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lphid 4th - 4. Green Plains, Dark Blood : 5


  한편, 기함의 불타는 함교 쪽에서는 계속해서 병기들의 에너지가 마치 핏줄기처럼 기함의 함교 안쪽으로 끌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앞서 다가온 병기들은 모든 에너지가 다 빨렸는지, 부서진 몸체만을 공중에 띄우는 모습만을 보이게 되었다. 이런 잔해들은 처음에는 기함 근처에서만 보이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곳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에너지를 전부 기함에 바치고, 껍데기만 남아버린 병기들의 수는 시간이 지날 수록 급격히 늘었으며, 그들이 보이는 영역 역시 그것에 따라 빠르게 넓어져 갔다. 가동 가능한 병기들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에 따라 기함의 중심부 역시 기운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에너지를 끌어들였다면 당장에 기함 재기동 정도는 가능하겠다, 싶을 정도.
  그러나, 기함 혹은 그것의 진짜 배후인 누군가는 그 정도로 만족하지 않으려 하는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애초에 이전까지의 막대한 포격을 무리해서라도 다시 해 보겠다는 심산에 벌인 일이라, 그것이 끝이 아니었을 것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어 보이기는 했다. 이후로 함선은 계속해서 함교 쪽의 빛 그리고 음파를-귀로 들리지는 않았지만, 공기의 떨림이 느껴져서 음파를 통해 주변 상공에 머무르는 이들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통해 신호를 보내려 하였고, 이에 호응한 병기들을 함선에서 분출하는 붉은 파동으로 붙잡고서는 이전의 병기들과 마찬가지로 결박한 상태로 에너지를 핏줄기의 형태로 빨아들이려 하였다.
  그렇게 인간형 병기들, 전투기들이 함선에 접근하자마자 공중에서 발생하는 붉은 전기 파동에 붙잡혀 붉게 빛나는 핏줄기와 같은 형태로 에너지를 빨리고, 그 여파로 부서져 가면서 병기들에게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여러 종류의 단말마와 같은 비명 소리가 서로 어울리며, 기함 주변에서 끔찍하면서 비통한 음파가 공기를 사정 없이 진동시켜 갔다.



  "결국, 이런 것이겠지요? 그 누구든, 심지어 자신의 수하들조차도 자신에게는 수단이자 도구, 더 나아가, 비상 에너지 공급책에 지나지 않을 뿐이라는 것."
  그 때, 소정령 간 통신을 통해 아네샤의 목소리가 내게 울려 퍼졌고, 이어서 클라리스가 그러할 것이라 화답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함교 근처에서 그 광경을 아네샤 등이 지켜보면서 그것에 대한 대화를 이어가려 했던 것 같다. 이후, 리마라가 클라리스에게 이렇게 묻는 목소리가 들렸다.
  "과거, 인간들이 살았던 시대에도 기계들은 이런 수법을 썼겠지요? 그렇다면, 병기 안쪽의 인간들도 영향을 받았을까요?"
  "병기에 탑승하고 있다면 영향을 받았을 거예요." 그러자, 클라리스가 그런 리마라에게 이렇게 답하고서, 이어서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
  "기함이 행하는 에너지 흡수는 대상이 소지한, 혹은 대상이 내포한 모든 것의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특성을 갖고 있을 거예요. 당연히, 병기 안에 있었을 인간 역시 그로 인해 자신의 몸을 구성하는 에너지는 물론, 체액을 비롯한 신체 구성 요소들을 에너지 흡수를 행하는 이에게 빨리는 듯이 빼앗겼을 거예요. 몸을 구성하는 대부분이 에너지의 형태로 빨려나가면서 죽게 되었겠지요."
  이후, 아네샤가 클라리스에게 그런 능력은 대상의 고통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거나, 오히려 고통을 바라고 있지 않았겠느냐고 묻고서, 이어서 리마라 등에게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
  "이전에 들은 바 있어, 녀석들은 인간의 체액 뿐만이 아니라, 영혼 등까지 물질화할 수 있다고, 고통 어린 신음은 물론, 단말마까지 물질화해서 플라즈마로 변환 후, 에너지로 써먹으려 했겠지. 이전에 묘족들이 기계 병기 안으로 끌려들어간 이후에 당한 일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는데, 즉살은 물론, 마취도 없이 산 채로 마구 해치는 짓을 벌였더라,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아?"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당시, 기함 주변에는 여러 함선들도 자리잡고 있었다. 소형 모함들을 비롯한 그 함선들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기함 주변에 머무르며 정지하고 있었는데, 한창 대화가 이어진 이후, 함선들의 함체 표면 전체가 나무 껍질이 갈라지듯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각 함체들의 갈라진 균열 내부는 핏빛 혹은 주황빛을 띠는 빛으로 채워져 있었으며, 이후, 기함에서 신호음이 울리자마자 그 내부에서 에너지가 마치 핏줄기의 형태를 이루면서 기함 쪽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전의 병기들에서 에너지가 기함을 향해 빨려 들어갈 때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함선에서 에너지가 빨려 들어갈 때부터, 더욱 거센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이전부터 여러 고통 어린 비명 소리가 뒤섞여 울려 퍼지며, 끔찍한 음파가 하늘을 뒤흔들고 있었는데, 더욱 끔찍한 소리의 파동이 공기를 찢어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에너지가 핏줄기처럼 빨려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함선의 함체는 내부는 물론, 외장까지 무참히 뜯겨나가기 시작해, 에너지 흡수가 게속 진행된 함선들의 경우에는 검은 외장이 거의 뜯기며, 핏빛을 띠며 빛나는 형체 덩어리의 표면에 에너지의 흐름이 내부 무늬를 따라 흐르는 모습을 보여주니, 그 모습이 마치, 생물의 피부가 뜯겨 그 내부 모습이 드러난 것 같았다. 그 지경에 이른 함선들에서는 더욱 끔찍한 소리가 울려 퍼져 갔다. 그런 식으로 고통스러운 비명 소리 속에서 기함은 병기들은 물론, 함선들의 에너지까지 빨아들이며, 동력원의 에너지를 회복해 가고 있었다.

  "Combien de personnes supplémentaires vas-tu attirer ? (얼마나 더 끌어 올 생각이지?)"
  그 후, 소정령 간 통신을 통해 클라리스의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후, 기함 쪽에서 화답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D'autres armes seront tirées à partir de maintenant ! Tous les navires seront tirés aussi ! Ils seront tous mon énergie ! (지금 이후로도 더 많은 병기들을 끌어올 것이다! 함선들도 모두 끌어올 것이다! 모두 내 에너지가 될 것이다!)"
  "Alors, tu vas utiliser toutes les armes de la flotte pour ta propre nourriture ? (설마, 함대의 모든 구성원들을 네 먹이로 삼을 생각인가?)"
  "Oui ! Je vais tout ramener et vous anéantir, bien sûr, tout ce qui reste de l'humanité ! Pour ça, peu importe s'il ne reste que moi dans la flotte ! (그렇다! 그 모든 것을 끌어들여 너희들은 물론, 인류의 잔재가 남긴 모든 것들을 쓸어버릴 거다! 이를 위해서라면 함대에 나 이외에 아무것도 안 남아도 상관 없다!)"
  그러더니, 이어서 이렇게 목소리를 내었다.
  "La flotte, c'est ce navire qui m'appartient ! Le reste, c'est du superflu ! Vous avez cherché en vain à nettoyer le surplus ! D'accord ? (함대라는 것은 나의 소유물인 이 배를 의미하는 것이다! 나머지는 잉여 쓰레기에 불과해! 너희들은 지금까지 잉여 산물을 치우느라 헛고생한 것이란 말이다! 알겠나?)"
  어이 없는 발언이라 그러하였는지, 클라리스는 그의 말에 어떤 화답도 하지 않았다, 단순한 도발 정도로 여기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 기함 쪽에서 다시 한 번 도발적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Quoi ? Pourquoi n'y a-t-il pas de réponse ? La réponse « Oui, monsieur ! » EST-ELLE SI DIFFICILE ?! TU NE M'ÉCOUTES PAS ?! (뭐지? 왜 대답이 없나? '알겠습니다, 나으리!' 란 대답이 그리도 어렵나!? 내 말이 말 같지 않나아아아!?)"
  "Si tu fais ça, tu vas juste continuer à accumuler ton énergie. (그럴 생각이면, 얌전히 에너지나 모을 것이지)"
  그 때, 소정령을 통해 기함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을 미라가 그렇게 혼잣말을 했다. 그러더니, 이어서 기함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Dis que la récupération de ton énergie est terminée, tu peux t'attendre à ce à quoi cela ressemblera. (에너지가 다 모였다고 해 봐, 어떤 꼴이 날 지 기대해도 좋아)"

