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밖으로 산책을 자주 나간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지금껏 행하는 구상을 정리하려면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하는 탓에 그 정리를 위해서라도 밖으로 자주 나가게 된 탓. 그러다가 아르세아(Arsea) 라는 이름을 가지는 이들이 마을의 한 곳에 놓여진 의자 부근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두 어린 정령들과 함께 모여 있으면서 줄넘기를 하고 있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줄넘기는 본래 운동의 개념을 가지는 활동이지만, 이를 놀이로 활용하는 경우도 드물지는 않다, 줄을 넘는 일 자체를 재미로 느끼는 경우가 있기 때문. 물론 신체적 조건도 필요하다. 바람의 정령들이나 물의 정령들 중에는 그런 줄넘기를 놀이로 즐기는 이들이 적지 않으며, 아르세아는 줄넘기 놀이를 바로 즐기는 이들 중 한 명이다.
  줄넘기는 적당한 길이를 가지는 줄 하나-최소한 자신의 키 만한 것이 필요하다-만 있으면 되고 공간도 적게 차지하니 바닥에 큰 충격을 가한다는 점만 제외하면 소규모로 즐기기에는 좋아서 야외의 크지 않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줄에 맞으면 상당히 아프다는 점은-특히 고속으로 넘을 시- 주의해야 할 필요는 있다. 나도 줄넘기 할 때 줄을 잘못 다루어 맞은 적이 있었다, 팔에 흔적이 한 동안 남을 정도의 피해가 가해졌으며, 실제로 후유증이 하루 갈 정도로 아팠다.
  "르제나(Rsena), 내가 한 번 해 볼게."
  잠시 후, 아르세아가 줄을 두 손으로 잡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르제나라는 이름을 가지는 어린 정령의 앞에 서 가느다란 밧줄을 이용해 두 손을 교차하는 줄넘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아르세아는 요즘에는 그런 형태의 줄넘기는 거의 하지 않는 편인데, 르제나라는 아이가 잘 하지 못해 난감해하는 모습을 보이니, 시범 삼아 그에게 그런 형태의 줄넘기 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함인 듯 싶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보통 수준이 아닌 기술을 놀이 삼아 즐기는 그에게 익숙하지 않아 보이는 기술도 무난히 해내고 있었다, 처음에는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해서 잠시 나무 뒤에 숨은 채, 어떻게 될지를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고 있었지만 잠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줄넘기가 유지되는 모습을 보며 나는 비로소 안심을 하며 그가 어디까지 나아갈 것인지를 가만히 지켜볼 수 있었다.
  그러다가 30 회 즈음 반복하였을 때에 갑자기 그 행동을 멈추고서 근방의 나무 뒤에 숨어 있으면서 그 광경을 바라보던 나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면서 외치는 것이었다.
  "라이나! 거기서 뭐해, 왜 숨어 있어!?"
  이후, 나는 아르세아의 권유에 따라 줄넘기를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오른발을 든 채로 왼발에 의지한 채, 줄넘기를 개시, 그러면서 50 회 즈음 하고 멈추었다, 물론 한 때는 이보다 더 많이 할 때도 있긴 했지만 간만에 시도를 하다가 긴장이 된 탓인지 마음에 부담이 생겨 실수를 하게 된 것. 그렇게 실수를 하면서 종아리의 한 가운데 즈음이 줄에 부딪치며 꽤 강한 타격을 가했다.
  "아플 거야, 그렇게 세게 줄을 휘둘렀으니."
  이후, 라이나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그렇게 말을 건넨 다음에 잠시 앉아서 쉬고 있어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리고서는 나에게 '두 번 연속으로 넘는 것' 이 내가 가장 잘 하는 일 아니었느냐고 묻고서 다음에 할 때에는 그 시도를 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물론 두 번 연속으로 넘는 일은 의외로 자신이 있는 일이며, 사실 그것만 많이 연습을 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대단하지 않은 시도로 간주될지도 모르는 줄을 2 ~ 3 회 연속 넘기를 100 회 시도하는 일 같은 것을 즐기며 도전하는 일에는 특별한 목적이 부여되지 않는다. 그저 연습을 거듭할 때마다 늘어나는 '실력' 을 검증하는 보람을 느끼는 일이 흥미가 있어서 할 따름일 것이다.
  차츰차츰 늘어나는 실력을 '횟수' 와 같은 '수치' 로 정하고 자신이 행하는 횟수가 증가하는 만큼, 실력이 향상되고, 또 유지되어감을 검증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이 연습한 것에 대한 보람을 느낀다. 아르세아를 비롯해 운동을 놀이처럼 즐기는 이들이 그런 흥미를 가지는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보람은 자신이 어려운 일을 하고 있을 때에 더욱 커진다고 한다. 줄넘기 같은 경우에도 보통의 형태로 100 회 하는 것보다 2 번 연속으로 줄을 넘는 일을 30 회 했을 때에 더욱 보람이 크다는 느낌을 내가 받은 적이 있다. 보통의 시도로는 2 번 연속 줄넘기 1 회가 쉽지 않으며, 그 일을 해냈음은 곧 그 일을 해낼 정도의 실력이 나에게 부여되었음의 기쁨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이런 사람 중에는 간혹 자신보다 못하는 사람을 자신의 수준에 이를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역할을 맡으며 또 다른 보람을 찾는 경우도 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에는 자신의 경지까지 이르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간혹 그 이끄는 일로 인해 자신보다 능가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러한 상대의 모습을 보면서 가르침을 전했던 사람이 하나의 무언가를 느끼게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렇게 실력의 향상 혹은 유지의 보람을 느끼며 아르세아는 놀이처럼 줄넘기를 즐기고, 아직 미숙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을 이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아르세아가 단련을 위해 운동을 거듭하는 광경을 본 이후, 나 역시 궁술 연습이라든가 각종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느라 사실상 그만두다시피 했던 줄넘기 연습을 새로운 체력 단련 수단을 찾는다는 명분 하에 다시 시작했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간만에 하는 일이니 간단한 것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다.
  실제의 목적은 다른 곳에 있었다. 비록 나의 직함은 '궁사' 이고, 그래서 활을 쏘는 일도 매일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보람을 느끼는 즐거움' 을 온전히 누리기에는 역시 부족했던 것이었다. 여기에 지금껏 지나쳐 온 짧은 삶에 있어서 발전되어 가고 있음을 확인하는 기쁨을 가장 크게 누릴 수 있었던 일을 다시 하면서 그 때를 돌이켜 보고 싶었다는 하나의 또 다른 목적 역시 존재하고 있다.
  그런 목적을 가지고 다시 시작한 줄넘기 연습. 한창 때에는 아르세아의 실력 정도는 간단히 넘을 수 있을 지경에 이르고는 하였다지만 한창 하던 그 때는 그 때고, 지금은 능숙했던 재주가 많이 죽어 보니 줄에 맞을 일이 많다. 간혹 그로 인해 멍이 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시작한지 오래 되지도 않았는데, 금방 포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라이나, 괜찮아!? 이렇게 멍이 들 정도면, 많이 아프겠어!"
  "괜찮아, 그 정도야. 한창 연습할 때에는 이보다 더 심한 일도 당했는데. 그 때를 생각하며 아픔을 참아내면 그만이겠지, 뭐."
  그런 아픔은 처음 연습할 때의 고통을 생각하며 잘 참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