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lphid 4th - 4. Green Plains, Dark Blood : 4


  우측의 거대한 방패를 앞세운 병기가 전면부의 방패 부분이 붉은 빛을 발하도록 하기 시작하자, 그 광경을 본 아네샤가 그 거대한 방패를 향해 오른손을 내밀고, 그 오른손에서 뭔가를 쏘아 보냈다. 그 손에서는 하늘색 빛을 발하는 구체가 방출되었고, 방출된 대기 구체는 이후, 가속해서 방패 쪽으로 날아간 이후에 곧바로 방패에 격돌해 폭발했다.
  방패가 구체에 격돌해 폭발하는 순간, 방패 쪽에서도 뭔가 반응이 일어났다. 방패를 감싸는 붉은 빛이 폭발이 닿은 순간이나마 밝아졌던 것. 그러나, 그 이상의 반응이 나오거나 하지는 않았으며, 방패의 형상은 구체의 격돌 이전과 비교해 큰 변화는 없었다.
  "웬만한 공격으로는 방패를 직접 타격할 수 없나 봐."
  그 반응을 지켜 본 이후, 아네샤가 말했고, 그의 곁에서 그 광경을 같이 지켜보았던 나는 뭔가 다른 방법으로 방패를 타격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서, 아네샤에게 뒤로 돌아서 타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서, '창' 혹은 '검' 에 해당되는 부분은 정면에서 타격해도 되지 않느냐고 그에게 묻자, 아네샤는 그 물음에 그러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이후, 방패 부분의 붉은 빛을 발하면서 좌측의 병기가 보이는 움직임에 맞춰 기수를 돌리기만 하던 우측의 병기와 달리, 좌측의 병기는 기수 부분에 장착된 포신을 통해 붉은 광탄들을 연속 발사하면서 몸체 곳곳에 장착된 포신들을 통해 광탄들을 흩뿌리며 전방에 위치한 나와 아네샤 등을 공격하려 하였다. 광탄들 중 다수는 나를 비롯한 기계의 적들을 지나친 이후에도 계속 직진하다가 소멸해 갔으나, 일부는 일행이 위치한 근처에서 폭발, 구체 형태로 열기를 확산시켜서 나와 아네샤를 위협하기도 했다.
  방패 부분은 정면에서 타격을 가할 수는 없어도 측면이나 후면을 타격하면 파괴할 수 있다고 여기기도 했고, 당장의 위협은 좌측의 '창' 혹은 '검' 에서 이루어지고 있었으니, 우선은 당장에 큰 위협이 되는 좌측의 전투기를 먼저 격파하기로 했다.

  그렇게 판단을 내리고 공격 준비를 하려던 그 순간, 좌측의 전투기가 기수에 장착된 포신의 포구 쪽에서 붉은 빛 줄기를 분출하기 시작했고, 그 빛 줄기가 발사되자마자 나는 공격 준비를 멈추고, 빛 줄기의 좌측 방향으로, 그리고 아네샤는 우측 방향으로 흩어지듯 날아가면서 빛 줄기 공격을 피해 갔다. 그렇게 공격 목표였을 두 사람이 모두 피해갔지만, 그럼에도 포구에서 방출되는 붉은 빛은 꺼지려 하지 않고, 계속 전투기가 향하는 전방 쪽으로 직진해 갔다.
  그러다 잠깐 후, 병기들이 있는 방향 근처, 정확히는 우측의 전투기가 자리잡은 그 근처로 빛 줄기가 다가오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와 아네샤가 있는 쪽을 지나쳤던 빛 줄기가 뒤쪽의 무언가에 부딪쳤다가 그 무언가에 의해 반사되어 우측의 전투기 쪽을 향하게 되었던 것. 빛 줄기의 전투기가 향하는 부분은 모종의 이유로 인해 각도가 조금씩 바뀌면서 전투기를 향하고 있었으니, 잘하면 전투기에 닿을 수도 있어 보였다.
  "뒤쪽에 뭔가가 있나 보네, 그것이 빛을 반사해서 이렇게 되고 있는 것 같아."
  아네샤가 말했고, 그 말을 듣자마자, "그렇겠지." 라고 내가 답하고서,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각도만 잘 조절하면 그 빛을 이용해 저 방패가 장착된 전투기를 격파할 수 있을지도 몰라. 물론, 빛 줄기가 방패의 에너지를 무시하고, 갑판을 관통하는 특성을 갖추고 있다면 말야. 당연히, 빛을 반사하는 무언가를 가진 이가 우리 편이 될 수 있다는 전제도 있어야 하겠지."
  한편, 빛 줄기의 반사된 부분은 계속 각도가 낮아지더니, 마침내 방패의 표면에 닿기 시작했다. 아네샤의 타격은 잘 막아냈던 방패의 빛이었으나, 동료의 빛 줄기에는 바로 궤뚫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빛 줄기의 궤적이 다시 위쪽으로 돌아가기는 했으나, 방패가 뚫리고 연기가 치솟는 모습을 잠깐이나마 볼 수 있었고, 그래서 그 반사를 행할 수 있는 이와의 접촉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판단을 내리게 되었다. 빛 줄기 반사는 그 이후에도 한 동안 이어지면서 좌, 우측에 자리잡은 전투기를 뒤따라 온 인간형 병기, 전투기들을 궤뚫어 폭파시키다가 마침내 빛 줄기 방출이 그치면서 끝나게 되었다.

  "잠깐 뒤쪽에 갔다 올게!" 이후, 나는 빛 줄기 반사를 행한 무언가를 직접 보러 가겠다면서 아네샤의 뒤쪽 방향으로 비행해 가려 하였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에 한 쌍의 사람들이 날개를 펼친 채로 내가 있는 쪽으로 날아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앞장 서는 이의 초록색 머리카락이 바로 드러났으며, 이어서 뒤따르는 이의 짙은 하늘색 머리카락도 보였다. 이를 통해 일행의 뒤쪽에 있던 이로서 반사를 행한 이가 누구였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클라리스 그리고 미라였다. 둘 중 한 명, 아마도 클라리스가 빛 줄기의 반사를 행하고 있었을 것임이 틀림 없어 보였다.
  "방금 전에 먼 저편에서 빛 줄기가 발사되는 것을 막아내고, 그것이 반사하고 있음을 알아차린 이후에 빛 줄기의 근원으로 다가가는 중이에요. 빛 줄기의 근원이 있을 법한 방향에서 오신 것 같은데, 혹시 그 빛 줄기의 근원과 마주하신 적 있으신가요?"
  두 사람 중에서 앞에서 다가오던 클라리스가 나와 마주하자마자 나에게 이렇게 물었고, 그러자 내가 바로 답했다.
  "예, 봤어요." 그리고, 방금 전에 한 쌍의 비행체가 나타나고, 그 중에서 기수에 포신이 장착된 비행체가 빛 줄기를 분출하는 모습을 목격했음을 이어 밝히기도 하였다. 그러자 클라리스를 뒤따르다가 그의 왼편에 이르면서 미라가 그에게 '보신 게 맞아.' 라고 그에게 귀띔하는 듯이 말하더니, 나에게 다가와서 우선 어떻게 할 것인지를 알리려 하였다.
  "지금부터 바로 라르나 씨께서 오신 방향을 따라 그 너머로 갈 거예요, 그 너머에 빛 줄기의 근원인 전투기가 있음이 확실해 보여서 그래요. 이전 때처럼 클라리스가 빛의 방패로 빛 줄기를 반사하고, 그 틈에 제가 그 근원인 전투기들을 타격하려고 해요."
  그 이후, 그는 내가 있던 곳으로 가서, 앞장서서 이후로 빛을 반사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며, 그래서 그 쪽에 있는 동료들에게 잠시 동안이나마 물러나 있을 필요가 있음을 전해달라 하였다. 그 말을 듣자마자 알았다고 화답하고서, 곧바로 아네샤가 있던 곳으로 날개를 뒤로 젖히면서 날아가려 하였다, 가능한 빠른 속도로 아네샤가 있는 쪽으로 날아가기 위함이었다.



  "라르나, 그 뒤쪽에 누가 있었던 거야?"
  이후, 아네샤에 리마라 그리고 세미아까지 나를 맞이했고, 그 이후로 아네샤가 일행 쪽으로 돌아오는 나를 보더니, 나를 마중 나오려 하면서 물었다. 그러자 나는 뒤쪽에 클라리스 그리고 미라가 있었으며, 클라리스가 자신의 방패로 빛을 반사하고 있었음을 이어 알렸다.
  "미라 씨께서 말씀하시기를, 이후로 그 쪽으로 간 이후에 앞장서서 클라리스가 빛을 반사하도록 해 볼 테니, 그 동안은 뒤로 물러서 달라고 하셨어. 그 빛의 반사를 통해 앞쪽에 자리잡은 전투기들을 타격하려 하시겠다는 거야."
  "저기 있는 둘 모두 격추시키겠다는 거야?" 그러자 리마라가 내게 물었고, 세미아가 나를 대신해 답을 하였다.
  "그러하겠지, 방금 전의 반사된 빛이 방패를 장착한 전투기를 관통하고 있었잖아, 방패를 장착한 전투기의 존재 역시 의식하고 있을 거야. 그래서 광선을 방출하는 전투기를 이용해 우선 방패를 장착한 전투기부터 격추시키려 하실 것 같아."
  이후, 오래지 않아, 두 사람이 일행이 있는 쪽으로 날아왔고, 그리하여 나부터 그들이 지나가는 그 우측 근처로 물러나고, 아네샤, 리마라가 좌측으로 물러나면서 양 옆으로 일행이 갈라지듯, 두 사람의 진로를 비켜가는 형태를 취하게 되었다.