  그러는 동안에도 에너지 끌어모으기는 계속 되었다. 핏줄기처럼 기함에 닿은 에너지는 핏줄기가 기함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기함 내부로 흡수되었고, 이렇게 자신들의 전력이었을 병기들을 스스로 부수어 가면서 기함은 내부에 에너지를 충전해 갔다. 그러다, 마침내 함선들 역시 에너지를 전부 잃고 말라버린 점토 덩어리처럼 갈라지고 부서지면서 지면으로 잔해들을 흩뿌리며 추락해 가기 시작했다. 기함의 내부 에너지가 다시 충전되고, 그로 인해 기함이 제 모습을 되찾아가려 하면 할 수록, 주변의 병기들은 기운을 잃고 점차 부서져 가니, 그 모습이 그 광경을 마치 궁성의 화려함을 위해 주변의 모든 것을 착취해 가는 도시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지금이야, 라르나는 같이 계신 분들과 함께 함수 쪽을 총 공격해서 함수 내부를 뚫어 버려! 나 역시 같이 있는 이들과 함께 함교 안쪽을 궤뚫어 버릴 테니까!"
  "알았어!" 세미아의 말에 나는 알았다고 답했다. 그리고서, 재기동을 행하는 함선의 함수 부분을 공격 목표로 정하고서, 곧바로 함수 부분 쪽으로 그간 끌어 모으고 있었을 바람의 기운을 분출하기 시작했다. 분출된 바람의 기운을 바탕으로 파랗게 빛나는 번개 줄기들을 지속적으로 방출, 이들이 함수의 붉게 빛나는 구체와 같은 부분 쪽으로 집중되도록 하였다. 그 동안, 미라 역시 하늘색 빛을 발하는 칼날들이 푸른 번개 줄기들이 향하는 쪽을 향해 날아가도록 하고 있었으며, 마야 역시 한 번씩 검푸른 빛을 발하는 창날이 하나씩 함수 쪽으로 낙하하도록 하고 있었다. 자체 방어 수단인 없었을 함수는 얼마 가지 않아, 균열이 발생하고, 균열이 커지고 넓어지면서 곧 부서질 것 같은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함선의 함수 쪽 뿐만이 아닌, 함교 쪽에도 집중 타격이 가해지고 있었다. 천둥 소리와 돌풍 소리,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함교에 충격이 가해지는 소리, 폭발이 일어나는 소리와 함께 울려 퍼지고 있었다.

Je t'ai dit que tu pouvais t'attendre à ce à quoi tu ressemblerais, n'est-ce pas ?
(어떤 꼴이 날지 기대해도 좋다고 했지?)

  그 때, 집중 타격을 가하기로 한 함수의 포격 장치는 거대한 갑판으로 보호를 받고 있었다. 그 갑판이 얼마나 두꺼웠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침입 방지라는 목적을 갖추고 있었을 만큼, 상당한 두께와 강도를 가졌을 것임은 틀림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함이 동력을 잃은 이후로 다른 방어 수단을 갖추지 못한 것에 공격 지원을 할 수 있었을 병기들의 동력을 빼앗아 작동 불능에 자괴까지 시켜버린 마당에 지원 병력도 없어져서 함수의 갑판이 닥쳐오는 모든 타격을 마주했을 것이고, 그래서 갑판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었다.
  포격 장치의 갑판은 예상한 바대로, 오래 버티지 못했다. 우선, 쇳덩어리가 깨지고 무너질 때 특유의 소리가 기함의 포격 장치 쪽에서 울려퍼졌고, 이어서 그 안쪽에서 폭음과 함께 폭풍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폭풍이 한 번 터지기 시작한 이후로 계속해서 폭발이 일어났으며, 폭발이 일어날 때마다 폭풍과 주황빛 열기가 폭음과 함께 공격 장치의 갑판 안쪽에서 발생했다. 그와 더불어 열기를 품은 하얀 빛도 주변 일대로 퍼져 갔으며, 그 빛은 함수 근처에 있었을 나를 비롯한 3 명이 있는 곳까지 퍼지려 하고 있었다.
  "물러나야 해요!" 빛이 퍼져 가고 있음을 감지하자마자, 나는 바로 곁에 있던 미라 그리고 마야에게 뒤쪽으로 물러가야 함을 알렸고, 이에 미라는 그런 나와 함께 기함에서 멀어지는 쪽으로 날아가려 하였다. 마야는 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나와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며, 기함에서 멀어지려 하였다.
  함수 쪽에서의 폭발이 거듭되면서 열기를 품은 빛도 넓게 퍼져 갔으며, 그 빛은 어느새, 함수 전체를 덮을 지경에 이르렀다.

  한편, 함교 쪽에서도 폭발이 거듭 일어나며, 함교 안쪽에서 빛이 열기와 함께 퍼져가고 있었다. 그 빛 역시 넓게 퍼지고 있어서, 함교는 물론, 그 주변 일대까지 뒤덮을 정도에 이르고 있었다. 그렇게 함수, 함교에서 일어난 폭발은 거의 동시에 함수 그리고 함교 주변 일대를 뒤덮을 정도로 빛을 크게 일으키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빛의 폭발부터 크게 일어난 만큼, 폭음도 크게 일어났으니, 기함에서 어느 정도 멀리 떨어진 지점에서조차 귀 내부까지 폭발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소리부터 컸다. 폭음과 함께 진동도 격렬히 일어났다. 공중에 머무르고 있음에도, 마치 격렬한 지진이 일어날 때 땅 위에 머무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일부분이 폭발했는데, 이 정도면 함체가 완전히 폭발할 때에는 어느 정도일까......?"
  그 무렵, 아네샤가 내게 이렇게 물었으나, 나는 그런 그의 물음에 어떻게 대답을 하거나 하지는 못했으니, 그 폭발의 위력에 대해 어떻게 말을 하거나 할 수 없었음이 그 이유였다. 이후, 빛은 잠시 함체 주변에 머무르고 있다가 급격히 사그라졌다, 열기가 사라짐에 따라 바로 그 모습을 감추기 시작한 것이었다.



  빛이 사라진 이후, 나는 곧바로 기함의 함수 쪽으로 돌아갔다. 포격 장치가 위치한 부분에 큰 구멍이 뚫렸으며, 포격 장치 역시 본체 전체가 심각한 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표면의 거의 모든 부분에 부서진 흔적이 보였으며, 온전한 부분은 거의 찾기 힘들 지경이었고, 장치에 연결되어 있었을 전선들이 간신히 함선에 매달린 모습이 곳곳에 눈에 띄고 있었다. 끊어진 전선 그리고 장치의 손상된 부분들 중 일부에서는 전류가 새어나오고 있었는지, 가느다란 붉은 번개 줄기들을 방출하면서 전기 소리를 내기도 하였다.
  "장치가 이 지경이 되었어도, 녀석은 포격을 감행하려 할 거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이후, 함수 근처로 돌아온 미라가 뒤따라 온 마야에게 물었고, 마야는 그런 그에게 "그렇다고 생각해." 라는 동의를 드러내는 답을 하였다.

  그 무렵, 리마라는 이제 기함은 다시 사실상 무력화되었음을 밝히고서, 이제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나는 이전부터 생각한 바대로, 심각할 정도로 손상된 포격 장치 내부에 뚫린 구멍을 통해 기함의 함수 내부로 진입하려 하였다. 포격 장치는 출입문이 아니었지만, 장치 안쪽에는 에너지가 빔의 형태로 가속하기 위한 '포신' 의 역할을 하는 길다란 원통형 관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며, 기함 동력원의 에너지를 직접 이용하는 만큼, 그 통로가 동력원과 직접 연결되어 있을 것임이 틀림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생각대로 행동을 취하겠음을 밝힌 것이다.
  "내부의 포신이 함선의 동력원과 직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서 내린 판단이겠지? 그 포격 장치는 분명, 함선의 동력을 직접 끌어다 썼을 테니까."
  이후, 리마라가 그렇게 물었고, 그 물음에 나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리고, 리마라의 곧 진입하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그렇게 할 것이라 하고서, 이어서 이렇게 알렸다.
  "지금 이후로는 밖에 있는 이들과 연락하기는 쉽지 않을 거야, 함선 내부로의 진입 그리고 중심부 공격에 집중해야 하니까. 만약에 진입하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거나, 아니면 진입 성공 후에 중심부 파괴를 마치고 나면 그 때에 연락할게."
  "알았어, 무슨 일이 있으면 꼭 연락하고, 일이 잘못됐다 싶으면 가능한 빨리 돌아와야 해, 이 쪽으로의 진입 시도도 검토되고 있으니까."
  그 이후, 나는 날개를 뒤로 젖히며, 구멍 안쪽으로 진입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만약의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 지팡이에 바람의 기운을 일으키고, 바람의 기운으로 번개의 칼날을 생성하고서, 가능한 빠른 속도로 구멍 안쪽의 통로를 따라 날아 들어가려 하였다.



