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건물들의 모습을 보며 에르시아에게 내가 물음을 건네자, 에르시아가 그 답으로써 안에 들어가면 무서울 것 같다는 화답을 하고 있었다. 건축물의 모습이 신기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다소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기도 해서 서운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러할 만은 했기에 크게 신경 쓰려 하지 않았다. 실제로 밤중에 교회 같은 곳에 가려면 무섭다, 아무도 없는 곳인데다가 어둡기까지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곳에서는 소리까지 울리기 때문에 무언가가 나타나기만 하더라도 무섭게 마련이다.
  그 무렵, 나 그리고 에르시아의 좌측 근처에서 날개짓을 하며 비행을 이어가던 리아레안이 빛으로 물든 건축물의 모습을 가만히 둘러보다가 뒤쪽에서 비행을 하고 있던 예즈라 그리고 루마에게 왼손을 좌측 근처로 내밀고 빛을 일으키려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때, 루마가 그런 리아레안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그가 무언가 큰일을 일으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는지 바로 그에게 물음을 건네려 하고 있었다.
  "건물들 사이로 빛을 보내 반사하는 모습을 보이려 하는 것이지요?"
  "예, 한 번 시도해 보고 싶네요." 그러자 바로 차분히 목소리를 내며 화답을 하는 리아레안. 그리고 당장에라도 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왔음을 그에게 알리려 하고 있었다. 그 때, 그 왼편 뒤에서 그를 따르던 예즈라 역시 리아레안처럼 무언가를 느꼈는지 주변을 둘러보다가 건물들 사이로 시선을 향하며 그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었다.
  "역시 무언가 있어요, 그래서 리아레안 님께서 무언가 시도를 행하시려 하시겠지요."
  그리고 바로 빛을 발사해 보라고 권유를 하는 예즈라. 이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고 화답을 한 이후, 자신의 바로 전방 그 아래에 자리잡고 있는 수정 결정을 간소화한 것처럼 생긴 수정 건축물들을 향해 왼손에서부터 생성되어 점차 커져갔던 금색 빛에 작용을 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잠시 후, 그 빛에서부터 금색을 띠는 하나의 길다란 선이 그려져 수정 건축물들 사이로 하나의 공간을 가르는 듯한 기세로 그 금색 선이 건물들 사이를 향해 나아가는 듯한 광경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빛이 건물에 부딪쳐 여러 방향으로 반사, 그러면서 하나의 그물과 같은 모습을 그려내었으나, 일부 빛은 하나의 사물과 부딪쳤는지 금색 구를 그리며 그로 인해 더 이상 선이 이어지지 않는 광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 구체 속에는 놀랍게도 수정이 아닌 모종의 물질로 만들어진 물체가 자리잡고 있었으며, 빛으로 이루어진 구체에 감싸이게 되자 바로 소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뭐지, 저건!? 수정으로 이루어진 물체가 아닌데!?'
  여타 엘리시온 군단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이상한 물질로 이루어진 물체. 이들이 등불조차 잘 들어오지 않는 어둠 속에서 그 모습을 감추고 있다가 리아레안에 의해 발각된 이후, 이들은 반사되는 빛에 의해 하나씩 불에 타버리는 듯이 소멸해 가고 있는 광경을 보면서 나는 이들의 정체에 관해 바로 의문을 품게 되었다. 그 때, 이전에 비해 다소 심각해진 목소리를 내며 이들의 유래에 관한 목소리를 내는 리아레안-나를 향하지 않고 있었다-.
  "수정 도시의 탑 표면에서부터 액체가 새어 나오는 듯이 나타났었어요."
  그리고 수정 도시의 도처에 이러한 이물질로 이루어진 생명체들이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추측도 하고 있음을 밝힌 다음에 엘리시온 군단과의 연계성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있는 바가 없다는 언급을 이어서 하였다. 그 때, 그들에 대해 나름 생각한 바가 있었는지 '공원' 에 관한 추측을 물음을 건네면서 거론하는 예즈라.
  "그렇다면 혹시, 중앙에 위치한 초지대와 관련이 있지는 않을까요. 그 곳에서 나온 물질들이 지하 통로를 통해 건물 안으로 스며들었다던가."
