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lphid 4th - 1. La Blua Ŝtormo : 1


1ze Karta : Parain Azeran
(Chapter 1 : The Blue Storm)

A.R. 508, Mar. 26.

  "행성계에서 이런 곳은 보지 못한 것 같은데." 동행하던 이의 목소리였다.
  그 이름은 아네샤(Anesha), 성까지 더하면 '아네샤 에르세비스(Anesha Ersevis)' 이다. 푸른색 긴 머리카락, 다리까지 내려가는 그 긴 머리카락과 두 쌍의 잠자리 날개와 같은 얇은 날개, 그리고 머리에 두른 왼편에 날개가 달린 머리 장식을 갖춘 이로, 당시의 나와 비슷하게 목깃에 푸른 테가 자리잡은 것으로, 왼쪽 소매만 있는 상의와 허벅지까지 다 드러나는 치마 차림을 하고 있었다-당시 나의 옷차림은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소매 위치가 좌측이 아닌 우측이었다-.
  누군지 모를 사람들을 위해 말하자면, 내 이름은 라르나(Larna), 성까지 더해 주면 '라르나 벨테손(Larna Belteson)' 이다. 성씨는 구 문명의 유산과 관련되어 있었지만, 가족이 따로 없어서 아네샤, 그리고 루아린(Luarin ; Luarin Lymes) 과 함께 지낼 뿐이었던 나는 그 유래를 알 길 없었다, 나도 사실 누군가로부터 받은 성일 뿐, 성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으며, 이는 아네샤를 비롯해,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여타 정령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일은 루아린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 사항이었다. 언제부터인가, 그는 이러한 의문을 품기 시작했던 것 : '인간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세니티아 행성계에서는 이미 사라졌다고 알려진 인류의 행방에 대한 관심이었다.

  인류, 우마니타스(=umanitas) 라 칭해지는 옛 인간(Larisarami) 은 현재의 세니티아(Senitia) 행성계를 중심으로 여러 행성계를 거느리며, 하나의 거대한 생활권을 형성한 종족이었다. 처음에는 세니티아 행성계를 생활의 터전으로 삼고 있었지만 이후, 우주 진출로서, 주변 행성계들을 하나씩 정복해 자신들의 영역으로 삼기 시작했다. 본래 사람 없는 황량한 행성들이었던 은하 중심부 주변 일대의 여러 행성계들이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곳이 되었고, 지금도 이들 중 일부는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남아 있다.
  세니티아(Senitia) 행성계는 물론, 그 주변 일대의 에르세치아(Ersecia), 가마로데(Gamarode), 아피세아(Afisea) 등의 행성계는 물론, 은하 중심의 다른 일대에 자리잡은 아르데이스(Ardeis) 그리고 조하르(Zohar) 성계 역시 옛 인류의 문명, 그 영향 아래에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 당연하게도 현재의 행성계 이름은 이후에 자리잡은 이들에 의해 명명된 것이다.
  그러나, 거대한 인류 연합(=umanunion) 의 중심지였던 세니티아 행성의 인류 세상은 갑자기 멸망해 버렸고, 중심지를 잃은 인류의 행성들은 연계를 잃어갔다. 이들은 이후로 인류 문명을 지속하고 있었으나, 이들 역시 각자 다른 방법으로 멸망해 버려, 인류는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게 되었다.

- 세니티아 성계에서는 극소수의 인류가 라르니온(Larnion) 에서 기계 군단의 탄압을 견디어 가며, 간신히 명맥을 이었다고 하나, 5 세기 경에는 그 명맥이 끊기어 사실상 멸족된 상태였다.
- 조하르 성계의 경우, 모성의 파괴 이후, 태양의 빛을 잃은 것이 그 요인이 되었다고 한다, 그로 인해 모성의 열기에 의해 살아가던 생명체들이 죽어 가면서 인류 역시 그 여파에 휩쓸려 사라져 갈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현재의 성계는 빛의 정령이 새로운 빛을 각지에 생성해, 해당 지역에서는 생명 활동이 이어질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세계가 수복될 수 있었다.

  이러한 일들이 있었기에, 세니티아 행성계와 그 주변 행성계에서는 인류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고, 그래서 인류의 행방을 찾아 나서는 것은 아주 기나긴, 어쩌면 끝을 알 수 없을지도 모르는 여행이 될 수 있었기에, 함부로 나설 수는 없었다. 그러다가 마녀의 탑에서 어떤 행성계에서 유래되었을 법한 신호가 잡혔고, 그것이 어쩌면 멸망에서 살아남은 인류의 후예가 남긴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은하의 중심 부근의 한 곳에 위치한 행성계의 신호를 쫓아가기로 하였다. 이러한 은하 중심을 향해 몇 개의 거점을 찾아 나서는 여행은 본래 혼자 이어가기로 했지만, 아네샤가 이러한 나의 여행에 동참하기로 했고, 그리하여 첫 번째 신호의 근원인 곳을 향하는 문을 향해 나아가기로 했다.
  문제는 그 일대가 세상의 서부였던 '루테나(Lutena)' 군도 서쪽 너머의 대양에 자리잡았다는 것으로, 본래는 루테나 군도의 중심에 자리잡기로 되어 있었지만 위치 선정 과정에서 모종의 문제가 생겨나, 그로 인해 군도의 서쪽 먼 바다에 문이 위치하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문이 위치하다는 서쪽 너머의 바다 위 상공을 비행하게 되었다.

