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아르나이 일대를 거치다가, 산악 지역으로 올라오는 행상인들이 있다. 그 행상인들은 한 동안 산악 지역의 마을들을 들르며, 물품들을 내놓다가 떠나가며, 비교적 외딴 구역에 해당되는 산악 지역의 마을 사람들에 있어서, 그 상인들은 평지 세상이나 바다의 물품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그 동안에 마련되고는 한다. 그 중에는 평야 지대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새로운 물품들의 모습도 있으며, 이는 산악 지역의 물품 전래가 여타 지역에 비해 비교적 늦는 것이 그 원인이라고 한다.
  이러한 행상인 수레가 소로에나로 찾아온 것은 지난 1 일 때의 일이었다. 유난히 반짝거리는 금색을 띠는 수레를 몰고 찾아온 그 상인은 수레 안에 대나무 장대를 가득 싣고서, 거리 일대를 맴돌고 있었다. 그 수레는 내가 사는 집 근처 역시 들르고 있었으며, 대나무 장대들을 가득 실은 채-그 동안 팔지 못했던 것 같다-, 천천히 집 바로 앞의 길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대나무 장대의 가격은 2 개에 1000 크로네 정도는 하였다. 그 길이가 워낙 길어 여러 가지로 쓸모가 있어 보였으나, 1000 크로네라니, 비싸기는 확실히 비쌌고, 그래서 나 역시 구매를 주저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황금색으로 칠해진 수레 안에 대나무 장대라니, 애시당초 끌고 나온 것부터 무언가 이상한 조합이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수레를 황금색으로 칠하는 데에 무슨 이유가 있었던 것일까, 이에 대해 나는 시선의 집중을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마을 거리 곳곳에는 시야 확보를 위한 등을 밝히고 있었으며, 그 등을 통해 그 일대를 지나가는 이들의 모습이 비추어지기도 한다. 게다가 등 주변을 지나가는 수레의 색은 황금색이니, 확실히 눈에 띌 수밖에 없었던 것. 재질은 물론, 칠의 재료 역시 진짜 황금은 당연히 아니겠지만, 고급스러워 보이는 면이 있기도 하니, 시선을 끄는 데에는 나름 좋았을지도 모른다.

  이런 수레가 지나간 이후에는 또 다른 수레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주로 더운 지역에서나 그 모습을 볼 수 있는 고구마라는 채소를 숯불에 굽는 수레가 장착되어 있는 것으로서, 그 수레는 대개 불에 달구워진 각종 자갈돌 위에 반으로 자른 고구마나 감자를 올려놓고 구워지도록 하면서 찾아오는 사람마다 하나씩 구매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라넬리스 동부의 섬 일대에서부터 시작된 이런 고구마 구이 장사는 대개 노래와 함께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당연,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것. 문제는 노래가 이상하게 이어지고 있었던 것으로 그로 인해 꽤 많은 웃음이 나왔었지만, 그래도 좀처럼 먹을 수 없던 고구마를, 그것도 익힌 것으로 얻을 수 있는 기회였던지라, 바로 찾아가서 사 왔으며, 생 고구마도 몇 개 마련해 왔다.
  그렇게 얻은 생 고구마를 이용해 나는 이전에 들은 바 있던 기름에 튀겨서 달콤한 소스에 발라먹는 요리를 만들어 먹었다. 달콤한 소스는 집 안에 있던 단풍액이 그 역할을 해 주었다.

  이외에도 우유를 얼려서 만들었다는 각종 얼음 과자류나, 과실 등을 갈은 것을 얼린 과자류를 파는 이들도 찾아왔고, 각종 과일류, 그러니까 소로에나 등지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며, 동남쪽에서는 겨울에도 재배가 가능한 귤이나 바나나 류를 가져오는 이들도 있었다.
  그 이외에도 각종 버려진 종이들을 수거해 가는 이들도 있었는데, 수거해 가면, 소정량의 돈으로 교환해 주기도 하였다-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었다만-.
  이런 행상들이 하나씩 찾아오는 모습을 보면서, 때로는 항아리 안에 우렁이나 소라를 집어넣고, 그것을 판매하는 이들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있었다, 실은 그 동물들이 마법에 의해 태어난 생물들로서, 집안 일을 대신해 주는 그런 존재로 변신한다는 생각. 그러다가 곧 나는 창가를 바라보는 채, 피식 웃으면서 이렇게 혼잣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
  마지막에는 라넬리스 식, 볶음 국수를 판매한다면서 1500 크로네라는 비싼 값을 요구하는 상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배가 고팠으나, 그 목소리에는 참았다. 가격도 가격이거니와, 들려온 목소리가 이전에 들려온 대나무 장대를 파는 남자의 목소리와 거의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 볶음 국수 판매 상인(?)의 목소리가 더 이상 들려오지 않은 것을 보면, 그 판매의 목소리를 흘려 들은 것에 대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에 그 목소리에 홀려 1500 크로네를 지불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사소한 일 같아도,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