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lphid 4th - 4. Green Plains, Dark Blood : 9


  "알리스! 나 왔어!" 어린 소녀의 활기찬 목소리와 함께 소녀가 일행이 자리잡은 그 근처에 이르렀다. 그러나, 알리스의 곁에 이르기 전에 일행의 모습부터 먼저 보았는지 (아무래도 체격 차 등의 이유로 눈에 더 먼저 띄었을 것이다), 잠시 나를 비롯한 일행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그러다, 알리스의 곁에 이르면서 물었다.
  "저 언니들은 누구야? 우리 엘베 족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세니티아 행성계에서 오신 분들이야." 소녀의 물음에 대한 알리스의 답이었다. 그러더니, 그는 소녀에게 우리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전 날의 상공에 몰려들어 공습 주의보를 불러 온 '검은 함대' 를 물리친 장본인들 중 일부로, 일설에는 가장 큰 위업을 남긴 이들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소개를 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그 정도나 돼!?" 그 때, 아네샤가 놀라면서 나에게 물었으나, 나도 일행이 어느 정도 해냈는지를 감히 가늠하지를 못했던지라, 어떻게 대답을 하거나 할 수는 없었다. 아무튼, 알리스는 소녀에게 우리 일행이 굉장한 이들임을 잇달아 강조했고, 소녀도 그런 알리스의 말에 호응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위대하신 분들께서 여기에 오셨을 줄이야, 굉장한 일이에요!"
  알리스로부터 일행에 대해 들은 소녀는 바로 나를 비롯한 일행에 대해 굉장하다고 찬사의 말을 건네더니, 바로 (하필이면) 나에게 다가와서는 그래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으니, 나는 그런 소녀의 물음에 큰 싸움이 있은 이후에는 으레 휴식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답하고서, 휴식의 시간을 도시 인근의 경치를 구경하며 보내고 있다고 답했다.
  "언니들, 저도 알리스 곁에 앉아도 되죠?" 그 대답 이후, 소녀는 나에게 알리스 옆에 있어도 되느냐고 물었고, 소녀를 내칠 생각이 없었던 나는 그렇게 해도 좋다는 식으로 답하니, 그리하여 알리스의 왼편 곁에 어린 소녀가 자리하게 되었다.

  소녀의 이름은 나렌 (Naren), 성은 얀 (Yan) 이라서 성명은 얀 나렌 (Yan Naren) 이 된다. (알리스의 성명은 키흐 알리스 (Kich Alis)). 나렌은 아주 어릴 때부터 알리스와 친구 사이였으며, 어릴 때부터 도시의 교외 일대를 자주 뛰어다니곤 했었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리마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생겼던 것 같았다.
  "그랬구나, 우리도 서로 어릴 때부터 친했는데. 우리도 어릴 때, 산하고 계곡을 자주 뛰어 다녔지."
  리마라는 바로 엘베 족 어린 소녀들에게 자신 역시 주변에 있던 이들과 어릴 때부터 친구였으며, 같이 산을 뛰어다녔음을 밝혔다. 과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루샤트 주변 일대를 열심히 돌아다닌 것은 사실이기에, 나도 그것에 대해 뭐라 말하거나 할 수는 없었다. (뭐라 말하고 싶긴 해도, 주변에 있던 이들 눈치가 보여 차마 그렇게 못했다)
  "위험하지 않았어요? 바람의 정령들이 사는 곳은 산이나 높은 곳들이라 매우 위험할 것 같다고 하던데."
  "그러하겠지." 그러자, 리마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납득의 뜻을 드러내더니, 야생 동물 (곰이라든지) 들이 돌아다니기도 해서 아주 위험하기는 했고, 그래서 실제로 위험도 자주 겪었음을 밝혔다.
  "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곰은 상상 이상으로 흉폭하고 지능적인 생물이라고. 그런 곰들을 만나면 일단 도망치기 바빴지. 어쩔 수 없잖아, 우리가 곰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최선을 다해 살기 위한 방법을 도모할 수밖에 없었을 거야."
  그러더니, 손에서 전기를 일으키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 곰 같은 부류를 상대하려고 이런 게 있는 것이고."

  실제로 어릴 때에도 여러 곳을 뛰어다니고는 했다지만, 숲이나 깊은 골짜기로는 가서는 안 된다는 말을 자주 들었고, 실제로 그렇게 하려 했었다. 숲이나 산골짜기 등의 모험을 시도했던 때는 '투명화' 라든가 전기를 일으키는 마법 등을 익히고 난 이후의 일이었다. 투명화를 통해 기척을 감추거나, 전기 등의 위협 수단을 통해, 곰의 추격을 물리치기 위한 것들로서, 비록 공격 마법이라고는 해도, 생존 수단에 가까웠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곰 사냥도 해 보셨겠네요?" 대화 도중에 나렌이 묻자, 리마라는 곰을 본 적은 없다고 답했다. 다만, 길을 가다가 늑대나 들개들의 습격을 받았을 때, 마법으로 그들을 처치한 적은 있다고 답했고, 덧붙이기를, 들개들이나 떠돌이 기계 병기의 습격은 여행 중에 자주 일어나며, 여행을 위해서는 마땅한 대항 수단이 필요하다고 이어 말하기도 했다.
  "들개 습격에 대해서는 저도 들어본 기억이 있어요." 그러자, 알리스가 리마라에게 말했다. 재앙을 피해 지하로 대피한 드벨파 족과 달리, 지상에 남은 인간의 후예인 엘베 족은 험악한 야생 짐승들은 물론이고, 기계 병기들과도 맞서면서 치열하게 살아야 했기에, 야생 짐승, 잔류 기계 병기와 맞서는 일은 일상적이었을 것이고, 그들과 맞서기 위한 전투 기술을 어릴 때부터 익혀야 했을 것이다. 알리스나 나렌 모두 자신들 역시 그런 삶을 살게 될 것임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고, 머지 않아, 전투 기술을 익히는 삶을 살아야 함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여기도 자주 놀러 와 봤니?" 그 후, 세미아가 알리스에게 물었고, 그는 그 물음에 그러하다고 답했다. 언덕을 타고, 강가 쪽으로 내려간 적도 많다고 하면서, 풀밭을 뛰어놀기도 하고, 물놀이도 하면서 그렇게 시간을 보낸 적도 많다고 했다. 그러자, 세미아가 다시 물으니, 언덕을 미끄러져 내려가면 위험하지 않겠느냐고 했고, 이에 나렌이 썰매 타는 느낌이 든다고 말하면서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다친 적도 있는데도 그러더라고요." 그 때, 알리스가 말했다. 일반적으로 놀이를 하다가 다치거나 하면 해당 놀이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법도 하건만, 엘베 족 아이들에게는 그런 면이 없었던 것 같았다. 천성적으로 용감하다고 해야 했던 것일까-
  "너도 어릴 때, 이상한 짓하다가 넘어져서 다쳤잖아." 그 때, 아네샤가 세미아에게 바로 물었고, 세미아는 뭐라 답을 하려 하였으나, 마땅히 답을 하지 못하고, 나를 보더니, 이렇게 요청을 했다.
  "라르나, 너도 봤잖아. 뭐라고 말 좀 해 봐." 세미아는 바로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도 절벽에서 썰매 타기 놀이하려다가 넘어졌고, 이후 마을 근처에 거주하시던 아주머니께 크게 혼난 전적이 있음을 알고 있었고, 그것을 굳이 덮고 싶지 않았기에, 바로 아네샤의 편을 들어 주었다.
  "그런다고 혼난 것까지 없어지진 않아." 이후, 나는 망신을 당한 듯, 얼굴이 달아오른 듯한 모습을 보이는 세미아를 놓아두고, 알리스 그리고 나렌에게 용감한 것도 좋지만, 늘 안전을 염두하는 것이 중요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알리스가 바로 이렇게 나에게 말했다.
  "그런 이야기는 린, 리아 언니가 늘 말하고는 했었는데......"

  "어라? 린 언니 아니예요!?" 그 때, 알리스가 뒤에서 들린 목소리를 듣자마자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놀라면서 말했다. 그의 말을 듣자마자, 나 역시 바로 고개를 돌렸고, 세오프리마에 오기 전, 초록색 위주의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머리에 모자를 쓰고 있던 린, 리아 자매가 알리스 등의 뒤에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당시 그들의 모습을 간단히 표현하자면 처음 봤을 때와 거의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다만, 셔츠의 색은 연둣빛에 가까운 노란색이 아닌 하얀색이었고, 조끼는 초록색, 반바지는 이전보다 약간 엷은 초록색을 띠고 있으며, 이전의 부츠보다는 다소 가벼운 신을 신고 있다는 것 정도였다. 그들이 들고 있던 무장은 집에 놓아둔 것인지, 그들의 손에는 없었다. (그래도, 치마 주머니 안에 광검 자루를 넣어두었을 거다 by 아네샤)
  "마귀도 제 이름 말하면 온다더니." 그러자, 아네샤가 바로 속담을 언급했고, 그런 그의 말에 나도 공감하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쌍둥이 자매가 오자마자 알리스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들을 향해 뛰어가려 하였다. 그런 알리스의 모습을 보며, 리아가 그에게 인사말을 건네려 하였다.
  "알리스, 잘 있었니?" 리아의 인사에 알리스는 리아를 올려다 보며, 바로 잘 지냈다고 답례의 말을 건네려 하였다. 이에 리아는 알리스와 눈높이를 맞추려고 자리에 앉더니, 오른손을 들어 그의 머리를 조심스레 어루만지며, 잘 지내서 다행이라 말을 건네었다. 그리고, 잠시 주변 일대를 둘러보다가, 이렇게 물으니,
  "오늘은 꽤 특별한 날인 것 같다, 그렇지?"
  "예, 그런 것 같아요." 알리스가 바로 그렇다고 답했다. 그 후, 린은 자리에 앉은 일행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그 자신 역시 그들과 동행하려 할 생각이었음을 밝혔다. 그리고, 알리스에게 그들에게 다가가 보겠음을 알리고서, 곧바로 나를 향해 다가가려 하였다.
  "언니들도 여기에 머무르려 하시는 거예요?" 그 후, 린, 리아 자매가 일행이 앉은 자리를 지나, 알리스, 나렌이 있는 그 왼편에 이르려 하자, 나렌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매들의 모습을 보면서 물었고, 나렌의 바로 옆에 있던 린이 나렌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미소를 띠며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건너편의 풀밭 그리고 강가를 바라보면서 말을 이어가려 하였다.
  "나도 그렇고, 리아도 오랜만에 여기로 오고 싶어서."
  그러더니, 나렌에게 "도시에서 아름다운 곳들이 많지만, 여기만큼 아름다운 곳은 없어." 라 말하며, 강가 부근 언덕 풍경의 아름다움을 언급하였다. 그 곳에 대한 나름의 찬사였을지도 모르겠다. 그 후, 린은 리아를 대동하면서 나를 비롯한 일행에게 다가가려 하였고, 그 움직임을 지켜 봤을 세미아가 일행을 일으켜 세우려 하였다.
  "얘들아, 모두 일어나!" 그러자, 나를 비롯한 3 명 모두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나서 린, 리아 자매를 보도록 하였고, 그러는 동안 린, 리아 자매 역시 다소곳한 걸음을 멈추면서 나를 비롯한 4 명과 서로 마주하려 하였다. 그렇게 서로 공손히 서로를 마주보게 되자, 우선 린, 리아가 인사를 하게 되었다.

세오프리마의 엘베 족 모험가, 에오르 린입니다.
에오르 리아입니다.
처음으로 정식으로 인사 드립니다.

  그러자, 나 역시 일행을 대표해서 내가 누구인지 (인사말은 족장에게 했던 때와 거의 비슷했다) 를 밝히고, 이어서 일행이 한 명씩 자기 이름을 밝히면서 자기 소개를 했다. 이후, 그 이름을 들었을 린이 곧바로 그것에 반응하려 하였다. 이미 내 이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때의 그 분들이시군요." 린이 말했다. '그 때' 라면 나를 비롯한 일행이 족장 '에오르 안' 과 함께 식사를 했을 때를 의미할 것이다. 그 무렵에는 나를 비롯한 일행은 족장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편이었고, 그들 역시 그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해서, 나를 비롯한 일행을 자매는 잘 기억하지 못할 것 같았는데, 바로 내 모습과 이름을 듣자마자 상대방이 그 때의 일행이었음을 알아차린 것이었다.
  "멀리서 오시면서 여러모로 수고가 많으세요." 이후, 린이 말했다. 그러더니, 나에게 그간 많이 힘들었을 텐데, 휴식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이어 말하기도 했다. 그러자, 세미아가 나를 대신해 "그렇지요." 라고 화답하고서, 그런 연유로 잠시 강이 보이는 길목에 어린 아이들과 함께 머무르고 있었음을 이어 밝히기도 했다.
  "그렇군요." 이후, 린이 그렇게 말하고서, 이어서 자신 역시 휴식을 위해 머무르려 하였음을 알리려 하였다. 그리고, 동생이었을 리아를 이끌고, 알리스, 나렌이 머무르던 곳의 좌측 부근, 몇 걸음 옆의 지점에 이르면서 먼 앞에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며 나를 비롯한 일행에게 말하려 하였다.
  "여기는 세오프리마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일 거예요. 이외에도 여러 풍경이 있지만, 저희는 이 곳을 자주 찾았죠."
  "집에서 상대적으로 가까운 편이기도 해요." 린에 이어 리아가 말했다.

