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사건의 시작은 정신이 깨어 눈을 뜨면서 우물 아래의 바닥이었을 흙 표면 위에 내가 쓰러져 있음을 알게 된 때로서, 내가 누워있던 그 주변에는 끊어진 줄과 부서진 땅에 부딪쳐 부서졌을 두레박의 모습만 보이고 있을 따름이었다.
  무나일(Munael) 마을의 서쪽 교외 부근에는 우물이 하나 자리잡고 있다. 근래 들어 우물 일대의 지하수가 마르면서 더 이상 쓰이지 않아 사람들이 뚜껑을 덮어두어 이로 인해 봉쇄되었던 우물, 그 우물 안쪽에서부터 괴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고, 우연히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는 그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우물 안으로 들어가기로 하였다. 그러다가 지상과 연결된 밧줄에 의지하는 두레박을 타고 조심스레 내려오는 도중에 모종의 이유로 인해 갑자기 줄이 끊기면서 우물 아래의 깊은 어둠 속으로 떨어져 갔고, 어둠 속에서 두레박이 깨어지는 소리와 함께 정신을 잃었었다.
  그렇게 바닥으로 추락하면서 그 충격으로 인해 다리가 조금 비틀거리고 통증이 느껴지기도 하였으나, 그 이외에는 괜찮아 보였다, 몸에 크게 다친 부분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그 높은 곳에서 떨어진 것치고는 비교적 괜찮았다고 볼 수 있겠다.

  우물 안 깊은 굴 안으로 들어왔을 텐데, 눈앞에 보이는 광경은 지상의 모습과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았다, 어두운 밤 하늘 아래로 거친 산길의 모습이 눈앞에 보일 따름이었다. 지표면 바로 위로는 구름인지 연기인지 알 수 없는 희끄무레한 것이 피어올라 있었으며, 산길 주변은 고목들로 가득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전해주고 있었다.
  사고로 인해 나도 모르게 '감빛의 힘' 이 깨어난 여파인지, 주변 일대는 빛이 없어 어두웠음에도 불구하고 앞길은 무리없이 잘 보인 편이었다. 그 '감빛의 시선' 에 의지하며 앞길을 걸어 나아가기로 하였다, 그 시선에 의지할 필요가 있어 보였음이 그 이유.

  그렇게 한 동안 앞길을 걸어 나아가던 그 때, 어딘가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처절한 애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마른 체구의 한 청년이 이상한 형상을 한 인간형 개체를 뒤쫓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빵인지 과자인지 알 수 없는 하얀 덩어리 인간을 그 남자는 두 팔을 뻗어 덮쳤고, 이윽고 그 남자는 그 인간을 쓰러뜨려 그 목을 물어뜯었다. 목을 물어뜯자마자 청년은 뜯겨진 목을 잡고 그 머리부터 뜯어먹기 시작하였다. 그와 함께 붉은 포도주를 연상케하는 검붉은 액체가 그 인간에게서 흘러 나왔다.
  분명 과자나 빵 인간을 사람이 먹는 광경이었지만, 남자가 이를 위해 취하는 행동이나, 뜯어먹을 때의 모습은 이상하리만큼 역겨운 느낌을 주었다. 무언가 짐작이 가는 바가 있기도 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해 직접 묻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그에게 직접 다가가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뭐가 뭔지 낸들 알겠냐, 기억나는게 있다면 차 운전을 하다가 갑자기 어딘가에 차가 부딪치는 꼴을 본 게 전부라고! 그러다 이렇게 정신을 다시 차려보니, 과자 인간들이 뛰어다니고 있다니까! 그래서 먹어보니 난생 처음 먹어보는데, 그 맛이 끝내줘!"
  그리고서 그는 자신이 뜯어먹던 머리를 두 손으로 들어서 내밀며 나에게도 먹어볼 것을 권하였다. 붉은 솜사탕 안에 하얀 사탕으로 이루어진 듯해 보이는 -뜯어먹혀서- 부서진 두개골의 형상이 있었다. 그 실체가 무엇인지 짐작이 갔던 나는 그 요청을 거절했다.
  "괜찮아요, 저는 배가 고프거나 하지는 않아서."
  "그래? 뭐, 어쩔 수 없지. 하지만 곧 배가 고파질 텐데, 그 때가 되면 저 산 아래로 내려가자고! 도시의 온갖 집들이나 가게에 저-엉말 많은 과자 인간들이 있고, 가끔은 작은 사탕 인간도 나온다고!"
  일단은 그 요청을 받아들여 그와 함께 산 아래로 내려가기로 하였다.

  산 아래에 있다는 과자 인간들의 거리는 난폭하게 과자 인간을 뜯어먹으려 하는 사람들로 인해 부서지고 파괴된 폐허가 되어 있었으며, 창문마다 깨어지고 불길에 타오르는 건물들 사이로 뜯어먹히다 버려진 듯한 과자 인간들의 잔해들로 가득했다. 과자 인간 중에는 마치 치명상을 입고 쓰러진 사람과도 같은 형상을 한 채 버려진 잔해도 있었다.
  그 폐허 거리에서 사람들은 과자 인간을 두 팔 들고 덮치려 하고, 그렇게 덮친 과자 인간들을 무참히 뜯어먹으려 하였다. 그 중에는 유모차에 실린 작은 과자 인간을 먹으려 하는 사람의 모습도 보였다. 분명 이들은 과자 인간을 먹고 있을 따름인데, 이로 인해 건물들은 무참히 부서지고, 거리는 처참한 폐허의 모습 그 자체로 남아 있었다. 과자를 먹으려 할 뿐인데, 사람들은 마치 짐승처럼 야만적으로 그들을 '사냥' 했고, 그로 인한 결과도 무참할 정도로 잔혹했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거리에 부서지지 않은 것은 없었고, 어디를 가든 파괴로 인한 불길과 연기가 솟구쳤다. 곳곳마다 사람들의 괴성과 과자 인간의 단말마가 울려퍼지니, 묵시의 세상이 펼쳐진다면 이러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지경. 당장에라도 그 실체를 보기 위해 '감빛의 시선' 을 끄려 하기도 하였으나, 일단은 더 지켜보기로 하였다.
  나를 인도해 가며, 마을의 거리에 이른 그 청년은 방금 전에 그 커다란 과자를 뜯어먹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는지 또 다른 과자 인간들을 보자마자 나는 놓아두고 갑자기 그 과자 인간을 습격했다. 광소를 터뜨리며 옆에 있던 또 다른 청년과 함께 팔을 뜯고 그 안의 솜사탕을 찢어 발겼다. 그리고 얼굴 부분을 뜯어내 두개골 사탕이 드러나게 하기도 하였다.
  그 청년은 젊은 남녀들이 하나둘씩 모였고, 이들은 과자 인간들을 그렇게 먹어치웠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과자 인간들을 먹으려 하였다. 이를 위해 그들은 폐허가 된 마을 거리의 부근에 위치한 도시 시가지의 거대 상점을 습격하자고 말했고, 이를 위해 모험을 떠나자고 외치는 이들도 있었다.
  중심가로 가자고 말하면서도 이들은 여전히 바닥에 누워버린 과자 인간을 찢어 발기어, 사탕 골격을 깨뜨리고 그 살을 뜯어먹고, 붉은 포도주 색 액체를 뿜어내며 붉은 솜사탕을 파먹는 것에 여전히 열중하고 있었다. 거리에 널린 잔해들을 모두 먹어치우지 않으면 거리를 떠나지 않을 기세였다.
  나는 이들에 대해 어차피 이들의 야만적인 기세를 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고, '과자 인간 마을과 도시' 에 해악을 끼치는 존재로 간주하고 있었다. 지금 이후로 접근 시에는 해칠 가능성도 있었던 만큼, 반드시 제거하기로 하였다. 다만, 이들이 나아가는 방향을 파악해야만 이들이 나아가고자 하는 도시의 방향을 알 수 있을 법한데, 이들은 그저 게걸스럽게 과자 인간의 잔해를 뜯어먹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으니, 그 진로를 알 길이 막막했다.
  과자 인간들을 뜯어먹고, 잔해들을 흩뿌리는 데에 정신이 홀린 듯한 그 자들에 끼어든 청년은 어느새 나의 존재는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이들이 가자고 외칠 때, 그 하얀 옷과 청바지 차림을 한 청년은 과자 인간의 잔해 더미에서 한 과자 인간을 잡아내 그 머리를 이로 부수고, 그 안의 솜사탕을 뜯어 먹으려 하면서 외쳤다.
  "하하하!!! 이것만 먹고 가면 안 될까요, 여러분! 하하하!!!!!"
  그 불길에 휩싸인 거리의 십자로 한 곳에서 사람들에게 해맑게 외치는 그 남자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나는 그 청년을 비롯한 이들의 동태를 살피는 것으로는 어림 없어 보인다고 간주를 하고서는 그 동안의 광경을 보고 있었을 '감빛의 시야' 를 걷어내기로 하였다. 그와 동시에 나는 호신과 공격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던 빛을 오른손에 들었다. 감빛을 띠며 빛나던 그 작은 빛의 구슬은 시야가 걷히면서 새하얀 빛을 발하는 모습으로 변하며, 주변 일대의 어둠을 비추기 시작하였다.

  빛이 비추는 광경 속에서 드러난 것은 불길에 휩싸인 폐허 사이의 길목에 널부러진 과자 인간의 잔해더미를 대신한 뜯어먹히고 무참히 부서진 생물들의 시체들이었으며, 그 시체들 사이에서 인간의 머리를 뜯어먹고 뇌를 입으로 파내먹고 있는 흉측한 몰골의 시체 인간이 괴물의 음성을 내고 있었을 따름이었다. '감빛의 시선' 하에서 인간처럼 보였던 시체 괴물들이 뜯어내고 찢어발긴 그 흔적에서 피가 흘러내리며 부서진 거리를 물들이고 있었다.
  부패가 이루어질 대로, 이루어진 탓에 얼굴은 이미 해골과 같이 변해 버렸으며, 체격도 원래의 체격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앙상해져 있었다. 부패의 영향 탓인지 이들의 피부는 초록색을 띠는 모습으로 변질되어 있었으며, 곳곳에 돌기 같은 것들이 생성되어 해골보다 더욱 흉측해 보였다.
  청년의 모습으로 보였던 시체 괴물이 입고 있던 옷은 거의 뜯겨지다 못해, 옷을 입은 흔적만 남은 채로 초록색으로 변색된 피부를 훤히 드러내고 있었다. 바지는 그런대로 온전해 보였으나, 원래의 모습에 비해 많이 해져 있었음은 분명해 보였다. 여타 괴물들 역시 옷이 찢겨지고 망가진 모습을 보인 채로 괴물의 울음 소리를 내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 괴물들이 울부짖으며 사람을 잡아 죽이며, 찢어내는 잔혹한 광경은 감빛을 띠는 안개 속에 드리워져 있었다. 아마도 그 안개가 그 잔혹한 광경과 모종의 관련성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