  "그렇게 추측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러자 리아레안은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바로 동감하는 듯한 모습을 화답을 통해 드러낸 이후에 일단 그들에 대한 조사를 위해 초지대로-공원으로- 가 보도록 하자고 예즈라에게 제안의 말을 건네었다. 그러자 그는 곧바로 알았다고 화답을 하는 목소리를 내고서, 루마에게 관련된 소식을 알리려 하였다.
  "이제 초지대로 가 도록 할 거예요, 도시에서 발견된 이물질의 유래에 관해 알아봐야 할 것 같아서."
  이에 루마는 처음에는 바로 알았다고 답을 하였으나, 그 이후, 무언가 알아보아야 할 바가 생겼는지 자신이 혼자 건물들 사이로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예즈라에게,
  "잠시 들어갔다가 올게요, 그 물질들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아서."
  라고 말한 다음에 건물들 사이로 들어가려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리아레안이 그런 루마를 따라 나서려 하면서 혼자 건물들 사이로 들어서는 그를 불렀다.
  "루마 님! 같이 가요, 어둠 속에서 혼자 물질을 찾기는 쉽지 않을 텐데."
  그리고 잠시 후, 두 사람은 건물들 사이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으며, 조금 더 시간이 지날 무렵, 빛을 발하는 날개로 인해 그 모습이 계속 보였던 리아레안 역시 나와의 거리가 멀어지며 잘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한 동안 건물들 사이에 위치하며 나와 헤어져 있게 되었다.

  "결국 떠나가시고 말았네요, 특이한 물질이 발견되면 어떻게든 찾으려 하는 기질이 발동된 탓일까요."
  이후, 나의 왼편 위로 다가오면서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바로 루마에 대한 언급을 나에게 하는 예즈라. 이에 그의 기질에 대해 완전히 이해를 하지 못한 탓에 그에 대해 달리 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던 나는 그저 환하게 웃기만 할 뿐, 달리 말을 잇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나의 눈앞으로 중심가의 건축물들-의 모습을 모사한 수정들-의 모습이 하나둘씩 지나가며 거대한 나무들로 둘러싸인 구역이 왼편 너머 가까이에 보이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나의 바로 앞에는 마치 거대한 탑들이 모여있는 형태의 '궁전' 을 연상케 하는 하나의 거대한 건축물이 주변 일대에서 발산하면서 자그마한 원을 그리고 있는 하늘색 빛을 받아 빛을 발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수정 도시 - 수정 거탑
  결정을 단순화한 것처럼 보이는 물체들이 여럿 겹쳐진 듯한 모습을 보이는 물체로서, 한 거대한 문명의 중심지로서는 최적일 것 같아 보이기도 하는 드높은 건축물, 보통의 수단으로는 올라가기조차 힘들 것만 같은 그 건축물로서 '세계를 소유한 자의 무한한 권한' 을 상징하는 존재로도 알려진 물체, 그 모습을 보면서 세계의 중심으로 자신을 칭한 자는 그 탑 위에 산다고 알려져 있겠지만 실제 거주지는 다른 곳에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바로 할 수 있었다, 그런 건축물은 대개 겉으로 드러나는 존재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 건축물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일린 그리고 라이마가 '나렐' 이라는 이름을 가지는 갑주형 병기와 대치하고 있었던 곳이 바로 그 곳임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물론 상황은 이미 정리된 만큼, 탑 꼭대기 위로 아무도 없었음은 지극히 당연했다.
  그런 곳에 이를 무렵, 나는 탑의 중간 지점과 탑의 꼭대기의 바로 한 가운데 지점에 위치하고 있었다. 얼마나 탑이 높았으면 조금 높이 날고 있기만 해도 탑의 상층부와 마주 볼 지경에 이르고 있을까. 그 높이는 아마도 800 메타르 정도에 이르고 있는 듯해 보였다.
  그런 높은 탑이자, 권위를 상징하는 거대한 건축물 앞에 이르는 동안 에르시아와 내가 나란히 앞장서고 그 뒤로 예즈라가 따르는 역삼각형 대열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면서 리아레안 그리고 루마의 상태가 궁금해져서 루마의 소정령인 마테아스(Matheas) 를 통해 연락을 취하려 하는데, 이번에는 연락을 위해 불러온 레반테아에서부터 연락이 닿아 반응 현상을 일으키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그리고 그 반응 현상을 본 내가 당황하면서 연락을 받을 무렵, 그런 나의 소정령에서부터 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라이마의 목소리였다.
