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lphid 4th - 2. Indaco e Sangue : 3


26. 3. 508 A.R. 21:30

  프레티니아(Pretinia), 프르티뉴(Pretigne) 라는 이명을 가지기도 하는 곳으로서, 알바레스(Albares) (*1) 대륙 서부의 지역인 에즈리스(Ezris) (*2) 의 작은 항구 도시인 아와레(Aware) (*3) 에서 남서쪽 바다인 프레니티아/프르티뉴 해의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는 어느 지역 북부 해안의 도시 구역이다. 프레니티아는 본래 바다 이름으로서 도시 구역에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은 단순히 프레니티아 해에 있기 때문으로 본래 이름이 무엇인지는 현재 시점에서는 알 길이 없다. 도시 구역은 본래는 번화한 대도시였던 것으로 보이며, 그 대도시의 일부분, 그 중에서도 번화한 구역들 중 하나였던 것 같았다. 도시 구역에 이르기 전에 바다에 잠긴 건물들이 여럿 발견된 것으로 보아 대도시가 자리잡은 지역이 부서지면서 일부만 남았을 것으로 보인다.

  검은 구름이 만든 어둠 속에 드리워진 마치 대회랑(Khajipgil, Koridora) 과도 같은 건물들 사이의 큰 길목을 따라 리피의 빛(Feinlumo) 과 소정령들에 의지해 구역의 깊은 곳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이미 형태만 간신히 남아 그 실체를 알 수 없게 되어버린 건물들의 잔해 혹은 망령들은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적막함을 불러오고 있었다.
  "여기서 주욱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그들의 근거지로 나아갈 수 있겠지?"
  "그러하겠지." 그렇게 비행을 이어가는 동안 나의 왼쪽 옆으로 다가온 아네샤가 나에게 물었고, 이 물음에 나는 바로 그렇게 즉답을 하였다. 이렇게 문답을 하면서 마냥 적막한 광경을 바라보기 위해서가 아닌 이 행성계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 근원을 처치하기 위해 폐허 속의 거리를 나아가고 있음을 새삼스레 깨달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클라리스, 미라 그리고 리피가 앞장서서 나아가고 있었지만 비행 속도 때문인지 어느 순간부터 나와 아네샤도 그렇게 뒤쳐지지 않게 되었으며, 오히려 나와 아네샤가 상공의 보다 높은 부분을 나아가고 있으며, 더 앞서 나아가고 있게 되기도 했다. 한 동안 그렇게 나와 아네샤가 그렇게 앞서 나아가고 그 뒤쪽의 보다 낮은 곳에서 클라리스 등의 일행이 나아가고 있다가 3 명의 일행 중에서 앞서 나아가던 클라리스가 날갯짓을 보다 세게하면서 대각선 상의 궤적을 그리며 아네샤의 왼편 뒤쪽에서 비행을 이어가고 있었던 나에게로 접근해가려 하였다.
  "모두 이 곳은 처음일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요?"
  "그렇지요, 구름 너머 어둠의 장소는 저도 감히 들를 생각을 하지 못했으니까요."
  클라리스가 나와 아네샤 사이로 다가갔을 무렵에 내가 건네는 물음에 클라리스가 덤덤하게 목소리를 내어 답했다. 그리고 미라와 리피도 클라리스의 바로 뒤쪽까지 접근해 나아가고 있을 그 때, 아무리 그래도 악마의 소굴을 혼자서 혹은 몇 명이서 들어가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 이어 말했다.
  "할아버지께서 언급하신 전설의 영웅이셨던 그 기사 왕조차도 이러한 악마의 소굴로 혼자 뛰어들면 결코 살아남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 기사 왕 본인도 전설의 검을 소지하고 있을만큼의 훌륭한 무력을 갖고 있었지만 그 못지 않은 훌륭한 신하들과 기사들이 있었기에, 그 수많은 시련을 극복할 수 있었을 거예요."
  "우리들이 이 소굴의 악을 모두 극복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그 기사 왕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 할 수 있을까."
  이에 클라리스를 바로 뒤따르고 있었던 미라가 클라리스에게 물음을 건네었고, 이 물음에 클라리스는 "잘 모르겠네." 라고 답을 하면서도 그 전설의 기사 왕보다 더욱 나은 존재가 될 수 있음에 나름 기대를 걸고 있었는지, 잠시나마 그 얼굴에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러면서 미라에게 말했다.
  "이번 일이 성사된다면 정말 그렇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그렇지?"

  잠시 풀어진 분위기는 금방 다시 굳어졌다. 언제 어떻게 기계 병기들이 다시 나타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폐허 더미의 회랑을 조용히 날아가고 있기를 몇 분 후, 일행의 앞길 어둠 속에서 기분 나쁜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마치 거대한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소리, 그 소리를 듣자마자 리피의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이 폐허에 거대한 벌레들이 사는 것 같아요!"
  너무 두려워하던 나머지, 작아진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리피는 어둠 속에 무엇이 사는지를 알지 못하고 있었고, 그래서 미지의 생명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상태였다. 이 와중에 벌레 기어가는 듯한 소리가 들렸으니, 극심한 공포를 느꼈을 것임은 당연지사였을 터. 그리고 잠시 후, 어둠 속에서 한 쌍씩 붉은 안광들이 번뜩이는 광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 안광은 건물 위에서도 드러나고 있어서 건물 위를 기어다니는 개체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것들 기계 병기들 같은데? 쇠 막대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고 있어!"
  그 무렵, 아네샤가 앞장서서 바닥을 기어다니는 기괴한 생명들을 바라보며, 금속성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음을 알렸고, 그러는 동안 나 역시 그의 뒤를 따르면서 미지의 생명이 내는 소리가 쇳소리임을 알아차리고 있었다. 생명체로 여기어진 이들은 실은 금속 생명체(Soeisai) 혹은 기계 병기들(Mekhaßamtrî) 이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그들의 실체를 어느 정도 파악할 무렵, 앞장서 비행하던 아네샤가 자신의 왼손에서 무언가를 발사하였다. 그 무언가는 하늘색 빛을 발하면서 대각선 상의 궤적을 그리면서 밤하늘 위를 날다가 공중 높은 곳의 한 지점에 머무르며 주변 일대를 환하게 비추기 시작했다.
  그렇게 주변 일대가 환하게 빛나기 시작하면서 바닥에 모여있던 이들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으니, 그들은 다름 아닌 거대한 거미처럼 생긴 기계 병기들이었다. 거미의 모습을 모사한 기계 병기들은 등에 하나씩 무기들을 장착하고 있어서 그 무기를 통해 대공 혹은 대지 포격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 보였다. 그들 중 앞선 3 개 개체들은 여러 발의 미사일들을 한 번에 발사할 수 있어 보이는 다연장 포대를 장착하고 있었으며, 다른 이들은 포신을 한 문씩 장착하고 있었다.
  드러난 기계 거미들의 개체 수는 대략 10 여 정도로 그 크기는 사람의 키와 거의 같아 보였다. 이 무리들은 어둠 속에 산개하고 있으면서 어둠 속에서 자신들의 머리 위를 비행해 지나가려는 이들을 습격하려 하였던 것 같았으나, 하늘 위에 생성된 빛으로 인해 그들의 실체가 드러나자 바로 대열을 갖추고서는 일행과 가까이에 있던 병기들부터 등에 장착된 포대에서부터 미사일들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미사일들은 탄두 부분에서 빛을 발하는 채로 사선을 그리면서 일행 중에서 앞서 날아오던 나와 아네샤를 향해 날아왔고, 이에 아네샤는 이들을 피해내고, 내가 그 미사일들을 번개 줄기들로 격추시키는 것으로써 대응해 나아갔다. 이들 미사일들은 파란 번개 줄기들에 의해 관통된 이후, 붉은 불길을 뿜어내면서 모두 폭발해 사라졌다.
  그렇게 미사일들이 격추될 무렵, 그 다음으로 거미들의 등에 장착된 포에서부터 붉은색, 보라색 광선들이 발사되어 상공으로 나아갔고, 이들을 피해 가며, 거미들을 공격 목표로 정하고서 이들을 향해 번개 줄기들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그 무리 중에서 앞선 이들 몇이 번개 줄기들에 의해 궤뚫리면서 폭발했고, 뒤이어 따라 나온 나머지 병기들이 아네샤가 발사한 하늘색으로 빛나는 바람 줄기에 궤뚫려 폭발해 사라지고 있었다.
  그 이후로 다시 10 여 기의 거미 병기들이 모습을 드러내었으며, 이 때, 클라리스가 "제게 맡기세요!" 라고 외치면서 날갯짓을 하며, 그들을 향해 나아갔고, 미라가 그런 클라리스의 뒤를 따라 나서며 거미 무리와 맞서려 하고 있었다.
  클라리스와 미라 모두 각자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등에 장착된 포에서 발사되는 붉은색 광탄들을 피하거나 검으로 막아내어 가면서 거미 무리에게 접근하려 하였고, 그 이후로 클라리스는 왼손에서 발사되는 새하얀 빛으로 이루어진 칼날들을 하나씩 발사해 그들을 타격해 제거해 나아가려 하였으며, 미라는 왼손에서부터 작은 초승달 모양의 칼날들을 생성해 그 칼날들이 자신의 근처에 모인 거미 형상의 병기들을 향해 나아가 폭발을 일으키도록 하고 있었다, 그 폭발의 충격에 의해 거미 병기들의 몸체를 파괴시키기 위한 행동이었을 것이었다.
  그렇게 한 무리씩 거미 병기들이 제거되고, 벽을 기어다니던 개체들이 사라지면서 한 동안 정적이 이어질 것이라 생각하기도 했었지만 그 당시의 일은 사실, 시작에 불과했다. 거미들이 모두 격멸될 그 시점에서 공중에서 인간형 병기 세 개체들이 모습을 드러내었고, 이들은 거미 병기들을 제거한 이들-클라리스, 미라-의 모습을 보자마자 바로 각자의 손에 쥐어진 총포로 광탄들을 한 발씩 발사하며 그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붉은 광탄은 짧은 광선의 형태로 변해가며 두 사람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나아가고 있었으니, 그 빠른 발사 속도만으로도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어 보였다.
  이후, 병기들은 계속 포격을 가했으나, 그 때마다 클라리스가 왼손으로 손짓을 해서 새하얀 빛으로 빛의 방패를 만들어 그 광탄을 막아내고 있었다. 광탄을 막아내니, 이어서 주변 일대에 환하게 빛을 발하는 새하얀 광탄이 되어 병기를 향해 나아갔고, 그 무렵, 미라가 그의 앞으로 다가가서 연속 사격을 가하는 우측의 병기를 뛰어 넘어가서는 그 뒤로 나아가 하늘색 빛으로 이루어진 칼날로 그 등의 한 가운데를 찌르고, 이어서 중앙의 병기에게 다가가서 그 목을 검으로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베어내었다.
  그렇게 미라가 두 병기들을 무력화시킬 무렵, 클라리스는 광탄들을 반사하내던 그 빛의 방패로 병기의 총기를 쳐서 밀어낸 이후, 그 흉부를 방패로 강타했다. 이후, 어둠의 기운에 물든 기계 병기는 빛의 기운에 닿아 불길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후, 병기는 온 몸에 불이 가득 붙은 채로 지면으로 추락해서 폭발하였다. 그렇게 세 병기들이 제압되어 사라진 이후, 그대로 클라리스, 미라 그리고 리피가 앞장서서 앞길을 열어가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도 인간형 병기들이 2, 3 기씩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고, 전투기들이 상공에서 고속으로 날아오기도 했지만 앞장서 나아가던 클라리스, 미라 등에 의해 금방 격추되어 격멸되었다. 건물의 벽면을 따라 기어다니는 거미 형태의 병기들이 포격을 가하기도 했지만 이들은 그들을 뒤따라 나아가던 나와 아네샤가 번개 줄기들, 바람 줄기들을 발사해 가며 격추시켜 나아갔다.
  한 동안은 소형 전투기들이나 소수의 인간형 병기들만 간간히 나타날 뿐인 평온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듯했으나, 한 때는 지표면 위로 바이크(Soeimarl) 를 타고 있는 인간형 병기들의 대열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삼각 대형을 구축하고 있는 6 기의 인간형 병기들로서 병기들 자신도 오른손에 들고 있던 총포에서부터 포격을 가하기도 하고, 바이크 자체도 동체의 양 옆 부분에서부터 미사일들이 발사되어 곡선 상의 궤적을 그리며 나를 비롯한 일행을 추격해 나아가고 있었다.
  이들의 주 공격 목표는 앞장서 나아가던 클라리스, 미라였고, 미사일들 역시 그들에게 더 많이 날아갔다. 미사일은 클라리스가 빛으로 생성한 방패로 막아내고, 미라가 하늘색 빛으로 초승달 모양의 칼날들을 생성해서 인간형 병기들을 추적, 공격해 나아갔다. 병기들은 몇 번의 타격을 받은 끝에 폭발을 일으키면서 지면 위로 떨어지고, 이어서 주인을 잃은 바이크들이 목적 없이 돌진해 나아가다가 주변 일대의 지형에 의해 넘어지거나 인근의 벽에 부딪쳐 폭발해 나아갔다. 쓰러진 병기들은 번개에 휘감긴 모습을 보였으며,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바이크들의 대열이 사라진 이후에는 한 동안 병기들이 모습을 드러내거나 하지 않았다. 분명 기계 병기들의 근거지였을 텐데, 아직까지는 시가지의 폐허만 보일 뿐, 기계 병기들의 근거지로서의 모습은 아직까지는 볼 수 없었다.
  비행을 이어가는 동안 어느새 나와 아네샤가 다시 앞장서서 길을 따라 나아가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아네샤가 앞장서 가고 있었으며, 그런 아네샤를 위해 내가 소정령이 번개의 빛을 밝게 내도록 하면서 아네샤의 곁에 있도록 하고 있었다. 아네샤 역시 소정령은 물론 그간 자신이 데리고 있었을 빛 방울까지 자신의 왼편 곁에 두고 빛을 환하게 밝히도록 하고 있기는 했었지만 그 정도로는 내가 성에 차지 않았고, 그래서 내 소정령도 같이 보낸 것.
  "이러할 때에는 꼭 친구가 아니라 엄마 같다니까, 라르나도 참!"
  이러한 나의 모습에 아네샤가 바로 핀잔을 주고 있었다. 같이 지내는 4 명-나, 아네샤(Anesha), 세미아(Semia) 그리고 리마라(Limara)- 중에서 내가 큰 언니에 해당되는 바 있었고, 그래서 내가 다른 이들에게 이것저것 많은 것을 챙겨주는 편이었는데, 평소에는 이러한 면모에 고마워하고는 했지만, 때로는 이러한 나의 행동에 대해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 같다. 그 때의 아네샤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내가 조금 지나쳤다고 핀잔을 주고 있었지만 그런 나의 배려가 그리 싫지는 않았는지 나의 소정령이 자신의 소정령과 더불어 자신의 바로 앞에 남아있도록 하고 있었다. 아네샤는 일행 중에서도 가장 앞에서 길을 열어가는 역할을 하고 있었고, 그래서 환하게 빛을 밝히는 소정령들의 역할을 중요히 여겼던 것일 수도 있다.
  도중에 길을 따라 한 무리씩 전투기들이 일행의 정면 쪽으로 닥쳐와 앞길을 가로막으려 하였지만, 그들은 모두 인간의 크기만한 소형 전투기들이었고, 길 위를 따라 나아가는 전차들 역시 소형 차량에 불과해서 금방 격추, 격파시켜가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불빛이 너무 밝으면 그 불빛으로 인해 동향이 노출될 수도 있었고, 적의 기습으로 이어질 것임이 분명했지만, 주요 전력은 이미 섬으로 오는 도중에 거대 비행기가 격추되면서 거의 모두 궤멸되었고, 남은 이들이 기계 거미들, 소형 전투기들, 차량들이 대다수인 정도라면 그들이 몰려오는 것 정도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
  "폐허 더미 속에 병기들이 더 많이 숨어 있을지도 몰라요."
  "아냐, 그렇지는 않을 것 같아, 본격적으로 습격을 기획했다면 진작에 이미 여기저기서 몰려와 쉴 틈 없이 접전이 있었을 거야."
  그 무렵, 뒤에서 리피가 우려의 말을 건네기도 했지만, 미라가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습격을 기획했다면 진즉에 습격을 준비했을 것이며, 그 이후로 계속 다수의 병기들과 접전을 치르고 있었겠지만 그간 그러한 일이 없지 않았느냐고 말하면서. 그러면서 밝게 목소리를 내며 리피에게 말했다.
  "아마도 그 어둠의 기사도 섬으로 갈 예정이었을 그 커다란 기계 새가 부서진 것에 대해 많이 당황하고 있을 거야."