  뭐라 형용하기 힘든 괴악한 괴물의 음성을 내며, 그 괴물은 처참히 망가져 피를 흘리는 인간의 몸을 뜯어먹는 그 모습을 보며, 나는 그 괴물을 향해 조심스레 접근해 가려 하였다. 그러는 그 때, 몇 차례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그에 이어 자리에서 일어난 괴물이 바로 나를 향해 다가가려 하였다, 새로운 신선한 먹이감으로 다가가기 위해.
  나를 먹이감으로 여긴 그 괴물의 덮칠 기세에 나는 오른손에 올린 빛에서부터 칼날들을 빠른 속도로 연사, 그 칼날들이 그 시체 괴물의 흉부를 관통하도록 하였다. 시체 괴물에 닿으며 광탄들은 격렬한 반응을 일으키며 그 몸체를 궤뚫어 갔다.
  흉부의 칼날에 관통된 부분에서부터 붉은 화염이 타오르기 시작하고, 그 화염이 전신에 퍼져, 그로 인해 괴물이 몸부림치기 시작할 때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하지 않았다. 마치 단말마와 같은 소리를 내지르며 괴로워하던 괴물은 얼마 지나지 않아 생명력이 다한 듯이 힘없이 쓰러져 갔다. 그 자리에는 불타는 시체와 유골만이 남겨지고 있었다.
  이후, 나는 그 부근에 있던 시체 괴물 무리는 놓아두고 바로 그 거리 너머 북쪽-으로 추정-의 길목을 따라 나아가면서 표지판을 보려 하였다. 망가진 표지판 중에서 내가 나아가는 방향과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것 중 하나는 '중심 거리 구역' 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어서 그 방향으로 나아가면 바로 중심가 구역에 도달할 수 있어 보였다. 북쪽으로 추정한 나의 진행 방향과 같기도 했고, 실제로 그 방향은 나침반을 통해 확인해 보니 북쪽이었다.
  '어서 가자!' 이후, 나는 이전까지 나아가던 그 방향을 따라 나아가면서 가능한 빠르게 뛰어 나아가기로 하였다, 그렇게라도 해서 그 괴물들보다 먼저 시가지로 진입하려 하였던 것. 그러나, 한참을 뛰어 나아가려 하던 그 때, 뒤쪽에서부터 괴성이 울려 퍼지기 시작하였다. 대체 무슨 감정을 표현하는지 알 수 없는 그 이상한 소리에 나는 그들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들이 그 방향을 따라 시가지로 뛰쳐 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대로 이들을 지나쳐 갈 수 없겠다는 생각에 이들을 향해 잠시 돌아서서 어느새 나에게 접근해 두 팔을 뻗쳐오는 시체 괴물들을 향해 잠시 돌아서서 두 손으로 들고 있는 빛의 구슬이 더욱 환한 빛을 내도록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그 격렬한 빛을 뿜어내는 구슬에서 새하얀 빛을 내는 불꽃이 방사되기 시작하였다.
  방사된 하얀 불꽃은 두 팔을 들고 덮치려 하는 시체 괴물들을 바로 덮쳤고, 이윽고 불꽃에 휩싸인 괴물들의 몸체가 불길에 휩싸이며 이들은 요동치는 듯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며 기운 없이 쓰러져서 그 당시의 그 괴물과 마찬가지로 불타는 유골의 모습만을 남기고 말았다. 그렇게 이들까지 불꽃으로 제압하고 나서야 나는 시가지를 향해 다급히 나아갔다.
  시가지를 향하는 길목은 이미 감빛 안개로 자욱했고, 안개 사이로 식탐에 주린 자들이 거칠게 다가와 덮치려 하였다. 그 때마다 나는 하얀 빛의 구슬에서 방출되는 칼날 그리고 광선으로 이들을 불태우며 길을 열어가려 하였다.
  길 도중에는 버려지고 부서진 듯한 차량들과 불태워진 구조물들이 곳곳에 보이고 있었다. 길을 가로막는 장애물과 부서진 장갑 차량들도 있고, 병사들이 변이한 것처럼 보이는 괴물들도 있어서 괴물들을 제압하기 위해 나선 군대 역시 괴물들에 의해 시체 괴물로 변이한 현상을 겪었으리라 볼 수 있었다.
  지능이 퇴화된 탓인지, 아니면 총기가 고장난 탓인지 병사들은 총기를 들고 있었지만 이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금속제 타격 무기처럼 총기를 휘두르며 나를 향해 돌진해 올 따름이었다. 접근해 오는 이들일 따름이었으니, 빛의 구슬에서부터 발사되는 칼날과 화염을 통해 쉽게 제압이 가능했다.
  이러한 괴물들은 가능한 눈에 보이는 대로 제압해 가며 길을 열었다, 혹시나 생존자들이 있어서 그 생존자들이 괴물에 의해 살해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일이었다. 하지만 생존자들은 어디에 있더라도 보이지 않았으며, 간혹 가다가 괴물의 습격으로 인해 잔인하게 살해당했을 시체들이 즐비하고 그 부근에 불길이 피어오르는 광경이 감빛 안개 사이로 보였다.
  그러는 도중에 웅덩이 하나가 보여서 그 웅덩이를 향해 잠시 다가가보려 하였다. 수면에 비친 나 자신의 모습을 보기 위한 일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수면으로 다가와 그 수면을 향해 고개를 내미는 나의 모습이 물에 비추어졌다. 나의 온전한 모습이 변색이 된 듯한 물의 표면 위로 비추어지고 있었다.
  '괴물들이!' 그러는 그 때, 뒤쪽에서 괴물들의 울음 소리가 들려왔고, 그와 동시에 찢겨지고 남루한 옷차림을 한 남녀의 형상을 한 괴물들과 더불어 살덩이가 들러붙은 것처럼 보이는 인간형 기계 병기 무리가 나를 포위하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다급히 그 방향을 향해 돌아서서 한 쌍의 빛의 구들이 내 주변을 둘러싸도록 하였다, 나를 둘러싸기 시작하면서 시계 방향으로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그 구체들로써 이들의 갑작스러운 공세를 막아내기 위한 일이었다. 가능한 빠르게 구체들을 회전시키며 덮쳐오는 괴물들에 빛의 열기를 가하려 하였다.
  접근해 온 대다수의 괴물들이 구슬에 부딪쳐 그로 인해 불길에 타오르며 제압된 이후 남겨진 살덩이가 붙은 기계 덩어리는 빛의 구슬의 형태를 다시 변형해서 추적의 특성을 가지는 빛의 곡선들을 방출, 그 빛 줄기들에 의해 하나씩 궤뚫리는 듯이 타격을 입도록 하였다. 이들은 그렇게 강력한 병기는 아니었는지 금방 파괴되었다.
  이외에 폭주하는 군 차량 등이 다가오기도 하였고, 그로 인한 위험이 닥쳐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차량은 조종하는 이 없이 폭주하고 있을 뿐이어서 피하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그 폭주를 피한 이후에는 차량에 의해 근처의 괴물들이 치여 한꺼번에 부서지는 듯이 몰살당하는 잔인한 광경이 펼쳐지기도 하였다.
  이러한 위협을 하나씩 피해가며 나아가면서 점차 도시의 모습이 가까워지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아직 위험을 모면한 것처럼 보이는 도시의 상공 먼 저편까지 감빛 안개가 펼쳐져 있음을 도시에 가까워지면서 알게 되었다.
  깊이 한숨이 나왔다, 이 상태라면 아직 안전하다 여기었을 도시의 거리 역시 감빛 기운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변질된 시체 괴물들이 사람들을 습격해 잔인하게 찢어 죽이는 광경을 보게 될 것임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직 늦지는 않았겠지?" 라고 혼잣말이 나오기는 하였으나, 이미 늦었을 것임은 자명했다, 이 상태면 분명 그 마을에서와 같은 혼란상이 도시에서도 펼쳐지고 있을 것이며, 더욱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만큼, 더욱 끔찍한 광경이 그 거리에서 펼쳐지며 참혹과 절망의 느낌을 전해줄 수밖에 없지 않나 싶었다.
  걷고 뛰고를 반복해 가면서 시가지의 남부 경계 지점에 들어섰고, 그 이후로 방벽과 같은 형태로 구축된 초소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 초소에 이르자마자 나는 다시 어둠의 시선을 켜서 그 시선으로 그 일대를 바라보려 하였다.

