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 중부 지역인 알미차(Almiza) 와 동부 지역인 몬다스(Mondas) 의 경계, 그 남부에 위치한 예소르(Jesor) 는 바다의 정경이 아름답다고 알려진 곳이지만 그와 더불어 하늘이 무척 맑아 투명한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곳이었다. 그런데 정작 내가 그 도시에 이르렀을 때에는 구름이 하늘에 가득히 드리워지고 있어서 그 아름답다는 정경을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었다. 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기는 하였으나, 그래도 그 남부의 해안가는 예외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예소르의 푸른 하늘을 보지 못하는 것은 무척이나 아쉬운 일이기는 하였으나, 그 대신으로 열심히 돌아다니며 풍경 좋은 곳을 찾다 보면 만족할만한 여행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돌아다니기로 하였다. 그러면서 우선은 예소르 동부 항만 근처로 발걸음을 옮겼다. 동부 항만은 예소르 해상 교류 역사 공원이라는 명소와 함께 있어서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편이고, 그와 더불어 그런 이들과 항만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식당이 곳곳에 있어서 식사하기도 편했다.
  예소르 동부 일대에는 오르도네(Ordone) 라는 이름의 섬이 있고, 그 섬은 방파제를 통해 예소르 본토와 이어지고 있으며, 섬의 풍경 자체가 좋은 평을 받고 있다보니 사람들의 왕래가 끊이지를 않는 편이다. 그런데 그 오르도네 섬의 사람들을 맞이하는 식당은 음식의 값이 소박한 것도 1000 크로네에 이르니, 그런 곳에서 식당을 들러 음식을 먹는 일이 부담될 수밖에 없었는데, 그 항만 일대는 어지간히 정성이 들어간 것처럼 보이는 식단을 제공받으며 1000 크로네 정도를 내면 되니,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곳들이라 여길 수 있었다. 1000 크로네가 적은 돈은 아니지만 오르도네에서 간단히 먹고 같은 돈을 내는 것에 비하면 확실히 나은 편이라 여길 수는 있을 것이다.
  고등어 구이로 식사를 하고, 나와서는 살짝 옷을 적시는 가랑비를 맞아가며 예소르의 동부 항만 일대의 해안에서 잠시 바다 구경을 하고 있었다. 구름에 가려 살짝 흐릿하게 보이는 건너편 다리와 다리를 통해 이어지고 있는 산과 산을 잇는 또 다른 선을 따라 움직이는 수레들의 모습이 묘한 느낌을 주었다. 그 때만 저 수레를 탈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지만 뜻밖의 일이 생겨서 결국 그 수레를 타게 되었다.
  "날이 맑았으면 저 먼 곳의 모습이 선명히 보였을 텐데."
  물론 날이 맑으면 푸른 하늘 아래로 다리의 모습과 다리 위를 지나가는 선과 선에 매달린 수레들의 모습을 더욱 선명히 볼 수 있어 보다 멋진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겠지만, 그 때 본 광경도 그 나름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동부 항만을 떠난 이후에는 서부 항만과 동부 항만의 사이 지점에 위치한 다르마(Darma) 대교를 거쳐 다르마 섬으로 나아가려 하였는데, 문제는 그 다르마 대교를 중간 즈음 지나가니, 갑자기 다리가 진동으로 인해 흔들거리기 시작하면서 그로 인해 화들짝 놀랐고, 같은 일이 또 생길까봐 그 대교를 건너려 하지 않았던 것. 다르마 섬을 떠날 방법은 대교 이외에는 그 줄에 매달린 수레 이외에는 없었기에 그 수레를 이용하기로 하였다.
  예소르는 내가 갔던 다른 곳들과 다른 한 가지 특징을 갖고 있었으니, 소나무나 느티나무 등을 대신해 벚나무가 시내의 길을 꾸미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벚나무의 꽃들이 절정에 달해 있을 그 무렵에는 하얀빛, 연분홍빛 꽃들이 나무마다 만발한 모습을 보였고, 그래서 아무 길 위나 걸어도 환상적인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그 벚꽃들은 다르마 섬에서도 보였으며, 그와 더불어 개나리 꽃, 매화들도 함께 보이니, 더욱 그 풍경이 아름다웠다.
  한참 산길을 걸어 올라가니, 다르마 산의 정상이 보였고, 정상으로 올라가니 수레가 머무르는 정거장의 모습이 눈앞에 바로 보였다. 정거장 근방에는 빨간 바가지들을 모아 붙이는 형태로 만들어졌을 반구체 형상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밤이 되면 그 형상 안에서 발하는 빛에 의해 형상이 빨갛게 빛나면서 나름 밤 풍경을 만들 수 있었던 모양. 하지만 내가 머무르기로 한 여관과 꽤 먼 곳에 있는 그 산의 정상을 밤중에 바로 가기는 선뜻 쉽지 않았고, 그래서 빛을 발할 수 있는 형상의 모습을 보면서 그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기도 하였다.
  다르마 산에서 수레를 타고 이른 곳은 오르도네 섬 부근에 위치한 시리(Shiry) 산 정상으로서, 그 산을 내려오니 오르도네 섬과 예소르 본토를 잇는 방파제의 모습이 바로 보였고, 그러하니 다음 행선지는 자연스레 오르도네 섬으로 정해졌다.
  오르도네 섬의 입구 부근에는 산길이 있었으며, 그 산길을 통해 섬의 건너편으로 바로 갈 수 있었다. 섬의 건너편으로 가는 도중에는 여러 길목이 있었으며, 각 길목은 섬의 바위 해안이 보이는 여러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중에 가장 인상적으로 본 것은 '용의 굴' 이라는 곳으로 해안의 뒤편에 굴이 하나 있어서 그 굴 안으로 바닷물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 굴이 '용의 굴' 이라 칭해지는 것 같아 보였다.
  날이 흐리기는 하였으나, 바다의 색은 아름다운 청록색을 띠는 모습을 잃지 않아 다행이었다. 특히 용의 굴이라 칭해지는 곳에서는 물의 색이 옥빛을 연상케하는 면모를 드러내니, 그 모습에 시선을 한 동안 떼지 못할 정도였다.

  오르도네 섬을 떠난 이후에도 날은 저물지 않았고, 그래서 여관에 가기 전에는 시리 산에서 야경을 내려다 보겠다는 생각에 한 동안 오르도네 섬 부근의 육지에서 발걸음을 떼지 못하다가 너무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는 생각에 조용히 여관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가 미련이 생겨서 한밤중에 시리 산으로 올라, 시리 산 정상에서 야경을 바라보기도 하고, 구름 속에 있던 시리 산의 안개가 자욱해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풍경을 그림으로 남겨보기도 하였다. 그 푸른 하늘을 볼 기회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발히 움직이며 나름 좋은 경험을 했다, 그래도 좋은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