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lphid 4th - 3. La Tormenta Violeta : 11


  그 물음에 내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리고 미라의 꿈을 엿보았던 마야가 자신이 잘 아는 사람에게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것을 마르차가 엿듣고는 자신에게 들려주었다고 알려주었다.
  "미라 씨의 꿈이었다는 것이지요?" 그러자 아샤란은 바로 이렇게 나에게 묻고 있었다. 그리고 대답을 하면서 그의 모습을 보니, 뭔가 짐작되는 바가 있어 보이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의미 깊어 보이는 표정을 짓고난 이후, 아샤란은 같이 갈 곳이 있다면서 자신을 따라와 달라고 부탁했다.
  "따라 오세요~ 소개할 곳이 있어요."
  그의 발걸음은 우선 서쪽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광장 쪽을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광장에 다가가면서 광장의 한 가운데에 서 있을 길다란 장대가 점차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 장대 위에는 머리 같은 것이 달려 있었으니, 효수 의식과 관련이 있어 보였다. 전날에 마야가 자른 하므자의 목이 광장에 걸리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그 장대의 끝에 달린 머리는 하므자의 목이었던 것 같아 보였다.
  "요번에 마야 씨로부터 입수한 하므자의 목을 장대에 내걸게 되었어요."
  그 이후, 광장에 이르렀을 때, 날개를 펼치고 장대 위로 올라가 보았고, 그 이후에 장대의 끝으로 가까이 다가가 장대의 끝에 매달린 것을 자세히 보려 하였다. 흉하게 망가진 묘인의 목이 장대의 끝에 달린 창날에 꽂혀 있었다. 하므자의 목이라 하였지만 새벽에 하므자의 시신이 참수되는 광경을 목도하지 않은 이상, 누가 하므자의 목임을 알리지 않다면 그 목의 정체가 하므자임을 알아볼 이는 얼마 되지 않을까 싶어 보이기도 했다.
  "당최 하므자 같아 보이지 않아 보였다고?"
  "응." 이후, 내가 장대에서 광장 쪽으로 돌아오자마자 아네샤가 그런 나를 보며 물었고, 그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는 의미의 답을 하였다. 그리고 장대 아래의 단을 살펴보는데, 그 단의 옆면마다 문구들이 새겨진 모습이 보였다. 그 문구들은 4 개의 문구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문구마다 다른 언어로 쓰여 있었다. 같은 의미의 어구를 다른 언어로 쓰는 것으로 해당 언어들을 아는 이들 역시 그 문구의 의미를 알 수 있도록 하였을 것이다.
  광장에 다다른 이후, 아샤란은 광장 북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 북쪽에는 마을 회관이 있고, 회관 너머에는 바르차가 머무르는 사당이 있었으니, 아샤란이 향한 곳은 그 사당이었을 것이다. 사당의 건물 정문 앞에 아샤란이 도달하자마자 문이 저절로 열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문이 열리는 모습을 보자마자 아샤란이 앞장서서 문 안으로 들어가니, 내가 그런 그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바르차 씨께서 뭔가 아시는 게 있는가 봐."
  그 광경을 보며, 아네샤가 나에게 말을 건네려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미라 씨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셨다는 것이로군요."
  이후, 아샤란과 더불어 사당의 안방에 앉아있던 바르차와 대면하며 앉은 이후, 나와 아샤란이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 알려주자 바르차가 그것이 무엇인지 알겠다는 듯이 그렇게 말을 건네었다. 그러더니, 그는 바로 앞에 앉은 나와 아네샤를 바라보며 이전에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저도 그 행적을 엿본 적이 있어요. 수없이 떠도는 기억들을 되짚다가 '미라' 라는 이름의 무용 학교 학생에 대한 기억을 보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기억이 미라 씨의 기억에 얽혀 있는 것이었음을 알 수 있었어요."
  "그렇다면, 그 미라와 관련된 인물, 남자 그리고 소욘의 행적도 알고 계신가요?"
  그 이후, 아네샤가 물음을 건네자, 바르차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 미라라는 이름의 학생의 행적을 알게 된 이후, 남자 무용수 그리고 소욘의 사념을 과거의 흐름에서 찾아내, 그 사념이 남긴 행적을 되짚을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모두 궁금해하시는 것 같아서 말씀드려 볼게요."
  하지만 이야기를 하기 전, 바르차는 한 가지 부탁을 전하였다. 그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클라리스, 미라, 야누아, 적어도 미라가 있는 곳에서 함부로 발설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미라의 괴로운 기억, 그 일부로 자리잡고 있을 것임이 그 이유라고. 이후, 바르차는 뭔가 주문을 영창하는 것으로 마법을 사용하더니, (마법의 이름 자체는 알 수 없었지만, 방음에 관한 마법이었을 것이다) 이어서 조금 생각에 잠기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차분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 사념이 알린 바에 의하면 처참한 신세가 된 미라는 눈 앞에 있는 키 큰 남자를 자신을 내다버린 남자 무용수로 간주하고 죽이려 했다가 차량에 치어 목숨을 잃었지요. 그 이후, 빌리가 되어 미르타의 숲으로 들어간 것이었고. 이제 제가 할 이야기는 그 무렵의 남자 무용수 그리고 소욘의 이야기예요."



  소욘은 그렇게 친구를 배신하고 더 나아가, 파멸시켜 가면서까지 기어이 남자 무용수의 사랑을 얻어낼 수 있었다. 그렇게 자신의 소중한 무언가를 잘라내면서까지 사랑을 얻어냈다면, 그 이후로는 모든 것이 순탄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소욘의 바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란 것은 늘 누군가의 이상대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일이 미라의 뜻대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듯이, 소욘의 뜻대로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어렵게 쟁취한 소욘의 사랑은 유감스럽게도 그가 승리하고 미라가 파멸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이미 시들어가고 있었다. 남자 무용수를 향한 그의 강렬했던 사랑의 열기는 은 마치, 가열된 금속 덩어리를 차가운 액체에 던져 넣는 듯이 사그라지고 있었으며, 남자 무용수 역시 더 이상 이전처럼 소욘을 마음에 두지 않고 있었다.
  남자 무용수는 자신의 실력으로 무용계에서 나름의 위치를 차지한 인물로서, 여러 재능 있고, 명망 높은 무용 예술가들, 그리고 재색을 겸비한 무용수들과 교류를 갖고 있었으며, 그들 중 몇과는 상당 기간 동안 교제까지 했었다. 세간에는 알려지지 않기는 했지만, 그는 이미 무용계의 이면에서 여자 밝히는 것으로 악명이 자자했으며, 그 악명은 조용히 그리고 면면히 퍼져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바였다. 그런 그에게 미라든, 소욘이든, 그렇게 특출난 여인은 아니었고, 그들은 애초에 그에게 있어서 한 번 지나가면 끝인 그런 인연에 불과했다.

  "그러니까...... 길 가다가 꺾어서 한 번 보고, 버리는 들꽃 같은 존재였다는 것이겠지요?"
  아네샤가 묻자, 바르차는 조용히 화답했다.
  "적절한 비유로군요." 이후, 바르차는 차분히 목소리를 내며,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나가려 하였다.

  미라에게 그랬던 것처럼, 남자 무용수는 이후로 소욘을 잘 만나려 하지 않았다. 그래도 의무감에서라도 한 번씩 소욘을 만나 주고, 연락도 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만남은 물론, 연락조차도 뜸해졌다. 1 달에 몇 번 있던 연락이 2, 3 번으로 그치더니, 아예 연락조차 없는 달이 있을 지경에 이르고 있었다.
  그나마 있던 연락마저 뜸해지고, 아예 없어지려 하자, 소욘은 불안해졌다. 남자 무용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가, 와 같은 생각에 사로잡힌 채, 일에 집중하지 못했으며, 심지어는 식사하는 것에 잠자는 것까지 제대로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다가도 소욘은 남자 무용수가 이따금씩 자신을 만나주러 올 때마다 활기를 되찾고는 했다. 그간의 불안감이 씻은 듯이 사라져 갔고, 공허하기만 하던 자신의 마음에 생기가 돌아오는 것만 같았을 것이다. 남자 무용수는 자신이 곁에 없어지면 불안해하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채, 수척해졌다가, 자신이 돌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기를 되찾는 그를 한 번 정도는 만나주고 있었다. 나라에서 활동을 이어가면서 문제 거리가 생기면 안 되기에, 그를 사랑한다는 여인을 따스히 보살펴주는 척이라도 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외국의 미녀 무용수와 교제 기회가 생기고, 그와 동거하며 외국에서 지속적인 활동을 할 기회를 갖게 되자, 그는 더 이상 소욘을 필요치 않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그 남자는 소욘과 어떻게 결별하게 되었나요?"
  바르차가 이야기를 이어가는 도중에 아네샤가 물었고, 그 물음에 답하려 하는 듯이 바르차가 이야기를 조용히 이어갔다.