  초소 안에는 초록빛 제복과 투구를 쓴 사람들이 초소 안에 머무르고 있다가 밖으로 나와서는 나에게 다가오더니 나의 바로 앞에서 멈추었다. 이들 사이에서 웅성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전에 사탕 인간이 걸어오는 것 같더니만, 갑자기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변했네? 어떻게 된 거지?"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지......?"
  그 병사들은 '어떻게 된 거지' 만 반복하고 있었다, 마치 사고 없이 특정한 말을 반복하기만 하는 인형들처럼. 그러면서 바로 수상한 사람으로 여기는 듯한 목소리가 초소 안에서 들려오더니, 그에 이어 '과자 인간이다!' 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가 어떤 상태이든 관계 없이 나를 습격하기 위해 그들이 뛰어오기 시작하였다.
  구체에 깃든 감빛의 기운을 부채꼴 모양으로 분출해서 돌격해 오는 병사들을 향해 분무하는 듯이 흩뿌렸다. 그와 동시에 병사들은 감빛의 결정에 감싸인 채 달려가는 도중에 행동이 봉쇄되었고, 이후, 여타 괴물들처럼 두 팔을 뻗으며 달려드는 그 병사의 모습을 보자마자 감빛의 기운을 발산해 나의 몸을 감싸도록 하였다.
  이후, 나의 모습이 사라진 것처럼 인식해 나를 발견하지 못해, 주변 일대를 둘러보기만 하는 그의 뒤쪽으로 잠시 물러났다가 결정에 감싸여 행동 봉쇄된 병사들 좌측 주변 일대로 우회해 그 병사의 등 뒤로 재빨리 돌아왔고, 이어서 그가 어찌할 틈도 없이 다시 빛의 기운을 불러와 이를 광검의 형태로 구현한 이후에 곧바로 이를 오른손에 쥐고서, 그 병사의 등을 오른쪽 위에서부터 사선 방향으로 강하게 베어 나갔다.
  그 이후, 붉은 액체가 터져 나오며 쓰러지는 그 병사를 밟아가며 결정에 의해 봉쇄된 병사들 사이로 파고든 이후에 좌측, 가운데 그리고 우측의 결정들을 하나씩 광검으로 강하게 베어내려 하였다. 감빛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결정체들을 칼날을 구성하는 빛의 기운은 한 번에 하나씩 바로 베어내었고, 그 이후에 베어낸 궤적을 따라 남은 빛의 기운이 폭발해 병사들이 갇힌 그 결정체들을 터뜨리는 듯이 파괴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남은 병사를 가둔 결정을 깨뜨린 이후에는 곧바로 바로 초소를 향해 돌아서려 하였으며, 포탑에서부터 발사되는 포탄들을 피해 나아가며 돌진해 그 근방에 나아가려 하였다.
  그 이후, 나는 빛의 기운이 결집해 형성된 그 구체를 오른손 위에 올려놓고 왼손으로 그 구체에서부터 빛을 끌어와 이를 통해 빛으로 구성되어 번개를 일으키는 구체들을 하나씩 생성해 포탑들을 향해 10 수 줄기씩 새하얀 곡선들을 방출하려 하였다, 곡선들은 구슬을 시작점으로 포탑과 구슬을 서로 잇는 듯한 광경을 만들어 갔고, 이후 곡선들이 모인 지점에서부터 하얀 빛을 품은 충격파와 하얀 불꽃을 일으키며 포탑에 충격을 일으켰다.
  하지만 포탑만 마냥 공격할 수는 없었던 것이 초소 입구에서부터 계속 찢겨진 제복 차림을 하고 앙상하게 남은 체구에 뼈까지 드러나기까지 한 시체 괴물들이 칼을 들고 돌격해 왔으니, 빛의 기운을 포탑 공격을 위해서만 활용할 수는 없었고, 그래서 추적의 특성을 가지는 빛을 발하는 칼날들과 역시 추적의 특성을 가지는 새하얀 곡선들을 10 여 줄기씩 방출하면서 이를 통해 시체 괴물들을 제거해 가려 하였다. 수십 명씩 몰려온 시체 괴물들을 그렇게 처단하고 난 이후에는 반 즈음 부서진 기계 병기들이 돌진해 왔으며, 이들은 거리를 두고 포격을 가하기도 하여 확실한 위협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포탄은 시체 괴물의 피부와 거의 비슷한 색을 띠며 연기를 분출해 궤적을 그리고 있었다. 포탄의 본래 위력과는 다른 유형의 위력이 가해지는 모양으로 포탄에 맞는 것은 물론, 궤적을 그리는 연기도 위험해 보였다, 연기에 피부가 닿지 않아야 하는데, 나의 평상시 옷차림이 노출이 참 많은 편이다보니 부담이 되었다, 빛의 기운에 분담을 가해 그 빛의 기운의 일부가 피부를 감싸도록 하였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 피부를 세균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일이었다.
  아닌게 아니라 궤적 중 일부는 포격을 피하고 반격을 가하려 하는 나를 몇 번이나 스쳐 지나갔다, 그 빛의 보호가 없었으면 분명 위험했을 것이다. 그 와중에 포탑에서는 계속 포탄들을 발사하고 있어서 이에 대한 신경도 쓸 필요가 있었고, 그로 인해 자주 움직여 가면서 이들에 대한 반격을 가해야 했다.
  곡선 무리를 잇달아 발사하면서 보행형 병기들을 몇 기씩 파괴하여, 그 대열을 뚫어낸 이후에 포탑의 불기둥을 터뜨리는 포격을 피해가며 입구 부근으로 나아갔다. 지면에 진동을 가하기도 해, 지면을 달리는 나의 이동에 큰 방해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넘어질 뻔한 적도 있었고, 앉아서 균형을 유지하려 했었다-.
  입구에 접근하면서 포격이 닿지 않게 되어, 포격에 의한 폭발 그리고 충격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입구 안쪽에 타격을 가함으로써 초소 내부를 무력화시킬 수 있으리라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초소 내부에서는 끝이 없는 듯이 병기들 그리고 소형 전투 차량, 장갑 차량들이 계속 몰려오며 포격, 총격으로써 위협을 가해 이를 피해야 하는 상황을 계속 마련했다. 방호막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위험을 모면한 적도 있었다.
  입구 안쪽에서는 기계 장치가 자리잡고 있었으며, 입구 안쪽 깊은 곳의 그 장치가 초소 내부와 지하 시설의 모든 것을 제어하고 있을 것 같아 보였다. 원래 이런 장치는 가장 깊숙한 곳에서 보호를 받고 있어야 함이 옳겠으나, 도시가 감빛 마력의 영향을 받아 시체 괴물들이 생성되고, 시체 괴물에 의해 병사들이 시체 괴물이 되면서 시체 괴물들의 파괴 행동에 의해 초소 내부가 파손되면서 그로 인해 제어 역할을 맡는 기계 장치가 노출되는 현상도 벌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입구에서 뿐만이 아니라, 기계 장치를 공격하려 하니, 창가에서부터 뛰어내려서는 다가오는 기계 인간형 병사들 그리고 네 다리로 보행하는 유형의 장갑 차량 등이 돌진해 오며 위협을 가했다. 하지만 작은 부대 단위로 병기들이 여러 방향에서부터 몰려오고 있었다고 하나, 그 위협 수준은 그렇게 크다고 말할 수 없었고, 빛의 기운을 통해 불태우고 파괴해 가며 제압하는 것 정도는 능히 해낼 수 있었다. 다만, 병기들이 지하에 얼마나 있는지 몰라도 본격적으로 기계 장치에 타격을 가하려 해도, 계속 몰려오는 병기들에 의한 위협을 몰아내야 했고, 그 틈이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기계 장치를 공격하려면 병기들의 공세를 피해가면서 위험을 무릅쓸 각오를 어느 정도는 해야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 한 동안 10 기씩 부대 단위로 몰려오던 병기들의 공세가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는 잠시 멈추었고, 그리하여 초소의 기계 장치는 무방비 상태로 나의 앞에 노출되었다. 잠깐 동안이겠지만 집중 공세를 그 기계 장치에 가할 수 있었고, 특별한 보호 장치도 없는 것이므로 잠깐의 타격을 통해서라도 파괴시킬 수 있어 보였다. 이제 사실상 끝이라 여기면서 바로 빛의 구슬에 빛의 기운을 가능한 최대한으로 끌어모으려 하였다.
  한 동안 빛의 기운을 끌어모으는 데에 집중을 하고 있었음에는 이유가 있었다, 끌어모은 빛의 기운을 통해 기계 장치를 한 번에 파괴하기 위함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빛의 기운 방출을 준비하려 할 즈음, 초소 지하에서부터 병기들이 몰려나와 입구 쪽으로 모이기 시작해, 빛의 방출 방식을 바꾸려 하였다, 폭풍과 함께 빛을 분출해 그 빛이 주변 일대의 모든 개체에 영향을 주도록 하기 위한 일이었다. 그리고 한계까지 모인 빛의 기운을 한꺼번에 방출해 나아갔다.
  새하얀 빛이 폭풍과 함께 터져 나오며, 병기들이 그로 인해 사멸해 갈 즈음, 나는 남은 빛의 기운으로 광검을 만들어, 이를 오른손에 쥐면서  돌진, 그 광검으로 그 기계 장치를 한 번씩 강하게 베어냈다. 그 이후, 빛 속에서부터 그림자의 모습만 보이던 장치는 가해진 참격을 견디지 못하며 부서져 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 이후, 나는 폭발과 붕괴되는 소리에 반응해 기계 장치에 돌진해 나아갈 때처럼 건물 밖으로 탈출해 나아가려 하였고, 입구 바깥 쪽으로 나아가려 하자마자 바로 가능한 먼 지면 쪽으로 뛰어들려 한 이후에 엎드렸다. 그리고 잠시 후, 나의 귓가로 거듭 울리는 폭음에 이어 마치 거대한 별이 폭발하기라도 한 듯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대지와 대기가 격렬히 진동하였다.
  그러는 동안 포탑을 거느리고 있던 초소에서는 폭발이 거듭 발생하면서 불길에 휩싸인 채, 무너져 가다가 내부의 동력 장치가 폭주한 탓인지 충격파와 화염을 품은 폭풍을 일으켰고, 이들은 폭심지 주변 일대에 있던 돌더미들을 근방의 상공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포탑의 상층부와 같이 폭발에 영향을 받지 않은 초소의 일부분은 폭발의 충격 속에서도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가 지면으로 낙하했고, 그 충격으로 인해 붕괴되어 그 잔해를 지면에 흩뿌리고 있었다.
  마치 날아가는 듯이 상공으로 밀려 나아간 잔해들은 상공 먼 곳까지 솟아 올랐다가 불길에 휩싸인 채로 건축물의 붕괴로 인해 생성된 지면의 돌더미들 사이로 떨어지며 돌더미들을 파괴하는 폭발을 일으켰다. 그 당시 나는 바닥에 두 다리를 뒤로 뻗은 채로 앉아서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마치 '유성우를 일으키는 마법' 의 현상을 보는 듯했다.
  마치 마법에 의해 불길에 휩싸인 돌덩어리들이 떨어지는 듯한 현상이 펼쳐지는 가운데에 폭심지에는 커다란 크레이터가 생성되어 있었고, 그 주변에는 초소와 방벽이 무너지며 형성된 돌더미들이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크레이터를 통해 낙하하는 돌 무리를 피해가며 그 일대를 지나쳐 가기로 하였다. 감빛의 힘이 깨어난 상태였으나, 개의치 않았다, 어쩌면 그 감빛의 힘을 통해 알 수 있는 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음이 그 이유였다.

  소초 너머의 길 건너편으로 거대한 다리가 펼쳐지고 있었으며, 그 다리 건너편으로 도시 거리의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감빛을 띠는 연무가 드리워진 그 너머로 보이는 다리와 그 너머의 시가지는 그저 고요하기만 할 따름이었다.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그 거리에는 바람 소리만 조용히 들려올 따름이었다.
  시가지로 들어설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그 다리 뿐이었다. 다른 다리들은 폭파되어 끊어져 있었으며, 강물은 그 시체 괴물과 거의 비슷한 색을 띠고 있으니, 접촉하거나 하면 위험해 보였는데, 강변의 배들은 침몰되거나 부서진 흔적만 보일 따름이라 강을 건너가기도 어려웠다.
  차량 6 대가 나란히 지나칠 수 있을 정도의 거대한 다리의 좌우에는 고대 건축 양식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기둥들과 그 기둥들 사이의 금속망 그리고 금속망 가운데에 구성된 전선으로 꾸며진 장식품이 자리잡고 있었다. 원래는 밤마다 그 장식품이 빛을 내며 다리를 꾸며주고 기둥에 감긴 전선도 빛을 발하며 화려한 풍경을 만들어내도록 하였던 모양. 하지만 도시의 기능이 정지되면서 전선의 작동도 중지되었고, 전선과 금속망이 망가지고, 기둥도 부서지거나 금이 가 있으니, 그렇게 보이는 것은 흉한 구조물의 모습일 따름이었다.
  다리 위에는 두 다리가 본체를 의지하며, 본체에 한 쌍의 포가 장착된 기계 병기와 곡사포가 장착된 장갑 차량 등이 1 대씩 위치하는 모습이 보였다. 다리 위의 그 거대한 차량들은 적대하는 이-사람이든 차량이든-가 접근해 올 때마다 포격을 가해 제압을 할 수 있도록 배치되었을 터. 다리 건너편이 시가지였던 만큼, 중요한 전력이었을 것이다.
  다리를 건너기 전에 손에 들고 있는 구체 형상을 이루는 감빛의 기운이 나의 몸을 감싸도록 하였다, 그 거대 병기들이 나의 모습을 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일이었다. 이들을 하나씩 격파해 가며, 앞길을 열어갈 수 있었지만-후환 방지의 차원에 의한 일이기도 하였다-, 다리 위에 정착해 있는 듯한 그 병기들은 파괴될 때마다 다리에 충격을 가할 것이고, 이것이 심하면 다리가 붕괴될 가능성도 있었다. 강의 상태가 정상이 아닌 이상, 다리가 무너져 강물에 빠지도록 해서는 안 되는 만큼, 다리의 붕괴는 가능하면 피해야 하는 사항이었음은 분명했다.
  나의 몸을 보이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고 난 이후에는 가능한 빠르게 다리를 가로질러 나아가려 하였다. 다리를 가로질러 나아가는 동안에는 주변의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기로 하였으며, 다리 위에 있을 시체 괴물 혹은 사람과도 대화를 시도하려 하지 않았다, 대화의 시도를 위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병기의 공격에 대면해야 할 필요가 있었고, 이는 다리 위에 있는 상황 하에서 상당히 나쁜 일이었다. 하지만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 다리 위에는 시체 괴물 혹은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 병기들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 이를 감지해내거나 하지는 못하고 있었는지 그 높이만 하더라도 내 키의 2 - 3 배 정도에 이르는 거대 병기들과 그 주변의 대열을 구성하는 인간형, 괴수형 및 차량형 병기들 사이를 지나치려 하는 와중에도 그들 중에서 이러한 움직임을 지나치거나 하지 못했다.
  병기들이 나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함을 알아차린 이후로 다리를 지나쳐 가는 행동이 과감해졌다, 바리카드와 함께 길을 가로막는 차량형 병기 위를 기어올랐다가 뛰어내리면서 지나쳐 가기도 했고, 인간형 병기에 접근했다가 장난 삼아 머리를 주먹으로 때리기도 하였다. 인간형 병기는 주먹에 맞은 이후, 이를 느꼈는지 당황하는 듯이 주변을 살폈으나, 주변에 아무도 없다고 판단을 내린 이후에는 다시 원래 보던 방향을 바라보려 하였다, 괜히 무언가에 맞은 듯한 현상을 겪었다고 여기고 있었던 모양.
  다리를 건너는 동안 잠시 다리의 좌측 가장자리를 향해 다가가서는 가장자리를 향해 고개를 돌려 보았다. 하늘에서는 마력에 의해 생성되었을 검푸른 연무가 마치 구름과도 같은 형상을 이루고 있었고, 다리 너머로는 감빛의 힘, 그 영향으로 인해 생성되었을 부정한 기운에 의해 오염된 강물이 탁한 초록빛을 띠는 수평선을 그리고 있었다. 강물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기는 한 듯해 보였으나, 탁한 기운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잔잔히 물결치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병기들을 농락해 가며, 다리를 건너고, 그 너머에 도달하고 나서는 도시의 변두리 구역으로 추정되는 주택가에 들어서기 시작하였다. 그 이후로는 폭발을 통해 위험해지는 다리 표면 위에 있는 것도 아니고, 은신을 위해 소모하는 감빛의 기운에 슬슬 한계가 다가오고 있어 이를 회복시킬 필요가 있기도 해서, 감빛의 힘을 해제한 이후에 다시 빛의 기운이 구슬의 형태로써 모이도록 하였다.
  그 빛을 통해 가로등도 빛을 내지 않아 어두운 대로를 지나쳐 가는 그 도중에 우측 부근에 이르렀을 무렵, 반 즈음 무너진 어느 담벽 부근에 어떤 남자가 앉아있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그 광경을 보자마자 나는 바로 그 남자를 향해 다가갔고, 그리고서 그 남자의 바로 앞에 이르자마자 그에게 말을 걸어보려 하였다.
  "아저씨, 아저씨는 여기서 뭐하시는 거예요?"
  "나의 모습을 알아보거나 할 수 있는 모양이군."
  말을 끝내려고 할 즈음에 그 무너지다 만 벽에 기대어 앉은 남자가 자신에게 다가온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서는 곧바로 나를 올려다 보며, 말을 걸었다.
  "보아하니, 너는 우리와 다른 모습이지만, 우리의 시선에 우리와 같은 부류의 모습으로 보이기 위한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 같구나, 검은 불덩어리 같은 것이 너를 감싸고 있음을 보니 알겠어."
  그 남자는 나에 대해 자신을 비롯한 '사람들' 과는 다른 부류의 존재임을 알아보고 있음을 나에게 밝혔으나, 그에 대해 더 이야기를 하려 하지는 않았다. 그 남자는 직감이 왔다면서 나에 대해 도시의 중심가로 나아가려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고 말하더니, 도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나도 뭔지는 잘 모르겠어. 다만,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난데없이 도심지에서부터 검은색인지 퍼런색인지 모를 연기가 몰려 오더니, 눈앞이 캄캄해지더구나. 그러다가 다시 깨어나보니, '좀비' 들이 그 어두침침한 안개 속에서 중심가를 향해 몰려 가더구나, 마치 지옥에서 소환된 마귀 무리들 같았어."
  '좀비' 라 칭해지는 것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는지라 그에 대해 물었고, 이에 그 남자는 '움직이는 시체' 혹은 '살아있는 시체' 를 의미하는 말이라 칭하며, 그 어원에 대해서는 자신도 잘 들어보지는 못했으나, 사람들이 흔히 그렇게 칭하니 그렇게 알고 있을 따름이라고 밝혔다. 내가 '시체 괴물' 이라 칭한 개체를 그 남자는 '좀비' 라 칭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혹시 도심지로 안개가 몰려왔다고 생각하고 있었을지 모르겠으나, 실제로는 그 반대이지, 여기가 그 안개의 근원이야."
  내 생각과 통하는 바가 있었다, 이미 안개가 도심지까지 몰려갔을 것이라 여기고 있었지만 실상은 그 말대로였다. 도심지의 안전을 기원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남자는 도시에 관하여 도시 측에서는 어두운 안개가 원인일 것이라 여기면서 군에 방독면과 보호복을 착용할 것을 명령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사들까지 괴물이 되어가는 현상이 나타나서 감염에 의한 현상으로 여기었을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는 언급을 하였다. 감빛 안개 속의 사람들은 괴물이 되지만, 그 원인은 그래서 알 수 없는 상태로 남아있었던 모양. 그 이유는 대략 짐작이 되었으나, 말하려 하지는 않았다, 아마 그 역시 내가 말하는 바에 대해서도 납득을 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여기에는 사람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간혹 네가 말하는 괴물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겠지만. 그들 중 대다수는 그리 멀지 않은 도심가로 나아갔을 거야."
  그 남자는 이후, 괴물들에 대해 어떤 여자아이가 괴물들을 불러와서는 도심은 그들을 위한 먹거리로 충만하니, 습격을 해서 먹거리를 비롯한 모든 것을 차지하자고 선동을 했음을 밝히고서, '괴물' 이 된 이후로 사람들은 마치 짐승이 부름을 받아 무작정 인도하는 자를 따라 나아가는 듯이 나아갔다고 한다.
  "아가씨도 여기로 오면서 보았을 거야, 사람을 죽여서 뜯어먹으려 한 괴물들은 그저 살과 뼈를 파먹는 것 이외에는 어떤 생각도 하지 못하는 짐승과 같은 이들이 되었다는 것을."
  남자가 구술하는 바에 따르면, 도심지에는 기계 병기들이 다수 배치되어 있으면서 도시 중심부의 '첨탑' 을 방어하고 있음을 밝히고서 그로 인해 괴물들은 계속 몰살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 이후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해칠 수 있는 괴물들을 도심지로 인도하는 것은 결코 좋은 의도 하에 하는 일 같지는 않아 보였다고, 그 여자에 대한 언급을 이어갔다.
  "일단은 도심지의 첨탑으로 가 보거라, 첨탑의 꼭대기에는 안개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무언가의 모습이 보인다고 하더구나, 도심지에서부터 발생했다는 안개는 첨탑에서부터 발생했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어쩌면 그 첨탑의 꼭대기로 가면 이번 사건에 관한 무언가를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후, 남자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는지 고개를 숙인 이후에 더 이상 말을 이으려 하지 않았다. 이후, 그는 그저 고개를 숙인 채로 낮게 울부짖는 소리만을 낼 따름이었다. 그런 그에게 더 말을 걸어봐야 아무 의미도 없을 것이라 여기며, 나는 그에게 작별 인사말만 간단히 건넨 이후에 그를 지나쳐 도심지를 향해 뛰어드는 듯이 나아갔다.
  그 남자가 언급한 대로, 주택가 거리에는 간혹 사람들이 길바닥에 앉아서는 사탕 인간을 뜯어먹는 것처럼 보이는 광경이 눈에 보였다. 그들은 내가 감빛의 시야를 통해 앞길을 보고 있는 상태에서는 공격적으로 행동하거나 하지는 않고 있으므로 크게 신경을 쓰거나 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사고 능력이 퇴화한 나머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들을 습격하려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던 만큼, 감빛의 시야를 통해 앞길을 본다고 해도, 마냥 안심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래도 이들 정도면 손끝에 감빛의 기운을 집중해 생성하는 마치 길다란 손톱과도 같은 형상의 굽은 칼날들을 통해 이들을 처단할 수는 있었다.