  린, 리아 자매의 말에 따르면, 알리스, 나렌이 그랬던 것처럼 그들 역시 어릴 적에는 그 강가 부근의 풀숲, 풀밭을 자주 찾고는 했었다고 한다. 알리스, 나렌도 그러하였듯이, 풀밭에서 뛰어다니며 노는 것 자체가 너무도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었던 것 같았다.
  "거기서 풀 갖고 이것저것 만들기도 했었는데." 리아가 말했다. 그 때 린이 말하기를, 리아는 풀 갖고 총이나 활 같은 것만 만들었다고 밝혔지만, 지금은 모두 시들고 바스라져서 흔적도 남지 않았다니, 그 실상을 말로는 알 수 없었다. 아무래도 풀로 만들었다보니, 물기와 생기를 잃은 풀이 시들고 말라 바스라지면 만들어진 것이 없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고, 무언가를 만들었다고 하면,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나 그것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총기나 무기에 흥미를 느껴서 혼나거나 하지는 않았나요?"
  "그러하지는 않았어요." 이후, 리마라가 리아에게 묻자, 리아가 바로 답했다. 이어서 린이 말하기를, 엘베 인들은 어릴 때부터 무기와 마법 그리고 그것들을 이용한 사냥에 익숙해지도록 배운다고 하였다.

  "저희들은 종족 자체가 태어날 때부터 변이체 괴물들, 기계 그리고 외계에서 오는 위험과 맞서 싸워 왔었어요." 이어서 리아가 말했다. 아르데이스는 오랫동안 저주받은 독기에 노출되어 생명체가 살 수 없는 땅으로 남아있었고, 그로 인해 수많은 변이 괴물들이 태어났으며, 독기가 사라진 '현재' 에도 여전히 변이 괴물들의 자손이 남아 거주민들을 위협하고 있고, 또, 숲에서 태어난 맹수들의 위협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 하였다. 더 나아가, 우주에서 다가오는 위협과도 대비를 해야 하는 만큼, 어릴 때부터 무예를 익히고, 그들과 맞서 싸울 의지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거, 우리 이야기 아냐?" 그 때, 아네샤가 나에게 물었다. 나도 그런 점에 다소 공감을 했었으니, 마을 주변의 산악 지대와 숲은 온갖 위험한 동물, 괴물들의 위협이 도사리는 곳이고, 여행, 모험을 즐기는 바람의 정령 특성 상, 그런 이들과 마주할 위험은 상존했던 만큼, 어릴 때부터 무예, 기예 익히기는 필수였기 때문이었다. (오죽하면 루샤트 마을 도서관의 한 구석에 누가 썼을지도 모르는 '달인 모험가들을 위한 세계 여행, 모험 지침서' 라는 책이 비치되어 있었을 정도) 평화로운 생활보다 싸우는 기술을 먼저 익혀야 했다는 점에서 나를 비롯한 바람의 정령과 바로 곁에 보이는 엘베 인들은 통하는 면이 있었던 것 같다.
  "애초에 어머니께서도 그렇게 어린 시절을 보내시기도 하셨고요." 이어서 린이 다시 말했다. 어머니인 에오르 안 역시 여타 엘베 인들처럼 어릴 때부터 무구를 손에 쥐고 싸우는 기술을 익혀 오며 어린 시절을 보낸 그런 이였던 것이다. 그들의 어머니가 족장이었음은 이제 알게 되었고, 그래서 어머니가 어떻게 족장이 되었는지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으나, 당장에 할 이야기는 아니라서 그것에 대해서는 더 묻지 않기로 했다.
  "지금 여기를 찾아오면 여기는 몇 번 째로 찾아오시는 거예요?" 이후, 아네샤가 물었으나, 린, 리아 모두 어떻게 대답을 하지는 못했다. 너무 많아서 셀 수 없었던 것이다. 1 년에 한 번씩이라 하더라도, 수백 번 이상은 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에오르 린, 리아 자매는 간만에 고향인 세오프리마로 돌아왔으며, 이전까지는 모종의 임무를 위해 계속 여러 행성계를 돌아다녔다고 했다. 하지만 무슨 임무인지에 대해 알리스가 물었으나, 그 물음에는 '각지의 행성을 돌며 외계의 위협을 제거한다' 정도로 대답을 했을 뿐으로, 마치 어린 아이가 함부로 알아서는 안 되는 것이라 말을 아끼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알리스는 자유롭게 행성들을 탐험하는 린, 리아 자매의 모습이 그저 부럽기만 할 따름이었다.
  "알리스가 두 분처럼 용사가 되고 싶어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후, 아네샤가 린에게 묻자, 린이 답하기를, 이전부터 알리스가 용사가 되고 싶어하며, 그 기인이 자신들임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더니, 경비대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다면 받아들여 줄 수도 있다고 말해 주었음을 알렸다. 그리고, 아네샤가 그런 그에게 빈 말 아니냐고 묻자, 리아가 린을 대신해, 그 말이 빈 말이 될 지, 아닐지는 알리스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을 것이라 답하기도 했다.
  "그러면, 두 분께서는 지금도 경비대에 소속되어 계신 거에요?"
  "경비대는 이미 떠났고, 지금은 세오프리마 직속의 팀에 있어요."
  세미아의 물음에 리아가 답했다. 이후로는 유격대에 속하게 되었으며, 보다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된 대신에 족장의 지시에 따라, 고대 유적의 탐사 및 위협이 되는 괴물체를 제거하는 임무, 그리고 베라티사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기계 군단과 직접 대결을 펼치는 여러 인사들에게 엘베 족의 협력 의사를 전달하거나, 협력에 동참하는 임무 등을 맡게 되었음을 밝히기도 했다.
  "경비대를 떠나, 이런 일을 하게 된 것은 족장님의 의사였어요." 린이 말했다. 린에 의하면 족장의 명령에 의해 자신과 리아 그리고 두 사람이 직속 부하로 두고 있던 리 셀린, 세 라빈 (Se Lavin) 이라는 네 명의 전사들에게 경비대를 떠나, 특수 작전을 맡는 팀으로서 도시나 엘베 족 세계 바깥에서의 임무를 맡도록 한 것이었다고.
  "이런 것을 두고 대개는 특수 작전 팀이라 하던데." 아네샤가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었는지, 리아가 바로 "그렇게 됐지요." 라 화답했다. 그래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지만, 경비대 제복은 늘 입고 다녀야 하며, 주어진 임무는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 삼아 활동하게 되었다고 이어 밝히기도 했다.
  "이런 팀에 속하게 한 것이 족장의 의사라고 하던데, 어떻게 그런 팀을 창설해서 린, 리아 자매가 그 조직에 있도록 한 것인지."
  아네샤가 말했다. 린, 리아가 족장의 딸들이다보니, 그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때, 나렌이 답하기를,
  "라비 언니가 저한테 와서 말했어요, 경비대에 있으면서 우수한 성과를 거두면서 특수 작전 임무를 맡게 되었다고. 몇 년 전에는 거대 기계룡이 인근의 드벨파 족 거주지 부근에 출몰하자, 린, 리아, 두 언니들이 긴급 파견되었고, 둘이서 기계룡을 처치하는 성과도 올렸대요!"
  그랬었다. 이전의 '검은 함대' 침공 당시에도 린, 리아 자매를 포함한 4 명의 엘베 족 전사들이 글라이더를 타고 함선과 전투 병기 사이를 오가며 활약했었다. 아마도 그들이 격파하거나 격침시킨 병기들 및 함선들도 상당수 있었겠지. 그 정도 성과를 거두기에, 특수 작전 임무를 맡게 하는 것도 그렇게 이상할 일은 아닐 것이다. 알리스에게 린이 잘하면 자신과 함께 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실력을 통해 자신과 같은 활동을 하는 팀의 일원이 될 수 있음을 알리려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라르나 님을 비롯한 네 분도 임무 때문에 오신 건가요?"
  "아니요, 목적이 있기는 하지만, 저희들은 모험가로서 온 거예요."
  이후, 리아가 묻자, 아네샤가 바로 자신들은 모험가임을 밝혔고, 그 대답을 듣자마자 린이 묘한 미소를 띠었다. 아무래도 모험가라는 보다 자유로운 신분의 소유자임을 알게 되면서 부러움을 느낀 것 같았다. 그리고, 아네샤가 그들에게 말하는데, 대략 이러하였다.
  "저희들은 태어날 때부터 방랑자, 모험가로서 태어났어요. 행성을 기계로부터 사수하는 최전선에 있다고도 하며, 기계의 흔적을 찾아내는 일을 하기도 하지만, 모든 것을 자발적으로 해내지요. 우리가 우리 행성을 지키고, 우리 세상을 지키겠다는 의사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에요."
  "그렇다면, 그런 의지가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겠군요." 이후, 린이 묻자, 아네샤는 그러하다고 답했고, 아이들에게 가르침을 전수할 때, 스스로 자신들의 마을, 세상, 행성을 지키는 의지를 반드시 가져달라고 당부하고, 그것에 대한 교육을 무엇보다 중요시한다고 말했다.
  "학업이고, 뭐고, 그런 것은 중요치 않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지킬 것을 지키는 의지, 그런 거예요."
  이후, 리아가 린에게 뭐라 귓속말로 말하니, 대강 그 내용을 밝히자면 '명령을 따르지 않는 자유로운 성격의 소유자인 만큼, 스스로 그 의지를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주는 것 같다' 라는 것이었다. 바람의 정령이 가진 특성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는 것 같은 말이었다.

  이후, 한 동안 그 곳의 일행들은 조용히 풍경을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다. 그 곳에 있던 모두가 다른 말 없이, 풍경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무렵, 그간 멍하게 서 있기만 하던 린이 정신을 차린 듯이 자신의 오른편 옆에 있던 리아에게 알렸다.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거야? 이제 다른 곳으로 가 봐야지." 그러더니, 바로 근처에 있었을 시가지 쪽을 향하는 숲길 쪽으로 가려 하였고, 이어서 그 움직임을 알아차린 알리스, 나렌이 린을 따라 가려 하니, 리아가 그런 린 등의 뒤를 따르려 하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나 역시, 다른 일행에게 "우리도 가자." 라고 하면서 일행을 이끌고 숲길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을 이들을 따라가려 하였다.



  나무들에 둘러싸인 길은 그렇게 비좁지 않았고, 오히려 나무들에 둘러싸인 풀밭 길을 연상케 하는 면도 있었다. 또한, 풀밭의 한 가운데에는 풀이 자라지 않는 흙으로 이루어진 부분이 있어서 길의 윤곽을 알리고 있었으니, 그 일대로 사람들이 많이 지났음을 알리기도 했다.
  거목의 가지가 하늘에 드리워진 곳이다보니, 어두울 수 있었던 탓인지, 길 양 옆으로 나란히 자라집은 나뭇가지들마다 어둠을 비추기 위한 빛들이 여럿 자리잡고 있었으며, 각각의 빛들이 노란 빛, 하얀 빛 그리고 하늘색 빛을 발하며, 주변 일대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나무들 사이로 풀들이 무성히 자라난 것에 그 빛들의 영향도 있었을 텐데, 그 빛들이 태양빛을 어느 정도 대신해 줄 수 있었던 것 같았다.
  길의 여러 곳은 짙은 초록색을 띠는 토끼풀들이 가득 자라나 있었으며, 이들 사이로 하얀 꽃들이 피어나, 초록빛 풍경에 다른 색을 약간 더해주기도 하였다. 이외에 풀밭의 풀들 사이로 자리잡은 화초들이 노란색, 하얀색, 푸른색 꽃을 피워 내면서 초록빛 풍경에 다채로움을 약간 더하려 하고 있었다.
  "알리스, 또 네 잎 토끼풀을 찾는 거니?" 그 때, 길의 왼편에 보였던 토끼풀밭에서 뭔가를 찾는 것처럼 보였던 알리스에게 린이 다가가서 물으려 하였고, 그 물음에 알리스가 고개를 돌리더니, 놀라면서 "어떻게 아셨어요?" 라고 물었다. 그러자, 린이 활짝 웃으며, 그런 그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이제는 그 모습을 보면서도 알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더니, 알리스에게 네 잎 토끼풀을 찾을 수 있었냐고 물었으나, 아쉽게도 알리스는 그 모습이 보이지도 않았다고 했다. 이후, 친구인 나렌이나 에오르 자매의 눈치가 보였던 것 같았는지, 바로 자신의 일행 곁으로 돌아가려 하였다. 그러자, 나렌이 린, 리아에게 그 광경을 두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눈치가 보인다고 생각했나 봐요."
  "그러게." 이후, 나렌의 말에 리아가 웃으면서 화답했다. 이후, 들린 이야기에 의하면 린, 리아 역시 네 잎 토끼풀을 찾으려 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숲이나 초목 지대의 어디를 돌아다녀도 그런 네 잎 달린 토끼풀은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 때, 나렌이 이렇게 말했다.
  "한 잎 달린 토끼풀은 찾으셨대."
  "어떻게 찾은 거니?" 이후, 내가 묻자, 나렌이 답하기를, 어쩌다가 우연히 찾았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잎이 뜯어진 토끼풀인 것 같았다고 했다.