  "대체 무슨 문제가 생긴 거야?"
  "문을 소환해 주신 분들께서도 해당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예상을 하시지 못하신 것 같아."
  비행 도중에 아네샤가 물음을 건네었고, 이 물음에 나는 신호를 따라 문을 소환해 준 마녀의 탑에 기거하는 마녀들 역시 해당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에 이어지는 말로써 위치가 어찌 되었든, 문이 제 역할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내는 그 때, 먼 저편에서 불길한 인상을 주는 무리가 다가오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니, 처음에는 작은 형상처럼 보여서 그 모습이 구체적으로 잘 보이지 않았으나,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그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이 녀석들, 기계 병기들이잖아."
  "맞아, 기계 병기들이야." 이후, 드러난 형체들의 각지고 날카로운 날개와 몸체의 모습, 어떻게 보더라도 그들은 기계 병기들이었다. 날개를 펼친 전투기 무리가 푸른 빛을 띠는 짙은 구름을 뚫고 바람을 거스르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멀리서 다가오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바로 소정령(Jag'spirit) 을 불러왔고, 이어서 아네샤 역시 자신의 왼손으로 바람의 기운을 방출해, 이로써 소정령을 불러 자신의 곁에 두도록 하였다, 앞으로 있을 전투를 위한 일이었다.
  먼저 다가온 전투기들, 대략 수십 여 개체들은 되어 보이는 이들은 기수 부분에 장착된 눈 부분에서 붉은 빛을 발하면서 양 날개의 하단에 하나씩 장착된 포신에서부터 붉은 포탄들을 발사하기 시작하고,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이들을 피해 가면서 오른손으로 들고 있던 지팡이에 바람의 기운을 들이는 것으로써 빛을 발하도록 하면서 우측 무리를 조준하기 시작하였다. 우측의 개체들을 고리가 둘러싸기 시작하고, 잠시 후, 나는 고리에 둘러싼 개체들을 향해 지팡이를 통해 파란 빛을 발하는 번개 줄기를 방출하고, 그 번개 줄기들은 앞장서 나아가는 개체들을 향해 먼저 나아가, 하나씩 개체들을 궤뚫고 지나갔다.
  그러는 동안 나의 좌측에 위치하고 있던 아네샤 역시 왼손에 쥐고 있던 바람의 기운으로 20 여 개의 바람 줄기를 방출해, 해당 줄기들이 하나씩 개체들을 향해 나아가도록 하였다. 이 바람 줄기들은 곡선을 그리면서 바로 앞에 자리잡은 비행체들을 하나씩 궤뚫어 지나갔다. 그렇게 바람, 번개 줄기에 궤뚫린 개체들은 잠시 후, 내부에서 불꽃이 터지면서 형체가 폭파되어 사라져 갔다. 그 이후로 이전의 무리와 같은 형상의 비행체들이 좌측과 우측에서 사선상 대열을 이루면서 나타나, 양 날개의 포신에서부터 붉은 포탄을 발사하는 것으로써 공격해 오니, 이 공격들을 피하면서 바로 번개 줄기를 발사해 이들을 하나씩 궤뚫도록 하였다. 이후, 이 비행체들 역시 이전의 비행체들과 같은 방식으로 폭파되어 사라졌고, 아네샤가 상대한 비행체들 역시 같은 방식으로 사라져 갔다.
  그 다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들은 날개가 장착된 거대한 포대로서, 이 포대들은 각자의 포구에서부터 한 번씩 빛 줄기를 포탄으로써 발사하는 것으로써 적인 나와 아네샤를 공격해 가려 하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이전의 전투기들과는 달리, 그들이 한 곳에 머무르는 특성을 갖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그들에게 하나씩 접근해서 소정령에서부터 번개 화살(Faycethai) 들을 잇달아 발사하면서 병기들의 몸체에 타격을 가하려 하였다. 이들은 수차례 타격을 받으면서 장갑이 뚫리며 폭파되었다. 그러는 동안 아네샤 역시 자신의 소정령에서부터 바람 칼날(Valanale) 들을 잇달아 발사해서 비행형 포대들의 장갑을 찢어내며 그들을 하나씩 폭파시키고 있었다.
  "원래 문의 위치가 그 곳에 있지는 않았지?"
  "그렇지, 본래는 루테나 군도의 중심 쪽에 설치될 예정이었다는데."
  비행을 이어가는 동안 아네샤가 건네는 물음에 내가 답을 하였다. 그러는 동안 사다리꼴-삼각형처럼 보이는- 형태의 큰 회색 날개를 좌우에 하나씩 네모에 가까운 형태를 갖춘 보라색 몸체에 장착한 병기가 전방에서부터 뒤쪽에서부터 보라색 불꽃을 일으키며, 모습을 드러내고, 그와 동시에 같은 형태의 비행체들이 좌우에서 하나씩 낮은 곳에서 뒤따라 오고 있었다.
  높은 쪽에서 먼저 접근해 오는 1 개체는 일행이 접근해 오자마자 몸체의 앞 부분에서부터 일행이 위치한 곳을 기준으로 나란히 10 여 개씩 포탄들을 발사하고, 이어서 몸체의 여러 부분에서부터 하나씩 붉은 구체들을 발사해 전방의 여러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였다, 구체 발사는 여러 방향으로 짧은 주기로 하고 있어서 이 포탄들이 하나의 탄막을 이루고 있었다. 우선은 위쪽에서 다가오는 병기를 소정령의 기탄으로 집중 타격을 가해 폭파시키고, 이어서 2 개체는 곡선을 그리는 바람, 번개 줄기들을 연속 타격을 가해 타격을 누적시키는 것으로써 격추시키려 하였다.
  그 이후로, 처음에 모습을 드러낸 전투 비행기들이 흩어져서 다가오는 것을 격추시켜, 그들의 움직임을 저지하고, 그렇게 전투기들과 기동 포대들을 제거해 가고 난 이후, 창의 날처럼 생긴 비행체가 그 뒤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좌우에 하나씩 소형 전투기들을 거느리는 그 비행체는 창의 날처럼 생긴 기수 부분에서부터 연두색 빛 줄기를 발사하고, 그 빛 줄기를 발사하는 때에 맞춰, 좌우의 비행체들 역시 기수 부분에서부터 작고 가는 빛 줄기를 몇 발씩 연속 발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바로 중심 부분을 집중적으로 노려, 나는 추적 특성을 가지는 번개 곡선을 비행체를 향해 그려내고, 아네샤는 뒤쪽으로 접근해서 돌개 바람 원반들을 잇달아 발사해, 후방의 배기 기관을 찢어 발기려 하였다. 이후, 배기 기관이 찢겨져 폭파되고, 번개 줄기들에 의해 기수 부분이 절단되면서 비행체는 완전히 폭파되고, 해당 비행체의 제어를 받고 있었을 소형 비행기 역시 뒤따라 폭파되어 사라져 가니, 아무래도 그 작은 비행체들은 주인이 사라지면 자신들도 뒤따라 죽도록 '두뇌 제어' 를 받고 있었던 모양.

  앞쪽의 무리들이 그렇게 폭파되어 사라진 이후, 전방의 먼 저편에서부터 대량의 미사일들이 날아오기 시작하였다.
  "자꾸 이렇게 몰려오니까, 라르나, 너와 함께 이야기 할 여유도 없네."
  잡담할 시간이 없다고 아네샤가 투덜대기는 했지만, 그 역시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창 전투가 진행되고 있을 동안에는 서로 떠들 시간도 없게 마련. 그래서 투덜대는 것도 가벼웠고, 그 이후로 바로 주어진 상황에 집중하는 행동을 취하기 시작했다.
  어디에서 날아왔을지 알 수 없을 미사일들, 그 미사일들이 닥쳐오기 시작하자마자 미사일들의 대열을 두 방향으로 끌어내기 위해 나와 아네샤 모두 각자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면서 미사일들의 움직임을 유도해 나아가려 하였다. 나는 우측 방향으로 날아가면서 미사일들 중 반 이상을 끌어오려 하였고, 실제로 많은 미사일들이 나를 향해 날아왔지만, 처음 날아온 미사일들, 그리고 이후에 날아온 미사일들 중에서 얼마나 나를 향해 날아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미사일들이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하자마자 바로 마법 사용을 개시, 이들을 목표로 삼도록 하였다.
  하늘색 보석이 박힌 지팡이를 통해 지정할 수 있는 목표의 개수는 30 여 정도, 그러나, 처음 날아온 미사일 개체들의 개수는...... 대략 80 여는 된 듯해 보였기에, 4 ~ 5 번에 걸쳐 미사일들을 목표로 지정하고, 이들을 향해 번개 줄기들을 몇 차례 발사해야 했다. 다행히도 미사일 80 여 개체들이 한꺼번에 나를 덮쳐온 것은 아니고, 몇 개의 무리로 구분되어 한 무리씩 차례로 접근해 왔기에 번개 줄기를 이용해 바로 격추해 나아갈 수 있었다. 좌측에서부터 날아오는 미사일 무리를 왼손에서 뻗어 나가는 번개 줄기들로 잇달아 제거해 가며, 그 위협을 없애 나아갔다.
  그렇게 나를 향해 접근해 오는 미사일들을 제거한 이후로도 수십여 씩 미사일들이 계속 날아왔고, 미사일들이 날아올 때마다 번개 줄기를 발사해서 이들을 격추시켜 나아갔다. 그러는 동안 미사일들 뿐만이 아니라 전투기들 역시 이들에 포함되어 포탄들을 발사하는 것으로써 나에게 피해를 가하려 하였고, 이들 역시 미사일을 격추시키면서 같이 처치해 나아갔다.
  어디에서부터 미사일들이 날아오고 전투기들이 계속 추격해 오는 것인지, 아직까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다가오는 개체들을 번개 줄기, 그리고 소정령이 발사하는 번개 화살들로 격추시켜 파괴시킬 따름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저지대에서부터 날아와 곡선을 그리며 나의 뒤를 뒤쫓아 가려 하였던 미사일들이었고, 이 미사일들이 날아오는 때를 같이 하여, 번개 줄기들을 발사해 이들을 일제히 격추시켜 가면서 그들이 더 이상 나를 추격해 오지 못하도록 하였다.
  그 이후로도 좌측, 우측, 전방에서 한 번씩 미사일 무리가 날아왔고, 이들 역시 격추시켜야 했으니, 그간 격추시킨 미사일의 개수는 나 혼자 격추시킨 수만 하더라도 100 은 이미 넘어섰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 아네샤와 둘이서 격추시킨 개수를 합하면 300 은 더 될 것 같아 보였다.
  "그 미사일 무리는 대체 어디에서 날아온 거지? 이렇게 작은 무리에게서 발사되기에는 너무도 많은 양인데."
  "그렇겠지." 아네샤가 다시 나의 곁으로 돌아오면서 미사일들의 근원이 심상치 않다고 말했고, 나 역시 미사일들의 유래에 뭔가 있다고 여기고 있었기에 그들이 날아온 방향인 전방, 서쪽 방향을 따라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 하였다.