  "혹시 유네아 양이신가요? 레반테아의 응답 상태가 안정적이니, 분명 유네아 양의 상태도 괜찮을 것 같은데, 혹시 응답하실 수 있으면 응답해 주세요."
  이에 나는 곧바로 응답을 한 다음에 리아레안 그리고 루마와의 연락은 다음으로 미루고, 라이마의 요청에 대한 응답으로써 무슨 일이냐고 곧바로 그에게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그러자 라이마는 싸움으로 인해 다른 곳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고, 휴식을 취하느라 다른 곳에 신경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가 인제 겨우 연락을 취하면서 알려야 할 사항을 알리게 되었음을 밝힌 이후에 잘 들어줄 것을 당부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수정으로 이루어진 병기들의 근원, 그리고 수정 병기들이 '궁전' 이라 칭해지고 있던 탑상 건축물에 관한 정보예요, 이전에 도시 중심부에서 나렐과의 격전을 치르는 동안 마주친 병기들의 모습을 보며 알아낸 바를 근거로 하고 있기에 반즈음은 믿으셔도 괜찮을 거예요."

  나렐과 대치하고 있는 동안 일린은 탑의 주변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 주변 상공 일대에서 계속 병기들이 빛과 함께 생성되고 있는 광경이 눈앞에 드러나고 있었다. 이들은 수정 도시의 동부 구역에서 마주쳤던 병기들과 그 특성을 같이하고 있었으며 그것을 통해 일린은 수정 도시 동부에 출몰한 병기들은 중심부에서 생성되어 미리 동부 구역에 진출해 있던 이들일 것이라고 그들에 대한 추측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라이마 역시 모든 수정 병기들의 근원은 수정 도시의 중심에 위치한 거탑과 관련이 있으리라는 추측을 하고 있었으며, 그래서 나렐을 제압한 이후에는 수정 도시의 거탑 내부로 진입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 거탑은 지상의 4 방에 하나씩 거대한 대문을 두고 있었지만 현재 4 개 대문 모두 폐쇄된 상태이며, 따라서 거탑 내부로의 진입은 옥상에 위치한 출입 장치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현재까지 추정하고 있는 바에 따르면 거탑의 깊은 곳에 '꽃' 모양을 이루는 장치가 자리 잡고 있어서 그 장치에 의해 병기들이 만들어지면서 인격을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꽃' 모양의 장치로의 접근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최선의 상황이 올 시에 세니티아로부터 시작하여 성계마다 계속 모습을 드러낸 바 있는 수정으로 이루어진 병기들의 근원에 대한 확실한 사실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탑 내부에 병기들의 근원이 있다는 거예요?"
  "예, 그렇게 추측을 하고 있어요." 이어서 내가 건네는 물음에 바로 그렇게 화답을 하는 라이마. 그러면서도 지하에 무엇이 있는지에 대한 자신의 언급은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니, 과신은 하지 말아줄 것을 나에게 당부하는 목소리를 내고, 그에 이어 자신과 일린 역시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바로 출발할 것임을 알리면서 통신이 종료되었다.
  "역시 탑의 내부로 들어가 봐야 모든 것을 알 수 있으려나."
  그 후, 에르시아가 나에게 그렇게 물음을 건네자, 나는 그 물음에 그렇다고 화답을 하고서 두 사람이 무사함을 확인한 이상, 이제 해야 할 일은 그 탑 안으로 진입해 탑 안에 무엇이 있는지를 살피는 길이 되지 않겠느냐고 되묻는 목소리를 낸 다음에 곧바로 탑의 위로 올라가기 위한 시도를 행하기 시작하였다.
  그 순간, 내가 탑의 최상 구역을 통해 내부로의 진입을 시도하고 있음을 탑 내부에 있을 '존재' 가 알아차린 탓인지 탑 주변 상공의 곳곳에 각자 다른 색을 띠는 빛이 생성되기 시작하더니, 이어서 각 빛에서부터 빛의 색과 같은 색을 띠는 유리로 이루어진 갑주형 병기들의 모습이 나타났고, 그에 이어 이들이 커다란 원형 대열을 이루면서 나와 에르시아 그리고 예즈라를 포위하는 행동을 취하려 하고 있었다.