  남자가 말한 대로, 도심지와 주택 거리 간의 거리는 그리 멀거나 하지 않았고, 주택가 거리 구역을 벗어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부터 이미 감빛 안개가 드리워진 하늘 아래로 고요한 거리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전의 폐허가 된 거리와 달리, 도심지 거리는 온전한 모습을 보이는 채로 고요한 광경만 보일 뿐이었다. 다만, 감빛 안개가 드리워져 있는 밤거리는 분위기의 음산함과 더불어 건물 사이의 길목에서부터 다가올지 모르는 습격이 가해지는 위험을 바로 발견하지 못하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보니, 거리로의 접근은 시도를 하면서 자연스레 긴장을 하게 되었다.
  도심의 대로로 진입한 순간, 앞뒤로 나란히 서 있는 거대한 갑주 거인의 모습이 안개 너머로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손을 대신해 육중하기 이를데 없는 오른팔에 장착된 거대한 총포의 총구 부분에는 거대한 미사일이 장착되어 있었다. 미사일 크기가 크기였던 만큼, 지형이나 건물에 착탄 시에는 막대한 폭발이 일어날 것임은 바로 예상할 수 있었다.
  감빛의 힘을 깨우고 있는 동안 켜지는 '감빛의 시야' 는 평소대로라면 적대하게 되는 개체들과의 의사 소통이 가능토록 한다지만 의사 소통이 가능해질 따름이지, 이들이 나를 적대하지 않게 될 것임을 보장하지는 않았다, 이전에 마주쳤던 기계 병사들의 경우가 바로 그 예라 할 수 있겠다. 의사 소통이 되지 않음이 확인되었을 시에는 재빨리 빛의 기운을 다시 불러와야만 했다, 감빛의 칼날이 감빛의 힘을 깨우고 있을 때에는 유일한 공격 수단이 되지만, 그 칼날로는 기계 장치의 장갑판에 긁힌 자국이나 내면 다행이었다.
  "여태껏 보지 못한 듯한 모습을 한 자가 찾아왔군."
  그 기계 병기의 눈이 번뜩이더니 말을 걸어오는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감빛의 시야' 가 켜져 있는 동안에 그 병기는 나를 기계 병기의 일종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모양. 말을 걸어오자마자 그 병기는 나에게 도시 바깥의 경비 구역으로 나가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음을 알고 있었느냐고 질책하는 듯이 물었다.
  그리고서 병기는 미사일이 장착된 오른팔의 총포를 나에게 겨누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여차하면 바로 사격을 가해, 처단을 하겠음을 의미하는 바로서, 변명이라도 할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고, 잘못하면 바로 대치를 해야할 형편이었다. 그 상황에서 뭔가 그럴 듯한 이야기를 지어내면 무사히 지나칠 수도 있어 보였지만 납득될 만한 이야기를 바로 구현하거나 할 수는 없었고, 그래서 과감히 승부수를 던져 보기로 하였다, 감빛의 시야를 걷어내었다.
  그러자마자 병기의 두 눈빛이 붉게 번뜩이기 시작하였다, 갑작스럽게 적대 개체를 발견했음을 알리는 통보였고, 그 이후로 좌측에 서 있던 병기 역시 활동을 개시하였다.
  총포에 장착되어 있던 미사일이 발사되어 바로 나를 향해 날아왔다. 비행 속도는 눈으로 보고 피할 수 있을 정도로 느렸지만, 추적 성능이 강해서 내가 어느 방향으로 피하든 간에 반드시 쫓아올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미사일은 능히 나의 바로 앞까지 다가올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속도가 늦다보니, 눈앞에 다가온 미사일을 피할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시 감빛의 기운을 깨운 이후로 감빛의 기운을 손끝으로 집중해, 이를 통해 칼날을 생성한 이후, 왼손으로 그 미사일을 강하게 후려치는 것으로써 대응하였다.
  손끝의 칼날에 강하게 맞자마자 미사일은 악마가 울부짖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를 내면서 주변 일대에 작은 불꽃들을 퍼뜨렸고, 그 이후에 미사일은 한 동안 빙글빙글 도는 모습을 보이더니, 그 이후에 병기가 발사된 그 방향을 향해 날아갔다. 이후, 나는 같은 방식으로 다른 방향에서부터 날아온 미사일을 왼손으로 쳐 내었고, 그 이후에 그 미사일 역시 자신을 발사하던 개체가 위치한 방향으로 날아갈 즈음에 다시 감빛의 기운을 잠재웠다.
  나의 바로 앞에 이른 그 병기는 오른팔에 장착된 기관포가 자신을 향해 날아가는 미사일을 향하도록 하고서 포구에서부터 포탄들을 잇달아 발사하였으나, 미사일의 장갑은 기관포의 탄환으로도 금이 가지 않을 정도로 탄탄했다, 목표에 다가가지 않는 한, 어떠한 충격에도 폭파되지 않는다는 미사일의 특성이 결국 그에게 재앙이 되어 다가오게 되었던 것. 결국 미사일들은 자신들을 향한 자신들을 발사한 개체에 격돌했다.
  바로 앞의 개체는 자신의 머리에 미사일이 격돌되는 현상을 겪고, 붉은 화염과 충격파가 굉음 그리고 지면을 뒤흔드는 진동과 함께 울려 퍼졌다. 그 개체는 화염을 품은 폭풍과 충격파가 사라진 이후, 오른팔의 기관포을 비롯해 뜯겨진 사지와 부품 조각들만 남겨지고 말았다. 근방의 개체 역시 하반신의 중심에 미사일이 격돌해, 머리와 상반신의 어깨 부분만 남고 절단면에 불길과 연기를 뿜어내는 잔해만 남겨지고 말았다-머리 역시 바닥에 떨어지며 분리되었다-.
  이후, 나는 다시 감빛의 기운을 깨우지 않은 채로 그 잔해들을 지나쳐 앞길을 나아갔다, 그렇게 한다면 병기들을 지휘하는 측은 분명 병기들의 파괴가 평상시의 모습을 갖춘 나에 의해 일어났다고 간주할 것이고, 이를 통해 앞으로 감빛의 시야를 켰을 때에 이들이 보게 될 모습을 사람들이 수상히 여기지 않을 것임이 그 이유였다.

