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 너머는 붉은색을 띠는 바위 표면의 모습만 보더라도 무나일 지하의 땅굴과는 확연히 다른 일면을 보이고 있었다. 곳곳에 붉은색을 띠는 붉은 돌 조각처럼 보이는 종유석들과 석순 그리고 이들이 서로 이어 붙여진 돌 기둥들이 곳곳에 보였다.
  빛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구체를 생성해, 그 구체에서 발하는 빛을 통해 앞길을 비추면서 어두운 동굴 속을 돌아다니는 동안 한 번씩 박쥐들이 잠에서 깨어 어딘가로 하나의 큰 대열을 이루며 날아가는 광경이 겹쳐 울리는 박쥐의 날개 파닥이는 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이 붉은 동굴에서는 걸을 때마다 그 소리가 천장과 바닥 사이에 울리고는 하였는데, 그 소리에 소리에 민감한 박쥐들이 깨어나 보다 조용한 곳으로 나아가려 하였던 모양.
  그 날아가는 대열을 보면서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전설에서 등장하는 악마가 밤이 되면 자신의 거처에서부터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박쥐 무리로 변이, 산 아래와 거처를 오가는 모습이었다.

  여타 성계의 전설에 의하면 세상을 떠난 귀족의 시체가 사악한 기운을 받아 되살아난 형태를 가지는 존재가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빛의 가호를 잃은 이들은 어둠에 물든 세상을 주 거주지로 삼으며, 타인의 생명을 취해 이를 통해 마력을 얻는다고 한다. 생명이 마력으로 전환되는 그 흐름이 주는 쾌감은 이들에게 강한 중독성을 가지며, 그 쾌감에 중독된 이들은 중독에 의해 변질된 욕구를 지속적으로 충족하기 위해 보다 많은 생명의 기운을 원하게 된다.
  생명의 기운을 얻기 위해 그 존재들은 생명체의 체액 혹은 피를 취하게 되었고, 그래서 사람들은 이 사악한 마력에 의해 탄생한 존재들을 처음에는 '흡혈자' 라 칭하였고, 이들 중에서 생명의 기운을 얻기 위한 살인 및 학살을 거듭하는 사악한 자들은 '흡혈 악마' 라 칭하게 되었다.
  이 흡혈 악마들은 생명체에게서 취한 기운에 의해 얻은 마력을 이용해 사악한 마법을 사용하거나 아니면 여러 개체로 변이할 수도 있다고 한다. 박쥐 무리는 흡혈 악마가 변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서, 이외로 늑대와 안개 그리고 괴물 등이 있기도 하다. 괴물로 변이할 때에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방법 뿐만이 아니라 이성마저도 잃게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러한 흡혈 악마들은 시체에게서 태어나는 경우가 일반적으로, 이들은 시체의 주인인 사람의 인격을 담지 않으나, 간혹 사람이 죽어서 흡혈자로 태어나는 경우도 있으며, 그와 더불어 강한 마력을 가진 마법사가 스스로 사술을 통해 흡혈자가 되는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들은 사악한 의지에 의해 스스로 그렇게 되는 만큼, 절대 다수가 '흡혈 악마' 가 된다. 전설 등에 등장하는 악명 높은 흡혈 악마들은 그렇게 흡혈자가 된 이들이다.
  아르데이스(Ardejs) 성계에도 흡혈자, 흡혈 악마와 비슷한 이들이 있었다. 아르데이스 성계에서 건너온 이들로서 스스로를 '진화한 이들' 이라는 의미를 가지는 에레브(Erebe) 라 칭하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하지만 감빛의 기운을 받은 이들은 점차 타락해 갔고, 그들은 타락한 자들이라는 의미를 가지는 '케레브(Cerreb)' 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그들 중에는 타인의 기운을 통해 마력을 얻을 수밖에 없는 이들도 있었으니, 흡혈 악마, 흡혈자와 닮은 이들은 바로 그들을 지칭하는 바이다.

  이야기가 길었던 것 같다. 이 박쥐들의 무리는 동굴 내부를 돌아다니면서 어쩌다가 한 번씩은 보았던 것 같다. 이외에도 동굴 곳곳에는 연못이 있었으며, 동굴 바닥을 흐르는 물은 무척 깨끗해서 바로 마실 수도 있어 보였다. 한 번은 석순들이 모여 만들어진 붉은 바위를 따라 오르다가 종유석들 사이에 자리잡은 박쥐들의 모습을 보기도 하였다. 이들에게 꽤 접근해 나아갔었으나, 다행히도 이들 중에는 깨어난 이들은 없었다. 깨어났으면 여러모로 놀랄만한 현상이 발생했겠으나, 이들이 깨어나지 않은 만큼, 그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경우는 보지 않아도 괜찮았다.
  한 번씩 날아가는 박쥐 구경을 어둠 속에서 빛을 비추어가며 했던 동굴 내부의 길목과 통로 내부를 지나, 그 너머의 굽이지며 이어지는 앞쪽으로 올라가는 방향의 길목을 거쳐 가는 동안에는 동굴 속에서 생성된 풀밭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빛을 발하는 풀밭 위로 하얀색, 녹색을 띠는 빛을 발하는 예쁘장한 모양새의 나무 이파리들과 무지개색을 띠며 빛나는 꽃들의 모습도 보였다. 이들은 스스로 빛을 내고, 그 빛을 통해 생명의 기운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개체들이었다. 빛의 정령으로부터 이어받은 기운을 통해 어둠 속에서의 삶을 이어갈 수 있게 된 새로운 생명들이었던 것.

  이 어둠 속에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게 된 생명들과 더불어 붉은 바위의 산 굴에는 빛이 아닌 기운의 가호를 받은 생명의 존재가 있었다. 빛의 정령에 의해 새로운 세상이 빛을 얻은 때, 8 개의 세상은 각자 다른 특성의 기운을 가지게 되었다. 그 중에서 2 번째 세상에 자리잡고 있는 붉은 바위의 산은 돌의 기운을 품게 되었다. 이 돌의 기운을 이어받은 존재들이 바로 그들로서, 이들은 붉은 바위 산 표면 곳곳에 있는 산촌, 광산촌의 주 거주민인 난쟁이 족의 선조이기도 하다.

  돌의 기운을 받은 생명은 돌의 기운, 그 영향이 강한 산 속의 동굴 속에서의 삶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세상의 빛을 원하게 되어 밖으로 나와 생명의 기운도 받게 되었다고 한다. 돌의 생명을 받은 이들은 그야말로 '바위 인간' 과 닮은 외형을 갖고 있었으나, 동굴 밖의 세상으로 나온 이들은 또 다른 생명의 기운을 받게 되면서 그로 인해 외형 역시 인간과 닮은 형태로 변화해 갔다. 그러나, 그 반작용으로 거대한 체구를 가지고 있던 선조들과는 비교가 될 정도로 그 체격이 작아지게 되었다. 이들이 현재의 난쟁이 족 사람들이다.
  그 반면에 동굴 속에 남은 이들 중에는 점차 그들의 생명, 그 근원인 동굴 속의 붉은 바위와 동화되어 간 이들도 있었다. 인간과 비슷한 형상은 잃었으나, 그 대신으로 붉은 바위의 기운을 받아 무한에 가까운 생명을 누릴 수 있게 된 이들로서, 동굴의 어느 곳에서도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으며, 붉은 바위의 기운을 한없이 사용할 수 있는 이들이 되었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동굴의 지형과 동화되어 무한에 가까운 생명의 힘을 얻은 존재들은 동굴 밖으로 나온 이들의 후손들이라 칭할 수 있는 난쟁이 족 사람들에게 있어서 경외의 대상이 되었다, 동굴과의 인연을 끊지 않고, 동굴과 연관이 깊은 일을 생업으로 삼은 이 난쟁이 족 사람들이 동굴 속에서의 안전과 복을 염원하며 동굴 속에 있는 '영적 존재' 들의 가호를 빌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것이 붉은 바위의 산에 살아가는 난장이 족 사람들이 가지는 '붉은 바위' 의 신앙, 그 근원이다.
  강력한 수호의 힘을 가지는 이들은 비록 어둠 속에서 영원한 삶을 누리고 있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선한 일면에는 변함이 없었고, 그래서 선한 난장이 족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동굴의 가호를 내리고는 하였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이 '신들' 은 점차 그 힘을 잃어갔고, 더 이상 난쟁이 족 사람들에게 가호를 내리기 힘든 지경에 이르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이들은 그들이 바위 속에서 힘을 얻을 때까지 잠들게 되었고, 이로 인해 붉은 바위의 산은 지금까지도 '신들' 이 강림하는 모습을 본 이는 없다. 그러나 붉은 바위의 신앙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며, 난쟁이 족 사람들은 그들의 생업을 위해 동굴 속의 광산으로 들어서며 언제나 '신들' 의 가호를 기원한다.