  그 무렵, 예즈라는 자신의 소정령인 아르카니바를 통해 누군가와의 연락을 취하는 시도를 행하였고, 그리고 잠시 후, 그의 하늘색 빛을 발하는 아르카니바가 밝게 깜박거리면서 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루마가 소지하고 있었을 보라색 빛을 발하는 소정령 마테아스에서부터 들려오는 루마의 목소리였다.
  "방금 전에 수정 건물 사이로 숨어들고 있었던 검은 물질들을 제압했어요. 그리고 그 중 마지막으로 남은 하나를 표본으로 추출해서 유리병 안에 넣어두고서 지금 그 표본을 관찰하고 있는 중이에요, 그것을 위해 어두운 건물들 사이를 벗어나 지금은 가로등 아래에 리아레안 님과 함께 머무르고 있어요."
  검은 물질들을 제압한 이후에 리아레안과 함께 가로등 아래에서 병 안에 넣어둔 '괴 물질' 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음을 알리는 루마. 그 이후, 그는 그 물질들에 대해 접근하자마자 갑자기 자신과 리아레안에게 달려드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이에 리아레안이 자신에게 물러가도록 한 이후에 빛의 기운을 몸에 일으켜 그 빛의 기운에 검은 물질들이 닿도록 하는 것으로써 그 달려드는 기세에 대항했으며, 이후 그 빛을 받으며 검은 물질들이 하나씩 태워지는 것으로써 이들이 거의 제압될 수 있었음을 밝혔다, 잡은 표본은 죽어가는 동료들의 모습을 보고 도망가던 것을 자신이 잡은 것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나는 일행을 둘러싸는 병기들의 중심을 향하는 포격을 피해내며 우선 탑과 가까이에 위치한 이부터 하나씩 제압해 나아가려 하였다. 우선 머리를 치고, 그에 이어 양팔을 자른 다음에 마지막으로 그렇게 무력화된 병기의 흉부를 파랗게 빛을 발하는 나뭇가지로 찔러낸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탑의 바로 근처에 머무르고 있던 하늘색 빛을 발하는 갑주형 병기부터 하나씩 병기들을 공격, 그것에 의해 바로 앞에 있는 것부터 병기들이 하나씩 제거되어 가고 있었다. 제거될 때마다 병기들은 대열을 정비해 포위하는 형태를 계속 구축해 나아가고 있었지만 병기들의 숫자가 조금씩 줄어드는 만큼, 위협도 약해져 가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이야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 루마의 자신이 잡아낸 표본에 관한 언급이 이야기를 통해 나타나고 있었다. 그 표본은 검은색으로 물들여져 있었지만-자신의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에도 검은색을 띠고 있었다고 한다- 그 모습은 언젠가 자신이 보았던 바 있는 '수은' 과 흡사한 특성을 드러내고 있었다고 한다. 다만, 독성 가스를 배출하는 경우는 없다는 점에서 오피온과는 달랐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괴 물질은 액체 금속의 형태였다고 봐야 하겠네요."
  "아니에요, 수은과 비슷한 유체 특성만을 드러내고 있었을 뿐, 그것은 부정형 세포로 이루어진 생물과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어요. 리아레안 님께서도 그 물질을 검게 물든 수은으로 이루어진 생물과 같다고 추측을 하고서 어쩌면 그 물질이 이전에 예즈라가 언급한 바 있는 '금속 세포' 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을 해 보고 있음을 나에게 알리려 하고 있었다.
  "돌아온 이후에는 그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그 모습을 직접 보시는 편이 그것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에 보다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어서 루마가 돌아오면 '금속 세포' 로 추정되는 표본을 보여주겠음을 알리며 통신은 종료.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세니티아를 떠나기 전에 언급되었던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의 실체를 볼 기회가 생겼음에 대한 기대감을 품을 수 있었지만 전투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던 탓에 그에 관한 여유를 드러낼 수는 없었다.
