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라일(Shurail) 의 신임 촌장인 '그라티아(Gratia)' 가 전한 바에 의하면 감빛 호수의 중심에 자리잡은 성채를 중심으로 감빛 안개가 퍼져 나아가고, 그와 더불어 물의 색이 어둡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케레브 족의 잔당으로 추정되는 집단에 의해 성채가 점거되었으며, 그들 중 한 명일 법한 누군가에 의해 호수가 품은 감빛 기운이 비정상적으로 발현하면서 생긴 현상이었을 것이라고.
그와 더불어 그라티아가 밝힌 바에 의하면 호수와 성채를 잇는 목조 교량에서부터 동물의 변형으로 추정되는 포악한 성향의 괴물이 깨어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었으며, 그로 인한 피해는 아직 없으나, 성채를 점거한 집단이 괴물들을 끌어들여 그들을 호수 밖으로 끌어들여서 마을을 향한 집단 습격이 가해질 위험성이 있는 만큼, 길목마다 긴급히 자경단을 편성해 길목 곳곳을 지키도록 하고 있다고 하였다.
역시 시급한 사항으로는 감빛 호수의 중심에 위치한 성채로 나아가, 그 집단을 토벌하고 호수의 기운을 진정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었던 만큼, 목욕을 마치자마자 바로 슈라일 북쪽 경계를 지나, 슈라일의 북쪽 길목, 그 너머로 펼쳐져 있는 생명의 비석이 자리잡은 숲길을 향해 나아가기로 하였다. 슈라일은 감빛 숲 바로 부근에 위치하고 있으며, 마을의 북쪽 길목이 숲길과 바로 이어져 있었기에 북쪽 경계를 거치는 것으로써 바로 감빛 호수로 향하는 산길과 이어진 감빛 숲의 길을 따라 나아갈 수 있었다.
앞장서는 역할은 총기를 무기로 삼고 있던 린, 리아 자매가 맡았고, 나와 카리나가 그 뒤를 따라 나서는 역할을 자청하였다. 엘리사는 나를 비롯한 4 명의 일행, 그 뒤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상황을 조용히 주시하고 있었다. 수풀이 없는 길목을 따라 나아가면서 우선 생명의 비석을 거치고, 그 너머의 계곡길을 거쳐가려 하였던 것.
감빛 숲에는 마을의 길목 그리고 계곡길과 이어진 수풀이 없는 길이 숲을 가로지르는 모습이 보였다. 처음부터 그러한 길이 조성되어 있지는 않았으나, 수많은 사람들-순례자들도 있었다-이 숲을 지나면서 비슷한 궤적을 따라 길을 걷다보니, 그 궤적을 따라 길이 자연히 생성되었던 것이었다.
푸른 초목과 무지개색을 띠며 빛을 발하는 꽃들, 그리고 이파리들이 어둠을 밝히고, 곳곳에 빛의 제단이 있어서 등대 역할을 하는 그 숲길을 한참 지날 무렵, 그 길이 끊기는 지점 너머로 '생명의 비석' 이라 칭해지는 유물의 모습이 보였다.
가운데 부분, 그 위쪽에 보라색 구슬이 박혀 있으며, 이를 중심으로 십자가 무늬가 그려진 그 비석은 옛 시대가 남긴 생명의 기운이 온전히 보존되어 있었던 곳으로서 빛의 정령이 그 봉인을 해방시키는 것으로써 행성에 다시 생명이 돌아올 수 있었기에 새로운 시대의 시작점으로서 그 의미가 컸던 곳이었다.
푸르디 푸른 담쟁이 덩굴손들이 자리잡고 있으면서 새하얗게 빛나는 꽃들을 피우고 있는 이 비석은 예로부터 어머니와 함께 1 년에 한 번씩은 들렀던 곳이었다. 이 비석 앞에서 어머니는 진심 어린 존경의 뜻을 드러내며 예를 갖추고는 하였으며, 나 역시 그런 어머니를 따라 예를 표하고는 했었다.
나의 과거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었던 만큼, 간만에 들르면서 나름 감회가 생기기도 하였지만 당장에 갈 곳이 있었던 만큼, 오래 머무를 수는 없었고, 그래서 미련 없이 바로 그 비석을 지나, 그 너머의 숲길 그리고 인근 구역의 어둠을 비추는 역할을 맡고 있었을 빛의 제단을 거쳐서 그 너머의 산길로 나아가게 되었다.
산길 곳곳을 지키는 경비대와 조우한 이후로 카리나가 이들과 함께 있도록 하면서 나의 곁으로는 린, 리아 자매 그리고 엘리사가 동행하게 되었다. 본래는 린, 리아 자매가 경비대와 함께 있기로 하였으나, 나와 연락을 할 수 있는 이가 경비대 쪽에 한 명은 있어야 할 필요가 있었고, 그리하여 카리나가 그들을 대신해 남도록 한 것이었다. 엘베 족 자매가 그들과 조상을 공유하고 있을 케레브 족의 잔당들과 직접 조우해 그들을 응징하도록 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있었다.
골짜기 길목과 그 너머의 산길을 지나고 나니, 바로 호수의 모습이 보였다. 호수가의 왼편에는 자그마한 통나무 집으로서, 내가 과거에 어머니와 함께 머무르며 지냈던 그 오두막집의 모습이 보였으나, 그것에 신경을 쓸 겨를 역시 없었다.
"저 호수 너머 성채가 케레브 족 사람들이 머무르고 있는 곳이겠네요, 그러하지요?"
