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lphid 4th - 4. Green Plains, Dark Blood : 8
세오프리마 (Seoprima). 엘베 족들의 말로 '첫 번째' 정도의 뜻을 갖고 있는 곳이다. 아르데이스라 칭해지게 된 행성계 인류가 진화해서 태어난 엘베 족의 첫 번째 거주지로서 그들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도시라 할 수 있는 곳이다. 처음 도시가 세상에 드러냈을 때에는 그들이 '세계수 (Weldtrew)' 라 칭해졌던 거목을 중심으로 여러 건물과 나무들이 흩어진 군락의 모습을 보였다고 하나, 이후, 집들이 많아지고, 거리 정비가 이루어지면서 나름 도시라 칭할 수 있는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엘베 족의 거의 유일한 '대도시' 라 칭할 수 있는 곳으로 대략 1 만 명 정도의 거주자들이 산다고 알려진 곳이다.
"루샤트에는 몇 명 정도 산다고 했지?"
도시에 접근할 무렵, 리마라가 내게 묻자, 아네샤가 나를 대신해서 답했다. 추산에 의하면 많아야 300 명 정도일 것이라 했다. 그 정도였으니, 만 명 거주지는 그야말로 큰 도시였던 것이다. 이후, 들은 바에 의하면 엘베 족 거주지 중에서 그토록 많은 거주자들이 있는 곳은 없다고 했다.
"저 세오프리마란 곳이 엘베 족 나라의 수도에 해당되는 곳이겠다, 그렇지 않을까?"
"그러하겠지, 그렇지 않더라도 사실상 수도라 할 수 있는 곳일 테고."
이후, 리마라가 아네샤에게 다시 묻자, 그가 그렇게 화답했다. 그 무렵, 나는 세오프리마의 중심 구역 한 지점에 이른 이후에 그 곳에서 고도를 낮추려 하였고, 그에 따라, 나를 뒤따르던 아네샤 등 역시 나를 따라 고도를 낮추어, 중심 구역의 큰 나무가 위치한 그 북서쪽 풀밭의 한 곳에 이르려 하였다. 우선 앞장서 가던 내가 풀밭에 날개를 접으면서 착지했고, 이어서 아네샤를 비롯한 뒤따르던 이들 역시 차례로 착지하면서 일행은 그렇게 엘베 족의 거주지, 세오프리마의 중앙 구역에 이르게 되었다.
도시는 중심에 자리잡은 정령의 거목 '(Dë Spiritis Greattrew)' 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퍼져 나가는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중심의 거목을 둘러싸는 중심 구역 (Kernarea), 그리고 그 구역을 둘러싸는 일반 구역 (Gemainarea)' 이 도시의 핵심 구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의 수장인 족장의 거처는 거목의 남쪽 부근에 있다고 했다.
세오프리마의 시가 구역은 도시라 하였으나, 시가지에는 건물보다는 나무들 (그것도 한 아름 이상 되는!) 의 모습이 더 많이, 자주 보였으며, 가로수 역할을 하고 있었을 나무들이 얼마나 높이 솟았는지, 고개를 높이 올려야 온전한 하늘의 모습이 보일 정도였다. 그래도, 거목들 사이마다 여러 2, 3 층 짜리에 이르는 정돈된 건물들의 모습이 보여, 시내의 도시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 구역을 도시라 칭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거목들 사이에 보였던 여러 큰 건물들과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불빛 때문이었다.
중앙 남부 구역의 한 가운데 즈음에는 광장이 자리잡고 있으며, 광장에는 '세계수' 라 칭해지던 거목을 형성화한 듯한 황금 소조상이 자리잡고 있었다. 거목을 축소한 것일 텐데, 그럼에도 도시에 자리잡은 어지간한 건물들보다 컸다. 중앙 남부 구역은 그 황금 소조상이 자리잡은 광장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어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었으며, 길을 따라 구획이 나뉘어진 듯한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중앙 구역은 도시의 근간이라 할 수 있었을 거목이 머지 않은 곳이었던 만큼, 북쪽 너머로는 거대한 나무가 자리잡고 있었겠지만, 주변 일대를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다 보니, 그 모습이 잘 보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족장의 거처가 거목 부근에 있다고 하니, 족장의 거처가 있는 쪽으로 가야 그 면모를 알 수 있지 않을까, 했다.