  그러다가 계속 이어지는 광탄 그리고 수정으로 이루어진 미사일에 의한 공격을 피해가며 병기들을 하나씩 쓰러뜨리는 일이 끝에 이르러, 예즈라가 자신의 소정령 아르카니바에서부터 방출되는 하늘색을 띠며 고리를 그리는 별을 마지막 남은 초록색 빛을 발하는 병기의 머리에 던져 그 별이 폭발함과 동시에 머리가 부서지고, 그에 이어 팔과 다리가 분리되어 지면으로 낙하, 그와 동시에 점차 깨어지는 형체가 유리 조각으로 변하고, 이어서 유리 조각들이 초록색 별빛과 같은 모습으로 변하며 지면 근처에서 흩어져 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병기가 사라지자 비로소 여유를 찾으면서 루마 그리고 리아레안이 돌아오기를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

  이후, 떠나갔던 두 사람이 돌아오고, 그 중에서 앞장서는 루마가 두 손으로 검은 결정과 같은 물질이 들어있는 작은 유리병을 안고 있는 모습을 보이며 나에게 다가오자 내가 그런 루마를 맞이하면서 그가 손에 들고 있는 병에 들어있는 결정상 물질의 모습을 보려 하였다.
  "가두어져 있었으면서 더 이상 활동을 할 수 없게 된 탓인지 이렇게 검은색 결정상 물질이 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유체 상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보여드릴 수 없게 되었네요."
  그 때 당시가 바르코스에서 만들어졌다고 알려진 '금속 세포' 의 모습을 직접 본 일을 처음 하였을 때였으리라. 그 모습은 이전에 언젠가 본 적이 있던 결정형 흑철의 모습과 비슷해 보였지만 그 모습은 그 때 당시 보았던 흑철보다 훨씬 날카로워 보였다, 얼핏 보면 흑요석 같아 보일 지경이었으니. 자석이 있다면 붙여보기를 시험해 보고 싶기도 했지만 자석을 가지고 있지 않아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루마가 금속 세포로 추정되는 물질을 가지고 돌아오는 일은 예즈라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예즈라는 곧바로 그를 향해 다가가, 그가 들고 있는 병에 들어있는 검은 물질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곧바로 그것이 금속이라는 판단을 내리면서 루마에게 말을 건네었다.
  "그러니까, 인간을 비롯한 인격체를 보면 달려드는 특성을 가지는 그 물질이 실제로는 금속 세포로 이루어진 하나의 생명체였다는 것이로군요."
  이에 그렇다고 답을 하는 루마. 그리고 금속 세포로 이루어진 생명체의 모습을 보면서 금속 세포가 인간의 몸을 변형시키는 형태 중 하나를 그것을 통해 알 수 있었다는 언급을 하고서, 이들의 유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 수풀들이 자라나고 있는 곳에서부터 이들이 벌레처럼 기어 나오는 광경을 본 적이 있음을 나를 비롯한 공중에 남아있던 일행에게 알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호수에서 나타났다는 것이지요?"
  "아마도 그러할지도." 그 이후, 내가 건네는 물음에 그렇게 화답을 하는 루마. 그리고 그 호수는 수정 도시의 다른 호수들과는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음을 언급하고서 그에 이어 일린, 라이마가 호수가에 머무르고 있는 만큼, 이들을 만나는 일을 계기로 수정 도시의 다른 구역과 이질성을 갖고 있는 그 곳의 자세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으리라는 말을 나에게 전하려 하였다.
  하지만 평온한 순간도 잠시, 이번에는 내가 지나쳤던 중심가 서부 지역의 상공에서부터 파란색을 띠는 하나의 거대한 빛이 생성되기 시작하더니, 그에 이어 그 빛에서부터 빛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기둥이 그려지기 시작, 수정 도시의 거탑, 그 벽면을 향해 나아가면서 계속 좌우 혹은 상하로 이동하는 형태의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기둥이 움직이는 형태 자체는 규칙 같은 것이 없는 무작위적 요소가 강해서 규칙을 이용해 기둥의 움직임을 피하기는 어려웠고, 그저 기둥이 빛에서부터 다가올 조짐을 바로 알아차리고 조짐이 있는 곳 근처에 위치하지 않는 수밖에는 없었다.
  빛에서부터 생성된 파란 빛으로 이루어진 기둥은 곧바로 탑의 몸체에 부딪치는 모습을 보였으나, 탑의 몸체에는 피해를 가할 수 없었던 탓인지 탑의 몸체에 부딪친 선은 곧바로 빛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반구체와 그 주변 일대로 퍼지는 하얀 빛을 품은 거대한 동심원들을 그려내며 직진을 멈추기만 할 뿐, 파괴 현상을 일으키지는 않고 있었다.
