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lphid 4th - 3. La Tormenta Violeta : 9


  "라르나 씨, 아네샤 씨께서도 오셨네요, 어서 와요."
  그러자 클라리스, 미라가 바로 손님을 맞이하는 듯이 나와 아네샤를 맞이해 주었다. 그 이후, 야누아가 그런 나를 따라 천막으로 왔고, 그 모습을 보자마자 클라리스의 뒤에 앉아있던 미라가 부리나케 일어나서는 야누아의 바로 앞으로 다가갔다.
  "야누아! 어디갔다가 오는 거야?"
  "잠시 저 앞에 있었어. 그냥 기분 좀 풀고 싶어서 말야."
  미라는 일어나서 야누아를 향해 다가가자마자 바로 그를 불러서 어디 있었느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야누아가 잠시 나가 있었다고 답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나와 아네샤를 마주했다는 것. 그 이후, 야누아는 미라에게 바로 이렇게 물었다.
  "뭔가, 기계 병기 같은 게 보이거나 하지는 않았지?"
  "없었어." 그러자 미라는 없었다고 답했고, 있었다면 편안히 앉아있지 못했을 것이라 이어 말하기도 했다. 그 말인 즉, 이 폐허 일대에 아직 병기들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으로 마냥 평화롭게 있을 수는 없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병기 같은 게 나타나기도 하나요?"
  "예." 이에 아네샤가 놀라면서 미라에게 다가가 묻자, 미라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전에는 인간형, 짐승 형상의 병기들이 돌아다닌 광경을 본 적도 있었다고 했으며, 그래서 묘족 제국의 유적인 먀코 유적지와 그 근방을 들를 때만큼은 늘 무기를 손에 놓지 않으며, 그와 더불어 늘 동료들이 같이 가고는 했다고 한다. 야누아를 비롯한 자매들 중 몇이 대동하거나 그것도 여의치 않다면 기술공인 리에타라도 데려가고는 했다고 하는데,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다. 리에타의 전투 능력이었다.
  "어...... 그런데, 리에타 씨도 싸움 잘 해요?"
  "할 만큼은 해요." 그 물음에 미라를 대신해 야누아가 답했다. 그리고 망치부터 시작해 이것저것 다룰 줄 안다고 말한 다음에 그런 것을 다룰 줄 모르면서 어떻게 무기를 만들고, 만들어낸 무기를 지키느냐고 이어 말하기도 했다. 아닌 것이 아니라, 리에타는 실제로 야누아, 마르차 등과 무기를 들고 겨루어 본 적도 있었으며, 의외로 상당히 호각으로 싸운 적도 있다고 했다.
  "매일 같이 야옹야옹 거리면서 애교부리는 듯이 말하는 게 그 애 버릇인데, 싸울 때만큼은 안 그러더라고요,"
  이야기를 마치면서 야누아가 말했다.

  클라리스, 미라 역시 야누아가 언급했던 그 톡소플라즈마 계획의 흔적을 찾아 나서기 위해 조사를 이어가다가 거점을 차리고 잠시 머무르고 있었다고 했다. 오전까지 머무르다가 낮이 되면 마을로 돌아갈 예정이었다고. 온통 폐허가 되어버린 거리에서 뭔가 의미 있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찾을 수 있을 만큼, 찾아서 회수하려고 했었다고 한다.
  "그 톡소플라즈마 계획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계신가요?"
  "저도 야누아와 함께 라니아 아줌마 등을 통해 많이 알게 됐으니까요."
  내가 건네는 물음에 클라리스가 답했다. 실물은 물론이고, 기록마저 이런저런 이유로-전쟁 중에 유실된 것도 있고, 이후, 폐허가 방치된 이유가 있기도 했지만, 엘베, 드벨파 족이나 기계 군단이 의도적으로 없애버린 것도 있을 것이다- 거의 남아나지 않았겠으나, 그럼에도 묘류 제국을 멸망시켰다는 전쟁에 참여한 사람들-그 중에는 라니아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했다-이나 먀미아 묘족 제국의 마지막 전쟁의 생존자들과 그 후예들로부터 구전된 이야기가 있어서 이런 이야기가 라니아 등을 통해 클라리스, 야누아 등에게 닿았을 것이다.

  이후, 클라리스는 거처를 미라에게 맡기고, 야누아와 함께 동행하기 시작하니, 나와 아네샤도 그런 그들을 따라 나섰다. 그들이 향한 곳은 일전에 야누아가 머무르고 있던 그 늪지대 근처의 풀밭이었다. 그 늪지대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던 것 같았다.
  유적 지대에는 웅덩이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지만, 그 늪지대는 다른 웅덩이들에 비해 유난히 컸으며, 물 색도 다른 곳들에 비해 푸른 편이라 더욱 깊은 곳임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야누아에 의하면 그 곳은 원래 깊은 구덩이였다가, 물이 채워지면서 늪지대가 된 것이라 하였으며, 중심가 근방에 이런 거대한 늪지대가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고 하였다. 아닌 것이 아니라 늪지대의 곳곳에는 건축물의 잔해 같은 바위들이 떠 있었는데, 마치 거대한 건축물의 일부였던 것처럼 보였다.
  "라니아 아줌마로부터 들은 계획에 관한 이야기는 다소 놀랍기는 했었어요. 늘 싸움과 투쟁에만 골몰했다는 묘류 제국의 묘족들이 그런 생각도 했었구나, 했었지요."
  클라리스가 밝히는 라니아로부터 들은 묘류 제국의 '톡소플라즈마 계획' 의 전말은 일단 클라리스의 말대로 놀랍기는 했다. 야누아도 사실, 비슷한 언급을 하기도 했었지만 클라리스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했었으니, 더욱 놀라웠던 것.
  "계획의 목표는 이러하였어요. 고양이의 몸 속에서 주로 나온다는 톡소포자충을 기반으로 인간을 괴롭혀 온 전염병들의 인자인 위루스들의 성분을 분석해 이들을 선택 결합하는 방식으로 강력한 위루스성 포자충을 개발,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의 세계에 대량 살포하여 온 우주 세계에 재앙을 일으킨다는 것이었지요."
  이후, 클라리스가 이어 말했다.
  "아마 야누아가 이전에 말해둔 바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목표는 이러하였어요. 구 문명 세계의 인류가 상상한 공포를 실현화하는 것으로 그들을 무력화시키고, 괴물화한 인간을 자신들이 사냥해 자신들이 그들의 수호자임을 자처하며, 그들에게 복종을 받아내, 그들의 세상을 자신의 것으로 삼으려 한 거예요."

  클라리스가 알려준 것은 대체로 야누아가 알려준 것과 큰 차이는 없었다. 야누아는 좀비 (Zomby) 라든가, 외계 생명체에 의해 변질된 생명체와 같은 변이형 괴물들의 생성을 위시한 구 문명 세계에서는 그저 상상의 영역이었을 존재들을 현실화하는 것부터 시작하려 했었다고 한다.

그 분을 영접하기 위해 다리를 움직입시다. 저절로 움직일 것입니다.
늦지 않게 도착합시다.
- 어느 가상 재난 방송에서 -

  "더 나아가, 묘류 제국의 묘족들은 인류가 상상한 악마들의 특성 중에 인간의 정신을 조종하는 것에 주목했었다고 해요, '톡소포자충에게는 인간의 정신을 조종하는 특성이 있다' 라는 속설과 부합될 수 있을 법한 이야기였기 때문이지요. 그 특성을 잘 이용하면 인류를 비롯한 생명체들이 자신들의 의지에 상관 없이 자신들에게 조종당하고, 더 나아가, 사냥감, 먹이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 사로잡혔던 거예요."
  그 이후에는 미라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야누아로부터 들었겠지요, 그들이 막상 현실화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고.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인간을 정신 조종할 수 있는 개체로서 톡소포자충의 견본을 구하고, 또, 강한 전파력을 위해 위루스들을 구하고, 또, 치명적이고 위협적인 병을 구현하기 위한 요소들을 이것저것 구해 왔겠지요. 하지만 그들은 그들이 구현하고자 했던 거의 모든 것을 구현하지 못했지요. 톡소포자충과 위루스들의 결합이 잘 안 된 것은 덤이고요. 인류의 기술력조차 따라잡지 못한 만큼, 한계는 명백했었어요, 여기에......."

