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이 폭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그 화산의 열기에 휩싸인 것은 아닌가하며, 도로시아 님께서도 지금껏 걱정을 잇고 계셨어요."
  이어서 높아진 목소리로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크세비아. 이에 나는 "그랬구나." 라는 말을 하면서 환하게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이며 이제는 무사하니 더 이상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 이후에 그런 그의 머리를 약하게 쓰다듬으며 그래도 걱정해 주는 모습을 보니, 기운이 난다는 말을 밝은 목소리로 실어 그에게 보냈다.
  "헤헤." 이에 바로 웃음을 짓는 모습을 보이는 크세비아. 그 이후, 그는 지금껏 -도로시아가 이전에 내가 언급한 그대로-리아레안의 품 속에 있었음을 밝힌 다음에 그래서 밤중에는 나의 눈앞에 나타나지 않고 있었음을 밝히고서,
  "멋대로 모습을 감추어서 죄송해요."
  라고 그 일에 대해 죄송하다는 뜻을 드러낸 다음에 그 일에 관한 이야기를 내가 도로시아의 바로 앞에 이르는 동안에 목소리의 차분함을 유지하며 늘어놓기 시작하였다.

  이전에 있었던 일에 대한 도로시아의 결정을 듣고서 크세비아는 앞일이 걱정되어 어찌할 줄 몰랐다가 잠들고 있다 보면 괜찮아 질 것이라 생각하며 당시 도로시아와 함께 있었던 리아레안에게 부탁해 그의 치마 주머니 안에 잠들고 있었다고 한다, 잠들었다가 일어나면 그 결과가 바로 나올 것이라 생각하면서. 본래는 도로시아의 곁에 있으려 하였지만, 도로시아가 언제 어떤 운명에 처해질지 모르는 자신의 곁에 있으면 위험하지 않겠느냐고 말하며, 그 요청을 강하게 거절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한다.
  이후, 그는 리아레안의 치마 주머니 안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불안 속에서 계속 잠들고 있었으나, 도로시아가 구출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그가 위치하게 된 곳이라는 일행의 거주 구역으로 나아갔고, 그 곳에서 도로시아를 만나면서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불안감을 비로소 해소하였으며, 그와 더불어 그의 머리에 다가왔던 아픔 역시 사라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 연유로 이제는 괜찮아요, 걱정되었던 분께서 괜찮았음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으니, 그 이전까지 무슨 걱정을 하든 간에 그 모든 것은 지나간 일이 되었을 따름이지요."
  "그래, 다행이지." 이에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화답을 하는 나. 그리고 그에 대해서는 이미 도로시아에게 들은 바가 있어서 이미 알고 있었음을 밝히고서 그 사정을 도로시아에게 부탁을 받기까지 하면서 이해하려 하였기에 그 일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하였다.
  그 이후, 에딘과 리아레안이 먼저 거주 구역의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고서, 도로시아의 곁으로 나아갔다. 그러는 동안 도로시아는 어떤 해도 당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정신적으로라도 해를 당했다면 반드시 그 증거가 남게 되기 마련이다-, 이전에 나와 마주쳤던 은색 갑주의 모습을 보이는 병기로서 도로시아를 구출했던 이가 정말 그가 선의를 가지고 도로시아를 구출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그 때, 도로시아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나와 마주보기 시작하면서 조용히 미소를 짓더니, 잠시 후에 나에게 지금껏 모습을 보이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이어서 건네었다.
  "저를 구하기 위해 위험을 나서셨다가, 화산의 폭발과 함께 용암 속에 잠기실 수도 있으셨을 텐데, 그 위험을 무릅쓰고 계셨던 당신께 제 모습을 보이지 못해 죄송하게 되었네요."
  하지만 그 일에 대해서는 그저 도로시아가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가 미안해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물로서 풀턴의 근거지로 끌려갔다가, 바르코스의 병기에 의해 인도되었지만 풀턴 측과 바르코스의 병기, 그 어떤 것에도 해악을 당하지 않았으니 더욱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것. 그러면서 그 생각을 분명히 드러내는 화답을 하였다.