  도시 시가지의 곳곳에서는 연무 속에서 비행기가 상공을 가르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곳곳에서 기계에서부터 방출되었을 빛이 자기 주변 일대의 길바닥 그리고 건물을 오가는 원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 노랗고 하얀 빛으로 이루어진 원은 어둠 속에서 침입을 시도하는 이들을 감지해내기 위한 시설에서부터 발하고 있었을 것으로 그 빛에 들어서는 것은 어둠 속에 숨어서 감시를 하는 기계 병기들에 의해 발각되는 것인 만큼, 위험한 상황을 피해 도심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으로 피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 원들을 조심스레 피해가면서 앞길을 나아가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대로 좌우의 길목에서부터 다가올 수 있는 병기 혹은 시체 괴물의 습격이 있을 가능성을 감안해 주변 일대를 둘러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러한 나의 우려와 달리 주변 길목에서는 기계 병기 혹은 시체 괴물의 습격이 다가올 조짐이 보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기계 병기들의 감시는 빛을 통해 계속 이어지고 있었을 것으로 여길 수 있는 만큼, 원의 존재를 무작정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원을 피해 지나가는 동안 상공에서는 계속 비행기가 상공을 지나칠 때 특유의 뭔가를 찢어내는 듯한 소리와 함께 경보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먼 저편에서는 짙은 안개로 인해 잘 보이지 않기는 하였으나, 포격이 울려퍼지고 그와 함께 괴물의 비명 소리가 폭음에 뒤섞인 채로 울리고 있어서 먼 앞에서는 시체 괴물의 무리가 포격에 의해 살해당하는 광경이 잇달아 펼쳐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길을 나아가는 도중에 왼편 위쪽에서부터 포성이 울려 퍼졌고, 위험을 직감해 뒤쪽으로 공중제비를 도는 듯이 돌아갔다. 그리고  그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려보니, 창가의 한 곳에 검은 기운이 자리잡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후, 나는 잠시 감빛의 힘을 해제한 이후에 곧바로 검은 기운이 위치하고 있던 그 곳으로 빛의 구슬에서부터 하얀 광선 한 줄기를 발사해, 그 광선이 그 창문 안쪽으로 들어서도록 하였다. 이후, 광선은 폭발과 함께 빛을 퍼뜨리고 그와 동시에 기계 병기 하나가 불길에 휩싸인 채 건물 아래로 추락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후에도 이러한 형태의 저격수를 발견할 수 있었고, 그 때마다 같은 방식으로 격추시켰다.

  도로의 곳곳에는 철봉 그리고 부서진 나무 조각 등으로 이루어진 바리카드들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그러한 도로 위에서 인간과 거의 같은 크기를 가지는 보행형 기계 병기들이 포탄을 발사하고 팔에 장착된 말뚝으로 위협을 가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이들과의 교전도 벌이게 되었다. 이들 중에는 바리카드 뒤쪽에 숨어 사격을 시도하는 이들도 있어서 이들의 위협에 주의를 할 필요가 있었다.
  교전을 통해 이들을 제압해 가며, 앞길을 열어가던 그 때, 어딘가에서부터의 알 수 없는 말을 외치는 목소리와 함께 도로 위에 서 있던 네 다리에 의해 움직이는 거대한-그 높이가 내 키의 3 배 정도였다- 전차 몇 대가 내가 위치한 그 방향으로 다가오더니, 각자의 포탑 부분에 장착된 포가 내가 위치한 그 일대를 향하도록 하였고, 그와 함께 기계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상한 개체 발견, 포격 개시."
  감빛의 기운으로 몸을 감추고 있든 말든 상관 없이, 이들은 나의 존재를 바로 감지해낼 수 있었으니-그렇게 할만한 장치가 있었음이 그 이유일 것이다-, 더 이상 은신을 위해 감빛의 기운을 사용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아직은 감빛의 기운이 필요했고, 그래서 감빛의 힘을 해제하려 하지는 않았다.
  발밑에 보라색 빛을 발하는 고리를 이루는 이중원이 그려졌다, 이중원 사이에 마법 문자가 쓰여 있는-그 마법 문자는 '위험의 감지' 를 의미하는 문구를 구성하고 있다고 한다- 그 고리를 발견하자마자 나는 바로 그 고리가 그려진 구역에서 급히 물러났다. 그와 동시에 눈앞에 보이던 전차는 포탑을 통해 포격을 가하기 시작하였다.
  포탑에서부터 나를 노리면서 연속으로 포격을 가하고, 그 때마다 감빛의 기운이 나의 발밑 그리고 그 주변 일대에 하나씩 고리를 그려내어 포탄이 그 자리에 떨어졌다. 간혹 나의 바로 앞에 방진이 그려질 때가 있어서 그 때에는 피하지 않았고, 과연 그 바로 앞에 포탄이 떨어져 폭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를 정확히 노려서 포격을 가했는데, 실제로는 바로 앞에 착탄, 그래서 폭풍이 사라진 이후에 내 모습이 온전히 남자, 인공지능 장치가 당황했는지 잠시 공격을 멈추고 있었다.
  그 틈을 노려 나는 감빛의 기운을 다시 잠들게 해서 빛의 기운을 다시 깨워 빛의 구를 소환해 구에서부터 곡선을 그리며 추적하는 특성을 가지는 빛을 1 - 4 줄기씩 연속으로 발사, 포탑과 다리의 갑판에 그 빛들이 파고들어 폭발에 의한 타격을 가하도록 하였다. 그 빛 줄기들이 포탑과 다리의 특정 부분, 그 장갑판에 박히고, 더 나아가 그 안으로 파고들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전차가 나를 노리며 포격을 가하는 동안 착탄지를 예상해 가며, 포격을 피하면서 그와 더불어 빛 줄기를 발사하는 것으로써 대응해 갔다.
  예상한 바와 달리, 이들의 장갑이 그렇게 튼튼하지는 않았는지, 타격을 받는 부분마다 빛 줄기 1 - 2 회 정도의 타격을 받으면서 바로 찢겨져 빛 줄기가 그 안으로 파고들었으며, 이윽고 폭발이 발생하며 그 다리와 포탑의 부분을 부수어가는 현상이 일어났다. 우선 앞 두 다리가 파괴되면서 그 형체가 주저앉아 포탑이 지면에 박혔고, 이어서 이를 인지하지 못하며 포격을 가했는지, 장갑판 안쪽이 터지면서 화염과 충격파가 폭풍과 함께 발산하였다.
  그 이후로 그 잔해를 지나쳐 가며, 4 족 보행형 전차 2 대가 내가 위치한 그 앞으로 다가왔으며, 이들은 포탑에 장착된 기관포에서부터 포탄을 잇달아 발사해 가면서 나를 위협해 갔다.
  이 때에는 반드시 감빛의 기운을 깨워 착탄지를 감지해야 했으니, 그 포탄들은 보는 것만으로는 반드시 피할 수 없었음이 그 이유였다, 착탄지를 미리 볼 수 있어야 이를 피할 수 있을 텐데, 이를 위해 감지가 필요했던 것. 착탄지를 알리는 듯한 고리들이 잇달아 지면에 그려져 하나의 대열을 이루니, 그 대열을 보아가며 기관포에 의한 포격을 피해가려 하였다.
  감지를 위해 감빛의 힘을 활용하고 있었던지라 상대를 향한 반격을 가할 수 없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기관포는 반드시 과열을 제어하기 위해 잠시 그 기동을 멈추고 있어야 하며, 그 전차들의 기관포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었던 것. 과연 동시에 작동해 포탄들을 지면에 박아넣던 기관포들이 동시에 과열로 인해 연기를 일으키기 시작하자 기회가 왔다고 판단을 내렸고, 그러면서 다리와 갑판에 빛의 기운에 의한 타격을 가하였으니, 이들 역시 앞의 두 다리부터 파손시키려 하였음이 그 이유였다.
  아직 부서지지 않은 두 병기들은 이윽고 다시 기관포 공격을 가했고, 포탄들을 피해 치열하게 움직여 가다가, 다시 기관포에 의한 포격이 정지되자 두 다리를 중심으로 빛 줄기에 의한 타격을 가해, 이들이 균형을 잃도록 하였다.
  잇달아 가해지는 집중 타격으로 인해 뒤따라 오던 두 전차들 역시 균형을 잃었고, 그로 인해 포탑이 앞으로 기울어지며 장착된 포대가 지면에 박히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이들 역시 포격을 시도하다가 포신이 터지는 것으로써 이들 모두 포신과 포탑의 일부분이 폭발하는 광경이 나타났다.
  그 이후, 폭발의 충격으로 불길에 휩싸인 전차의 남은 부분이 들어올려졌다가 다시 지면에 쓰러지는 광경이 보이자마자 바로 그 광경을 지나치며 나아가려 하였다. 필요한 것은 전차의 완전한 파괴가 아닌 무력화 및 제압이었기 때문.

  그 3 대의 전차들을 파괴한 이후, 조금 더 앞길을 나아가니, 연무에 감싸인 폐허의 중심가 부근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십자로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 십자로의 한 가운데 즈음 되는 곳에서는 인간 신장의 2 배 정도 되는 크기를 가지는 인간형 병기를 뒤에 두고 있으면서 인간형 기계 병기들의 대열이 자신들을 향해 몰려오는 한 무리의 시체 괴물들을 향해 공격을 가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시체 괴물들은 뭐라 말하기 힘든 괴성을 내면서 기계 병기들을 향해 나아가려 하였고, 인간형 기계 병기들은 그 시체 괴물들을 보면서 각자가 손에 들고 있는 기관총 및 광선 발사형 소총에서부터 총탄 및 광선을 발사해가며 이들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해 가고 있었다.
  도심 구역에 거의 다 왔을 것으로 여기어지는 곳으로서, 연무 사이로 유난히 눈에 띄는 희끄무레한 건축물의 모습 같은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 건축물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상층부를 연무 때문에 볼 수 없었던 탓에 아직은 알 수 없었다.