  "라르나, 저기를 봐! 저기에 마법진이 있어, 마녀가 불러온 문인 것 같아!"
  그렇게 한참 비행을 이어가는 도중, 아네샤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녀가 불러온 문을 발견했다는 것이었다. 하얀색 빛을 발하는 원형 마법진의 중심에 새하얀 고리로 둘러싸인 하늘색 공간이 자리잡고 있었으니, 다른 세상으로 전이할 수 있는 문의 역할을 하는 존재임은 확실해 보였다.
  "이런 곳에 있었구나, 그런데 어쩌다가 저런 위치에 문이 자리잡게 된 것이지?"
  아네샤의 움직임에 다시 합류하면서 문의 바로 앞으로 접근하며, 그렇게 말을 건네는 그 때, 갑자기 문의 저편에서부터 무언가 튀어나오기 시작하였다. 우주 함선의 일종으로 추정되는 병기로서, 사다리꼴 모양의 날개를 좌, 우측에 하나씩 장착하고 있는 그 몸체는 전반적으로 네모난 형태에 가까운 모습을 갖추고 있어서, 그 외형은 십자가에 다소 가까워 보였다. 함선은 문에서 나오자마자 날개와 선수, 선교 부분에 장착된 포대에서부터 포탄들을 발사하기 시작하면서 나와 아네샤에게 해를 가하려 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분명 저 문은 마녀가 거점으로 나아가기 위해 열었던 문일 텐데......."
  그 모습을 보고 놀라면서 아네샤가 말했다, 잠깐 보는 그 표정에서 심히 당황했음이 느껴지고 있었다. 이후, 마법진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보려 하였고, 그 마법진의 테두리 모양을 보면서 세니티아 문자-세니티아 마녀가 만든 마법진임을 알리기 위해 해당 문자를 사용한다-가 쓰여 있는 모습을 보고, 나는 그것이 마녀가 불러온 것임이 틀림 없다고 여길 수 있었다. 아무래도 마법진의 거점은 적의 거점과 관련되어 있었던 모양.
  '마녀가 루테나 군도가 아닌 이 지점에 마법진을 불러온 것은 실수가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아.'
  혼잣말을 이어가는 동안, 공세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창의 날 비스무리하게 생긴 작은 비행체들이 잇달아 날아오면서 각자의 기수에서부터 포탄을 발사하는 것으로써 위협을 가하니, 지팡이로 번개 줄기를 방출해, 함선의 날개와 몸체 부분을 가격하면서 소정령으로 하여금 번개 화살들을 발사해, 작은 비행체들을 격추시키도록 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아네샤는 함선의 우익, 그리고 우측 부분에 잇달아 타격을 가해, 해당 부분의 포대들을 잇달아 파괴하고 있었다.
  "해당 거점에 기계 병기들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아, 그렇지 않으면......."
  아네샤는 우익과 우측 부분의 포대들을 파괴해서 해당 부분들을 무력화시킨 후, 우익 부분의 결합 부분에 소정령의 바람 줄기로써 타격을 가하고 있었다, 우익 부분을 파괴하기 위한 일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나에게 문 너머의 지점에 기계 병기들이 거점을 마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설마,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일부러 문의 위치를 이 지점에 옮긴 것이려나."
  "그러하겠지. 하지만, 처음부터는 몰랐을 것 같아, 나중에 해당 사실을 알고 나서, 문의 위치를 이렇게 옮겨놓은 것 같아."
  나는 마녀가 문을 소환하려 하면서 해당 지점을 루테나 군도의 중심지로 정했다고 말한 바를 기억하고 있어서, 이를 통해 그가 처음에는 목표 지점이 기계 병기들의 거점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 생각지 못했으리라 여기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을 소환하기 위해 해당 지점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다가, 해당 지점이 위험할 수 있는 곳임을 알아차리면서 문의 위치를 옮겼으리라는 것. 그렇게 생각하며, 아네샤가 건네는 말에 대한 화답을 하는 사이, 선교의 포대가 폭파되고, 중심 부분이 노출되기 시작하였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네샤가 자신이 들고 있는 바람의 기운으로 바람 줄기들로 집중 폭격을 가해 선교 내부 부분에 폭발을 일으켰다.
  이후, 그 함선은 중심부에서 한 차례 큰 폭발을 일으킨 후, 불길에 휩싸인 채, 추락하면서 잇달아 폭발을 일으키다가 공중의 한 지점에서 큰 폭발을 일으켰다, 화염이 터져 나오면서 그와 동시에 충격파로 인해 주변 일대의 대기가 한 동안 심하게 격동하고 있었다.
  함선이 격침되고, 이후로 모습을 드러내는 병기들이 격추되어 사라진 후, 나는 이전에 나타났던 그 미사일들 역시 문 너머에서 날아온 것임이 틀림 없다고 확신하고서, 그 근원을 찾아 없애 버려야 하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는 날개를 뒤로 기울이면서 문 너머를 향해 가능한 빠르게 속도를 내면서 돌진해 나아갔고, 이어서 아네샤 역시 그런 나를 따라 문 너머의 공간으로 날아가려 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눈앞으로 하늘색 대기의 흐름이 전방을 향해 이어지는 공간의 모습이 들어서기 시작하였다.

  어디인지 알 수 없을 미지의 공간과 이어지는 통로로 진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나의 왼쪽 부근에 머무르고 있던 소정령이 하얗게 깜박이기 시작하였다, 소정령 간 통신이 시작된 것. 그렇게 통신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모습이 보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소녀의 목소리가 소정령에게서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
  "라르나 님, 아네샤 님, 듣고 계신가요?"
  "예, 듣고 있어요." 그 목소리에 내가 바로 응했다. 소정령 간 통신을 통해 나에게 연락을 취하려 한 인물, 그 인물의 목소리는 이전에 들어서 알고 있었다, 이전에 성계로 다가온 신호의 근원지로 추정되는 곳을 향하는 마법진을 만든 마녀의 목소리로, 마녀는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고, 소정령 간 통신을 통해 연락이 닿았을 따름이라 그 모습을 본 적은 그 때까지는 아직 없었다.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바로 그에게 이전에 내가 추정한 바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하였으나, 그 때, 마녀의 목소리가 나에게 들려오려 하고 있었다. :
  "죄송해요, 그 지점에 기계 병기군이 자리잡고 있었을 줄이야......."
  "해당 거점으로 가야할 곳을 설정하셨을 때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실 줄 알고 있었어요."
  그러자 아네샤가 마녀에게 처음부터 예상하지는 못했을 것임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음을 밝히는 말을 건네고서, 이어서 다른 지점은 없지 않았느냐고 마녀에게 물었다. 그러자 마녀가 우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시작으로 일행에게 전하는 말이 이어가려 하였다. :

  마녀는 해당 거점 이외에는 신호의 근원지로 추정되는 곳의 정보를 찾지 못했음을 밝히고서, 병기들의 위협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지만, 나와 아네샤 정도의 실력이라면 무난히 잘 해낼 것이라 믿고, 기다리고 있겠음을 밝혔다. 그리고서, 문은 가능한 빠른 시기 내로 닫을 것이며, 그래서 나와 아네샤에게 문의 출구 부분에 도착하면 그 즉시 바로 도착했음을 알려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하였다, 그 시기에 맞춰 문을 닫아 놓겠다는 것. 그와 더불어 병기들의 거점은 세니티아 성계를 비롯한 주변 성계들에 있어 심각한 위협이 될 수도 있는 만큼, 가능한 빠른 시일 내로 제거해 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그 부탁은 하지 않아도 어차피 하려고 했지요, 그 병기 군단이 발견된 이상, 가만히 놓아두어서는 안 되는 일 아니겠어요?"
  그 부탁에 대해 아네샤가 그렇게 화답했다.

  그 이후로, 마녀는 새로 해야할 일과 관련된 곳이 생기면 해당 성계의 이름을 알려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렇게 한다면 성계의 이름을 통해 성계의 위치를 알아내고, 해당 지점으로 전이할 수 있는 문을 만들어 주겠다는 것. 그리고 세니티아 성계로 돌아갈 때에는 마지막 위치에서 세니티아로 돌아가는 문을 만들어 두겠음을 밝히는 말도 이어서 건네고 있었다.

