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미차 동남부에 자리잡고 있는 도시로서 해안 도시 아스룬(Asrun) 에 근접하고 있는 만에 위치한 샤티에(Shatie) 에는 몇 가지 명소가 존재하고 있다.

1. 샤티에 대정원 공원
2. 남부 갈대 습지대
3. 도라사(Dorasa) 산 전망대
4. 솔라코스 (Solacos) 수도원
5. 라단 (Ladan) 마을 유적
6. 자라인 (Xarain) 음악 공원
7. 하운 (Haun) 해변 지대

  자라인 음악 공원은 샤티에 남부 갈대 습지대를 지나, 그 동부에 있는 자라인 마을에 자리잡고 있으며, 상당히 먼 곳에 자리잡고 있는 곳으로서, 나날이 새로이 발전하는 곳인지라 그 곳으로 가는 전동차도 은근히 자주 오는 편이기는 하나, 하운 해변 지대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나름 알려져 있는 정도로서, 전동차조차 자주 가지 않고, 도라사 산에서 내려가는 길을 통해 가려면 걸어서도 1 시간 남짓은 소요되는 데다가 습지대 공원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점까지 고려해야 할 판이었다-험난한 산길로 다시 올라가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기는 하나-.
  솔라코스 수도원과 라단 마을 유적은 샤티에 외부 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바 있으나, 한 번 가려면 이런저런 사항들을 고려해야 하는 여건 상-전동차가 자주 오지 않는다- 가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필요가 있으니, 한 번 샤티에로 와서 어디를 간다하면 대정원 공원이나 습지대를 자연스레 택하게 된다.

  샤티에 남부의 습지대를 먼저 가기로 했다. 역에 도착한 시각은 12 시 30 분 정도이고, 점심 식사 시각은 13 시. 그리하여 습지대에 온 식각은 14 시 즈음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바로 습지대 공원 안으로 들어서서 습지대의 갈대밭 길을 걸어 나아가려 하였다. 입장료는 무려 700 크로네. 한 번 들어가서 다 둘러보려면 5, 6 시간은 소요된다는 대정원 공원의 입장료가 400 크로네 정도임을 감안하면 너무 비싼 값이 아닐 수 없었다, 습지대의 갈대밭 길은 이 시점에서는 갈대밭 사이길은 폐쇄되어 도라사 산 전망대와 갈대밭 사이길 이외에는 갈 곳이 없어 둘러보기만 하면 1, 2 시간 정도만 들이면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랬다.
  갈대밭에는 꽤 오랫동안 머무르고 있었다. 갈대밭 사이길에서 도라사 산 전망대를 2 번 정도 오가기도 하고, 그러면서 갈대밭의 오후 풍경과 저녁 풍경을 한 번씩 보고는 했었다. 한 번은 어떤 활기 넘치는 아이들과 여인으로 구성된 7 명의 가족들과 같이 가게 되었는데, 이들과 일행이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끊임 없이 걷고 걷기를 반복하는 여인 그리고 그의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들에 대한 나름 흥미를 갖게 되었고, 그래서 그들 그리고 그들과 같이 길을 걷는 이들에게 뒤쳐지지 않으며 걸어가기로 한 것.
  그래서 처음에는 다급히 길을 걸어 갈대밭 그리고 도라사 산의 풍경 감상에 몰입할 수 없었던 반면에 두 번째에는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어 눈앞으로 다가오는 풍경들에 심취해 가며 걸어가고는 하였다.
  두 번째로 전망대에 올랐을 즈음의 시각은 대략 16 시 정도. 서쪽 하늘로 다가오는 태양의 빛을 받은 구름이 그 빛의 일부를 내리며 찬란한 풍경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하늘에서 천사장이 내려올 때의 풍경을 묘사할 때가 있다, 구름 사이로 빛이 내리는 모습으로서, 일상에서는 어지간해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인데, 그 전망대에서 처음 보게 되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천사장이 내려오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아."
  그 풍경을 보며 조용히 미소를 띠며 혼잣말을 하였다. 아닌게 아니라, 샤티에 남부 지역의 가을 갈대는 아는 이들이 많았고, 그 갈대의 모습을 직접 보려 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게다가 석양의 풍경도 풍경이었던지라 샤티에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전망대에 머무르고 있었으니,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 붐비는 모습이 펼쳐지고 있었다.
  천사장이 직접 하늘에서 내려오는 곳이 있다면 무언가 절실한 소원을 가진 이가 머무르는 어떤 고요한 곳일 것이다, 많은 이들이 즐겁게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데, 굳이 이런 사람들 앞으로 내려와서 이런 이들에게 직접 축복을 가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다만, 하늘에서는 샤티에의 하늘 아래로 펼쳐진 갈대밭 풍경을 보려 하는 사람들을 감탄하게 할만한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고, 그러면서 구름과 빛을 내리며 성스러운 풍경을 만들려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시 산을 내려올 즈음에는 이미 해는 서쪽 하늘 아래로 내려가고, 서서히 하늘이 어둠에 드리워져 가고 있었다. 그 때 마침 얇은 구름 무리가 하늘을 살짝 덮고 있는데, 그 하늘 아래로 펼쳐진 갈대밭과 그 갈대밭 사이로 난 나무 길이 묘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마치 인간 세상이 아닌 어딘가의 길목 위에 서 있는 것 같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 기묘한 느낌을 주는 세상 위로 펼쳐진 하늘에서는 검은 두루미들이 왼편 멀리 보이는 산 너머의 하늘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한 두마리만 날아오기도 하였고, 여러 새들이 V 자를 그리는 무리를 지으면서 나란히 날아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 광경을 보면서 문득 인간 세상이 아닌 어딘가에 관한 전설이 떠오를 때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