  이 붉은 바위의 산에 괴물들이 출몰해 사람들에게 피해를 가하고 있다는 소식은 난쟁이 족 사람들에게는 보통의 일은 아닐 것이다, 그들의 선조이자, '신들' 이기도 한 존재들의 가호가 엄존하고 있던 시대 이래로 동굴에서는 괴물이라 칭해지는 사악한 생명체들이 출몰하는 등의 현상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었고, 그래서 사람들은 편안히 동굴 내부를 광산으로 활용하고, 또 명소로서 이용하기도 하였을 텐데, 그야말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 떨어진 것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었다.
  그 실상에 대해서는 아직 아는 바는 없다만, 사악한 생명체들의 이례적인 동굴 내부에서의 출몰에 대해서는 한 가지 확실한 바가 있기는 있었다. 누군가에 의해 사악한 기운이 동굴 내부로 들어와 동굴에서 그 영향을 받은 일이 일어났다는 것. 그와 더불어 상기된 인물이 한 명 있었다, 이전에 지하 세계에서 마주쳤던 여성, '아델'. 그는 붉은 바위의 산 내부 동굴에 숨어있다가 동굴 내부의 통로를 통해 지하 세계로 들어왔다고 한다. 그냥 거주지로 이용하였을 뿐만이 아니라 동굴 내부에 사악한 기운을 심어놓았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아델과 같은 이가 한둘이 아닌 만큼, 아델이 아닌 다른 이에 의한 소행일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을 하며, 길을 오르다 보니, 또 하나의 넓은 공간에 이르게 되었다. 아직 괴물로 추정되는 개체의 모습이 보이거나, 습격을 가하는 현상은 아직 보이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진원지에 보다 가까워지고 있었던 만큼, 주의가 필요했고, 이전에 비해 움직임을 신중히 가지려 하였다.
  바로 앞 건너편에는 연못이 아닌 커다란 구덩이가 있었고, 그 구덩이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위태로운 듯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래도 다리 좌우에는 난간이 있었음이 다행거리. 그 너머에는 누군가 한 사람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멀리 있다보니 그 모습이 분명히 보이거나 하지는 않았고, 그래서 일단은 어둠의 시야를 켰다, 주변 일대가 어둡게 보이기는 하였으나, 생명의 기운을 감지해 그 형상이나마 보이게 해 주어서 그 자가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대략은 알 수 있게 해 줄 수 있음이 그 이유였다.
  어둠의 시야에 보인 모습은 난쟁이 족이 작업복 비스무리한 것을 입고, 머리에 모자를 쓰고 있으며, 오른손에는 망치-확실히 그렇게 보였다-, 그리고 왼손에는 방패 비스무리한 것을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둠의 시야를 끈 이후에는 그 사람이 난쟁이 족임을 알아보고 난 이후로 바로 앞에 있는 이가 위험 인물임을 확신하면서 그 사람을 향해 다가가려 하면서 다리를 건너려 하였다. 그가 적대 가능성이 있는 인물이라면 다리가 끊어질 것을 우려해 그에 대한 대비를 하거나 우회하는 방향으로 나아갔겠지만-구덩이 건너편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 그 다리 외에 없는 것은 아니리라 생각했다- 굳이 그러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 여긴 것이었다.
  다리를 건너기 전에 우선, 어둠의 시야를 끄고 다시 빛의 기운이 앞길을 비추도록 하였다. 어둠의 시야를 켜기 위해서는 우선 어둠의 기운을 개방해야 하는데, 그러는 동안 난쟁이 족 사람이 어둠의 기운에 감싸인 나의 모습에 대한 경계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리는 두꺼운 나무 조각들을 밧줄로 이어붙인 형태로 만들어져 있었으며, 나무 조각들 사이의 틈이 의외로 커서 발이 빠질 수 있기에 이를 조심하면서 다리 건너편으로 나아가려 하였다. 밧줄로 나무 조각들을 이어붙인 구조 상, 다리는 건너가는 동안 계속 흔들리고 있기는 했으나, 밧줄이 튼튼했던 덕인지 그럭저럭 무사히 건너갈 수는 있었다.
  난쟁이 족 남자는 나를 그다지 경계하지는 않고 있었다. 다만, 내가 자신의 곁으로 다가오는 모습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었던 모양으로, 아무래도 나를 동굴 내부에 대한 관광을 위해 온 사람으로 여기고 있지 않았나 싶었다. 그 이후, 아니나 다를까, 그는 바로 나에게 요청을 하는 듯한 목소리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여기는 이제 위험한 곳이야, 이전 때처럼 동굴의 경치나 광산 구경이나 할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라고."
  그리고서 그는 자신에 대한 언급을 하기 시작하니, 광산 관리인 '스카즈(Skaz)' 의 경고를 무시하고, 생업을 위해 광산으로 들어서려 하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광산으로 들어섰던 자경단원 중 한 명이었다고 자신에 대한 언급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의 증언에 의하면 광부들이 일하는 현장과 그 일대를 관찰하다가 난데 없이 한 무리의 습격이 가해지고, 습격한 무리에 맞서다가 절벽가에서 떨어진 이후, 정신을 차려보니 그 부근에 있었다고. 자신을 제외한 자경단원 그리고 인부들의 생사 여부는 교전 중에 괴물의 공격에 의해 떨어졌던지라 알 수 없다고 밝히고 있었다. 다만, 그 상태였다면 자경단원들은 무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그 정도로 괴물들의 습격이 위협적이었나 봐요."
  이 물음에 난쟁이 족 인부는 바로 그러하다는 의사를 전하는 듯이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일단 괴물의 모습을 갖추고 있기는 하였으나, 그들이 생명체인지 여부는 알 수 없었음을 밝혔다.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지만 맹렬히 돌격해 오는 개체들을 자경단의 무기로 공격할 때마다 금속성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고.
  증언에 의하면 생명체는 비행형과 보행형 등이 존재하며, 비행형은 죽게 되면 공중에서 폭파되며, 보행형은 쓰러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폭발하는 특성을 보인다고 하였다. 폭발할 때마다 이들은 충격파와 함께 빛을 방출하며, 그래서 괴물이 쓰러진 모습을 보고, 확인 살해를 가하려 한 인부가 그 폭발에 휩싸이는 참사를 겪기도 했었다고 한다.
  "폭발에 휩싸인 그 아저씨는 어떻게 되었나요?"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 폭발의 정도는 크지 않았어. 적어도 위급한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게야."
  이후, 내가 걱정이 되어서 건네는 물음에 그 인부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지는 않았음을 밝히는 것으로써 답을 하였다. 이후, 그 난쟁이 족 남자는 그 부상자에 대해, 여타 부상자와 더불어 급히 후송되어 광산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고 하나, 광산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지를 못해, 그 사람이 어떻게 되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음을 밝혔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 그리고 그 사건에서 나타난 것들에 대한 진술을 마치고서 난쟁이 족 남성은 조용히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서 그는 다리 부근에 자리잡고 있던 바위에 기대어 앉으려 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그 정도임을 밝힌 이후에 스카즈의 요청을 받아 오게 된 만큼, 어서 그에게 가 볼 것을 청하고서, 자신은 어떻게든 마을로 스스로 올라갈 테니, 자신에 대해서는 유난히 걱정하거나 하지는 않도록 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
  "우리는 동굴의 민족이야, 이 정도 동굴 정도야 스스로 나올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호언 장담하는 듯이 말하는 그 목소리가 어두웠다.

  이후, 그를 지나쳐 문을 통해 그 너머의 통로로 나아가려 할 즈음, 내가 지나쳐 갔던 그 남성으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의 가호를 받은 동굴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고 말하는 탄식의 목소리였다. 지금도 그 목소리가 기억나고 있음에는 그 목소리에 너무도 깊은 한탄이 반영되어 있었음이 그 이유였을 터.
  난쟁이 족 사람들에게는 이례적이라 여기어지는 동굴 속에서의 사건에 관련된 개체들은 일반적인 생명체와는 거리가 먼 특성을 가진 이들일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그 동안 들은 이야기를 통해 내가 추측하는 바가 옳다면 분명 그들은 '기계 생명체' 라 칭해지는 부류에 속한 개체들일 것이며, 그와 더불어 이들의 공격적인 성향은 단순히 사냥이나 살육 본능에 의해 나타난 것이라 볼 수 없으며, 애당초 그 무리에게는 본능이란 존재하지 않고, 누군가의 명령에 의해 사람을 해치는 행동 특성을 갖게 되었다고 여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동굴의 길목을 오르면서 동굴의 중심지라 칭할 수 있는 동굴의 어느 넓은 구역에 이르렀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습격에 대비, 주변 일대를 둘러보며 기계 생명체 등이 존재하는지, 그 여부를 보려 하다가, 이 구역의 우측 벽 한 곳에 망치를 놓아두고 주저앉은 작업복 차림의 난쟁이 족 남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급히 다가가 그의 바로 앞에서 그의 상태를 보려 하였다. 절벽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는지, 아니면 습격에 의한 일인지 몸 상태가 그리 성하지는 않았다, 다친 흔적을 세세히 살피지 않아도 다친 흔적이 있음을 바로 알아볼 수 있을 정도. 치유의 술법 같은 것이 없는 관계로 그런 그를 현장에 놓아둘 수는 없었고, 그래서 그를 데리고 마을 밖으로 나가려 하는데, 그 때, 그 난쟁이 족 남자로부터 자신은 그대로 가만히 놓아둘 것을 원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이 곳에 놓아두게, 무슨 일 때문에 여기로 온 모양인가 본데, 그 일이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되지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데려가겠음을 밝히자, 안 된다고 다시 답을 하였다. 그러면서 나를 따라 나서지 않고, 눌러 앉으려 하니, 그런 그를 데려가거나 할 수는 없었다.
  "괴물들의 움직임이 사라지고, 동굴 내부가 안정화되면 그 때 나가도록 할 걸세."
  이후, 그 남성은 광산에서의 괴물 출몰이 더 이상 없을 때에 스스로 동굴을 나설 것임을 밝혔다. 그의 생각이 완고했던 만큼, 그를 데려갈 수는 없었지만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어서 그에 대해 그에게 물으려 하였다.
  "이 근방에 괴물들이 나타나거나 한 적은 있었나요?"
  그 물음에 난쟁이 족 남자는 잘 모르겠다고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광산 내부에서 생명체인 듯, 기계인 듯한 괴물들이 갑자기 절벽길 건너편에서부터 대량으로 습격해 온 모습만 보였을 따름이라고 그 곳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증언을 하고서, 괴물들의 분포는 광산 내부에서 보다 넓어지고 있으며, 이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이들이 광산 전체를 장악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깊은 우려를 드러내고 있었다.
  아직 괴물들의 모습을 보거나 한 것은 아니었으나, 습격의 상황이 의외로 심각해 보였음은 분명해 보였다. 그런 생각을 하며 광산을 향하는 길목을 물었고, 이에 그 남자는 다행히도 올라가는 길을 알고 있어서 대략이나마 광산을 향하는 경로를 알려주었다. 그리고서 그는 한 가지 더 알려주는 말을 건네려 하였다 :
  "광산 내부의 깊은 곳에 괴물들의 진원지가 있어, 스카즈가 그 진원지와 그 부근 구역을 폐광 구역으로 지정하였고, 그 이후로 나와 같은 일반 광부들은 그 안쪽으로 들어갈 수 없었지. 그 진원지가 위치한 곳으로 가 보게, 어쩌면 그 곳에서 무언가 알만한 사항이 생길지도 모를 테니. 진원지에 대해서는 스카즈가 잘 알고 있을 게다."
  그리고서 나에 대해 스카즈와 친분이 있는 사람인 만큼, 그는 진원지에 대해 나름 잘 알려주려 할 것임을 밝히고서 어서 가 볼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면서 나에게 말하길,
  "스카즈가 혹시 내 소식에 대해 궁금해 한다면 나는 잘 있다고 전해 주게, 그리고 다친 만큼, 구조대는 가급적이면 빨리 보내달라고 요청해 주게. 내 이름은 '부론(Buron)' 이고, 내가 위치하고 있는 곳은 C0 지점이야. 이름을 듣고나면 그는 분명 나를 알아볼 게다."

  "붉은 바위 동굴의 중심부, 인부 부론이 C0 지점에서 부상당한 채로 구조대 파견 요청."
  우선 주머니 안에 넣어두고 있던 작은 메모장을 통해 관련 사항을 기록해 두었다, 스카즈를 만났을 때를 대비, 기억해 두기 위함이었다. 행여 잊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동굴의 중심부로 추정되는 곳을 떠나 그 너머의 짧은 통로를 통해 인근의 넓은 구역으로 들어서려 할 즈음, 갑자기 한 무리의 이전까지는 본 적이 없는 무리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하얀 빛을 발하는 구체로 그 모습을 비추어 보니, 은백색을 띠는 네모난 판상의 물체가 붉은색을 띠며 눈 모양의 문양이 그려진 구체를 감싸고 있는 채로 꿈틀거리는 몸체를 수평 축으로 회전시키면서 다가오고 있었던 것. 그 개체는 모두 4 개였다.
  달리 공격 수단이 없었으나, 중심의 눈동자를 번뜩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나를 덮치려 하는 듯이 다가왔고, 이에 나는 다급히 빛을 발하는 구체에서부터 새하얀 빛을 발하는 불덩이를 잇달아 분출, 그 연사되는 불덩이들이 이들의 눈동자에 직접 타격을 가하도록 하였다. 폭음과 함께 몸체가 부서지고 공중에 떠 있던 몸체가 파괴되면서 눈동자만 남아 바닥에 떨어졌다. 불덩이 폭발은 이들의 중심핵 혹은 눈동자에 피해를 주거나 하지는 못했던 모양.
  그 대신 그 떨어진 눈동자에 그 동안 자주 사용치 않았던 빛을 발하는 수정 칼날들을 만들어 각 중심핵을 향해 날아가 그 핵을 찌르도록 하였다. 칼날들은 눈동자에 바로 박혔고, 이어서 폭발과 함께 이들은 소멸해 갔다. 갑자기 덮쳐오는 그 무리는 그 속도가 보통 빠른 것이 아니라서 멀리서 바로 사격으로 격멸하지 않으면 위험했을 것임이 분명했다. 이들은 그저 그 몸체로 들이받는 정도였으나, 그 속도가 빠르고, 개체는 달려드는 속도가 빠르면 가하는 피해도 크게 마련이다-특히 몸체가 날렵하게 파고드는 특성이 강할 수록 골격에 가하는 피해도 그 만큼 커진다-.
  이런 괴물들과 마주하고 있었으니, 강화복과 방패로 막아내고, 망치, 도끼로 공격해 파괴할 수 있을 정도만 생각했을 사람들에게는 예상 외의 피해를 가했을 수도 있으며, 동굴 곳곳에서 다친 사람들이 생겨난 것도 그에 의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어서 상자 모양의 내부에 붉은 눈동자를 품은 개체 6 개가 몰려왔고, 이들 역시 나를 발견하자마자 빠른 속도로 달려들려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꼭지점 부분만이 문제가 아니라 모서리 부분에 격돌해도 위험했기에-특히 머리- 다가오기 전에 바로 처치할 필요가 있었다.
  이 금속 덩어리가 품고 있는 붉은 유리상의 구체는 불덩어리의 폭발에 큰 타격을 받지 않음을 확인한 이후로는 그 중심을 향해 빛을 발하는 칼날들부터 발사하게 되었다. 이 칼날들은 금속 덩어리 몸체를 뚫은 이후에 폭발하면서 그 몸체에 구멍을 내었고, 이후 중심핵까지 뚫으면서 개체를 폭파시켜 갔다. 그 교전 도중에 4 번째로 나에게 다가온 개체 하나가 나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으나, 그 전에 그 몸체가 눈앞에서 폭파되어 산산조각나고 있었던 탓에 위험을 모면할 수는 있었다. 다만, 그 잔해들이 나를 덮쳤고, 이를 방호막으로 막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후, 중심의 구덩이 쪽으로 나아가려 하는 순간, 비행접시처럼 생겼으며, 상단에 붉은 구체가 박힌 개체들이 반 시계 방향으로 그 몸체를 회전시키면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들 역시 나를 향해 날아 내려와 격돌하려 하고 있음에는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칼날로 그 몸체의 하단을 관통시켜 이를 통해 폭파시킬 수 있었다.