  "너무 과하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저도 그렇고, 아네샤와 루아린 역시 어디를 가든 어떻게든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가고는 했으니까요, 이런 일이 한 두 번이어야지요, 지난 번에는 위험한 임무에도 나섰던 사람들이에요, 이 정도 즈음은 별 문제도 아니지요."
  다소 걱정스러워 하는 듯한 마녀의 말에 나는 조용히 미소를 띠며 지나치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화답을 했다. 한 달 전에는 어떤 행성계에서 발생한 괴 나무의 습격에 나서면서 위험한 상황에 수 차례 직면한 경험이 있었던지라, 그 경험을 상기하며, 그런 적도 있었던 만큼, 앞으로 무슨 일이 있다고 한들, 그 내외 정도일 뿐으로, 유난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언제나 의연하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아무튼, 앞으로 그와 같은 기계 병기들과 맞설 일들이 여러 차례 있을 거예요, 그 기계 병기들과 맞서면서 해당 병기들에 대한 정보를 가능한 소정령 간 통신을 통해 드릴 수 있도록 할게요."
  이후, 마녀는 앞으로 등장하게 될 기계 병기들의 정보를 가능한 대로 알려주겠음을 알리고서, 세니티아 인들이 어디를 가든, 잘 해 왔던 것처럼, 잘 해 올 것이라 믿는다고 말하였고, 그와 더불어 소정령 간 통신이 끝났다. 이 무렵, 하늘색 흐름의 길 사이, 일행이 위치한 그 앞에서부터 미사일들이 날아오기 시작했지만 이전에 날아온 개체 수에 비하면 적었고, 그 정도는 혼자서도 능히 처리할 수 있었다. 내가 맡아서 소정령의 번개 작살들을 연사해 이들을 타격해 전부 파괴해 나갔다.
  미사일 무리를 지나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먼 아래 쪽에 한 무리의 배들이 자리잡고 있는 광경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청회색을 띠고 있는 길다란 배들, 선수가 육각뿔 모양을 이루고 있는 각 배마다 포대를 비롯한 각종 발사 장치들이 선체의 곳곳에 마치 사냥감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포수의 총끝처럼 배치되어 있었다. 다가오는 적들이라고는 나와 아네샤 두 사람 뿐이었으니, 접근해 오기 시작하면 바로 두 사람을 노리며 차례로 집중 포격을 가할 것임이 틀림 없어 보였다.

  마녀의 조언에 의하면 해당 전함들은 'B 형 정규 순양함 바지카(Bazika, B-ßïy Normanagißamve)'(*1) 라 칭해진다고 하였으며, B 형 계열의 순양 전함군 중에서는 기본형에 해당된다고 하였다, 선교의 앞, 뒷 부분에 1 기씩 주포 장치들이 장착되어 있으며, 선체의 양 옆 부분에 여러 발사 장치들이 장착되어 있으며, 선수 부분의 상단, 좌단, 우단에는 사출 장치들이 있어서 사출 장치들을 통해 미사일이나 함재기들을 사출할 수 있다고 한다, 함재기라고 하지만, 배의 크기가 크기인 만큼, 사출되는 병기는 작은 것들이라 하였다.

  지팡이에 바람의 기운을 들이고 지팡이의 보석이 빛을 발하기 시작하자마자 내가 위치한 그 아래에 보이는 배들을 조준해 목표가 되도록 하고서 곧바로 배들을 향해 번개 줄기들을 방출하였다. 방출된 파랗게 빛나는 번개 줄기들은 곡선을 그리면서 배들을 향해 나아갔다. 그와 동시에 아네샤 역시 자신의 왼손에 들고 있던 바람의 기운으로 바람의 선들을 방출, 그 선들이 곡선을 그리면서 먼 앞의 배들 그리고 배들 사이에 자리잡은 비행정들을 향해 나아가도록 하고 있었다.
  우선 번개 줄기들이 공간의 아래쪽에 자리잡은 배들의 중심부에 꽂히면서 그 주변의 갑판에 번개 줄기들을 흩뿌리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번개 줄기들이 배의 몸체에 격돌, 그리고 그 주변으로 번개가 퍼지면서 파란 빛들이 무섭게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좌측의 배들과 비행정들을 향해 곡선을 그리면서 날아간 하늘색 바람 줄기들이 배와 비행정의 동력원을 그대로 궤뚫고 지나가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바람 줄기에 갑판과 그 내부가 뚫린 비행체들은 동력원이 관통당한 그 여파로 뚫린 부분을 중심으로 불꽃을 일으키며 폭발하기 시작, 이윽고 충격파와 폭풍을 일으키면서 몸체가 부서지고 흩어져 가는 광경이 보이기 시작하였으며, 그와 동시에 우측 대열에서는 배들의 갑판에 박힌 번개 줄기가 그 갑판을 뚫은 후에 내부에 번개 기운을 일으키고, 그로 인해 몸체가 내부에서부터 폭발이 거듭 일어나면서 불꽃과 충격파를 거세게 일으키며 그 몸체가 폭파되는 광경을 보였다.
  이들은 전열에 위치한 배들과 전투정들로서, 그 뒤로 여러 전함들과 전투정들이 자리잡고 있어서 이들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 번개 줄기, 바람 줄기를 잇달아 발사하며 비행을 이어가고 있었고, 그러면서 번개와 바람의 파란색, 하늘색 줄기들이 기계 병기들의 몸체를 궤뚫는 광경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붉은 화염이 충격파와 함께 터져 나가며 기계 병기들의 몸체를 부수어 가는 광경이 잇달아 나의 눈앞에 나타나고 있었다.
  그렇게 배들 사이를 돌파해 가며, 배들을 격침, 아니 굉침시켜 나아가는 동안, 나와 아네샤가 비행해 나아가는 먼 앞에서는 화살촉 형상을 이루는 비행체들이 그런 일행의 공세에 요격을 가하기 위해 접근해 오고 있었다. 몸체의 위쪽 뒷 부분-꼬리날개가 장착될 부분-에 길다란 포신을 장착하고 있던 비행체들은 사다리꼴 모양의 대형을 이루며 접근해 와서는 각자의 포신에서부터 붉은 빛 줄기를 방출하면서 다가오는 이들을 위협하려 하였다, 빛 줄기의 직경은 발사를 행한 비행체의 몸체 크기만 했다.
  빛 줄기는 굵었지만, 공간의 모든 지점을 가릴 정도로 위협적인 것은 아니었고, 그래서 바로 이들이 발사된 궤적 사이를 지나다니며, 그 공세를 피해내고, 그와 더불어 이들을 공격 목표로 삼아 번개 줄기를 잇달아 발사하며, 반격으로써 이들에게 타격을 가하니, 빛 줄기를 발사하는 포격을 가한 비행체는 그 반격으로 하나둘씩 격추되고, 파괴되어 사라져 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배들이 격침되면서 하나의 상황이 정리되고 있었다. 하지만 숨 돌릴 때가 오려면 아직 멀었으니, 먼 앞으로 여전히 배들과 병기들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우선은 병기들의 대열을 돌파하고 통로를 빠져나가는 것을 우선시 하며, 다른 행동은 일체 하지 않기로 했다. 이 통로에서는 가능한 모든 병기들을 격추시켜 사라지도록 하려 했으니, 이 통로가 세니티아 행성계와 직결되어 있었기에, 이들의 진입을 허용하는 것은 병기들의 세니티아 행성계 침략을 허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 다행스러운 점은 기계 병기들이 함대를 구성한다고 해도, 그 규모는 크다고 말할 수 없었기에, 바람의 기운과 내 능력을 끌어낼 수 있다면, 이들을 거의 모두, 적어도 전함들을 비롯한 주요한 병기들을 모두 격추 및 격침시킬 수 있어 보였다.

