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는 동안 세 사람은 문의 근처에서 벽에 기대어 서 있거나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을 보였다. 문 앞에 이르면서 휴식을 취하려 하였을 법한 그들. 그들이 왔을 방향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십자로의 왼편이 그 너머에서부터 길게 이어진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길목에서부터 줄곧 통로를 따라 나아가며, 문이 보이는 통로에까지 이르렀을 것이다.
  "유네아 님, 저기 저 앞을 봐요, 저 분들, 유네아 님의 동료 분들 아니에요?"
  그 때, 크세비아가 손가락으로 먼 앞을 가리키며 물음을 건네었고, 이에 그들의 모습을 바로 알아본 내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바로 그러하다는 답을 하였고, 그 무렵, 앞장서고 있던 일린, 라이마와 샤리에나가 바로 이들을 향해 다가가고, 이어서 리아레안이 이들을 알아본 이후에 바로 앞서 나아가기 시작한 샤리에나를 향해 다가가면서 그 세 사람이 문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세 사람과 마주하게 되었다.

  "무사하셨군요, 모두." 이어서 길 위에서 착지한 샤리에나를 향해 다가간 리아레안이 그와 더불어, 그 뒤를 따라온 일린 그리고 라이마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면서 무사해서 다행이라는 말을 건네는 모습이 샤리에나 등의 뒤에 있으면서 이들을 뒤따라오던 나의 눈앞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었다.
  그 때, 일린과 라이마가 길의 우측 근처에 이를 즈음, 리아레안이 뒤에서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음을 감지했는지, 내가 위치한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나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면서 밝게 목소리를 내며, 다가왔음을 몰랐다는 말을 건네고 있었다.
  "이미 이 곳에 와 계셨군요, 미처 보지 못해 몰랐었는데. 여기에 크세비아 님까지, 모두 무사하셨네요."
  그리고 금색의 문 앞에서 잠시 쉬고 있었다고 예즈라, 루마 그리고 자신의 당시 상황에 관한 설명을 이어간 이후에 바로 문을 향해 돌아서서 문으로 시선을 향하며 그 모습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예즈라 그리고 루마는 왼편 길목, 그 너머에 위치한 통로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무언가 대화를 하고 있었다, 자세히 들어보니, 그 이야기의 대다수는 오랫동안 떠나온 자신들의 고향에 관한 이야기로서, 걱정이라든가, 앞으로 할 일에 관한 이야기가 대다수였으나, 당시 상황에서는 그렇게 중요한 이야기는 분명 아니었다.
  "저 문은 여태껏 보아왔던 문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그 문은 재질 자체는 내벽과 크게 다르지는 않아 보였다, 본래는 하늘색이나 은색을 띠고 있을 생체형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리라. 그럼에도 그 문은 크기부터 시작하여, 내면에 돋을새김되어 있는 화려한 문양으로 인해 보통의 문이 아님을 그 모습을 통해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검을 숭상하고, 무력에 의한 통치를 행하는 나라였다는 바르코스. 하지만 그 바르코스의 바르카디아 신전, 그 중추와 이어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문에 새겨진 문양은 파라일라에서도 만들어내기 힘든 복잡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테두리의 이파리들을 엮은 모습부터 중심의 화려한 꽃까지, 금속을 세밀하게 가공하여 구성한 흔적이 역력해서, 흡사, 옛 고대 유적의 세밀한 공예품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까지도 했다.
  두 개의 문이 하나의 형체를 구성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던 그 문에는 손잡이가 없으며, 좌측의 문, 그 우측 가장자리에 열쇠 구멍 하나가 자리잡고 있을 따름이었으나, 그 열쇠 구멍에 맞는 열쇠를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물론 미궁의 모든 곳을 리아레안 등이 들르지는 않았으나, 들르다가 길을 잃을 수도 있었고, 또한 그렇게 어렵게 길을 찾는다 해도, 정말 미궁 안에 열쇠가 있는지는 장담할 수도 없었다.
  "사실상 여기가 중추와 이어져 있는 곳일 텐데, 이런 곳에서 돌아서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앞일이 막막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여러 방법을 생각했지만, 그 중 무엇도 효력이 있지는 않더군요."
