안에."
  "예선 씨께서 그래도 예준을 간만에 보시니, 많이 반가우셨나 봐요,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그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를 예준에게 해 주고 계세요, 저도 예준 옆에서 듣고 있는데, 제가 잘 모르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도 있고 하니,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냥 신기하게 들을 때도 있고 그러하네요."
  "그래...... 이런 모습 아닐 때, 들으면 더 좋을 텐데, 그렇지?"
  삶을 포기하게 되면서 동생에게 그 동안 있어온 일에 대한 추억을 예준에게 전해주고 있었다. 이제는 두 번 다시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능한 오래 같이 있으면서 그와 대화를 하고 싶었을 것이고, 그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나는 루아린과 함께 예선이 예준에게 해 주는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행복한 시절에 있었을 법한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예선 그리고 예준이 그 시절에 보였을 바를 나름 상상해 보고 있었는데, 그러하다 보니, 그 때 예선이 보이던 그 모습이 상상 속에서의 모습과 대비가 되어 더욱 비참해 보였다. 어떻게든 예선의 몸 상태를 되돌릴 수도 있다지만, 정말로 가능하다고 장담할 수 없는 방법에 의존해야 하는지라 이런 지경에 놓인 그의 처지는 정말 딱한 노릇이었다.
  "그래도 예선 씨의 신상이나마 대략 알 수 있는게 얼마나 다행이에요."
  "그래,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큰일날 뻔했어."
  그런 생각을 하고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루아린에게 하자, 루아린은 그나마 예선의 신상을 확보할 수 있었음에 대해 다행스러운 일이라 여긴다는 말을 답으로써 하였고, 이에 나는 그런 그의 말에 동의를 해 주었다. 이후, 루아린은 나에게 시설 가동이 중단되면 바로 장치 그리고 예선의 변이된 몸을 분리할 것인지에 대해 물었고, 그 물음에 나는 당연하다고 답을 하고서,
  "시설 가동이 중단된 이후로는 달리 할 일이 없을 테니."
  라고 말을 건넨 이후에 시설 가동이 중단되면 그 영향을 받아 예선 역시 기계화된 몸이 움직이지 않게 되어 그 이후로 예선의 기계화된 몸은 움직일 수 없게 되어, 더 이상 그로부터 이야기를 듣거나 할 수 없을 것임을 밝히고서, 말을 마치면서 루아린에게 물었다.
  "계속 이렇게 기계화된 몸을 보고 싶지는 않잖아, 그렇지 않아?"
  "...... 그렇기는 하지요. 특히나 이렇게 옛 이야기를 들을 때에는 더욱이."
  그 대답이 끝나자마자, 나는 그러니까 시설 가동이 중단되면 바로 시작하도록 하자고 말한 이후에 예선이 예준에게 전하는 이야기가 끝날 때를 기다리려 하였다. 그 때에 맞추어 생산 시설 가동이 중단되고, 그로 인해 예선은 움직일 수 없게 되는데, 그 때에 예선을 기둥 밖으로 옮겨 놓겠음을 알리기 위한 일이었다.
  그러는 동안, 예선은 예준에게 아직 많은 미련이 남아 있었는지, 계속 그의 앞에서 이야기를 전하려 하고 있었고, 예준 역시 어쩌면 다시는 누나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러한 그의 곁에 머무르려 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옆에서 지켜보자니, 슬슬 걱정이 들었던 것이, 그 시간에도 분명 피오란과 아이실라는 시설 제어 장치에 접근, 그 시설 가동을 중단시키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을 것이고, 이런 사정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지 못하고 있을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러다가 이 대화가 끝나기도 전에 그들이 제어 장치를 통해, 생산 시설의 가동을 중단시킨다면...... 그리고 대화가 끝난다고 하더라도, 내가 이야기를 다 전하기도 전에 그 때가 올지도 모르겠어.'
  그래서 그 이후로는 바로 예선과 예준에게 그에 대한 부탁을 전해 보겠다고 마음 속으로 결정을 내렸다. 사실상 임종의 바로 앞에 있는 것이나 다를 바 없는 이와 그를 지켜보는 가족 앞에서는 실례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해야할 일은 해야 하겠다고 생각해 버린 것이었다. 그렇게 마음 속으로 결정을 내리고서, 나는 곧바로 날개를 펼치고서, 예선의 바로 앞에 이르렀다. 그리고,
  "...... 예선 씨, 계속 예준 군에게 이야기를 전하는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이제 때가 된 만큼,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셔야 할 필요가 있어요."
  라는 말을 전하는 것으로써 앞으로 때가 왔음을 알리는 말을 전하려 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예선은 예준에게 온화하게 목소리를 내며, 말을 건네었다.