  남자가 소욘과의 만남을 마치고, 며칠이 지났을 때, 언론을 통해 어떤 사건이 보도되었다. 시내에서 난데 없는 차량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경찰 측에서 폭발한 차량의 잔해 속에서 2 구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하며, 그 중 하나가 다름 아닌 무용 학원의 학생이었던 소욘이었다고 한다. 그 무렵, 남자 무용수는 소욘을 잊고, 바다 건너편 나라의 무용수 '알리치아 (Alicia)' 의 거처에서 그와 동거하며, 지내기 시작했다. 알리치아는 명망 높은 재벌의 영애였고, 남자 무용수의 인생은 탄탄대로 위에 있을 것만 같았다.
  사건의 내막은 이러하였다. 알리치아의 거처로 가려 하는 자신을 향한 집착을 놓지 못하는 소욘을 처리하기 위해 남자 무용수는 어떤 사람을 고용했다. 그리고 그 남자에게 소욘이 무용 학원에서 떠나, 길을 건너려 하면 자신을 공항에서 만나게 해 주겠다는 말과 함께 차에 태우라는 지시를 내렸으며, 그와의 만남이 절실한 소욘은 그런 그의 제안을 마다하지 못할 것이라 이르기도 하였다.
  남자의 예상대로, 소욘은 무용 학원에서 나와 차도 부근에 이르자마자 차를 이끌고 온 이의 제안을 바로 받아들여, 그의 차 뒤쪽에 탔고, 이후, 그의 차를 타고 그와 함께 남자가 떠나기로 한 공항으로 가게 되었다. 그러다가 공항 부근에 차가 도착하자마자 차량이 폭발해 두 사람 모두 죽은 것이다.
  남자는 사실, 그 차량에 사람을 시켜, 자폭 장치를 설치해 둔 상태였다. 그 장치는 특정 지점에 이르면 폭발하도록 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은 소욘은 물론, 소욘을 차에 태우는 고용인에게도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으니, 그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살아있다면 자폭 장치 및 사제 폭탄에 대한 진실을 누설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연하게도 남자는 자폭 장치를 설치한 이와 그 관계자들 역시 독을 탄 술을 마시도록 해 죽였으며, 그 시신들을 암매장했다고 한다. 그렇게 여러 사람을 죽이고서 남자는 재벌 영애인 알리치아를 만나, 그의 일가의 가호를 받아, 인생을 바꾸려 한 것이었다. 당연히 고국에서의 모든 활동은 정리했으며, 고국에서 다시 활동하려 하지 않았다, 범죄 사실이 발각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 그렇게 여러 사람들의 목숨을 바꾸어가며 얻은 새 인생은 어떠하였나요? 탄탄했나요?"
  "그렇다고 믿으시나요?" 이후, 아네샤가 묻자, 바르차가 바로 되물었다.

  하지만 남자의 앞길은 그가 믿은 바처럼 밝고 희망적이지 못했다. 알리치아의 일가 역시 그가 무슨 짓을 저지르며 고국을 떠났는지, 이미 알아차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알리치아가 그를 어떻게든 받아주려 하였기에, 그의 부친을 비롯한 그의 집안에서 그 모든 것을 덮어주는 대신,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가문에서 시키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하라는 것이었다. 굴욕적인 제안이기는 하였으나, 알리치아는 재색 겸비에 사교성도 좋고, 인간성도 나무랄 것이 없는 미녀 무용수였다. 그런 그와 어떻게든 함께하고 싶었기에, 남자는 그의 집안 사람들이 요구하는 바는 어떻게든 다 들어주려 하였다.
  그는 예술 극장 및 무대에서의 공연을 희망하였으나, 알리치아의 가문에게서 그에게 준 일은 가문에 소속된 공장, 그것도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의 생산 시설에서의 하역 작업이 전부였다. 남자는 어떻게든 시간을 내 무용을 하려 하였으나, 공장 사람들은 가문의 지시에 따라 그에게 하루 종일 중노동을 강요하였고, 새벽 일찍 일어나, 밤 늦게 퇴근해야 했던 남자는 무용을 할 육체적, 시간적 여유를 전혀 내지 못했다.
  남자는 명목 상으로 가문의 배우자였으나, 실제로는 배우자 대우를 전혀 받지 못했으며, 거주지도 알리치아와 전혀 달랐다. 가문에서 적당히 마련한 공장 근처의 허름한 집을 거처 삼아야만 했다. 그간 쌓아둔 재산은 전부 압수되었다, 고가의 물품들은 물론, 무용에 필요한 의상이나 도구, 과거의 행적과 관련된 모든 것들마저 전부 가문에 의해 빼앗겼다. 그것들 중 값진 것들은 경매로 팔리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전부 불태워졌다고 한다.
  알리치아는 그런 그를 처음에는 자주 만나주었고, 가문의 핍박이 이어지고, 그로 인해 여러 괴로운 나날이 이어지겠지만, 그래도 기다리라고 말하고서,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격려의 말을 전한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알리치아는 그를 만나려 하지 않았다. 남자가 그를 만나려 할 때마다 늘 일이 있다니, 만남이 있다니, 한다는 소식만 전해질 뿐, 그와의 만남은 물론, 그의 목소리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그런 지경에 놓여 있었지만, 남자의 실상을 아는 이는 거의 없다시피했다. 아닌 것이 아니라, 알리치아의 가문에서 수를 써서 언론을 비롯한 세간에서는 그가 알리치아의 애인으로 가문의 비호를 받아 풍족한 삶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었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일단 살인 전적이 있기에 그것이 들키면 여러모로 곤란할 것 같아요."
  내가 묻자, 바르차가 바로 답했다.
  "그렇지요, 가문 측에서 어떻게든 그 사실을 덮으려 했지만, 봉인된 것은 언젠가는 풀리고, 덮힌 것은 언젠가는 드러나듯이, 그런 실상은 언젠가는 드러날 것이 분명했고, 그래서 가문 측에서도 어떻게든 그 남자를 떨쳐낼 필요가 있었어요. 그리고 가문 입장에서는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 기회를 잡을 일이 생겨나고 말았지요."

  어느 날, 가문 소유의 공장이 위치한 도시에서 그 남자가 사라졌다고 한다. 하지만 가문 측에서는 적극적으로 그 남자를 잡으려 하지는 않았으니, 이대로 영원히 자신들 그리고 자신들의 나라를 떠났으면 하는 바람 정도는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남자는 한 동안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었으며, 이후로 그 나라에서 다시는 남자를 보거나 했다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몇 년의 시간이 지났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술집에서 술상을 마련해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들은 무용 학원 출신의 인사들로 무용수가 된 이들도 있었고, 그렇지 못하고, 다른 일거리를 찾아 그 일에 종사하는 이들도 있었다. 서로 다른 곳에서 각자 다른 일을 하며 멀어져 있다가 간만에 다시 모인 남자들이 그렇게 자신들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비롯한 여러 화제거리삼아 대화를 이어가며 술을 마시고 있을 그 때, 그런 그들의 곁으로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남루하기 이를 데 없는 옷차림과 아무렇게나 길러 헝클어진 검은 머리카락, 얼마나 길게 났는지 입가를 비롯한 얼굴 아래쪽을 거의 가려버린 수염까지, 누가 보더라도 거지로 여길 수밖에 없는 인상의 남자였다. 길가의 노숙자들보다도 더욱 험악하고 허름한 외견의 남자에게서는 독한 술 냄새가 나고 있었으니, 그 냄새를 통해 얼마나 독한 술을 마셨는지를 사람들이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술에 취한 채로 사람들에게 다가온 걸인은 사람들 앞에 이르더니, 갑자기 눈을 부라리며 분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괴성을 내지르며,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술상을 거칠게 뒤엎었다. 그 광경을 보자마자 미친 걸인이 행패를 부리는 줄 알았던 사람들은 걸인의 외침에서 뜻밖의 이름을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 걸인은 다름 아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그들보다도 더욱 높은 경지에 이르고, 수없이 찬란한 명성을 누렸던 그 남자 무용수였던 것이지요. 당시의 남자 무용수는 머리카락을 금색으로 물들이고, 머리카락을 비롯한 외모를 늘 단정히 하고 있었기에, 그 모습으로만 기억하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그 이름을 듣자마자 놀랐던 것이었어요."
  "그를 사칭하는 미치광이로 여기었을 수도 있지 않나요?"
  "그런 사람들도 있었겠지요." 아네샤의 물음에 바르차가 답했다.