  이후, 한숨을 내쉬며 말을 마치는 리아레안. 그리고서 그는 나에게 혹시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간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관련된 조언을 구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 그런 사람을 만나본 적은 없음을 밝히고서 나에게 혹시 그런 사람이 있다면 알려주지 않겠냐는 제안의 말을 건네려 하였다.
  물론 내가 아는 사람은 하나 있었다, 마리아 에르세레즈라는 이름을 가진 이. 미궁의 지하에서 금속화된 인간이 붕대에 감겨진 모습을 보았다면, 그 기억을 되짚는 일 정도는 해 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를 상기하면서 나는 그렇게 생각을 하며, 그에게 연락을 취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무렵, 다른 방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일린의 목소리였다.
  "그렇다면, 실을 허리에 매달아서 실이 가는 길의 궤적을 만들도록 하면 되지 않을까. 그러면 적어도 길 찾는 일 정도는 할 수 있잖아."
  "그러다가 발걸음을 옮기는 도중에 실과 마주칠 수도 있을 거야."
  이에 바로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내는 라이마. 그리고서 팔짱을 낀 모습을 보이는 채, 굳게 닫힌 문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으면서 열쇠 자체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 문에 대한 추측의 말을 드러내고서, 그에 이어 그 문을 열 수 있는 방법이 열쇠 구멍이라면, 열쇠 구멍 안으로 특별한 무언가가 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는 자신의 의견을 라이마에게 드러내려 하였다.
  "그 말에는 분명 일리가 있어. 하지만 문제는......."
  역시 그 수단 자체가 없다는 것. 일린이 언급한 바는 그것이었다. 하지만 마땅한 방도를 찾지 못한 채, 두 사람 역시 의견만을 조용히 늘어놓을 따름이었다. 그 때, 샤리에나가 이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의미 없는 의견 교환은 적당히만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자신의 생각을 바로 드러내려 하였다.
  "하지만 가능성이 아주 없지만은 않을 거예요, 혹시 모르는 일이잖아요, 도로시아 님과 관련된 사람이라면 키에렌 왕이 흥미를 느껴 들여보낼지."
  그러다가 갑자기 크세비아가 희망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말과 함께 바로 자신이 열쇠 구멍을 향해 다가갈 테니 나와 리아레안 그리고 어느새 내 곁으로 온 루마에게 그저 지켜보기만 해 줄 것을 당부하면서 바로 문을 향해 홀로 날아가려 하였다.
  무언가를 준비하려는 듯한 의지를 표정을 통해 드러내려 하면서 조용히 비행을 행하기 시작하는 크세비아. 그렇게 문 앞에 이르면서 그의 몸은 점차 하얗게 빛을 발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주문의 영창을 직접 행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 이전에 의식의 준비를 행하려고 빛을 끌어 모으려 하는 듯해 보였다.
  이윽고 문 앞에 이른 이후, 크세비아는 두 손을 앞으로 내밀고, 이어서 그의 몸이 품은 밝은 빛을 '터뜨리는 듯이' 주변 일대로 발산하려 하고 있었다. 크세비아에 의한 의식이 시작된 것이었다.
  그렇게 의식이 시작된 이후, 그 몸에서부터 발산하기 시작한 새하얀 별들과 같은 자그마한 빛들이 주변 일대로 퍼지고, 그 중 일부가 열쇠 구멍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그 광경을 뒤에서 나를 비롯한 세 사람이 가만히 지켜볼 뿐, 크세비아가 의식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주변 일대는 그저 조용하기만 할 따름이었다, 예즈라는 오른손을 왼팔 위에 올려놓은 채, 서 있으면서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기만 하고 있었으며, 일린 그리고 라이마 역시 조용히 광경을 지켜보기만 하고 있었다.
  요정에게는 요정 특유의 빛이 있었다, 밝지만 뜨겁거나 하지는 않은 빛. 순수한 마력에 의해 생성되는 빛으로서 이를 두고 '마법의 별' 이라 칭하는 이들도 있었던 것 같다. 그 특별한 빛은 치유라든가, 각종 마력의 행사에 있어서 무척 중요하게 취급을 받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마법의 빛이 열쇠 구멍 안으로 지속적으로 들어가는 동안 혹시나, 하는 생각에 나, 루마 그리고 리아레안까지의 3 사람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으나, 이들의 기대와 달리 열쇠 구멍은 크세비아의 의식에 의해 생성되는 빛을 간단히 허락하지는 않았다, 문 앞에 모이는 빛은 문에 어떠한 작용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사라지기만 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차라리 말리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으나, 아직 결과를 확신할 수는 없었기에 나 역시 줄곧 지켜보기만 하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건가."