"예." 린이 건네는 물음에 나는 바로 답을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의 눈앞으로 감빛을 띠는 짙은 안개가 드리워진 호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안개가 없을 때에는 그 멀리로 성채와 성채가 자리잡은 작은 섬의 모습이 바로 보였으나, 안개가 드리워지고 있었으니, 그 모습이 잘 보일 리가 없었다.
빛의 기운을 깨워서 그 빛이 주변 일대를 비추도록 하며, 앞길을 나아갔다. 감빛의 기운을 통해 안개 너머를 투시할 수 있기는 하였으나, 린, 리아 자매는 그렇게 할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 그러면서 앞장서 나아갈 테니, 바로 그 뒤를 따라 나아가도록 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 그리고서 나부터 바로 앞에 놓인 굽이진 나무 다리를 따라 나 있는 길을 나아가기 시작, 이어서 그 뒤를 따라 나서며 린, 리아 자매가 각자 소지하고 있던 무기를 손에 들면서 경계를 하는 듯이 좌우를 살피려 하였다. 성채를 향해 나아가는 도중에 당연하게 있을 법한 습격에 대비하기 위한 일이었을 것이다.
어떻게 나아가든 간에 호수를 가로질러 나아가는 만큼, 감빛 기운의 불안정화로 인해 생성된 생명체들의 습격은 반드시 맞이해야만 했던 만큼, 거침 없이 목재 판자를 이어붙이는 방식으로써 형성된 다리 위를 가능한 빠르게 가로질러 나아가려 하면서 성채에 도달하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의 눈앞으로는 기운의 불안정함을 나타내는 듯한 감빛 안개와 각지게 굽은 형상을 이루며 호수를 가로지르며 호수의 가장자리 그리고 호수 한 가운데의 섬을 이어가고 있었다. 호수의 성채에서 그 역사의 현장을 직접 보고자 하는 이들, 그리고 성채로 직접 나아가, 그 성채 위에 서서 호수의 풍경을 보려 하는 이들을 위해 그 일대를 관할하는 마을인 슈라일의 선대 촌장에 의해 건립된 다리였다고.
그리하여 성채로 나아가는 데에 배가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지만 그 이후에도 성채를 들르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하니, 이미 포헤 느와흐의 몰락을 불러온 전투가 끝난지도 여러 해가 지났다지만 오랫동안 케레브 족 사람들의 근거지였던 곳인 만큼, 사람들은 이를 불길하게 여기고 있었고, 그리하여 사람들이 성채와 그 주변 일대를 꺼려하였던 것.
호수와 성채를 잇는 여러 방향으로 각지게 굽어진 형태를 갖춘 그 나무 다리는 근래에 만들어진 것으로서, 수저에 나무 기둥을 일정 간격으로 박아두고, 이를 기반으로 넓고 두꺼운 목판들을 짜맞춰 가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다리 양 옆에는 난간이 위치하고 있어서 난간에 의지해 가며, 비교적 안전히 다리 위를 나아갈 수 있었다. 괴물체들의 다수 습격을 고려했을 리는 없겠지만 평지를 지나듯, 다리의 기반이 안정적이었기에 다수의 습격에도 다리가 붕괴하는 등의 문제는 없으리라 여기어졌다.
무너져도 상관 없다면 그것은 아니었다, 엘베 족 자매인 동행하는 이들은 감빛 기운이 비정상적으로 피어오른 그 물에 빠질 경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었다.
예상 같은 것은 할 필요도 없었으리라. 얼마 지나지 않아 수면 위로 새하얗게 물보라를 일으키면서 물이 솟구쳤고, 그 소리와 함께 안개 사이로 어두운 색을 띠는 괴물의 형상들이 높이 튀어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인간의 형상에 마치 물고기 혹은 파충류의 형상을 기괴하게 뒤틀어 놓은 듯해 보이는 머리가 달려있는 기형적인 괴물로서, 그 몸체 역시 물고기 혹은 파충류를 상징하는 듯해 보이는 지느러미가 팔과 등에 달려 있었다.
피와 닮은 붉은색을 띠는 비늘로 신체를 감싸고, 양 손의 손가락마다 날카로운 손톱을 드러내는 이들이 공중에 떠오르자마자 린, 리아 자매가 발견하였고, 우선 린이 자신의 머리 위 부근에 이른 그 개체들 중 하나를 향해 양손에 든 총기로 광탄을 하나씩 발사해 그 흉부를 관통, 그와 동시에 물주머니에서 터져나오는 물처럼 피가 공중에서 붉은 물보라를 일으키며 흩뿌려져 가고 있었다.
이어서 리아가 두 손으로 들고 있는 자신의 키만한 하얀 총포를 높이 들어 기관포처럼 칼날의 형상을 이루는 연두색 빛을 연사하니, 그 빛의 칼날들이 이전에 튀어나온 개체의 뒤를 따라 솟아오른 괴물 3 개체를 격추, 이 괴물들 역시 피를 뿜어내며 수면 아래로 추락해 갔다.
린의 총격 그리고 리아의 포격에 의해 분출되어 핏방울 그리고 물처럼 낙하한 피는 수면 그리고 다리의 나무 바닥에 닿아 붉은 무늬를 그려내고, 이어서 붉은 연기를 뿜어내며 사라져 갔다.