  그렇다면 어떻게든 인류 문명의 수준부터 따라잡고, 그것을 넘어서도록 해야 할 텐데, 그런 노력을 할 수 있는 이들이 없었던 것도 문제였어요. 계획을 주도해야 할 상층부의 인사들은 다들 투쟁 본능에 미쳐서 싸움에만 골몰하고, 아래에는 글이나 깨치면 다행인 이들만 자리를 채우고 있었는데, 뭐가 되겠어요? 그리고 계획을 좋다고 받아들인 바스타체도 그 이후에는 고급 간식에 집착하며 계획 자체를 잊어버리기까지 했으니, 계획은 구상만 있었지, 아무것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지요.

  "....... 그러다가 바스타체가 세상을 떠나고, 혼란한 와중에 여러 종족의 연합군이 알바레스 성계에 휘몰아치고, 먀코를 후려치니, 그나마 있던 자료들도 거의 사라져 버린 것이었어요. 그나마 먀미아 묘족들이 구전된 기억들과 루마 제국의 자료를 바탕으로 계획을 다시 실현하려 했지만....... 그들 역시 해낼 수 있는 것이 없었지요. 그들은 오랫동안 다른 종족들과 전쟁을 이어가려고 했었고, 전쟁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에요."
  이후, 미라는 그렇게 이야기를 끝냈다. 그 후, 아네샤가 클라리스, 미라의 모습을 보더니, 그들에게 이렇게 묻고 있었다.
  "이런 자료들을 찾으러 다니는 데에 무슨 구체적인 이유가 있나요?"
  "있지요." 묻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미라가 답했다. 그 이후, 그는 그런 자료, 아니, 자료라 하기에도 민망한 터무니 없는 망상의 모음이 세상 사람들의 손에 닿지 않도록 하기 위해 먀코 유적지에는 작은 흔적이라도 남기지 않는 편이 좋다는 생각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묘족들의 과학 기술은 부족했고, 마법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런 능력을 실제로 구체화, 현실화할 수는 없었겠지요. 아마 대부분의 존재들에게 그런 망상의 실체화는 어렵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것을 구체화할 수 있을만한 능력자가 있다면.......?"
  이후, 클라리스가 이어 이야기를 이어갔다.
  "얼마 전에 어떤 사악한 인상의 마법사가 아테다르마의 서쪽으로 갔다는 이야기가 있었지요, 그렇다면 이 먀코 유적지도 지나갔을 가능성이 있을 텐데....... 비록 그 사람이 톡소플라즈마 계획에 대해 몰랐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악질적인 사람들이 계획을 접할 가능성 역시 부정할 수는 없었어요. 그런 악질 마법사들이 자신들의 마법을 이용해 묘류 제국의 묘족들이 망상했던 것들을 실현할 수 있다면,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었지요."   그리고 잠깐 쉬다가 다시 이야기를 풀어가려 하였다.
  "그래서 어떻게든 자료들을 가능한 수거해 버리려고 한 거예요. 물론, 현 시점에서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 모든 것을 폭파시켜 없애버리는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옛 시대의 유적지를 함부로 없애버리는 것은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닐 거예요."

  "현 시점에서 그 톡소플라즈마 계획에 관한 자료를 찾기는 매우 어렵다는 거지?"
  "응, 기계 군단이 먀코를 철저하게 파괴하면서 거의 모든 건물들이 불타고 무너진 상황에 오랫동안 방치된 폐허가 초목에 뒤덮이기까지 했다면, 남은 것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대, 종이 자료들은 진작에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기도 하고. 그래도, 혹시나 목판 같은 데에 관련 자료를 새겨 놓았을까, 하는 심정으로 계속 돌아다니시며, 유적을 살펴보신다고 하시더라."
  이후, 아네샤가 묻자, 내가 그간 들은 이야기를 통해 답을 했다. 그 무렵, 미라가 클라리스, 야누아에게 성과가 없으면 돌아가자는 청에 클라리스가 조금만 더 있다가 가자고 답을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그렇고, 마야는 어디에 있는지 알아요?"
  "아까 전까지는 있었는데, 지금은 안 보이네요." 이후, 마야가 일행이 모인 장소에서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야누아에게 다가가서 묻자, 야누아가 우선 그렇게 답했다. 그 이후, 그는 분명 근방의 탑 꼭대기에 머무르고 있을 것 같다고 답하고서는 이렇게 이어 말했다.
  "이런 유적지를 갈 때마다 마야는 탑 꼭대기로 한 번씩 올라다니고는 했었어요."
  "다른 말 없이 올라가던가요?" 이후, 나는 마야의 비교적 조용한 성향을 알아차리고는 야누아에게 그렇게 물으니, 바로 야누아로부터 그렇다고 답을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때, 그 목소리를 들었는지, 미라가 야누아에게 다가가서는 이렇게 말했다.
  "늘 그래 왔잖아, 그 애는 장난을 치더라도 꼭 조용히 하더라고."
  미라에 의하면 마야는 말 수와 감정 표현이 적지만, 고요하거나 정숙한 성격의 소유자는 결코 아니었으며, 굉장히 장난기가 심한 이였다고 한다. 어렸을 적에는 밖에 놀러간다고 했다가 마을 울타리에 조용히 앉아서 낙서를 하고 있었고, 또, 밭에 간다고 나가서는 근처의 밭에 숨어 있다가 그대로 잠들어 버린 적도 있었다고 한다.
  "원래 밭에서 수박 서리를 하려다가 사람들이 자꾸 오가니까, 어찌 못하다가 잠든 거였더라. 그것도 모르고 애가 없어져서 난리가 났었지. 그런데 마을 근방의 밭에서 웅크리며 잠들고 있었을 줄 어떻게 알았겠니?"
  그 때, 야누아가 조용히 미소를 띠며, 미라에게 말했다. 자신에게도 참 기막한 일이었는지 이야기를 하면서 헛웃음이 나오고 있었다.
  "다른 상황이라면 대체 거기서 뭐하고 있었냐고 놀라며 다가갔을 텐데, 밭의 한 구석에 멜론들에 둘러싸인 채 웅크리며 잠든 모습이 발견된 거라, 누가 보더라도 멜론 서리를 하려다가 못한 것이라서...... 깨워서 끌고 갔지."
  "그래서...... 다 큰 애를 어린애처럼 그렇게 한 거야?"
  그러자 미라가 조용히 웃으면서 야누아에게 그렇게 물었지만, 야누아는 그 물음에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후, 야누아는 나에게 근방의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 하고서, 마야는 늘, 자신이 있는 곳에서 멀리 가거나 하지는 않았으니, 찾으려 하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하기도 했다.
  "이전에 아테다르마 서쪽 근방에 있었는데...... 혹시 빛 방울들을 찾아보셨었나요?"
  이후, 나를 대신해 아네샤가 야누아에게 다가가서 물었고, 그 물음에 야누아는 그렇다고 답하고서, 상당히 많은 빛 방울들이 있었다고 답했다. 그 이후, 야누아는 마야가 전부 회수했으며, 빛 방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녹음해 자신의 팔찌를 통해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했다고 이어 밝히기도 했다.
  "여기서도 빛 방울 몇이 있었는데, 거기서 들려온 소리는 제가 녹음했어요."
  그리고 야누아는 자신이 왼팔에 차고 있던 팔찌를 아네샤에게 보여주면서 그 팔찌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 팔찌 보이시나요? 마야의 것과 같은 성능을 가진 팔찌예요. 전투 시에 차고 갈 때도 있고, 차고 가지 않을 때도 있지만, 이번에는 유적 탐사를 하고 있고, 유적에서 제가 듣고 싶은 것이 있어서 이렇게 팔찌를 차서 빛 방울에 들려온 소리를 녹음했어요."
  그 이후, 야누아는 자신이 둘러보았던 곳들을 되짚어 가면서 자신이 들었던 목소리를 들려주겠음을 알렸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날 무렵, 야누아는 자신 그리고 클라리스 등이 근거지로 삼은 곳을 떠나, 그 남쪽 근방의 풀밭에 이르렀고, 그 이후에 그 주변의 탑들을 하나씩 둘러보려 하면서 자신이 발견한 빛 방울들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렸는지를 알려주려 하였다. 장치를 눌러서 그 장치를 통해 목소리가 들리는 형태로 알려주려 한 것이었다.
  "하나씩 목소리가 들려올 거예요. 잘 들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풀밭 북쪽의 탑과 그 탑 왼편에 보였던 나무 근처에 이르렀을 무렵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잘난 묘류 제국 시절부터 묘족 녀석들은 고양이들을 종 숙주 삼았던 '톡소플라즈마' 혹은 '톡소 포자충' 에 지극한 관심을 보여왔었다. 톡소 포자충에는 인간을 비롯한 생물들의 정신을 조종하는 특징이 있으며, 고양이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버린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러한 속설을 구현하는 것이 아마 그들의 목표였을 터. 그 특성을 구현하는 것으로, 묘족 녀석들은 우리 '선택받은 진화된 자들' 을 자신의 뜻대로 다룰 수 있으리란 착각에 빠졌을 것이다.
  허나, 인류의 다음에는 묘류가 올 수밖에 없다는 헛된 망상에만 사로잡혀 있던 것들 따위가 감히 우리 선택받은 자들을 자신의 뜻대로 부리려고 해도, 그렇게 할 수는 없겠지.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사냥과 싸움밖에 모르는, 기술과 진화를 모르는 야만적인 종족이 그런 얼토당토 없는 속설 하나 제대로 구현할 수 있겠는가.
  그런 특성의 구현은 그들에게는 불가능하고, 또, 그들이 이루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만물을 조종하고 부리는 특권은 바로......!

