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lphid 4th - 2. Indaco e Sangue : 2


  "옛 문명에서는 이야기의 '법칙' 이라는 세간의 통념 같은 것이 자리잡고 있었나 봐. 그래서 그 '법칙' 에 의거해 어떤 이야기의 등장 인물들이 행하는 특정 행동을 두고, 그 인물들이 어떻게 될 것이니, 뭐니하는 그런 예측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던 것 같아."
  "이야기 속 인물의 운명이 어찌되는지는 이야기 쓰는 사람 하기 마음 아니야?"
  내가 건네는 물음에 대해 아네샤가 답을 한 이후, 내가 이어서 그에게 또 묻자, 아네샤가 다시 답했다, 그래서 자신도 그런 '법칙' 에 대해서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내가 만약 글 쓰는 사람이면, 특정 등장 인물에 관해서라든가, 이야기에 관해서라든가, 그런 설이 떠돌 때마다 일부러라도 그 설과 반대로 이야기를 쓰고 싶었을 거야. 그런 멋대로 추측에 거꾸로 가 버리고 싶다고 해야 할지, 전문적인 용어로는 '반발 심리' 라 할 수 있겠지, 그런 식으로 예측을 했다는 사람들을 멕여버리고 싶은 거야."
    "참 너 답다, 아네샤." 이후, 그가 이어간 말에 대해 나는 조용히 미소를 띠며 화답을 했다. 간만에 들은 정말로 그 다운 농담이었다. 비딱한 생각을 드러내는 듯한 그의 농담이 참 마음에 들었는데, 참으로 간만에 그런 농담을 들어본 것 같다.
  그렇게 대화가 이어진 이후, 한 동안 끊겨 있던 빛 방울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사실, 잠깐 대화를 이어가는 동안 고요한 바람 소리에 숨 소리들만이 주로 들려왔고, 그 사이에 이따금씩 자그마하게 기계음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을 뿐, 그 이외의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가, 때 마침, 나와 아네샤 간의 대화가 끝날 무렵에 다시 대화가 이어지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Dah tsikëßâ?
Â, dwäßë!
Phone jâjangdweißë? Hwaginebwa!

  워낙 다급한 상황이어서 그러하였는지, 대화는 짧게 이어지기만 했다. 무슨 상황이었을지는 목소리의 어투(Intonatia) 만 들어봐도 대략 짐작해 볼 수 있기는 했지만, 역시 그 상황을 볼 수 없었던 이상, 대략 짐작이나마 해 볼 수밖에 없음은 매한가지였다. 다만, 'Phone' 라는 목소리는 듣자마자 무엇인지 확인이 가능했는데, 아무래도 '전화기(Telefon, Fon)' 를 의미하는 말이 아닌가 싶었다. 그 어구는 내 생각으로는 '전화기에(Fonye)' 를 의미했겠지만, 무엇을 전화기에 넣으려 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무엇보다 전화기는 작은 물품이었고, 무엇을 넣는 공간 같은 것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었던지라, 그 내부에 무엇을 집어넣으려 했을지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일면도 있었다.

Dayßâ!
Coa! Ije kajâkaja!
Gîrânde, pankästîe orliryâmyân usân intënet dwenînde kayajana, yâgi waipai âpjiana?
Dãyâni âpji. Gîrâmyân yâksci doragayahanîngânga?
Dãyânaji! I sekye-e intënesci âdißë!

  "인터넷(Intënet) 이라면 그 '인테르네토(Interneto)' 를 말하는 것 아니에요?"
  "맞아요, 옛날에 그런 것이 있었지요. 무엇인지는 저도 자세히 아는 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옛 인류가 남긴 고문서(Ancientgrî) 들이라든가, 고 음성 자료(Ancientsor) 들에서도 지속적으로 발견되는 것들이라서 고문명 시대에는 굉장히 중요한 개념이었음은 분명해요, 고문서의 네토(Neto) 역시 같은 의미를 갖고 있을 거예요."
  그 무렵, 뒤쪽에서 리피가 묻는 목소리에 클라리스가 답을 하고 있었다. 리피가 자신이 아는 단어인 인터넷(Intënet) 혹은 인테르네토(Interneto) 에 관한 질문을 하자, 클라리스가 그것에 대해 답을 해 준 것. 인테르네토라고 하니까 뭔지 알 것 같았다. 샤그무르(Shagîmur) 라 칭해지는 고문명 시대에 있었던 어떤 존재로서 그물처럼 수많은 장소들을 다양한 길을 통해 잇는 무언가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 실체가 무엇인지는 대화를 통해서도 알 수 없었던 것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란 그 정도였음이 그 이유였다.
  "그 마녀 분이라면 아시려나."
  "그 분이라도 아마도 잘 모르실 거야."
  그 대화는 나와 아네샤에게도 들렸기에 그 대화에 관해 내가 바로 아네샤에게 물었다. 하지만 아네샤 역시 그 마녀라도 그것에 관해서는 잘 모를 것이라고 답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대화는 이어지고 있었지만 크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었던 것 같았다. - 어차피 알 수 있는 말도 아니었다.

Gîrâmyân, doraganîn gâlo jânghangë maci?
Â, ildan yâginîn nâmu wihâmhä, worlä sekyero doragadînci animyân phiscinargosîrl cajaya keßë.
Krigo, jaku nayakansori hajima, nâtämune jigîm.......
Multa fragilia inventio, damnationi eorum exerceam.

  마지막은 이전까지의 목소리와는 완전히 다른 기계적인 느낌을 주는 목소리로, 일단 세니티아를 비롯한 성계권에서 나름 통용되는 말이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었지만, 대략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는 알 수 있었다. '다수의 나약한 자들을 찾았고, 처형에 돌입한다' 라는 뜻을 갖고 있었던 모양. 그리고 잠시 후, 금속 개체들이 지면을 밟는 소리, 공중에서 뭔가가 날아가는 소리 등이 울려 퍼지기 시작하니, 병기들이 기지로 들어온 사람들을 포위하고 있었음을 그 소리를 들으며 짐작해 볼 수 있었다. 각자의 무장 역시 가동 준비를 하고 있었을 테니, 아마 그 시점에서 기지에 들어온 이들의 운명은 정해졌다고 볼 수 있었다.

Mwoya! Musîniriya!
Nomdriya! Nomdri natanaßâ!
Poicidoanannînde! Âdisâ natanankëya!?
Stulta, Quare hac correpere auserunt?
Que decipere possitis opinatus fuistisne? Quidem humilia estis!

Damnationem inite! Ilicet inite!
Etiam mi!

