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코스 군이 현재 이물질 발생 장치를 움직이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요!?"
  그 이후, 나는 바르코스 군이 이물질 발생 장치를 가동하고 있지 않으며, 가동할 의사도 없어 보이기에 이들의 움직임은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루시아의 전언을 들을 수 있었다. 이에 내가 놀라면서 무슨 말이냐고 묻자, 루시아가 그 대답으로써 그 생각의 근거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목소리를 내었다.
  "나도 처음에 파렐리아로부터 이물질 발생 장치가 가동되어 세니티아의 상공이 위험해질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그 장치가 보일 수 있는 위험성에 놀라며, 서둘러 산으로 나아가는 이들이 움직여 줘야 한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지속적으로 관찰을 한 결과, 나는 그 장치가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바르코스 군 역시 그것을 움직일 의사를 보이지 않음을 알 수 있었고, 계속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그 장치의 모습을 보면서, 그 장치가 세니티아의 상공에 위협을 주기 위해 자리잡은 존재가 아니리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었지."
  그리고 그들이 장치를 움직일 때에는 대량의 병사들이 장치를 지켜야 한다는 언급을 하고서, 중요한 작동을 하고 있는 만큼, 지켜야 하는 이들이 다수 있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는 사항을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면서 장치에는 4 명의 병사들이 장치에서 멀리 떨어진 채, 수비를 행하고 있음을 밝히고서 그것은 그들이 이물질에 의한 공격 의사를 가지고 있지 않음을 알리는 수단이나 다를 바 없음을 밝히기도 하였다.
  "그래서, 큰 위협이 아니라고 판단을 내리신 것이로군요."
  이에 라이마가 차분하게 목소리를 내며 그렇게 그의 발언에 대한 생각을 드러내자, 루시아는 차분히 목소리를 내면서 "그렇지." 라는 화답을 한 다음에 곧바로 그에 대한 언급을 하였다.
  "물론, 그 장치에 이물질이 탑재되어 있지 않다고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야. 하지만, 바르코스 군단은 현재 이물질 발생을 감행할 생각이 없다고 말할 수 있지. 이런 행동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 같아."
  "무슨 이유가 있으려나요." 이에 라이마가 그 이유에 대한 의문을 품자, 루시아는 이전에 비해 차갑고 진지해진 목소리를 내며 그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어쩌면...... 이들은 우리를 끌어들이려 하는 것일지도 몰라. 우리를 끌어들여 이물질 발산 장치를 파괴하도록 함으로써 무언가 목적을 이루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하겠지."
  그러자 내가 놀라는 목소리를 내며, 빛을 발하는 이르티샤의 모습을 향해 물음을 건네었다.
  "그렇다면, 병기들과 장치를 희생시키기 위해 우리들의 힘을 끌어들였다는 거예요?"
  그러자 루시아는 현재까지의 상황을 정리해 보면, 그렇게 추측이 가능하다는 화답을 하였다. 하지만, 곧 그는 몇 가지 미심쩍은 점이 있다는 듯한 목소리를 내면서 또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있어. 분명, 이물질 발생 장치를 작동시켜, 세니티아에 직접 피해를 가하는 것이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효율적인 공격 수단일 텐데, 그들은 그런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또, 탑을 기반으로 군단들을 대규모로 출격시켜 주변 일대에 피해를 가하려 하지도 않고 있어. 그 이전에도 그들은 전선 기지를 마련하였지만, 아무런 행동도 보이지 않는 채, 결국 파괴되어 사라졌지. 세니티아에 피해를 가할 수 있는 여러 수단이 그들에게 분명히 있었음에도, 바르코스 측은 그 어떤 수단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거야."
  이어서 그는 잠시 목소리를 쉰 다음에 다시 차분히 목소리를 내며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그 수단을 사용하는 대신, 이들은 자신의 귀중한 전력이라 할 수 있는 전선 기지의 병기들이 세니티아에 위협을 가하면서, 정령들에 의해 그 병기들이 파멸 당하도록 하고, 또 탑에 위치한 전력까지 우리를 끌어들이기 위해 무조건적인 희생을 행하려 하고 있어. 이렇게 되면 그들의 지상 공격 전력은 사실상 전멸한다고 봐도 좋아."