  "라르나, 이것 좀 봐."
  "응?" 그렇게 한 동안 정적 속에서 비행을 이어가고 있을 무렵, 앞장서 나아가고 있던 아네샤가 나를 불러서 내가 자신의 곁에 오도록 하고서, 이어서 클라리스 역시 자신의 곁으로 오도록 그를 불렀다. 이에 내가 먼저 그의 오른쪽 곁으로 다가와서 물었다.
  "무슨 일이기에 그래?"
  "라르나, 이것 봐, 지면 쪽." 아네샤가 고도를 낮추어가며 비행을 이어가면서 건네는 말에 내가 짐짓 놀라면서 무슨 일이냐고 묻자, 아네샤가 바로 지면을 가리키면서 소정령들이 지면 쪽을 비추도록 하니, 내가 바로 그 빛을 따라 지면 쪽으로 날아 내려가려 하였다.
  '이것들은!?' 소정령들이 비추는 길 위로는 흉한 광경들이 보이고 있었다. 길 위는 깨끗하였지만, 길 주변에 자리잡은 건물들의 폐허 곳곳에는 기괴한 형상들이 아무렇게 널려 있었는데, 그 모습을 지면 근처에서 자세히 보니, 그것들은 다름 아닌 뼈들이었다. 유골들이 아무렇게 널려 있는 모습을 보고난 이후, 그 모습에 대해 나는 그저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폐허 근방에 뼈들이 널부러진 광경을 보고난 이후, 나는 그 뼈들을 자세히 보기 위해 길의 좌측 가장자리 쪽 지면 위에 착지했고, 그 무렵, 아네샤 역시 그런 나를 따라 날갯짓을 하면서 지면 위로 내려온 이후에 내가 있는 앞쪽 근방에서 착지를 하고서는 내가 있는 곳으로 급히 뛰어가려 하였다.
  "그 뼈들이 무엇이기에 그래?"
  "이거....... 인간의 뼈(=umanï byon) 같아."
  아네샤가 뛰어오면서 무엇을 보며 그렇게 놀랐느냐고 묻자, 내가 그 뼈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해주는 것으로써 화답하였다. 길 위의 흙에 반 즈음 묻혀 있었던 뼈들은 그 크기와 형태로 말미암아 볼 때, 사람의 그것과 거의 비슷해 보이는 것들이 대다수였으며, 주로 갈비뼈(Garpibyon), 등뼈(Dinbyon, Spina), 가슴뼈(Khazmbyon) 혹은 목뼈(Mokhbyon) 조각들 중에서 부서지거나 갈라진 조각들이 많이 발견되어서 섬에서 죽은 이들 중 다수는 흉부나 등, 목 부분에 참격 등을 당했음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었다. 광장 근방이었던 폐허 일대부터 여기저기 뼈들이 널부러져 있어서 섬에서 죽은 이들, 버려진 시신들이 한 둘이 아니었음을 알리고 있었다. 아마도 기계 병기들이 사람들을 죽이면서 그 시신과 유골들을 정리하는 작업을 거쳤겠지만, 그 작업 이후에도 버려진 유골들이 남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 것이다.
  "이들 중에서 아이의 유골들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그러하겠지, 가족 단위의 학살이 일어나거나 하지는 않았을 거야."
  그 무렵, 뒤쪽에서 광장으로 나아가고 있던 클라리스 일행 쪽에서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우선 리피가 말을 건네고, 이 말에 미라가 화답했다. 그리고 대체로 2 명 이상의 젊은 남녀들이 군사 기지 혹은 그 너머의 섬으로 소환되었다가 병기들에게 살해당하고 처리되다 만 시신들이 유골로 남았으리라는 이야기가 클라리스로부터 나왔다.
  "이런 소환이 한 번 두 번 일어난 것은 아니라는 거네, 그렇지? 오랜 세월 동안 젊은이들을 소환해서는 공포 속에서 죽임을 당하도록 하는 일이 계속 반복해서 일어났다는 거 아냐?"
  이후, 클라리스 일행이 광장의 입구 쪽에 이른 나와 아네샤의 근방에 이르렀을 그 때, 클라리스의 왼편 곁에 있던 미라가 클라리스에게 물었고, 이 물음에 클라리스는 "그렇겠지." 라고 답하고서, 발견된 시신들은 모두 수십 여 구 즈음 되니, 적어도 수백 혹은 수천의 사람들이 섬에서 목숨을 잃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이어 말하기도 했다.
  "수천이라고요!?"
  클라리스 일행은 나와 아네샤가 있는 그 왼편에서 광장으로 진입해 들어가려 하고 있었고, 그래서 나와 아네샤 역시 그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그들의 대화를 듣고 난 이후, 아네샤가 클라리스에게 다가가서 그렇게 묻자, 클라리스가 조용히 화답했다.
  "그렇게 추측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사실일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폐허만 남은 현장을 클라리스 그리고 리피가 조사하면서 나름의 추측을 한 바 있지만, 그것이 옳다고 장담할 수 없는 것이고, 조사를 했던 클라리스와 리피 역시 자신들의 추측에 대해 그렇게 여기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 때, 클라리스의 왼쪽 어깨 부근에 있던 리피가 말했다.
  "확실한 것은 검은 기사 혹은 그 배후의 인물이 틈나는 대로 여러 명의 젊은 남녀들을 군사 기지 혹은 섬으로 불러와서는 빛 방울이 밝힌 바대로 무참히 사람들을 죽이기를 반복했으며, 그 일이 비교적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 왔다는 거예요."
  그리고서 리피는 그 행위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었는지는 알 수 없기는 하지만, 오래 전부터 모종의 이유로 검은 기사들은 이런 행위를 반복했을 테니, 수백 내지는 수천이 죽었으리라는 클라리스의 추정도 마냥 빈 말만은 아닐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대체 무슨 이유로 그런 짓을......!?"
  정말로 폐허의 섬에 머무르며 수천, 수만의 젊은이들을 검은 기사가 쳐 죽였으리라는 리피의 말에 아네샤는 경악하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검은 기사가 죽인 자들의 수가 수천, 수만에는 이르지 못했을 것이라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아네샤는 무엇을 추구하고자 수많은 이들의 죽음을 불러오려 했는지 의문을 품기에 이르렀고, 그래서 리피에게 그렇게 물었던 것.
  "....... 아직까지는 모르겠어요. 모종의 계획에 의해 행하는 것 같아 보이기는 했지만요."
  "적어도 즉흥적으로 사람을 죽이고 싶어서 그런 짓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어요."
  이후, 미라는 리피가 섬에서 본 바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이야기만으로도 기사는 살육을 좋아해서 그런 짓을 했을 것이라 믿지는 않았으며, 기계 병기들, 그리고 그들의 군단과 엮여 있다면 그런 목적을 가지고 살인을 반복해서 저지르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아무리 그래도 그런 목적으로 일을 저지르지는 않았으리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아네샤의 물음에 미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뿐, 달리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후, 미라는 광장 쪽으로 몇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갔다가 잠시 주변 일대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다시 클라리스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광장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아."
  "아무도 없다고? 정말로?" 이에 클라리스는 의아하다는 생각을 드러내는 목소리를 내며 그에게 되묻고서는 자신이 직접 검을 든 채로 주변 일대를 둘러보기 시작했고, 이에 미라 역시 그런 그를 따라 나섰다. 한편 그간 클라리스를 따라 다니기만 하고 있던 리피는 그와 잠시 대면하고 있던 아네샤에게 다가가 그의 곁에 이르려 하였다.
  "정말 아무도 없는 게 맞을까?"
  "내가 봤을 때는 미라 씨의 말씀대로일 것 같아, 아마도 가장 의심이 많이 되는 광장에서 아무도 없는 것으로 침입자들을 안심시켜 놓고서는......."
  "그 너머에 이르렀을 때, 기습을 가한다는 말이지?" 이어지는 나의 물음에 아네샤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리고서 자신도 잠깐 감지를 해 봤지만 열기의 흔적 하나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계들이라도 작동을 하다 보면 열이 나오게 마련이고, 숨어 있다고 한들, 열은 감지가 되기 마련인데, 그러한 열기 하나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 역시 열기의 감지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 보았다. 미라보다도 더 대담하게 광장의 한 가운데까지 나아가서 주변 일대의 대기 그리고 대지의 열기를 감지해 보려 하였지만, 기계에서 유래되었을 특유의 열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광장의 한 가운데가 이 정도라면, 다른 곳은 더 말할 것도 없겠지, 아마도......'
  광장의 가운데까지 나아가서 열기를 감지했지만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았던 만큼, 주변 일대에도 기계 병기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면서 나는 일행에게 광장에서만큼은 비교적 안심해도 된다고 말해 주었고, 그 이후로 그리하여 일행은 광장에서만큼은 조금은 마음을 놓으며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하지만 광장 너머로 나아가면 다시 긴장해야 할 거예요, 그 너머로 나아간 순간을 그들이 노리고 있을 것인 만큼."
  "당연하겠지요." 이후, 클라리스가 충고하는 바에 내가 당연하다고 답했다.

