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모인 구름들로 인하여 하늘이 하얗게 보이고 있을 때, 나는 어느 산길에서 여행을 하고 있었다. 초록색 나뭇잎이 자라나 있는 나무와 풀들 사이로 나 있는 흙길, 나는 그 흙길 위를 말 없이 걷고 있기만 하고 있었다. 길의 오른편에는 꽃을 피운 풀들이 밭을 이루고 있었다. 내 키의 절반 정도에 이르는 풀들의 머리 부분에 피어나 있는 작은 노란 꽃들이 귀여운 느낌을 전해주고 있었다. 계속 풀 위에 피어난 꽃들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며 미소를 띠고 있는 채 발걸음을 옮기려 하였다.
  그러다가 꽃들 아래에 초록색을 띠고 있으며 자그마한 무언가가 여럿 달려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발걸음을 멈추고서 그 무언가에 시선을 향하려 하였다. 안에 들어있는 콩이 완전하게 자라난 콩자루가 작아진 듯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통하여 지금 눈앞에 있는 무언가가 콩자루와 비슷하게 씨앗을 담고 있는 자루의 역할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러면서 자루를 만져보았다. 완전하게 자라난 콩이 들어있는 콩자루의 모습을 가진 작은 자루, 이를 만지고 있는 동안 약간은 단단하다는 느낌이 손으로 전해져왔다. 이는 초록색인 자루의 색깔과 함께 자루가 아직 여물지 않았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보이는 모습과는 분명히 다른 면이었다. 잠시 자루를 손으로 만지고 있다가 조용히 혼자서 말하였다.
  "아직은 여물지 않은 열매인 것 같네. 아직 건드려서는 안 될지도 몰라."
  그렇게 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자루의 속이 어떠한지를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 속으로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자루가 달린 풀들의 모습을 보고 있는 동안에 열매를 따서 속을 들여다보고 싶다는 마음 속의 바람으로 변하였다. 나는 그 바람에 따라 하나의 열매를 따기로 마음을 먹고 눈앞에 있는 풀에 달린 자루들 중 하나에 손을 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열매의 끝에 힘을 주어서 자루를 땄다. 그 이후, 손바닥에 자루를 올려놓고서 조용히 혼자서 말하였다.
  "하나 정도 따 간다고 해서 죄가 되지는 않겠지?"
  그리고서 자루의 양끝을 손으로 잡고서 양끝에 힘을 주면서 손을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자루가 꺾이면서 찢겨져 그 안이 드러나게 되었다. 자루 안에는 큰 모래 정도의 크기를 가지고 있으며 마치 작은 구슬과도 같은 모습인 동그란 씨앗이 안에 들어있었다. 이들 중 몇 개를 자루에서 들어내어 오른손으로 굴려 보았다. 동그란 구슬 모양의 씨앗이 부드러운 느낌을 전해주고 있었다. 아직 여물지 않은 탓이었다.
  "이 자루에는 아직 여물지 않은 둥근 씨앗이 들어있구나. 완전히 여물었다면 단단한 콩과도 같은 씨앗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씨앗이 여물지 않았음을 알고 난 다음에 그렇게 말하고서 찢겨진 자루와 밖으로 꺼낸 씨앗들을 조용히 땅 위에 올려놓았다. 그 다음에 손으로 길의 흙을 조금 파내고서 씨앗과 자루를 흙 속에 묻은 다음에 손의 흙을 털고서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산길은 고요하고 그 위로 산들바람이 하늘을 지나가며 풀들을 흔들었다. 나는 그 풍경 속에 있으면서 가벼운 바람에도 흔들리는 가냘픈 풀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이전에 풀에서 손으로 따갔던 자루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지금도 바람에 흔들리고 있을 어느 풀의 소중한 것을 함부로 가져간 일이 죄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인하여 불안한 감정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그 때문에 나는 계속 기분 좋게 산길 속에 있지 못한 채 우울한 마음을 가지고서 산 속에 있어야 했다.
  길을 걸어가는 동안 잘못을 행하였다는 생각이 나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내가 행한 일이 과연 잘못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었다. 하나라도 소중한 것을 함부로 가져갔기에 잘못이라는 생각과 하나 정도라면 문제가 되지 않기에 잘못이라고 여기기는 어렵다는 생각. 두 생각이 나의 마음 속에 머무르고 있었고 나의 마음은 이들 중 어디로 기울어지려 하지 않고 있어서 괴로움은 계속 되었다.
  "방금 전에 한 행동, 잘못한 일일까, 잘못한 일이 아닐까. 어째서 대답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지?"
  괴로워하고 있으면서 나 자신에게 물음을 건네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이전에 있었던 곳으로 돌아가서 내가 따갔던 자루가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간 다음에 풀의 모습을 보려 하였다. 그 때 하나의 답이 떠올랐다. 호기심 삼아 작은 하나를 가져갔다면 잘못된 행동일지라도 풀이 용서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답. 그 때 하늘 위에서부터 물방울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큰 비가 되어 나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그리고 잠시 후, 나의 옷은 순식간에 물에 젖어버렸다. 하지만 나는 이를 두고 좋지 않은 일로 여기려 하지 않았다. 신이 나의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알리기 위해 비를 내리고 있다고 여기려 하였다. 그러면서 말하였다.
  "그래, 내가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었어. 신께서 나로 하여금 그 잘못을 깨우치게 하도록 비를 내리게 하였을 거야."
  그 후 나는 비를 계속 맞으면서 길을 걸어가다가 초록색 잎이 자라나 있는 어느 나뭇가지 아래에서 비를 피하였다. 그 곳에 있는 동안 나는 비가 그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세상이 어둠을 맞이할 때까지 기다리게 될 줄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