  그 무렵, 나의 귓가로 들려오는 에레아의 목소리. 그 목소리는 이윽고, 의미 없어 보이는 의식을 진행하고 있는 크세비아를 비웃는 말을 계속 전하고 있었다.
  "그런 요정의 마력으로 문이 열릴 수 있다면, 여기 있는 이들 중 한 사람이라면 그 마력으로 문의 봉인을 풀 수 있었을 것을. 요정도 사실 그러한 존재였을지도 모르겠구나, 무의미한 행동을 희망이라는 이름 아래에 아무렇지 않게 행할 수 있는 존재."
  그리고 잠시 동안 아무 말이 없다가, 곧 다시 목소리가 들려오려 하였다.
  "희망의 덧없음을 알면서도 그 희망을 잃지 않으려 한다는 점을 비롯한 여러 면모로 인해, 오래 전부터 이미 인간에 대해서는 실망감을 감추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 인간들과 친분이 있는 요정들 역시 그러하리라 생각했던 것을 여기서 이렇게 증명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 일은 나에게는 고마운 일일 따름이지."
  이후, 그는 원한다면 문은 얼마든지 열어줄 수 있다는 말을 전하고서, 애당초 문은 도로시아라는 이름을 가지는 소녀와 인연이 닿은 자가 나타난 이상 어떻게든 열 생각이었다는 말을 이어서 드러내었다. 그 말을 드러낼 무렵, 갑자기 열쇠 구멍이 위치한 부분에서부터 발하는 빛에 의해 충격을 받았을 크세비아는 갑자기 빛을 주변 일대로 터뜨리는 듯이 발산하면서 뒤로 넘어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며, 이에 리아레안이 다급히 크세비아를 향해 다가가 자리에 앉으면서 그를 두 손으로 안았다.
  "원래부터 나의 것이 아니었다지만, 나의 피조물들이 나의 거처로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에 대해서는 무척 기쁘게 생각한다, 힘들게 찾아왔으니, 보상은 해 줘야 하겠지. 저 안으로 들어가면 그대가 보고 싶어하였던 수많은 사물들을 전부 볼 수 있음은 물론, 네가 찾고자 하는 이 역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간단히 건네주지는 않을 것이다만, 대가로 주어질 것이 무엇인지는 직접 보도록 함이 옳겠지."
  그러자 내가 바로 에레아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도로시아는 어떻게 된 거지, 금속 세포에 의한 실험의 희생양이 된 것인가, 파라일라의 두 공주들이나 이전에 희생을 당했던 파라일라의 수많은 사람들처럼?"
  "그러할 리가." 이에 나를 비웃는 듯한 목소리를 내며 답을 하는 에레아. 그리고서 그는 중요한 인질을 그 정도로 싸게 취급할 리는 없다고 말을 하고서, 일단 들어가 보면 그가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지를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나에게 건네었다.
  그 이후, 내가 들고 있는 검이 빛을 발하고 있음을 잊지 않았느냐고 물은 이후에, 그 검이 문을 열 수 있게 도움을 줄 것이라는 언급을 하고서, 자신이 원하던 나와의 대면을 이룰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말을 이어 하였고, 그 이후로 당분간 에레아의 목소리는 다시 들려오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검의 끝이 열쇠 구멍 근처에 이르도록 하면 되는 건가."
  그 목소리가 사라진 이후, 에레아가 언급한 대로, 검이 문의 잠금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 하였다. 그 때, 이런 나에게 물음을 건네려 하는 샤리에나.
  "정말 그의 말을 믿어도 될까요?"
  "이 일은 그가 원하는 바이기도 해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을 해 주겠다는데, 그 행동에 대해 거부 반응을 그가 보일 리는 분명 없겠지요."