  "탑의 전력까지 사라지면, 바르코스 군은 더 이상 지상으로의 움직임을 보일 수 없다는 건가요."
  그 이야기가 이어지자, 라이마가 루시아에게 그 이야기에 대해 한 가지 물음을 건네려 하였고, 그 물음에 루시아는 그렇다는 답을 하고서, 그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잔존 병기들은 남아있지만, 이들은 요새를 수호하기 위한 진영을 이루는 군단과 요새의 왕궁을 수호하는 친위 군단을 구성하고 있어. 그러하기에, 요새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그들은 자신들의 위치를 떠나서는 안 되지. 그들이 그 위치를 떠나 행동하는 것은 그들이 자신들을 파멸시킬 수 있는 위험한 도박에 뛰어들었다고 봐도 좋아. 그러다가 그 군단마저 세니티아에 의해 사라진다면, 그들은 사실상 자신들을 지킬 수 있는 최후의 수단마저 잃게 돼. 그야말로 맨몸으로 자신을 향해 칼을 들이대는 적을 맞이하게 된다고 볼 수 있지."
  "왜 그들은 모든 것을 내버리면서 그런 무리수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 이야기를 듣고서 이번에는 그들의 무리한 방식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던 내가 물음을 건네자, 루시아는 그 점이 이상하다고 답을 하고서, 그들은 나와 라이마, 그리고 다른 방향에서 공격을 해 올 바람의 정령들을 이용해 자신들의 병력이 멸망하는 대가까지 치르면서 무언가 목적을 이루려 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는 언급을 한 이후에,
  "하지만, 그로 인해 지상 공격을 위해 존재할 수 있는 병력 기반 자체가 붕괴되는데, 그것이 그들이 무언가 목적을 이루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점이 이상한 거야."
  라는 말로써 길게 이어져 온 이야기를 마쳤다. 그리고 파렐리아가 바르코스 군의 내부에 이상한 점이 생겼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묻기도 하였지만, 자신이 그런 것은 없다고 답을 했음을 밝혔다.
  "그들은 지금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어, 그러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목적을 위해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 군단의 내부에 이상이 생겼다면, 그런 움직임을 보일 수가 없을 거야."
  그리고 그 목적에 대해 정확한 파악을 하는 일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는 언급을 한 이후에 그래도 가능한 한, 최대한 조사를 행하면서 알아낼 수 있는 바는 바로 알아내도록 하겠음을 밝혔다. 그 이후, 그는 나, 그리고 라이마에게 일이 어떻게 진행되든 간에, 탑을 파괴한 이후에는 적어도 세니티아의 대기권 내에 사실상 평화 상태가 오게 될 것이니, 그 평화 상태가 오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힘을 내 줄 것을 당부하면서 통신을 끊었다.

AR 504 년 6 월 14 일 루나렐 력 5 월 11 일 - 엘젠 산맥 북동부 상공
  라넬리스를 떠난 이후, 나는 라이마의 뒤를 따르면서 엘젠 산맥에 도달, 그 이후에 곧바로 바람의 사당을 거쳐 마녀의 탑으로 나아가려 하였다. 그러다가 V 자의 대열을 이루는 5 명의 병사들 중 앞서는 중앙의 병사가 검을 들고, 그 바로 왼편에 보이는 병사가 총을 오른손에 들고, 왼손으로 요정을 붙잡은 채, 바로 앞에 위치한 한 명의 바람의 정령과 그 뒤를 따르는 두 명의 천사들과 대치하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다소 공포에 휩싸인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을 요정을 붙잡고 있는 병사의 모습을 보며, 가만히 바라볼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금색의 날개를 가진 천사가 앞장서더니, 앞서는 병사와 마주보면서 차가운 느낌을 주는 소녀의 목소리를 내며 그에게 말을 걸려 하였다.