  하지만 인격체에는 피해를 가할 수 있었던 모양으로 빛 기둥에 잠깐 오른쪽 치맛단이 스쳤을 때, 그 치맛단의 일부가 태워지는 듯한 모습이 나타났으며, 그것을 통해 그 빛이 강한 열을 일으키며 선에 닿은 이를 태울 수 있음을 알아차리고 빛에 의해 생성되어 곳곳을 움직이며 공격의 대상이 된 나를 비롯한 일행에게 해를 가하려 하는 기둥을 피해 어딘가 안전한 곳으로 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 무렵, 예즈라 역시 선들의 모습을 보며 다급해졌는지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탑 내부에 위치하고 있을 '장치' 가 직접적인 위협을 느끼고 병기들이 아닌 직접적인 방어 수단을 활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 후, 그에 이어지는 발언으로써 일행이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은 탑 내부로의 진공을 감행하여 내부의 장치를 직접 공격해 들어가는 수밖에 없음을 알리고서 탑의 꼭대기로 진공해 들어가자고 바로 제안하는 발언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먼저 빛에서부터 방출되는 푸른 빛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기둥을 피해 탑의 꼭대기를 향해 나아가는 예즈라. 이에 루마와 리아레안이 그 뒤를 따르고 마지막으로 그 목소리를 들은 이후 행동을 개시한 나와 에르시아가 무작위로 그려지는 선들을 피해 상승 비행을 행하며 거탑의 꼭대기를 향해 나아가는 움직임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우선 유리로 이루어진 수많은 사각형들이 타일처럼 붙어있는 형태를 이루는 벽에 접근 후, 그 벽을 따라 상승하면서 비행을 개시, 그러는 동안 빛에서부터 열을 가하는 빛으로 이루어진 기둥이 계속 벽에 닿는 모습을 보이고, 그로 인해 발산하는 푸른 빛, 그리고 하얀 빛으로 이루어진 동심원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나에게 위협을 가하려 하였고, 그 때마다 나는 빛들이 닿는 곳을 피해가며 벽을 따라 고도를 높이는 이동을 이어가는 것으로써 나 자신을 보호하려 하였다.
  그러면서 나는 어느새 생성된 수정으로 이루어진 비행체들이 하강하며 빛으로 이루어진 칼날들을 방출하며 위협을 가하기도 하고, 그 너머로 십자 형태를 이루며 그 끝이 뾰족한 병기들이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칼날들을 세 방향으로 흩뿌리는 행동을 취하기도 하였으나, 이들의 위협 자체는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빛에 의한 위협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미약해 보였던 탓일까.
  그렇게 이동을 행하고 있을 무렵, 에르시아는 탑의 측면 중에서도 좌측 가장자리 부근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나와 같은 고도를 유지하려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와 마찬가지로 빛으로 이루어진 선과 유리가 마주치는 것을 통해 발산되는 빛을 피해가며 상승을 이어가고 있었다.
  "유네아, 지금 상태 어때? 옷이 살짝 태워진 것 말고는 괜찮지?"
  "응." 이에 곧바로 그렇다고 답을 하는 나. 그 때를 제외하면 한 번도 선에 옷이 닿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대답을 하다가 문득 앞서 가던 이들의 옷 상태에 관한 걱정을 마음 속에 품기도 하였다. 그렇게 한참 비행을 이어가다가 어느새 탑의 가장 높은 부분에 이를 무렵, 나는 세 사람이 이미 꼭대기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무언가를 시도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탑의 내부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음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덧 내가 기둥을 앞서갈 때가 되었을 무렵, 갑자기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 그 이후로 대상이 누구인지 주어조차 나타나지 않고 있었지만 왠지 나를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느낌을 전하는 말을 건네며 공중의 어디에선가 하나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는데, 그 목소리가 페카르에서 들은 것 같다는 느낌을 나에게 바로 전해주고 있었다.
  '이 목소리는 분명 페카르에서 들은 목소리인데......?'
