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루엘(Suruel) 역이 위치한 도시인 샤하르(Shahar) 는 샤하리아(Shaharia) 라는 이명을 가지는 감빛 지대의 중심에 위치한 감빛 호수에서 남쪽 방향으로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지점에 위치한다. 감빛 지대에서는 가장 도시이며, 그와 더불어 문화 활동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곳인 만큼, 감빛 지대에서는 가장 중요한 곳이기도 하다.
내가 살았던 곳은 감빛 호수 부근이었던 만큼, 도시와의 인연이 그리 깊은 편이지는 않다. 하지만 아주 인연이 없지는 않았던 것이, 어머니는 때로는 샤하르를 비롯한 감빛 지대의 도시를 들러 그 곳에서의 연주회나 연극 관람을 했었고, 그 때마다 어머니는 나 뿐만이 아닌, 인근 마을에서 나와 친분이 있던 언니들을 더 데려가고는 했다. 그 어린 소녀들을 회유하기 위해 어머니는 이들의 도시에 대한 호기심이나 도시 구경을 조건으로 내걸었던 기억이 난다. 슈루엘 역은 샤하르의 중심가에 있었던 만큼, 도시에 들르면 한 번 즈음은 지나치고는 했다.
어머니가 옛 신전의 모습을 연상케하는 면모를 갖춘 석조 건축물인 문화 회관을 들러 관람했던 연주회, 연극 등은 다행히도 나에게는 무척 흥미로웠던지라 끝까지 관람을 할 수 있었다, 어머니와 비슷한 기질이 그 때에도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일까. 그 당시, 나와 동행했던 언니들 중에는 지루함을 느끼는 이들도 있었고, 아예 잠드는 이들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감빛 지대 사람들이 문화 생활을 즐긴다는 이야기가 있다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슈루엘 역 인근 거리는 어렸을 때와 큰 차이가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상가 거리를 가만 둘러보면 이전에 있던 곳을 대신해 새로운 상점 등이 들어선 모습을 볼 수는 있었다.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서 이를 자세히 밝히거나 할 수는 없겠지만 자세히 지켜보면 여러 세월 동안 있어왔던 변화를 알 수 있음은 분명하다고 말해두고 싶다.
내가 떠난지도 한참 지났던지라 이 곳에서는 나를 바로 알아보는 이들을 바로 찾을 수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어느 골목길을 들르다가 우연히 중심가 서부에 자리잡고 있는 문화 회관 뒤쪽의 도장 가게를 지나가는데, 갑자기 내 모습을 알아보는 이가 있어서 그로 인해 깜짝 놀란 적도 있었다. 그 도장 가게 주인으로부터 들은 바에 의하면 과거에 어머니가 그 도장 가게에서 도장을 새로 만든 적이 있었고, 그 때 내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고 하였다. 그 당시 내가 머리카락을 양갈래로 닿고 있었다는 사실도 기억하고 있었다고.
"어떻게 네가 어머니와 함께 그 곳에 들렀음을 그 아주머니께서는 알아보셨대, 나 같으면 알아보거나 하지를 못할 텐데."
마치 인연이 있다는 듯이 말을 건네는 그의 모습에 카리나는 이를 두고 무척 놀라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며, 나도 처음에는 그에 대해 의아해 했었고, 그래서 가게 주인에게 어떻게 나를 알아볼 수 있었는지에 대해 물으려 하였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러하였다.
"예전에 아가씨와 닮은 어떤 사람을 목도한 적이 있어, 옷차림도 아가씨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있었지. 그 때 그 갈래머리를 한 작은 여자아이를 데리고 있던데, 혹시 그 여자아이가 지금의 아가씨가 아닌가 싶더라고."
즉, 가게 주인은 그 당시의 어머니와 닮은 모습이라서 이를 통해 그 여자아이가 자신이 만났던 여인의 딸로서, 그 딸이 성장해 그 어머니와 닮은 모습이 되었으리라 여기었던 것.
인연도 잠시, 가게 주인도 장사를 해야 하는 입장이다보니, 도장 팔 일이 없느냐고 물었고, 도장을 마련할 돈도 없었기에 그 요청을 바로 거절하고 가게를 나섰다. 이에 가게 주인은 그런 나를 환한 미소를 띠면서 바라보며 나에게 작별 인사의 말을 건네려 하였다.
