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 건너편에 이를 무렵, 뒷자리에 탑승해 있던 스카즈가 광차를 멈추어 줄 것을 요청하였고, 이에 나는 건너편 절벽가에 이르자마자 바로 장치 조작을 행하여 광차의 움직임을 멈추도록 하였다. 스카즈가 말한 바에 의하면 절벽 사이의 지대 왼편 벽 안쪽에 있는 거점에 긴급 무장들이 격납된 비상 무기고가 있다고 하였다. 나는 그 수단이 굳이 필요치는 않았으나, 스카즈는 별도의 무장 없이 광차에 탑승하고 있으면서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했고, 그래서 그 방으로 들어가기를 원했던 것.
  과연 내려서 그 지대의 좌측에 위치한 벽면을 향해 돌아서니, 그 벽면 한 가운데에 문 하나가 자리잡고 있었으며, 그 문 너머로 아래 쪽을 향하는 계단 하나가 있었다. 그 계단 아래의 방 안에 비상 무기고가 있었던 모양.
  "좋아, 형씨. 가급적이면 빨리 돌아와."
  이후, 나는 스카즈에게 그 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였고, 이에 스카즈는 바로 문 안쪽으로 들어가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상공에서 박쥐들과 우산 모양의 포대를 장착한 비행형 병기들이 날아오는 것을 광선, 불덩이들을 발사해가며 격추시키는 것으로써 광차를 방어하려 하였다. 광차는 금속제였음이 분명해 보였으나, 이 병기들의 포격에 파괴될 가능성이 컸음이 분명해 보였음이 이유였다. 그 지대는 철로를 건너지 않거나, 비행을 하지 않으면 이를 수 없는 곳이어서 그러한지 비행형 병기 및 기계 생명체가 아니면 접근해 오려 하지 않고 있었다.
  편한 상황은 아니었다, 여러 방향에서 기계 생명체들과 병기들이 한 곳을 집중 타격 및 폭격을 하려 하였기 때문이었다. 4 방향에서 다가오는 경우는 없었다, 적어도 8 방향에서부터 접근해 왔으며, 심한 경우에는 16 방향에서 몇 개체씩 기계 개체들이 몰려오기도 했었다. 이들을 몰아내는 것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다.
  다행히도 얼마 지나지 않아 스카즈가 두 손으로 기관포처럼 생긴 무기들을 들고 돌아왔다, 하나만 들고 온 것이 아니라, 무려 3 문씩 소형 포들을 두 손으로 짊어지고 온 것이었다. 돌아오자마자 스카즈는 다급히 앞 자리에 앉아서는 3 문의 소형 포들 중 하나를 광차의 홈에 끼워 넣고서는 그 방아쇠에 두 손을 올리려 하였다.
  "아르사나, 얼른 타라!" 이후, 스카즈의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를 들으며 광차가 위치한 곳을 향해 뛰어서 그 뒷자리에 앉았다. 이후, 스카즈는 광차를 다시 작동시키고서 뒤따라 탑승했던 나에게,
  "이 정도면 어지간한 녀석들은 해치울 수 있어, 형제."
  라고 말하며 뒤쪽에서 추격해 오던 병기들을 향해 포구를 돌려서는 그 포의 방아쇠를 작동시켜 포구에서부터 연두색 빛을 발하는 포탄들이 발사되도록 하였다. 발사된 포탄들은 기계 병기들의 표면에 부딪쳐 하얀 연기를 일으켰고, 이어서 표면이 녹아내린 병기들은 내부까지 영향을 받았는지 내부에서부터 폭발을 일으켜 공중분해되거나 추락해 절벽 아래로 떨어지도록 하고 있었다.
  "산성액을 발사하는 포인가 보네, 장착한 것은."
  "그렇지, 모든 녀석들이 통하리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 정도 녀석들은 해치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
  그 덕분에 나는 긴장하고 있기는 했지만 나름 편히 광차에서 상황을 관망할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새 인간처럼 생긴 기계 생명체들이 자신의 두 발톱에 매달고 있던 폭탄들이 위협을 가하기도 했으나, 그 때마다 스카즈가 산성탄으로 이를 무력화시켜 떨어뜨리고는 했다. 그런데 이들 중에는 광차 바로 위에서 낙하하던 것도 있어서 무력화된 쇳덩어리가 나의 머리 바로 위로 떨어지기도 했다, 간신히 머리를 움직여 피한 이후에 쇠와 쇠가 부딪치는 격렬한 충격음이 울려 퍼졌다.
  "형씨! 머리에 맞을 뻔했다고!!!"
  한 두 번도 아니고, 머리 위로 공이 떨어지는 일은 광차에 있는 동안 한 번씩 있었고, 처음에는 너무나 놀라 바로 스카즈에게 소리치기도 했다. 그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음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너무 놀라서 그 감정을 표출하게 되었던 것. 이에 스카즈는 그런 나에게 바로 이렇게 일갈을 했다.
  "내가 어떻게 거기까지 신경을 쓰냐!!!"
  산성액 포탄을 발사하는 포는 병기의 포격에 맞아 파괴되었고, 이를 대신해 스카즈는 또 다른 포를 장착, 화염탄을 연사하는 그 소형 포를 절벽 너머에서부터 날아오는 병기들을 향해 연사해 이들을 폭파시켜 갔다. 그러는 동안 광차는 절벽가를 거쳐, 갱도의 한 지점에 위치한 종착점에서 멈추었다.
  종착 지점에서 광차가 멈추자마자 나는 바로 광차에서 내린 이후에 광차를 집중 포격하기 위해 날아들었을 비행형 병기들을 우선 격추시키고서 이어서 스카즈가 남은 포대를 등에 지고, 이를 대신해 자신이 소지하고 있던 총포와 방패를 한 손에 하나씩 들고 공중의 비행형 병기들 및 생명체들 그리고 지상의 보행형 그리고 바퀴형 하반신을 장착한 기계 병기들을 향해 포탄들을 오른손의 총포에서부터 연사해 갔다. 연사된 포탄들은 병기들의 몸체에 박혀서 병기들을 부서지고 폭발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 곳은 폐광 시작 지점까지 얼마나 남은 거야? 갱도 입구에서부터."
  "이제 중간 지점을 지나갔다, 앞으로 한 동안 더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을 게다."
  이에 스카즈는 바로 그렇게 화답을 하고 자신이 앞장서서 뛰어가기 시작했다. 이후부터는 갱도의 벽에 포대들이 박혀 있어서 그 포대들 역시 제거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앞길을 나아가면서 나는 먼 앞의 절벽 건너편에 위치한 벽 한 곳에 굳게 닫힌 문처럼 보이는 무언가 앞에 돌무더기가 가득 쌓여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저 앞의 돌무더기가 폐광의 입구 역할을 맡는 문이겠지?"
  "그렇지, 그 문 너머가 바로 폐광 구역이다."
  이 무렵, 하단에 포대가 장착된 작은 비행기들이 일행이 나아가는 쪽으로 날아오기 시작하였다. 정확히는 스카즈가 위치한 쪽으로 날아오고 있었으며, 우선 집중 포격을 가하려 하였다. 그 때마다 스카즈는 방패를 통해 광탄, 포탄을 막아내려 하였고, 그 철갑 방패는 한 동안 그 외형이 온전하였으나, 그 포격이 집중되고 있는 한, 언제 파손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형씨, 그 방패 괜찮겠어? 망가질 것 같은데."
  "적어도 사건의 근원을 만날 때까지는 나를 지켜줘야 하지 않겠어."
  스카즈는 그 방패가 폐광 안쪽에 있을 '원흉' 을 찾아내기 전까지는 방패 그리고 자신의 총포가 버티어 주기를 바라고 있었던 모양으로 그 이후, 심지어 그 전까지 그 무장들이 온전할 가능성을 장담하지 못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대답을 하는 동안에도 미사일들은 곡선을 그리며 스카즈를 향해 유도되어 날아왔고, 스카즈는 그 미사일을 총포로 쏘아 폭파시켰다.
  그 바위더미를 향해 다가가는 동안 나는 스카즈에게 바위더미 너머의 폐광에는 다른 유형의 적들이 있는 것 아니겠냐고 물었고, 이에 스카즈는 바로 그렇다고 답을 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온갖 유형의 기계 생명체들이 자리잡고 있었음을 밝히고서 한 가지 그들에 대해 알리고자 하는 바가 있음을 밝혔다.
  "이들은 여기 있는 금속성 표면이 바로 드러나는 녀석들처럼 기계임을 바로 알아보기 힘들 게다."
  그리고서 붉은 바위 산의 바위 그리고 붉은 결정을 표피에 쓰는 녀석들, 생체처럼 표피를 꾸민 녀석들 등이 있다고 말하고서 그 외형에 속아서는 안 된다고 말한 이후에 이들은 일종의 '생체 기계 생명체' 일 따름임을 밝혔다.
  "혹시 '키보르그(Cyborg)' 라 칭해지는 개념을 알고 있나? 그 괴물들은 바로 그런 존재들이다."
  천문대에 있는 동안, 그리고 어렸을 때에 본 이런저런 서적들을 통해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기는 했다, 생명체가 가진 모든 것을 철저하게 기계화시킨 개체들로서 외형은 생명체와 다를 바 없지만 실제로는 기계와 다를 바 없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대개는 인간의 모습을 상상하지만 그 개체들 중에는 그렇지 않은 이들도 다수 있음을 밝혔다.
  "설마, 거대 개체가 그 중에 있는 것은 아니지?"
  "아직 그 모습은 본 적이 없기는 하다."
  이후, 나는 혹시나 싶은 생각에 물음을 건네었고, 이 물음에 스카즈는 갑작스레 당황하면서도 바로 침착하게 답변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서 고개를 돌려 잠시 나의 모습을 보더니, 갑자기 정색하면서 무슨 질문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 묻는 목소리는 의외로 정말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바로 드러내고 있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문득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정말 그러하겠어? 그러할 리 없지, 그러니까, 너무 신경쓰려 하지마, 형씨."
  이 무렵, 스카즈는 갱도의 끄트머리에 자리잡고 있는 돌무더기의 바로 앞에 도달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자마자 그는 그 동안 손에 들고 있던 총포를 바닥에 내려놓은 후-왼팔의 방패는 팔에 손목에 끼고 있었다-, 등에 지고 있던 소형 포를 두 손으로 쥐려 하였고, 그러면서 진지하게 목소리를 내며 그 돌무더기에 대한 언급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 돌무더기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쌓아둔 것이지. 물론, 그냥 쌓아둔 것일 뿐이기에 시간이 들기는 하더라도 손으로 다 치워낼 수는 있지. 하지만 나 혼자만으로는 너무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게다, 시간이 없는데 여기서 돌과 장난치고만 있을 수는 없지."
  "그래서 포탄을 소모해 가면서 그 돌들을 치워버리겠다, 그 말이지?"
  "달리 방도가 없지 않겠나, 그렇지 않으면 자네가 그 큰 돌들을 들어주기라고 하겠나."
  아니나 다를까, 그 돌들 중에는 내가 두 손으로 바로 들어내기에는 너무도 힘든 수준의 돌들이 다수 포진해 있었다. 근처로 들어내는 것만 하더라도 제법 시간이 소요될 법해 보이는 이런 돌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그의 행동에 대해 더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고 가만히 그의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려 하였다.
  스카즈는 문 바로 앞에 놓인 거대한 바위를 포구가 마주하도록 하며 무기를 겨누는 동작을 취하고 있었다. 그 이후, 그는 조심스레 방아쇠를 당기고, 그와 동시에 포탄들이 잇달아 연사되어 그 바위에 잇달아 포탄이 박히고 폭발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위는 폭파되고, 이어서 그 주변의 큰 바위들도 잇달아 폭파되어 그 주변 일대로 발산하는 충격파가 더 작은 바위들을 주변 일대로 흩어놓으려 하였다. 그 바위들 중에는 나를 향해 바로 날아오려 하는 것들도 있어서 다급히 광선을 발사해 그 바위들을 폭파시키는 것으로써 간신히 위험을 모면할 수 있었다.
  "위험했어, 형. 바위 몇 개가 나에게 날아와 가지고."
  그리고서 나는 그래도 다치거나 하지는 않아서 다행이라고 말한 이후에 바위들이 제거되거나 밀려나서 드러난 문의 모습을 보며 그 문을 이제 열면 될 텐데, 그 문을 여는 방법은 알고 있느냐고 물었고, 이에 스카즈는 당연하다는 듯이,
  "암, 이미 알고 있지, 그 수단도 갖고 있다."
  라고 말한 이후에 자신이 손에 들고 있던 그 중화기를 다시 등에 지고, 오른손으로 바지 오른쪽의 주머니를 잠시 뒤적이더니 그 안에서부터 작은 쇳조각을 꺼냈다, 다소 녹슬었지만 그래도 쓸만해 보이는 열쇠였다.
  "이 문의 잠금을 풀 수 있는 열쇠다, 나를 비롯한 일부의 폐광 출입이 허용된 이들에게만 주어졌지, 이 열쇠로 문의 잠금을 풀어 폐광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게다."
