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 월 경의 쓸쓸했던 산길의 기억 때문인지 한 동안 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엘젠(Elsen)의 산길을 다시 가게 되었다. 작년에 마지막으로 갔을 때가 11 월 16 일이었고, 이번에 여행을 떠난 시기는 5 월 16 일이었으니 딱 반 년 만의 일이었다. 분명 작년에 갔을 때에는 에르시아(Ersia) 도 동행을 시키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다음 해 봄이 되고나서 가려하니, 그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산길 위로 펼쳐진 하늘은 새하얀 구름이 장막처럼 드리워져 있었으니, 이는 푸른 바탕에 구름이 여러 형상을 그려내던 늦가을을 맞이한 아름다운 모습과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그 하늘의 모습을 보면서 혹시 비가 오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에 걱정을 하기도 하였으나, 다행히도 비는 오지 않았다. 오히려 가끔씩 구름의 장막이 틈새를 드러내고, 그 틈새 사이로 햇빛이 작은 형상을 만들어내며 날이 갤 수 있는 희망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작년 그 때와 상반된 것은 하늘의 모습만이 아니었다, 갈색으로 가득했던 그 쓸쓸한 풍경은 꽃들의 시대를 거쳐 생기의 절정기인 여름을 준비하고 있으면서 생생한 풍경으로서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날씨가 점차 더워지고 있으면서 강변의 평지대 부근에서는 강물 위로 배가 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그와 더불어 천막을 치고 낚시를 하거나 풍경 놀이를 즐기는 가족들의 모습도 보이고 있어서 그 평지대에 점차 활기가 돌아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반년 전이나 그 때나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으나, 생명의 기운을 되찾은 생기 넘치는 수풀들의 모습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산길 여행이 되고 있었다. 가끔씩 자전거 등을 이끌거나 걸어오는 이들이 있어서 그들의 존재가 있음을 알게 되기만 해도 외로움이 덜 느껴지고 있었다.

  내가 그 산길을 걸어갈 무렵은 민들레가 한창 피고 질 시기였고, 그래서 노란 민들레들 사이로 솜뭉치와도 같이 피어난 새하얀 갓털 꽃들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이들을 보자마자 나는 갓털 꽃을 피운 줄기 하나를 꺾어서 오른손에 들며 일어난 이후에 꺾은 줄기를 손에 들며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었다.
  그 때 마침, 산들바람이 나를 지나쳐 가는 방향으로 불어오고 있었고, 그 영향을 받아 갓털 꽃에서부터 갓털을 단 씨앗들 중 일부가 그 바람에 흩날려, 갓털을 날개 삼아 하늘하늘거리며 날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나 역시 그 바람처럼 갓털에 숨을 불며 씨를 날려보내려 하였다. 세차게 불은 숨에 날아간 씨앗들은 나를 지나치는 방향으로 날아가는 바람을 타고 갓털 날개를 단 채로 먼 곳까지 날아가려 하였다.
  '어렸을 때에는 갓털들을 볼 때마다 이렇게 꺾어서 날려버리고는 했는데.'
  어렸을 적의 그 기억이 떠올랐다, 그 때에는 민들레 꽃 줄기들만 갖고 있어도 무척 재미있었는데. 그와 더불어 한 때는 여러 아이들이 같이 어울리며 놀고 있었음을 상기하기도 하였다, 다만 그 때와 달리 혼자서 민들레 씨앗을 불러 날려버리려니 그 때처럼 즐겁지 않았다.
  '집 부근에서 민들레 갓털 꽃들을 꺾어서 친구들과 함께 불어보기라도 해 볼까.'
  그래서 집에 오고 난 이후에는 옛 추억을 상기할 겸, 친구들을 불러 그들과 함께 민들레 씨를 불어보기라도 하겠다고 생각하였다.

  계곡의 물길도 그렇고, 그 물길 인근의 풀밭도 그렇고, 가을 때의 모습과 크게 다르거나 하지는 않았고, 그 산길을 외롭게 여행하고 있다는 사실도 다르지 않았으나, 그래도 굽이진 산길을 거쳐, 마을 인근의 길목을 지나가려 하면서 초록빛을 온전히 되찾은 모습을 감상하고 있자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며 눈이 치유되는 느낌이 있었다.
  마을 인근의 산길에 도달하고서 다리 위에서 하늘을 바라보니, 흐린 하늘 사이로 새하얀 태양의 모습이 빛을 발하고 있었으며, 구름이 드리워져 하얗게 보이는 하늘의 모습과 하얗게 빛나는 태양의 모습이 색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원래 태양의 색은 노랗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위치하는 곳마다 주황색, 노란색으로 변해가다가 상공 높은 곳에 이르면 새하얗게 빛나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묘한 느낌을 준다.
  산길의 한 곳에 자리잡은 마을에 도착한 이후, 그 마을에 도착하는 것으로써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 하였다. 그 당시 시각은 17 시 무렵으로 인근의 빵집에서 크림빵 하나와 꽈배기 튀김 하나를 사서 마을 인근의 기차역으로 가면서 하나씩 먹고, 기차역에 도착하자마자 물 한 병 구매해서 마시면서 기차에 타며 집으로 돌아왔다.
  아름다운 경치 구경에 여념이 없기도 했고, 또한 옛 추억을 상기할 수도 있었던 무척 즐거운 여행이기는 했지만 당분간은 그 외로운 여행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지라 당분간은 그 산길을 걸을 일을 만들려 하지는 않으려 하였다. 이 따뜻해져가는 계절에 외로운 여행은 선뜻 하기에는 부담스러웠음이 그 이유였다.
  저녁은 먹지 않았고, 그 대신에 다음 날인 오늘, 동방에서 유래되었다는 굳은 떡을 찾아서는 그 떡을 삶아 팥죽에 넣어 아침식사로서 먹었다. 집에 오면서 단 것을 약간 먹기는 했지만 그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아침에 일어나니, 다시 단 것이 입에 당기기 시작해서 팥을 조려서 죽을 만들고 떡을 삶아 넣어서 먹으려 하였던 것.
  다음날에 가는 편이 더 좋지 않았나, 싶은 생각을 하기도 했으나, 다음날이 되고 아침 하늘을 보니 구름이 드리워진 것은 16 일 무렵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