그에 이어, 또 다른 괴물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전과 같이 물고기 혹은 파충류의 특징이 가해진 인간형 괴물들-이하, 물고기 인간이라 칭한다-로서, 긴 창을 손에 쥐고 있었다. 감빛 기운이 묻은 칼날이 긴 나무 자루에 달린 형상을 드러내는 창을 쥐고서 이들은 재빨리 나무 발판을 밟으면서 일행을 향해 돌진해 가려 하였다.
이들의 상대는 내가 맡았으며, 빛에서부터 빛의 기운을 끌어들여 하얗게 빛나는 결정 한 쌍이 나를 감싸게 하면서 이들을 향해 돌진해 갔다. 그 결정들이 물고기 인간들에게 타격을 가하니, 이들 역시 입에서 피를 뿜어내면서 비틀거리며 쓰러져 갔으며, 쓰러진 이들의 피 역시 붉은 연기를 뿜어내면서 사체 째로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 이후에도 더 많은 개체들이 몰려왔으며, 괴물의 유형도 다양해져 갔다. 물고기 인간들뿐만이 아니라,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는 물고기들이 수면 위로 틈나는 대로 솟아오르며 위협을 가해왔고, 지면 위로 어디에서부터 생성되었을지 알 수 없어 보이는 커다란 가재들이 집게발을 앞세우며 돌진해 왔다. 돌진해 올 무렵, 멀리서부터 그 집게발을 부딪치며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어서 그로 인해 놀란 적도 있었다.
린이 자신의 총기들에서부터 연두색 빛을 발하는 전기 구, 화염탄, 확산성 포탄을 분출해 지면에서부터 돌진해 오는 개체들을 쓰러뜨리고, 리아가 자신이 들고 있는 총포에서부터 확산형 광탄들과 유도성을 띠는 빛으로 이루어진 미사일들 그리고 번개 줄기를 발사해가며 좌우에서부터 몰려오는 물고기들과 물고기 인간들 그리고 공중에서부터 날아오는 박쥐 무리를 격추시켜 가는 동안 리아가 린에게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린, 이것들 모두 감빛의 기운에 의해 생성된 것일까."
"그렇다기보다는 감빛의 기운을 그 녀석들이 물과 대기 중의 감빛 기운을 이용해서 소환하는 개체들일 거야. 감빛 기운이 불안정해지는 것만으로는 이들이 나타나지는 않지. 기록에 의하면 포헤 느와흐가 감빛의 기운을 조작해 소환한 괴물들을 통해 자신의 거점으로 다가오는 것을 저지했다는 이야기가 있어."
그러는 동안 성채에 다가가는 일행을 향한 습격은 줄기차게 이어져 가고 있었다. 물 위에 떠 있는 식물체들이 핏덩이를 포탄처럼 분출하는 공격이 이어지기도 했다. 린, 리아 자매는 포격이 있을 때마다 잘 피해가며 대처를 하고는 했었으나, 그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그 때마다 내가 빛의 기운으로 생성한 결정들을 조작해 낙하하는 핏덩이에 부딪치도록 하니, 격돌한 핏덩이는 결정체에 부딪쳐 터지면서 결정체의 열기에 의해 증발하면서 붉은 연기로 변해가며 소멸해 갔다.
그 핏덩이는 다른 개체들이 뿜어내는 피보다 약간 더 어두운 색을 띠고 있었으니, 그 색을 확인하면서 나는 그 피에 더러운 기운 같은 것이 포함되어 있었던 만큼, 그 피에는 닿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판단을 내리고서, 바로 린, 리아 자매에게 그 핏덩이의 성질에 대해 내가 추측한 바를 알렸다.
"역병을 일으킬 수 있는 성질을 가지는 물질이에요, 가급적이면 피부에 닿지 않도록……."
말을 건네면서 그들을 향해 돌아서고 있을 즈음, 그들은 각자 금색을 띠며 빛을 발하는 투명한 결정의 형상을 이루는 보호막으로써 자신들을 보호하고 있었다, 그 어두운 색을 띠는 핏덩어리 같은 물질이 투사되고 있음에 미리 대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위험 물질로 여기고 있었음에 대해서만큼은 나와 같은 생각이기는 하였던 모양이나, 어떻게 위험한지에 대해서는 나와는 사뭇 달랐다, 엘베 족 자매들은 이들이 산성 물질일 것으로 여기었던 것으로 산성 물질에 의해 자신들이 소지한 물품이나 의상 등이 사라지는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보호막으로써 자신들을 보호하려 하였던 것.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하지만 어찌되었든 간에 그들은 내가 그에 대해 알리기도 전에 위험을 대비하기 위한 보호막을 사용하고 있었음은 분명했다. 그래서 굳이 그들에게 대책 구상의 필요성에 대해 굳이 말하거나 하지는 않도록 하였다.
리아가 자신이 소지한 포의 성질에 변형을 가해, 금색 빛을 발하는 빛 줄기를 다리의 좌, 우측 건너편 멀리 자리잡고 있는 식물체들을 향해 하나씩 발사, 그 금색 빛으로 이루어진 작살들이 식물체에 닿아 폭발한 이후에 식물체들의 몸체에 불이 붙기 시작하였다.
나무를 비롯한 식물들은 마르지 않는 한, 몸체가 열이 받아 죽기는 하나, 쉽게 불이 붙거나 하지는 않는다. 몸체가 머금은 수분에 의해 열기가 퍼져 나가지 않기 때문. 그러나 강한 열을 가하면 마름의 여부에 상관 없이 바로 불에 휩싸인다. 리아가 포격을 통해 방출한 그 빛의 작살들은 사악한 기운이 빛에 반응해 수분이 증발할 정도의 열기를 생성했을 것이고, 그로 인해 바로 식물체들이 화염에 휩싸였던 것이다.