  "마침 잘 온 것 같네요." 이후, 클라리스는 좌측 전투기의 기수에 장착된 포신의 포구 부분이 붉게 빛나는 모습을 보고, 왼손에서 방패를 소환하며, 이후 있을 행동을 준비하려 하였고, 이에 카리나가 그런 클라리스의 뒤에 있으려 하였다.
  "만약의 경우에 클라리스에게 마력을 보태주려고 이렇게 뒤에 서 있는 거예요."
  그리고 이전과 같은 빛 줄기를 반사하는 정도는 클라리스의 마력으로 충분히 해낼 수 있겠지만,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클라리스라도 감당하지 못할 수 있고, 그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자신이 마력을 보탤 준비를 하려는 것이라 이어 밝혔다.
  그렇게 마력을 보태, 보호막 등을 강화시키는 기법을 어떻게 배웠는지에 대해 묻고 싶었지만, 당장에 다급한 일이 생길 가능성이 높고, 클라리스 등은 그것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었던 만큼, 당장에 물어보거나 하지는 못했다. 그 무렵, 왼편의 전투기가 빛을 방출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 사이에 대량의 에너지가 포구 안쪽으로 모이고 있었던 만큼, 강력한 빛 줄기가 분출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고, 그래서 그것을 두고 미라가 그 가능성을 미리 바라보았을 것으로 여기기도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포구에서 붉은 광선이 분출되기 시작하고, 클라리스가 그 때에 맞춰 왼손을 앞으로 내밀고, 손바닥에서 초록색 기운을 띠는 빛을 분출하기 시작했다. 그 빛은 이후, 클라리스의 손바닥 바로 앞에서 얇게 펼쳐지며 거대한 원형 방패의 형상을 이루기 시작하니, 그것이 빛의 보호막 역할을 해 주고 있었음이 분명해 보였다.
  클라리스가 불러낸 빛이 방패 형상의 보호막을 형성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좌측에 있던 전투기의 기수에 장착된 포신에서 분출된 붉은 광선이 그 보호막에 격돌, 주변 일대로 주황빛 불꽃 무리를 퍼뜨리기 시작했다. 전투기의 광선은 밀어내는 힘은 없었지만, 보호막의 힘을 약화시킬 힘은 있었던 것 같다, 클라리스는 지속적으로 마력을 자신의 왼손 손바닥 쪽으로 집중시키고 있었으니, 보호막의 형상을 유지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이후, 보호막이 빛 줄기의 힘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게 되었는지, 클라리스는 보호막을 생성하고, 유지하는 힘의 근원인 자신의 왼팔을 오른쪽 방향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자신을 향해 분출된 빛 줄기를 반사시켜, 우측 전투기 쪽으로 돌리기 위한 일이었을 것이다.
  클라리스가 왼팔을 움직이기 시작하자마자 빛 줄기가 보호막의 표면에서 반사되어, 반사된 부분이 일행의 전방 우측 쪽으로 직진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클라리스가 자신의 왼팔을 우측 방향으로 돌리는 정도에 따라 그 각도도 벌어져, 우측 전투기 앞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반사된 빛의 회전이 그렇게 빠르지 않았으나, 보호막에 클라리스가 지속적으로 힘을 가하면서 회전 속도가 급격히 빨라져, 그 빛이 우측 전투기에 이를 즈음에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빛 줄기가 회전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후, 빛 줄기는 이전 때처럼 우측 전투기의 보호막을 통과해서 전투기의 몸체에 닿기 시작했으며, 이후, 오래지 않아, 전투기의 장갑이 빛 줄기에 의해 궤뚫리고, 그 내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내부의 기관들이 열기에 의해 타들어가면서 연기가 광선에 의해 뚫린 곳에서 분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분출되기 시작한 연기는 이윽고, 구멍 뿐만이 아니라, 전투기의 모든 장갑 표면에서 솟아나기에 이르렀다.
  자신의 온 몸에서 연기가 분출되기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방패와 보호막에 의지하고 있던 우측의 전투기는 표면에서부터 불길이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그 몸체에서 거듭되는 폭음과 함께 다홍빛 열기가 폭풍으로써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한 번 폭풍이 터져나오기 시작한 이후로 걷잡을 수 없는 기세로 폭발이 거듭 발생하고, 그 힘에 의해 전투기의 외장을 이루던 장갑이 깨지면서 그 몸체가 부서져 가기 시작했다. 전투기가 펼치고 있던 보호막은 내부 기관이 파손되고, 폭발하기 시작할 무렵에 보호막 기능의 작동이 멈추었는지, 그 시점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그렇게 우측에 보인 방패 역할을 맡던 전투기가 폭발하기 시작하자, 왼편에 있던 전투기는 몸체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기수 양 옆의 공격 장치들을 통해 붉은 광탄들을 발사하며, 주변에 있는 이들을 타격하려 하였으나, 붉은 빛 줄기 분출 역시 멈추지 않았고, 이후, 클라리스가 우측의 전투기를 폭파시킨 반사된 빛을 그 쪽으로 급격히 돌리기 시작하자, 우측의 전투기와 마찬가지로 그 몸체가 빛 줄기에 노출되고, 그 열기에 장갑이 뚫리기 시작했다.
  결국, 그 전투기는 빛 줄기에 의해 몸체가 궤뚫리더니, 한 차례 폭발과 함께 몸체가 둘로 쪼개져 버렸고, 이후, 쪼개진 몸체들이 절단면-붉은 열기에 휩싸여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생물이 절단된 그 절단면처럼 보이기도 했다- 등에서 열기, 불길을 일으키며 추락해 가다가 공중에서 폭풍이 터지는 모습을 거듭 보인 끝에 형체가 파괴되어 잔해들이 흩어지다가 대기 중에 타면서 소멸되는 결과를 맞이하고 말았다.
  그렇게 좌측의 전투기 잔해들이 폭파되면서 소멸하는 동안 우측의 전투기부터 한 차례 큰 폭음과 함께 폭발을 일으키면서 그 형상이 해체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 폭발로 그들이 있던 일대에 붉은 열기를 품은 큰 잿빛 구름과 작은 잿빛 구름들이 발생하고, 각각의 구름에서 병기들의 잔해가 불길에 휩싸인 채, 추락하다가 대기에 타 버리면서 소멸해 갔다. 지상으로 온전히 떨어진 잔해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하나의 상황이 종료된 이후, 클라리스는 지금까지 마력을 집중하면서 형성하고 있던 보호막을 해제하고서, 일행이 있는 쪽을 향해 돌아서더니, 바로 일행을 향해 말했다.
  "방금 전에 정보가 전파되어서 알고 계신 분들도 계실 거에요, 이전에 지금 이 곳에 자리잡은 기계 군단 소속 함대의 총 기함 '벨레스 (Beleth)' 가 재차 포격을 개시할 것임을 알리는 신호를 함내 장치들에 전송되었다는 것이지요."
  기함의 이름을 들은 것은 그 때가 처음으로, 클라리스에게 기함의 이름을 어떻게 들었는지에 대해서도 알고 싶었으나, 당장에 급한 일이 있어서 그것 역시 다음에 물어보기로 하고, 가능한 고도를 높이면서 방향을 돌려 기함 쪽으로 다가가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클라리스는 미라와 헤어졌으며, 클라리스는 기함을 향하는 일행의 우측에서 야누아 그리고 마야 자매 등과 동행하려 하였고, 미라는 일행과 함께 기함 쪽으로 날아가려 하였다.

  공중에서 나와 세미아 등이 기함 쪽에서 날아오는 박쥐 모양의 전투기들을 폭파시키는 동안 일행과 동행하면서 클라리스가 이야기를 이어가려 하였다.
  "아르데이스의 엘베 족 대마법사님으로부터 말씀을 들을 수 있었어요."

"아르데이스의 상공에 검은 배들의 무리가 도래하니, 그들의 수장은 총 기함인 거대한 배의 형상을 이루고 있으며, 그 이름은 72 악마 중 13 번째인 '벨레스' 이다,"

  "...... 라 하셨지요." 미라에 의하면 대마법사는 오래 전부터 솔리아스 혹은 옛 세니티아의 마지막 시대에 기계의 지배를 바란 타락한 기술자에 의해 창조된 기계 무리가 창조한 72 악마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했으며, 그들 중 일부는 몇 세기 전에 파괴되었으나, 일부는 여전히 남아있으며, 인류를 증오하고, 인류의 흔적을 없애버리려 하는 자들에 의해 이용되고 있는데, 벨레스는 그 72 대 악마들 중 하나일 것이라 하였다고 한다.
  "그와 더불어, 그 분께서 말씀하셨지요, 그 악마들의 근원은 은하계의 중심부에 있으며, 악마들의 근원지에 있는 존재가 악마들과 더불어 기계 무리를 통솔하며, 행성계 각지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그리고, 은하계 중심부 근처에서는 여전히 인류의 후예가 남아서 악마들에게 저항하고 있다고."
  어느새, 일행은 미라가 '벨레스' 라 칭한 기함의 함수 부근의 상공에 도달하고 있었다. 하얗고 검은 박쥐, 용 모양의 전투기들을 격추시키며, 함수 부근에 도달하려 하는 동안 함수의 공격 장치가 끝 부분 쪽에서 붉은 빛이 생성되어 마치 별처럼 반짝이는 모습이 보였다. 포격 장치 작동어 머지 않았음을 의미할 것이다.
  포격을 준비하는 장치 그리고 기함을 호위하기 위함인지 전투기들이 대거 몰려오기 시작했다. 우선 몰려온 것들은 박쥐 모양의 전투기들로 그것들이 곡선 상의 궤적을 그리며 비행하면서 양 날개 부분에 한 문씩 장착된 포신의 끝에서 발사되는 붉은 광선 그리고 몸체에서 발사되는 붉은 광탄들로 나를 비롯한 일행을 위협해 왔고, 이들이 모두 격추될 즈음에는 가오리 모양의 전투정들과 더불어 커다란 인간형 병기들이 날아오기 시작, 각자 손에 든 창 형태의 포를 들고 창날처럼 생긴 포신에서 붉은 빛 줄기들이 발사되어 나를 비롯한 이들을 공격하려 하였다.
  이후, 사람의 키, 그 2 배 이상은 되어 보이는 이들로 등에 거대한 날개가 달린 장치를 장착하고 있던 대형 인간형 병기들이 도끼를 한 자루씩 들고 일행이 있는 쪽으로 몰려오니, 리마라 그리고 미라가 각자의 검을 들고, 이들과 맞서기 시작, 미라가 앞서 오는 이들을, 리마라가 측면, 뒤쪽에서 다가오는 이들을 처치하기 위해 나섰으며, 여기에 세미아가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곡선을 그리는 바람 줄기들을 소정령 그리고 자신의 기운으로 생성해서 발사, 발사된 기운이 곡선 상의 궤적을 그려내면서 인간형 병기들에게 타격을 가하려 하였으며, 이들 중 일부는 인간형 병기의 머리, 흉부 등을 관통하면서 그것들을 폭파시키기도 하였다.

  그 인간형 병기 무리까지 격파된 이후로도 계속해서 병기들이 몰려왔다. 중, 대형 전투기들이 한 번씩 몰려와서 각자의 공격 장치에서 미사일, 광탄들을 쏘아 보냈으며, 대형 전투기는 공중에서 폭파되는 특성을 가지는 공뢰들을 대거 투하, 이들이 기함의 상공에서 폭발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하기도 하였으니, 크고 작은 공뢰들이 내 눈앞에서, 혹은 머리 위에서 폭발해 주황 혹은 노란색 구상의 열기를 퍼뜨리는 모습을 보이게 하였으니, 어찌나 많은 공뢰들이 한꺼번에 폭파되었는지, 그 일대가 잠깐이나마, 수없이 많은 불빛이 밝혀진 듯, 환하게 밝아질 지경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대다수의 공뢰들을 내 머리 위에서 폭파되었으나, 그 중 일부는 나를 비롯한 일행이 위치한 일대에 이르러서 폭파되었으며, 의외로 일행이 위치한 지점에서 많은 개체들이 폭발을 일으켰기에 이들을 피해내는 데에도 나름 신경을 쓸 필요가 있었다.
  그 공뢰들이 터지면서 발산되는 열기를 피해내면서 나와 리마라가 공뢰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대형 전투기에 접근했으며, 이후, 내가 거대한 십자가 형태의 대형 전투기의 위쪽에 도달, 그 이후에 전투기의 상부에 위치한 장치들을 바람의 기운을 일으켜 생성된 푸른 낙뢰들로 폭파시키고, 이후에 전투기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중심부가 폭파되자, 리마라가 그 위쪽에 도달, 자신이 들고 있는 검에 바람의 기운을 집중시키고서, 그 이후에 오른팔을 아래 쪽으로 뻗어, 칼끝이 전투기의 불길과 연기를 일으키는 중심 쪽을 향하도록 하였다. 이후, 칼끝에 모인 바람의 기운이 파란 빛을 발하는 거대한 기탄으로 변해 전투기의 폭파된 중심부 안쪽으로 파고들었고, 그 이후, 대형 전투기는 중심에서부터 붉은 열기와 폭풍을 터뜨리면서 폭파되어 갔다.
  그 전투기가 폭파된 이후, 나와 리마라는 그 주변 일대에 배치된 2 척의 대형 전투정에 하나씩 접근했으며, 리마라가 내 키의 2 ~ 3 배 즈음 되는 대형 인간형 병기들을 검격으로 하나, 둘씩 처치해 가는 동안 내가 전투정의 공격 장치들을 파괴한 이후에 선교에 번개를 떨어뜨려 선교를 폭파시키고, 그 안쪽을 번개 줄기들로 집중 타격해 가는 방식으로 하나씩 대형 전투정을 격침시켜 갔다.
  그렇게 공뢰의 근원 뿐만이 아닌, 그 주변의 전투정들까지 격침 이후 폭발하여 잔해가 불길에 휩싸인 채, 추락해 가는 모습까지 보면서 나는 비로소 아네샤, 세미아 그리고 미라가 자리잡은 그 일대로 돌아오게 되었다.

  공뢰들이 폭파되고, 그 열기가 걷히는 동안에도 기함의 기수 부분에서 이루어지던 에너지 축적은 계속되고 있었는지, 기수의 공격 장치에 발생한 붉은 별이 이전보다 더욱 커져 있었으며, 기수의 내벽에 일정 간격으로 배치된 장치들이 전부 가동되어 붉은 빛을 발하고, 각각의 붉은 빛 사이로 붉은 빛을 발하는 고리들이 하나씩 생성되어 하나의 동심원 무리를 이루기 시작했다. 그와 더불어 기함의 함교 여러 부분이 붉은 빛을 거듭해서 깜박이고 있었으니, 기함이 주변 일대의 개체들에게 포격이 임박했음을 불빛을 통해 알리려 하는 것 같았다.
  "포격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예요!" 그 때, 미라가 잠깐 다른 쪽에서의 통신에 응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이후, 나를 비롯한 일행에게 포격이 임박했음을 알리고서, 우선은 함교 쪽으로 갈 것을 나에게 요청하였다.

  한편, 클라리스는 야누아, 미라와 함께 함교 쪽으로 몰려오는 병기들을 격추시키고 있었으며, 그 중에는 전투정 및 소형 함선들도 있었다. 그들이 있던 곳에서도 대형 전투정이 공뢰를 흩뿌리는 광경이 보이고 있었으며, 그 공뢰 무리가 한꺼번에 폭파되는 틈을 타, 야누아, 마야가 전투정의 선교 쪽으로 파고들었으며, 이후, 마야가 거대한 구체를 소환한 이후에 선교에 날리고, 이어서 같은 구체들을 계속 쏘아 보내, 선교에 부딪치게 하는 방식으로 선교를 폭파시켰으며, 이어서 야누아가 불기둥을 일으키는 그 폭파된 자리에 검푸른빛을 발하는 창날들을 잇달아 쏘아 보내, 그 안쪽으로 파고들게 하는 것으로 전투정을 격침시켰다.
  이후, 클라리스가 전투정을 구하기 위해 몰려온 인간형 병기들 및 전투기들을 연두색 빛으로 이루어진 칼날들을 그들을 향해 하나씩 쏘아 보내어, 그들을 궤뚫도록 하는 방식으로 격추 및 격파시켰으며, 그 무리까지 궤멸되고, 야누아, 마야가 그들을 따라나선 모린, 아샤란의 움직임에 합류하려 하자, 바로 기함의 함교 근처로 가려 하던 미라가 있는 쪽으로 비행하려 하였다.