  "예준, 이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해야할 것 같아. 여기 이 분께서 무언가 중대한 바를 전하려 하시는 것 같아."
  그리고서 그는 예준을 온화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무언가 짐작한 바가 있었는지, 차분하면서도 이전 때와는 다른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었다.
  "예준, 어쩌면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긴 잠을 자게 될 것 같아...... 그런 나의 잠을 깨우려면 앞으로 여러 어려운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여기 있는 누나들이 이야기를 했을 거야. 그에 대해 알고, 또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지?"
  그 이후, 예준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눈을 감은 채, 미소를 띠며 다행이라고 말하고서 이후로도 나를 비롯한 이들은 자신이 예준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가능한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이라고 말한 이후에 나와 피오란 등에 대해, 약속을 잘 지켜줄 이들인 만큼, 자신이 나의 곁으로 돌아오게 될 날은 반드시 올 테니, 그 때까지 꼭 기다리고 있어 달라고 당부의 말을 전하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루아린이 예준을 끌어안으며, 날아올라 예준이 예선의 바로 앞에 이르도록 하자, 자신의 바로 앞으로 다가온 예준의 오른쪽 볼에 눈을 감으면서 조용히 입맞춤을 해 주고, 한 동안 그의 모습을 미소를 띠며 조용히 바라보려 하였다. 그 이후, 루아린이 예선의 부탁을 통해 다시 그를 내려놓자, 그는 곧바로 무언가에 대한 각오를 한 듯한 모습을 보이며, 나에게 말하였다.
  "그 쪽에서 생산 시설 가동을 중단한다고 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제 때가 왔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그들은 분명 저를 되살리기 위해 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고, 실제로 그것이 옳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의 나는 이후로는 영원히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렵기도 했었어요, 어딘가에서 사람의 몸은 되살렸지만, 그로 인해 기억을 잃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러면서 자신은 분명 때가 되면 고향에서 먼 곳으로 보내질 것이고, 설령 되살아나더라도 그 먼 곳에서 요양을 받아가며 살게 될 텐데, 그 동안 이제 홀로 남게 될 예준의 운명에 대한 걱정이 들게 된다는 말을 건넨 이후에, 그에 대한 한 가지 부탁의 말을 전하려 하였다.
  "당분간은 예준을 여러분께서 보살펴 주세요, 그리고 그의 누나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세요. 아직 어린 그는 홀로 있는 것보다는 누군가 보살펴 줄 수 있는 사람이 같이 있으면 좋잖아요."
  "...... 알았어요, 꼭 그렇게 하도록 할게요."
  이에 나는 조용히 알겠다고 대답을 하였다. 그리고 자신도 그렇고, 라디사 역시 예선에 비해서는 모자란 면이 있겠지만, 한결 같이 근본은 좋은 이들이고, 당시에는 같이 없었기는 하지만, 같이 여행하고 있는 이들 중에는 맏 언니에 해당하는 이가 있어서, 좋은 누나 노릇을 예준에게 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이어 건네고 있었다.
  "실례지만, 원래 집에 몇 사람과 같이 사나요?"
  "같이 산다고 하기는 그렇지만....... 저와 라디사를 포함해 4 명이 서로 친하고, 서로의 집을 자주 찾아요. 그래서 자매 같다고 해서 '4 자매' 라 칭하지요, 맏 언니에 해당하는 이를 제외하면 동갑이기는 하지만. 이외에 루아린도 그런 4 명과 가까운 편이기도 해서, 예준을 보살필 수 있는 이는 모두 5 명이 될 거예요."
  이에 예선은 조용히 미소를 띠며, 그 5 명의 누나들에게 둘러싸이며, 여자 같은 면을 보이게 될까,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들 좋은 사람들일 테니, 안심이 된다고 밝게 목소리를 내며 말하였다. 그리고서 그는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바가 있으니, 그에 대해 들어주었으면 한다고 말하고서, 내가 일단 말해 달라고 답하자, 그는 곧바로 들어주었으면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바로 나에게 전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잠들려 할 즈음에 들려왔던 이야기예요."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곧, 자신을 비롯한 잡혀온 이들을 감시하는 병사들에게서 이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 생산 시설은 중심핵 부근에 있으며, 이 시설이 돌파당하는 것은 곧 퓌톤의 끝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것이었다. 아마 병사들이 직접 말한 것이 아니라, 병사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시설에서 나왔을 법한 목소리. 그 목소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바로 아래에 있는 빛을 발하는 것이 무엇인지 바로 확신할 수 있었다. 그 강한 열을 발하는 것이 바로 퓌톤의 심장에 해당되는 중심핵이었던 것이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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