  그리고서 그는 오른쪽 문의 좌측 가장자리에 자리잡은 열쇠 구멍 안으로 열쇠를 밀어넣고, 열쇠를 돌리려 하였다. 그 모습을 좌측 근처에서 자세히 보려 하는 동안 스카즈의 열쇠는 녹슨 탓인지 열쇠 구멍에서 날카로운 쇳소리를 내며 조금씩 돌아가기는 하였으나, 그래도 돌아갔으며, 90 도 정도 돌아갔을 때, 자물쇠가 작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자물쇠가 작동하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그는 돌려진 열쇠 구멍을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고서 열쇠를 그 구멍에서 빼낸 후에 열쇠를 바지 주머니 안에 다시 넣고 다시 총기를 놓은 바닥 근처로 돌아왔다.
  "자, 이제 문을 열어보게나."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바로 두 문을 밀어서 열어보려 하였고, 그러자마자 녹슨 쇠의 둔한 마찰음과 함께 문이 열려 그 너머의 광경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 내부는 등이 켜져 있지 않아서인지 어두웠고, 그래서 어둠의 시야를 통해 그 어두운 통로 내부의 모습을 보려 하였다. 그 때, 스카즈로부터 물음을 건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거 무슨 힘인가, 불길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듯 하다만."
  "어둠의 힘이야, 시야를 활용하려고 그 기운을 개방했어."
  그 물음에 그렇게 답을 하고서 나는 먼저 불빛 없는 어두운 통로를 따라 나아가려 하였다. 이후, 스카즈가 그런 나를 따라 움직이면서 일반인들에게는 금지되어 있을 그 구역의 탐사가 시작되었다.

  어두운 동굴과도 같은 갱도 내부의 바닥 곳곳에서는 생명체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바닥 틈새에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틈새에 작은 일부만 모습을 내밀고 있는 탓에 어두운 내부 통로를 지나면서 무심결에 지나치려 할 수도 있었던 이 무언가는 자신을 지나치려 하는 이들을 바로 습격하려 할 듯해 보였다. 아마도 그 개체들이 스카즈가 폐광 내부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언급했던 그 생명체 닮은 기계 생명체의 모습일 것임이 분명했다.
  이외에도 박쥐 모양의 생명체들, 벌레 모양의 생명체들이 통로 곳곳에 있어서 어두운 통로 내부를 돌아다닐 때에는 그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기도 했다.
  각 손의 끝에서부터 칼날이 돌출되도록 한 이후에 바닥의 틈새에서 발견한 개체들이 깨어나기 전에 바로 그 개체들을 손톱으로 찌르려 하였다, 깨어나기 전에 그 개체들을 미리 정지시키기 위함이었다. 이외에도 박쥐 날개를 단 인간형 개체들과 거대한 꽃처럼 생긴 괴물 생명체가 있어서 이들 역시 그 어둠의 칼날로 베어내며 하나씩 제거해 갔다.
  여러 갈래로 갈린 갱도의 길목 곳곳에서는 붉은 결정들이 박혀 있으면서 빛을 내고 있었다. 스카즈의 증언에 따르면 광산은 원래 돌을 캐기 위한 곳으로서 붉은 결정을 채굴하거나 하지는 않았던 모양. 그러나 붉은 결정의 채굴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라서 특별한 목적 하에 일부 채굴되어 사용될 때가 있다고 한다.
  "그 붉은 빛이 갱도의 어둠을 밝히는 자연의 등불이 되기도 하거니와, 그 붉게 빛나는 모습이 어두운 갱도에 미관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기도 하지. 이런 붉은 결정을 채굴하는 목적이 있기는 있어."
  그리고서 그 결정은 '신들' 의 힘이 응집된 하나의 결정체로서, 그 '신들' 의 힘이 깃든 보물이나 무구를 제작하고자 할 때에 그 붉은 결정을 활용한다는 이야기가 있음을 밝힌 이후에 특수한 공정을 통해 가공하지 않으면 그 힘을 잃게 된다는 이야기도 있음을 나에게 알리려 하였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신령의 힘' 까지 원하지는 않기에 일반적인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 장식품들이 몇 있으며, 그 중에 자신이 아는 것으로는 광산촌 인근의 학교 교장이 소지하고 있는 붉은 장미꽃 장식이 있다면서. 그 특수한 공정에 대해서는 그도 잘 모르는 모양이었다.
  "신령의 힘을 품은 무구는 그래도 존재하기는 하겠지?"
  "물론, 붉은 결정으로 만들어진 검이 있다고 알고 있다. 지금도 광산촌의 촌주가 관리하고 있지, 일이 끝나면 보여주마."
  촌주는 단순한 장식품 이상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 하나, 인근 학교의 교장은 그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었음을 밝히고서 촌주로부터 검을 빌려받을 수 있다면 그 검을 가지고 광산촌 인근의 학교로 같이 갈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미궁과도 같은 통로와 넓은 갱도를 거쳐가면서 도중의 길을 가로막는 괴물처럼 생긴 기계 생명체들을 제거해가는 것으로써 길을 열어갔다. 그러는 동안 스카즈 역시 여러 방향에서부터 날아오거나 덮쳐오는 기계 생명체들을 총포로 공격해 폭파시키면서 자신을 비롯한 일행에게 다가오는 위협의 요인을 제거해가고 있었다. 생명체처럼 보였지만 엄연히 기계 병기의 일종이었고, 이들에게는 사고 능력이 없었던 만큼, 감빛의 기운이 품은 힘으로 이전처럼 괴물들과의 대화 시도하는 것 자체가 의미를 가지거나 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기계 생명체들이 다수였던 폐광 입구 부근에서는 감빛의 기운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기계 병기들도 다수 출몰하기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다시 그 기운을 빛의 기운으로 전환해야만 했다, 스카즈 역시 나를 도와주기에는 그 형편이 여유롭지 못하였음이 그 이유였다. 기계 생명체의 개체 수는 확실히 폐광으로 들어서기 전의 갱도보다 훨씬 많았다, 이를 두고 스카즈는 여전히 그 힘의 근원이 남아있는 듯해 보인다고 말하고서 그 말에 이어, 그러하기에 여전히 많은 수의 괴물들이 폐광에 서식하고 있는 것임을 밝히기도 하였다.

  갱도의 내려가는 통로에 이르러 거대한 갱과 그 갱을 가로지르는 철로 그리고 철로 앞의 광차를 발견한 이후, 스카즈가 그 광차를 향해 접근하면서 길을 가로막는 병기들과 기계 생명체들을 격추시키려 할 즈음, 갑자기 어딘가에서 무겁고 낮은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처음 들었을 때에는 굴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였고, 때마침 굴 내부가 격렬히 흔들리고 있었기에 정말 굴이 무너지는 줄 알고, 당황해서 광차에 탑승하려 하는 스카즈에게 다급히 다가가, 목소리를 높이며 그를 부르기도 했다.
  "형씨, 갱도가 무너지고 있어! 계속 그 곳에 있으면 위험해!!!"
  그러는 동안 스카즈는 철로 바로 앞의 광차에 올라타 그 광차의 앞부분에 위치한 홈에 자신이 등에 지고 있던 포를 거치시키고, 광차를 조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나에게 어서 광차에 올라타기나 하라고 명령을 내리듯 외치고 있었다.
  "허튼 소리말고 어서 광차에 타라, 빨리!"
  "무슨 말이야, 갱도가 저 상태인데, 이렇게 광차에 타고 더 깊은 곳으로 가도 괜찮아는 거야!?"
  대답을 하는 그 때, 갱도 내부의 진동과 함께 울려 퍼지던 그 소리가 점차 멎어갔다. 그야말로 갱도 내부가 무너지는 듯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가, 갑자기 그 흔들림이 멈추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갱도 내부가 고요해진 것에 대해 나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다. 그런 생각에 잠긴 동안 스카즈는 광차를 움직이고 그 광차가 움직이는 동안 포대를 이리저리 돌리며 생명체들을 격추시키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인 것이지?"
  "이것은 갱도가 무너지는 징조 같은 것이 아니다."
  대답을 하는 그 때, 다시 그 무겁고 낮은 느낌을 주는 바위의 소리가 다시 울려퍼지려 하고 있었다. 갱을 가로지르는 광차에 타고 있는 동안 그 소리가 들려서 혹시나 싶은 생각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갱도 내부가 진동하지는 않고 있었다.
  광차에 앉아 있는 동안에 울려퍼지는 그 소리는 울부짖는 소리와도 같았다. 거대한 바위가 울부짖는 듯한 소리. 고통에 신음하는 듯한 소리였다. 붉은 바위의 산 자체가 신음하는 소리였던 것일까, 아니면.......
  "....... 이것은 고통에 신음하는, 그로 인해 울부짖는 목소리이다."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스카즈에게서 그 바위의 진동음에 대한 언급을 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서 그는 자신이 우려했던 바를 조심스레 언급하려 하였다.
  "이 소리는....... 그래, 붉은 바위의 산을 다스리는 '신들' 의 목소리이다."
  그리고서 그는 '신들' 이 고통의 신음을 내고 있음을 밝히고서 모종의 이유로 인해 '신들' 이 고통에 찬 울음소리를 내고 있을 것이라고 두 차례에 걸쳐 울려퍼지는 그 소리에 대한 언급을 이어가려 하였다.
  "그렇다면, 이 소리는 앞으로 몇 차례는 더 울려퍼지겠지."
  "그러할 게다." 이후, 내가 건네는 물음에 스카즈는 바로 그러할 것이라고 답을 하고서 폐광 너머에 '신들' 에 바친 붉은 바위 신전이 있음을 밝히고서 우선 그 신전이 있는 곳으로 가 보자고 요청을 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 붉은 바위 신전에는 가 본 적이 없지?"
  "아직 가 보거나 하지는 않았다. 설마 그 깊은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거나 하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고, 그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으리라고 누구도 믿지를 않았으니."
  그리고서 스카즈는 몇 달 전에 광산촌에 어떤 방문자가 와서는 붉은 바위의 산에 재앙이 일어날 것이며, 신전에 어둠이 펼쳐지고, 산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던 고대의 악몽이 깨어나게 되리라는 말을 건넨 바 있음을 말한 바 있음을 밝혔다.
  "그 당시에는 그 예언에 대해 누구도 믿지를 않았었지."
  이후, 그는 일단 예언이 들어맞았는지는 모르겠다만, 정말 광산에 재앙이 일어났음은 사실이었다고 말하고서, 그 당시 광산촌의 난쟁이 족 사람들은 그 예언에 대해 헛소리라 치부하고 바로 믿으려 하지 않았음을 이어 언급하였다.
  "다만, 그 예언을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광산 내부에서 일어날 일을 미리 대비했더라면 적어도 갑작스러운 습격에 의한 피해가 있거나 하지는 않았을 게다."
  그리고서 그 모습에 대해 언급하기를, 다소 거친 인상을 가진 중년 남성이었으며, 늘 감색 도복차림을 갖추고 두건을 쓴 모습을 보이고 있었던 이로서, 하얀 날개와 검은 날개가 달린 긴 지팡이를 오른손에 가볍게 쥐고 있었으며, 왼손에는 마법서 혹은 경전으로 추정되는 책을 들고 있었다고 한다.
  감색 도복이라면 낯선 옷차림은 아니었다, 어머니가 속한 일족의 사람들 중에는 그 도복을 입은 사람이 있었다고 하였다. 그 일족의 사람들 중에는 내가 살던 곳에 방문하고는 했던 이들도 있어서 어쩌면 그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름이나 자세한 외견의 설명이 없어서 누구인지에 대해 함부로 장담하거나 할 수는 없었다.
  "혹시 그 사람에 대해 아는 바 있나?"
  "고향에서 살 때, 그런 외견을 갖춘 사람을 본 적이 있기는 해, 하지만 그 사람인지 여부는 확실히 알 수는 없어."
  그래서 스카즈가 건네는 물음에는 그저 잘 모르겠다고 답을 하였다. 스카즈는 알고 있지만 일부러 모르는 척을 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을 그 대답을 들으며 하고 있었던 모양이나, 여기서 밝히자면 정말 나는 그 사람에 대해 확실히 알 수 있는 바가 없었다, 애당초 그 정보만으로는 알 수 있는 것이 무엇도 없었다.
  광차는 이윽고 갱 건너편의 철로에 당도하고 있었으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철로의 끝에 이르러 멈추었다. 광차가 멈추자, 스카즈는 바로 그 차에서 거치하고 있던 기관포를 빼내 다시 등에 지고, 손에 총포를 쥐었다.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면 광차에 탑승하고 있는 동안 스카즈는 기관포를 거치하고만 있었을 뿐, 실제로 사용하지는 않았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실은 사용하고 싶었겠지만, 기관포에 남은 포탄이 아까워서 사용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후, 광차에서 내리자마자 스카즈는 자신이 앞장서서 그 너머의 갱도 앞길을 따라 뛰어가기 시작하였다. 철로 이전까지는 길이 복잡하고 넓은 공간도 많아 자주 헤맸던 반면에 철로 이후로는 길이 사실상 하나로 이어지고 있어서 그 길을 따라 나아가는 것으로써 그 깊숙한 곳까지 바로 나아갈 수 있었다.