  이전에 격침시킨 배들 너머에도 10 여 척의 배들이 대열마다 3 ~ 4 척씩, 4 개 열을 이루면서 공간 내부에 자리잡고 있었으며, 함선들 주변으로 여러 비행체들 및 전투정들이 2 ~ 5 대씩 조용히 자리잡고 있었다. 공간 내부의 배들이 소속된 함대에 소속되어 있어서 배들과 동행하고 있으면서 함대에 내려질 공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을 것이다. 이후의 나와 아네샤를 향해 가해지는 공세는 이 남은 무리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었다.
  우선, 미사일들을 발사하는 비행정들이 유도 미사일로 위협을 가하고, 전함에서도 소형 개체를 사출하거나 대량의 미사일들을 발사해 가며, 공간의 흐름을 따라 나아가는 나를 비롯한 일행에게 위협이 되도록 하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에 맞닥뜨렸을 당시에도 그렇게 위협적이지 않은 일이었다. 그 때에도 여느 때마냥 미사일들 사이를 돌파해 가며, 미사일들과 더불어 함선들에서 사출된 소형 비행체들까지 번개 줄기들을 발사해, 이들이 목표들을 쫓아가도록 하는 것으로써 제거해 나아갔고, 미사일들 중에서 나에게 직접 닿은 이들은 거의 없었다, 근처에 다가오는 이들도 없었을 정도.
  그 이후에는 상공의 내가 위치한 그 일대 그리고 위쪽 방향에서 박쥐처럼 생긴 비행체들이 날아오기 시작하였다. 날개의 관절 부분에 장착된 포신에서 빛 줄기들이 하나씩 소리를 내며 발사되어, 적인 나와 아네샤를 추적해 가는 움직임을 드러내었다. 하지만 직선 상의 궤적을 그리는 관계로 발사될 때의 일행이 위치한 곳을 기준으로 방향이 한 번 전환될 뿐이라 공세 대처가 그렇게 난감한 것은 아니었고, 이 공세 이후에 바로 소정령에서 바람 칼날, 번개 작살들을 잇달아 발사하는 반격을 가해 하나씩 격추시켜 갔다.(*2) 그렇게 상공에서 몰려오는 전투정 및 병기들을 격추시킨 이후에는 배들을 공격 목표로 정하고, 계속 번개 줄기 무리를 한 번씩 발사해 갔다.
  곡선을 그리는 번개, 바람 줄기들이 배에 격돌하고 부딪치면서 한 척씩 배가 격침되고 소정령들이 발사한 칼날, 작살들이 병기들의 몸체에 부딪쳐 장갑을 부수어 가는 광경이 그렇게 몇 차례 반복되어 갔다. 거의 일방적인 우세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일행은 적의 한복판에 있었던 만큼, 좌, 우측에서의 습격에도 대비를 해야 했으며, 그래서 두 사람으로 구성된 일행의 리더 역할을 했던 나는 주변 일대를 틈나는 대로 둘러보고 있어야 했다.

  몇 차례 반복된 함선들 그리고 함대에 속한 병기들과의 교전이 있은 후에 모습을 드러낸 병기들이 있었다, 둥그런 몸체의 양 옆에 세모꼴 날개, 상단 뒤쪽에 삼각 꼬리 날개를 장착하고 앞 부분에 뿔 모양 기수를 장착한 비행체-전투정-들. 2 ~ 3 기씩 대열을 이루며 나타나는 전투정들로, 이 전투정들로 구성된 2 번째 대열을 돌파해 나아갈 무렵, 일행의 눈앞으로 이전과 다른 분위기의 하늘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얇게 드리워진 구름 사이로 하늘의 선명한 밝은 푸른색이 드러나고 있는 광경이었다.
  "이제 통로의 끝에 도달한 것 같아."
  "그러하겠지, 저기 보이는 저 앞 어딘가에 통로의 경계가 위치하고 있을 거야."
  이전의 그 병기들이 격추 및 폭파, 파괴된 이후로는 병기들이 더 모습을 드러내거나 하지 않았다. 그렇게 전방 상황이 나름 여유로워지자 뒤쪽으로 시선을 돌려, 폭파된 함선들을 비롯한 병기들의 잔해들이 떠도는 뒤쪽 광경을 보려 하였다. 남은 병기들이 있다면 통로 돌파를 허용하지 않으려고 추격해 올 가능성을 고려해 봤지만, 나의 눈앞, 먼 곳까지도 잔해들만 남아있을 뿐으로, 병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시점에서 통로 내부의 병기들은 거의 전멸한 것처럼 보였다.
  "라르나, 뒤쪽이나 주변에 남은 병기들이 보이거나 하지 않아?"
  "나도 잘 보이지는 않아."
  아네샤도 뒤쪽을 관찰하고 있었으며, 그 역시 남은 병기들을 찾아낼 수 없었던 모양. 그 이후, 나는 일단 남은 병기는 없을 것으로 판단을 내리면서, 다시 전방으로 시선을 향하면서 날개를 뒤로 젖히며 속도를 내었다, 가능한 빠르게 통로를 빠져나가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날 무렵, 눈앞이 잠시 빛으로 하얗게 변하더니, 시야를 가리던 하얀 빛이 사라지면서 먼 앞에 보이던 얕게 드리워진 구름 사이로 드러나는 하늘의 모습이 내 주변에 보이기 시작하였다, 통로 건너편에 보이던 그 하늘에 일행이 이른 것이었다.
  "라르나 님, 아네샤 님, 이제 막 통로를 빠져나오신 것이지요?"
  그 무렵, 마녀로부터의 질문이 들어왔고, 이 질문에 나는 그렇다는 의미의 답을 하였다. 이후, 아네샤 역시 자신도 같이 따라 나왔음을 밝히자, 마녀는 모두 무사히 잘 도착해 주어서 다행이라고 말을 건넨 이후에 자신이 할 일에 대해 소개하기 시작하였다.
  "이제 저 문을 폐쇄하려고 해요."
  마녀는 나를 비롯한 일행이 문의 출구를 나서자마자 바로 세니티아 행성계 그리고 일행이 도착한 행성계에 설치된 문들 일체를 폐쇄하려 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렇게 되면 문과 문 사이의 존재 의미가 없어진 통로는 소멸하며, 통로의 소멸과 함께 통로 내부에 남은 이들은 통로와 운명을 같이하게 된다. 이를 통해 마녀는 문을 통한 세니티아 행성계로의 병기 진입을 차단함은 물론, 통로에 아직 남아있는 병기들의 일소를 행하려 하고 있었다.
  "세니티아 행성계나 통로에 남은 병기들은 더 없는 것이지요?"
  이후, 마녀가 다시 일행에게 질문을 건네었고, 이 질문에 나는 발견된 개체들은 모두 제거했음을 밝혔다. 그리고 이어서 아네샤가 말하기를, 세니티아에 진입한 개체들 중에 발견하지 못한 것들도 있겠지만, 거의 잔존 병력 수준이라 행성계에 남은 동료들 정도는 무리 없이 처단할 수 있을 것이라 하였다. 아네샤의 동료들은 이런저런 곳에서 활약한 바 있는, 전투 경험이 상당히 많은 이들이었다, 그 정도 병기들 즈음이면 바로 격멸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나와 아네샤가 마녀의 질문에 이어 대답을 할 무렵, 뒤쪽에서 점차 약해져 가는 바람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그 소리에 바로 고개를 돌려 뒤쪽을 바라보니, 문의 역할을 해내던 원형 마법진이 있었을 곳이 새하얀 빛을 발하는 원에 감싸이며 점차 사라져 가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바람의 소리가 약해져 감에 따라 원은 점차 사라져 갔고, 이윽고 작은 별 크기에 이르자, 그 빛은 하얀 불꽃을 터뜨리며 폭발해 상공에서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다음 행성계로 나아갈 수 있는 문은 제가 이후에 만들 수 있도록 할게요."
  이후, 마녀는 다음 행성계로 나아가려 한다면, 이를 위해 문을 만들어 두도록 하겠음을 밝히고서, 다음 행성계로 갈 필요가 생기면, 자신에게 소정령 간 통신을 통해 연락을 줄 것을 부탁한 이후에 나 그리고 아네샤와의 소정령 간 통신을 끝냈다.