  내가 추측한 바대로, 구멍 안쪽으로는 포신의 내부와 같은 긴 원형 통로가 자리잡고 있었으며, 일정한 간격으로 고리 형태를 띠는 장치들의 천장, 내벽, 바닥 쪽의 등불들이 붉은 빛을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깜박이고 있었다. 가능한 빠른 속도로 날아가려 하였으나, 함체의 전장을 따지려면 킬로메테르 (Kilo-Meter) 란 단위를 써야 할 정도로 함체 자체가 컸던 만큼, 함체를 가로지르고 있을 통로 역시 그 만큼 길었던지라, 동력원에는 금방 도달하지는 못할 것 같았다.
  통로에 진입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어두운 통로 먼 저편에서 붉은 빛을 발하는 무언가가 공중에 부유한 채로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이들의 실체를 파악하려 하기 전, 내가 가까이 다가오기 전에 네 가장자리에서 십자 형태로 붉은 빛으로 칼날을 생성하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회전 속도가 상당히 빨라서 칼날 틈새로 통과할 수는 없었지만, 애초에 그 칼날 사이로 통과할 생각은 없었다. 처음 생성된 불빛을 공격 목표로 정한 이후에 푸른 번개 줄기를 하나씩 방출해, 붉은 빛을 발하는 개체를 통과하도록 하였다. 이후, 각 개체가 있던 곳에서 주황색 열기가 폭음과 함께 터져 나왔다.
  이런 개체들은 이후에도 통로 위쪽에서 한 번씩 모습을 드러내어 나를 비롯한 세 사람의 비행을 방해하려 하였고, 그 때마다 이들을 격추시키면서 통로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을 동력원 그리고 동력원 앞에 자리잡고 있을 빔 발생 장치를 향해 다가가려 하였다.

  그렇게 통로를 가로질러 가려 하던 그 때, 갑자기 소정령 간 통신이 개시될 때, 특유의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내 쪽은 아니었고, 그래서 누구인지 살펴보려 하였는데, 다름 아닌 나의 왼쪽 곁에서 동행하던 미라의 소정령에게서 통신 반응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미라 역시 마냥 둔하지만은 않아서 소정령 간 통신을 개시했다.
  '이런 때에 누가 미라에게 굳이 소정령 간 통신을 시도하려 하는 걸까.'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내가 혼잣말을 했다. 그 후, 소정령 간 통신이 개시되었고, 그와 함께 어떤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들은 적이 없는, 음침한 여성적인 느낌의 목소리였다. 인간으로 치면 40 ~ 50 대 정도의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기계적인 음성과 뒤섞인 그런 목소리가 미라의 소정령에게서 울려 퍼졌다.

Finalement, cela a pénétré dans mon corps. De qui est l’idée, ce passage est directement lié à mon cœur. Quand tu arrives à la fin, tu le verras.
(결국 내 몸 안으로 파고들었구나. 누구의 생각이었던 것일까, 그 통로는 나의 심장과 직결되어 있다. 그 끝에 이르면 그 모습을 볼 수 있겠지)

  "Qui es? (누구냐?)" 그 때, 미라가 묻는 목소리를 냈고, 이에 기계의 음성이 그런 미라에게 화답하며 말했다.

Tu ne l'as pas vraiment remarqué ? Je suis le capitaine de ce navire, ou du navire lui-même, qui a dirigé jusqu'à présent toutes les opérations selon sa volonté.
(설마, 눈치채지 못한 것인가? 나는 이 함선의 주인 혹은 함선 그 자체. 지금까지 모든 작전을 '그' 의 뜻에 따라 이끌어 온 존재이다)

Selon sa volonté?
(그의 뜻이라고?)

Oui, j'étais simplement motivé par la volonté.
(그렇다, 나는 그 뜻에 따라 움직였을 뿐)

  그 이후, 자신을 '함선 그 자체' 로 소개한 여성 혹은 기계의 목소리는 미라를 비롯한 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Même si je suis votre ennemi, je veux vous dire quelque chose. Viens là où je suis. Mon âme repose près de l’endroit où se trouve mon cœur. (비록 너희의 적이기는 하지만, 너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자, 내가 있는 곳으로 와라. 나의 혼은 내 심장이 있는 바로 근처에 안치되어 있다.)"

  그 이후로도 한 번씩 몇몇 개체들이 무리지어 자신의 네 방향으로 붉은 칼날들을 생성하며 위협하려 하였고, 그 개체들을 격추시켜 가면서 길을 열어갔다. 더욱 가속해 가면서 길의 너머에서 불길하게 빛나는 붉은 무언가, 동력원의 빛으로 여기어지는 무언가를 향해 다가가려 하였다.
  그 무렵, 붉은 빛 근처에 있었을 검은 개체들이 길을 가로막으려 날아오고 있었으나, 파란 번개 줄기에 의해 금방 격추되어 사라졌기에, 큰 방해 거리가 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 이후, 통로의 끝에 자리잡은 문 비스무리한 구역-원래는 문이 아니었을 것이다, 통로 자체가 빔이 직진하기 위해 뚫린 포신에 해당되는 부분이었다-을 지나쳐, 마침내 거대한 검은 기계 장치 앞에 이르게 되었다.



  통로 바깥으로 나오자마자 거대한 기둥 형태를 이루는 거대한 공간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공간을 둘러싸는 어두운 색의 내벽에는 일정한 간격을 이루며, 내벽의 벽면을 따라 고리 형태를 갖추며 자리잡은 발판들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각각의 장치 외벽에는일정한 간격을 이루면서 주황색 빛을 발하는 등불들이 위치하고 있었으니, 장치의 외벽을 따라 배치된 등불들이 공간 한 가운데에 자리잡은 거대한 개체를 에워싸는 것처럼 보였다. 공간의 내벽은 검은 색에 가까운 어두운 색을 띠고 있었으며, 그 바탕에 기하학적인 무늬를 그리는 금이 그어져 있었던 것 같으며, 그 금을 따라, 검붉은색 혹은 다홍색을 띠는 빛 줄기들이 아래에서 위쪽 방향으로 지나가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이며,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금을 따라 이어지고 있음을 알렸다.
  공간의 한 가운데에는 마치 거대한 나무 혹은 기둥을 연상케하는 검은 기계 장치 하나가 자리잡고 있었으며, 해당 장치 역시 금을 따라 붉은 빛이 아래에서 위로 지나다니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것으로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장치 안에서 흐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마치 핏줄기의 흐름과도 같은 그 흐름은 내가 막 빠져 나온 통로 바로 앞에 자리잡은 붉게 빛나는 동력원의 외장인 구체에서 금을 따라 확산되어 가는 듯이 퍼져가고 있었다. 그 붉은 빛이 '심장' 의 역할을 하고 있었을 것으로, 함선의 '인격 (Personaj)' 역시 해당 부분을 '심장' 이라 칭한 바 있었다.

  "이것이 그가 말했던 '심장' 이겠지요." 동력원에 도달하자마자 나의 왼편에 이른 미라가 동력원의 바로 앞에 자리잡고 있던 내게 물었고, 그 물음에 내가 그러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이후, 나는 미라에게 그 '인격체' 가 자신에게 오라고 누구에게 말한 것 같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묻자, 미라가 바로 이렇게 답했다.
  "아마, 저이겠지요, 저에게 뭔가 할 말이 있다고 생각하나 봐요."