금방 어두웠던 주변 일대가 식물체를 태우는 노란색 혹은 금색을 띠는 불길에 의해 순식간에 밝아지면서 이를 통해 바로 앞길을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 여파로 호수 가장자리와 성채 사이 한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는 넓은 구역 너머까지 그 광경을 선명히 보며 앞길을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 시간 동안 그 넓은 구역까지 앞길을 가로질러 나아가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린, 리아 자매는 갑작스레 수면 위로 대량 출몰하기 시작한 물고기 인간과 불가사리 형 개체들을 향해 포격을 가하기 시작, 앞서 돌진해 오던 개체들부터 하나씩 격파해 나아가려 하였다.
물고기 인간들이 먼저 핏덩어리로 변해 파멸하고, 그 뒤를 이어 불가사리 형 개체들이 린이 양 손에 들고 있는 총포에서부터 발사되는 광탄들에 의해 중심에 위치한 급소가 관통되면서 그 팔들이 하나씩 부서져 핏덩이가 되어 사라져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렇게 개체들이 하나씩 격파되어 사라지면서 다리와 호수 주변이 격추, 격파되면서 그들이 남긴 피로 인해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불길한 물질을 뿜어내던 식물체들을 불태우던 불길이 사그라들면서 성채를 향해 나아가는 길목의 한 가운데 즈음에 위치하고 있는 넓은 구역과 그 주변 일대가 다시 어두워졌다. 그러는 동안 하늘에 드리워진 감빛을 띠는 구름 곳곳이 갈라지면서 그 갈라진 부분들에서 핏빛을 띠는 빛이 생성되기 시작, 그 빛에서부터 하늘 아래로 빛 줄기가 분출되고 그와 함께 박쥐의 그것과 같은 날개를 품은 인간들, 그리고 흉악한 입을 가진 거대한 박쥐들이 그 빛 줄기가 분출되는 부분에서부터 날아내려오기 시작하였다.
린이 총포에서부터 초승달 모양의 충격파들을 발산하면서 그 괴물들을 격추시켜가고, 리아가 빛으로 이루어진 포탄의 발사와 소형 포탄의 연속 발사를 번갈아 해가면서 그런 린의 행동을 지원해 가며, 이들 개체들을 잇달아 파괴시켜 나아가고 있었다.
이들의 지원이 이어지는 동안 내가 앞길을 가로질러 나아가,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의 넓은 구역에 이르니, 그 때를 같이하여 검을 든 물고기 인간들, 유난히 덩치가 큰 물고기 인간들 다수가 나에게 몰려오고 있었다. 덩치 큰 물고기 인간들은 한 손에 하나씩 큰 칼을 들고 있거나, 두 손으로 커다란 도끼를 들고 있으면서 앞장서 돌격해 왔기에 혼자 이른 나에게 바로 큰 위협이 되고 있었다.
빛의 칼날로써 맞대응하는 것은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었으니, 우선 힘에서 밀리고 여기에 상대방은 그 수까지 많았으니, 검격으로는 당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 넓은 구역 진입로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빛의 기운에서부터 유도성 광선들과 결정들을 발사해 그 다수의 괴물체들에게 타격을 가해 물리치려 하였다. 덩치 큰 괴물체들은 한 두 번 타격을 가하는 정도로는 밀려나지 않았고, 그래서 그 덩치 큰 괴물체들의 접근을 막아내기 위해서라도 더욱 치열하게 공격을 가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아르사나 양, 감빛 기운을 펼쳐서 괴물의 눈을 속일 수 있지 않나요."
"이들은 이성을 가진 이들이 아니에요, 그 눈을 봐요, 영혼이 광기에 물들어 어떠한 소통 수단도 통할 리 없는 만큼,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일 수밖에 없어요."
이 무렵, 엘리사는 바로 나의 뒤를 따르면서 나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동향 사람이라 할 수 있는 나를 우선적으로 지켜보려 하였던 모양으로 내가 더욱 큰 위협에 직면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계속 따르려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그런 그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기도. 그런 상황 하에서 수많은 괴물들과 직면하는 나를 보며 그는 자신보다도 전투에 직면하는 나를 더욱 걱정하고 있었다. 물론 의미 없는 제안을 하고 있었다지만 얼마나 걱정이 되었으면 그런 제안을 하였던 것일까.
그런 그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서라도 직면한 위협을 가급적이면 빨리 극복하기로 하고서, 온 기운을 다해 몰려오는 괴물체들을 쓰러뜨리려 하였다. 그래도 치열하게 전투를 치르는 동안 덩치 큰 괴물들 역시 하나, 둘씩 쓰러져 가고 그렇게 상황은 일행 쪽에게 조금씩 유리해져 가고 있었다.
그렇게 중앙 구역의 한 가운데 즈음에 이르렀을 때, 다시금 괴물체들의 습격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내 시점에서 뒤쪽에서도 몰려오고 있었고, 그로 인해 포위당하는 국면에 놓이고, 그로 인해 엘리사가 처한 위험도 더욱 커졌기에, 엘리사를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더욱 치열하게 기운을 들여 괴물체들과 맞서야 했다.
우선 내가 나 자신의 손에서부터 하얀 빛으로 불길을 만들어 내어, 그 불길로써 몰려오는 큰 괴물체들이 쓰러진 그 너머로 돌격해 오는 물고기 인간들 그리고 지느러미처럼 생긴 날개로 날아다니는 비룡들을 나와 가까운 방향에서부터 다가오는 불태워 가며, 앞길을 열어가려 하였다.
