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인간들이 사는 마을에서 1년에 한 번 열린다는 큰 시장을 여는 날이다. 나도 그 소식을 듣고 큰 관심을 가졌으며 반드시 그 곳으로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 어떠한 물건도 살
수 없겠지만 볼 만한 것들은 많으리라고 여기면서 그에 대한 기대를 가지려 하였다. 그리고 오늘의 날이 밝자마자 마을 밖으로 나간 다음에 날개를 펴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 다음에 인간이 사는
마을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여러 작은 집들이 모여있는 한 곳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곳의 한 가운데에는 여러 천막들이 펼쳐져 있고, 그 사이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내가 찾고자 하는 마을이 지금 나의 바로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고 여기면서 날개짓을 하며 그 곳을 향해 날아 내려갔다. 그리고 잠시 후에 마을 근처의 산길에 착지하고서 마을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었다. 그 후, 마을의 입구에 이르면서 마을 한 가운데에 위치한 시장의 모습을 보았다. 그러면서 말하였다.
"저 곳이 이 마을에서 1년에 한 번씩만 열린다는 큰 시장이로구나."
그리고서 발걸음을 옮기어 시장을 향해 나아가려 하였다. 그리고 마을 한 가운데 즈음에 위치한 어느 천막 곁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천막 곳곳을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아직 아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곳곳에서 물건을 파는 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마을 한 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있으며 상인이 머무르고 있는 천막들 중 몇 곳에서는 물건을 사기 위해 온
사람이 물건을 들고 상인에게 무언가 말을 하고 있었다. 물건을 사기 위해 온 사람이 없어서 물건을 놓아두고 있는 채 천막 안에서 한가하게 머무르고 있는 상인의 모습 역시 볼 수 있었다.
한 동안 마을 곳곳에 위치한 천막의 모습을 보고 있다가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에 내가 서 있던 바로 곁에 있는 천막의 왼편으로 다가갔다. 천막 아래에는
수없이 많은 책들이 싾여 있었다. 어린아이를 위한 동화책이나 그림책도 있었고 이야기를 적었을 법한 책도 있었다. 책들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눈에 띄는 책이 있어서 그
책으로 시선을 향하려 하였다. 아름다운 여성이 물가의 바위에 앉아있는 그림이 하얀 표지에 그려져 있는 책. 그 책의 제목이 '물의 정령' 을 뜻하는 말이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 그 책을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잡아서 들어올린 다음에 잠시 그 내용을 보려 하였다.
바다에 살고 있던 물의 정령이 인간인 어느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가 끝내 다른 여자를 마음에 두기 시작한 남자에 의해 버림받게되고 끝내는 그 남자의 생명을 빼앗지만 남자를 향하는
마음은 버리지 않아서 항시 남자가 묻힌 땅에 머무르려 한다는 내용. 우울한 이야기였다. 남자가 자신의 마음가는대로 자신을 사랑하는 존재를 버렸을 때, 버림받은 이의 마음이 어떠한지를
생각하면서 너무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면서도 이 곳에서 볼 수 있는 물의 정령과는 분명히 다른 면모를 보이는 물의 정령을 이야기를 통해 보면서 그에 대한 흥미를 가지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 때 나의 바로 앞에서 어느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책을 사겠느냐는 말이었다. 그러자 돈을 가지고 있지 않던 나는 당황하면서 죄송하다는 말을 건네며 책을 다시 본래 있던
자리에 올려놓았다. 그 다음에 다급해진 걸음걸이로 그 천막을 지나 그 천막의 바로 앞에 위치한 천막의 왼편을 향해 나아갔다.
그 천막의 아래에서는 하얀 천에 감싸여져 있으며 나무로 만들어진 길다란 탁상 앞에 여러가지 물건들을 놓아두고 있었다. 세로 부분이 길다랗고 전체적으로 네모나며 투명한 물건들.
수정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장식을 위해 만들어진 듯한 물건들이었다. 그 곁에는 둥근 모양새를 이루는 회색의 곱슬머리, 그리고 가느다란 모양새의 눈과 갈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으며 나이가 많아
보이는 어느 여성이 이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무척 놀랐다. 본래는 이 시장에서 물건들의 모습만 보려고 했었는데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하나라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기 때문이었다.