  그 공간을 빠져나온 이후로는 낮은 벽으로 둘러싸인 이전에 비해 좁고 긴 공간을 거치게 되었다. 길목마다 네모난 개체와 비행접시처럼 생긴 개체들이 나를 덮쳐오려 하는 그 공간을 통과하며 다가오는 개체들을 광선-파괴력은 칼날에 비해 약하지만 먼 거리에 있는 이들을 바로 추적해낼 수 있었다-으로 격추시키기를 반복해 갔다.
  길목의 마지막 즈음을 지날 무렵, 우연히 천장 쪽의 모습이 궁금해져 그 쪽으로 시선을 향할 때, 나의 눈앞으로 갑작스레 거대한 4 개의 기둥들이 머리 위에서 내려오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야말로 우연히 알게 된 것으로써, 만약에 천장 쪽에 관심을 두지 않았더라면 그 금속 기둥들이 내 머리 위로 떨어졌을 것이다. 그로 인한 즉사는 필연이었을 터. 다행히도 다급히 몸을 뒤쪽으로 날려 피했지만 이 기둥들은 그런 나를 따라오려 하고 있었고, 그래서 빛을 발하는 수정 칼날로 기둥의 금속 표면을 궤뚫는 것으로써 모두 제압할 수 있었다.
  그 마지막 통로 즈음에는 붉은색을 띠는 금속성 생명체들이 나를 추적해 오는 모습이 보였다. 이들은 나를 몸체로 부딪쳐 제압하려는 듯이 돌격해 왔으나, 칼날에 몸통이 박히기를 반복하다가 중심이 뚫리면서 그로 인해 폭파되는 모습을 보일 따름이었다.

  굽이진 통로의 각 굽이마다 좌우 방향으로 왕복하며 움직이기를 반복하는 쇠기둥들이 있어서 이들을 피해 지나가야만 했다. 뛰어넘어 갈 수 있을 것 같아 보였으나, 천장의 높이는 내 키보다 약간 더 높은 수준, 뛰어넘으려 했다가는 우선 천장에 머리를 부딪치고, 그 다음으로 그 기둥에 부딪치게 될 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움직임을 피해 지나가는 것 이외의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고, 우선은 벽을 타고 몸을 굽히는 것으로써 이들을 뛰어넘어 보려 하였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넘어가는 것은 위험해서 첫 두 번째까지만 시도하고, 이내 하지 않게 되었다. 기어서 가는 것은 생각지 않았는데, 쇠기둥에서부터 분출되는 기운이 주로 바닥 쪽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둥에서부터 분출되어 가는 그 검은 기운은 잘 모르기는 했으나, 일단 인체에 무척 위험해 보였다.

  움직이는 쇠기둥들을 피해가며 굽이진 통로를 통과해 간, 그 너머의 넓은 구역에 이르자마자 각 중심에 붉은 눈동자가 자리잡은 모습을 보이는 생물체처럼 보이는 개체들이 좌우에서 3 개체씩 꿈틀거리면서 나를 덮쳐오려 하였고, 그 기세에 이들에게 바로 반격을 가하는 것으로써 응수해 나아가려 하였다. 그런데 외관은 이전까지 보았던 그 개체들과 비슷하게 생긴 이들이 이전의 개체들과는 달리 바로 파괴되거나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전까지의 개체들처럼 접근해서 바로 칼날로 몸체를 격추시켜도 된다고 생각했던지라 처음 그 모습을 보았을 때에는 그에 대해 당황하기도.
  공간의 상공에서는 이러한 네모난 형상을 갖춘 꿈틀거리는 괴물들과 더불어 우주선처럼 생긴 개체들이 몇 개씩 무리지어 공중을 떠도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며 이들은 자신들의 근처에 올 때마다 습격을 해 왔다. 습격해 오는 개체 수는 4 에서 많게는 10 까지 다양했다. 처음 들어선 이후로 그 무리와 처음 마주했을 때는 공간의 진입로인 굽이진 통로 부근의 처음 절벽 부근에 이르렀을 때였다. 공간 좌우에 4, 3 개씩 자리잡고 있는 각 바위 위에는 포대가 하나씩 자리잡고 있었다. 포대도 포대였으나, 덮쳐오는 무리가 더욱 급해서 포대에서의 포격에 의해 발사되는 포탄들을 피해가며 공중의 병기들을 제거해야만 할 필요가 있었다.
  절벽가에도 포탑의 성격을 띠는 구조물들이 자리잡고 있었으니, 포탑의 개체 수는 모두 4 개로서, 이들은 하나씩 일정한 간격을 이루며 자리잡고 있었다. 각 탑의 꼭대기에는 붉은 빛을 발하는 구슬이 하나씩 박혀 있었으며, 적대하는 이가 다가올 때마다 각 꼭대기의 구슬이 빛을 발하고, 이어서 붉은 구슬에서부터 붉은 빛을 발하는 번개 줄기를 방출하고는 하였다.
  이 번개 줄기 방출은 절벽에 접근해 오기도 전부터 절벽을 향해 접근하려 하고 있던 나에게 행하고 있었다. 절벽 위를 오르기 위한 시도 자체를 저지하려 하고 있었다. 그 사거리가 예상한 바 이상으로 길어-거의 2 배에 이르렀다-, 한 번 작동하기 시작하면 적어도 절벽에서부터 500 메테르 이상은 물러나지 않으면 포탑에서부터 잇달아 발사되는 번개 줄기 혹은 광선에 의한 집중 공격에 계속 직면할 수 있었다.
  그 붉은 빛을 발하는 구슬에서는 그와 더불어 마치 붉은 기운이 흘러내리며 마치 그 몸체를 막처럼 감싸려 하고 있었다. 일단 보기에는 붉은 빛을 띠는 액체가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 듯했으나, 자세히 보니 액체는 아닌 듯해 보였고, 연기와 액체의 중간 즈음 되는 듯한 유체인 듯해 보였다. 그 유체가 탑에 어떤 영향을 가하는지는 아직까지는 알 수 없었다.
  그 포탑의 포격이 없어져야 절벽 위로 오를 수 있었던 만큼, 하얀 빛을 발하며 추적의 특성을 가지는 곡선을 그리는 빛 줄기들을 잇달아 발사해 가면서 그 포대들에 대한 반격을 가하려 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아닌게 아니라 문제의 근원이 탑을 막처럼 감싸던 그 유체에 있었던 것으로 하얀 빛 줄기가 유체에 감싸인 탑의 표면에 계속 닿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가 가해지는 듯해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다른 수단이 필요해 보였다.
  탑을 향한 공격은 750 메테르 앞 지점의 지표면에서부터 행하고 있었다. 꽤 먼 지점에서부터 사격을 하는 만큼, 공격이 닿지 않을 가능성이 나름 있었고, 그래서 먼 개체를 바로 추적해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빛 줄기를 선택한 것이었는데, 그 공격을 해도 피해가 가해지지 않았던 만큼, 다른 수단을 사용해 이를 바로 맞힐 수 있도록 해야할 필요가 생겼다.
  유체를 증발시킬 수 있는 수단을 사용할 수 있겠지만 하얀 빛의 불꽃은 넓게 방사되는 반면에 사거리가 짧았다. 그 탑들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절벽 위로 오를 필요부터 있었을 터. 그래서 이렇게 된 바에 빛을 발하는 수정 조각으로 접근할 때마다 포격을 가하는 것은 물론, 빛 줄기를 막는 유체 막까지 생성하는 그 구슬부터 먼저 제거하기로 하였다. 그 구슬이 깨어지고 난 이후에는 포탑은 사실상 무력화될 것인 만큼, 모든 구슬이 깨어지고 난 이후에는 바로 절벽 위로 오를 수 있을 가능성 역시 기대되었다.
  시도를 한 회수는 직접 세거나 하지는 않아서 몇 번을 시도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바로 답을 하기는 곤란하다, 다만 꽤 많은 시도를 하면서 저격에 성공을 했음은 밝혀둔다. 수정 조각이 근처에 이르거나 포탑을 지나칠 때마다 포탑은 경보음을 울렸으며, 그와 동시에 비행접시처럼 생긴 개체들이 날아와 돌진을 하는 모습이 보이고는 했다.
  하지만 저격에 성공했다고 해서 구슬이 바로 깨어지거나 했다면 그러하지는 않았다. 수정 조각의 날카로운 끝이 구슬에 박혔을 때, 처음에는 그 조각의 끝이 구슬에 박히고 폭발해서 구멍이 뚫리는 정도였고, 구슬의 표면 안쪽에 자리잡은 기운이 유출되고는 있어도 문제가 되지는 않았는지, 탑에서는 수정 조각이 자신에 닿지 않았을 때처럼 경보음을 울렸고-더 크게 울리기는 했다, 상태가 심각했음을 인지하고는 있었다-, 2 개 무리가 나를 향해 덮쳐 왔다.
  몇 차례 공격해야 격추되는 이들이 수십여 개체씩 몰려오는 것은 수정 조각들을 있는 대로 흩뿌려도 바로 저지가 되지 않았고, 감빛의 기운으로 결정을 만들어 움직임을 봉쇄하려고 해도 그 개체 수에는 한계가 있었다. 빛의 보호막으로 타격에 대한 보호를 받아가며 간신히 이들을 모두 격추시킬 수 있었다. 모두 격추시킬 무렵에는 보호막은 이미 한계를 넘어선 상태였다.
  각각의 구슬은 수정 조각에 의해 두 번째로 내부를 관통을 당했을 때에는 수정 조각의 관통 이후, 폭발하는 빛이 내부의 기운에 영향을 바로 끼쳤고, 그 폭주로 인해 그 표면이 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각 표면이 깨어질 때에도 경보음은 울렸고, 이번에는 붉은 빛을 발하는 방진이 생성되어 그 방진에서부터 비행접시처럼 생긴 무리와 박쥐처럼 생긴 무리가 나를 향해 덮쳐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이 제거된 이후, 탑의 모습을 다시 올려다 보았다. 꼭대기의 구슬이 깨어지면서 각 탑에서의 공격 행동이 멈춘 것은 물론, 몸체를 감싸는 유체의 흐름이 끊기면서 그 유체가 탑의 아래쪽 지면으로 흘러내리고, 이어서 지면에 고인 유체에서부터 연기가 피어오르며 증발되어 가는 듯한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탑은 더 이상 유체에 의해 보호를 받지 않아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광선을 차단하는 보호 수단이 없어진 것이었다.
  그렇게 탑 일대가 조용해지자 이후로 탑 무리가 침묵했다고 여기고 절벽 위를 기어서 오르려 하였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었으니, 탑의 구슬이 깨어지기는 하였으나, 몸체의 기능은 여전히 살아있었으니, 절벽 위 지면에 오르려 하자마자 이번에는 몸체에 자리잡은 포대에서부터 포탄들이 고속으로 연사되며 위협을 가했다. 이에 나는 고속으로 회전하는 빛을 발하는 구체들을 나를 감싸도록 하면서 이 포격을 막아내도록 하면서 가능한 빨리 포대들의 뒤쪽으로 접근해 가려 하였다, 그 구체들이 포탄을 막아주기는 하였으나, 계속 그 포화 속에 있다보면 그 구체들의 움직임을 피해 들어오는 이들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 돌파할 때에도 포탄들이 그 움직이는 틈 너머로 들어와 위험에 처할 뻔한 적이 있었다.
  뒤쪽으로 돌파한 이후에는 바로 하얀 빛의 기운으로 불덩어리들을 연속 방사하기 시작, 하나씩 그 불덩어리들의 폭발을 통해 탑의 몸체에 타격을 가하려 하였다. 이후, 하나씩 탑의 몸체에서부터 붉은 불꽃을 품은 폭풍이 터져 나오고, 이어서 그 몸체가 부서져 가는 모습을 보였다. 가운데 대열의 두 포탑은 바로 제거하였으나, 좌우 양끝의 것들은 남겨두었다.
  포탑 몸체의 기관포는 사거리가 짧기는 했으나, 바로 뒤쪽에 위치하게 된 만큼, 정면 돌파하면서 당장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가운데 쪽의 두 포대들과 달리 대각선 상에 위치한 두 개체들은 사거리 상 문제로 인해 위협이 될 위험도는 작았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괴물' 들의 근원 격 존재에 의해 움직이고 있었을 것인 만큼, 그 존재가 없어진 이후에는 작동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탑의 대열을 돌파한 그 이후로 보이는 붉은 바위 지형에 이르는 순간, 멀리 보이는 절벽 위쪽에서부터 한 무리의 은색을 띠는 기계 괴물들이 내려오며 몸체의 입을 쉴 새 없이 여닫아 그로 인해 이가 소리를 날카로운 소리를 내도록 하면서 돌진해 왔고, 그와 더불어 박쥐의 그것처럼 생긴 날개를 가진 은색을 띠는 작은 용들이 습격해 오기 시작하였다.
  붉은색을 띠는 커다란 눈동자에 칼날처럼 생긴 이빨을 품은 입이 외견 상의 특징인 얼굴 모습이 몸체이며, 그 몸체 아래쪽의 다리로 뛰어다니는 개체로서 내 키의 반 이상 즈음되는 크기의 그 괴물 병기는 자신이 적으로 여기는 이들이 다가오자마자 바로 그 눈을 번뜩이면서 나를 향해 개구리처럼 뛰어오는 모습을 보였다.
  빛을 발하는 구체들을 고속으로 회전시켜, 그 괴물 병기들의 돌진을 저지하려 하면서 나는 왼손에 빛의 기운을 끌어모으려 하였다, 병기들 중에는 높이 뛰어올라 머리 위로 뛰어내리려 하는 개체들도 있었을 것인 만큼, 이를 대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광선을 발사할 준비를 하려 하였던 것. 그 광선을 연사함으로써 병기들을 폭파시킬 수는 있을 것이었다.
  구체에 부딪쳐 충격을 받아 파괴되면서 날아가는 병기들을 보며, 문득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오래 전, 내가 어렸을 적, 감빛 지대에 살고 있었을 무렵에 학교에서 우연히 발견했던 그 책, 폭발과 함께, 그야말로 마치 젓가락처럼 '부러지는' 모습을 보이는 건물의 모습이 그려진 그림의 우측 상단에 '인공 두뇌' 라는 이름이 쓰여져 있던 그 책이었다.
  그 책에 등장했던 인공 생명체는 뇌처럼 생긴 덩어리에 눈과 입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작은 팔과 다리가 달려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며, 뛰어다니는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이들은 전혀 그러할 수 없었겠지만 증식되어 돌아다니며 집 안 곳곳을 돌아다니자 이에 경악하며 사람들은 이를 '역병 외계 생명체' 라 칭했다. 그런데 내가 본 책에서는 '역병 생명체' 가 '페스트 개구리' 라는 이상한 느낌을 주는 명칭으로 치환되어 있어서 어렸을 때에는 그 해괴함으로 인해 그 대목을 볼 때마다 웃고는 했다.
  괴상한 목소리를 내며 달려드는 그 괴물들은 그야말로 '페스트 개구리' 들, 그 자체였다. 책에서 본 개체들은 인간적인 사고에 의해 만들어졌고, 그래서 징그럽게 보일 수는 있어도 적어도 책에서 보였던 모습은 애완 생물로 삼을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그 때, 눈앞에 보이던 것들은 그러한 느낌이 전혀 없는 개체들이었다, 귀엽다고는 할 수 없는 흉악한 모습에 살결을 무참히 뜯어낼 것만 같은 이빨을 부딪치며 기분 나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 흉악한 기계 생물들 중에는 내가 예상했던 바대로, 높이 도약해서 이마 쪽을 물어뜯으려 입을 크게 벌리려 한 이가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바로 내가 끌어모은 빛에서부터 빛 줄기를 연사해서 이를 통해 그 개체의 두 눈을 차례로 타격했고, 폭발에 의해 발생한 충격에 의해 부서지면서 그 개체는 뒤쪽으로 날아갔다가 바닥에 부딪치며 완전히 부서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개체들은 그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었고, 8 개체들이 구체를 피해 달려들었다. 이 중에는 내가 예상치 못한 움직임도 있었고, 그로 인해 화들짝 놀란 적도 있었다.