  "만물을 조종하고 부리는 특권은 바로......"
  "우리 기계들에게 있다,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겠지요. 여러분들도 들으셨겠지요, 기계 군단 그리고 기계에 종속된 자들은 기계 군단에 소속된, 그리고 그들에 의해 '창조된' 병기들이야말로 만물 중에서 가장 진화된 존재로서 우주는 마땅히 '가장 진화된 존재' 에 의해 지배를 받아야 하며, 기계들이야말로 그 자격을 가진 자들이라 굳게 믿는 이들이에요."
  이후, 아네샤가 건네는 말에 야누아가 차분히 목소리를 내며 답했다.
  "그렇다고 해도, 기계들은 결국 인류에 의해 개발된 존재 아니에요?"
  "...... 그들 중에서 수뇌에 해당되는 존재들이라면 그것을 충분히 자각하고 있었겠지요. 하지만 그들은 그 사실을 숨긴 채, 자신들은 '우주의 위대한 존재' 에 의해 '창조' 되었으며, 위대한 존재에 의해 창조된 만큼, 우주에서 가장 위대한 '선택받은 자' 임을 강조하고 있지요. 그들의 수뇌는 군단의 모든 병기들에게 이러한 의식을 다타 전송의 원리를 통해 그들의 기억 회로에 기억시키고 공유하도록 조치를 취했을 거예요."
  "그렇다는 것은....... 그들도 일종의 '신' 을 믿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이후, 내가 묻자, 야누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들은 '신' 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겠지만, 그것에 가까운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그러한 사상에 반항하는 기계들은 그 군단 내에서는 없었다고 했다, 모든 병기들이 그러한 사상을 따르도록 그들의 기억, 사고 회로가 개조되었기 때문이라고.
  "기계들의 신...... 기계 장치의 신 (Trîfta Dewa = Deus ex Machina) 이라......."
  그 이야기를 듣고 난 이후, 나는 조용히 웃음을 지었다. 인류보다 더 나은 존재임을 주장한다는 것들이 겨우 생각해낸 것이 그것이란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이 폐허가 되어버린 묘족의 수도에서는 그들이 개발하려 했다는 물질, 우리 기계들을 조종하려 했다는 파렴치한 음모의 증거를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이미 기계 군단에 의해 철저하게 파괴된 곳에서 그런 증거를 찾을 길은 없겠지. 하지만 그 폐허 속에서 그들이 남긴 기록이 완전히 없어졌을 리는 없다. 비록 지금은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떠나가지만, 언젠가 다시 이 곳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들이 남긴 것들을 찾아내, 우리의 힘이 되도록 할 것이다.
  내가 갈 곳은 아르데이스 (Ardeis). 이미 엘베, 드벨파라는 인류의 변종들이 차지한 행성이다. 그들은 대륙의 거의 대부분을 자신들의 영역으로 삼았다고 굳게 믿고 있겠지만, 그들이 차지한 영역은 행성의 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이 차지하지 못한 구역은 여전히 인류 문명의 흔적과 함께 방치되고 있겠지. 그 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우리 기계 병기들의 주둔지로 갈 것이다. 어쩌면 그 곳에서 인류가 남긴 것들을 통해 이 곳에서 찾아내지 못한 것들을 대신할 무언가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그 마법사도 아직, 묘족이 남긴 것들을 완전히 찾아내거나 하지는 못한 모양이에요."
  그 무렵, 야누아는 어느 거대한 탑 부근에 이르고 있었다. 그 곳에서 벽에 기대어 선 모습을 보이며, 자신이 녹음했다는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었다. 아네샤는 그런 야누아의 바로 앞에 서 있었으며, 나는 그 옆에서 두 사람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이제 남은 목소리는 몇 개인가요?" 아네샤가 묻자, 야누아는 이제 하나 남았다고 답했다.

  예전에 들은 이야기가 있다. 어떤 인간 여성이 인류가 개발한 인간형 병기의 힘이 개화되자마자 그 힘에 의해 사라졌으며, 사실, 그 인간 여성은 기계 병기에 의해 흡수되었다는 이야기였지. 이야기에서 기계 병기는 자신이 차지한 인간 여성의 기억을 토대로 인간 여성의 행세를 하며, 그와 관계된 이들을 도우려 하는 모습을 보이고 세상에서 사라졌다.
  이제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인류가 개발했다는 기계 병기는 사실, '가장 높으신 분' 의 예지에 의해 '창조' 된 존재를 인류가 자신들의 껍질을 씌우고 자신들이 '개발' 했다고 우겼던 존재였다는 것을. 그 이야기에서 인간 여성은 '높으신 분' 께서 창조하신 존재에 '선택' 받은 것이었다. 그리하여 자신의 살과 피 그리고 뇌와 모든 신경 그리고 기억까지도 그 존재에게 바치게 된 것이었지, 그 자신의 의지와는 아무 상관 없는, '명백한 운명' 에 의해.
  이야기를 쓴 이가 누구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는 기계야 말로 자신이 받아들이는 모든 것을 온전히 소유할 수 있는 인류보다 앞서 간 존재로서, 카르본 (Karbon) 으로 구성된 나약한 육신이 아닌 금속으로 이루어진 강인한 육체와 불과 빛을 뿜어내는 강인한 전투력을 가진 완전한 존재로서, 인류의 진화에 마땅하 도달해야 하는 영역임을 인정한 것이었지.

  "이게 마지막으로 찾은 빛 방울에서 들려온 목소리예요." 야누아는 이후, 그 목소리에 대해 마지막으로 자신이 수집한 빛 방울에서 들린 목소리임을 알렸다. 그리고서 그는 다소 심각해진 표정을 지으며 나와 아네샤를 바라보려 하면서 이렇게 물었다.
  "혹시, '명백한 운명' 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 나도 그렇고, 아네샤 역시 그것에 대해서는 어떤 대답도 들려줄 수 없었다. 그런 것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도 들은 적이 없고, 그런 말 자체를 들은 적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 동안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 모두 자신의 질문에 그저 침묵하기만 하는 모습에 야누아는 조용히 미소를 띠며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들어보신 적 없으신 것 같네요. 어떤 의미에서는 잘 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잘 된 것이라니요?" 이후, 아네샤의 물음에 야누아는 자신이 언급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해마다 백만씩 늘어나는 우리 동포들에게 특별한 사명에 의해 주어진 이 대륙을 정복하고, 우리 뜻대로 개척하고 다스리라는 명백한 운명......
- 존 오설리번 -

.... our manifest destiny to overspread the continent allotted by Providence for the free development of our yearly multiplying millions.
- John O'Sullivan -

  "예컨대, 그런 것이에요. '파툼 마니페스툼 (Fatum Manifestum)' 혹은 '데스티노 마니페스토 (Destino Manifesto)' (세니티아어로 Fanin Destin) 라 칭해지는 말이지요. 자신들이 대륙을 정복하는 것은 특별한 사명에 의해 이루어지는 일이며, 그것은 자신들 그리고 해마다 늘어날 자신들의 후손들을 위해 마땅히 실현되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이에요. 옛 세니티아의 '요한네스 술리와니쿠스 (Johannes Sullivanicus, Yohannes Sulliwanikus)' 라는 사람이 했던 말이라 들었어요."
  어떤 사명에 의해 대륙을 정복하고 다스리는 것은 자신들은 물론, 자신들의 후손을 위해서라도 당연히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다, 좋게 보자면, 늘어나는 자손들을 위한 새로운 땅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자신들이 나서야 한다...... 아니, 좋게 보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남의 땅을 빼앗아 어떤 식으로든 멋대로 차지하겠다는 욕심을 후손들을 위해서라는 그럴싸한 명분으로 포장한 것으로 딱히 그럴 듯한 명분도 아니었던 것이, 쓰레기 더미를 종이 상자에 대충 집어넣고 좋은 상품인 양 선전하고 다니는 꼴이었으니, 어떻게 들어도 우습기 짝이 없는 발언이었다.
  "그런 속 보이는 발언이...... 유명해졌던 것은 그런 '운명' 을 실현하겠다고 나선 이들이 옛 세니티아에 있었기 떄문이겠지요?"
  "그런 거예요." 이후, 내가 묻자, 야누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는 의미의 답을 하였다.