  갱도를 나아가는 동안 이전의 그 큰 갱 이전보다 훨씬 많은 수의 붉은 결정들이 바위 곳곳에 자리잡으며 붉게 빛을 내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그 광경이 폐광의 그 이전까지 지나쳤던 갱도와는 다른 느낌을 가지는 곳일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주는 듯하다는 느낌을 주기는 하였다만, 그것만으로는 내가 그 일대에 이르렀음에 큰 의미가 있거나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스카즈는 그 결정들을 보며 무언가 느낀 바 있는 듯해 보였다.
  "이 결정들은...... 그래, 이제 신전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겠구나."
  "이 붉은 결정들이 발견되는 정도만으로 바로 알 수 있는 거야?"
  그 질문을 하면서 나는 스카즈가 정말 무언가 감지한 바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기대를 갖고 들은 대답이라는 것은 이런 나를 어이 없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만 알려두지."
  "형씨, 그게 대답이야!?" 그 이후로 나는 그렇다면 그런 줄 알라는 말과 때리면 죽는다는 말을 잇달아 들어야만 했다. 아닌게 아니라 이전 때의 얼음 지대 유적의 탐사 때에 그에 대해 분노한 적이 있고, 그로 인해 그를 친 적이 있었는데, 이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 나중의 일이었지만 그로 인해 숱한 질책을 받아야만 했었다.
  "그러니까, 그런 것 같다는 예감만 들었다는 것이지?"
  "그렇다, 정직하게 말하자면." 그제서야 나는 스카즈로부터 진짜 대답을 들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자신도 신전을 직접 찾아보고 있음을 밝히고서 자신이 앞장서려 하였다. 그러는 도중에 갑자기 그가 총구를 이곳저곳으로 겨누면서 긴장하기 시작하고, 이어서 뒤쪽을 향해 돌아보기도 하였다.
  아닌게 아니라, 뒤쪽에서 병기들 혹은 금속 생명체들의 습격이 이어지고 있었다. 벌레처럼 금속 생명체들이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면서 다가오는 것을 먼저 궤멸시키고, 이어서 공중에서 우산처럼 생긴 장치를 장착한 비행기들과 길다란 포대가 장착된 전차처럼 생긴 공중 부양형 병기들이 다가오는 것을 저지해 갔다.
  그리고 뒤쪽에서의 상황을 어느 정도 정리해 놓고 나서 앞쪽을 향해 돌아서니 결정을 등에 진 마치 소라게처럼 생긴 금속 생명체들이 징그러운 모습을 보이면서 집게를 앞세워 스카즈를 습격하고 있었다. 스카즈는 결정 덩어리를 파괴하는 것으로 대응했지만-자그마하게 보이는 생명체를 노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것 때문에 탄환들을 낭비하고 있었다.
  소체만 남은 개체들은 스카즈를 계속 노리려 하였고, 위험한 지경에 이르자, 내가 그를 도와 곡선을 그리는 빛 줄기로 이들을 하나씩 쏘아 맞혀서 그를 대신해 이들을 제거하려 하였다. 이후, 생명체들이 하얀 불꽃에 휩싸이는 잔해만 남겨지는 모습을 보이고, 더 이상 생명체들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을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나는 스카즈와 함께 다시 움직일 수 있었다.
  "정말 이 길이 맞기는 한 것이지?"
  "일단은 가 보자는 것 아니겠나." 얼음 지대의 유적 탐사를 할 때와 사실 그렇게 다르지는 않았다. 두 사람이 함께 움직이며 이래저래 티격태격 하면서 무언가 원하는 바가 있으리라는 예감만 믿으며 앞길을 걸어간다는 점에서는. 그래서 얼음 지대에 갈 때에 동행하지 않겠느냐고 물었지만 그로부터 들은 대답은 그런 나에게 조금 실망스러웠다, 아니 아쉬웠다고 해야 할까.
  "유감스럽지만, 감독관 신분을 함부로 놓을 수는 없어."
  그렇게 협곡처럼 굽이진 길목을 따라 나아가며 결정 속에 숨은 생명체들의 습격에 대응해 가고, 그와 더불어 뒤쪽에서 계속 몰려오는 병기들을 제거하기를 반복해 가는 동안 눈앞에 누가 보아도 신전의 대문처럼 보이는 붉은 바위를 깎아서 만들어졌을 법한 한 쌍의 기둥 그리고 문의 모습이 자그마하게 보이기 시작하였다. 동굴 속 협곡의 굽이진 길목을 하나씩 지나쳐 갈 때마다 대문의 모습도 점차 자세히 보이기 시작해, 문의 한 가운데에 돋을 새김되어 있는 문양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왼편의 기둥에는 무언가 새겨져 있는 듯해 보였으나, 그 문자는 아직 자세히 보이지 않아 알 수 없었다.
  "저 옆에 새겨진 글자, 알아볼 수 있겠냐."
  "아니, 나도 아직까지는." 스카즈는 나보다 멀리 보지 못하고 있었기에 자신보다 더 먼 앞을 잘 볼 수 있으리라 여긴 내가 글자를 알아볼 수 있으리라 믿고서 글자를 보아줄 것을 요청했을 것. 하지만 나도 그 거리에서는 잘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에게는 문 앞에 다가가서 확인해 보자고 제안을 하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문 앞에 이르렀을 때, 나는 붉은 돌로 이루어진 거대한 문에 돋을 새김된 거대한 수정 결정처럼 생긴 문양과 그 왼편에 자리잡은 돌기둥에 새겨진 문자들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하지만 고대 언어로 쓰여진 듯한 고대의 쐐기 문자들은 내가 알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마도 난쟁이 족의 조상이었을 이들의 언어이자 난쟁이 족들이 '신들' 로서 추앙하고 있을 바위 존재들의 언어였을 것이다. 나는 이 곳을 처음 들렀고, 그 글자들을 바로 알아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형씨가 아는 사람들 중에 이 언어에 대해 아는 사람 있어?"
  기둥 바로 앞에서 글자를 읽어보려 하였던 내가 우측의 정문 바로 앞에 서 있던 스카즈를 바라보면서 건네는 물음에 스카즈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서 답답한 심정과 곤란한 심경이 뒤섞인 듯한 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말을 건네려 하였다.
  "이 쐐기 문자에 문을 열 수 있는 무언가에 관한 내용이 있을 터인데."
  그리고서 그는 다른 곳으로 가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하고서, 그 신전에 분명 무언가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드는데, 이를 어찌할 수 없음에 대한 분함을 바로 토로하였다. 그 심경이야 나도 이해가 되기는 하였지만 그 상황에 어찌할 도리가 없음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다른 곳으로 가 보자, 돌아서자고."
  그러면서 내가 먼저 스카즈에게 요청을 한 이후에 그 동안 나아갔던 길을 따라 돌아가려 하는 그 때, 오른팔에 장착하고 있던 팔찌의 보석이 붉게 빛을 발하기 시작하였고, 그 모습을 보자마자 바로 발걸음을 멈추고서 나를 따라 돌아서려 하는 스카즈에게 잠시 멈추어 달라고 요청을 하였다.
  "가만, 형씨, 가만히 있어 봐, 통신이 들어왔어. 통신을 끝내고 나면 그 때 움직이자고."
  그렇게 요청을 해서 스카즈가 나의 우측 곁에 이르자마자 나는 바로 통신 요청에 응하고서 통신을 행한 이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나의, 그리고 스카즈의 귓가로 낯설다고 말할 수 없는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하였다.
  "아르사나 씨, 아르사나 씨...... 제 목소리 들리시나요?"
  "잘 들려." 나를 부르는 그 여성의 목소리에 나는 바로 들린다고 즉답을 하였다. 정중한 표현으로 답을 하지는 않았고, 이는 천문대에서 이미 익히 들어 잘 아는 목소리였음이 그 이유였다.
  갑자기 팔찌의 보석처럼 생긴 그 통신 장치를 통해 들려온 목소리는 다름 아닌 내가 머무르던 무나일 마을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가마일 산 천문대의 관측자 역할을 했다가 갑자기 떠나갔던 소르나였다. 오랫동안 음성 연락은 물론, 편지 연락조차도 되지 않아 행방불명이 되었으리라 여기고 있던-다만, 죽었으리라 여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던 것. 목소리를 듣자마자 처음부터 친한 사람을 대하듯 목소리를 내어 그의 부름에 답을 하였음에는 그러한 이유가 있었다.
  그 목소리를 들었을 때에는 어느 정도 문에서 멀어졌을 무렵, 그 이후, 나는 바로 신전에서부터 멀어지는 발걸음을 멈추고, 신전의 문을 향하는 길목의 우측 내벽에 기대어 서 있으면서 팔찌에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 하였다.
  소르나가 어디에 있으면서, 그리고 무엇을 하는 도중에 나를 불렀는지는 알 수 없을 노릇이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런 그가 내가 어디에 있으며, 어떤 문제에 직면해 있는지를 마치 그 모습을 지켜보기라도 하고 있는 듯이 잘 알아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혹시 바위 신께 바쳐진 신전 앞에 계신 것인가요."
  "누군가, 이 목소리는 대체.......?"
  이후, 서 있던 그 자리에 앉아서 팔찌에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를 계속 듣고 답을 하려 할 무렵, 스카즈가 그런 나의 바로 앞으로 다가와서는 바로 나에게 물었다, 그 목소리에 관심을 가졌다기보다는 뜬금 없어 보이는 현상에 대한 의문을 가지며 그에 대해 나로부터 대답을 들으려 하였다고 볼 수 있었다.
  그 때, 소르나의 목소리는 바로 옆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에 바로 그 사람까지 알아보고 있음을 알리는 말을 건네었다,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을 그 이름까지는 알 수 없으리라 여기었던 나의 생각과 달리 소르나의 목소리는 바로 나와 그 동안 동행하고 있던 난쟁이 족 전사의 이름도 바로 언급하고 있었다.
  "여기 계신 분께서는 붉은 바위의 산에 있는 광산 책임자이신 스카즈 님이시지요?"
  "예, 그렇습니다만." 자신의 이름까지 바로 알아내는 그 목소리에 스카즈는 바로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얼마나 놀랐는지 그 목소리가 떨리기까지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스카즈는 자신이 누구인지 바로 알아보는 그에 대해 신비로운 사람, 사람의 경지를 넘어선 어떤 초월적인 존재로 보였던 모양.
  "그런 사람까지는 아니야, 형씨."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나는 다급히 그렇게 말하면서 당황의 감정을 어찌하지 못하는 스카즈를 달래고, 진정시키려 하였다.

  이 문자들은 고대 바위 생명체 혹은 바위 민족의 언어로서, 이들의 후손이라 할 수 있는 바위의 '신들' 에게도 전승되어온 바위 민족의 유산입니다. 이 언어는 '신들' 이 힘을 얻어 난쟁이 족들의 지배자로서 군림하고 있을 때에는 난쟁이 족들 중에서 '신들' 을 받들어 모실 특별히 선택받은 자들에게서 전수되어 왔었습니다.
  이 붉은 바위의 신전은 이 고대로부터 전승되어 온 언어로 '신들' 을 위한 기도문을 외는 이들에게만 출입을 허락하고 있습니다. 이 닫힌 문을 열려면 그 기도문이 신전의 문 앞에 울려퍼지도록 할 필요가 있지요.
  기도문은 예로부터 난쟁이 족 사람들에 의해 낭송되어 왔고, 이는 이 붉은 바위의 산에 거주하는 난쟁이 족 사람들은 '신들' 과 같이 고대 붉은 바위 민족의 유산을 공유하고 지킬 자격이 주어져 있음을 의미하고 있어요, 따라서 이 기도문은 난쟁이 족 사람들에 의해 영창되어야만 합니다.
  이 기도문을 곁에 계신 난쟁이 족 전사 분께서 영창하실 수 있도록 해 주세요.

  반드시 알아듣고 기록해야 할 것이었던 만큼, 다급히 다시 책장과 필기구를 들고 기록할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장치에서부터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모종의 언어로 구성되었을 어떤 주문을 영창하는 소르나의 목소리가 장치에서부터 내 귓가로 전해지기 시작하였다. 한 단어씩 목소리가 천천히 영창을 하고 있었기에 받아적는 데에는 큰 부담이 없었다.


  한 단어씩 말해주는 주문을 어떻게든 받아적고 난 이후, 나는 그 주문이 적힌 종이를 찢어 스카즈에게 건네었다. 그리고 다시 문 앞으로 다가가 보자고 그에게 제안을 하기도 하였다.
  "돌기둥에 새겨진 그 문구들이 이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겐가."