가지들마다 이파리들로 가득한, 하늘 높이 솟아난 큰 나무들은 하단에 수정으로 만들어진 장식들이 여럿 달려 있었으며, 나무들 근처에는 일정한 간격을 이루며, 은색을 띠는, 상단에 외부가 수정으로 이루어진 등이 달린 길다란 기둥들이 자리잡고 있어, 그것들이 가로등 역할을 하는 듯해 보였다. 날이 흐린 탓인지, 가로등은 불빛을 발하지 않았으나, 나무들 사이의 수정 장식들은 금색, 하얀색을 띠며 빛을 발했다. 수정 장식들은 빛의 기운을 품고 있다가 조건에 따라 빛을 발하도록 되어 있는 것 같았다.
한 낮에 도달한 만큼, 광장 그리고 그 주변 거리에서 여러 엘베 족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남성 엘베 족의 모습도 시내에서는 잘 볼 수 있었으며, 오히려 여성 엘베 족보다도 더 흔하게 볼 수 있어 보였다. 광장을 벗어나, 북쪽 길을 따라 나아가면서 나무들 사이에 자리잡은 시장에서 여러 물건들을 파는 엘베 족 상인들을 지나쳐 가는 동안 도시의 거주민이라 할 수 있을 엘베 족 사람들의 면모를 하나씩 지켜보려 하였다.
거리를 돌아다니는 엘베 족 사람들은 세간의 인식과 다르게, 평범한 사람들 같아 보였으며, 외견도 예상 이상으로 다양했다. 그들의 조상이었을 인간만큼은 아니더라도, 서로 다른 느낌의 복장을 갖추려 하고 있었으며, 홀로, 혹은 몇 명씩 무리를 지으며,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가거나, 각자의 일을 하려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머리카락 색깔도 마냥 노란색만 있는 것이 아니었고, 피부색도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갈색 피부를 가진 이들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그런 이들도 상당수 있었던 것 같았다. 물론, 세간에 알려진 인식에서와 같은 노란색 머리카락에 밝은 피부 색을 가진 이들이 많기는 했으나, 그런 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프로토엘베 (Protoelve) 라 칭해진 1 세대 엘베 족은 나름 인간과 닮았다고 알려져 있으나, 지금 시대 엘베 족의 주류인 3 세대에 이르러서는 그련 면모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당장에 내가 시가지를 돌아다닐 때만 하더라도 여성 엘베 인들의 수가 많았고, 인간을 나름 닮았던 외모 역시 요정족에 가깝게 변화하고 있었던 것. 심지어 3 세대에 이르러서는 세계수라 칭해졌던 정령의 거목으로부터 정기를 받아 그것을 통해 아이를 낳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했다.
"세니티아 정령족이나 베라티사 마녀족의 이야기 같잖아."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리마라가 엘베 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 세미아에게 물었다. 그러자 세미아는 "나도 이야기를 들으며, 그렇다고 생각했어." 라고 화답하더니, 이어서 이렇게 이야기를 이어가려 했다.
"최근의 추세가 그래, 세대가 거듭될 수록, 인간처럼 번식해 오던 종족이 정령족, 마녀족들처럼 정기를 통해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되고, 그것에 따라 점차 요정화되어 간다고 했었어. 그것에 대해, 일부 마법사들이 엘베 족이 그간 누려왔을 '인류의 계승자' 자격 상실의 우려를 했다는 소식을 모처에서 들은 바 있기도 해."
"인간과 계속 멀어지니까?" 이에 아네샤가 세미아에게 물었고, 그러자 세미아는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또, 들은 바에 의하면, 엘베 족의 머리카락 길이가 길어지고 있으며, 머리카락 재생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했다. 머리카락 길이가 길고, 재생 속도가 빠른 것은 정령족, 요정족의 특징으로 이련 면모가 없던 엘베 족은 조상들인 인류와 같이, 다양한 머리카락 길이를 보여줄 수 있었고, 이런 단발 양식은 요정족과는 다른 '인류의 계승자' 로서 엘베 족이 누린 긍지이기도 했다. 세간의 현상은 그런 긍지를 보여주기 어렵게 되어간다는 것으로, '인류의 후계자' 라는 엘베 족의 정체성에 관한 마법사들 혹은 마법 학자들의 주장은 이것에 기인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네들도 나름 걱정 거리가 있기는 한가 보네." 내가 말했고, 세미아가 그런 내게 "그런 것 같아." 라고 화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고 보니, 엘베 족에는 마법사들이 많다고 예전에 들은 기억이 있었는데."