  이것은 운명적인 일이었다. - 이보다 더 찬란하면서, 유치하고 뻔뻔한 변명도 없지요. 그런 유아적인 변명을 내세우며 옛 세니티아의 여러 문명 국가들은 힘 약한 사람들의 영토를 정복하고 사람들을 마구 죽였어요. 사람들을 왜 죽였는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자신들이 살 영역의 개척에 걸리적거리는 방해 거리 정도로 취급했겠지요. 그런 정복 사업에 의해 죽은 사람이 얼마나 되고, 자신들의 것들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얼마나 될 지는 그들 자신도 헤아리지 못할 거예요.
  다행히도, 훗날 인류는 그런 발언이 얼마나 창피하고 수치스러운 발언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지만, 인류가 남겼던 술리와니쿠스의 '명언' 과 일련의 기억들은 인류가 거쳐 갔을 여러 행성마다 전파되면서 결국 인류의 재앙으로 돌아오게 되지요. 문명인들이 보다 '야만적인' 인간을 정복하고 사냥하면서 내세웠던 하찮은 변명이 결국 '야만적인' 존재가 문명인을 파멸시키면서 내세우는 명분으로 돌아오게 된 거예요.
  물론, 인류에게는 더 이상 좋은 발언도 아니고, 끔찍한 헛소리에 불과했겠지만, 그것은 결국 인류의 입장에 불과하고, 어떻게든 인류 세상을 장악하고 인류를 파멸시키려 하는 이들에게 인류를 멸망시킬 좋은 구실이 될 수 있는 것이었지요. 결국 인류는 자기 자신을 멸망시키고 그로 인한 죄악을 면피할 수 있는 수단을 스스로 제공한 셈이 된 거예요.

  "그러니까, 기계 군단도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들을 마구 죽이면서 그런 '운명' 을 내세웠을 수도 있다, 그런 말이지요?"
  "예." 이후, 내가 묻자, 야누아는 그렇다고 답하고서, 아마 그 마법사 역시 마법사의 육신을 지배하는 기계 병기의 기억이 그 '운명' 을 알고 있고, 그러면서 그 '운명' 을 언급하려 했을 것이라 이어 언급하기도 했다. 그와 더불어 야누아는 옛 묘류 제국 시절, 자칭 여제 바스타체도 인간의 후손들이 드벨파 족, 기계 생명체들을 멋대로 지배하려 하면서 '명백한 운명' 을 내세웠고, 조하르 행성을 파멸시킨 기계 군단과 그 수장들도 같은 어구를 내세웠다는 뒷 이야기도 전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후, 야누아가 언급한 기계들이 내세운 '명백한 운명' 에 의하면 모든 존재는 자신보다 높은 존재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들어다 바치는 '명백한 운명' 에 의해 움직인다고 하였다. 따라서 인류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자신보다 더욱 강인하고, 지혜로운 기계들에게 자신들의 모든 것을 바치게 되며, 이는 '명백한 운명' 이 자신들의 본능 단위에 각인되어 있음이 이유라고 하였다.

  "여기서 들려온 목소리를 통해서는 그 마법사가 아르데이스에 실제로 이르렀는지, 그리고 아르데이스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는 것이네요, 그렇지요?"
  "아직까지는 그래요." 이후, 내가 묻자, 야누아가 답했다. 야누아는 바르차 등에게 마법사의 정황에 대해 들은 이야기가 있느냐고 물었으나, 아직 그것에 대해서는 들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에게는 신통력이라 칭해지는 능력이 있었지만 아직 어린 바르차의 신통력 발휘에는 한계가 많아 세상의 모든 것을 명확히 관찰하거나 하지는 못하는 편이라 하였다. 아테다르마의 요새 현황을 관찰하지 못한 것도 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애초에 신통력으로 그 모든 것을 면밀하게 관찰하거나 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것을 전부 관찰할 수 있다면, 그는 사람이 아니라, 신이겠지요." 그 이야기를 하며, 야누아가 했던 말이다.
  "그의 영혼이 기계 병기의 의식에 의해 완전히 잠식되었다고 해도, 한 번씩 그의 의식이 돌아올 때가 있거나 하지는 않을까요?"
  이후, 아네샤가 야누아에게 물었다. 아닌 것이 아니라, 숙주의 의식을 특정 개체가 완전히 잠식해 버린 이후, 그 의식이 소멸되었을 것처럼 보인다고 해도, 영혼이 육신에서 완전히 떠나게 되는 현상이 있지 않은 한, 그 의식은 어떤 식으로든 돌아올 수 있으며, 어떤 강한 힘을 가진 존재라도 숙주의 의식을 완전히 소멸시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아네샤는 그에게 그의 원래 의식이 돌아올 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런 질문을 한 것이었다.
  "저도 그러할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알 수는 없는 일이네요." 그 물음에 대한 야누아의 답이었다. 바르차도 모든 사람이나 존재들의 일을 전부 다 알지 못하는데, 하물며 그런 신통력을 갖추지 못했을 야누아는 오죽할까.

  "야누아, 잠깐 광장 쪽으로 와 봐, 미라가 보여주고 싶은 게 있대."
  그 때, 클라리스가 야누아에게 다가가서는 그에게 미라가 그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하나 있음을 알렸고, 그 부름에 다소 놀란 듯이 즉각 반응을 하며, 야누아가 클라리스의 곁으로 다가가려 하였다. 그 이후, 클라리스를 따라 야누아가 떠나갔을 무렵, 아네샤가 잠시 주변 일대를 둘러보면서 나에게 물었다.
  "마야 씨께서 오시려면 아직인 가 봐?"
  "그러하겠지?" 아네샤의 물음에 답을 하면서 나는 날갯짓을 하며 날아오르며, 건물 위로 올라가려 하였다. 폐허가 된 도시에서 유난히 높은 탑, 그 탑의 꼭대기에 이르려 할 즈음, 나의 눈앞으로 한 사람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고양이 귀를 머리에 달고 있는 듯한 긴 머리카락의 소녀로 항해사 옷 비스무리한 상의 그리고 짤막한 치마를 입고, 다리를 끈이 달린 천으로 감싸고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오른손에 자신의 키만한, 푸른색을 띠는 칼날을 가진 검을 들고 있었다. 그의 모습을 보자마자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마야였다.
  "저 건물 위를 기어서 올라간 것이려나." 그 모습을 보며, 나는 그에 대해 그렇게 혼잣말을 했다. 그 건물은 올라갈 수 있는 수단 자체가 거의 없었고, 그래서 올라가려면 벽면을 따라 기어서 올라가는 것 이외에 사실상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곳에 있었네." 이후, 나의 왼편 곁에 이른 아네샤 역시 마야의 모습을 발견하고서 그에 대해 이렇게 말했고, 이어서 그에게 어떻게 건물 위로 올라갈 수 있었는지에 대해 물어봐야 하겠다고 그에 대한 말을 건네려 하였다.
  그 동안 아테다르마의 시가지 그리고 이 곳의 빛 방울들이 남긴 목소리를 마야가 많이 녹음해 두었을 것임이 분명했기에, 그 목소리를 들어보기 위해서라도 마야와 마주할 필요가 있었다. 곧바로 마야가 앉아있는 건물 옥상의 가장자리 근처로 나아가려 하였다.
  "......." 건물 위의 옥상 바닥 위에 착지하고서 그를 향해 다가가는 동안에도 주변에서 어떤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옥상에 착지하는 이들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 내가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마야가 고개를 잠시 돌려 나를 비롯한 두 사람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려 하는 모습이 내 눈에 보였음이 그 이유였다. 이후, 내가 자신의 근처에 도달한 이후에도 마야는 한 동안 아무 목소리도 내지 않다가, 조금 시간이 지나서야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 무언가 듣고 싶은 이야기라도 있어?" 내가 옥상에 이르고, 내가 그를 향해 처음 다가갔을 무렵, 그가 처음으로 낸 목소리였다. 듣고 싶은 이야기라도 있냐고 말한 것을 통해 그가 빛 방울들을 통해 녹음한 목소리의 수가 많고, 그것을 누군가에게 들려주기를 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에 대해 추측해 볼 수 있었다.
  "듣고 싶은 것들이 많이 있을 거야. 전부 들려줄 수는 없지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하나씩 들려줄 거야."
  이후, 마야는 자리에서 일어난 이후에 나와 아네샤 쪽을 향해 돌아 앉고서 왼팔의 팔찌를 내가 있는 쪽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손바닥이 위를 향하도록 손을 펼치니, 그 손바닥 위로 빛이 떠올라 왔다. 마야의 손바닥 위에서 그 5 가지 이상의 색-하얀색, 푸른색, 붉은색, 노란색, 초록색 등-이 서로 모여 부정형 무늬를 그리는 듯한 그 빛이 생성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그 빛이 깜박이면서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거칠고 흐렸지만, 무슨 일에 의해 들려온 소리인지를, 그 소리를 들으며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처음에 들려온 소리는 여러 고성이 함께 울려 퍼지고 있었기에, 처음 들었을 때에는 대체 무슨 소리인지 파악이 되지 않았다. 도중에 사람의 언어로 추정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는 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었고, 그래서 내가 제대로 듣지 못해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 소리의 의미가 무엇인지 나와 아네샤가 파악하지 못했을 것으로 여기었을 마야가 팔찌를 다시 조작해 그 소리를 다시 듣도록 하였고, 그 때에는 이전보다는 소리가 조금 더 분명하게 들려, 그 소리가 무엇인지 대략이나마 알 수 있게 되었다.
  그 소리는 웅성이는 소리, 함성 소리, 고함 소리 그리고 단말마 등이 혼재한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나타내는 소리였다. 도중에 들려온 언어 같은 소리는 당시에는 내가 잘 모르는 언어였지만, 소리의 분위기를 통해 그것이 어떤 말이었는지 대충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죽여라', '부숴라' 정도의 뜻이었을 것이다.