  이후 들려온 목소리는 '처형을 집행하라, 어서 집행하라' 정도의 뜻을 가진 듯했다. 즉시 그들을 죽이라는 명령으로 그 이후, 병기들의 대답이 있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포의 소리와 함께 잇달아 끔찍한 단말마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포성은 단말마를 집어 삼킨 이후에도 한 동안 계속 울려 퍼지고 있었으며, 그칠 조짐 하나 없이 그대로 그친 이후, 더 이상 눈앞에서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사람들의 단말마에 이어지는 병기들의 포성을 마지막으로 빛 방울의 기억은 끝이 난 것이었다.
  "그들, 모두 죽은 것이겠지?"
  "그렇게 포격을 당했으니, 죽을 수밖에 없었겠지."
  이후, 아네샤가 건네는 물음에 내가 바로 답을 하였다. 그러는 동안 일행과 대형 병기 간의 거리는 거의 근접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좁아져 있었기에 남은 하나의 빛 방울이 품은 소리를 들을 시간적 여유는 없었다. 그래서 아네샤가 자신이 데리고 있던 빛 방울을 다시 뒤쪽의 클라리스에게 보냈고, 클라리스는 이것을 다시 리피에게 보내, 빛 방울은 다시 리피가 데리고 있게 되었다. 뒤쪽의 습격이 더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여기어진 만큼, 클라리스는 리피가 뒤쪽에서 일행을 따라가도록 하고서, 자신은 앞장서 나아가는 아네샤 그리고 나를 따라 나아가려 하였다.
  한편, 아네샤는 자신의 바로 아래쪽 부근에서 저속 비행을 이어가고 있던 큰 날개를 가진 거대 비행체에 접근하자마자 날개를 뒤로 향한 채, 비행체의 몸체 한 가운데 쪽으로 활강해 나아가려 하였으며, 나는 잠시 기다리고 있다가 아네샤가 비행체의 한 가운데 즈음에 도달할 무렵, 아네샤가 했던 것처럼 활강을 해서 비행체의 길다란 꼬리 부근에 이르렀다.
  비행체의 꼬리는 비행체가 비행을 할 때마다 상하로 움직이기를 반복하고 있었으며, 꼬리 몸체의 좌우 부분에는 여러 공격 장치들이 나란히 붙어 있었으니, 이들이 후방에서 추격해 오는 이들을 공격해 오는 역할을 맡고 있었을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자세히 보니, 꼬리가 움직일 때마다 몸체에 장착된 장치들이 교체되기를 반복하고 있었으니, 꼬리가 내려갔을 때, 꼬리가 올라갔을 때에 보이는 장치는 눈에 보이는 모습에서부터 차이가 났다. 꼬리가 내려갔을 때의 장치들은 뭔가를 사출하는 해치의 모습이라 꼬리가 내려갔을 때에는 튀어나오는 것을 격추시키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었을 텐데, 작은 것들이 사출된다면 분명 그것은 폭탄이었을 것이었다. 꼬리가 올라갔을 때에는 모종의 장치를 가리는 덮개들이 보이고 있었으며, 해당 덮개들이 열리면 그 안에서 포대 등이 나타나서 후방에 있는 적들을 공격하는 역할을 하지 않았을지, 그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추측을 해 볼 수 있었다.
  한편, 카리나는 비행체의 중심 부근에서 비행체와 같은 속도로 비행을 이어가고 있으면서 비행체의 한 가운데 부분과 날개의 접합부 등을 공격 목표로 정하고-하늘색 빛으로 원이 그려져 있어서 바로 알 수 있었다- 바람의 기운으로 하늘색 빛을 발하는 곡선들을 그리면서 목표가 된 지점들을 계속 타격하고 있었다. 타격이 이어질 때마다 하늘색 빛이 터지면서 그와 동시에 금속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 무렵의 비행체는 꼬리를 올리고 있었으며, 덮개가 열리면서 각 덮개 안에 감추어져 있었을 포대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포대들은 은회(Giyßae) 색을 띠는 반구체상을 이루는 표면 위에 작은 포신들이 3 개씩 장착되어 있었으니, 가는 포신에서부터 가는 탄들을 잇달아 발사하는 것으로써 위협을 행할 것 같았다.
  '번개 줄기들을 발산하는 것으로 막아낼 수 있을까.'
  그 모습을 보면서 번개 줄기들을 몸에서 발산하는 것으로 막아낼 수 있을 것인지가 궁금해졌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포대가 활성화되고 있을 때에 한하여 이들은 나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을 수 있을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포대들이 불꽃을 발하는 것에 이어 주황색 빛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는 탄환들의 흩어짐이 나에게 닿으려 하자, 바로 몸에 전기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주변으로 파란 번개 줄기들이 퍼져 나아가자 병기의 꼬리에서부터 흩어져 나에게 접근해 오던 탄환들이 번개에 닿자마자 폭발도 없이 사라져 가고 있었다.
  '됐다, 이 상태로 포대에 접근하면 될 것 같아.'
  포탄들이 번개 줄기에 닿으면 폭발도 없이 소멸해 간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나는 바로 번개 줄기들의 발산을 이어가면서 비행체의 꼬리쪽으로 나아가려 하였다, 꼬리에 있는 포대들을 제거하고, 그 이후에 남은 꼬리 부분에 집중 타격을 가해 꼬리를 터뜨리려 하였던 것. 당시 내가 사용하던 번개 발산의 기술은 그 지속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그 시간 내로 꼬리 부분의 거의 모든 포대들을 터뜨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병기의 꼬리 부분에 접근하면서 번개 줄기들이 꼬리 위쪽의 포대들에 닿기 시작하니, 작은 포대들이 번개 줄기들에 닿으면서 바로 피해를 입고, 폭파되어 주황색 빛을 발하는 반구체들을 생성하기 시작했다. 포대가 폭파되면서 포대와 이어진 꼬리의 본체 부분까지 같이 폭파되고 있었으며, 그 이후로 폭파된 부분마다 마치 일부분이 뜯겨진 것 같은 흔적 위로 검붉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꼬리 위로 수많은 포대들이 있기는 했지만 번개 줄기를 몸에서 일으키면서 접근해 가자마자 거의 대다수가 폭파되었으며, 몸체까지 피해를 입어 몸체의 포대가 장착되지 않은 부분에서도 폭발이 거듭 일어나고 있었다.
  이후, 꼬리와 몸체의 경계 부분에 이를 즈음, 번개 줄기의 분출이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게 되었다, 번개 발산의 지속 시간이 다해 몸에서 더 번개가 방출되지 않게 된 것. 심지어 기운의 소모가 격렬했던 탓에 번손에서 번개 줄기를 방출시키려 해도 번개 화살 수준으로 발사되고 있었기에 기운이 회복될 때까지는 소정령에게 의지할 필요가 있었다.

  한편, 아네샤는 거대 비행체의 왼쪽 날개 앞 부분 인근의 상공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하늘색 빛을 발하며 곡선을 그리는 바람의 기운들을 잇달아 발사해 그 기운들이 비행체의 왼쪽 날개 앞면 한 가운데에 자리잡은 4 문의 포대들, 그리고 왼쪽 날개의 한 가운데 즈음에 자리잡은 4 개의 해치들에 타격을 가하고 있었으며, 이에 그가 위치한 전방을 향해 병기들이 몰려와 그에게 공격을 가하려 하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 생물의 양 눈 즈음에 해당되는 부분에 하나씩 포격 장치가 생성되더니, 각 장치에서부터 아네샤를 향해 포격을 가하니, 불꽃과 같은 색의 길다란 빛 줄기들이 왼쪽 그리고 오른쪽 장치에서 하나씩 그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빛 기둥 자체는 길이도 무척 길고-그 길이가 병기의 전장에 맞먹었다-, 그만큼 위력적이었을 것임은 분명해 보였지만 발사 준비 이후 대기 시간도 길고, 발사 속도도 느려서 아네샤가 피하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을 것임은 분명해 보였다.
  아네샤가 포격들을 피해낸 이후, 날개 앞쪽의 4 개 포대에서부터 한 발씩 보라색 광선들이 발사되었다. 광선들은 아네샤가 있는 그 일대를 향해 한 번씩 굴절되어 나아갔지만, 그가 피한 이후에도 다시 굴절되지는 않았다. 이들은 한 번씩 추적의 특성을 가지는 보라색 광선들을 발사하고, 한 번은 포 1 개 당 4 발씩 붉은 포탄들을 발사해 아네샤가 위치한 그 일대를 향해 흩뿌리는 모습을 보이니, 거대 비행체의 앞쪽 날개에 위치한 포대들은 이러한 포격 과정을 반복해 가며, 아네샤를 위협하고 있었으며, 한 번씩 왼쪽 날개의 포격 장치에서 길다란 붉은 광선이 아네샤를 향해 날아가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이에 아네샤는 바람의 기운으로 생성한 하늘색 빛을 발하는 줄기들로 왼쪽 날개 앞쪽의 모든 포대들과 왼쪽 날개의 포격 장치까지 같이 타격을 가했고, 이에 포대들부터 하나씩 폭파되어 붉은 불꽃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붉은 불꽃이 터진 자리는 그 이후로 회색, 검붉은색 연기가 치솟는 광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른쪽 날개의 앞쪽에서는 일행의 뒤쪽에 있던 클라리스와 리피가 나아가 있었으며, 그들이 오른쪽 날개의 앞쪽 포대들, 그리고 오른쪽 날개의 포격 장치와 마주하고 있으면서 왼손에서 하얀 빛을 발하는 도검들과 칼날들을 발사해 가며, 이들이 포격 장치와 포대들에 꽂히도록 하고 있었으며, 리피가 빛의 기운을 클라리스에게 전해주는 것으로써 그를 돕고 있었다. 칼날, 도검들은 공격 목표를 향해 직진하는 특성을 보여주고 있었으며, 목표에 꽂히자마자 폭발해 새하얀 빛과 번개 줄기들을 흩뿌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러한 타격이 거듭된 끝에 앞쪽 날개의 포대들이 하나씩 폭파되어 연기를 뿜어내기 시작해 마침내 오른쪽 날개 앞쪽의 모든 포격 장치들이 기능 정지되었다.
  오른쪽 날개의 앞쪽에 위치한 포대들이 제압된 이후, 클라리스와 리피는 다시 내가 위치한 뒤쪽으로 돌아갔다.