  "그러할 것 없어요, 그저 운이 좋아 무사히 일행의 곁으로 돌아올 수 있었으니 다행일 따름이지요."
  그리고 나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한 이후에 이제 들어가 쉴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이에 나는 알았다고 화답을 한 이후에 그를 지나쳐 방으로 들어가다가 잠시 그를 향해 돌아선 이후에 그에게 들어가지 않으려 하는지에 대해 물었으나, 잠시 후에 그로부터 잠시만 더 밖에 머무르고 있겠음을 알리는 화답을 들으면서 결국 나 혼자만 로저의 근거지 바로 옆에 있는 일행의 근거지로 가게 되었다.

  집으로 들어갈 무렵, 이제 유리병의 아래쪽에 투명한 기름이 채워진 위에 노랗게 불꽃이 일어나 어둠을 비추는 모습을 보이는 램프를 중심으로 나를 제외하고 다 모인 일행이 달의 모양을 이루고 있는 채, 모여 앉아 있으면서 대화를 주고받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가장 왼쪽 가장자리에는 루마가 앉아 있었으며 그를 시작으로 우측으로 리아레안, 리레아, 레야라 그리고 에딘의 순으로 앉아 있었다.
  그렇게 내가 집으로 들어올 무렵, 왼쪽 가장자리에 앉아 있던 루마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나에게 도로시아와 만나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었느냐고 물었다. 물론, 도로시아와 만나, 특별히 이야기를 주고받은 적은 없었기에 별로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바로 답을 하였다. 그 이후, 오른쪽 가장자리에 앉은 에딘이 나에게 자신의 곁에 앉아달라고 부탁하였고, 이에 나는 그 부탁에 따라 에딘이 앉은 곳, 그 좌측의 바닥에 두 무릎과 다리를 바닥에 대는 자세를 취하며 앉았다.
  이후, 루마가 에딘에게 곧 옷가지를 찾을 겸, 도시의 남쪽 시가지로 나아갈 것임을 밝힌 다음에 그래서 적어도 에딘과 옷가지를 넣어둔 도시의 중앙 구역에 위치한 경찰국까지는 함께 가기로 결정을 내렸음을 밝혔다. 그러는 동안 나는 이들이 언제부터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은 이후에 에딘에게 그 의문을 드러내는 물음을 건네었다.
  "언제부터 일행 분들께서 이렇게 모이셨니?"
  "여기 계신 분들 모두가 방금 전에 일어나셨대요, 제가 오자마자 깨어난 분도 계세요."
  그러자 차분하게 목소리를 내어 그렇게 화답을 하는 에딘. 그 이후, 서쪽을 통해 도시를 떠나기 전에 해야 할 사항에 대한 이야기를 루마가 알리고 있음을 밝히고서 로저가 깨어날 때를 기다렸다가 가자는 의견과 지금 바로 출발하자는 의견이 부딪쳐 어느 쪽으로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다가, 방금 전에 로저가 깨어났다는 소식이 들려와 그것을 통해 루마가 바로 출발하기로 결정을 내렸음을 밝혔다.
  그리고서 그러한 루마의 말을 듣는 동안, 내가 일행에 속해 있음을 알아차린 이후에 그 일행이 도시의 서쪽 구역으로 나아가게 되면 나 역시 자신과 헤어지게 될 것임이 분명해, 그로 인해 아쉬워하고 있었다고 자신이 하던 생각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것이야 어쩔 수 없지 않겠니, 사는 곳이 다른 이상, 만남이 있으면 결국 헤어질 일도 생길 테니까."