"언젠가 때가 되면 여기로 와 주게나, 잘 해 주겠네."
"놀랐어, 너의 모습을 알아볼 수 있는 이가 여기에도 있을 줄은."
"내 말이....... 그런데, 나의 모습을 가만히 보시면서 아주머니께서는 무언가 감이 오셨던 것 같아, 그래서 나를 바로 알아보셨겠지, 이유로서 언급하신 바가 이상하게 들리기는 했지만서도, 그 감을 말로 표현하려니 쉽지 않아서 그러하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바로 차분히 목소리를 내어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그 말에 이어, 어머니의 존재를 기억하는 이들 중에는 필경 나를 알아보는 이들도 있으리라 여긴다고 말하고서, 늘 양갈래 머리만을 하고 다니지는 않았고, 나이가 조금씩 들기 시작하면서 어머니처럼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이어 밝히기도 하였다.
"근처 어디로 가서 식사라도 할까, 그 동안 아무것도 먹지를 못했잖아."
이후, 카리나가 바로 인근 거리를 둘러보며 제안을 하였고, 이에 나는 바로 호응을 하여 그를 따라 거리를 돌아다니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그저 가만히 있었던 것이, 도시의 변화한 사정을 알아보지도 못하면서 감빛 지대에 대해 아는 척을 하고 싶지 않았음이 그 이유였다.
8 개의 지역은 각각이 고유한 면모를 갖고 있다고 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라면 의상과 건축 양식으로서, 그 중에서 '샤하리아' 라는 이명을 가진다는 감빛 지대는 고상함과 화사함의 느낌이 있는 건축물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으며, 그에 어울리는 복식들이 전해지고 있어서, 이를 두고 '로르카(Rorca) 양식' 이라 칭해진다. 특히, 중심 도시인 샤하르는 거리마다 로르카 양식의 건축물들이 자리잡고 있으며, 해당 양식에 어울리는 복식을 전문 취급하는 구역이 있다보니, 로르카의 성지라 칭해진다고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모든 것이 푸른색을 띠는 감빛 지대는 하늘을 감빛 기운이 감싸고 있어서 그로 인해 하늘은 늘 어두운 편이며, 그래서 거리마다 집마다 항상 푸른 등을 밝히며 그 어둠을 비춘다. 푸른 빛들이 모인 거리는 수많은 가경을 만들어 간다. 인근 언덕에 올라 거리를 내려다 보면 마치 지상으로 수많은 푸른 별들이 내린 듯해 보이기도.
"호수가의 집도 이러한 모습이었니?"
"나무로 만들어진 오두막이었어, 등은 푸른 등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길을 걷는 도중에 카리나가 문득 떠오른 바가 생긴 듯이 건네는 물음에 바로 답을 하였다. 푸른 등은 빛의 기운과 감빛의 기운을 혼합해 만들어진 푸른 빛이 소재가 되고 있으며, 감빛 지대에서는 푸른 빛은 어렵지 않게 만들어지는 물건이다보니, 다수가 만들어졌기에 어머니도 저렴하게 등을 몇 개 마련해 사용할 수 있었던 것.
문화 회관 후문과 마주보는 위치에 자리잡은 유난히 눈에 띄는 건축물 하나가 있었다. 벽돌을 쌓아 구축한 건축물들 사이에 자리잡은 어두운 색을 띠는 목조 건축물 하나. 은은히 등불을 밝히고 있는 그 건축물의 모습을 보며 바로 그에 대한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그 건축물은 식당이 아닌 찻집이기는 하였으나, 찻집이라고 해서 식사 거리가 없지는 않으리라 여기었기에 바로 그 집을 향해 들어가 보려 하였던 것.
"카리나, 저 집으로 가 볼까."
하지만 카리나는 그 찻집에 대해 별로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는 듯해 보이고 있었다, 그 집이 식사와는 다소 관계 없어 보이는 찻집이어서 그렇다기보다는 그 특유의 분위기가 자신에게는 삭막해 보인다는 것이 이유였다고. 이러한 그의 요청을 어찌하기는 힘들었고, 그래서 그 찻집은 이후에 들르기로 하면서 위치만은 기억해 두려 하였다, 샤하르 중심가 서부에 자리잡은 문화 회관 후문 바로 건너편, 기억하기는 쉬운 편이었다.