  아네샤가 왼쪽 날개를 맡은 만큼, 나는 오른쪽 날개가 있는 일대로 나아갔다. 아네샤와 달리 나는 날개의 뒤쪽부터 먼저 공략해 나아가려 하였으며, 그러면서 오른쪽 날개의 뒷면, 그 한 가운데에 나란히 모인 4 개의 포대들과 오른쪽 날개의 포격 장치들을 동시에 공격 목표로 정해 이들을 번개 줄기들로 타격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날개 뒤쪽의 포대들이 이전에 아네샤를 향해 나아간 것들과 같은 빛 줄기들을 발사했다. 앞쪽 날개와 달리 연두색을 띠고 있었던 그 빛 줄기들은 내가 있던 그 일대를 향해 한 번씩 굴절을 하며 나아갔고, 그 다음으로 4 발씩 포탄들이 내가 위치한 그 일대를 향해 고속으로 발사되었으며, 이후로도 포대들은 이러한 포격 과정을 반복하고 있었다.
  포대들의 공격 이후로는 왼쪽, 오른쪽 날개의 포격 장치에서부터 아네샤를 위협한 것과 같은 길다란 붉은 빛 줄기가 내가 있는 쪽으로 발사되었고, 이후로 오른쪽 날개 뒤쪽에서 연두색 빛 줄기들과 붉은 포탄들이 발사되기를 반복하는 그 사이로 한 번씩 붉은 빛 줄기들이 한 번씩 날아오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포대들의 공격이 이어지는 그 와중에 뒤쪽에서 전투기들이 몰려오기도 하였으며, 그 때에는 소정령의 공격 방향을 돌려 그 전투기들을 번개 작살들을 여러 방향으로 발사해 타격하도록 하기도 하였으나, 여러 방향에서 몰려오는 다수의 전투기들을 소정령만으로 타격하기는 벅찼고, 그래서 잠시 공격 목표를 조정해 이들을 타격하도록 하기도 했다.
  왼쪽 날개의 포대들 및 포격 장치는 비행체 앞쪽의 아네샤를 공격하려 하고 있었지만 뒤쪽의 포대들은 그러하지 않았다. 이들은 내가 있는 쪽으로 굴절되어 나아가기 시작하니, 이들 역시 공격 목표가 되어야 할 상황이 되었고, 그래서 오른쪽 날개 뒤쪽의 포대들을 대신해 왼쪽 날개 뒤쪽의 포대들을 공격 목표로 정하고, 오른쪽 날개 뒤쪽의 포대들은 소정령의 번개 작살들, 그리고 내 지팡이의 번개 줄기들로 직접 타격을 가하려 하였다. 이들 먼저 없애버릴 생각으로 맹렬히 타격을 가한 끝에 오른쪽 날개의 뒤쪽 포대들은 거의 동시에 폭파되어 불꽃을 터뜨린 이후에 연기를 분출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른쪽 날개 뒤쪽의 포대들이 타격을 받아 파괴된 그 이후에는 집중 타격의 방향을 왼쪽 날개 그리고 왼쪽 날개의 포격 장치를 향하기 시작했으며, 왼쪽 날개 뒤쪽의 포대들 역시 이러한 집중 타격 끝에 모두 붉은 불꽃을 터뜨리면서 그 외형과 기능을 잃어 갔다.
  그렇게 모든 포대들이 파괴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왼쪽 포격 장치들 역시 타격으로 인한 피해가 누적된 끝에 왼쪽 날개에 있는 것부터 하나씩 폭발을 일으키면서 파괴되었다. 이어서 오른쪽 날개의 장치 역시 나를 대신해 아네샤가 타격을 가해서 폭발을 일으키면서 파괴되고 있었다.

  거대 비행기의 양 날개에 자리잡은 포대들이 모두 폭파될 무렵, 나에게 수십 여 기의 삼각 날개를 가진 전투기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 전투기들을 곡선을 그리는 번개 줄기들을 방출해 모두 격추시킨 이후, 다시 앞쪽으로 돌아서서 나의 바로 앞쪽에 위치하게 된 아네샤를 향해 다가가려 할 즈음, 이번에는 인간형 병기들, 나보다 약간 키가 더 커 보이는 인간형 병기 3 기가 오른손에 각자의 무기를 들고 등의 추진 장치에서 붉은 불꽃을 뿜어 긴 꼬리를 그려가면서 비행체의 뒤쪽 방향에서부터 내가 있는 쪽으로 돌진해 나아가고 있었다. 추진 장치를 이용하고 있어서인지 나와의 거리가 금방 좁아지고 있었기에 아직 그들과 거리가 있어 보여도 그들과 맞설 준비를 해야할 필요가 있었고, 바로 그들을 향해 돌아섰다.
  앞서 다가오는 이는 리더(Afiseyn-i) 역할을 하는 자라서 그러한지 검을 들고 있었다. 그는 검게 물든 검을 들며 마치 접근하면 강하게 검으로 베어낼 기세로 돌격해 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우선 머리를 공격 목표로 정하고, 번개 줄기들을 발사하기 시작했으며, 뒤이어 다가오는 이들 역시 공격 목표 지정이 가능해져서 그들에게도 번개 줄기들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 전방 먼 너머에서 검붉은 연기로 긴 꼬리를 그리며 미사일들이 날아오기 시작하니, 소정령에게 명령을 내려 앞쪽으로 번개 작살들을 흩뿌리도록 하였다. 돌격해 오는 이들의 타격에 보조 역할을 할 겸, 먼 방향에서 날아오는 미사일들을 제거하기 위함이었다.
  앞서 오던 이들 역시 어깨의 장치를 개방하고 있었으니, 어깨 부분에서 무언가를 발사하기 위함이 그 이유였을 것이다. 이들 인간형 병기의 어깨 부분은 유난히 컸으며, 아마도 내부에 큰 포격 장치를 수납해 이들을 이용해 포격을 가함에 그 목적이 있었을 것임이 분명했다. 그렇게 그들이 어깨 내부의 장치들을 개방하는 동안 이들을 향해 발사해 곡선을 그리는 번개 줄기들이 이들의 머리와 몸체에 닿아 폭발을 일으키고, 이어서 그 몸에 푸른 전기 기운을 일으키고 있었다. 처음에는 머리와 흉부를 집중적으로 노렸으나, 어깨 내부의 장치들이 개방된 이후에는 어깨 장치들 역시 타격 대상으로 삼으려 하였다.
  타격을 받으면서도 인간형 병기들은 어깨 안쪽에 수납된 포대에서 화염탄들을 발사하고, 그 붉은 화염탄들은 곡선을 그리면서 나를 추격해 나아가려 하였다. 다행히도 이들은 한 무리가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특성을 드러내고 있었기에 금방 피해낼 수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다른 움직임을 드러낼 수 있었기에, 다시 화염탄들이 발사될 때까지 앞서 다가오는 병기들을 제거하거나, 어깨 부분을 폭파시켜서 무력화시키려 하였다.
  우선 앞서 오는 개체부터 머리가 폭파되고, 이어서 무기가 부서진 이후에 양 팔 부분이 부서지고, 이어서 흉갑에서 폭발이 일어난 이후에 다시 한 번 더 크게 폭발이 일어나는 것과 함께 몸체가 부서지고, 팔과 다리들이 지면으로 추락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며 격추되었으며, 이어서 뒤따르는 병기들 역시 흉갑이 폭파되고, 그로 인해 폭발하는 모습을 보이며 격추되고 있었다.
  앞서 나타난 3 기가 격추되고, 내가 병기의 왼쪽 날개 뒤쪽 부근으로 돌아가려 하는 그 순간, 앞서 오던 3 기의 병기들을 따라오던 6 기의 인간형 병기들이 바로 내가 위치한 그 일대를 육각형의 대열을 이루며, 에워싸기 시작했고, 이어서 각자 손에 들고 있던 무기들-검, 철퇴, 창 등으로 각자 다른 무장을 갖고 있었다-을 내밀며 나를 위협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를 포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바로 앞쪽에 있던, 미늘창을 들고 있던 병기가 두 눈을 번뜩이더니, 무기를 들고 있지 않은 왼팔을 앞으로 내밀었고, 그 이후, 그 쪽에서 기계적인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Ce devrait être le type humain de cette époque. Comme vous êtes pathétique, race vulgaire! Vos marraines vous ont fait ressembler à des humains. Comme ils sont stupides, ils ont décidé de vous créer comme ce qui est très inférieur aux souris et cochons.
  (이게 이 시대의 인간 유형인가 보군. 하찮은 저급 종족 같으니. 너희 대모란 것들은 너희들을 인간처럼 창조했더랬지, 그들도 참 멍청한 것들이야, 쥐, 돼지보다도 훨씬 열등한 족속으로 너희들을 창조할 생각을 했었다니)