  그 무렵, 나는 함선의 상공 주변 일대를 돌아보며, 일행과 함께 함대에 이르고, 기함 주변에 도달한 이들의 모습을 보려 하였다. 내가 위치한 좌측 상공 일대에는 야누아, 마야가 아샤란, 모린과 함께 있었고, 우측 건너편에는 이전부터 간간히 보였던 녹색 글라이더를 탄 무리의 모습이 보였다. 뒤쪽 먼 저편에는 또 다른 무리의 그림자가 있어, 기함 주변에 배치된 함선들의 무리를 공격해 가며, 기함이 위치한 그 일대로 접근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기함에 접근하고 있던 이들 중에서 기함의 함교와 가장 가까운 이들은 나를 비롯한 일행, 미라 (그리고 클라리스) 였으며, 나머지는 기함의 먼 상공 일대에서 기함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기함 주변에 머무르고 있는 동안에도 기함은 계속 함체에서 붉은 빛을 깜박이는 것으로 주변 일대에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붉은 빛 무리는 아무렇게나 깜박이는 것은 아니었으며, 모종의 규칙에 의거한 듯이 깜박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 규칙이 무엇인지는 알아차릴 수는 없었다.
  "숫자를 세고 있어요." 그 무렵, 좌측 상공 먼 곳에서 날아오던 클라리스가 붉은 빛들이 깜박이는 신호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다. 이후, 나의 바로 앞으로 날아온 클라리스의 우측 곁으로 미라가 다가오면서 그에게 이렇게 묻고 있었다.
  "전신 부호 (Megrikoda, Telegrafkoda) 의 규칙대로였던가, 그렇지?"
  "응." 이후, 클라리스는 미라의 물음에 그렇게 답하고서, 전신 부호의 숫자를 역으로 세고 있음을 밝혔다. 그 무렵, 기함은 붉은 빛을 잠깐 깜박이기도 하고, 길게 깜박이기도 했었는데, 그 두 깜박임이 신호를 구성하는 원리였던 것 같다. 그렇다면, 기함이 내보내는 신호는 두 종류의 문자로 이루어진 셈이었다. 덧붙여서, 클라리스에 의하면 빛의 깜박임은 초 단위로 하나의 신호를 보내고 있었으며, 그것이 숫자를 의미했기에 초를 세고 있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길게 5 번 깜박인 이후에 포격이 시작돼요, 짧게 5 번 깜박일 즈음에 대비를 하셔야 할 거예요."
  클라리스의 목소리가 들린 이후, 함교의 여러 방향에서 다가오는 사람 크기만한 인간형 병기들, 전투기들을 격파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클라리스에 의하면 그 무렵에 남은 시간은 대략 30 초 가량이었다고 한다. 그 말을 듣자마자 길게 5 번 깜박일 때가 0 에 해당되며, 짧게 5 번 깜박이는 것이 5 즈음에 해당될 것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초를 셀 때, 본격 행동을 하기 직전에 0 을 세고, 마지막 대비는 5 초 (혹은 5 분) 전에 해야 한다는 것을 이미 배워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 분도 짧은 시간인데, 30 초는 얼마나 짧은 시간일까, 금방 지나갈 것만 같은 시간이었으나, 생각보다 빨리 지나가지는 않았다. 1 초도 길 것 같은 간격으로 전투 병기들이 계속 몰려왔고, 그런 그들을 격추시켜 나아가기를 반복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빛이 5 번 짧게 깜박일 때가 왔고, 그 이후로 병기들은 더 이상 함교 근처에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그리고 머지 않아, 빛이 5 번 길게 깜박일 때가 됐고, 그간 자그마한 붉은 별처럼 빛나던 함수의 포신 끝에 자리잡은 붉은 빛이 순식간에 부풀어 올랐다. 붉은 별은 곧, 붉은 거성으로, 그리고 거대한 빛 기둥이 되어 공중을 가로지르며, 주변 일대의 공기를 무너뜨리는 듯한 굉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빛 기둥이 하늘을 가로지르는 동안 그 주변으로 빛 기둥을 휘감는 덩굴과도 같이 한 쌍의 에너지의 흐름이 같이 분출되었다. 그 시점에서 기함 주변의 전투 병기들은 나를 비롯해 함선에 접근한 모든 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 빛 기둥에서 벗어났으나, 기함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함선 및 병기들은 추가 통보를 받지 못했는지, 빛 기둥에 휩쓸리고 있었다. 아마 그들 역시 이전에 빛 기둥에 휩싸였던 다른 이들처럼 빛 기둥이 사그라진 이후에는 더 이상 보이지 않을 것임이 분명했다.
  "어째서, 우군의 피해나 함체의 가동은 아랑곳 않고, 저런 짓을 하려는 거야......?"
  빛 기둥의 분출로 인해 주변 일대가 환하게 밝아질 무렵, 그 빛을 지켜보면서 미라가 클라리스에게 물었다. 인격체도 아닌, 기계가 그런 상식도 논리도 없어 보이는 그런 행각을 스스로 자행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납득을 도저히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어떻게든 포격을 해야 한다는 거야, 주변에 아군이 있든 말든, 어떤 희생이 발생하든 말든 간에."
  클라리스가 답했다. 그리고 기함을 구성하는 기계 장치들 자체가 그런 판단을 자의적으로 내렸을 것이라 함부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말하고서,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미라에게 이렇게 말을 건네었다.
  "그 배후에 뭔가 있을 것임이 확실해."
  그러더니, 그에게 이런 말을 건네고 있었다. 기함이 빛으로 신호를 보낼 때의 일에 대해 알려주고 있었던 것이다.
  "미라, 네가 기함의 함수 부분으로 접근해 왔을 때, 빛이 보내는 신호의 강도가 갑자기 강해졌어. 그리고 다른 쪽에서는 숫자 이외의 다른 신호들도 오고 있었고, 그것 역시 뭔가 하나의 문장을 구성하고 있었던 것 같아."
  "뭔지는 알아?" 그러자 미라가 다시 물었고, 그 물음에 클라리스가 이렇게 답했다.
  "Te venit, occidere quod villia et cohors (Te venit, occidere qwod villia et koøors), '너에게 오고 있다' 그리고 '저 빌리와 그 무리를 죽여라' 란 의미를 갖고 있는 어구였지. 미라, 네가 함수 쪽으로 왔을 때에 그런 메시지가 기함 쪽에서 전달됐던 거야."
  "빌리는...... 나를 말함이겠지? 그러니까, 기함 아니면 그 배후의 뭔가가 그러면 포격을 지시하는 거야?"
  그리고서, 미라는 그에 이어, "고작 나 하나 죽이겠다고?" 라고 묻는 말을 이어갔고, 그러자 클라리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 라고 답했다.

  그 때, 소정령 간 통신을 통해 마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여기 함대의 총 기함인 '벨레스 (Beleth)' 의 총 지휘 체계는 '콘질리에레 (Consigliere, Konzilyiere)' 혹은 조언자 (Koretyi) 라 칭해지는 존재의 지시에 의해 움직이고 있어요. 본래는 그 상위 존재인 '코만다테 (Comandate, Komandate)', 즉 사령의 명령을 기함 그리고 함대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을 거예요. 그러다가, 모종의 이유로 조언자의 내부에 봉인된 뭔가가 깨어나서는 조언자의 인격 장치를 장악하더니, 비합리적인 명령을 반복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러더니, 마녀는 통신을 통해 이런 이야기를 전달하려 하였다.
  "이전에 미라라는 이가 기함 근처로 다가왔을 때, 갑자기 다급한 지시가 내려졌고, 빔 포격이 재개되었지요. 본래 빔 포격은 재개될 예정이었지만, 그 시기가 앞당겨진 것이지요. 그리고 숫자 신호와 함께 문자 신호가 기함을 통해 전달되었을 거예요."
  "그 빌리를 죽여라는 그 문구 말이지요?" 이후, 내가 묻자, 마녀는 그렇다고 답하더니, 이어서 이런 말을 건네려 하였다.
  "원래 문구는 이것이었다고 해요 :

Illa villia ad te venit. Occidere quod villiam et cohors,
Etiam si collega tuus et tu ipse deleti eritis.

Illa villia ad te venit. Occidere qwod villiam et koøors,
Etiam si kollega tuhs et tu ipse deleti eritis.

'저 빌리가 다가오고 있다, 저 빌리와 그 무리를 죽여라, 네 동료들과 너 자신을 파멸시켜서라도.' 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말이지요. 거기서 빌리가 누구를 의미하는지는 이미 몇 차례 이야기를 들어봐서 아실 것이라 생각해요."
  "그렇다면...... 정말로 그 사람 하나 죽이겠다고 그런 짓을 벌이는 거예요? 사령은 그런 조언자의 폭주를 왜 방관하는 거예요?"
  이에 아네샤가 놀라면서 마녀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러자 마녀는 그 물음에 대한 답으로써 이런 이야기를 건네려 하였다.
  "의도적인 방치일 가능성이 높아요. 그 영혼은 분명 비합리적인 판단을 내세우고 있고, 그로 인해 아군에게 심각한 피해를 가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자신의 적에게 처단당하게 되겠지요. 그 일련의 사건 전개가 사령의 의도를 따르고 있을 것이란 말이에요,"
  "그렇다면, 그 의도가 무엇인지는......."
  "거기까지는 아직 알지 못하고 있어요." 그리고 내가 묻자, 마녀의 목소리는 거기까지는 아직 파악을 하거나 하지는 못했음을 밝혔다. 그 대답을 끝으로 마녀와의 통신은 끝을 맺었다.

  빛 기둥의 형태로 에너지의 폭풍 분출이 공중 일대를 휩쓸고 있을 때에도 병기들의 습격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사람 크기만한 전투기들의 미사일, 광선 포격부터, 전투정들의 기뢰 공격까지 다양한 공격들이 일행을 위협하려 하고 있었다. 그 위협이 주로 기함의 함수 너머에서 다가오자, 우선 나부터 함수 쪽을 향해 다시 돌아서고서 해당 방향에서 오는 전투기들 그리고 전투정들을 번개 줄기로 이들을 격추시키기 시작했으며, 아네샤 등도 기함의 함수 너머로 돌아서서 주변 일대의 병기들과 맞서고, 이들을 격파해 가려 하였다.
  우선 몰려온 것은 인간형 병기로 엎드린 자세를 취하며 날아오면서 두 손으로 든 총포의 포구를 통해 붉은 광탄들을 계속 발사하며 나를 비롯한 이들을 공격하려 하였다. 그 빛 줄기들을 피해 가면서 인간형 병기들을 곡선을 그리는 번개 줄기들로 타격해 가며, 이들을 격추시켜 갔다.
  이후에 다가온 것은 창, 도끼를 든 인간형 병기들을 앞세운 전투정들로 우선 인간형 병기들이 먼저 돌격해 왔으며, 뒤쪽에서 전투정들이 포격을 가하며, 인간형 병기에 맞서려 하는 일행을 붉은 줄기로 격추시키려 하고 있었다.
  그 인간형 병기들을 상대하는 것은 리마라와 나 그리고 먼 저편에서는 야누아, 마야가 맡았다. 내 앞으로 다가온 이는 하나의 개체로 손에 커다란 날을 가진 도끼를 들고 있었다. 병기는 내 앞으로 오자마자 도끼로 나를 내리치려 하였고, 그 공격을 피해낸 이후, 나는 지팡이에 번개 칼날이 생성되도록 한 이후에 그 칼날로 나를 향해 다가오는 도끼 날을 치려 하였다. 번개 줄기가 도끼 날 주변으로 분출되더니, 이윽고 도끼 날이 부서져 버렸고, 그렇게 도끼 날이 무력화되자마자 나는 그 병기가 다른 무기를 꺼내기 전에 재빨리, 머리를 번개 칼날로 찔렀다.
  머리가 폭파된 이후, 병기는 어찌할 줄 모르고 있었으며,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병기의 목을 찌르고, 지팡이에서 번개 줄기를 발사해, 흉부와 관절을 타격해 폭발을 일으키도록 하였다. 이후, 병기는 추락하면서 내가 소환한 낙뢰에 흉부가 타격을 받았으며, 그렇게 흉부가 폭발한 병기는 사지만 남긴 채로 추락해 갔다.
  그 이후로도 인간형 병기는 계속 몰려왔다. 창을 든 병기, 창의 끝 부분에 검이 달린 무기를 두 손으로 쥐고 있는 병기들도 계속 다가왔다. 그런 병기들이 몰려올 때마다 그들의 머리, 흉부 등을 번개 줄기들로 타격하려 하였고, 그것도 마땅치 않을 때에는 낙뢰까지 불러왔다. 낙뢰에 맞은 병기는 확실히 한 번에 폭발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였다.

