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많은 음식을 먹은 탓인지는 몰라도, 낮 동안 잠 기운으로 인해 정신이 없었다.
  확실히, 어제와 오늘 이틀에 걸쳐 이런저런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어제 낮에 먹은 우유가 들어간 소스에 버무린 국수를 먹었을 때까지는 괜찮았으나, 저녁에 쌀이 들어간 국수를 조금은 큰 그릇에 먹은 이후에는 그로 인해 잠깐 피곤할 일이 생겨서 난감했었다. 그러나 오늘에 비하면 대단하다고 여길 문제가 아니었다. 오늘 들어서면서 별로 원하지 않던 구운 고기와 이런저런 채소, 그리고 남쪽에서의 방식대로 만들어낸 굽지 않은 생선 요리를 먹고 나니 한꺼번에 많은 양의 음식을 먹게 되어 낮 동안 문제가 생기게 되었다.
  겨우 깨어났을 때에는 이미 저녁이 다 되어갈 무렵이었다. 2 개월 전만 하더라도 아직은 오후라 여길만한 때였으나, 이제 낮의 길이가 밤의 길이보다 짧아지면서 이 때도 저녁의 일부가 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잘 먹지 못할 것을 감안하여 많은 양의 음식을 만드는 일은 자제하는 것인데, 내가 무모했나 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면, 그렇게 다시 깨어난 이후, 지금까지 정신이 다소 맑아진 듯한 느낌이 들어 이런저런 일을 할 여력이 생겼다는 점이다. 그 동안 하지 않던 방 안의 책을 정리하는 일과 바람의 주문에 관한 이야기 및 고찰에 관한 기록을 만드는 일을 오늘 바로 끝냈다. 그렇게 일을 마치고 창가를 바라보니 어느새 구름이 하늘에 가득한 모습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주에도 한 주가 끝날 무렵이 되면 구름이 끼고 비가 내리고는 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맘 때 즈음이면, 한 주 내내 맑고 날씨도 선선해져야 할 텐데, 올해 들어서면서부터 낮에는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때마다 구름이 끼는 모습을 보니 하늘에 무언가 문제가 생긴 듯하다는 누군가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을 듯해 보인다. 정말 하늘 어딘가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을까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해야할 때가 왔으려나.
  아무튼, 어제와 오늘에 걸쳐 많은 양의 음식을 먹었으니, 그렇게 얻은 기력을 소모할만한 수단을 지금부터 부지런하게 찾아다녀야 하겠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