  내가 알아들을 수 있을지 여부를 생각했을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들은 어디서 어떻게 들었는지는 알 수 없어도 세니티아 성계의 대모들에 대해 알고 있었고, 그래서 이를 이용해 우선 인간을 숱한 동물들만도 못한 존재로서 모욕하고, 이어서 그런 인간과 닮은 모습으로 정령들을 창조한 대모들을 모욕하는 것에 이어, 그런 인간 비스무리한 것들이라 칭하며, 인간만도 못한 존재로 칭하는 것으로써 정령들까지 모욕하는 것으로써 세니티아의 정령인 나를 도발하려 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내 앞에 있는 존재가 나를 도발한 이후, 다른 어딘가에서 들려온 'Attrape-là! (쳐라!)' 라는 외침과 함께 포위하고 있던 6 기의 병기들이 일제히 나를 향해 돌진해 오기 시작했고, 이에 나는 앞쪽 높은 곳으로 올라가며 그 포위에서 벗어나고서, 거대 병기의 날개 쪽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오른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 끝에 기운을 끌어모으면서 다시 돌아선 이후에 나를 도발했던-미늘창을 든 유일한 병기였기에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앞장서서 나를 추격해 오고 있던 그 병기의 몸체를 바라보며, 지팡이를 앞으로 내밀어 파랗게 빛나는 번개 줄기를 발사해 그 몸체에 타격을 가하려 하였다. 이후, 그 병기는 흉부에 번개 줄기가 직격을 당하고, 자신의 주변으로 번개 줄기들을 발산하다가 몸체에서부터 폭발해 그 폭발로 그 형체가 산화되어 갔다.
  이후, 나는 지팡이를 앞으로 내민 채로 뒤따라 오던 병기들을 공격 목표로 정한 후에 여러 갈래로 파란 번개 줄기들을 발사해 가며, 그 병기들에게 타격을 가하기 시작하니, 이들 역시 번개 줄기에 의해 계속 타격을 받다가 하나둘씩 폭발을 일으키고, 몸체가 폭파되거나, 몸체가 부서지고 불길에 휩싸인 채, 추락하면서 하나둘씩 격추되어 갔다.
  그리고 잠시 후, 나의 전방 쪽으로 한 무리-대략 8 기 즈음 되어 보였다-의 병기들이 각자 다른 무장들을 손에 들고 있으면서 거대 비행체의 전방 쪽으로 돌진해 오기 시작했으나, 이들은 아네샤가 바람 기운으로 생성한 구체들, 돌개 바람들에 의해 타격을 받아서 하나씩 격추되어 바다 위로 추락해 나아가거나 폭파되어 거대 비행체의 바로 앞에서 하나씩 사라져 가는 형태로 격멸되고 있었다.

