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가 쟈오링, 즈란 모두 잠들었을 03 시가 되자, 라피엔과 함께 일어난 다음에 집을 나서고서, 다시 탑이라도 보자고 말한 다음에 그 탑을 향해 걸어가려 하였다. 밤이 깊어지고, 어지간한 상점들은 전부 문을 닫아 거리의 주변 일대는 고요했지만, 중심가 근처에 위치한 여관과 같은 곳은 여전히 꽃과 같은 색을 띠며 불을 밝히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라피엔이 말하였다.
  "밤늦도록 영업을 하는 가게가 있나 보지요?"
  "응, 그에 대해서는 당장 밝히고 싶지는 않아."
  이에 나는 그렇게 화답하였다. 그러는 동안 화려하며 노출이 많은 치파오를 입고, 검은색 혹은 하얀색을 띠는 굽 높은 신을 신은 이들로서, 두 갈래로 묶은 머리카락이나 긴 생 머리카락을 가진 모습을 보이는 여인들이 나를 바라보며 자신의 집으로 오라고 권하였지만, 그 요청을 전부 무시하고서 앞길을 걸어 나아갔다.
  그러는 동안 나는 그 불의 군주가 라피엔에게 무언가 말을 남겼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에 대해 물었다. 이에 라피엔은 "예." 라고 답하고서 그 말이 무엇인지를 밝혔다.
  "구누테미시 라 아라요모르, 였어요."
  "찾는 것이 있다, 라는 의미를 가지는 말이려나."
  이에 나는 이전에 유적에서 본 기둥의 문구를 떠올리며 말한 다음에 그 말을 듣고서 쟈오링은 무슨 말을 했느냐고 묻자, '정신병자의 헛소리' 라고 여기었음을 밝혔다. 이에 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그러할 만도 하지." 라고 그 말에 대한 언급을 하였다.

  그러다가 중앙로의 탑을 향하는 길에 이를 무렵, 나는 먼 앞의 탑 근처에 이전의 그 여인이 나타난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 때, 라피엔이 나에게 고개를 돌리면서 그 여인에 대해 이전에 만났던 여인이 맞냐고 물었고, 이에 나는 그렇다고 답한 다음에 '예량' 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이임을 밝히기도 하였다.
  그 이후, 여인의 바로 앞에 이르러 그 근처로 나아가, 언제나처럼 붉은색을 띠는 화려한 치파오 차림을 한 야량이라는 여인의 앞에 이르자, 그가 나에게 온화한 목소리를 내며 인사말을 하였다.
  "좋은 밤이네요."
  이에 나도 좋은 밤이라고 답하고서 갑자기 헤어진 이후,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중요한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무슨 일이 그에게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알고 싶어서 물은 것이었다. 하지만 예량은 그 물음에 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물어서는 안 되는 것이리라고 내가 생각할 무렵, 그가 나에게 말을 건네었다.
  "당신께서는 당신과의 인연이 있는 자를 찾기 위해 떠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리고 내가 여행을 하는 이유를 그가 어떻게 알았는지에 대해 생각하면서 놀라는 동안, 그가 나에게 정말 그 곳에 이를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나는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그리고 그에게 어디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느냐고 물었으나, 예량은 마땅한 답을 나에게 해 주지 못하고 있었다.
  '역시 말할 수 없는 것이려나.'
  이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화답한 다음에 알았다고 말하고서 나와 인연이 있다고 믿고 있을 그에게 계속 만날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나 예량은 인연이 계속 닿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화답한 다음에 오른손을 가슴 언저리에 올리며 말하였다.
  "언젠가 당신을 다시 만날 때를 바라며,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 이후, 내가 그 때가 정말 올 것이라고 믿느냐고 묻자, 예량은 그렇다고 답한 다음에 그 인연은 반드시 닿게 되어 있다고 화답하고서 그것을 알기에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하고서 탑, 그 서쪽의 길을 따라 나아가며 다시 나의 앞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그렇게 여인이 모습을 감출 무렵, 탑 바로 근처에서 원반형으로 공간이 찢겨지는 듯한 형상을 보이면서 공간의 찢겨진 틈과 같이 문이 열리기 시작하자,
  "드디어 문이 다시 나타났구나."
  라고 내가 말하고서, 문 너머로 나부터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 때, 라피엔이 다시 오고 싶은 곳이냐고 나에게 묻자, 나는 그 곳의 흥겨운 광경을 떠올리며 "그러한 면이 있어." 라고 화답하고서 가능하다면 다시 오고 싶다고 말하였다. 그러면서도 나는 쟈오링을 떠올리며,
  "그 자와 다시 만나는 일은 바라고 싶지도 않아."
  라고 말한 다음에 어서 떠나가자고 말하였다. 이에 라피엔이 나에게 쟈오링에 대해 별로 안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느냐고 묻자, 쟈오링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던 나는 "그렇지는 않아." 라고 화답한 다음에 그가 나를 던져버린 기억을 떠올리며 말하였다.
  "하지만, 하루라도 같이 있다보면 내 목을 비롯해 몸이 남아날 것 같지 않아서 말야."
  그 이후, 내가 하늘색 빛을 발하는 방진 안으로 들어갈 무렵, 라피엔이 나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 방진 안으로 들어가도 목표로 한 곳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올바른 길임을 알리는 어떤 표식도 문 부근에는 존재하지 않을 텐데."
  이에 나는 차분한 표정을 짓는 채, 바로 그 표정에 맞는 목소리를 내어 답을 하였다.
  "그 목표 지점으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해, 특별히 지정된 길을 따라 나아가니까, 그 점에 대해서는 안심해도 좋아. 물론, 그렇게 보이지는 않겠지만, 정말 그러할지는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
  그리고 미소를 띠면서 걱정하지 말고 따라달라고 그에게 부탁하였고, 이에 라피엔은 "알았어요." 라고 화답하고서 그 말이 사실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해 보겠음을 나에게 알렸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