  공간 전이의 문과 문 사이의 통로를 지나, 그 너머의 행성계에 도착한 이후에도 상황은 그렇게 여유롭지는 않았다. 여전히 상공에서는 병기들이 구름을 뚫고 올라오며 습격을 시도해 가고 있었던 것으로 우선은 원반형 몸체에 기수와 날개들이 장착된, 이전에 마주한 그 병기들이 1 기씩, 3 기가 모습을 드러내 몸체의 뒤쪽 두 부분에서부터 다량의 미사일들을 한 대열식 발사, 나 혹은 아네샤를 추적하는 방향으로 V 자 대열을 그리면서 나아가도록 하였고, 그 미사일들이 제거되자, 그 다음으로는 포탄을 여러 방향으로 발사하면서 움직임에 제한을 가하려 하였다.
  곡선을 그리는 바람, 번개 줄기로 이들을 격추시킨, 그 이후에는 내 키만한 길이를 가지는 비행정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 8 기씩 하나의 대열을 이루며, 다가오는 16 기의 비행정들은 내가 위치한 그 높이 부근에 이르자마자 몸체 뒤쪽의 두 부분을 꺾으면서 해당 부분에서 발에 해당되는 부분이 나타나도록 하였다, 전투기에 두 다리가 장착된 형태의 변형을 보이면서 그 두 다리로 위치를 고정하면서 기수 부분에 장착된 포신에서부터 광탄들을 잇달아 연사하기 시작하니, 그렇게 발사된 붉고, 노란 광탄들은 주변 일대로 흩뿌려지며 화망을 형성하기 시작하였다.
  화망을 돌파해 가며, 이들을 지팡이에서 발사되는 번개 줄기들로 모두 격추해 나아간 이후에는 다시 원형 몸체의 그 비행정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그 다음으로는 이전에 모습을 드러낸 그 전함과 전함을 호위하기 위해 좌우에 1 기씩 배치된 원형 몸체의 전투정이 모습을 드러내, 전함과 함께 미사일들을 발사하기도 하였다. - 이 때의 미사일 폭격은 그 수가 엄청나 지팡이, 그리고 바람의 기운으로 목표 지정을 해도 전부 지정이 되지 않을 정도로 그 숫자가 많았다. 100 여 발의 미사일이 한꺼번에 발사된 이 공세는 소정령 뿐만이 아니라 나와 아네샤 역시 지팡이, 바람의 기운으로 번개 작살, 바람 칼날들을 잇달아 발사하는 것으로써 간신히 막아낼 수 있었으며, 그 이후로는 전함부터 격침시키고, 그 이후로 원형 비행체들을 격추시키는 것으로써 반격을 가했다.
  병기들을 제거해 가기를 반복하면서 나는 상공에서의 고도를 점차 낮추어 지상에 가까워지려 하였다, 지상 세계와 가까워지면서 그와 더불어 지상 세계의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을 병기 무리, 그 우두머리를 찾아내기 위한 일이었다. 그 이후로도 3 척의 전함들로 구성된 함대와 함대에 속해 있었을 박쥐 모양의 전투기들, 삼각 날개를 가지며 날개에 포신이 장착된 전투기들을 비롯한 여러 병기들과 맞서 나아가고 있었으며, 세계와 세계 사이의 통로에 있을 때처럼 번개와 바람이 그려지는 푸른 선들이 공간 일대를 가로지르고, 그와 더불어 병기들이 폭발하면서 분출하는 붉은 불꽃들이 터져가는 광경이 계속 눈앞에 보였다가 사라져 가기를 반복해 갔다.

  그렇게 병기들을 제거해 나아가면서 점차 고도를 낮추어 가다가, 상공에 드리워진 구름의 무리가 눈앞을 지나가고, 하늘 아래가 선명히 드러나면서 상공 아래로 육지의 수풀과 숲, 그리고 폐허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 그 위를 날고 있던 나의 눈 앞, 그 멀리서 이전에는 보지 못한, 푸른색을 띠는 거대 비행체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길다란 육각형에 가까운 동체의 좌우에 장착된 삼각형에 가까운 사다리꼴 모양의 거대한 한 쌍의 날개로 구성된 몸체를 가진 개체로서, 전체 길이만 해도, 아네샤의 키, 그 10 배는 넘어 보이는 거대 병기였다. 중앙 동체의 정 중앙에는 원형 장치가 장착되어 있었으며, 그 바로 뒤에는 사출 장치로 추정되는 거대한 문이 자리잡고 있어서 해당 장치를 통해 미사일이나 공뢰 등을 사출해 위협을 가할 수 있어 보였다. 그 양 옆에는 높은 단이 자리잡고 있으며, 각 단의 앞 부분에는 길다란 포신을 가진 포대가 장착되어 있어서 포신을 통해 포격을 할 수 있어 보였다.
  동체 좌우에 하나씩 붙어 있는 날개의 뒤쪽과 앞쪽에는 일정한 간격을 이루며, 가는 포신을 가진 포대가 8 문씩 자리잡고 있었으며, 날개의 상단에는 작은 포신이 장착된 포가 자리잡은 원형 포대가 역시 일정한 간격을 이루며, 4 문씩 배치되어 있었다. 또한, 동체의 하단에는 회색을 띠는 길다란 꼬리 모양의 장치가 위치하고 있었으며, 8 개의 마디로 구성된 해당 장치는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으나, 비행체였던 만큼, 바람의 영향을 받아서 그렇게 흔들리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마녀가 밝힌 바에 의하면 해당 비행체는 함선으로서, 정식 명칭은 'H 형 국지전 제어 기능 전함 아카티에멜레(Accatiemmelle) (Akatiemele, H-ßïy Lokalaßamï Soneth yha ßamve)' (*3) 이라 하였다. 특정 구역을 선회하며, 침입자를 격퇴하는 기능을 가지는 함선일 것이라 칭하며, 다양한 포격 방식을 가지고 있는 만큼, 공세에 대한 주의가 필요함을 밝혔다.