  이 기계 괴물들의 대열을 돌파한 이후에는 회전하는 빛의 구체가 다시 사라지도록 하였다, 여기에는 회전하는 구체는 어디까지나 포탄 등을 막아내기 위한 것이고, 병기 파괴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는 이유가 있다. 그 달려드는 '페스트 개구리' 들은 흉악한 특성과는 대조적으로 내구력 자체는 약했고, 그래서 그 정도로는 충분히 파괴 가능했지만 이후 나타날 개체들은 그 정도는 아니리라 여기었던 것.
  그러면서 길 끝의 절벽가 좌측에 자리잡은 금속 사다리를 통해 절벽 위로 올라가고, 그에 이어 우측으로 이어지는 돌 계단을 오를 즈음, 다시 한 번 기계 병기들의 습격에 직면하게 되었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 칼날 4 개가 장착된 바람개비처럼 생긴 비행형 개체들과 포격으로 위협을 가하는 모습을 보이는 다리가 달린 전차들의 공세에 직면을 하게 되었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3 - 4 개체씩 모인 무리와 교전을 해야만 했다.
  그런 식으로 5 차례의 교전을 하면서 계단의 끝에 이르고 그러면서 유난히 좁은 동굴의 통로를 지나면서 꿈틀거리는 네모난 개체들을 빛을 발하는 수정 조각으로 궤뚫는 식으로 제거해 가며, 앞길을 열어갈 그 때, 오른팔의 팔찌에 박힌 붉은 보석이 빛을 발하기 시작하였다. 그와 함께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르사나인가? 지금 즈음이라면 그 놈들과 교전하고 있겠군."
  이 목소리는 내가 분명히 기억하고 있는 이의 것이었다, 난쟁이 족의 광산 감독관인 스카즈(Skaz) 였다. 스카즈가 인사를 대신해 팔찌처럼 생긴 장치를 통해 내가 처한 바에 대한 질문을 하자마자 나는 바로 한창 그렇게 되어가는 중임을 밝히고서 광산 내부의 실태에 관해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광산이 아닌 구역의 상태가 그 정도라면 광산 내부 역시 대략 그 수준에 이를 것이며, 이 정도라면 사람들의 정상적인 출입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임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거의 대다수의 구역과 갱도가 괴물들에 의해 점거를 당한 상태야, 형씨. 괴물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는 곳들도 있기는 하나, 괴물들의 출입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으므로 사실상 사람들이 출입할 수 있는 구역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서 그는 자신도 탐험대를 결성해서는 그들과 별개로 동굴을 탐사하는 중이며 이를 통해 동굴에 남겨진 생존자를 찾는 중이라고 자신의 현황에 대한 언급을 하고서 생존자 발견 여부에 대해 묻는 목소리를 내었다.
  "지금까지 두 분을 발견했어. 우선 무나일 마을의 지하 동굴 바로 건너편의 한 지점에 자경단 출신의 한 분이 자리잡고 계셨고, 그 다음으로 이런 말씀을 전해 달라는 분께서 앉아 계셨지."
  그리고서 주머니에 넣어두고 있던 메모장을 다시 꺼내, '부론' 이라는 이름을 가졌던 난쟁이 족 남성에 대한 기록을 꺼내 보려 하였다. 그 이후에 우선 내가 기록했던 내용을 혼잣말 소리를 내며 읽어 보았다.


  읽으면서 부론이 나에게 남겼던 말도 상기할 수 있었고, 그러면서 그 말도 언급을 하면서 스카즈에게 부론이라는 인물에 대해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혹시 '부론(Buron) 이라는 분, 알고 있어? 심각한 상태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부상을 당하셨고, 그러면서 나에게 자신은 C0 구역에 있으며, 가급적이면 빨리 구조대를 보내 달라는 말을 형씨께 전해 달라 요청하시기도 했어."
  "부론이라...... 그 친구, 살아있었구만."
  나의 목소리를 통해 '부론' 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스카즈가 바로 화답을 하였다. 화답을 하는 동안 이를 두고 다행스러운 일이라 여기고 있었는지-그 소리가 통신 장치를 통해서도 바로 들렸다-, 답을 하는 목소리가 조금은 편안해져 있었다. 화답을 한 이후, 그는 곧바로 나에게 그 사람을 구해주겠음을 알리는 말을 건네었다.
  "별개로 구조대를 파견하겠네, 우선은 그 친구를 가급적이면 이른 시기 내에 마을로 보내도록 할 것이야."
  그리고서 그 자경단 출신의 인원의 상태에 대해 물었고, 이에 나는 그 답으로써 그는 괜찮아 보인다고 답을 하고서 사태가 진정되면 그 때에 지상으로 올라가겠음을 알렸음을 그에게 밝혔다. 그러자 스카즈는 몸 상태가 괜찮다면 딱히 걱정할 필요가 없기는 해 보인다고 나에게 말을 건네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 자경단의 이름은 모르겠다만 그 녀석이 '아르칼(Arcal)' 이라면 혼자 걸어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녀석은 어디에 놓아두든 간에 생존은 가능한 친구일 테니까."
  그러면서 그의 이름을 내가 알아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그리고서 그는 그 사람이 나에게 무슨 말을 했었는지를 알려줄 것을 부탁하였고, 이에 나는 그 때 들었던 것을 상기하면서 그에 대해 바로 알려주려 하였다.
  "교전 중에 추락한 관계로 다른 자경단원 및 인부들의 생사 여부를 모른다고 답했어. 그러면서 교전 상태로 보아하건대, 결코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었지."
  그리고서 그 정도로만 알고 있어달라고 말하고서, 구조대 파견 요청은 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스카즈는 "바로 했다네!" 라는 답을 하고서, 그에 대해서는 너무 우려하지 않도록 해 줄 것을 당부하는 말도 건넨 이후에 내가 언급했던 이들 이외에도 그 현장에서 추락하거나 부상한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말을 건네고서 그들을 가능한 모두 찾아내도록 하겠노라는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고서 마지막으로 이 말을 남기면서 연락을 마쳤다.
  "혹시라도 생존자를 더 발견했다면 그에 대해 바로 나에게 알려주게, 친구."