  길 너머에 자리잡고 있었던 원형 광장은 중앙의 분수대와 그 주변의 길들 그리고 광장의 가장자리 곳곳에 있는 죽은 나무의 흔적들만이 남아 있을 뿐, 그 이외에는 풀 한 포기 없는 고요함 속에서 바람만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었다. 이미 물은 말라버린지 오래였을 분수대는 부서지다 만 가장자리 부분 안에 분수대 본체가 부서진 채 쓰러져 있을 따름이었다. 검은 기사를 비롯해 그 수하들이었을 병기들이 주로 모여있었을 곳인 광장 일대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병기들은 물론이고, 유골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부서진 분수대로 일행이 모였을 때, 잠시 주변 일대가 잠시 번쩍거렸다. 별 것 없으리라 생각하고 있던 와중에 별안간 발생한 일이라 놀란 와중에 빛이 사라지고, 그 이후로 주변 일대에 수많은 빛 방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고요하기 이를데 없는 분위기와 달리 수많은 사건들이 광장에서 일어나기는 했던 모양.
  "전부 확인해 보기에는 시간이 없을 것 같아."
  "그렇겠지?" 그 수는 너무나 많았고, 따라서 그들 모두를 확인해 보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몇 개 정도는 확인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광장 주변에 놓인 빛 방울들 중 몇 개만 일단 가져가 보기로 했다.
  "아네샤, 네가 데리고 있는 빛 방울은 곁에 잘 있지?"
  "그럼!" 이후, 나의 오른편에서 동행하고 있던 아네샤에게 빛 방울을 잘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묻자, 아네샤는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의 하늘색 빛을 발하는 소정령과 더불어 자신을 따라 나아가고 있었을 하얀 빛 방울이 자신의 바로 앞에 오도록 하고서는 물었다.
  "우선 이 빛 방울이 무엇을 품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은 어때?"
  그 빛 방울은 그간의 격전 동안에도 아네샤의 곁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물론 아네샤의 마력으로 그의 곁에 있도록 유지된 상태였는데, 이제는 그 한계에 도달하게 된 모양으로 그 무렵의 아네샤는 이제는 빛 방울을 '처리' 할 필요를 느꼈던 모양이다. 나는 이러한 그의 요청에 따라 그가 자신의 왼편 곁에 거느리고 있던 빛 방울에 다가가서 그 빛 방울을 손으로 가볍게 만졌고, 그러자마자 이전의 빛 방울들이 그러하였듯이 빛을 사방에 퍼뜨리면서 사라지더니, 이어서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Let us go...... please let us go..... please......!!!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제발요!!!)

  살려달라고 애원을 하는 여성의 목소리였다. 젊은 여성의 목소리로 다른 이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여성 혼자 기계 병기들 앞에 있지는 않았을 것이고, 당연하게도 남성, 여성들로 구성된 동료들이 있었겠지만 아마도 그 시점에서 모두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러니까, 모두 살해당하고 그 여자만 남았다는 것이겠지?"
  "분명......" 그 목소리가 들려온 이후, 아네샤가 건넨 물음에 나는 조용히 그러할 것이라 답했다.

Let us....... let me go...... if you let me go, I will do anything for you, anything......! (살려주세요...... 살려주신다면 뭐든 할게요, 뭐든......!)
Quid dicit?
Id non egetis. Cogito qui aliquid affatur.
Id tracto quare?
Solve eius vitam, vicem semper faciebamus.

I will do anything! So please......!!! please....!!! Just let me live!!! (무엇이든 할게요! 그러니까 제발...... 제발......!!! 살려만 주세요!!!)
Secure! Nemo te vindicabit. Quid facitis? Donum deducite!

  "위탕(Vitam, Witã) 은 생명을 의미하는 말이었다고 배운 적이 있어. 솔웨(Solve, Solwe) 는 내가 들은 바로는 '처리하다', '처치하다' 그런 뜻이라고 들은 바 있고. 그리고, 윈디카빗(Windikabit) 이라...... 라르나, 구원을 의미하는 말이 윈디캇(Windikat) 이었지?"
  "맞아, 윈디캇. 라테나의 윈디코(Vindico, Windiko) 에서 유래된 말이라잖아."
  "네모(Nemo) 는 '아무도 없다' 그런 말일 테고. 그러니까, 그 말은 '누구도 너를 구원해주지 않는다 (=ënigi nol windikat)' 라고 해석하면 되려나."
  "그렇지." 이후, 아네샤가 건네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하였다. 그리고서 '목숨을 처치하라' -> '죽여라' 라는 명령이 내려졌던 만큼, 여성 역시 살아남지 못했을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고 이어 말하기도 했다. 이에 아네샤가 그런 나에게 이렇게 부연하기도 했다.
  "애초에 그 녀석들이 사람을 살려둔 적은 없었어, 그 때도 별로 다르지는 않았을 거야."
  "그렇지." 이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화답했다. 그러는 동안 여성의 비명 소리가 이어지면서 빛이 들려주는 소리는 그렇게 그치고 말았다.

  그렇게 하나의 빛 방울이 사라진 이후, 나는 눈앞으로 다가온 또 하나의 빛 방울을 건드려 보았고, 그 빛 방울 역시 이전의 빛 방울처럼 여러 방향으로 작은 빛들을 흩뿌리며 사라지더니, 이어서 상공의 한 곳에서 목소리들을 들려주기 시작하였다.

Rzë rsî rsënmë? Diran womën kongjüje dë tiyen lai lë, kërsî rzë bursî tiyan dë!
Namë, rzër daodi rsî shënme dë difang?
Budzîdaola, kërsî, ni lai dzuo rsënmë?
Wo....... wo rsî taijijao dë jaorën a. Jaodan rsuo yong jaodan dë cendenmën.

  이전과는 또 다른 목소리들의 모임으로 적어도 3 사람 이상이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들 모두 예상치 못한 상황에 무척 당황하고 있었던 모양으로 섬에 모종의 목적을 가지고 찾아왔지만 속임수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폐허로 가득한 섬의 풍경에 사람들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을 테니. 세 번째 사람은 첫 번째, 두 번째 사람과는 다른 이유로 섬에 오게 되었고, 처음부터 일행은 아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목소리는 유난히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Wo cüdë taijidë liscangguo, suoyi wo dzai rzëli. Danrsî, rzëli rsî nali? Wo yirzî sciwang liscangguo, hairsî rzë jëu bursî wo rënrsî dë guo a!

  이후로 목소리의 울림은 바로 끊겼다. 세 번째 사람의 목소리는 분함을 넘어 분노까지 이어지고 있었던 것 같았다.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자신이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다른, 훨씬 나쁜 광경에 자신이 속았다고 여기며 분노하고 있었을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그러니까, 여러 이유로 여러 곳의 사람들을 섬의 기계 병기들이 속여서 검은 기사와 자신들의 소굴로 불러들였다는 말이지?"
  내가 그간 들려왔던 목소리에 대한 이야기를 아네샤 등에게 들려주자 아네샤가 물었고, 이 물음에 나는 그렇다고 조용히 답을 하였다.

  알 수 없는, 하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어렴풋이 짐작은 되는 목소리들을 들려주었을 그 빛 방울이 사라진 이후에도 아직 중앙 광장 일대에는 수많은 빛 방울들이 흩어져 있었다. 이들은 대개 하얀색을 띠고 있었지만 내가 하나의 빛을 건드린 이후에 그 빛이 사라지고, 빛이 들려준 목소리도 끊긴 이후에는 한결 같이 하얗던 빛 방울들의 색깔에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라르나, 저기를 봐! 빛 방울들이......!"
  "보고 있어." 아네샤가 주변 일대의 빛 방울들을 가리키며 건네는 말에 그 변화 상을 보고 있었을 내가 바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그 무렵, 빛 방울들의 색은 서서히 하얀 색에서 변화해 파란색, 노란색 그리고 빨간색 등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하얀색을 유지하는 것들도 있기는 했었지만 그 수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빛 방울들의 색이 변했어요!"
  "그래, 보았어, 그렇다는 것은 이들은 본래 하얀색이 아니었다는 의미이려나."
  그 무렵, 중앙 광장 일대의 좌측 근방에 머무르고 있던 클라리스, 미라 그리고 리피 등의 일행 역시 빛들의 변해가는 색을 보면서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먼저 앞서 비행해 나아가던 리피가 빛 방울들이 변하는 색을 보면서 외쳤고, 이에 그를 따라나선 미라 역시 빛 방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 말에 대한 화답을 했다.
  "빨간색이면 뭔가 괴로운 일이나 분노에 의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을 것이고, 파란색이면 적어도 그 정도는 아니겠지? 노란색은......."
  "노란색이 가장 희망적인 목소리를 품고 있을 것 같아요."
  "파란색이 오히려 가장 절망적인 분위기를 품고 있을 수도 있어."
  이후 주변 일대의 빛들을 둘러보면서 클라리스, 리피 그리고 미라가 차례로 빛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대화를 들으면서 나 역시 주변 일대의 남은 빛들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그 중 대다수가 빨간색이나 파란색이었고, 노란색은 내가 있었던 우측 일대에 몇 개 있는 정도였다. 만약에 빨간색이 고통, 괴로움, 분노 등을 의미한다면, 내가 서 있는 중앙 광장 일대에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어 보였다, 물론 그 색이 클라리스가 추측한 바대로 사람의 감정을 반영하고 있다면.
  바로 앞에 빨간색 빛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 일대에서 참살을 당하기라도 한 것일까. 그 빨간색의 진상을 파악해 보기라도 할 겸, 빛에 접근해서 그 빛을 만져 보려 하였다. 그 때, 나를 따라 걸어가고 있던 아네샤가 붉은 빛에 가까이 다가간 나에게 물었다.
  "이전에 하얀 빛들이 붉게 물든 것은 그렇다면 무슨 의미인 것이지?"
  "외부 마력의 영향이었을 것이고, 본래는 하얀색이었겠지. 여기의 빛들과는 반대일 거야."
  이에 내가 바로 답했다. 그리고 빛에 접근해서 그 빛에 닿으려 하니, 그 빛 방울은 붉은 빛과 하얀 빛을 주변 일대에 흩뿌리며 사라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공중 일대에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니, 나의 왼편에 있던 클라리스 일행 역시 중앙 광장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자 바로 그 쪽으로 다가가려 하였고, 아예 리피는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다가가려 하였다.

Onegaidesê!!! Dasêketegîdasai! Watasciniwa nanimo arimasẽ!
Konnani...... konnani...... ayamatteirînoni....... tohka tasêketegîdasai!

  빛 방울이 들려주고 있는 두 목소리 모두 여성의 것으로 이외에도 다른 여성들의 숨 소리가 애원의 목소리들 사이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이렇게 목소리만 들렸지만 이들이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는 대략 짐작이 될 수 있었다. 두 여성의 목소리 모두 애원을 하고 있었지만 그 어떤 대답도 그들에게는 들려오지 않았던 것 같다.

Watascitaciwa tada...... tada tanomiy koto-o motometteirîno desê! Anatatacini nani-o scirîgoto nante omohgoto arimasẽ, takara.......!
Hîrîsatoni kaeranakînattemo iydesê, tada inocitakewa....... inocitakewa......!!!

  그 순간, 광검을 휘두르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이어서 비명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공포, 이어서는 고통, 대기를 가르는 듯한 비명 소리가 잠시 동안 일대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전에 광검 특유의 전기 소리와 더불어 뭔가를 찢어 발기는 소리가 그 전에 들려왔으니, 검에 베이면서 그로 인해 몸이 찢겨지는 고통과 공포에 사로잡힌 비명이었을 것이다. 그 비명이 도중에 끊기면서 더 이상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 여자라고 해도 소용은 없었겠지?"
  "당연하지 않겠어, 그들에게는 그 종족이 남성인지 여성인지는 중요치 않을 테니까."
  이후, 아네샤가 건네는 물음에 내가 답했다. 목소리만 듣고서는 붉은 빛이 기억하고 있었을 목소리들의 주인공들인 희생자들이 어떤 모습, 어떤 상태였고, 또 어떻게 희생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희생자들 중 대다수는 그렇게 공포에 질린 채, 애원하다가 그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무정하기 이를데 없는 기계 병기들에 의해 몸이 찢겨지는 비참한 죽음을 당했을 것이며, 이러한 이들이 추측되는 바로는 무려 수천 심지어는 수만에 이른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젊은이들의 죽음이 귀네베흐(Guenevere) 인가, 그 여자의 부활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는 거야?"
  "그러할 거예요, 수천 혹은 수만의 사람들이 그렇게 잔혹하게 죽었다는 거예요."
  그 목소리는 근방에서 클라리스, 리피 등도 듣고 있었으며, 모든 상황이 끝나고 난 이후에는 해당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하지만 나와 아네샤가 그러하였던 것처럼, 클라리스와 미라 그리고 리피 역시 그 목소리들이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를 알아듣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사람 하나를 부활시킨다고 그렇게 많은 이들이 죽어야 할 필요가 있는 건가? 아니, 정말로 진짜 궁금해서 하는 말이야."
  리피와 문답을 주고 받은 이후, 미라는 바로 자신의 옆에 있던 클라리스에게 다시 질문을 하자, 클라리스는 잠시 생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우선 그렇게 말하고서, 잠시 주변 일대를 둘러보면서 무언가 생각에 잠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이어서 두 사람을 다시 보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가려 하였다.
  "사람들을 죽이는 짓거리는 검은 기사 혼자만의 의지에 의한 일은 아니겠지, 너희들도 그 정도는 알고 있을 거야."