  "어찌 보면, 네 잎 토끼풀보다 더욱 귀한 것을 찾은 셈이네." 그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그들의 뒤를 따르던 나에게 세미아가 말했다.
  이후, 무슨 말이냐고 내가 물으니, 세미아가 그것에 대해 설명하기를 :
  "네 잎이고, 한 잎이고, 모두 정상적인 토끼풀의 모습은 아니잖아. 여기에, 네 잎 토끼풀은 자연적인 변이체인데, 한 잎 토끼풀은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잎을 떼지 않으면 만들 수 없어. 그리고, 세 잎 토끼풀들 중 하나만 잡고 한 잎 토끼풀만 만드는 경우는 흔지 않지. 그래서, 네 잎 토끼풀보다도 더욱 귀한 존재일 수 있다는 거야."
  그러더니,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들에게는 그 한 잎만 남은 토끼풀이 그래서, 더욱 큰 행운의 상징일 수 있다, 그런 의미이지."
  "그러할까?"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내가 조용히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며, 토끼풀에 관심을 가졌었는지에 대해 기억해 내려 하였다. 아쉽게도, 그런 기억은 남아있지 않았다. 아주 어릴 때에는 네 잎 토끼풀에 흥미를 느꼈을 것 같았지만, 그런 기억조차 없었다. 아마도 산에서 자라는 다른 화초들에 더욱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겠지.

  그런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어느새 일행은 숲길의 끝에 도달한 이후에 그 너머의 시내로 돌아올 수 있었다. 시내 구역을 뒤덮은 여러 나무들 그리고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빛 무리 사이로 드문드문 보였던 상점들 중에는 찻집도 있었다. 딱 봐도 옛 문명의 건축물, 그 흔적을 개조해 놓은 것처럼 보였던 (해당 건축물 특유의 돌로 이루어진 벽의 흔적이 보였다) 그 찻집에 이르자마자 린이 자신을 따르던 네 명의 일행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전에 알아봤던 곳이에요. 함께 차라도 마시면서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는데. 함께 들어가 봐요."
  그리하여 일행은 린, 리아 자매의 인도를 받아가며, 찻집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문 너머로 돌로 이루어진 특유의 내부 공간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내가 예상한 바대로, 그 건축물은 매끈하게 다듬어진 청회색 돌로 이루어진 내부 공간을 갖추고 있었으며, 한 가운데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거대한 탁자가 위치하고 있었으며, 그 주변 일대에 여러 탁자들이 위치하는 모습을 보였다. 입구의 좌, 우측 가장자리에는 길다란 소파가 자리잡았고, 그 앞에 탁자들이 세워져 있었으니, 소파에 앉을 수 있도록 되어있는 자리였던 것 같았다.
  창가나 벽면의 장식장, 그리고 계산대 위에는 액자나 화분 혹은 장식용 소품들이 다수 자리잡고 있었으며, 소품들 중 대다수는 린, 리아 자매라든가, 알리스, 나렌 같은 소녀들이 좋아할만한 귀여운 인형들이었으나, 인간형 병기를 닮은 소품들도 몇 있었다. 입구 건너편에 자리잡은 계산대 바로 앞에는 탁자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축음기가 하나 놓여 있었다. 축음기의 음악판 위에는 검은 음반이 놓여 있었는데, 장치를 작동시키면서 음반에 수록된 소리를 들려줄 수 있었던 것 같았다.
  자리 수는 많았고, 공간 한 가운데의 거대한 탁자는 10 명 이상이 서로 마주보며 앉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그 모든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을 수 있었으나, 당시에는 찻집을 방문한 이들이 많지 않았던 관계로 가운데의 탁자에 모든 일행이 가능한 앉을 수 있도록 하려 하였다. - 나를 비롯한 일행은 탁자의 좌측에 서로 마주보며 앉았으며, 그 옆에 엘베 족 소녀들이 앉았다. 입구를 등지는 방향에 에오르 린, 리아 자매가 앉고, 그 건너편에 나렌, 알리스가 나란히 앉았다. 일행은 나와 리마라가 입구를 등지는 방향에, 그리고 아네샤와 세미아가 입구를 바라보는 방향에 나란히 앉았다.

  일행이 자리를 잡은 이후, 에오르 린이 주문을 하러 갔다. 주문 사항은 아래와 같았다.
  "녹차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네요." 주문 항목에 대해, 의외라 여긴 듯이, 리아가 묻자, 리마라가 그렇다고 화답했다.
  "저희가 사는 마을 근방 산악 지대에 차밭이 있어요." 그러더니, 고향 마을의 차 수확에 자신을 비롯한 바람의 정령들이 도와주러 가기도 한다고 밝히고서, 그 대가로 찻잎을 받아간다고 했다. 그 찻잎으로 차를 끓이고, 우유에 차를 넣어 마시기도 한다는 마을 나름의 풍습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차를 즐길 줄도 아시겠어요." 이후, 린이 말하자, 리마라는 물과 우유만 마실 수 없으니, 녹차라도 더해서 더욱 다양하게 음료를 마시는 것일 따름이라 밝혔다. 이를 두고, 린은 차를 즐기는 방법에는 그런 것도 있다고 말하고서,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따뜻하고 여유롭게 마시는 차만 차일 수는 없는 거예요."
  그리고서, 자신 역시 차를 시원하게 식혀서 물처럼 마실 때가 종종 있음을 밝혔다.

  이후, 가게에서 일하던 엘베 족 여성이 직접 차를 가져왔다. 차가운 음료들을 품은 하얀 자기 잔들이 하얀 자기 접시 위에 놓인 채, 탁자 위에 올려졌다. 그렇게 탁자를 올리고서, 여성은 린, 리아 자매를 넌지시 바라보더니, 밝은 목소리고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오늘은 제법 귀한 손님들을 모셔왔구나."
  말투에서 두 사람에 대한 친근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대금도 원래 금액에 비해 한참 적었고, 찻잔 한 잔 (우유 카페 한 잔 값이었다) 값도 면제되었으니, 이를 통해 두 사람이 찻집을 자주 방문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때, 그런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던 아네샤가 내게 말했다.
  "우리 찻집도 저랬던가?"
  "우리는 그 정도로 자주 방문하지는 않았잖아." 그 물음에 내가 답했다. 그리고, 10 년 넘게 오랫동안 방문하면서 친해졌기에, 서로 친하게 부르고, 찻값도 면제해 주고, 그러는 것 같다고 말하고서, 찻집 주인인 여성에게 그간 대화한 내용이 사실이냐고 이어 묻기도 했다.
  그러자, 찻집 주인은 사실에 가까운 이야기라 답했다. 그리고서, 이렇게 말했다.
  "저 두 아이는 늘 둘이서 같이 다녔어요. 그러면서 이 찻집에 들르기를 수십 년 넘게 반복해 왔지요. 들른 횟수만 해도 1000 회를 넘어요. 그 정도인 만큼, 자매들 중 한 명의 찻값은 면해도 괜찮았을 거예요, 더욱이 저들은 주문을 해도 늘 같은 차를 주문했으니."
  "역시 그러하였네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내가 알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그 때, 찻집 주인이 이어 목소리를 내려 하였다.
  "쟤들은 찻집에 있으면서 밖에서는 하지 못했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셀린, 라빈이라든가, 자신이 잘 아는 애들에게 털어놓고는 했었어요. 아마 이번에도 밖에서는 경치 구경하느라, 차마 꺼내지 못한 이야기들을 털어놓으려 하겠지요. 더욱이 이전에 검은 함대로 인한 위험이 닥쳐왔었으니,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 놓으려 하겠지요. 아니면, 그것에 수반되거나, 그것과 관련이 없이 자신들이 겪은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거나."

  찻집에서 마신 우유 카페는 마을 근방의 길 위에 있는 찻집의 우유 카페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다만, 이는 내가 카페의 맛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러한 것일 수도 있는 것이, 에오르 린, 리아 자매는 여러 찻집에서 카페를 먹어보기는 하였으나, 그 집의 카페와는 다른 맛들이 났다고 말한 것을 보면, 그들은 나를 비롯한 일행이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어때요?" 이후, 찻집 주인이 나를 비롯한 일행이 앉은 자리에 다가가서 물었고, 그 물음에 나는 조용히 미소를 띠며 "좋네요." 라고 답했다. 사실, 맛이 좋은지, 아닌지를 파악하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카페를 마시고, 비워진 유리 잔을 탁상 위에 올려놓을 무렵, 에오르 린이 나를 보더니, 말했다.
  "카페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종류마다 맛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모든 이들이 그런 맛의 차이를 느끼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색다른 카페를 찾고 싶은 이들이 우유나 다른 뭔가를 카페에 포함시키기도 하지요."
  린에 이어 리아가 말했다. 드벨파 족의 거처에 있는 찻집에서 카페를 먹어본 경험이 있다고 말하고서, 소다 (Soda) 류나 크레마 (Krema, 그들 말로는 크림 (Cream, Kriym) 이라 칭했다고 한다) 류 등이 들어간 카페도 있었고, 심지어는 차의 분말과 우유 (그들 말로는 맛차 (Matcha, Macca)) 가 들어간 카페를 마셔본 적도 있었다고 했다. 문명의 이기를 통해 발견된 재료들을 통해 다양한 카페가 만들어지고 있었다고 이어 밝히기도.
  "라르나 씨나 아네샤 씨 등께서는 어떤가요?" 이후, 린이 바로 나 그리고 아네샤 등에게 물으려 하였고, 그 물음에 아네샤가 바로 답했다.
  "저는 그냥, 카페, 차의 맛에 시원하게 마실 수 있으면 다 좋아서." 아네샤가 답했다. 달콤한 음료도 좋지만, 어쩌다 한 번씩 과자나 달콤한 빵류를 먹는 것처럼 특별한 때에 먹는 것 정도의 의의를 두고 있다고 이어 말하기도 했다. 그런 아네샤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내가 바로 이렇게 말하기도.
  "그 쪽 길 위의 찻집에서는 크레마나 그런 거 들은 카페는 없지 않아?"
  일행이 늘 들르는 루샤트 인근 길목의 찻집에서는 달콤한 과자 류나 카페, 차 류는 아예 취급하지 않았다. 당 류나 크레마 등을 구하기 어려운 것이 우선적인 이유였지만, 바람의 정령들이 차나 카페 등의 음료를 마실 때, 특유의 맛보다는 시원함을 더 선호했기 때문이란 이유가 있기도 했다고, 이전에 들은 바 있었다. 나도 너무 달콤한 음료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마시고 나면 시원함의 느낌이 잘 들지 않았음이 그 이유였다. 언급된 것은 나, 아네샤의 취향이었으나, 리마라, 세미아도 딱히 다르거나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린, 리아 씨께서는 그런 맛에 이끌린 적이 있으세요?" 그렇게 일행의 음료에 대한 취향을 말한 이후, 세미아가 린, 리아 자매에게 물었고, 린이 이렇게 답했다.
  "처음에는 색다른 무언가가 좋았고, 그래서 그런 것들을 찾을 수 있는 찻집이라던가, 그런 곳들을 알아보기도 했었어요. 그러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여기라든가, 근방의 찻집에서 만드는 카페의 그런 익숙한 맛이 좋아지게 되더라고요. 카페 뿐만이 아니라, 차라든가, 음식 같은 것도 점차 소박한 맛을 찾게 되고, 그러다 보니, 이 부근의 찻집들 위주로 방문하게 되었네요."
  이후, 리아가 불현듯 떠오른 이야기가 있음을 밝히고서, 그 이야기를 해도 괜찮겠냐고 물었다. 그리고, 세미아가 좋다고 답하자, 린이 "그러면 이야기를 해 볼게요." 라고 이야기를 시작하겠음을 알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린 알리스, 나렌이 우유 잔을 비울 무렵에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어머니를 거두셨던 아벨 (Abel) 할아버지께서 이전에 드벨파 족 거리에 가셨다고 하셨어요. 할아버지께서는 다른 곳은 가지도 않으시고, 찻집만 계속 들르셨다고 하셨는데...... 그래서, 정말 다양하게 차라든가, 카페를 드시며, 다니셨었대요. 여행하는 5 일 동안."
  "여기 찻집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있을 때, 들었던 이야기예요." 린에 이어, 리아가 이야기를 이어가려 하였다.

