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해안가에서는 세찬 바람만 하늘을 떠돌고 있었으며, 그 바람으로 인해 파도가 높이 일고 있었다.
  모래 해안의 한 곳에 나무로 만들어진 작은 배 한 척이 홀로 놓여져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오래 전에 만들어졌는지 이제는 낡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배. 오랜 세월의 흔적을 남기고 있는 배는 바다로 들어가지 못할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배를 타고 잠시 바다 위를 돌아다녀보겠다는 생각을 버리고서, 곧바로 발걸음을 옮겨 바위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나아갔다. 그 곳에서 나는 바위의 왼편 곁에 서 있으면서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곳을 바라보려 하였다. 구름이 가득한 하늘은 밝은 회색을 띠고 있었으나, 바다 역시 흐릿한 색을 띠고 있어서 하늘의 색과 대조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요동치는 물이 해안으로 다가가면서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중에는 내가 서 있는 바위 근처로 다가가는 것도 많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서도 바위 아래쪽까지 파도가 오는 일은 없으리라는 믿음으로 인해 바위 근처에 서 있으면서 나는 줄곧 안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거센 파도가 밀려오더니 내가 서 있는 곳을 강한 기세로 지나쳤다. 그로 인해, 나의 발은 잠시 바닷물에 잠겨있게 되었다.
  놀랍게도 그 일은 파도가 한 번 지나간 이후에 계속 일어났다. 좀처럼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세 번째로 일어난 파도가 물러가기 시작하자마자 바위를 향해 돌아선 후, 바위를 향해 높이 뛰어올랐다가 바위의 가장 높은 곳에 앉았다. 그러면서 바위에 앉아있는 채, 파도가 밀려오는 모습을 보고 있다가 문득, 바다에 잠겼던 신발 안으로 모래가 들어간 듯하다는 느낌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물에 휩쓸린 신발로 어떻게 모래가 들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은 어렵지 않게 나올 수 있다. 파도를 이루는 바닷물은 모래를 품고 있기 때문임이 바로 그 답. 발이 파도에 휩쓸리는 동안 발 주변으로 모래 알갱이들이 떠도는 듯한 느낌이 드는 이유이기도 한 답이다.
  그러한 연유로 오른쪽 신발부터 차례대로 벗고 잠시 이를 털어 모래가 밖으로 나오도록 하였다. 이를 통해 대부분의 모래를 바깥으로 내보낼 수 있었으나, 바닥의 일부 모래 알갱이들은 털어내지 못하였다. 모래가 남았다고는 하지만, 젖은 모래를 밟을 때의 느낌이 분명하게 나타나지는 않을 정도였다.
  그렇게 대략적으로 두 신발의 모래를 털어낸 후에 신발을 다시 신는 일을 행하고서 나는 잠시 바위 위에 앉아있으면서 하늘과 바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바다 저편에서부터 밀려오는 파도는 여전히 높았다. 오히려 내가 바위에 올라가기 전보다 더욱 높아져 있었다. 그와 함께 하늘이 덮는 구름의 색이 어두워져가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비가 올 듯한 모습이 바위에 앉아 있는 동안 보인 하늘의 모습이었다.
  그 때, 바위 왼편의 바다로 한 사람이 다가가고 있었다. 소매가 없고 치마 부분이 다리까지 내려가는 하얀 옷차림을 하고 있으면서 발을 무엇으로도 감싸지 않고 있는 이로서 푸른색을 띤 머리카락이 허리 아래까지 이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소녀인 그는 손에 길다란 자루 위에 푸른색의 세 갈래 날이 달린 삼지창을 쥐고 있는 채로 바다로 들어가고 있었다. 창을 쥐고 있음은 바닷속의 무언가를 잡으려 하기 위함일텐데, 격심한 바다로 들어가는 일은 위험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러한 그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그가 바다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더니 곧 모습을 감추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생각하였다.
  "위험하지 않을까, 저 사람."
  그 때,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갑작스럽게 하늘에서 내리는 굵은 물방울들이 바다에서부터 불어오는 격한 바람과 함께 해안을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이를 접하자마자 황급히 해안을 향해 뛰어내렸다. 그리고 비를 피할 곳을 찾아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향해 급히 뛰어가기 시작하였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