  "그 아이를 납치해서 얻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
  이에 병사는 바르코스 인의 언어를 활용하며 답을 하려 하였다. 물론, 나와 라이마는 그 언어를 알아들을 수 없었으며, 그래서 그 병사가 말하고자 하는 바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는 이들을 지나치려 하다가, 전진을 잠시 멈추고, 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돌아선 이후에 앞서는 이와 마주보려 하는 금색의 날개를 가진 천사의 모습을 가만히 보려 하였다.
  그 이후, 금색의 날개를 가진 천사는 팔짱을 끼면서,
  "그 아이를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어 주면, 살려 보내겠다는 의미인가?"
  이에 병사는 다시 바르코스 인의 언어로 답을 하여, 나와 라이마는 물론이고, 천사 역시 알아들을 수 없는 의사 표현을 드러내고 있었다. 물론, 그 어조는 차분하고 정중하여 그가 다른 감정 없이 대응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을 따름이었다. 그 이후, 천사가 그의 말을 알아들었는지의 여부는 알 수 없었지만, 이전의 그 말에 화답을 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아이를 너희들의 곁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다, 그 아이는 이미 수호자의 검에서 고통을 받고 있었어, 그런 경험을 되살려서 그 아이에게 좋을 일은 없으리라 생각하는데."
  그러자 앞서던 병사는 수하의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듯한 목소리를 격해진 목소리로 내리고서, 그 이후에 중앙의 병사, 바로 그 우측에 자리잡고 있던 병사가 요정을 데리고 도망가기 위해 공중으로 떠오르려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에 라이마가 고도를 낮추면서 병사들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 그리고 자신의 소정령 라파라엘에서부터 빛으로 이루어진 한 줄기의 창을 발사, 그 창이 요정을 데리고 도주를 시작하는 병사의 등에 꽂히도록 하였다. 그 이후, 그 병사가 불길을 일으키며 추락하기 시작, 그러는 동안 요정이 병사의 손이 행하던 결박을 풀고, 일행이었을 이들의 곁으로 돌아가자, 라이마는 곧바로 지면으로 나아가, 병사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는 동안 나는 그런 라이마의 뒤를 따른 다음에 그와 거리를 둘 수 있는 곳에 착지. 그리고 그 이전에 병사들의 근처에서 착지, 그 이후에 검을 들고 있던 병사의 우두머리일 이를 향해 접근, 그 병사와 대치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 이후, 병사의 장이 한 번씩 검으로 내리치고, 또 검으로 찌르려 하자, 그 공세를 드러내는 칼날을 라이마는 자신의 칼날로 위로 올려치며 걷어 내거나, 아래로 내리쳐 막아낸 이후에 곧바로 검으로 그 병사의 가슴 한 가운데를 빠르게 찔러 칼날이 병사의 갑주를 관통하도록 하였다. 이어서 가슴에서부터 폭음이 일어나며 불꽃이 병사의 갑주에서부터 터지는 듯이 분출되면서 그 병사는 결국 점차 의식을 잃어 가는 듯이 지면을 향해 기울어지다가, 마침내 머리를 뒤로 한 채 쓰러지면서 수차례 폭발을 일으키며 불길을 일으켰다.
  라이마의 일격에 의해 병사를 이끌고 있던 자가 쓰러지자, 남은 병사들을 바람의 정령이 바람의 기운을 곡선을 그리는 혜성의 형상을 이루도록 하며 발사, 그들이 3 개체씩 가슴에 타격을 가해, 폭발을 일으키며 그 충격을 받은 병사들이 불길에 휩싸이며 쓰러지도록 하였다.
  그렇게 상황이 정리된 이후, 금색의 날개를 가진 천사가 요정을 두 손으로 안은 다음에, 상황 정리를 확인하고서 감색을 띠는 날을 가진 검을 칼집에 넣어놓으려 하는 라이마에게 다가간 이후, 그에게 시선을 향하는 채로 밝게 목소리를 내면서 말을 건네는 모습을 보였다.
  "고마워요, 이 아이를 이렇게 구해 주셔서."