  이에 내가 그 일에 대해 그렇게 말을 건넨 다음에 당장은 아닐지라도 언젠가 먼 훗날에 나보다도 더 아름다운 여자를 사귈 수 있는 기회가 올 테니 너무 우울해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며 그의 마음을 위로하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루마는 모임이 끝나면 바로 출발할 것임을 밝힌 다음에 옷을 넣어둔 곳이 일행과 거리를 두고 있으며, 리아레안이 일행의 모임에 포함되어 옷장을 지킬 이도 없어진 이상, 가급적이면 빨리 옷장으로 가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그러하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지금까지의 일로 인해 밤을 지새우셨을 텐데, 이렇게 일찍 일어나실 줄은 몰랐네요."
  "매일마다 일로 인해 이 시각 즈음에는 일어나셨기 때문이지요. 그것이 습관이 되신 것 같아요."
  이어 리레아가 로저의 기상 시각에 대해 그렇게 언급을 하자, 에딘이 그에 관한 이야기를 바로 해 주었다.

  그런 대화가 이어진 이후, 루마의 이제 출발하자는 말과 함께 일행 전원이 한 사람씩 자리에서 일어났고, 이어서 거주 구역을 떠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었다. 그러다가 일행이 거주 구역에 이를 무렵, 도로시아가 크세비아를 안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거주 구역을 떠나는 일행을 반겼다.
  "이제 떠나시게 되었나 봐요."
  이후, 그가 건네는 말에 "예, 이제 출발하려고 해요." 라는 답을 하는 루마. 그 이후, 도로시아가 크세비아와 함께 일행의 뒤쪽에 머무르며 일행의 뒤를 따르기 시작할 무렵, 루마가 앞장서서 발걸음을 옮기어, 도시의 중앙 구역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시간이 새벽을 향하면서 어둡기만 하였던 하늘의 모습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었다. 하늘의 색은 어느덧 짙은 푸른색을 띠고 있었으며 그 위로 금색을 띠는 밝은 별들이 떠올라 그 푸른 하늘을 꾸며주고 있었다.
  "이 무렵의 하늘색이 참 아름답기는 한데."
  그 때, 일행의 중간 대열에 위치하고 있던 리레아가 하늘을 바라보며 밝게 목소리를 내어 그렇게 말을 건네자, 레야라가 "그렇긴 하지." 라고 바로 화답을 한 이후에 그에 이어,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은 분명 아니기에 더욱 아름답게 보일지도 모른다는 언급을 하였다.
  그러는 동안 그 자주 볼 수 없는 하늘 아래로 펼쳐진 시가지를 따라 걸으며 일행은 도시를 가로지르는 중앙 대로를 통해 중앙 경찰국과 이어진 길을 찾으려 하였다. 그렇게 길을 지나갈 무렵, 도시의 구역 곳곳에서는 일자리로 가기 위한 사람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었으며, 그와 더불어 갈색 멜빵바지와 하얀 셔츠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하고, 머리에 모자를 쓰고 있으면서 빗자루를 두 손으로 쥐고 있으면서 길바닥을 청소하는 중년 남성이 조용히 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얼핏 보면 여유로워 보일 수도 있는 광경. 하지만 빗자루를 손에 들고 그것을 움직이는 남성의 표정이 그렇게 밝지는 않아 여유롭다고 볼 수는 없었다. 필시 무언가 사정이 있거나, 실제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 사람의 여유를 빼앗을 정도에 이르고 있음이 분명했지만, 나 역시 특별히 가야할 곳이 있었기에 어둑한 표정을 짓는 채, 청소를 이어가는 그의 모습을 그저 지나칠 뿐, 다른 일을 할 수는 없었다.

7 시 33 분 - 그레이스 블루 시티 중앙 경찰국
  서서히 하늘이 밝아질 무렵, 일행은 다시 경찰국에 이르면서 그 정문 왼편에 위치하고 있는 옷장 근처에 한 남성이 자리 잡고 있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그 셔츠와 갈색 멜빵바지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하고 머리에 모자를 쓴 중년 남성의 모습을 보면서 그가 로저임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으며, 그러면서 로저가 리아레안을 대신해 옷장을 지켜주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어서 그를 만나고, 옷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앞서 나아가는 루마를 지나친 이후에 옷장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하였다.