이 와중에 엘리사 역시 양 손에 하나씩 소형 총포를 들어 그 총포에서부터 여러 방향으로 총탄을 쏘아가며,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괴물체들을 맞히는 것으로써 격파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엘리사에 대해 본래는 전투 요원이 아니었을 것이라 여기고 있었던지라 그까지 전투에 나서게 된 것에 대해 여러모로 미안하게 여기고 있었다.
"엘리사 씨께서 호수로 따라오지 않도록 해야 했어요, 이런 고생을 하시게 될 줄은……."
"제가 자처했던 일이에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아르사나 님께서 어떻게 싸워서 그들에게 이르게 되었는지, 그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없지 않을까요. 저는 이번 사건의 정황을 샤하르 사람들에게 자세히 알릴 의무가 있어요. 그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라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었던 것이에요."
그리고서 그는 이를 위해서라도 자신 역시 기초적인 수준이나마 전투 기술을 익혔던 것임을 밝히고 있었다. 이후, 10 여 개체씩 몰려오던 괴물체들의 공세가 끊길 즈음, 린, 리아 자매를 기다리면서 그 넓은 구역의 좌측 가장자리 부근에서 숨을 돌리고 있던 나에게 엘리사가 말을 건네었다.
"우리는 그 변형체 무리의 소굴을 조금씩 괴멸시켜가며 나아가는 것이 아니에요, 그 무리의 소굴을 돌파하고 있을 따름이지요. 후퇴한다고 하더라도 그들과 맞서야 함은 변함이 없겠지요.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저는 당신의 곁에 계속 머무르고 있도록 하겠어요."
그리고서 그는 자신이 죽더라도 그에 대해 자책하지 않도록 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 그리고 이런 자신의 생각을 관청 역시 이해하고 있으리라는 자신의 생각을 바로 드러내었다.
이후, 린과 리아 모두 호수의 길목, 그 한 가운데에 위치한 그 구역에 이르면서 잠시 둘로 구분되었던 일행이 다시 모이게 되자, 우선 자신의 키만한 크기를 가진 거대한 포를 손에 들고 있던 리아가 나와 엘리사에게 다가와서 무사 여부를 물었다. 앞장서 나아가면서 치열한 포위 공세에 직면했던 나에 대해 심히 우려가 되었던 것. 리아가 그의 자매인 린과 더불어 나에게 다급히 다가와서는 그 행동 못지 않은 다급한 목소리를 내며 물었다.
"아르사나 씨! 엘리사 씨! 모두 무사하신가요!?"
리아 역시 엘리사가 더 걱정이 되었던 것은 나와 마찬가지였으니, 비전투원으로서 나를 따라 움직이던 그에 대한 걱정은 그와 함께 있던 누구라도 갖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엘리사의 상처 하나 없는 모습을 보며 뒤따라 왔던 자매 린과 더불어 그에 대해 안도하고 있었다.
4 명의 일행이 무사히 중앙 구역에 이른 이후로 무슨 이유로 인해 수중 생물체들의 움직임이 소강 상태에 이르렀는지는 몰라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수중을 넘어, 공중에서조차 수시로 이루어지고는 하였던 그 괴물체들의 출현이 더 이루어지거나 하지는 않았고, 이를 통해 일행이 모두 모인 모습을 지켜보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성채로의 진입을 한시라도 빨리 하기를 원하고 있었기에 그 일대에서 오래 머무르거나 할 생각은 없었으며, 엘베 족 자매 중 한 명이었던 린의 경우에는 그 구역의 한 가운데 부분으로 접근하면서 잠시 그 일대를 둘러보려 하였으니, 그 일대 역시 수상해 보인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린은 그 구역의 한 가운데 부분에 무언가 있으리라 여기고 있었으며, 그래서 자매인 리아에게 구역의 한 가운데에는 이르지 않도록 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
린이 그렇게 나서는 모습을 보니, 나도 신경이 쓰였고, 그래서 이전까지 나의 곁에 있어 주었던 빛의 기운이 다리의 중앙 구역, 그 한 가운데 부분에 이르러, 기운의 감지를 위한 상태에 놓고, 잠시 동안 그 일대를 돌아다녀보도록 하였다. 감지 상태에서 빛의 기운은 자신의 주변-어느 방향이든 간에- 상극이 되는 성질을 가지는 강한 기운이 있다면 바로 이를 감지해서 강한 빛을 발하니, 이를 통해 수상한 전조를 바로 찾아내려 하였던 것.
수상한 무언가는 바로 감지되었다. 빛의 기운이 감지 상태 하에서 호수의 다리, 그 한 가운데에 위치한 구역, 그 중심에 이르자마자 바로 크게 소리를 내면서 주변 일대로 밝은 빛을 발산하면서 주변 일대를 하얀 빛들로 밝게 비추려 하고 있었던 것.
처음에는 난데 없이 영롱한 빛을 흩뿌리는 하얀 빛의 기운을 보며 당혹스러워 하고 있었지만 곧 그것이 수상한 기운의 감지를 의미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고서 바로 그 뒤로 물러나서 각자의 무기를 들었다,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한 대비를 하기 위함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 역시 빛의 기운을 원래 상태로 돌리면서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오도록 하였다.