이후, 광장의 북쪽 상점가에 이를 무렵, 앞장서 가던 나의 등 뒤로 아네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그런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마법의 가호를 받은 엘베 족은 그 덕분에 마법 문명이 발달하고, 마법사들이 곳곳에 있다는 식의 이야기를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어릴 적에 들었었다. 세미아, 아네샤, 리마라도 비슷한 시기에 들었을 테니, 이야기꾼이 마을을 방문할 때마다 아이들이 이야기꾼을 찾아서 모였기 때문이었고, 나를 비롯한 4 사람도 그런 아이들이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로부터 엘베 족은 선천적으로 마법의 힘을 강하게 받아, 그로 인해 마법을 고도로 발전시킨 이들이라 하였고, 또, 인류의 계승자로 인류 문명의 재현을 시도하려 한 이들이라 하기도 하였다. 이들 모두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 엘베 족에 관한 마법 문화를 발전시킨 이들, 옛 인류 문명을 재현한 이들이라는 기록이 공존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인류 기술 문명의 재현과 마법 문화의 발달이라는 어떤 의미에서는 모순이라 할 수 있는 두 가지 업을 해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예로부터 의문이 있어왔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더 시간이 지나고 난 이후, 엘베 족의 실상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게 되었다. 엘베 족은 고도로 발달된 문명인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마법사들이 주류가 될 정도로 마법 문화가 발전한 곳은 아니었던 것이다. 환상적인 마법 문명을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실망스러운 광경일 것이다. 행여, 엘베 족 거주지를 방문하려 한다면, 그런 환상은 얌전히 버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고 보면, 베라티사 성계가 마법사, 마녀들의 세상이라지만, 그 곳의 모든 이들이 마법사가 주 직업인 것은 아니잖아, 대마법사는 아예 없다시피하고."
세미아가 이후, 이렇게 말했다. 그가 말한 바대로, 베라티사는 성계권에서는 마법 문명이 가장 발달된 곳이라 하였으나, 막상, 마법사 일을 주업으로 하는 이들은 많지 않은 편이며, 마법사를 지칭하는 이들 중 대다수는 다른 주업을 가지면서 부업으로 마법사, 마녀로서 살아간다고 했다. 상술된 이유로 인해 베라티사는 마법이 대중적으로 가장 잘 보급된 곳이기도 하였으나, 막상 순수한 의미의 마법사는 오히려 성계 중에서도 가장 적으며, 대마법사란 존재는 아예 없었다는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전해진 바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처음에는 의아하다 여기었으나, 이후로는 그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여기었다. 마법이 대중화되면서 마법사란 직업이 가지는 존재 가치가 오히려 없어져 간 탓이었을 것이다. 이는 베라티사의 이야기이지만, 그 못지 않게 마법 문명이 발달된 엘베 족 세상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빵집 근처를 지나쳐 갈 무렵, 빵집에 진열된 빵들의 모습을 보았다. 루샤트에 있는 빵집에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빵들의 모습을 보더니, 아네샤, 리마라가 루샤트의 빵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그 빵집에 대해서는 많은 추억이 있었는데, 나도 빵들을 보다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무렵의 추억을 떠올렸고, 그 추억에 관한 이런저런 대화를 이어가기도 했었다.
"화려하게 치장된 빵이나 케이크 등의 풍경은 어디 가서 볼 수 있지?"
"그런 걸 보려면, 드벨파 족 거주지에 가야 할 걸?" 이후, 아네샤가 두 손을 머리 뒤쪽에 올린 채 걸으면서 주변에 있던 이들에게 물으려 하자, 세미아가 바로 답했다. 이후, 빵집을 지나쳐 갈 무렵, 세미아가 밝힌 바에 의하면 드벨파 족 거주지는 세오프리마에서 그렇게 멀지 않아서, 갈 의지만 있으면 바로 갈 수 있을 것이라 하였다.
한편, 가게들이 나란히 자리잡은 거리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였고, 그 중 일부는 나무 위에 올라가거나, 건물 위로 자라난 수풀에서 뛰어노는 모습도 보였다. 간혹 나무에서 밧줄을 잡고 내려오는 아이들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저 애들은 무서운 게 없나 봐." 그 모습을 보며, 리마라가 말하자, 그것을 두고 아네샤가 이렇게 말했다.
