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Mar. A.R.508
아르데이스 성계의 에브라샤 (Evrasya) 대륙 중부의 대삼림지대.
수많은 나무들이 드넓게 자리잡은 아르데이스 본 대륙 중앙의 저지대로 그 중심을 큰 물 줄기들이 가로지르고 있다. 삼림지대에는 나무들의 수만 많을 뿐만이 아니라, 거대한 나무들이 빽빽이 서식하고 있다고 하며, 얼마나 많은 나무들이 넓게 자리잡고 있는지, 본 대륙의 한 부분이 짙은 초록색을 띠는 것처럼 보일 정도라고 한다.
그 지대는 먼 옛날에는 지표면에는 옛 문명의 잔해들이 쓰러진 광경이 넓게 분포되어 있고, 공중에는 죽음의 괴 물질이 짙게 드리워진 거대한 폐허였다. 옛 문명 세상을 파멸시키고, 인류의 대부분을 멸절시킨 대전쟁의 이후, 그 여파로 현 시점에서 '죽음의 물질' 이라 칭해지는 괴 물질들이 증기, 먼지의 형태로 퍼져갔으며, 그로 인해 살아남은 인간들은 지하로 숨어들어야 했다고 하는데, 그 원인이 된 죽음의 기운이 넓게 퍼져 있는 위험한 지대였다는 것이다.
아르데이스의 역사가 시작될 무렵, 드벨파 족, 엘베 족들은 이들을 정화시키기에는 능력이 부족했기에, 차단막을 설치해 그 지대의 괴 물질이 바깥으로 더 퍼지지 못하게 막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괴 물질들이 대기에서 사라지기 시작했고, 또, 죽음의 물질을 넓고 짙게 퍼져간 그 물질들을 정화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드벨파 족, 엘베 족의 기술력이 늘면서 드벨파 족, 엘베 족 사람들의 연합 하에 그 넓은 지대의 정화 작업이 시작되었고, 여러 노력의 끝에 본격적인 정화 작업이 시작되고, 10 여 년 즈음 시간이 지났을 무렵에 대기와 지표면에 죽음을 부르는 괴 물질들이 거의 사라져, 그 땅은 생명의 땅으로 되돌아올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지대가 정화된 이후, 엘베 족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해 준 생명의 거목에서 태어난 빛나는 씨앗들, 그리고 그 주변에 태어난 초목들의 씨앗을 황무지가 된 대륙 곳곳에 흩뿌리며, 대륙 일대의 지형을 초목들이 무성한 모습으로 바꾸려 하였는데, 그렇게 뿌려진 씨앗들 중 상당수는 대륙의 중앙에 모이니, 이들에게서 태어난 초목이 대삼림지대의 근원이 된 것이었다. 그 초목들이 넓게 퍼지며, 어지간한 대륙보다도 더욱 큰 삼림 지대를 구성하게 된 것이다.
내가 마법진의 형태를 갖춘 문을 통과해 도달한 곳은 그 삼림지대의 중심 부근으로 밤 시간이 되어 검푸른색을 띠는 하늘의 천 위로 흩뿌려진 보석 조각들과 같은 별들의 빛을 가로막는 거대한 그림자들의 눈앞에 보이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몸체가 길고 거대한 비행체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으니, 기계 병기들의 싸움배였을 것이고, 그들 중 눈앞에 바로 보이던 그림자는 다른 그림자들보다도 유난히 컸으니, 그것이 바로 기함 역할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거대한 그림자들 사이로 여러 작은 비행체들의 그림자들이 곳곳에 보이고 있었으니, 이들은 함선 밖으로 나간 함재기들이었으리라. 비행체들은 대개 비행기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지만, 날개를 갖춘 인간형 병기의 모습을 가진 것들도 있었다.
내가 문을 나설 무렵, 아네샤는 이미 그들의 무리 부근의 상공 높은 곳에 있으면서 상황을 관망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내가 도착하면 나와 함께 기함으로 보이는 거대한 배를 들이칠 생각을 하고 있어 보였다.
"녀석들의 동향은 어때?"
"특별한 동향은 없어." 아네샤가 묻자, 내가 답했다. 기계 무리는 수상하리만큼 조용했고, 이는 특이한 시간 대에 열린 문으로 들어올 이를 기계 군단의 구성원들이 경계할 것이라는 전망과는 달랐다. 그래서 혹시 그들이 모르는 척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아네샤에게 접근하는데, 그로부터 질문이 들어온 것이다.
"아무래도 우리가 오고 있음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아."
이후, 아네샤는 자신도 함선들과 함재기들이 마법진의 문으로 자신들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이들이 나왔을 텐데 (크기가 작다면 모를까, 함재기들 중에는 내 키만한 크기의 것들도 많아 그 무리가 눈치채지 못할 만큼 작은 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수상하리만큼 조용해서 의아함을 느꼈다고 말했으며, 그러면서 분명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부러 가만히 있는 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그들은 이미 누군가 자신들의 무리에 숨어 들어왔음을 눈치채고 있었겠지만, 특정한 이유로 모른 척하고, 들어온 이들을 지켜보고 있으리란 것이었다. 그러다가 나나 아네샤가 뭔가 행동을 취하면 그들은 바로 깨어나 활동을 시작할 것이었다. 그렇게 된 이상, 저 무리를 둘이서 공격하려면 일단은 그것을 감안한 충분한 대비는 필수였을 것이고, 그래서 우선 대비를 하기로 했다. 보호막을 가능한 대로 강도 높게 생성했고, 아네샤에게도 보호막을 제대로 생성할 것을 권했다.
"바로 기함부터 타격해 버리자."
이후, 내가 제안했다. 우리가 행동을 개시하자마자 그들이 깨어나 공격해 오게 된다면, 어중간한 것들을 건드리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큰 것을 노리는 편이 더욱 낫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아네샤가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어디를 먼저 타격해도 적들이 전력을 다해 쫓아올 수 있다면, 기함 쪽을 타격해 그들에게 많은 피해를 입히는 편이 낫다는 거지?"
"그런 거야." 그 물음에 내가 답했다. 그리고 기함은 기계 병기 집단에 있어서 사령관에 해당되는 존재이고, 사령관의 몸에 해를 가하는 이들은 후환이 뒤따르는 탓에 그 부하들이 함부로 그 몸을 해할 수 없는 상황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우리 같은 조그마한 것들 잡자고 너희 사령관의 몸에 상해를 가해도 좋다, 이거지? - 이런 의사를 전달할 수도 있다는 거야?"
"그럼." 이후, 아네샤가 묻자, 나는 조용히 미소를 띠며 답했다. 그리고 바로 함선의 머리 쪽을 향하려 하였다. 그 이후, 나는 아네샤에게 그들이라면 이미 자신들에게 '비정상적' 인 이들을 목도하고 있으며, 그래서 뱃머리 쪽으로 나를 비롯한 이들이 오면 바로 행동을 개시하겠지만, 이전 때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어차피 우리는 이미 들켰어. 그들은 이미 우리를 목도하고 조용히 있는 척하고 있겠지. 우리가 뱃머리 쪽으로 오자마자 저 무리는 녀석들을 불러올 것임이 분명해. 하지만 아테다르마에 있던 그 녀석들과 얼마나 다르겠어? 우리는 이미 그 무리를 처치했어, 그들도 그 무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야."
그리고 바로 뱃머리, 함수의 좌측 부분으로 미끄러지듯 비행하며 내려가기 시작하면서 아네샤에게 함수의 우측 부분으로 가 줄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함수의 좌측 부분에 이르자마자 마치 칼의 끝 부분처럼 생긴 함수를 조용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함수 부분의 한 가운데에는 한 쌍의 포신이 장착된 포탑이 하나 자리잡고 있었으며, 칼날의 모양과도 같은 각각의 내부에는 모종의 장치 같은 것들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각 부분의 안쪽 끝에는 동심원 형태를 이루는 장치-가운데에 붉은 보석 같은 것이 박혀 있었다-의 모습이 보였으니, 거기서 빛 같은 것이 분출되어 장치들이 자리잡은 긴 통로를 따라 분출될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 그러한 만큼, 이후로는 '에너지 방출 장치' 로 칭하도록 하겠다.
'그렇다면 저 장치들은 함수 쪽에서 분출될 빛 줄기와 관련이 있겠네.'
그 모습을 보며, 그렇게 혼잣말을 했다. 그 장치들이 파괴되거나 해서 기능이 작동하지 못하면 빛 줄기의 방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보였지만, 어떤 악영향을 줄 지 알 수 없었던 만큼, 그 곳보다는 다른 곳을 먼저 공격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했고, 그 이후, 한 쌍의 포신을 갖춘 포탑을 향해 다가가 그 포탑을 공격 목표로 정했다. 그리고 그 포탑을 향해 오른손에 쥐고 있던 지팡이로 번개 줄기들을 난사, 곡선을 그리는 푸른 번개 줄기들이 포탑을 향하며 충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충격을 받은 포탑은 몇 번의 번개 줄기 타격을 받고 나서 폭파되었다.
그 순간, 고요하기만 하던 함선을 비롯한 비행체들이 일제히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검은 몸체 위로 수없이 많은 붉은 눈들이 번뜩이는 모습이 보였다. 그와 함께 요란한 경보음이 울려 퍼지고, 상공 높이 한 무리의 검은 그림자들이 내 머리 위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내가 공격하려 한 함수의 포탑 역시 작동을 개시해, 붉게 깜박이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때가 왔다!' 그 모습을 보며, 그렇게 혼잣말을 한 이후, 나를 에워싸기 시작하는, 내 크기보다도 작은 비행체들을 공격 목표로 정하고서, 곡선을 그리는 번개 줄기들을 그들을 향해 발사하는 것으로써 그들을 격추시키려 하였다. 자그마한 비행체들은 번개 줄기들이 닿자마자 그 몸체가 궤뚫리며 붉은 열기를 터뜨리며 부서져 갔다.
그렇게 한 무리의 비행체들이 사라지자마자, 다시 작은 새의 형상을 한-실제 크기는 내 키보다도 약간 작은 정도였다- 비행체들이 다시 나타나, 나를 에워싸려 하자, 이들 역시 같은 방법으로 모두 격추시켰으며, 이어서 함선의 뒤쪽에서 한 무리의 세모꼴에 가까운 형태를 갖춘 작은 전투기들이 내가 있는 쪽, 아네샤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자마자 소정령을 소환, 소정령이 번개 줄기들을 연사하도록 하는 것으로 이들을 모두 격추시키려 하였다. 그 무렵, 함선의 오른편 뒤쪽에서 날아오던 무리 역시 아네샤의 소정령이 발사하는 하얗게 빛나는 칼날들에 의해 전부 폭파되고 있었다.
그 이후로도 나 그리고 아네샤는 함수 주변을 향해 날아오는 작은 비행체들을 계속 격추시키며, 함수 쪽을 바라보려 하는데, 그 때, 함수의 깊은 안쪽에 있던 에너지 방출 장치가 격렬히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함수 양쪽의 안쪽에 나란히 위치한 장치들이 에너지 방출 장치와 가까운 깊은 곳부터 시작해 바깥 쪽까지 차례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아네샤, 곧 뱃머리 안쪽의 장치가 거대한 빛을 분출할 것 같아, 일단 가능한 뱃머리 쪽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에너지 분출 장치와 그 앞쪽의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소정령 간 통신을 통해 아네샤에게 배에서 멀리 떨어져 있도록 할 것을 알렸다. 거대한 빛 줄기가 분출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안전을 위해 가능한 배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달라는 것. 그 연락 이후, 아네샤는 함수 부분의 우측 근방 상공의 제법 거리가 있는 곳까지 날아갔고, 그 광경을 보며, 나도 아네샤처럼 함선의 머리 부분에서 가능한 멀리 떨어지려 하였다.
아네샤와의 연락을 마치고, 배의 함수 부근을 벗어났을 그 무렵, 에너지 분출 장치에서 내가 예상한 대로 무언가가 분출되기 시작했다. 붉은 기운을 발하는 새하얀 빛 줄기였다. 함수 쪽에서는 가늘게 분출되던 빛 줄기는 함수를 벗어나자마자 그 폭이 커져서 함선의 좌우 폭보다도 더욱 큰 직경의 거대한 줄기가 함선 바깥, 그 먼 저편으로 나아가는 광경이 보였다. 대량의 기운이 함선보다도 더욱 거대할 것 같은 빛 줄기로서 분출되니, 그 빛의 격렬함에 주변 일대가 잠시 어두워졌으며, 대량의 기운이 한꺼번에 분출되는 그 여파로 주변 상공의 대기가 뒤흔들리며, 마치 무언가가 붕괴하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대기가 어찌나 격렬히 진동하는지 내 주변 시야의 모든 것들이 거칠게 요동쳤고, 몸에서 나를 누군가가 붙잡고 흔드는 듯한 느낌이 몸 속 깊은 곳까지 전달되었다.
이런 충격은 나 (그리고 아네샤) 에게도 전달된 것은 아니라서 그 때 마침 함선의 함수 쪽으로 다가가고 있던 인간형 병기들 중 일부가 그 격렬한 진동으로 인해 몸이 흔들리고 있었으며, 일부 개체들은 그 흔들림으로 인해 추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빛 줄기가 분출될 즈음에는 사전 통지가 있을 텐데, 제대로 통지가 안 된 것 같다).
거대한 빛 줄기가 함선의 머리 부분에서 분출되어 그 격렬한 빛으로 주변 일대가 어두워지는 동안에도 아네샤는 함선의 우측 근방 상공에 있으면서 함선 쪽으로 몰려오는 병기들을 격추시키고 있었다. 갑주의 형상을 묘사한 듯한 인간형 병기들이 발판처럼 생긴 전투기 위에 올라타서 전투기에 의지하며 함선의 머리 부분으로 다가오고 있었는데, 그것들을 격추시키려 한 것.