  일행이 접근해 오자마자 우선 사출구에서부터 구형 공뢰처럼 생긴 비행체들이 흩뿌려지는 듯이 사출되기 시작하였고, 이어서 이들은 스스로 지능을 가진 듯이 각자의 뒤쪽에서부터 붉은 불꽃을 분출하면서 병기의 바로 위쪽 근처에 위치하고 있던 나와 아네샤에게 접근해 오기 시작하였다. 마치 미사일들처럼 나와 아네샤가 있는 곳을 추적해 가며 움직이는 이들은 앞 부분에 위치한 눈 역할을 하는 붉은 구체에서 붉은 빛을 뿜어내며, 다가오고 있었으니, 그렇게 다가와서 접근해 오면 자폭으로 피해를 가할 것임이 분명했다.
  마치 악마와도 같이 붉게 눈을 번뜩이며 날아오는 공뢰(?)들을 바로 보면서 지팡이를 앞으로 향했다, 곡선을 그리는 번개 줄기들로 이들을 격추시키기 위함으로 그러면서 아네샤에게 병기의 뒤쪽으로 날아가 줄 것을 부탁하였다. 앞쪽에서 내가 함선과 대치하고 있는 동안 아네샤가 건너편-함선의 선수 부분-으로 다가가 해당 부분에 타격을 가하도록 하기 위함으로 그 부탁에 아네샤는 바로 알았다고 답을 하고서, 함선의 하단-그 부분은 상대적으로 안전했다- 부분을 가로지르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함선의 하단 부분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듯해 보였지만, 그럼에도 아네샤가 그 부분 쪽으로 나아간 이후에 해당 부분에서 잇달아 폭음이 울려 퍼졌으니, 그 쪽에서도 공세가 이어졌음은 틀림 없어 보였다.
  그리하여 아네샤를 떠나 보내고, 나 혼자 함선의 함미 부분에서 대치를 이어가게 되었다. 지팡이에서 파란 번개 줄기들이 수많은 곡선들을 그려내며 폭탄들의 눈을 궤뚫으려 하니, 이어서 폭탄들이 폭발하면서 생기는 불꽃이 눈앞에서 피어오르다가 사라져 가고 있었다.
  이후, 동체 양 옆의 주포가 나를 향하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각 주포에서부터 나를 향해 불꽃과 같은 붉은 빛 줄기가 하나씩 발사 당시, 내가 위치했던 방향을 향해 날아갔고, 색깔과 약간의 산란 때문에 불기둥처럼 보였던 그 빛 줄기들을 피해가는 순간, 양 날개의 부포들에서 노란 빛 줄기들이 잇달아 주포들과 같은 방식으로 나를 향해 포격을 행했다.
  주포의 포격은 위력 상으로 위협적이기는 하였으나-직격을 당하면 보호막이 있었어도 치명적이었을 것임이 틀림 없었다-, 피격을 최소화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공격 범위를 줄이는 것이 더욱 중요했고, 그래서 주포가 아닌 부포들, 그리고 날개에 장착된 포대들을 먼저 공략해 파괴해 나아가기로 했다. 그렇게 판단을 내리고 소정령이 번개 작살들을 발사하도록 하면서 번개 줄기들을 지팡이에서 방출되도록 하는 동안 날개 뒤쪽의 포구들이 빛을 발하기 시작하였다.
  포구들에서는 빛 줄기들이 연속 발사가 되고 있었으나-얼핏 보더라도 이들이 기관포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들이 발사되는 방향은 포구가 향하는 방향으로 제한되어 있었고, 그 간격이 상당히 커서 나에게는 그렇게 위협적이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나는 번개 줄기들을 잇달아 발사해 갔고, 날개 모서리 쪽의 포대들은 내구성이 크지 않았기에 번개 줄기들이 몇 번 찌르는 것만으로도 간단히 격파되어 폭발과 함께 불을 일으켰다.
  날개의 포대들이 폭파되어 날개에서 불길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뒤를 이어 부포가 장착된 포대들 역시 하나씩 폭파되어 불을 터뜨리면서 함선의 공세는 점차 약화되어 가기 시작했다. 사출구에서 사출되는 폭탄들의 공세는 여전했으나, 이전 공세 때도 그러하였지만, 그렇게 위협적인 공세인 것은 아니었다. 한편, 아네샤는 날개 앞쪽 모서리의 포대들을 하나씩 폭파시키는 것으로써 제거해 가고, 그와 더불어 기수 부분을 집중 타격해 그 부분 역시 폭발을 일으키도록 하였다. 그 폭발이 얼마나 컸던지, 그 일대가 한 동안 밝아지면서 주변 일대가 잠시 어두워질 지경이었다.
  날개와 포대가 불길에 휩싸이고, 그 이후로 남은 유일한 공격 수단인 사출구에서 폭탄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폭파시키고 있을 즈음, 아네샤는 함수 쪽으로 다가오는 전투정들을 격추시켜 가고 있었으며-함선의 건너편을 통해 그 모습이 보였다-, 이를 소정령 간 통신을 통해 알리기도 했으며, 통신을 통해 함선을 도와주러 오는 움직임을 차단해 가고 있었음을 알리기도 했다. 이후, 그렇게 소정령 간 통신을 통해 자신의 상황을 전하던 아네샤는 그러다가 한 가지 이야기를 나에게 전하려 하였다.
  "날개 모서리에 장착된 포대들 있지?"
  그리고서 아네샤는 해당 포대가 파괴된 자리에서 새로운 포대가 그 자리를 차지해 폭발 흔적을 메우는 기능을 함선이 가지고 있음을 밝히고서, 가급적이면 빠르게 부포, 주포와 핵을 파괴해 함선을 굉침시켜야 할 필요가 있음을 밝혔다. 이러한 그의 발언에 나는 처음에는 반신반의하고 있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조금 시간이 지나자 날개 뒤쪽 모서리의 불에 탄 흔적에 새로 포대가 생성되어 그 흔적을 지워 버렸고, 이어서 새 포대가 포격을 가하기 시작하였다.
  일단 이들을 격추시키기는 하였으나, 아네샤가 우려한 바대로 일이 일어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더 시간을 지체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면서 포대들과 부포들에 이전보다 더욱 치열하게 타격을 가하려 하였다. 그리고 부포의 포대들과 날개 모서리의 포대들이 모두 파괴되고, 그 이후에 날개의 모서리와 윗면이 불길과 연기에 휩싸이는 동안, 사출구를 폭파시키기 위해 번개 줄기들과 소정령의 번개 작살들을 집중시키려 하는 그 때, 아네샤가 동체의 중심부 위로 나아가 반구체 상을 이루는 중심부의 장치에 바람 줄기들, 그리고 소정령의 바람 칼날들을 집중시키기 시작하였다, 해당 부분을 집중 타격해 폭파시켜, 그 내부를 드러내도록 하기 위한 일이었을 것이다.
  아네샤는 그 부분만큼은 내가 맡아줄 것을 원하고 있었던 모양이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그대로 아네샤가 윗 부분의 공략을 맡고, 나는 그 대신으로 폭탄의 사출구를 동력원과 함께 폭파시킨다는 것으로 이어서 그 행동에 대한 자세한 사항을 말해 주었다 :
  "폭탄들이 대량으로 사출될 때가 있어, 그렇게 폭탄들이 사출되려 할 즈음에 내가 사출구를 폭파시켜서 그 폭발에 폭탄들까지 전부 휘말리게 만들어 버리는 거야."
  그러자 아네샤는 사출구에서 폭탄들이 나오는 시점을 잘 판단해야 할 텐데,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고 나에게 물었고, 이 물음에 나는 맡겨보라고 청하고서, 한 번 실패하면 다시 시도하면 된다고 넉살스럽게 이어 말하니, 아네샤가 바로 그런 나에 대해 헛웃음을 지으며 그런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
  "그래, 역시 너 다운 생각이다."
  그러면서 나에게 맡겨 보겠다고 말한 이후에 어떻게 사출구를 폭파시킬지는 모르겠지만, 움직임이 보이면 자신도 행동을 개시하겠음을 밝혔다. 그 이후, 아네샤는 되살아나는 날개 모서리의 포대들을 공격해 폭파시키기를 반복하면서 내가 행동을 할 때를 기다리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그의 목소리가 자그마하게 들려왔다 :
  '이 포대들도 언젠가 전부 소진되겠지.'
  그러는 동안에도 나는 이전에 사출된 폭탄들을 처리하는 데에 바빠서 당장에 행동을 드러내기는 어려웠다-그러면서 나 역시 언젠가 폭탄들 모두 소진될 때가 있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사출된 수십여 폭탄들이 모두 폭파되고 그와 더불어 되살아난 후방 날개 모서리의 포대들 역시 모두 제거되면서 지팡이 끝에 기운을 모아, 그 기운을 사출해 푸른 빛을 발하는 칼날의 형상을 이루도록 하고, 나 자신을 투명한 바람 보호막이 감싸도록 하면서 폭탄들이 사출될 시기를 기다리려 하였다.
  그러다가 사출구 쪽에서 포탄이 잇달아 발사되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고, 그 소리를 들으며, 나는 폭탄들이 다시 생성되려 하고 있다고 판단을 내린 이후에 왼손으로 번개 줄기 하나를 상공을 향해 쏘아 보냈다, 그것이 아네샤를 향한 신호탄 역할을 하도록 하기 위함으로 그 이후, 내가 칼날이 생성된 지팡이를 든 손을 앞세우며 사출구 쪽으로 돌진을 개시하였다.

  늘 그렇듯이, 이런 돌진은 목숨을 담보로 한다, 폭발에 휩싸이는 것은 기본이 되기에. 안전 장치로 보호막을 두고 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안전을 무조건 보장할 수는 없었다. 구상을 이루는 동력원을 뚫고, 잠시 동안은 화염 폭풍이 보호막을 감싸고 있는 광경이 눈앞으로 보이고 있었다. 다행히도 그 폭풍은 길게 이어지지 않아, 금방 지나칠 수 있었고, 그 이후로 바람 기운이 기계를 뚫고 지나가는 동안 화염이 이런 나를 추격해 가는 모습을 잠시 고개를 뒤로 돌리며 보게 되었다.
  그리고 폭파되어 불길에 휩싸인 기수 부분을 지나치면서 그 열기에 보호막이 사라지게 되는 그 때, 뒤쪽에서 폭음이 울려 퍼지고, 그 소리를 듣자마자 상공에서 뒤쪽으로 돌아서며, 기수에서 불꽃이 터져 나오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그 때를 같이 해, 아네샤는 이전에 비해 바람의 기운이 짙게 보여, 짙은 하늘색을 띠며 빛나기 시작한 그 바람 구체를 두 손으로 받쳐 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 구체에서 한꺼번에 바람의 기운이 빠르게 분출, 짙은 하늘색 빛을 발하는 곡선, 아니 빛 줄기들이 기수와 사출구에서 불길을 뿜어내는 병기의 상단 중심을 향해 나아가는 광경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로 인해 다시 폭발하고 불기둥을 일으키는 함선의 상단 중심 근처에 머무르던 아네샤는 뒤 이어, 왼손으로 바람의 구체를 들어 그 구체에서 바람의 기운을 분출, 이어서 그 손에서부터 하늘색 빛을 발하는 길다란 창의 형상이 생성되어 그 중심부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창의 형상은 이윽고, 함선의 중심부를 관통하면서 다시 한 번 큰 폭발과 함께 큰 불꽃을 터뜨리고, 이어서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충격파가 퍼지고, 그 이후로 함선의 중심부에서부터 구상의 빛과 불꽃이 잇달아 퍼지고 터지며 함체를 파괴하려 하였고, 그 광경을 보면서 나와 아네샤 모두 그 일대에서 거리를 두는 지점으로 비행을 한 이후에 잠시 함선이 자리잡은 먼 근방에 날개짓을 하면서 머무르며, 병기가 파괴되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려 하였다.
  이전의 폭발에 이어, 함선의 중심부에서 다시 한 번 충격파가 발산, 그 충격으로 함체가 부서지면서 함체를 뒤덮을 정도의 거대한 빛이 퍼져 나오기 시작하는 모습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 빛이 얼마나 크고 밝은지, 이전 때와 같이 주변 일대가 잠시나마 어두워질 지경으로 그 빛이 사라지려 하면서 이번에는 크나큰 불꽃이 분출되면서 그 빛으로 다시 한 번 주변 일대가 다시 어두워질 정도로 근방이 환해지고 있었다. 화염이 크게 퍼져 가고 있었지만, 나 그리고 아네샤가 위치한 그 일대까지 닿지는 않았다, 다행이었다.
  불꽃이 사라지면서 함선의 형상은 사라졌다. 하지만 함선의 형상이 온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는지, 바다 근방의 상공 곳곳에서 불길에 휩싸인 잔해들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으며, 폭발이 일어난 자리에서는 잠시 구상의 붉은 연기가 남아 있었지만, 곧 그 열기는 희미해져 가면서 사라져 갔다.