  이전에 아벨은 드벨파 족의 도시들을 5 일 간 돌아다니며, 마법사 아벨은 카페는 물론, 차, 심지어는 술까지 먹으며, 다녔다고 했다. 거리를 돌아다니고, 이것저것 먹은 것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면서, 아벨은 자신이 앉은 건너편에 앉은 린, 리아 자매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하려 하였다고 밝혔다.

  "카페를 처음 마시는 사람은 처음에는 여러 다양한 맛을 가진 것들에 이끌리지."

  그러다가, 오래 전부터 자신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는 드벨파 족 학자와 마주하게 된 이야기를 하게 되었으니, 그 역시 카페하면 참을 성을 주체하지 못하는 이로 알려져 있으며, 다양한 카페의 맛을 보면서 그것에 관한 논평을 개인적으로 쓴 적도 있는 학자라 했다.
  그러나, 간만에 그에 의하면 '당시의 모습에서 크게 변하지 않은' 아벨과 만난 그 학자는 기본적인 카페만 마시고 있음을 알리며, 그 이유를 묻는 아벨에게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이제, 다른 맛에는 질린지 오래라네. 뭐든, 다양한 것의 어울림보다는 근본적이고, 단순한 맛이 가장 좋다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고, 그리하여 아무것도 넣지 않은 그런 카페만 찾고 있지. 여차하면 우유를 넣은 카페를 찾기도 하긴 하지만...... 차도 마찬가지야. 요즘에는 다른 거 없이, 차 본연의 맛만 찾는다네."
  그러면서, 아벨은 린, 리아에게 '카페의 맛에 익숙해질 수록, 근본에 가까운 맛을 찾게 되며, 그렇게 되어야 함이 옳다' 라고 가르치면서 이어서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고 한다.

  "마법 역시 마찬가지로, 처음 마법을 배우는 이들 중 대다수는 마법이 가지는 화려한 힘에 이끌려, 처음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셨어요. 물론, 근본적인 것, 기본적인 것부터 배우는 것이, 기본적인 배움의 원칙이지만, 그러한 근본적인 것들보다 그것에서 파생되었을 화려하고 위력적인 마법에 대한 동경을 이겨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말씀하셨지요."
  "여타 학문도 그러할 거예요, 처음 배우는 이들은 그 학문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을 동경하면서 배움을 시작한다고 하지요. 온갖 법칙을 발견해 내는 과학자라든가, 여러 병들을 치료하는 의사라든가, 아니면 화려한 요리들을 만들어 내는 요리사 같은 직업 말이에요. 학문은 '진리의 탐구' 가 그 목적이라고 하지만, 그런 것을 처음부터 공감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린에 이어, 리아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래서, 아벨은 린 자매에게 자신 역시 마법을 가르칠 때에는 처음에는 기초를 가르치되, 그런 화려한 마법을 써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려 하였음을 밝혔다고 했다. 그리고, 그런 행동에 대해 '근본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라' 라는 충고를 하기도 하지만, 진지하게 충고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마법사들은 물론, 모든 분야의 종사자들은 해당 분야를 깊이 파고들면 들 수록, 근본을 찾아가게 될 것임을, 그리고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이 기초, 근본임을 어떤 식으로든 깨닫게 되기 때문임을 알고 있었음이 그 이유였다.

  "우리도 결국 그런 것이 중요하게 되었음을 알게 된 것을 보면서, 할아버지의 말씀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깨달음을 얻었지요."
  "저희들은 마법에 관한 장래 희망을 갖지 않았고, 그래서 마법에 대해서는 더 깊이 배우려 하지 않았지만, 이러한 '근본' 이 중요하다는 사실만큼은 잊지 않으려 하고 있어요." 그 때도, 린에 이어 리아가 말했다.

  "싸움도 마찬가지이겠지." 그 때, 세미아가 나에게 말했고, 적과 싸울 때, 어떤 마법을 쓰든, 어떤 힘을 발휘하든 간에, 결국 마지막은 창검의 대결로 끝나고, 거점 점거는 사람의 발로 이루어진다는 것도 떠올릴 수 있는 이야기라고 나에게 이어 밝히기도 했다. 그 때, 그 이야기를 들었는지, 린이 나와 세미아에게 이렇게 말했다.
  "두 분 말씀대로예요." 그러더니, 리아가 린을 대신해 이렇게 일행에게 이런 말을 건네려 하였다.
  "싸움이란 그런 것이지요. 예전에도 있던 말이에요. 싸움은 사람이 자신이 밟은 영역에 깃발을 꽂는 것으로 끝나고, 대결은 창검으로 직접 싸워 이긴 자가 승리를 거머쥔다는 것이지요. 마법의 능력에 의지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지만, 그래서 전사는 창검술을 비롯한 기본적인 전술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 좋은 생각을 갖고 계신 것 같아요."

  "어쩌다가, 두 분께서는 마법사가 아닌 다른 길을 걷게 되신 거예요?"
  이후, 아네샤가 린, 리아 자매에게 물었고, 이에 린이 꽤 사연이 복잡하니, 오래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고서,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저하고 리아가 어릴 적에는 어머니께서는 저희들이 마법사가 되기를 원하셨던 것 같았고, 그래서 저희들도 아벨 할아버지로부터 사사를 받으며, 마법을 배우려 했었어요. 그래서, 마법사가 되는 것이 저희들의 첫 꿈이었지요. 그런데, 그 생각이 바뀌는 계기가 생겼어요."
  어느 날, 린, 리아 자매는 아벨의 서재를 몰래 뒤지다가 우연히, 어떤 전기 책을 보게 되었다고 했다. '우주 용사 전기 (Rekordes abud Heroikas ov Kosmos)' 로, 원래는 라테나 어로 기록되어 있던 것을 (그래서 원제는 해당 제목의 라테나 어인 'Recordum Heroum Spatiorum' 였다) 아벨이 종족의 언어로 번역한 것. 그 책에서 몇몇 용사들이 모성은 물론, 우주 전역을 돌아다니며, 온갖 악을 소탕하며 지내는 이야기로서, 이후로, 용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경비대에 지원하고, 성과를 얻어가며, 현재에 이른 것이었다.
  "새롭게 꿈을 얻고, 그 꿈을 이루신 분들이라 할 수 있겠네요."
  이에 세미아가 활짝 웃으면서 린, 리아에게 말했고, 이에 린이 조용히 미소를 띠며 "그렇다고 해야 할까요." 라고 화답했다. 그러더니, 자신은 여전히 족장의 명령을 받는 입장이며, 그래서 족장이 명령을 내리면, 그 뜻대로 가야 함을 밝히기도 했다. 이후, 리아가 세미아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당분간은 이 일대는 평화로울 테니, 여기 일로 부름을 받거나 할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우리의 진짜 임무는 끝나지 않았지만요." 린에 이어, 리아가 말했다. 그리고, 리마라가 어머니의 반대가 있거나 하지는 않았냐는 물음에 린이 답했으며, 이어지는 발언은 리아가 했다.
  "다소 아쉬워하시는 하셨어요. 할아버지께서는 마법사이셨고, 그런 할아버지를 존경해서 어머니께서도 마법사가 되려 하셨지만, 어머니께서 어린 나이에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그 이후로 벌어진 일 때문에 어머니께서도 마법사가 되지 못하셨던지라, 어머니께서는 어떻게든 저희들이라도 마법사가 되기를 원하셨었지요."
  "아벨 할아버지께서 저희들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할아버지와 같은 마법사가 될 날이 있을 테니, 그렇게 되기를 기원해 보자고 하셨지요. 그러면서 저희를 지원해 주시기도 하시고, 그랬었어요."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라...... 할아버지, 실은 살아 계신 것 아니에요? 이전에 황무지에서 할아버지로 추정되는 분과 대치하셨던데."
  "할아버지라고요!?" 아네샤의 물음에 린이 바로 이렇게 답했다. 평소 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의 목소리로, 정색이 느껴지는 그런 목소리였다. 그것을 직감한 세미아가 아네샤에게 경솔하게 질문한 것 같다고 말리려 하였으나, 아네샤는 듣지 않고, 계속해서 린에게 질문하려 하였다.
  "예, 그 마법사, 두 분의 할아버지였던 것 같았는데."
  이후, 한 동안 두 사람 사이에서는 말이 없었다. 마치 고민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자매들은 그 후, 자신들과 마주보며 앉아있던 두 여자아이들에게 혹시 심심하면 밖에 나가서 놀아도 좋다고 알렸고, 이어서, 알리스, 나렌이 리아에게 정말 그래도 좋냐고 묻자, 리아가 이렇게 화답했다.
  "그럼~ 너무 멀리 가지만 않는다면 어디든 가서 재미있게 지내다 오렴~." 그리하여, 알리스와 나렌은 알리스의 "다녀 올게요~." 라는 인사말과 함께 찻집의 정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두 소녀들이 떠나가고, 찻집 주인이 카운터 안쪽에서 자신의 일에 전념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린이 아네샤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언젠가 꺼내야 했던 것이긴 했네요." 그리고, 잠깐 생각에 잠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 자신이 목격했던 '할아버지' 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려 하였다.
  "엄밀히 말하면, 할아버지께서는 육체적으로는 돌아가신 것은 아니에요. 그 육신은 할아버지의 그것일 테니까요.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이미, 더 이상 할아버지가 아닌 상태예요. 할아버지의 껍질을 뒤집어 쓴 무언가, 아마 '에를랑' 이라 칭해졌던 기계 병기 혹은 그것의 주인이었을 무언가이겠지요."
  그리고, 그 자가 바로 이전의 악령이 '사령' 으로 받드는, 검은 함대의 배후였을 것이라, 이어 밝히기도 했다.
  "그것이 할아버지의 육신을 뒤집어 쓰게 된 존재였음을 처음부터 알아차린 것은 아니에요. 웬 해져 가는 로브를 뒤집어 쓴 광인처럼 보였으니까요."

  린에 의하면, 그 개체의 뒤를 조사하던 도중에 잠깐 대치했었고, 그것의 '검보라색 피' 를 보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린은 그것이 이전에 도서관에서 보았던 '할아버지의 전설' 에 관한 책에 수록된 삽화에서 보았던 '에를랑의 심장' 을 묘사한 구슬의 그것과 같은 색이었음을 알게 되었으며, 이후에 그 피의 샘플을 엘베 족 마법학자들에게 제출한 결과, 그것이 '에를랑' 의 그것과 같음을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 개체가 할아버지의 육신을 뒤집어 쓴 '에를랑' 혹은 그것의 주인이었음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어서 리아가 말하기를, 마법 학자들이 그 때, 자신과 린에게 당부를 했음을 밝혔다 : 기계 악마 에를랑과의 전투에 대해, 세간에서는 '전설적인 대마법사가 에를랑을 물리치는 것으로 끝났다' 라는 것으로 알고 있는 만큼, 그것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함부로 발설해서는 안 되며, 이를 통해 대마법사의 딸인 족장이 알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족장님의 아버지인 대마법사님께서는 이미 돌아가셨다고, 족장님께서는 알고 계실 만큼, 그 분께서 겪을 정신적 충격이 염려되어 그렇게 당부를 전하신 것 같았어요, 그 마법사님께서는."
  그 이야기는 린의 그 말과 함께 끝이 났다. 그 이후, 조금 더 시간이 지났을 무렵, 아네샤가 다시 한 번 린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혹시 '끝나지 않은 임무' 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겠느냐고 그것에 대해, 알려달라 부탁한 것. 그 물음에 린은 바로 이렇게 화답을 했다.
  "'앞잡이 (Informant)' 를 말살하는 것." 그리고, 이전에 마주했던 그 자가 바로 '앞잡이' 라 칭해지는 존재임을 이어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 행적을 계속 조사하고 있음을 이어 밝히기도 했다. 이에 아네샤가 바로 그 명령은 누가 내린 것으로 알고 있느냐고 묻자, 리아가 이렇게 답했다.
  "아벨 할아버지의 명령으로 알고 있어요." 그리고, 아벨은 한 때, 대마법사의 동료로서, 기계 병기의 혼이 대마법사의 육신을 가지고 돌아다니는, 종족의 구원자를 능욕하고, 그의 혼을 모독하는 행위를 저지른 존재를 어떻게든 제거를 해야 한다고 주장을 해 왔고, 그리하여 족장의 이름으로 그를 제거하라 지시를 내렸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아마 하루 즈음 지난 후에 명령이 내려올 것 같아요, 아벨 할아버지께서 뭐라 하시겠죠."
  그리고, 린이 나를 비롯한 일행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 이후, 이번에는 아네샤를 대신 해, 내가 물었다. 그 어두운 색 로브의 남자를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은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러나, 그들 모두 그 물음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 같았고, 과연, 린으로부터 이런 대답이 나왔다.
  "아마 당분간은 그의 모습을 보지는 못할 것 같아요." 이어서 리아가 말했다.
  "한 번 정도는 마주할 수는 있겠지만, 그 이후로는 그런 일이 있거나 하지는 않겠지요."
  이에 린은 그 자는 이미 원래 기계 군단의 수하로서, 자신의 원래 육신을 되찾는 것에 진력할 것 같았음이 그 이유임을 밝히고서, 본인이 원하든, 말든 그런 일에 나서게 될 것임을 밝히고서, 그와 최종적으로 마주하게 될 곳은 은하의 중심일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분명, 그 자는 저에게 '첸트룸 갈락시에 (Centrum Galaxiae)' 를 언급했었지요. 분명 그 곳 어딘가에 대마법사의 육신을 차지한 그 자가 기다리는 곳이자, 기계 군단의 중심지가 있을 거예요."
  "그렇다면, 기계 군단의 중심지까지 가시려 하시는 거예요? 그 자를 말살하기 위해?"
  이에 세미아가 린에게 묻자, 린은 "그렇지요." 라고 주저 없이 답했다. 대마법사의 혼을 모독하는 행위인 만큼, 어디를 가더라도 그런 행위를 저지른 자를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이어서 리아가 질문을 했던 나를 비롯해, 아네샤 등에게 이렇게 이어 말했다.
  "이는 인류를 멸망시키고, 인류를 능욕하려 한 기계에 대한 응징을 위한 일이기도 해요."
  그 이후, 린은 이전에 자신과 마주한 이는 할아버지의 육신을 뒤집어쓰고 있기는 해도, 더 이상 자신의 할아버지가 아니며, 할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났을 것이라 언급하면서, 그런 의미에서 할아버지를 두고 '돌아가셨다' 라고 표현하는 것임을 밝히고서, 그 사실을 누설하지 않기 위한 것도 있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기도 함을 밝히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쳤다.