  그 이후, 그간 고요하기만 했던 왼쪽, 오른쪽 날개의 중앙에 자리잡은 8 개의 해치들에서 한 무리씩 붉은 기뢰들을 사출하기 시작했다. 검은 철퇴처럼 생긴 기뢰들은 천천히 비행체의 앞쪽, 뒤쪽 상공에서 천천히 여러 방향으로 흩어져 가고 있었으니, 내가 위치한 병기의 뒤쪽은 물론, 아네샤가 위치한 병기의 앞쪽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보였다.
  갈래 번개를 전방의 여러 방향으로 발사하는 것으로써 내가 있는 쪽으로 나아가는 기뢰들을 폭파시켜 제거하려 하였다. 이 기뢰들은 잠시 앞으로 나아갔다가 폭발하는 특성을 갖고 있었으며, 그 폭발에 휩쓸리면 당연히 위험했기에 그 이전에 폭파시킬 필요가 있었던 것. 하지만 기뢰들은 생각 외로 내구력이 좋아서 번개 줄기 한 번으로는 폭파시키기가 매우 어려웠고, 번개 줄기들과 소정령의 타격만으로는 내 앞으로 몰려오는 기뢰들을 금방 제거해낼 수 없을 것만 같아 보였다.
  한편, 좌측과 우측에서도 기뢰들을 밀어내는 움직임이 드러나고 있었으니, 왼편에서는 일행의 뒤쪽에 머무르고 있었던 클라리스가 나아가 오른손으로 빛을 발하는 검을 휘두르며, 폭탄들을 쳐내 비행체 쪽으로 날려 보내고 있었다. 그 검에서 파동이 발사되고 있었는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앞쪽 주변의 다른 기뢰들 역시 거대 병기 쪽으로 날아가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그 우측 근방에는 그를 따르고 있던 리피가 두 손에서부터 바람을 일으켜-그 바람이 연두색 빛을 발하고 나뭇잎들을 흩날리고 있어서 바람의 궤적이 선명하게 보였다- 기뢰들을 날려서 비행체 쪽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기뢰들을 날려보내는 병기의 공세에 대응해 나아가고 있었다.
  '나도 그렇게 하면 되려나.'
  그 모습을 보며, 그렇게 판단을 내리고서 바로 왼손 그리고 오른손에 든 지팡이로 바람의 기운을 크게 일으켜 그 기운으로 기뢰들을 비행체 쪽으로 밀어내려 하였다. 이들 중 일부는 붉게 달아오르려 하고 있어서 서둘러야 할 필요가 있었고, 그래서 건너편의 아네샤 그리고 우측은 바라볼 여유도 없었다.
  바람을 최대한 크게 일으켜서 파란색 빛을 발하는 바람, 전기를 품은 바람이 기뢰들을 밀어내도록 하였다. 밀어내는 속도가 생각 외로 빨라서 비록 클라리스, 리피가 밀어내는 수준으로 빨리 기뢰들을 밀어내지는 못했으나-리피의 바람은 크기가 작아도 풍속이 매우 강해 영향권 안에 들어간 기뢰들은 금방 뒤쪽으로 밀려났다-, 그래도 금방 비행체 쪽으로 기뢰들을 밀어낼 수 있었다. 다행히도 내 주변 일대에는 기뢰들이 거의 밀려났고, 그래서 기뢰들의 폭발 이후에도 주변 멀리서 기뢰들이 폭발해 붉은 화염을 퍼뜨리는 광경이 보였을 뿐, 그 화염에서부터 무사할 수 있었다.
  나를 비롯한 일행이 밀어낸 기뢰들은 주로 비행체의 왼쪽 날개 표면 가운데 부분과 기수 부분에 집중되었고, 이들이 폭발하면서 그 여파로 왼쪽 날개의 가운데 부분에 자리잡은 해치/승강구들이 폭발로 인해 큰 충격을 받아 폭파된 상태였으며, 오른쪽 날개는 접면 부분에서 폭발로 인해 충격을 받아 그 상태가 상당히 불안해진 듯해 보였다. 왼쪽 날개 부분은 가운데 부분의 장갑이 부서지면서 그 내부까지 드러났으니, 잘하면 그 내부를 타격해 날개를 떨어뜨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 있었다.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오른쪽 날개 부분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겨,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분명 기지에 남아 있었던 미라가 검을 들고 앞에서부터 다가오는 갑주 형상의 병기들을 하늘색 빛으로 생성된 검으로 베어내며 폭파시키고 있었다. 이 쪽에서도 병기들이 몰려오고 있었으며, 이들은 내가 있는 방향으로 몰려오고 있었기에 갈래 번개, 그리고 번개 줄기를 발사하고 소정령에서부터 번개 줄기를 발사하기까지 해서 10 여 기의 병기들을 바로 폭파시켜 궤멸시킬 수 있었다.
  아네샤 쪽에도 나, 그리고 미라에게 몰려온 이들과 같은 병기들이 몰려오고 있었지만 아네샤는 바람으로 병기들을 밀어내고서 바람의 기운으로 구체를 생성해 한데 뭉친 병기들을 향해 그 구체를 발사해 그 폭발하는 힘으로 병기들을 폭파시키는 방식으로 자신을 향해 다가온 10 여 기의 병기들을 동시에 타격하고 있었다. 이들 중 앞선 이들은 직접 크게 영향을 받아 폭파되고 있었지만 남은 이들은 상당한 피해를 입은 채로 아네샤에게 돌진해 오고 있었다.
  이에 아네샤는 도약을 준비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다가 이들의 머리 위 상공을 따라 돌진을 개시, 그들의 뒤쪽에 이르렀고, 그 이후에 바로 그들을 향해 돌아서서 바람의 기운으로 칼날들을 생성해 그들이 위치한 방향으로 칼날들을 난사해, 그들의 등 그리고 흉부에 꽂히도록 하니, 이들 중 다수가 그의 바로 앞에 있던 병기의 등에 꽂혔고, 뒤이어 습격을 인지한 이들의 흉부와 어깨, 머리 등에 그 칼날들이 꽂히고, 이어서 폭발하며 그들의 몸체를 폭파시켜 갔다.
  이후, 남은 3 기의 병기들이 아네샤를 향해 돌진해 가고 있었을 때, 아네샤는 그들의 공격을 계속 피하는 비행을 이어가다가 그들의 등 뒤에 이르렀을 순간에 바람의 기운으로 칼날들을 생성해 소정령의 바람 칼날들을 발사하며 이들이 병기들을 타격하도록 하였다. 그 움직임을 통해 나는 그 병기들 역시 앞서 폭파된 병기들처럼 격추될 것으로 예상하고 내가 위치한 인근의 오른쪽 날개 쪽으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우측 날개 부근에서는 한 쌍의 날개, 각 끝에 프로펠러가 장착되어 이들을 회전시키며 움직이고 있던 검은 병기들이 몰려오고 있었으며, 미라가 이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우선 이들은 기수 부분의 좌측과 우측에 하나씩 장착된 기관포로 포격을 행하여 포탄들로써 미라를 위협해 나아갔으나, 미라는 침착하게 그 포탄들을 피해가면서 앞선 이부터 먼저 검으로 베어서 피해를 가하려 하였다. 빛을 발하는 칼날이 병기의 장갑에 상처를 가하고 있었다. 그렇게 상처를 가할 때마다 빛이 마치 어둠의 기운에 빛이 반응하듯, 격렬히 폭발을 일으켜서 장갑을 깨뜨려 그 내부를 표출시키고 있었고, 미라는 그렇게 표출된 병기의 내부에 칼날을 찌르는 방식으로 병기들을 격추시키고 있었다. 미라는 주로 기수 부분을 노리고 있었으며, 기수 부분의 부서진 장갑 안으로 칼의 끝을 찌르면서 기수 부분을 폭파시키는 방식으로 전투기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아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미라를 계속 관찰할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 내가 있는 쪽에서도 병기들이 몰려왔다. 왼쪽 날개 쪽에 격납되어 있던 병기들이 위험을 직감하고 여러 방향으로 뛰쳐 나왔다. 그들 중 대다수는 왼쪽 날개와 가까운 쪽에 있던 아네샤 쪽으로 날아갔지만, 그 중 일부는 내가 있는 쪽으로도 날아왔다. 그들 중 대다수는 소형 전투기들이었고, 중형 전투기도 하나씩 포함되어 있었다. 당연하게도 가장 많이 몰려온 개체들은 소형 전투기들로서 대열도 없이 한꺼번에 수십여 개체들이 미사일들처럼 내 앞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수없이 몰려온 개체들을 한꺼번에 공격 목표로 정하고 번개 줄기들을 이들을 향해 발사하는 것으로써 제거해 나아갔다. 이후, 동체의 한 가운데에 커다란 삼각 날개들을 하나씩 달고 있었던 중형 전투기 하나가 나의 바로 앞으로 다가오려 하였다. 삼각 날개 위에 하나씩 소형 포신들을 장착하고 있었으며, 기수의 좌우 부분에 한 문씩 소형 기관포를 장착하고 있던 그 비행체가 나의 바로 앞으로 날아오르려 할 즈음, 그 개체의 포신 부분들을 공격 목표로 삼고 번개 줄기들을 목표가 된 개체들을 타격해 폭파시키려 하였다.
  중형 비행체의 포대들이 폭파되어 불을 뿜어내는 동안 비행체는 나의 바로 앞으로 다가와서 몸체의 동체에서부터 미사일들을 두 발씩 연속 발사했다. 이들은 소정령의 번개 줄기들로 격추시킬 수 있었기에 발사되는 미사일들은 번개 줄기들로 막아내고, 소정령이 비행체의 바로 앞에 있도록 하면서 비행체의 동체 중심을 향해 다가가 그 표면 위에 올라타서는 동체 표면의 중심 쪽을 지팡이에 생성된 파란 번개 칼날로 있는 힘을 다해 찔렀다.
  처음에는 장갑이 부서지거나 하지 않았지만 몇 번 찌른 끝에 그 장갑이 폭발과 함께 부서지기 시작했으며, 그 이후에 드러난 붉은 구슬과도 같은 형태의 중심핵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두 손으로 지팡이를 잡고서, 그 중심부를 번개로 생성한 파랗게 빛나는 칼날로 있는 힘을 다해 내리치니, 번개의 파동이 폭발하면서 그 여파가 중심핵을 덮쳤다. 이후, 사라져 가는 파란 빛을 대신해 붉은 불꽃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고, 그 움직임을 알아차리자마자 바로 비행체의 표면에서 도약을 해 비행을 다시 시작하는 것으로써 그 표면에서 벗어나 다시 우측 날개 쪽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거대 비행체의 우측 날개 쪽으로 날아온 병기들이 사라져 갈 즈음, 우측 날개 쪽에서 다시 포격이 시작되었다. 날개의 뒤쪽 가장자리 쪽에 자리잡은 4 문의 포에서부터 추적의 특성을 가지는 노란 광선들이 발사되어 내가 있는 쪽으로 나아갔고, 이들이 내가 위치한 방향을 향해 나아갈 때마다 재빨리 피해가면서 번개 줄기들을 발사해서 우측 날개의 포대들을 타격해 갔다.
  발사되는 것은 우측 날개 뒤쪽의 포대들 뿐만이 아니었다. 우측 날개 앞쪽에 자리잡은 길다란 포신 역시 내 쪽을 향하기 시작하더니, 그 포신에서부터 마치 불 줄기와 같은 붉은 광선이 한 번씩 나를 향해 발사되기도 했으며, 날개 뒤쪽에서는 광선들 뿐만이 아니라 폭탄들이 사출되어 나와 미라 쪽으로 날아오기도. 폭탄들이 날아오기 시작하자 나는 지팡이에서부터 파란 번개 기운을 품은 파랗게 빛나는 바람을 일으켜 그 바람으로 폭탄들을 대형 비행체 쪽으로 날려 보내려 하였다. 그렇게 폭탄들이 사출되는 와중에도 날개 뒤쪽에서는 포탄들이 1 ~ 2 발씩 내가 있는 곳을 비롯한 비행체의 뒤쪽 여러 방향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고, 이를 피해가며 폭탄들을 밀어내고, 폭탄들이 주변에서 멀어지자 다시 날개의 포신들 그리고 날개의 중심 쪽을 타격하려 하였다.
  그렇게 우측 날개 쪽에서의 공격을 피해 가면서 날개의 표면을 계속 타격해 나아갈 무렵, 소정령 간 통신이 개시되고, 아네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라르나, 내 목소리 들려?"
  "듣고 있어, 무슨 일이야?" 그의 부름에 바로 응답했다. 그리고서 무슨 일이냐고 묻자, 아네샤는 왼쪽 날개 쪽으로 오라고 당부를 했고, 왼쪽 날개 쪽이 심하게 손상을 입었음을 알리고 있었다. 그리고서 아네샤가 나에게 이어 말했다.
  "왼쪽 날개 부분에 수리를 위한 병기들이 자리잡기 시작했고, 그 주변 일대에 날개를 지키기 위해 병기들이 계속 몰려오고 있어. 이제 막 수리 작업이 시작되고 있다고 해도, 아직 본격적으로 수리가 시작된 것도 아니었고, 무엇보다도 중심핵이 계속 노출되어 있어서 잘만 집중 타격을 가할 수 있으면 날개 부분을 끝장낼 수 있을 거야."
  "그래?"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바로 좌측의 날개 쪽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우측 날개 앞쪽의 포신에서부터 붉은 빛 줄기가 다시 내가 있던 쪽으로 발사되었고, 이에 급히 우측 방향으로 몸을 움직이는 것으로써 그 빛 줄기를 피해내면서 포대를 번개 줄기들로 타격하려 하였다.

