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낮도 점차 짧아져 가고, 귀뚜라미의 울음 소리도 곳곳에서 들려온다.
  그러한가, 이제는 여름을 넘어 가을의 문턱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그 시점에서 물의 정령들이 사는 구역 인근의 한 해안 마을에 당도, 그 마을에 잠시 머무르려 하였었다. 여태껏 보아왔던 산이나 사막의 마을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내는 곳. 그 곳에서는 여태껏 태고 시대의 사람들이 '동방 지역' 이라 불렀던 곳의 문명을 그대로 이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길거리에는 즉석으로 음식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이 몇몇 자리잡고 있었고, 그 주변에는 진귀해 보이는 물건을 내놓거나, 재주를 부리며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을 지나친 후, 평범하거나 화려해 보이는 옷차림을 한 몇몇 사람들을 또 지나가면서 나는 집들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려 하였다. 몇몇 상점이나 여관은 붉은 등을 곳곳에 걸어놓는 등, 화려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나, 주변의 다른 건물들은 그들과 대조되는 다소 초라한 면모를 완연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건물들은 아주 낡은 모습을 보이지는 않아 화려한 건물에서 찾아볼 수 없는 소박하고 정감 있는 면모를 드러내고 있었다.
  보슬비가 내린다. 그래서인지, 시장도 활발하지 않고, 사람들의 발길도 뜸하다. 그 광경을 비를 맞으면서 바라보고 있는 동안 나는 나름 즐거운 오후 거리의 모습을 상상하며 들렀던 사실을 떠올리며 그 광경에 대해 다소 실망스럽다고 생각하기까지 하였다. 환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오는 감정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곧 나는 그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 거리는 오직 마을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거리임을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점차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그 거리는,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거리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한 거리가 아닌, 마을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며, 마을 사람들을 살아가도록 하기 위한 거리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나는 점차 즐겁지는 않아도 차분한 마음으로 거리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소소한 것들마다 유심히 바라보고 그에 대한 감상을 가질 수도 있게 되었다,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대한 흥미를 느끼면서.
  오래 머무르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그 지역에서만 파는 과자들 중 꽈배기 하나만을 사서 돌아갔다. 이외에 여러가지 볼 것이 있어서 돌아가면서 후회하기도 하였으나, 다시 들르지 못할 곳도 아닌 이상, 크게 후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다음에 들를 때에는 보다 많은 흥미 거리를 보고 돌아가겠다고 결심했다.

물론, 주변 친구들에게는 그 곳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리지 않았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