  그렇게 이야기를 마치고 난 이후, 린은 이제 아이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러 가야 하겠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찻집의 문 밖으로 뛰쳐 나가려 하였고,탁상에는 일행 그리고 리아만 남게 되었다. 이후, 아네샤가 알리스 그리고 나렌에 대해 묻자, 리아가 이렇게 답했다.
  "분명 재미있게 놀고 있을 거예요." 그러더니, 그들에 대해 한 번 재미있는 곳에 '꽂히고' 나면 그것에 몰두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경향이 있음을 밝히고서 뭔가 놀이에 빠져 있을 것이라 그들에 대해 예상을 하려 하였다. 이후, 조금 더 시간이 지날 무렵, 찻집의 정문이 열리고 알리스, 나렌 그리고 이들을 데리고 왔을 린이 다시 찻집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린, 얘들 밖에서 뭐하며 지냈대?" 이후, 리아가 린에게 이렇게 묻자, 린이 이렇게 답했다.
  "길 위에서 뭔가 신기한 것을 주워 왔나 봐." 그러더니, 다시 본래 자리에 앉는 알리스, 나렌으로 하여금 그것들을 보여주도록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자리에 앉은 알리스, 나렌이 리아에게 무언가를 보여주었으니, 투명한 돌 조각처럼 보이는 무언가였다. 하지만 어떻게 보더라도, 돌 조각과는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 있었다.
  "찻집 근처 길가의 풀밭에 이런 투명한 조각, 갈색 조각들이 떨어져 있었던 것 같아."
  이후, 린이 리아에게 돌 조각처럼 보이는 무안가에 대해 언급했다.

  "풀밭 위에 있었는데, 돌 조각 같은 게 떨어져 있었어요. 특이하게 생긴 돌 조각이라 혹시 보석 같은 게 아닌가 싶어, 가져온 거예요."
  그 돌 조각에 대해 나렌이 말했다. 이후, 나렌은 그 돌 조각들을 몇 개 움켜 쥐어서 만지작 거리더니, 나를 비롯한 일행에게 이렇게 말했다.
  "분명 돌은 돌인데, 여느 자갈돌과 만지는 느낌이 달라요, 돌처럼 너무 거친 느낌이 나지도 않고, 유리처럼 날카롭지도 않으면서 어쩐지 가벼운 느낌도 들어요. 이런 돌은 분명 처음 만져보는 것 같아서, 린 언니한테도 조금 만져보라고 했었어요."
  그러더니, 나에게 그 돌을 건네려 하면서 말했다.   "거기 계신 분들도 한 번 만져보시지 않으실래요, 되게 신기해요!"
  "그래, 한 번 만져볼까." 그러자 이야기를 들으며, 이전부터 신기해 하던 리마라가 자신이 있는 쪽으로 돌들을 내민 나렌의 모습을 보면서 왼손으로 돌을 한 개 주워서 엄지, 둘째 손가락으로 그 돌을 잠깐 만져보려 하였다. 그리고, 한참 주의 깊게 돌을 살피고 만져보고 있던 그에게 내가 물었다.
  "만져보니 어때?" 그러자, 리마라가 바로 나에게 이렇게 답을 하였다.
  "이거, 무슨 느낌이지?" 그러더니, 나에게 돌을 만지는 느낌도 아니고, 그렇다고, 유리를 만지는 느낌도 아니라 하였다. 그러면서 나렌이 말한 바처럼, 조금 더 부드럽고, 가벼운 느낌이 든다고 말하더니, 그 가벼운 느낌 때문인지, 보석 같은 느낌은 들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리마라는 투명한 돌 조각은 보석의 일종처럼 보였던 것 같았다.
  "라르나, 이게 무슨 물질인지 알겠어?"
  "나한테 물어봤자......" 그러자, 내가 답했다.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나도 그 물질의 실체에 대해서는 잘 몰랐음이 그 이유였다. 무기 등을 만들 때, 쓰는 결정 조각은 확실히 금속과 유리의 중간 성질을 갖고 있어서 그 물질과는 많이 달랐다. 한 동안 그 돌 조각 아닌(?) 돌 조각들을 만지작거리던 나는 그 돌 조각들을 알리스에게 주면서 알리스에게 이렇게 물었다.
  "알리스 양, 그 돌 조각들을 다른 곳에서 찾은 적은 있어?"
  혹시, 다른 어딘가에 그것들과 같은 돌 조각이 떨어져 있던 것은 아닌가, 싶어서 알리스에게 물어보려 하였던 것. 그러나, 알리스는 다른 곳에서는 주운 적이 없다고 했다. 나도 딱히 기대를 하지 않아서, 그런 그에게 "그렇구나." 라고 답하려 할 즈음, 나렌이 나에게 알리스를 대신해 이렇게 답하는 것이었다.
  "본 적이 있어요! 강가 건너편의 유적지에 이런 조각들이 몇 개 흩어져 있었어요!"
  나렌에 의하면 남쪽 강가 건너편에는 작은 유적지가 있다고 한다. 잘 눈에 띄지는 않지만, 크고 작은 집들의 흔적이 수풀에 묻혀 있다고 하며, 유적들 안쪽에 그 돌멩이와 같은 작은 돌멩이들이 여럿 흩어진 모습이 보였다고 했으며, 이런 돌 조각들을 주워서 집으로 가져가려 했던 적도 있었음을 알렸다.
  "그 중에는 진짜 보석도 있었어요, 사실은." 그리고 나렌이 말을 마치자마자, 리아가 이어서 말했다. 유적 근처의 흙더미에서 주로 발견됐으며, 흔히 발견되는 쇳 조각, '돌 조각' 이 아닌 진짜 돌이었음을 알고 나서, 보석임을 확신하고, 근방의 마법 학교로 가져가서 감정 의뢰를 했던 적도 있었음을 밝혔다.
  "보석상도 있었지만, 미지의 보석은 보석상들도 이런저런 이유로 잘 감정을 안 하려고 해서, 그런 것들은 마법 학교까지 가져가서 감정 의뢰를 하게 돼요. 아무튼, 거기서 의외의 결과가 나왔어요."
  린이 말을 마치고 난 이후, 곧바로 리아가 언급하기를 그 보석들은 다름 아닌 '아다만티아 (Adamantia)' 였다는 것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보석으로 세밀한 가공을 통해 빛을 발할 수 있어서, 잠재력의 상징으로 통하는 그 아다만티아가 바로 그 보석의 정체였다는 것이다.
  "주로 인근의 흙더미 부근에서 발견이 됐었지요. 원래는 석탄이나 식물, 동물의 유체가 변질을 거듭하다 보면 드물게 생성된다고 했는데, 그런 물질들이 다량으로 발견된 것이었지요."
  그리고서, 린은 유적들이 대개 붕괴되거나 파괴된 건물들의 잔해였음을 밝히고서, 이런 유적의 특성과 물질들의 연관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다른 유적들을 찾아보려 하기도 했었음을 밝혔다. 그러면서 간 곳은 도시의 북서쪽 인근에 자리잡은 여러 크고 작은 '마탑' 들이 자리잡은 '마탑의 유적' 이라 얼컬어진 곳이라 하였다.
  "마탑이란 마법사들이 거주하는 탑이라고, 여러 이야기 책에서 본 적이 있어요. 하지만 현실의 마법사들은 그런 높은 건물을 지을 여력이 없는지라, 일반적인 집이나 학교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생활을 딱히 원치 않는 이들도 많았고. 다만, 높은 탑에 거주하고픈 욕망을 충족시키려 거목 위에 집을 짓는 경우는 있기는 했네요."
  그리고, 린에 이어 리아가 말하기를, 도시의 근처에는 '마탑' 이라 칭할 정도로 높은 탑들이 여럿 자리잡고 있었다고 했다. 본래는 마탑은 아니었겠지만, 하나하나가 현재의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건축물들인지라, '마탑' 들로 칭해진다고, 마탑에 대해 알리더니,
  "주로 나무들과 새들의 보금자리이지요." 라는 한 마디 말로 이야기를 마쳤다. 이후, 린이 이어서 말하기를, 그 유적들에도 나렌이 발견했던 그 돌 조각들이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고, 이를 통해 유적들 그리고 돌 조각들의 연관성을 찾아보려 했었음을 밝혔다. 그러나, 그 곳에서 그들은 의외의 무언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 잿빛 로브를 뒤집어 쓴 그 기계 앞잡이였지요." 그러더니, 리아가 바로 그 자가 누구인지 밝혔다. 그 대마법사의 육신을 차지한 무언가를 발견했다는 것이었다. 이어서, 리아가 밝힌 바에 의하면, 그는 멍하니 유적 일대를 돌아다니는 듯하더니, 자신을 쫓아온 린 그리고 리아를 발견한 이후, 갑자기 정신을 차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이어서 기계 병기들을 다수 소환하면서 도망쳤다고 했다. 그 기계 병기들은 모두 처치되었지만, 그 회색 로브를 뒤집어 쓴 자의 행방은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공간을 전이하면서 사라졌겠지요." 린이 말했다. 그 이후, 린은 그리하여, 자신과 리아가 유적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 마법사의 행적을 찾으려 하였으나, 어디에서도 행적을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후에 그 유적을 다시 찾아, 돌들을 다수 발견했었어요. 이전의 유적 그리고 분수대에서 발견된 돌 조각과 비슷한 성질의 돌들이었어요. 일반적인 돌이나 보석과는 다른 부드러운 촉감과 가벼운 무게가 특징인 바로 그 돌들이지요. 그래서 유적이 있는 곳이라면 돌들이 반드시 있겠구나, 했었던 적도 있어요."
  그렇게 린이 말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그들의 이야기는 일단 끝이 났다. 이후, 리아가 나를 비롯한 일행을 둘러보더니, 이렇게 물으려 하였다.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셔야 하지 않나요? 제가 아는 바로 바람의 정령들은 한 곳에 오래 머무르려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다 그런 것은 아니기는 해요." 그러자 아네샤가 바로 화답했다. 내가 아는 바로 같은 마을에 사는 모네아 (Monea) 언니 (본명은 '모네아 비시아리 (Monea Visciari)' 이다) 의 경우에는 찻집 등에 나름 오래 앉아 있으면서 풍경을 감상하기도 하는 일면을 갖고 있다, 모네아 언니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바람의 정령과는 다른 면모가 있어 보이기는 했다만, 아무튼, 그런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대체로 거칠고 분방한 여타 바람의 정령들과 달리, 모네아 언니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성숙한 요정과 닮은 일면이 있어, 린, 리아 등과도 잘 어울릴 것 같은 일면이 있어 보였다.
  린, 리아가 그렇게 말한 바에는 이유가 있었다. 동행하던 알리스, 나렌이 찻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았고,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나자고 나를 비롯한 일행에게 그렇게 말을 건넸을 것이다. 그 의도를 파악하고서, 나는 린, 리아에게,
  "알았어요, 일어날게요." 라고 말하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고, 이어서 아네샤와 리마라, 세미아 순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후, 알리스, 나렌 역시 린, 리아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고, 이어서 알리스, 나렌이 먼저 밖으로 나가고, 이어서 린, 리아가, 마지막으로 나를 비롯한 일행이 마지막으로 찻집을 나가게 되었다. 찻집을 나갈 무렵, 린, 리아가 찻집 주인에게 인사말을 건넸고, 찻집 주인이 이에 바로 인사말로 화답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찻집 인근의 길가, 알리스 등이 '돌' 들을 주워갔던 그 일대에 일행이 다 모이자, 린, 리아가 앞장서면서 일행은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들은 찻집을 지나, 서쪽 길을 따라 계속 걷기만 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아네샤가 린에게 어디로 가느냐고 묻자, 린이 답했다.
  "여기서 한 구역만 더 가면 보이는 북쪽 길을 지나면, 서부 공터가 있어요. 그 쪽으로 가려고요."
  그리고, 리아가 말하기를, 그 공터는 테니스장도 있고, 농구 (Pagongong) 장도 있으며, 무대도 있는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어서 인근에서 뭔가를 하고 싶을 때,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이라 하였다. 그러더니, 건물 하나를 더 지나간 이후에 린은 오른쪽-북쪽- 너머의 길목을 지나, 그 너머의 길을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고, 그들을 따라가면서 정말로 길 너머에 연둣빛 풀들이 자라난 공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짤막한 풀들이 빽빽히 자라난 넓은 곳으로 왼편에는 테니스를 위한 곳임을 나타내는 경계 그물망이 있었고, 그 반대편에는 농구할 때 쓰라고 있는 듯한, 높은 나뭇가지 위의 바구니가 있었다. 풀밭 한 가운데는 나무로 만들어진 대 같은 것이 있었으니, 그 대에 대해, 린은 공연 등을 할 때, 쓰는 곳이라 하였다.
  이후, 알리스, 나렌은 근처에 떨어진 공을 들고 그물망을 사이에 두고, 공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배구 (Valegong) 의 일종인 듯해 보였다. 그렇게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리아가 그물망 근처에 섰다. 그러는 동안, 린은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고, 리아가 그 곁에서 이들을 지켜보며, 나무 대에 걸터 앉으려 하였다.
  "앉고 싶으면 앉으셔도 괜찮아요." 그럼에도 나는 앉지 않으려 하였으나, 아네샤는 린의 곁에 바로 앉았으며, 세미아 역시 그런 아네샤의 옆에 앉으려 하였다. 리마라와 함께 공놀이를 멀리서 지켜보려 할 즈음, 리마라가 린에게 그 곳에는 얼마나 머무르려 하는지에 대해 물었고, 린이 바로 답했다.
  "공놀이가 끝날 즈음에는 다른 곳으로 가 봐야죠." 그러더니, 머지 않아, 도시의 서부 구역에 위치한 연금 공방에서 연금 실험 시연 행사를 연다고 하니, 그 곳으로 가 보려 함을 알렸다. 그와 더불어, 클라리스, 미라 그리고 그들의 친구인 묘정족 리에타가 연금 실험을 무척 재미있어 하는 것 같다고 말하고서, 클라리스, 미라는 리에타를 통해 연금 실험이 무엇인지를 알게 됐고, 그래서 그를 따라 연금 실험에 흥미를 갖게 됐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연금술인지 뭔지로 만들어진 용액을 통해 흥미로운 공작물 등이 만들어지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는 어떻게 듣게 되었나요?" 이후, 아네샤가 묻자, 린은 리에타가 무기 제작 건으로 세오프리마에 온 적이 있고, 만남 도중에 들은 바 있다고 밝혔다. 자신은 클라리스, 미라와도 공동 작전을 펼치면서 긴밀히 협력하는 사이이고, 그들의 친구인 리에타를 통해,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으려 했다고 이어 그에게 알려주기도 했다.
  "저하고 리아 그리고 아이들도 같이 가려고요, 아이들도 그런 실험 공연, 많이 재미있어 해요."
  그러더니, 린은 자신도 알리스, 나렌과 함께 연금 공방으로 가려 하고 있음을 밝히고서, 광장의 동쪽으로 나간 후에 몇 분 정도 걷다 보면 해당 공방 근처에 이를 수 있음을 밝혔다. 공방의 이름은 '마예스티아 (Mayestia)' 이며, 그 근처에 '신탁시스 (Syntaxis)' 라는 찻집이 있음을 알리기도 했다.
  "어쩐지 이름이 꽤 거창하잖아." 그 말을 듣자마자 리마라가 바로 말했다.   "여기예요." 앞서 가던 린이 잠깐 고개를 돌리며, 뒤따르던 나를 비롯한 일행에게 알렸다. 그 무렵, 공방 앞에는 큰 마차가 놓여 있었으며, 그 주변 일대에 의자들이 몇 놓여 있었다. 이에 대해, 리아가 언급하기를, 어린 아이들이 서서 구경하기 불편할 것 같아 놓아둔 것이라 하였다.
  "알리스, 나렌." 이후, 린이 알리스와 나렌을 불렀고, 그러자, 일행을 따라 왔던 알리스, 나렌이 바로 린, 리아 자매가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그 무렵, 린, 리아 자매는 두 어린 소녀들을 위한 자리들을 마련해 줬고, 이를 통해 어린 소녀들은 마차 앞 좌측의 두 의자들에 앉을 수 있게 되었다.
  "공연을 시작하려면 아직 멀었나 봐요." 일행 이외에는 아무도 없던 현장을 보며, 내가 린에게 묻자, 린은 그러하다고 답하고서,
  "공연 30 분 즈음 전에 온 거예요." 라고 이어 언급하였다. 그리고, 10 분 즈음 전이 되면 사람들이 하나, 둘 씩 올 테니, 기다려 보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의자는 몇 없고, 의자들 자체가 아이들을 위한 것 같아, 나를 비롯한 다른 이들은 그 뒤에서 조용히 서 있으려 하였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날 무렵, 공방 주변 일대에서 사람들이 하나, 둘씩 다가오기 시작했다. 모두, 엘베 인들로 마을에서 구경 삼아 온 이들 같아 보였다. 처음에는 주로 아이들만 찾아왔으나, 이후로 장성한 사람들도 몇 찾아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린 아이들을 제외하면, 호기심 삼아 온 이들은 별로 없었던 것 같으며, 심심한 시간 대에 마침 좋은 구경 거리가 있어서 찾아온 이들이 대다수였을 것이다.
  "우리도 휴일에 심심할 즈음에 공연단이 와서 공연하고 그랬었지?"
  "응." 이후, 아네샤가 나에게 물었고, 그 물음에 나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 무렵, 리마라가 "그 산길 오르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가 나에게 말하자, 아네샤가 그런 것도 없으면 심심해서, 마을 내에서 살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고 리마라를 비롯한 일행의 다른 이들에게 말하기도 했다.