  그 이후로 붉은 빛 줄기들을 방출해 가는 전투정들을 향해 세미아와 함께 다가갔으며, 이후, 세미아가 우측에 보이는 전투정들을 향해 바람 작살들을 발사해, 기수, 중심부에 타격을 가하는 동안 나 역시 내 앞 그리고 왼편의 전투정들을 번개 줄기들을 발사해 가며 격추시키려 하였다.   퇴각해 가던 병기들마저 격추되어, 폭파되거나 에너지 폭풍 속으로 추락해 갈 동안, 기함의 좌측 건너편에서 함선 한 척이 다가왔고, 그 사이에 에너지 폭풍이 걷혀 갈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에너지 폭풍이 걷혀가는 동안 나는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는 함선의 함수 쪽으로 접근하기 시작했으며, 나와 동행하던 세미아 그리고 좌측에 자리잡고 있던 클라리스와 미라가 함선의 옆구리 쪽으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나의 행동에 가세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함수의 포구에서 붉은 빛 기둥이 분출되기 시작했으며, 이어서 그 위쪽 너머로 한 무리의 삼각 날개를 달고 있는 검은 전투기들이 고속으로 내가 있는 쪽으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 클라리스, 미라 등에 의해 격추되어 폭파되는 이들이 있어서 내 쪽으로 오는 이들은 반 정도였다.
  검은 전투기들은 내게 접근해 오자마자 날개 하단에 장착된 포신에서 붉은 광탄들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눈 앞의 개체를 어떻게든 맞히려 하는 듯이. 그렇게 형성된 화망을 구성하는 광탄들을 피해 가면서 내 근처를 지나치려 하는 전투기들을 공격 목표로 정하고, 이들이 나를 지나칠 즈음에 번개 줄기들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번개 줄기들은 곡선을 그리면서 전투기들을 추적하기 시작했고, 이후, 번개 줄기들이 나를 지나쳐 가려 하던 전투기들의 중심부에 꽂혀서 전기 충격을 일으켰으며, 이후에 충격을 받은 전투기들에서 폭발이 일어나게 되었다.
  함수의 포격이 끝난 이후, 함선은 선교 부근의 주포를 시작으로 함체에 내장된 포대들을 꺼내, 각각의 포신에서 광탄들을 발사하기 시작하니, 함선 주변으로 여러 방향으로 광탄들의 대열이 붉은 선을 그리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중 일부는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기에 그 대열을 피해 가고, 광탄들의 대열 사이로 날아오는 미사일들을 격추시켜 가면서 그 반격으로써 주포들을 비롯한 포대들을 향해 번개 줄기들을 발사하면서 소정령이 번개 작살들을 발사해, 전방의 주포들을 타격하도록 하였다.
  번개 줄기들과 번개 작살들이 포대들을 타격해서 하나둘씩 포대들에 전기 충격이 가해지는 동안 전투기들도 계속 날아왔다. 처음에는 삼각 날개를 장착한 내 키 정도의 크기를 가진 전투기들이 날아왔으나, 그 이후로는 나사 못 형태의 비행체들이 회전하면서 느리게 비행하는 미사일처럼 날아왔으며, 이어서는 포대처럼 생긴 전투기들이 기수의 포구에서 주황색, 연두색 빛 줄기들을 한 번씩 발사하면서 나를 비롯한 전방에 있는 이들을 위협하려 하고 있었다.
  이들마저 격추되고, 거듭되는 번개 줄기 발사로 포대들이 하나둘씩 폭파되어 갈 무렵, 함선의 좌측 옆구리 쪽에서 폭발이 거듭 일어나더니, 해당 부분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기 시작했다. 그 불길 사이에서 보호막에 의지한 채로 클라리스, 미라 그리고 야누아가 튀어나오고 있어서 그 쪽에서 세 사람이 집중 타격을 가해 폭발을 일으켰음을 알 수 있었다.
  함포들도 대부분이 격파된 상태에서 옆구리까지 터졌으니, 그 즈음 되면 사실상 격침이라 다를 바 없었으나, 그럼에도 함선은 함수에서 다시 포격을 개시, 붉은 빛 줄기를 분출하고, 대량의 미사일 및 광탄들을 발사하려 하였다. 함선이 최후를 맞기 직전, 최후의 발악이라 할 수 있겠으나, 피해갈 틈이 좁은 미사일과 광탄들의 화망은 확실히 위협적이었다. 이들이 날아오기 전에 가능한 많은 수의 미사일들을 격추시켜서 피해 갈 수 있는 틈을 최대한 확보하려 하였다.
  미사일들 중 일부는 함포 등에서 분출되는 광선을 이루는 물질을 포함하고 있었는지, 붉은 빛을 흩뿌렸고, 그 피색을 띠는 빛들은 주변 일대로 흩어지자마자 폭발해 주변 일대에 붉은 열기로 이루어진 구체들을 생성해, 그 무리를 피해가도록 하게 만들었다.
  미사일들은 일정 거리를 날아가다가 폭발하는 특성을 보였으며, 그 중 대다수는 내가 위치한 일대에서 폭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 폭풍 사이로 한 무리의 비행체들이 날아드는 모습이 보였다. 처음에는 그림자만 보였다가, 나와 가까워지면서 그 형상이 서서히 드러났다.
  처음에는 삼각 날개를 갖춘 비행체들이 우선 날아들었다가, 그 이후로 비행체를 발판 삼고 있는 인간형 병기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앞서 오는 것들부터 번개 줄기들, 그리고 소정령에서 발사되는 번개 화살들로 이들을 쏘아 맞혀서 파괴해 가려 하였고, 이어서 앞서 온 무리를 뒤따라 온 큰 날개를 갖춘 대형 전투기 그리고 전투정들을 향해 번개 줄기들을 쏘아 보냈고, 그러면서 그들 사이를 오가는 작은 전투기들을 번개 화살들로 격추시키려 하였다.
  이후, 연기가 온전히 걷히고, 함수 부분이 드러나기 시작했을 때, 함수 사이의 포구 사이로 차오르는 붉은 빛이 눈앞에 드러났다. 이전에 발악으로 포격을 통해 에너지를 분출한 이후에도 재차 에너지 분출을 행하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바로 그 포구를 향해 번개 지팡이를 든 오른팔을 뻗었다. 언제라도 분출될 것처럼 큰 에너지가 바깥에서 오는 에너지와 충돌을 일으키면 분명 연쇄 반응이 일어날 수 있을 것임이 분명했고, 이를 이용해 함선 내부까지 완전히 끝장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지팡이에서 푸른 번개 줄기 여러 다발을 한꺼번에 분출해 포구에 닿도록 하였다.
  번개 줄기들은 바로 포구에 집중되었고, 이후, 포구에 집중된 에너지는 내가 분출한 번개 줄기와 충돌을 일으키면서 폭발을 일으키기 시작, 그리고 그 연쇄 반응으로 내부에서까지 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내부에서 터져나온 열기들이 함체 곳곳의 장갑을 뚫고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됐다 싶은 생각에 바로 함체 부근에서 이탈했고, 이후, 폭발하는 함체를 향해 다가오는 비행체들을 소정령의 번개 작살들로 쏘아맞혀서 격추시킨 이후에 기함의 함수 쪽으로 돌아가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이후, 폭음이 울려퍼진 방향을 바라보니, 이미 함선은 폭발했으며, 폭발에 의해 생성된 잿빛 구름 사이로 잔해들이 에너지 폭풍을 향해 낙하하고 있었다. 이들 중 대다수는 아직 기세가 강했을 에너지 폭풍에 휩싸여 소멸했을 것이다.

  그 무렵, 에너지 폭풍은 급속도로 걷혀 가면서 함수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때, 아네샤와 리마라 그리고 세미아까지 함수 쪽으로 다가왔고, 그 무렵, 클라리스와 미라 그리고 야누아와 마야가 함수 좌측으로 다가왔다. 이후로 초록색 글라이더 무리와 더불어 아샤란과 모린이 함수 우측 부근의 상공에 머무르면서 병기들을 격추시켜 가는 모습도 보이고 있었는데, 일행이 함수 쪽을 공략하려 하는 모습을 보고, 그 호위 역할을 자처한 것 같았다.
  이후, 함수의 포격이 완전히 끝나고, 에너지 폭풍도 완전히 사그라졌다. 이렇게 한 차례의 에너지 분출이 끝나면서 다시 함선 아래의 푸르스름한 황무지 풍경이 다시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후, 기함을 뒤따르던 한 무리의 작은 함선들이 표면의 앞쪽에서 마치 눈처럼 붉은 빛을 깜박이는 공뢰들을 흩뿌렸고, 이들을 격추시켜 가면서 함수 쪽의 포격 장치를 공격할 기회를 노리려 하였다.
  하지만 곧, 함수의 포격 장치 앞쪽의 장치들이 다시 붉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이어서 포구의 발사 장치 안쪽에 붉은 에너지가 충전되는 듯한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기함이 또 다시 포격을 시도하려 한 것이었다.
  "기함이 또 포격을 시도하고 있어!" 그 광경을 보고, 내가 바로 큰 목소리로 주변의 일행에게 알렸다.
  "그래? 지금 어느 단계야!?" 그러자 세미아가 바로 나에게 물었고, 이 물음에 나는 이제 첫 단계인 것 같다고 응답했다, 에너지 충전이 이제 겨우 시작된 것 같은 정황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는 동안 함수의 포구에서는 계속해서 에너지 충전이 이루어지는 모습이 보였고, 그 충전 속도는 상당히 빠른 수준을 넘어, 가파른 수준에 이르고 있었다. 금방 다시 포격을 개시, 에너지 방출을 하겠다는 의도가 바로 드러났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 포격을 개시하려던 함수의 포구 쪽으로 번개 줄기들을 집중시켰을 때처럼, 에너지 충돌을 함선 내부에 일으키는 것, 그리고 그것에 기인한 함수 내부 시설의 파괴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함수 쪽으로의 타격을 개시하려 하였고, 이를 위해 지팡이에 바람의 기운을 집중시키려 하였다. 그 때, 세미아가 소정령 간 통신을 통해 나에게 이렇게 알렸다.
  "일단은 기함이 포격을 하게 내버려 둬!"
  "어째서!?" 그 때를 기함에 큰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기회가 온 때로 여기고 있었던 터라, 나는 그 이유에 대해 바로 세미아에게 물으려 하였고, 이에 세미아는 그런 나의 항의 섞인 물음에 이렇게 화답을 하려 하였다.
  "포격을 해 봐야 이제는 피해를 입을 그들의 적이나 자연 환경은 없어. 그리고 기함에 많은 에너지가 축적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포격을 3 회 연속으로 치르고 있고, 대규모 포격을 할 때마다 에너지 소모를 격렬히 하고 있어. 그렇게 과도하게 에너지 소모를 하고 나면, 당분간은 포격은 물론이고, 함선을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도 남아있지 않을 거야. 그렇게 함선이 무력화되고 나면 보다 용이하게 함선 공략을 할 수 있을 거야."
  이후, 세미아는 기함 주변에 여러 함선들 여전히 남아있고, 또, 주변 일대의 병기들이 있음을 언급하고서, 기함이 본격적인 위협에 놓이게 되면 그 때를 기점으로 그것들이 몰려올 것임을 알린 다음에 나에게 내가 타격을 가하는 때가 되거나, 함선이 포격을 행하기 시작할 때 즈음에 그것들이 몰려올 것임을 이어 알리기도 했다.
  무의미한 포격 이후에 기함이 더 이상 꼼짝도 못하게 된다면, 그것만큼 좋은 상황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내가 포격을 위한 에너지 충전을 노리든, 포격 상황이 오든, 주변 일대의 병기들이 몰려오는 상황이 올 것임은 다름이 없다면, 후자 쪽이 시간은 더 걸리더라도, 훨씬 이득일 것임은 분명했다. 그런 생각에 나는 함수 내부를 직접 타격하겠다는 생각을 바꿔, 세미아가 제안한 바대로, 함선 부근에 머무르면서 포격이 있을 때까지 기다리려 하였다.
  날갯짓을 하면서 연기를 일으키고 있던 함교 부근에 머무르고 있던 세미아가 있는 곳으로 가려 하였고, 그 무렵에 아네샤 그리고 리마라도 세미아가 있는 쪽으로 오려 하였다. 함교 주변 일대는 폭격으로 거의 무력화되었다지만, 함교는 아직 완전히 함락되지는 않았고, 함교의 여러 시설들이 남아있었던 만큼, 함교의 공격도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함교 측은 포격을 위한 통신 제어를 제외하면 방어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어서인지, 일행 쪽으로 어떤 공격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었다.
  "이제 머지 않아 기함이 포격을 가할 텐데, 그 동안 함교의 모든 시설들을 타격해서 가능한 무력화시킬 필요가 있어. 그러다가 함수의 포격이 끝나고 나면, 그 이후로 한 동안 기함은 기동 정지 상태로 남게 될 텐데, 그 때에 행동을 개시하는 거야."
  그렇게 4 명의 일행이 모였을 때, 세미아가 자신의 주변으로 모인 나를 비롯한 3 명에게 그렇게 알렸다. 그리고 둘로 나뉘어서 한 쪽은 함교 쪽을 타격해 장갑을 파괴해, 동력원을 관통하고, 다른 쪽은 함수 내부를 돌파해 중심부에 도달하도록 하려 하고 있음을 알렸다. 그리고,
  "함교 쪽은 바깥에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대신에 아직 남은 주변의 저항을 마주할 필요가 있고, 함수 쪽은 주변의 저항을 무시할 수 있는 대신에 길고 긴 내부 시설을 돌파할 필요가 있어. 그래서, 돌파력이 필요한 함수 쪽으로는 그것에 걸맞는 능력을 가진 이가 나설 필요가 있겠지?"
  라고 말하고서, 함수 쪽 돌파를 행할 이로 나를 지목하였다.
  "그간 돌파 능력을 통해 여러 병기들 및 함선들을 네가 격파해 왔잖아, 그 때에도 네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어."
  이후, 아네샤를 비롯한 남은 셋은 함교 쪽에 있을 것임을 알리고서, 특히, 아네샤는 여러 지점에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만큼, 함교 쪽에 어울린다고 그에 대해 알리기도 하였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는 세미아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렇다면, 함수 쪽으로 나 이외에 가는 사람이 있어? 있다면 누가 가게 되는 거지?"
  하지만, 세미아는 어떤 답도 하지 않았고, 그 침묵의 의미를 바로 알아차리게 되었다. 돌파 역할은 오로지 나 혼자서 맡게 된다는 것이었다.
  세미아의 의도를 알아차리면서 한편으로는 나 혼자 그런 중요한 일을 맡기는 것에 대해 못마땅해하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했던 것이, 함선 내부의 수없이 많은 기계 시설 돌파를 해낼 수 있을 만한 이는 당장에 나 혼자 뿐이었고, 다른 이는 맡을 수 없을 것이며, 바깥에서의 위협을 막아내면서 함교를 타격하기 위해서는 2 명으로는 벅찰 수 있기에, 그런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알았어. 그 일은 이후에 생각해 볼게." 라고 말한 다음에 세미아가 언급한 함교 타격을 준비하려 하는데, 그 때, 소정령 간 통신이 개시되면서 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라의 목소리였다.
  "함수 쪽의 돌파를 맡기로 하셨지요?" 이후, 그에게서 이런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이후, 미라는 소정령을 통해 나에게 목소리를 내려 하였다.
  "함수 쪽으로는 제가 따라가도록 할게요, 클라리스하고 야누아는 함교 쪽에 있기로 했고, 저와 마야가 함수 쪽으로 가기로 했어요."
  그러더니, 미라는 자신과 마야가 함수 부분의 직접 돌파를 직접적으로 돕기는 어렵겠지만, 함수 돌파 도중의 상황 해결이나, 함수 돌파 이후, 그 중심부에 도달하게 될 나를 도와주는 일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임을 이어 알리기도 하였다.
  "그러면, 먼저 함수 쪽으로 가 있을게요. 마야, 따라 와!"
  이후, 미라는 마야에게 따라오라는 지시를 내렸고, 그것으로 소정령 간 통신은 끝이 났다. 그 통신이 끝나자마자 나는 바로 함수 쪽으로 가려 하였고, 그 모습을 본 아네샤가 나에게 바로 이렇게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라르나, 이제 가려 하는 거야?"
  "응, 나와 동행하겠다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겠다고 했어."
  이에 내가 답했다.

