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렛이 왔어."
  현관 문을 열고 오른손에 작은 가방을 걸고 있는 이가 나를 찾아온다. 그를 반갑게 맞이하며 그가 가방 안에서 꺼내어 전해주는 선물을 받았다. 은색의 자그마한 상자. 그 안에는 상자를 가득히 채우고 있는 작은 초콜렛들이 검은색에 가까운 갈색을 띠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초콜렛이라는 것이 간만에 맛보는 귀한 음식인지라 선물을 전해주는 친구의 모습이 더 없이 고맙게 느껴지고 있었다.
  "이런 선물을 나에게 주다니."
  그렇게 혼잣말을 하고서 다시 문을 닫은 후에 초콜렛들이 들어있는 상자를 들고 식탁 앞에 이르렀다. 그리고 상자에서 그것들 중 하나를 꺼내어 먹어 보았다. 달콤하면서도 은근히 강한 씁쓸한 맛이 기묘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이런 맛은, 확실히 내 주변에는 찾을 수 없는 맛이다.
  본래는 커피 이상의 강한 쓴 맛을 가진다는 음식을 이용한 음식이라는 초콜렛. 그 모습을 탁상에 올려놓는 순간에 그 음식의 모습을 보면서 확실히 아주 먼 옛날의 문명을 느낄 수 있었다. 아주 먼 옛날, 잊혀진 시대의 문명을. 본래 지금 내 앞에 있는 초콜렛과 같은 일부 산물들은 먼 과거에 만드는 기술이 나타난 이후에 문명이 사라지면서 그 모습이 사라졌다가, 기원전의 마녀들에 의해 발견되어 다시 이 세상에 나타나게 된 것. 그들 중 하나로서 이 음식은 즐거워 보이지만 그 내면 속에는 괴로움을 끌어안고 살아가야만 했던 먼 옛날 사람들의 삶을 상징하는 존재가 될 수 있는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은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나에게는 귀한 음식의 기묘한 맛을 즐기는 일이 더욱 중요하였으니까. 그 맛이 무엇을 의미하든 간에, 나는 그 맛에서 유래되는 기묘한 느낌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고 있다. 묘하게 끌린다고 말할 수 있으려나. 그래도 많이 먹을 수 있을만한 음식은 아니라서 몇 개만 먹고 상자를 찬장에 넣어놓은 다음에 평소대로 집 밖으로 나아갔다. 집 안에서는 별로 할 일이 없기에 밖에서 마을의 모습을 둘러볼 겸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어느새 거리의 나뭇잎들은 각자 다른 색을 띠고 있었다. 초록색 기운이 사라져가는 이파리들의 모습. 그 광경을 보면서 이제 가을도 절정에 이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 그 계절은 결실을 상징한다. 각자 한 해를 시작하면서 행한 모든 노력이 결실을 맺는 시기. 그 시기에 이른 지금, 이파리들은 지금까지 행해왔을 내면적인 모습을 키워 온 일의 결실이 어떠한지를 하늘 아래에 보여주고 있다. 이 마을의 나무들은 성실히 내면을 키워 왔기에, 화려한 색을 보이며 따뜻한 색으로 이루어진 풍경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성실하게 성장한 내면은 훗날, 아름다운 모습을 남기기 마련이다.
  그 모습을 보다가 문득,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과연, 나 자신은 내면을 성실하게 키우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 불행히도 아직까지는 확연하게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아마 지금의 나는 삶의 전부를 거친 이는 아니기에 대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그렇다면 다행이다. 앞으로 나는 내 마음에서부터 나오는 질문의 확고한 대답을 내릴 때까지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계속 노력하자. 가을 나무를 바라보는 나 자신으로부터의 물음에 당당히 '그렇다' 라는 답을 할 수 있는 그 날을 위해.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