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동안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지루함을 느끼며 하품을 하다보면 눈앞으로 어느새 울긋불긋한 색깔을 띠고 있는 숲의 모습을 보는 듯한 착각을 하고는 했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착각이 아니었다. 마을 주변의 수풀들은 이미 각자 자신들의 모습을 바꾸어 따뜻한 색의 계절인 가을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며, 하늘과 땅 사이를 스치는 바람은 마치 얼음에 닿는 듯이 차가워져 있었다. 이제 가을의 마지막 달이라서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 것일까. 그러한 생각을 하고 나니 이제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단풍잎들 주변을 거닐다가 붉은색을 띠기 시작하는 이파리들을 가지게 된 나무의 기둥에 기대어 서려 하였다. 서 있으면서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으려 하였다. 사실, 그러한 나의 지난 며칠 동안은 이런저런 고민으로 괴로워하는 때가 많았다. 요청으로 인해 물건의 내부 구조에 대한 그림을 그려야 할 일이 생겼었고, 내 주변의 사람 중 하나가 갑자기 계곡에서 갑작스럽게 기습을 행한 악마로 인해 상당히 심한 상처를 입어 치료를 받는 모습을 보는 일을 겪게 되기도 하였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지나간 일이 되었으니, 다행이다. 이제 나는 다시 밝게 미소를 지으며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지금처럼. 그래서인지 이파리가 떨어지는 나무들의 모습이 지난 날을 보낼 때보다 더욱 분명히 눈에 띈다. 언제나 그러하였지만, 모든 일을 마친 오늘, 그 광경을 보니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마음의 여유를 잃었다가 되찾은 사람이 느끼는 바가 무엇이라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지금의 내 상태라고 나는 분명히 대답해주고 싶다.
  "여어~." 그 때, 누군가가 나에게 인사를 하였다. 내가 사는 곳과 비교적 먼 곳에 살고 있는 이로서 오늘따라 무슨 일이라도 생겼는지, 형형색색으로 물든 이파리들을 한 손에 가득히 들고 있었다. 그러한 그의 모습을 보면서 감탄의 목소리를 내며 말을 건네었다.
  "와, 많이 가져왔네. 오랫동안 돌아다녔겠다."
  "그럼~!" 그 말을 듣자마자 기분이 좋아졌는지, 그는 으쓱해지는 표정을 지으며 답을 하였다. 그리고 이들을 가지고 있다가 마을에 사는 이들에게 몇 개씩 나누어주려 한다는 말을 전하고서 그 일을 올해에 자신이 맡게 되었다는 말을 건네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 다음 해에는 내가 그 일을 하게 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여서 전하였다.
  "다음 해에는 내가 정말 그 일을 하는 거야?"
  그 말을 듣고서 내가 그렇게 물음을 건네자마자 그는 곧바로 그렇다는 답을 하고서 길을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우울한 나날을 보낸 이후에 뜻밖에 맞이한 좋은 소식이었다. 한 번 정도는 해 보고 싶었던 일이었는데. 드디어 그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과연 그 때는 어떠한 이파리들을 건네면서 마을에 사는 이들을 기쁘게 해 줄까. 가을의 보물들을 모아 마을에 사는 이들에게 나누어주는 일을 다음 해에 행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이후, 나는 벌써부터 그에 대한 기대로 시간을 보내려 하고 있었다. 아직 나에게는 먼 일이나 다를 바 없음에도 불구하고.
  괴로운 일이 있은 후에는 무엇이라도 즐거운 일이 다가오기 마련이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