  한편,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더 많은 엘베 인들이 간이 공연장을 찾았다. 꽤 많은 이들이 몰려와서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주로 아이들이 찾아왔으나, 아이를 대동한 어른들의 모습도 간간히 보였으며, 장성한 이들의 모습도 곳곳에 보이고 있었다. 공방 앞에 노란빛, 연둣빛 머리카락을 가진 이들이 모이면서 분위기는 이전과는 사뭇 달라지게 되었다.
  "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 같아." 그 광경을 보며, 리마라가 말했고, 이에 아네샤가 그런 것 같다고 답하더니, 그에 이어, 휴일이라서 그런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더니, 나렌 그리고 리아에게 다가가서 이렇게 물었다.
  "나렌 양, 혹시 오늘 휴일이에요?" 그러자, 나렌은 아니라고 답했고, 여느 때와 같은 날이라고 이어 말했다. 그리고, 리아가 이어 말하기를, 휴일은 아니지만, 일하다가 쉬러 온 사람들이나, 점심 먹고 여유가 생긴 사람들이 찾아오기도 한다고 말하고서, 여름에는 더 많은 이들이 찾아오기도 함을 밝혔다.
  "언니들, 저기 봐요." 그 때, 알리스가 나를 보더니, 나의 오른편을 보라 하였고,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뭐가 있어요?" 라고 묻는 말을 건네면서 고개를 돌려 나의 오른쪽 너머를 보려 하였다. 그리고 그 곳에서 하늘색 머리카락을 가진 엘베 소녀들을 비롯한 여러 엘베 인들 사이로 클라리스 그리고 미라가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저 분들도 오셨구나.' 그 광경을 보며, 내가 말했고, 이에 알리스가 "그래요." 라고 바로 화답했다. 알리스는 클라리스 그리고 미라를 잘 알고 있는 듯해 보였으며, 그래서 그에게 혹시 두 사람에 대해 알고 있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러자, 알리스는 바로 그렇다고 화답하고서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이전부터 여기로 자주 오시던 언니 분들이에요."
  "그래?" 그러자, 내가 바로 이렇게 말했고, 이후, 알리스는 자신은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나렌은 두 사람과 만나 본 적이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흥미가 생긴 나는 바로 나렌을 찾아가서 그에게 관련 사항에 대해 물어보려 하였다, 클라리스 그리고 미라라는 사람에 대해 알고 있느냐고 물으려 한 것이었다.
  "잘 알아요!" 그러자 나렌이 바로 답했다.
  "그 언니들, 이전에도 여기로 온 적이 있어요. 린, 리아 언니와 아주 가까운 사이라고 하던데요!"
  나렌으로부터 그 말이 들려오던 그 때, 고개를 잠깐 돌려 보니, 린과 리아가 클라리스, 미라를 향해 다가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클라리스가 자매를 맞아주고, 이어서 미라가 자매를 이끌고, 공방 바로 앞으로 데려다 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잠깐 본 이후, 나는 다시 나렌을 보려 하면서 그에게 말했다.
  "정말 그런 것 같네. 린, 리아 씨께서 두 분과 특별히 인연을 어떻게 맺으시거나 했는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알고 있어?"
  이후, 내가 묻자, 나렌은 이전부터 이런저런 이유로 클라리스, 미라가 세오프리마를 찾았고, 그러하다 보니, 서로 가까워진 것 같다고 답을 했다.

  그 순간, 공방 쪽에서 한 사람이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보였다. 엘베 인으로, 다소 키가 큰, 하얀 가운을 몸에 걸친 모습을 보이는 남성이었다. 그는 탁상에 램프 장치와 유리 플라스크 (Flask), 그리고 여러 약품들을 비롯한 실험에 관한 여러 물품들을 가져오더니, 재미있는 공연을 시작해 보겠다고 다소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말하려 하였다.
  "저 가운은 마법 학교에서는 의무적으로 입어야 한다면서요?" 미라가 린에게 흥미를 느낀 듯한 목소리를 내며 물었고, 그 물음에 린은 그렇다고 답했고, 이어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적어도 연금 실험 때에는 의무적으로 입어야 했지요. 단, 그 가운만 입으면 되는 것이라, 상당히 편한 규정이었다는 말이 있기도 했어요."
  이어서 린이 말했다. 꽤 장난기 어린 밝은 목소리였다. 그러더니, 리아가 이어서 말하기를, 가운을 사람들은 대개 귀찮다는 이유로 정비를 하거나 하지도 않아서 상급생들의 가운은 상당히 낡아 있기에, 옷 상태가 신입생과 상급생을 구분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어디선가 본, 언데드 학교 이야기에서는 상태가 그나마 온전하면 신입생이고, 상급생이 되어갈 수록 해골에 근접해져 가던데, 그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네요."
  린, 리아 자매의 설명을 듣자마자 미라가 조용히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러는 동안 클라리스는 그런 미라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기만 하고, 달리 말을 하지는 않고 있었다.