나 역시 함선의 좌측 근방 상공으로 가 있었다. 그 무렵, 주 날개의 앞 부분이 둥그런-그래서 렌즈의 단면처럼 보이는- 전투기 몇 대가 날개 양 옆에 장착된 장치에서 빛 줄기들을 쏘며 접근해 오고 있었던 것을 그들의 중심부에 자리잡은 구슬처럼 생긴 부분을 노려 번개 줄기로 타격하려 하였다. 이들은 번개 줄기 몇 번에 폭발하며 격추되었다.
빛 줄기는 몇 초 즈음 분출된 이후에 조금씩 그 직경이 줄어들면서 그쳤다. 한 번에 대량의 기운을 분출했을 테니, 그 이후로 한 동안 함수 부분의 포격은 이루어지지 않을 듯해 보였다. 그 에너지 분출 장치를 지나치면서 그 바로 위쪽 부근에 하나의 거대한 포신 그리고 좌우에 하나씩 자리잡은 그것보다 약간 가는 포신들이 배치된 거대한 포대를 발견했었지만 일단은 지나쳐 가기로 했다. 이후, 폭파된 함수 부분의 포탑을 지나치고, 그 너머, 함선의 좌측 가장자리 부분에 나란히 자리잡은 포대들 쪽으로 가려 하는데, 소정령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아네샤가 연락을 시도한 것이었다.
"라르나, 방금 전의 그 배 말인데."
"응." 아네샤가 의문을 품은 것은 그러한 것이었다. 방금 전의 포격은 주포에서 발사된 것이었을 텐데, 주포가 저렇게 포격을 자주 못해서 되겠느냐는 것이었다. 그 물음을 마주하자마자 나는 방금 전에 보았던 그 거대한 포대, 하나의 거대한 포신 그리고 그 좌우의 그것보다 약간 작은 포신들이 배치된 거대한 포탑을 갖춘 포대의 모습을 떠올리며 답했다.
"그 장치 위에 거대한 포신이 있는 것은 봤어?"
"응, 봤어. 그게 부포인가 했었지." 그러자 내가 말했다. 그것이 주포이고, 에너지 분출 장치는 특수 공격 장치이리라는 것. 그 이후, 아네샤에게 한 번 사용하면 재사용에 그렇게 오래 걸리는 병기가 어떻게 주포가 되겠냐고 말한 다음에 이후로 한 동안 정신 없을 테니, 연락은 못할 것 같음을 알리고서 연락을 끊었다.
그 무렵, 나의 눈앞으로 갑주형의 거대한 인간형 병기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병기는 두 손으로 거대한 총포를 들고 있다가 내가 다가오자마자 총포의 포구를 내가 있는 쪽으로 내밀기 시작하더니, 포구에서 포탄들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새빨간 불꽃의 형상과도 같은 화염탄들을 이리저리 피해 가며, 거리를 두는 채로 지팡이에서 생성되는 번개 줄기들로 우손 두 팔을 타격하기 시작했다. 그 총포를 들고 있는 손을 파괴하고 나면 공격 수단이 없어질 수 있음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총포가 폭파되고, 그 충격으로 병기가 두 팔을 벌려 흉부가 노출되자마자 재빨리 앞으로 나아가, 지팡이에서 칼날을 생성해서 그 칼날로 흉부를 찌르니, 흉부가 궤뚫린 병기는 내가 그 병기를 지나쳐, 포대 쪽으로 날아 내려갈 즈음에 폭음을 일으키며 폭파되고 있었다.
그 이후로 한 번씩 몰려오는 소형 인간형 병기들, 전투기들을 소정령의 번개 줄기들로 격추시키면서 포대 앞으로 가서 포대의 포탑들을 공격 목표로 정하고 오른손으로 쥐고 있던 지팡이 그리고 왼손에서 번개 줄기들을 생성해 타격하려 하였다.
그 순간, 포대들이 내가 있는 쪽을 향하기 시작하더니, 각 포탑에 한 쌍씩 달려있는 포신들이 붉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 빛을 보자마자 빛이 있는 일대를 함선의 바깥 쪽-나의 오른쪽 방향-으로 날아가며 피하는 순간, 나의 왼편에서 포구들이 빛을 발하는 모습이 보였고, 다시 왼쪽으로 날아가며 피하려 하였다. 이후, 나는 두 포탑들의 포신들이 두 쌍의 붉은 광선을 분출하는 그 사이에 있으면서 다시 왼손과 지팡이에 바람의 기운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번개 줄기들을 분출하기 위한 일이었다.
빛 줄기들을 연사하는 앞쪽의 두 포탑들을 사이에 있으면서 우선 그 두 포탑들을 번개 줄기들로 타격하기 시작, 그러면서 소정령에게 명령을 내려 전방 쪽 상공에서 다가오는 비행체들을 격추시키도록 하였다. 대개는 소형 전투기들이 두 개의 선상 열을 이루면서 접근해 오고 있었는데, 간혹 이전에 보았던 렌즈의 단면처럼 생긴 큰 전투기들이 몰려오기도 해서 그 때에는 사격을 더 빨리 해, 가능한 빨리 격추시키려 하였다.
포탑들은 몇 발의 타격을 받으면서 장갑이 부서지고, 안쪽에서 파열되기 시작했다. 파열을 견디지 못하면서 장갑이 벌어지고 뜯겨지며 열기가 터져나온다 - 이런 식으로 포탑들은 폭발하고 있었고, 포탑들은 폭발할 때마다 불길과 연기가 치솟는 흔적을 남겼다. 한 쌍씩 포탑들이 폭발할 때마다 뒤의 포탑들이 내가 있는 일대를 노리며 공격해 갔으나, 그들 역시 이전에 폭발한 포탑들과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타격을 받고, 폭발하는 이전의 포탑들의 뒤를 따르는 모습을 보이니, 얼마 지나지 않아 함선의 좌측 변두리에 있던 포탑들은 그렇게 전부 파괴되었다.
포탑 이외에도 함선의 몸체에는 여러 포구들이 박혀 있었고-마치 붉은 보석이 검은 몸체에 박혀있는 모습 같았다-, 각각의 포구에서 붉은 광선들이 발사되고 있었고, 또한, 그 포구들 사이에 있는 기계 장치들에서 미사일들이 발사되어 내가 있는 쪽으로 날아오기도 했다. 미사일들은 소정령으로 격추시키고, 포구와 미사일 발사 장치들은 곡선을 그리는 번개 줄기들을 생성해 그 번개 줄기들이 장치들을 향해 날아가도록 하면서 폭파시켰다.
그러다가 함교 쪽으로 가던 그 때, 받침대 형태의 전투기에 탑승한 대형 인간형 병기들이 내가 있는 쪽으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인간형 병기들은 나의 바로 앞으로 접근하자마자 전투기에서 뛰쳐 나왔고, 이후, 전투기들은 뒤로 물러나면서 사라졌다.
10 여 기의 병기들은 오른손에 장검, 도끼를 들고, 왼손에 방패를 든 채로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으며, 그러면서 방패를 앞으로 내밀고, 방패에 숨겨진 총포로 광선을 쏘며 나를 위협하려 하였다. 이들이 접근을 시도할 때마다 번개 줄기들을 방출, 이들이 병기들을 향해 나아가도록 하면서 소정령 역시 이들을 향해 번개 화살들을 발사하도록 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타격을 가하면서 앞장서는 개체부터 하나씩 폭파되어 갔으나, 화력의 집중에서 벗어나 있던 뒤쪽의 세 개체들은 내가 있는 바로 가까이까지 접근해서 오른손의 무기로 공격을 시도하려 하였다.
그렇게 세 개체들이 하나씩 접근해 오자, 오른손에 든 지팡이에 번개의 기운으로 칼날을 생성해서 이들과 맞서려 하였다. 결국 그들은 번개 칼날에 팔이 잘리거나 하는 식으로 무기를 놓치고, 폭파되면서 하나씩 제거되어 갔다.
처음의 포대 무리를 지나치고, 다음 포대 무리에 이르러서 포대를 공격하려 할 즈음, 우측 상공 부근에서 하나의 거대한 구조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검은색을 띠며 가장자리의 탑 끝에서 붉은 빛을 깜박이는 그 구조물이 나타나자마자 안쪽의 문이 열리면서 그 내부에서 한 무리의 인간형 병기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이들을 보자마자 소정령으로 하여금 그 병기들을 격추시키도록 하고서, 번개 줄기들로 구조물을 직접 타격하려 하였다.
처음으로 나타난 구조물의 경우에는 문이 열린 사이로 번개 줄기를 들여 보내는 방식으로 타격했으며, 그 뒤에 나타난 것의 경우에는 문이 열리지 않았기에, 바깥 쪽의 바닥 한 가운데를 우선 공격하고, 바닥이 폭파되어 구멍이 뚫리자, 노출된 중심부를 집중 타격하는 방식으로 공격하려 하였다. 이들 모두, 안쪽에서 파열이 일어나기 시작할 즈음에 멈추었다. 파열이 한 번 일어나기 시작하고 나면 폭발까지는 금방이었기 때문이었다.
근방의 함선들에서 대량의 소형 전투기들이 사출되어 내가 있는 쪽으로 날아오는 광경도 한 번씩 보였다. 그렇게 그 개체들이 몰려올 때마다, 나는 내가 직접 생성하는 번개 줄기들, 소정령의 번개 화살들로 격추시키려 하였다.
이후, 뒤쪽의 여덟 포대들이 나란히 배치된 곳으로 가서, 여덟 포탑들을 이전 때처럼 둘 씩 공격하는 방식으로 파괴하며, 그 너머로 가려 하였다. 이전의 무리와 비슷하게 생긴 만큼, 공격 방식도 이전의 포대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그래서 이들 역시 이전 때와 같은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함선의 중심 쪽에 있는 포대들을 폭파시킨 후에 함선의 한 가운데 부분을 지나칠 무렵에는 병기들이 내 쪽으로 몰려오지 않았다. 아네샤의 행방이 궁금해졌지만 전투가 이어지는 동안에는 아네샤에게는 어떤 연락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잠시 적들의 공세가 소강되고 있을 때가 되니, 그 틈을 노려 잠시 연락을 시도했다. 다행히도 아네샤 역시 연락이 닿았는지 바로 나의 연락에 응하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라르나, 그 쪽은 어때? 괜찮아?"
"문제 없어." 아네샤가 묻자, 내가 바로 응답했다. 그러면서 아네샤가 있었을 반대편을 바라보니, 그 쪽에서는 병기들을 향해 하늘색 빛 줄기들이 날아오는 모습, 그리고 소정령에서 발사되었을 칼날들이 소형 전투기들을 향해 날아가고, 전투기들이 폭발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이들은 뒤쪽에서 보이던 것들과 비슷해 보이는 이들이었고, 그래서 그 광경을 보며, 아네샤가 뒤쪽의 무리와 먼저 마주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행이네." 이후, 아네샤는 지금 한창 교전 중이며, 문제가 생기면 연락하겠음을 알린 후에 연락을 끊었다.
'때가 안 맞았네.' 그렇게 짧게 연락을 마친 후, 나는 먼 저편에서 비행체들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네샤가 있던 곳의 뒤쪽에는 한 쌍의 큰 주날개 위에 하나씩 길다란 포신을 갖춘 포탑이 장착된 대형 전투기도 있었는데, 이 쪽에도 그런 전투기의 모습이 보여서 그것과의 교전을 치를 일도 있음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잠시 후, 나를 향해 한 무리의 전투기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새처럼 생긴 전투기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지만 나와 접근해 온 일부 개체들은 동체의 뒷 부분처럼 보인 일부분을 꺾으면서 마치 사람의 다리와 같은 형상을 보이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두 팔 부분을 노출시켜 팔과 다리를 갖춘 비행기의 형상을 만들려 하였다. 이들은 오른팔 끝의 칼날 부분이 붉은 빛을 발하도록 하면서 돌진해 갔고, 그 광경을 보자마자 소정령이 번개 작살들을 연사하도록 하면서 지팡이에서 칼날을 생성해 이들의 검격에 대비하려 하였다.
그 이후, 소정령의 번개 작살들을 뚫은 몇 개체들이 칼날을 앞세워 다가오자, 지팡이에서 생성된 칼날로 이들과 맞서기 시작, 앞서 온 개체는 칼날을 두 손으로 잡은 지팡이의 칼날을 통해 나의 왼편으로 밀쳐내고서 그 틈에 기수를 찌른 다음에 비행체의 기수 부분을 위로 베어 잘라내고, 그 단면 안쪽으로 칼날을 찔러넣는 방식으로 제압하고, 뒤따라 온 개체는 그것에서 왼손에서 발사하는 미사일들을 검격으로 베어내며 막아내면서 그것을 향해 다가간 이후에 왼팔을 잘라내고, 이후에는 이전의 개체처럼 칼날을 왼쪽 방향으로 밀어내고서, 기수를 우측 위쪽 방향으로 베어 잘라냈다. 그 개체 역시 이전의 개체와 같은 방식으로 공격해 제압했고, 이후, 두 개체를 지나치려 할 즈음, 그 개체들이 폭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이후로 나를 향해 기함 그리고 주변의 함선들에서 발사되는 미사일들을 격추시키고, 함선의 몸체 곳곳에 자리잡은 포구에서 발사되는 곡선을 그리는 붉은 광선들을 피해내며, 함미 쪽에 있는 무리를 향해 다가가려 하였다. 그러면서 기함 주변의 호위 함선들 그리고 함선들의 광선 공격과 마주하기도 했었고, 그 모습을 보자마자 그 공격에 응하는 듯이, 호위 함선들의 함교를 향해 번개 줄기들을 쏘아 보내기도 하였다. 그 이후, 비행체들과 마주할 무렵에 우측 건너편에서 뭔가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함교에 타격을 받은 함선들이 폭발한 것이 아닌가, 했다.