  "아아, 주니아로구나, 걱정 많이 했었다."
  그런 나를 보자마자 바로 반갑게 맞이하려 하는 로저. 이어서 그는 갑자기 화산이 폭발하면서 용암이 분출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을 많이 했다는 이야기를 한 다음에 그 와중에 무사한 모습을 보니 내가 정녕 신의 가호를 받은 사람임이 틀림없는 것 같다는 말을 이어서 건네었다. 그 이후에 그는,
  "풀턴의 폭압에 의해 괴로움을 받은 사람들의 기원이 정말 신께 닿아, 너와 같은 아이를 보내, 풀턴을 벌하도록 하신 모양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이번 일에 대해서는 나도 그렇고, 공장에서 일하던 모든 이들이 교회로 모여 신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지."
  그리고 내가 정말 신의 사도일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풀턴의 근거지로 나아가, 그 근거지가 멸망하도록 한 일은 신의 인도에 의해 일어났다고 봐도 될지도 모른다는 언급을 하였다. 그 이후, 로저는 옷장에 이른 나와 루마의 모습을 가만히 보더니 나에게 원래의 옷으로 갈아입으려 하는 것이냐고 물었고, 그렇게 물음을 건네면서 로저는 나에 대한 미련의 감정을 거의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어서 나와 헤어지는 일에 대해 그가 아쉬워하고 있음을 그 표정을 통해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잃어버린 내 딸을 대신할 수도 있었는데......."
  이후, 그는 그 감정을 드러내고 있으면서 그렇게 말을 건네었다. 아무래도 딸을 위해 마련해 준 드레스가 마치 자신의 딸이 입었던 것처럼 잘 어울릴 뿐만이 아니라 에딘과도 자신의 딸처럼 친숙해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곧 그는 미련을 포기한 듯이 미소를 짓는 채, 나의 두 어깨를 자신의 두 손으로 치며 말하였다.
  "하지만 너는 결국 그 아이가 될 수 없는 것은 맞아, 원래 이 세상에서 태어난 아이도 아니었을 텐데. 그러하니, 결국에는 떠나 보내야 하겠지."
  그리고서 그는 일행에게 각자 원래 입었던 옷을 꺼내서 경찰국 내의 숙소에서 갈아입도록 하라고 말을 건넨 다음에 근처에는 욕탕도 있으므로 필요한 경우에는 목욕을 먼저 하도록 해 달라는 말을 건네었다. 그 이후, 그는 지난 밤의 싸움에 참가한 일행이라면 한결같이 힘들게 돌아다녔으니 한 번 정도 목욕은 해야 하지 않겠냐면서 목욕을 할 것을 권하였다. 그렇게 일행은 옷장에 들어있던 옷을 한 벌씩 받아 각자 받은 옷을 들고 경찰국의 왼쪽 부분에 위치한 출입구를 통해 경찰국 내의 숙소로 들어서게 되었다.
  이후, 지금까지 로저가 선물해 주었던 드레스를 벗은 다음에 욕탕의 물을 채우고서, 욕탕의 물 안으로 리레아가 들어가도록 하였다. 그리고 머리를 묶어 올리고 그것을 천으로 덮은 모습을 보이는 리레아가 욕실로 들어서자, 그 안으로 들어가도록 한 다음에 나는 욕탕에 구비된 나무 의자를 그 근처에 올려놓은 이후에 그 위에 앉아서 욕탕의 물을 한 번씩 길어 그 물을 통해 몸을 씻었다. 지나치게 뜨거운 감도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평소에는 경험할 수 없는 것인 탓인지 따뜻한 물을 맞으며 몸을 씻는 동안, 평상시보다 훨씬 상쾌해진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는 하였다.
  "좋으신가 봐요, 이렇게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는 것이."
  "예, 평소에는 잘 할 수 없는 것이라서 그래요."