  "그러할지도." 이 물음에 나는 우선 그렇게 답을 하는 그 때, 소르나로부터 그 신전 기둥에 새겨진 문구들은 이러한 주문이 후세에 잊혀지지 않도록 누군가가 새겨놓은 것임을 밝히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에 이어 그 뜻은 문이 열리고 나면 그 때 알릴 수 있도록 하겠음을 밝히는 것을 마지막으로 그와의 통신은 일단 끝나게 되었다. 통신이 끝나면서 한 동안 빛을 깜박이는 모습을 보이던 반지의 보석 역시 빛을 잃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다 끝난 건가." 그 때, 스카즈로부터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러는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 하면서 나는 그 물음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써 답을 하였다. 그러자 스카즈는 먼저 문을 향해 다가가는 나의 뒤를 따라 움직이며 그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한 말을 건네려 하였다.
  "의외로 친분이 넓구만, 아르사나."
  그리고서 그는 나의 팔찌에서부터 들려온 목소리를 들으며 너무나도 놀랐음을 밝히고서 '여신' 이 아니고서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나와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바로 알아볼 수 있겠느냐고 그에 대한 언급을 하더니, 어떻게 그 존재와 가까워질 수 있었는지에 대해 알 수 없겠지만, 실로 대단해 보였다고 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었다.
  "혹시 자네의 인맥 중에는 신' 이라 칭해지는 또 다른 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야." 그러자 나는 바로 그를 향해 잠시 고개를 돌리고서 그런 그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하였다. 그 이후, 내가 문의 바로 앞에 도달했을 무렵, 스카즈가 이전에 비해 더욱 진지하게 목소리를 내어 나에게 물었다.
  "이 주문으로 정말 문을 열 수 있었으면 좋겠군."
  그리고서 내가 문의 바로 앞에 이르렀을 때, 우측 뒤쪽에서 나를 따라 움직여 오던 스카즈가 나의 우측 근처를 지나쳐서 문의 바로 앞에 이르렀다.
  이 당시, 나는 문 앞에서 주문을 외는 것만으로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만, 실제로는 그러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문 앞에 이르자마자 스카즈는 그 문 바로 앞에 두 손바닥이 문을 향하도록 두 팔을 내밀었다. 소르나는 나에게 그에 대해서는 알린 바 없었음은 원래 그 조언은 스카즈를 비롯한 붉은 바위의 산에 거주하는 난쟁이 족이 그 대상이었고, 난쟁이 족인 스카즈에게 고대의 지식이 있으리라 여기며 굳이 스카즈에게 그에 대해 알리려 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문을 밀어내는 듯이 두 손의 손바닥이 문을 향하도록 하고서, 난쟁이 족 전사인 스카즈는 이전에 내가 알린 바대로, 조용히 주문의 영창을 행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 역시 뒤쪽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그가 주문을 어떻게 영창하기 있는지를 보려 하였으며, 꽤 정확하게 발음을 하고 있어서 발음으로 인해 주문 영창이 틀리게 되는 경우는 다행히도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임이 분명했다.
  "...... 에세르 에네슈라마."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카즈가 주문의 마지막 어구를 말하는 것과 동시에 문에 돋을 새김된 형상의 테두리가 하얗게 빛을 발하기 시작하더니, 그 빛의 사라짐과 때를 같이하여 천천히 그 바위 문이 양 옆으로 밀려나는 듯이 열리면서 그 너머의 공간이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스카즈는 문이 열릴 때까지 올리고 있던 두 손을 내리고서 문 너머의 넓은 공간을 직시하고 있었다.
  "이제 안으로 들어서면 되겠군, 먼저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마."
  그리고서 스카즈는 바로 왼팔에 끼고 있는 방패가 앞을 향하도록 하면서 그 넓은 공간 안쪽으로 들어서려 하고, 이어서 내가 그런 그의 뒤를 따라 현관에 해당되는 붉은 방 안으로 들어섰다. 나도 그렇고, 스카즈 역시 신전 내부는 처음 들어가는 만큼, 그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통해 광산에서 갑작스레 일어난 모든 사건의 근원에 대해 알 수 있게 될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었던 모양. 그렇게 일행이 문 너머로 들어서는 동안, 다시 팔찌의 장치가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소르나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다.

  방금 전에 스카즈 경께서 영창하신 고대 주문은 이러한 뜻을 가지고 있어요 : '이 문을 열게 하소서, 이 성소에 위대한 노래가 울려퍼지도록 하소서, 위대한 선조들이시여'. 수호자인 '신들' 에게 그들에게 바쳐진 신전의 개방을 허할 것을 요청하는 의미를 갖고 있지요. 다만, 실제로는 신들의 힘이 관여하는 것이 아닌, 신들에게 바쳐진 신전의 무단 출입 방지를 위해 문에 걸린 마법에 의해 문이 열리고 닫힐 수 있는 것이었어요.
  신전을 관리하는 자들, 즉 '신관' 의 전통이 단절되면서 신전은 오랫동안 폐쇄된 채로 방치되고 있었을 것이며, 신전 내부에 자리잡고 있었을 경비를 위한 모든 시설들 역시 영원히 침묵에 잠긴 것도 이제 오래 전의 일이 되었지요.
  여러분께서 지나가셨을 이 문은 신전의 정문으로서 신관 그리고 신도들이 정식으로 신전에 출입하기 위해 이용하였던 곳으로서, 신관들과 수도사들, 그리고 독실한 신심을 가졌던 신도들은 정문의 현관과 긴 회랑을 거쳐 가면서 '붉은 바위의 신들' 을 향한 그들의 신앙심과 그들의 인격을 연마하고는 했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곳이든 위험한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있었습니다, 이 신전도 예외는 아니었지요. 동굴 내부에서 일어났던 고대 병기의 습격 이후로 난쟁이 족 사람들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신전에 비상 통로와 비상 출입문 역할을 하는 문으로서 신전의 후문을 마련하고 신전 각지에 외부로부터의 침입자를 막기 위한 시설들을 마련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나는 길게 이어져가는 복도의 길을 걸으며 벽면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보석처럼 보이는 가공된 붉은 결정이 박힌 지팡이처럼 생긴 기둥들의 모습을 한 번씩 보고 있었다. 이 기둥들이 방어 시설의 역할을 해 왔었던 모양. 하지만 난쟁이 족 사람들의 출입이 끊기면서 관리가 되지 않았을 것이고, 이들 모두 더 이상 작동하거나 하지는 않고 있었다. 스카즈 역시 이들이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그 기둥의 몸체와 그 끝에 박힌 붉은 결정을 한 번씩 만지면서 바로 알아차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군, 이 기둥들은 기계 장치의 일종으로 보이는구나, 후대에 경비를 위해 만들어졌을 터. 기계 장치인 만큼, 지속적인 보수와 관리가 필요했겠지만, 애당초 출입 자체가 되지 않았을 터인데, 어찌 관리가 이루어지고, 어찌 성능 유지가 되었겠나, 이렇게 고장난 채로 방치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는 동안 소르나의 목소리가 차분한 어조를 유지하면서 신전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가려 하고 있었다.

  난쟁이 족 사람들은 존재 의미를 상실한 신전의 정문을 굳게 닫고서, 주문을 통해 이 문을 봉인할 수 있었지만 그들은 절벽의 나무 다리길을 거치게 되는 후문은 주문을 통해 봉인할 수 없었기에 그저 닫아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신전의 정문을 완전히 봉인, 폐쇄하기 전에 난쟁이 족 사람들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난쟁이 족들은 신전의 후문을 향하는 그 모든 표지판을 없애버려 신전을 향하는 길목을 사람들이 알 수 없도록 하였지요. 그와 더불어 사람들은 신전의 후문과 이어진 동굴과 이어지는 다리를 끊고, 신전의 후문과 이어지는 동굴의 입구 역시 무너뜨리는 것으로써 막아버려 신전을 향하는 사람들의 교류 자체를 없애려 하였습니다.
  신전은 오래토록 난쟁이 족 사람들이 뜻하는 대로 폐쇄된 상태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대를 거치면서 고대 시대로부터 전승되어 온 이 '붉은 바위의 신들' 에 관한 신앙의 풍습은 지나간 역사의 흔적이 되었고, 신관의 언어를 비롯한 신전에 관한 모든 기억들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서 잊혀져 갔지요, 신관의 언어는 근래 들어 몇몇 사람들에 의해 발견되고 있기는 합니다만, 진귀한 지식을 탐구하는 이들의 취미 활동에 의해 연구되고 있을 따름이지요.

  "소르나는 그 진귀한 것을 탐구하는 유희에 빠진 자들을 통해 그 언어를 알게 된 건가, 그렇다면?"
  하지만 이 물음에 소르나는 어떠한 답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혹시나 싶은 생각에 주변 일대를 몇 번씩 둘러보기도 하였으나,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 기계 생명체들의 출입은 없었다. 소르나의 전언에 의하면 붉은 바위의 신전은 '신의 힘' 이 남아있는 동안에는 고대의 문명에서 비롯된 기계 생명체들의 출입이 가능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신의 힘' 이 사라진 이 시점에서는 그 수호의 힘은 남아있지 않다고.
  "그렇다면 모종의 이유로 인해 이 신전으로 기계 생명체들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라고 말할 수 있겠구만요."
  이에 스카즈가 바로 소르나의 목소리를 향해 물음을 건네었고, 이어서 소르나로부터 그렇다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이어 소르나는 스카즈에게 예언이 하나 있지 않았느냐고 묻고서, 그 예언에 대한 언급을 그에게 건네려 하였다.


  "그렇소이다, 오래 전에 어떤 사람으로부터 들은 예언이었지요, 당시에는 모두 헛소리로 간주했을 것이오."
  이에 스카즈는 바로 그렇다고 답을 하고서 바로 심상치 않다는 생각을 드러내는 듯한 목소리를 조용히 내면서 바로 소르나에게 이렇게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그 예언이 결국 사실이었던 것이로군요."
  그리고서 그는 소르나에게 어둠의 기운이 신전에 깃든 것에 대해 '신들' 이 어둠에 물들게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음을 밝히고서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 짐작하는 바가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소르나에게 건네려 하였다.
  "자네, 그 수호신들이 어떻게 어둠에 물들 수 있다는 것이지, 신전은 봉쇄되었고, 어떤 어둠의 힘을 가진 자들도 이 신전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을 텐데."
  "그러할만한 사람이 있기는 있어요."
  그러자 소르나는 바로 어둠의 힘을 가진 이로서, 신전에 관심이 있는 이가 있다면 있음을 밝히고서 그가 누구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스카즈 그리고 나에게 이어가려 하였다.

  아마 아르사나 씨라면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해요, 아르사나 씨의 고향인 '감빛 지대' 에 위치한 호수 일대는 먼 옛날, '엘베' 라 칭해진 아르데이스 인들이 거주해 온 적이 있지요, 이들은 강한 힘과 생존력을 얻을 수 있다며, 각자의 몸에 '감빛의 기운' 을 받아들였고, 그로 인해 그 심성이 점차 타락해 가고 말았던 거예요.
  그 중에서 수장이라 칭할 수 있을 법한 인물인 '율리아노 파르사가노' 는 감빛의 기운에 중독되어 지나치게 많은 기운을 흡수했던 탓에 타락하여 '포헤 느와흐(Foret Noire)' 라 칭해지는 자가 되고 말았었습니다. 한 시절에는 아르데이스 성계에서 '나트샤(Nat-Sha)' 등과 더불어 아르데이스 성계의 엘베 인 3 대 마법사 중 한 명이었던 만큼, 마력을 이용해 세계 전역을 관찰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붉은 바위의 신전과 신전에 잠든 '신' 이라 칭해지는 존재들의 힘 역시 바로 인지할 수 있었겠지요.

  "그 지식을 이용해 신전에 대해 알게 되고, 그러면서 신전의 후문을 이용해 신전으로 누군가가 진입해 들어갈 수 있도록 하여 이를 이용해 신전의 신들을 타락시켰다고 말할 수 있겠네, 그렇지 않을까."
  "거의 정확하게 맞는 말씀을 하셨어요."
  혹시나 싶은 심정으로 건네는 물음에 대한 답은 이러하였다, 타락을 거치면서 그로 인해 어둠의 기운에 빠진 신들이 고대의 병기를 불러오는 재앙의 힘을 동굴 곳곳에 퍼뜨렸으리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 어둠의 기운이 예언에서 언급한 대로, 타락한 신의 힘이 기계 생명체들을 깨워 그들이 재앙을 일으키도록 하였을 것이고...... 우리는 이 곳에서 타락한 '붉은 바위의 신', 그 모습과 대면하게 되겠군, 그렇지 않나."