  그러는 동안 나는 계단의 너머에 위치하고 있는 문을 통과해 나아가려 하고 있었다. 그 문 너머로는 하늘의 모습이 보였다, 동굴의 바깥과 이어진 문이었던 것이었다.

  문을 통과한 그 너머로는 붉은 바위의 산, 절벽길의 모습이 보였다. 산길을 따라 한쪽에는 산의 절벽이 그리고 다른 한쪽으로는 산 너머 하늘의 모습이 보이는 길이었던 것. 굽이진 산길의 산 아래와 길 위쪽 언덕에 빛을 발하는 꽃과 같이 생긴 제단의 모습이 보였다. 그 오르막길을 지나는 동안 길 위로는 검은 상의와 하얀 바지, 그리고 붉은 두건으로 구성된 옷차림을 한 이들로서, 쇠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이들의 습격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들의 주 무장은 곡도 혹은 자루 긴 양날 도끼 그리고 나무 방패였다.
  이들의 능력 자체는 위협적이거나 하지는 않았으나, 소요는 산의 동굴 안쪽에서만 일어나고 있다고 여기고 있어서 동굴 바깥 쪽은 안심하고 돌아다닐 수 있으리라 여기고 있던 나에게 첫 습격은 꽤 당혹스러웠다. 몸을 기계로 대체하였는지 이들은 붉은 화염을 폭음이 울리는 가운데에 터뜨리며 그 충격과 더불어 몸이 파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습격은 이들만 행하지는 않았으며, 동굴 안에서나 볼 수 있었을 4 방향에 하나씩 칼날을 달고 있는 바퀴 모양의 괴물체와 네 다리로 보행을 하는 내 키의 1/2 정도 되는 크기의 작은 포격형 전차들의 공세도 이어지고 있었다. 내가 검을 들고 돌격해 오는 기계 병사들과 대치하는 사이에 괴물체와 전차에 의한 지원 공격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 산길, 마을과 이어지고 있으려나.'
  동굴 바깥의 산길에서도 괴물로 간주되고 있는 병기들이 출몰하고 있다면 이는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닐 수밖에 없는 것이, 이는 곧, 이번 괴물들의 출몰 사태가 광산이나 동굴 내부의 사정만은 아닐 것임을 의미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병기들 중에는 비행이 가능한 이들이 다수였고, 아직 마주하지는 못했겠지만 보행 및 주행만 가능한 병기들을 수송하기 위한 비행선들도 그 중에는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동굴 밖으로 나온 병기들이 존재하고 있는 이상, 이들이 붉은 바위의 산 일대에 위협이 되고 있을 것이라 여길 수 있었다, 산 속의 동굴과 이어진 곳은 내가 지나고 있던 그 산길만 있는 것은 아닐 테고, 다른 통로를 통해서 산의 다른 곳으로 나온 병기들이 자리잡고 있으면서 사람들을 그 일대를 지나는 사람들을 해치려 하는 것을 넘어, 그 부근의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을 찾아 나서기 위한 움직임을 가지려 할 것임이 분명했기에.
  이런 병기들 혹은 괴물들이 아직은 난쟁이 족들의 근거지와 광산 외부의 존재를 알고 있거나 하지는 못하고 있는 듯해 보이나, 산길을 통해 밖으로 나온 병기들의 수색 활동 등을 통해 어떻게든 그 존재를 알아내려 할 것이고, 만약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게 되었다면, 이는 산에 자리잡고 있는 난쟁이들의 마을을 향한 큰 위협이 될 수 있음이 분명했다. 그 산길이 마을과 이어지고 있다면, 그 병기들이 바로 마을로 접근할 수 있는 만큼, 그 위험도는 더 커진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굽이진 산길을 거치며 그 너머를 향해 나아가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젤리처럼 생긴-구성 물질은 투명한 유체 금속이었다- 병기에 고정형처럼 보이지만 바퀴가 장착되어 움직일 수 있는 박격포대들과 마주하였고, 그러면서 포대들의 포격을 피해가며 이들을 제거함으로써 길을 열어가려 하였다.
  하지만 산길에서의 위협은 병기들에 의하지만은 않았던 것이, 산길을 오르고 있는 동안 먼 저편에서부터 무거운 진동음이 울려 퍼지면서 산길의 표면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향해 멀리서부터 거대한 바위가 굴러오는 광경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 크기는 내 키 이상, 다소 무리일 수 있기는 해 보였으나, 뛰어넘기는 가능해 보였다.
  비탈길을 따라 내려오며 바위는 점점 더 위협적인 기세로 돌진해 오고 있었으니, 미리 예측하고 다가서야 할 필요가 있었던 바위를 짚고 넘어가기 위한 시도는 보통 위험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바위는 좌우로도 옆으로 피할 수 있는 틈을 주지도 않았기에 위험을 모면하기 위해서는 벽을 타던가 아니면 바위를 뛰어넘어야 했다.
  처음에는 바위를 뛰어넘기로 하였다, 바위 뛰어넘기가 힘들다고 판단되면 그 이후로는 벽을 타기로 했다. 어느 쪽이든 쉽지 않은 선택이기는 마찬가지였으나, 조금은 더 쉬운 선택이 있기 마련. 벽을 타는 쪽은 빛으로 수정을 생성해, 그 수정으로 손잡이를 만드는 것으로써 바로 할 수 있어서 그나마 쉬운 편에 속하는 것.
  첫 바위는 다행히도 뛰어넘어갈 수 있었다, 바위를 향해 다가가, 그 바로 앞에 도달하기 직전에 바위를 향해 도약을 개시, 오른손으로 바위의 위쪽 표면을 잡은 이후에 곧바로 다리를 들어 물구나무를 선 자세를 취한 이후에 바위 건너편으로 몸을 움직이며 착지, 그렇게 첫 위험은 무사히 넘겼다.
  그러는 동안에 박쥐, 까마귀처럼 생긴 비행체들이 내가 위치한 그 일대를 마치 상공을 떠도는 독수리가 된 마냥 맴돌고 있었으니, 직접 공격은 하지 않았으나, 관찰해 보니, 분명 이들의 몸체 앞쪽에는 포대들이 장착되어 있었다. 여차하면 내가 위치한 일대로 날아 내려와 돌격 공격을 해 올 것임이 분명해 보이는 이들이었고, 이들이 바위를 뛰어넘을 무렵마다 자리잡고 있었던 만큼, 첫 번 이후로는 바위를 뛰어넘으려 할 때마다 포격을 가하는 위협을 가할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두 번째 이후로 바위와 마주할 때마다 빛의 수정으로 절벽에 손잡이를 만들어 그 손잡이를 잡는 방식으로써 절벽에 매달려 있으면서 상공을 맴돌며 바위와 마주하는 이들을 격멸하려 하는 이들을 관찰하려 하였다. 두 번째 바위와 마주하였을 때에도 어김 없이 까마귀처럼 생긴 비행체들과 까치처럼 생긴 비행체들 그리고 전투정들이 다가왔다. 그 때의 그 무리는 새처럼 생긴 비행체들부터 다가와 포격을 가하고 있었으니, 바위를 뛰어넘기 위한 시도를 했으면 분명 위험했을 것이다.
  절벽에 박아 넣은 몇 개 수정들을 통해 벽을 타며 움직이면서 포격을 피해가고, 그러면서 돌격해 오는 비행체들을 하나씩 격추해 가려 하였다. 하지만 모두 격추시킬 수는 없었고, 그 중 1 기는 바위가 내가 위치한 일대를 지나치는 모습을 보고, 바로 내려올 즈음, 절벽에 격돌, 폭풍과 더불어 화염이 그 자리에서 분출되었다. 그 폭발의 영향으로 그 동안 설치해 두었던 수정들은 이미 사멸해 사라졌을 것이다. 그에 이어, 격추되지 않았던 까치 모양의 비행체가 벽에 격돌, 절벽의 한 곳에 또 다시 붉은 화염을 터뜨렸다. 그 2 차례의 폭발이 시작될 무렵은 내가 절벽에서 뛰어내려 착지했을 무렵,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비행체와 격돌당했을 것이다, 그 결과는 더 말할 필요 없으리라.
  그렇게 굴러오는 바위라는 위험을 피해가며, 산길을 오르는 동안 그 바위들을 굴러내리는 이들은 누구인지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 일단은 기계 병기들일 것으로 여기고 있기는 했으나, 그 모습이 어떠한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바위뿐만이 아니고, 절벽 우측의 상공에서는 비행형 병기들이 잇달아 포격을 가하는 공세를 펼치며 산길을 오르는 나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었고, 이에 나는 빛으로 불덩어리, 광선을 발사해 이들을 격추시키는 것으로써 응수하였다.
  산길 위의 보행형 개체들은 바로 나에게 돌진해 오는 것으로써 큰 위협을 가하려 하였고, 이들은 마법에 의한 사격을 할 틈을 주지 않았다. 그런 이들의 돌진이 있을 때마다 빛의 기운으로 검을 생성, 그 검격으로써 이들의 돌진을 저지해 갔다. 돌진해 오는 이들은 인간형으로 나보다 작거나 나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신장을 가진 이들이 대다수이기는 하였으나, 간혹 거대한 벌레형 개체가 동행하는 경우가 있기는 했다. 그 개체들은 대개 눈이 급소여서 눈을 찌르는 것부터 시작했다. 대개 그렇게 하면 해당 개체는 폭발하지는 않아도 중심부에서의 폭발과 함께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 이를 통해 개체를 제압할 수 있었다.
  우측 방향으로 낭떠러지가 위치한 그 산길로는 일정한 주기마다 바위가 굴러내려와 다급히 피해야만 했다. 당장 파괴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그 거대한 바위 덩어리가 틈만 나면 굴러오는 현상이 자연적으로 발생할 리는 없었을 것이고, 이는 누군가 바위 산의 표면을 깎아 만들어서 산 아래로 굴리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아마도 하나의 큰 무리가 있어서 그 무리에 의해 바위들이 산길을 구르고 있을 것이다, 산의 암반을 폭파시켜, 그 일부가 떨어지도록 하는 이들, 그 일부를 깎아내 둥근 형상으로 만들어내는 이들, 그리고 그 거대한 돌덩어리를 굴리는 이들로 역할이 분담되어 있을 것이고, 각 역할을 맡는 이들이 적지는 않을 테니.
  붉은 산길을 오르면서 나는 좌우 방향으로 길이 갈리는 그 길목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길목에 이르자마자 나는 하나씩 길목을 살피면서 낭떠러지와 인접한, 즉 바깥쪽 길인 우측의 산길에 기관포대와 포대가 장착된 전차들 그리고 보행형 병기들이 배치되어 있는 광경을 보면서 안쪽인 좌측의 산길에서부터 바위가 굴러오고 있을 것임을 바로 짐작해낼 수 있었다, 바위가 굴러가는 동안에는 길에는 아무도 없어야 그로 인한 피해가 없기 때문이었다.
  내가 산길을 가는 도중에 금속 덩어리, 소형 포대들이 앞길을 가로막고 있기는 했으나, 이들은 바위가 굴러내리는 동안에는 숨을 수 있는 이들이었을 것이다-이들은 나와 대치할 동안에는 숨거나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바위가 구르는 동안에만 그 진동과 소리를 감지하며 몸을 숨길 수 있었던 모양.
  과연 좌측 길을 선택해 그 너머의 골짜기 길을 따라 나아가고 있을 때에 그런 나를 노리는 듯이, 바위들이 굴러 내리기 시작하였고, 이들을 보자마자 다급히 수정을 절벽 위에 던지고, 그 수정을 잡기 위해 뛰어올라, 몸을 굽히려 하였다. 내가 몸을 막 굽힐 즈음, 바위가 나의 바로 아래를 지나쳐 갔다.
  '살았다.' 그렇게 혼잣말을 하며, 바닥으로 뛰어내리며 수정들이 사라지도록 하고, 이어서 산길의 먼 저편을 향해 나아가려 하면서 바위를 굴리는 그 원흉을 잡아내려 하였다. 그러는 그 때, 골짜기 쪽에서부터 포격이 가해지기 시작하고, 포탄과 광탄들이 잇달아 바닥에 닿아 불꽃이 튀는 광경을 만들어내기 시작하였고, 그 모습을 보자마자 이들을 피해가면서 그 발사체들이 위치한 방향을 향해 광선과 불꽃, 수정 등을 잇달아 난사하기 시작하였다. 치열하게 피해가며 난사를 거듭한 끝에 절벽 위에 매달린 포대들을 폭파시키면서 위험 요인을 줄여 이를 통해 앞길을 열어갈 수 있게 되었다.
  길을 나아가는 도중에 길의 폭이 넓어졌고, 그래서 바위를 뛰어넘지 않아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붉은 바위길 저편에는 굴이 있었고, 그 굴에서부터 바위가 하나씩 굴러 나아가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며, 나는 굴 안쪽에 바위를 만들어내는 이들이 있음을 바로 짐작할 수 있었으며, 그러면서 바로 바위가 구르지 않는 틈을 노려 굴 안쪽으로의 진입을 시도하게 되었다.

