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있어서 산길을 나아가게 되었다.
  다름이 아니라 친구 이나사(Inasa) 가 갑자기 감기 기운이 생겨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그 아이의 감기를 낫게 해 줄 수 있는 약초를 구해야 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이나사는 자리에 누워 있으면서 괜찮다는 말을 수차례 하였지만 그래도 그 아이를 위해 내가 나서야 한다. 만약 이나사가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는다면 병이 조금이라도 빨리 나을 수가 있으며 그 역할을 행할 수 있는 이는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날개를 펴고서 산길을 날아서 지나가려 하였다. 평소에는 날개를 펴지 않기는 하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이나사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필요한 약초를 구하고 싶었기에. 그리고 잠시 후에 꽃들이 가득히 피어있는 언덕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언덕은 이전에도 몇 차례 찾아가 본 곳이어서 낯설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피어있는 꽃들과 짙은 초록색의 기운을 품기 시작하는 어린 풀들과 어느새 다시 초록색을 되찾은 여러 풀들의 모습, 이 모두가 나에게 있어서 친숙한 존재였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 무엇이 어떠한 병을 낫게 해 줄 수 있는 약초인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는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감기를 낫게 해 주는 풀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본 기억이 있었다. 언덕에 많이 피는 둥그런 모양을 지니고 있는 작은 꽃으로 감기를 낫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었다. 그 작은 꽃이라면 이 언덕에서 찾을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 느낌을 가지면서 언덕으로 내려가서 날개를 접었다.
  언덕에는 수많은 작은 꽃들이 피어 있었다. 그 꽃들의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천천히 언덕을 걸어 다니면서 동그랗고 작은 꽃을 찾아보려 하였다. 그러면서 이렇게 혼자 말을 하였다. :
  "작고 둥근 꽃이라고 하였지, 감기를 낫게 할 수 있는 꽃......."
  언덕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꽃을 찾아다니려 하였다. 다행히도 내가 찾으려 하는 그 꽃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언덕 한 가운데 부근에 여럿이 피어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꽃의 모습을 보자마자 꽃을 향해 달려나갔다. 그리고 꽃을 두 팔로 안으려 하면서 외쳤다.
  "여기 있었구나! 그 동안 찾아다니고 있었어, 너희들이 정말로 필요해서."
  웃으면서 누워 있는 채로 꽃들을 끌어 안고서 얼굴로 부비는 일을 한 동안 계속 하였다. 그러다가 자리를 잡고 앉아서 꽃들을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작고 동그란 모습을 가지고 있는 그 꽃의 모습은 정말 귀여워 보였다. 이러한 꽃들이라면 이 곳에 그대로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도 나는 이 꽃들을 필요로 하였다. 나의 친구 이나사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마음을 굳게 먹고서 꽃들을 꺾기로 결정을 내렸다. 꽃들에게는 무척 미안한 일이지만 친구를 위한 일이기에 신께서도 용서를 해 주시리라는 믿음을 가지고서. 그러면서 꽃을 한 송이씩 꺾었다. 한 송이, 두 송이, 세 송이...... 모두 다섯 송이를 꺾었다. 그리고 꺾은 꽃 줄기들을 두 손으로 안고 미소를 지으면서 날개를 폈다.
  "돌아가자."
  한 마디 말을 하고서 마을을 향해 다시 날아가기 시작하였다. 잠시 후 나는 다시 마을의 입구를 볼 수 있었다. 마을의 입구에서 착지를 하였다. 그리고 마을을 향해 걸어 나아간 후에 곧바로 이나사의 집으로 달려 나아갔다. 그리고 문을 세차게 열면서 이나사의 모습을 바라보며 외쳤다.
  "이나사, 꽃을 찾아서 돌아왔어!"
  그리고 그 아이의 모습을 보려 하였다. 이나사는 계속 자리에 누워 있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나에게 말하였다.
  "아미엘이로구나. 약으로 쓰기 위한 꽃을 찾으러 나갔다고 옆집의 리스티아(Listia)가 말해 주던데, 이렇게까지 수고를 해 줄 필요까지는 없었어. 루실(Lucille)이 약을 만들어 주어서 그 약을 이미 먹었었거든. 진작에 알릴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무척 아쉽게 되었네."
  이나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헛된 노력을 한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와 함께 희생을 강요한 꽃들에게 너무도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기력을 잃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였다. 그 때 이나사가 나에게 부탁을 하였다.
  "아미엘, 그 꽃은 병을 낫게 해 준다는 그 꽃이잖아. 그래, 그 꽃을 보면서 한 가지 바라는 일이 생겼어. 응, 그 꽃의 꽃잎으로 따뜻한 물을 만들어 줘. 마셨으면 하는 바람이야."
  나는 그녀의 부탁을 듣자마자 다행스러운 일로 여기면서 "정말!?" 이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나사는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러한 그녀의 모습을 보자마자 꽃물을 만들어주겠다고 말을 한 다음에 그녀의 집을 나서고서 나의 집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꽃잎을 우려낸 따뜻한 노란 색을 띠고 있는 물을 작은 병에 담은 후에 그 병을 두 손으로 들고서 다시 이나사의 집으로 뛰어갔다.
  이나사는 그 물을 천천히 마셨다. 그리고 나에게 말하였다.
  "고마웠어, 아미엘."
  나는 그러한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환하게 웃었다. 감기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으면서도 미소를 짓는 이나사의 모습을 보고, 그 아이를 위해 무언가를 해 준 일만으로도 충분히 기쁘고 보람된 좋은 날이었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