  소정령 간의 대화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아네샤가 함교 쪽에 도달했고, 이후, 함교 본체의 좌측과 우측 부분이 붉은 빛을 깜박이기 시작했다. 그 깜박이는 불빛이 신호를 의미하고 있음은 이제 바로 알 수 있었다.
  "함교 쪽에서 지원 요청을 이어가고 있어요, 이 쪽을 본격적으로 공격해 올 것임을 알아차렸나 봐요."
  그 무렵, 소정령 간 통신을 통해 클라리스가 일행에게 알렸다.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함교 위쪽 상공에서 함선 2 척이 강하하기 시작했다, 전함 급으로 함교 쪽의 지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움직임이었다.
  전함들이 오자마자 바로 좌측 함선의 함수 쪽으로 다가가기 시작했고, 그 움직임을 포착했는지, 함선의 함포들이 불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여러 포대에서 여러 방향으로 광탄들을 이어 발사하다보니, 여러 방향으로 광탄들의 붉은 대열이 대기를 가로지르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그 대열을 보자마자 이리저리 움직여 가는 광탄들의 대열을 피해 가면서 함수 인근의 포대들부터 공격 목표로 정하려 하였으며, 그 이후로 지팡이에 모인 바람 기운을 이용해 낙뢰를 일으켜, 푸른 번개 줄기들이 낙하 지점 그리고 주변 일대의 포대들을 타격하도록 하였다.
  그와 더불어 나의 오른편 곁에서 하늘색 바람 줄기들, 그리고 하늘색을 띠는 바람 칼날들이 함교 주변의 포대를 향해 날아들었고, 그렇게 날아든 하늘색 줄기 그리고 칼날들은 포대를 타격해 폭발을 일으켰다.
  공격 목표는 처음에는 함수 부근의 포대들로 정했다가, 해당 포대들이 폭파되면서 함교 쪽의 포대들로 옮겨졌고, 이후, 아네샤가 바람 줄기들로 포대들을 타격하는 동안 내가 함수 쪽의 포구를 타격하게 되었다. 함수 부분 사이의 포구에서 붉은 빛이 채워지고 있었고, 이는 해당 포구에서 포격을 통해 에너지 분출이 이루어질 것임을 알리고 있었던지라, 이를 저지할 필요를 느끼게 된 것이었다. 그 무렵, 함수의 포구 쪽으로 날아가던 나를 한 무리의 전투 병기들이 둘러싸기 시작했다. 인간형 병기들로 갑주를 입은 병사의 모습을 한 이들이었다.
  나를 포위한 병기들은 각자의 왼팔에 장착된 포구에서 붉은 광탄들을 발사, 광탄들의 배열이 나를 포위하도록 하는 것으로 나를 위험에 빠뜨리려 하고 있었다. 일부는 보호막으로 막아내려 했지만, 보호막은 한계가 분명했던 만큼, 최대한 포탄들의 움직임을 피해내려 애썼다. 그렇게 포탄들을 피해내면서 반격을 개시, 곡선을 그리는 푸른 번개 줄기들로 인간형 병기들을 타격해 파괴하려 하였다. 이후, 병기들이 하나둘씩 격추되어 추락하면서 포위 공세는 점차 약해져 갔으며, 병기들이 3 기 정도 남게 되자, 병기들은 그간의 공세를 풀고, 함선 쪽으로 도주하려 하니, 그 병기들을 소정령의 번개 작살들로 공격하고, 그 작살들이 병기의 등을 궤뚫는 모습을 보인 것이 해당 병기들의 끝이었다.
  나를 포위했던 병기들이 궤멸된 이후에도 간간히 내 키 만한 전투기들이 날아오자, 이를 소정령으로 하여금 격추시키도록 하면서 함수의 포구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붉은 빛을 발하며, 에너지 충전이 이루어져 가는 포구를 공격 목표로 정하고서, 지팡이에 바람의 기운을 끌어 모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바람의 기운이 모여, 지팡이의 끝 부분이 하얗게 빛나기 시작할 때가 되자, 바로 그 지팡이의 끝 부분이 포구 쪽을 향하도록 팔을 뻗었고, 이후에 지팡이를 통해 바람의 기운이 분출되도록 하였다. 그 후, 바람의 기운은 푸른 번개 줄기의 형상으로 붉게 빛을 발하는 포구의 안쪽으로 나아가, 붉은 빛과 격돌했다.

  그 순간, 붉은 빛 역시 포구에서 분출되려 하였고, 그리하여 함수의 포구에서 발사되는 빛 줄기를 밀어내야 할 필요가 생겼다. 지팡이 쪽으로 더욱 크게 바람의 기운을 끌어내려 하였다, 함수에서 분출되는 에너지를 밀어내기 위한 일이었다.
  함수의 모든 에너지를 들인 것이라 그러한지, 암만 바람의 기운을 크게 들여도 번개 줄기가 쉽사리 포구의 붉은 빛을 밀어내지는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이 쪽이 밀릴 위험이 더 컸다. 이대로 있다가는 당장에라도 물러나야 할 것 같았다.
  그러던 그 때,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끌어안더니, 마력이 나를 거쳐, 지팡이 쪽으로 전달되기 시작했다. 마력이 전달되면서 번개의 모습도 이전과 약간 달라졌으니, 파란 빛을 띠는 하얀 번개가 파란 빛을 띠는 하얀 번개와 검은 번개가 서로 덩굴 줄기처럼 얽혀서 푸른 번개 빛을 뿜어내는 형태로 변해 갔다. 두 줄기의 번개 줄기가 서로 얽혀서 하나의 번개 줄기가 되어 붉은 빛과 격돌하면서 푸른 번개의 빛이 붉은 빛을 점차 포구 쪽으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뒤에서 누가 나를 안아 주면서 그것을 통해 마력을 보충해 주고 있었으며, 번개 줄기의 변화는 그것을 반영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뒤에서 나를 안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도, 그것에 신경을 기울일 수는 없었으니, 조금이라도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붉은 줄기가 이 쪽으로 몰려들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음이 그 이유였다.
  번개 줄기는 조금씩 붉은 빛 줄기를 밀어내다가 마침내, 붉은 빛 줄기를 포구 안으로 밀어넣었고, 이후, 안쪽에서 몰려오는 에너지와 바깥에서 밀려나는 에너지가 서로 충돌하면서 포구 쪽에서 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폭발은 함수 쪽에서 처음부터 크게 일어났으며, 이후, 함수를 시작으로 함체를 안쪽에서부터 붕괴시켜, 바깥까지 폭발이 터져 나오게 되었다. 이후, 우측의 함선으로 날아갈 때가 되어서야 나는 비로소 나를 뒤에서 끌어 안는 것으로 마력을 전달해 주려 한 이가 누구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야였다.
  마야는 함체가 격파되자마자 바로 두 팔을 내 허리에서 풀더니, 인근의 함선 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나에게 도움을 주고, 그 이후로 내 곁을 떠날 때까지 내게 어떤 말도 건네지 않았으나, 곤경에 처한 나를 그냥 봐 주거나 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좌측의 함선이 폭발하자마자 나는 우측의 함선으로 넘어갔고, 그 곳에서 나를 비롯한 일행 뿐만이 아니라, 야누아, 마야 그리고 클라리스에 미라까지 함수 부근에 모여있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야누아와 마야는 주변 일대에서 함선을 향해 몰려오는 병기들을 격파해 가고 있었으며, 그러는 동안 클라리스와 미라가 함체의 좌측으로 날아가서 좌측 부분을 초록빛을 발하는 칼날, 그리고 하늘색 빛을 발하는 빛 덩어리들로 타격해 가고 있었다.
  이번에는 함수 쪽의 타격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 함선에서 무리한 것을 계기로 함부로 함수 쪽의 타격을 하지는 않기로 한 것이었다. 그 대신, 함교 쪽으로 가서, 아네샤와 함께 함교의 시설들을 타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함교 쪽 상공에서도 전투기들이 몰려왔는데, 그것들은 리마라 그리고 세미아가 맡아서 타격해 주어, 나와 아네샤는 함교 쪽에 전념할 수 있었다.
  이후, 함교의 거의 모든 시설들이 타격을 받아 폭파되어 불길에 휩싸이자, 아네샤가 불길에 휩싸인 함교 쪽을 공격 목표로 정하고서, 어깨 높이 위로 올린 오른손, 그리고 왼손에 동시에 바람의 기운을 끌어 모으더니, 왼손을 앞으로 내밀면서 왼손에서는 하늘색 바람 줄기들을 분출하면서 오른손에 모인 바람의 기운으로 구체를 생성해서 그것을 함교 쪽으로 투척했다. 이후, 바람의 줄기들이 집중되는 지점으로 구체가 날아들더니, 그 지점의 중앙에 격돌했다.
  함체의 빛 줄기들이 집중되어 폭발하려 하던 지점에 구체가 격돌하면서 폭발력이 증폭되었고, 폭발이 급격히 일어났다. 그리고 폭발에 의해 퍼진 빛이 사라지면서 그 자리에 부서지다 만 함교의 흔적과 함께 장갑의 표면에 생긴 균열 그리고 구멍이 보이기 시작했다. 구멍 안쪽에서는 불길이 치솟고 있었으며, 그 안쪽을 집중 타격해서 폭발을 일으키면 끝일 것 같았다. 그 시점에서도 한 동안 전투기들이 계속 몰려오고 있기는 했으나, 내가 있는 쪽으로 그들이 닿거나 하지는 않았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 역시 더 몰려오거나 하지는 않고 있었으니, 세미아 그리고 리마라 역시 내 곁으로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함선 역시 병기 군단 측에서 포기한 듯 싶었다.
  "이 쪽은 내가 맡을게!" 그 때, 세미아가 함선에 뚫린 구멍에서 열기를 분출하는 함선의 구멍 쪽을 바라보면서 나와 아네샤에게 외쳤고, 이에 나는 아네샤를 불러서 물러나 있자고 청했다. 그 후, 세미아가 나와 아네샤를 대신해, 함선의 함교 위쪽에 이르더니, 양 손을 양 옆으로 내밀고서, 바람의 기운을 두 손에 끌어모으기 시작했으며, 그와 더불어 하늘색 빛을 발하는 소정령 역시 바람의 기운을 끌어모으고 있었으니, 자신과 더불어 소정령 역시 집중 타격을 하도록 준비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소정령이 바람의 기운으로 하늘색 빛을 발하는 작은 회오리바람들을 생성해 작살들을 함교 쪽으로 확산시키기 시작하자, 세미아 역시 두 손에 생성한 기운들로 하늘색 기운을 띠는 하얀 회오리바람들을 한 줄기씩 생성해서는 함교 쪽으로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회오리바람들은 불길과 연기를 맹렬히 일으키는 함선에 생겨난 균열 쪽으로 날아가, 그 내부로 파고들었다.
  소정령 그리고 세미아가 일으킨 회오리바람들은 함선의 내부에서 일어난 폭발에 의해 생성된 불꽃의 힘을 증폭시켰을 것이다. 회오리바람이 구멍 안쪽으로 들어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안쪽에서 굉음이 터져 나오면서 화염이 구멍 안쪽에서 크게 터져 나오고, 그 뒤를 이어 불꽃들이 주변 일대로 퍼져갔으며, 이어서 한 차례 큰 폭발이 일어나더니, 열기 속에서 불꽃이 마치 화산의 분화구에서 마그마가 치솟는 듯한 광경을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 본 것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네."
  그 광경을 보며, 아네샤가 말했고, 그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는 뜻을 드러냈다. 그러는 동안, 화산에서 용암이 분출하는 듯한 광경을 보이던 함선에서 마침내 허리 부분에서부터 열기가 급속도로 퍼져가며, 외장의 모든 것을 날려버린 후에 거대한 화염구의 형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후, 그 화염구 속에서 함수와 함미의 잔해들이 불길에 휩싸인 채로 추락해 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 기함의 함수에서 그간 충전되어 함수 쪽으로 집중되었을 에너지가 포구 쪽으로 발사되기 시작하면서 다시 한 번 붉은 빛을 발하는 에너지 폭풍이 대기를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격렬한 붉은 빛이 주변 일대를 휩싸게 하는 동안 불길에 휩싸여 추락해 가던 함선의 함수와 함미의 잔해들 그리고 자잘한 잔해들이 기함에서 분출되는 에너지 폭풍 쪽으로 추락해 갔고, 이후, 그 잔해들은 다시금 격렬히 분출해 가는 에너지 폭풍에 휩싸여 사라져 갔다.
  아마도 마지막이 될 법한 기함의 함수 부분에 위치한 함포 발사일 것이다. 세미아가 함교를 집중 타격하기로 한 때가 바로 그 때였다.