  만취한 광인이 주변 사람들에게 모욕을 하고, 이에 반발하는 사람들을 마구 때리고 짓밟는 것도 모자라, 술상의 술잔과 술병을 던져서 깨뜨리는 것으로 주변의 자신과 아무 상관 없는 사람들까지 위협하니, 그 광경을 보고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이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술집의 분위기를 집어삼킨 엄청난 공포의 화신이었던 그 남자는 누군가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해 오자, 소스라치게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술집의 온갖 기물들을 부수어가며 행패를 부리고 공포심을 불러 일으켰으나, 모종의 이유로 이성을 잃어버린 그가 공권력의 개입을 차단할 방법을 생각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듯한 행동을 저지르던 그 역시 막상 누군가에게 잡힐 위기에 처하자 바로 두려움을 느끼고 도망치고 있었다.

  "분명 그 알리치아의 가문은 그 남자가 바깥에 소문날 일을 내지 않도록 했을 텐데...... 결국 일을 저질렀으니, 뭔가 조치를 취했겠군요."
  "그렇습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자리에 없었음에도 가문은 그 남자를 가문에서 제적시키고, 범죄자로서 국제 경찰 측에 범죄자 수배 요청을 내리게 되었지요."
  "그렇다면, 그 이후로 그 남자는 어떻게 됐나요?" 나의 질문에 대한 바르차의 대답 이후, 아네샤가 이어서 물었다. 그러자 바르차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한참 생각에 잠겨 있어서 처음에는 그 역시 그 남자의 행방까지는 알아내지 못한 것으로 여기었다.

  알리치아의 가문 그리고 그로 인해 가족을 잃은 이들은 국제 경찰의 도움을 받아가며, 그 남자를 어떻게든 찾아내려 하였으나, 그 남자는 결국 체포되지 않았다. 얼굴 모습마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허름한 모습에 도시의 어둠 속을 헤매고 다녔으니, 그런 그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더 이상 그 남자와 엮일 일이 없었을 알리치아의 가문은 그 남자가 쉽게 잡히지 않자, 결국 그 남자를 포기했지만, 그 남자로 인해 가족을 잃은 이들은 자신들의 원수나 다를 바 없었을 그 남자를 어떻게든 찾아내려 하였지만, 끝내 그의 행방을 알아내지 못했다.
  그가 오랫동안 잡히지 않으면서 국제 경찰도, 알리치아의 가문도, 그를 원수 삼은 이들 역시 그를 포기하고 그의 존재를 잊었다. 다만, 한 때에는 나름 이름 날리던 무용수였던 그 남자는 가끔씩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기는 했다고 한다. 밀항해서 이웃 나라로 도망갔다는 설, 바다로 헤엄쳐 가려 하다가 바닷물에 빠져 죽었다는 설, 다른 어느 나라에도 가지 못하고, 세상의 어둠 속에서 비참한 신세로 지내고 있다는 설 등 다양한 가설이 나왔었다.

  이후로 이야기는 끝인 줄 알았을 그 때, 조용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들으며, 나는 문을 열어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으나, 바르차는 아직 열어주면 안 된다고 답했다.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에는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는 안으로 들어가면 안 되는 사람이 문을 두드리고 있기 때문임을 밝히는 것으로 답을 하고서, 조용히 주문의 영창을 하며, 내벽 일대가 희미하게 청록색 빛을 띠도록 하였다.
  바르차가 마지막으로 본 광경은 이러하였다 : 적자색을 띠는 등불만이 빛나는 어느 허름한 공간의 탁자 위에 피로 물든 무언가들이 상자에 실리고 있었다. 그 중에는 사람의 머리도 있었지만 그 모습이 무엇인지는 바로 알아볼 수 없었다, 멀리서 내려다 보는 시점이었기에 그 어둠의 공간에서 험악한 인상의 무리가 무엇을 싣고 있었는지를 바로 알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바르차는 그 실체가 무엇인지는 제대로 알아보지는 못했어도, 그것이 무엇을 의미했는지는 이미 알아차리고 있는 듯해 보였다.

  "그 때가 언제였는지는 알 수 있었나요?"
  "그 남자가 사건을 일으키고 술집에서 도망친 이후로 1 년도 채 되지 않은 때에 있었던 일로 알고 있어요."
  아네샤의 물음에 바르차가 답했다. 그에 의하면 그 남자를 수색하는 일은 몇 년에 걸쳐 이루어졌다고 한다. 만약 바르차의 추측이 사실이었다면, 그 남자를 추적하기 위해 사람들이 몇 년에 걸쳐 지속했던 노력은 결국 무의미한 결과를 불러왔을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이야기를 마친 이후, 바르차는 방음을 위한 마법을 해제하고, 문의 봉인도 풀었다.

  마법이 해제되자마자 문이 열리고, 바로 한 사람이 들어왔다. 미라였다. 문이 열리자마자 그는 자리에 앉아있다가 일어나려 했던 나, 아네샤 그리고 방의 한쪽 끝에 정좌하며 앉아있던 바르차 그리고 그 곁에 앉은 아샤란의 모습을 보더니, 바로 그에게 물었다.
  "방금 전까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에, 문을 걸어잠그고 있었던 거야? 두 분께 뭔가 긴밀히 드려야 할 이야기라도 있었던 거니?"
  "......." 하지만 아샤란도, 바르차도 어떤 답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샤란, 바르차에게 미라가 뭔가 더 추궁할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것에 대한 우려를 했었는데, 아닌 것이 아니라, 질문에 침묵하는 것은 동의 혹은 자인을 암시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뭔지는 몰라도...... 두 분만이 알아야 할 이야기라도 있었던 것 같네. 그렇게 생각해야지, 아샤란도 그렇고, 바르차 역시 여기 사람들이나 이 행성계의 사정만 돌아보는 애는 아니고, 다른 쪽 사정도 돌아보고 있을 수 있을 텐데, 그 중에는 내가 알아서는 안 되는 두 분만의 비밀에 관한 것도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다행히도 미라는 바르차 그리고 아샤란에게 무슨 이야기였는지에 대해서는 더 따지려 하지는 않았다. 그러더니, 바르차에게 다가가서 그의 앞에 앉더니, "나에 대한 비밀 이야기는 없어?" 라고 묻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행여 미라에 관한 엄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급히 바르차의 방을 나섰고, 아네샤 역시 그런 나를 따라 급히 바르차의 방을 나섰다.



  "그러니까, 그 남자는....... 사람들이 한창 찾으려 할 즈음에 이미 죽었던 거네, 그렇지?"
  "...... 그런 거지." 이후, 해변가에 이르러 난간 쪽을 바라보며 서 있을 무렵, 나의 왼편 근처에 나란히 서 있던 아네샤가 뒷짐을 진 채로 물었고, 그 물음에 나는 조용히 그렇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어서 그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비록 사람들이 잘 알거나 하지는 못했겠지만...... 결국 그런 식으로 자신의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기는 했었다는 거야."
  "미라 씨께서는 그 남자 그리고 여자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시는 것 같아."
  이후, 아네샤가 건네는 말에 나는 그러할 것이라 화답했다. 그리고 바르차가 미라 그리고 클라리스 등에게 그들의 마지막에 대해 알려주지 않은 것에 대해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고, 그로 인해 일부러 그들에게 알리려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들 스스로 알게 될 때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셨을지도 모르겠네."
  "그러할지도." 그리고 아네샤의 질문에 그렇게 화답을 한 이후, 잠시 조용히 서 있을 때, 아네샤로부터 다시 질문을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이야기의 끝에서 바르차가 보았다는 광경에 대한 질문이었을 것이다.
  "그 남자...... 웃고 있었을까?"
  마지막에 웃고 있었을 것이닞에 대한 질문. 뜬금 없다고 여기었고, 그의 처참한 최후와도 딱히 어울리거나 하지도 않았겠지만, 죽기 전에 뭔가 꿈이라도 꾸었다면 그러할 수도 있겠다 싶기는 했기에 이렇게 답했다.
  "그랬을지도 모르지. 그 이전에는 울었을 수도 있고."
  그리고 이어서 그에게 말을 건네었다.
  "모르기는 해도...... 뭐라 할 수 있을지, 인생 역정이라고 해야 하나, 괴로움 끝에 뭔가 즐거움을 찾은 인생을 사는 꿈이라 할 지, 그런 꿈을 꾸고 있었다면 저런 표정을 짓는 것도 무리는 아닐 거야."