  그 무렵, 아네샤가 광장의 분수대 너머를 둘러보다가 노란 빛 방울에 닿았고, 그 빛은 노란 빛과 하얀 빛무리들을 흩뿌리면서 사라져 갔다. 그리고 잠시 후, 그 노란 빛 방울이 있던 그 일대의 상공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울려 퍼지려 하고 있었다.

  먼저 들려오는 것은 어린이, 소년의 목소리였다. 소년은 자신의 곁에 있었을 누군가를 향해 물음을 건네고 있었으니, 그 떨리는 목소리에서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알 수는 없었다고 해도, 그가 자신의 눈 앞에 있었을 무언가를 극히 두려워하고 있음이 바로 전달되고 있었다.

A...... ajâscy....... jâ âtâke doenîngâeyo.......?

  하지만 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누구인지는 몰라도 무정한, 그리고 사악한 인상의 존재가 아이의 눈앞에 있었을 것임은 틀림 없어 보였다. 그런 존재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음에는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 감정의 표출을 하지 않으려 한 것 혹은 그저 딱히 할 말이 없었을 뿐이었을 것이 일반적인 이유라면, 이런 이유도 있게 마련이다 :
  "일부러 무정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써 공포심을 유발하는 목적도 있었을 거야."
  그러는 동안 대화 아닌 대화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Gîrënde...... Gwinebegnîn mwo-eyo?
Gouïnébegue...... Tu doives dire Guenevere. C'est dommage mais, je ne te dis rien car ce n'est pas t'affaire,

  "귀네베흐(Gunébere) 라는 말을 듣고 귀네베흐(Guenevere) 를 말하는 것 같다고 말하고서는 그 소년에게 자신은 알 바 아니라서 어떤 말도 해 줄 수 없다고 말하고 있어요."
  그 무렵, 대화를 이어가고 있던 클라리스, 미라 등은 다시 빛 방울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자, 대화에 집중하려 하였다. 붉은 빛 방울이 목소리를 들려줄 때와 달리, 이번에는 세 사람 모두 기계의 목소리가 말하는 바를 알아들을 수는 있었고, 그래서 그 말의 의미를 해석할 수는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들과 달리 나와 아네샤는 몇 가지 아는 단어-rien, pas, affaire 정도-를 알아듣고 쓸데 없는 추측이나 하고 있을 따름이었는데, 그러한 상황에서 리피가 일행에게 다가가서 그 뜻을 알려주고 있었다.

Musînmarijo? Musînmarinji hanado morîgeßëyo.......
Qu'est-ce que tu racontes? Bien, ce ne sont pas mes affaires, de toute façon, je ne peux rien avoir à parler à qui comme toi.

  소년의 목소리는 무언가 호소를 하고 있는 듯해 보였지만 기계 병기는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다만, 이것은 일행을 비롯해 클라리스 등 역시 알아듣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일행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기계 병기에게 잡힌 이들에게서는 나오지 않고 있었다.

Hangajiman murâbolgeyo. Jâ....... jânîn ije âtâkedoenîngâeyo.......?

  "나 같으면 아마 짜증나서 대답을 해 주지 않았을 것 같아,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그것도 어차피 제물이 될 자의 말을 더 들어줄 이유는 없잖아, 그렇지 않아?"
  "그렇지......" 빛 방울이 들려준 목소리는 거기까지였지만 기계 병기는 아마도 대답을 하지 않았을 것 같았고, 이에 대해서는 아네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는 동안 클라리스, 미라 등은 분수대 근방을 지나쳐서 근방의 말라 죽은 나무 근처의 빨간 빛 방울로 다가가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행여 있을 습격에 대비하기 위함인지 클라리스가 앞장서고 리피가 그런 그의 곁을 따라 나아가는 동안 미라가 그들의 뒤를 따르면서 주변 일대를 열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다행히도 숨거나 잠복한 이들은 아무도 없었고, 그래서 클라리스와 리피가 무사히 나무 근처의 붉은 빛 방울에 접근해 갈 수 있었다. 빛 방울 앞으로 다가간 이후, 클라리스는 검을 쥐지 않은 왼손으로 그 빛 방울을 만져보았고, 그 이후, 빛 방울은 붉은 빛들과 하얀 빛들을 흩뿌리며 사라져 갔고, 이어서 나무 근방에서 무언가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Wa...... Taikëbi a. Buhwei yourën bursî lai rsa womën dë ba?

  조용히 목소리를 내는 젊은 남성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으며, 숨을 가쁘게 내쉬고 있어서 극한의 공포 속에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이들이 어디에 있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기는 했지만, 일단 위험한 곳에 있음은 분명해 보였다.
  "이전의 군사 기지 아니면 이 근방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요."
  그 목소리를 통해 리피는 자신의 주변에 있던 클라리스, 미라에게 목소리의 주인공이 어디에 있었을지에 대해 알리고 있었다. 그리고 어딘가 가야하면서도 주변 일대의 분위기가 스산하고 공포스러워서 어쩔 줄 몰라하는 것 같아 보였다고 목소리의 주인공에 관한 추측을 하기도 했다.

Kan rzëli, kankan.
Wei'rsënmë?
Rzëli you jitan. Rzanrsanglë, rsënmë.
Rsënmë?
Bu'rzîdao, Youdien nianhuhu dë.

  "저 목소리들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그들이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내 말이..... 하나도 모르겠으니, 말투라든가,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통해 어떤 상황인지를 대략 유추만 할 수 있는 거잖아, 그렇지?"
  나 역시 클라리스 등이 모여있는 일대로 가서 그 목소리를 듣고 있었고, 그러면서 빛 방울이 남긴 두 남자의 대화를 듣고 있었지만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오가고 있었으니, 목소리와 어투를 통해서만 상황을 추측할 수 있었을 뿐이었고, 그래서 아네샤가 했던 말에 바로 공감하는 말로 화답을 하고 있었다.

Jitan rsang rzanlë shënmë?
Nianhuhë taoyan dë.
Sanfa rangrën scincingbuhao dë weidao.
Rsënmë weidao cha bu duo?
Rsëngcudë tie'rzîlei dë.
Namë buhwei ba......

  몇 명이 더 목소리를 내고 있었으며, 그 중에는 여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들 모두 불길한 것을 보기라도 한 듯, 불안함을 드러내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으며, 그 불안감이 점차 커져가고 있음이 목소리를 통해 드러나고 있었다. 그래서 목소리를 듣고 있는 이들마다 그들이 정말 위험한 곳에 다가가서 그러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는 그 순간, 빛 방울이 있던 곳에서 한 무리의 갑주를 입은 자들이 뛰어오는 것 같은 소리에 이어 총포가 발사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이후, 비명 소리가 잇달아 울려 퍼지면서 빛 방울이 남긴 소리는 그렇게 끊겼다.

  이외에도 수많은 빛 방울들이 있었지만 빛 방울들의 목소리를 모두 들어보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고, 그래서 아네사는 바로 나에게 한 개만 더 확인해 보고, 바로 광장을 너머 제단이 있는 곳으로 돌진해 나아가자고 제안을 했고, 이에 나 역시 그렇게 하겠다고 화답을 한 이후, 클라리스 등에게 광장을 지나 검은 기사-아마도 랑슬로(Lancelot) 일 법한-를 찾아보자고 청했다.
  "예, 그렇게 말씀드리지 않아도 저희들도 이 너머로 나아가려 했었어요. 여기서 이렇게 머무르고만 있을 수는 없어요."
  "그렇지요, 언제 그들이 습격해 올지도 모르니까."
  클라리스가 건네는 말에 나의 왼쪽 곁에 있던 아네샤가 바로 화답했다. 그리고서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광장 너머의 길목에 있는 한 개의 빛 방울이 품고 있을 목소리는 확인해 보자고 청했고, 이에 클라리스는 그 정도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화답했다.
  "그 정도라면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클라리스, 빨리 가자, 그들에게 더 시간을 내 줘서는 안 돼!"
  그 무렵, 미라가 클라리스에게 빨리 가야 한다고 청했고, 그 이후로 자신은 먼저 가겠음을 알리고서 먼저 광장의 남쪽 너머 길목으로 뛰어 나아가려 하였고, 이에 클라리스는 "기다려!" 라고 그런 미라를 향해 외쳤다가 그 광경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나와 아네샤를 향해 돌아서서는 말했다.
  "죄송해요, 미라를 따라가야 할 것 같아서...... 먼저 갈게요!"
  이후, 그는 이미 멀찌감치 뛰쳐 나아간 미라를 따라잡으러 나아갔고, 리피 역시 그런 클라리스를 따라 가면서 나, 아네샤와 바로 멀어져 갔다. 이후, 미라는 잠시 더 뛰어 가다가 날개를 펼치면서 거리를 따라 날아가기 시작했고, 클라리스 역시 날개를 펼친 이후에 그를 따라 나서려 하였다.
  "우리도 어서 가자!"
  "그래." 이러한 그들의 움직임을 보고 난 이후, 나는 다른 말 없이, 차분히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화답했다, 달리 어떻게 답을 할 시간적 여유가 있지 않았음이 그 이유. 그 이후로 나는 앞장서서 날개를 펼치며 먼저 나아간 그들을 따라 나아가려 하였고, 이에 아네샤가 날개를 펼치고서 그런 그를 따라 비행을 이어갔다. 이미 클라리스, 미라 일행과 멀어질대로 멀어진 만큼, 최대한 속력을 내어 광장 너머의 길목을 따라 비행을 이어가려 하였다.
  광장의 남쪽 끝, 한 곳에 위치한 빛 방울을 건드린 것은 미라였다. 정확히는 미라가 앞서 나아가면서 그 푸른 빛이 미라에 이끌려 그의 몸에 닿은 것으로 그 이후, 그 빛 방울은 푸른 빛들과 하얀 빛들을 주변 일대에 흩뿌리면서 사라져 갔다.

  그 무렵, 길 너머에서 한 무리의 병기들이 몸체 곳곳에 빛을 발하며 날아오고 있었다. 앞장서 오는 이들은 인간형 병기 6 기들이었고, 그 뒤로 전투기 10 여 기가 따라오고 있었던 것으로 우선 앞장서 오던 인간형 병기들이 미라 그리고 클라리스와 마주하게 되었다. 일행 중에서 가장 앞서 나아갔던 이는 미라였지만 클라리스가 미라를 급히 따라잡은 끝에 그 시점에서 클라리스와 미라의 거리 차는 그렇게 멀지 않아 두 사람 모두 병기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Intrus! Termine-les!"
  이후, 그 기계적인 목소리와 함께 앞장서 나아간 병기부터 손에 든 도끼로 미라를 치려 하였고, 이에 미라는 그 도끼에 의한 참격을 피해내고서 바로 자신의 하늘색 기운으로 이루어진 칼날로 그 병기의 갑주를 베어내려 하였고, 이에 그 병기 역시 쉽게 당하지 않으려 하는 듯이 뒤로 움직여서 피했다. 이후, 그 병기는 도끼로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가로베기를 하고, 또 내리치기를 시도하려 한 듯 했으나, 가로베기는 미라가 검으로 막아내고, 내리치기를 하기 전에 미라가 병기의 왼팔을 검으로 베어내고, 이어서 오른팔과 목을 검으로 쳤다. 그로 인해 병기의 목이 떨어지고 폭발을 거듭하면서 병기는 그대로 지면을 향해 추락해 갔다.
  그 무렵, 클라리스는 그 오른편 곁으로 나아가 뒤따라 오고 있던 병기를 상대하고 있었으며, 날이 하얗게 빛을 발하는 검으로 병기를 찌르려 하였다. 병기는 그것을 자신의 검으로 막아내고서 이어서 반격을 행하려 하였으나, 클라리스는 그것을 몸을 우측 방향으로 움직이며 피해내고서 바로 병기의 왼쪽 어깨를 찌르려 하였다. 이후, 병기가 클라리스를 자신의 검으로 강타하려 하면서 클라리스를 밀어내고, 이어서 다시 한 번 크게 내리치려 하였으나, 그 때, 클라리스가 그런 그를 향해 달려들어 배 부분에 장착된 장치를 검으로 강하게 찔렀고, 그 장치가 한 번 폭발을 일으키면서 그 병기는 기능이 정지되고, 이어서 그가 칼날을 장치에서 빼내자마자 잇달아 폭발을 일으키면서 지면으로 떨어졌다.
  그런 식으로 두 사람이 자신들의 검으로 병기들과 맞서려 할 즈음, 나는 뒤에서 추격해 오는 전투기들을 공격 목표로 정하고, 이들을 번개 줄기로 타격을 가하려 하였으며, 아네샤는 왼편, 오른편에서 다가오는 인간형 병기들을 자신이 발사하는 바람의 기운으로 제압하려 하였다. 이들 모두 경 전투기에 지나지 않았기에 모두 금방 제압되고 있었고, 그래서인지 그들의 출현을 클라리스, 미라 모두 미처 인지하지 못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후에도 전투기들이 미사일들을 그 일대를 향해 쏘아 보내는 광경이 보이기도 했지만, 금방 격추되었고, 이어서 비행기들 역시 격추되어 공중에서 폭파되어 터지는 화염과 함께 산화되고 있었다.
  이후, 클라리스, 미라는 검격으로 자신의 앞에 있던 이들 모두를 베어내고 격추시켜서 지면으로 추락시켰고, 지면으로 추락한 이들 중 다수가 지면과 격돌해서 폭파되어 지면에 불길을 일으켜 그로써 일대의 어둠을 비추고 있었다.
  그 이후로도 계속 병기들이 출몰했지만 대다수가 소형 전투기, 경 전투기 무리였던지라 금방 격추되었고, 간간히 인간형 병기들도 등장했지만 이들 대다수는 번개 줄기, 바람 줄기 그리고 미라가 발사하는 바람 칼날에 의해 격추되어 폭파되고 있을 뿐이라 이들의 출현에 큰 의미가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다수의 병기들을 격추시키면서 길목을 나아가고 있을 무렵, 푸른 빛 방울에 의해 생성되고 흩어졌던 푸른 빛과 하얀 빛이 비행을 이어가고 있던 나와 카리나 쪽에게 다가갔고, 이후, 그 빛들이 사라지면서 비행을 이어가던 일행에게서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이 목소리는 일행이 비행을 이어가던 내내 들려오고 있었다.