  에너지 분출이 한참 이루어지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세미아는 나를 비롯한 자신의 일행 3 명을 모두 함교 쪽으로 불렀고, 이후, 함교 쪽으로 모인 이들은 세미아가 지시한 바대로, 다른 말 없이, 함교의 함포들을 비롯한 공격 장치들을 집중 타격하기 시작했다. 세미아가 바람의 기운으로 하늘색, 파란색 빛을 발하는 작살들을 발사하는 것을 시점으로 내가 낙뢰를 일으켜, 번개 줄기들이 함포들에 떨어지도록 하였으며, 아네샤가 하늘색 바람 줄기들을 수십 줄기씩 발사해 함포 등에 집중되도록 하였다.
  적기의 습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기는 했지만, 기함을 향한 직접 타격 기회를 잡는 것을 우선시하기로 해, 리마라를 제외한 일행 모두가 집중 타격에 나섰으며, 나중에는 리마라도 바람의 기운으로 작살들을 생성해서 발사하는 것으로 세 사람의 타격에 가세하여, 일행 모두가 함교 타격에 나서게 되었다.
  그 당시, 나는 다른 곳에 시선을 두지 않고, 오로지 함교 쪽에만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바람의 기운을 그 쪽으로 집중시키기 위한 일로, 그를 통해 보다 강한 타격을 가하도록 하기 위한 일이었다. 이후, 함포를 비롯한 몇몇 공격 장치들이 하나씩 연기를 일으키기 시작하더니, 폭발하기 시작하면서 공격 장치들이 차례로 무너지기 시작했고, 마침내 한 차례의 큰 폭발과 함께, 함교의 갑판이 뚫리면서 그 내부의 장치가 드러나자마자 바로 번개 줄기, 바람 줄기와 마주하게 되었다.
  그 후, 함교의 내부가 드러나자, 나를 비롯한 4 명이 나란히 그 앞에 이르러서-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순서대로, 리마라, 나, 아네샤 그리고 세미아의 순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그간 끌어모으고 있던 바람의 기운을 각자의 수단을 통해 한꺼번에 방출, 10 여 발씩, 번개 작살들과, 번개 줄기, 바람 줄기, 바람 작살들이 동시에 함교의 내부 장치로 돌진해 갔다. 그렇게 함교의 내부 장치로 수없이 많은-80 내지 100 정도는 되었을 것이다- 빛 줄기, 번개 줄기들이 집중되어, 내부 장치를 때리니, 내부 장치도 결국 버티지 못하고, 장갑이 뚫리고, 폭발하기 시작했다.
  내부 장치는 그렇게 크지는 않았으나-그렇다고 해도, 대형 전함의 내부 장치였던 만큼, 그 크기 자체는 아주 컸다-, 크기에 비해 아주 큰 폭발을 연속으로 일으켰다. 주황빛 열기와 폭풍이 주변 일대에서 계속 터져 나왔다. 그리고 이전 때에 보았던 화산이 폭발하는 듯한 광경이 보이다가, 그 안쪽에서 다시 한 번 열기가 크게 터져 나왔다. 주황빛, 노란빛 열기가 한꺼번에 터져나오며, 폭풍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 이후로 짙은 연기가 피어오르며, 하나의 거대한 비구름의 형상을 생성하기도 했다.
  연기 구름이 걷히면서 마침내 함교 내부가 뚫리게 되었다. 그 내부에서는 불길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던 탓에 얼마나 깊이 뚫렸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기함 자체가 장갑이 두터운 거대한 함선이었던 만큼, 내부의 깊숙한 곳까지 뚫리지는 않았을 것임을 확신할 수는 있었다.
  "이제 함수 쪽의 포격이 끝나면, 기회가 올 거야, 그 때가 되면, 라르나, 네가 함수 쪽에 가 있어, 알았지?"
  이후, 세미아가 나에게 알렸고, 그것에 나는 "알았어!" 라고 답하고서, 바로 함교의 앞쪽으로 이동하면서 함수로 날아갈 때를 기다리려 하였다.
  세미아가 말한 바에 따라 기함의 함수 쪽으로 날아가던 그 때, 기함의 우측 근처에서 기함 쪽으로 한 척의 거대 함선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마 전함 급이었을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왼편 근처에서 또 다른 전함 급 함선 한 척이 기함 쪽으로 대각선 상으로 움직이며 다가오고 있었다.
  우측의 함선은 기함의 함수 근처로 다가오자마자 함수 근처로 날아가던 나의 존재 그리고 함수 근처에 있던 미라, 마야의 존재를 인지했는지 (아마, 미라, 마야의 존재만을 인지했을 것이다), 함미 쪽의 장치들을 개방하더니, 개방된 장치마다 미사일들을 한 발씩 발사해 함수 쪽으로 날아가도록 하기 시작했다.
  연기로 곡선 상의 궤적을 그리면서 다수의 미사일들이 탄두 부분에서 붉은 빛을 번뜩이면서 시간 차를 두고 날아오기 시작했으며, 그 시도를 인지하자마자 마야부터 다수의 감색 칼날들을 발사해 미사일들을 향해 돌진하도록 하는 것을 시작으로, 미라 역시 하늘색 빛을 발하는 검 형상의 빛들이 미사일들을 향해 날아가도록 하면서 미사일 대응을 개시하였다.
  나 역시 그 광경을 보자마자 소정령에게 번개 줄기들을 발사하도록 하면서, 나 역시 오른손에 든 지팡이의 끝이 함선 쪽을 향하도록 하면서 지팡이 끝에서 파란 번개 줄기들이 계속 발사되도록 하면서 번개 줄기들이 미사일들을 격추시키도록 하면서 미사일 공세에 두 사람과 같이 대응하려 하였다.
  처음에는 미사일들을 간간히 막아내고 있었으나, 미사일 양에 한계에 부딪쳤는지, 함선 쪽이 점차 밀리기 시작했으며, 더 나아가, 일행이 발사하던 빛나는 물체들이 함미의 장치들을 직접 타격하기에 이르니, 그 시점에서 번개 줄기 발사를 그만두고, 지팡이에서 바람 기운을 분출되도록 하였다, 그 기운이 파란 낙뢰를 일으켜, 함미 부분에 내리도록 한 것으로 잠시 후, 번개 줄기들이 함미 부분의 표면에 격돌하도록 하였다. 번개 줄기가 함미 표면에 떨어질 때마다 폭음과 함께 함미의 표면에 충격파가 발산하고 있었다.
  그 무렵, 좌측 근방의 함선의 함미 부분에서 미사일들이 다수 발사되기 시작하니, 그것을 발견하자마자 이전까지 하던 공격을 멈추고, 좌측의 함선 쪽으로 날아가면서 우선, 소정령에서 번개 줄기들이 발사되도록 하는 것으로 미사일들을 막아내려 하였다.
  이후, 미사일들을 지팡이에서 발사되는 번개 줄기들로 요격하던 그 때, 좌측 함선 부근에서 인간형 병기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상단의 앞 부분이 뾰족한 모자처럼 생긴 투구를 쓴 검은 갑주의 형태를 갖춘 병기들로 왼팔에 길다란 타원형 방패, 그리고 오른손에 끝 부분에 포신이 장착된 길다란 봉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포신 부분에 칼날을 생성하거나, 포구에서 포격을 할 수 있어 보였다)
  날아오던 것들은 모두 5 기로 내가 있던 곳과 거리를 둔 채, 미사일 발사 이후에 등짐에서 자신들 역시 미사일들을 발사하는 것으로 (이들이 발사하는 미사일들은 함선에서 발사되는 것보다 훨씬 작았다, 하지만 궤적을 그리던 연기만큼은 함선의 그것 못지 않았다) 곡선을 그리는 번개 줄기들로 이들을 요격하면서 함선의 중간 부분 근처에 있던 병기들을 향해 돌진해 갔다. 미사일들이 나를 따라, 함선의 함체를 따라 날아가다가 번개 줄기에 의해 격추되는 모습이 계속 보였다.
  이후, 병기들의 근처로 다가왔을 때, 병기들이 봉의 끝에 달린 포구를 통해 붉은 광선들을 발사했고, 그 대열을 보호막을 생성하면서 돌파한 이후에 병기들의 뒤로 돌아가서 지팡이에서 다섯 갈래로 번개 줄기들을 발사, 이들이 하나씩 병기들의 등짐 한 가운데를 강타하도록 하였다. 파란 빛을 품은 충격파와 함께 병기들의 몸체에서 열기와 폭풍이 터져 나오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섯 병기들이 격파된 이후, 함미로 다시 돌아갈 무렵, 함선 근처의 인간형 병기들이 각자의 무장-도끼, 창, 총포 등이 있었다-들을 내세우며,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파랗게 빛나는 번개 줄기들을 창 끝에서 발사해서 이들을 파괴하려 하였다. 이들이 모두 격파될 즈음에 함미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렇게 함미 쪽으로 돌아가는 동안 검은 함체의 측면에 자리잡은 공격 장치들이 붉은 빛을 발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이에 오른손으로 잡은 지팡이에 파란 번개 줄기를 생성, 조금씩 칼날의 형태로 변화시켜 가며, 함체의 측면을 번개 줄기가 가르도록 하였으며, 얇은 번개 줄기가 그렇게 함체의 측면을 가르는 동안 공격 장치들의 폭발에 의해 생성되는 구체들의 대열이 생성되는 광경이 보였다.