  그 십자로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보자마자 감빛의 기운을 깨우려 하였다, 그 시체 괴물이 아닌 기계 병기들과의 대화를 시도하기 위함이 그 이유. 그러면서 내가 시체 괴물을 살해하는 10 여 기의 인간형 기계 병기들의 무리에 다가가려 하는 그 때, 그들에게서부터 기계적인 목소리가 들려오며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잠깐 멈추어라, 어디로 가고 있는 건가."
  이들 역시 나를 기계 병기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거리에서 기계 병기들이 활동하고 있는 모습은 시가지 내에서 자주 보였던 만큼, 기계 병기들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나의 모습을 두고 딱히 수상하다고 여기거나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전에 있었던 일에 대한 언급도 없었는데, 그에 대해서는 그 병기들이 그 사건을 두고, 그 쪽에서의 일 정도로 여기었음이 그 이유일지 모른다고 추정할 뿐, 달리 그에 대해 말을 걸거나 하지 않았다-괜히 언급했다가 수상한 개체 취급 당할 수 있었음이 그 이유-.
  "잠시 이 일대를 순찰하는 중입니다만."
  그 목소리에 나는 다소 정색한 듯한 목소리를 내며 순찰중이라 답을 하였다. 그러자 말을 걸어온 대열의 최우측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광검을 들고 있던 병기는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렇군. 그러고보니 저 서쪽의 길거리 일대가 돌연변이들에 의해 점령당했다는 정보가 입수되었다. 이번 일이 끝난 이후에 그 일대에 대한 강력한 '정화 작업' 을 수행해 나갈 예정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며 추정할 수 있는 바가 있었다, 기계 병기들은 시체 괴물들의 말살과 그 일대의 파괴를 '정화 작업' 이라 여기고 있었던 모양으로 기계 병기들에 대해 여전히 도시를 외부 위협으로부터 지키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고 있으리라는 것.
  그 사명을 이행하는 도중, 도시 전체가 감빛 안개에 감싸이고, 그로 인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시체 괴물로 변이되자, 그들은 괴물들을 말살하고, 자신들이 괴물들과 그 서식지를 파괴하고, 없어진 사람들을 대신해 도시를 지배하면서 '도시에서부터 다가올 위협' 을 막아내기 위한 싸움을 이어가려 하였을 것이다.
  그러한 이들 중에는 온전한 모습을 보이는 나를 공격하려 한 이들도 있었으며, 여타 병기들도 실은 그러한 양상을 가질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그 싸움이 모종의 이유로 인해 아예 인간들을 배제하는 형태로 변질되었으리라고 여길 수 있다.
  "또 한 가지 정보가 입수되었다, 최근 근방의 지하 통로에 다수의 돌연변이 개체들이 모여 활동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지하 통로 입구가 아닌 인근의 지하 통로를 통해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지하 통로는 도심부의 '제어탑' 의 지하와 바로 이어져 있으니, 이들의 움직임은 제어탑의 침입과 연관될 수밖에 없다, 제어탑 내에서의 테러 활동을 일으키려 할 가능성도 있다. 이 돌연변이 무리의 수색을 자네가 맡도록 하라."
  이후, 그 병기는 통신 수단을 통해 뭔가 듣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바로 나에게 자신이 들은 바에 대한 통보를 하고서, 그에 관한 명령을 내렸으며, 그에 덧붙여 살해할 수 있으면 가능한 모두 살상하도록 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지하 통로의 입구는 이 거리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다. 내가 입구를 경비하는 이들에게 지시를 내렸으니, 자네가 오면 바로 앞길을 열어줄 것이다."
  "지휘관 제 510 호로부터 자신의 요청을 받은 이가 온다고 통보가 들어왔다. 그 요청을 받아 지하에 숨은 돌연변이들의 수색 및 처단 임무를 받은 이로 자네가 확실한가."
  지하 통로 출입구에 접어들 즈음, 그 우측을 지키고 있던 인간형 병기가 나를 보더니, 말했다. 방금 전에 요청을 받은 이가 '지휘관 510 호' 였던 모양으로 도시의 병기들은 번호가 곧 이름이 되고 있었던 모양. 이후, 병기는 나를 보면서 지하 통로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신원 확인이 필요함을 밝혔다.
  "병사 번호를 밝혀라." 그 병기들에는 병사 번호와 지휘관 번호 등으로 병기의 유형에 따라 번호가 따로 주어져 있었으며, 그 번호가 병기의 신원을 인식하는 기본이 되고 있었을 것이다. 이 신원 확인의 필요까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고, 그래서 번호를 즉시 답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할 줄 알았으면 병기들의 번호를 확인해 보는 것인데, 하며 후회가 들기도 했다.
  "5 초 내로 대답하라, 대답하지 않으면 배반자로 간주하고 사격을 행한다!"
  즉답을 하지 못하는 나를 보며, 병사는 바로 나에게 외쳤고, 이에 나는 바로 임의대로 번호를 말했다. '150860'. 그러나 그 번호를 듣자마자 병기의 투구 사이로 드러난 두 눈이 평상시와 달리 붉게 번뜩이기 시작하였다.
  "150806 번은 도시 북부 구역으로의 파견 후,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자이다, 임무 수행 기간이 남은 자가 그런 자가 굳이 이 곳으로, 겨우 '순찰' 따위를 위해 돌아왔을 리가 없다!"
  도시 사정, 그 중에서 이들에게 주어진 번호를 통한 신원 확인에 대해 알지 못한 상태에서 임의대로 부른 번호가 하필이면 그 일대에 있을 수 없는 병기였으니, 수습은 불가능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나에게 신원을 물은 그 병기뿐만이 아니라 그 옆의 병기 역시 의심스러운 존재가 된 나에게 총구를 겨누려 하였다.
  그러는 그 때, 뒤쪽에서부터 교차로 중심 쪽의 병기들을 지휘하던 병기가 나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였다.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온다고 볼 수 있었지만 경우에 따라, 수상한 존재임이 밝혀진 나를 체포하기 위해 오는 것일 수도 있었다. 경비를 맡은 두 병기 뿐만이 아닌 다가오는 병기 역시 무력화시킬 필요가 생겼다.
  감빛의 기운을 터뜨리면서 발산, 그 기운이 지하통로 입구의 두 병기들과 이들을 향해 다가오던 지휘관 병기를 덮치며 감빛 기운으로 구성된 결정이 생성되어 이들을 가두도록 하였다. 이들의 무력화는 이 정도로 한 이후에 바로 지하통로 아래의 계단으로 내려갔다, 깨어났을 때, 이들이 나의 소재를 알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일이었다. 이들을 제거해 목소리를 막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로 인한 병기들의 추격이 가해지면 지하 통로의 진입뿐만이 아니라 이후의 일 역시 어려워질 것임은 너무도 분명했다.
  그 이후, 지하 통로를 향하는 진입로인 계단을 통해 아래로 내려가고서 그 입구 안쪽으로 들어섰다. 경비 이후로는 통로를 지키는 이들이 없었고, 그래서 지하 통로 입구로 들어서기 전까지는 여유롭게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지하 통로의 입구 바로 건너편에는 중앙에 앉을 수 있는 구역이 자리잡고 있는 마당 공간이 자리잡고 있었다, 원래 그 지하 통로는 지하 철도의 역사로 활용되는 곳으로서, 그 마당 공간은 원래 대합실로 활용되는 곳이었겠으나, 기계 병기들에 의해 점거된 이후에는 지하에 있는 병기들의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었던 모양으로 정황 상, 도심지의 제어탑으로 활용되고 있었을 첨탑의 지하와 바로 이어진 곳인 만큼, 중요하게 여기어지고 있었으니, 인간형 병기들도 중무장을 한 채, 구역을 지키려 하였고, 거대 병기들도 곳곳에 포진하고 있으며 자신이 머무르는 그 일대를 관찰하고 있었다.
  이들은 지상의 바로 위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아직 모르는 모양으로 감빛의 시선이 켜진 나를 자신들의 우군인 기계 병기로 인식하고 있으면서 그러한 나를 적대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하지 않고 있었다. 다만, 중요 구역에는 사령부 측이 정한 정예 병기들이 들어오도록 되어 있는 것이 원칙인데, 정예 병기로 등록되지도 않은 이가 들어와 돌아다니는 모습을 두고, 수상히 여기는 이가 있기는 있었다.
  "정예 병기로 등록된 병기로 너와 같은 이는 본 적이 없다."
  "중앙 제어탑의 정비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서, 제어탑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들어왔습니다."
  "상태 점검이라...... 그러고보니 정기 정비 기간이 멀지 않았군, 본격 정비는 중요한 작업인 만큼, 사전에 상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겠지. 그래, 문제 없다."
  나에게 다가와 신원에 대한 심문을 하던 이는 내가 정비를 위해 왔음을 밝히는 답을 하자, 바로 납득하는 모습을 보이며 물러났으며, 이후, 나의 신원에 대한 정보가 알려지면서 나는 정비를 위해 온 사람으로서, 마치 마을에 들어선 것처럼 무난히 옛 역사 구역을 지나 지하의 출입문을 거쳐, 지하 상가 구역으로 들어설 수 있게 되었다.
  역사 너머에 있는 통로가 어떤 곳인지에 대해 직접 명시된 바는 없었으나, 길목마다 상점들의 흔적이 곳곳에 보였고, 그 길목이 본래는 상점가였음을 암시하는 각종 찢겨진 벽보들의 흔적이 있어서 이를 통해 그 곳이 본래 지하 상가 통로임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 역사와 지하 상가 모두 일정한 간격으로 등이 빛을 발하고 있어서 그리 밝은 구역은 아니었으나, 이는 본래 있던 등의 일부만을 밝혔기 때문으로 그 많은 등의 수를 감안해 보면 본래는 지하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밝은 곳이었을 것이다.
  지하 상가의 통로는 길었고, 또 복잡하기도 했다. 광장을 겸한 교차로가 몇 번 모습을 드러냈고, 그러한 교차로에 이를 때마다 반드시 선택을 해야만 했다. 교차로에 이를 때마다 상가 구역의 전체 경로를 볼 수 있는 지도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나, 현재 위치 및 바라보는 방향을 알려주지 않으니, 큰 의미는 없는 듯 했다.
  지하 상가 구역의 미궁에서 있을 법했던 그 시체 괴물 무리는 구역으로 들어온지 한참 시간이 지났을 법한 무렵에도 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상가 구역이 워낙 복잡하다보니, 찾을 수 없었던 것일 수도 있었다. 내가 발견하기 전에 이미 지하 상가 구역에 위치하고 있던 병기들에 의해 그 존재가 발각되어 학살당했을 수도 있다-이들은 무력하다보니, 병기들에 의해 발각되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거의 0 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들의 존재에 대해 신경을 쓸 필요는 없었다, 내가 노린 바는 나에게도 적대-혹은 먹이감 취급- 의사를 드러낼 법한 시체 괴물이 아닌 탑의 정상이었기에.
  하지만 미궁으로 들어선지 1 시간 즈음 지났을 무렵, 본의 아니게 그 시체 괴물 무리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지하 구역에서 본 또 다른 유형의 적으로서, 2 족 보행형으로 상단에 미사일 발사대가 장착되어 있으며, 양팔에 기관포가 장착된 병기들이 있었는데, 그들이 시체 괴물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광경을 보게 된 것이었다. 그 병기들은 기관포로 시체 괴물들을 쓰러뜨리는 것은 물론, 그 시체마저 기관포를 통해 무참히 훼손시켜 그 일대는 찢겨진 부패한 살과 피로 검붉게 물들고 있었다.
  이들과 직접 대면하지 않고 감빛의 시야를 켜서 2 대의 병기들이 한 번씩 서로 마주보기도 하는 광경을 보려 하였다, 시체 괴물들-이들이 돌연변이라 칭하는-이 이들을 보며 무슨 말을 하고 있을지가 궁금했음이 그 이유였다. 그리고 잠시 후, 이들로부터 기계적인 느낌을 주는 남성의 목소리들이 대화를 주고 받는 소리가 들려왔다.
  "더러운 녀석들 같으니, 도대체 이 괴물 녀석들은 어떻게 생성된 거지?"
  "난들 어찌 알겠어, 우리는 그저 이 세균 덩어리 녀석들이 감히 기어 들어올 때마다 쓸어버리기만 하면 될 뿐 아니겠어. 그런데 말야, 이 괴물 녀석들이 여기로 쳐들어오는 이유가 있대. 그 돌연변이 녀석들이 말하길, 여기로 오면 수많은 맛있는 사탕 인간들을 먹을 수 있다고 했다나."
  "우리가 그 사탕 인간으로 보였단 말이지? 미친 녀석들 같으니. 그건 그렇고, 그 돌연변이 녀석들이 말한 바를 누가 알려줬다냐?"
  냉정한 대화를 주고 받을줄만 알았던 기계 병기들 사이에 그럭저럭 인간적인 대화가 들려왔다. 이들 중 한 개체는 시체 괴물들이 말한 바에 대해 어떻게 알았는지에 대해 알려줄 것을 부탁했고, 이에 자신은 잘 모르겠지만 정보에 의하면 어떤 악마 소녀가 기계 병기의 사령부로 다가와 사령부에 돌연변이-시체 괴물들-들이 그렇게 알린 바 있다고 답을 하고서, 그 소녀에 대해 시체 괴물들의 의사를 이해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고 추정한다고 이어서 발언을 했다.
  "뭐냐? 탑 시설의 정비를 위해 왔다는 녀석인가."
  그 일대는 내가 반드시 지나쳐야 할 듯해 보였고, 그래서 이를 지나치기 위해 내가 이들에게 다가가려 할 즈음, 이들 중 하나가 눈을 빛내면서 물었고, 이후, 그는 내가 답을 할 틈도 없이 뒤쪽 방향으로 돌아가려 하면서 이왕 정비를 위해 왔다면 그 그을린 일대도 깨끗이 해 줄 것을 부탁하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려 하였다.
  이후, 나는 일을 맡기고 떠나가는 듯한 이들이 떠나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다가, 이들이 눈앞에서 보이지 않게 되자, 불타버린 살과 피가 엉겨붙은 그 일대를 지나쳐 이들이 나아간 그 방향을 따라 나아가려 하였다. 한 동안 이들이 나아갔을 법한 방향대로 길을 걸어갔지만 더 이상 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편하게 앞길을 걸어가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언젠가 반드시 이들이 지상에서의 사건을 통보받는 때가 올 것이고, 이로 인해 지하 통로 내의 병기들에 의한 습격에 잇달아 대응해야 할 때가 올 것임을 직감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하려 할 즈음, 어딘가에서부터 경보음이 울리면서 그와 더불어 긴급히 알리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하 통로 안쪽으로 거수자 1 명이 진입해 들어갔다, 불분명한 신분으로 위장해 지하 통로 내를 활보하고 있을 것이며, 돌연변이 군단을 지원하고 있을 수도 있다! 현 시간 부로 지하 통로 내의 인원들은 거수자를 찾아내도록 하라, 생사 여부는 묻지 않겠다."
  그 통보 이후로 지하 통로 내의 분위기에 바로 변화가 생겨났고, 이후 나는 적들을 피하거나 제압함으로써 길을 열어갈 수단이 필요함을 직감하고 그에 대한 대비를 행하려 하였다.
  그 통로를 지나 보이는 상가 구역에 들어서면서 삼엄해진 경비 하에서 전투 태세에 들어선 병기들과 대면하였고, 곧바로 감빛의 기운을 응집한 덩어리를 발사, 그 덩어리가 폭발해 연기를 퍼뜨리도록 하였다, 이들의 시야를 가리기 위한 일이었다. 본래 그 연기는 기절 효과도 노릴 수 있었지만 기계 병기에게 그런 것이 통할 리는 없었을 것이다.
  이들은 잠시 시야의 혼란을 겪었고, 이 틈을 노려 이들 대열을 지나쳐 빠져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연기가 사라지자마자 바로 추격을 시도하려 하였고, 이를 막아내기 위해 이들을 가두는 결정들을 생성해야 할 필요까지 생겼다. 이렇게 하고나서는 바로 최대한 빠르게 이들의 대열에서 멀어지려 하였으나, 이들의 집요한 추격은 이들에게서 멀어진 이후에도 지속되었다, 멀리 떨어지게 된 이들로부터 저격이 가해지고 그로 인해 위험에 처할 뻔하기도 하였으니, 이들을 교란시켜 빠져나가는 것에는 한계가 분명했다. 결국 감빛의 기운을 잠들게 하고, 다시 빛의 기운을 깨워 몰려오는 다수를 유도의 특성을 가지는 빛의 곡선으로 이들에 계속 타격을 가하는 것으로써 추격해 오는 이들을 제압해 갔다.
  그와 더불어 바리카드에 숨은 병사들 그리고 거대 병기들과의 대치도 필요했으니, 숨은 병사들은 결정으로 하나씩 저격을 가해 처단하고, 거대 병기는 빛에서부터 불덩어리의 형상이 분출되도록 하여, 그 기운이 장갑을 부수고, 그 안쪽에 폭발이 일어나도록 함으로써 가용한 무기의 파손을 통한 무력화를 시도하였다.
  그 도중에 이전에 마주친 것과 비슷한 외양의 2 족 보행형 병기들과의 대치가 일어난 적도 있었다. 그 교전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자세히 말하지 않겠다, 만약 내가 패했다면 여기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들은 원래 대공 목적으로 설치된 포대에서 발사하는 미사일까지 끌어들여 맹공을 가하고 있었기에 심히 위험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음만 밝힌다.
  지하 상가 구역을 들르면서 위협적이라 여기어진 병기 하나가 있었다. 나방의 그것을 연상케하는 거대한 날개가 장착된 병기로서 몸체에서부터 암록색 가루를 지면을 향해 흩뿌리는 특성을 가진 개체였다. 가루의 색이 오염된 강물의 색과 비슷하다는 점을 통해 시체 괴물 혹은 돌연변이와 모종의 연관성이 있음을 것임을 짐작하며, 나는 그 나방에 대해 위험한 특성을 가진 개체로 판단을 내린 것이었다. 이 병기들은 날개의 갑판이 무척 얇았고, 날개만 파괴되면 바로 추락했던 탓에 유도성을 가지는 빛 줄기를 이용해 바로 날개를 부수는 것으로써 격추시킬 수 있기는 했으나, 격추 이후에도 남는 가루와 이상한 물질은 피해 지나가야만 할 필요가 있었다.