그렇게 4 사람 모두 경계 상태에 있었지만 암만 시간이 지나도, 그 주변 일대는 그저 조용할 뿐으로, 어떤 현상도 일어나거나 하지 않았다, 심지어 괴물체 하나 나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다리 아래 수중에 도사리고 있을 '무언가' 를 의식하지 않거나 하지는 않을 수 없었기에 그저 그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였으나, 그저 시간이 지나고만 있을 따름이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무언가…… 방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나 싶은데."
그 때, 리아가 자신의 자매인 린에게 말을 걸었고, 이에 린 역시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서 자신이 먼저 나서도록 할 것임을 밝히면서 자신이 앞장서서 나아갔고, 이어서 리아가 그런 자매의 뒤를 따라 나섰다. 한 가운데 즈음에 이를 무렵, 이들의 발걸음은 보다 느려지고, 조심스러워지고 있었으니 다리 바닥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형태의 습격에 의해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린, 한 가운데에 이렇게 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러게……. 그렇다면 혹시……."
그 동안 리아는 그 구역의 한 가운데에 이르렀고, 그 구역을 밟는 것을 넘어, 폴짝폴짝 뛰기까지 하고 있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이에 린은 자신들을 의식하지는 않는 듯해 보인다고 말하고서, 같은 감빛 기운을 품고 있는 이를 통해 깨워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드러내고 있었다.
감빛 기운을 품은 이라면 나와 감빛 지대에 거주하는 엘리사가 있었다. 이 중에서 엘리사는 나서면 위험한 사람이었던 만큼, 그 수상한 무언가를 깨울 수 있을만한 사람은 나 혼자였다. 이러한 생각을 하고서, 나는 린, 리아 자매 그리고 엘리사에게 내가 나서겠음을 밝히고서, 가장자리 부분에 머무르며 앞 일을 지켜보아 줄 것을 당부하였다.
리아를 대신해 그 구역의 한 가운데에 이르러 보았지만 역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때, 리아가 린에게 모두 방심하고 있다면 습격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하자, 린은 그러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하고서, 바로 그 구역을 지나치려 하면서 말했다.
"무언가 기운이 도사리고 있기는 하지만 여기서 무슨 짓을 하거나 하지는 않지 않을까 싶은데."
이에 리아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고 화답을 하고서 자신들이 먼저 나아가도록 하겠음을 밝혔다, 구역을 지나치면 다시 습격이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그 습격에 자신들이 먼저 대처하도록 하겠음이 그 이유였다. 이어서 엘리사가 다시 구역의 가장자리로 돌아오는 나에게 말했다.
"아르사나 님, 우리도 이제 떠나도록 하지요."
"알았어요." 이에 나는 바로 알았다고 화답을 하고서, 그 구역을 지나치기로 하였다, 그 구역 아래가 신경이 쓰였지만 그렇다고 계속 머무른다고 해서 좋을 것은 없었기에. 그리고 린, 리아 자매가 구역을 온전히 떠나고, 리아가 손을 흔들어 나를 부를 즈음에 나 역시 구역을 벗어나기 위한 발걸음을 옮기려 하였다.
일이 터진 것은 그 때였다. 구역의 나무 바닥 중앙을 지나치려 할 즈음, 고요하기만 하던 바닥의 틈새에서부터 그 아래에 숨은 감빛 기운에서부터 유래되었을 감빛 연기가 난데없이 치솟는 것으로부터 불길함을 느끼기는 하였으나,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그 일은 큰 일은 아니리라 여기었고, 그래서 곧바로 리아를 향해 뛰어가려 하는데, 오른발 밑에서부터 격렬한 진동이 감지되고, 불길함을 느끼자마자 그 발을 떼고 공중제비를 하여 뒤쪽으로 물러났다.
그 순간, 바닥이 터지는 소리가 들리고, 그 소리에 반응해 고개를 들고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바라보려 하자, 뚫고 검은 기운이 기둥을 일으키는 듯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하였다. 거대한 뱀, 그 머리가 용의 모습을 한 커다란 뱀 한 마리가 나를 바라보며 포효를 하고 있었다. 그간 일행이 바닥 아래에 자리잡은 기운으로 알고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그 수저에 또아리를 틀고 있던 괴물이었던 것.
그 용의 그것과 닮은 듯해 보이는 머리는 용의 그것보다 훨씬 사악한 인상을 띠고 있었으며, 두 눈이 핏빛을 띠며 번뜩이면서 그 빛이 내가 위치한 그 일대의 지면에 닿기도 하였다. 그 괴물의 양 옆, 그리고 미간 위쪽에는 거대한 뿔이 하나씩 달려 있었으니, 잘 이용하면 그것에 매달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처음에는 수저에 자리잡은 기운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기어질 정도로 고요하기만 하였다. 린, 리아 자매부터 바닥 아래에 무언가 있을 것임을 예측하고 있었기에 모두 경계하고 있었으나, 모두 안일하게 행동해도 아무렇지 않자, 대단한 현상이 아닌 줄 알고 모두 지나쳤는데, 나만 남았을 때에 본색을 드러낸 것이었다.
지능이 어느 정도는 있을 것이라 여기고는 있었다, 그러하지 않고서야 나를 인식하거나 하지도 못했을 테니. 하지만 나를 기준으로 깨어나는 시기를 결정함에는 성채에 머무르고 있을 이들이나 아니면 포헤 느와흐가 괴물과 연관되어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으니, 괴물이 처음부터 나를 바로 알아보거나 할 수 있을리 없을 것이고, 이들에 의해 학습을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라 여기었던 것.
