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세 번째 달이 시작된지도 2 주일이 되어간다. 그리하여 대지에 초록색 이파리가 움트기 시작하려 하는데, 세상은 아직도 차갑다.
  겨울의 정령이 내치는 손짓처럼 차가운 바람이 스치는 이 곳은 여전히 겨울, 따뜻함을 되찾을 수 있는 때는 아직인가. 정말로 모든 것이 온기 속에서 진정한 축복을 누리기 시작하는 때는 다음 달까지 오지 않는 것일까. 나는 여기서 얼마나 더 차가운 나날을 보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그에 대해 알고 싶다.
  아직 침묵하고 있는 창가 너머의 나무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밖으로 나와 하늘의 모습을 잠시 보았다. 아침 때만 하더라도 태양을 가릴 정도로 하늘을 가득히 채우고 있던 구름들은 이제 푸른 하늘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채, 사라져가는 듯한 기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 그 규모는 거대하지만 시간이 지나 밤이 되고, 다시 낮이 되면 사라질 듯해 보인다.
  그러한 구름의 모습을 보다말고 문득 한 가지가 떠올랐다. 전설로만 전해지던 '구름의 요새' 였다. 지금으로부터 수백년 전에 이 곳에 나타났다고 알려진 구름으로 이루어진 그 요새, 일정하지 않는 시기에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내는 거대한 구름과 그 위에 떠 있는 여러 건축물로 이루어진 그 곳의 모습은 이전에 도서관에서 읽은 책을 통해 접한 바 있다. 지상에서 보았을 때에는 하늘을 가리는 매우 큰 구름처럼 보이는 그 요새를 들른 이들은 사실 적지 않다. 갑작스럽게 거대한 구름이 나타나 며칠 동안 한 곳에 계속 머무르고 있는데, 이를 두고 이상하다고 여기는 이나 이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는 이가 없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요새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아는 이는 별로 없다. 갈 수 있는 곳은 많았으나 정작 알 수 있는 바는 별로 없었다는 것이 그 이유.
  그러한 생각을 하면서 멍하니 있다가 다시 정신차리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하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구름은 이제 자그마한 흔적을 곳곳에만 남기고 있다. 역시 그 구름은 구름 요새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 후, 나는 잠시 그 곳에 더 머무르고 있다가 가게로 가서 치즈 한 덩어리를 사서 돌아왔다. 가자마자 가게 주인인 아주머니께서 치즈 한 덩어리를 주셨다. 들를 때마다 치즈 한 덩어리를 사 간다고 해서.
  날이 저물어가는지, 공기의 기운이 더욱 차가워졌다. 하지만 바람은 이전에 비해 잠잠해져서 춥다는 느낌은 이전에 비해 덜하다. 그래, 이번에도 어서 봄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그래야 추위 속에서 침대에 앉아있으며 치즈나 먹고 있지 않을 수 있을 텐데.

P.S. 그런데, 정말 그 구름 요새의 비밀은 무엇일까? 그에 대해서는 정말로 궁금하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