  내가 사는 곳이 사는 곳이다 보니 몸을 씻을 때에는 찬 물로 채워진 샘을 이용해야만 했으니, 따뜻한 물로 몸을 씻는 경험은 다른 지역으로 여행하여 온천이라는 것을 경험하지 않는 이상,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도 좋았다. 그래서인지 따뜻한 물에 들어간지 얼마나 지났는지도 잘 기억을 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고 있었던 탓에 간만에 따뜻한 물로 씻을 때마다 새로운 경험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고는 하였다. 이번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이후, 따뜻한 물이 전하는 기운이 사라지고 나면 급격히 다가오는 한기로 인해 몸을 떨며 그 한기를 없애기 위해 다시 뜨거운 물을 몸에 부으면서 몸의 묵은 기운을 씻어내는 동안 리레아가 그런 나에게   물었다.
  "라넬리스 남동쪽에 자리잡고 있는 마란사(Maransa) 열도라는 곳 인근에 온천이 하나 있던데, 혹시 그 곳으로 가 보실 생각은 없으세요?"
  "마란사 열도라고요?" 라넬리스 인근에는 남서쪽 방향으로 나란히 위치하고 있는 몇 개의 섬들이 있었다. 자세한 사항은 잘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화산의 고리' 에 속해 있어서 항시 위험해 사람들이 거의 살지 않는 곳이라 알려진 섬들. 그 섬들을 떠올리며 내가 욕조의 가장자리에 두 팔을 올려놓고, 그 위에 머리를 놓은 채, 나에게 시선을 향하고 있는 리레아에게 물었다.
  "그 섬들의 이름이 마란사인가 봐요."
  "섬 전체를 통틀어 마란사라 칭하며, 섬들마다 각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대요. 그 중 가운데의 가장 큰 섬이 마란사 본도라 칭해지지요."
  그 이후, 그는 마란사 본도는 비교적 넓은 곳으로서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이 구성되어 있는데다가 지하수가 흐르고 있어서 화산의 열기를 받은 지하수를 이용해 온천을 만들 수 있다고 소개를 한 이후에 라넬리스 남서쪽에 위치한 마을인 '마리셀(Mariscel)' 출신의 한 사람이 그 온천의 관리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언급을 하더니, 그에 이어 위험한 곳이지만 하루 정도 들렀다 가기에는 좋은 곳임에는 틀림없다고 그 곳에 대한 소개를 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려, 끓는 물에서부터 피어오르는 수증기가 희미하게 피어오르는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면서 오른 다리를 두 손으로 안은 채, 들어올리면서 리라, 이리샤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밝으면서도 차분히 목소리를 내어 답을 하는 리레아.
  "보고 싶지요, 며칠 많이 지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보고 싶네요."
  그리고 쉬고 있으려니 빨리 여행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을 하였다. 이어서 그는 나에게 한 마디 혼잣말로서, 언제 즈음 집에 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말을 한 이후에 그 후로 있을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진행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그에 이어 건네었다.
  그 이후, 그는 머리에 두른 천을 풀어내 나의 다리 위에 떨어지도록 하고서 물로 머리카락과 얼굴을 계속 적시도록 하였다. 그러다가 한 번은 뜨거운 물 안으로 허리를 굽히는 모습을 보였다가 다시 허리를 밖으로 내미는 일을 반복하는 모습까지 보였고, 그 와중에 머리를 묶은 천이 풀어져 긴 머리카락이 그대로 풀어져 수면에 닿는 모습을 보였다. 그 일이 있은 후,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그 현상에 대한 말을 건네는 리레아.
  "이런 일을 겪으려고 머리카락을 묶지는 않았는데."
  그리고서 그는 머리카락과 얼굴을 완전히 물에 적시고서 따뜻한 곳의 바닷물 색을 보는 듯이 청록색을 띠는 머리카락이 물기를 머금어 곧게 뻗은 모습을 보이는 채, 상반신을 기울인 채 조용히 앉아 있으려 하였다. 그러다가 파라일라의 공주에 관해 문득 떠오른 바가 있었는지 그 공주에 대한 물음을 건네었다.