  이후, 해변에 이르렀던 나를 뒤에서 누군가가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보니, 미라가 나를 찾아와 있었다. 미라는 마을에 살고 있었을 묘족 소녀 두 명과 어린 요정 소녀 한 명을 데리고 있었는데, 그들과 함께 해변으로 가려 했다가 나 그리고 아네샤와 마주하게 된 것 같았다.



  미라는 아이들을 바닷가에서 놀게 하면서 그 뒤편 근방의 바위에 앉아서는 그 뒤쪽 부근에 날개를 펼치고 비행하고 있던 나와 아네샤가 자신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동안 아이들의 모습을 조용히 관찰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두 다리를 바위 위에 올리고 그 두 다리를 두 팔로 안기 시작하면서 뒤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제가 바르차로부터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아니, 뭐 딱히......" 그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나 들었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 대답을 듣자마자 미라는 자신도 그러할 것 같았다는 말을 건네고서, 다시 고개를 돌려 자신의 바로 앞쪽을 바라보려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방금 전 바르차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어린 시절 클라리스에 관한 이야기였지요. 클라리스가 루시언 할아버지께서 고기잡이를 마치시고 집으로 돌아오셨을 때, 저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다네요."
  "무슨 이야기였나요?"
  "아닌 것처럼 보여도, 뭔가 괴로운 기억을 품고 있는 듯해 보이며, 전생의 기억으로 인해 마음의 한 구석에 상처가 남아있는 것 같다는 그런 이야기였다고 하네요. 그 때, 할아버지께서는 클라리스에게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고 해요. 그 괴로움을 덜어주려 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일단은 그를 조용히 지켜봐 주라 하셨대요, 저 정도면 어떻게 괴로움을 이겨낼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하면서. 그러면서 그 괴로움이 마음에서 쉽게 떠나지 않을 것 같으면, 그 때에 도움을 주라고 하셨대요."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장성한 이후에도 미라에게 마음 속 한켠이 괴로울 때가 있을 것이고, 그 때가 되면 클라리스가 미라에게 도움을 주라고 한 것으로 그 때가 되면 아는 것도 많아지고, 심적으로 성숙해졌을 클라리스가 미라의 심정을 달랠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루시언 노인은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클라리스가 루시언 노인의 소원대로 미라의 마음을 달래줄 수 있을만한 이가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어떤 말도 꺼내지는 않았다. 자신은 그가 그러할만한 이인지에 대해 뭐라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할아버지께서는 이런 말씀도 해 주셨어요."
  "무슨 말씀을?" 그리고 물음에 대한 답으로서, 언젠가 자신은 현생의 괴로움, 그 원흉이 된 전생의 원수와 마주할 날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고서, 그 떄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미라가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강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하고서, 그 이유는 말해주지 않으되, 그가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 클라리스는 마을을 앞장서 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었으면 한다는 할아버지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검을 잡았고, 검술 단련을 했지요. 저도 할아버지나 클라리스로부터 이런저런 격려 및 충고를 들으며, 검술을 배워가려 했었는데...... 사실, 저는 그런 클라리스에게 지기 싫어서 검술 수련을 했었어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강해지려 하셨던 것이었군요."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요." 이후, 내가 건넨 말에 미라가 동의를 드러내는 화답을 했다. 그 이후, 아네샤는 미라에게 그렇다면, 혹시 전생에서 원수였던 이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으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미라는 이렇게 답했다.
  "그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해요. 하지만 그것에 대해 딱히 기대하거나 하지는 않아요."
  그리고, 그 이유로 어떻게 그와 마주할지도 모르고, 만약에 마주한다고 한다면, 그는 악인이었을 것인 만큼, 추악한 생물로 환생을 했을 텐데, 그런 그를 자신이 알아볼 수 있을 리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음이 그 이유라 하였다.
  "어쩌면 이미 그 생물과 마주했는데, 제가 몰랐던 것일 수도 있겠지요."
  그러다가 곧, 그는 클라리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자신이 어쩌다가 꿈을 꾸었는데, 아주 무서운 광경이 꿈 속에서 나타났다고 한다, 어둠 속에서 새빨간 빛만이 번뜩이는 공간으로 불빛 아래에 탁상 하나가 놓여 있고, 그 탁상에 붉은 덩어리들을 한 무리의 사람들이 상자 안에 싣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 애도 그 광경만큼은 너무도 무서웠다고 말했고, 그래서 아주 무서운 꿈을 꾸었다고 라니아 아줌마 그리고 저한테 이야기를 해 주었었지요."
  붉은 빛이 번뜩이는 그 아래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붉은 무언가들을 상자 안에 싣고 있었다는 꿈, 바르차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들은 바와 거의 같았다. 차이점이 있었다면, 바르차는 광경이 떠오른 시점에서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고 있었다는 것과 달리, 클라리스는 먼 발치에서 바라보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바르차와 마찬가지로 무엇을 보았는지에 대해서는 클라리스 역시 명확하게 말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다만, 그것이 아주 불길한 광경인 것은 알 수 있었다고.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잘 모르셨겠지요?"
  그 물음에 미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랬던 것 같다고 답했다. 그리고 그 때에는 자신도, 미라도 어렸기에 그 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략만 알 수 있었을 것이라 말했다. 그 후, 미라는 두 다리를 내리고 두 손을 바위 위에 올리며, 나에게 물었다.
  "아르데이스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세요?"
  "아르데이스요?" 아무래도 내가 조금 더 아는 것이 많아 보여서 나에게 질문을 한 듯해 보였다. 사실, 나도 아르데이스에 대해서는 명확히 아는 바가 없었다. 이름만 몇 번 들어본 것이 전부. 그러하였기에 해당 행성계에 대해서는 명확히 말할 수 있는 바가 없었다.
  "미라 씨께서는 아르데이스에 가 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후, 대답을 못하는 나를 대신에 아네샤가 미라에게 물었고, 이 물음에 미라는 그렇다고 답했다. 클라리스, 라니아 등과 동행하는 정도였지만 여러번 방문하면서 여러 경치 좋은 곳도 다녀가 본 적도 있음을 밝혔다.
  "혹시 잠시나마 여행을 하시고 싶으시다면 저에게 뭔가 말씀해 주세요, 제가 가 볼만한 곳을 안내해 드릴 테니까요."
  이후, 나와 아네샤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지금 클라리스 씨께서는 어디에 계신지 아시나요?"
  이후, 아네샤가 미라에게 클라리스의 행방에 대해 물었고, 그 물음에 미라는 그라면 분명 거리의 한 곳에 있는 찻집에 야누아 등과 함께 있을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그가 어느 찻집에 갔을지에 대해서는 그 자신도 잘 모른다고 했다.
  "사적인 이야기들이나 하고 있을 테니, 가 봐야 큰 의미는 없을 거예요."
  그리고 미라는 어차피 가 봐야 별 것 없을 것이라 말하고서, 그의 행방에 너무 신경쓰거나 하지는 말아줄 것을 당부했다.