  굴 내부에서는 인간처럼 생긴 기계 병기들이 거대한 돌덩어리를 끌어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들은 돌덩어리의 운반을 맡은 이들로서, 돌덩어리를 굴리는 역할도 겸하고 있었던 모양. 돌을 옮기는 역할만을 맡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이들은 각자 등에 총기를 매고 있었으며, 그와 더불어 양팔에 한 문씩 포를 장착하고 있어서 유사시에는 적을 공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이들임을 알 수 있었다. 놓아두고 있다가는 공격을 가할 가능성이 높았고, 어차피 난쟁이 족 사람들에게는 적으로 간주되는 이들인 만큼, 반드시 제거할 필요가 있는 이들임은 분명해 보였다.
  그리하여 우선 바위를 옮기려 하는 기계 병사들을 먼저 광선과 불꽃을 발사해 가며 공격해 파괴시키는 것으로써 제거해서 바위가 굴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저지하였다. 그 이후에 나는 동굴 내부의 바위를 절단하고 그 바위를 깎아 돌덩어리로 만드는 이들을 찾아내기로 하고서, 굴 내부의 주변 일대를 둘러보기로 하였다.
  원래 그 굴은 하나의 넓은 공간 하나만 있으며, 벽 곳곳에 붉은 수정-불꽃 수정으로 알려진-들이 자생하는 곳이었다 - 굴 입구 부근에 남은 수정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랬는데, 이 기계 병기들이 바위를 깎아내기 위해 굴을 마구 파내면서 벽 곳곳에 있었을 수정들은 깨어지고 없어진지 오래인 상태가 되었을 것이다. 이 수정들은 빛의 기운에 의해 형성된 빛의 수정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아름다운 광경을 만들어내는 붉은 바위의 산 동굴의 명물인데, 이들이 만행을 위해 없어지게 된 것이었다.
  벽면을 깎아내는 일을 하는 기계 병기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발각되었고, 바로 불덩어리 그리고 빛의 수정 조각들로써 잇달아 폭격을 가해, 굴을 파내는 병기들을 제거해 갔다. 그와 더불어 지면을 기며 그 병기들을 지원하려고 다가왔을 금속 생명체 무리 역시 제거되었다. 그 이후로 돌을 깎아내는 작업을 맡은 이들과 더불어 경비를 위해 자리잡고 있었을 네모 모양과 근접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었을 기계 생명체 그리고 지면을 걷는 유형의 거대 기계 생명체까지 제거해, 그 일대가 조용해지고 나서야 나갈 준비를 하였다, 갈림길의 길목으로 돌아가 다른 길목을 향해 나아갈 준비를 하기 위함이었다.
  그 때, 기계 병기 및 기계 생명체의 잔해들 사이에서 붉은 수정 조각들을 발견했고, 이 조각들 중에서 몇을 주머니 안에 넣어두었다, 이 수정 조각들이나마 난쟁이 족 사람들에게 건네기 위한 일이었다. 난쟁이 족 사람들 중에는 이 불꽃 수정 혹은 붉은 수정을 가공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이가 있다고 들은 바 있다.

  일대의 기계 병기들이 괴멸하기는 했으나, 공중에서의 습격은 잇달아 이어지고 있기는 했으며, 그래서 돌아가는 도중에도 기계 병기들의 습격에 대한 대비를 늘 하고 있어야 했다. 그러는 사이에 나의 발걸음은 다시 갈림길 바로 앞의 길목에 도달하고 있었다.
  이전에 보았던 대로, 바깥쪽의 길에 해당되는 우측 길목과 이어지는 굽이진 길의 좌우 가장자리, 그 여러 부분에 하나씩 바위 길에 마치 뿌리를 내린 듯이 자리잡고 있었던 고정 포대들이 자신을 향해 다가올 적을 기다리는 듯이 배치되어 있었고, 본격적으로 길로 진입하려 할 즈음, 길의 먼 너머에서부터 먼 과거 시대의 경주용 차량처럼 생긴 외형의 상단에 한 문씩 포를 장착한 모양새를 갖춘 전차들이 삼각 대형을 이루면서 돌진해 오는 광경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멀리서부터 접근해 오고 있었지만 포격은 내가 위치한 곳까지 닿고 있었고, 우선은 다급히 앉아서 그 포격들을 피했다. 그러는 사이, 고속으로 돌진해 오는 전차들은 나의 바로 앞에 이르렀고, 이에 나는 다급히 몸을 움직여 좌측의 외벽에 몸을 기대었고, 차량들은 그런 나를 지나쳐 갔다. 그 차량들이 나를 완전히 무시하고 지나치려 하고 있음을 알아차렸을 때, 나는 바로 그 차량들 중에서 뒤쪽의 두 차량들을 바라보며 그 차량의 바퀴들에 하나씩 얼음 조각들을 꽂아 넣었다.
  이 얼음 조각들은 차량의 바퀴들을 제대로 관통하였고, 이어서 폭음과 함께 두 차량들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그 이후에는 차량들은 정지한 채로 포대를 돌려 절벽가에 서 있던 나를 향해 포격을 가하기 시작하였고, 고속으로 연속 발사되는 광탄들을 피해가며 나는 왼편에 보이는 외벽 부근에 자리잡고 있던 포대로 접근, 한 쌍의 포문으로 무장한 그 포대의 뒤쪽으로 숨어들었다. 이 포대는 어느 정도 이상의 거리를 두는 이들만을 포격을 통해 공격할 수 있어서 한 번 접근한 이는 바로 공격할 수 없었고, 그 높이가 대략 3 메테르 정도는 되었기에 나 정도 되는 이가 숨기에는 용이했다.
  그 이후로 앞서서 돌진해 오던 차량이 뒤따르던 두 차량의 바퀴가 파괴된 탓으로 움직이지 못해 길을 막게 되자, 이 차량들을 억지로 밀어내며 포대를 향해 다가가려 하였고, 이에 나는 포대의 사다리-수리 및 정비를 위해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를 통해 포대 꼭대기로 올라가서는 그 차량들의 포대들을 향해 불덩어리와 광선을 잇달아 연사하기 시작하였다. 길을 막던 차량들의 포탑부터 먼저 폭파되고, 그에 이어 이 차량들을 밀어내던 차량의 포대 역시 폭발을 거듭하면서 파괴되어 작동할 수 없게 되었다. 차량들을 이 상태로 놓아두고서는 포대에서 내려와 바로 그 너머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지뢰 설치가 이루어진 곳도 있었다. 하지만 지형의 모든 것이 바위로 구성된 표면을 다시 덮을 수는 없었을 것이고, 이를 바위를 갈아서 만들었을 붉은 모래 등으로 덮다보니, 무언가가 매설된 부분임을 그 모습을 보며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고, 어둠의 기운으로 바람을 내어 그 모래를 걷어내니 지뢰의 형상이 바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 지뢰의 모습을 보면서 충격이 가해지면 폭발하는 특성을 갖고 있을 것이라 여기면서 이 특성을 이용해 돌진해 오는 차량들을 유인해 폭파시키기도 하였다. 이렇게 포대와 차량들을 폭파시켜 가면서, 또 그 사이로 자리잡고 있던 기계 병사들을 회전하는 구체 그리고 빛을 발하는 검으로 처치해가면서 나아가는 길은 반시계 방향으로 굽어지고 있었으며, 그 끝에는 바위 굴 하나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 길목 사이의 절벽 위 곳곳에는 빛의 제단들이 있어서 그 제단에 자리잡은 형상이 개화한 모습을 보이며 빛을 발하고 있었으며, 이들은 하나같이 온전했다, 기계 병기들이 그 제단들에 대해서는 대단치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