  "당신들도 그 마을 서쪽의 피로 물든 건물들이 늘어선 거리를 보았겠지?"
  목소리가 들려온 이후, 마야는 조용히 나에게 이렇게 물었고, 이 물음에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그렇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그러자 마야는 "역시 그러하네." 라고 말하더니, 이어서 또 하나의 소리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친애하는, 고귀한 묘류의 민중들은 들을 지어다!

제군!!! 자연에는 명백한 질서가 있고, 법칙이 있다. 마땅히 세상을 지배할 권리가 있는 자와, 지배당할 의무가 있는 자가 있는 것이다! 신에 의해 자연이 창조될 때부터, 자연의 동물계가 창조될 때부터, 우리 묘류는 동물계의 지배자가 될 소명을 타고 난 존재들이다! 묘류의 형제들을 보라! 호랑이! 사자! 살쾡이 등등! 이들은 그들의 영역에서 모든 생물들을 사냥하고 지배할 권리를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었고, 대초원과 밀림을 마음껏 지배해 왔다! 신은, 그리고 자연은 그들에게 세상의 모든 것을 지배하고 정복할 권리를 부여한 것이다!

우리 묘류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묘류는 모든 동물들에게 있어서 큰 형이자, 가장 높은 존재에 해당된다! 우리의 형제들인 호랑이, 사자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사냥과 정복의 본능이 우리의 핏줄 속에 자리잡고 있지 않은가! 이 세상은 우리 묘류의 지배 하에 있도록 하고, 세상 사물들은 우리 묘류가 우리 뜻대로 가지도록 함이 마땅했던 것이다!

인류라는 것이 무엇인가? 호랑이, 사자들만 나타나면 잡아먹혀 죽을 나약한 족속인 원숭이 류에서 진화한 하찮은 족속이다! 털을 모두 잃어 추위에 적응하지도 못하고, 사소한 날카로운 것 따위에도 취약한 연약한 족속이다! 그토록 털이 없는 부류로 무엇이 있던가? 그들이 고기로 써먹었던 집돼지들 정도만 있지 않던가? 그들이 상대방을 욕할 때 '돼지 새끼' 라는 말을 썼던 것으로 알고 있다. 실로 우스운 욕이지 않은가? 그들이 그들 자신을 욕한 것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그들은 그들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문명을 만들었다! 문명을 통해 그들의 연약한 신체를 보완하려고 하였다! 도구를 만들고 무기로 자신보다 드높은 존재들을 지배하려 하였다! 그러나, 어느새, 그들은 그들 스스로 만들어낸 문명에 삼켜지며, 그들이 가진 얼마 남지 않은 본능마저 스스로 거세시켰다.

그런 문명으로 그들이 얼마나 발전된 삶을 살아왔느냐? 실상을 알면 모두 놀라 버리고 말 것이다! 놀랍게도 인류는 동물의 수준에서 크게 진화하지 못했다! 그들이 동물과 다르다고 내세운 발전, 평화, 공존, 도덕, 정의와 같은 가치는 참으로 가엾은 허상에 불과했을 뿐이고, 그들은 함께 하면서 늘 대립과 갈등을 이어갔다! 그들이 말하길, 묘류는 같이 지내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정작 평화로운 공존을 하지 못하는 것들은 그들 자신인데, 누가 누구를 탓한단 말인가!?

더 나아가, 인류는 별 것 없는 더위와 추위에도 괴로워하고 사소한 질병에도 아파하고 두려워하며, 조금의 고통에 경악하고, 사람 하나 죽은 것을 가지고 마치 세상이 멸망한 듯이 공포에 떠는 나약한 겁쟁이가 되었다! 그리하여 나약한 종족은 자신을 지키는 것까지 기계에 의지하게 되었고, 결국 그 기계에 의해 파멸당해 세상에서 사라지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 와중에도 인류는 우리 묘류를 극진히 대접해 왔다.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문명이 그들의 본능을 억누르고 거세시켰다지만, 얼마 남지 않은 본능을 통해 그들은 알았던 것이다. 우리 묘류가 자신들보다 더욱 높고 고귀한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묘류와 같이 있는 것을 통해 인류는 세상의 모든 것은 묘류의 것이며, 인류와 같은 낮은 생물들은 묘류와 같은 드높은 생물들에 의해 지배당할 의무가 있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이런 우리 묘류의 권리를 깨닫게 해 준 이가 누구냐? 바로 바스타체 (Bastatche) 여제이시다! 비록, 뭇 존재들이 묘류 세상을 멸망으로 이끈 장본인이라 욕하고 있지만, 그런 존재가 있었기에, 우리 묘류가 세상을 지배할 권리를 가졌음을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묘류는 바스타체 여제 폐하의 가호 아래에 이런 삶을 살고 있음을 우리는 잊어서는 아니 된다.

제군!!! 비록 우리는 인류 문명의 잔재와 같은 기계 군단에 의한 파멸을 거듭 당해 이 계곡에 숨어 있지만, 우리는 본시 자연의 모든 것을 정복하고 사냥하며 지배할 권리를 가진 존재임을 기억해야만 한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교만해진 기계 군단을 무찌르고 나약한 인류의 잔재들을 숙청할 것이다! 이를 통해 묘류 제국을 부활시키고! 세상과 우주의 모든 문명의 주역이었을 인류를 대체한다는 사명을 완수해! 자연의 모든 것이 묘류의 형제들에게 지배되고 있듯이! 세상의 모든 것이 우리 묘류의 지배 하에 있도록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나부터 앞장서 나 자신을 희생할 것이며! 그리하여 열성조 황제 폐하들의 품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 이후에 함성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소리는 끊겼다.
  "결코 낯선 목소리는 아닐 거야." 이후, 마야는 조용히 나에게 물었고, 나 역시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 방금 전까지 나 그리고 아네샤의 바로 앞에서 비굴하게 살려달라 읍소를 했던 그 하므자의 목소리였기 때문이었다.
  "저 때에는 참 당당하게 자기 얘기를 했네." 나의 곁에 있던 아네샤가 말하자, 그 말에 나는 "그렇지." 라고 조용히 화답했다. 아네샤 역시 자신의 앞에서 비굴하고 비참하게 읍소하다가 그 동안 있었던 일로 분노에 가득차 있던 야누아 등의 앞에서 발악하던 하므자의 목소리를 떠올릴 수 있었던 모양이다.