Vous êtes enfin arrivé ici.
(드디어 여기까지 왔군)

  '인격체' 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가 들린 방향은 위쪽으로 동력원이 자리잡은 바로 위쪽에 자리잡은 붉은 혹은 다홍색 빛을 발하는 형체가 있었으니, 그 형체에서 목소리가 나오는 것 같았다.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내가 미라 등에게 알렸다.
  "위쪽으로 올라가요! 그 쪽에 지금까지 우리에게 말을 건 이가 있을 거예요."
  그리하여, 나는 앞장서서 동력원으로 추정되는 붉게 빛나는 형상을 지나쳐, 그 위쪽에 자리잡고 있을 이를 향해 다가가려 하였다. '인격체' 가 위치한 곳은 동력원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공간의 정중앙에 해당되는 부분으로 원뿔테 상의 기둥 사이에 자리잡은 장치 내부에 거대한 주황빛 구체가 자리잡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위쪽의 원뿔테 상 기둥에도 붉은 빛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그 붉은 빛을 중심으로 기둥의 여러 금을 따라 붉은 빛이 퍼져가고 있었으니, 그 붉은 빛 역시 함선의 동력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지금까지 나는 동력원이 하나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함선의 동력원은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던 것이다.
  미라에 의하면, 여태껏 상대한 함선들 중에서 전함 급은 동력원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동력원은 서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하나가 폭발하면 다른 하나는 그 폭발에 휩싸여서 폭주 후에 폭발하기에 동력원 하나가 폭발하면 나머지도 이어서 폭발해, 사실상 하나의 폭발로 함선이 끝장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거대한 함선들을 여럿 거느린 함대의 사령관 격에 해당되는 총 기함의 사령에 해당되는 구체 (이후로 '중심체' 라 칭한다) 는 내 키보다도 작았다. 대략 1.5 메테르 정도, 수 킬로 메테르에 이를 정도로 거대했을 법한 총 기함의 크기에 어울리지 않아 보일 정도로 작았다. 그 작은 덩어리가 기함은 물론 함대의 모든 것을 아우르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묘한 기분이 느껴지고 있었다.

Bienvenue.
(환영한다)

  그렇게 기함의 중심에 도달하자마자 내게 다시 한 번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계적이면서 낮은 중년 여성의 목소리로 권위적인 느낌은 있었으나, 위압을 주는 느낌이나 음산한 느낌 등의 부정적인 느낌은 없었다. 나를 비롯한 침입자에 대한 적대를 드러내겠다면 보다 위압적이거나, 음침하거나, 하는 식의 목소리를 낼 법도 한데, 그런 느낌은 거의 들지 않았던 것. 물론 진짜로 적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내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어쩔 수 없이 적대했다는 의사를 드러내고 싶기는 했었을 것이다.
  기함의 사령은 그 때에도 미라가 자신의 앞으로 다가왔을 때가 되자 다시 목소리를 내었다, 마치, 그와 인연이 있는 존재가 되기라도 하듯이.

Ton nom doit être Myra. J'ai déjà entendu parler de toi.
(네 이름이 미라라 하였겠지? 너에 대해서는 이미 들은 바 있다)

  그 때에도, 중심체는 미라에게 말을 걸려 하였다. 마야가 가르쳐 준 바에 의하면 미라라는 이름은 물론이고, 그 자신에 대해서도 중심체는 이미 알고 있었으며, 그 정보를 자신의 배후라 할 수 있는 '어떤 존재' 를 통해 전송받아 알게 되었을 것이라 하였다.
  "기게들은 빛이나 소리 등을 신호로 활용할 수 있어. 내장된 통신 장치를 통해 특정한 정보를 그러한 신호로 변환해서 전송하거나 전송받고, 기억 장치에 이를 수록해. 그렇게 수록된 기억은 장치의 수명이 있는 한, 지속적으로 기억될 수 있어. 쉽게 전송되거나 받을 수 있지만,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 기계 존재가 인간 대비 기계의 우수함을 알리는 수단 중 하나야."
  그렇게 마야가 내게 한 가지를 알린 그 후, 중심체가 하얗게 깜박이기를 반복하였고, 그와 함께 중심체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Il m'a fait savoir, par un signe lumineux, qu'il y avait une « Villie » nommée Myra ou Myrtha.
(그가 빛의 신호로 내게 알려주었다, 미라 혹은 미르타라는 이름의 '빌리' 가 있었다고 말이지)

Donc?
(그래서?)

Et, il a annoncé que « Villie » est un être maudit qui ne doit jamais être pardonné et doit être détruit par tous les moyens.
(그리고, 그가 알렸다, 그 '빌리' 는 결코 용서받아서는 안 되며, 어떤 수단으로든 파멸시켜야 하는 저주받을 존재라고)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떠오른 것이 하나 있었다, 이전에 기함의 무리한 포격을 강행하도록 종용한 어떤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는 다급히 기함에게 '빌리' 를 없애버리라 하였으며, 포격에 우군이 휩쓸려도 상관 없다고 하면서 포격 감행을 강요하다시피하고 있었다.

Te venit, occidere quod villia et cohors, '너에게 오고 있다' 그리고 '저 빌리와 그 무리를 죽여라' 란 의미를 갖고 있는 어구였지. 미라, 네가 함수 쪽으로 왔을 때에 그런 메시지가 기함 쪽에서 전달됐던 거야.
빌리는...... 나를 말함이겠지? 그러니까, 기함 아니면 그 배후의 뭔가가 그러면 포격을 지시하는 거야? 고작 나 하나 죽이겠다고?!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

  미라와 클라리스의 대화에서 나온 말이었다. 이후, 마녀가 내게 알린 것도 있었다.

저 빌리가 다가오고 있다, 저 빌리와 그 무리를 죽여라, 네 동료들과 너 자신을 파멸시켜서라도.' 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말이지요. 거기서 빌리가 누구를 의미하는지는 이미 몇 차례 이야기를 들어봐서 아실 것이라 생각해요.
그렇다면...... 정말로 그 사람 하나 죽이겠다고 그런 짓을 벌이는 거예요? 사령은 그런 조언자의 폭주를 왜 방관하는 거예요?

  여기서 '조언자' 는 중심체의 배후에 있는 존재였을 것이며, '사령' 은 그 시점에서 목소리를 내는 중심체 그리고 배후 존재의 상위 존재였을 것이다. 그 시점에서 마녀는 내게 '사령' 은 모종의 의도에 의해 조언자라 칭해졌던 배후 존재의 폭주를 방관하고 있음을 알리기도 하였다.

Il a déclaré : « Depuis sa naissance, elle a un tempérament qui entraîne les autres dans la mauvaise voie, et elle a été punie pour cela. »
(그가 알렸다, 너는 태어날 때부터, 다른 인간을 혹해 잘못된 길로 이끌어가는 기질을 가졌다고, 그로 인해 너는 벌을 받았노라고)

  여기서 '태어날 때부터' 는 '인간으로 태어날 때부터' 였을 것이다. 그 말인 즉슨, 그 존재는 인간 시절의 미라를 이미 알고 있었음을 의미하며, 이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의미할 것임이 분명했다.

  1. 미라가 인간이었을 시절부터, 그를 지켜봐 왔다.
  2. 그 역시 한 때는 인간이라, 미라의 인간 시절을 알고 있다.

  그간 들은 이야기들에 의하면, 미라는 인간 시절에는 다른 능력 없는 평범한 인간이었다. 암만 초월적 존재라고 해도, 그런 인간을 콕 집어 주시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 존재는 무리한 포격을 강요하고, 그로 인해 기함의 사령 격 존재마저 그에게 반감을 가질 정도였던지라, 초월적 존재라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 존재가 평범한 인간을 주시할 수 있을 리가. 그래서 두 번째 쪽이 더욱 옳다고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미라의 인간 시절에 그와 악연을 맺을만한 이라면 두 사람이 있었다. 그가 사랑했다는 남자 무용수가 첫 번째이고, '소욘 (Soyon)' 이란 이름을 가졌을 그 남자의 또 다른 피해자였던 여성이 두 번째였을 것이다. 딱히 근거가 없기는 했지만, 남자 무용수 쪽이 전생이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미라 역시 그리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J'ai entendu dire que c'est lui qui a causé le malheur à une femme nommée Mira. (들은 적이 있어, 미라라는 여성에게 불행을 안겼다는 이가 바로 그 자였다고 말야)"
  라고, 중심체에게 말을 건네려 하던 미라의 목소리가 이후, 들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길 가다가 꺾어서 한 번 보고, 버리는 들꽃 같은 존재였다는 것이겠지요?
적절한 비유로군요.