  "Qui....... qui es tu?" (누...... 누구냐?)
  "Je suis ton sauveur. Je peux réaliser tout ce que tu veux. Que veux-tu? Vieux chevalier." (나는 그대의 구원자, 그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들어줄 수 있다. 늙은 기사여, 무엇을 원하는가?)
  "Vieux chevalier...... Maintenant je m'apelle comme ça, n'est-ce pas? Mon nom est Lancelot, J'ai été appelé 'Lancelot du Lac' à la fois. Mais, maintenant je suis tombé, tombé sur le côte sombre et profond. Je ne suis rien, rien pour tout." (늙은 기사...... 이제는 그렇게 칭해지게 됐군, 그렇지 않나? 내 이름은 랑슬로, 한 때는 '랑슬로 뒤 락' 이라 칭해진 바 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어둠 속으로 몰락해 버리고 말았어. 이제는 무의미한 존재일세,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야.)
  "Rien? Oh, tu n'es rien, Tu as toujours le sens de la vie."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지 않네, 그대에게는 여전히 살아야 할 이유가 있어)
  "Sens de la vie? Quel est le sens de la vie?" (살아야 할 이유? 그것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Tu ne sais pas encore. Je t'apprends à ce sujet. Tu souviens-te de Guenevere?" (아직 깨닫지 못한 듯하군. 그렇다면 가르쳐 주지, 혹시 귀네베흐를 기억하나?)

  마지막 즈음에는 '귀네베흐(Guenevere, Günevekh)' 라는 이름이 거론되었으며, 이전에는 '랑슬로(Lancelot)' 라는 이름이 언급되기도 했다. 근처의 리피가 전한 바에 의하면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채 '늙은 기사' 로 칭해지고 있는 랑슬로에게 어떤 존재가 다가왔으며, 이제 무의미한 존재가 되었다고 자책하는 랑슬로에게 귀네베흐를 기억하고 있느냐고 묻고 있었다는 모양.

  "Guenevere?! Comment connais-tu ce nom?" (귀네베흐? 어떻게 그대가 그 이름을 기억하나?)
  귀네베흐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그저 무기력할 따름이었던 랑슬로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아무래도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의 이름을 거론했기 때문으로 그 이후, 랑슬로는 그 존재에게 어떻게 그 이름을 알게 되었느냐고 묻고 있었던 것 같다.

  "Oh, tu n'as pas oubilé ce nom." (아아, 잊지 않고 있었나 보군)
  "C'est inoubilable pour moi! Je te demande comment tu as connu ce nom, réponds-moi!" (잊을 리가 없지 않은가! 어떻게 그 이름을 알게 됐나, 말해 보게!)
  "Oh, je suis désolé. Comment pourrais-je? C'est simple pour nous." (미안하네, 어떻게 알았냐고? 우리에게는 간단한 일이지)
  "Nous......? Tu n'es donc pas seul." (우리......? 그렇다면 그대는 혼자 있는 것은 아니겠군)
  "Sûrement. Nous sommes des sauveurs qui sauvons les désolés et les déchus. Nous en prenons un qui s'appelle Guenevere. Tu peux aller avec moi pour la rencontrer." (그렇지. 우리는 파멸하고 몰락한 이들의 구원자, 우리는 귀네베르라 칭해지는 자를 확보해 두고 있다. 우리와 함께 하면 그를 만날 수 있을 걸세)

  "아무래도 그런 식으로 귀네베흐를 데리고 있다고 말하면서 랑슬로를 자신의 편으로 꼬드기려 했던 것 같아요."
  "그랬겠지, 잃어버린 줄 알았던 소중한 사람을 실은 내가 데리고 있다, 그런 식으로 말하면 넘어가는 경우가 은근 있지. 여기에 그는 현재 어떤 상태에 있고, 그래서 이렇고 저렇게 하면 그를 온전히 되살릴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말하면......."
  "랑슬로에게는 피할 수 없는 제안이겠지. 어쩌면 그에게 있어서는 다시는 없었을 기회였을지도 몰라."
  이후, 리피가 건네는 말에 우선 클라리스가 그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이어서 미라가 그의 말에 이어 이야기를 건네기도 했다. 랑슬로가 피할 수 없는 제안을 제시해서 랑슬로가 그가(혹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도록 했으리라는 것이었다.

  "Après le rituel, elle est enfin ressuscitée. Mais, car elle n'est pas en bon état, quelqu'un doit faire quelque chose pour la rendre bien." (의식을 마치고서 그는 마침내 소생했다네. 하지만 아직 안정적인 상태는 아니라, 누군가가 그 상태를 좋게 해 줄 필요가 있어)
  "Oui, et je te suggère de jouer le rôle." (그래, 내가 그 역할을 해 줘야 한다는 말이로군)
  "Très bien. C'est puisse-être la toute dernière chance pour moi et pour elle. Je participerai à vos affaires." (좋다, 어쩌면 나와 그에게 있어서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어. 그대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네)
  "Merci. Alors j'attends avec impatience votre aimable coopération. Suivez-moi, je vous dirai ce que vous devez faire après maintenant." (고맙소, 그대의 협조를 기대하고 있었소이다. 따르시지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 드리겠습니다)
- 여기서 그 존재가 랑슬로를 칭하는 호칭이 Tu (Tü) 계열이 아닌 Vous (Vu) 계열이 되었다. 처음에는 그를 하찮은 존재를 대하듯이 하대하다가, 자신의 뜻을 따르겠다는 의사 표현을 하자마자 무슨 이유 때문인지 그를 받들어 모시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경칭이라 할 수 있는 Vous 계열로 그를 칭하게 된 모양.

  "그렇다면, 그 검은 기사의 정체는 랑슬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지?"
  "그러할 거예요. 아마도 처음에는 귀네베흐를 되살리기 위해서라면 그 무엇이라도 하겠다는 심정 하에 그 존재를 따르고, 나아가 그 존재가 요구하는 바에 따라 행동을 이어갔을 거예요. 그 결과는...... 지금까지 지켜본 그 모든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랑슬로를 꼬드긴 자는......."
  "생각하신 바, 그대로예요." 이후, 미라가 심각해진 목소리로 건네는 물음에 리피는 생각한 바대로일 것이라 답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아네샤가 앞장서서 앞길을 나아가도록 하고서 잠시 클라리스 일행의 근처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는데, 그 이후로 클라리스, 미라 모두 리피의 말에 더 이상 어떤 말도 하지 않은 것을 보면 그의 말을 수긍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었다.
  "라르나, 너는 어떻게 생각해?"
  이후, 아네샤의 곁으로 돌아와서 그간 들은 바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자 아네샤가 바로 나에게 물었고, 이에 나는 어떻게 랑슬로에게 기계 군단이 접근해 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시점에서 기계 군단은 귀네베흐를 이용해 랑슬로를 포섭해 자신들의 뜻을 따르는 '검은 기사' 로 삼았을 것이라 답했다.
  "그의 완전한 부활이라는 명분을 걸고 그를 지속적으로 이용해 왔을 것 같다는 거네, 그렇지?"
  "아마도......." 이후, 그가 건네는 물음에 바로 그렇게 답했다. 그러는 동안 상공의 전방 좌측, 그리고 우측에서 한 무리씩 비행체들이 몰려왔고, 그들과의 교전에 대비해야만 했다. 상공의 전방, 좌측과 우측의 어두운 저편에서부터 10 기씩 전투기들이 몰려왔고, 이들은 이전에 격추된 전투기들처럼 쉽게 격추되었다.
  이후, 랑슬로로 추정되는 기사의 목소리, 그리고 그의 마음을 움직인 남성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그 대신으로 그 이후로 기계적인 목소리들이 이어 들려오면서 모종의 대화를 이어가려 하고 있었다. 사악한 느낌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Cela devrait être une bonne idée." (좋은 생각이로군)
  "Merci. J'espère que nous pourrons produire des noyaux cérébraux de masse pour les machines." (고맙네, 이를 통해 기계에 쓰일 뇌 소자를 대거 확보할 수 있겠어)

  "세레브로(cérébraux, serebro) 라면 '뇌' 에 관한 것을 의미하는 거 아니야?"
  "그렇겠지. 마신(machine, mashin), 그러니까 기계 병기들에 쓰일 '뇌' 에 관한 무언가를 생산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지."   그렇게 내가 아네샤가 건네는 물음에 대한 답을 이어가는 동안, 누군지 알 수 없을-소리만 들렸으므로- 이들의 대화는 이어지고 있었으며, 그러면서 그들의 사악한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의 귓가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Qu'as-tu dit Lancelot du Lac?" (랑슬로 뒤 락이라고?)
  "Je lui ai dit comme ça : Vous devez préparer un autre rituel pour sa parfaite résurrection. Nous avons préparé 'Guenevere' et je lui dirai de tuer les inférieurs pour lui consacrer leur âmes. Ensuite, nous prendrons les cerveaux des cadavres pour produire les noyaux cérébraux des machines." (그에게 이렇게 알려두었네 : 완벽한 소생을 위해 또 다른 의식을 준비해야 한다고. 우리가 '귀네베흐' 를 준비했으니, 그에게 열등한 자들을 죽여서 그들의 혼들을 그에게 바쳐야 한다고 알리겠네. 그러면 그들의 시신에서 뇌를 적출해 기계들의 뇌 소자에 활용하면 되는 것이지)
  "Où vont les âmes alors?" (그 혼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
  "Bien sûr, ils feront partie du flux d'énergie au coeur de 'Guenevere'. En effet, Lancelot ne saura jamais qu'il commet des affaires pour qui." (물론, 그들은 '귀네베흐' 의 에너지, 그 일부가 되겠지, 랑슬로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깨닫지 못할 테고)

  Coeur (Kör, Kögh) 라면 '심장(Ankhazm)' 을 의미하는 말이고, Energie (Enerzhi, Eneghzhi) 는 '에너지(Jiîn)', 그리고 Flux (Flü) 는 '흐름(Lukh)' 을 의미하는 말이었을 것이다. 그 말인 즉, 귀네베흐의 심장으로 에너지가 흐른다는 의미였을 것.
  "인간이라든가 생물의 심장에 일반적으로 '에너지가 흐른다' 라는 말은 사용하는 거 아니지 않아?"
  "내 말이......." 이후, 아네샤가 제기하는 의혹에 바로 동감하는 뜻을 드러내었고, 이어서 '그 존재' 가 랑슬로에게 언급했다는 '귀네베흐' 는 진짜 '귀네베흐' 가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이어 말하니, 이에 아네샤가 더욱 심각해진 목소리를 내며 물었다.
  "그렇다면, 그 '귀네베흐' 는 어쩌면......."
  "그래, 기계 병기일 거야, 병기 군단이 준비해 둔 물건이겠지. 어쩌면 우리가 여기서 맞서야 할 가장 중요한 상대는 그 '귀네베흐' 일지도 모르겠어. '귀네베흐' 의 '심장' 에 흐르는 에너지는 아므(Âme, Amî), 그러니까 혼(Nëß) 들을 포함시킬 수 있다고 했는데......."
  "나도 조하르(Zohar) 성계 쪽에서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어,"
  이후, 나의 이야기에 아네샤가 자신이 조하르 성계 쪽에서 들은 이야기라면서 기계 병기가 갖고 있다는 혼을 다루는 수단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서 아네샤는 랑슬로에 대해 그렇게 기계 병기들의 뜻대로 우직이면서 살육을 이어가고 있었을 것이라 말하고서, 기계 병기들이 그런 식으로 사람들을 죽이고 뇌를 기계 병기에 들어갈 무언가로 변이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 '검은 기사' 가 사실상 랑슬로일 것임이 명백한 이상, 이 문단 이후로 '검은 기사' 는 랑슬로로 칭한다.