앞장서는 것은 아네샤가 상대하는 무리에도 끼어있던 큰 주날개를 가진 검은 비행체로 몸체는 검었지만 무늬는 붉게 빛나고 있는 개체였다. 각 날개의 중심 쪽에 길다란 포신을 갖춘 포탑이 장착되어 있었으며, 날개 가장자리 그리고 동체에 가까운 부분에도 하나씩 공격 장치들이 장착되어 있어서 그것을 통한 공격도 할 수 있어 보였다.
비행체는 나에게 접근하자마자 포격을 개시, 붉은 광선이 날개의 각 포구에서 분출되도록 하면서 기수 쪽에 장착된 포구를 통해 붉은 광탄들을 연사하기 시작했다. 이들을 피해가면서 우선 주날개의 포탑들 그리고 이어서 기수의 장치들을 공격 목표로 정하고, 각 목표를 향해 번개 줄기들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이후, 포탑과 기수에 이어 날개 주변의 장치들이 빛나기 시작하더니, 각 부분에서 붉은 광선들이 내가 있는 쪽으로 곡선을 그리며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 곡선을 그리는 빛들이 날아올 시점에서는 기수의 포구들이 거의 폭파되고 있어서 직선을 그리는 포구에서의 광선을 제외하면 그 빛 줄기들만 주의하면 되었다.
먼저 우선 기수 부분들의 장치들부터 폭파시키고, 이어서 주 날개의 장치들을, 마지막으로 포탑들에 번개 줄기들을 집중시켜 포탑들의 장갑을 부수고 그 안쪽을 터뜨려 그 폭발로 날개에 피해를 가하려 하였다. 좌익 부분은 폭발 이후에도 형체가 남았지만, 우익 부분은 폭발이 크게 일어나 날개가 부서지기에 이르렀다. 한쪽 날개가 폭발로 인해 부서진 비행체는 우익의 절단면에서 불길과 연기를 뿜어내며 함선의 좌측-나의 우측- 방향으로 몸체가 기울고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추락하는 개체 하나 남기지 않기 위해 그 부분의 동체와 좌익 부분을 공격 목표로 정하고, 그 부분에도 번개 줄기들을 집중시켰다. 한 번 파괴되기 시작한 비행체는 이전까지의 방호력을 내지 못했다, 추락하면서 좌익 부분의 갈라진 부분을 따라 날개가 절단될 지경에 이를 정도. 그러하였으니, 몇 번의 번개 줄기에 의한 타격에도 날개의 중앙 부분과 동체가 폭발을 일으키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화염과 연기를 분출하며 형체가 부서졌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그 비행체를 중심으로 날개 모양의 장치를 장착한 인간형 병기들을 비롯한 비행체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우선 인간형 병기들이 앞서 오고, 그 뒤를 전투기들이 따랐다. 인간형 병기들은 나에게 접근하자마자 각자의 손에 들고 있던 무기들을 꺼내니, 이들 대부분은 칼날이 달린 창을 들고 있었다.
이들 중에서 앞서 오는 이는 지팡이에 칼날을 길게 생성한 직후에 두 손으로 지팡이를 들고 왼쪽 위로 창을 올려쳐서 병기의 두 팔을 제치고, 그 이후에 오른발에 마력을 실어 복부를 친 다음에 경직된 틈을 노려 두 손으로 잡은 지팡이의 뒤쪽 끝에서 번개 구체를 생성해 머리에 쏘아 넣고, 이어서 그 오른쪽 어깨를 베어내고, 목을 찌르는 방식으로 처치했다.
머리에 번개 구체가 박히고, 목이 찔린 비행체가 고통 받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지나치자마자 그 너머로 다가오는 비행체가 창으로 나를 베어내려 하였고, 이에 그 비행체의 아래 쪽으로 미끄러지듯 비행한 이후에 칼날로 왼쪽 허벅지를 베어 절단한 이후에 올려치기로 왼팔까지 잘라내 버렸다. 이후 당황해서 자신의 무기를 오른손으로 쥐는 인간형 병기의 시선을 마주하자마자 지팡이를 오른손으로 쥐고, 왼손에 번개의 기운을 강하게 일으켜, 그 복부에 왼손을 내밀고 왼손에서 번개 줄기를 분출했다. 번개 줄기는 병기의 복부를 궤뚫고 그 너머로 파랗게 빛나는 모습을 보였으며, 그러면서 그 뒤로 날아오는 또 다른 인간형 병기의 왼쪽 어깨를 강타했다.
마지막으로 날아온 인간형 병기는 어깨에 타격을 입은 채-그 여파로 왼쪽 어깨의 관절 부분에 붉은 스파크가 튀고 있었다-, 오른손에 든 미늘창으로 나를 공격하려 하였다. 병기는 미늘창으로 살짝 왼쪽 방향으로 비켜서 내려치는 방식으로 나를 공격하려 하였고, 그런 그의 동작을 보자마자 나는 그 공격을 피하려 하면서 그를 지나치려 하다가 후진하면서 두 손으로 든 지팡이의 뒤쪽 끝으로 그것의 뒷목을 찔렀다. 뒷목을 찌르는 것 자체는 가볍게 했지만, 그 이후, 번개의 기운을 지팡이 뒤쪽으로 집중시켜, 번개 줄기가 그 뒷목을 궤뚫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차례로 나를 향해 다가온 인간형 병기들은 각자 치명상을 입고, 그 직후에 폭파되었다-폭음이 들려오는 것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한편, 아네샤에게도 인간형 병기 셋이 다가오고 있었으며, 그들은 아네샤를 향해 장창을 든 채로 한 번에 몰려오려 하였다. 그러자 아네샤는 그들을 향하는 시선을 유지한 채로 재빨리 후진하더니, 소정령을 앞으로 내밀어서, 임시 보호막을 만들어 그들을 저지하려 하였다. 그리고 그들이 정면을 뚫지 못하고 잠시 머뭇거린 틈에 하늘색을 띠는 바람 줄기들을 그들을 향해 집중시켜, 이들의 머리, 흉부, 어깨 등을 타격하기 시작, 왼쪽, 가운데, 오른쪽의 순으로 병기들이 바람 줄기에 몸이 뚫리고 장갑 안쪽에서 파열이 일어나, 몸이 부서지면서 폭파되었다.
그 이후, 아네샤가 소정령을 회수할 무렵, 나는 내가 있는 저편에서 인간형 병기들이 두 손에 총포를 들고 사격을 하며, 붉은 광탄들로 나를 위협하고, 그와 더불어 소형 비행체들이 곡선을 그리는 두 개의 대형을 이루며, 돌진해 오는 광경도 보게 되었다. 우선 이들을 소정령의 번개 작살들로 격추시키며, 멀리서 사격을 하는 인간형 병기들을 격추시킨 후에 뒤따라 오는 전투기들 역시 그들을 지나치려 하는 듯하면서 곡선을 그리는 번개 줄기들로 쏘아 맞혀 터뜨리며, 그들의 대장기 역할을 했을 대형 전투기를 향해 접근해 갔다.
이전의 검은색을 띠던 것과 달리 은회색을 띠며 검은 무늬가 새겨진 개체로 색깔만 다를 뿐, 모양과 성능 자체는 이전에 보였던 것과 거의 같은 개체였다. 우선 주날개의 각 가운데에 장착된 포탑의 길다란 포신에서 붉은 빛 줄기를 하나씩 분출해 나를 위협하며, 기수의 포격 장치에서 광탄들을 연사하며, 빛 줄기들을 피하려 하는 나를 쏘아 맞히려 하였다. 이리저리 붉은 빛들을 피해 가며, 기수의 포격 장치들을 우선 폭파시킨 이후에 기수의 바로 앞까지 접근해서 기수를 넘어, 동체의 한 가운데 부분을 직접 찌르기 시작했다.
비행체도 내가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차리고, 보호막을 펼치고, 나를 밀어낸 이후에 각 날개의 변두리에 숨겨놓은 공격 장치들을 꺼내, 직선 상으로 미사일들을 연사하며, 나를 격추시키려 하였으나, 나는 이들을 소정령의 번개 작살들로 격추시키고, 미사일 발사 장치들을 포탑과 함께 공격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결국 공격 장치는 포탑과 함께 폭파되고, 포탑들은 장갑이 찢기고 파열되어 열기를 터뜨리면서 비행체의 주날개들에도 영향을 주어, 좌익 부분이 그 폭발로 뜯겨지며, 비행체는 자신의 왼쪽 방향으로 기울어지며,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 비행체를 이전에 추락하던 비행체처럼 곡선을 그리는 번개 줄기, 그리고 낙뢰로 충격을 가해 격추, 폭파시키며, 나는 함미와 배기 장치 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배기 장치가 맹렬히 불꽃을 분출하는 모습이 멀리서 보이기 시작했다.
배기구의 불꽃을 바라보며 불길이 보이는 쪽을 향해 달리듯 날아가려 할 즈음, 먼 저편에서 붉은 광선들이 내가 있는 쪽으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 광선들을 피해가면서 광선들이 발사되는 쪽을 공격 목표로 정하려 하였다. 광선들이 발사되는 쪽에서 자그마한 하얀 원들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고, 그 원들을 향해 번개 줄기들을 발사, 곡선을 그리며 파란 번개 줄기들이 원이 보이는 쪽으로 날아가도록 하였다.
붉은 열기가 터지는 광경을 보며, 함미의 배기구 쪽으로 향하는 그 순간, 소정령 간 통신 요청이 생겼고, 그 요청에 응해 통신을 시작하였다. 이번에는 아네샤가 내게 연락을 개시한 것이었다. 아네샤의 목소리가 깜박이는 소정령을 통해 들려왔다.
"방금 전에는 정신 없어서 연락을 못 했어. 라르나, 지금은 어때?"
"보다 여유로워졌어. 이제 배기구 쪽으로 가면 될 거야. 지금은 대체로 조용한 편이지만, 그 쪽으로 가면 녀석들이 치열하게 덤벼올 거야. 그 전의 숨돌리는 시간이 온 거겠지."
그러자 아네샤는 "그렇구나." 라고 우선 화답했다. 그리고 자신은 나와 반대편에서 함미 쪽으로 다가가고 있음을 내게 알린 이후에, 기함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하였다. 우선 그는 그 기함은 행성계 침공에 앞장서는 선봉대의 기함으로 함대에 속한 부대마다 하나씩 같은 급의 함선이 있는 것 같다고 했으며, 뒤쪽에 그 모든 부대들을 통솔하는 본 함대의 총 기함이 위치하고 있음을 이어 알렸다. 본인도 스스로 알아낸 것은 아니고, 마녀나 클라리스 등의 통신을 통해 알게 된 것 같다.
"총 기함의 크기는 어느 정도래? 이 함선 정도야?"
"상당히 비슷하다고 들었어." 내가 묻자, 아네샤가 바로 답했다. 그리고 본 함대에는 대형 병기들은 많지 않지만, 강력한 병기들이 다수 운용되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하고서, 본 함대에 도달할 즈음에는 보다 조심하며 가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함선의 뒷 부분에서 함미 부근까지는 병기들의 저지가 크지 않았던 만큼, 금방 도달할 수 있었다. 한 쌍의 배기구마다 하나씩 격렬하게 분출되는 화염이 주변 일대를 환하게 비추고, 그 너머로 부대에 속한 전함, 모함 등의 함선들이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각 함선 주변에는 더욱 작은 전투정, 함선들 그리고 전투기들을 비롯한 병기들이 배치되어 있어서 기함이 얼마나 많은 함선들의 호위를 받고 있는지를 그 광경을 보며 바로 알 수 있었다.
"함미 너머에 있는 것들, 보고 있어?"
이번에는 내가 아네샤에게 물었다. 그러자 아네샤가 바로 보고 있다고 답한 후에 "그것들, 모두 처치할 필요는 없겠지?" 라고 물었다. 그 물음에 나는 당연히 필요 없다고 답하고서, 그렇게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이어 말하기도 했다.
"거기에 함선들, 병기들이 어떻게 배치되어 있는지를 봐도 알 수 있잖아, 그것들을 모두 다 처치할 수 없으리라는 것. 그 무리를 처치하는 것은 다른 누군가가 대신해 줄 거야. 저들을 돌파해서 기함을 처치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겠지."
"엘베 족 경비대의 협조도 있을 것이라 했었지?"
"응, 그 경비대에 속해있는 마법사의 두 딸들이 도와주러 오겠다고 말하기도 했고. 기함이 처치되면 지휘가 마비되어 함선들이 체계적인 행동을 할 수 없을 거야, 그러면 경비대원들이 어느 정도 강력한 병기들을 끌고 오면 충분히 함대를 패배시킬 수 있을 거야."
"이외에 클라리스 씨나 미라 씨 등도 오시기로 했지?"
"응, 우리 말고 다른 부대의 기함들을 처치하는 것이 그 분들의 목표일 거야."
이후, 아네샤가 묻자, 내가 답했다.
그 무렵, 나는 이미 함미의 좌측 배기구 근처에 도달하고 있었으며, 내가 배기구 앞에 도달할 시점에는 배기구의 불꽃이 더 이상 분출되지 않고 있었다. 그 전까지 배기구에서 불꽃이 분출되고 있었으면서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던 것을 보면서 시험적으로 분출하려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지금 함미에 있지?" 배기구 쪽을 관찰한 이후에 아네샤에게 묻자, 아네샤 역시 이미 도착했다고 답했고, 그 이후, 아네샤는 자신이 먼저, 이제 적들이 계속 몰려올 테니, 이만 연락을 끊자고 청했다. 그리하여 통신을 끝내고, 배기구 근처에 있으면서 내 쪽으로 몰려오는 적들과 마주하기 시작했다.