  이에 소르나의 목소리는 바로 그러하다는 답을 그에게 건네고 있었다. 그리고서 싸움을 피할 수는 없을 테니, 그에 대한 만반의 대비를 해 줄 것을 목소리가 당부하는 것으로써 소르나와의 연락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러는 동안 일행은 어느새 그 기나긴 회랑을 거쳐 한 가운데에 제단이 자리잡은 붉은 벽돌로 둘러싸인 거대한 방 안에 이르고 있었다. 하나의 작은 구역과도 같은 곳으로서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가장자리의 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방의 제단 주변의 4 방향을 따라 기둥들이 나란히 위치하고 있었으며, 각 기둥의 꼭대기에는 붉은 바위를 조각해 만들었을 사람의 형상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고대의 관념에 의해 묘사되었을 그 나신상들에 둘러싸인 단 위에는 붉은 결정으로 만들어졌을 작은 지팡이처럼 생긴 물건 하나가 연기에 감싸인 채 공중에 떠 있으면서 빛을 내고 있었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그 물건을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여기며 단으로 다가가서 그 물건을 왼손으로 잡아 들었다. 그리고서 그 열쇠를 들고서 바로 회랑과 연결된 문 건너편의 끝을 향해 나아가려 하였다. 그 끝에 무언가 자리잡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그 작은 물건에 의해 열리는 문이 그 너머에 위치하고 있을 것이다, 그 곳으로 가며 생각했다.
  회랑과 이어진 문의 바로 앞쪽 건너편에는 문이 위치하고 있기는 했으나, 그 문은 열려 있었으며, 그 문 너머로는 동굴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동굴의 끝에는 정문과 비슷하게 생긴 바위문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그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는 증언과 달리 열려 있었다, 그것도 '아주 열려 있었다', 즉 부서졌다는 것.
  "포헤 느와흐 혹은 그 수하가 이 문을 통해 이 곳으로 들어온 모양이네."
  "그러하겠구나, 이 문을 감히 열어제낄 녀석들은 누구인지는 몰라도, 좋은 목적을 가지고 들어왔을 리는 없겠지."
  스카즈는 포헤 느와흐가 누구인지 바로 알지는 못했다. 다만, 그 문을 부수면서 신전 안으로 들어오는 것에 대해 결코 좋은 목적을 가지고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하고는 있었던 모양.
  그 문 너머는 동굴과 이어지고 있었으니, 더 나아갈 필요는 없다고 여기었던 나와 스카즈 모두 돌아섰다. 신전의 본당을 향하는 방향은 회랑을 지나온 방향을 기준으로 우측에 있었다.
  L 을 뒤집은 듯한 길목을 지나, 또 하나의 공간에 이르렀다. 이 공간 중앙의 '신들' 의 모습을 형상화했을 흉상들이 놓인 기둥들로 둘러싸인 길의 끝 바로 뒤쪽에는 거대한 사람의 형상을 묘사한 것처럼 보이는 붉은 바위 조각상들이 나란히 위치하고 있으며, 그 바로 앞에 단이 놓여 있어서 기둥이나 출입문 양 옆의 고대 문자들을 읽지 못하더라도 이를 통해 이 곳이 신전의 본당으로 칭해지는 곳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본당의 신상들 사이에는 문이 하나 자리잡고 있었으며, 이 문은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손에 들고 있던 그 작은 결정체를 열쇠 삼아 열 수 있는 유형의 문이었던 모양.
  "이 곳이 바로 본당인 모양이로구나, 옛 전설에 의하면 신관들은 이 곳에서 '신들' 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는 하였다지."
  그리고서 그는 자신이 그 동안 손에 들고 있던 총포를 허리띠에 걸치고서 등에 짊어지고 있던 기관포를 다시 두 손으로 들었다. 이후, 그는 이전에 비해 훨씬 비장해진 목소리를 내며,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한 각오를 드러내는 말을 우측에서 그와 동행하고 있던 나에게 건네려 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마도 이 곳에서 신들 중 한 명이라도 어떻게든 실체를 드러낼 게다, 싸우게 된다면 자네도 미리 준비해 두게, 우리 난쟁이 족들이 두려워 할 정도의 힘을 가진 존재일 테니."
  "형씨, 아직은 아닐 거야, 저 너머에 있는 문 너머가 바로 그 곳일 거야."
  그러자 나는 바로 그러하지 않다고 답변을 한 이후에 내가 문으로 먼저 다가가서 열쇠로 문을 열 테니, 그 때 앞장서서 나아가 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 때, 스카즈가 아직은 포를 들지 않아도 되지 않겠느냐고 물었고, 이에 나는 그래도 들라고 말하고서 곧바로 그 답을 하는 이유에 대한 언급을 하였다.
  "이왕 들었으면 긴장하고, 앞일에 대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지 않겠어."
  "너무하는구만, 형제. 이 무거운 물건을 계속 들라니......!"
  그러자 스카즈는 바로 나에게 너무한다는 말을 건네었다, 아직 싸울 일도 없는데, 계속 무거운 무기를 들게 만드는 것에 대한 심기 불편을 느꼈던 모양. 이러한 그의 반응에 나는 그저 피식 웃어 넘기기만 할 뿐, 더 이상 반응하지 않으며 열쇠를 들며 제단과 신상들 사이의 공간으로 나아가 그 문의 잠금을 '열쇠' 를 통해 풀려 하였다. 과연 '열쇠' 는 잠금 구멍에 잘 맞았고, 그로 인해 문이 열리며 그 건너편의 어두운 공간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 곳이 '신들' 이 실체를 드러냈을 그 공간일 거야, 이 공간에 나타난 '신들' 의 목소리가 본당을 통해 울려 퍼졌겠지."
  그리고서 나는 열린 문 너머를 스카즈에게 보이려 하면서 그 문 너머로 먼저 나아가 줄 것을 당부하였고, 이에 스카즈는 바로 알았다고 화답을 한 이후에 곧바로 그 문 너머의 어두운 공간으로 나아가려 하였다. 그 문 너머의 어두운 공간은 붉은 바위로 이루어진 절벽길이 위치하고 있었으며, 그 끝에는 자그마한 산처럼 보이는 거대한 붉은 바위가 내려다보는 하나의 넓은 공간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 공간의 한 가운데에는 어쩌면 자리잡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어야 할 물체 하나가 자리잡고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어둠의 마력' 을 상징하는 감빛의 구체였다.
  '이것은 감빛의 구체...... 역시 포헤 느와흐에 의한 일이었던가.'
  그 현상에 대해 한 마디 말해 보자면, 나는 그 감빛의 구체를 붉은 바위 표면에서 떼어낼 수 있다면, 일련의 사건은 어떻게든 정리될 수 있으리라 믿고 있었다, 그 감빛 구체에 의해 '신들' 이 동화되었을 붉은 바위가 오염되고 있었을 것이며, 이를 떼어낸 이후에 빛의 기운으로 그 오염을 정화할 수 있다면 '신들' 의 폭주 역시 더 이상 없으리라 믿고 있었던 것. 그러면서 내가 앞장서서 작은 산이 보이는 공간의 한 가운데에 자리잡은 검은 구체를 떼어내기 위해 빛의 기운이 검의 형상으로 변화하도록 하면서 그 검을 오른손에 쥐고 공간과 문을 잇는 돌다리를 뛰면서 건너가려 하였다, 난간이 없는 좁은 길이었으나, 빨리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그에 대한 두려움을 잊게 해 주었다.
  "아르사나! 같이 가야 하지 않겠나!?"
  그러는 그 때, 스카즈가 자신도 같이 가야 한다고 외치면서 그런 나를 따라 나섰다. 그러는 그 때, 갑자기 예기치 못한 지진이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그와 동시에 돌로 이루어진 외길 다리가 나의 눈앞에서 붕괴되기 시작하였다, 막 그 공간의 가까운 근방에 이르렀을 무렵이었다.
  '이제 거의 다 왔는데......!' 조금만 더 뛰면 검은 구체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믿었기에 그 다리의 붕괴는 나에게 있어서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붕괴되면서 몇 조각으로 구분되며 끊어진 그 다리 조각들은 각각이 하나의 작은 비행접시가 된 마냥 떠돌기 시작하고 있었다. 나는 그 중에서 공간과 가까운 쪽의 바위 조각 위에 머무르고 있었으며, 그 바위 조각이 그야말로 어떤 힘이 가해진 접시 같이 격렬히 흔들리는 탓에 중심을 잃고 주저 앉고 말았다.
  한편, 뒤쪽의 스카즈 역시 포대를 거치대에 고정시키고서 포대의 포구들이 바위 덩어리를 향하도록 하면서 나에게 무사 여부를 물었고, 이에 나는 일단은 무사하니 그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 없음을 밝혔다. 이후로 무슨 이유 때문인지 나와 스카즈가 머무르는 바위들은 공중에 떠 있으면서 무언가의 기운에 의해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게 되기도 했다.
  아직도 진동은 이어지고 있었다, 내가 앉은 바위는 한 동안 심하게 흔들려 그로 인해 두 팔과 두 다리까지 들여가며 흔들림을 견뎌야 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공중에 떠오른 바위들은 그 흔들림이 진정되었고, 그래서 간신히 몸을 일으키며 빛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검을 다시 바로 잡을 수 있었다.
  그 진동으로 인해 길에서 분리된 두 사람이 머무르는 바위는 천천히 움직이면서 다리가 끊어지면서 이전까지의 통로와 분리된 붉은 바위 공간 일대를 맴돌고 있었다. 이들 뿐만이 아니라 다리에서 분리된 크고 작은 바위 조각들이 공중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나와 스카즈가 자리잡은 바위들과 마찬가지로 공중을 떠돌고 있었다, 궤도를 잃고 우주를 유영하는 소행성 무리들과도 같이. 그 바위들이 떠도는 모습을 보며 직감한 바가 있었으니, 내 주변 일대를 떠도는 그 바위들을 이용해 위험을 피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공간에서 잇달아 일어나는 진동으로 인해 검은 구체가 자리잡은 공간 역시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해, 그 거대한 바위 덩어리가 변형을 일으키기 시작해, 그로 인해 공간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던 검은 구체가 변형되어 가는 바위에 의해 삼켜지는 듯한 모습이 눈앞에 들어왔다.
  "아르사나! 지금 저 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 검은 구슬이 바위에 흡수되었어!"
  "그 힘을 받아들이려 하고 있는 거야, 저 바위 덩어리가."
  이에 나는 마치 점토 반죽이 움직이는 듯이 변형을 이어가는 그 바위 덩어리의 모습을 한 동안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바위 덩어리는 크게 변형을 일으키며 점차 사람과 닮은 형태로 변해가려 하는 듯이, 두 팔을 동시에 생성하려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여러 다발의 촉수가 생성되는 것처럼 보였으나, 점차 그 형상이 한 다발씩 묶이면서 그 묶음이 하나씩 거대한 팔과 손의 모습을 형성해 갔다. 이윽고, 목이 자리잡은 부분에서부터 거대한 덩어리가 솟아오르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그 덩어리는 스스로 외형이 다듬어지며 하나의 모습을 만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진동이 그쳤을 때, 드러난 모습, 그 모습은 다름 아닌 하나의 거대한 인간형 형상의 상반신이었다. 건장하다 못해, 위협적이기도 한 그 붉은 바위 거인의 두 눈은 움푹 패여 있는 그 모습은 아직까지는 사악한 인상을 주거나 하지는 않고 있었다. 다만, 한 번씩 그 거인에게서부터 음험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고, 그 소리는 나를 놀래키거나 하지는 않고 있었으나, 그 소리를 가까이에서 들었을 나에게는 꽤 위협적인 느낌을 전해주고 있었다.
  "그렇군, 이 거인이 바로 바위 민족의 후손이자, 산에 남아 산과 동화된 '신들' 중 한 명의 모습일 터이다!"
  거인의 상반신과도 같은 또 다른 지형의 실체가 드러난 그 때, 왼편에 자리잡고 있던 스카즈가 그 모습을 두고 '신들' 중 한 명의 모습임을 밝히고서 감빛의 힘에 의해 타락하여 사악한 모습을 자주 드러내게 될 것이니, 그에 대해서는 일단 각오해 두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충고하는 식으로 말을 건네려 하였다.
  신이 잠들어 있었을 그 공간과 신전의 본관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다리가 무너지고, 그 일부분이 된 구역에 서 있게 된 이래로 나는 흔들거리며 떠 있는 그 바위 조각 위에 서 있으면서 과거에는 '신들' 이라 칭해졌을 난쟁이 족의 친척인 어느 하나의 존재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마치 피가 새어나오는 듯이 붉은 빛을 발하는 액체가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이는 그 거인은 핏빛을 띠는 눈을 번뜩이며 자신의 후손이었을 난쟁이 족 전사의 모습과 나의 모습을 교대로 노려보다가 바로 앞에 총기를 들고 서 있는 전사, 스카즈의 모습에 눈길을 두려 하였다.
  거인은 스카즈를 자신의 주적으로 삼고 있었던 모양으로 신전을 거쳐 자신의 처소에 난입한 중심 인물을 강력한 장비를 갖추고 자신의 바로 앞에 이른 스카즈로 여기고 있었던 모양. 그래서 적어도 나는 스카즈보다는 조금은 더 안전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고 여기어도 무방했다.