"네 어린 시절과 비슷하지 뭐." 리마라에게는 그들과 비슷한 나이 대에 다소 낮은 절벽에서 뛰어내린 전적이 있었기에 나온 말이다. 이외에 일행 사이에서는 엘베 족 사람들에게는 어린 나이에 나무나 절벽 위를 기어올랐다가 내려오는 것이 기본 소양처럼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들이 들려왔다. 이는 바람의 정령들도 비슷하긴 했으며, 절벽이나 높은 곳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이 바람의 정령들이 가지는 기본 소양이 되어간 것에 대한 대화가 이어 들려오기도 했다.
"절벽을 무서워하지 마라, 떨어지면 날아오를 수 있으니까, 그런 말이었던가."
그 대화 도중에 내가 했던 말이다.
그렇게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주고 받으며, 숲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덧, 거대한 나무의 밑둥이 보이는 어느 지점에 이르게 되었다. 그 왼편 근처에 2 층 집이 하나 있었고, 그 집을 나무들로 이루어진 울타리가 둘러싸고 있었으니, 그 집을 보면서 그 집이 족장의 거처가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 보기도 했다.
"그 쌍둥이 자매가 족장을 찾으러 간다고 했었지?"
"그랬지." 내가 묻자, 아네샤가 그러하다고 답했다. 그리고, 정말 족장이 저기에 있을 것인지 물었으나, 세미아가 아마 집에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답하고서, 높은 사람은 찾아갈 때마다 자기 집이나 집무실에 없는 경우가 많지 않았냐고 이어 묻기도 했다. 아네샤도 물음을 건넬 때의 표정을 보니, 딱히 기대를 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에오르 쌍둥이 자매가 족장의 거처를 방문한다고 했으나, 족장의 거처로 여기어진 집 근처에는 아무도 없었다. 세미아가 예상한 바대로, 족장이 집을 비워둔 것 같았다. 집을 비워두었다면, 분명, 그는 다른 곳에 있을 것이다. 그가 있을 곳이라면,
"저 거목이 있는 곳이겠지." 아네샤가 말했다. 그러더니,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함부로 접근하거나 하지는 못할 거야. 중요한 곳이라 경비원이 못 가게 하겠지."
너무도 당연한 말이었다. 행여 비행해서 갈 수 있겠냐고 묻는다면, 엘베 족이 설마, 거기까지 생각 못했을까, 방비책을 세워두었고, 그래서 비행으로도 접근하지 못할 것이다. (시공 이동으로도 안 될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 시공 이동 같은 것을 할 수 있는 이들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그래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근방에 쉴 곳이 있는지 알아보려 하다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고, 그 후, 아네샤, 세미아에게 쉴 곳을 알아볼 것을 맡기려 하였다. 그러면서 말했다.
"너희들은 근방에 쉴 만한 곳이 있는지, 알아 봐! 나는 저 너머로 한 번 가 볼 테니까!"
혹시나, 싶은 생각에 거목 쪽 길에 자리잡고 있을 엘베 족 경비들에게 출입 여부에 대해 물어보기로 한 것이었다.
거목을 향하는 길은 울창한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었으며, 건물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 너머로 문이 보이거나 하지는 않았으나,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앞길을 가로막고 있을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예상한 바대로, 가까이 접근해 보니, 녹색 옷을 입은 경비대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거목을 향하는 한 지점의 좌우 근처에 한 명씩 서 있었다. 이들은 모두 이전의 에오르 자매가 보였던 것과 비슷한 하얀 셔츠와 연두색 반바지 그리고 녹색 조끼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갖추고 각자의 오른쪽 어깨에 진녹색 멜빵 끈에 매인 하얀 총포를 매고 있었으며, 머리에는 하얀 모자를 쓰고 있었다.
왼쪽에 보이는 이는 푸른색, 오른쪽에 보이는 이는 초록색 눈을 갖고 있었으며, 이들 모두 짤막한 노란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듯했으나, 자세히 보니, 머리 뒤로 묶어 내린 머리카락의 아래 쪽 부분이 보였다. 두 사람의 묶어 내린 머리카락 길이는 조금 달랐던 것 같다.