  그러자 라이마는 차분하게 목소리를 내면서 지나가는 길에 바르코스에서 온 듯한 병사들이 요정을 위협하고 있기에 구해주었을 따름이라는 말을 건네었다. 그 이후, 그는 자신의 앞에 자리잡고 있던 천사의 모습으로 계속 시선을 향하고 있으면서 그에게 한 가지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를 내었다.
  "혹시, 마녀의 탑이라는 곳으로 가려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요? 잠시 둘러볼 겸, 들르려 하는데."
  '잠시 둘러보기 위해 들르는 것은 아니잖아.'
  물론 그 말은 진심이 아니었기에,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잠시 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바람의 정령은 라이마가 건네는 물음에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잠시 후에 그러면서도 바람의 사당, 그 정북쪽으로 나아가다 보면 그 곳으로 갈 수 있는 길에 이를 수 있다고 화답하였다. 그러자 라이마는 고맙다는 말을 건넨 다음에 그 정령에게,
  "그러면 가 볼게요." 라는 말을 남기고서 나의 곁으로 돌아왔다. 그 이후, 그는 바람의 사당 정북쪽으로 가다 보면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언급을 한 다음에 그 방향을 따라 나아가 보자는 말을 건네는 목소리를 내었다. 진실 여부는 가 봐야 제대로 알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믿어야 할 정보라고 생각했다. 바람의 정령과 천사들이 알린 것이라면 그 정보에 거짓은 없을 것임은 분명하였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 라이마가 먼저 비행을 개시, 바람의 사당을 향해 날아가, 그 동쪽 인근 구역에 이른 다음에 그 북쪽 너머로 나아가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시간은 계속 지나 바람의 정령으로부터 길을 물었을 때부터 1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으며, 그러는 동안 여전히 새하얗게 빛을 발하며 여러 색의 빛을 발산하는 태양 역시 남쪽 하늘의 가장 높은 곳을 지나, 서쪽 하늘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생각 외로 탑과의 거리는 멀었다. 앞으로도 1 시간 정도
  "이러다가 날이 어두워질 때 즈음에 도달하는 것 아니야?"
  그 무렵, 내가 하늘의 모습을 보고 탑에 도달하는 일에 대해 그렇게 물음을 건네자, 라이마는 그런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그러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묻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 이후, 내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자 라이마는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리고, 밤에 도착하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을 테니 그 점에 대해서는 안심해 달라고 부탁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면서 일행이 탑을 향해 계속 나아가면서 어느덧 산길에 자리잡은 옛 도시의 흔적, 그 근방에 이르렀을 때가 되자 라이마가 갑자기 고도를 낮추기 시작하면서 나 역시 그를 따라 고도를 낮추어 지면을 향해 내려가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풀로 뒤덮인 산길, 그 우측에 보이는 검은 바위를 발견하고 그 바위 위에 앉는 라이마의 바로 앞에 이르고서 그가 갑자기 지면에 이르러 멈춘 이유에 대해 물었다.
  "잠시 쉬자, 점심 시간인데 쉬지도 못하고 계속 앞길을 나아가는 것은 조금 그러하잖아."
  이에 라이마가 그렇게 화답을 한 이후에 아무리 급하더라도 잠시나마 휴식을 취한 다음에 계속 앞길을 나아가자고 말을 건네면서 나 역시 근처에 앉아 있으면서 쉬고 있으라는 말을 건네었다. 물론, 나는 계속 비행을 할 수 있었지만 라이마가 쉬자고 하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알았다고 답을 하였다. 그리고 잠시 초록색 나무들이 곳곳에 서 있으며 풀밭을 꾸미고 있는 광경을 보며 라이마가 앉은 바위의 우측 부분, 그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아 나와 라이마가 서로 접촉하며 앉도록 하였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라이마와 함께 지내왔던 사이였다. 그래서 항시 같이 있는 경우가 많이 있었지만, 이렇게 접촉하며 앉는 경우는 없었다. 라이마가 신체가 접촉하며 앉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불쾌감을 느껴하고 있으면서 나란히 앉을 때에는 어느 정도 나와는 거리를 두고 앉으려 했기 때문. 그래서인지 라이마가 나와 사실상 붙어 앉게 된 일을 두고 그 역시 달갑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있잖아, 일린." 그 이후, 라이마는 그렇게 앉은 나에게 고개를 돌리고 무언가 말을 하고 싶은 듯한 목소리를 내었고, 이에 그 의도를 알고 있으면서도 무슨 말을 할 것인지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내가 왜 그러느냐고 묻자, 라이마는 어떻게 거리를 두고 앉을 수 없겠느냐고 묻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나는 조용히 한숨을 내쉰 다음에 알겠다고 답을 하고서 근처의 풀밭에 자리를 잡고 다시 앉으면서,
  "어떻게든 바위에 앉고 싶었는데...... 역시 곤란했나 보네."