  왼 날개 쪽은 지난 폭발로 인해 겉 부분의 장갑이 부서지고 붉은색 구체와도 같은 중심핵이 노출된 모습 그대로였으며, 장갑의 절단면 주변 일대에 한 쌍의 날개를 가지며, 동체의 좌우에 하나씩 팔이 달린 비행기들이 몰려 있었다. 그 수는 모두 합쳐 대략 10 여 즈음은 되어 보였다. 이들의 두 팔은 장갑의 부서진 단면을 향하고 있었으며, 각 팔들에서 초록색 빛 줄기들이 발사되고 있었으니, 그 장갑의 단면을 수선하려 하는 듯해 보였다. 하지만 장갑은 이미 크게 파손된 상태였고, 이들이 발사하는 가느다란 광선으로는 금방 수습될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중심핵 쪽에도 수리가 목적인 듯한 비행기들이 모여 있었다, 그 수는 8. 이들이 쬐는 광선은 부서진 장갑 절단면 주변에 모여든 이들과는 다른 목적으로 모인 듯해 보였으며, 이들은 중심핵을 감싸는 주황색 보호막에 주황색 광선을 조사하고 있었다. 이 주황색 광선은 보호막을 보충하기 위해 광선을 보호막에 조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상공 높은 일대에서는 양 날개의 각 끝에 프로펠러를 돌리면서 10 여의 검은 전투기들이 날개 주변을 맴돌고 있었으니, 이들은 중심핵 일대를 날개 하단의 노란색, 주황색 빛으로 비추고 있었다. 비행체들의 장갑 수리를 관찰하고 주변에 몰려오는 침입자를 막아내는 역할을 맡고 있었을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비행체들이 각자의 팔에서 사출하는 가느다란 광선에 의해 장갑이 회복되는 속도는 생각 외로 빨랐다. 장갑의 절단면이 변화하는 모습을 쉽게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으며, 장갑의 완전 수복도 그렇게 오래 걸릴 일은 아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병기가 사출했다가 바람에 의해 다시 병기 쪽으로 날아온 공뢰들의 일제 폭발로 인해 왼쪽 날개의 장갑이 부서지고 중심핵이 노출된 상황에서 아네샤에게 중심핵을 직접 공격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 믿고 있었지만 그것에 대해 물으니, 아네샤는 이렇게 답하고 있었다.
  "기회가 좀처럼 닿지 않더라, 그들도 상황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님을 인지하고 있어서 병기들을 계속 호출했고, 폭탄들도 계속 사출했었어. 이들을 몰아내느라고 그간 날개 쪽을 공격하지 못한 거야."
  기계 무리에게도 그 일은 보통 상황이 아니었음은 분명했고, 그래서 다수의 병기들을 보내 아네샤 그리고 클라리스가 중심핵 그리고 중심핵을 수복하는 비행체들을 공격하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내려 했었던 모양이었다. 이러한 병기들의 돌진이 끝도 없이 이어지면서 거대 비행기의 왼쪽 날개를 공격할 여유 시간을 마련하지 못했던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이제 막 병기들의 움직임이 멈추면서 여유 시간이 생긴 거야."
  그 이후, 아네샤는 이제 기회가 온 것 같다고 말하고서 이제라도 집중 공격하면 왼쪽 날개를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라 말하고서 바로 정찰기들을 공격 목표로 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서 아네샤는 나 역시 정찰기들을 목표로 정하고 이들을 공격해 줄 것을 부탁하니, 이에 나는 다른 화답 없이 바로 날개 주변을 맴도는 정찰기들을 공격 목표로 정했고, 이어서 아네샤가 바람의 기운으로 곡선들을 그리기 시작한 그 때에 나 역시 번개 줄기들을 발사해 정찰기들을 타격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그로 인해 곧 폭발을 일으키면서 일제히 제거되었지만 그 와중에도 모종의 신호를 보내기라도 했는지, 왼쪽 날개 인근에서 전투기들이 날아오기 시작했고, 이에 전투기들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던 클라리스가 리피를 뒤에 있도록 하면서 왼손에서 마력을 방출해 가며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병기들의 공세에 맞서려 하였다. 전투기들은 각 날개의 하단에 한 쌍씩 장착한 포들을 발사하며 자신과 맞서려 한 클라리스 그리고 나와 아네샤를 향해 발사하고 있었다.
  나와 아네샤가 광선들을 피해가며 병기들에게 반격을 가하고 있을 그 때, 클라리스가 왼손에서 하얗게 빛나는 반구상의 보호막을 자신의 바로 앞에 생성해 그 보호막으로 광탄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마력을 지속적으로 들여가며 그 보호막의 형상이 점차 커지도록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클라리스는 자신의 오른손으로 쥐고 있던 날이 빛으로 하얗게 빛나는 검을 자신의 왼편에서 오른편 방향으로 한 번 크게 휘둘렀고, 그 이후에 바로 보호막이 주변 일대로 퍼져 나아가는 빛이 되면서 자신의 바로 앞 일대에 있는 병기들을 뒤덮기 시작했다. 잠시 동안이나마 하늘 일대를 뒤덮은 빛이 사라졌을 무렵, 왼쪽 날개의 좌측 부근에 위치하고 있던 전투기들 중 상당수가 그 모습을 감추었다.
  빛이 사라진 그 직후, 나의 눈앞에 보였던 것은 분쇄된 금속 조각들로서, 빛에 휩싸인 병기들이 소멸되다 만 잔해들이 잠시 상공에 떠 있는 모습이 눈 앞에 드러난 것이었다. 이후에 날개의 우측 부근에 남은 병기들이 번개 줄기들, 바람 줄기들에 의해 격추되면서 날개 부근의 병기들은 거의 다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렇게 나의 앞쪽에서 몰려오던 수많은 전투기들이 거의 사라져 간 이후에도 아직 끝이 난 것은 아니었다. 전방 일대에서 3 기의 거인형 병기들이 돌진해 오고 있었던 것으로, 그들의 키는 내 키의 대략 1.5 배 정도에 이르는 갑주형 병기들이었다.
  등의 한 가운데 즈음에 칼날 모양의 장치를 하나씩 장착하고 있는 모습을 갖춘 그들은 오른손에 하나씩 검을 든 채로 발밑의 추진 장치에서 불꽃을 뿜어내면서 일행이 있는 방향으로 돌진해 나아가고 있었다. 이들은 돌진해 나아가면서 등에 장착한 장치에서 곡선을 그리는 붉은 광선들을 3 발씩 발사하며 각자의 전방에 있던 일행을 공격하려 하였고, 그에 이어 어깨에서 광탄들을 흩뿌려 그 광탄들이 일행이 있는 그 일대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 무렵, 우측 날개에 있던 미라가 검을 든 채로 날갯짓을 하면서 나와 아네샤 등이 있는 일대로 나아가려 하는 병기들을 추격해 나아가기 시작했고, 잠시 후, 그들 중 오른편에 보이는 병기를 향해 왼손을 앞으로 뻗어갔다. 당장에는 병기와의 거리가 쉽게 좁혀지지 않았으나, 날개를 뒤로 젖히고 가속을 이어가면서 병기와의 거리를 좁히고 마침내 그 병기의 뒷목 부분에 손을 올리고서 푸른 불꽃으로 이루어진 그 칼날로 목을 찔렀다.
  그 목에서 폭발이 발생할 즈음, 나 역시 검의 날끝을 앞세워 돌진해 오는 병기의 움직임에 지팡이에서 파랗게 빛나는 칼날을 생성하고서 그 칼날의 검격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피해 가는 것으로써 병기의 공세에 대응해 나아가려 하였다. 그러다가 병기의 등 뒤에 이르렀을 때, 병기가 나를 향해 돌아서서 휘두르는 검을 위쪽으로 날아올라 피해냈고, 그 이후에 곧바로 병기의 머리 쪽으로 날아가 그 머리 부분을 번개 기운으로 이루어진 칼날로 찌르려 하였다. 그 칼날이 머리 부분을 궤뚫고, 이어서 머리 부분이 폭발하는 모습이 보였을 때, 나는 그 병기의 오른 어깨 너머로 날아가는 것으로써 다시 그의 등 뒤에 이르려 하였다.
  좌측에서는 아네샤 그리고 클라리스가 병기와 대치하고 있었으며, 클라리스가 날이 빛을 발하는 검을 들며 거대한 검을 휘두르는 병기와 대치하고 있었다. 클라리스는 기민하게 그 병기의 검격 그리고 곡선을 그리는 붉은 유도성 광선들을 피해가며 병기의 공세에 맞서다가 마침내 그 머리 뒤쪽으로 공중제비를 돌면서 병기의 등 너머로 나아가 그 등을 향해 돌아서서 검의 날끝으로 등을 찔러 그 흉부를 궤뚫으려 하였다. 칼날은 흉부를 궤뚫지는 못했지만 흉부 쪽을 찔렀던 만큼, 그 날의 끝은 배갑을 궤뚫고, 흉부의 동력원을 찌르기에 충분히 깊이 들어갔을 것임이 분명했고, 이러한 나의 예상대로 클라리스의 칼날에 배갑이 뚫린 그 병기는 클라리스가 병기의 배갑에 칼날을 빼낼 무렵, 등 그리고 흉부에서 동시에 폭음과 함께 불꽃을 터뜨리기 시작하더니, 흉부 일대에서 잇달아 폭발을 일으키고 불길에 휩싸인 채 연기를 뿜어내면서 바다 쪽으로 추락해 갔다.
  좌측에 보이던 병기가 추락할 무렵, 내 앞의 목을 잃은 병기가 나를 향해 돌아서려 하였고,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내가 바로 그 움직임을 따라 반시계 방향으로 움직이며 그의 등 뒤로 나아가, 그 등을 강하게 칼날로 내리치기를 반복했다. 그러자 그 배갑이 깨어지면서 폭발이 발생하고 배갑에서 불꽃이 터지는 것이 반복되면서 그 병기 역시 상공 바로 아래의 바다 표면을 향해 추락해 나아갔다. 그 병기는 추락하는 도중에 폭발해 붉은 열기를 푹풍과 함께 발산하면서 사라졌다.
  이후, 나는 동체 바로 위쪽에 있던 병기를 살펴보려 하였으나, 3 개 병기들 중에서 우측에 있던 병기는 이미 목이 찔린 이후, 불길에 휩싸이면서 추락하던 것이 폭발한 잔해가 흩어지고 있는 상태였다. 그렇게 3 개 병기들이 모두 격추되면서 수리를 맡고 있던 비행체들은 왼쪽 날개에서 이탈하기 시작했고, 비행체가 나아가는 그 전방 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지만 나는 물론이고, 아네샤 역시 그들을 굳이 붙잡으려 하지 않았다. 사실상 공격 능력이 없기도 했고, 그들이 무슨 일을 일으킬 것 같지 않아 보이기도 했지만, 그와 더불어 왼쪽 날개의 중심핵을 공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이 진짜 이유였다. 그렇게 그들이 달아나던 그 때, 클라리스, 미라 역시 왼쪽 날개의 중심핵 부근으로 모이고 있었다.
  "저희들은 동체의 중심 쪽을 공격할게요."
  이후, 클라리스는 미라, 리피와 함께 동체의 중심 바로 위쪽으로 나아가려 하면서 이를 알렸고, 그리하여 나와 아네샤가 왼쪽 날개의 중심핵을 파괴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두 사람 뿐이라지만 거대 비행체도 사실상 포기한 그 날개는 두 사람이라 해도 집중 타격을 가하면 금방 파괴할 수 있어 보였다.
  주변에 아무것도 남지 않아 중심핵이 사실상 무력해졌다고 여기었던 그 순간, 붉게 빛나는 중심핵이 마치 내부에서 불길이 타오르듯이 주황색 빛을 발하기 시작하더니, 이어서 여러 방향으로 불꽃들을 마치 화산과도 같이 분출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주변 일대로 불꽃이 퍼져 나아가는 정도로 끝이었지만 이후에는 중심핵에서 분출된 불덩어리들이 직선 상의 궤적을 그리며 일행이 위치한 그 일대의 상공으로 나아가는 것으로써 그 공격 형태가 진화하기도 했다.
  최후의 저항에 의해 분출된 것임이 분명해 보였던 불덩어리들을 피해 나아가며 나는 아네샤와 함께 곡선을 그리는 번개 줄기, 바람 줄기들을 발사해 나아가며 왼쪽 날개의 중심핵을 집중 타격하기 시작했으며, 여기에 한 번씩 낙뢰를 중심핵 쪽으로 내리기도 했다-이에 질세라 아네샤는 돌개 바람 몇 개체들을 중심핵 쪽으로 날려 보냈다-. 이러한 집중 타격 끝에 중심핵 쪽에서 화염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그 폭발은 걷잡을 수 없이 여러 곳으로 퍼져 나아갔다. 중심핵의 동력이 폭주, 폭발을 일으키면서 동력원의 영향을 받던 다른 부분들 역시 그 영향을 받아 폭발을 일으키면서 왼쪽 날개 전체가 그 영향을 받아 화염에 휩싸이는 지경에 이르고 만 것이었다.
  화염이 곳곳에 퍼지고 있음에도 폭발은 계속되었고, 불꽃을 품은 충격파가 중심핵이 있던 부분에서부터 잇달아 여러 방향으로 퍼져 나아가는 것과 동시에 불꽃이 폭음을 일으키며 중심핵 쪽에서부터 터져 나와 왼쪽 날개가 자리잡은 일대를 덮치기 시작했다. 불꽃이 터져 나오는 것과 더불어 날개의 중심핵이 있던 일대에서는 충격파가 폭음과 더불어 잇달아 분출되면서 주변 일대의 공기가 격렬히 진동하기 시작했고, 화염과 충격파가 터져 나오는 동안 왼쪽 날개는 마치 지면에서 발에 밟혀 으깨지는 듯이 부서져 갔다.
  그렇게 왼쪽 날개가 부서지면서 비행체는 비행체 뒤쪽 왼편의 추진체에서 불꽃을 더욱 강하게 분출하기 시작했다. 왼쪽 날개를 잃으면서 생긴 부작용을 날개를 잃은 방향에 힘을 싣는 것으로써 보완하기 위한 행동이었을 것이다. 왼쪽 날개가 부서진 이후, 절단면에서 불꽃과 연기가 분출되면서 오른쪽 날개와 동체만으로 버티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비행체의 중심 쪽에 있던 클라리스, 미라가 검격으로 중심의 갑판을 계속 찔러서 상처를 내려 하였고, 그 와중에 최후의 저항을 위함인지 전방 쪽에서 전투기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이에 미라가 리피와 함께 전투기들의 격추를 맡고, 클라리스는 계속 동체의 중심을 빛을 발하는 검으로 찔러 그 갑판을 부수려 하였다. 미라는 검에서 방출된 기운으로 초승달 모양의 파들을 계속 발사해 나아가면서 전투기들을 공격해 격추시켜 나아가고 있었다.