이후, 나와 카리나는 문화 회관 북쪽 인근의 작은 식당 건물에서 점심 식사를 하게 되었다. 개방된 분위기의 식당으로서 커다란 유리 외벽을 통해 식당 내부의 모습을 구경해 볼 수 있었으며, 식당 바깥에도 탁상들이 놓여있는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사실, 이러한 식당은 무나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으며, 오히려 옛 샤하르에서는 보기 드물었다. 무나일 등지의 개방된 분위기를 받아들인 곳이었던 것.
실제로 이 부근에서는 유명한 곳이었는지 식당 안쪽에는 여러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어린 소녀를 대동한 가족의 모습도 보였다. 또한, 한 가운데 즈음에는 짤막한 금발과 긴 귀를 드러내며 연두색을 띠는 옷차림을 한, 아무리 봐도 아르데이스 성계의 엘베 족인 듯해 보이는 두 소녀들이 있어서 이들이 서로를 마주보며 대화를 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더라도 범상치 않은 쌍둥이 자매로 보였던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들을 만나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 당시 나의 목표와 관련되어 있는 이들은 타락한 엘베 족인 케레브 족이었고, 그 잔당들이 다시 일을 벌일 음모극을 꾸미고 있었으며, 같은 선조를 가지는 엘베 족인 그들이 그 응징을 제대로 가할 수 있으리라 여기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에게 일부러 접근하려 하지는 않았고, 식당의 입구 건너편 방향의 주문대 바로 부근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점심 식사로서 먹을 것을 하나씩 주문하려 하였다.
식당은 유난히 음식을 잘해서 유명해진 곳은 아니었다고 한다. 다만, 나름 양질의 식사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 주는 곳이었기에 자금 부담 없이 밖에서 식사를 하려는 사람들이 즐겨 찾았던 것. 인근 지역에서도 유명해진 곳이었는지 여타 지역에서 방문해 찾아온 이들도 있었던 모양-붉은 바위의 산에서 왔을 난쟁이 족 사람들과 금사 지대 혹은 해안 지대에서 온 듯해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살루만
(*1)이라는 생선이 먹고 싶었던지라 나는 훈제 살루만 조각들을 곁들인 쌀밥을 주문하였고, 그와 더불어 카리나에게는 계란밥을 주문해 주었다, 식당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든 음식으로서, 발견하면서 무척 반가워했던 모양. 그와 더불어 밥만 먹자니 심심했을 것인 만큼, 그에게는 매콤한 안자브
(*2) 볶음도 같이 주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식사로서 주문했던 음식들이 도착했고, 각자 밥 먹는 데에 열중을 하였다. 어떤 음식이 오든 처음에는 맛있게 먹을 때와 맛없게 먹을 때와는 차이가 나지만 그 이후에는 정말 어지간히 음식이 맛이 없거나 하지 않으면 묵묵히 식사에 열중을 하고는 한다. 나 뿐만이 아니라 천문대에 있던 이들 모두에 해당되는 사항이었던 바.
"음식 주문에 이렇게 집중할 필요는 없잖아, 이러할 것이면. 대충 적당히 싸고 맛있어 보이는 것을 주문하면 될 것을."
"하지만 정작 음식을 먹으려면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하잖아."
맛있어 보이는 것을 애써 골라놓고 음식이 오고 나면, 말없이 그냥 먹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음을 반복하는 자신이 한심하게 여기어졌는지 그에 대해 카리나가 조용히 말을 건네자, 내가 그런 그의 말에 바로 조용히 웃으면서 화답을 하였다. 그러다가 주변 일대를 둘러보는 도중에 나는 엘베 족 소녀들이 나를 비롯한 이들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를 비롯한 두 사람을 보며 무언가 느낀 바가 있었던 모양. 그 때, 이들로부터 대화를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저 분들 정도면 괜찮으려나.
- 그러하겠지, 특히 저 긴 머리카락을 가지신 분은 옛 시대의 성녀였던 그 이름이 뭐더라.......
- 아르셀.
- 맞아, 아르셀 베르티 여사와도 꼭 닮은 모습 같아 보이기도 하네. 무슨 목적으로 왔는지는 모르겠다만, 빨리 저 분들의 존재를 그 분께 알려야 하겠어.
- 이번 일에 협력해 주려나.