  하지만 이는 난쟁이 족 그리고 거인의 인연 때문은 아닐 것임이 분명했으니, 나의 모습을 보았을 때, 그는 나의 모습을 보며 무언가 느낀 바가 있었음이 그 이유였을 것이다, 아마도 내가 몸에 지니고 있던, 어머니로부터 이어받았을 그 '감빛의 기운' 을 느끼면서 자신의 피가 된 '감빛의 기운' 과 동질감 비스무리한 것을 느꼈을 것이라는 의미.
  상반신만 보이는 그 거인-아마도 상반신만 구현되었을 것이다-은 스카즈를 노려보며 그를 향해 오른손을 뻗고, 그와 동시에 괴성을 내지르며, 피를 뿜어내는 듯해 보이는 양 어깨 부분에서부터 붉은 결정을 생성해서 그 결정들을 스카즈를 향해 흩뿌리려 하였다. 그러자 스카즈는 고정시킨 포대에서부터 포탄들을 잇달아 발사하며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모든 붉은 결정들을 그 포탄으로써 파괴시키려 하고 있었다.
  "아르사나, 어서 이 자를 공격하게, 이 녀석이 나에게 시선을 두고 있는 동안!"
  대답 없이 나는 바로 우측에 보이는 그 붉은 바위 거인을 향해 빛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구체에서부터 빛 줄기들이 방출되어 이 빛 줄기들이 거인의 표피를 궤뚫도록 하고 있었다.
  감빛의 기운에 물든 그 몸체는 하얗게 빛나는 광선 무리가 그 표피를 궤뚫으면서 그로 인해 고통을 조금씩 느끼는 듯해 보였다, 마치 바늘이 몸에 찌르는 듯한 고통이 느껴지고 있었던 모양으로 빛 줄기들이 몸에 닿을 때마다 한 번씩 내가 위치한 곳으로 눈길을 두고는 했다.
  그러는 동안 결정들을 모두 막아내고, 남은 포탄으로 스카즈가 거인의 흉부에 포격을 가하는 것으로써 반격을 꾀하려 하였고, 이에 피해를 입었는지 알 수도 없어 보였던 그 거인은 곧바로 그를 향해 함성을 내지르면서 자신의 오른팔을 그를 향해 내밀려 하였다, 그 주먹으로 스카즈와 함께 발판으로 삼고 있는 바위까지 부수려 하였던 것. 그는 내 예상보다 더욱 빠르게 주먹으로 내리치려 하였고, 바위 발판은 그 주먹 일격에 마치 토암이 부서지는 듯이 으깨어지는 광경이 그 이후로 보였다.
  스카즈는 몸이 부서지는 것을 피해 뛰어내렸지만 그 아래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나는 경악을 금치 못하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더 이상 신경을 쓰거나 할 수는 없었으니, 그 이후로 거인은 자신에게 고통을 가하였던 나를 공격 대상으로 삼기 시작하고, 그런 나를 향해 괴물의 포효 소리를 내며, 잇달아 포격을 가하는 듯이 공격을 가하고 있었음이 그 이유였다.
  처음에는 붉은 결정으로 이루어진 바위들이 나를 향해 날아왔으며, 이들은 발판 위에서는 피할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빛으로 바로 격추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그 바위 덩어리를 뛰어넘으면서 피했고, 그 이후로 다시 내가 발판 삼았던 그 바위 덩어리에 착지하는 식으로 이 공세를 피해 지나가려 하였다.
  그 이후로 거인은 결정 덩어리를 잇달아 몸에서부터 연사를 가해 나에게 위협을 가하였고, 격추를 거듭하다가 결국에는 인접한 바위 덩어리 위에 올라서서 피하기를 반복하고 그러면서 내가 손에 들고 있는 그 구체를 통해 빛 줄기들을 잇달아 발사하면서 그 빛 줄기들이 그 몸체의 표피를 찌르고 베기를 이어가도록 하였다.
  그러다가 그 고통으로 인해 몸이 굳었을 때, 그 당시에 그의 몸 뒤쪽에 머무르고 있던 나는 등쪽에서 빛 줄기와 하얀 화염을 잇달아 발사하면서 그 충격으로 인해 등에 상처가 나도록 하였고, 그 상처가 벌어지면서 바위 덩어리가 그 거대한 몸체의 바로 앞에 이르자마자 나는 손에 들고 있던 하얀 빛의 기운이 검의 형상으로 변화하도록 하고서, 곧바로 그 몸체에 생겨난 그 벌어진 상처를 향해 뛰어들어 그 상처를 칼날로 계속 찌르려 하였다, 그 상처가 난 부분을 집중적으로 찔러 그 빛의 기운에 의한 피해를 내기 위한 일이었다. 그러는 동안 거인으로부터 고통스러워 하는 듯한 괴성이 울려퍼지며 동굴의 공기까지 격렬히 진동시키고 있었다.
  그러는 그 때, 그 거대한 등의 상처가 난 그 주변 부분에서부터 마치 손가락과 손톱처럼 결정 덩어리가 일어나기 시작하였고, 이윽고 그 결정 덩어리들이 나를 덮치려 할 즈음, 나는 이들 중 위쪽 왼편의 결정 덩어리를 향해 뛰어들어 두 팔을 뻗어 그 결정 덩어리를 두 손으로 잡아 매달리려 하였다.
  이 때, 나는 그 결정 덩어리가 날카로울 것이라 예상하고서 감빛의 기운을 깨우고, 그 이후에 검의 형상을 이루던 기운이 나의 두 손을 감싸도록 하였다, 이 기운이 날카로운 결정 덩어리로부터 두 손을 지켜주어, 이를 통해 두 손이 상처입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이후, 나는 매달린 채 한 바퀴 돌면서 그 결정 덩어리 위에 올라섰다가 바로 그 왼쪽 어깨 위에 이르렀다. 그리고 나를 노려보는 그 머리를 향해 달려들면서 양 손의 각 손가락에서부터 칼날이 생성되도록 한 후에 그 칼날들로 잇달아 그 눈을 찌르고 베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그 때, 그 사악하게 눈을 번뜩이는 얼굴 쪽에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엄하도다! 인간으로서 감히 신의 위엄에 도전하려 들다니!"
  "이 산 속의 세상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는 자가 그 책임을 저버리고, 기계 병기들을 이용해 사람들을 해하고 죽음에 이르게 하기도 하는데, 이 산에서 신으로 모셔지는 존재라고 해서 당신을 가만히 보고만 있어야 한단 말인가요?"
  목소리가 들리는 동안 나는 공격을 멈추지 않고, 표면의 감빛의 기운을 폭파시키는 공격을 통해 그 머리에 타격을 주려 하면서 그 목소리에 대한 반박을 하였다. 말을 해도 소용 없을 줄은 이미 알고 있었다, 감빛의 기운에 의해 그는 이미 영혼이 더럽혀지고, 그로 인해 이성마저 상실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할 수 있는 말은 신에게 도전하느냐는 말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을 터. 하지만 그런 그에게 기죽지 않고 있음을 그에게 보여주기 위해 이런 식으로 반박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는 그 때, 몸이 흔들리면서 그 충격으로 인해 낙하하게 되었으나, 다행히도 그 인근의 상공에 붉은 바위가 떠 있어서 그 바위에 낙하해 간신히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다.
  '스카즈 형씨도 그렇게 살아있으면 좋으련만.'
  그 순간에도 가만히 있거나 할 수는 없었던 것이, 거인이 내가 위치한 그 방향으로 손바닥을 올리니, 그 손바닥에서부터 결정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하고, 이를 다급히 피해 더 좁은 바위를 향해 도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동안 내가 서 있던 발판은 결정들이 잇달아 박히면서 표면 하나가 결정밭이 되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던 것이, 그 다음으로 거인은 내가 서 있는 바위의 표면을 향해 두 눈에서부터 광선을 뿜어내었고, 이 핏빛 광선을 좁은 공간에서는 피할 수 없어 다시 다른 바위 위에 도약하려 하였다. 이전의 그 바위는 붉은 광선이 생성하는 장막에 의해 붉게 물들면서 그 열이 공기와 마찰할 때의 그 소리를 내었다. 저 바닥에 계속 머무르고 있었다가는 화상을 입어가며 죽었을지도 모른다.
  이후에는 흉부를 개방해서는 그 흉부에서부터 바위 덩어리들을 쏟아내기 시작하였다. 큰 덩어리들도 많았고, 이들 중에는 올라탈 수 있는 것들도 있어서 그 바위들을 올라타 가며, 다시 거인의 눈높이 부근, 그리고 이보다 더 높은 지점에 이르면서 거인의 머리 위로 뛰어내릴 준비를 하였다. 바위들은 빠른 속도로 거인에게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날아가려 하였기에 거인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빨리 행동을 취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바로 거인의 머리가 보이는 방향을 향해 뛰어내렸다, 우선 머리를 부수는 것으로써 앞을 보지 못하게 하여 거인이 특정한 대상을 바라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일이었다.
  허공을 향해 뛰어내리게 될 줄 알았으나, 거인이 무언가를 발견한 듯이 오른팔을 앞으로 뻗으면서 그 팔꿈치 부근에 착지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팔꿈치를 따라 움직이며 다시 거인의 오른 어깨에 다다를 수 있었다.
  "네놈이 감히!"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신경쓰지 않고, 감빛의 기운을 통해 손끝마다 하나씩 칼날이 생성되도록 하고서 그 칼날들로 잇달아 나를 바라보기 시작한 그 바위 머리를 베기 시작하였다. 고통에 찬 목소리가 칼날로 얼굴이 베일 때마다 동굴 내부에 잇달아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 바위 조각들이 머리에서부터 떨어지고 있었으며, 이로 인해 머리의 형상이 점차 부서져 가고 있음이 확실히 눈에 띄었다.
  어깨가 다시 흔들리면서 미끄러 떨어지게 되었지만 흉부에서 토해낸 바위들이 여전히 공중에 떠 있었기에 이에 착지할 수 있었다. 그 이후, 다시 하얀 빛의 기운을 깨우려 할 즈음, 그 동안의 바위 덩어리 분출을 위해 개방되었을 흉부가 완전히 닫히는 모습을 보자마자 그 바위 거인의 오른손이 바위 위에 올라탄 나를 덮치려 하였고, 이에 나는 뒤로 공중제비를 돌며 근방의 바위에 도달하려 하였다, 다행히도 나의 발끝에 바위가 닿았고, 운 좋게 나는 또 위험을 모면할 수 있었다.
  핏빛을 띠는 눈을 번뜩이며 바위 거인은 자신의 손바닥을 내 머리 위로 올리더니 그 손바닥에서부터 바위 덩어리들을 쏟아내기 시작하였고, 그 공세에 나는 다시 내가 서 있던 곳에서 바위 덩어리들 중 하나로 도약, 그 이후로 바위 덩어리들을 도약을 통해 오가기를 반복하면서 거인의 손바닥 위로 오르려 하였다. 그리고 당황한 거인이 자신의 오른손을 다시 물리려 할 즈음에 바위 덩어리로부터 안전해진 그 바위 발판에 다시 착지할 수 있었다.
  그 이후로 나는 이번에는 흉부를 노리기로 하면서 그 흉부를 향해 광선의 발사를 이어가며 타격을 가하려 하였다, 등 부분에 타격을 가할 때처럼 표피에 상처를 입혀서 그로 인해 생성된 붉은 결정을 통해 바위 거인의 머리 위로 올라갈 생각이었다. 과연 바위 거인은 상처를 입고, 그 아픔을 느끼며 흉부에서부터 붉은 결정들을 생성하였고, 그 결정의 생성이 이어지자마자 바로 그 결정들을 타고 오르며 거인의 머리에 도달하려 하였다.
  그 몸체에서부터 발사되는 붉은 바위 조각들을 피해가면서 생성 후 방출되는 붉은 결정들을 건너 뛰어가며 바위 위에 이르자마자 나는 다시 감빛의 기운을 깨우면서 마지막 결정에서부터 도약을 개시, 그 거인의 목덜미를 두 손으로 붙잡았다. 그리고 그 거인의 몸체 위로 기어서 오르자마자 나를 바라보려 하는 그 얼굴을 손가락마다 생성된 감빛 칼날로 베어내려 하였다. 칼날이 가하는 피해가 이어지면서 그 머리는 점차 본래의 형상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두 눈은 나를 증오하는 듯이 격렬히 번뜩였으며, 몸체의 흔들림도 이전에 비해 더욱 격렬해지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흔들림이 있을 때마다 뛰어오르면서 잠시 위험을 모면하기도 하고, 매달렸다가 다시 올라오기도 하면서 계속 버티어낼 수 있었다. 부서져 가는 머리의 형상을 보며 나는 이번에서 끝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고, 이전보다 더욱 격렬히 공격을 이어가려 하였다.
  충분히 피해를 가했다고 생각할 시점에서 오른손의 칼날로 찌르기 일격을 가했을 때, 그 일격이 바로 머리를 관통하였고, 그로 인해 한 차례 폭음과 함께 그 바위 거인의 머리가 산산조각이 나며 부서지는 모습이 보였다. 그 이후 거인에게서부터 격통의 외침이 울려 퍼지고, 그와 동시에 갑작스레 지진과도 같은 격렬한 몸부림이 일어나면서 그로 인해 나는 그 거인에게서 떨어지게 되었다.
