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집에 있던 사람들 모두와 함께 여행을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여러 사정으로 인해 사실상 취소되고, 밖에 혼자 나가자니, 이 무렵 특유의 적적함을 견디기 힘들어 결국 18 일부터 22 일까지는 집 안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다음에는 나 혼자서 봄을 맞이해 봄의 풍경을 마음껏 볼 수 있을만한 곳으로 가 볼 예정이다.

  오랜만에 집으로 온 이가 있어서 이를 기념하여 여러 특이한 물품들을 선물로 서로 주고 받았다, 그 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작은 하프도 있어서 무척 만족스러워 할 수 있었다, 이를 두고 하프 연주도 못하는데 그 선물이 의미가 있느냐고 핀잔을 주는 이가 있기는 하였으나, 크게 신경을 쓰거나 하지는 않았다.

  희한한 음식 구경도 많이 했다. 18 일부터 21 일까지는 라넬리스의 '새해 소원절' 기간인 관계로 평소보다 상가 분위기가 더욱 활발했음은 물론, 평상시에는 구경조차 하지 못하는 여러 물품 및 식료품 구경도 마음껏 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눈에 가장 띄던 것은 평상시에는 보지도 못하는 쌀가루를 이용해 만든 화려하게 꾸며진 떡들.

  시장 거리에서는 특별 행사도 열리고 있었다, 그 중 나를 이끌었던 것은 실제로 쌀 가루 반죽으로 떡을 제조하는 과정을 체험하게 하는 행사로서, 마침 할 일이 없어 심심하던 차에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바로 나섰다. 내 키의 2/3 정도되는 길이를 가지는 나무 망치는 생각 외로 무겁기는 했지만 그래도 들 만 했다.
  열심히 쌀가루 반죽을 나무 망치로 치며, 이 반죽을 통해 떡을 만들고 떡을 잘 만들면 보상도 받을 수 있었다. 쌀가루 반죽으로 떡을 만들어 내 몫을 챙긴 이후, 상점 주인으로부터 보상을 받았는데, 성과가 아주 뛰어나거나 하지는 않았는지 내가 받은 물품은 진짜 음식이 아니라 '고무 떡' 이었다.

  그 동안 해 온 일은 이 정도. 달리 한 일이 있거나 하지도 않았고, 흥미로운 일도 그리 많지 않아 그냥저냥 편안하게만 시간을 보낸 편이었다. 물론 간만에 마련한 여유로운 나날들이고, 그러한 만큼, 그 시간적 여유를 이용해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하는 편이 더욱 좋기는 하나, 때로는 간만에 그 여유 속에서 그 동안 가지지 못했을 편안한 휴식의 시간을 마음껏 누리는 것도 좋은 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