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산길의 봄날이 날이 따스해져, 외투가 필요없어지고, 아껴 쓰던 땔감이 불필요해져 가는 시간 속에서 올해에도 어김 없이 찾아왔다. 작은 꽃봉오리만 보이던 나뭇가지의 노란 꽃들이 며칠 사이에 만개하는 모습을 보이고, 다른 나무들의 꽃 역시 하루가 멀다하고 빠르게 개화하고 있어서 이를 통해 봄 기운이 만연해졌음을 알 수 있었다. 그 봄 기운을 감지한 듯이, 마을 곳곳의 화단에 있는 작은 나무들에서 새로운 잎사귀들이 돋아나고 있어서 마을의 풍경이 조금씩 초록빛을 되찾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아직 큰 나무들의 잎들이 돋아나지 않았고, 풀의 생기가 돌아오지 않아 여전히 산의 곳곳은 겨울의 갈색을 띠고 있었지만 금방 초록빛을 띠는 모습을 되찾아 갈 것임은 분명해 보였다.
  산악 지대가 봄을 조금씩 되찾아가고 있을 동안, 평지대에는 이미 봄꽃이 만개하기 시작해 아름다운 봄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었다. 이른 시기에 핀 봄꽃이 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어서 산악 지대 생활을 마치고, 평지대로 돌아갈 즈음에는 꽃이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을 지에 대해 기대와 더불어 걱정도 되고 있었다.
  "내일 가셔서 언제 즈음에 돌아오실 수 있는지요."
  모레면 집에 간다는 이야기에 같이 살던 어린 바람의 정령이 나에게 언제 돌아올 수 있는지에 대해 묻자, 겨울이 되면 다시 올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하고서, 잊고 있다보면 언젠가 손님처럼 찾아올 때가 올 것임을 이어 밝혔다.
  "모레 가시니까, 내일은 같이 여기저기 다녀 봐요~."
  이에 그 어린 바람의 정령은 갑자기 활기차게 목소리를 내며 다음날이 되면 같이 여기저기 다녀보자고 말했다. 말이야 여기저기 다녀보자고 말했겠지만 마을 내의 구역들 뿐만이 아니라 인근의 산골까지 가 보자고 생각했을 것이다. 모레는 종일 밖에 있을 수도 있는 만큼, 내일 푹 쉬기를 원했던지라 내심 내키지는 않았으나, 같이 지내던 아이의 소원이고, 그 아이 입장에서도 내 입장에서도 여느 때처럼 지내다가 헤어지고 나면 매우 아쉬울 것임이 분명하기에 그 아이 소원대로 내일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지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 인근 산골 시장에라도 가 보자~, 내일 하루만큼은 처음 만났을 때처럼 지내 봐야지~."
  그러면서도 내일이 되면 생각이 바뀌어 마냥 내 생각대로 놀고 싶어질 수도 있는 만큼, 그렇게 되면 바로 나를 이끌라고 당부의 말을 건네었으나, 나도 반 즈음은 가볍게 말했고, 그 아이 역시 그 말을 진담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이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아무튼 같이 지내는 마지막 날에는 서로 보람되는 하루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을 약속하고, 그러면서 내일 갈 곳에 대한 생각부터 해 보기 시작하였다.
  그러고보니 모레 들를 곳을 정하기도 해야 하는데...... 어떻게든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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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이 갈빛이었던 산길,
산길 한곳의 앙상하기만 한 나뭇가지에 꽃이 피네.
길고 길었던 정적의 끝을 알리듯이
노란빛 작은 빛 가지 위에 조용히 깨어나네.

추위 속에서 살아가기가 여전히 익숙한데,
어느새 봄이 성큼 다가와 한 나뭇가지에 꽃이 피네.
또 다시한번 시작이 옴을 알리듯이
분홍빛 형상이 가지 위에 화사히 피어나네.
- 어느 음유시인이 봄의 시작하는 모습을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