'그들' 의 존재는 감빛 지대의 사람들이라면 모두 치를 떨 일이야, 저 분은 분명 감빛 지대 사람일 것이고, 이번 일에 대해 알리면 반드시 '그들' 을 가만 놓아두지 않으려 하실 걸.
- 사전 연락은 잘 해 놓았지?
- 물론, 저 분들께서 협력을 잘 해 주신다면 반드시 성사될 수 있을 거야.
그러더니, 이들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였다. 각자 음식을 먹고 남은 그릇들을 대략 정리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주문대 근처로 나아가서 식대를 내는 모습을 보였다, 식대는 소녀들 중 한 명이 내 주었던 모양. 이후, 이들은 바로 식당의 출입문을 향해 바로 나아가려 하였다.
- 그들을 추천하였음에 대해 샤하르의 도시 관계자는 다소 탐탁치 않게 여기던데.
- 그래도 한 번 정도는 믿어주겠지, 잘 이야기를 해 주었으니.
- 조만간 샤하르의 도시 관계자들이 그들과 만날 일이 생길 거야, 그들을 통해 이번 일이 시작되겠지.
- 그렇다면 그들과 마주할 수 있으려나.
- 당장에는 무리이겠지만, 적어도 감빛 호수에 이른다면 마주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나가는 동안에 들려온 대화였다. 나는 그 대화를, 그들이 밖으로 나갈 때까지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그들이 온전히 집을 나설 무렵, 카리나가 그런 나를 보며 말했다.
"왜 가만히 보고만 있었어, 이 곳에 있다고 말할 수도 있었는데."
"여기서부터 굳이 그렇게 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했어."
이 물음에 나는 바로 그렇게 답을 하고서 식사에 집중을 하였다. 그리고서 대략 식사를 마친 이후에 그릇을 대충 정리하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대는 카리나가 내 주었다.
식사를 마치고 난 이후에는 바로 문화 회관 바로 앞 건물에 이르렀다. 문화 회관 부근에서는 그 날 개최되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각종 행사에 관한 안내판들이 자리잡은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다만, 그 정보를 알아냈다고 해서 바로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며칠 전부터 관람권을 예매해야 할 필요가 있었으니, 원래는 관람권 예매가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지만 이런저런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관람권을 예매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날에 보였던 것은 문화 회관 악단이 주관하는 정기 연주회에 관한 사항들로서, 정기 연주회에 관해서는 감빛 지대에 있을 때부터 별로 관심을 갖거나 하지는 않았었다.
"이번 일이 끝나고 나면 다시 여기로 올 것이지?"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한 번 정도는 머무르다가 갈만한 곳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그 대답에 이어 말을 건네기도.
샤하르 중심가는 두 건물로 둘러싸여 있다. 서쪽에는 대회관이라 칭해지기도 하는 문화 회관, 그리고 동쪽에는 이 지역 종교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대성당이 위치하고 있으며, 그 사이로 큰 길이 지나고 있어서 그 길이 도시 북쪽의 경계로까지 이어져 간다. 대로의 중앙, 대회관과 대성당으로 둘러싸인 구역의 중심에는 '만남의 장소' 라 칭해지는 구역이 있다. 광장으로 칭해지며, 여타 광장과 달리 남북 방향으로 긴 구역이라서 정식 명칭은 광장이 아니라고.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로서 그 존재감이 있으며, 도시에서 개최되는 온갖 행사의 개최지로 각광받는 곳이기도 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구역의 중앙과 남쪽에는 사각뿔대처럼 생긴 석조 구조물이 자리잡고 있으며, 그 중에서 중앙에는 빛을 형상화한 것처럼 보이는 조각상을 받치는 구조물이, 그리고 남쪽에는 여성이 지팡이를 들고 있는 두 손을 높이 들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석조상이 각 구조물 위에 자리잡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중앙 구조물 부근에는 작은 사당 하나가 자리잡고 있으며, '빛의 정령' 을 모시는 사당의 지하에는 역사 박물관과 미술관 그리고 식당가, 서점 구역이 자리잡고 있는 거대한 통로가 있어서 이는 대성당, 문화 회관의 지하와 이어진다.
원래 사당은 '빛의 정령' 이 세상을 창조한 역사를 기리는 기념관의 일종으로서, 사람들은 대개 사당 내부를 지하 통로의 입구로서 지나가며, 이에 개의를 하거나 하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사당을 겸한 지하 통로 구역의 입구인 것이네."