우선 다가온 이들은 멀리 보이는 주변의 모함들에서 사출된 회색을 띠는 소형 전투기들로 세모꼴 주날개가 둥그런 동체에 장착되어 있었으며, 동체와 주 날개 사이에 한 문씩 포신들이 장착되어 있는 외형을 갖추고 있었다. 사출되는 병기의 수는 어림 잡아도 30 은 넘어 보였다. 이들은 모함에서 사출될 때에는 한 줄로 나란히 비행하다가 내 앞에 이르기 전에 흩어져서 내 앞에 이르렀을 때에는 대열 없이 흩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공격 목표로 정하는 것은 그들이 내 앞에 배치되기 전에 이미 했으며, 그것들이 내 앞에 이르려 할 즈음에 번개 줄기들을 발사해 다수의 번개를 품은 푸른 곡선들이 이들에 닿아, 이들을 붉게 터지는 열기로 변해 사라지도록 하고 있었다. 목표로 삼을 수 있는 개수의 제한보다도 수가 더 많았지만, 목표가 되지 않은 개체 수는 얼마 되지 않았고, 그래서 목표가 되지 않은 소수의 개체들은 소정령의 번개 작살들로 모두 격추해낼 수 있었다.
그 병기들이 사라지도록 한 후에는 높이만 해도 내 키의 두 배 즈음 되어 보이는 인간형 병기들이 내 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배기구 쪽으로 다가온 나를 저지하기 위해 온 개체였을 것이다. 마치 짐승을 인간화한 것처럼 생긴 형상에 암적색을 띠는 갑주를 두르고 있는 개체로, 둥그런 형상의 대형 견갑 부분의 한 가운데에는 공격 장치일 법한 붉은 반구체가 자리잡고 있어서 견갑 부분을 눈에 띄게 하고 있었다. 양 완갑에는 칼날들이 장착되어 있었고, 무릎 부분에도 칼날이 장착되어 있어서 그것들이 검을 대신해 접근 공격 역할을 하도록 되어 있었던 것 같다.
백병전에 특화된 개체로 추정되는 그 인간형 병기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양 어깨의 장치가 붉게 빛나도록 하더니, 각 장치에서 붉은 구슬 같은 것들을 흩뿌리도록 하면서 돌진하였고, 붉은 구슬을 흩뿌리는 모습을 보자마자 왼손에서 구형 번개를 생성하고 부풀리며 그 구슬 무리를 가로막도록 하고서, 그 구형 번개를 인간형 병기 쪽으로 쏘아 보냈다. 그 무렵, 방출된 구형 번개의 직경은 인간형 병기의 반 정도는 되었다.
그 무렵, 아니, 내가 구형 번개를 생성할 때에 이미 인간형 병기는 구슬을 앞세우며 돌진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 추진력이 강했기 때문인지 구형 번개를 방출할 즈음에도 인간형 병기와 구슬은 바로 앞의 빛을 보면서도 멈추지 않고 있었다. 아니, 멈추지 못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인간형 병기는 빠른 속도로 나아가는 구형 번개와 바로 격돌했으며, 이후, 구형 번개와 붉게 빛나는 구슬들이 부딪치면서 붉은 열기와 폭풍이 폭음과 함께 잇달아 터져 나오고, 이어서 병기가 이들을 돌파한 구형 번개에 부딪치며, 빛과 전기를 주변 일대로 분출하는 모습이 눈앞에 나타났다.
이후, 그 뒤를 따르는 동체와 한 쌍의 날개가 화살촉 모양을 이루는 검은색을 띠는 소형 전투기 3 기가 날아왔고, 그 움직임을 보자마자 소정령으로 하여금 번개 작살들을 계속 발사해 이들의 몸체를 궤뚫도록 하니, 이들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번개 작살들에 의해 날개가 궤뚫리고, 이후에 동체 역시 관통되면서 전신에 연기와 불길이 일어나면서 추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번개의 기운이 폭발하면서 생긴 빛이 사라진 이후에도 인간형 병기는 전기와 열기에 의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었고, 그 광경을 보며, 나는 곧바로 지팡이에서 파란 번개의 기운으로 길다란 칼날을 생성하며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병기를 향해 돌진, 아직 온전한 상태로 빛을 발하는 양 어깨의 공격 장치를 칼날로 궤뚫어 폭파시키고, 이어서 두 손으로 지팡이를 잡으며, 지팡이 끝의 칼날로 목 부분을 베었다. 칼날이 목을 지나치면서 그로 인해 절단된 목이 지면 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병기의 목이 떨어진 후, 나는 소정령으로 하여금 그 인간형 병기를 구하겠다고 날아오는 소형 인간형 병기들 및 비행기들을 소정령으로 하여금 번개 줄기들을 발사함으로 격추시키도록 하면서 오른손으로 잡은 지팡이로 병기의 왼쪽 어깨 관절을 찌르며, 왼손에 파랗게 빛나는 번개를 일으켜, 그 손을 갑주에 올려놓았다. 왼손에 모인 전기에서 번개를 생성해 갑주를 뚫으려 했던 것이다.
전기가 파랗게 빛나는 짤막한 번개 창날 같은 형상을 이루며, 그 갑주를 파괴하는 것으로 병기의 붉게 빛나는 동력원이 드러나자, 그 동력원을 지팡이의 번개 칼날로 찌르는 것으로 그 인간형 병기를 끝장내고서, 그 주변을 맴도는 소형 인간형 병기들을 지팡이에서 생성된 번개 줄기들이 곡선을 그리면서 이들을 추적해 격추시키도록 하는 것으로 그 인간형 병기와의 싸움을 마무리했다.
그 이후로도 소형 함선들이 함포로 내가 있는 쪽을 향해 붉은 빛 줄기들을 발사하고, 그와 더불어 근방에 자리잡은 모함에서 계속 소형 전투기들을 사출하는 것에 번개 줄기들을 계속 지팡이에서 쏘아 보내며, 전투기들을 격추시키고, 함포를 파괴하는 것에 이어, 함선의 중추까지 타격하려 하였으나, 그렇게 하면서 기함의 배기구까지 공격하는 것은 확실히 무리였다.
그렇게 함선 근처에 계속 머무르며, 기회만 노리고 있을 그 때, 아네샤가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건너편에서 대형 인간형 병기를 파괴하고, 주변 일대의 상황을 정리하면서 내가 있는 쪽으로 올 수 있었다고 했다.
"이미 오면서 다 지켜보고 있었어." 아네샤는 내 근처로 오자마자 나에게 그간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지켜보고 있었음을 알린 후에 곧바로 나에게 외쳤다.
"주변 일대는 내가 정리하고 있을 테니까, 너는 배기구를 맡아!"
그러면서 내 근처에 머무르며, 나에게 다가오는 전투기들을 손에서 방출하는 하늘색 빛을 발하는 바람 줄기들로 격추시키려 하였다. 그 광경을 본 이후, 나는 곧바로 배기구 쪽으로 다가갔다. 마침 배기구는 불을 뿜으려 하지 않고 있어서 바로 접근해 공격할 수 있었다.
배의 좌측 배기구를 보자마자 바로 지팡이에 전기를 끌어모으고서, 그 이후, 어느 정도 전기가 모여 지팡이의 장식 부분이 격렬히 푸른 빛을 뿜어내며, 주변 일대로 번개를 분출하려 하는 그 때, 지팡이의 끝이 배기구를 향하도록 하였다. 그 이후, 지팡이에서 전기가 격렬한 푸른 빛을 발하는 번개 줄기의 모습으로 분출, 목표로 정했던 배기구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이후, 배기구 안쪽에서 격렬한 푸른 빛이 분출되기 시작하니, 번개 줄기가 실은 전기가 배기구 안쪽 깊숙한 곳을 타격했을 것이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배기구 안쪽에서 푸른 빛 대신, 붉은 열기가 마치 거대한 화약고가 터지듯, 폭발적으로 분출되기 시작하니, 그 모습을 보자마자, 곧바로 그 우측으로 움직여, 바로 옆에 자리잡고 있었을 대형 배기구의 바로 앞에 이르렀다. 그리고 우측 배기구에 이를 즈음, 좌측 배기구 쪽으로 잠시 돌아보았을 때, 열기가 폭풍과 함께 마치 활화산의 화구가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것과 함께 거대한 무언가가 붕괴하는 듯한 폭음이 거세게 울려 퍼졌다. 그 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주변 일대의 대기가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진동했다.
그렇게 좌측 배기구가 파괴된 이후, 나는 그 때와 같은 방식으로 우측 배기구 역시 번개 줄기로 타격하려 하였다. 지팡이에 전기를 있는대로 끌어온 이후에 그렇게 모인 전기를 격렬하게 빛나는 번개 줄기의 형상을 이루도록 하며, 배기구 안쪽으로 파고들도록 하니, 그 배기구 역시 머지 않아 붉은 열기와 폭풍이 큰 것이 굉음과 함께 터져 나오기 시작하자, 바로 배기구들이 있는 쪽에서 벗어났다.
이미 한 차례 큰 폭발을 일으키며, 대파된 이후에도 계속 크고 작은 폭발을 일으키며, 불길과 연기를 분출하는 좌측 배기구 부분에 이어, 우측 배기구 역시 배기구 안쪽부터 폭발하다가, 이어서 표면까지 폭발이 이어지면서 파괴되어 가는 모습을 보이더니, 마침내 배기구 전체를 뒤덮을 정도의 폭발이 주변 일대를 진동시킬 정도의 폭음과 함께 발생했다. 그 때에도 좌측 배기구 못지 않은 폭발이 일어났으며, 그로 인해 멀찌감치 지켜보고 있는 동안, 함선을 내려다 보는 나의 시선 전체가 폭발에 의해 발생한 붉은 열기와 폭풍만 보일 정도였다.
그렇게 두 배기구들이 모두 폭발한 광경을 보고 난 이후, 나는 곧바로 아네샤가 있는 쪽을 찾아가려 하였고, 머지 않아, 함선 근방에서 함선들 그리고 전투기들과 맞서고 있는 아네샤의 모습을 찾아낼 수 있었다.
한편, 아네샤는 두 손에서 계속해서 대기의 기운을 곡선을 그리는 줄기들의 형상으로 방출하며, 주변 일대를 맴돌며 공격해 오는 병기들을 추적해 격추시키는 방식으로 병기들과 맞서고 있었다. 그 무렵, 아네샤가 위치한 그 근방으로 기수 부분이 사각뿔의 형태를 이루는 네모난 형상의 전투기들이 기수 부분의 공격 장치에서 붉은 광탄들을 잇달아 연사하면서 몰려오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자마자 내가 곡선을 그리는 번개 줄기들로 이들 중에서 좌측에 보이는 개체들을 격추시킨 이후에, 더 나아가, 멀리서 다가오는 10 여 기의 전투기들을 같은 방식으로 격추시키고, 그 이후로 두 사람이 함께 전투기들, 그리고 전투기들을 사출하는 모함을 공략해 함교를 폭파시키면서 병기들의 공세는 잠시 주춤해졌다.
그 이후로는 함수 쪽의 공격 장치들과 주포 그리고 함교를 공략해야 하겠으나, 그러는 동안 뒤쪽에서 지원을 해 오던 함선들이 있어서 그 함선들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아네샤가 말했었다. 그리고 우측 부분의 공략을 강행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후방 쪽의 지원까지 감수해야 할 것이라 말하고서, 나에게 어떻게 할 것이냐 묻기도 했다.
"네가 하라는 대로 할게. 뒤쪽에서의 위협은 나도 부담스럽기는 하니까."
아네샤의 물음에 나는 그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 사실, 나 역시 주로 공략하는 대상이 있는데, 그 와중에 뒤쪽에서 지원이 닥쳐오면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 판단을 내렸고, 그러면서 뒤쪽을 우선 신경쓰려 한 것. 그러면서 배기구 뒤쪽의 모함 근방에 있는 함선으로 아네샤와 함께 날아가기 시작했다. 아네샤의 우측 가까이에서 그와 동행하면서 내가 그에게 물었다.
"그 뒤쪽에 함선들이 많이 있던데, 그들 모두를 격침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러할 필요는 없을 거야." 아네샤가 바로 답했다. 함대 내에는 여러 조직들이 있고, 각 조직은 분화되어 있어 어느 조직에서 일이 발생했다고 해도, 다른 조직이 당장에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어떤 사건이 함대 내에서 발생한다면, 결국에는 그것에 대해 함대 전체가 알게 되겠지만, 그 과정을 거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답을 하면서 아네샤가 말한 바의 요지이다. 그 이후, 아네샤는 근방의 함선들을 우선 정리하고 나면 당분간은 지원으로 오는 병기들은 없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선 기함의 좌측 근처에 위치해서 주포와 부포에서 붉은 광선들을 계속 발사해 오던 함선으로 접근, 그 함선의 포신들부터 공격 목표로 정해, 그 포신들을 우선 공격해 가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함선 근처에 있던 인간형 병기, 대형 전투기들이 다가와 나와 아네샤를 저지하려 하였다.
우선, 솥뚜껑 비스무리한 모습을 갖춘 암회색을 띠는 외형에 캐노피, 날개 양 옆의 장치만 붉게 깜박이는, 길이만 해도 내 키의 3 배 즈음 되어 보였을 대형 전투기들부터 먼저 다가왔다-전후 길이는 내 키의 1.5 배 정도였던 것 같다-. 기수의 포신에서 붉은 광선을 쏘아 보내고, 이어서 날개 상, 하단 사이의 장치에서 둥그런 붉은 광탄들을 흩뿌리며 다가오는 그 전투기들의 모습을 보며, 우선 기수의 포신 쪽을 먼저 공격 목표로 삼고, 소정령으로 하여금 번개 작살들을 잇달아 그 기수 쪽으로 쏘아 보내게 하였다.