  그 물음에 나는 그렇게 바로 답을 하고서 바로 발걸음을 옮기어 문의 앞에 이르렀다. 그리고서 어느새 나의 바로 앞에 보이게 된 그 문의 열쇠 구멍을 바라보는 채, 조심스럽게 검의 끝이 열쇠 구멍에 이르도록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검의 날에서부터 빛이 생성되어 열쇠 구멍에 이르더니, 이윽고 그 빛이 열쇠 구멍을 가로막으면서 하얗게 빛을 발하는 모습을 보이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열쇠 구멍을 채우며, 어두운 벽면 위에 놓여진 하얗게 빛나는 별과 같은 모습을 보이던 형상이 터지는 듯이 빛을 발산하면서 사라지고, 그와 동시에 굳게 닫혀있던 문이 중앙에서부터 갈라지더니, 이어서 갈라진 문의 두 부분이 양 옆으로 젖혀지는 듯이 열리며, 그 내부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푸른색 빛이 어둑하니 깔린 듯한 모습을 보이는 그 방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먼저 그 공간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이어서 아직 의식을 잃은 것처럼 보이는 크세비아를 두 손으로 안은 채, 리아레안이 그 뒤를 따랐으며, 이어서 루마와 샤리에나가 그를 따르면서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을 보였다.

바르카디아 신전 - 신전 지하 중심부
  바르코스 인들에게는 금단의 구역으로 알려지기도 한 바르카디아 신전의 지하. 그 중심부의 한 가운데에는 파랗게 빛을 발하는 물질로 채워진 팔각형을 이루는 연못이 있고, 그 연못의 한 가운데에 하늘색 빛을 발하는 금속으로 이루어지고, '암술' 의 꼭대기에 하늘색 빛을 발하는 투명한 구슬이 자리잡은 거대한 꽃 하나가 활짝 피어난 모습을 보이는 채, 자리를 잡고 있었으며, 그 주변으로 여러 사물들이 배치되는 광경이 나타났다.
  공간의 외양은 원형, 그리고 마치 고리와도 같은 모습을 보이는 외관의 테두리 부분에는 나란히 기둥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또한 통로에는 일정한 간격을 이루며, 수정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는 탑상 구조물들이 자리잡고 있으면서 꼭대기마다 하나씩 보석처럼 만들어진 부분을 갖추고 있으면서 각 부분이 파랗게 빛을 발하며, 공간의 어둠을 비추도록 하고 있었다.
  꽃의 크기는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도 눈앞으로 꽃의 모습만 보일 정도로 거대했다. 그 꽃이 '암술' 에 위치한 구슬 그리고 그 주변 일대의 표면에서부터 빛을 주변 일대의 넓은 곳으로 발산하니, 그 주변 일대가 파란 빛으로 물들면서 어둠을 비추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 꽃은 활짝 피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면서 중심의 구슬에서부터 밝은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여기가, 바르카디아 신전의 중추라는 곳인가."
  확실히 예감이 왔다, 이 곳이 바르카디아 신전의 중추에 해당되는 곳으로서, 나렐이 이전에 언급한 키에렌 왕이 마주친 꽃은 바로 나의 눈앞에 위치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런 예감을 가지면서 꽃에 가까이 다가가며, 내가 나의 왼편 근처에 이르고 있던 크세비아에게 잠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이 너머에 키에렌 왕이 자리잡고 있을 것 같아, 너도 그렇게 생각해?"
  나는 그 곳이 신전의 진정한 중추는 아닐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생각을 기반으로 그 너머에 또 다른 구역들이 자리잡고 있으며, 그 구역에서 키에렌 왕이 도로시아를 데리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그렇게 물음을 건네자, 크세비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도 그렇다고 생각한다는 언급을 하였다.
  "분명 그러할 거예요, 여태껏 도로시아 님께서 그 모습을 드러내시지 않으시니."
  "여기가 모든 일의 근원과 이어진 곳인 모양이네요, 유네아 양."
  그 때, 이런 나의 우측에 이르면서 두 손을 머리 뒤쪽에 올리고 오른발을 들어 반 즈음 걸어온 것 같은 모습을 보이던 루마가 나에게 그렇게 물음을 건네고서, 자신도 그 곳이 끝이 아니며, 어딘가 그 너머의 공간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었음을 밝혔다. 그리고, 그의 뒤로 다가온 리아레안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여기는 무엇을 위해 활용된다고 말할 수 있지요?"