  "혹시 파라일라의 공주들을 구출하고 나면 그 공주들을 어떻게 하실 거예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아직 공주를 구출한 이후의 일도 생각지 못하고 있는데, 그런 물음을 듣자마자 나는 당황하며 미소를 짓는 채, 무슨 말을 하느냐고 그에게 되물었고, 그 물음에 리레아는 공주의 구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공주에게서 바라는 점' 이라는 동기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화답하고서 원래 목표 달성은 동기라는 것이 있어야 제대로 할 수 있는 법임을 알린 이후에 그에 대해 물었다.
  물론 당황한 나는 제대로 답을 할 수 없었고, 그런 나의 심정을 알아차렸는지 리레아는 그에 대해 어떤 책망도, 변도 드러내지 않았다. 그저, 내가 말을 못할 뿐, 무언가 하나의 마음을 품고 목적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을 나에게 건넬 따름이었다.
  "유네아 양께서는 공주가 어떻게 생겼으리라고 생각하세요?"
  이번에는 공주의 모습에 대한 상상에 관해 물음을 건네는 리레아. 하지만 그 물음도 바로 답을 하지 않았는데,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 이후, 나는 리레아에게 공주가 어떻게 생겼으리라 상상하고 있었느냐고 묻자, 그 역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임을 밝히고서,
  "그 일을 할 수 있었다면, 제가 이렇게 물음을 건넬 일도 없었겠지요."
  라는 말을 이어서 건네었다. 그 이후, 이번에는 내가 물음을 건네기 시작하여 레야라에 관해 알고 싶다는 물음을 그에게 건네려 하였다, 평소 레야라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그의 솔직한 심정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내 앞에 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물엇다.
  "그런데, 리레아 양께서는 평소에 레야라 양을 어떻게 대하시고 계세요?"
  "레야라요?" 이에 그는 그렇게 말을 한 이후에 곧바로 중요한 일을 할 때에는 진지하지만 평상시에는 바보 같은 면도 있고, 한 번 흥분하기 시작하면 끝을 모르는 특성을 갖고 있기에 그런 면을 감안해 대하고 있음을 밝히고서 이번 여행에서 보인 그의 모습에 대한 의외라 생각했는지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위기 상황도 많이 왔는데, 어지간한 경우에는 나름 진지한 모습을 항시 보였으니까요."
  그리고 동전을 잃어버리는 경향이 있어서 자신이 찾아주는 경우도 있고, 있어야 할 동전이 없어 자신에게 빌려주는 경우도 있음을 밝히고, 그에 이어 물건을 숨겨놓고 그 기억을 하지 못해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면서 온 집을 뒤지는 일도 한 두 번이 아닌 등의 실책이 의외로 잦아 그것을 가지고 자주 놀리고는 했다는 이야기를 하고서 자리에 없는 그를 비웃으려 하면서 말을 이었다.
  "완벽해 보이지만 그것은 겉모습에 불과할 뿐이에요, 집에서는 의외로 덜렁이 같다니까!"
  그 이후, 그런 이야기에 대해서는 아무에게나 이야기를 해 주지 말라고 당부하는 목소리를 내는데, 그 때 문이 열리며 가슴과 허리에 천을 두르고 머리를 풀고 있는 채, 머리를 천으로 감싸고 있는 모습을 보이며 레야라가 모습을 드러내 그런 그에게 외쳤다.
  "지금 누구 앞에서 누구를 덜렁이라고 함부로 말하래!?"
  이어서 그는 리레아를 향해 뛰어오더니 수면에서 물을 퍼, 리레아의 안면에 부딪치도록 하기를 몇 번 하면서 그런 그에게 외쳤다.
  "모르는 사람에게 비밀이라고 내 얘기 하지 말라 그랬지!?"
