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사나, 내일부터 쉬는 주간이잖아, 그 주간에 어디 놀러 가자."
  "응? 어디로?" 라에린(Laerin) 이 갑자기 제안을 하자, 바로 고개를 돌리며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다. 이제 어디로 놀러 가자는 말은 나에게 깜짝 놀라게 할 것은 아니었다.
  "응, 라넬리스의 남쪽에 위치한 포레(Fore) 라는 도시에서 불꽃놀이 축제를 한 대, 우리가 앞으로 휴식을 취하게 될 기간 중에 있으니까, 바로 구경 갈 수 있을 거야."
  바다 건너 먼 곳으로 나아가는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지만, 포레라는 곳은 여태껏 처음 구경하는 곳이었기에 나름 생소하다고 여기어질 법도 한 곳이었다.

  포레, 몬다스 동부 반도 지대의 동남부에 위치한 신흥 도시로서, 각지의 금속 가공소를 통합하는 개념으로 개설된 대형 금속 제련 시설이 설립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태고 시대에서처럼 대규모의 철강 및 금속 제련 시설로 건립된 것은 아니고, 항구의 대형 창고 크기 만한 규모로 설립되어 있다. 현 시대는 태고 시대에서처럼 대량이 금속이 매장되어 있지 않고, 그래서 대형 시설이 만족할만한 양의 금속을 이제는 자연에서는 확보할 수 없게 되었던 것이 그 이유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공장 자체도 태고 시대의 유적에서 발굴된 각종 금속 물품들-대개는 철제이나, 철제가 아닌 것도 많이 발견된다고 한다-을 수거해, 용광로 안에 담아, 이를 제련해서 활용하는 일을 주로 하며, 그나마도 1 주일에 1 번 가동하는 것이 전부인지라 생활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고 있다.
  사실 포레는 대형 금속 제련 시설로 유명하지만, 다른 여러 명소나 유명 행사도 있어서 나름 사람들의 시선을 끌 만하다고 여기고 있는데, 불꽃 놀이 축제는 포레에서 개최되는 행사들 중에서도 대표 격으로 포레라는 도시를 대표하는 가장 큰 행사라 한다.
  이외에도 바다의 경비를 맡는 전사들의 근거지가 있는 곳이기도 하며, 또 근래에 새로운 학당이 건립되기도 하는 등, 여러 시설들이 갖추어지는 일면도 나타나고 있지만, 나도 그렇고, 라에린도 그렇고, 특별히 관심을 가질만한 곳들은 아니라서 이들에 대해서는 특별히 아는 바가 그리 많지는 않다.

  "첫날 밤에는 불꽃놀이 구경가고, 둘째 날 아침에는 동부 해안가로 나아가서 바다 구경하다가 돌아오면 될 거야.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여행을 즐겼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제련 시설도 구경 가자, 시간 되면."
  라에린의 제안에 제련 시설도 구경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바로 드러내는 나. 하지만 라에린은 안 됐다는 듯이 고개를 한 번 으쓱하면서 두 팔이 양 옆을 향하도록 손짓을 하였다. 그러면서 말하길, 여름에는 제련 시설이 가동하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화산 지대처럼 열기가 분출되는 시설의 특성 상, 여름에는 그로 인한 건강 문제가 사람들에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원인-.
  "그리고, 게도 먹자, 해안 지대이니까, 게찜 같은 거 나오면 맛있을 거야."
  "살아있어 보이는 게를 겁내지 않고 해체할 수 있니?"
  이후, 라에린이 식사 때에는 그 지역에서나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게찜을 먹어보자고 제안을 했지만, 그 제안에는 내가 바로 거절을 하였다. 갑각류의 모습을 보며 화들짝 놀랐던 라에린의 모습을 지금도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어렸을 때, 물의 정령들이 거주하는 구역에 살고 있다가, 게들이 꿈틀거리는 모습을 보며, 겁을 내며 시장을 빠져나갔었다고 한다-.
  "그 때는 내가 아주 어렸을 때잖아! 그 때와 지금은 달라!"
  "그러면 나중에 게찜을 한 번 해체해 보든가, 못하면 다 내 거니까, 넌 굶어야 해, 알았어?"
  "너무해!" 내가 그렇게 답변을 하자, 바로 칭얼대는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걱정거리를 괜히 안긴 것 같다는 느낌도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잘하면 두 사람 먹을 몫을 내가 다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그로 인해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다.
  ....... 다만, 나도 살아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게나 새우의 갑각을 뜯어내기는 선뜻 쉽게 할 수 있거나 하지를 못한다. 그들의 눈만 보더라도 마치 그들이 살아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그래서 등딱지 위에 무언가 얹어놓거나 하며 뭘 먹거나 하지를 못한다-.

  그렇게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곳은 산중의 어느 개울가였다. 그 개울가에 흐르는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근 채, 나와 라에린은 좌우로 나란히 바위 위에 앉아 있으면서 그렇게 가만히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그 시원한 곳에서 일주일 내내 보내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개울가는 이미 나에게, 라에린에게는 익숙해진 곳이고, 또 언제라도 들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별한 휴식 기간 중에는 그러한 일상적인 곳이 아닌, 뭔가 색다른 체험을 하고 싶어했고, 그래서 일부러 더욱 더울지도 모르는 도시 지역으로의 여행을 선택한 것이었다.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이지만, 그래도 그 때에 겪을 일들이 항상 즐겁기만을 바라며,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있다. 과연 나의 생각대로 여행의 일정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