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도 자라지 않는 하얀 대지 위에 수많은 가로등들이 서 있다. 규칙 없이 서 있는 듯해 보이는 가로등. 그들 중 일부는 밝은 노란 빛을 발하고 나머지는 빛을 발하지 않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켜져 있는 전등들 중 일부가 빛을 잃고, 빛이 없는 가로등이 빛을 찾아 환하게 빛난다.
  그 광경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가로등들은 규칙 없이 서 있었지만, 그들이 빛나다가 빛을 잃고, 다시 빛을 찾는 형태는 일정하게 반복되고 있었다. 가끔씩 그 형태가 변화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한 번 변화된 이후에는 빛을 찾았다가 잃는 과정이 새로운 규칙 속에서 이루어지게 되었다. 깊이 인상에 남을만한 광경이었고, 그래서 나는 가로등들의 모습에 계속 시선을 둘 수 있었다. 그렇게 한 동안 가로등들에 시선을 두고 있다가 오른편에서 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음을 알았다.
  "신기하게 보이는 모양이구만."
  이에 나는 머리카락이 없고 얼굴에 하얀색을 띠는 긴 수염이 달렸으며, 하얀 색의 폭이 넓은 상의와 긴 바지 차림을 하고 있는 키 작은 노인을 향해 돌아서면서 "예." 라는 답을 하였다. 그 후, 노인은 가로등들을 향해 시선을 향하면서 가로등들은 일정한 대열 없이 서 있는 듯해 보이지만 사실 이들은 하나의 일정한 대열을 이루고 있으며, 그 대열에 부여 되어있는 규칙에 따라 빛을 찾고 잃는 과정을 반복한다는 설명을 하였다. 그리고 그에 규칙은 시간이 지날 때마다 변경되지만 규칙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빛을 찾고 잃는 과정을 반복한다는 가로등 대열의 전반적인 특성에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음을 알렸다.
  "가로등들이 사실은 질서있게 배열되어 있다라, 왠지 믿겨지지 않네요."
  그 설명을 들으면서 내가 그렇게 말하자, 노인은 환하게 웃으며 그 말에 대한 언급을 하였다.
  "그러할만한 대열의 모습이기는 하지. 눈에 보이는 바는 결코 질서적이지 않으니까."
  그 말을 듣고서 나는 노인의 곁에 서 있으면서 빛을 잃고 되찾는 일을 반복하는 가로등들의 모습을 잠시 동안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노인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서 가로등들이 역할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렇게 빛을 잃고 되찾는 가로등들이 무엇을 위해 그러한 일을 하는지가 궁금해졌기에.
  "그 가로등들은 무슨 역할을 하고 있지요?"
  "전자 문명을 통솔하는 역할을 행한다." 그 물음에 노인이 바로 답하였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