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남쪽의 산 너머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그들의 방식대로 국수를 만들어 보았다.
  밀가루 반죽을 가늘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들이 반죽을 다룰 때처럼 덩어리를 가늘게 만들 수 없었기에 굵고 길게 뭉친 반죽을 도마 위에 올리고 칼로 이를 한 줄기씩 가늘게 써는 방식을 수차례 반복하여 가늘고 긴 반죽을 만들고, 이들 모두를 물을 채운 냄비에 넣은 후에 냄비를 화로 위에 올려놓고 불을 지펴서 냄비를 끓였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났을 무렵, 조심스럽게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냄비를 두 손으로 화로에서 들어올린 후, 이를 일단 그릇을 씻는 쇠로 만들어진 공간 위에 올려놓았다. 무거우면서 뜨거웠지만 잘 참고 식탁으로 옮겨야 했다.
  그러한 일을 행하고서, 나는 우선 찬장에서부터 넓은 접시를 들어 그릇을 씻는 공간과 화로 사이의 공간에 올려놓고, 근처에 있는 체를 꺼낸 다음, 공간의 바닥에 올려놓고 다시 냄비를 들어 그 안에 들어있는 모든 내용물을 체 안에 쏟아부었다. 하얀 연기가 천장까지 피어오르는 동안 함께 있던 가는 반죽과 뜨거운 물은 체를 통해 분리되어 마침내 나는 남쪽 산 너머에 살고 있는 사람들처럼 국수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접시에 물과 분리된 반죽을 올려놓고 식탁으로 접시를 옮기기 전에 찬장에서 꺼낸 포크를 이용하여 국수라 칭할 수 있는 반죽의 맛을 보기 시작하였다. 특별히 맛이 좋거나 하지는 않았다.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단순히 밀가루 반죽을 끓인 것에 불과하니.
  곁가지로 밀가루 반죽을 국수로 만드는 법만 대략적으로 알아낸 탓에 그들처럼 좋은 맛을 내는 국수를 만들지는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반죽을 국수로 만드는 법이나마 알아낸 바를 실천으로 옮겼다는 점에 있어서는 나 자신이 잘한 일을 했다고 믿고 싶다. 배움 등을 통해 습득한 지식을 기억하기만 해서는 온전한 이해를 했다고 말할 수 없다. 눈이나 귀를 통해 알아낸 무언가가 있다면 실천을 통해 직접 사례를 만들어야 그에 대한 온전한 일을 할 수 있다. 습득한 지식에 관한 실천, 이는 알아낸 바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작업인만큼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면 결코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겠다는 마음만 먹을 수 있다면 바로 할 수 있으니.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실천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지식의 습득 역시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기는 마찬가지. 곁가지로 얻은 지식으로 인해 나는 맛을 느낄 수 없는 국수를 먹고 있다. 다음에는 국수 만드는 법을 자세하게 알아내서 돌아와야지.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