  미로와도 같았던 상가 거리에서의 위협을 헤쳐 나아가기를 수십 여 회 거친 끝에 마침내 하나의 대문에 이르게 되었다. 대문 부근의 문구를 보거나 할 수는 없었지만 평범하지 않은 느낌이 보통 문이 아님은 확실해 보였다. 대문 주변에는 경비를 맡은 여러 인간형 병기들이 총을 들고 서 있어서 바로 들어가려면 교전은 피할 수 없어 보였다.
  바로 근처로 다가간 이후에 감빛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구체를 왼손에 올려놓고, 그 구체에서부터 기운을 발산하기 시작하였다. 그 이후로 감빛을 띠는 번개 줄기들이 병기들을 한 곳으로 끌어모으기 시작했으니, 이것이 감빛의 기운을 사용하려 하면서 내가 의도한 바였다. 이후, 나는 바로 빛의 기운을 깨워서 끌려온 병기들을 향해 빛을 일시에 분출해 갔다. 분출된 화염으로 끌어모은 모든 병기들의 갑주를 무너뜨리고서 비어버린 대문을 통과해 갔다.
  희미하게 밝혀진 등불 아래로 펼쳐진 지하 공간을 바로 통과하려 하였지만 정면 돌파를 했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었기에 바로 나서려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려대로 통로의 가장자리 쪽을 둘러보며 발걸음을 옮겨 보았으나, 정작 통로의 가장자리 일대에는 병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의심스러운 바가 있어서 감빛의 시야를 켜 보았다, 모습을 감춘 이들의 흔적을 감지하기 위함이었으나, 감지된 형상의 모습은 없었다. 그리하여 나는 지하 공간 내부에는 병기들이 없음을 확인하며 지하 공간을 가로질러 우측 가장자리 쪽의 계단을 통해 위로 올라가려 하였다.

  계단의 끝에는 어느 건물 부근의 부지를 향하는 지하 통로의 출입구가 있었으며, 그 좌측 부근에는 은백색을 띠는 표면을 드러내는 거대한 탑의 모습이 있었으며, 그 지반이 여타 구역의 건축물 4 채가 사각 대열로 들어설 수 있을 정도로 거대했으니, 그 모습은 그야말로 '거탑'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 거탑을 거대한 철벽 요새가 둘러싸고 있었으니, 거탑 일대가 하나의 성새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무방해 보였다.
  여타 건물들과는 다른 느낌의 화려한 외양을 갖춘 탑으로서, 그 꼭대기의 모습은 감빛 연무로 인해 거의 보이지 않다시피 하기는 하였으나, 주변 일대가 근방에 있는 시가지와는 다른 광경을 보이기도 하고, 탑의 외양도 그러하였으니, 그 모습을 보며 나는 그 탑이 도심지의 그 제어탑일 것임을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철벽 요새 바깥 쪽에서는 다수의 거대 병기들이 요새를 향해 몰려드는 시체 괴물을 향해 불을 뿜어내고 포탄을 발사하고 있었으니, 불길에 휩싸인 근방 일대에서부터 시체 괴물들의 기괴한 단말마가 잇달아 울려 퍼지고 있었다. 철벽 요새 상단에서는 요새에 장착된 포대들이 포격을 가하고 있었으며 상단의 병사들 역시 총포로 포격을 가하며 거대 병기들을 지원하고 있었다. 이렇게 대다수의 병기들은 바로 앞에서부터 몰려오는 위협인 시체 괴물의 습격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요새 안쪽의 경비 역시 삼엄한 편이라 그에 대한 각오를 해 둘 필요가 있었다.
  탑의 높이가 높이인 만큼, 걸어서 올라가려면 많은 시간을 요구할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 방법이 없다고 여기며 지하를 통한 잠입을 시도하려 하면서 다시 지하 통로 입구로 들어서려 그 때, 어딘가에서부터 시체 괴물의 울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소리가 들려온 쪽은 다름 아닌 탑의 좌측 부근, 탑의 뒤쪽을 통해 우회하면서 그 좌측 부근에 접근해 왔을 무렵, 거대한 물류 상자처럼 생긴 검은색을 띠는 기계 장치가 바다에 놓여있는 광경이 보였다. 그 좌측에는 시체 괴물 하나가 자리잡고 앉아 있으면서 자신을 향해 다가온 나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감빛의 시야를 켜서 그 시체 괴물이 앉은 자리를 보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시체 괴물로부터 말을 건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가씨, 혹시 탑 안쪽으로의 진입을 시도하려는 건가."
  자신이 괴물이 되었음을 자각하고 있는 듯한 그 남자의 물음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그 때의 그 주저앉아 있던 그 남자처럼 그 역시 위협적인 인물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의한 일이었다.
  "아니라고 답을 하더라도, 알 것 같았다, 이 탑으로 들어서려 하는 이들은 저 꼭대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을 테니까."
  그리고서 그는 바로 그 건물처럼 생긴 기계 장치를 가리키며 그 장치 안에 탑승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 기계 장치를 자신이 조작해 탑의 꼭대기 위로 보내주겠다는 것이었다.
  "이 운송 장치는 본래 이 기계 녀석들이 소지하고 있는 것이었어, 병력 수송이나 포로 운송을 위해 활용했겠지. 그 버려진 것들 중 하나를 주웠는데 쓸만해서 가져왔어. 여기까지 오느라 몇 번 타격을 받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괜찮겠지, 원래 이것은 어떠한 환경 하에서도 병력 수송을 하기 위해 제작된 것이라는데 그 녀석들도 그 제작 원리를 잘 모르는 것 같아, 어디선가 구했다는 설계 도면을 활용해 그 도면에 따라 물건을 만든다고 하더군. 아무튼, 몇 번의 포격 정도는 끄덕없이 견딜 수 있을 거다."
  장갑은 그렇다고 하지만, 그래도 내부의 파손이 어느 정도 이루어져 있음은 분명해 보였으니, 비행 기계의 창문이란 창문은 모두 깨어져 있었으며 내부에도 상당히 많은 금을 비롯한 파손 자국들이 보였음이 그 이유였다. 기계 병기의 습격으로 인해 병기의 창이 모두 부서졌음은 물론, 그 깨어진 창 안쪽에 포탄이 날아들었을 것이다.
  "무척 위험한 탑승 시설이기는 해, 하지만 도중에 추락하지는 않으니 안심하도록."
  그리고서 그는 자신은 기계의 조작을 하면서 목표를 탑 꼭대기 부근으로 정하고, 자동 조종 상태로 맞춰 놓겠노라고 알리는 말을 전하고서, 탑 꼭대기에 이르면 정지해서 그 표면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드러내었다. 그 이후로 그는 자신은 죽을 수도 있으니, 그 가능성도 반드시 감안해 두라는 말을 나에게 전하기도 하였다. 탑승 시설 자체뿐만이 아니라 주변 상황까지 여러모로 위험한 일임에는 틀림 없었지만,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면 방법이었음을 알았기에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 거탑이 엄중한 경비 하에 지켜지고 있음은 너도 알고 있었겠지. 이를 모두 헤쳐 나가면서 이 탑 꼭대기로 올라갈 작정을 하고 왔다면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한 각오는 충분히 하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너 자신의 목숨이 가장 중요하다. 나는 이미 죽은 후에 몸만 살아있는 신세지만, 아가씨는 적어도 살아있지 않은가, 살아서 미래를 열 수 있는 너 자신을 소중히 여기라는 말이다."