  갑판 위에 앉아서 몇 번을 거듭 찌르기를 반복하고 나서야 갑판에 금이 가고 그 갑판이 칼끝에 뚫렸으며, 그 빛을 발하는 칼날이 갑판을 뚫은 후, 갑판에서 빠져나오자마자 화염이 그 안에서 텨져 나오기 시작해, 위험을 직감하고서 검을 잡고 있던 클라리스가 다급히 날개를 펼치며 앞쪽으로 나아갔고, 이어서 미라와 리피가 그 뒤를 따라 비행체의 앞쪽으로 나아갔다. 비행체의 공격을 직감한 듯이 클라리스 등을 향해 나아가던 전투기들의 움직임도 그 무렵에는 더 이상 없었다.
  클라리스, 미라 그리고 리피가 그렇게 비행체의 앞쪽으로 나아가면서 비행체의 근방에서 막 멀어질 무렵, 갑판에서부터 굉음과 함께 충격파, 불꽃이 터져 나오면서 그 갑판이 깨어졌다. 갑판이 깨어지면서 그 내부의 모습이 표출되기 시작하니, 색은 불꽃과 같은 주황색으로 양 날개의 중심핵과 같은 색을 띠고 있기는 했으나, 그 모습은 T 자 모양의 틈 사이로 주황색 중심핵이 드러나 있는 형태로서, 양 날개의 중심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 무렵, 오른쪽 날개를 유지한 채로 비행을 이어가던 비행체는 오른쪽 날개를 유지하면서 그 한계에 닿았는지,아니면 지나친 전력 소모를 어찌할 수 없었는지, 중심핵의 상단을 감싸던 갑판이 부서졌을 무렵, 오른쪽 날개의 단면에서 폭발이 발생, 화염이 절단면에서 터져 나오며 그대로 날개가 동체에서 분리되기 시작했다. 분리된 날개는 이윽고 중심핵이 위치하고 있을 부분에서부터 폭발을 일으키며 화염과 충격파를 잇달아 일으키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왼쪽 날개가 그랬던 것처럼 부서지기 시작했다.
  "아니, 대체 왜 자신의 남은 날개마저......."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리피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경악했다. 아무리 적이라 해도 자신의 남은 날개마저 일부러 부러뜨리는 모습에 그저 놀랄 수밖에 없었던 모양. 이에 미라가 리피에게 다가가서 무슨 현상인지에 대해 설명을 해 주는 모습도 보이고 있었다.