  길 곳곳에 자리잡고 있던 온갖 종류들의 병기들의 저지를 뿌리치고, 이른 굴의 입구, 그 너머로 진입하면서 다시 빛을 발하는 구체가 어둠을 밝히도록 했다. 그리고 굴 너머의 붉은 수정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하나의 방을 가로질러 그 끝의 문을 지나는 나의 눈앞으로 바위 절벽과 먼 저편에 보이는 절벽, 그리고 둘을 잇는 돌 다리의 모습이 보였다.
  거대한 골짜기 사이를 건너가기 위해 건설된 듯한 다리로서, 그 아래는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었다. 사실 다리 아래로 희미하게 붉은색을 띠는 건물들의 형상들이 보이기는 하였으나, 그 바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바닥이 있다면 산이 자리잡은 그 지면보다도 아득히 깊은 곳에 위치하고 있을 것이다. 떨어진 이들은 살아남을 수 없음은 지극히 당연해 보였다.
  그 다리의 건너편 절벽 쪽에는 검을 든 기계 병사 한 명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의 바로 앞쪽에는 3 개의 지뢰가 나란히 설치되어 있었으니, 이 지뢰들은 병사와 대결하는 도중에 불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장치의 일종이었을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지뢰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리 부근 곳곳의 상공에서는 네모난 형상을 이루는 살아움직이는 기계 생명체들과 붉은 덩어리처럼 보이는 생명체들 그리고 칼날 바퀴처럼 보이는 기계 병기 등이 자리잡고 있으면서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이렇다 하더라도 지나치지 못할 수는 없었으니, 우선 다리로 진입하였다. 그리고 다리의 중심부, 그리고 내가 지나친 절벽 쪽에 설치된 지뢰들에 불덩어리를 발사, 이들을 폭파시키고서 다리의 중심부에 이르렀고, 그러는 동안 병사는 자신의 바로 앞에 있던 지뢰를 지나치고서 검을 들어 다리의 중심부에 먼저 이른 나를 공격하려 하였고, 이를 내가 빛의 기운으로 생성한 검을 들어 막아내는 것으로써 쌍방 간의 대결이 개시되었다.
  검격을 가할 때마다 이를 막고, 밀어내는 식의 대결에서 병사는 검술 면에서 나에 비해 월등하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었다-이 정도면 내가 알던 사람이라면 바로 격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동안의 보였던 바를 통해 알 수 있었겠지만, 대결은 여러모로 나에게 너무나 불리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었고, 비열하게도 기계 병사는 이 상황을 자주 이용했었다.
  가끔씩 병기들이 몰려와 위협을 가하고-병사와 병기들이 포위를 가하는 때도 있었다-, 그 때마다 물러나서 이들을 검격으로 쳐서 파괴해야만 했는데, 이는 병사에게 빈틈을 허용하는 구실이 되었고, 그 때마다 기계 병사는 그런 나를 위험한 지경으로 몰고 갔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빛의 방호막으로 몸을 감싸려 하였으나, 병기에 부딪치는 피해로 인해 금방 그 한계에 도달하려 하고 있었다. 답답하면서도 짜증이 나기도 했다, 내 검술 실력으로도 충분히 제압 가능한 이를 주변에 있는 이들 때문에 어찌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자체가 그 요인을 제공하고 있었던 것.
  그래도 어쩔 수 없겠다 싶어서 우선 병사를 밀어내고 물러나서 우선 다리 주변의 병기들을 끌어내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을 내리고, 물러날 준비를 하는 그 때, 뒤쪽에서부터 수차례 폭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하고, 그와 동시에 곳곳에서 병기들이 폭파되어 불길에 휩싸인 채로 절벽 아래로 떨어져 가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누군가 뒤쪽에서부터 포격을 가하며 병기들을 격추시키고 있었던 것.
  이에 대한 예측을 하지는 못해 당황했는지, 병사의 움직임이 혼란해졌고, 빈틈을 크게 허용하고 말았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자마자 빛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칼날로 그의 흉부를 찌르고, 그로 인해 그가 움찔해지자마자 바로 돌려차기로 그런 그에게 타격을 가해 쓰러뜨리려 하였다, 넘어지면서 병사는 지뢰가 위치한 그 바닥에 부딪쳤다. 지뢰와 직접 닿은 곳은 그의 등 한 가운데.
  지뢰가 빛을 발하고 그와 동시에 충격파와 폭풍을 일으키면서 하얀 빛을 주변 일대에 발산하였고, 그로 인해 쓰러진 기계 병사의 형상은 빛에 휩싸이는 듯이 모습을 감추었다. 그 빛이 사라졌을 때, 남은 것은 그 병사가 폭발에 휩싸이고 빛에 의해 보이지 않는 동안 폭발의 여파로 인해 절단되고 조각난 기계 팔과 다리의 잔해였다.
  그와 더불어 병사의 제어를 받고 있었을 병기들 중 포격에 의해 폭발하거나 격추되지 않고 남은 이들 역시 공중에서 폭파되어 다리 주변 곳곳에 끝이 보이지 않는 듯한 깊은 바닥을 향해 불의 비가 내리는 듯한 광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손에 들고 있던 칼이 다시 사라지고 이어서 빛의 기운이 다시 내 곁에 머무르는 빛의 구체와 같은 형상으로 돌아갔음을 확인하고 나서 다리 건너편에서 오른손에 포를 든 모습을 보이는 난쟁이 족 남성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며 그를 향해 다가가려 하였다. 가공된 두꺼운 철판을 대못으로 접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갑주를 걸치고, 왼손에 자신의 키만한 방패를 들고 있으며 철제 안전모를 머리에 쓰고 있던 짤막한 수염이 턱에 풍성히 난 다소 거친 인상의 중년 남성의 모습이 나에게 천천히 가까이 오고 있었다.
  "이런 위험한 곳에 오신 것을 환영하오, 아가씨."
  그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자마자 나는 바로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 때 만났던 그 스카즈였다. 이전에 비해 수염이 풍성해지기는 하였으나, 확실히 그의 모습임은 분명했다, 이전에 수염이 없어 젊어 보이고, 또 진지해 보이기도 한 그의 모습이 어느 정도는 남아 있었다. 그를 알아보고 난 이후, 다리 중간에서 그와 대면하자마자 바로 그에게 이전에 그러하였듯이, 그에게 어울릴만한 인사를 하였다, 그가 알아들을 수 있을만한 목소리로.
  "아니......! 아아, 형제여! 직접 대면하는 것은 오랜만이군, 얼음 구역에서 만났을 때와는 몰라보게 달라져서 이거, 알아보지 못할 뻔했어."
  확실히 그랬다, 그 당시 나는 머리카락을 묶고 있었고, 안경을 쓰고 있었으며, 남자처럼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여자에게 쉽게 다가가지도 못하는 그 스카즈가 나를 친숙하게 대하고 마치 자기 동생인 마냥 대했음에는 그러한 이유가 있었던 것. 그래서 그 당시의 소년 같았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던 그가 다시 만난 나의 이전과는 너무도 달라진 인상에 바로 알아보지 못했음은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그 이후, 서로의 달라진 모습에 관한 대화가 오갔으나, 그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겠다.
  "이 길로 계속 올라가기만 하면 광산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지?"
  "그렇지, 이 다리는 광산에서 다른 길을 통해 산을 내려가려 하는 이들을 위해 있는 것이었으니. 그냥 지나쳤는지는 모르겠다만, 저 뒤쪽 바깥의 산길에는 내려가는 길목도 있었지, 가는 길에는 빛의 제단이 몇 있었을 게야."
  나중에 다시 산을 들렀을 때에야 그 내려가는 길의 존재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동굴에서 빠져나간 이후, 비탈길을 오를 무렵에 그 길 도중에 내려가는 길과 이어지는 길목이 있었던 것. 하지만 처음 그 산길을 지나칠 무렵에는 상공 그리고 길 도중에서부터 몰려오는 기계 병기들과의 교전을 이어가고 있었던지라 다른 길목을 찾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 이전의 일을 돌아 보니, 그 길목에 들어서기 전에 보였던 그 동굴에 있던 이는 그 산길을 통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리 건너편에 있던 굴 너머의 돌 계단을 통해 위쪽으로 올라가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스카즈와 동행하고 있었으며, 그의 인도를 받아갔다. 그러는 동안에도 계단 곳곳에서 박쥐 형상을 갖춘 기계 생명체의 습격은 이어지고 있었고, 그 때마다 내가 빛의 기운으로 결정을 만들어내 그 결정으로 이들을 맞히는 식으로 격추시키면서 그의 앞길을 열어주었다. 그 때마다 스카즈가 자신이 나서겠노라 말하며 내가 행동에 나서는 것을 만류했지만 그래도 숱한 교전을 치르느라 지쳤을 그에 대한 배려가 필요했다고 여기었던지라 적극적으로 그를 지키려 하였고, 이런 나의 모습이 그에게도 싫지는 않았던 것 같다.
  "지금까지 이 광산에서 몇 번의 교전이 있었던 거야?"
  "이루 말할 수 없어, 광산 내부는 그야말로 전시 상태다."
  교전 횟수에 대해 묻자마자 스카즈는 바로 전시 상태에 놓인 광산 내부에 관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리고 첫 교전 이후, 사상자들의 실태를 확인한 이후에는 광산 바깥 쪽의 관리 사무소에서 사전에 마련된 내부 관찰 장치를 통한 감시 태세를 이어가면서 그와 더불어 교전 중에 발생한 실종자를 발견하려 하였지만 기계 군단은 관찰 장치의 작동에 방해를 가하고 있으며, 관리자들이 방해자들과 사무적인 교전을 벌이고 있어서 장치를 통한 관측 시도 자체가 어렵다고 하였다.
  "이 사무적인 교전은 어디까지나 이 방해 인자들에 의한 장치 폭주 및 고장을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 녀석들이 장치의 폭주를 야기하기까지 하거든."
  "그래서, 형씨와 동료들이 발견한 생존자는 현재 몇 명이나 돼?"
  "내가 파견한 이들이 10 여 명 즈음, 실종됐던 이들을 발견했다더군. 이 중 몇 명은 부상당한 채, 살아있었고, 몇 명은 위험한 상태야. 그리고 몇 명은....... 더 말을 잇지 않아도 알겠지?"
  그 말 대로, 더 말을 이어가지 않아도 괜찮을 법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나서, 나는 스카즈에게 사망자는 몇 명이냐고 물었고, 이에 그는 현재 첫 교전 때에 들어섰던 자경단과 일반 인부의 수는 대략 100 여 명이었는데, 생환한 이는 60 여 명 정도였다고 한다. 그 와중에 자경단은 거의 대다수가 실종되거나 사상자가 된 상태이며, 일반 인부 중에도 그런 상태에 놓인 이들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들을 찾아내기 위해 스카즈와 동료들이 나선 것인데, 스카즈 역시 홀로 돌아다니며 숱한 교전을 겪었다고 한다, 스카즈가 말하는 바에 따르면, 자신은 다행히도 중무장을 한 덕에 아직 다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여타 동료들의 상태 역시 교전을 겪었던 자경단 요원들과 마찬가지로 걱정이 되고 있었던 모양.
  대화가 끝날 무렵, 스카즈는 계단이 끝나는 바로 앞의 조금 높은 벽에 이르렀고, 그러자마자 바로 벽 위를 향해 도약해서 그 위쪽의 바닥에 이르렀다. 그리고서, 그는 나에게 손을 내밀어 자신의 손을 잡고 올라갈 것을 청했지만 굳이 그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나는 바로 스스로 벽을 잡고 위로 올라갔다. 그리 높은 벽은 아니었던지라 바로 그 끝을 잡으며 기어오를 수 있었다. 그렇게 돌로 이루어진 바닥 위를 기어오른 후에 일어나면서 잠시 옷을 털었다.

  공간의 건너편 끝에는 굳게 닫힌 철문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그 좌측 가장자리 부분의 가운데 쪽에 잠금 장치와 결합된 형태의 문 손잡이가 자리잡고 있었다. 잠금 장치는 12 개의 작은 사각 단추들이 나란히 배열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니, 그 단추들 중 몇 개를 특정한 순서에 따라 누르는 것으로써 문의 잠금을 풀 수 있었던 모양.
  "이 문은 평상시에는 열어 놓다가, 특정한 상황 하에서는 잠그어 놓지. 이 통로를 통해 '무언가' 가 다가올 가능성이 생기면 그 때에는 닫아놓고, 잠금 장치의 사각 단추를 누르는 순서, 즉 '잠금 번호' 를 평시와 다르게 변경해. 그 번호는 평상시에도 특정한 사람들에 의해 관리되지, 나는 광산 감독관이지만 나는 이 번호를 알 권리가 없어."
  "그렇다면 그 번호는 누구에 의해 관리되는데?"
  "비상 담당 관계자들이 있어, 그들만이 광산에서는 그 번호를 알 수 있지, 만약의 사태에 다른 사람들이 이 잠금 번호를 이용해 그 문을 열어 동굴 쪽에서의 침략을 허용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함이야. 물론 우리 난쟁이 족들이 고대인들처럼 타인을 설혹 동료라고 해도 믿지 못할 정도의 몹쓸 이들이라는 것은 아니야, 하지만 만약의 경우가 있다는 말이지, 그러하니 오해하거나 하지는 말아주게."
  답을 하고서 스카즈는 그 열린 문 너머의 계단을 먼저 오르면서 이번에는 동굴 쪽도 위험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문을 여전히 열어놓는 것에 대한 이유를 밝히려 하였다.
  "어지간해서는 이 문을 열어놓지, '특정한 존재' 가 나타날 일만 없다면 말일세."
  하지만 스카즈는 그에 대해서는 어떠한 이야기도 나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서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언젠가 그에 대해 알려줄 일이 반드시 생기게 될 테니, 그 때까지는 기다려 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는 다리 아래 쪽에 보이던 붉은색을 띠는 모습을 보였던 그 도시의 형상을 떠올리면서 그에 대해 물음을 건네려 하였고, 이어서 그로부터 이러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중에 그 도시의 형상을 잘 볼 수 있는 곳에서 이야기를 해 보자고."
  그 대답에서 스카즈는 나의 그 질문에 대해 딱히 부정하거나 하지는 않고 있었다. 그리고 도시의 형상에 대해 잘 모르거나 하지도 않고 있었던 모양으로 그에 관해 그는 그 다리를 들르는 사람이나 광산 아래의 공동을 지나치면서 본 사람들이 있고, 자신도 그들 중 한 명이며, 이러한 사람들을 통해 난쟁이 족들의 다수가 산 깊은 바닥에 위치한 도시의 형상에 관해 잘 알고 있음을 이어 밝히기도 했다.