중앙 구조물의 남쪽 부근에 위치한 사당의 입구에 있을 때 했던 사당에 관한 소개에 관해 카리나가 건네는 말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써 그렇다는 의미의 의사를 전하였다. 처음 보게 된 곳이라 그에 대한 흥미를 느낀 듯해 보였으니, 내색은 하지 않았다만 그 사당의 모습을 보는 표정을 통해 바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도 그렇고, 카리나 역시 당장에 할 일이 있었기에 거리 구경은 잠깐 하는 정도로 그치고, 바로 북쪽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사건의 발생 장소라 알려진 감빛 호수로 나아가기 위한 일이었다.
대성당 그리고 문화 회관이 마주보는 구역을 지나, 그 너머로 이어져 가는 큰 길을 따라 나아가면서 샤하르의 중심가 풍경이 나를 지나쳐 가고, 그 너머로 보이는 북방 거주 구역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사람들로 붐비는 거리 구역이 멀어지고 있음은 아쉽게 여기어졌지만 다시 올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있기는 하였기에 그 생각을 통해 미련을 떨쳐낼 수는 있었다.
"그 여자들, 기차를 타지 못하면 어떻게 오려나."
길을 나아가는 도중에 카리나는 나와 대치를 했다가 사람들의 비난 소리나 듣고, 역에서 쫓겨나듯 나갔던 케레브 족 두 여자들에 대한 물음을 건네었다, 산악 지대에서는 기차 없이는 감빛 지대로 나아가기 어려울 텐데-길도 멀고, 게다가 산길도 험난하기 이를데 없기 때문-, 기차를 타지 않고, 어떻게 그들이 감빛 지대로 나아가려 할 지가 의문스러웠던 모양.
"아델이라는 여자의 도움을 받으려 할 거야."
이 질문에 나는 바로 내가 들은 바를 토대로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그들에게 믿는 구석이란 바로 감빛 기운에 의해 타락한 자들의 교조라 할 수 있는 존재인 '포헤 느와흐' 의 종자들이라는 것, 그리고 물론 굴욕을 감수할 수밖에는 없겠지만 그들 입장에서 이를 어찌할 수는 없을 것임에 대한 이야기도 해 주었다.
"그래서 기차에 대한 미련을 바로 버릴 수 있었던 것이네, 그렇지?"
"아마도." 이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을 하였다. 그 이후, 카리나는 그 엘베 족 소녀들과 다시 만날 일이 있을지에 대해 묻자, 그에 이어 답으로써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려 하였다.
"그들도 목적지가 같다면 언젠가는 만날 수 있겠지."
그 때였다, 뒤쪽에서부터 누군가 나와 카리나가 위치한 방향으로 뛰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으며 꽤나 다급히 뛰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그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려 할 즈음, 하얀 블라우스와 검은 바지 차림을 한 이로서, 목 아래까지 머리카락을 짧게 자른 여인이 바로 나를 향해 뛰어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와 더불어 그 여성에게서부터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시만요!!! 여러분, 급히 만나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나를 만날 필요가 있는 사람이라니, 무슨 일인가 싶었고, 그래서 바로 발걸음을 멈춰서 그를 향해 돌아섰다. 그리하여 나는 그와 마주하기 시작하면서 바로 그에게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무슨 일인가요? 저와 이렇게 만날 필요가 있다니......."
"다름이 아니라......" 여성이 나와 만나려 하게 된 목적이 있다면 이러하였다 : 그 여성은 샤하르의 관청에 있는 재난 및 특수 상황을 맡는 재난상황조사 요원으로서 감빛 호수 지대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맡은 사람으로서 파견된 이이며, 사건 해결에 관해 나설 수 있을만한 이로 감빛 지대 출신의 사람을 비롯한 두 사람이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을 찾으려 했었다고 한다. 정보에 의하면 나와 카리나가 바로 그 사람들이라는 것. 여성의 목적은 그 사람들 그리고 아르데이스 출신의 엘베 족 두 사람과 더불어 사건 현장에 나가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저희들이 사건 해결에 나설만한 이들이라는 정보는 어떻게 얻을 수 있었나요?"