  이에 대해 리아레안이 제대로 알고 있을 리는 없었으니, 그렇게 물음을 건네는 모습을 보며, 리아레안이 당장에 답을 하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내가 나서려 하는데, 그 때, 그런 리아레안이라도 무언가 짐작되는 바가 있긴 했는지, 바로 하나의 대답이 나오고 있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하나의 추측을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에 이어지는 언급으로서, 하나의 '상징' 이라는 존재 의미가 있지 않을까, 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본래 신전이 봉인하고 있던 산물로서, 옛날부터 자리잡은 그 산물을 통해 사람들은 그 신전이 과거부터 무언가 물건을 봉인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저 꽃은 신전의 '역사' 를 보여주는 물건이라 칭할 수 있겠네요."
  "그러하겠지요." 이후, 루마가 이어 건네는 물음에 그는 바로 그러할 것이라는 답을 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이들의 좌측 근처에서 이들의 물음에 답을 행하는 모습을 보이려 하였던 샤리에나는 이들의 대화 중에 나온 발언들에 납득이 갈 만 했는지, 이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고 있었다.
  "시간 지체할 이유는 없잖아요, 어서 그 너머에 무언가가 있다면 그 너머로 가요!"
  그 때, 뒤에서 공간으로 다가가며, 재촉을 가하는 일린 그리고 라이마. 이런 두 사람의 요구에 나와 샤리에나 그리고 루마부터 앞장서면서 원형 통로를 따라 나아가면서 그 너머에 자리잡은 하나의 통로를 찾기 위한 발걸음을 옮기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입구의 건너편에 거대한 통로 하나가 원에 선 하나가 달린 것처럼 그 모습을 드러내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원형 통로와 선형 통로의 교차점에는 하나의 탑상 구조물이 파랗게 빛을 발하고 있었으며, 그 너머의 선형 통로는 벽면 근처에 일정한 간격을 이루며, 탑상 구조물들이 배치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선형 통로의 끝에 위치한 문을 지나, 그 너머에 이르면서 나는 원통형 공간의 중심에 하얗게 빛을 발하는 원형 연못이 자리잡고 있으며, 입구에서 원형 연못을 지나, 그 너머에 십자가형 구조물이 세워져, 그 구조물 위에 한 사람이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십자가형 구조물을 중심으로 좌우로 일정한 간격을 이루며, 통로의 가운데마다 기둥이 세워져, 각 꼭대기의 보석처럼 생긴 부분에서부터 푸른 빛을 발산해 가는 광경이 나타났다.
  십자가형 구조물에 매달린 이는 금속화된 인간이 아닌 사람이었다. 소매가 길며, 그 끝 부분이 팔목을 감싸는 원통형을 이루고 있는 하얀 셔츠와 허리의 곡선을 드러내는 길다란 종 모양을 이루는 하늘색 치마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하고 있는 소녀로서, 목 부분을 파란 보석이 박힌 브로치로 꾸미고, 발을 푸른 구두로 감싸고 있었다. 그 모습은 확실히 도로시아가 이전에 나를 만났을 때, 보였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이런 그의 양 옆에는 두 쌍의 나비 날개처럼 생겼으며, 하늘색 빛을 발하는 투명한 날개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런 옷차림을 한 채, 하늘색을 띠는 긴 머리카락을 갖추고 있으며, 머리에 꽃으로 이루어진 관처럼 보이는 고리를 쓰고 있는 그의 모습은 그렇게 낯설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 때, 크세비아가 그를 향해 다가가려 하는 모습을 보이며 외치고 있었다.
  "도로시아 님---------!!!!!!"
  그는 확실히 도로시아였다. 모종의 사연-나렐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으로 인해 바르코스 군에 의해 붙잡힌 이래, 도로시아는 줄곧 저 십자가형 구조물에 매달려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며, 나는 먼저 시계 방향으로 좌측에서부터 도로시아가 위치한 곳을 향해 나아가려 하던 크세비아를 따라 다급히 원형 통로를 기둥의 우측 근처를 통해 발걸음을 옮기려 하고 있었다.
  "도로시아라면 그 요정이지? 이전에 한 번 본 적이 있던."