  한편, 나와 아네샤가 있는 왼편 근방의 클라리스 일행도 랑슬로가 이용당하고 있었음을 말하고 있었다. 우선 리피가 랑슬로는 무리의 지도자 노릇을 하고 있었지만 실은 기계 병기들이 랑슬로를 수장으로 받들고 있으면서 그를 배후에서 조종해 사람들을 끌어들여 살육하도록 하고, 자신들이 뇌와 혼을 빼앗아 기계 병기의 중앙 처리 장치 혹은 에너지 원으로 무자비하게 활용하고 있었음을 밝히기도 하였다.
  "그러니까, 흉악한 녀석은 랑슬로가 아니라 기계 병기들이고, 랑슬로는 오히려 불쌍한 존재라는 것인가."
  "본래는 그랬겠지만...... 어느새 랑슬로 이미 그들과 동화된지 오래인 상태라, 그 역시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되었을 거예요."
  이후, 미라가 랑슬로는 오히려 동정의 대상인 것인가, 라고 물음을 건네자, 리피는 그러하지는 않을 것이라 답했다. 이후, 클라리스는 랑슬로에 대해 그를 살려주고 용서하기에는 이미 때가 많이 늦었을 것이라 말한 이후에 그의 더럽혀질대로 더럽혀진 영혼이나마 구원할 수 있다면 그나마의 다행일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Dès le début, tu ne l'as pas envisagé." (처음부터, 그것을 고려하지 않은 건가?)
  "Exactement, Nous n'avons pas besoin de considérer la chose de l'inférieur qui s'appelait -L'Amour-." (그렇지. '사랑' 이라 칭해지는 그런 저급한 것을 고려할 필요는 없어)
  "L'amour...... c'était une affaire après tout, n'est-ce pas? C'est vraiment une pensée insignifiante d'une race insignifiante. Alors, que vas-tu faire de lui?" (사랑...... 결국 별 것 아니지 않은가? 그야말로 쓸데 없는 종족의 쓸데 없는 짓거리일 뿐이지 않은가. 그래, 그렇다면 그를 어떻게 처리하려 하나?)
  "Je n'ai aucune idée particulière de lui, Il en vaut toujours la peine." (그럴 생각은 없네. 그에게는 충분히 가치가 있어)

  "그러고 보니, 조하르에도 그런 개체가 있지 않았어?"
  "무슨 개체?" 이후, 아네샤가 건네는 물음에 내가 그런 그에게 무슨 개체냐고 되묻자, 아네샤는 조하르의 지하 유적에 검은 기계 괴물이 서식하고 있었다고 했으며, 이를 타락한 종족이 '터리키 아바디 (Târiki Abadi)', 그러니까 '영원한 어둠 (Eternain Adma)' 으로 칭한 적이 있었음을 밝혔다.
  "기 기계의 몸 속에는 하나의 건물 크기만한 거대한 토카막(Tokamak) 이 자리잡고 있었대. 그 토카막에는 핏빛을 띠는 강렬한 플라즈마(Plasma, Vicamo) 가 자리잡고 있었지. 그 연료가......"
  토카막(Tokamak), 에너지 발생 장치(Energianazarï Sehtrî) 의 일종으로 기체(Valamo) 를 주입해서 이를 가열해 플라즈마 상태로 전환하고, 그렇게 생성된 플라즈마의 열기를 이용해 전기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장치라고 들은 바 있다. 그 토카막의 주 연료는 수증기(Mrîvala) 로 알려져 있다, 토카막의 연료로써 수증기를 활용한다는 것. 그런데 그 토카막에는 특이하고도 어떤 의미에서는 끔찍하기 이를데 없는 연료를 사용하고 있었다.
  "...... 인간의 영혼이었다고 했지," 그가 이어가는 말에 내가 바로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서 '귀네베흐' 라 칭해지고 있는 개체 역시 같은 원리로 동작하고 있을 것임이 분명하다고 그에게 말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이미 목소리들의 대화 내용을 충분히 인지했을 클라리스, 리피 등의 일행 역시 귀네베흐의 '심장' 으로 '에너지' 가 오가고 있다는 대화를 통해 '귀네베흐' 는 인간이 아닌 기계일 것으로 사실상 확정을 짓고 있었으며, 어떻게 기계 병기 군단이 랑슬로를 이용했을 것인지에 대해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 그렇다면, 랑슬로는 귀네베흐를 만나본 적이 있었을까."
  우선 미라가 건네는 그 물음에 클라리스는 직접 대면은 하지 못했을 것이라 답했다. 다만, '인간의 형상' 으로서의 '귀네베흐' 가 잠들어 있는 듯한 모습을 늘 지켜보고 있을 것 같다고 랑슬로에 대해 예상하고서 어쩌면 랑슬로는 실루엣(Silouette, Siluet) 으로만 존재하는 귀네베흐의 모습을 계속 보고 있으면서 자신의 만행을 정당화하기를 반복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것도 이제 오래가지는 못할 것 같네, 이렇게 우리가 오고 있잖아, 그렇지 않아?"
  이후, 미라가 건네는 물음에 클라리스는 "그러하겠지." 라고 답했다. 물론 그 역시 자신의 검을 갖고 있으며, 그의 검술 능력도 만만하지는 않겠지만 자신들이라고 해서 이기지 못할 이유는 없지 않겠느냐고 조용히 목소리를 내어 이어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랑슬로는 오래 전의 도검을 계속 갖고 있을까요?"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의 예전 도검은 사용하고 있지 않을 거야, 갖고 있다고 한들, 이미 오래 전에 낡아버렸을 물건인데, 사용하고 싶어도 못 하겠지. 아마도 기계 병기가 그를 위해 무언가 물건 하나 정도는 쥐어주었을 거야."
  이후, 리피가 건네는 물음에 미라가 답했다. 그의 애검은 이미 낡은 물건이 되어 버렸고, 그래서 그가 실전에서 사용하는 경우는 없으리라는 것. 다만, 랑슬로의 옛 애검이 어떻게 되었을지에 대해서는 자신도 정확히 아는 바가 없다고 이야기를 더했다.



  이후에도 병기들이 주기적으로 다가오고 있었지만 몇 기씩 상공의 여러 곳에서 날아오는 정도가 고작이라 이들을 격추시키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고, 일행의 움직임이 그들로 인해 늦추어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비행을 이어가고 있을 무렵, 피와 미라는 상공의 낮은 일대에서 아네샤를 앞질러 어딘가를 향해 급히 나아가고 있었다. 앞서 나아가면서 클라리스에게 사전에 무엇이 앞쪽에 보이는지를 알려주려 하였던 모양. 그러다가 잠시 후, 그렇게 앞서 나아갔던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갈림길의 길목에서 다급히 클라리스를 향해 돌아오더니, 이어서 리피가 그의 바로 앞으로 다가가서 외쳤다.
  "클라리스 님! 저 앞에, 아니, 저 왼편 길목 너머에......."
  "뭐라도 있었던 거야?" 이에 클라리스가 그런 리피를 보면서 놀라면서 묻자, 리피가 그 물음에 갈림길의 왼편 길목 너머로 끔찍한 것들이 보였다고 답했다. 이에 클라리스가 미라 그리고 리피에게 자신이 앞장서 가 보겠다고 말하고서 다른 것은 없었느냐고 묻자, 미라가 리피를 대신해 그런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우리도 조금 더 빨리 움직여야 할 것 같아."
  그 광경을 보고 내가 근방의 상공에서 앞장서 나아가고 있었던 아네샤에게 그들이 나아가는 방향으로 더 빨리 나아가야 한다는 요청의 말을 전하고 있을 그 때, 어딘가에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린 소년의 목소리로서, 뭐라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무언가를 나에게 호소하고 있는 듯했다.

Nuna, nuna....... iriwaboseyo.......

  "...... 라르나, 방금 전에 뭐라 말한 목소리 들렸어!?"
  그 무렵, 나의 앞에 있던 아네샤가 잠시 비행을 멈추고 나를 향해 돌아서고서 물었다. 내가 들었던 소리가 그에게도 들렸던 모양. 그 목소리는 다른 이들에게도 들렸는지, 클라리스 일행 역시 목소리에 잠시 비행을 멈추고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찾아보려 하고 있었다.
  "들렸어." 아네샤의 물음에 나는 바로 간단히 답했다. 그리고서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무언가를 호소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그 목소리에 대해 말하고서, 아네샤에게 어느 방향에서 들린 목소리였는지 알 수 있겠느냐고 묻자, 아네샤가 바로 답했다.
  "저 갈림길의 왼편이야." 그러니까, 리피가 '끔찍한 것'을 목도한 방향, 즉 길목의 왼편 방향이었고-클라리스 일행 역시 잠시 멈추었다가 리피가 무언가를 발견했다는 그 방향을 따라 계속 나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나 역시 그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클라리스와 합류하기로 했다. 내가 앞장서 나아가고 아네샤가 뒤따라 나아가면서 조금 더 빨리 비행을 이어가, 클라리스가 있는 그 일대에 바로 이르렀다.
  "라르나 씨, 아네샤 씨, 오랜만에 마주하네요. 혹시 그 방향에서 무언가 목소리를 들어보셨나요?"
  이후, 클라리스가 먼저 자신들의 일행, 그 왼편 곁에 이르는 나를 맞이하려 하는 그 때, 다시 한 번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Nuna...... nuna...... iriwaboseyo.......

  "조금 더 빨리 가야할 것 같아요, 리피가 무언가 끔찍한 것을 보았다고 했는데, 방금 전의 목소리와도 연관이 있을 것 같아요."
  이에 클라리스가 나 그리고 아네샤에게 조금 더 빨리 갈 것을 청하면서 다급히 날갯짓을 하며 비행 속력을 높였고, 이에 그의 왼편 곁에 있던 나와 아네샤 역시 속력을 크게 높여 그들을 앞질러 나아가면서 리피가 목도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보려 하였다.



  그렇게 나아간 길의 끝에는 공원으로 쓰였을 법한 어느 광장 같은 구역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전의 광장보다는 작은 규모였을 그 구역으로 곳곳에 구덩이들이 있었고, 그와 더불어 바닥의 여러 구역들이 피로 물들어 있어서-말이 여러 곳이 피로 물들어 있었다는 것이지, 피로 물들지 않은 부분이 그렇지 않은 부분보다 더 많았다- 끔찍한 일들이 일어난 곳이었음을 그 모습만으로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돌로 이루어진 바닥을 깨서 생성했을 구덩이 안쪽에는,
  "두개골들이야, 두개골들로 메워진 구덩이야, 이거."
  구덩이 안쪽의 광경을 보고 아네샤가 한 말이었다. 두개골들을 비롯한 수많은 유골들이 그 속을 채우고 있었다. 얼마나 많이 쌓였는지, 구덩이 밖으로 나온 것들이 있을 정도.
  그 끔찍한 곳에 이르자마자 나를 비롯해 일행 모두 비행을 멈추고 바닥 일대를 돌아다니며, 무엇이 있는지를 살피려 하였다. 바닥의 수많은 부분에 피가 묻어 있기는 했지만, 피가 묻은지 오래되어서 그러한지 신발 등에 피가 묻거나 하지는 않았다. 진입로의 오른편, 즉 북쪽 방향의 무너지다 만 벽에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각종 도검과 창, 도끼 등이 걸려 있었는데, 아무래도 병기들이 사용하던 그런 무장들이었던 모양으로 잠깐 만져본 결과로 일반적인 강철(Soei) 이나 청동(Aita) 과 같은 금속/합금으로 만들어진 무기는 아닌 듯해 보였다.
  그렇게 무너진 벽면, 나무 등을 둘러보고 있을 즈음, 리피가 나에게 다급히 "무언가 나타났어요!" 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고, 이에 내가 놀라면서 "무슨 일이야?" 라고 외치며, 그의 곁으로 다가가려 하였다. 그리고 아네샤와 함께 진입로 부근에 이른 클라리스 일행이 바라보고 있는 방향-서쪽 방향이었다-을 보려 하는 그 순간,