  "하므자가 묘족 사람들을 선동할 때, 했던 연설이야. 그 연설로 아테다르마에 남아있던 묘족 사람들 중 다수가 감화했어. 그리고 그 그리고 그를 따르는 이들과 함께 아테다르마 요새 원정에 나서기로 했지. 하지만 감화되지 않은 이들도 있고, 묘족 간의 싸움이 그래서 일어났어. 하므자의 군단은 기계 군단으로부터 받은 무기들을 갖고 있었으니, 변변한 무장 하나 없던 반대파들과의 싸움에서 손쉽게 승리할 수 있었지."

  하므자는 자신의 뜻을 거슬렀던 묘족 전사들을 모두 죽여버리는 것은 물론, 그들의 일가족과 심지어 그들이 살던 지역 일대의 묘인 전부를 학살하려 했어. 하므자의 뜻에 반대하는 이들이 많았던 마을 서쪽 일대의 묘인들은 하므자가 자신들을 죽이려 한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리고, 하므자의 무리에게 저항했지만, 결국 거의 대부분이 학살당하고 말았지. 그렇게 마을 서쪽의 묘인들을 전부 죽이고, 하므자는 자신에게 현혹된 이들을 이끌고 아테다르마 요새로 향했지.
  다행히도 하므자는 마을 서쪽의 묘인들을 학살한 이후에는 마을의 다른 구역 사람들은 건드리지 않았어. 그래서 선동된 이들의 일족 중 남은 이들과 서부 구역이 아닌 다른 구역에 있던 묘인들은 어찌어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거야.

  "그리고 그들 모두...... 돌아오지 않았다, 그런 말이지요?"
  이후, 아네샤가 묻자, 마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리고서 하므자에 대해 이렇게 간단히 말을 건네었다.
  "결국, 하므자는...... 묘인들이 잘 나가는 세상, 묘족 제국의 부흥이라는 여러 강적들에 의해 멸망한 나라의 후예가 이끌릴만한 기치를 내걸고 선동을 했던 거야, 자신이 섬기고 있던 기계 군단에게 바칠 피의 제물들을 구하기 위해. 그리고 그들을 제물로 바쳐, 그들의 살과 피가 코크스와 플라즈마로 변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기계 군단이 내린 하찮은 보상을 누리고 있었던 거야."

  그 무렵, 멀리서 하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미라의 목소리로, 야누아, 클라리스에게 무언가를 전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방금 전에 소식이 울려 퍼졌어, 마야가 마을의 공관에 전달했던 하므자의 목이 1 시간 즈음 전에 마을 중앙 광장에 걸리기 시작했다는 거야. 피를 전부 빼고, 방부 처리를 한 이후에 창대에 꽂아서 전시를 하고 있다는 모양이야."
  그 소리는 마야에게도 들렸을 것이다. 그에게서 자그마한 혼잣말 소리가 들려왔다.
  '거짓과 위선으로 묘인들을 파멸시킨 자다운 마지막이란 저래야 하겠지.'
  그 이후, 마야는 나에게 이외에도 거리에서 들려온 목소리들은 일련의 사태와 관련된 것들이라 딱히 녹음할 이유는 없었다고 말하고서, 녹음한 것이 있기는 했지만, 무의미하다고 여기어지는 것들은 버렸음을 알렸다. 그러면서도 한 가지 의미심장한 어떤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면서 팔찌를 조작해 그 목소리를 들려주겠음을 알렸다.

심상치 않은 풍경이었다. 모두 한결 같이 전쟁을 부르짖고 있었다. 묘인들의 제국이 돌아오리라는 믿음의 함성이 마을 광장 가득히 울려 퍼지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들에게 무기가 쥐어져 있었으면 당장에 어딘가에라도 침공할 기세였겠지만, 당시에는 그런 생각에 미치지 못했다. 그냥 과몰입 장난 정도일 따름이라 생각했었다.

연설을 하던 이는 알 만한 이들은 다 아는 하므자였다.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숱하게 묘족 제국을 멸망시킨 기계 군단에게 복수하자고 부르짖으며, 묘인들을 선동해서는 그들을 이끌고 어딘지도 알 수 없는 곳으로 그들을 이끌고 갔지만, 늘 살아 돌아오는 이는 그 혼자였다. 그런 경력을 이용해 하므자는 절망적인 사투에서도 늘 살아남는 무적의 능력자임을 선전하며, 묘인들을 모았지만, 얼마나 묘인들이 모였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됐는지에 대해 아는 이들은 아마 지금도 없을 것이다.

기계 군단의 거처를 찾아다닌다면서 늘 혼자 살아 돌아오는 것에 대해 이미 의심의 시선을 그는 받고 있었다. 나 역시 그런 의심을 했던 이들 중 하나였다. 어렸을 때에는 별 볼 일 없는 어린 묘인이었고, 그 이후에는 군인으로서 실격 소리도 한 번씩 들었던 어설픈 녀석이었다. 그런 녀석이 살벌한 기계 병기들 앞에서 앞장서 싸우다가 다른 이들 다 죽고, 혼자서 살아 돌아왔다? 이토록 터무니 없는 헛소리도 없다. 기계 군단에 결탁했고, 묘인들을 기계들에게 팔아넘기기 위해 그럴싸한 선동을 해서 묘인들을 끌어온다는 말이 괜히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러하였기에 기계와 결탁했을지도 모를 그런 정신병자 같은 헛소리에 묘인들은 넘어가지 않기를 바랐다. 여기 묘인들이 어떤 이들인가, 그 옛날 아테다르마에서 제국의 3 대신, 히데오, 므노르, 스그르와 뜻을 함께 했던 용사들의 후손들 아닌가. 선조들의 정신이 살아있다면 진정 묘족을 위하는 자와 헛소리로 묘인들을 선동하는 자를 구분할 지혜는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저 바보 같은, 정신적으로 망가진 것을 의심할 수도 있을 법한 저 묘인이라 말하기도 아까운 흉물의 연설을,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다수의 묘인들은 그냥 들어주는 정도로 그칠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며칠의 동요가 끝나면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오리라 믿었다.

그러나, 묘인들은 아테다르마 협곡을 넘어 온 세상을 묘인들의 세상으로 만들겠다는 하므자의 공허한 약속을 너무 쉽게 믿어 버렸다. 어련하겠지, 태어나면서 평생 아테다르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겠구나, 싶은 절망 속에서 자신들을 구원할 구세주 같아 보였을 테니, 그 망할 놈의 실상을 아는 이들은 마을에 얼마 없기도 했고. 아마, 그런 실상을 아는 이가 있다면, 그 광장에 오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문제아의 선동에 넘어간 묘인들은 투쟁을 부르짖으며, 그들의 수하가 건네는 보잘것 없는 병기, 옛 인류의 구식 소총을 1 정씩 차고 아테다르마를 향했다. 빔이 난무하는 전장에서 저런 무기를 들고 잘도 적을 죽이고 살아남겠구나, 싶었지만 그 총포 한 정만 있으면 누구든 무찌를 수 있다는 선동과 그 선동에 넘어가는 가련한 영혼들을 보며, 나는 그저 슬픔 속에 눈물만 나오고 있을 따름이었다.