(*1)
Basica, Il Incrociatore Normale di Tipo-B
Basique, Le Croiseur Normal de Type-B
Basiko, La Normala Krozŝipo de Tipo-B

(*2) 이렇게만 이야기를 이어가다 보면 참으로 시시한 교전이 아니었나, 여기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어서 말하자면, 그렇지는 않았다. 여느 교전 상황이 다 그렇듯이. 조금만 방심해도 어디선가 날아오는 포탄이나 광선에 의해 타격을 받고, 위험에 처할 수 있었음을 밝히고자 한다.

(*3)
La Corazzata per Controllo della Guerra Locale di Tipo-H. (Accatiemmelle)
Le Cuirassé pour Contrôle de la Guerre Locale de Type-H. (Achtemmélle)
La Batalŝipo por Kontrolo de la Loka Milito de Tipo-H. (Akotomolo)

Return



A.R. 508. Mar. 26.
미지의 행성계, 대양의 상공

  모든 상황이 정리되고, 주변 일대를 둘러보며 육지를 찾아보려 할 무렵, 일행이 위치한 그 먼 앞에서부터 어떤 이가 날개를 펼치며 다가오고 있었다. 일행의 날개처럼 두 쌍의 길다란 날개였지만, 그 형상은 많이 달랐다. 길다란 타원형 날개였던 일행의 날개와 달리, 그 날개는 길다란 세모꼴의 형상을 띠고 있었던 것. 그 하늘색 빛을 발하는 두 쌍의 날개를 펼치며, 그 사람은 나의 바로 앞으로 다가왔다.
  하얀색을 띠며, 팔목까지 내려가는 소매가 왼쪽에만 달려 있는 상의와 짤막한 치마에 허리에는 등 부분에 리본이 달린 띠를 매고, 하늘색 신을 신은 옷차림을 하고, 허벅지의 치마 바로 아래쪽에 하얀 고리를 매고 있는 이로서, 어지간한 바람의 정령 못지 않게 길다란 머리카락은 발목 근처까지 내려가고 있었으며, 귀밑 머리카락 역시 그 길이는 본 머리카락 못지 않았다. 머리의 이마 쪽에는 머리띠를 두르고 있었으며, 그 머리띠의 이마 쪽에는 하얀 보석이 달려 있었다. 살결의 색이 밝고, 눈매부터 선한 인상을 가진 이로서, 일행과 비슷한 나이대인 듯해 보이는 소녀였다.
  그가 입은 치마의 왼편 뒤쪽에는 붉은색을 띠는 글자가 쓰여 있으며, 이는 하나의 숫자를 의미하는 'VIII' 였으니, 8 과 관련된 인물일 것이라고 그 문자를 보며 그렇게 추측을 할 수 있었다. 허리띠에는 칼자루가 매여 있었으며, 칼자루만 보이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전투를 펼칠 때, 칼날이 생성되는 무구의 일종이었을 것이다. 소녀는 사태가 끝난 이후, 바로 일행을 향해 빠른 속도로 접근해 오고 있었으니, 아무래도 상공에서 발생한 폭발로 인해 사태 파악을 위해 나서본 듯해 보였다.
  "그 쪽의 두 분, 소속과 이름을 밝히세요!"
  다가오면서 그 소녀는 나를 비롯한 두 사람에게 신상을 밝혀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러자 나는 그의 바로 앞으로 다가와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바로 밝혔다, 우선은 세니티아 성계 출신의 바람의 정령들임을 밝히려 하였던 것으로 그러면서 그가 세니티아 성계를 알고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세니티아 성계라면, 이 행성계 근방의 행성계에서 오신 분이시네요, 공간 전이를 통해 오셨으려나."
  그러자 소녀는 바로 이렇게 답을 하였다, 그 행성이 어떤 곳인지 대략 알고 있었던 모양. 나에게 말을 건넨 이후, 소녀는 나에게 이 행성계가 어떤 곳인지부터 밝히려 하였다.

  소녀에 의하면 일행이 당도한 곳은 '알바레스(Albares)' 라 명명된 곳으로, 펠리나(Felina), 울피아(Ulpia) 그리고 요정들의 주 거주지라 하였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알바레스의 주 대륙의 서부에 위치한 지방인 '에즈리스(Ezris)' 서부 해안가의 항구 도시 '아와레(Aware)' 가 있으며, 아와레에는 펠리나 족 사람들이 한데 모여 도시를 구성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렇게 자신이 살아가는 곳에 대한 소개를 하고서, 소녀는 상공을 따라 계속 나아가다 보면 아와레 항구에 도달할 수 있음을 이어 밝힌 이후에 자신이 나아갔던 방향을 거슬러 앞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하니, 그 모습을 보며, 나를 비롯한 일행 역시 그런 그를 따라 가능한 빠르게 비행을 이어가려 하였다. 일대의 상공에서는 더 이상 기계 병기는 나타나지 않았으니, 이전에 굉침시킨 그 함선이 기계 병기들의 통솔을 맡고 있었던 모양.
  소녀를 따라 나아가는 동안 소녀는 한 동안 아와레에 머무를 텐데, 이름이라도 서로 알았으면 좋겠음을 밝혔고, 그리하여 나와 아네샤 모두 스스로의 이름에 성까지 밝히고, 그에 응하여, 소녀 역시 자신의 이름과 더불어 성까지 이어 밝혔다, 그의 이름은 '미라 트윌리온(Myra Twillion)' 이었다. 미라는 아와레 항구의 선착장 바로 앞에 자신의 집이 있으며, 집에 일행이 만나볼만한 사람이 있음을 밝히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어느새 눈앞으로 하나의 해안과 그 해안에 자리잡은 '항만' 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항만이라기보다는 너무도 작은 뱃나루로, 뱃나루 너머로 나무와 수풀에 둘러싸인 건물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나무들 중에는 어지간한 탑만큼 높고 거대한 나무도 있었으며, 그 나무들의 상단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다리들이 놓여 있었으니, 이 다리는 나무와 나무 사이를 잇기도 했다. 미라에 의하면 나무들 상단에도 거주 구역이 있다고 했다.
  아와레가 위치한 그 먼 저편의 바다에는 사실, 또 다른 도시 같은 곳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이는 수상 도시와도 같아 보였지만, 초록색을 중심으로 산뜻한 색들이 많이 보였던 아와레 거리와 달리, 그 색이 회색 위주로 어둡고 삭막한 느낌이 들어 심상치 않은 곳임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모르기는 해도, 이전에 모습을 드러낸 그 기계 병기와도 모종의 관련이 있어 보였고, 만약에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 곳을 향해 나아가야 할 수도 있어 보였지만, 이러한 사항에 대해서는 나중에 미라 그리고 그와 같이 사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하고, 우선 아와레 항구의 선착장 한 곳에 착지를 하려 하였다.


  Go to the Back 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