  떨어진 이후, 나는 근방의 바위 위에 떨어졌고, 등에 몸이 격렬히 부딪치면서 그로 인해 격통을 느끼며 간신히 일어나야만 했다. 하지만 아픔을 느낄 여유도 없었던 것이 내가 이르게 된 그 떠도는 바위를 향해 머리를 잃은 바위 거인의 흉부에서부터 바위 공격이 이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머리를 잃은 이후, 거인은 이를 대신할 작정으로 흉부를 개방, 심장에 해당될지도 모르는 그 붉은 결정을 노출하고, 그 붉은 결정이 빛을 발할 때마다 붉은 돌 혹은 붉은 결정으로 이루어진 바위 덩어리를 분출하며 나를 위협해 갔고, 그 때마다 이 바위 덩어리들을 피해가며 광선으로 집중 타격을 시도, 그 광선이 잇달아 붉은 결정을 향해 날아가 그 표면에 박히도록 하는 것으로써 맞서 나아가려 하였다. 머리를 부수는 것으로써 그 시야를 없애려 한 것이었으나, 급소인 흉부 안쪽의 노출이라는 의외의 성과가 다가온 셈. 물론 거세진 공세를 극복할 수는 있어야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흉부가 개방되고, 집중 타격이 이어지는 와중에 거인의 좌우측에서 감빛의 기운이 생성되더니 그 기운에서부터 기계 병기 및 금속 생명체들이 잇달아 튀어나와 이들을 격추시켜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기도 했다, 나타난 개체들은 소수가 아니었으며, 또 작은 무리 단위로 다가온 이들 중에는 포격을 가하는 이들도 있어서 꽤 격렬히 맞서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 무리를 격파한 이후에는 다시 흉부에서부터 공격을 가하고, 이러한 공방이 잇달아 이어지고 있었다.
  '이 거인은 신들 중 한 명이었고, 그 타락으로 인해 거인이 자신이 얻은 감빛의 기운으로 이 기계 병기들을 불러오며 난쟁이 족 사람들에게 재앙을 내리려 하였겠구나.'
  이 모습을 보며 나는 신들이 타락하고 그와 더불어 기계 병기들이 생성된다는 예언이 있었음을 상기하고서 그 예언대로 모든 일이 이루어졌음을 새삼스럽게나마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러면서 이외에 또 다른 타락한 신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그에 대한 대비를 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겠다고 앞 일에 대한 추측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바위 거인이 공격 방향을 전환해, 나의 좌측 근방을 향해 결정들을 잇달아 폭탄 투하를 하듯이 발사하려 하고 있었다. 그 방향을 잠시 살펴보니 절벽 아래로 떨어졌을 스카즈가 자신과 함께 떨어졌을 기관포를 돌바닥 위에 거치하고서 그 기관포를 발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방해를 저지하는 데에 전력을 기울이는 그 틈에 나는 광선을 잇달아 발사하며 그 결정의 표면을 깎아내다가 어느 정도 깎이고 그 내부가 노출되려 할 즈음에 그 기운이 검의 형상이 이루도록 할 준비를 하고서 바위가 움직여 그 거인의 흉부 근처로 접근할 때까지 기다리려 하였다, 물론 반드시 바위가 거인의 근처로 다가갈 것이라 장담은 하지 못했다.
  이 거인의 심장에 해당되고 있었을 거대한 붉은 결정의 내부는 결정의 색과 어울리지 않게 감빛을 띠고 있었다. 모종의 이유로 인해 이전에 보았던 것과 같은 감빛의 기운을 흡수하면서 거인은 신체의 특성에까지 그 기운의 영향을 받게 되었을 것임을 그 모습을 통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는 그 때, 거인의 심장에 도달할 수 있게 되어 바로 그 틈을 향해 뛰어 나아가려 하였고, 이어서 그 틈의 경계를 왼손으로 붙잡아 매달린 채로 빛의 기운을 검의 형상으로 변화시켜 이를 오른손으로 잡았다.
  '이 심장 이외에 또 다른 심장이 있거나 하지는 않겠지?'
  매달린 이후에 팔의 힘에 의지해 거인의 심장 부근에 이르면서 나는 하얀 빛으로 이루어진 그 칼날로 표면이 깨어지며 드러난 감빛의 기운을 칼날로 찌르려 하였다. 그 참격을 하면서 나는 문득 그 심장만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들었고, 그러면서 그에 관한 혼잣말을 하려 하였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탈출하려 하였으나, 벌어진 틈은 시간이 지나도 닫히거나 하지는 않았고, 닫히기도 전에 그 동안 누적된 피해의 여파로 인해 칼날에 찔린 기운이 폭주하면서 그로 인해 결정이 깨어진 이후에 그 여파로서 붉은 기운이 잇달아 폭주하는 듯이 분출하는 광경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감빛의 기운, 그 영향을 받아 위험한 물질이었겠지만 감빛 기운의 영향 하에 어느 정도 있었던지라 나에게는 아무렇지 않았다.
  가능한 빨리 탈출해서 근방의 바위 발판에 착지한 그 때, 뒤쪽에서부터 단말마에 가까운 괴성이 울려 퍼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그 거인이 위치한 방향으로 돌아서자마자 그런 나의 눈앞을 괴로워하는 거인의 몸부림치는 모습이 가득 채우려 하고 있었다.
  "아르사나, 잘 했어! 이제 녀석은 곧 끝장이 나게 될 것 아니겠나!"
  "아니, 아직." 그 때, 좌측 근방의 바위 위에 포를 거치하고 있으면서 나를 바라보며 스카즈가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이미 모든 것이 다 끝났다는 믿음이 그에게 있었음을 이를 통해 알 수 있었으나, 유감스럽게도 나의 생각은 그런 그의 믿음에 부응할 수 있을만한 것이 아니었다.
  "이후로 무언가 더 있을 가능성도 있어."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자네! 방금 전에 자네가 심장을 터뜨리지 않았나, 암만 신이라도 육신의 심장이 터진다면 그 육신은 유지될 수 없지 않나!?"
  "아니, 하나의 심장이 더 있을 것 같아, 이런 적에게는."
  하지만 나는 또 다른 심장이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을 거론하며 아직 단언하기는 이르다고 그의 물음에 대한 답을 하였다. 그러는 그 때, 괴로움에 몸부림치던 그 '신' 의 몸체를 구성하는 붉은 바위가 갈라지고 깨지기 시작하면서 그 틈으로 붉은 기운이 격렬히 분출되기 시작하더니, 폭발하는 듯한 기운의 분출과 단말마에 가까운 비명이 동굴 전체를 울리면서-그로 인해 천장의 바위 조각이 낙하하면서 동굴 일대가 크게 흔들렸다, 동굴 내부가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그 붉은 바위로 구성된 신체가 깨어지고 폭파되어 그 파편이 주변 일대에 흩날렸다가 낙하하며 사라져 갔다.
  "이 정도면 확실히 끝났다고 볼 수 있...... 아, 아니! 저것은...... 대체 뭔가!?"
  그 신체가 폭파되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는 도중에 스카즈로부터 경악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하지 않아도 거인의 신체를 구성하고 있었을 붉은 바위가 깨어지면서 드러나는 붉은 결정으로 이루어진 한 개체의 모습을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던 참에 그 목소리가 나의 심정을 제대로 대변해주고 있었던 것.
  거인은 그로 인해 육신이 완전히 파괴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또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써 자신의 건재함을, 그 동안 보인 바는 겉치레에 불과했음을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 앞에서 확실히 증명해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 육신의 모습은 더 이상 인간의 모습은 아니었으니, 부양을 하는 거대한 결정 덩어리의 좌우에 악마의 손-손바닥에 눈까지 달려 있었다-을 달고 있는 거대한 두 팔이 자리잡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을 따름, 그 결정 덩어리의 바로 앞에도 눈이 달려 있었으며, 그 눈은 방호막으로 보호되고 있었다.
  붉은 결정으로 이루어진 그 거대한 육신에는 핏줄과도 같이 검푸른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그 거대한 신의 육신을 검은 기운이 온전히 장악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을까, 흉부 안쪽에 검은 기운이 뭉친 것처럼 보이는 덩어리 하나가 자리잡고 있었으니, 그것이 거인의 또 다른 심장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우려했던 대로야, 이 심장이 있었기에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겠지.'

  체내에 흡수된 검은 기운을 온전히 드러내며 그는 이전보다 더욱 난폭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그에 따라 공격 빈도도 더 높아지고 공격 자체도 더욱 과격해졌다. 체내의 기운이 감빛으로 물들었을 결정체의 눈은 핏빛보다도 붉게 번뜩이며 광선을 분출해 자신을 적대하는 혹은 자신이 적대하는 이들이 서 있었을 곳을 붉은 화염으로 물들이고, 또 그 자리를 붉은 결정으로 채워가고 있었다. 또한 두 손바닥의 눈동자는 핏빛과도 같은 붉은 화염을 뿜어내기까지 했으니, 발사되는 광선을 피하는 동안 그것까지 고려를 할 필요가 있었다.
  "형씨! 이 고대의 신령들이 불을 뿜어낼 수도 있었어?"
  "그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도 없는 줄로 안다만."
  다급해하며 건네는 물음에 스카즈는 그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라는 식으로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그는 바위를 관장하고 바위에 관한 힘을 다루는 이가 어떻게 불을 뿜어낼 수 있겠느냐고 말한 이후에 이는 그 신이 자신의 몸 안으로 들였을 '감빛의 기운' 에 의해 영향을 받은 것임이 분명하다고 거인이 불을 뿜어내는 현상에 대한 언급을 이어갔다.
  감빛의 기운, 그 영향이 이전보다 더욱 심해져 간 영향인지, 이제 '신' 이라 칭해졌던 그 거인에게서는 그나마 있는 듯했던 이성적인 모습은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늘 동굴이 뒤흔들릴 듯한 목소리로 포효를 했으며, 닥치는대로 손을 움직이고, 손과 몸체의 눈에서부터 핏빛 광선과 불꽃을 뿜어냈다, 바위의 힘을 다루는 '신령' 의 모습은 더 이상 없었다, 그저 붉은 결정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괴물 하나가 나의 눈앞에 자리잡고 있었을 따름이었다.
  "형씨, 좌측의 저 눈동자 하나를 맡아줘, 내가 오른쪽을 맡을 테니까. 그리고 두 눈동자가 모두 힘을 잃으면 그 때에 내가 마지막으로 저 앞의 눈동자를 무력화시키도록 할 거야, 그 두 눈이 무력화되어야 앞쪽의 눈을 공격할 수 있을 것 같아!"
  "알았어, 맡겨만 두시게나!" 그러자 스카즈는 일단 맡겨보라고 당부를 하고서 그에 이어, 남은 탄을 전부 쏟아낼 것임을 밝히고서 한 번에 끝장을 보자고 외쳤다.
  "이 남은 탄을 전부 쏟아부어 저 눈을 박살내 보겠네! 이번 기회 이후로는 더 이상 기회를 잡을 수 없을 테니 나도 이번에는 정말 최선을 다해 볼 것이야, 그러니까 너도 잘 해 주었으면 한다!"
  남은 탄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던 모양으로 그 남은 탄과 총포의 남은 탄을 전부 끌어들여 이를 통해 그 괴물의 오른손에 박힌 눈을 파괴할 생각이었던 것. 이에 나 역시 눈 같은 것을 찔러 상처낼 수 있는 결정 칼날 그리고 광선을 번갈아 발사하면서 눈에 상처를 주려 하였다.
  양손에 하나씩 박힌 눈들은 각자가 자신의 바로 앞에 보이는 이를 향해 광선 그리고 화염을 잇달아 뿜어내었고, 이 광기 어린 듯한 공세가 상당히 큰 위협이 되었다. 간혹 눈이 달린 팔을 앞으로 내밀기도 하였으며, 나의 경우에는 이 때에는 결정체 위에 올라탔다가 다시 내가 서 있던 바닥에 착지하는 것으로써 위험을 모면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스카즈였다, 그는 나처럼 몸을 움직일 여유가 그렇게 크지는 않았기 때문이었고, 그래서 분명 다칠 위험이 큰 것은 분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타격을 가하기 위한 총포를 대신해 스카즈가 몸으로 결정체의 돌진을 받아내고 있었다. 갑주가 충격을 완화해 준다고 해도 그 정도면 몸에 큰 영향이 가해졌을 가능성이 컸기에 우려가 될 수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스카즈는 혹시나 내가 그런 자신을 보더라도 걱정하지 않도록 위험을 모면한 총포를 계속 손에 잡은 채로 빠른 속도로 포격을 가해, 그렇게 발사된 총탄으로써 자신을 들이받은 그 결정체의 몸체와 눈에 잇달아 타격을 가하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은 견딜만은 해 보여서 당분간은 그의 상태보다는 나의 눈앞 상황에 더 신경을 쓰기로 했다, 걱정해봤자 면박만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었을 터였다.