  그 목소리와 비슷하다고 여기었던 것은 페카르 성계의 탄광과 이어지던 화구에서 마주쳐, 나와 대치를 행하였던 주니아의 목소리. 그 목소리는 내가 탑의 꼭대기 근처로 접근을 해 오는 동안 나지막이 울려 퍼지며 무언가 하나의 말을 전하려 하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누구였는지 자각조차 하지 못하는 가련한 배반의 혼의 소유자."
  그리고 성계를 떠난 이후의 여행은 즐거웠느냐고 물은 다음에 그 여행을 통해 내가 잊고 있었던 진실, 그리고 내가 기억해야만 하는 진실이 무엇인지를 알아차렸기를 바란다는 말을 건네고 있었다.
  물론 내가 알아낼 수 있는 바도, 알아내야만 하는 바도 도시에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던 나는 그런 그의 말에 대해 그 의미를 모르겠다고 바로 화답을 하고서 곧바로 그에게 물었다, 엘리시온의 군단을 통해 수정 도시의 파란을 일으킨 존재가 바로 그였는지에 대한 물음이 그것. 도시의 중심에 있을 그에 의해 엘리시온 군단이라 칭해진 수정 병기군이 수정 도시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으리라는 추측에 의한 질문이었다. 그러나 나에게 말을 걸었던 목소리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대신, 나에게 이전의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되었지만 나와는 아무 관련도 없어 보이는 '에레아' 신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려 하고 있었다.
  "혹시 에레아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제오의 배우자로서, 그리고 천상의 여왕으로서 천상의 모든 영예를 제오와 함께 무한히 누릴 수 있는 존재였지. 하지만 에레아는 자신의 아버지인 '크로노시스(Chronosis)' 가 선사하는 그와 같은 복에 그는 결코 만족하지 않으려 하였지, 오히려 지상인인 어머니 '라에아르(Raear)' 그리고 그 어머니인 '게아(Gaea)' 와 결탁하여 제오와 그가 창조한 모든 존재들을 멸망시키고 행성의 모든 것을 자신의 것으로 차지하려 하였어, 그로 인해 우리 민족은 처절한 멸망을 거쳐야만 했다."
  그리고 나를 증오하는 듯한 목소리를 내며 말을 이어가는 목소리. 그런 목소리를 내며 자신의 말을 이어가는데, 이번에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발언을 나에게 드러내려 하고 있었다.
  "나, 에레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오 신의 배우자로서, 절대적인 힘을 가지는 신이 내리는 가호에 인간이 순종하고 그 대가로 무한한 영광을 누리는 세계라는 이상향을 실현하려 하였던 나의 꿈 역시 그런 너에 의해 좌절되었고, 나 역시 모든 것을 잃고야 말았지만, 다행히도 후손들이 '금속의 가호' 를 받으며 살아남아, '야스모르에 새로운 제국을 건설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제국도 네가 살아있는 한, 결국 무너지겠지, '타락한 세계는 바로잡힐 수밖에 없다.' 라는 너의 신념 하에서 말이야."
  "뭐라고!?" 이에 나는 그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제오의 정실 배우자는 에레아로서 단 한 명이었을 텐데, 그 한 명의 존재가 전혀 다른 인격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빛 기둥을 피해 탑 꼭대기로 올라 마지막으로 좌우로 나란히 배치된 3 기의 중형 전투 비행기와 대치할 무렵, 그에게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그게 무슨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지, 에레아가 어떻게 두 인격을 가질 수 있다는 거야!?"
  "너라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기도 할 텐데...... 아쉽구나. 하지만 그 의미를 알 수 있게 되는 때가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어, 다시 만나게 되는 때에 그 의미를 확실히 설명해 주마."
  그리고서 그는 탑의 문을 열어놓겠음을 알린 다음에 그 안에 수정 군단을 일으킨 '단 하나의 존재' 가 있음을 밝히고, 그 존재를 이기고 그 두뇌를 가져보라는 말을 건넨 다음에 그 두뇌를 가질 수 있다면 자신이 굳이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지금껏 있어왔던 일의 진실을 알아낼 수 있으리라는 언급을 하고 있었다. 그 이후, 그는 나 그리고 에르시아가 탑의 정상 부근에 이를 무렵, 더욱 사악한 느낌의 목소리를 내며 마지막 발언을 나에게 전한 이후, 두 번 다시 들려오지 않았다.
  "그 진실은 언젠가 있을 나 그리고 또 다른 나의 너의 대면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