나는 포헤 느와흐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었다, 그 무리 중에는 나를 알아보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며, 설령 알아본 이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포헤 느와흐를 통해 알게 되었을 것임이 분명했기에. 포헤 느와흐는 자신의 수하인 아델을 통해 나를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이후, 용의 모습을 갖춘 괴물이 고개를 높이 들더니, 이어서 고개를 다시 숙이는 것으로써 그 머리가 나의 바로 앞에 이르도록 하면서 두 눈을 부릅뜨며 입을 벌렸다. 핏빛을 띠는 연기가 괴성과 함께 분출되니, 연기이되, 연기가 아닌 거대한 화염이 뿜어 나오는 것만 같았다.
그 연기를 우측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으로써 피해내는 것과 때를 같이하며 곧바로 반격을 개시, 양 손에 빛의 기운을 일으켜서 그 빛의 기운에서부터 결정 칼날들을 사출, 그 칼날들이 다시 고개를 드는 용의 목덜미를 찌르도록 하였고, 이를 같이하여 빛의 기운 자체도 곡선을 그리면서 허리와 등을 그 광선들로 찌르려 하였다.
이러한 타격이 얼마나 영향을 끼치고 있을지는 보기만 해서는 알 수 없었다. 잇달아 찌르고 타격을 가하였으나, 그 상처가 바로 눈에 보이거나 하지는 않았음이 그 이유. 그 타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괴물은 내 주변의 좌에서 우 방향으로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숙이면서 핏빛을 띠는 불덩어리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분출하여 그 바닥에 격돌하도록 하였다. 그 폭발로써 나에게 피해를 가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3 회 폭발 이후, 괴물은 내가 위치한 그 방향으로 입을 벌리면서 고개를 숙였다. 나를 물어뜯기 위한 일이었을 것이다. 바로 피해내고서 다시 고개를 들기 전에 왼쪽 머리의 뿔을 향해 바로 달려 들었다. 그 뿔에 매달리려 하였던 것. 그 때, 뒤쪽에서부터 총격이 가해지는 소리 몇 번에 포격이 가해지는 소리 한 번이 들려왔고, 그와 함께 뒷목 쪽에 잇달아 충격을 받으며 괴물은 들던 고개를 다시 숙이고 말았다. 뒤쪽에서 린, 리아 자매가 지원 포격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방을 향해 목소리를 내보니, 바로 그들로부터 이런 응답이 들려오고 있었다.
"한 번씩 저희들이 도움을 주도록 할게요!"
자주 도와줄 수는 없었다고 한다, 뒤쪽 상공에서부터 괴물체들이 계속 몰려와 이들 역시 상대를 해야 했기에,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는 괴물은 전적으로 내가 맡아야만 했던 것. 아무튼, 린, 리아 자매의 지원 포격으로 인해 다시 괴물이 고개를 숙인 덕에 바로 앞으로 접근해서 그 머리 위로 뛰어 올랐다. 처음에는 머리 왼쪽의 뿔을 노렸지만 이전의 지원 사격 덕에 그 머리의 정면을 통해 머리 위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이었다.
자신의 머리 위로 적대하는 이가 올라오자마자 괴물은 고개를 들었다, 그 흔들림으로써 나를 떨어뜨리기 위함이었을 터. 이에 나는 그 머리 위에 머무르는 것을 대신하여 바로 앞의 뿔을 두 손으로 붙잡으며 버텨 갔다. 이에 괴물은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뒤흔들며 나를 떨어뜨리려 하니, 필사적으로 버티면서 이 몸부림을 견디려 하였다.
다리를 움직여 몸을 꺾은 채로 발을 머리 위에 올리고, 그에 이어 상반신을 앞으로 젖히면서 앉으려 하였다. 그 이후, 어두운 색을 띠는 괴물이 고개를 앞뒤로 흔들면서 나를 떨어뜨리려 하자, 급히 뛰어오른 이후에 빛의 기운으로 검을 생성해 그 자루를 잡아서 공중제비를 돌며, 그 머리를 칼날로 찍었다. 그 이후로 괴물의 몸부림에 몸에 찍은 칼날에 의지해 가며 버티는 태세를 유지하려 하였다.
그 이후, 그 움직임이 다소 둔해지자, 다시 바로 서서 그 칼날을 있는 힘을 들여가며 빼냈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빛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검을 쥐고, 왼손으로써 그 상처 자국 안으로 빛의 기운으로써 생성한 하얀 빛 줄기들을 발사해, 그 빛이 몸 안에 파고들도록 하였다. 상처 자국 안으로 빛의 기운이 파고들며, 빛의 기운이 그 몸을 구성하는 어둠의 기운에 반응, 잇달아 폭발하고 있었다.
그 폭발에 의해 고통을 받으며 괴물이 괴로워하니, 그것까지 버티고 있을 수는 없었다. 내가 밟고 있던 머리가 계속 흔들리자마자 손에 쥐고 있던 검이 사라지도록 한 이후에 공중제비를 돌면서 그 바로 앞의 바닥으로 착지하였다. 그리고 곧바로 그 괴물이 위치한 방향을 향해 돌아서려 하는 순간, 주변 일대의 바닥에도 위험의 징조가 보이려 하고 있었다.
바닥 곳곳이 뚫리면서 그로 인해 감빛 기운으로 이루어진 송곳이 솟아오르며, 바닥을 뚫으면서 다리의 중앙 구역 일대의 바닥을 계속 부수고 있었다. 바닥이 계속 부서지고 있었으니, 오랫동안 바닥에 머무르거나 할 수는 없다보니, 앞 일이 다급해지게 되었다.