  함미로 돌아가자마자 바로 함미의 미사일 발사 장치들을 공격 목표로 정하고서, 이전의 함선에서 그러하였던 것처럼 낙뢰를 잇달아 방출, 함미 표면에 격돌하도록 하였다. 충격파가 낙뢰가 떨어진 자리에 생성되고, 그 여파로 미사일 발사 장치들에서 폭발이 거듭 일어나, 함미 쪽에서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한편, 기함 우측 근방의 함선 역시 미라 그리고 마야가 집중 타격을 가하면서 함미 부분에서 폭발이 일어났고, 그로 인해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내가 기함의 좌측 부근에 위치한 함선의 함미 근처를 떠나, 우측 근방의 함선으로 돌아갈 즈음, 미라와 마야는 함선의 함교 쪽으로 날아가서 함교와 함교 부근의 장치들에 폭격을 가하고 있었으니, 미라가 자신의 왼손에서 하늘색 빛 줄기를 분출해서 함교 부근의 장치들을 폭파시키고 있었으며, 마야는 검푸른 구체들을 하나씩 떨어뜨리며, 함교 부근 함체의 표면에 충격을 가하고, 표면에 자리잡은 장치들을 파괴해 가고 있었다. 그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충격을 가할 때마다 함체의 표면이 우그러지고, 갈라져 가려 하였다.
  이러한 충격들이 거듭 일어나면서 그로 인해 함교 부분까지 부서지고 내부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이전처럼 화산이 폭발하는 듯한 광경을 보이기 시작했다. 폭발에 의해 분출되는 열기 속에서 불꽃들이 여러 방향으로 튀어 나가며, 에너지 폭풍이 일어나는 함선 아래 쪽으로 낙하해 갔다.
  결국 그 함선은 허리 부분에서 굉음과 함께 거대한 열기와 폭풍이 일어나면서 허리가 끊어졌고, 함수와 함미 부분이 절단면을 시작으로 모든 부분이 불길에 휩싸인 채, 에너지 폭풍 쪽으로 추락해 갔다. 그 와중에도 폭발이 계속 일어나면서 파편들이 남은 함체에서 분리되었으나, 이들 모두 남은 함체들과 마찬가지로 에너지 폭풍에 휩싸이는 형태로 소멸해 갔다.
  그 무렵, 함교 쪽에 있던 아네샤 그리고 세미아가 내가 공격했던 함선 쪽으로 날아오더니, 우선 세미아가 칼날이 달린 바람 줄기들을 자신의 오른손에서, 그리고 소정령에서 생성해서 함교 부근 그리고 함수 쪽에 타격을 가해, 함교 그리고 함수 쪽의 광탄들을 발사해 화망을 이루던 함포 그리고 장치들을 하나씩 폭파시켜 갔으며, 이들이 정리되어 함수, 함미의 표면이 연기에 휩싸이게 되자, 아네샤가 윈손에 그간 끌어모으던 바람의 기운이 구체의 형상을 이루도록 하더니, 왼팔을 높이 든 이후에 왼손을 함교 쪽으로 내밀면서 구체를 강하게 내던지려 하였다.
  구체는 바람의 기운을 계속 끌어 모으며, 아네샤의 머리 크기만하던 구체는 함교에 도달할 무렵에는 그 2 배 이상으로 커져 있었다. 그 구체가 함교에 격돌하자마자 하늘색 빛을 발하는 폭풍을 일으켰고, 폭풍은 일어나자마자 급격히 커져서 함교 일대를 바로 휩싸는 모습을 보였다.
  하늘색 빛이 사라질 무렵, 함체의 함교가 있던 자리에 큰 구멍이 뚫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내부에 연기가 일어나거나 하지는 않아서, 아직 내부까지는 온전한 것 같았다. 이후, 구멍이 뚫린 함교 자리 쪽으로 두 사람이 나아가려 할 때, 소정령 간 통신을 통해 클라리스가 다급히 외쳤다.
  "두 분, 모두 돌아오세요! 함선 하나가 그 쪽으로 접근해 오고 있어요!"
  "무슨 일이지?" 그 무렵, 아네샤의 목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두 사람이 함교 쪽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 클라리스가 말한 바대로, 불길에 휩싸인 작은 함선 한 척이 그 함선의 함교 쪽으로 낙하해 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추락하던 함선은 결국 전함의 함교 자리에 격돌, 이후, 두 함선이 부딪친 자리에서 굉음 그리고 주황색 빛과 함께 폭풍이 터져 나와, 두 함체를 휩쓸어 버렸다. 폭풍이 걷히고, 빛이 사라질 무렵, 그 자리에는 불길에 휩싸인 잔해들이 에너지 폭풍 쪽으로 낙하해 가고 있었다.

  두 함선들이 그렇게 사라진 이후, 나는 미라 그리고 마야와 함께 함수 쪽에 대기하면서 함수에서 분출되는 에너지가 사그라질 때를 기다리려 하였다. 그 동안에도 계속 인간형 병기 그리고 전투기들이 함교, 함수 쪽으로 날아왔으며, 간간히 전투정들이 다가와서 몸체의 여러 부분의 함포에서 광탄, 광선들을 발사하거나 공뢰들을 흩뿌리며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그런 위협은 간간히 이루어지고 있어서 이 시점에서 그렇게 큰 위협은 결코 아니었다.



  에너지 분출에 변화가 왔다. 하얗기만 하던 에너지의 빛이 점차 붉어져 가면서 그 위력이 약화되어 가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그 무렵, 불길에 휩싸인 함교 부근의 장치가 다시 붉은 빛을 점멸시키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서는 그 붉은 빛의 점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대략 알 수 있었다. 뭔가 전언을 전하고 있음을 알리는 것으로, 미지의 장소에 자리잡고 있을 배후의 존재로부터 신호를 받아서 그것을 주변에 알리기 위해 빛을 점멸시키고 있었을 것이다.
  빛이 점멸하는 동안 미라는 그 빛의 점멸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었다. 점멸 신호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을 만큼, 신호의 점멸 유형을 파악해서 그것이 무슨 말을 전하려 하는지, 알아보려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 무렵, 아네샤가 알리기를, 클라리스 역시 신호를 지켜보고 있으며, 미라에게 그 신호를 전하려 하는 것 같다고 하였다.

  "미라, 지금 함수 쪽에 있지?"
  "응." 빛의 점멸이 끝나고, 에너지 폭풍이 점차 잦아들 무렵, 클라리스의 목소리가 미라가 있는 쪽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에 미라는 바로 그렇다고 응답했고, 이어서 자신에게 통신을 통해 말을 걸어 온 미라에게 이렇게 물으려 하였다.
  "신호의 의미가 무엇인지 파악은 됐어?"
  "어느 정도는." 그러자 클라리스의 목소리가 바로 그렇게 응답했다. 클라리스가 밝히는 신호의 의미는 대략 이러하였다고 한다 :

Inconfirmatum? Verene inconfirmatum est?
(미확인이라고? 사실인가?)

Ita, post bombardamentum, ubi sint ignotum est.
(그렇습니다, 포격 이후, 확인된 적이 없습니다)

Quae igitur naves hactenus dirutae sunt? Quae naves bellicae deiectae sunt?
(그렇다면 지금까지 폭파된 함선들은 뭔가? 전투기들은?)

... Ob effectus secundarios bombardamentorum.
(포격의 부작용에 의해....)

Tace! Hactenus, omnia quae dirupta sunt in latere, in tergo Belethi, fuerunt. Num impetus energiae bombardamenti usque eo pervenit!?
(닥쳐라! 지금까지 폭파된 것들은 모두 벨레트의 측방, 후방에 있던 것들이었다. 포격의 에너지 분출이 그 쪽에서까지 일어났단 말인가!?)

Dic aliquid, cur loqui non potes!?
(뭐라도 말해라, 왜 말을 못하나!?)

  "지금까지는 함교가 아직 폭파되기 전에 확인된 것이었어. 그리고......"

Bombardationem reduc!
(포격을 다시 진행 시켜!)

Minime! Paene nulla energia relicta est!
(안 됩니다! 잔여 에너지가 거의 남지 않았습니다)

Stulta res! Adhuc nescis? Si energia tibi deest, perficere potes! Nonne ea lex legionis nostrae erat?
(멍청한 것! 아직도 모르겠나? 에너지가 없다면 만들면 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것이 우리 군단의 수칙 아니었던가!?)

Quomodo igitur...?
(그렇다면 어떻게...?)

Stulte! Post bombardamentum Belethi potestatem meam capiam!
(멍청한 것! 포격 이후로 벨레스의 제어권을 내가 갖겠다!)

  클라리스도 모든 어구들을 구성하는 문자들을 확실히 다 알아듣지는 못했고, 동행한 야누아의 도움도 받았으며, 알아듣지 못해 문자를 구성하지 못한 경우에는 자신이 가진 단어들에 관한 지식을 통해 보완했다고 한다.   "여기까지가 함교 붕괴 이후, 지금까지 전해진 신호가 전한 어구였던 것 같아."
  클라리스가 통신을 통해 미라에게 말하자, 미라는 그렇다면, 포격이 끝날 때인 그 시점에서 배의 제어권에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겠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클라리스는 그러할 것이라 바로 화답했다. 그러나, 그 역시 그 이후로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음을 밝혔다.

  "원래 기함의 주인은 명령에 따르는 입장이었겠죠?"
  그 이후, 내가 미라에게 물었고, 그 물음에 미라는 그러할 것이라 답했다. 그리고, 명령을 내리는 존재는 앞서 언급된 바처럼 건너편에 있을 것이라 말하고서, 기함이 격파된 이후에는 그 존재까지 찾아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이어 말하기도 했다.
  "에너지 보급 수단이 이제는 마땅치 않을 텐데, 어떻게.......?"
  이후, 소정령 간 통신을 통해 아네샤가 물음을 건네자, 미라를 대신해 마야가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화답했다.
  "기계 군단에 대해 들은 바가 있어. 유사 시에는 특유의 수단으로 전력 및 함선의 에너지를 보충한다는 이야기였어. 그 특유의 수단에 대해서는 확언된 바는 일단 없지만, 인근의 항성을 점령할 수 있으면 점령해서, 항성의 대기층에서 증기를 약탈해 보충한다고 했었지. 그 증기로 플라즈마를 생성하는 것으로, 플라즈마 발전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방식을 채용한 것이지."
  "생명체의 피로 플라즈마를 생성하는 짓거리는 그렇다면, 굳이 필요하지 않겠네요?"
  "...... 하지만 그들에게는 필요해, 실제로 그렇게 정석적으로 플라즈마를 생성하면 보다 많은 양의 플라즈마를 확보할 수 있고, 기계들의 출력도 보다 높아지는 것이 확인되었음에도 그들에게는 굳이, 생명체를, 특히 인격체를 '약탈' 해서 그들의 살을 찢고 피를 취하는 이유가 있어."
  이어서, 미라가 그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생물은 생각하는 동물이 되면 반드시 사악해지며, 그 악을 살이 찢어지고, 피를 흘리는 고통으로 갚게 해야 한다는 그들의 '의무' 를 따르기 때문이지요. 그 '의무' 는 그들이 살과 뼈, 체액에 영혼까지 신성한 '사명' 을 위해 봉사하도록 하고서, 더 높은 존재로 다시 태어나도록 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해요."
  "그 의무는 절대 성자 레이브 메사 (Leib Messa) 의 신조에 의한 것, 그것이 그들의 의무란 거야."
  그 이야기는 미라의 마지막 한 마디 말로 마무리되었다. 그와 더불어 레이브 메사란 존재가 언급되었으니, 그 존재가 기계 군단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그런 존재였을 것이다, 만약 실존한다면.

  "만약 점령할 수 있는 항성이 없다면......?"
  "지금 상황 같을 때 말이지요?" 이후, 미라에게 묻자, 그는 우선 그렇게 되묻는 듯이 말을 건네고서, 그 이후에 '에일브 메사' 의 신조에 의해 언급된 또 하나의 '의무' 가 있음을 밝히고서 그것에 따르는 일이라 우선 언급한 이후에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Cum superiores in discrimine sunt, inferiores se illis tradendo salutem suam praestare debent."
높은 자들이 위기에 처하면 낮은 자들은 마땅히 높은 자들에게 자신을 바치는 것으로 그들의 안위를 보장해야 한다.

  "...... 기함의 에너지가 부족해지면 예하 함선 및 전투기들이 자기 자신의 몸을 바쳐야 한다는 거예요, 그들의 자기 의사가 있든 없든 간에. 에너지를 바친 병기들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지만, 적어도 작동 불능이 되는 정도겠지요, 그래서 이야기가 없지 않았을까."
  "그렇게 되면 예하 병기들은 폭파될 텐데....... 전력을 줄여 가면서까지 그런 짓을 해야 할 필요가 있나요?"
  "있지, 디이 수무스 (Dii sumus), 그들은 신들이니까, 신들은 낡은 것들을 파멸시키고, 새로운 드높은 것들을 위한 질서를 구축하는 '의무' 를 지고, 그 의무를 짊어져야 할 신들을 위해 아랫것들은 마땅히 자기 자신을 바치는 것, 그것이 레이브 메사의 또 다른 신조야."
  이후, 소정령 간 통신을 통해 아네샤가 묻자, 마야가 미라를 대신해서 답했다.
  "이제 포격이 끝날 것이고, 포격에 모든 에너지를 소모한 함체는 기본적인 작동조차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 있을 거야, 그 시점에서 병기들이 몰려온다면, 그런 '의무' 를 위한 것이겠지."

  에너지가 점차 사그라지면서 빛 줄기 역시 점차 얇아지고, 희미해져 갔다. 그 정도는 시간이 지날 수록 점차 빨라져, 예상 이상으로 빠르게 함수의 빛 기둥이 사라져 갔고, 그것에 따라 에너지 분출로 인해 위험했던 함수 앞으로의 접근 역시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시점에서 기함은 기본적인 운용은 고사하고, 기동조차 불가능한 상태에 빠져 있었다. 3 차례의 포격으로 인해 내부 에너지를 거의 소모한 탓인지, 그 상태는 함체의 부유 상태를 간신히 유지할 수 있을 정도였던 것 같다. 함체의 등은 포격이 진행되는 시점에서 함교를 제외하고는 전부 꺼져있기는 했으나, 포격 이후에도 불빛은 돌아오지 않았으며, 근처에 있어도 기동음 하나 울리지 않았다. 그 시점에서 기함은 함교를 비롯한 여러 부분이 불길에 휩싸인 거대한 부유형 구조물에 지나지 않은 셈이었다.
  함수의 포격 장치 역시 주요 부분들의 불빛이 전부 꺼져 있었으며, 다만, 포구 안쪽의 장치가 붉은 빛을 점멸시키고 있어서 아직 완전히 기동이 정지되지 않았음을 알리고 있을 따름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함수 부분으로 함수 부분을 뚫고, 그 내부를 돌파, 함선 내부의 중심부로 파고들어가는 것, 하나만 남았다. 함수의 포구 부분을 공격 목표로 정하고서, 지팡이에 바람 기운을 집중시키기 시작했으며, 그러는 동안 미라가 나의 곁에 있으면서 마야에게 함수 쪽으로 몰려오는 이들을 막을 것을 지시했다.