  라는 말을 건네었다. 그러면서 라이마는 계속 바위에 앉고, 나는 그 왼편 근처의 풀밭에 앉아 있으면서 하늘을 가만히 바라보려 하였다. 그리고 멍하니 앉아있는 채, 잠시 동안 주어졌을 휴식 시간을 가만히 보내다가, 문득 잠이 오기 시작하자, 눈이라도 붙이기로 마음을 먹고 무릎 위에 두 팔을 놓고, 그 두 팔 안으로 머리를 파묻으려 하였다. 그러면서 잠시 여행을 하면서 가졌던 피로를 조금이나마 풀려 하고 있었다.
  아직 비행이 가능하기는 했지만, 나라고 해서 피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9 시부터 15 시에 이르기까지 6 시간을 엘젠 산맥을 거쳐 바람의 사당에 이르기까지 비행을 이어가고 있었기에 나 역시 피로가 쌓이기는 마찬가지여서, 한 번 앉기 시작한 이래로 계속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행여 이전처럼 소녀가 십자가에 묶여있는 모습을 보는 그런 꿈 속에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하였지만, 일단은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할 수 있을 따름이었다. 그러면서 눈을 붙인 채, 가만히 앉아있기를 얼마나 하고 있었을까, 갑자기 어딘가에서부터 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낯설지 않은 그 목소리는, 위카의 영역에 머무르고 있을 크네흐트 자매 중 동생, 파렐리아의 목소리였다.
  "일린, 혹시 지금 자고 있는 거야? 급히 알려야 할 것이 있어서 그러한데."
  이에 내가 눈을 뜨고 무슨 일인지에 대해 묻자, 파렐리아가 알려야 할 것이 있으니 잘 들어달라고 부탁하였다. 그 이후, 그는 바람의 사당 일대를 관찰하면서 그 곳에 머무르고 있는 소로에나 출신의 바람의 정령들이 마녀의 탑을 공격하기 위해 나서게 될 것임을 밝혔다. 그리고서,
  "이들은 바람의 탑, 그 정면부를 공격하게 될 거야. 이들이 지금까지 '수호자의 검' 이라 칭해지는 존재를 3 개체 멸한 것을 보면 이들의 능력도 상당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마녀의 탑, 그 전력이 탑 주변 일대에 퍼져 있고, 한 방향에서 탑을 공격하게 되면, 그 모든 전력이 일시에 그 방향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있어서 다른 방향에 위치한 탑의 전력을 분산시킬만한 무언가가 필요할 거야."
  라는 말을 하였다. 그러자 그렇게 말을 하는 파렐리아의 의도를 알아차리고서, 내가 그에게 그 의도에 대한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 전력을 분산시키도록 다른 방향에서 탑을 공격해 달라는 것인가요."
  "그러하지." 이에 파렐리아는 가벼운 목소리를 내며 답을 한 이후에 그들은 남쪽에서 공격을 해 올 것임을 밝히고서 그러한 이상, 북쪽이나 동쪽에서부터의 공격을 하는 방향을 선택하도록 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 그러자 그 목소리를 듣고 있던 라이마가 그런 파렐리아에게 물었다.
  "그들과 협력을 하면서 전력을 상대하는 방법은 안 되는 것일까요."