  이후, 시체 괴물 남자는 비행 기계의 출입문 우측에 위치한 장치로 기계의 조작을 행하고서 조작 장치의 바로 앞쪽에 주저 앉아 버렸다, 조작 이후로 지쳐간 모양. 그러는 동안 비행 장치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탑의 벽면을 타고 상공 높은 곳을 향해 직선 비행을 개시하였다. 비행 속도는 그렇게 빠른 편이 아니었으니, 급한 비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함이 그 이유라고.
  그 남자가 말한 대로였다, 탑의 벽면 곳곳에서 포대들이 갑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내어 포격을 가하기 시작하고, 광선과 포탄들 중 일부가 창문 안으로 날아들어, 그 때마다 엎드려서 피하다가 간혹 날개를 장착하거나 비행 장치를 이용해 인간형 병기들이 총포나 광검을 들고 비행 기계 안쪽으로의 진입을 시도하기도 하였으며, 그 중에는 포격 도중이라 창가 아래로 엎드리면서 포격의 틈을 노리는 중에 오는 이도 있었다. 바로 안쪽으로 진입해 왔기에 광검을 이용해 베어내, 추락시키는 것으로써 대응해 가려 하였다.
  조종 장치가 위치한 부분은 기계 병사들이나 포대들의 눈에 잘 띄지 않았던 탓인지 병기들이 진입하거나 포격이 가해지지 않았기에 시체 괴물은 대체로 무사했고, 이어지는 포격과 계속 진입을 시도하거나 진입을 행하는 병기들의 존재 앞에서 한 번이라도 한 눈을 팔았다가는 내 목숨이 위험해질 형편이기도 했고, 또한 그 남자의 자신을 소중히 여기라는 조언이 있기도 해서, 가능한 나의 생존에 더욱 신경을 쓰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남자는 주저앉은 채, 조종에 더 신경을 쓰거나 하지 않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행 기계는 순탄히 탑의 상층부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형상을 구성하는 장갑판이 비행 기계를 향한 집중 타격에도 잘 버티어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였을 것이다. 처음에는 많이 당황해 보호막의 도움도 받아야 할 형편이었으나, 중층부로 추정되는 상공 일대를 비행 기계가 지나치려 할 즈음에는 창가에 숨었다가 틈을 노려 일어나 반격을 가하는 것도 잘 할 수 있게 되어 이전에 비해 위험에 처할 일도 많이 줄었다.
  수백 메테르(Meter) 가량을 올라갔다고 생각하고 있을 즈음, 갑자기 조종간 부분에서부터 큰 충격음과 함께 그 일대가 격렬히 진동하기 시작하였다.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한 흔들림에 갑자기 쓰러지기까지 해서 그로 인해 병기들에 의해 제압당할 뻔까지 했다가 광검으로 간신히 이들을 베어내고, 이로 인해 위험을 모면하기도 하였다. 핵심 부분으로의 접근이 머지 않았던 탓인지 병기들의 공세는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었고, 포탄의 공격이 창가를 통해 여러 방향으로 몰려오는 상황이 빈틈 없이 이어져 가고 있었기에 피하면서 반격하기를 거듭해야만 할 필요가 있었다.
  탑의 높이에 대해 가늠하거나 할 수는 없었으나, 그 동안 올라간 거리를 짐작해 보자면 2 킬로 메테르(Kilo-Meter)-2000 메테르- 정도는 올라간 듯해 보였다. 지반부터 거대해서 꼭대기는 하늘 먼 높은 곳에 있을 것이라 예상하였던 탑, 그 예상을 넘어서 1000 메타르 즈음 올라도 끝이 보이지 않던 건축물로서, 어지간한 산 높이보다 더 높지 않을까하는 그 거탑을 오르면서 나는 그 거탑의 꼭대기는 대체 어떤 모습일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치열한 교전 속에서도 이어지고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이후였을까, 탑의 최상층부의 모습이 창가 너머로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 때, 마지막 저지를 위함인지 포대에서의 집중 타격이 이어지기 시작하였고, 그로 인해 비행 기계의 우측 부분이 크게 뒤흔들리기 시작하였다. 폭음까지 울려 퍼지고 있어서 이 때에는 정말 그 남자의 안위가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그에게 상태를 물었지만 그 남자는 답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조종을 자동 상태로 맡기고 주저앉은 이후부터 그는 나에게 한 마디 말을 걸려 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의 안위가 더 걱정이 되었으나, 이번에는 정말 한 눈을 팔고 있으면 위험했다. 그렇게 할 여유가 조금도 없었다. 이 시련을 간신히 넘기고 나서야 비행 장치가 탑의 상층부에 도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지간한 광장만큼 넓은 구역이었던 탑의 상층부, 그 한 가운데에는 금속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구조물 하나가 자리잡고 있었다. 마치 8 면체의 세로 모서리 형상을 표현한 것처럼 보이는 것으로서, 탑의 일부분처럼 보이도록 금속 재질부터 색까지 탑의 표면과 같은 재질을 사용하고 있기는 하나, 그 내부의 감빛을 띠는 기운 덩어리와 괴이한 느낌을 주는 글자들이 새겨진 사각뿔대와 같은 형태의 받침은 원래 이것이 탑의 일부분이 아니었음을 분명히 알리고 있었다.
  그 구조물이 멀리 보이는 구역에 이르렀을 때, 비행 기계는 그 표면 위에 부상하고 있는 채로 멈추었다. 다행히도 뛰어내려도 다치지는 않을 정도여서 큰 문제는 아닌 듯해 보였다.
  이제는 내려야 한다고 여기면서 그 동안 이어져 온 폭발과 진동의 파란 속에서 그 남자의 무사 여부를 확인해 보려 하였을 때, 나는 이미 창가 부근의 바닥에 괴물의 무참히 파멸해 시신도 온전하지 못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불에 그을린 흔적과 여전히 꺼지지 않은 불씨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 상층부 부근의 포격 그리고 그로 인한 폭발에 휩쓸렸을 것으로 보인다.
  변두리에 계속 머무르고 있다보면 접근해 온 병기들의 습격과 먼저 마주하게 될 것임이 분명했던 만큼, 그 남자의 죽음에 대한 예를 갖출 여유도 없이 바로 비행 기계에서 뛰어내려 상층부 중심의 구조물을 향해 다가가서 구조물이 감싸고 있던 감빛의 기운 덩어리가 요동치고 그 안쪽에서부터 파랗게 빛나는 번개 줄기들이 생성되어 중심에서부터 뻗어 나아가며 덤불 덩어리와 같은 형상을 그려내는 모습을 보려 하였다.
  그 감빛 기운 덩어리 주변의 상공에서는 그 기운의 여파를 받아 생성되었을 짙은 구름이 고리의 형상을 이루며 주변 일대로 감빛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 감빛의 기운, 그 근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선 감빛의 기운에 의해 일어난 일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바를 바로 말해 보기로 하자.
  탑 부근에서 생성되었을 감빛 기운은 생성되자마자 바로 도시의 시가지를 뒤덮으며, 도시의 거리를 죽음의 거리로 변모시키고, 감빛의 기운은 상공 뿐만이 아니라 강물에도 영향을 가하여, 물을 오염시켜 부정한 색을 띠도록 하기도 하였다.
  연무의 형태로 분출되어 상공을 떠도는 기운에 의해 죽음의 저주에 걸린 사람들은 생명을 잃고 시체가 된 이후에 괴물로서 깨어나게 되었으리라. 주택가 거리에 주저앉은 남자는 감염이 아닌 모종의 다른 이유에 의해 사람들이 시체 괴물이 되고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는 감염이 아닌 '주술에 의한 저주' 에 의해 괴물로 변이된 것이었다.
  감빛 기운의 영향을 받은 것은 사람들뿐만이 아니었다, 기계 병기 역시 감빛 기운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며, 이로 인해 인간과 인간의 세상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잡은 사고 회로에 이상이 발생해 세상을 지키기 위해 '돌연변이' 그리고 '잠재적 돌연변이' 들인 인간을 죽이는 살인 병기가 되어, 사람들을 살육하고 도시를 기계들의 세상으로 변모시키려 하였다고 볼 수 있다. 경우가 다르다고 하더라도-몸이 부패할 리가 없으니-, 결국 이들 역시 시체 괴물과 다를 바 없었던 것.
  이 모든 재앙의 근본은 '어둠의 기운' 혹은 '어둠의 마력' 이라 칭해지며, 외지인 엘베 족의 피를 오염시켜 흡혈마족인 '케레브' 로 타락시켰던 그 감빛의 기운이었던 것이다. 엘베 족은 마력을 품고 있기에 흡혈마족이 되는 정도로 끝났지만, 마력의 특성이 없는 인간과 기계는 그 저주를 견디어낼 수 없었고, 그로 인해 더욱 끔찍한 운명을 맞이해야 했던 것이었다. 그 기운은 구조물에 의지해 형상을 유지하는 감빛 기운 덩어리에서 유래되었으며, 주택가에 주저앉은 남자가 말한 상층부에 위치한 근원이 바로 이 구조물이었다.
  구조물 속의 기운 덩어리는 이미 그 세상 일대에 끔찍할 정도의 영향을 가하였기 때문에 이 덩어리를 폭파시키는 것만으로는 저주로 인해 파멸한 세상이 처한 운명의 방향을 돌릴 수는 없었을 것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 기운 덩어리에 의한 악영향은 그 정도로 끝이 아니었을 것이며, 더 방치하고 있으면 그 악영향이 더욱 커질 것임은 분명했던 만큼, 이 기운 덩어리를 반드시 제거할 필요가 있었고, 이를 위해 바로 나서기로 하였다.
  그 이전에 구조물이 자신에게 접근해 온 이를 향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를 알아내기 위해 감빛의 시야를 켜서 그 시야를 통해 구조물의 모습을 보려 하였다. 그 때, 구조물이 품은 감빛의 기운이 빛을 내기 시작하며 그와 더불어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침입자 혹은 목적 불분명자 발견, 침입 행위로 간주, 제거를 개시한다."
  예상한 바대로, 자신에게 다가온 모든 이를 침입자로 간주하며 구조물은 덩어리에서부터 광선과 번개 덩어리를 분출해 바로 앞의 나에게 타격을 가하려 하였다. 이 공격을 피해내면서 그와 동시에 감빛의 시야를 끈 이후에 빛의 기운에서부터 발사되는 빛 줄기 그리고 결정 조각들을 발사해 가며, 그 빛이 감빛의 기운에 상처를 내도록 하였다.
  감빛의 기운은 감빛을 띠는 결정 조각들을 주변 일대에 흩뿌린 이후에 광선을 발사해 결정을 통해 반사의 궤적을 그려내며 위협을 가하기도 하였고, 이에 맞서면서 내가 빛의 기운을 이용해 결정을 깨뜨린 이후에는 감빛의 덩어리를 흩뿌리며 그 화망을 곳곳에 생성해 이를 통한 위협을 가하기도 하였다. 발밑 그리고 자신의 주변 일대에 감빛을 띠는 문양을 그리고 그 문양에서부터 감빛을 띠는 불기둥을 폭발시키는 공격도 하고 있었다.
  내가 발휘할 수 있는 네 가지 능력과 비슷한 유형으로 그 감빛 기운 덩어리 역시 위협을 가하고 있었다. 그 자체가 강대한 마력의 실체이다보니, 위협의 수준도 높았지만 갑작스레 다가오는 감빛 기운에 의한 공격은 어지간한 정도는 대처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피하는 데에 의외로 큰 문제는 없었다. 덩어리의 화망은 내 주변을 도는 빛 덩어리를 통해 제거할 수 있었다.
  감빛 기운에 의한 위협을 피해가며, 지속적으로 반격을 가한 끝에 그 거대한 덩어리의 상태가 불안정해지기 시작하였고, 점차 불안정해져 가는 그 감빛 기운 덩어리의 모습을 보며, 나는 폭주의 때가 점차 가까워져 오고 있음을 실감하며 그 때가 오기를 기다리려 하였다. 하지만 불안정해지는 것이 마냥 좋은 상황만은 아니었던 것이, 한 번씩 폭주하는 듯한 기운 덩어리에서부터 감빛을 띠는 거대한 빛 기둥이 화염폭풍처럼 분출되는데, 이에 미리 대처하지 못해 큰일날 뻔한 적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에 만약 조금만 늦었더라면 바로 재앙을 맞이했을 것이다.
  이 위협에 간신히 대처해 가며, 빛의 기운에 의한 타격을 가하기를 반복한지 수십번 째 즈음, 바로 앞에 보이는 기운이 격렬한 빛을 발하기 시작하더니, 그에 이어 한 차례 폭발과 함께 구조물들을 주변 일대로 날려 보냈다. 구조물이 온전한 채로 날아가다보니, 그에 맞으면 위험했고, 하필 그 중 하나가 나의 바로 앞으로 다가와서 다급히 이를 피해야 했다.
  자신의 안정화에 필요했을 구조물이 파괴된 이후, 감빛의 기운은 더욱 불안하게 빛을 발하더니, 결국 주변 일대로 감빛과 푸른 빛을 띠는 기운을 마치 무언가를 토해내는 듯이 마구 분출하다가 파란색 그리고 보라색 불꽃과 빛의 고리 상을 이루는 충격파를 잇달아 분출하며 굉음을 일으켰다, 늙은 별이 폭발해 사라져가는 듯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질 그 때, 빛의 보호막으로 나 자신을 감싸서 폭주의 열기에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하려 하였다. 감빛의 기운은 원래 차갑지만 폭주할 시에는 빛의 기운보다 더욱 격렬할 정도로 뜨거운 열기를 낸다, 그 열기에 닿으면 심한 화상을 입을 수 있기에 이를 막기 위해 보호막을 사용하려 하였던 것.
  별의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을 연상케 하는 그 폭발은 주변 일대를 파란빛 그리고 보랏빛을 띠는 화염 폭풍에 물들였다. 그 폭발 속에서 그 동안 지하 깊은 곳의 세상을 어둠의 재앙에 물들였을 감빛 기운의 형상은 그 세상에서 사라져 가는 모습을 보였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