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나이 초원에 위치하고 있는 어느 마을에 들르다가 겪었던 일이다. 봉사 일을 위해 교회에 들르다가, 그 입구 부근에 사람들이 붐 비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그 행렬은 교회 입구 일대뿐만이 아니라 교회 인근에까지 이어지고 있었으니, 아주 많은 사람들이 모였음을 그 모습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본래 그 마을은 규모가 작아, 대략 100 여명 정도가 살고 있을 따름인데, 교회에 모인 사람들의 수가 100 여명이 넘는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그 마을뿐만이 아니라 아르나이를 비롯한 도시나 인근 마을에서도 사람들이 왔을 것이라 짐작해 볼 수 있겠다.
  행사는 분명 교회 입구 부근에서 이루어지고 있을 터. 그래서 나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 교회의 입구 바로 앞까지 다가가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광경을 직접 보려 하였으나, 사람들의 행렬은 이미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그 틈이 작아서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며, 행사가 일어나는 광경으로의 접근은 결국 포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면 100 명이 아니라 200 여명이 모였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은데.'
  그래서 결국 그 인파를 돌파하는 대신에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곳으로 우회, 교회의 뒤쪽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그 교회 뒷편에서 날개를 이용해 지붕 위로 올라간 이후에 지붕 위를 걸으면서 교회의 정문, 그 모습을 지켜보려 하였던 것.
  행여 교회 뒤쪽에서 날아오르는 동안, 누군가 그 모습을 볼 일이 다소 걱정이 되기도 하였으나, 다행히도 교회 뒤쪽에 위치한 집들에서부터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그 광경을 보는 일은 없었으니, 그에 대해 나름 안심은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무사히 지붕을 두 발과 무릎으로 기어가면서 지붕의 정문 쪽 가장자리로 접근하는 시점에서 그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있으면서, 정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바로 내려다 볼 수 있게 되었다.
  정문 부근에 그 교회에서 일을 하는 가장 나이 많은 신부가 자리잡고 있었으며, 그는 자신의 바로 앞에 모여 있는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 그리고 하얀 드레스 차림의 여자에게 충고의 말을 전해주고 있었으며, 그 주변 일대로 사람들이 둥글게 모여 있으면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사람들 중에서 앞쪽 대열에 위치하고 있는 남녀들은 꽃다발을 손에 가득 들고 있었으니, 결혼식이라는 행사의 중심이 되는 남녀를 축하하고, 또 축복해 주기 위한 선물로서 꽃다발을 들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사랑의 증명' 이라든가, '사랑의 맹세' 같은 말들은 그 의미 자체는 매우 고귀한 만큼, 소중한 어구이겠지만, 결혼식이라는 행사마다 들려오는 어구이다 보니, 식상해진 감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삶의 한 과정이 무사히 진행되었음을 알리는 의식에서 쓰이는 말인 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래서 매일마다 세상의 어딘가에서는 한 번씩은 있을 법한 흔한 의식이라 하더라도, 그렇다는 이유만으로 그 의식을 하찮게 여기어서는 안 된다.

  무사히 의식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잘 지켜보았다고 말하고 싶지만, 실제로는 그러하지는 못했다. 본 행사가 끝나고 뒤풀이 성격으로 교회 앞에서 시행된 연회 때에 누군가가 내가 지붕 위에 올라앉아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그 사실을 알려 버렸기 때문. 덕분에 나는 사람들의 부름-이라기보다는 내려오라고 계속 독촉을 하였다-을 받아, 날개를 펼치면서 사람들 앞에 내려오게 되었다.
  이후, 나는 결혼식을 맞이해, 공식적으로 부부가 된 마을의 두 남녀를 위한 시가를 써 주고, 그 시가를 직접 낭독해 주기도 하였다. 다만, 그 시가를 토대로 노래를 작곡하는 일은 할 수 없었는데, 무엇을 하더라도 즉흥적으로 적절한 소리가 나와주기 어려웠던 것이 그 이유였다.
  다행히도 그 시가는 좋은 평을 받았고, 그래서 교회의 신부로부터 시가를 써 준 대가로 마르슈말로우(Marshmallow) 라 칭해지는 듯한 다소 특이하면서 달콤한 하얀 과자를 선물 받아, 나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그 마을의 사람들로부터 나름 많은 칭송을 받았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 마을 사람들에게는 비밀이지만, 실제 그 시가는 내가 순수하게 창작한 것이 아니었다. 몇 달 전에 바다 속에 잠겨 있던 고대 유적에 있던 물의 정령들이 발견한 사서에서 발견한 문서를 직접 열람하면서 보게 된 시가로, 결혼 당사자들에게는 놀랄 일이겠지만, 그 '영원한 사랑을 기원하는' 남자가 여자에게 바치는 시가는 다름 아닌, 그 고대 유적의 모태였을 잠수함이 침몰하기 전 날, 그 사실을 몰랐을 남자 선원-수병이었을지도 모른다-이 자신이 떠나 보내었을 여인을 위해 남긴 것이었다고 한다.
  갑자기 부탁을 받은 것이고, 다급하게 시가를 만들어 보내야 했는데, 생각난 것이 그 시가였고, 다른 것들은 잘 떠오르지 않아, '에라 모르겠다' 싶은 심정으로 그 시가를 기억나는 대로 그대로 옮긴 것이었다. 나도 순수하게 사랑의 시가를 창작하려면 시상 떠오르는 일부터 쉽지 않아, 오랜 시간이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