  "응, 맞을 거야." 그 때, 라이마가 샤리에나에게 그렇게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이어서 샤리에나가 그 목소리에 응답을 하는 목소리가 귓가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 때, 일린이 금속 세포에 의해 금속화되고 있는 이를 매달아 놓아서 나를 유인하려 하는 것은 아니냐는 물음을 건네고, 이에 샤리에나가 이렇게 답을 하는 목소리가 이어서 귓가로 들어오고 있었다. :
  "그러할지도 몰라,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렇게 섣불리 판단할 때는 아닐 거야."
  그러는 동안 어느새 나는 다른 공간과 이어지고 있을 법한 문, 그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 십자가형 구조물의 바로 앞에 이르고 있었다. 그 구조물에서 도로시아는 자신이 입고 있던 하늘색 드레스를 입은 채, 하늘색을 띠는 빛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는 실에 팔 그리고 다리가 묶인 채, 매달려 있었다. 그러다가 그러한 자신의 앞으로 나 그리고 샤리에나가 다가오는 모습을 보자마자 그 정면에 이르고 있던 나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말을 건네려 하고 있었다.
  "유네아 님, 오랜만이에요, 이렇게 잡혀있었는데, 미처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있었네요. 크세비아가 잘 이야기를 해 준 것은 맞지요?"
  이에 나는 바로 그렇다는 화답을 하고서, 곧바로 물었다, 혹시 금속 세포 등에 의해 신체에 이상이 생기거나 하지는 않았는지에 대한 물음이었다. 그러자 도로시아가 그 답으로서, 그러한 일은 없었다고 답을 하고서, 자신은 줄곧 요새의 한 곳에 갇혀 있다가 나를 비롯한 일행이 수호자의 검, 아론다이트를 위시한 전선을 뚫고, 요새로 진입한다는 소식이 나렐을 통해 키에렌 왕에게 전달되자마자, 십자가형 구조물에 인도되어 매달려 있었다고 자신이 처했던 상황에 대한 언급을 하였다.
  "그 말씀, 진심으로 믿어도 되는 것이지요, 도중에 무언가 일을 당하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그 때, 이런 그에게 이어지는 물음을 건네는 샤리에나. 그러자 그는 바로 자신의 말을 믿어달라 부탁하고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었음을 밝혔다. 아무래도 샤리에나는 인간의 모습만 보면 바르코스 군이 바로 금속 세포를 이식하려고 작정을 하였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언젠가 적이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고, 최후 전력만이 남겨진 상황 하에서 그런 일을 행할 여유를 가지는 일은 거의 불가능했을 법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말이 이어지는 동안 리아레안이 잠시 도로시아의 모습을 보며, 기운을 그로부터 들여와 허리 앞에 올린 두 손에 모이도록 하고 있었으며, 이런 광경을 좌측 곁에서 예즈라가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한 동안 빛으로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던 리아레안은 그 빛을 통해 무언가 알아낸 바 있었는지, 다시 도로시아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한 채, 일행에게 그의 상태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확실히, 그의 몸에 이상한 세포가 이식된 현상은 없어요, 그런 현상이 있었으면 본래의 몸이 가지는 기운과 이질적인 특성을 가지는 기운이 자리잡고 있을 텐데, 그러한 현상이 감지되고 있지 않아요."
  그리고 그를 붙잡은 이후, 바르코스 군은 그를 인질 삼아 무언가 일을 행하려 하였을지도 모른다고 그에 대한 추측을 하고서, 도로시아가 나를 비롯한 일행의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다고 봐 달라고 일행에게 바로 부탁의 말을 전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렇다면 갇혀 있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지요?"
  그 때, 이런 그에게 바로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를 내는 라이마. 그러자 그는 바로 그 답으로써 요새 지하의 미궁의 중앙에 해당되는 구역에는 금속 세포로 이루어진 생명이 태어나는 곳이라 알려진 구역이 있으며, 그 곳에 자신이 자리잡고 있었음을 밝혔다. 그러나, 그 모습을 실제로 본 적이 없었던 탓인지, 그 언급에 대해 나는 낯설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중추에 이르려 하면서, 미처 들르지 못한 곳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이번에는 내가 물음을 건네, 그 곳에 무엇이 있었는지에 대해 물었다.
  "이번에는 제가 여쭈어 볼게요, 그 곳에 무엇이 자리잡고 있었는지 알려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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