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생각난 것이 있어서, 지난 1 년 동안 들러보지도 않았던 창고로 다시 발걸음을 옮기었다. 그리고 그 창고를 뒤적이며, 우선 들르지 않으면서 물품들에 먼지가 쌓인 모습을 보고, 먼지털이부터 하기 시작하였다. 총채로 먼지들을 전체적으로 한 번씩 털고, 걸레를 이용해 각 물품의 표면마다 한 번씩 마치 모래흙이 묻은 것처럼 남은 먼지를 닦아내는 일. 지극히 간단한 일이었으나, 창고에 쌓인 물품들이 어느새 한 둘이 아니게 되다 보니, 그 일이라는 것이 그렇게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 일을 마치고서 나는 한 번씩 창고의 물품들을 둘러보며, 어떤 물품들이 창고에 놓였는지를 한 번씩 살펴보기 시작하다가, 천에 감싸인 어느 큰 그림을 발견하고, 그 그림의 천을 풀어, 어떤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지를 보려 하였다. 이전에도 한 번씩 창고를 들르기는 해도, 그 그림의 실제 모습을 이적지 본 적은 없었기 때문으로, 창고를 들를 때마다 보기로 하면서도, 정작 창고를 나오고 나면, 잊어버리는 것이 매사였는데, 이번에 창고를 열어본 김에 한 번 천을 풀어, 그 그림에 무엇이 그려져 있는지를 보려 한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 그림을 내가 집으로 직접 들여보낸 적이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사실, 이 그림은 내가 어떻게 집에 들어왔는지조차 알 수 없는 물건으로서, 지난 몇 년 전의 성야 이후, 잠에서 깨자마자 현관문으로 다가가 보니, 현관문 한 켠에 놓여져 있는 것을 발견한 것으로서, 그 당시에도 그 그림은 천에 감싸여 있었으며, 직접 보면 불길한 일이 다가올 것 같은 느낌에 천에 싸인 채, 그대로 창고 안에 가져다 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그림을 감싸고 있는 천은 몇 년 전 당시의 것 그대로이다-.

  이 날은 유난히 무척이나 추워, 밖으로 나가지 않고, 따뜻한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원래라면 따뜻한 음료를 가게에서 같이 마시기 위해, 동네 친구라도 같이 데려가려 할 작정이었으나, 너무 추워 밖으로 나가기가, 꺼려지는 탓에 그렇게도 할 수 없어 혼자 집에 머무르게 된 것.
  그렇게 집에 머무르고 있다가, 창고에서 발견해 식탁이 위치한 공간의 한쪽 구석에 놓아두고 있던 그 그림을 보며, 계속 그림의 모습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아니, 쓰일 수밖에 없었다, 어떤 그림인지 별로 알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그림에 무엇이 그려져 있기에, 라는 생각이 나를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보자. 설마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겠어.'
  그러다 결국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고서, 곧바로 그림을 향해 다가간 이후에 그 그림을 감싸고 있는 천을 오른손으로 벗겨 보았다. 천을 못 등을 이용해 결박한 형태도 아니라서 천은 금방 그림에게서 벗겨져, 나의 눈앞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그림이 그려진 것은 몇 년 전의 일이었겠지만, 나를 위해 그려졌을 그 그림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일은 바로 그 때였다.

  그 그림을 보며, 나는 묘한 감정이 들고 있었으니, 그 그림은 다름 아닌 내 어린 시절의 한 모습을 표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근방의 공터에서 금을 그으며 놀고 있던 어린 아이들의 뒤편에서 당시, 나는 조용히 인형을 안은 채, 조용히 앉아 있었는데, 그 모습을 누군가가 발견해서 그렸던 모양.
  한편으로는 누가 자신을 엿 보았음에 대해 다소 불쾌해 하고 있었다, 그 사람이 자신의 모습을 엿보며, 자신은 인형과 같이 놀 수밖에 없을 정도로 병약한 소녀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실제로는 그러하지 않고, 그 당시에도 잠깐 동안만 인형하고만 놀았을 뿐, 그 이후에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있었는데, 그 사실을 그림을 그린 이가 알 수 있을 리는 만무해 보였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그림을 그린 이가 그림을 통해 나의 옛 추억을 다시 상기시켜 주었다는 생각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 그림을 통해 내가 어렴풋이 기억하는 정도였던 한 시절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고맙네, 옛 시절을 가지고 이렇게 그림을 그려준 것에 대해서는.'
  그러면서 그에 대한 고마움을 표한 이후에 그 그림을 방의 벽 한 곳에 걸어 놓았다. 그리고 혹시 그림을 그린 사람이 이 근처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마을 곳곳을 추위 속에서 돌아다니며, 찾아내려 하였다. 그러나 그 여느 때보다도 강한 추위 속에서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특정한 사람을 찾는 일은 힘든 일이었고, 결국 귀와 다리가 시림을 참지 못하며, 결국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도 가끔씩 그 그림을 보면서 누가 그림을 그리고, 또 그 그림을 보내주었는지에 대해 궁금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림을 그린 이는 지금도 나의 앞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이에 대해 어쩌면 그림을 그린 이는 실제로는 내가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내가 그 그림을 받았는지에 대한 사항조차 잘 모르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