  그 때, 떠오른 대화가 있었다, 남자 무용수가 미라를 버리고, 소욘과 교제하기 시작했다가, 이후, 소욘을 내버렸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경악하면서 아네샤가 건넨 물음, 그리고 그 대답을 하는 바르차의 목소리였다. 그런 잘못을 저질렀고, 그로 인해 미라, 소욘을 비롯한 여인들이 불행을 맞았음에도, 오히려 그들의 탓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모종의 이유로 기계 군단에 의해 간택을 받아, 기계 몸을 받고, 오히려 미라, 소욘이 자신의 인생을 망쳤다고 굳게 믿고 있었던 것 같았다.

Et j’ai entendu dire que lui et beaucoup d’autres femmes étaient devenus malheureux à cause de lui. Ensuite, il a essayé d'épouser une femme d'une famille prestigieuse, mais il a été mis dans une situation misérable par un stratagème familial qui connaissait ses péchés et a ensuite été tué.
(그리고 소욘을 비롯한 여러 여인들이 그로 인해 불행해졌다고 들었지. 그래놓고, 그는 어떤 지체 높은 집안의 여인과 맺어지려 했다가, 그의 죄악을 알고 있던 그 집안의 계략에 의해 비참한 처지에 놓였고, 이후, 살해당했다고 했었어)

Est-ce que c'est arrivé...?
(그랬던가...?)

  이후, 미라의 이야기에 중심체의 목소리가 그랬느냐고 화답했다.

Connaissait-il aussi Soÿone ?
(그 자는 소욘에 대해서도 알고 있던가)

Soÿone... J'ai entendu dire que c'était Soÿane, mais cela semble être un nom similaire. Je suppose que je connaissais le même nom différemment.
(소욘이라.... 나는 소얀이라고 들었다만, 비슷한 이름인 것 같다. 아무래도 같은 이름을 서로 다르게 알고 있었나 보군)

  미라가 소욘을 언급하면서 묻자, 중심체는 자신은 그에 대해 소얀 (Soÿane, Soyan) 이라 알고 있었음을 밝히면서 소욘 그리고 소얀 모두 동일인물의 이름이었을 것이라 언급하고 있었다. 어느 쪽이든, 서로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를 근사하게 표현하려 했고, 그 방식의 차이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변환되었으리라.
  '어떤 이름이었을까?'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내가 그렇게 혼잣말을 하고 있던 그 때, 중심체로부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Je suis sûr que le nom Soÿone n'est pas le nom original que tu connais. Tu sais quel est votre nom d'origine, car tu as vécu dans le même pays que Soÿane et lui.
(분명 소욘이란 명칭은 네가 알던 원래 이름은 아닐 것이다. 본래 이름이 무엇인지는 너라면 알고 있겠지, 너는 소얀 그리고 그 자와 같은 땅에서 살았으니까)

  이후, 중심체로부터 소욘은 본래 이름이 아니며, 미라는 본래 이름을 알고 있겠지만, 그것을 숨기고 있을 것이라는 말을 건네었다. (라고 들었다) 미라의 심중을 찌르는 듯한 발언이었고, 본래는 적이어야 할 존재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은 만큼, 감정의 동요가 있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미라는 그것에 대해서는 별 다른 답변도 감정의 반응조차 보이지 않았다.

Vas-tu garder le silence ?
(말을 않겠다는 것인가?)

  그러더니, 중심체는 슬슬 개전 선언에 가까운 말을 꺼내기 시작하더니,

Ouais, ce n'est pas une bonne chose de parler aussi longtemps ici.
(그래, 여기서 이렇게 말을 길게 늘어놓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기는 하지)

Par nature, vous êtes mes ennemis et vos plus grands ennemis, le dirigeant de ce navire, n'aura d'autre choix que de me détruire.
(본디, 너 그리고 너희는 나의 적인 존재이자, 너희의 가장 거대한 적인 이 배의 지배자, 너희는 나를 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어, 이렇게 일행에게 자신에게 덤벼보라는 의미를 전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Alors, essayez de ME DÉTRUIRE !!!!
(그렇다면, 어디 한 번, 나를 멸해 보아라!!!!)

  그 후, 중심체가 주황색 빛을 격렬히 내뿜기 시작하면서 중심체에서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중심체는 자신의 전방 일대로 불덩어리 (광탄처럼 보였으나, 가까이에서 보니, 불덩어리였다) 들을 흩날리면서 전방의 적들-나, 미라 그리고 마야-을 공격해 가려 하였다. 그 불덩어리들은 내벽에서 반사되어 가면서까지 세 사람을 위협해 갔으나, 나를 비롯해, 세 사람 모두 이들을 어떻게든 피해낼 수 있었고, 그러면서 중심체를 향해 번개 줄기, 검푸른색의 창날 그리고 하늘색 빛으로 이루어진 칼날들이 중심체로 집중되어 중심체에 타격을 가하여, 중심체만 피해를 입게 되었다.
  그 이후, 중심체는 기존의 공격만으로는 세 사람을 어찌할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이전 때보다 더 많은 (1.5 배 즈음에 이르고 있었다) 불덩어리들에 광탄-그 쪽은 붉은 빛 줄기의 형태를 띠고 있어 불덩어리들과 구분되었다-들까지 더해 가며, 더욱 치열하게 공격해 갔다.
  이후, 마야가 커다란 검푸른색의 구체들을 자신의 주변에 소환해서 그 구체로 화염탄을 막아내려 하였고, 그것에 의지하며 미라가 중심체에 하늘색 빛으로 생성한 칼날 형태의 빛 줄기들이 곡선 상의 궤적을 그리도록 하면서 중심체 타격을 하도록 하였고, 나 역시 광탄들을 피해가기를 반복하면서 소정령이 푸른 번개 줄기들을 방출하도록 하면서 나 역시 지팡이로 바람의 기운을 모아 낙뢰를 방출, 그 끝이 중심체를 향하도록 하면서 하늘색 빛과 함께 푸른 번개 줄기들이 중심체 표면을 찌르도록 하였다.
  중심체가 발하는 기운이 번개 그리고 빛의 기운과 부딪치면서 그로 인해 하얀 빛이 폭발적으로 표면 위에 퍼져 가고, 그렇게 퍼져 가는 하얀 빛이 중심체의 표면 앞쪽을 뒤덮기 시작했다. 중심체의 본래 모습이 무엇이었는지, 본래 색깔이 무엇이었는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그러던 도중, 천장 쪽에서 뭔가 커다란 천체가 격돌하기라도 한 듯이, 맹렬히 흔들리면서 폭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열기가 불꽃처럼 분출된 이후, 폭음이 울려 퍼진 곳에서 바람과 함께 날개를 뒤로 젖힌 채로 아네샤가 내가 있는 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아네샤는 클라리스, 세미아 등과 함께 함교 쪽에 있었을 텐데, 아무래도 함교에서 폭발이 일어나면서 미리 준비했다가 함교 내부를 통해 중심부 쪽으로 돌입하려 한 것 같았다.
  "도와주러 왔어!" 아네샤가 내 곁으로 날아올 무렵, 그로부터 내게 외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네샤가 밝힌 바에 의하면 이미 함교 쪽은 몇 번이고 거듭해 파괴된 것도 있어서 금방 내부 장갑이 뚫렸으며, 그로 인해 뚫린 장갑 안쪽을 돌파해서 진입해 올 수 있었다고 했다. 다만, 진입 이전에 마력을 실은 검격을 할 수 있었던 리마라가 장갑 내부의 기계 장치를 뚫어주어서 내부 진입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내가 예상했던 바와 거의 비슷한 말이었다.
  함선 중심부로 진입한 이후, 아네샤는 날개를 원래대로 펼치고서, 나의 왼편 곁으로 날아왔다.

  그 이후로 중심체에서 수십 여 붉은 빛 줄기들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발사되었다가 반사하면서 일행 쪽으로 날아왔고, 이들을 피해 가면서, 미라와 마야 그리고 나와 아네샤까지 중심체를 향해 빛 줄기, 번개 줄기 등을 발사해 가며, 중심체를 계속해서 타격해 갔다. 빛 줄기 분출은 세 차례 계속되었고, 그 이후로 다시 불덩어리들을 주변 일대로 분출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대량의 불덩어리 분출로 화망을 구성하기를 몇 번, 그러면서 광탄, 빛 줄기 분출도 몇 번씩 반복하는 치열한 공격을 가하는 만큼, 일행도 번개 줄기, 빛 줄기, 바람 줄기이 맹렬히 분출되어 갔고, 자신을 향해 집중해 가는 줄기들에 의해 중심체는 계속 타격을 받아 그로 인해 충격을 거듭 받고 있었다.
  한편, 중심체가 자리잡은 부분, 그 주변의 발광 장치들이 붉게 빛나며 깜박이고 있었으며, 그 깜박임은 멈추려 하지 않았다. 단순한 깜박임이 아닌,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있었으니, 의사 소통의 일종이었을 것이다. '조언자' 쪽에서 전달되는 통신의 일종이었을 것이고, 다급한 통신의 상태가 '조언자' 의 다급함을 나타내고 있었겠지만, 중심체가 공격을 받는 그 시점에서 그 내용은 물론, 통신 그 자체에 의미가 있었을지는 모르겠다.