내가 그들에게 접근해 올 무렵, 경비들이 나를 보더니, 갑자기 놀라는 표정을 지었고, 이후, 두 사람이 서로 뭔가를 속닥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나를 보더니, 뭔가 알아볼 수 있는 것을 보기라도 한 것 같았다. 이후, 내가 그들 앞에 이르자마자 두 사람 중에서 왼편에 서 있던 이가 나에게 이렇게 말을 걸려 하였다.
"이전에 대삼림 (Dë Greatwald) 에 있으셨던 분이시죠? 린, 리아 (Lin, Lia) 가 이 안으로 들어간 후에 족장님께서 이번 주 중으로 여기로 오게 될 잠자리 날개를 가진 이들을 비롯한 대삼림에 있던 이들은 조건 없이 들여보내라 하셨어요."
대삼림이라면 일행이 기계 병기들과 일전을 치르던 그 상공 아래의 숲을 의미하는 곳이었을 것이다. 그 숲 위의 상공에서 전투를 행했다는 것을 린, 리아 자매로부터 들어서 그들은 물론, 족장 역시 그것에 대해 알게 됐고, 그 덕에 족장의 출입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모두 이 쪽으로 와!!!!" 이후, 나는 거목 인근에 있었을 이들을 찾아 다시 거목 근처의 구역에 이르렀고, 그러면서 아네샤 등을 찾으려고 소리를 쳤다. 소리라도 쳐서 그들을 불러오기 위함으로, 이후, 아네샤가 내 목소리를 듣고, 나에게 뛰어오면서 물었다.
"라르나,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라도 난 거야?"
그러자 나는 아네샤에게 출입 허가가 났음을 밝히고서, 나를 비롯한 대삼림에 있던 이들은 모두 출입 허가되어 있는 상태로서, 족장의 명령 하에 허가 조치가 내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아네샤가 리마라, 세미아까지 불러오고, 그리하여 내가 앞장서서 거목 쪽의 숲길을 따라 경비들이 있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려 하였다.
거목 부근의 경비들이 있던 곳에 이르자, 경비들은 바로 좌우로 물러나면서 길을 비켜주었고, 그리하여 나를 비롯한 4 사람은 그 너머로 갈 수 있게 되었다.
"대삼림이라면 우리가 있던 그 곳이지?"
"맞아." 아네샤의 물음에 내가 답했다. 그리고 대삼림에 있던 이들 (클라리스, 미라, 야누아, 마야, 아샤란, 모린, 바르차) 모두 출입이 허가되었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이후, 리마라가 내게 그렇다면 다른 이들 역시 족장을 만나려 갔을 것 같다고 말했고, 이에 나는 당연히 그러하였을 것이라 답하였다.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줄 필요는 있었을 테니까."
이후, 세미아가 리마라, 아네샤 등에게 말하기를, 족장 역시 그들을 만나기를 원했을 것이라 했다. 정말 그러했을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나라면 세미아가 말한 바대로, 그들의 모습을 궁금해 했을 것 같기는 했다. 그 후, 한 동안 이어진 길게 이어진 길 너머로 거대한 연못에 둘러싸인 거목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거목 앞에는 두 사람이 서 있었으며, 왼쪽의 사람은 녹색 머리카락을, 오른쪽의 사람은 푸른색 머리카락을 드러내고 있었으며, 이들은 동료인 듯해 보였으니,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들이 누구인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클라리스, 미라 씨야."
"벌써 들어와 계셨네." 그 모습을 알아보자마자 내가 우선 그들이 누구인지 알렸고, 이에 아네샤가 바로 그들을 알아보면서 말했다. 그 시점에서 거목과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고, 금방 거목 앞에 도달할 수 있었다.
거목은 가까이에 도달했을 때에는 눈 안으로 밑둥의 표면 그리고 그 표면 위에 자리잡은 덩굴 식물들과 이끼들만 보일 따름이었으며, 고개를 좀 높이 올려야 하늘을 가릴 정도로 뻗어난 가지들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거대했다. 거목 그리고 거목을 둘러싸는 연못 주변으로는 하얀색, 노란색, 연두색 빛들이 떠돌면서 주변 일대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고, 그 덕분인지 나무 밑둥 부분은 그 위의 가지들이 하늘을 가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밝았다. 막대한 생명의 힘을 뿜어내는 듯한 거목 주변은 선명한 초록빛 풀들이 자라나고, 선명한 색을 띠는 꽃들이 피어나고 있었으며, 덩굴 식물들 역시 꽃과 열매를 줄기마다 가득히 매달고 있었다.