  그 이후, 내가 다시 나렌을 향해 돌아서서, 그에게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느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나렌은 그러하다고 답했다. 그러자, 리아가 바로 나렌에게 말하기를, 나를 비롯한 4 사람의 거처가 그 두 사람의 거처가 거의 같을 것이라 말하고서, 저녁에 가면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 그 집에 갈 거예요. 어디에 있어요?"
  그리고 나렌이 묻자, 리아가 거목 동쪽 근처에 있는 큰 집이라 말하고서, 어떤 곳인지는 이후에 알려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제 여러분들께 아주 재미있는 실험을 보여드리도록 할게요~."
  흰 가운을 걸쳐 입은 공방의 주인은 원통 형 유리 그릇 (어른의 주먹, 그 2 배 정도의 크기를 가진 그릇으로 용량은 대략 500 밀리리테르 정도는 되어 보였다) 안에 작은 병 안의 액체를 흘려넣기 시작했다. 끈끈한 액체로, 뭔가를 붙이기 위해 쓰는, 그러니까 '접착제' 로 만들어진 것을 변형시킨 것이었다고 했다. 드벨파 족의 도시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접착제라 하였다.
  "이제 이 접착제에다가 물하고~"
  이후, 그 공방 주인은 그릇 안에 물을 그릇의 반을 채울 정도로 넣더니, 이어서 작은 그릇 안에 들어있던 모래처럼 보이는 가루를 왼손으로 들어 보여주려 하였다. 공방 주인에 의하면 그 가루는 보락스 (Borax) 라는 광물을 갈아 만든 것으로, 어느 사막 지대의 말라버린 호수의 흔적에서 발견된 것이었다고 했다.
  "이 보락스는 연금 공방이나 드벨파 족의 약국 등지에서 구하실 수 있어요~"
  접착제가 들어있던 그릇 안에 공방 주인은 물 그리고 모래처럼 생긴 보락스라는 물질을 넣은 이후, 공방 주인은 그 그릇을 오른손으로 들어 보여주면서 "이제 섞으시면 됩니다~" 라고 말하더니, 다시 그 그릇을 탁상 위에 올려놓고, 은 막대로 젓기 시작했다. 그렇게 잠깐 물질을 섞더니, 그 이후, 보락스가 들어있다는 그릇의 왼쪽 (내가 보기에는 오른쪽) 에 놓인 병에 들어있던 색이 포함된 가루를 조금 더 넣어서 계속 저으려 하였다.
  "자, 이제는 저어서 섞기만 하면 됩니다~ 너무 힘을 주어 섞으실 필요는 없어요~."
그렇게 공방 주인에 의해 섞이면서 접착제, 액체 그리고 가루형 물질이 한데 섞인 그릇 안의 용액은 조금씩 불투명해지고, 끈끈해지더니, 마침내, 흐릿할 정도로 약간 불투명한 찰흙 형태의 물질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이 물질은 점토, 종이 점토 상의 덩어리가 되었고, 공방 주인은 그리하여, 그 물질을 유리 그릇에서 떼어내 손으로 주무르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투명한 덩어리를 오른손으로 들어 보이면서 말했다.
  "보셨지요? 접착제와 물 그리고 보락스로 이런 투명하고 말랑한 덩어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은 붉은 젤리 상의 덩어리로, 공방 주인의 주먹 크기만한 덩어리였다. 그 말랑한 덩어리는 점토 덩어리보다도 부드럽고 물렁해 보였으나, 쉽게 떼어지지는 않는 그런 특성을 보여주었다. 다만, 점토 덩어리와 마찬가지로 탄성은 없었고, 손이 가는 대로 변형되고, 원래 모습으로 바로 돌아가려 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원하는 대로~ 덩어리를 주무르며 뜻하는 대로 모습을 바꿔 보실 수 있는, 그런 것이지요."

  그 이후, 그 공방 주인이 덩어리를 탁상 한 곳에 놓아두고서, 다른 도구들을 꺼내오려 할 즈음, 그 여유 시간에 잠깐 클라리스, 미라 쪽을 바라보려 하니, 야누아, 마야가 클라리스에게 다가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대화는 주로 클라리스, 미라 그리고 야누아가 이어가고 있었으며, 마야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그저 가만히 듣고 있었을 따름이었다.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주고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주의 깊게 듣지는 않았는데, 그들 나름의 사적인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었던지라, 굳이 그것까지 기억에 남길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언니들, 세니티아로 놀러가고 싶은데, 세니티아의 어디에 가면 언니들 같은 분들을 만날 수 있어요?"
  그 때, 알리스가 나에게 말을 거는 목소리가 들렸고, 그 목소리에 내가 바로 반응해서 알리스가 앉은 의자 (내 앞에 있는 두 의자들 중에서 알리스가 앉은 의자는 왼쪽, 그리고 나렌이 앉은 의자는 오른쪽에 있었다), 그리고 알리스를 보려 하면서 그의 물음에 답하려 하였다.
  "엘젠 산맥이란 큰 산맥이 있어. 그 남쪽 가장자리의 산등성이 지대 한 곳에 있어. 대륙의 중앙 부근으로, 마을의 이름은 루샤트 (Lusyat) 야. 설명만으로 어디에 있는지 말하기는 조금 복잡해, 지도를 통해 자세히 알 수 있을 거야. 세니티아 전도를 구할 수 있으면 바로 알 수 있을 텐데."
  "그 곳이 어디인지는 내가 나중에 알려줄게." 그 때, 린이 알리스에게 말했다. 그러자, 알리스는 "정말요?" 라고 물었고, 그 물음에 린은 "물론!" 이라 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무렵, 공방 주인은 또 다른 간단하면서도 흥미로운 실험 거리를 준비했음을 알리고서, 비어있는 유리 물통 한 개와 물이 채워진 물병 한 개, 투명한 유리 잔, 그리고 약병 몇 개와 갈색 병 한 개를 준비했다. 가열된 물이었는지, 물병의 입에서 하얀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우선 공방 주인은 오른손으로 약병을 들어, 유리 잔 안에 그 약병에 포함되어 있을 투명한 액체를 조금 부었다. 그러더니, 그는 이어서 따뜻한 물을 품은 물병에서 물을 조금 부었다.
  "여기에 효모를 조금 넣을 것입니다." 이후, 공방 주인은 이전의 약병을 내려놓더니, 오른손으로 갈색 병을 들고, 왼손으로 그 병의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왼손의 뚜껑을 내려놓고, 공구함에서 작은 숟가락 하나를 꺼내더니, 그 숟가락으로 갈색 병의 가루를 유리 잔에 조금 넣어서 약물에 섞었다.
  "저거, 효모잖아." 그 광경을 보던 리마라가 그 후, 나를 비롯한 다른 이들에게 그 가루가 효모임을 알렸고, 그러자 아네샤가 가루를 보더니, "정말이네." 라고 이어 말했다. 그러더니, 나에게 저 가루는 무슨 역할을 할 것 같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나는 이렇게 답을 했다.
  "아마 촉매의 역할을 하지 않을까?"
  비록 산중이라 다소 열악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마을의 학교에서는 주변 일대의 마녀들에게 지원을 받아가며, 여러 실험 교육을 진행했었으며, 나를 비롯한 몇몇이 해당 교육에 참가하면서 관련된 용어들을 조금 배워 보기도 했다. 그 중에는 촉매 (Katalysta) 라는 것도 있었고, 그것이 특정 물질의 결합이나 분해 등의 반응 속도에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도 들은 바 있다.
  "그게 헤미칼 (Chemikal) 이라 했던가, 헤미...... 뭐였지?" 이후, 리마라가 하는 말에, 세미아가 바로 "케미스트리아 (kemistria) 혹은 헤미스 (Chemis) 라고 했잖아." 라고 바로 알려 주었다. 그 학문의 명칭에 대해서는 나도 자세하게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덕분에 나도 바로 알아낼 수 있었다.
  "상처에 무슨 약을 바르면 거품이 일어난다고 하더라고, 그 때, 피가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 들은 바 있어. 저기서는 효모가 그런 역할을 맡게 될 것 같아."
  이후, 내가 리마라, 아네샤 등에게 그 효모의 쓰임새에 대해 추측한 바를 알렸고, 이에 아네샤가 그런 나에게 "그러하겠지." 라고 말하더니, 이어서 이렇게 말하려 하였다.
  "저게 무슨 약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약물하고 붉은 액체를 섞어서 뭔가 반응을 일으키려 할 거 아냐, 그 반응이 원래는 그렇게 빠르고, 급격하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그런 현상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촉매제를 써야 하겠지? 약물 안에 효모를 괜히 집어넣은 것은 아닐 거야."

  그렇게 이야기가 이어질 무렵, 공방 주인은 투명한 유리 물통 안에 다소 푸르스름한 시럽 같은 액체 (먹으면 당연히 안 되는 거 by 리마라) 를 꽤 많이 들이 붓더니, 이어서 붉은색을 띠는 액체 (그거 먹어도 된다고 했는데, 웬만해서는 먹으려 하지 마 by 아네샤) 를 섞어서 그 모든 것을 붉게 물들이게 하였다. 그러더니, 그는 이전에 썼던 물통 안에 약물과 효모가 완전히 섞여 노랗게 변한 액체를 보여주면서 이렇게 말하려 하였다.
  "이제 효모가 들어간 물을 물통 안에 넣어, 하나로 합칠 것입니다. 이후로 여러분께서 예상치 못하셨을 놀라운 일이 벌어지게 될 거예요."
  그러더니, 공방 주인은 노란 약물이 들어있는 물 잔을 오른손으로 들더니, 그 물 잔에 들은 그 약물을 붉은 액체 안에 들이부으려 하였다. 노란 물 줄기가 붉은 액체와 맞닿는 순간, 붉은 액체에서 주황빛 거품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거품은 순식간에 급격히 불어나더니, 결국 물통 밖으로 넘치기 시작했다. 넘친 붉은 거품은 뱀의 몸처럼 물통을 감으려 하는 듯이 흘러 내리다가 잠시 후에 그 형태가 가라앉아, 물통 주변에 붉은 웅덩이가 생성된 듯한 광경을 보이게 되었다.
  "어떻습니까?" 그 광경이 보인 이후, 공방 주인이 말했다.
  "아주 재미있는 현상이라 말할 수 있겠죠." 그러더니, 그는 또 다른 약병을 들어서 사람들 앞에 보이려 하였다. 그에 의하면 그 약병은 이전에 자신이 활용했던 약물과 같지만, 그 농도가 훨씬 짙다고 하였다. 그에 의하면 그 농도는 35% 정도라 하였으니, 이전의 용액은 그 농도가 짙어도 20% 정도였던 것 같다.
  이후, 그는 약물 병을 탁상 가장자리에 올려놓더니, 자신의 두 손이 탁상 위에 넘쳐서 흘러내린 액체를 향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그의 두 손이 노란색 빛을 발하도록 하였고, 이어서 탁상 위에 금색을 띠는 원형 마법진이 생성되더니, 그 마법진이 빛을 발하면서 물병과 병 밖으로 넘친 모든 액체들이 붉은 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마법으로 저런 것도 할 수 있구나." 그 때, 그 광경을 보던 리마라가 말했고, 이어서 이전에 있었던 일이라며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아네샤는 주변 일대를 정리한다면서 마법으로 회오리를 일으켜 그 일대의 모든 것들을 싹쓸이 해 버렸는데."

  아주 오래 전, 나를 비롯한 이들이 어릴 적에 어떤 집에서 이런 것, 저런 것들을 가지고 놀이를 즐긴 적이 있었다. 각종 기물들, 판을 들고 게임을 즐기거나 했었는데, 이것저것 놓아둔 것들이 너무 많아서 정리가 필요했는데, 아네샤가 정리를 한 번에 하겠다고 나서더니, 회오리 바람을 일으켜 버렸고, 그 모든 것들, 놀이를 위해 꺼내 놓은 것들은 물론, 놀이와는 아무 관계 없는 집기들까지 회오리바람으로 인해 집 주변 먼 곳까지 날아가 버렸었다.
  이후, 날아가 버린 것들은 나와 친구들이 전부 찾아야 했고, 다 찾을 때까지 밤새도록 바깥을 돌아다녔었다.

  "그 때, 아네샤한테 다들 화가 나 있었지, 왜 그런 짓을 했냐, 그랬었어."
  그 이야기를 하던 도중에 세미아가 나에게 말했다. 그런 그의 말에는 나도 동감을 했었으니, 나도 당시에 아네샤가 저지른 일 때문에 많이 열 받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아네샤가 불현듯 어떤 이야기를 했었는데, 엘베 족은 새어나온 액체나 쓰레기 조각 등을 소멸시켜 주변을 깔끔하게 만드는 주문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이야기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당연하게도 한결 같은 '터무니 없는 소리 말고, 물건 찾기나 해라!' 였다. 이후로 아네샤는 그 때의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러워져서 그런 주문을 함부로 쓰려 하지 않게 되었고, 그 경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아네샤와의 관계 회복도 은근 시간이 걸렸다)
  그 이후로 그런 주문의 존재는 터무니 없다고 여기어진 바 있었는데, 그 실체를 이제 보게 된 것이었다.