원래는 번개 작살들을 확산시키며 넓은 범위의 공격을 하라고 했지만, 이번에는 하나의 목표에 작살들이 모여 집중적으로 그 개체를 타격하도록 하였다. 기수 부분을 먼저 타격해 폭파시키고, 이후에 소정령으로 하여금, 불과 연기를 뿜어내는 기수 부분 안쪽으로 번개 작살들을 집중적으로 쏘아 보내게 하니, 안쪽에서부터 시작된 몸체의 폭발이 바깥까지 이어지면서 온 몸을 터뜨리는 폭발이 그로 인해 일어나게 되었다. 이런 방식으로 나는 앞으로 다가오는 대형 전투기들을 잇달아 격추시켰다.
그러는 동안 뒤쪽에서 붉은 광선들과 미사일들을 계속 발사하며 전투기들을 지원하던 인간형 병기들이 대형 전투기들이 모두 격추, 격파되자 모습을 드러내었고, 그들의 대열은 눈앞에 나타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에 대부분 소정령들이 발사하는 바람 칼날, 번개 작살들에 의해 격추되거나 폭파되었다.
그렇게, 병기들이 사라진 이후에는 병기들이 가로막고 있던 함선들의 근처에 이르렀다.
함선들 앞에 이를 때마다 함포들을 우선 파괴하고, 이어서 제어 기관에 해당될 함교를 집중 타격해 그 몸체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려 하였다. 함교가 폭파될 때마다 그 내부까지 폭발이 이어지고, 더 나아가 함체 전체에서 열기가 폭발하는 폭풍과 연기를 보이며, 함선이 파괴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 방식으로 기함의 좌측 부근에 있는 함선들부터 우측의 함선들까지 4 척의 전함들이 나와 아네샤의 공격에 의해 격침된 이후, 마지막으로 남은 모함은 아네샤가 그 근처까지 다가가서 우선 함체의 격납고 그리고 활주로가 비치되어 있을 내부 통로 쪽에 이르렀고, 바람 기운이 모인 구체들을 하나씩 생성해 내부 통로, 격납고 쪽으로 날아가 격돌해 폭발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파괴해 가려 하였다.
그리고, 모함의 주 기능을 담당하는 활주로, 격납고 부분들이 파괴되어 해당 부분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는 광경을 보이기 시작할 무렵, 아네샤는 마지막으로 함교를 바람 기운으로 이루어진 구체, 그리고 초승달 모양의 바람 칼날들이 함교 쪽으로 집중적으로 날아가도록 하는 방식으로 그 쪽에 큰 폭발이 일어나도록 하여, 그 폭발에 의해 충격을 받아 함교가 붕괴되도록 한 이후에 함교 쪽에서 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할 즈음에 내 곁으로 돌아오려 하였다.
"이 정도면 될 것 같아. 이제 함수 쪽으로 돌아가자고, 주포들을 우선 없애야 하잖아."
"알았어." 아네샤가 요청하자, 내가 알았다고 응답하고서, 바로 앞장서며 그간 공략해 왔던 기함의 측면 부분을 거쳐 함수 쪽으로 돌아가려 하였다. 이번에는 아네샤가 공략했던 기함의 우측 부분 근처로 날아가려 하였으며, 아네샤 역시 그런 나와 동행하고 있었다.
아네샤도 측면 부분을 철저하게 폭격하고 있었는지, 함체의 포신, 공격 장치들이 있던 자리마다 연기를 뿜어내거나, 파괴된 흔적만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 광경을 보며, 감탄할 수만은 없었던 것이, 내가 있는 쪽으로 계속 병기들, 전투기들이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선 날아온 것은 크고 넓은 사다리꼴 모양의 날개 그리고 좌우로 천천히 움직이는 긴 꼬리를 가진 은회색을 띠는 대형 전투기로 날개의 표면에 여러 포대들이 장착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길다란 포신을 가진 한 가운데의 포대로 그 부분들을 먼저 파괴해야 할 것처럼 보였다.
긴 포신에서는 아니나 다를까, 붉게 빛나는 기둥 같은 빛 줄기들이 한 번씩 발사되고 있었다. 빛 줄기가 분출될 때마다 굉음이 울려 퍼져서 그 위력을 짐작케 하고 있었다. 그 이후로는 양 옆의 포신에서 유도성 포탄들을 발사했고, 이후로 몸체에서 공뢰들을 흩뿌리는 형태로 공격이 이어졌다.
보이는 광경은 다르더라도, 공격 방식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라, 늘 하던 대로 했다. 빛 줄기는 피하고, 포탄, 공뢰 같은 실탄들은 폭파시킬 수 있으면 폭파시킨다. 이런 방식으로 병기의 공격에 대응해 가면서 포대를 비롯한 공격 장치들부터 하나씩 제거해 가려 하였다. 이번에는 아네샤도 왼편 옆에서 가세해서 포대와 몸체를 타격해 폭파시키고, 이어서 꼬리 부분을 곡선을 그리는 바람 줄기들로 타격해 표면부터 깨뜨리려 하기도 해서, 금방 그 몸체가 부서질 것 같다는 생각을 그 모습을 보며, 갖기도 했다.
모든 포탑들이 폭파된 이후, 공뢰 무리를 소정령의 번개 작살들로 눈앞으로 다가오는 것들을 부서뜨리며 동체 표면의 한 가운데까지 이르고, 이어서 지팡이의 끝에 전기를 끌어모아 파랗게 빛나는 거대한 번개 칼날의 형상을 이루도록 하고서, 몸을 보호막으로 뒤덮은 이후에 그 몸체의 한 가운데 쪽으로 뛰어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보호막이 사라지고, 눈앞으로 지면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자마자 곡선을 그리면서 그 몸체를 지나치려 하였다.
비행체를 지나쳤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돌릴 무렵, 아네샤가 나에게 접근해 오고, 비행체가 내가 궤뚫었을 부분을 기점으로 점차 폭발이 퍼져 나아가, 온 몸이 격렬히 폭풍과 열기에 의해 해체되어 가는 광경을 잠시나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계속 그 쪽을 바라볼 수 없었으니, 계속 전투기들, 인간형 병기들이 몰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다리꼴 모양의 큰 날개를 가진 소형 전투기 10 기가 먼저 돌진해 왔고, 뒤를 이어 갑주 형상의 인간형 병기 수십 기가 두 손으로 총포를 든 채,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이후, 전투기들이 나와 대치를 개시하자 인간형 병기들이 대열을 이루며, 나란히 각자의 총포로 내가 있는 쪽을 겨누면서 공중에 머무르기 시작했고, 이어서 전투기들이 일제히 미사일들을 발사, 이들이 하얀 연기를 뿜어내며, 나와 아네샤가 있는 쪽으로 날아가도록 하였다.
이들을 소정령들의 번개 줄기, 바람 칼날들로 격추시켜 폭발하도록 하였을 무렵, 그 폭풍을 뚫고 연두색 광선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바로 앞까지 날아온 광선들을 바로 피할 수는 없었기에 보호막을 펼쳐서 광선들을 막아내려 하였다.
내가 날아온 광선은 다섯 발 정도로 보호막이 터지는 것과 함께 광선 공격도 무력화되어 직접 피해를 입지는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계속 광선 포격이 있을 것이라 판단을 내리고, 보호막이 터지자마자 곧바로 전기의 힘을 일으켜, 그로써 전기 장막을 펼쳐 광선들을 막아내려 하였다. 그 때, 아네샤가 그 전기 장막 너머를 향해 하늘색 빛을 발하는 바람 줄기들을 두 손에서 5, 6 줄기씩 소환해 이들이 병기들을 향해 날아가도록 하기를 반복하며, 병기들의 포격에 맞서려 하였다.
이후에도 몇 차례 광선 포격이 있었지만 처음에는 전기 장막에 막혔고, 그 이후로는 내가 그 공격을 어떻게든 피해내려 하였기에 이들에 맞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는 한편, 아네샤의 바람 줄기들은 병기들에 닿아 갑주를 깨뜨리고 내부 몸체에 폭발을 일으키는 것으로 갑주형 병기들을 파괴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 모두 격추되어 사라져 갔다.
그 이후로 기함 위로 소형 함선이 바로 모습을 드러내어 함체의 하단에 장착된 공격 장치들을 통해 미사일들을 발사하고, 상단의 포신들을 통해 내가 기함 주변의 상공에 머무르고 있었을 아네샤에게 붉은 광선들을 발사하기도 하였지만, 상단의 포대들은 바람 줄기에 의해, 하단의 장치들은 번개 줄기들에 의해 차례로 폭발을 일으키며 파괴되는 식으로 공격 수단들이 해당 함선은 공중에 떠 있는 모습만 보이게 되었다. 이후, 그 함선은 함교를 아네샤가 바람의 기운으로 생성한 창의 날, 바람 줄기들로 집중 타격해 폭파시켰다. 뒤쪽에서 굉음이 울려 퍼진 것으로 보아, 공중에서 폭파된 것 같다.
이런 식으로 공중 부양 시설들, 전투기들, 인간형 병기들을 격추시키고 이들이 파괴되면서 생성되는 열기와 폭풍을 지나쳐가며, 마침내 함선의 함수 근처에 이르렀고, 그 이후에 곡선을 그리며, 함수의 바로 앞에 이르려 하였따. 그 때에 맞춰, 기함의 주포 역시 작동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지만 기함의 주 공격 장치는 아직 작동하지 않는 것 같았다.
기함의 주포가 작동을 개시하자마자 주포의 포구마다 하나씩 붉은 빛 줄기들을 분출하기 시작했고, 주포 부근의 장치들이 개방되면서 미사일들을 쏘아 보내, 주포의 빛 줄기들을 피해내는 나와 아네샤를 향해 그것들이 하얀 연기를 뿜어내며 날아가도록 하였다.
주포의 발사가 끝나고, 미사일들이 제거되자, 이번에는 주포 좌우에 위치한 부포들이 빛 줄기들을 뿜어내고, 부포 부근의 장치들이 광탄들을 쏟아냈다. 각각의 광탄들은 처음에는 내 키의 3 배 즈음 되는 직경의 대형 광탄으로서 모습을 드러냈으나, 기함의 함수 부분을 벗어나자마자 바로 내 직경의 반 정도 되는 다수의 광탄들로 분열되어 고속으로 흩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광탄들의 눈앞으로 다수 날아오는 모습을 보이니, 아네샤는 보호막을 펼치면서 어떻게든 피해내려 하였고, 나 역시 전기 장막을 펼쳐서 바로 앞에서 날아오는 광탄들을 최대한 막아내려 하였다. 다행히도 이런 소형 광탄들의 움직임은 잠깐에 그쳤다.
이후로는 교대로 주포와 부포가 행동하고, 그에 뒤따르는 일들이 이어지는 것이 반복되니, 주포가 발사될 때를 노려 주포가 발사하는 빛의 영향 범위를 벗어나 있는 상태에서 번개 줄기, 바람 줄기로 주포의 포탑을 타격해 점차 부수어 가는 공격 행동을 취하게 되었다. 주의해야 할 때는 부포가 발사된 바로 직후였으니, 그 이후로 여러 작은 광탄들의 폭풍으로 이어지는 광탄 발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아네샤는 부포와 주변 공격 장치를 타격하는 것으로 목표를 바꾸었고, 그 덕에 광탄들을 발사하는 공격 장치들이 하나씩 폭파되니, 그 덕에 함선의 함수 부분이 가하는 위협 중에서 가장 큰 위협 요인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었다.
공격 장치들이 하나씩 폭파되어 불길이 치솟고, 부포들 역시 계속된 타격 끝에 하나씩 파괴되어 각각이 자리잡은 흔적 위로 불길과 연기가 치솟는 모습을 보이니, 그리하여 남은 것은 주포의 포탑 뿐이었다. 주포의 공격은 확실히 위력적이었지만 영향 범위는 한정되어 있기에 여기저기를 날아다닐 수 있는 일행에게는 어쩌면 큰 위협은 아니었다. 여기서 주포의 포탑은 내가 맡기로 하고, 아네샤는 함수 하단의 공격 장치인 에너지 방출 장치 주변의 장치들을 살피겠다고 그 쪽으로 날아갔다, 공격에 필요한 장치들을 타격해 파괴해서 에너지 방출 장치에 의한 공격을 방지하려 하는 행동이었을 것이다.
그 무렵, 나는 포신에서 분출되는 기둥 만한 빛 줄기를 피해내고, 아직 남은 포대 주변의 공격 장치들, 그리고 함교 부근의 장치들이 쏘아대는 곡선을 그리는 붉은 빛 줄기까지 피해가며 주포의 포탑을 향한 번개 공격을 이어갔다. 처음에는 소정령의 번개 작살들, 그리고 나 자신의 번개 공격을 집중시켰으나, 이후에 비행체들까지 날아오자, 소정령은 비행체들의 공격을 맡도록 했다.
이후에는 함교 부근의 함체 측면의 해치가 열리면서 그 내부에서 한 무리의 비행체들이 한 기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작은 날개를 장착한 검붉은 비행체로 기수 부분에 4 개의 금속판이 장착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꽃봉오리를 묘사한 것처럼 보였다. 이들이 나타나자마자 주포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 번개 줄기들로 이들이 내 앞으로 나타나기 전에 격추시키려 하였지만, 한 기가 나타나는 속도가 워낙 빨라서 몇 기는 내가 위치한 그 부근까지 날아 올라오고 있었다.