거목 앞에 도달하자마자 보였던 두 사람의 뒷 모습 앞에 이르자, 두 사람의 모습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클라리스 그리고 미라였다. 이들은 거목을 올려다 보는 채로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당장에 그들과 말을 걸 분위기는 아니라서 조용히 그들 근처를 지나쳐서 거목 일대를 돌아다녀 보려 하였다. 족장으로 추정되는 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그들을 찾으려 하였는데, 그 때, 나의 왼편에서 누군가 나를 비롯한 일행에게 말을 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네 분, 혹시 라르나 씨 일행이 아닌가요?"
"예, 맞습니다만." 그러면서 나는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돌아서려 하였고, 머지 않아, 클라리스가 공손히 두 손을 모은 채로 내 앞으로 다가온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온화한 미소를 지으면서 클라리스는 내게 "다시 뵙게 되었네요." 라고 인사말을 건네었다.
"예, 저도요." 내가 바로 답례했다. 그리고, 그와 미라에게 족장을 만나러 간 것이 아니냐고 묻자, 클라리스가 바로 그렇다고 답했다. 그 후, 아네샤가 내 왼편 곁으로 다가가서 클라리스에게 족장은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그가 답했다.
"방금 전에 잠깐 나갔다가 오신다고 해서 나가셨어요. 아마 두 아가씨들 깨우려 하시는 것 같았는데."
"아가씨들이라면......" 아네샤가 말했다. '아가씨' 라면 딸을 의미할 것이다. 그 무렵에 족장의 두 딸이 잠들고 있어서 깨우려고 갔다는 것. 딸들이 근처에 잠들고 있다면, 분명 그 곳은 족장의 자택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시점에서 족장은 자신의 저택에 머무르고 있었다는 것.
"딸들을 깨우려고 집에 갔나 보네."
이후, 리마라가 어떻게 된 일인지 바로 알아차리고 말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처음에 족장의 거처로 보였던 집을 보았던 때를 떠올렸다. 그 때, 세미아가 족장이 집에 있을 것인지에 대해, 대개는 집을 비워 두고, 다른 곳에 머무르고 있을 것이라 예상했고, 그래서 일행 모두 그 집을 굳이 방문하려 하지 않았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그 집 근처에 있었잖아!"
이후, 리마라가 바로 세미아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물었고, 세미아 역시 크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일이 집에서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후, 리마라는 바로 자신이 집에 들어가지 않으려 한 것에 대해 후회의 말을 하려 하였다.
"그 집에 한 번 가 볼 걸!" 그러더니, 내게 왜 그 집에 들어갈 시도를 안 했느냐고 책망하는 목소리를 냈다.
"나도 그리 될 줄 알았겠어?" 그러자, 세미아가 바로 반박의 목소리를 냈다. 당시에는 세미아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그리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엘베 족 족장은 으레 나무 근처에 있겠거니하면서 바로 거목 근처로 가려 했던 것.
"참으로 사람 일은 예상대로 되는 것만은 아닌 것 같아."
내가 말했다. 이후, 리마라는 조금 있으면 그들이 오지 않겠느냐고 말했고, 그리하여 일행 모두 나무 근처에서 사람들이 오는 것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 무렵, 미라가 나와 리마라 등에게 다가오더니, 족장의 집 근처를 들르려 했었는지에 대해 물었고, 그 물음에 내가 그에게 방문할 생각도 있었으나, 높은 사람들은 낮 시간 대에는 자택에 없는 경우가 많음을 알아서 그냥 지나쳐 갔었다고, 그 때의 일에 대해 알렸다.
"그랬었네요." 그러자, 미라가 그렇게 말했고, 이후, 클라리스를 불러서 일행이 위치한 바로 그 근처에 이르려 하면서 족장이 돌아올 때가 머지 않았음을 밝혔다. 미라에 의하면 족장은 꽤 오래 전에 거목 근처를 떠나 있었다고 했다. 아무래도 두 딸들을 깨워서 옷을 차려 입게 하고, 동행하려 하면서 꽤 시간이 소요된 것 같다.