  "자아, 이제 조금 더 짙은 것으로 뭔가를 해 보겠습니다." 이후, 공방 주인은 그 약병도 내려놓더니, 왼팔을 탁상 아래로 내려놓더니, 또 다른 약병을 왼팔로 꺼내 보여 주었다. 그의 왼손에 쥐어진 것은 이전의 것들과 똑같이 생긴 약병으로 성질 자체는 똑같은 약병 같아 보였다.
  "이것은 이전의 그 용액들과 같은 것들입니다만, 농도는 또 다릅니다, 무려 50% 에 달하지요."
  그러더니, 그는 그 용액에 효모를 섞어서 이전과 같은 액체에 넣을 것이라 말하더니, 그 약병을 내려놓고, 물통에 이전과 같은 푸르스름한 시럽 같은 액체를 들이붓기 시작했다. 그것 자체는 이전과 비슷하기는 했으나, 이번에는 그 양이 이전 때보다 훨씬 많았다, 물통의 1/3 가량을 채울 정도였다. (이전에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게 액체를 물통 안에 들이붓고, 푸른 액체로 물통 안의 액체를 파랗게 물들인 공방 주인은 이어서 물 잔에 자신이 언급했던 그 액체를 가득 채우고, 이전에 했던 바처럼 효모를 액체에 섞어 노란 액체를 만들고서, 그 잔을 푸른 액체에 따를 준비를 하면서 말했다.
  "이제 정말로 놀라운 광경을 보시게 될 것입니다. 모두 기대하시지요."
  그러자, 엘베 족 사람들은 뭔가 눈치를 챈 듯, 다급히 공방 주변을 떠나려 하였고, 아이들 역시 자리에서 급히 일어나려 하였다. 린, 리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알리스, 나렌에게 어서 일어나라고 하고서, 그들을 데리고, 공방 근처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가려 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슨 일이에요? 왜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는 거죠?"
  "여기 있으면 위험해요! 어서 물러나야 해요!" 그러자 리아가 알리스, 나렌과 함께 공방을 떠나려 하였고, 이어서 알리스가 이제 액체 폭탄이 터지고 거품이 공방 전체로 퍼질 것이라면서 어서 피해야 한다고 알렸다. 왜 그런 말이 나오는지 당최 알 수 없기는 했으나, 다들 위험하다고 했던 만큼, 물러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공방을 바로 떠나려 하였다.
  "여러분! 쇼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요! 왜 떠나려 하시는 것입니까!?"
  그렇게 아이들까지 다급히 떠나려 하자, 공방 주인은 다급히 호소를 하려 하였다, 마치 자신이 하려 하는 것에 왜 사람들이 위험을 느끼는지 전혀 모르는 것처럼. 나도 잘 모르기는 마찬가지였으나, 아이들도 도망가려 하는 것에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 여기었기에, 떠날 생각이었는데, 그런 일행을 보며 공방 주인이 말했다.
  "이방인 여러분!!! 제가 무슨 일을 하려는지 한 번 즈음은 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떠나지 말고 여기서 봐 주세요!!!"
  그러면서 공방 주인은 천천히 물통 안에 부으려 한 노란 액체를 다급히 쏟아 부었고, 그렇게 물통 안의 푸른 액체는 다급히 쏟아지는 노란 액체에 닿는 순간, 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그 소리를 듣자마자 일행 모두 다급히 날개를 펼치고, 주변 일대의 상공으로 날아가려 하였다. 폭발에 휩쓸리지 않으려 한 것. 다행히도 폭풍은 한참 날아간 이후에도 닿지 않았다.   한참 그렇게 비행하다가, 이제 끝났나 싶어, 비행을 멈추고 돌아서서 상공에서 공방 쪽을 내려다 보았다.

  "세상에......" 그 무렵, 리마라가 있는 내 왼쪽에서 리마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후, 공방 쪽을 내려다 보니, 공방이 있는 전체가 하늘색 거품에 휩싸인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공방 주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니, 아무래도 미리 도망쳤거나, 아니면 폭풍 그리고 거품에 휩싸였을 수도 있다. 탁상 역시 거품 때문에 보이지 않았으나, 폭발이 거세게 일어났을 테니, 폭발에 휩싸여 파괴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저래서 다들 도망가려 했던 것이었구나." 그 모습을 보며, 아네샤가 말했다. 그러더니, 그가 뭔가 하기도 전에 다들 도망가려 했던 것을 두고, 이전에도 이러한 일들을 한 번씩 벌였고, 그래서 위험의 조짐을 다들 알아차리고 있었던 것은 아니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했겠지." 그러자, 내가 말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사람들이 미리 알아차리고 자리를 피하지는 않았을 테니. 그래서, 공방 주인이 아무것도 몰랐을 이방인인 우리라도 붙잡으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보다시피, 엄청났고, 그런 것을 알게 된 이상, 그 공방 주인이 뭔가 대단한 것을 보여주겠다고 하면, 바로 자리를 피할 것 같았다.
  "나중에 내려가서 엘베 족 사람들에게 물어봐야 하겠다, 그 공방 주인이 무엇으로 유명한지에 대해."
  이후, 아네샤는 사태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나면, 엘베 족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그 공방 주인에 대해 물어보겠음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거품은 빠른 속도로 가라앉기 시작했으며, 남은 액체도 연기로 변해 사라져 갔다. 주변 일대는 바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으며, 그 자리에는 넘어진 탁자와 의자, 떨어진 잔들로 어질러진 공방 앞 마당의 모습이 보였다. 한 가지 놀라웠던 점이 있다면, 그런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깨진 잔은 한 개도 없었다는 것이다. 탁자 건너편에는 폭발에 휩싸인 것으로 보이는 공방 주인의 모습이 보였다. 다친 곳은 없었지만, 충격을 세게 받았는지, 기절해 있었다.
  연기가 사라질 즈음, 공방의 앞 마당 쪽으로 다시 날아서 내려가 보았다. 착지 후에는 바로 날개를 감춘 이후에 공방의 탁자 쪽으로 가 보았다. 두 팔과 다리를 뻗은 채로 기절한 공방 주인에게 다가갈 즈음, 린과 리아 자매 그리고 알리스와 나렌이 그런 일행의 우측으로 다가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저 아저씨, 괜찮은 거 맞죠?" 그 때, 나렌이 다소 걱정되는 듯한 어조로 린에게 물었고, 그 물음에 린이 바로 답했다.
  "다친 데 하나 없어, 충격에 휩싸인 여파로 기절하신 것 같아. 이번에도 보호 마법을 다급히 쓰려 하긴 하셨나 보네."
  린에 의하면 보호 마법을 어떻게든 사용해서 폭풍과 거품 세례를 막아내려 하였지만, 그것만으로 폭풍에 이해 날아가는 것 자체는 막지 못했을 것이고, 그 여파로 기절했으리라는 것. 그럼에도 세게 바닥에 부딪치거나 하지는 않아서 의식은 없어도 일단 무사하다고 리아가 이어 밝혔다.
  그러는 동안, 아네샤는 다시 현장을 방문한 어떤 엘베 족 사람에게 다가가서 그 사람에 대해 물었다. 이런 폭발을 이전에도 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려 한 것. 그런 그의 물음에 대한 그 엘베 족 주민의 대답은 이러하였다 :
  "한 번, 두 번 있는 일이 아니었죠. 매 공연마다 그 끝은 저런 폭발이었으니까요. 폭발이 일어난다 싶으면 모인 사람들은 전부 도망치듯, 해산했고, 그게 공연 마무리였죠."
  이에 아네샤는 그 사람에게 매 공연마다 그러하였느냐고 물으니, 그 주민은 바로 그러하였다고 답했으며, 이런 일을 한 번 두 번 하는 것도 아니라서, 폭발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면, 공연 끝이라 여기는 것이 일종의 관례가 되었다고 밝히기까지 하였다. 당연히 처음에는 몰라서 사람들을 다급히 도망치게 하였으나, 수십 여 년 간 그런 짓을 벌였으니, 이제 알 사람들은 다 알게 됐다고 했다.
  "폭발에 휩싸이는 공방 주인의 상태를 걱정하는 경우는 얼마나 되나요?"
  "처음에는 다들 걱정했지만, 한 번 두 번 저질러야지, 이제는 어지간해서는 걱정하는 사람 아무도 없을 걸요, 저기 보이는 아가씨들 정도나 혹시나하며 다가가 보지.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고, 이제는 보호 마법도 몰래 쓰고 다닌다는 것도 사람들이 알아서, 어지간해서는 알아서 잘 살아날 거라 여길 거예요."

  "그러니까, 이런 공연의 끝은 언제나 폭발이었다, 그런 거지?"
  "그렇게 된 거지." 이후, 리마라가 아네샤에게 다가가서 묻자, 아네샤가 바로 그러할 것이라 답했다. 그러더니, 다들 무사한 것 같으니, 어서 가 보자고 청했고, 이에 리마라는 알겠다고 답하더니, 나와 세미아를 불러서 이제 가자고 청하니, 그리하여 나는 아네샤 등의 의사에 따라 공방을 나서게 되었다. 그 무렵, 린, 리아 자매 역시 알리스, 나렌을 이끌고 공방을 나서려 하였고, 이들은 내가 나간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공방을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어땠어요? 공방 주인 분께서는 무사하세요?" 그 무렵, 클라리스가 자신에게 아이들과 함께 다가온 린, 리아 자매를 바라보며 묻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무렵, 클라리스는 오른편에 미라를 동행시키면서 공방의 동쪽 근처의 길을 따라 걷고 있다가, 자신의 왼편으로 다가오는 린, 리아 자매를 보게 되었고, 그러면서 물음을 건네게 된 것.
  "예, 무사해요. 늘 그래 왔던 것처럼요." 그러자 린이 우선 답했다. 그리고, 이어서 리아가,
  "만약, 정말로 무슨 일이 발생했다면, 저렇게 공방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으려 하는 듯이 가 버리지는 않았을 거예요."
  라고 설명을 이어가니, 이에 클라리스는 활짝 웃으면서 "그랬군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 것 같아요." 라고 말하는 것으로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더니, 린과 리아에게 적어도, 한 번 정도는 폭발이 아닌 끝을 내면서 관객들의 박수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더니, 그들에게 그런 자신의 생각에 동감하느냐고 물었다.
  "예, 저도." 이에 린이 우선 답했고, 리아가 이어서 말했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일이라지만, 사람은 누구나 의외의 일면을 보일 때가 있어요. 그렇게 된다면, 특히, 그 공방의 주인 분께 대해 많은 분들께서 감탄을 하시겠지요."
  린, 리아 자매 그리고 알리스, 나렌이 클라리스 그리고 미라와 동행하기 시작하면서 나를 비롯한 4 명은 그들과 약간 거리를 둔 채로 나무들로 이루어진 터널과도 같은 길목을 따라 계속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간 흐렸던 날씨가 어느새 맑아지기 시작했는지, 하늘을 뒤덮은 나뭇가지들 사이로 햇살이 내리기 시작했고, 그 햇살이 초록빛 풀잎으로 가득한 지면에 하얀 빛의 흔적을 남기려 하였다. 그 햇빛들이 나무들 사이로 생성되는 연두색, 초록색 빛들과 함께 주변 일대를 빛으로 환하게 비추려 하였다.
  그렇게 떠도는 빛들 그리고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 사이에서 아이들이 빛을 잡으려 하면서 거리를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였고, 이외에 거리의 건물들 사이를 뛰어다니면서 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도 보였다. 또 어딘가에서는 악기를 통해 연주되는 음악의 소리도 들렸으니, 어딘가에서 건반 악기 등으로 연주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이런 곳에 살 수 있다면, 적어도 루샤트보다는 덜 심심하겠다, 그렇지?"
  거리의 풍경을 둘러보고 잇는 동안 리마라가 내게 말했고, 그러자 내가 그렇다면, 이 마을에 살게 해 달라고 족장에게 청해 보라고 말했다. 그런 말에 리마라는 딱히 뭐라 답을 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간혹, 빛으로 이루어진 나비나 작은 새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였고, 클라리스가 빛의 나비, 작은 새들의 움직임에 그들을 불러서, 그들이 자신의 손바닥 위에 오도록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두 분의 거처가 거목 근처에 있다고 하셨죠?" 그 때, 나렌이 리아에게 클라리스, 미라의 거처에 대해 물었고, 리아가 바로 그러하다고 답하더니, 알리스, 나렌의 부모들에게 관련된 요청을 해 봐야 하겠다고 말을 건네기도 했다. 이후, 알리스가 클라리스 그리고 미라에게 이렇게 묻는 목소리를 내었다.
  "미라 언니께서는 춤을 잘 추신다고 했는데, 저한테도 보여주실 수 있나요?"
  "그럼, 얼마든지." 그러자, 미라가 바로 알리스에게 화답했다. 이후, 내가 그들에게 접근해 오자, 린이 바로 나에게 "마침 잘 오셨어요, 알리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라고 말하더니, 이어서 자신이 할 일에 대해 밝혔다. 알리스 그리고 나렌과 함께 그들의 집으로 가서 그들의 부모들에게 요청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무슨 요청이죠?" 이에 내가 그 요청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리아가 답하기를, 알리스, 나렌의 부모들을 만나, 그들이 자신들의 거처에 하루 정도 같이 있도록 해 줄 것을 허락해 달라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내가 리아에게 허락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묻자, 리아가 이렇게 답했다.
  "어지간하면 될 거예요. 이전부터 알리스, 나렌은 저희 둘을 많이 존경한다고 했었고, 그 부모 분들도 저희에 대해 딱히 나쁘게 생각하시지는 않으시니까요."
  "여러 훌륭한 일을 해낸 좋은 사람들인 만큼, 그들을 따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정도로 생각했다, 그렇게 여기어도 괜찮겠죠?"
  그 말을 듣자마자 내가 물었고, 리아는 그러할 것이라 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린과 리아는 알리스, 나렌을 이끌고 나 그리고 클라리스 등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면서 먼저 거리의 남쪽 길목을 통해 다른 길로 가게 되었고, 그리하여 동쪽을 향하는 길에서 나를 비롯한 일행은 린, 리아 자매 등을 대신하여 클라리스, 미라와 다시 대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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