이들은 내가 위치한 일대까지 오자마자 바로 기수의 금속판을 마치 꽃잎처럼 펼치고, 이후에 병기들의 금속판들이 감추고 있던 기수들의 막대에 달린 구슬 모양의 장치들이 좌측에 보이는 것부터 빛을 내더니, 왼쪽에서 오른쪽에 있는 것 순으로 각 장치의 빛에서부터 붉은 빛 줄기들이 하나씩 분출되어 갔으며, 각 빛 줄기마다 붉은 번개 줄기들이 빛 줄기를 휘감으며, 각각의 전방 쪽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비행체들은 내가 위치한, 주포 바로 위쪽 상공까지 날아들었으며, 그래서 그 위쪽에서도 빛 줄기들이 분출되었으니, 빛 줄기들, 그리고 번개 줄기들의 틈새에 자리잡으려 하면서 푸른 번개 줄기들을 계속 발사해 비행체들에 타격을 가해 이들을 하나씩 격추시키려 하였다. 비행체들은 번개 줄기에 의해 타격을 받고, 격추될 때마다 내부에서 폭발이 일어나 외장을 파열시키고, 내부에서 시작된 폭발이 그렇게 몸체 외장까지 파괴시키는 모습을 보이며 폭파되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비행체들은 하나씩 격추되어 사라지고, 그 이후로 계속해서 주포에 타격을 가해 외장을 파괴시켜 나갈 수 있었다.
주포의 장갑은 상당히 두꺼웠다. 어지간히 폭발을 가해도 내부가 드러나지 않았을 정도였으니. 그러나, 거듭된 폭발 끝에 장갑이 갈라지고 부서져, 마침내 그 틈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포탑의 내부가 드러나기 시작하자, 나는 모든 공격을 멈추고, 소정령의 힘에 나의 기운까지 집중시키면서 지팡이에 전기가 모이도록 했고, 이어서 전기가 일정 이상 모이기 시작하자 바로 그 구멍 안쪽을 공격 목표로 정한 다음에 지팡이를 든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며 전기를 공중으로 분출했다.
지팡이에서 전기가 분출된 이후, 상공 높은 곳에서 푸른색을 띠는 격렬한 번개 줄기가 구멍 안쪽으로 내리 꽂히고, 구멍 안쪽에서 격렬한 푸른 빛의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빛이 사라질 무렵, 구멍 내부에서 불길이 일어나기 시작하더니, 내부에서 격렬한 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폭발이 바깥으로 퍼져 가면서 결국 내부 동력원까지 폭발이 이어지면서 마침내 주포의 포탑 일대에서 큰 폭발이 일어나 밝은 불꽃의 색을 띠는 열기와 폭풍을 일으키고 포탑의 장갑을 이루던 금속 조각들 그리고 내부의 장치에서 비롯됐을 조각들을 상공 곳곳에 흩뿌렸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다시 폭발이 일어날 조짐을 느끼면서 나는 아네샤가 위치한 그 일대로 날아 내려갔고, 그 직후, 주포가 있던 쪽에서 다시 폭발이 일어나, 불 기운을 품은 폭풍이 다시 크게 일어나면서 굉음이 터져 나갔다. 얼마나 큰 폭발이 일어났는지 음파의 진동이 격렬히 느껴질 정도였다.
그 무렵, 아네샤가 내가 날아 내려오는 모습을 보더니, 나를 보면서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리려 하였다. 주포 아래에 있는 기수의 에너지 방출 장치 주변을 조사하는 동안 계속해서 병기들이 날아와 포위 공격을 가했고, 그 포위 공격을 피해내면서 병기들을 격추시키느라 기수 쪽의 공격 장치에 잘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할 만도 했겠지, 기함에 있어서 중요한 공격 수단일 테니까."
그런 사정에 대해 듣자마자 나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화답했다. 그 이후, 아네샤와 함께 기수의 틈 사이에 자리잡은 에너지 방출 장치 쪽으로 다가가 보니, 바로 앞쪽의 내벽에 일정한 간격을 이루며 장착된 장치들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에너지 방출 장치의 작동을 전제한 행동으로 함수의 바깥 쪽 부분까지 붉은 빛을 발하고 있었으니, 이제 에너지 방출 준비는 사실상 끝났다고 할 수 있어 보였다.
"이제 저지하려고 해도 소용 없을 거야, 일단 물러나!" 모든 제어 장치들이 빛을 발할 때에 이미 함수 아래 장치에서의 에너지 방출을 막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고, 그래서 일단은 함선이 에너지 분출을 하는 것을 내버려 두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굳이 그 포격을 방치하고 내버려 둬도 괜찮을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 함선의 함수 부분이 어느 특정한 구역을 향하고 있지 않았고, 그래서 에너지 분출을 한다고 해도, 그 에너지의 흐름이 상공을 가로지를 뿐이라, 유의미한 피해를 주거나 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이들로 인해 공격 수단을 많이 잃고, 더 나아가, 함수까지 위협을 받게 생긴 함선이 행하려 하는 '발악' 정도로 간주해도 무방하다는 것이었다.
"함수 부분은 에너지 방출이 끝나고 해도 괜찮아, 기다렸다가 끝났을 즈음에 달려들자고."
이후, 나는 아네샤에게 그렇게 청하면서 그를 이끌고 함수의 뒤쪽 부근으로 물러났다. 그 무렵, 함수 안쪽 깊은 곳에 자리잡은 공격 장치의 붉은 보석과 같은 몸체 안쪽이 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에너지의 축적이 임계점을 넘긴 듯해 보였다. 그 무렵, 함수 부분의 안테나들이 각 끝마다 붉은 빛을 깜박이기 시작했고, 그것을 신호 삼았는지 주변에 있던 병기들이 주변 먼 곳까지 물러나고 있었다. 에너지 분출 시, 그 영향은 에너지가 분출되는 부분 바깥의 상당히 먼 곳까지 가해질 것임이 분명했지만, 그 방향은 함수를 기준으로 전방을 향하고 있기에 함수의 뒤쪽에 있으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 여기었고, 그래서 함수 뒤쪽 부근에서 조용히 그 모습을 관찰하려 하였다.
그 무렵, 에너지 분출 장치 근처의 붉게 빛나던 장치들이 붉은 번개를 분출하기 시작했다. 각 장치들은 번개 줄기들을 두 줄기씩 방출했으며, 번개 줄기들은 서로 마주하는 줄기들과 하나씩 이어지며, 하나의 거대한 번개의 동심원들을 이루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잠시 후,
잠시 눈앞이 하얗게 번쩍이더니, 함수 쪽에서 붉은 기운을 띠는 새하얀 빛 줄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거대한 건물의 기둥 혹은 나무의 줄기에서나 볼 법한 큰 직경의 기둥과 같은 굵기의 빛 줄기, 전방의 상공 쪽으로 주변 일대가 어두워질 정도로 격렬한 빛을 발하는 에너지 줄기가 상공 먼 저편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빛의 위력 뿐만이 아니라, 소리와 파동도 어찌가 심했는지, 그 파동으로 내가 있던 공간 전체가 세상이 뒤흔들리는 것처럼 진동했을 정도였다.
주변 일대가 번쩍임의 반동으로 어두워질 정도의 격렬한 빛이 뿜어 나오고 있었지만, 그 에너지의 흐름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무엇을 위해, 무엇을 노리며 발사되었는지, 그 광경을 지켜본 이들이 나와 아네샤 이외에 누구라도 있었다면 에너지가 분출될 때에는 알 수 없었겠지만, 곧 그것이 무의미한 에너지 방출에 불과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 에너지의 흐름이 이어지는 동안 그 흐름 속에서 어떤 폭발도 보이지 않았고, 어떤 폭음도 울려 퍼지지 않았다. 폭발이 일어났다면, 그 굉음 속에서도 폭음이 튀었겠지만, 그 소리의 흐름이 깨지는 순간은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 에너지의 분출은 20 초 정도, 생각보다 짧은 시간 동안 이어졌다가 그쳤다. 그래서 아네샤는 그 광경을 보자마자 바로 함수 부분으로 날아가려 했으나, 충전된 에너지에 비해 에너지 분출의 지속 시간이 이상하게 짧다고 여기었던 나는 그런 아네샤의 움직임을 다시 말렸고, 계속 함수 근처에 있으라 다그치기까지 하였다.
"너 제 정신이야!? 이후에 또 무슨 짓 벌여댈지 알고 그 쪽으로 가려는 거야!? 저게 저 정도로 그칠 것 같았어!?"
"그러면, 아직 안 끝난 거야?"
"당연하지! 녀석은 20 초 정도 에너지를 분출했어. 그런데 그 동안 모아둔 에너지의 양을 생각해 보라고, 그 정도면 1 분 이상은 지속 분출하고도 남을 양이야, 한 번 발사를 그쳤지만, 지금 이후로 조금 있으면 또 발사할 거라고!"
"그렇다면, 왜 멈춘 거야?"
"과열 때문이겠지." 이후, 아네샤가 묻자, 내가 바로 답했다. 그리고 잠시 에너지 분출 장치의 표면을 다시 살펴 보니, 에너지가 아직 남아있음을 알리는 것처럼 표면 내부가 아직 하얗게 빛나고 있었고, 과연, 그 모습을 관찰한 직후, 다시 주변 장치들이 붉게 빛나면서 번개로 동심원들을 그리기 시작하고, 다시 한 번, 에너지를 분출하기 시작했다. 이전 때와 같이 함수 주변이 격렬한 빛으로 번쩍이고, 주변 일대가 어두컴컴해지는 현상이 다시 발생했다.
그 때에도 그 에너지 분출은 그야말로 '눈 먼 사격' 에 가까워서 목표도 불분명했고, 에너지 분출에 휩쓸리는 적 개체도 없었다. 이런 무의미한 에너지 분출은 이전보다도 더욱 길게 지속되어 무려 1 분 이상 지속되었다. 이전에는 20 초 가량이었던 것으로 보아, 그와 같은 대량의 에너지 분출의 한계는 대략 그 정도였을 텐데, 그 한계를 아득히 넘어서는 에너지 분출을 일으킨다면 장치에 분명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 판단을 내렸고, 그 추측대로 에너지 분출이 끝났을 무렵, 장치가 내부에서 파열이 일어나고, 그와 함께 주변의 장치들 역시 감전 비스무리한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과열을 감당하지 못한 장치들이 부전 현상을 일으킨 것이었다.
그 광경을 보던 나는 함수의 에너지 분출 장치는 더 이상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것임을 이미 직감했고, 그리하여 함수에 대한 타격은 제쳐두고, 바로 함교로 직행하려 하였다. 하지만 아네샤는 함수에 대한 공격을 고집하려 하였는데, 그 광경을 지켜보는 도중에 뭔가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고, 그러면서 그를 따라 나서면서 그와 더불어 함수 쪽을 타격하기로 했다.
아네샤가 함수의 이미 기능이 고장난 에너지 분출 장치의 핵을 바람의 기운으로 생성한 창의 날, 구체 등으로 직접 타격하는 동안 나는 주변의 장치들을 번개 줄기들로 부수어 가려 하였다. 이들 장치 역시 각각의 몸체에서 붉은 빛 줄기를 방출, 곡선을 그리며 목표를 추적하는 특성을 가지는 빛 줄기로 적을 위협하는 특성을 갖고 있었기에, 그로 인한 위협을 배제하기 위함이었다.
에너지 분출이 끝나고, 함수 쪽으로 돌아온 병기들은 처음에는 그런 나의 행동을 의아하게 여기었는지, 그냥 지켜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러나, 잠시 후, 아네샤가 에너지의 과다 분출로 내부부터 망가진 장치를 바람의 기운에 의한 타격으로 폭파시키고, 그 폭발에 의한 연쇄 반응으로 열기와 폭풍이 터져나간 끝에 한 차례 큰 폭발과 더불어 기함의 함수에 큰 구멍이 뚫리자, 바로 위험을 느꼈는지, 함수 쪽으로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라르나! 어서 안쪽으로 돌격해! 이 쪽은 내가 맡고 있을 테니까!"
아네샤가 외쳤고, 이후, 나는 함수에 뚫린 구멍을 바라보며, 바로 전기를 지팡이에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기가 내 키만한 푸른 번개의 칼날을 이루자마자 보호막을 펼치면서 함수에 뚫린 구멍 쪽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돌진하면서도 나는 계속 지팡이에 전기 그리고 바람의 기운을 끌어모으려 하였으니, 번개의 힘을 유지하면서 바람의 기운으로 돌진의 힘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한 일이었다. 이후, 나는 다른 생각 없이 전방 쪽을 향하면서 함선 내부를 돌파하는 것에 정신을 집중했다.
보호막을 스치는 폭열과 폭풍 그리고 내 주변을 진동시키는 폭음을 뒤로 하고, 다시 상공으로 나왔을 즈음, 거대한 무언가가 부서지고 무너지는 듯한 폭음 그리고, 나를 그간 지켜주던, 흩어져 가는 보호막을 뒤로 하며 날개를 펼치는 나를 따라오는 이가 있었으니, 그간 병기들과 맞서던 아네샤였다. 그 역시 하늘색 빛을 발하는 날개를 활짝 펼친 채로 나의 왼편에서 나를 따라 함선 건너편으로 비행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후, 아네샤가 비행 방향을 틀어 나와 합류하기 시작할 즈음, 잠시 고개를 돌려 함선의 모습을 보려 하였다. 그 시점에서 함선이 있던 곳에서는 다홍빛 열기를 품은 회색 구름이 퍼져가고 있었으며, 그 주변으로 그을려서 검게 보이는 잔해들이 불길을 품은 채로 추락하고 있었다. 폭발한 기함의 주변에는 여러 함선들이 있었고, 그들이 아네샤를 공격해 올 수도 있었지만, 내가 기함의 잔해들을 바라보고 있을 시점에서는 아네샤를 공격해 오는 이들은 없었다. 기함이 폭발한 이래로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있는 듯해 보였다.