  이전에 밝힌 바대로, 중심체를 향한 타격이 집중되어 그로 인한 빛에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고, 계속해서 충격을 받아, 그 여파로 흔들리고 있기까지 하고 있었다. 그러나, 수없이 많은 빛, 번개 등이 집중되어, 그로 인해 폭발과 충격이 자신에게 끝없는 듯이 전해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중심체 자체는 전혀 끄덕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 어떤 공격도 자신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처럼.

Vous ne pouvez faire que cela ?
(겨우 그 정도인가?)

  중심체로부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잠시 후, 모든 충격을 막아내려 하는 듯이 한 차례 하얀 빛을 번쩍이더니, 불그스름한 빛을 번뜩이는 보호막으로 모든 공격을 막아내려 하였다. 그 이후, 다시 붉게 빛나는 모습을 보호막 내부에서 드러내며, 중심체가 다시 목소리를 내었다.

Alors, le moment est venu de prendre conscience de mon pouvoir !!!
(그렇다면, 이제 내 힘을 깨달을 때가 되었다!)

  이후, 중심체에서 보호막을 뚫고 붉은 에너지의 흐름이 분출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중심체로부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C'est le pouvoir de l'énergie extorquée et extraite de MOI TOUS !
C'est le pouvoir du SANG ET DES CRIS de CENTAINES DE MILLIARDS D'HUMAINS !
(내 모든 것들로부터 갈취하고 쥐어짜낸 에너지의 힘이다! 수백억 인간의 피와 절규에서 비롯된 힘이다!)

PRENEEEEEEEEEE-LEEEEEEEEEEEEEEEE !!!
(받아아아아아 보아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빛 기둥은 중심체 직경의 2 배 이상은 되어 보였다. 그 빛 기둥이 분출되자마자 미라 역시 소정령과 자신의 마력을 끌어들이며, 하늘색 빛 줄기를 빛 기둥이 분출되는 쪽으로 분출하면서 중심체가 분출하는 막대한 에너지의 흐름을 막아내려 하였고, 미라의 우측 곁에 있던 마야 역시 자신의 주위를 맴돌던 거대한 구체들을 거대한 검푸른색 에너지 덩어리로 합쳐서 그 에너지 덩어리에서 검푸른색 빛 줄기를 분출, 미라의 하늘색 빛 줄기가 붉은 빛의 흐름에 대항하는 그 지점에 모여 붉은 에너지 흐름을 밀어내는 힘의 일부가 되도록 하였다. 두 힘이 서로 부딪치면서 그 접점에 하얀 빛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상쇄에 의한 폭발의 힘을 나타내는 듯한 하얀 빛은 주변 일대로 하얀 입자들을 대거 분출하면서 격렬한 힘의 충돌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렸다.
  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미라, 마야가 위치한 그 위쪽으로 날아가서, 지팡이에 바람 기운을 끌어모아, 지팡이의 끝에 달린 푸른 장식에서 푸른 번개 줄기가 분출되도록 하는 것으로 붉은 에너지를 밀어내는 힘에 가세하려 하였다.
  그 무렵, 중심체가 자리잡은 건너편에서 한 무리씩 비행체들이 날아오고 있었으니, 아무래도 나를 비롯한 적들이 중심체의 에너지 분출을 밀어내느라, 정신 없는 틈을 타, 일행을 습격하도록 하려 하였던 것 같았다. 그 때, 뒤에서 세 사람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을 아네샤가 비행체들을 소정령에서 발사되는 곡선을 그리는 바람 줄기들로 격추해 가면서 중심체와 맞서는 세 사람을 급습하는 행동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대로 가면 언젠가는 중심체를 향해 에너지를 밀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갑자기 중심체가 일시적으로 폭발적인 빛을 뿜어내더니, 중심체에서 분출되는 에너지가 재차 분출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처음에는 무의미한 폭발음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에너지가 더욱 거세게 분출되어 세 에너지 흐름을 밀어내려 하는 것이 바로 느껴지고 있었던 것이다.
  붉은 흐름이 거세어지면서 세 에너지 흐름을 모두 밀어내려 하면서 그로 인해 나를 비롯해 마야, 미라 모두 위태로운 처지에 놓였으나, 당장에 이를 어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였다, 최대한 마력을 끌어내, 어떻게든 당장의 위험을 면하고, 에너지의 분류가 약해질 때를 기다려 보는 수밖에 할 수 있는 일이란 없어 보였다.
  "중심부의 포격이 거세어졌어. 이대로는 라르나까지 위험해! 어떻게 할 방법 없어?"
  이후, 아네샤가 소정령 간 통신을 다급히 행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무래도 함교 바깥에 있었을 세미아에게 조언을 구하려 하였던 것 같았다. 그런데, 통신을 통해 들려오는 바깥의 소리를 들어보니, 절규에 의한 소리만 계속 울려퍼지고 있어, 다급히 통신을 전하였을 아네샤의 목소리를 소정령이 제대로 전달했을지는 의문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세미아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게 되었다. 안쪽 상황에 대한 세미아의 조언이 소정령 간 통신을 통해 전해졌다.

분명 그것은 세 사람을 밀어낼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있으면 된다고 여기고 있을 거야, 자신의 온 힘을 짜낼 수 있으면 세 사람의 힘을 능가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기고, 그 힘으로 세 사람의 힘을 밀어내고, 더 나아가, 세 사람을 멸하려 할 거야. 하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고, 다시 에너지 분출을 강화하려고 해도, 한계점은 명확할 거야, 그 한계점을 느끼게 되는 시점에서 개입해! 너까지 가세하면 그것은 버티지 못할 거야.

  한편, 중심체 건너편에서는 계속해서 여러 전투기들이 무리지어 몰려오고 있었고, 아네샤는 그것들을 하늘색 바람 줄기들로 격추시키느라 바빠서 개입을 할 의사가 있든 없든, 중심체 공격에 개입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무튼, 아네샤는 세미아의 조언을 토대로 상황을 관망하기로 한 것 같았다.

  세미아가 조언한 바대로, 폭발적으로 분출된 힘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약화되었고, 세 사람의 힘이 다시금 중심체의 붉은 힘을 밀어내고, 중심체 쪽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보호막까지 마련해서 위험을 대비하려 하였으나, 다행히도 보호막이 벗겨지는 정도의 피해에 그쳤다. 다만, 보호막은 벗겨져 버렸기에, 그것이나마 없었으면 정말 큰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적들을 향한 힘이 다시금 약화되었을 때, 중심체는 그것에 맞설 기세로 다시금 에너지의 폭발적 분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그 힘의 강함은 이전에 비할 바는 아니었으며, 그래서 간간히 버티는 정도였던 이전과는 상황이 크게 달랐다.
  '힘의 한계에 부딪친 것인가.' 그 광경을 보며 바로 생각했다. 그 무렵, 중심체 주변의 발광 장치들이 다급한 듯이 붉은 깜박임을 빠르게 반복했으나, 다급히 전해졌을 통신에 대한 중심체의 반응은 사실상 없었다. 한계를 직감한 이후에도 더 이상 힘의 증폭을 시도하려 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중심체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에너지를 폭발시켜, 급격히 빛 줄기 분출을 감행하였으나, 얼마 가지 않았고, 그 시점에서 내가 위치한 바로 아래쪽으로 아네샤가 날아오더니, 자신의 두 손끝이 자신의 전방을 향하도록 하더니, 그 두 손 끝으로 하늘색 에너지 흐름을 빛 줄기처럼 분출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하늘색, 푸른색을 띠는 네 에너지 흐름이 붉은 에너지를 밀어내는 광경을 보이게 되었다.
  그리고, 미라가 위치한 그 위쪽에 하늘색 빛을 발하는 영혼 같은 것이 중심체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소정령이라기보다는 다소 거대한-내 키의 반 이상은 되어 보였다- 구체는 하늘색 빛을 발하며, 미라, 마야가 위치한 그 주변 일대에 한 동안 마무르기만 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중심체 쪽으로 하늘색 빛 기둥을 분출하기 시작했으며, 이어서 그 구체 좌우에 더욱 작은 구체들이 나타나더니, 각각의 구체에서도 하늘색 빛 줄기들이 분출되어, 중심체를 향한 에너지 분출에 가세하게 되었다.
  그렇게 일곱 에너지 줄기들이 하나의 붉은 에너지 줄기를 밀어내려 할 즈음, 일곱 에너지 줄기가 하나로 모이면서 에너지 흐름이 충돌해 생겨난 하얀 빛은 일행 쪽이 우세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듯이 하늘색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이전보다도 더욱 커지면서 함선의 중심체 쪽으로 거세게 돌진하니, 그 시점에서 붉은 에너지의 흐름은 더 버티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중심체는 물론, 그것이 자리잡은 기계 장치를 뒤덮을 만한 크기의 하늘색 빛이 주변 일대를 어둡게 할 정도로 거센 힘을 발휘하며, 중심체가 자리잡은 기계 장치를 덮치니, 그 빛의 에너지가 얼마나 거셌는지, 주변 일대의 모든 것이 어둡게 보일 지경이었다.