가지고 싶은 물건들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돈이 없었다. 본래대로라면 나는 여기서 이 물건을 가질 수가 없다. 하지만 그 물건은 어떻게든 가지고 싶었다. 그래서 일단 물건을 파는
사람인 듯한 나이든 여성에게 물건의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아주머니, 혹시 여기에 있는 물건들. 가격이 어느 정도예요?"
"100 크라네란다, 아가씨." 그 물음에 여성이 자상하다는 느낌을 주는 목소리로 답하였다. 이에 나는 알겠다는 대답을 하고서 곧바로 그 천막의 곁을 떠났다. 그 때 여성이 나에게 물음을
건네었다. 물건을 가지고 싶느냐는 물음이었다. 이에 나는 다시 여성을 향해 돌아서고서 그렇지 않다는 대답을 한 다음에 다시 돌아선 다음에 급히 그 곳을 떠나려 하였다. 그러다가 잠시 후에
잠시 고개를 돌려 여성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여성은 무언가 아쉽다는 뜻을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는 채 물건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후 나는 마을을 떠난 다음에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가치가 있을만한 무언가를 찾으려 하였다. 그러다가 마을 주변의 곳곳에 피어있는 작고 예쁜 꽃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마음 속으로 기쁨의 감정이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이라면 분명히 물건을 살 만한 가치를 가질 수 있으리라고 여기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몇 송이를 조심스럽게 캔 다음에
이들을 들고 다시 마을로 돌아갔다. 그 다음에 물건을 파는 여성의 곁으로 다가간 다음에 캐낸 모든 꽃들을 보여주면서 말하였다.
"이 정도라면 살 수 있지요?"
그러자 여성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짓는 채로 한 숨을 쉬는 모습을 보였다. 그를 통해서 나는 꽃들을 가지고 물건을 살 수 없겠다는 추측을 할 수 있었다. 예상했던 일이다. 사실 꽃으로
물건을 사는 일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인 걸. 그 때 여성의 목소리가 귓가로 들려왔다.
"어떻게 꽃을 가지고 물건을 살 수 있니. 물건을 사려면 돈이 있어야지. 돈이 없는데 어떻게 하겠니."
그 목소리를 듣고서 나는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캐낸 꽃을 들고 있는 채 돌아서려 하였다. 그 때 여성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잠깐만 기다려보렴."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곧바로 발걸음을 멈추고 그를 향해 다시 돌아섰다. 그 때 여성이 온화한 표정을 지으면서 나를 바라보는 모습이 눈 안으로 들어왔다. 그와 함께 여성이 차분한 느낌을 주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물건을 사려면 돈이 필요해, 시장에서는 당연한 일이지. 하지만 이 초라한 물건들이라면 돈 이외의 다른 무언가로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 특히 아가씨가 들고 있는 꽃들이라면 나에게
있어서 돈과 비슷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들이야. 내가 아주 어렸을 때를 제외하면 본 적이 없어서 반드시 가지고 싶었는데. 혹시 그 꽃들을 나에게 건네줄 수 있겠니? 그러면 여기있는 물건들
중 하나를 가져도 괜찮단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기뻐하면서 정말이냐고 물었다. 이에 여성은 웃으면서 정말이라고 답하였다. 그러자 나는 밝은 목소리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서 꽃들을 건네주었다. 그 후 여성은
나에게 물건들을 보라고 말한 다음에 무엇을 가지고 싶느냐고 물었다. 그 중에서 안에 천사의 모습을 가진 하얀 무늬가 들어있는 것을 보고 마음에 든다고 여기며 이를 가지려 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자 여성은 곧바로 그 물건을 감청색의 상자 안에 넣은 다음에 건네주었다. 내가 그 물건이 들어있는 상자를 두 손으로 받을 때, 여성이 말하였다.
"소중히 간직하려무나."
이에 나는 알겠다고 답을 하였다. 그리고 감청색 상자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오른손으로 꼭 쥐고 있으면서 시장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다시 날개를 폈다. 그 다음에
내가 살고 있는 마을로 돌아갔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