  그러자 파렐리아는 그래도 되겠지만, 바람의 사당 측에서도 그들이 전력의 돌파를 행하지 못하게 될 경우에는, 구원을 위해 사람들이 올 것이니, 나와 라이마가 나서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그들이 받을 수 있는 부담이 덜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한 다음에 그들은 전력 분산을 위해 나서지는 않을 것이지만, 하나의 전력이 한 곳으로 집중되면 바람의 사당 측이 구원을 위해 와도, 결국에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영향이 작다 하더라도 다른 세력의 협조가 필요할 것이라는 언급을 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저희 두 사람이 북쪽이나 동쪽에서 공격을 해 온다면, 전력의 일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겠지요. 하지만, 그 병력을 저희 두 사람이 어찌할 수 있기는 할까요. 전력의 수도 수라지만, 문제는 거대 전투 수송선들이 도처에 널려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인데."
  그러자 파렐리아는 자신과 언니도 준비하고 있음을 밝힌 다음에 일이 잘못될 경우에는 자신도 전력으로서 나서서 나를 비롯한 일행을 도와주겠음을 밝힌 다음에 자신으로부터 하나의 연락이 왔음을 밝히고서, '아니스' 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가 어떻게든 탑으로 진입하면서 탑의 진입을 행할 이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말이 있었음을 밝히고서 그 자가 행할 구원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언급을 하였다. 그 이후, 그는,
  "여태껏 너와 일린 모두 잘 해 왔잖니, 이번에도 잘 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라는 말을 건넨 다음에 바르코스의 전력은 남쪽의 유적지와 동쪽의 계곡에 집결해 있으며, 남은 전력들은 주로 남쪽 방향에 자리잡고 있음을 밝힌 다음에 남쪽의 유적지는 바람의 정령들이 돌파할 듯하니, 동쪽의 계곡을 지나면서 그 곳의 전력을 제압하는 것이 우선될 것이라는 언급으로써, 앞으로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리는 목소리를 그에게 내었다. 그러자 라이마는 알았다고 화답한 다음에 통신을 끝내고서, 나에게 휴식을 마친 이후부터 동북쪽 방향을 통해 산맥의 동부로 나아간 다음에 동쪽에서부터 탑을 향해 접근해 갈 것임을 알렸다. 그리고 계곡 지대를 거치면서 그 곳의 적들을 제압할 것임을 알리고서,
  "얼마나 많은 전력이 그 쪽에 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해 보자."
  라는 말을 건네었다. 그 이후, 나는 그 바람의 정령들이 무슨 목적을 가지면서 마녀의 탑으로 나아가려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으면서 풀밭에 누워 하늘로 시선을 향한 채, 라이마에게 그것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라이마는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는 답을 한 이후에, 나쁜 목적으로 가는 것은 아닐 테니, 그것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바로 나에게 말을 건네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 이후, 그는 남쪽에서부터 바람이 불어와 풀밭을 조용히 흔들기 시작할 무렵, 나에게 격려의 목소리를 밝게 표정을 지으며 하였다.
  "너무 걱정하지마, 루시아, 파렐리아 언니도 오실 수 있다니까."
  그리고 북쪽으로 시선을 향하면서 다시 차분해진 표정을 지으려 하였다. 그 이후, 그는 이전에 수중 통로에서 만났던 하얀 갑주를 입은 병사의 모습을 보면서 바르코스의 기계 병기들 중에서도 사고를 할 수 있는 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음을 밝힌 다음에 그 병기와 아니스에게는 무언가 모종의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을 하고서, 그 근거가 무엇인지를 바로 밝히려 하였다.
  "분명히, 병사는 아니스 양을 '반역자' 라고 칭하고 있었어. 그래서 본래는 바르코스에서 동료로서 함께 전투를 행하다가, 모종의 이유로 아니스가 배신을 해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 그건 그렇고, 그 병사가 아니스 양께 '크세비아' 라는 것을 언급하셨는데, 그것이 무엇이라고 너는 생각해?"
  말을 마치고 화제를 바꾸면서 물음을 건네는 라이마. 그러자 나는 바르코스의 언어이니, 어떻게 그것의 의미에 대해 알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곧바로 그 대답으로써 바르코스 인이 곁에 없는 이상, 전혀 알 수 없다고 언급을 하였다. 그러자 라이마는 "역시 그러하려나." 라는 말을 한 이후에 내가 그 이름에 대해 무언가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을 하고서, 그것에 대해 우선 짧게 이야기를 하려 하였다.