  이후, 달리 갈 곳이 있거나 하지는 않아서 다시 광장으로 돌아가 그 주변 일대를 둘러보려 하였다. 시간이 아침을 지나 낮이 되면서 길 위를 오가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그간 닫혀있던 가게들이 열리는 것과 더불어 거리에는 여러 가판, 노점들이 들어서서 이전보다 훨씬 활발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나는 광장의 다른 가게들보다 광장의 서쪽 그리고 동쪽 가장자리를 에워싸는 노천시장들 그리고 포차들이 더욱 끌려서 노천시장을 중심으로 돌아다니고는 했다. 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경우는 많지 않았지만, 가판대를 돌아다니는 것은 자주 즐기고는 했다. 루샤트 (Lusyat) 를 비롯한 주변 일대의 산악 지대에서는 볼 수 없었을 여러 물건들의 모습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흥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라르나, 그렇게 구경만 하다가 혼난 적도 있었잖아."
  그렇게 구경하면서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다가 뒤따르던 아네샤가 그런 나에 대해 한 마디 말을 건네었고, 이에 나는 그저 조용히 웃기만 할 뿐, 달리 대답을 하거나 하지는 않고 있었다. 산골, 산자락에 위치한 벼룩시장, 노천시장들과 마찬가지로 그 시장에도 옛 시대의 유물들이 진열된 가판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는 옛 시대의 찻잔 조각들이나 의자, 외형만 남은 물품들은 물론, 도검에 심지어 미사일이나 모형 기계 인간까지도 있었다.
  "이런 모형 배들은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자주 보았잖아, 그렇지?"
  가판대 앞의 어떤 작은 모형 범선 앞에 이르자마자 아네샤가 나를 불러, 자신의 오른편 옆에 오도록 하고서는 물었다. 그 물음에 나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리고 나의 왼쪽 곁에 있던 아네샤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서는 그에게 이렇게 물었다.
  "너는 이런 것들을 본 적이 있어?"
  아네샤는 그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 역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그래서 고대 유물들이라든가, 각종 의상, 물품 등을 본 적이 있기는 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처럼 시장도 오래 돌아다닌 것은 아니고, 주로 집 주변 일대의 산악 지역이나 계곡 등지를 주로 돌아다녔기에 자주 보거나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너에 대해 한 가지 뜻밖이라 생각했던 게 있는데."
  이후, 아네샤가 말했고, 그 말을 듣자마자 내가 그게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그 답으로써 나는 뭔가 장난감스러운 것들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네샤의 주변 친구들 중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학업에 매진하는 유형이었고, 놀 거리에 크게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왔었기 때문이라고.

  광장의 동쪽 가장자리 쪽에 있는 노점들 뒤쪽에 자리잡은 어느 꽃집 부근에 이를 때였다. 그 꽃집과 인근의 옷 가게 사이에는 웬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냥 상자로 지나쳐도 될 것 같아 보였으나, 아네샤는 이상하게 그 상자에 유난히 시선을 향하고 있었다.
  "아네샤, 왜 그래? 뭘 그렇게 보고 있는 거야?"
  "저 상자가 유난히 신경이 쓰여서 그래."
  그러자 아네샤가 답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냥 상자일 뿐이었고, 상자를 계속 바라보는 행동이 딱히 의미 있어 보이지 않았기에 아네샤가 쓸모 없는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직 갈 곳들이 많이 있었기에 그 곳에 집착할 수 없어서 아네샤를 불러 그를 이끌고 다른 곳으로 가게 하였다.

  이후, 동쪽 가장자리의 노점 무리 근처에 이르러서는 거리에 나란히 서 있는 수레들에 놓인 음식들을 가만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샐러드라든가, 주변 일대의 수산물로 만들었다는 각종 음식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수레 무리의 사람들 사이에 아샤란, 모린의 모습도 보였고, 그들 근처에 이전에 마주했던 마르차 그리고 율리아의 모습도 보였다. 그들 모두 일상적으로 들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니, 자주 그 일대를 방문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빵 가판대 근처로 가서 빵이라도 바라보려 하는 그 때, 나의 등 뒤로 누군가 다가오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쪽을 향해 돌아서니, 나의 눈앞에 마야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언제부터 따라오신 거예요?" 어느새 내 등 뒤에 있었던 마야의 모습을 보자마자 놀라면서 내가 묻자, 그가 아까 전부터 따라오고 있었다고 답했다. 그리고 빵 사고 싶은 것 아니냐고 묻더니, 손을 내밀어 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 말대로, 오른손을 그에게 내밀어주자, 마야는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종이 화폐 4 장을 나에게 건네 주었다.
  "40 게 (G) 야." 그리고서 마야는 나에게 마을 회관에 이야기를 해 놓았다고 말하고서, 북쪽 길목으로 가서 가능한 빨리 마을 회관으로 가라고 하고서, 이렇게 이어서 말했다.
  "언니들이 보상에 대해 말하지 않아서 회관 사람들도 언니들에게 보상을 해 주는 것을 깜박 잊고 있었던 것 같아. 앞으로 어딘가에서 일을 마치거나 하면 관계자에게 찾아가서 생활비 정도의 보상은 해 달라고 해, 그 지역 일대의 안전을 구해준 사람들인 만큼, 해 달라면 할 수 있는 선에서 해 줄 테니까."
  그러더니, 나에게 가능한 많이 받아두라고 말하고서, 앞으로 받게 될 돈은 아르데이스에서도 잘 통용되니, 받아두면 여러모로 좋을 것이라 이르기도 했다.

  마야가 마을 회관에 일러 나와 아네샤가 받을 보상을 준비해두라 하였음을 밝히고 난 이후, 어쨌든, 아르데이스가 이후의 행선지가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만큼, 돈은 받아두기로 하고, 재빨리 방향을 바꿔 광장의 북쪽 길목 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가능한 빨리 받으려 하였기에 마을 회관 근처에 이를 때까지 줄곧 뛰었다.
  그렇게 허둥지둥 다급히 마을 회관 앞에 이르고, 문을 열자마자 관청의 안내 책상으로 다가가 보상에 관한 문의를 하려 하였다. 그 때, 안내원으로 앉아있던 고양이 소녀를 향해 아침에 마을 회관에서 만난 적이 있던 흰 옷의 소녀가 다가가서 뭔가를 알렸고, 그 이후, 흰 옷의 소녀가 2 층으로 올라가려 할 즈음에 고양이 소녀가 나를 보더니, 환하게 웃음을 짓는 모습을 보이며, 나 그리고 아네샤를 바라보며 말했다.
  "방금 전에 들었어요, 어제 아테다르마에 잠복하던 기계 군단과 그 수장을 토벌하는 데에 중대한 역할을 하신 분들이셨지요?"
  그리고 고양이 소녀가 말하기를, 회관에서 가능한 최대의 보상을 주기로 약속되어 있었고, 나와 아네샤가 회관에 이르면 그것에 대해 통보하기로 하였으나, 다들 깜박 잊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토벌전에 같이 참가했던 이들 중 한 명인 마야가 찾아와서 세니티아에서 온 듯한 바람의 정령들이 기계 병기들을 토벌하는 데에 앞장섰고, 실제로 가장 많은 병기들을 처치해서 군단의 궤멸에 가장 큰 공헌을 했음을 알렸고, 그로 인해 그 사실을 다시 상기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 때 받은 금액은 대략 22000 G 로 한 달 간의 해외여행 경비에 해당되는 보상이었다고 한다. 그 정도의 돈이 있으면 아르데이스 행성권에서 한 달 간 많은 것을 누리며 여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돈의 관리는 일단 아네샤가 맡기로 했다. 물품 관리에 있어 은근 허술한 일면이 있었던 나보다는 그래도 보다 꼼꼼한 편인 아네샤가 맡는 편이 여러모로 안전했음이 그 이유였다.

  그렇게 노점 거리의 빵들이 진열된 수레에서 두 사람이 빵 2 개씩 사 먹을 돈의 550 배 가량의 돈을 지급받고 난 이후, 일행은 다시 다급히 빵들이 진열된 수레 근처로 다가갔다. 그 수레 부근에는 마야가 마치 일행을 기다렸다는 듯이 조용히 서 있었다. 그런 그의 두 손에는 빵이 쥐어져 있었는데, 내가 다급히 노점 거리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동안 빵 한 개를 사왔던 것 같다. 빵을 사서는 마야는 가만히 서 있는 채, 조용히 빵을 먹기만 하고 있었다.
  "돈은 잘 받았어?" 그러다가 나를 발견하더니, 빵 먹는 것을 멈추고서는 나를 보며, 물었고, 그 물음에 나는 그에게 다가가서 받았다고 답했다. 그러자 마야는 다행이라고 말하더니, 이어서 나에게 그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야누아 언니, 마르차 언니도 깜박 잊고 있다가 내가 알려줘서 관청에 가서 받았고, 클라리스 언니, 미라 언니 등도 받았어. 야누아 언니, 마르차 언니는 언니들이 받은 것의 반 정도이고, 클라리스 언니 등이 받은 것은 언니들 정도 받았을 거야. 한 달 간 여러가지 일을 하며 지낼 수 있는 여행 경비 수준이라 들었을 텐데, 아껴서 생활하면 그보다 훨씬 더 적게 쓸 수는 있을 거야. 그래도 잘 간수하며 다녔으면 좋겠어, 언니들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어디서 무엇을 하든 마을이나 도시에서는 돈이 필요하니까."
  그리고 일행이 있던 곳을 비롯한 아르데이스 행성권을 떠날 때에 남은 돈이 있으면 기념품으로 할 것을 제외하면 가능한 마을 사람들에게 주든지, 아니면 금으로 바꾸는 식으로 화폐는 한 푼도 남기지 않도록 해 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나를 비롯한 이들은 이 행성계를 비롯한 아르데이스 행성권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장담을 할 수 없어서 당부했던 모양이다.