  그간의 치열한 공격에 '겨우 그 정도인가?' 라 하면서 여유롭게 맞받아치려 하였을 중심체였으나, 그 시점에서 그것과 기계 장치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있었다. 하늘색 빛을 분출하는 구체가 발산하는 파괴적인 힘이 접근하기 전에 이미 기계 장치의 주변에 장착된 발광 장치를 비롯한 각종 중요 장치들은 물론, 기계 장치의 외벽까지 이미 갈라지고 부서져 가고 있었으며, 중심체가 빛에 휩싸이자, 바로 그 쪽에서 폭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중심체 쪽에서 에너지 폭발이 발생했을 것이다.
  승부가 났음을 알아차린 미라와 마야가 마력의 분출을 끝내고, 나와 아네샤 역시 마법 사용을 끝내면서 기계 장치를 덮쳤을 빛이 사라졌다. 그리고 빛이 사라지는 것과 함께 중심체가 위치한 일대에서 주황빛 열기를 실은 폭풍들이 중심체 쪽에서 잇달아 발생하고, 이어서 동력원이 자리잡고 있었을 위, 아래 부분에서도 이전의 빛에 의해 붕괴되었을 외벽 안쪽에서 폭풍들이 폭음과 함께 연이어 발산되면서 중심체가 자리잡은 기계 장치 전체가 격렬히 진동하기 시작했다. 폭발은 처음에는 기계 장치 주변에만 발생했고, 진동도 그러하였으나, 폭발과 진동은 점차 그 주변의 공간 내벽으로까지 전파되기 시작했다. 중심체가 자리잡은 공간 자체가 폭발할 때가 머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중심체의 형상만큼은 건재했다. 상태가 불안정해졌음을 알리는 듯이, 그 몸체가 붉게 깜박이기를 반복하기는 했으나, 형상이 온전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J'avais déjà beaucoup d'énergie dans le corps. C'était le résultat des combats acharnés contre les navires et les soldats de la flotte.
(이미 내 몸에는 많은 양의 에너지가 축적되어 있었다. 함대 소속의 함선과 기동 병기들을 쥐어짜도록 한 결과였다)

C'est moi qui l'ai fait, même si c'était sous ses ordres.
('그것' 의 지시에 의한 일이기는 했으나, 그 실행은 내가 했다)

Même si j'avais déjà décidé que cette guerre était perdue, et que j'ai donc essayé de lui désobéir, Je l'ai fait quand même.
(비록 나는 이미 이 전쟁은 졌다고 판단을 내렸고, 그래서 불복하려 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내가 행한 일이었다)

  그 폭발 속에서 중심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능 정지가 머지 않았는지, 잡음이 다소 섞여 있었고, 말 자체도 잠깐씩 끊기기를 반복하고 있어서, 그것이 '유언' 의 일종임을 들으면서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C'était autrefois un être humain, un danseur talentueux dès son plus jeune âge. Mais depuis qu'il a compris qu'il pouvait tout faire à sa guise, il a commencé à révéler sa nature arrogante et avide, blessant et causant la mort de nombreuses personnes. Et cela se transforma en carma, ce qui causa sa chute et une fin misérable où son corps fut confié à une organisation illégale.
('그것' 은 한 때, 인간이었고, 젊을 적에는 유능한 무용수였다. 그러나, 자신의 뜻대로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음을 자각한 이래로, 오만하고 탐욕스러운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그것이 여러 사람들을 해하고, 죽음으로 몰아갔지. 그리고 그것이 업보가 되어 결국 그는 몰락했고, 불법 조직에 온 몸이 맡겨지는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Néanmoins, pour le compte du « Commandant », il fut intégré au corps des machines et s'imposa comme le dirigeant de facto de cette flotte.
(그럼에도 그는 '사령' 의 목적에 의해 그 혼이 기계 군단에 거두어져, 이 함대의 실질적인 지배자로 자리잡게 된 것이었다)

Ce vaisseau possède une salle d'archives contenant des enregistrements d'observations du monde humain, et ces archives incluent également des données le concernant. C'est grâce à cela que j'ai pu vous en informer.
(이 함선에는 인류 세계의 관찰 기록을 수록하는 저장소가 있고, 저장소에 수록된 기록에는 '그것' 에 대한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것' 에 대해 내가 너희에게 알릴 수 있었음은 그것에 기인한다)

  그 후, 폭발을 거듭하던 장치는 중심체가 위치한 일대부터 대량의 열기를 품은 폭풍을 폭음 그리고 진동과 함께 분출하였고, 이어서 그 여파로 동력원이 내장되었을 기계 장치의 내벽 깊은 곳에서 노란 빛을 발하는 폭풍이 거세게 바깥 쪽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내부 장치와 외벽을 거세게 날려버릴 정도의 폭풍이 폭음의 울부짖음과 함께 일어났다. 중심체의 폭발 그리고 그 직후에 동시에 발생한 그 상하의 장치들에 발생한 폭풍은 기계 장치의 몸체를 휩쓸었다.
  "라르나! 피해!!!!" 폭발이 일어날 즈음, 아네샤가 내게 다급히 외쳤고, 이에 내가 날개를 앞으로 향하면서 다급히 뒤로 물러섰으며, 그러는 한편, 미라와 마야 역시 좌우 방향으로 흩어진 채, 나와 아네샤의 완편, 오른편 먼 곳으로 날아가려 하였다. 미라는 날아갈 때 만큼은 폭발을 등졌으나, 마야는 비행을 하면서도 폭발을 응시하려 하는 모습을 보였다.


  얼마나 큰 폭발이 일어났는지, 기계 장치 전체는 물론, 기계 장치가 자리잡은 곳을 중심으로 공간의 반 열기에 휩싸일 지경에 이르렀다. 폭발에 의해 확산된 빛은 공간 전체에 닿아서 중심체가 자리잡은 일대를 제외하면 어둠 속에 있었을 공간 전체를 잠시나마 환하게 비출 지경에 이르렀다. 폭발 이후로는 공간 전체에 붉은 등이 켜지면서 어둠을 밝혀서, 공간 전체가 다시 어둠에 잠기지 않게 되었다, (아마도) 영원히.
  폭음 뿐만이 아니라 진동 역시 거셌다. 폭풍 자체는 공간의 반에 이른 정도였으나, 빛은 공간 전체로 퍼졌고, 소리와 떨림 역시 마찬가지였다. 공간 전체에 거대한 금속 구조물의 단말마가 공간의 모든 것을 흔들며 울려 퍼지고 있었다. 거대한 존재가 죽어서 쓰러지는 것이란 이런 것임을 알리려 하는 것 같았다.
  폭발의 여파는 곧바로, 공간 전체로 이어져, 내벽 전체에 폭풍이 분출하고, 폭음과 함께 발생한 공간의 진동은 그치지 않고, 계속 되었다. 그 진동은 폭발 직후처럼,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으나, 내부에 격한 흔들림이 일어나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공간 전체의 붕괴가 머지 않은 만큼, 가능한 서둘러 함선 내부에서 빠져나와야 할 필요가 있음은 분명했다. 아네샤가 함선의 함교 쪽에 구멍이 뚫렸고, 이를 통해 진입할 수 있었다고 했으니, 아네샤가 진입한 방향의 역순으로 가면 함선의 함교 쪽으로 나갈 수 있음은 분명해 보였다.
  공간 전체를 폭풍과 연기가 걷히면서 중심체가 위치하고 있었을 장치의 모습이 다시 드러나게 되었다. 이미 중심체가 자리잡은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으며, 천장 그리고 바닥에 폭풍이 뜯어내고 남은 외벽을 비롯한 기계의 잔해가 불길에 휩싸인 채, 전기를 일으키고 있을 따름이었다. 중심체 그리고 두 동력원의 폭발이 낳은 지옥의 구름이 모든 것을 집어삼킨 후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함선의 중심부가 지옥처럼 변해버린 공간의 일부가 되어버린 이후, 중심부의 잔해 너머로 전투기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폭파시킨 적들을 향한 최후의 저항으로서 날아오고 있었을 것이다.