  잠시 후, 거대한 구조물처럼 변해 버린 기함 쪽으로 함선 하나가 접근해 오기 시작했다, 하나가 아니었다, 그간 다른 전선에 있었을 함선들이 계속 기함 쪽으로 몰려오는 모습이 확인되었다. 갑작스러운 총 공세 상황을 목도한지라, 그것에 대한 대비가 필요해 보였으나, 이후의 일은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함선들이 기함으로 접근해 오자마자, 함선 주변에 있던 인간형 병기들이 기함 쪽으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구도 공격 태세를 보이거나 하지 않았으며, 두 팔에 아무런 무기도 들지 않은 채, 두 팔을 내린 채, 가만히 서 있는 자세를 취하면서 공중에 떠 있을 따름이었다.

  "라르나, 보고 있어? 병기들이 접근했는데, 공격하려 하지 않아!"
  "보고 있어." 그 무렵, 소정령 간 통신을 통해 함교 쪽에 있을 리마라가 다급히 내게 물었고, 그 물음에 나는 보고 있다고 바로 답했다. 그러자, 리마라는 내게 이런 말을 건네려 하였다.
  "아네샤가 소정령 간 통신을 통해 들려 주어서, 들은 바 있어, 마야하고 미라가 이런 이야기를 했었지? 기계 군단에게는 '의무' 가 있고, 그 중에서 하급자의 '의무' 를 이행할 때가 올 거라고. 그 '의무' 를 이행하려고 지금 저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겠지?"
  "그러할 것 같기는 하지만......." 리마라가 말한 바대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는 했으나, 아직 확언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었던 만큼, 대답은 조심스럽게 했다. 그러는 동안 상공에서는 병기들이 가만히 선 채로 상공에 조용히 떠 있으려 할 따름이었다.
  그 무렵, 기함의 함교 부분에 남은 장치들이 빛을 깜박이기 시작했다. 이전의 깜박임과 마찬가지로, 뭔가 전언을 전하기 위한 신호였을 것이다.
  "지금 신호가 송신되는 거, 보고 있지? 함교에서." 그 때, 소정령 간 통신을 통해 아네샤가 내가 물었고, 그 물음에 나는 바로 그렇다고 답했다. 이후, 아네샤는 공격 태세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말에 이어, 내게 이러한 당부를 전하였다.
  "우리를 현혹시키려 저런 짓을 하는 것일 수도 있어, 긴장을 늦추면 안 돼!"
  "알았어." 그런 그의 당부에 나는 알았다고 화답했다. 그 와중에도 병기들은 함선 부근에 모여 있으면서 가만히 떠 있기만 할 뿐, 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었다.

  한편, 기함 주변으로 모이는 병기들의 수는 점차 늘어났다. 하지만 그들 중에서 공격 행동을 취하는 이들은 하나도 없었다. 단지, 가만히 서 있는 채, 머리에 장착된 장치를 통해 붉은 빛을 깜박일 뿐이었다.
  더 나아가, 이미 기함 주변으로 접근한 함선 3 척 이외에도 또 다른 함선들, 여러 급의 함선들이 기함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이들 역시 기함 주변으로 오자마자 자신들의 빛을 거두고, 기함처럼 기동 정지가 된 상태로 함교의 장치들을 통해 붉은 빛을 깜박이기만 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모인 수 백 혹은 그 이상의 병기군이 한결 같이 가만히 서 있는 채로 빛만 깜박이고 있으니, 보는 사람에 따라 무서움을 느낄 수도 있을 법한 광경이 눈앞에 나타나려 하고 있었다.

  에너지를 극심히 소모한 기함은 사실상 기동 정지된 상태였으나, 기함 주변으로 모여드는 병기들, 그리고 함선들 때문에 공격 행동에 바로 나설 수 없었다. 기함에 대한 타격을 섣불리 개시했다가, 그들의 반격을 마주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없이 많은 병기들, 함선들이 몰려온 시점에서 그것들의 집중 사격을 마주했다가는 목숨이 남아있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 와중에 클라리스가 미라에게 뭔가를 전하려 하였는지 미라가 통신을 받으려 하였고, 이후, 미라는 곁에 있던 나 그리고 마야에게 클라리스로부터 기함과 병기들이 주고 받은 전언의 내용을 들었음을 밝히고서, 이런 내용이었음을 알렸다.

Mox ritus incipient. Omnes electi, libenter ad ritum se praeparant.
(곧 의식이 시작될 것이다. 선택받은 자들이여, 기꺼이 의식을 준비할 지어다)

Nihil refert utrum parati sitis necne. Omnes in eo participabitis.
(너희들이 준비가 됐든 아니든, 상관 없다. 너희들은 모두 의식을 참여하게 될 테니)

Mox omnes vos crucifigemini, et sanguis vester e palo lucis fluet.
(빛의 말뚝에서 너희의 피가 흘러내릴 것이며)

Corpus, sanguis, et dolor vestra, hominum magnae potentiae fundamentum erunt.
(너희들의, 인류의 몸과 피, 그리고 고통이 위대한 힘의 밑바탕이 되리라)

  "이전 때처럼, 클라리스가 저에게 대략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고, 알려주었어요."
  클라리스가 전달했다는 신호의 내용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 주고서, 조금 더 지켜보자고 나와 미라에게 부탁을 했다.

  그 후, 빛이 아닌 음성이 뭔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 의미를 알 수는 없었지만, 마치 시가를 읊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미라 역시 그것이 주문의 일종임을 알리고서, 의식이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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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문의 시작과 함께 공중에 떠 있기만 하던 병기들이 몸에서 붉은 번개를 일으키더니, 고개를 뒤로 젖히며, 두 팔을 어깨 너비로 벌리기 시작했으며, 그와 동시에 두 발을 모으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병기들이 움직이는 동안, 주변 일대로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여러 사람의 목소리였다.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이면서 하나의 큰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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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목소리였을 그 소리들은 소년, 청년, 중년, 노년기의 남성, 여성들의 다양한 느낌을 주고 있었지만, 이들이 어떤 소리를 내고 있었는지 만큼은 한결 같았다. 모두 한결 같이 고통과 공포의 비명 소리를 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비명 소리를 내는 동안 병기들은 두 눈을 붉게 번뜩였으며, 뭔가에 속박이라도 당한 것처럼, 어깨 너비로 벌린 두 팔과 하나로 모은 두 다리를, 마치 몸부림이라도 치는 듯이 흔들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개체들도 있었으니, 이러한 병기들의 모습은 마치, 뭔가에 속박당한 채, 부질 없는 저항을 하는 사람들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소리들이 하나로 모이면서 대기를 공포스럽게 진동시키는 동안, 주문은 끊임 없이 이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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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무렵, 불빛 하나 없이 정지해 있었을 기함의 함체 곳곳에서 붉은 빛들의 점이 생성되기 시작하더니, 각각의 점에서 붉은 빛들이 발사되기 시작했다. 그 빛들은 일행을 향하는 것이 아니었다. 다름 아닌, 십자 형태로 팔을 벌리고 다리를 모은 병기들의 손과 발 쪽을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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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마치 대못과 같은 형상을 이루는 빛들은 병기들의 손목, 발목 관절에 박혀 붉은 전기를 일으켰고, 손목과 발목 관절에 빛의 칼날이 박힌 병기들은 그 이후, 관절에서 붉은 기운을 일으키는 동안, 두 눈을 더욱 빛나도록 하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병기들에게서 마치 단말마와도 같은 비명 소리들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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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서 기함의 빛에서 붉은 빛으로 이루어진 실들이 여러 갈래로 갈라지면서 뻗어나와, 인간형 병기들의 흉부 및 손목 그리고 팔목 관절 부분, 그리고 함선의 중심부에 꽂히고, 실에서 생성되는 붉은 번개 줄기가 병기들의 몸을 휘감으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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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의 감정을 표현하는 듯한 비명 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병기들의 몸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것들의 몸을 구성하는 부분들이 조각조각 떨어져 나가며, 기함 쪽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병기들의 몸에서 떨어져 나간 부분들은 불길에 휩싸이더니, 핏빛의 에너지 덩어리처럼 변하면서 기함 쪽으로 흡수되듯 빨려 들어갔다. 이런 현상이 몇몇 병기들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닌, 기함 주변에 모여있던 모든 병기들에게서 일어나고 있었다.
  비명 소리가 계속 울려 퍼졌다. 이전까지는 두려움 반, 고통 반의 비명 소리였다면, 이번에는 끔찍한 고통에 의한 비명 소리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칼날에 베인 듯한 공포와 고통의 울부짖음이 병기들에게서 퍼지며, 거체들의 몸에서 조각들이 변이한 에너지의 붉은 흐름이 기함 쪽으로 집중되어 갔다.

  '이전에 언급된 에너지 보충 수단이 이것을 두고 하는 말이었던가?'
  핏빛의 에너지 흐름이 기함 쪽으로 집중되어 가는 광경에 대해, 그러한 혼잣말이 나왔다. 그 이후로도 나는 계속 병기들의 모습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그 광경을 계속 지켜보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에도 병기들에게서 장치들이 계속 부서지듯 분리되며, 에너지 덩어리로 변질되어, 기함 쪽으로 흡수되는 광경은 계속 보이고 있었다.
  비명 소리가 울려퍼지는 것도 여전했다. 계속해서 단말마에 가까운 소리들이 겹쳐 울려 퍼지면서 주변 일대의 대기를 끔찍하게 요란시켰다.

Vous êtes sûr de regarder ? J'en suis sûr.
(잘 보고 있나? 그러할 테지)

  그 무렵, 기함 쪽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기계적인 느낌이 드는 성별을 가늠할 수 없는 기괴한 목소리였다.

Comme vous le voyez, après que le vaisseau amiral que vous avez ruiné soit en crise, tant de soldats se sont manifestés, prêts à s'offrir au vaisseau amiral de leur propre volonté, pour accomplir leur « devoir divin » !
(너희들이 보는 대로, 너희들이 망쳐놓은 기함이 위기에 몰리자, 이렇게 많은 병사들이 나섰다. 기꺼이 자신들의 의지로 기함에 자기 자신을 바치기로 한 것이란 말이다, 그들의 '신성한 의무' 를 이행하기 위해서 말이지!)

  "Le son que vous entendez maintenant est-il le son de ceux qui sont prêts à faire leur devoir ? (지금 들리는 소리가 기꺼이 의무를 행하는 자들의 소리인가?)"
  그 때, 미라가 그 목소리에 바로 반발하는 듯이 되물었고, 이어서 "Quoi? (뭐라?)" 라는 말을 전하는 목소리의 주인에게 이렇게 다시 말을 건넸다.
  "Je ne serai pas le seul à penser que la voix que nous entendons ici ne sera jamais entendue comme la voix du sacrifice de soi.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거다, 여기서 들리는 목소리가 결코 스스로 몸을 바치는 자의 목소리로 듣지 못한다는 것을 말야)"

Tout sacrifice est douloureux.
(모든 희생에는 고통이 따른다)

  그러더니, 목소리는 뭔가 깨달았다는 듯이 이런 말을 건네려 하였다.

Parlez-vous des voix humaines que vous entendez maintenant ? Je vois. C'est très gentil de votre part de prendre en compte les sensations de ces « carburants ».
(지금 들리는 인간들의 목소리를 두고 말함인가? 그랬었군. 참으로 자상하구나, 그런 '연료' 들의 마음까지 고려하다니)

Les choses qui hurlent en ce moment ne sont que des substances qui alimentent leurs générateurs. Ils sont revenus à leur état d'âme par cette cérémonie et ne font que crier de douleur.
(지금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들은 각자의 발전기를 구동하는 물질에 불과해, 지금의 의식에 의해 영혼의 상태로 되돌아와 고통의 비명을 내지르고 있을 뿐)

La douleur qu'ils ressentent et les cris qui en résultent seront également matérialisés et absorbés dans l'énergie du vaisseau amiral avec les corps des armes.
(그들이 느끼는 고통과 그로 인한 비명 역시 물질화되어 병기들의 몸과 함께 기함의 에너지로 흡수될 게다)

  한편, 병기들의 외장은 거의 다 뜯겨지고, 골격만 남았으며, 그 상태로 골격과 함께 골격 내부의 붉은 빛 역시 기함 쪽으로 빨려들어가듯 끌려오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함선들 역시 외장이 뜯겨지기 시작하면서 기함의 에너지로 흡수되어가기 시작했으며, 그와 더불어 기함 쪽에서도 비명 소리들이 겹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La cérémonie est un franc succès. Bientôt, le navire se rechargera sans problème et les bombardements reviendront.
(의식은 대성황이야. 곧 함선의 에너지 재충전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포격의 기회는 다시 찾아오겠지)

  "Tu ne pourras pas faire ça. (그렇게는 못할 거다)" 그러자 미라가 바로 말했다. 이후, "Quoi? (뭐라?)" 라 외치는 목소리에게 그가 이렇게 덧붙였다.
  "Le moment venu, tu verras. Attends dans le tas de ferraille, où tu ne regardes que le risque d'être bombardé. (때가 되면 알겠지. 포격의 기회만 바라보고 있을 고철 더미에서 그 때를 잘 기다려 보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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