아마 그들은 여태껏 하므자의 헛소리에 넘어간 다른 이들처럼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그 선동에 넘어간 이들이 얼마나 될까? 적어도 마을의 3/4 이상은 될 것 같다. 그들이 사라지면 아마 마을은 정상적으로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다른 구역에서도 마찬가지였고, 마을 전체가 그 선동에 넘어간 경우도 있었다. 남은 묘족의 수는 이제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원래 아테다르마에서도 살아남은 묘족의 수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하니, 그 시절로 돌아갔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시절과 결코 다르지 않다. 그 때에 살아남은 이들 중 대다수는 건장한 남녀였다. 얼마든지 자손을 남기고 번영할 여지는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남은 이들 중 다수는 노묘, 부녀자들이 전부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들이 어떻게 후세를 번영시킨단 말인가. 파탄만이 남았을 이 곳에서 묘인들이 어떻게든 살아남아 번영한지가 몇 년인데....... 이 광경을 므노르, 스그르 그리고 히데오를 비롯한 용사들이 무지개 언덕에서 지켜보고 있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아테다르마의 묘인들은 남아있지 않았지요?"
  "그렇게 됐어." 이후, 내가 건네는 물음에 마야가 답했다. 그리고 그 이후에 관한 목소리도 있었다고 밝혔으며, 그 내용은 삶의 기반을 잃어버리고 남은 이들이 몇 명씩 흩어져 계곡을 떠나간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고 한다.
  "대개는 슬픈 이야기였겠네요, 그렇지요?"
  "...... 응." 그러자 마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 이후, 마야는 건물 바깥 쪽, 일행을 등지는 방향으로 돌아 앉으며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방금 전에 미라 언니가 외쳐서 언니들도 들었을 거야, 하므자의 목이 마을의 광장에 걸렸다는 것. 그렇게 하므자의 만행은 끝나고, 그 역시 심판을 제대로 받았지. 그의 이름은 지금껏 운명에 의해 배신당하기를 반복했던 묘족의 운명에 마지막 비수를 꽂은 최악의 배신자로서 영원히 기억될 거야."
  그 하므자의 목을 자른 이는 다름 아닌 이야기를 하는 마야 자신이었지만, 그것을 그 자신이 직접 거론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 그러한다고, 가족들을 잃고, 삶의 기반을 잃어버린 묘인들의 삶이 원래대로 돌아가지는 않겠지. 이미 그들은 떠나갔고, 그들의 행적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모르겠지, 관심도 없을 것이고. 바르차는 아리소나코 (Arisonako, Arisonaco) 를 비롯한 여러 서부 지역으로 흩어져 갈 것이라 했지만...... 그 곳에서 그들이 어떻게 살 것인지는 그조차 알 수 없을 거야."
  "마야 씨, 방금 전에 하므자를 참수한 이는 마야 씨였잖아요, 왜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으시는 거예요?"
  "...... 집행인은 누군가를 참수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떠들지 않아." 아네샤의 물음에 마야가 답했다. 그 이후로 마야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그럼에도 그런 자를 처단하는 것에는 의의가 있어. 그런 자를 처단한다고 묘인들이 원래 삶을 되찾지 못한다고 해서, 그를 놓아두는 것은 더더욱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야. 무엇보다도 그 자가 묘인들을 기계들에게 전부 바치고 나면, 그 이후에 무슨 짓을 벌일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일 거야. 그런 반복되는 악행에 더욱 희생자를 늘려서는 안 되는 법이지."
  그리고서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 이것은 나를 비롯한 자매들의 책임이기도 해. 야누아 언니, 마르차 언니는 우선 하므자에게 죽을 뻔한 이들이야. 그에게 도망친 이들로 남아있을 수는 없었을 거야. 또한, 자신들이 죽일 뻔한 이들에 의해 죽게 되는 것을 통해 그가 결국 저지른 죄업의 응보를 받았음을 세상에 알릴 필요도 있었어."

  "지금 이후로는 묘인들을 찾아가실 거예요?"
  "잘 모르겠어." 그러자 마야가 답했다.
  "야누아 언니는 아테다르마 서쪽 너머로 나아가면서 뿔뿔이 흩어졌을 묘인들의 행적을 어떻게든 찾아내고 싶다고 했어. 하지만 클라리스, 미라 언니는 물론이고, 아샤란 언니도 무리한 행동이라 여기고 있고, 야누아 언니가 실제로 행동에 나서면 앞장서서 그를 저지할 이들이라 그런 저지를 뚫으면서까지 야누아 언니가 함부로 나서지는 못할 거야."
  "그 뜻을 밀어붙일 수 없는 거예요?"
  "검으로 대결해서 이길 수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야누아 언니는 아마 클라리스 언니를 이기지 못할 거야."

  마야는 클라리스에 대해 온화하고 여자다우며, 정숙한 소녀로 알려져 있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사람이라 여긴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야는 클라리스와 검술 대련을 펼친 적이 있었는데, 양손검을 소지한 마야가 장검을 든 클라리스를 이기지 못했다고 한다. 체술도 상당해서 그를 이기려 하는 것은 참으로 무모한 짓이라 자평한 적도 있었는데, 야누아는 그런 마야의 실력을 넘어선다고 마야 스스로 말하고 있지만, 그런 그 역시 클라리스를 어찌하지 못한다고 자신의 행적을 근거로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클라리스 언니는 한 번 작정하고 나면 상대를 찍소리 내지 못할 정도로 짓밟아버릴 수도 있는 이야. 그럼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일 뿐."
  그러더니, 나에게 클라리스가 화를 낸 모습을 본 적 없지 않겠느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는 나와 아네샤에게 이어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아마, 보지 못했고, 그를 아는 대부분의 이들은 그러하겠지. 마르차 언니, 율리아도 아마 그런 모습은 본 적이 없을 거야. 가능하면, 여기 있는 언니들이 클라리스 언니의 그런 숨겨진 모습을 목도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야."



  "그 마법사에 대한 소리는 없었어요?"
  "있었어." 이어지는 아네샤의 물음에 마야가 답했다. 하지만 큰 의미가 있거나 하지는 않아, 목소리 중 대다수는 녹음하지 않고 흘려 보냈음을 알렸다. 다만, 잠깐 그가 본래 의식을 되찾은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것을 녹음해 두기는 했다고 말했다.

그 날 이후로 얼마나 많은 나날들이 지나갔는지,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 이후로 깨어있을 때마다 잠들 때마다 내 안의 무언가가 나의 의지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새 나는 하나의 무언가를 바라기 시작했다. 그 곳은 별들의 전당 그리고 별들의 무덤. 영원토록 환하게 빛나는 곳과 영원히 어둠 속에 잠든 곳. 첸트룸 갈락시에 (Centrum Galaxiae, 은하계의 중심) 이라 칭해지는 신비의 장소. 어렸을 때부터 이름을 들었고, 동경해 왔던 이름이지만 어느새 나의 관심사에서 한 없이 멀어지기만 했던 그 이름을 나도 모르게 되뇌이며, 나는 그 곳을 향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간 내가 살아오면서 보고 만났던 것들, 과거의 순간들을 기억해내면서 내 안의 존재를 떨쳐내려 애썼다. 나는 이미 그들에게 나는 죽었음을 사람들에게 고하라 하였고, 과거의 나는 이미 죽었다고 믿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 과거를 떠올리는 것은 그것만이 나를 나의 내면을 파먹어 가는 사악한 존재에 대항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이었기에. 하지만 그 때로부터 수많은 나날들이 지나간 지금, 이제는 그것마저도 한계에 도달했다. 나는 내 의지에 상관 없이 '그들' 의 뜻을 따라 움직이고 있고, 이를 위해 그 곳으로 가고 있다. 이제는 과거의 그 무엇도 기억이 희미해져 있다.

...... 그래, 고향에 두고 온 아이들이 있었다. 쌍둥이 아이들. 그 때에는 이제 유아기에 이르렀을 텐데...... 그 아이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제 와서는 아비를 알아볼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생각하고 있는 것은...... 그 누구도 나의 진정한 구원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진정한 구원을 행할 자들은 아마도.......

  그 이후로 이런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그 무렵, 남자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고, 어떤 남자의 형상이 마법사에게서 빠져나가려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남자의 형상은 마법사의 육신 안으로 들어갔고, 그 이후로 그 형상은 그에게서 다니 타나지 않았지요.

  "두 번째 목소리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아네샤가 또 건네는 물음에 마야는 이렇게 대답을 이어갔다.

  그 목소리가 사실을 말하고 있다면, 아마도 이것일 거야 : 그 남자는 모종의 사정으로 인해 혼란 속에 놓였고, 그 혼란 속에서 그 남자의 영혼은 자신의 육신을 지배하는 존재에게서 도망가려 했다는 거야. 하지만 언니들이라면 알고 있겠지, 살아있는 자의 영혼은 어찌됐든 죽기 전까지는 그 육신에 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 결국 그 영혼은 그런 법칙과 자신의 영혼을 속박하려는 그 존재의 의지에 의해 다시 자신의 육신에 속박당하는 처지에 놓였고, 그 이후, 그 남자의 육신은 그 존재에게 지배당했다는 것.

  "첫 번째 소리와 두 번째 소리의 시간 순서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 아마도 첫 번째가 먼저이겠지." 마야가 바로 답했다,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그리고 그 이후로 그의 진정한 인격이 목소리를 내거나 한 적은 없는 것 같다고 말하고서, 그의 목소리는 이후에 수집된 빛 방울에서도 들려왔지만, 전부 그를 지배하는 무언가가 그의 목소리를 빌어서 내는 목소리일 것이라 말했다.