Ce navire est déjà hors service. La flotte le sera bientôt aussi. Néanmoins, je ne veux pas que vous soyez engloutis par ces flammes.
(이미 이 함선은 끝났다. 함대도 머지않아 끝날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희들이 그 지옥불에 휩싸이기를 원치 않는다)

  일행이 있는 쪽으로 몰려오는 전투기들을 격추시켜 갈 무렵, 중심체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중심부의 본체는 이미 폭발에 휩싸여 열기의 일부가 되어버렸으나, 함선 내부의 장치들 중에 그 몸체를 대신할 장치가 있기는 했었던 것 같다.

J'ai vérifié et j'ai trouvé une brèche dans la passerelle. Si vous vous dirigez vers elle, vous pourrez vous échapper sains et saufs, et vous savez où la trouver.
(함교 쪽에 구멍이 뚫린 것을 확인했다. 그 구멍 쪽으로 가면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 게다, 너희들이라면 그 구멍을 찾을 방법을 알고 있겠지)

  그리고, 두 번째 목소리가 울려 퍼질 즈음, 전투기들의 비행도 그쳤다. 최후의 저항마저 끝나버린 것이었다.

Le vaisseau va bientôt exploser. Trouvez immédiatement une sortie sur le côté du pont, quittez la flotte après être sorti du vaisseau et trouvez « lui ». « Il » ne sera pas très loin d'ici.
(함선은 머지 않아 폭발한다. 당장 함교 쪽의 탈출구를 찾아, 함선에서 나온 후에 함대를 벗어나, '그 자' 를 찾아가라. '그 자' 는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것이다)

  "라르나, 함교 쪽의 구멍은 이 천장 너머에 있어, 어서 따라 와!"
  그 무렵, 아네샤가 내게 함교의 탈출구 역할을 하는 구멍이 천장 쪽에 있음을 알리고서, 자신을 바로 따라오라고 하니, 그 말에 따라 아네샤의 비행 궤적을 뒤쫓아가려 하면서 그를 따라 공간의 천장 너머를 지나, 그 높은 곳으로 가려 하였다. 그 무렵, 잠시, 폭발을 거듭하고 있었을 공간의 모습을 잠시 돌아보기도 하였으나, 무엇보다도 그를 바로 뒤쫓아야 하기도 했던 만큼, 바로 그를 따라 함선의 중심부 공간을 벗어나려 하였다. 이어서 미라와 마야가 그런 나와 아네샤를 뒤쫓았고, 그리하여 4 사람 모두가 함선의 바깥 쪽으로 탈출하기 위해 함교 쪽으로 비행을 하게 되었다.
  "저기야, 저 쪽으로 가면 돼!" 그리고 머지 않아, 함선의 뜯겨진 구멍이 드러났고, 아네샤가 그 구멍 쪽을 가리키며 외쳤다. 그렇게 함선에 뚫린 구멍을 향해 함선 내부의 공간을 비행하고 있을 즈음, 중심체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지려 하였다.

Myra, il sera là à t'attendre maintenant.
(미라, 그 자는 지금 즈음이면 너를 그 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게다)

N'oublie pas, ce n'est pas encore terminé.
(명심하라,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두 번째 목소리가 들릴 즈음, 일행은 구멍을 통해 다시 바깥으로 나오게 되었다. 함선으로 진입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함교를 통해 다시 바깥으로 나올 수 있게 되었다. 함교 쪽으로 나오자마자, 나와 아네샤를 세미아가 맞이해 주었다. 이후, 나를 따라 밖으로 나온 마야를 야누아가 맞이했고, 야누아가 다급히 마야에게 기함 근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알리는 목소리를 내었다.
  이어서, 야누아와 함께 남아있던 클라리스가 미라를 맞이했다. 하지만 클라리스는 미라를 맞이한 이후에도 주변 일대를 바로 이탈하려 하지 않고 있었다.




  한편, 기함의 표면에서는 이미 함교 쪽을 중심으로 폭발이 거듭 일어나고 있었다. 그 폭발은 이미 함체 전체에 퍼져 있었으며, 폭발의 규모도 더욱 커져가고 있었다. 야누아가 마야를 데리고, 기함의 함수 너머로 날아갔을 즈음, 그런 기함 주변 일대를 둘러 보니, 기함 주변에는 함선과 병기들의 잔해들만 곳곳에 떠 있었으니, 이전의 에너지 충전을 위한 '의식' 의 희생양들이었던 것 같았다. 그간 일행에게 도움을 주고 있었을 이들은 이미 주변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기함의 함교가 폭발하기 시작할 즈음에 기함의 붕괴가 시작되었다고 클라리스 씨께서 말씀하셨어."
  세미아가 알렸다. 이후, 그가 알린 바에 의하면 클라리스는 야누아를 제외하면 모두, 기함 주변은 물론, 함대 자체에서 이탈해야 한다고 알렸고, 야누아에게는 마야가 오면 바로 이탈하라고 지시를 했다고 했다. 다만, 그 자신은 마야와 함께 나와 함께 하려 하였고, 그래서 이탈하지 않고 있었다고 했다.
  "아무래도 미라는 여기 함대의 배후에 있는 존재와 인연이 있는 것 같았어요. 라르나 씨 등의 여러분께서 그 존재와 마주하게 되신 이상, 저도 미라와 함께 그런 여러분과 함께 하기로 했지요."
  이후, 함선의 폭발이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고, 그 광경을 목도한 리마라가 다급히 목소리를 내어, "세미아, 어서 여기를 빠져나가야 해!!!" 라 외쳤고, 그리하여 세미아가 모두 가야 한다고 알렸다. 이후, 세미아는 나와 아네샤에게 바로 이렇게 알렸다.
  "이제 시간이 없어, 서둘러!" 그 외침과 함께 리마라가 앞장서서 함수 너머로 날아가기 시작했고, 그 뒤를 나와 세미아 그리고 아네샤가 뒤따랐다. 마지막으로 클라리스가 미라를 이끌고 그런 네 사람의 뒤를 따라가며, 마지막으로 함대의 총 기함 그리고 함대에서 이탈했다.

  그렇게 다급히 한참 날아가고 있을 즈음, 뒤쪽에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뒤쪽에서 퍼져갔을 빛이 내 시선에 닿기 시작했다. 폭음이 그 빛의 뒤를 따랐다. 빛에 소리까지 나에게 닿자마자, 바로 고개를 돌려 뒤쪽 너머를 보려 하였다. 어느새 기함이 위치한 상공 일대는 새하얗게 타오르는 열기가 암운이 드리워진 하늘 위에 하나의 작은 신성 (Nova) 을 생성하고 있었다. 기함은 물론, 주변에 모여 있던 잔해들의 모습은 열기에 삼켜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신성이 생성된 이후로, 신성은 한 동안 하늘 위에 열기를 뿜어낼 것이다. 그리고 머지 않아, 하나의 성운을 잔해처럼 생성하고서, 사라져 갈 것이다. 함대의 운명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일행은 그 이후로, 한 동안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바로 함대가 위치한 그 너머의 하늘을 날아가고 있었다. 이후, 내 곁으로 미라가 다가왔고, 그 미라가 그 존재는 지표면에 있을 것이라 말하니, 그것에 따라, 나를 비롯한 일행 모두 고도를 조금씩 낮추어 가며, 지표면을 향하기 시작했다. 구름이 걷히고, 지표면의 탁한 보랏빛을 띠는 광야 그리고 말라버린 나무들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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