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길이라는 것이 마냥 평탄하지만은 않다. 오히려 다른 길보다도 더욱 험난해서 그로 인해 꿈의 길로 가고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없게 될 때조차 있다. 때로는 길을 가는 도중의 선택으로 인하여 꿈에서 멀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모르는 채로 그 꿈만을 바라보며 험난한 산길을 헤매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 때, 그 정도의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었어?"
  찻집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을 즈음, 건너편 의자에 앉아있던 친구가 조용히 물음을 건네었다. 이전에 산길을 오르면서 산길을 올랐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내가 겪었던 일을 토대로 내가 꿈의 길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니, 그 친구는 분명 산을 올랐다는 이야기를 상기하면서 물음을 건네려 하였을 것이다.
  "그렇지." 이 물음에 나는 바로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그리고 산길을 오르고 헤매이면서 어쩌면 그 산길이 꿈의 길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산길을 오르다가 헤매인 적이 있었나 보네."
  "그렇지." 이후, 나는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그리고 그 당시 내가 그 산을 오르는 도중에 있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를 그에게 풀어놓기 시작하였다.

  내가 올랐던 산은 라넬리스의 동남부에 위치한 산으로 이름은 샨부르(Shanbur). 그 높이가 1200 메타르에 이르는 높은 산으로 산의 한 곳에는 숲길이 펼쳐진 나선 길이 있으며, 그 나선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억새풀이 드넓게 펼쳐진 초원의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다 하였다.
  산을 오를 당시의 시각은 14 시 즈음. 조금 늦은 편은 아닌가 싶었으나, 10 여 명의 일행이 있어서 산길을 오르고 있었음이 산길을 오르는 나에게 위안이 되고 있었다, 그들은 나와 관련이 있는 이들은 아니었으나, 같은 목적지를 가지고 다수의 일행이 산길을 오르고 있음이 홀로 산을 찾아온 나에게는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샨부르의 억새 밭에 대한 이야기만 듣고 무작정 산길을 오르고 있었던지라 그 일행 중에는 그 산길에 대해 나름 아는 바가 있어서 그로부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었음도 사실이었다.
  한 동안 이 일행과 동행하면서 산길을 올랐다. 그러는 도중에 깨끗한 물이 계곡을 따라 흐르는 풍경을 보며 잠시 그 풍경을 바라보며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으나, 샨부르의 억새 밭을 향해 쉼 없이 발걸음을 옮겨가는 이들에게서 뒤쳐지게 되면 외로이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면서 산길을 올라야 할 것임이 분명했기에 그 풍경 근처에 머무를 여유란 없었다.
  그러다가 두 번째로 마주하게 된 계곡의 풍경을 볼 수 있는 나무 계단길 근처에 이르렀을 무렵, 일행 중에서 앞장서는 이들은 휴식을 취하기 위해 머물렀고, 나도 잠시 그 풍경을 보면서 휴식을 취하려 하였다. 그 때만큼은 꽤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뒤따라 오던 이들 중 일부는 아직 오지 않았으나, 금방 앞서 온 이들과 합류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다.
  휴식을 취하는 도중 문득 떠오른 바가 있었다. 그 동안 산길의 풍경을 여유 없이 지나치며 나아갔던 것은 그 일행과 항시 동행을 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그 일행보다 앞서 나아갈 때에는 나름 여유로울 수 있었음을 상기하면서 그들보다 먼저 길을 나아가면 그들보다 앞서 길을 나아가게 되고, 그렇게 앞서 가면서 조금은 편안히 산길을 오를 수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시작된 누구와 동행하지 않고 시작하는 산행. 그 산행 도중에 갈림길을 하나 마주하게 되었다. 조금 험한 산길이 보였고, 그와 더불어 무난하게 이어진 산길이 있었다. 근방에는 표지판이 있어서 숲길과 억새 밭을 향한 길이 무엇인지를 알리고 있었으나, 그 당시의 나에게는 그 표지판이 보이지 않았고, 그 산길이 어디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판단하지 못했다.

  "그래서 산길을 헤매었던 것이로구나, 그렇지?"
  이야기가 이어지는 도중에 산길의 선택을 잘못했음을 밝히는 나에게 그 친구가 물었고, 이 물음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고 이야기를 이어 나가려 하였다.