나와 카리나 모두 사건 해결을 위해 감빛 호수로 나아가려 하던 참이라서 그들의 이야기에 크게 놀라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두 사람이 어떻게 감빛 호수의 사건을 해결할만한 이로 지목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그 근거에 대해 알고자한다는 생각을 나와 카리나 모두 갖고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카리나가 그 여성에게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아르데이스의 두 분께서 말씀하신 바였어요. 어떤 분으로부터 감빛 지대로 나아갈 이로서 두 분께서 존재하신다고 나름 자세히 정보를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엘베 족의 두 사람이라면 필경, 이전에 만났던 그 엘베 족 쌍둥이 자매였을 것이다. 그들 역시 누군가로부터 나와 카리나에 관한 정보를 받아서 그에 대해 그 요원을 비롯한 샤하르의 관청에 알리려 하였던 모양. 그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엘베 족 소녀들도 잘 몰랐다고 한다. 그랬으니, 그 요원 역시 그에 대해 아는 바는 없었으리라.
대답을 하고서 자신을 요원이라 칭한 여성은 나에게 요청하기를, 바로 감빛 호수로 나아갈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나는 그렇지 않아도 가려 하고 있었음을 밝히고서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가능한 빠른 시일 내로 사건을 해결하려 한다는 의사를 그에게 드러내었다. 그리고,
"명령에 의한 일이라니, 동행하도록 하지요, 같이 가요."
라고 카리나가 그에게 말하니, 그리하여 나와 카리나 그리고 엘리사(Elisa) 라는 이름을 가진 샤하르 관청 소속 여성 요원으로 구성된 3 명의 일행이 감빛 호수 부근에 위치한 마을인 '슈라일(Surail)' 이라 칭해지는 마을로 나아가게 되었다. 슈라일이라는 이름을 가진 곳은 이전부터 이미 잘 알고 있는 곳이었으니, 어머니와 함께 호수가에 거주할 당시, 들렀던 마을 중 하나가 바로 그 마을이었다.
"고향에 가까운 곳을 일 때문에 가게 된다니, 참 기분이 묘할 것 같아."
그 말대로였다, 꽤나 묘한 기분이 나의 가슴을 자극하는 듯한 느낌이 들고 있었다.
슈라일은 샤하르와 감빛 호수 사이의 큰 길을 가로지르는 마을로서, 이 마을 너머를 지나면 감빛 호수로 나아갈 수 있는 산길을 향하는 진입로에 바로 들어서게 된다.
마을에 관해서는 먼 옛날에 존재하였던 왕궁의 터 위에 자리잡고 있다는 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 현재까지도 이를 입증할만한 것이 발견되거나 하지는 않아서 설로 남아있는 상태일 따름이지만 흥미로운 이야기이다보니, 예로부터 그에 관련된 전설들이 이것저것 전해져 오고는 했었다고.
마을의 중심지는 촌장의 거처이기도 한 마을 회관으로서 마을에 거주하는 이들이 한 번씩 모여서 마을에 관한 회의를 열거나 아니면 함께 모여 놀이를 즐기는 등의 활동을 해 오고는 한다. 그 엘베 족 자매를 만나게 된 곳이 바로 그 회관으로서, 감빛 호수에서 발생한 사건에 관해 마을의 책임자인 촌장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촌장이 오기를 마을 회관 정문 부근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에 우연히 마주하게 된 것이었다.
식당에서 그 모습을 보았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드러내며 두 사람은 차분히 회관의 정문 안쪽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다만, 이전까지는 보이지 않았던 그들의 무기를 드러내고 있었으니, 왼편에 보이는 한 사람은 허리 양쪽에 하나씩 하얀색을 띠는 총기를 끼워놓고 있었으며, 오른편에 보이는 한 사람은 어깨에 자신의 키만한 총포를 짊어지고 있었다.
들어오자마자 왼편의 소녀가 나를 보더니, 오른편의 소녀에게 바로 그 사람이라고 조용히 알리는 목소리를 내었으며, 이에 오른편의 소녀가 나에 대해 '그 사람' 이 알려준 대로의 모습임은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아마도 그들은 나의 얼굴 모습을 보며 외견에 관한 대화를 주고 받았을 것이며, 적어도 나의 외모에 관해 그들이 누군가로부터 이야기를 들었으리라고 이를 통해 바로 추측을 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이후,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환하게 웃으면서 인사를 하였고, 이에 근처의 나무 의자에 앉아있던 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런 그들에게 답례로써 인사를 해 주었다, 카리나 역시 내가 그들의 인사에 대한 답례를 하는 모습을 보자마자 바로 나를 따라 인사를 해 주었다.