  문 너머의 계단이 자리잡은 공간은 건물 내부의 통로와 흡사한 모습을 띠고 있어서 이 통로를 통해 난쟁이 족들에 의해 개척된 광산의 갱도에 이를 수 있음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계단에서는 기계 병기 혹은 기계 생명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 계단의 존재까지는 몰랐던 모양이지? 아니면 필요 없다고 여기거나."
  "그렇지, 굳이 어느 쪽이 옳은 편이라고 묻는다면 후자 쪽이라고 말할 수 있겠군. 동굴의 개체들은 폐광에서부터 절벽을 통해 내려가서 자리잡은 이들이라고 여길 수 있겠지."
  그러는 동안 나를 비롯한 일행의 발걸음은 계단을 지나, 그 너머의 열린 문을 통해 건물의 내부처럼 꾸며지고, 일정한 간격을 이루며 목제 기둥이 굴 내부를 받치고 있으며, 좌우 내벽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등이 불을 밝히면서 어둠을 비추는 광경을 보이는 갱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채굴 구역 간을 오가기 위한 곳으로서 한 곳에는 철로가 자리잡고 있어서 철로를 통한 인원 수송도 가능해 보였던 붉은 바위 통로는 내가 알던 바대로의 활발한 혹은 치열한 작업 현장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떠나고 폐쇄되기까지 한 통로 위를 걷는 동안 신발이 돌에 부딪치는 소리가 벽면을 통해 울리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지하 통로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었다.
  통로를 지나, 철로 쪽으로 다가갈 무렵, 붉은 빛을 띠는 칼날을 드러내는 검을 오른손에 쥐며 모습을 드러내는 기계 보병들이 우선 갱도의 바닥을 달리면서 나를 향해 접근해 왔고, 그 뒤를 따라 상공에서 네모난 형상을 띠며 꿈틀거리는 기계 생명체와 박쥐 모양의 기계 생명체들 그리고 은색을 띠는 비룡처럼 생긴 기계 생명체로 추정되는 개체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검을 들고 돌진해 오는 기계 병사들을 우선 광선으로 타격을 가해 폭파시키는 것으로써 무력화시킨 이후에 수정 조각들을 빛의 기운에서 발사해 기계 생명체를 궤뚫는 방식으로 격추시키면서 철로에 접근해 갔다. 그러는 그 때,  우산처럼 생긴 거대한 포격 무기를 장착한 중형 비행 병기들이 철로 너머의 절벽에서부터 모습을 드러내어, 중형 비행 병기들의 광선 포격을 가하고, 이어서 6 개의 다리가 장착된 거대한 병기들이 통로 곳곳에 소형 기계 생명체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어 각 팔에서부터 광탄을 발사하며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이전에는 내가 병기들을 바로 격퇴할 수 있어서 문제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그 경우가 확실히 달랐던 만큼, 앞장서서 나서고 있다가 전투 상황이 다가오면서 나와 동행하게 된 난쟁이 족 남자의 안위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앞장서서 포격을 피해가며 자신의 포에서부터 포탄을 잇따라 발사해가며 그 비행형 병기들에 대한 반격을 이어갔다.
  갱도의 절벽가에 이르는 동안 스카즈가 앞장서면서 길을 열어갔고, 그러는 동안 상당수의 비행형 병기들, 그리고 보행형 기계 생명체 및 병기들이 그의 포격에 의해 타격을 받았다, 이 중에는 내가 파괴한 것도 있었고, 좌우 방향의 공중에서 위협을 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박쥐형 기계 생명체들 역시 내가 행여 스카즈에게 위험을 가할 가능성이 우려되어 내가 격추시켜야 했지만 그 곳에서의 주 활약은 스카즈가 거의 다 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절벽가에 이를 무렵, 벌처럼 생긴 기계 생명체들-진짜 거대한 벌처럼 징그럽게 생겼다-이 다리에 매달은 폭탄을 떨어뜨리는 습격에 스카즈가 자신이 들고 있는 포로 이를 격추시키려 하였다, 이들은 날렵해서 잘 맞힐 수 없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이들을 격추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빠졌는지 이들을 향한 포격에 집착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박쥐 그리고 새인간처럼 생긴 기계 병기들이 날아오고 있었지만 물러서려 하지 않고 있었다.
  "형씨, 적당히 해, 그러다가 형씨도 그 당시의 자경단원들처럼 돌아오지 못하는 신세가 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 걱정이 되어서 건네는 물음에 스카즈는 어떠한 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듯, 무모해 보이는 행동을 이어가며 기계 생명체들과의 싸움을 이어가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철로의 절벽길 부근에 광자 한 대가 자리잡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 광차를 보자마자 내가 재빨리 그 광차의 뒷자리에 탑승하고서 스카즈를 불렀다.
  "형씨, 얼른 타." 이 광산의 갱도에는 절벽길이 있어서 그 절벽길을 거쳐 가야 건너편의 갱도에 이를 수 있어 보였고-갱도 내부에 관해서는 자세히 아는 바가 없기는 하였으나, 그러하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를 불렀던 것. 스카즈는 절벽을 거쳐가지 않는 길을 알고 있는 듯해 보였으나, 내가 선택한 길도 길이 된다고 생각했는지 바로 내가 앉은 그 뒷자리에 앉았고, 그러자마자 광차의 앞자리에 있던 조작 장치를 이용해 광차를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앞자리의 조종간 앞에는 큰 홈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그 깊이는 손 하나 정도는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이 수레를 다루어 본 경험이 있는 스카즈에 의하면 그 홈은 원래 광산 내부의 침입자를 격퇴하기 위한 기관포를 비롯한 무기를 장착하기 위해 있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 습격 때에는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고.

  그렇게 광차를 움직이고 있는 동안에도 기계 생명체들 그리고 병기들에 의한 습격은 줄기차게 이어져 갔고, 그 때마다 앞 자리에 탔던 내가 광선 그리고 하얀 빛을 발하는 화염구를 발사해가며 이들을 격추시키고는 했었다.
  "사상자가 한둘이 아니었다는데, 그 당시의 이 곳 실상은 무참했나봐."
  "잔인했지, 곳곳에서 그야말로 먹이감을 찾아나서는 듯이 마구잡이로 습격을 가하는 놈들이 있었고, 그들에 의해 죽어가는 자경단원들의 처참한 광경이 보이고는 했었어. 아슈라의 세상이 따로 없었다고 봐도 좋다."
  그 때, 새 인간처럼 생긴 기계 병기 하나가 광차의 습격을 시도, 우측에 타고 있던 스카즈에게 손을 뻗으려 하였고, 이에 스카즈는 포격을 통해 병기의 그 두 손을 파괴하고, 이어서 분노한 병기가 머리에서부터 빛을 뿜어내려 하자-광선 방출을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머리 부분까지 분쇄해 버려, 그 새 인간을 무력화시켰다, 무력화된 새 인간형 병기는 바로 절벽 아래로 추락해 갔다.
  "자경단원들 중에는 가족들에게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남기지도 못한 이들도 있어, 아마도 사태가 이런 식으로 전개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겠지, 그들이 어찌 이번 일이 이렇게 크게 일어날 줄 알았겠느냐."
  "그 사람은 어떻게 됐어, 생존하고는 있어?"
  "그 놈...... 이번 사태의 사망자 중 한 명이다."
  불안한 예감에 건네는 물음에 그는 가만히 어두운 허공을 응시하면서 답을 하였고, 그 대답을 들으면서 그래도 여느 때처럼 가족이 돌아올 것으로 믿었을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그에 대한 안타까움의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숙연함이 절로 느껴졌다.
  "이외에도 소중한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었을 이들이 예기치 못했을 일로 인해 목숨을 잃었지, 사람들은 나를 원망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교전을 낙관적으로 예측하고 관망만 하고 있다가 정작 사태가 커졌을 때에는 이미 늦었다고 여기며, 남은 자경단원들에게 지시만 내리고 있었던지라 그 일에 대한 죄책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네."
  "다행이다, 원망할 존재를 찾지 못해, 그나마 있는 책임자를 탓하는 사람도 있었을 텐데."
  "우리 난쟁이 족의 마을 사람들은 하나의 가족이기도 하다, 누구를 함부로 원망하거나 하지 않아."
  내가 생각한 바에 대해 스카즈는 단호히 그러할 일은 없다고 부정하는 발언을 하였다. 그리고서 가족과도 같은 이들이 어찌 서로가 서로를 원망할 수 있겠느냐고 말하며 마을에 이르러서는 그에 대해 어떠한 말도 하지 말아줄 것을 나에게 당부하였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스카즈가 앞장서서 싸움을 이어가려 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를 알 수 있었다. 감독관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며 앞장서서 자경단을 무참히 해쳤을 그 기계 병기들 그리고 기계 생명체들과 앞장서서 맞서 싸워 나가려 하는 것으로써 못하단 책임을 다하려 하였음이 그 이유였을 것이다. 그 생각에는 자신의 목숨이 위험할 가능성은 고려되지 않았으니, 이는 싸움으로 인해 죽어도 상관 없다는 그의 생각을 반영하고 있는 듯해 보였다.
  그렇게 그의 심정을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그럼에도 함부로 목숨을 내놓거나 해서는 안 된다고 나는 생각했다, 감독관의 죽음과 여타 자경단원의 죽음에는 그 영향력의 차이가 확실했고, 책임자인 그의 죽음은 마을에 큰 충격을 안길 수 있다고 여기었음이 이유였다. 그래서 그에게 그렇다고 목숨을 함부로 여기거나 하지는 말아줄 것을 당부하는 말을 그에게 건네기도 하였다.
  "...... 알았네, 형제여." 그러자 그는 잠시 생각을 이어간 이후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을 하고서, 그 말대로 하겠음을 밝혔다.
  "단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의형제를 위해서라도 말이지."

  한편, 광차가 건너편 절벽 쪽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었다. 그 때, 나는 문득 붉은 바위의 산 동굴 안쪽에서 발견했던 생존자로부터 들은 바 있던 난쟁이 족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상기하면서 그 수호신이 잠들고 있음을 떠올고, 그러면서 스카즈에게 투덜거리는 듯이 '신들' 을 언급하는 목소리를 그에게 내려 하였다.
  "자신들을 섬기는 이들과 자신들이 잠든 산 속의 동굴이 이런 지경에 놓이고 있는데, 이 바위의 산에서 '신들' 이라 칭해지는 이들은 뭐하고 있는 것인지....... 깊이 잠들어서 아직 모르고 있으려나."
  "그러게나 말일세." 말을 하면서도 혹시나 스카즈가 함부로 자신들의 신들을 원망하거나 하지 말아달라는 말을 들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었으나, 의외로 스카즈는 나의 말에 대한 공감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동굴 내부가 이상한 개체들에 의해 장악될 지경이라면 분명 신들이 깨어나서 이들에 대한 응징을 가하려 할 텐데, 동굴은 이 와중에도 조용할 뿐이라고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갱도 안쪽의 폐광에서 알 수 있겠지, 일단은 그 쪽으로 가 보자꾸나."
  그러는 동안 광차는 절벽 건너편에 당도하고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