그러는 동안 우선, 리마라가 거목 근처에 자라난 풀들 근처로 다가가려 하였고, 이어서 아네샤가 그런 리마라를 따라 가려 하던 그 때, 오른편에서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를 듣자마자 족장이 오고 있음을 알아차리자마자 바로 거목 쪽으로 다가간 두 사람에게 다급히 다가가 족장이 오고 있음을 알리고서, 그들을 거목 근처의 풀밭으로 다시 데리고 왔다.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와 함께 거목의 동쪽 건너편에서 한 사람이 걸어오기 시작했다. 노란색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엘베 족 여성으로 엷은 연두색을 띠는 드레스 차림을 하고 있었다. 드레스는 치맛단이 발목 부근에 이르는 치마 부분과 소매 없이 어깨 끈이 달리고, 가슴 부분이 깊이 파여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며, 가슴 부분이 깊이 파인 탓에 가슴 골이 바로 드러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두 손에는 장갑이 씌워져 있었으며, 그 길이는 팔목을 지나 어깨와 팔목 사이 한 가운데에 이를 정도로 길었다.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장신의 엘베 족 여인은 초록색을 띠는 두 초록빛 눈을 드러내고 있었으며, 얼굴색은 밝았다. 다소 어른스러우면서 온화한 인상의 젊은 여성으로 고귀하면서 아름답다고 여기기에 충분해 보이는 여성의 모습이었다. 목에는 가슴 부근까지 늘어진 금색 끈 목걸이를 걸고 있었으며, 목걸이에는 초록색을 띠는 이파리 모양 펜던트가 달려 있었다. 옷의 허리 부분에도 금색을 띠는 띠가 둘러져 있었으며, 그 띠에는 일정 간격을 이루며, 초록색을 띠며 빛나는 이파리 모양 장식들이 달려 있었다.
다소 요염한 듯, 청순한 듯한 젊은 여성의 모습이라 모르는 사람들 눈에는 족장의 젊은 인척이라 여기어질 수도 있어 보이는 그런 여성이었다.
"세니티아에서 오신 분들이시지요, 처음 뵙겠습니다."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세미아가 바로 내게 무언으로 지시를 내리려 하였다. 높은 사람이 바로 앞에 온 만큼, 예를 올리라는 것이었다. 그 지시에 따라 내가 앞장서서 족장임이 확실해 보이는 그 엘베 족 젊은 여인에게 예를 갖추는 목소리로 이렇게 인사말을 건네려 하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족장님, 세니티아 성계의 주 대륙 동부, 엘젠 산맥 중부의 루샤트에서 온 라르나 벨테손입니다. 여기 있는 이들 모두를 대표해서 인사드릴게요. (Gda -alma hazita, Chefya? Na Senitiay Pelastanï Seyßoch, Elzenï Seray Haonï Lusyatesa øüsin Larna Belteson is, øyoji mozîy afasarye nyaseahyala)"
그러자, 여성은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네 사람에게 조용히 예를 올리려 하였다.
"인사드립니다, 세오프리마 부족의 제 3 대 족장인 에오르 안 (Eor An) 이라고 합니다. (Vaz-du yi du? Ish am Eor An, Dë Drist Matriarch ov Stam Seoprimaishis)" 지난 아침에 벌어진 암흑 함대 (DarkFleht) 의 침공에 많은 분들께서 많은 수고를 해 주셨고, 특히, 위대한 인간 문명의 조상, 세니티아 (Senitia, Dë Great Forfathër ov Humanish Beawaken) 에서 오신 여러분들께서 우리 부족이 해낼 몫 이상으로 해내 주신 것에 대해 대삼림만큼 감사드리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우리를 추켜세워도 되나?' 그 말을 들으면서 내심으로는 그런 생각이 나오기도 했으나, 차마 그것을 밖으로 내세우지는 못했다. 아무튼, 높으신 분께서 인사를 드렸으니, 나를 비롯한 일행 역시 답례를 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그에게 이렇게 답례의 말을 건네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영광입니다, 족장님."
"별 말씀을요." 그러더니, 마치 여왕과도 같은 면모를 갖춘 족장 안 (An) 은 거목의 정면 쪽으로 걸어가려 하였다. 반짝이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굽이 다소 높은 신을 신은 채로 거목을 향해 사뿐히 걸어가는 여인의 모습이 내 눈 앞을 지나가려 하였다. 아무래도 안은 그렇게 걸으면서 거목의 정면 쪽에 이르려 하는 것처럼 보였고,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를 비롯한 일행 모두 그를 따라 나무의 정면 근처에 이르려 하였다. 그와 정면에서 대면하기 위한 일이었다.