  이후, 그렇게 중심핵을 감싸는 갑판이 부서지고, 그와 더불어 두 날개를 모두 떨어뜨린 거대 비행체는 기수 부분, 그 왼편과 오른편 부분에서 길다란 포를 하나씩 꺼내더니 그 이후에 갑자기 일행의 뒤쪽으로 움직이는 다소 기이해 보이는 움직임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이 의아할만한 것은 전혀 아니었다.
  '우리의 뒤로 나아가 포격을 행할 셈인가 보네.'
  그들이 생성한 포신은 기수 부근에 있었으며, 당연히 나를 비롯한 이들의 뒤쪽에 있어야 사격에 유리할 것이고, 그래서 급히 뒤쪽으로 움직였을 것이다. 이후, 고개를 돌려보니, 정말로 동체의 일부만 남은 비행체의 기수 부분에 마치 더듬이처럼 생성된 한 쌍의 포들, 그 각 끝이 붉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마치 조만간 포격을 행할 것처럼.
  그리고 잠시 후, 핏빛, 주황빛을 띠는 한 쌍의 빛 기둥이 상공 일대를 가로질렀고, 뒤이어 뒤쪽에서부터 여러 방향으로 초승달 모양의 주황색 빛으로 이루어진 형상들이 방출되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피해가며, 비행체에게 접근해 나아가려 할 즈음, 비행체는 일행이 위치한 그 아래쪽으로 하강해 나아가기 시작했고, 그 시점에서 비행체를 내려다 볼 수 있게 되었다. 동체의 중심, 그 상단 표면에 표출된 중심핵에서부터 광선들이 발사되더니, 일행이 위치한 그 높이 즈음에 이르자마자 직진하여 높은 상공에 있는 일행을 위협하기 시작한 것으로 비행체는 일행보다 낮은 곳에 있으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광선들을 중심핵에서부터 발사해 나아가고 있었다.
  광선은 일행의 높이 이르자마자 한 동안 그 너머로 나아가며 붉은 직선들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 광선들을 피해 나아가면서 나도 그렇고 아네샤 역시 비행체의 중심핵이 그려내는 직선들을 피해 가면서 그 중심핵을 추적의 특성을 가지는 번개 줄기들을 계속 발사해 나아가면서 그 중심핵을 타격하려 하였고, 아네샤 역시 중심핵을 공격 목표로 삼고서 자신과 소정령에게서 바람 줄기를 소환해 그 바람 줄기들이 중심핵을 향해 나아가는 수많은 곡선들을 그리도록 하였다.
  좌우로 움직이기를 반복하면서 비행을 이어가던 거대 비행체는 중심핵에서부터 광선을 발사하기를 반복해 나아가다가 다시 상공 위로 올라가면서 일행의 뒤로 움직이려 하니, 그 움직임을 통해 나는 그 때에도 일행의 뒤쪽에서 포격을 행할 것임을 알아차리고 대비를 하였고, 이전 때와 같은 방식으로 한 쌍의 포신에서부터 주황색 빛 줄기를 방출한 이후에 자신의 주변 여러 방향으로 초승달 모양의 파들을 발사하면서 하강해 나아가고 있었다.
  이후, 고도를 낮춘 채로 병기가 일행의 앞쪽으로 다시 다가오자 나와 아네샤 모두 이전 때와 마찬가지로 집중 타격을 이어갔고, 이전의 집중 타격에 의한 피해가 누적되어 있던 그 비행체의 중심핵은 이미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었는데, 이후의 집중 타격까지 이어지니 중심핵 바깥으로 화염이 터져 나오는 현상이 생겨나고 있어서 그 현상을 보면서 비행체의 끝이 머지 않았다는 생각이 절로 들고 있었다.
  그렇게 한 동안 좌우로 움직이기를 반복하던 비행체는 불길에 휩싸인 채로 일행의 앞쪽으로 일행에게 뒷 모습을 보이는 듯이 올라오더니, 배기구에서부터 화염을 분출하기 시작했다. 일행이 위치한 그 일대로 분출되는 불꽃은 마치 화염 폭풍(Vyrahzeran) 을 연상케 할 정도로 거세게 나아갔으며, 그래서 다급히 그 일대에서 좌우 방향으로 도망치듯 흩어져 나아갔다. 그렇게 한 동안 뒤족으로 화염을 분출하던 비행체는 배기구에서의 화염 분출을 그만둔 이후, 이전에 비해 급격히 파손된 모습을 보이더니, 여전히 중심핵에서 빛을 뿜어내고 있는 채로 다급히 다시 일행의 뒤쪽으로 나아갔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와 아네샤 모두 각자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 포격의 범위에서 벗어나려 하였다. 나는 위쪽, 아네샤는 아래쪽으로 도망쳤으며, 그 이후에 거대 비행체의 포신에서부터 화염이 분출되기 시작했다. 전에도 이와 비슷한 포격으로 빛 줄기들이 일행이 위치하고 있던 상공 일대에 분출되기도 했었지만 그 위력은 이전의 포격들과는 전혀 달라서 매우 밝은 빛을 발하는 하얀 빛 줄기가 포에서 분출되며 주변 일대의 하늘까지 그 영향으로 어두워지기에 이르렀다. 마치 자신에게 남은 모든 것을 쥐어짜내는 듯이 빛 줄기를 한 동안 분출해 가는 동안 포격의 주체인 비행체의 기수에 장착된 한 쌍의 포신들은 자신들이 분출된 빛 줄기의 힘을 견디어내지 못해 사멸하고, 이어서 빛 줄기의 분출과 더불어 하얀 열기를 뿜어내던 비행체의 몸이 마치 말라버린 듯이 부서져가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나는 잠시 뒤쪽으로 돌아서서 비행체의 남은 것들이 부서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려 하였고, 그러는 동안 아래쪽에 있던 아네샤가 나의 오른쪽 곁으로 다가와서 그런 나와 함께 비행체가 폭발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으며, 비행체의 앞으로 나아갔던 클라리스, 미라 그리고 리피 역시 뒤쪽을 향해 잠시 돌아서서 그 광경을 보려 하기도 했다. 이 무렵, 거대 비행체는 자신의 몸이 가진 거의 모든 부분이 갈라지고 부서진 이후, 남은 중심핵과 그 언저리 부분만을 남겼고, 그 이후에도 남은 부분마저 반복되는 폭발 속에서 추락하다가 해수면 부근에 이르자마자 화염구처럼 폭발했다.
  그 이후, 남은 잔해들이 바다로 가라앉는 듯한 광경을 보이며, 거대 비행체의 모습은 사실상 완전히 없어지고, 한 동안 포성과 폭발이 이어지던 일대의 상공은 다시 고요해졌다. 그 무렵, 이미 해는 지고, 날은 어두워졌기에 나와 아네샤는 빛을 발하는 소정령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기지 너머에 있는 어두운 구름 속 세상으로 나아가려 하였으며, 앞서 나아가던 클라리스, 미라 그리고 리피는 리피가 소환한 일곱 요정의 빛 (La Feinlumo) 들에 의지하며, 앞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었다.



  이후, 미라에게 다가가서 기지에 자리잡고 있던 마법진을 지키고 있다가 어떻게 일행에게 다가오게 되었는지에 대해 물었고, 이후 나는 그로부터 그 대답으로써 그가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한 동안 붉게 빛나던 마법진은 그 이후로 무슨 이유 때문인지 갑자기 빛을 잃었다. 마법진과 연결된 어딘가에 모종의 일이 일어난 것으로서,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이유로 인해 소환 자체가 중단된 것 같았다고. 그래서 마법진 근처에서 마법진을 지켜보고 있는 것에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 때 마침, 항구에서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던 리에타와 모니카, 린나가 각자 글라이더를 타고 와 주었고, 리피의 친구들인 요정들, 엘피, 피다 등도 따라왔다. 남쪽 바다의 병기들이 일행에 의해 정리되어 대부분이 사라지면서 리에타가 다루는 글라이더에 장착된 마법포 정도로도 위협을 충분히 몰아낼 수 있을 정도에 이르러 무난히 일행을 이끌고 기지까지 올 수 있었다고. 이후, 리에타는 자신이 미라를 대신해 그 일대를 지키고 있을 테니, 클라리스, 리피 등과 합류해 달라고 말해서, 미라는 클라리스, 리피의 곁으로 올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때, 리에타가 했던 말이 있었어요, 병기들의 근거지는 기지가 아닌 프레티니아(Pretinia) 일대인 것 같고, 병기들의 다수가 괴멸되면서 남은 이들이 프레니티아에 모이려 하는 듯이 남쪽 바다 일대로 나아가고 있었다고 했었지요. 그러다가 제가 기지를 떠나려 할 즈음, 이렇게 부탁했어요, 프레니티아에서 병기들의 수장이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저희들과 결전을 벌이려 할 테니, 그것에 관해 단단히 각오하고 있어야 한다고."
  그러는 동안 일행은 어느덧 어둠의 사념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암운에 드리워진 어느 해안에 도달하고 있었다. 해안 너머로는 어둠에 드리워진 어떤 풍경이 있었다, 부서지다 만 건물들의 잔해들이 널린 삭막한 풍경이 눈앞에 아른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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