  아무튼, 약간의 소동(?) 이후, 나는 수레 위의 가판대에서 빵을 하나씩 사 먹는 것으로 점심 식사를 하려 하였다. 나는 평범한 둥근 빵 2 개 묶음, 그리고 아네샤는 하얀 크림이 채워진 빵을 구매했다. 아네샤는 하얀 그림이 채워진 빵을 좋아했고, 그래서 하얀 크림이 채워진 빵을 보면 주저 없이 사고는 했었는데, 이번에도 하얀 크림이 채워진 빵을 택했다.
  "하여간 네 취향 올곧은 것도 알아줘야 해."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걸. 그것을 어떻게 바꿔~"
  크림 빵을 손에 들며 미소지으며 먹으려 하던 그를 보며, 말을 걸자, 아네샤가 곧바로 그렇게 답했다. 그 때에는 유난히 더욱 흡족해 하고 있었던 것 같았으니, 아닌 것이 아니라, 그간 크림 빵은 고사하고 빵이라고는 호밀 식빵을 먹은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빵을 사서 다른 이들에게도 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시장 거리의 빵들과 그렇게 다르지도 않은데 뭘~. 나중에 생각나면 고향의 시장 거리에서 사 먹자."
  이후, 내가 동행하지 않은 친구들을 떠올리면서 아쉬움의 감정을 표현하려 했을 때, 아네샤가 그런 나에게 그렇게 화답했다. 그리고 친구들이 오게 되면 이런 시장 거리를 찾아가서 빵 하나씩 사 먹자고 청하기도 했다.
  "돈도 많으니까, 넷이 사 먹을 빵을 사기에는 충분할 거야."
  그러다 문득 생각난 것이 있었는지, 나에게 이렇게 물음을 건네는 것이었다.
  "그런데, 라르나, 정말, 그 돈 갖고 빵만 사 먹을 거야?" 이런저런 생활하면서 버는 돈을 대략 3 개월 정도는 모아야 볼 수 있는 돈을 보고 나니, 아네샤도 나름 욕심이 생기기는 했던 것 같다. 그런 그의 물음에 나는 바로 이렇게 답했다.
  "그렇지는 않지. 숙박도 해야 하고, 식사도 해야 하고, 때로는 새 옷도 사야 하고, 그렇게 해야 하니까."
  그리고 그것은 이후에 생각하고, 일단은 빵이나 먹자고 말하면서 빵을 계속 먹으려 하였다.



  빵을 먹고 난 이후에는 광장의 서쪽 너머에 있는 골목을 따라 나 있는 거리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고향에서 했던 바대로, 거리 구경이라도 하기 위함으로 돈이 많이 생기기는 했지만, 그 돈으로 물건을 살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창가의 화분과 빨랫줄 그리고 등으로 나름 화려하게 꾸며진 거리를 따라 걸어가면서 상점들을 하나씩 구경해 보고 있던 그 때, 아네샤가 뭔가를 발견했다는 듯이 거리 오른편-북쪽-의 지붕을 가리키며 외쳤다.
  "아네샤! 저기에 뭔가 있어!"
  "뭐?" 그 외침을 듣자마자 그와 시선을 맞춰 거리 오른편의 지붕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그 이후, 그가 말한 바대로 누군가가 지붕 위에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한 동안 지붕 끝에서 발끝을 모아가며 서 있더니, 그는 이윽고 마치 고양이처럼 지붕을 따라 길의 앞쪽-서쪽 방향-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정말로 누군가가 있었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면서 분명 고양이 소녀일 것으로 여기었고, 아네샤에게 누구일 것 같냐고 묻자, 아네샤는 어디서 본 듯한 모습이기는 했지만, 잘 보이지 않아서 누구라도 분명히 말할 수는 없었다고 말하고서, 신경이 쓰이기는 했지만, 당장에 자신을 어떻게 할 것 같지는 않아서 문제 삼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위에 누군가가 마치, 우리를 바라보는 듯이 서 있어서 그것이 신기해서 불렀을 뿐이야."
  이후, 아네샤가 자신을 왜 불러 지붕 위에 서 있는 누군가를 보게 했는지에 대해 그 이유를 말했다. 별로 대단치 않은 이유였던 것.
  "대단치 않은 것으로 괜히 부르려 하지 말라고!" 그 이유를 듣자마자 나는 그런 그를 (장난 삼아) 질책하는 듯이 말했고, 이에 아네샤는 나에게 "알았어~" 라고 마치 그런 나를 놀리는 듯이 화답했다. 이후, 한 동안 거리를 따라 걸으면서 거리의 모습을 계속 구경하며 지냈다.

  분주했던 거리는 마을의 가장자리에 이르면서 점차 한산해졌고, 여느 마을의 풍경과 다를 바 없는 거리의 모습을 보자마자 바로 지나쳐서 마을 바깥 쪽으로 가기로 하고, 먼저 뛰어가다가 도움 닫기를 하고 그대로 뛰어올라 날개를 펼쳤다. 그 이후, 아네샤 역시 그런 나를 따라 날개를 펼치고 날갯짓을 하며, 마을의 서쪽 방벽 건너편으로 날아가려 하였다.
  "라르나, 저기를 봐!"
  "무슨 일이야, 또?" 또 뭔가를 내려다 본 듯한 아네샤의 부름에 나는 이번에 또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아네샤는 그 대답으로 자신처럼 아래쪽을 내려다 볼 것을 요구했다. 그런 그의 요구에 그 말대로 아래를 내려다보니, 고양이처럼 뛰는 어떤 소녀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블라우스와 짧은 푸른 치마 그리고 다리의 대부분을 감싸는 감빛 천으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하고 등에 칼집에 꽂은 대검을 짊어지고 있는 긴 머리카락을 가진 고양이 소녀였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바로 알아볼 수 았었으니, 바로 마야였다.
  "그러고 보니, 그 지붕 위의 사람도 큰 칼 같은 것을 등에 지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 모습을 보다가 이전에 보았던 그 지붕 위의 고양이 소녀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 소녀가 등에 검을 짊어지고 있었음을 떠올릴 수 있었고, 그러면서 그 마야가 마을에서 지붕을 따라 달리고 있다가 마을 교외까지 이르렀음을 알 수 있었다. 마야는 그렇게 마을 교외까지 가고서, 마을의 서쪽 담벼락을 보자마자 그 담벼락을 손으로 짚으며 기어오르기 시작하니, 그 모습이 마치 발톱을 세우고 벽을 기어오르는 모습과 같았다. 한 동안 그렇게 벽을 타고 기어오르던 마야는 순식간에 담을 넘어 그 너머의 들판을 따라 달리려 하였고, 그 모습을 담 너머의 위쪽 상공에서 바라보던 나는 그가 어디까지 달리려 하는지, 그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그가 있는 곳을 따라 비행을 이어가려 하였다.
  그가 달리는 방향은 아테다르마 계곡과 이어지는 서쪽이 아닌 남서쪽 방향으로 그 너머에는 해변이 자리잡고 있었다.