"별 일 없었어?" 이후, 아네샤가 나와 합류하자마자 내가 물었다. 그간, 기함이 폭발하는 그 주변을 지나치며, 폭발에 휩쓸리거나 병기들의 습격에 당하지는 않았는지에 대해 물으려 한 것.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그러자 아네샤는 나에게 곧바로 그렇게 되물었다. 자신도 자신이지만, 아무래도 기함의 내부를 그대로 '돌파' 해 버린 내가 더욱 걱정됐을 것이고, 객관적으로도 내가 더욱 우려될 것임은 분명했다. 아네샤 역시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서 보호막으로 자신을 보호하려 하였고, 그래서 폭발에 잠시 휩싸였음에도 무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워낙 다급히 비행해 나가면서 함선의 폭발과 병기들의 대열을 돌파하려 하였는데, 폭발에서 벗어났을 즈음에는 보호막이 거의 소멸 직전이었다고 한다.
"아무튼, 나도 그렇고, 너도 무사해서 다행이야."
이후, 내가 아네샤를 향해 잠시 고개를 돌리고, 미소를 띠며 말하자, 아네샤 역시 조용히 미소를 띠는 것으로 답했다. 뭐라 말로 화답할 여유를 아직 아네샤는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라르나, 저 너머, 보여?"
"보고 있어." 아네샤의 부름에 응하면서 그간 일행이 공격했던 기함 너머의 상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한편, 함선 주변에 위치하면서 꽤 많은 시간이 지났는지, 처음 상공에 진입했을 무렵에는 마냥 어둡기만 했던 하늘이 어느새 밝아오고 있었다. 내가 바라보는 방향 너머는 더욱 밝은 색을 띠고 있었으며, 산, 들과 마주한 쪽은 분홍빛으로 물들어 곧 노을이 질 것임을 알리고 있었다.
"새벽이 가까워 오고 있네." 그 모습을 보며, 아네샤가 말을 걸자, 내가 바로 "그래." 라고 답했다. 아침놀은 저녁놀과 딱히 다르지 않아 보이기는 해도 (실제로 저녁놀과 아침놀의 모습을 구분하지 못한 적도 많다) 좀 처럼 보기 쉽지 않은 풍경이라 귀하기는 했다.
평상시라면 그 풍경을 한 동안 즐기려고 하겠지만, 안타깝게도 당장에는 그러할 수 없었다. 아침놀 사이로 흑점, 얼룩 같은 수없이 많은 그림자들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전에 보았던 것들을 연상케 하는 그 그림자들이었다.
"병기들이야."
"거기 있던 녀석들하고 같은 종류의 것들이겠지?" 이후, 아네샤가 묻자, 바로 그러하다고 답했다. 그리고 그 중에는 이전에 마주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기함에 해당되는 대형 전함 혹은 모함이 있을 것이라 이어 말하기도 했다.
하늘 위의 검은 그림자들을 발견하자마자 그 그림자들을 향해 다가가며, 그림자들과의 거리를 좁히려 하였고, 그림자들에 가까워질 수록 눈에 보이는 그림자의 수도 늘고, 기존에 보이던 그림자들 역시 점차 커져만 갔다. 아직 그 무리와의 거리가 아주 좁혀지지는 않았지만, 비행 속도를 감안하면 금방 가까워질 수 있을 것임은 분명했으므로, 전투에 관한 준비를 할 필요가 있었다. 잠시 쉬게 하고 있던 소정령들 역시 다시 전투를 고려해 활성화시키며, 뒤따라 가던 아네샤에게도 소정령을 활성화시켜 줄 것을 당부하였다.
그러다가 날이 밝아오면서 다른 이들도 전이해 왔을 것이라 여기며, 소정령 간 통신을 시도하려 하였다. 활성화된 소정령을 이용해 근방의 소정령과 나의 소정령이 서로 원격 연결되도록 하였던 것. 사실, 날이 밝으면서 클라리스, 야누아 일행 역시 행성계의 상공으로 전이해 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여기었지만, 그럼에도 아직 그들이 당시 내가 위치했던 곳과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연락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서 소정령을 소지한 누군가와의 연락은 딱히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그 쪽은 누구인가? 우리는 지금 제 3 선봉 함대의 기함을 격파하고, 동쪽 방향으로 후퇴하는 군단 총 기함을 향해 접근 중이다."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흠칫 놀라면서 소정령 너머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적잖게 놀랐었는데, 나에게 결코 낯설지 않은 목소리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놀라면서도 나는 조용히 소정령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가 목소리가 건네는 물음에 답했다.
"여기도 함대의 기함을 격파하고, 병기 무리를 향해 가고 있다. 세니티아 행성계의 엘젠 산맥 인근에 위치한 루샤트 출신이다."
"루샤트.....? 그렇다면,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는가?" 이후, 목소리의 주인은 나에게 이름을 물었고, 그 물음에 우선 나부터 내 이름을 밝히고, 이어서 동행하던 아네샤가 소정령 근처로 다가가서 소정령에게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그러자, 그는 어조의 변화 없이, 자신의 이름을 소개했고,
"우리도 루샤트 출신이다. 내 이름은 리마라 샤리엘 (Limara Shariel)."
"내 이름은 세미아 라린 (Semia Larin) 이다." 이후, 자신을 리마라라 칭한 이가 자신의 이름을 소개했고, 이어서 다른 이가 세미아란 이름을 가졌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후, 리마라라 자신을 칭한 이는 멀리서 두 사람이 비행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고 하고서, 그 방향 너머로 기함이 후퇴하는 모습이 보였음을 확인한 다음에 내가 있는 쪽으로 이동하겠음을 알리며, 통신을 종료했다.
"지금 이후로 리마라, 세미아라 칭한 이들이 이 쪽으로 온다는 거지?"
통신 종료 직후, 아네샤가 나에게 물었고, 그 물음에 나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리고 결코 낯선 목소리가 아니었음을 밝히고서, 같은 마을 출신이라 말한 것을 보면, 내가 아는 리마라, 세미아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때, 소정령이 다시 반짝이며, 통신이 재개되었다.
"혹시 루아린 리메스 (Luarin Lymes) 라는 아이를 알고 있나? 그 아이가 아르데이스의 엘베 족 마을에 기거하고 있다고 한다. 그것을 알리려고 다시 연락했다."
세미아의 목소리가 잠시 들린 이후, 통신은 다시 종료되었다. 그 이후, 아네샤는 나에게 루아린이 엘베 족 마을에 있다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묻고서, 일이 끝나면 꼭 엘베 족 마을에 가야 하겠음을 내게 밝히니, 이에 바로 알겠다고 답하고서, 조용히 미소를 띠는 채로 물었다.
"그렇다면, 루아린은 누가 그 쪽으로 데려온 걸까?"
"리마라, 세미아라 칭한 이들이 데려왔겠지." 내가 건네는 물음에 아네샤가 답했다. 이후, 하늘색 빛을 발하는 한 쌍의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조금 시간이 지날 무렵이 되자, 보이는 모습이 상당히 커져 있었다. 빠른 속도로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나처럼 하늘색 빛을 발하는 두 쌍의 날개를 펼치고 있었으며, 각 날개들이 뒤쪽을 향하고 있었으니, 이를 통해 두 사람이 나와 급속히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앞장서 오는 이는 파랗게 빛나는 굽이진 칼날을 가진 검을 들고 있었고, 뒤따르는 이는 끝에 창의 날과 같은 칼날이 장착된 하늘색 짧은 지팡이를 들고 있었으니, 그 모습을 보며, 그들이 누구인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리마라하고 세미아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혼잣말로 말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두 사람이 나의 왼편 곁으로 오게 되었다. 먼저 온 쪽은 리마라였고, 그 뒤로 세미아가 따라왔다.
내 곁으로 왔을 당시, 리마라의 모습은 이러하였다 : 엷은 하늘색을 띠는 얇은 것으로, 소맷단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하늘색을 띠며, 상의와 허벅지를 거의 드러낼 정도로 짧은 것으로, 치맛단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엷은 하늘색을 띠는 치마를 입고 있으며, 허리에는 푸른 띠를 두르고 있었다. 옷의 소맷단과 치맛단은 모두 짙은 하늘색을 띠고 있었다. 옷의 왼팔 부분에만 있는 소매는 팔목까지 내려갈 정도였으며, 오른팔 부분에는 소매가 없었다. 옷의 소재가 얇은 천이라서 그러한지, 주변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옷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오른손에는 가장자리는 하늘색을 띠며, 내부가 하얗게 빛나는 날을 가진, 날을 번개 줄기들이 휘감는 모습을 보이는 길다란 검을 들고 있었으며, 옷의 허리띠 왼쪽 부분에 그 검의 칼집이 자리잡고 있었다. 선명한 푸른색을 띠는, 등 쪽부터 점차 투명해지면서 종아리 한 가운데 즈음까지 내려가는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날아오는 그의 주변에는 반 즈음 투명한 하늘색 날개가 펼쳐져 있었다. 본래 어둠 속에서는 그 날개가 환하게 빛을 발하게 마련이지만, 전투 상황이라 그러한지, 빛을 발하지 않게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세미아의 모습은 이러하였다 : 리마라와 비슷하게 엷은 하늘색을 띠며 소맷단이 하늘색을 띠는 얇은 상의와 허벅지를 거의 드러낼 정도의 짤막하며 치맛단이 하늘색을 띠는 치마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하고 있는 이로, 상의의 소매는 어깨 바로 아래까지 내려갈 정도에 이르렀다. 겉으로 드러난 치마 아래에는 속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재질이 투명한 것이라 그 속치마 안 쪽은 훤히 드러나고 있었다. 그런 상의와 겉치마를 다소 밝은 하늘색을 띠는 허리띠가 결속하고 있었다.
세미아는 리마라와 비슷하게 선명한 푸른색을 띠는 긴 머리카락을 흩날리고, 자신의 양 옆에 하늘색을 띠는 투명한 날개를 펼친 채로 리마라를 따라오고 있었다. 그의 오른손 위에는 바람의 마력을 품고 있었을 하늘색 빛을 올리고 있었다.
늘 진지한 표정을 짓는 편인 리마라와 달리, 세미아는 평상시에는 밝고 활기찬 모습을 보이고는 했지만, 워낙 긴장될 일이 많은 곳에 있었던지라, 그 때 만큼은 그런 활기와 장난기는 잘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자신을 따라오는 하늘색 빛을 발하는 소정령과 함께 주변 일대를 둘러보며, 자신을 향해 무엇이 다가오는지를 내 곁에 이를 때까지 계속 관찰하고 있었다.
"오랜만이야, 라르나."
"며칠 만에 만나면서 오랜만이라 말하기는." 그럼에도 세미아는 내 곁으로 오자마자 바로 나에게 한 마디 농담을 건넸고,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조용히 미소를 띠며 화답했다. 상황에 걸맞지 않은 듯한 시덥잖은 말이었지만, 내심 반가운 감정은 어찌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동안 어디에 있었어?" 이후, 앞장서 가는 리마라의 오른편 곁으로 날아가면서 아네샤가 그에게 물었다.
"며칠 전까지는 루샤트 근방에 있었어. 그냥 특별한 일 없이 지내고 있다가, 소정령 간 통신으로 어떤 마녀가 나에게 알린 거야, 루아린이 아르데이스 성계로 갔다고. 그리고 아르데이스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으니, 가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어."
"마녀가 목소리를 냈다고?" 그리고, 아네샤가 묻자, 리마라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 목소리를 이후에 세미아가 들었고, 세미아가 가 봐야 할 것 같다고 해서, 가려고 하니까, 같이 가게 된 거야. 마녀가 목소리만 낸 것이 아니고, 마법진도 마련해 놓았더라고. 그 마법진이 루샤트와 이 곳을 이어놓았던 것 같아. 세미아가 먼저 들어갔고, 내가 그 뒤를 따랐어."
한편, 이제 4 사람으로 늘어난 일행은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는 쪽, 검은 그림자 무리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으며, 그것에 따라 그림자들 역시 커지며, 점차 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큰 그림자들은 내가 예상한 대로 함선들이었으며, 일행이 함선들에 가까워지려 할 즈음, 가까운 함선들에서 병기들이 사출되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소형 전투기들이었으나, 인간형 병기들의 모습도 몇몇씩 보였다. 인간형 병기들은 손에 한 자루씩 무기를 손에 쥐고 있었다. 하나는 검이었고, 다른 하나는 창이었으며, 이외에 도끼창, 망치를 든 이들의 모습도 있었다.
"이들 중 일부는 이 쪽으로 올 거야. 대비해야 해."
"알고 있어." 아네샤가 인간형 병기들이 함선들에서 사출되는 모습을 보고, 알리자, 리마라는 알고 있다고 말하고서, 방금 전에도 함대 하나를 지나쳤음을 밝혔다.
리마라에 의하면 리마라 그리고 세미아는 둘이서 함선들 그리고 병기들과 맞서고 있다가, 글라이더에 탑승한 엘베 족 자매와 함께 기함을 격파하였다고 한다. 주요 부분들을 제압한 후에 동생 쪽이 자신이 소지한 길고 포구가 굵은 포로 광선을 발사해 함교를 적중시켜 함선을 폭파시켰다고. 이후, 엘베 족 자매는 자신들은 이후에 올 이들과 함께 잔존 세력을 소탕할 테니, 총 기함 쪽으로 가라고 해서 가게 되었더고 했다.
"그래서 총 기함을 찾아 나서고 있었던 것이었구나, 그렇지?"
이후, 아네샤가 묻자, 리마라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리고 그 쪽 방향에 총 기함이 있다고 하니까, 그 기함을 찾아 나서라고 하고서, 총 기함이 부서지면 병기들의 지휘 체계가 마비되어 대부분의 병기들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자매 중 언니가 알렸음을 그에게 알리기도 했다.