  "Mamma mia....... (하느님 맙소사.......)"
  눈앞으로 펼쳐진 광경에 놀라면서 클라리스가 외친 말이었다. 이후, 텅 비어있을 뿐이었던 광장에 새하얀 사람, 인간의 형상들이 하나둘씩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처음에 나타난 이는 남자였지만, 그 이후로 여성의 모습들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계속해서 투명한 인간의 형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니, 그 모습을 보고 미라가 그 수를 세어보려 하였지만 어느새 그 형상들이 광장을 메우기 시작하면서 결국 미라 역시 수 세기를 포기했다. 이들은 마치 눈 언저리가 뽑히기라도 한 것처럼 눈 언저리가 어둡게 물든 채로 괴로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으며, 흐느끼는 소리, 한탄하는 소리가 그들 사이에서 계속해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들 중 대다수는 젊은 남성, 여성들로서, 랑슬로 그리고 기계 병기 무리에 의해 희생된 이들 중 대다수가 젊은 남성, 여성들이었다는 추측대로였다.
  "....... 희생자들 아니에요, 저 형상들이........"
  이후, 아네샤가 자신의 오른편에 있던 미라, 클라리스에게 조용히 물었고, 이 물음에 미라가 클라리스를 대신해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할 거예요." 라고 답했다. 그러는 동안 희생된 젊은이들의 영혼 뒤편의 말라버린 나무에 어린 소년의 영혼이 앉아있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Saluton, ĉiuj. Mi bedawras awdi ke ĉiuj estis mortigitaj de la obsidiana kavaliro kaj liaj korpusoj. Mia nono estas Klaris, kaj mi kontentigos viajn rankorojn. Kion mi povas fari por vi? Se mi povas fari ion, mi faros tion por vi. (안녕하세요. 검은 기사 그리고 그의 무리에 의해 희생당하신 것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제 이름은 클라리스이고, 여러분들의 원한을 풀어드리려고 해요. 제가 해 드릴 일로 무엇이 있나요?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해 드릴게요)"
  혹시 알아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고 미라가 후일 밝혔다-에 클라리스는 에스페란타(Esperanta) 로 대화를 시도하였으며, 미라가 이어 같은 언어로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하얀 영혼의 형상들을 보면서 말했다.
  "Se vi volas venĝi vin, bonvolu diri al ni. Ni venis tiel por puni lin. (그 남자에게 복수를 하고 싶다면, 말씀하세요, 저희들도 그 자를 처단하기 위해 이렇게 찾아왔으니까요)"
  "Nuna...... nunadrl......." 이후, 소년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모종의 호소를 다시 한 번 나를 비롯한 일행에게 전하려 하였다.

Nunadrl...... wri jom dowajuseyo.
Kâmîn kisaga wrirîrl cugyëßëyo, Jâwagatn âguran hondri yâgi-e nâmu....... nâmu mani ißëyo.

  그러더니, 소년의 영혼은 랑슬로 그리고 귀네베흐의 이름을 계속해서 언급하려 하였다.

Kâmîn kisanîn jagirl Langsîlora cinghago ißâsâyo,
Gwineberîrl buhwarlscikindago...... Gyesok saramdrîl cugigo......

  "Tiel, ĉu vi scias kiu estas Guinebeĥ? (그렇다면 귀네베흐가 어떤 존재인지는 알고 계신가요?)"
  귀네베흐라는 이름이 언급되자마자 클라리스가 물었다. 하지만 소년의 영혼이 그것을 알아들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Langsîlonîn urirîrl Tokamakiran wontong-e gaduëßëyo. Kîge...... Gwineberîranîn goemurîy scimjang-ieyo.
Nunadrl...... cigîmîn goemuri jamdrâißësë irâke naorlsu iciman...... goemuri keânamyën urin......

  소년의 목소리에서 '토카막' 이 언급되고 있었기에 그 목소리를 들으며 소년이 랑슬로가 혼들을 토카막에 가두었고, 그것이 귀네베흐의 심장임을 언급했을 것이라 여길 수 있었다. 토카막에 관해서는 이미 이전에 알고 있던 바가 있었다.

Wriga gacin kî scimjang, Tokamakîrl mâmcwâjuseyo, Tokamakîn Gwineberîy hyungbu-e ißëyo.
Krigo, Langsîlonîn musâun kâmgua kâmsurîrl gakko-isëyo, dandani cunbihäjuseyo.

  그 이후로 다시 한 번 뭐라 말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그 이후로 싸늘한 바람 소리와 함께 투명한 영혼의 형상들은 그렇게 사라져 갔다.



  "이제, 할 일은 하나 뿐이겠죠?"
  "그렇지, 그 검은 기사와 귀네베흐를 처치해야지, 녀석들이 우리 마을의 존재를 아직 모르고 있지만, 알아내기까지는 시간 문제야, 가능한 빠르게 처치해서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지."
  이후, 리피가 건네는 물음에 미라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답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날개를 펼치면서 클라리스, 리피에게 서둘러 가자고 청했다. 이에 클라리스 역시 알았다고 화답하자마자, 미라는 곁에 있던 나와 아네샤에게도 알렸다.
  "어서 가요, 그 녀석이 깨어나서 활동하는 광경을 마냥 지켜볼 수는 없잖아요."
  그리하여 클라리스, 미라가 앞장서서 원래 나아가려 하였던 북쪽 길목을 따라 나아가기 시작하고, 나와 아네샤 그리고 리피가 그 뒤를 따라 나섰다. 나와 리피는 미라의 바로 뒤에 있었고, 그래서 리피, 미라로부터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마지막에 그 분께서 랑슬로를 언급하셨는데, 무슨 뜻이었을까요."
  "잘 모르겠어. 하지만 그 목소리가 뭔가를 경고하는 듯해 보였어, 랑슬로에 관해 주의해야 할 바를 알리고자 한 것은 아니었을까 싶어."
  리피가 건네는 물음에 미라가 바로 답했다. 그 때, 아네샤가 미라에게 다가가서는 무언가 복병을 준비하려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물음을 건네자 미라는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하고서, 바로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
  "그러하지 않을 리 없겠지요, 그래서 복병의 처단은 제가 맡으려고요."
  이후, 미라는 나와 아네샤에게 랑슬로는 그래도 기사라고 일행 중 한 명과 결투를 신청할 것 같다고 말하고서, 그 역할을 클라리스가 맡기로 했음을 밝혔다. 이에 나는 잠시 당황하면서 미라를 바라보았고, 이에 미라가 그런 나의 심정을 알아차렸는지 그런 나에게 물었다.
  "잘못된 결정이라도.......?"
  "아니, 그게......." 나는 결투가 있을 것이고, 그 결투에서 이겨서 랑슬로를 제압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검술에서 보다 우수한 미라가 나설 필요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무래도 랑슬로는 오래된 기사라고 하더라도 소싯적에는 왕국 최고의 기사 중 한 명이었던 만큼,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랬군요,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하자 미라는 조용히 미소를 띠며 화답을 하더니, 이어서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클라리스의 검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거예요, 그 검은 전설의 왕이 가졌던 무구들, 이미 낡아서 쓸 수 없게 된 그 무구들로 만들어진 물건이에요. 랑슬로는 한 때는 그 왕의 부하였고, 귀네베흐라는 여자 때문에 왕을 배신했었죠. 왕의 배신자와 맞서는 만큼, 왕의 도검을 가진 자가 상대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그리고서 미라는 클라리스가 아무리 못된 짓을 행한 악당을 상대한다고 하더라도, 상대가 기사이고, 결투를 신청한 것은 기사로서의 행동을 취하고 있다면, 그에 걸맞는 수준 이상의 대응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여기었음을 자신에게 밝혔으며, 악당을 처치하는 데에 수단을 가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여길 수 있겠지만, 때로는 그러할 필요가 있기도 하며, 랑슬로를 상대할 때가 바로 그 때인 것 같다고 이어 말하기도 했음을 밝혔다.
  "...... 더 나아가서, 그 결투에서 이기는 것으로써 자신이 모든 면에서 이제는 그의 위에 있음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서쪽의 망령들이 모여있던 곳과 이어지는 갈림길에서 북쪽 길로 나아간 이후부터는 병기들은 더 이상 출몰하지 않았다. 폐허가 된 도시의 건물들 사이로 곧은 길 하나가 놓여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또 하나의 광장 구역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광장의 한 가운데에는 원형 제단이 설치되어 있었으며, 그 주변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작은 가로등들-모두 8 개였다-이 설치되어 있어서 주변 일대를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 제단의 뒤쪽에는 사람의 크기만한 원통 하나가 있었고, 해당 원통은 청록색 빛나는 액체로 채워져 있었으며, 그 안에 인간의 형상이 자리잡고 있었다, 여성의 형상으로서 랑슬로가 귀네베흐라 칭하고 있는 것은 그 형상이었을 것임이 틀림 없어 보였다.
  "저는 미라와 함께 여기서 내려갈게요, 남은 분들께서는 일단 상공에서 상황을 지켜봐 주세요."
  제단 부근에 이르자마자 클라리스, 미라는 자신들은 내려갈 테니, 상공에서 지켜봐 달라고 나에게 부탁을 하였으며, 그 이후로 두 사람은 천천히 지면으로 내려갔다. 이후, 그들은 제단이 위치한 그 바로 앞쪽에서 날개를 접고서 제단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갔다.
  폐허 위에 생긴 제단의 가장자리 부분에는 이중원이 새겨져 있었으며, 이중원의 안쪽 내부에 오망성(Pentagram) 형상이 새겨져 있어서 악마 숭배 의식과 관련이 있음을 명백히 했다-오망성은 악마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중원의 안쪽과 바깥쪽 사이의 테두리에는 알 수 없는 글자들이 새겨져 있었으며, 이는 악마의 주문을 나타내는 비밀의 문자로 추정되고 있었다. 피로 채워진 듯이 핏빛으로 물든 이중원과 오망성이 자리잡은 제단 한 가운데에는 소형 제단이 자리잡고 있었으니, 그것이 인간을 제물로 바치는 의식을 행하는 장소였음이 틀림 없었다.
  "이런 곳에서 랑슬로는 귀네베흐를 되살리는 의식을 진행하고 있었단 말이지."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아네샤가 묻자, 내가 "그러하겠지." 라고 간단히 답을 하였다. 그 이후, 나는 고도를 크게 낮춰 지면 부근에서 상황을 지켜보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클라리스가 앞장서서 제단의 한 가운데에 자리잡은 소형 제단의 앞에 이르렀다. 그 이후, 그는 조용히 그 앞에 자리잡고 있었으니, 랑슬로를 기다리기 위한 행동이었을 것이다.
  "Vous êtes venu, enfin. Vous êtes venu si loin, en effet, je vous appelle le successeur du -Roi-." (드디어 왔군, 여기까지 잘 와 주었다. 과연 '그 왕' 의 후계자라 할 만하다)
  그 목소리와 함께 제단의 뒤쪽 건너편에서 핏빛 마법진이 생성되더니, 그 마법진에서부터 붉은 빛 기둥이 생성되었다. 이후, 빛 기둥이 사라지면서 그에 이어 한 사람의 형상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검은 바탕에 붉은 무늬가 새겨진 갑주를 드러내는 존재로서 오른손에 한 자루 검을 든 자였다. 그 검은 자신의 갑주처럼 검게 물든 바탕에 핏빛을 띠는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으며, 희미한 붉은 빛을 띠고 있었는데, 그 빛이 불길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음을 알리고 있는 듯해 보였다.
  "Vous devez être -Lancelot du Lac-." (당신이 '랑슬로 뒤 락' 이겠지)
  "Sûr, mon nom est -Lancelot du Lac-, J'étais à la fois le premier chevalier des élites de la table ronde dans Camelot. Et je récupérerai celui qui a été perdu dans le long passé." (그렇다, 내 이름은 '랑슬로 뒤 락'. 한 때는 카믈로(Camelot) 의 정예들 중에서 제 1 의 기사였지. 그리고 오래 전에 사라진 존재를 되살리려 하고 있다)
  자신이 카믈로(Camelot, Kamîlo) 최고의 기사였던 '랑슬로 뒤 락(Lancelot du Lac, Lansîlo dü Lak)' 이었음을 알리고 있는 말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뒤쪽의 말은 오래 전에 잃어버린 존재를 되살리려 한다, 그런 뜻이었을지도.
  "Celui...... Je suppose quie celui-ci est la figure de l'appareil de stase derrière vous, et son nom devrait être -Guenevere-." (그것이라면...... 당신의 뒤에 있는 동면 장치의 형체를 말함일 거야, 그리고 그 이름은 '귀네베흐' (Guenevere) 이겠지)
  "Exactement. J'ai fait beaucoup de choses jusqu'ici pour la ressusciter. Et ce n'est pas long avant que cela porte ses fruits." (그 말 대로다. 나는 그를 부활시키기 위해 지금까지 많은 일들을 해 왔지, 그리고 마침내 그 결실을 맺을 때이다)
  이후, 클라리스가 건네는 말에 검은 기사, 랑슬로가 그 화답으로써 음험한 목소리-아마도 카믈로의 왕 아흐튀흐(Arthur) 가 지켜보고 있다면, 그 소리에 놀랐을 것 같다-를 이어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이 끝나려 할 즈음에 그 말을 끊고, 클라리스가 그를 쏘아 붙이려 하였다.
  "Le fruit de la signature d'un contrat avec le diable, du sang et des âmes d'hommes innocents? Vous pourriez être si aveugle et votre vieux roi et même Guenevere elle-même ne peuvent jamais y croire." (악마와 계약하면서 무고한 혼과 피로 이루어낸 결실을 말함인가? 당신이 이렇게 미쳐버린 것을 알게 되면 당신의 옛 왕은 물론, 귀네베흐마저도 경악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러한 그의 말에 랑슬로가 바로 물었다. 그 어조가 격해진 것으로 보아 클라리스가 쏘아 붙인 말에 바로 발끈한 듯해 보였다.
  "Guenevere? Comment osez-vous mentionner le nom comme ça?!" (귀네베흐? 감히 그 이름을 거론하려 들어?!)
  이후, 음험하면서도 냉혹함을 유지하는 듯해 보였던 랑슬로의 이성은 무너진 듯해 보였다. 클라리스가 왕과 귀네베흐를 언급하면서 그들이 그를 믿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고, 그로 인해 랑슬로가 격분을 했을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그 이후로도 클라리스는 평온한 어조를 유지하면서 귀네베흐를 언급하면서 랑슬로를 향한 도발을 이어갔다.
  "Alors, pensez-vous que la chose est un vrai -Guenevere-?" (그렇다면, 그것이 정녕 '귀네베흐' 라 생각하고 있다는 거야?)
  "Oui...... Oui!!! Elle est ma -Guenevere-! Peu importe ce qui quelqu'un dit, c'est un fait et une vérité aussi clairs que ça!!! Je vais la ramaner à la vie à tout prix! PEU IMPORTE! Ce doit être ma dernière chance, mais je peux! je vais! Pensez-vous que qui vous aime peut m'arrêter?!" (그래....... 그렇다!!! 그야말로 나의 '귀네베흐' 다! 누가 뭐라하든, 그것은 사실이고, 명백한 진리인 것이다!!! 그런 그를 내 목숨, 내 모든 것을 걸고 되찾으려 하는 것이다! 어떻게든!!! 그것은 마지막 기회이겠지, 하지만 나는 할 수 있고! 해낼 거다! 그대 따위가 나를 막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나?)
  그러한 도발에 랑슬로의 어조는 더욱 격렬해져 있었다. 자신의 뒤에 있는 존재가 귀네베흐라 외치는 목소리 이후로 그는 언성을 더욱 크게 높이며 클라리스에게 외치니, 격노의 감정에 감싸여 있으면서 그 감정을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클라리스에게 그대로 쏟아부으려 하고 있음에 틀림 없어 보였다.
  "Si vous dites oui, je ne peux rien y faire. Mais, je voudrais dire que la -Guenevere- peut vous faire du mal et tuer. J'aurais aimé que vous sachiez cela." (당신이 그렇다면, 그러하겠지. 하지만 그 '귀네베흐' 가 당신을 해하고 죽일 수 있다는 것은 말하고 싶었어)
  "Vous essayez de me tromper jusqu'au bout. Amande." (끝까지 나를 번롱하려고 하는군, 좋다)
  이후, 클라리스는 랑슬로에게 귀네베흐에 대한 언급을 다시 이어갔다. 랑슬로에게 좋은 말은 아니었을 것이고, 그래서 랑슬로는 그런 그의 말을 들으면서 비꼬는 듯한 목소리를 내며 응답을 하고 있었다. 이어서 랑슬로는 그간 지면을 향하고 있던 칼을 들어 자신의 가슴과 배 언저리의 높이로 올리고서 말을 이어갔다.
  "Vous deviez sûrement savoir ce que je suis. Espèce d'idiot, maintenant vous serez l'existence ce qui appartient à ma volonté." (내가 어떤 존재인지는 이미 알고 있을 텐데, 어리석은 것, 이제 그대는 내 바람을 따르는 존재가 되어주어야 하겠어)
  "Mais les choses ne se passeront pas comme prévu." (당신의 뜻대로 되지는 않을 거야)
  이후, 클라리스 역시 그간 허리에 차고 있었던 검을 오른손에 쥐고서, 그 검을 두 손으로 쥐고서 제단의 건너편에 자리잡고 있던 랑슬로의 모습을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다. 자신을 향해 랑슬로가 덤벼올 것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었다. 이후, 랑슬로 역시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더니, 두 손으로 검을 쥐기 시작했다. 그리고서 클라리스와 마찬가지로 제단 건너편에 자리잡은 클라리스를 마주하며 서 있으려 하였다.