  지칠 것 같은 모습 하나 보이지 않고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던 마야는 그러다가 어느 한 지점에서 멈추고서 바로 일어섰다. 그 근처에는 수없이 많은 나뭇가지들을 하늘 높이 뻗고 있던 큰 나무 한 그루가 풀밭 사이로 뿌리를 내리고 있었으며, 그 나무 아래로 야누아가 클라리스 그리고 미라와 함께 뭔가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큰 나무의 해안을 등지는 쪽에 모여 있던 세 사람이 모인 광경을 보더니, 그들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려 한 것이었다.
  마야는 그들을 발견하고, 그들의 근처에 이르렀지만 그들의 곁으로 다가가지는 않고, 근방에서 조용히 세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한편, 인적 하나 보이지 않는 그 나무 아래에 모여있던 세 사람-야누아가 왼편에 보이고, 클라리스 그리고 미라가 오른편에 서 있었다. 클라리스는 야누아와 가까운 쪽에 있었으며, 미라는 그 왼편 곁에 있었다-은 뭔가에 관해 열심히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상공에서 지켜보던 아네샤는 그 이후, 야누아가 아닌 마야가 있는 쪽으로 내려가서 그의 왼편 곁에 이르려 하였다. 그에게 뭔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음이 그 이유였다. 그러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며 내가가 그에게 물었다.
  "평소에도 말이 잘 없을 것 같은 이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려 하는 이유가 있어?"
  "마야 씨는 오래 전부터 세 분을 지켜보셨을 것 아니니, 세 분에 관해서는 나름의 솔직한 의견을 내실 수 있어서 그래."
  이후, 아네샤는 마야의 왼편 곁으로 다가갔다. 갑작스레 다가간 것이었으나, 마야는 그렇게 놀라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고 있었다. 이후, 그는 아네샤 그리고 그를 따라 내려온 나를 향해 돌아서더니, 물음 없이 곧바로 이렇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세 언니들이 주로 모이는 곳이야. 인적이 별로 없는 곳이라 뭔가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고플 때, 저 곳에서 모이고는 했어."
  그렇게 나지막히 목소리를 내더니, 다시 나무가 있는 쪽으로 돌아서서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대화에 의하면 클라리스, 미라가 아르데이스로의 출발 준비를 그 날 밤에 하게 되었음을 알렸으며, 엘베 족의 타락한 마법사가 아르데이스를 향하고 있음을 엘베 족의 족장에게 클라리스가 사전 통보를 했다고 한다.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할 필요가 있으니, 경계를 강화해야 한다, 이런 식의 통보를 했었나 봐요?"
  "아직 그런 이야기는 안 한 것 같아." 이후, 아네샤가 묻자, 마야가 바로 답했다. 행성 내 엘베 족, 드벨파 족들이 동요할 수 있어서 그것에 대한 통보는 아직 하지 않고 있으며, 가능한 자신과 일부 경비대원들에게 가능한 선에서 처리하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적 없는 곳에서 저렇게 모인 것도 그런 의도와 관련되어 있을 거야."
  "그런데, 여러 함대가 몰려오고 있을 텐데, 그들 선에서 처리가 가능할까요?"
  "아테다르마에 있던 함대가 어떻게 됐는지는 이미 지켜봤을 텐데." 이후, 내가 건네는 물음에 마야가 답했다. 그리고 그들의 목표는 함대를 끌어왔을 존재들을 격파하는 것으로, 함대를 전부 격멸시키는 것은 아니니, 함대 규모가 문제되는 것인 아닐 것이라 밝히고서 남은 이들은 아테다르마에서처럼 엘베 족 경비대를 비롯한 이들이 처치할 테고, 애초에 구심점이 없어지면 함대는 힘을 잃은 후에 경비대원들에게 각개격파되거나 물러갈 것이니, 너무 우려할 것은 아니라 했다.
  그 이후, 마야는 일정은 꽤 다급히 정해진 것 같다고 말하고서, 그것에 관해 바르차가 알린 바가 있음을 알렸으니, 아르데이스로 이미 마법사가 도착했으며, 그 때를 기점으로 한 무리의 함선들이 아르데이스 쪽을 향하기 시작, 그 날 아침 즈음에 성계 내부로 도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그 통보는 마을 광장에 있던 아샤란 그리고 모린에게 전해졌고, 이후, 아샤란이 해변에 있던 미라에게 관련 소식을 통보한 후에 미라가 찻집에 있던 야누아 그리고 클라리스를 찾아가 관련된 소식을 전하였다고 한다.
  "그 무렵에 큰 언니는 클라리스 언니와 함께 사당 서쪽 길목의 어느 찻집에 있었어. 그러다가 미라 언니의 통보를 듣자마자 클라리스 언니가 큰 언니 그리고 미라 언니와 함께 늘 모이던 곳으로 오라고 했고, 그렇게 해서 세 사람이 이후의 일에 대해 논의하려고 함께 모이게 된 거야."
  그 이후, 마야는 야누아, 클라리스와 멀리 떨어져 있던 미라가 어떻게 두 사람의 곁에 이를 수 있었는지에 대해 알렸다. 이전에 바르차가 있던 사당에서 마주했던 미라가 어떻게 두 사람과 함께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해 의아하게 여기었고, 그래서 관련된 질문을 하려고 했었는데, 마야가 그 이유를 말해주었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야누아 씨께서는 나가시지 않는 거예요?"
  "큰 언니도 가기는 할 거야, 아마 두 사람 뒤에서 만약의 경우를 위해 그들을 지원하는 역할 정도이겠지만."
  아네샤의 물음에 마야가 답했다. 사실 마법사의 행방은 아르데이스 쪽의 사정이므로 원한다면 클라리스, 미라 모두 그 일에 관여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일에 두 사람이 관여하려 하는 이유가 있었다고 했으니, 마야에 의하면 그 사유는 이러하다고 했다.
  "아무래도 두 언니들 모두, 루시언 할아버지께서 아르데이스에 일이 생기면 그 쪽으로 갈 것 같다고 생각한 것 같아."
  "그래요?" 이에 아네샤가 정말이냐는 듯이 묻자, 마야는 그러할 것이라 화답하고서, 루시언 노인에 대해 그는 불의를 용서하지 않는 성격은 아니지만, 거대한 악을 마주하면 맞서 싸우려 하는 성향이 있다고 말하고서, 마법사가 아르데이스에 이른 이후로 분명 그 곳에서 일어나고 있을 거대한 악을 느끼고 루시언 노인이 아르데이스를 향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루시언 노인을 찾으려고 나가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루시언 할아버지께서는 분명 두 사람과의 연을 끊으려 하셨을 텐데......."
  "그것을 두 언니들도 알고는 있을 거야. 하지만 두 언니들 모두 루시언 할아버지의 참혹한 최후는 원치 않을 테니까."
  마야는 야누아를 비롯한 세 사람 모두 이미 늙을대로 늙고, 기력이 쇠할대로 쇠했을 루시언 노인이 무구도 갖추지 않고 전장에 뛰어들었다가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 같다고 확신하고 있었으며, 아무리 그래도 그가 평온한 최후를 맞이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에 어떻게든 아르데이스의 위험 요인들을 차단해 루시언 노인이 무모한 선택을 하지 않도록 하려 할 것 같다고 했다.
  "남은 이야기는 세 언니들에게 직접 들어봐, 내가 말해 준 것들 이외의 이야기들은 세 언니들이 자세하게 해 줄 거야."
  이후, 마야는 나의 왼편 먼 곳으로 걸어가더니, 그 이후, 자리에 앉아 세 사람의 모습을 계속 지켜보려 하였다. 그 이후, 그가 말한 바대로 클라리스, 미라 그리고 야누아가 서로 대화를 이어가던 그 현장으로 다가가 보았다.

