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나와 산길 일대에 아잘렌 바나사
(1)들이 만발하여 초록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언덕을 연분홍빛으로 물들이는 광경을 보면서 언덕들 사이로 난 길을 사리나와 함께 걷게
되었다. 길의 중간 즈음에 이르렀을까, 그와 잠시 대화를 이어가게 되면서 본의 아니게 이전에 경험했던 여러 불빛으로 인해 화려했던 어느 사막 도시의 밤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2)
- 그러니까, 낮에는 평범한 모습을 보이지만, 밤이 되면 어둠 속에서 불빛이 밝아지면서 낮에 보았을 때와는 완연히 다른 분위기를 가지게 되는 그런 곳이었어.
- 밤이 되면 보다 선명한 색을 입는 거리라 칭할 수 있으려나. 대개 거리의 모습은 어둠 속에서 사물이 불분명하게 보이게 되지만 그 어둠을 밝게 비추는 것이 있어서 그로 인해 거리가
원래의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면 어두운 색을 띠는 하늘의 모습과 그 광경이 극명히 대조를 이루면서 선명해 보이는 느낌을 전하게 되잖아.
- 처음에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유를 자세히 들으니 일리는 있네.
- 그렇지. 또 그 말에는 이런 거리라면 밤에 들르는 편이 더욱 즐거운 느낌을 전해주는 데에 좋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어. 실제로 그 거리를 들를 때, 밤에 들르는 편이 더 즐거워 보인다고
생각한 적이 있지?
- 응, 왠지 밤이 되니까 사람들이 활발히 오가는 것 같기도 해 보였어. 그래서일까, 밤을 위한 곳도 다른 구역에 비해 더 많아 보였지.
- 예를 들자면?
- 굳이 그것을 말해야 하겠니, 사리나도 참!!!
- 아야.......
- 그건 그렇고, 아티야는 어둠 속에서 곤혹스러운 일에 처한 적 있니?
- 있다고 말해도 되려나.
- 무슨 일이 있었는데?
- 잠시 길을 지나는데 어느 나무가의 바닥에 한 노인 분께서 앉아 계신 채로 하염없이 울고 계신 모습을 보았어. 그 모습을 보면서 길을 잃거나 운송 수단 이용을 위한 돈이 없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
서러워서 그러한 것 같다고 생각을 하면서 그를 도와주기로 마음을 먹었어.
- 밤거리를 그저 즐길 때와 달리 밤거리에서 곤경에 처하게 되면 서러운 느낌이 들잖아, 그 심정을 네가 이해를 했던 모양이네, 그렇지?
- 응, 그 노인 분께서는 병원에 가려 하는데, 가지 못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셨고, 그러면서 나의 부축을 받아 조금씩 움직일 수 있게 되었어. 그 분께서 다리를 쓰지 못하신다기에 그러할 수밖에 없었지,
분명 다리는 움직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 왠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렇게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
-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말이 맞다고 여기고 있어. 그래서 일단 인근에 있던 마차에 그를 싣고 돈까지 내 주어서 겨우 그를 떠나 보낼 수 있었는데, 그러는 동안 갑자기 자신의 아들이나 딸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괴롭게 소리를 지르시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곤란해 하기도 했지.
- 그런 분들은 대개 술에서 깨면 괜찮아지시는데....... 그래도 취한 사람을 앞에 두고 무사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술에 취하면 사람이 이성을 잃고 폭력을 아무렇지 않게 행사할 수도 있고,
그로 인해 본의 아니게 피해를 주고받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어서 그런 사람 앞에서는 주의해야 한다는데.
- 밤이 되어 가로등들이 마치 회랑의 기둥처럼 나란히 늘어서서 빛을 발하는 모습을 본 적도 있어.
- 그랬었니?
- 응, 비어있는 새벽의 길 사이로 빛이 나란히 자리잡은 모습이 왠지 신비로워 보였어.
- 왠지 어딘가, 큰 의미를 가지는 곳으로 이어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으려나.
- 그렇지. 바로 내가 어떤 심정이었는지 바로 알아맞히네. 무슨 비결이라도 있는 거야?
- 비밀!
- 그렇게 말할만한 이유가 있을 테니까. / 그러다가 문득 낮에 그 거리를 걸었으면 어떤 심정이었을까, 에 관한 생각을 한 적도 있어.
- 왠지 막막하다는 느낌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네.
- 잘 알아맞히네, 사리나. 낮에 걸었다면 별로 감흥을 줄 만한 곳은 분명 아니었을 텐데, 밤에 가로등들이 빛을 발할 때 걸으니까 묘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
그렇게 한 동안 대화가 이어진 이후, 사리나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S 자 모양을 이루는 길의 끝자락에 이를 무렵에 다시 눈을 크게 뜨며 이야기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있겠다는 말을 하면서 그것에 대해 들어보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 밤을 맞이한 거리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존재는 인위적인 수단에 의해 만들어진 '빛' 일 것이라는 것이 대화를 통해 내가 내린 결론이야.
- 에이, 겨우 그 정도만 떠올렸느냐는 말을 들을만한 이야기잖아.
- 그렇게 들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 말에는 하나의 중요한 의미가 포함되어 있어. 본연답지 않은 모습에는 반드시 '꾸밈' 혹은 '치장' 이라 칭해질만한 요소가 들어가 있다는 거야.
그러니까 그 치장을 걷어내야만 사물의 본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지.
- 그러하려나.
- 일단은 그렇게 결론을 내렸어. 하지만 그 말이 꼭 옳지만은 않겠지.
- 그런데, 따뜻해지는 봄날에 아잘렌들 사이를 걸으면서 밤의 거리에 관한 이야기를 이대로 이어가도 괜찮은 거야? 왠지 계속 그래서는 안 될 것만 같아.
- 그러면 이제 그만할까.
- 그만하자. 봄의 꽃길을 걸으면서 꽃에 관해 할 이야기도 얼마나 많은데.
그러면서 나는 사리나의 제안에 따라 더 이상 밤의 거리에 관한 이야기는 그 꽃길 속에서는 하지 않으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길목 사이로 내 키보다 더 커 보이는 그 나무 덤불 위로 수많은 분홍빛
꽃들이 크게 피어나 활짝 웃는 것만 같은 면모를 드러내고 있었다.
(1) 철쭉
(2) 하얀색은 나, 하늘색은 사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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