  이전 때의 차분했던 레야라의 목소리와는 사뭇 다른 목소리. 밝고 다소 장난기도 있는 리레아보다도 높은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목소리의 음색 자체도 리레아보다도 더욱 어린 티를 확연히 드러내고 있어서 원래 인격과는 다른 인격이 나타난 것 같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해 달라고 부탁......."
  "부탁이고 뭐고 하지마!!!" 그 이후, 레야라는 목소리를 다시 한 번 높이면서 그의 머리를 눌러 수면 아래로 가라앉도록 하고 있었다. 그 이후, 머리를 누르지 말라고 계속 외쳤지만 레야라는 그에 굴하지 않고 계속 그의 머리를 누르고 있으면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할 거냐, 안 할 거냐라고 외치는 모습을 계속 보였다.
  하지만 곧 리레아가 그 압력을 뿌리치고서 자신의 두 손으로 하나씩 그의 팔을 붙잡더니 그를 욕조 안으로 끌어내려 하였고, 갑작스럽게 당한 탓에 레야라는 바로 끌려 와, 마침내 욕조에 거꾸로 매달린 채 떨어진 이후에 겨우 수면 위로 고개를 내미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가 레야라가 물에 빠지면서 그가 둘렀던 천이 벗겨져 수면 위로 떠오르는 광경이 나타나고 있었다.
  이어서 리레아 그리고 레야라는 사소한 일로 인해 서로가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싸움을 개시, 서로가 서로를 향해 소리를 지르면서 한 동안 뜨거운 물과 뜨거운 물이 오가는 싸움이 이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싸움은 더 나아가 서로가 서로에게 머리카락을 휘두르는 것으로 발전되어 갔다. 하지만 진심으로 미워하는 것은 아니었는지, 그렇게 다투면서도 얼굴에는 희색이 있었다. 레야라도 내심으로는 리레아가 악의를 가지고 그런 일을 하지는 않았으리라고 믿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웅크리는 자세를 취하고 있으면서 뒤로 고개를 돌린 채, 이들이 서로 옥신각신하는 것인지, 아이들의 장난인지 알 수 없는 분위기를 드러내는 그 광경을 가만히 바라보며 조용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다툼 자체는 정신 없이 이어지고 있었는지 그들 중 누구도 나를 의식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 동안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을 무렵, 문이 다급히 열리며 소년의 옷차림을 하고 있던 루마가 달려와 무슨 일이냐고 묻다가, 이들이 서로 다투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이후,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다시 밖으로 나가며 욕조 안의 두 사람에게 말하였다.
  "재미있으신 것 같으니, 계속 해 주세요."
  하지만 한 번 다투는 광경이 들키면서 그것이 창피했는지, 이들은 서로를 마주보며 앉아 있으면서 서로 다투려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계속 물을 길어 몸을 씻어내는 일을 반복해 나아갔다. 그러는 동안 계속 물에 젖은 손가락의 끝 부분이 쪼그라드는 광경이 나타났는데, 언제 봐도 신기한 모습이라 한 동안 가만히 그 모습을 보기만 한 적도 있었다.
  그 이후, 리레아가 먼저 바닷물과도 비슷하게 청록색을 띠며 물에 적셔져 곧게 뻗은 긴 머리카락을 드러내는 채, 조용히 욕조에서 나온 다음에 가장자리를 넘어 밖으로 나온 다음에 좌측 벽에 매달린 막대에 걸쳐진 천으로 몸을 닦으면서 들어가고 싶다면 들어가도 좋다는 말을 건네었다.
  이에 리레아가 이미 물에 흠뻑 젖어버린 천을 오른손으로 쥐어 뿔의 모습을 만들며 밖으로 나가기 시작, 그러면서 자신이 내가 나갈 때까지 밖에 있을 테니 욕조 안에서 씻어줄 것을 당부하였다. 그러자 나는 알았다고 바로 화답을 하고서 욕조 안으로 들어갔고, 그 곳에 가만히 반즈음 누워 있으면서 시간을 보내려 하였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