"아무리 대장 급이라고 해도 그거 하나 부서진다고 전부 다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수 있어? 인간 병사들도 지휘관이 쓰러졌다고 못 싸우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없던데."
'지휘관이 없어지면 병사들이 흩어진다는 이야기는 있어.' 아네샤의 말을 듣자마자 내가 뒤에서 그렇게 혼잣말을 했다. 인간들도 수 없이 많은 인원들로 구성된 하나의 부대를 구성해도 지휘관이 없어지면서 구성원들이 흩어져 부대가 와해되는 경우를 역사를 통해 보여주었는데, 그것을 생각하며 그렇게 말한 것이었다.
"지휘 체계가 없어져서 각자 행동하다가 각개 격파당하는 것을 노리는 것이라 하더라, 엘베 족 경비대 인원들도 다수 온다고 했고, 기함이 파괴되고, 병기들이 지휘가 망가지면 그들이 잔여 세력을 소탕할 것이라고 했어."
이후, 소형 전투기들의 무리부터 일행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보자마자 바로 리마라의 곁으로 왔다. 그리고 함선에서 빠른 속도로 곡선 상의 궤적을 그리며 날아오는 전투기들의 대열로 목표를 정하고, 이들을 향해 번개 줄기들을 쏘아 보내, 이들을 격추시키려 하였고, 이어서 세미아 역시 하늘색 빛을 발하고, 끝에 작살이 달린 하늘색 빛을 발하는 바람 줄기들을 발사해, 이들이 곡선 상의 궤적을 그리며, 전투기들을 향해 날아가도록 하고 있었다. 이런 번개 줄기, 바람 줄기들이 전투기들을 격추시킬 동안, 리마라는 자신에 손에 든 검으로 일행을 향해 다가오는 인간형 병기들과 맞서려 하였다.
우선, 검을 든 병기가 먼저 리마라의 바로 앞으로 다가왔고, 이후, 리마라가 그 병기와 검으로 맞서기 시작했다. 몇 번 서로 검이 부딪치는 공방을 펼치다가, 칼날로 병기의 칼날을 밀쳐내면서 틈이 생겼고, 이후, 그가 병기의 오른쪽 어깨의 관절 부분을 찔러 해당 관절 부분을 마비시키고, 이어서 목의 틈을 칼의 끝을 찌른 후에 왼손에 마력을 주입해서는 그 왼손으로 흉부의 장갑을 뜯어내려 하였다. 장갑을 뜯어내지는 못했지만, 장갑이 부서지면서 흉부의 동력원이 드러났고, 그리하여 그 동력원을 검으로 찌른 이후에 그 너머의 병기를 상대하려 하였다.
나 역시 앞장서 오던 전투기들이 궤멸되자, 그의 왼편 곁으로 와서 지팡이에서 파랗게 빛나는 번개 칼날을 생성해서는 그와 함께 인간형 병기들과 맞서기 시작했다. 인간형 병기들이 왼손에 든 방패의 끝을 앞으로 내밀고, 각 방패의 끝에서 광선들을 발사하자, 그 광선들을 피해내거나, 번개 칼날로 이들을 막아내며, 인간형 병기들을 향해 접근하려 하였다.
이후, 리마라가 앞장서 오던 도끼를 든 병기와 대결을 시작할 무렵, 나는 그 병기의 바로 뒤에서 그것을 따라오던 검을 든 병기와 대면하게 되었다. 이후, 번개 줄기가 칼날과 부딪친 끝에 칼날을 부러뜨리자, 곧바로 머리를 번개 칼날로 찔러 폭파시키고, 이어서 어깨 관절들을 같은 방식으로 파괴한 이후에 칼날을 생성한 번개를 방출해 흉부를 향해 나아가도록 하였다. 흉부에 부딪친 번개는 이후, 흉부의 장갑을 부수고, 흉부 너머의 동력원에 닿아, 동력원을 폭파시키기 시작하니, 그 이후로 나는 도끼, 검을 든 이들 너머에 있던 철퇴를 가진 병기에게 접근하려 하였다.
한편, 리마라 역시 자신과 맞서던 병기가 폭발 이후에 추락하도록 하면서 그 너머에 있었던 도끼 창을 든 병기와 맞서려 하였다. 그 이후에도 다양한 무기를 든 병기들이 다가오고 있었으니, 이들은 한꺼번에 몰려오고 있었으므로, 이후로는 그 무리들과 한꺼번에 맞서게 될 것임이 분명했다.
리마라가 도끼 창을 든 병기와 본격적으로 대결을 개시할 즈음, 나 역시 번개 칼날을 다시 생성해서 철퇴를 든 병기와 맞서기 시작했다. 병기의 방패 내부에 장착된 포신을 통해 발사되는 광탄들 사이를 지나치며, 병기 바로 앞에 이른 이후에 번개 칼날로 병기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 이후, 철퇴 공격을 피하고서, 번개 칼날로 왼팔의 관절 부분을 베어내고, 그 병기의 왼팔이 잘리자, 그것의 왼쪽 방향으로 돌아간 이후에 칼날로 목을 찔렀다.
그럼에도 병기는 자신의 왼쪽 방향으로 돌아서서 나를 보려 하였고,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그것의 목에서 칼날을 빼내고, 그 칼날로 허리를 갑주 채로 베어내려 하였다. 병기를 강하게 베려 하면서 번개 기운을 강하게 집중시켰고, 그로 인해 허리가 바로 분단되면서 병기는 상반신과 하반신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추락해 갔다.
그 이후로 나는 리마라와 함께 한꺼번에 돌진해 오는 인간형 병기들과 맞서게 되었는데, 그 때, 뒤쪽에서 아네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라르나! 리마라!!! 물러 서!!!" 그 이후, 내가 리마라를 끌고 우측 인근으로 물러서려 할 즈음, 한 무리의 구체들이 인간형 병기들을 향해 몰려가기 시작했는데, 그 궤적이 나와 리마라가 있던 그 일대를 지나치고 있었으니, 그래서 아네샤가 나에게 물러서라고 했던 것 같다.
내가 리마라를 이끌고 우측 방향으로 물러났을 즈음, 구체들은 빠른 속도로 날아가, 인간형 병기들의 머리, 흉부, 허벅지 등의 몸의 일부분에 박혔고 (대개는 하나씩 박혔지만, 둘 이상 박힌 경우도 있었던 것 같다), 이후, 구체들을 구성하던 기운은 병기 내부로 흡수되는 듯하더니, 잠시 후에 몸에 박힌 그 내부에서 바람의 기운이 파열해 나오며, 병기들의 몸을 찢어내기 시작하니, 그렇게 일행 쪽으로 몰려오던 병기들은 몸이 내부에서 터지면서 폭발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이며 사라져 갔다.
병기들이 파열하는 광경을 잠깐 목격한 이후, 나는 전투기들 그리고 인간형 병기들이 몰려온 그 너머에 자리잡고 있었을 함선들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고, 그러자 리마라도 그런 나를 따라 함선 쪽으로 날아가려 하였다. 그 때, 내가 날아가는 방향에 있던 함선이 그 움직임을 감지했는지, 함체의 우현 부분에 내장되어 있었을 함포 장치들을 개방해서 각 함포에서 붉은 광선들을 발사, 붉은 빛 줄기들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빛 줄기들이 보이기 시작할 때부터 광선들의 궤적을 피해내려 하면서 리마라와 함께 함선을 향해 돌진하려 하였다. 그 때를 같이 해, 아네샤도 세미아와 함께 함선의 함미 쪽으로 날아가고 있었으니, 내가 리마라와 함께 함수 쪽에서 공격을 하는 동안 함미에 타격을 주거나, 함선 주변에서 몰려오는 이들을 상대하려 했었던 것 같다.
리마라는 함수 주변에서 몰려오는 인간형 병기 등을 막아내는 역할을 맡기로 하고, 나는 함수 근처로 다가가, 함수 부분 그리고 그 주변의 공격 장치들을 타격해 파괴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우선 함수 뒤쪽의 붉은 광선 및 광탄들을 발사하는 공격 장치들을 공격 목표로 정해 그것들을 우선 파괴하기로 하고, 그것들을 공격 목표로 정한 이후에 번개 줄기들을 지팡이에서 발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공격 행동을 저지하기 위해 몰려오는 무리는 소정령의 번개 작살, 번개 화살들로 타격해 파괴하기로 하였다)
공격 장치에서는 주로 광선, 광탄들이 발사되었지만, 유도성 미사일들을 발사하는 장치도 있었고, 공뢰들을 흩뿌리는 대형 장치가 사출되기도 하였다. 미사일, 공뢰는 소정령의 번개 작살들로 충분히 격추시킬 수 있었고, 그래서 미사일들에 대해서는 큰 위협을 느끼지는 않았지만, 간혹 광선들을 피하다가 미사일들을 목도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나오기도 하였다. 공뢰는 폭발이 컸고, 번개 작살 몇 번 맞히는 정도로는 부서지지 않았기에, 제법 골치 아팠다.
리마라가 주변 일대의 병기들을 막겠다고 나섰지만, 혼자서 다 막아내기는 아무래도 무리였을 것이고, 내가 있는 쪽으로도 병기들이 한 무리씩 몰려오고 있었다. 주로 비행기 형태의 전투기들이 몰려 왔으나, 원반 형태의 전투기들이 회전하면서 다가와 광선들을 흩뿌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인간형 병기들이 다가올 때도 있었다. 인간형 병기들은 수는 적었지만, 일단 키부터 나를 비롯한 일행을 구성하는 이들의 1.5 배 정도는 되고, 그 만큼 두터운 장갑도 갖추고 있었을 만큼, 번개 작살 몇 번 맞히는 정도로는 금방 격추되지 않았기에, 공격 장치 타격에 쓰고 있던 지팡이의 번개 줄기를 잠시 그 쪽으로 돌려야 할 때도 있었다.
함수 쪽에 있던 나를 저지하기 위해 몰려왔을 이들을 격파해 가면서 지팡이에서 방출되는 파랗게 빛나는 번개 줄기들로 함수 쪽의 공격 장치들, 광선, 미사일 등을 발사해 나를 비롯한 주변에 있을 이들을 위협하는 개체들을 하나씩 격파하려 하였고, 하나씩 함수 표면의 장치들이 파괴되는 모습을 보면서 함교 쪽으로 나아가, 함교 부근의 부포 그리고 주포가 있는 곳으로 가려 하였다.
함수 쪽의 부포까지 파괴한 이후에는 함교 근처에 있던 주포를 노리기 시작했다. 주포를 공격 목표로 정한 이후에는 다른 것을 마다하고, 주포만 집중적으로 타격을 가하기 시작하니, 수십 발씩 번개 줄기들을 주포로 쏟아붓기를 계속 반복한 끝에 주포를 타격하기 시작한지, 30 여 초 즈음 지났을 즈음에 주포의 장갑이 파열되고, 그 내부의 동력원이 터져 외부의 형체를 파열시킨 후에 폭발을 일으키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한편, 함미 쪽에서도 함선의 배기구가 폭파되고, 함선의 허리 부분에 해당되는 좌현, 우현 부분 쪽에서 계속 폭발이 일어나고 있어서 그 쪽에서 함포 및 공격 장치들이 아네샤 등이 가하는 공격에 의해 파괴되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맹렬한 타격 끝에 주포까지 폭파시켰을 그 때, 함미의 배기 장치 및 함선의 우현, 좌현 등의 함포, 공격 장치들을 파괴해 가며, 함교 쪽으로 오고 있던 아네샤 그리고 세미아가 나의 바로 앞으로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고, 이들과 함께 함교를 노리게 되었다. 그 때가 되자마자 리마라 역시 주변 일대를 오가던 인간형 병기 3 기를 차례로 검격으로 베어 격파하면서 함교 쪽으로 다가왔고, 그렇게 나를 비롯한 4 사람이 함교 주변을 에워싸게 되었다.
더 말이 있을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누가 뭐라 말할 것 없이, 각자의 수단을 이용해 함교 쪽으로 번개, 바람의 기운을 함교 쪽으로 집중적으로 쏟아 부었다. 번개 줄기들, 바람 줄기들에 바람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구체들과 칼날들이 함교를 향하며, 주변 일대를 격렬히 빛나게 했다.
4 사람이 있는 힘을 다해, 그렇게 함교를 집중 타격하니, 함교는 얼마 버티지 못했고, 함교에서 폭발이 일어나 함교의 모든 부분이 폭발에 휩쓸리면서 그 내부가 노출되니, 그 광경을 보자마자 내가 지팡이에 번개 기운을 끌어모아 거대한 칼날을 형성하고, 나 자신을 보호막으로 감싸면서 연기를 짙게 일으키는 함교 쪽으로 돌진해 갔다. 함교가 위치하고 있었을 부분을 위에서 아래로 뚫어, 그 내부에 있었을 동력원까지 완전히 파괴하기 위한 일이었다.
연기를 뚫고, 찢겨진 갑판 내부로 들어간 이후로 반대편을 향해 그대로 돌진하려 하였고, 보호막을 덮치는 폭풍 너머로 구름과 상공 아래의 수풀들을 보게 되면서 함선 돌파를 온전히 끝냈다. 함선의 위에서 아래 쪽으로 돌파했고, 기함이 아닌 중형 함선이었던 만큼, 기함의 함수에서 함미를 돌파했을 때보다는 돌파 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그렇게 돌진을 마친 이후, 나는 앞장서는 역할을 리마라, 세미아 등에게 양보하고, 아네샤와 함께 이들의 뒤를 따르며, 그들이 그 인근의 함선 쪽으로 다가가도록 하였다. 그 함선은 이전의 것보다는 작기는 했지만, 여러 공격 장치들을 갖추고, 여러 전투기들을 거느리고 있었던 만큼, 그냥 놓아두면 여러모로 골칫거리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