  한 동안 금방 숲길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묵묵히 산길을 오르기만 할 따름이었다. 그러는 동안 그 누구도 나와 동행하지 않고 있었고,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듯한 산길을 오르며 꽤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언젠가 내가 나아가고자 하는 곳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임을 믿으며 그 산길을 나아가기를 고집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이렇게 오랫동안 산길을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에 의심이 들었고, 그제서야 나는 내가 잘못된 길을 걷고 있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으며, 그러면서 그 동안 지나왔던 산길을 되짚어 돌아가 갈림길이 있는 곳까지 나아가려 하였다. 그 당시의 시각은 14 시 40 분 즈음이었다.

  때가 때인 만큼, 밤은 일찍 찾아오고, 그래서 16 시 30 분 즈음이면 산을 내려올 필요가 있었다. 지난 때에 산을 올랐을 때에도 16 시가 되자, 더 올라가는 것을 포기하고 내려왔고, 다른 곳으로 나아갔을 때에는 이미 그 곳은 밤을 맞이하고 있을 때였다. 이를 상기하면서 늦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여기서 포기하고 내려올 수도 있었어, 하지만 이렇게 내려와서는 먼 라넬리스까지 온 보람이 없다고 생각했지, 아직 2 시간 정도 시간이 남았으니까 그 동안 그 억새 밭에 이르기라도 해 보자고 생각을 하며 바른 길을 찾아 나아가기로 한 거야."

  갈림길에서 다른 길을 택해 나아가니, 금방 산길 너머의 숲길에 당도할 수 있었다. 그 때, 여행하면서 처음 후회를 했던 것 같다, 그 때 나와 같이 길을 나아가던 일행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산길에 이미 이르거나 아니면 도중에 포기하고 내려갔을 것이다, 그 당시 하늘에서는 안개비가 조용히 내리고 있었다-. 그 때, 내가 선택을 잘 했더라면 억새 밭과 이어지지 않는 산길을 오르며 허비한 시간 동안 숲길을 따라 오르고, 그러면서 일행이 활발히 산길을 오르는 모습을 바라보며 외로움을 덜 느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음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산길을 오르고 나니, 15 시 45 분 즈음에 그 억새 밭이 자리잡고 있는 곳에 이를 수 있었다. 도중에 약수터가 자리잡고 있어서 거기서 잠시 목을 축였다, 가을의 끝자락으로 추워지는 시기였던 11 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산길을 오르고 나니 땀이 계속 흘렀고, 몸에서는 계속 열기가 느껴졌다.

  "결국 그 갈대밭에는 이르렀구나."
  이 물음에 나는 이전 때보다 밝게 목소리를 내며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안개가 드리워진 하늘 아래로 억새 밭이 광활히 펼쳐진 신비로워 보이는 광경을 여유롭게 감상하다가 산길을 내려왔음을 밝히기도 하였다. 산길을 내려오기 시작한 시기는 16 시 즈음으로 2 시간에 걸쳐 산길을 내려왔다.
  "겨우 15 분 즈음 머무르다가 왔네, 무슨 이유라도?"
  "그 언덕 길에는 바람이 매섭게 몰아치고 있었어, 다른 곳과 달리 그 일대는 그래서 춥더라. 그 당시에는 땀으로 몸이 젖었는데, 그 영향으로 외투만으로는 추위를 견딜 수 있는 방법이 없었고, 그래서 바로 내려가기로 한 거야."
  그와 더불어 나는 그 친구에게 그 당시, 억새 밭에는 나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으며, 한창 숲길을 따라 오를 즈음, 사람들이 내려오고 있었던 만큼, 겨울 산을 올라 경치 구경하기에는 조금 늦은 때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던 만큼, 혼자 그 억새 밭에 있게 될 것임은 어느 정도 예상한 바 있었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꿈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로구나."
  "그렇지, 그 때의 산길에 대한 경험을 떠올리면서 어쩌면 꿈을 이루는 과정도 그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 거야. 이르기에는 힘들 수 있고, 잘못된 길을 선택할 수도 있으며, 막상 이르고 나면 허망할 수도 있으나, 이르고 나면 그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을만큼의 가치를 얻게 되기에 포기해서는 안 되는......"
  "그 억새 밭의 풍경이 보기 좋았나 보네."
  이후, 이야기를 마치는 나에게 친구가 묻자, 나는 바로 그렇다고 답을 하고서 겨울이라 이미 억새의 이삭은 풍성하지 않았으나, 그것이 중요치 않을 정도였음을 말하는 것으로써 답을 하였다.
  "...... 그래, 정말 좋았어, 천국의 한 풍경이 아닐까 싶은 느낌은 들더라. 그 때, 포기했으면 정말 많이 후회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