"이 곳은 여기, 세오프리마의 발상지이자 세오프리마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존재로, 한 때는 세계수라 칭해지기도 했던 '마나의 나무 (Dë Manatrew)' 가 자리잡은 성소입니다. 이제는 행성계가 많이 정화되었고, 나무의 씨앗들이 행성계의 여러 곳에 퍼져 싹을 틔우며, 새로운 마나의 나무들을 키워가고 있지만, 저희 엘베 족이 험난했고, 가난했던 옛 시대에 살아갈 수 있는 힘과 식량을 선사하였고, 문명을 되찾을 수 있는 힘을 가져다 준 은혜에 감사드리며, 저, 족장과 마법사들이 대를 이어가며, 나무를 보살피는 의무를 이행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난 후, 세오프리마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려 하였다.
"세오프리마는 저희 엘베 족의 고향이자 발상지에 해당되는 곳으로, 마나의 나무가 선사한 빛의 우산 (Dë Lichtumbrella) 이 고대의 대재앙에 의해 생겨난 죽음의 폭풍 (Deathstorm) 을 막아내자, 그것에 의지해 사람들이 모여들어, 작은 마을을 이루면서 태어나게 되었지요. 이러하였던 곳이 10 여 세기를 거치면서 어엿한 대도시가 되었답니다. 드넓은 숲 속에 수많은 사람들의 거처들이 자리잡은 큰 고장이 되었지요. 마나의 나무가 중심이 되는 중앙 구역 (Midistrahtzonë) 외에도 여러 아름답고, 명망 있는 곳들이 자리잡고 있지요. 여유가 되신다면 그 곳들 역시 방문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세오프리마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서, 안은 두 손에 금색 빛을 일으키려 하면서 이렇게 말하더니,
"앞으로 여기서 드릴 말씀이 많겠군요. 그래서, 여러분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오신 분들, 그리고 두 아이들이 함께 앉을 수 있어야 하기에 큰 자리가 마련되어야 하겠지요."
두 팔을 뻗어, 자신의 앞쪽으로 모으더니, 자신의 두 손바닥의 금색 빛에서 수많은 금색 빛 무리가 흩어지는 모습을 보였으며, 이후, 그는 오른팔을 높이 들어 오른손에 생성된 빛들이 손바닥 위에 모이도록 하였다. 손바닥 위에 모인 빛은 이후, 그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바람에 의해 흩날리며, 그가 자리잡은 바로 앞에 모였다.
그렇게 빛들이 안이 서 있던 그 바로 앞의 풀밭 앞에 이르자, 그 빛이 모여 하나의 형상을 이루고, 그 이후로 믿겨지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일어났다. 빛이 탁자의 형상을 생성하더니, 그 형상이 사라지면서 하나의 거대한 탁상이 생성되는 것이었다. 탁상 위에는 여러 음식들이 놓여 있기도 해서, 이런 음식들이 어떻게 생성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그렇게 주문의 영창을 마치고서, 안은 다시 두 손을 공손히 모은 채로 일행에게 이렇게 말하려 하였다.
"아침 무렵, 여러분들을 비롯한 용사님들에 의해 암흑 함대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집에서 준비를 했었는데, 이제 여러분 앞에 보여드릴 때가 되었네요."
식탁에는 수많은 음식들이 놓여 있었다. 채소들을 다듬어서 넣은 샐러드 류, 각종 과일들, 구운 견과류들, 그리고 거칠어 보이고, 안에는 견과류들이 들어있었을 빵들로 구성된, 어떤 의미에서는 전형적인 '엘베 족다운' 식단으로 구성된 상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릇과 그릇들 사이로 잔이 있었으며, 중심에는 잔에 채워질 각종 음료들이 채워진 큰 병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안에 의하면 그 모든 것들을 혼자서 차렸다고 했는데, 그 많은 것들을 혼자서 차렸다고 하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어서 내가 안에게 물으려 하였다.
"이 모든 것들을 족장님, 혼자서 준비하신 거예요?"
"그렇답니다." 그러자, 안이 바로 화답했다. 그 무렵, 오른편 멀리서 어떤 소녀의 목소리가 이어서 내게 말을 건네려 하였다.
"어머니께서는 이런 식사는 늘 스스로 마련하세요, 물론, 큰 연회가 있거나 하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혼자서 준비하시고도 남아요. 이번 것은 아침 일찍부터 준비하셨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