  한편, 클라리스가 야누아에게 뭔가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고 있었다. 아르데이스 성계로 갔을 때, 누가 호응해 줄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로 이전에 바르차의 언급을 통해 들은 쌍둥이 자매가 그들 중 일부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왔었다.
  "대마법사의 딸들이라는 그 쌍둥이 자매를 말하는 거지?"
  그러자 야누아가 바로 클라리스에게 되물었다. 클라리스, 미라는 물론이고, 야누아 역시 그 쌍둥이 자매가 누구인지 이미 아는 듯해 보였다. 그 물음에 클라리스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들 자신은 그들이 대마법사의 자식들임을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않았으나, 대마법사의 고향에 거주하는 엘베 족 쌍둥이 자매 소녀들이라고는 그들 이외에는 없었기에 그들이 대마법사의 딸들임을 오래지 않아 알아차릴 수 있었다고.
  "그렇다면, 그 쌍둥이 자매의 이름은 아는 거니?"
  "알고 있어. 야누아, 너도 알고 있을 텐데, 사냥꾼 생활하는 동안 몇 번 마주하면서 본 적이 있잖아."
  야누아의 물음에 클라리스는 그렇다고 답하고서 야누아 역시 사냥꾼 생활을 하면서 아르데이스에서 경비대 일을 하던 두 사람을 마주하고, 그를 통해 그 이름들을 알고 있지 않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그러자 야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지." 라 답했다.
  "아무튼, 출동하게 되면 출동했음을 반드시 아르데이스의 엘베 족 경비대 측에 통보해, 그래야 그 쌍둥이 자매가 알아차리고  바로 나서줄 테니까."
  "알았어, 걱정하지 말라고~" 야누아의 당부에 클라리스는 알겠다고 답했다. 이후, 미라는 두 팔을 높이 들어 손을 머리 뒤쪽으로 올리는 모습을 보이며 야누아에게 엘베 족 마을에 그만한 미인이 있다고 하면서 한 번 소개받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거기까지는 바라지 않아." 그러자 야누아는 그렇게 답하고서, 클라리스 그리고 미라에게 연락을 받고 나면 호응해서 오는 이들은 엘베 족 쌍둥이 자매 그리고 그와 함께할 수 있는 몇 정도에 그칠 것임을 밝히고서 거점 돌파에 전념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클라리스에게 물었다.
  "그 함대가 지표면에 도착하면 어떻게 행동할 것 같니?"   "아르데이스는 원래 황무지 행성이었어. 엘베 족 사람들이 지표면에서 마나를 뿌리며, 사람들이 살 만한 환경을 구축하고 삼림 지대를 넓혔다지만 여전히 황무지들은 많아. 함대가 아르데이스의 지표면 근처에 이르면 우선은 엘베 족의 거점 근방의 황무지에 거점을 잡고 대기하고 있을 거야. 그러다가 선발대부터 하나씩 엘베 족의 영역으로 보내면서 본격적인 침공을 준비하겠지."
  "그 본격적인 침공 이전에 함대의 구심점을 타격해 없애버리자는 거지?"
  "그런 거야." 이후, 야누아가 건네는 물음에 미라가 클라리스를 대신해 답했다. 그리고 밤 즈음에 출발하면 새벽 즈음에 아르데이스 행성계에 도달할 것이고, 그 이후로 선발대와 마주하려면 아침까지 비행을 이어가게 될 것 같음을 알리기도 했다. 그러자 야누아는 다소 걱정이 되는 듯이 시간에 대해 언급을 하는 미라에게 이렇게 물었다.
  "자주 밤을 새는 것 아니니?"
  "어쩔 수 없지, 보고가 들려오면 바로 출동해서 녀석들을 잡아야 하니까 말야."
  야누아의 물음에 미라는 조용히 미소를 띠며 답했다. 그런데, 그 세 사람 중에서 가장 낙천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았던 미라의 미소를 띠는 모습이 그 떄 만큼은 그렇게 밝지는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밤샘을 툭하면 각오하는 삶은 힘들기는 했을 것이다.
  "그래도 너무 고생하는 것 같다. 이번 일이 무사히 끝나면 엘베 족 족장님께 잘 말씀드려 볼게. 너희들이 아르데이스에 있을 동안에는 좋은 대접 받으면 살 수 있게 해 줄 테니까."
  그런 미라의 모습을 보며, 야누아 역시 안타깝다고 여기었는지, 이후에 엘베 족 족장에게 잘 말해 주겠음을 알렸다. 하지만 야누아가 정말로 그렇게 말해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클라리스, 미라 모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로 그렇게 해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우선 미라가 그렇게 말했고, 이어서 클라리스에게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느냐고 물었으나, 클라리스는 미라의 물음에 어떤 답도 하지 않았다. 미라도 야누아의 약속에 대해 선뜻 내키려 하지 않았음에 대해 그를 단순히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하였다.
  "전투가 몇 번이고 계속 될 텐데, 그간의 일로 약속을 잊어버릴까봐 그게 걱정이 될 뿐인 것이지, 뭐."
  "내가 그 정도로 바보일 것 같아?" 그러자 야누아가 미라를 보며 핀잔을 주는 듯이 물었고, 미라는 바로 곁에 있던 클라리스를 의식하며 답을 못하고 있었다 (그를 의식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은 야누아도 마찬가지였다. 말은 없었지만, 고양이 귀가 접히는 것으로 감정 상태가 드러나고 있었다).
  "아무튼, 밤중에 출발해 녀석들이 도착할 시간인 아침이 되기 전에 아르데이스 행성계에 도착해야 해. 그래야 사전에 할 일을 해 놓고, 아침이 될 무렵에 출발할 수 있으니까."
  "사전에 통보했으니, 족장님을 비롯한 엘베 족 관계자 분들도 깨어 있으시겠지?"
  클라리스가 야누아에게 알리는 말을 건넨 이후, 미라가 묻자, 클라리스는 그러할 것이라 답했다. 그 이후, 야누아가 클라리스에게 자신도 가겠음을 밝히고서 동생들도 같이 가라고 할 것이냐고 묻자, 클라리스는 거기까지는 필요 없다고 말하고서, 이어서 말했다.
  "마야는 오고 싶다면 오라고 해. 그렇게 말하지 않더라도 가려고 하긴 하겠지만."
  그러자 미라가 야누아에게 마야는 갈 필요도 없는 전장으로 왜 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고, 이어서 그의 큰 언니일 야누아에게 그것에 대해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야누아는 자신도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에 의하면 마야는 싸움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을 때마다 어떻게든 끼어들려 했다고 한다. 야누아, 마르차가 말린 적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한 번씩 끼어들고는 해서, 결국 야누아도 마르차도 포기했다는 모양.
  "대체 왜 그러는 건데? 뭔가 드러내놓고 말할 수 없는 이유라도 있어?"
  하지만 미라의 물음에 야누아는 그것에 대해서는 딱히 말하지는 않았다. 거기서는 할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모양.



  그것에 대한 이야기는 이후, 야누아가 근방의 조용한 자갈 해변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미라와 독대하는 모습을 보며 들을 수 있었다. 야누아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미라는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그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냥 본능 때문이라고?"
  미라의 놀라면서 건네는 물음에 야누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 미라는 꽤 놀라고 있었지만 야누아의 그렇다는 대답을 듣고 나서는 마치 그러할 줄 알았다는 식으로 그렇게 놀라지 않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그 애는 마르차, 율리아처럼 과격한 면을 가진 애는 아니었지만 호전성이나 호승심은 자매들 중에는 제일가는 애였잖아."
  그리고 싸움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계 그리고 괴물과의 싸움을 바라며, 흥분을 느꼈을 것 같다고 마야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이후, 미라가 야누아에게 그래서 싸움에서 사냥에 대한 기대감을 품고 있었던 것이냐고 묻자, 야누아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 애는 기계 병기나 악마를 사냥감으로 간주하고는 했었어. 우리 자매가 다들 그렇다지만, 마야가 유난하기는 했었지, 우리 자매들 중에서는 가장 야수 같은 면이 강하다고 해야 할 지. 그 애가 말이 참 적은 것도, 평상시에는 그냥 조용하고 별 존재감이 없어 보일 때가 있었던 것도, 얌전하고 할 일만 하는 그런 아이였던 것이 아니라, 실은 야수 혹은 맹수로서의 본능이 유난해서 더욱 그런 면모를 가졌던 것일지도 몰라."
  "그렇다면, 분노로 흥분하면, 가장 무서운 아이가 될 수도 있다, 라는 거네?"
  "그렇지." 이후, 미라가 건네는 물음에 야누아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후, 야누아는 미라에게 조금이라도 좋으니, 자 두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미라는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중대한 일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는데, 잠이 오겠냐고 되묻고서, 클라리스도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 자리에 없던 그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이후, 두 사람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시간을 보낼 곳이라고 아샤란 등의 초청을 받아 거리의 중앙 십자로 동쪽에 있는 대장간 부근에 있는 찻집에서 시간을 보내개 되었다. 그 곳에는 미라와 야누아 그리고 클라리스는 물론, 아샤란과 모린 그리고 근방의 대장간 주인인 루세르나도 있었다. 이들 모두 차를 한 잔씩 대접 받았고, 원탁에 서로 모여 앉아서 대화 시간을 이어가고 있었다. 정문을 등지는 방향에서 반 시계 방향으로 루세르나, 모린, 아샤란, 야누아, 미라 그리고 클라리스가 앉았다. 루세르나의 곁에 모린과 클라리스 그리고 건너편에 앉은 야누아의 곁에는 아샤란과 미라가 앉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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