  이전에 그 대마법사가 에를랑 (Erlang) 혹은 에를랑고 (Erlango) 라는 이름을 가졌던 군단의 병기를 동료들과 함께 파괴시켰다는 이야기는 이전에 들었을 거야. 원정대의 대장이었던 대마법사가 에를랑의 사악한 심장을 자신의 몸에 이식하고 자신의 마력과 그 사악한 힘이 서로 충돌을 일으키며 발생하는 대소멸의 힘으로 엘베 족의 영역을 침범한 군단을 몰아낸 사건이었지. 이후, 대마법사는 살아 있었지만, 아마도 에를랑의 의지와 힘에 의해 살아있었던 것이고, 힘을 잃은 그의 육신과 영혼이 그 의지에 저항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을 거야.
  그럼에도 대마법사는 끊임 없이 에를랑에게 저항하려 했고, 이따금씩이나마 육신을 주도권을 되찾기도 했었던 것 같아. 하지만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영혼이 그 육신에서 벗어나려 했을 때, 그 사악한 의지가 영혼을 육신의 내면으로 붙잡은 이후에는 그 영혼을 육신의 깊숙한 곳에 가두려 했고, 그래서 그 이후로는 대마법사의 영혼은 육신의 주도권을 계속 찾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마야 씨, 일련의 이야기는 야누아 씨 등에게도 해 주었나요?"
  "아니, 아직은." 내가 묻자, 마야가 답했다. 그리고 야누아에게는 자매들이 다 모이면 그 때, 이야기를 해 주려고 함을 알리고서, 그 이후에 클라리스, 미라 등에게도 알려주겠음을 밝혔다. 그 이후, 그는 아르데이스에서 대마법사는 특별히 찾으려 한 것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하고서, 에스토 산토 루이스의 유적지에 이르렀던 것도 실은 사람들이 자주 오가지 않는 공터라서 방해 받지 않고 마음껏 마법진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음이 확실해 보인다는 이야기도 했다.
  "사람들이 자주 오가는 곳이라면 아무래도 방해를 받을 가능성이 커서 그러하였겠지요?"
  "응." 이후, 마야는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봐도 사악한 마법진을 만들려 할 텐데, 사람들이 있으면 방해하러 오겠지. 그리고 그 자신의 육체적 능력은 무척 떨어지는 만큼, 자신의 마법력을 돌파하고 오는 이가 있다면 마법진 생성은 고사하고, 자신이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 같아."



  "그간 어디 있나 했더니, 이런 곳에 있었구나."
  그렇게 마야가 한참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던 그 때, 미라가 나비의 그것과 같은 날개를 펼치고 마야가 앉아있던 건물의 옥상 위로 날아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그 이후, 미라는 왼손을 허리에 올린 채, 마야를 바라보면서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있었느냐고 물었다.
  "두 분께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있니? 나도 한 번 들어보자."
  "언니에게도 해 줄 거야." 그러자 마야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미라에게 다가가 그렇게 답했다. 그러자 미라는 알겠다고 답하고서, 꼭 해 줘야 한다고 말한 다음에 이어서 그에게 한 가지 알릴 것이 있음을 밝혔다.
  "마야, 이제 내려가자. 야누아가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대."
  "야누아 언니가?" 그러자 마야는 자신의 양손검을 다시 어깨에 매고서, 미라의 바로 앞으로 다가가면서 물었고, 이에 미라는 활짝 웃으며 "그럼!" 이라 답하더니, 다시 날개를 펼쳤다. 그리고 건물의 가장자리에서 마야를 향해 돌아서며 물었다.
  "마야, 같이 내려가도록 할까? 건물 위는 무서울 수 있잖아."
  "아니, 나 혼자 내려갈 수 있어." 그러자 마야는 괜찮다고 답했다. 그러자 미라는 그런 마야에게 "그렇다면 혼자 내려갈게." 라고 답하면서 날개를 펼치고 날갯짓을 하며 조심스럽게 건물 근처의 지면 쪽으로 날아내려 가려 하였다.
  "어떻게 내려가시려고요?" 그 모습을 본 내가 마야에게 어떻게 내려가려고 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걱정이 되어 물은 것은 아니고, 그가 대체 어떻게 내려가려 하기에, 마야의 제안을 굳이 거절하려 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으려 했을 따름이었다.
  마야는 그런 나의 물음에 직접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옥상 아래의 지면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그대로 건물의 벽면을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다급히 벽면 위를 마치 지면 위를 달리는 것처럼 뛰어가고 있으니, 마치 그에게만큼은 중력이 다른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저런 식으로 내려간다고?" 그 모습을 보며, 내가 혼잣말을 하고 있을 무렵, 아네샤가 이제 가자고 청하면서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 이후, 아네샤부터 건물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하고, 그런 그를 내가 뒤따르기 시작했다. 아네샤도 그렇고, 나 역시 머리를 지면 쪽을 향하면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가능한 빨리 내려간다고 내려갔지만, 내려가는 속도는 비행하는 나보다 벽면을 타고 가는 마야가 훨씬 빨랐기에 그 광경을 처음 보면서 많이 놀라기도 했었다.
  얼마 후, 마야가 지면 근처에 이르자마자 지면을 향해 뛰어내려 착지하는 모습이 보였고, 이후, 나와 아네샤가 차례로 지면에 착지할 준비를 하고서, 지면 위에 발을 디디었다. 그 무렵, 천천히 건물 아래로 내려가던 미라가 마야의 바로 앞에 착지해 날개를 감추면서 그를 맞이하려 하였다.
  "빨리 내려왔네." 그 이후, 미라는 야누아, 클라리스 등이 근처에 있음을 알리고, 그에게 야누아가 있는 곳을 안내하겠다면서 그를 데리고 늪지대 근처에 이르려 하였다. 천막을 정리하고 야누아, 클라리스가 늪지대 근처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한편, 야누아는 클라리스와 함께 늪지대에 나란히 서 있었다. 뭔가 대화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았으나, 그 때에는 말소리가 없었던 만큼, 이미 대화는 마치고, 잠시 가만히 있는 시간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았다. 야누아의 왼쪽 곁에는 각종 짐들이 놓여 있었으니, 아무래도 야누아가 짐을 짊어지는 역할을 맡았던 것 같았다.
  "어? 왔구나." 그러다가 미라가 마야를 데리고 야누아, 클라리스가 있는 그 근처로 오자마자 그 움직임을 바로 알아차리고, 야누아가 미라가 서 있는 쪽을 향해 돌아서면서 인사를 했고, 그 인사에 미라 역시 "왔어." 라고 화답을 하였다.
  "언니, 이제 뭘 보여주려 하는 거야?"
  그 후, 마야는 야누아에게 다가가서 뭘 보여주려 하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야누아는 예상 외로 당황해서 어찌할 줄 모르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미라에게 시선을 향하고 있었다. 그 이후, 클라리스가 미라를 보더니, 그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미라, 마야에게 뭔가 보여주겠다고 말한 것은 너잖아, 네가 마야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고 하지 않았어?"
  그랬던 것 같다. 마야는 다른 이가 부르면 바로 반응하지 않거나, 무시하는 경우도 있는데, 야누아가 부르면 바로 반응해서 그의 곁으로 가려 하고, 그래서 야누아를 언급하면서 그를 끌어들이려 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미라, 마야를 끌어들이려고 야누아를 언급한 것이었어?"
  "그렇게 하면 마야가 확실히 내 곁으로 와 주니까." 이후, 클라리스가 묻자, 미라가 시인하는 답을 하였다. 그러자 이들의 모습을 뒤쪽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아네샤가 그들의 곁으로 다가가려 하면서 그들, 정확히는 클라리스에게 이렇게 질문을 하려 하였다 :
  "마야 씨는 부름에 잘 응하지 않는 경우도 있나 봐요."
  "꽤 있지요." 그러자 클라리스가 바로 답했다. 그리고 부르는데, 잠이 들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이어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야누아를 언급하면 자다가도 깨고, 바로 야누아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면모를 보여주고는 했었다고 한다.
  "보기보다 큰 언니를 절대적으로 따르는 그런 경향이 있나 보네요."
  "자매들이 부른다고 하면 바로 찾아오는 애예요. 마르차나 율리아 그리고 리에타나 라니아 아주머니의 경우도 마찬가지더라고요."
  이후, 아네샤가 이어 건네는 물음에 클라리스가 다시 답했다. 하지만 늘 부르는 데에 반응이 박하거나 하지는 않으며, 중요한 일이 있다고 하면 즉각 반응해서 와 주는 편임을 이어 알린 후에 호숫가의, 자신이 서 있는 왼편 근처의 풀밭에 앉으려 하는 마야를 잠시 보면서 그의 면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자질구레한 부름에 굳이 응하지 않는 그런 유형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는지, 그런 이라 칭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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