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거리는 어둠의 권위에 쉽게 순종하고 있다.

  어디를 가더라도 서 있는 이는 나 홀로. 길을 거니는 이 역시 나 홀로이다. 외로움을 느끼기에는 정말 좋은 곳이라 여기어도 괜찮으려나. 자연의 산물이 가까이에 있는 경우를 많이 접할 수 없다보니 외로움은 더 하다. 만약 이를 견디지 못하는 이라면 밤의 거리를 걸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홀로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등불이 어둠을 밝히고 있는 집의 모습을 보면서 밤을 맞이한 거리는 어둠과 고요 뿐이라는 생각을 변화시켜 보았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곧 나는 어둠에 잠긴 길을 계속 걸었다. 그러다가 거리 한 구석에 위치한, 그네가 매달려 있는 방식으로 설치된 철대의 앞에 이르렀다. 그 곳의 걸레 중 하나에 홀로 앉아 보았다. 하지만 천천히 그네를 흔들기만 할 뿐, 다른 일은 하지 않았다. 밤에 홀로 앉아 있으면서 그네를 격심히 흔드는 일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역시 그네 타기는 누군가가 곁에 있어주어야 할 수 있는 일.
  그네에 앉아 있다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 이 순간, 나의 곁으로 아름다운 요정이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렇다, 이전에 그네에 앉아있는 등, 밤을 맞이한 거리에 홀로 앉아있다보면 누군가 신비로운 존재가 나타난다는 이야기에 의해 나타난 생각이었다. 그 생각이 바탕이 되어 나는 계속 신비로운 존재의 모습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계속 시간을 내어가며 기다려 보았지만 내 곁으로는 그 누구도 나타나지 않았다. 역시 그 이야기는 환상 속의 이야기일 따름인가 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건물들의 모습을 조금 더 바라보기 위해 거리 한 가운데로 나아가려 하였다. 이전에 보았던 건물 안의 등불도 어느새 꺼져 온전히 어둠에 잠긴 거리의 중앙에 자리를 잡고 있는 작은 예배당이 있어서 그 근처에 잠시 자리를 잡았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한 가운데에 있기에 거리 곳곳의 모습을 보기에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밤이 더욱 깊어가는 동안 쌀쌀한 바람이 내 곁을 스쳐 지나갔다. 그 바람이 차가움을 원하지 않는 선물로서 건넸지만 이는 잠시 후, 내 곁을 떠나가 버렸다. 이상하게 예배당 건물이 무섭게 느껴진다. 유령이 나타나기에 적합한 조건 -크고 내부 공간이 넓으며 밤이 되면 비어있음- 을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신을 모시는 곳 역시 유령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예외가 없다는 말은 쉽게 믿겨지지 않는다.
  찬 바람이 다시 스쳐 지나갔다. 그와 함께 들려오는 종소리. 처음에는 정적 속에서 갑작스럽게 울려온지라 매우 놀라서 자리에서 황급히 일어나 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돌아섰으나 이내 곧, 누군가가 올라와 있을 종탑을 바라보며 감탄을 할 수 있었다. 모두 잠들었을지도 모르는 어둠 속의 거리를 바라보며 누군가가 신에게 잠든 이들을 지켜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종을 쳐서 그 소리가 울려퍼지도록 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정을 향해 다가가는 밤. 그 속에서 찬 바람은 거리 곳곳을 쓸쓸히 지나가고, 종 소리는 그 거룩한 자신의 모습을 하늘로 올려보낸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