  "그 병사는 분명, 그 단어를 강조하고 있었어, 무언가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 있는 듯이. 그러하다 보니, 실제로는 다른 의미 없는 사람의 이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지, 정말 그러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 명칭이 정말 이름을 의미한다면, 그 병사는 그 사람의 이름을 언급하며, 자신과 모종의 관련이 있다고, 그에 대해 언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언급을 하였다. 이에 내가 '크세비아' 라는 이름을 가진 이가 정말 세니티아 성계에 내려왔을 지에 대한 의문을 드러내자, 라이마는 그러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이후에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세니티아에서 그들이 했다면, 세니티아에 그 사람의 존재를 확인했기에 그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고 볼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하고서,
  "세니티아에 그 사람이 없다면 아무 이야기도 없었겠지."
  라는 언급을 이어서 하였다. 그 이후, 그는 미소를 지으면서 아직은 사람 이름인지의 여부는 알 수 없으며, 그렇게 추측만을 했을 따름이니, 가볍게 넘어가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러자 나는 그가 쓸모 없는 이야기를 한 셈이었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그런 이야기를 할 이유가 없잖아."
  하지만 라이마는 그 말에 대해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그 이후, 나는 잠시 고개를 들고 길 위에 서 있는 나무들을 말없이 바라보는 서쪽 하늘과 그 한 가운데에 덩그러니 놓여진 하얗게 빛나는 태양으로 시선을 향하는 채, 하늘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려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라이마가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 그 모습을 보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라이마가 어느새 고개를 아래로 숙인 채, 잠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가 잠들고 있음을 확인한 이후, 나는 그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는 채,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어지간히 졸렸으면 기댈 곳도 없는데 잠들게 되기까지 할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바로 앞에 보이는 숲의 왼편에 자리잡고 있는 거대한 단풍나무로서, 손 모양을 이루는 거대한 초록색 나뭇잎들이 자라나 있는 나무의 줄기로 시선을 향하였다.
  '그러고 보니, 단풍 액을 바람의 정령들로부터 구해야 하는데.'
  그 단풍나무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이전에 입수한 바 있던 '단풍 액' 이라는 물질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혼잣말을 하였다.
  단풍 액. 먼 옛날부터 전해지고 있었다는 물질 중 하나. 단풍나무의 수액을 끓여서 만들어낸다는 액체로서, 빵이나 떡과 함께 먹으면 맛있다고 알려져 있다. 단맛을 내는 물질로서, 단맛을 내는 수액을 찾을 수만 있다면, 꿀보다 입수하기는 쉬운 것으로서, 바람의 정령들이 가끔 이용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라이마가 길게 늘어나는 떡과 함께 바람의 정령들이 이 액체의 맛을 보는 광경을 보고, 시험삼아 한 번 먹은 이후에 그 액의 맛을 알게 되어, 무척 좋아하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그런 라이마를 위해 1 년에 한 번씩 그 수액을 가공해 만든다는 액체가 담긴 작은 병을 구해오고는 하는데, 내가 손바닥 크기만한 작은 병을 가져오면 라이마가 11 ~ 12 월, 한 달에 걸쳐 이 모든 병에 들은 양을 전부 소비해 버린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단풍나무의 수액을 채취해서 라이마에게 가져다 주고 싶다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현재 상황이 상황이기도 하고, 라이마 역시 상황을 의식해 별로 원하지 않을 것 같아 보여, 그 생각은 생각으로만 남겼다. 그러면서 라이마에게 잠시 고개를 돌리며 아직 잠든 그에 대해 말을 하였다.
  "그 액을 가져올 수 있는 때가 빨리 올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다시 고개를 앞으로 향한 다음에 가만히 앉은 채, 하늘로 시선을 두며 휴식을 계속 취하려 하였다. 그러다가 잠시 눈을 붙이기도 하면서 피로를 조금이라도 떠나보내려 하기도 하였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