  대결은 랑슬로가 검으로 제단의 방진 위에 있던 단을 부수고, 이어서 클라리스를 향해 달려드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예상 같아서는 노련한 랑슬로보다 비교적 젊은 편인 클라리스가 먼저 달려나갈 것이라 여기어질 수도 있었겠지만, 그 정적인 대치 상황에서 클라리스는 침착하게 랑슬로가 움직이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클라리스가 예상한 대로 바로 움직여주지 않자, 그 때문에 랑슬로가 초조해진 것 같아 보였다. 두 손으로 핏빛 문양들이 새겨진 검을 들고 랑슬로가 클라리스를 향해 다가갈 무렵에 클라리스가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해 그의 검격을 막아냈다. 그러는 동안 랑슬로가 가진 검의 날이 뿜어내는 어둠의 기운에 반응을 한 것인지, 클라리스가 가진 검의 날이 새하얀 빛을 격렬히 뿜어내려 하였다.
  칼날들이 맞 부딪친 이후, 검으로 서로를 밀고 밀어내려 하는 대치가 잠시 이어지고 있었다. 여기서 랑슬로는 클라리스를 서서히 밀어내더니, 결국 클라리스가 뒤로 밀려나게 되었다. 그러나 클라리스는 여기서 더 밀려나지 않고, 바로 랑슬로가 내리치는 칼날을 자신의 검으로 막아낸 이후에 잠시 주춤해진 랑슬로를 자신의 검으로 좌측 사선 방향으로 베어내는 반격을 행하려 하였다. 하지만 랑슬로는 그 검격을 바로 막아내고, 그 이후로 랑슬로는 오른손으로 검을 들어 그 칼날로 클라리스의 목을 찌르려 하였으나, 그 검격은 클라리스가 우측으로 몸을 움직여서 피해냈다.
  그 이후로 잠시 서로의 검과 검이 부딪치는 대결이 이어지고 있었다. 클라리스가 랑슬로를 가로로 베려 하면 랑슬로가 그것을 검으로 쳐서 막아내고, 랑슬로가 그를 검으로 내리치려 하면 클라리스가 칼날을 올려서 막아내었다. 그 다음으로 주춤해진 랑슬로의 배를 클라리스가 자신의 검으로 찌르려 하자, 그 움직임을 알아차린 랑슬로가 뒤로 약간 물러나면서 자신의 검으로 그 날을 내리치며 막아내었다.
  이후, 클라리스는 랑슬로의 왼 허리를 노릴 수 있게 되었지만, 랑슬로 역시 그를 찌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서로 맞찌를 수 있는 상황에 클라리스는 우측으로 몸을 움직여 랑슬로의 검격을 피해내려 하고서,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이후, 양손이 아닌 오른손으로 검을 쥐면서 왼손으로 빛을 움켜 쥐었다, 아마도 그 빛의 기운으로 만약의 경우에 랑슬로에게 일격을 가하도록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Quelle est la lumière? C'est quoi la petite blague?" (빛의 힘? 무슨 장난질인가?)
  랑슬로에게서 비웃는 말이 나왔다. 그에 이어 랑슬로는 그의 왼팔을 노리려 하였으니, 아무래도 그 왼팔에 자리잡은 빛을 제거하기 위한 행동이었을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그 검격을 피해내면서 그 빛을 자신의 치마 왼쪽 주머니 안에 넣어둔 이후, 클라리스는 다시 검을 두 손으로 잡고, 랑슬로의 검격에 맞서려 하였다.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랑슬로의 찌르는 검격을 자신의 검으로 쳐내는 것으로써 막아내고, 그 이후로 그의 검격을 막아내거나 피해 가면서 밀려나고 밀어내기를 반복해 갔다. 그러다가 랑슬로가 다시 제단의 중심에 위치하게 되었을 무렵, 랑슬로와 클라리스의 검이 다시 부딪쳐 서로가 서로를 밀어내는 광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대결이 이어지는 동안, 클라리스는 랑슬로에게서 계속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름 치열하게 공격을 이어가고 있기는 했지만 확실히 노련한 기사 랑슬로에게 당해내기는 부족한 듯해 보였으니, 그런 상황이 이어지다가 결국 랑슬로에게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았고, 정말로 리피가 내 곁을 떠나 클라리스가 위치한 그 부근의 상공 일대를 불안한 듯이 오가기에 이르고 있었다. 이 지경이었으니, 랑슬로는 자신과 대치를 이어가고 있었던 클라리스를 도발하기 시작했다.
  "Je ne sais pasqui vous a fait arriver ici, mais c'est dommage, vous et votre compagnon serez aussi les sacrifices pour Guenevere. Vos âmes seront les meilleurs aliments pour la ressusciter." (누가 너희들을 여기로 불렀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만, 참 유감이군, 너와 네 동료들 역시 귀네베흐를 위한 제물이 될 테니. 너희의 혼들은 그를 소생시키기 위한 가장 좋은 양식이 될 게야)
  "Je ne veux pas entendre une telle histoire du vieux chevalier qui peut simplement tuer les impuissants et innocents." (힘 없고, 순진한 이들을 도륙할 줄이나 아는 퇴물 기사의 잡소리 따위를 듣고 싶지는 않은데)
  랑슬로의 도발에 클라리스가 바로 도발을 되돌리는 발언을 했다. 그 목소리를 근처에서 듣고 있기만 해도 늙고 타락한 기사인 랑슬로를 향한 조롱 섞인 도발이 느껴지고 있었을 정도이니, 도발의 당사자인 랑슬로라면 더 말할 것도 없이, 분노와 치욕을 느낄 법도 해 보였다.
  "Quoi?!" (뭐라고?!) 클라리스가 건네는 말에 과연 랑슬로는 바로 모욕을 느낀 듯한 목소리를 내고서는 자신의 칼날로 클라리스를 더욱 거세게 밀어붙이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움직임에 클라리스는 그런 그의 칼날을 자신의 왼편으로 밀어내려 하는 것으로 대응했고, 그가 행한 바대로, 랑슬로의 칼날은 클라리스의 왼편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이후, 클라리스는 자신의 오른 다리를 뒤로 내밀었다가 반동하는 듯이 앞으로 뻗어서 오른발로 그의 정강이를 가격했다, 그의 오른발이 하얀 빛에 감싸여 있었기에 그 무렵에 자신의 마력을 실었던 것 같았다.
  정강이를 가격 당하면서 그로 인해 큰 충격을 느꼈는지, 랑슬로는 바로 심한 고통으로 주춤하기 시작했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클라리스는 오른손에 쥐고 있던 검으로 그의 흉부 왼쪽 부분을 강하게 찔러 내었다. 빛을 발하는 검의 칼날은 어둠의 기운에 감싸였을 갑주를 푸른 불꽃을 터뜨리면서 관통하니, 그 날의 끝이 배갑을 뚫고 지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클라리스는 자신의 검을 반 시계 방향으로 돌리더니, 그 칼날로 랑슬로의 몸을 오른쪽으로 베어내면서 자신의 칼날을 빼낸 이후에 자신의 뒤쪽 방향으로 공중 제비를 돌면서 랑슬로에게서 물러나려 하였다.
  그 순간, 갑주의 흉갑과 배갑의 상처 입은 부분에서부터 동시에 보라색 불꽃이 터져 나오면서 랑슬로에게 그로 인한 충격을 전하기 시작하니, 칼날에 의해 관통 당하면서 일어나는 폭발과 함께 몸이 앞으로 굽혀지고, 이어서 그 칼날이 몸에서 빠져 나오면서 다시 한 번 일어난 폭발에 의해 몸이 뒤로 젖혀진 랑슬로는 그 때마다 단말마 같은 비명을 내질렀고, 그 두 차례 폭발 이후, 그는 신음 소리를 이어가면서 앞으로 쓰러졌다. 클라리스의 검에 찔리면서 그 충격으로 왼손은 검의 자루를 놓았지만, 오른손은 그 이후에도 계속 검을 쥐고 있었다. 하지만 랑슬로가 쓰러지면서 그는 오른팔을 앞으로 뻗었고, 그와 함께 검을 쥐고 있던 오른손마저 검의 자루를 놓치고 말았다.
  그 순간, 그 때를 노린 듯이 클라리스가 있는 바로 뒤쪽, 제단의 가장자리 쪽에서 클라리스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던 미라가 바로 쓰러진 랑슬로의 바로 앞으로 다가가서는 자신의 왼손으로 랑슬로가 놓쳐 버린 검은 날을 가진 그의 검을 빼앗은 이후에 다시 제단의 가장자리 쪽으로 돌아가려 하였다, 랑슬로가 다시 검을 쥐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행동이었을 것이다.

(*1) 이명 : 알바레아(Albarea), 오브르(Aubere)
(*2) 이명 : 에즈리(Ezris)
(*3) 이명 : 아바레, 아바르(Av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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