이들은 아르데이스 출신의 엘베 족 자매로서, 한 쌍의 총기를 든 소녀는 언니인 '에오르 린(Eor Lin)' 혹은 '야 다스 린(Ya Dahs Lin)', 그리고 어깨에 거대한 총포를 메고 있던 소녀는 동생인 '에오르 리아(Eor Lia)' 혹은 '야 다스 리아(Ya Dahs Lia)' 라는 이름을 가졌다.
고향은 엘베 족 사람들의 근거지이지만 엘베 족 출신의 외지 거주자들이라 칭해지는 '델바(Delwa)' 그리고 난쟁이 족인 '드벨파(Dwelfa)' 족 사람들의 거주지들 그리고 인근의 여러 행성계를 전전하며 모험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로서, 이번 일의 경우에는 타락한 자들의 집단, 그 잔당이 행성에서 모종의 음모를 꾸민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타락한 자들의 완전한 처단을 목표로 오게 되었다고.
"잔당의 완전한 처단이라면...... 혹시 엘베 족 근거지로 이들을 끌어내는 행위도 포함인가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리아가 바로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반역자인 파르사가모
(*3)와 그 무리의 후예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현재를 살아가는 엘베 족 사람들이 바로 볼 수 있도록 하여, 앞으로 있을 타락에 대한 경계를 사람들이 보다 확실히 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고.
"파르사가모라면...... 포헤 느와흐라 칭해지는 그 사람이라는 것은 기억하고 있지?"
"당연히." 감빛 지대 사람들의 역사에 확실히 각인된 이름이기도 하고, 게다가 나는 그를 처단한 사람의 친족이기도 한 이이다, 이를 잊을 수는 없을 것이고, 잊어서는 안 되기도 하였다. 그 이름은 지금까지도 감빛 지대 사람들에게 힘에 의한 타락을 경계할 필요성을 대변하는 존재가 되어 있으며, 나 역시 어머니로부터 그에 대한 가르침을 철저히 받은 바 있었다.
엘베 족 자매 역시 촌장으로부터 사건의 현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왔다고 한다. 사건의 전개 그리고 마을의 대응 현황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려 하고 있다고.
슈라일의 회관에 또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게 되었을 때는 그들의 회관 방문 목적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바로 그 직후였다. 꾸밈 없이 소박한 외관을 가지는 하얀 블라우스와 커다란 나팔 모양을 이루는 감빛의 큰 치마, 그리고 하얀 앞치마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한 이로서, 긴 보라색 머리카락을 드러내는 머리를 하얀 헝겊으로 감싸고 있는 가녀린 젊은 여성이 들어오고 있었기에 처음 그 모습을 보면서 촌장의 가족이 들어오리라 예상했었다. 그런데,
"안녕하세요, 이 회관으로는 모두들 무슨 일로......."
"마을의 장 되시는 분이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에요, 그 분으로부터 현재 이 마을 부근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중대한 사건에 대한 여러 사항들에 대해 들어보고 싶어서......."
"촌장이라면, 바로 저입니다만......."
내가 건네는 말에 그 여인은 자신이 바로 마을의 촌장임을 밝혔다. 선대 촌장이 물러나면서 그 지위를 그 이전 촌장의 딸이었던 자신이 맡게 되었다고. 촌장이 된지는 2 달 남짓이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은 그가 촌장이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난 일이었다고 한다.
"안으로 들어가세요, 그 곳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하지요."
이후, 촌장은 회관의 현관문을 열고 자신이 먼저 안으로 들어가려 하면서 회관에 온 이들 모두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였다. 그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회관의 안방에 이번 사건에 관한 이런저런 정황에 관한 사항들이 있다고 여기면서 촌장을 따라 바로 회관 안으로 들어갔으며, 그런 나의 뒤를 따라 카리나, 엘베 족 쌍둥이 자매 그리고 엘리사의 순으로 회관의 현관문 너머로 보이는 거실로 들어서게 되었다. 거실의 한 가운데에는 커다란 탁상이 위치하고 있었으며, 그 탁상 위에 여러 문서들이 놓여 있었다, 이번 사건에 관한 문서들이었을 것임을 그 모습을 보자마자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