  광선의 타격과 결정 조각의 찌르기가 충분히 손바닥의 눈에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될 때가 되자, 나의 주변에 떠 있던 빛의 기운이 검의 형상으로서 나의 오른손에 잡히도록 하는 그 순간, 붉은 결정으로 이루어진 그 팔이 나를 향해 뻗어왔고, 이에 나는 앞 방향으로 공중제비 한 바퀴를 돌며 그 팔의 손목 부분에 착지, 그 이후에 곧바로 뒤로 공중제비 돌기를 하며 다시 바위 위에 착지하였다.
  그 이후로 나는 손바닥의 눈에서부터 발사되는 뜨거운 열기를 품은 광선을 피한 이후에 다시 나의 앞으로 다가오는 그 손바닥을 향해 빛의 칼날을 내밀어 그 칼날이 눈에 파고들도록 하였고, 이어서 그 칼날에서부터 빛의 기운이 잇달아 분출되어 어둠에 물든 결정 덩어리의 체내를 파고들도록 하였다.
  손바닥의 눈을 궤뚫은 이후로 칼날에서부터 방출된 기운은 하나의 혈맥을 이루니, 그 혈맥은 손목 너머의 팔 안쪽 깊숙한 곳까지 퍼져가고 있었다. 그 괴물체의 팔 안쪽을 파고든 '독혈맥' 이 새하얀 빛을 발하며 잠시 깜박인 이후에 팔이 거대한 유리 조각이 한 번에 깨어지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공간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와 함께 손바닥은 물론 왼팔까지 그 혈맥의 결대로 부서져가고 있었던 것. 부서진 결정 조각은 낙하하지 않고, 괴물체 주변에 머무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오른팔의 눈 역시 잇달아 가해진 포탄 난사에 의해 결국 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왼팔이 부서지면서 오른팔의 상황은 어떠할지가 궁금해져 잠시 관찰해 보려 하면서 그 광경을 보게 되었을 즈음, 스카즈로부터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전에 정말 요란한 소리가 들렸었다고.
  "어떻게하면 그런 일이 가능한가, 너무도 놀라운 일이었다네."
  그 감탄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것도 잠시, 이제 몸체의 눈을 감싸는 막이 사라졌다. 괴물체의 중심에 위치한 눈이 그것의 진짜 심장과 이어져 있는 만큼, 눈과 더불어 괴물체의 심장을 지켜줄 수 있는 모든 수단이 사라진 셈이었다.
  팔의 파괴와 함께 흩어졌던 빛의 기운을 다시 끌어모아 다시 구의 형상을 이루도록 하고서 나는 눈에서부터 방출되는 핏빛을 띠는 광선이 발사되고, 그와 더불어 몸체에서부터 흩뿌려지는 결정 조각들의 모습을 잠시 지켜보려 하였다, 그 몸체에 접근하기 전에 그 공격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잠시 관찰해 보기 위함으로서, 이제 끝에 다다랐다고 하더라도 무턱대고 함부로 그 괴물체에 달려 들었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기에 대비가 필요했던 것이었다.
  기계 병기들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고, 그 중에는 일격에 격추되지 않는 중형 비행 병기들도 있어서 이들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었고, 그래서 이들을 우선 격추시키고 나서, 슬슬 결정들을 밟아가며 괴물체의 몸체 부근으로의 도약을 할 준비를 하려 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결정들을 중 하나가 나의 바로 앞으로 접근해 오자마자 과감히 도약을 시도하였다, 언제까지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판단에 의한 일.
  결정들은 바위 조각에 비해서는 작기는 하였으나, 적어도 잠시 밟고 지나갈 수 있을 정도는 되었던 만큼, 도약을 위해 거쳐가기에는 충분한 지점이 될 수 있었다. 결정 조각을 잠시 밟아가면서 도약을 이어가 결정체의 바로 앞에 다다른 붉은 바위 덩어리에 이르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에게는 붉은 결정 조각들이 미사일처럼 발사되었고, 그 때마다 그 미사일들을 광선들을 발사해가며 격추시켜야 했다, 도약하는 동안에는 이를 피할 수는 없었으니까. 다행히도 붉은 바위 발판에 접근해 올 수 있기는 하였으나, 마지막 도약이 그 발판에 닿지 않을 것 같았다.
  손이 닿지 않으면 몸을 움직여 발이 닿도록 하면 되지 않겠나. 그런 생각을 하며 몸을 뒤집어 바위에 이르려 하였고, 이를 통해 간신히 발목을 바위 가장자리에 걸칠 수 있었다. 이후, 나는 붉은 바위 가장자리에 거꾸로 매달려 있게 되었고, 머리로 피가 쏠리는 고통을 당장에 줄여야 할 필요가 있기도 해서 다급히 몸을 일으키려 하였다, 허리를 굽히는 일 정도는 기본이었기에 몸을 일으키는 것 정도야 금방 할 수 있어서 도중의 위험을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몸을 일으키자마자 나는 바로 앞에 보이는 감빛을 띠는 눈동자로 시선을 향하며 검은색, 푸른색을 띠는 광선과 뒤쪽에서부터 곡선상의 궤적을 그리며 날아오는 결정 조각들을 피해가면서 눈동자를 빛의 기운에서부터 방출되는 결정 조각으로 찌르는 공격을 가하며 그 눈에 충분히 피해를 주려 하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유리 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막이 깨져 그 조각이 흩어지는 모습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하고, 눈의 맥동하는 본래의 형상이 노출되면서 그 여파 때문인지 공격 역시 중단되었다. 이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기회가 왔다고 여기면서 왼팔의 눈동자를 찌를 때처럼 빛의 기운이 검의 형상으로 변하게 하고서 이를 오른손에 쥐었다.
  그 때처럼 예리하게 벼려진 칼날을 품은 빛의 검을 들고 눈동자의 바로 앞에 이르자마자 그 눈동자를 우선 검으로 베어내었고, 그와 함께 감빛의 기운을 뿜어내는 그 상처 자국을 응시하며 그 중심을 검으로 있는 힘껏 찔러넣은 이후에 그 검을 던지는 듯이 힘을 가하니, 그로 인해 칼날의 형상을 이루는 빛의 기운이 눈동자 안쪽으로 완전히 파고들게 되었다.
  빛이 핏줄기와도 같은 형상을 이루어가며 결정체의 심장까지 그 핏줄기가 파고들어가는 모습이 보이더니,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핏줄기가 뚫고 지나간 검은 심장이 터지면서 그 여파로 인해 검은 기운이 분출되기 시작, 위험을 감지하면서 바로 인근에 보이는 붉은 결정 조각을 향해 도약을 개시, 이를 통해 이전에 머물렀던 그 붉은 바위로 돌아가려 하였다.
  그렇게 붉은 바위 위에 무릎 앉아 자세로 착지했다가 다시 일어서려 하는 나의 눈앞에서 결정체는 혈맥처럼 퍼져간 빛 줄기가 체내에서 빛을 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격통에 시달리는 듯이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괴성이 결정으로 구성된 괴물체에서부터 울려퍼지며 결정 조각들이 흩어져 가는 모습을 보였다.
  왼팔은 빛의 기운이 손바닥의 눈동자에서부터 파고들도록 하는 방식으로 파괴하였으나, 오른팔은 여전히 남아있었으며, 괴물은 몸부림을 치며 그 오른팔을 채찍처럼 휘두르고 있었다. 거대한 바위 채찍이 스카즈가 위치한 바위를 마구 내리치니 그 일격으로 바위는 거치된 포대 채로 짓부서지고 그 여파로 스카즈는 서 있는 지반을 잃어 그 아래의 낭떠러지를 향해 추락해 가는 모습을 보였다.
  다급히 부를 틈도 없이 스카즈가 추락한 이후로 괴물체가 자신의 오른팔을 무자비하게 휘두르며 주변 일대의 바위와 결정 조각들을 부수려 한 끝에 결국 그 오른팔은 감빛 기운이 오른 어깨에서부터 새어나가면서 그와 더불어 어깨와 팔 사이의 틈이 갈라지려 하자, 그로 인해 그 부분이 깨어지면서 추락해 가기 시작하였다, 추락한 오른팔은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기 전에 기운이 빠져나가면서 부서져 갔다.
  스카즈의 추락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기에 일어난 일이었으니까. 아마도 스카즈 역시 자신의 머리 위로 괴물체가 힘을 잃었을 팔을 그렇게 휘두를 것이라 예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 광경을 보며 나는 그저 그가 운 좋게 살아남기를 바라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 이후로 괴물체는 상처를 입은 눈에서부터 마치 증기를 뿜어내는 듯이 감빛 기운을 분출하다가 그 이후에는 액체를 분사하는 듯이 기운을 분출해 갔고, 그러면서 분출의 중심인 눈에서부터 점차 갈라져 가는 모습을 보이더니, 마침내는 그 갈라진 틈에서부터 감색을 띠는 빛이 방출되며 폭발할 징조를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당시에 나는 그 괴물체 부근에 위치한 붉은 바위 위에 서 있었으며, 폭발이 일어나면 그 여파가 공간 전체에 미치는 만큼, 그 바위는 필시 그 여파에 휩싸일 것임이 분명하기는 했으나, 공간의 입구는 바위에서는 너무 멀었다. 그저 폭파 이후로 스카즈와 마찬가지로 운 좋게 어떻게든 살아남기를 바라고나 있을 따름이었다.
  스스로 도망갈 가능성이 없음을 깨닫고, 폭발 직전의 상태에 놓은 그 결정 덩어리를 그저 가만히 지켜보려 할 즈음, 갑자기 나의 발밑에 하늘색 빛을 발하는 원형진이 생겨나기 시작하였고, 이후 그 원형진에서부터 빛이 방출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결정 덩어리가 붉은 빛을 뿜어내고, 이어서 그 형상이 빛의 방출과 더불어 거대한 유리 조각이 산산조각 깨어질 때의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깨어져 흩어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할 즈음, 그 빛이 나의 눈앞을 가리더니, 나 자신이 어딘가를 향해 날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면서 그와 동시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다시 깨어난 이후, 몸을 일으켰을 때, 나의 눈앞으로 활짝 열린 신전의 대문이 멀지 않은 앞에 자리잡은 붉은 바위 동굴의 모습이 드러났다. 방금 전의 일에 의해 신전의 바로 앞까지 전이되었던 모양. 결정체의 체내로 파고들었을 빛의 기운은 이미 나의 눈앞으로 돌아와서는 내 주변 일대의 어두운 공간에 빛을 비추고 있었다. 결정체의 폭발과 함께 흩어진 빛의 기운 역시 공간 전이를 거쳤던 것이었을까.
  '방금 전의 빛...... 혹시 소르나가 도와주었던 것이려나.'
  이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 소르나가 마법을 통해 나를 도와주려 하였으리라 여기고 있었다, 나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 중에 그러한 술법을 사용할 자라면 소르나 그 한 사람 이외에는 없었으니. 하지만 스카즈는 미처 도와주지 못했을 것 같았던 것이, 이미 스카즈는 지반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반 아래로 떨어졌음에 폭발까지 일어났는데...... 무사할 리 있을까.'
  당시, 나는 그가 무사하지 못했으리라 여기며, 그 일에 대해 마을로 가서 광산의 관리처에 이 사실을 알리려 하였다, 그의 전사 사실을 알리는 것은 물론, 그가 전사한 것에 대해 나름의 책임을 지는 행동을 거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여기었음이 그 이유였다. 그러면서 조용히 신전을 등지며 동굴의 통로를 거쳐 폐광 구역으로 돌아가려 하였다.

  그러다가 폐광 구역에 이르렀을 즈음, 나는 그렇게 낯설지 않은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크게 다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지만 그 모습은 확실히 스카즈였다. 그는 나의 바로 앞에 이르자마자 바로 반갑다는 인사말을 전하고서 무사해서 다행이라는 말을 이어서 건네려 하였다.
  "여어, 무사해서 다행이구만, 아르사나."
  갑주는 거의 부서져 망가졌으며, 손에 쥐고 있는 무장은 없었다. 거치하고 있던 포대가 파괴되었음은 물론, 소지하고 있던 총과 방패류 역시 부서지고 잃어버린 탓이라 하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다시 깨어나보니, 폐광의 한 구역에 깨어나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낭떠러지 아래로 추락하는 도중에 갑자기 어딘가로 전이된 것 같았다고.
  그 타락한 신이 힘을 잃은 탓인지 더 이상 기계 병기들의 모습은 발견되지 않았다. 병기들의 모습이 보이기는 하였으나, 지면에 떨어져 불길을 뿜어내기를 그친 잔해들만 곳곳에 보였을 다름으로 일단은 사건의 해결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기는 하였다. 또 다른 타락한 신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었지만 그에 대해서는 마을로 돌아가서 이야기 해 보기로 하였다, 당장에 두 사람이 그에 대해 논의를 해 본다고 그것이 답을 도출해낼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