머리에 상처를 입고, 그 안으로 자신에게 해가 되는 기운이 파고드는 피해를 입었다지만 그 정도는 치명적인 수준은 아니어서 그 움직임에 큰 변화가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당시의 괴로움이 크기는 했었는지, 바닥을 송곳으로 뚫는 위협을 가하는 것은 물론, 그 자신이 가하는 공격 역시 이전에 비해 더욱 거세어져 가고 있었다.
감빛의 기운 덩어리를 입에서부터 여러 방향으로 방출하는 공세를 가하고, 그에 이어 등에서부터 감빛 기운으로 이루어진 칼날들을 잇달아 발사해, 그 칼날들이 지면과 그것이 아래에서 솟아올랐던 송곳으로 뚫은 바닥을 비롯하여 바닥 곳곳에 떨어뜨리는 공세까지 취하고 있었다.
피할 것은 피하고, 칼날은 격추시킬 수 있었기에 갑작스레 머리 위로 급속도로 낙하하는 것들이 있다면, 바로 격추시켜서 피해를 입는 것을 어떻게든 막으려 하였다. 그 괴물의 공격은 그것이 주가 되었으며, 바닥을 뚫는 송곳은 더 이상 바닥에서 발생하거나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상공 먼 곳에서 나를 향해 한 무리의 넓은 날개를 가진 새들이 날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린, 리아 자매가 격추시키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개는 린, 리아 자매가 위치한 그 근방을 거치지 않고, 바로 나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으니, 이들을 격추시키는 것도 일이었다.
우려한 바와 달리, 바닥에서 돌출되는 송곳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으니, 비교적 여유롭게 상대에 피해를 가하는 방법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었다-어디까지나 비교적이었다는 것으로, 실제로는 여기저기 날아 내려오는 어둠의 기운을 피하느라 자주 몸을 움직여야만 했다-.
이번에는 비행체들이 이 일대를 날아다니고, 이에 린, 리아 자매가 그들의 격추에 나서고 있는지라 그들의 도움을 기대할 수는 없었으니, 내가 스스로 그 괴물체를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나는 괴물의 목덜미를 주목하였고, 그 목덜미 부분에 상처가 가해짐이 괴물체의 행동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 생각에 의거하여, 나는 하얀 빛의 기운으로 칼날과 같은 결정 덩어리들을 대량으로 발생시켜서 이들을 그 하얀 띠를 한 번씩 잠깐씩이나마 보이는 그 목덜미 부분으로 집중시키려 하였다. 그 목 부분이 결정에 의해 찔릴 때마다 괴물은 한 번씩 움찔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하였다.
자신의 목덜미 부분이 공격을 받을 때마다 괴물은 고통스러워 하는 듯이, 괴성을 지르며 자기 자신을 요동시키고 있었다. 정말 그 부분이 그에게 있어서 약점에 해당되는 무언가였던 모양. 한참 그렇게 찔리기를 반복하니, 결국 그 괴물은 고개를 숙여 자신이 위협을 가하는 대상이었던 나를 향해 그 머리를 내미는 듯한 모습을 보이려 하였다. 다시 그 괴물의 머리 위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였다.
내가 접근하려 할 즈음, 괴물은 고개를 들려 하였으니, 그 전에 그 머리 위로 올라설 필요가 있겠다고 판단을 내리며, 바로 그 머리 앞으로 뛰어간 이후에 그 뿔을 향해 뛰어 오르려 하였다. 다행히도 뿔을 간신히 두 손으로 붙잡을 수 있었고, 그 이후에 몸을 위로 젖혀 발부터 머리에 닿도록 한 이후에 다시 몸을 끌어올려 온전히 착지하였다.
검을 생성해 오른손에 쥔 이후에 그 칼날로 머리의 상처를 입은 쪽을 다시 찔렀고, 그로 인해 괴물이 다시 괴로워하며 날뛰기 시작하자 뒤쪽으로 뛰어 오르며 빛의 기운으로 광선을 발사, 그 상처를 찌르도록 하였다. 그 중 몇은 빗나가고, 몇은 명중했다.
이후, 나는 공중에서 도움 닫기를 시도한 이후에 다시 괴물의 머리가 위치한 방향을 향해 뛰어내리려 하였다. 도움 닫기를 통해 내려가는 방향을 전환한 것이었다.
다시 머리 위로 착지하자마자 바로 괴물은 자신의 머리를 여러 방향으로 격렬히 흔들며 나를 떨어뜨리려 하였고, 이에 나는 그 왼쪽 머리에 달린 뿔에 매달려서 그 흔들림을 견디려 하였다. 도중에 괴물의 등에 발이 닿을 때가 있었으나, 처음에는 그에 대해 바로 신경을 쓰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괴물체가 자신의 몸체를 더욱 격렬히 흔들면서 뿔에 의지하는 것만으로는 매달리기 어렵게 되자, 달리 의지할 곳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등에 어떻게든 이르러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서 나의 두 발이 그 등에 닿자마자 바로 손을 놓았고, 그로 인해 대각선 방향으로 낙하하면서 괴물체의 등 부근에 떨어지게 되었다. 이에 나는 그 등을 두 손으로 붙잡고서 바로 그 머리를 향해 기어오르기 시작하였다.
괴물체의 등을 따라 기어오르는 동안 나는 검으로 그 몸체를 베어 홈을 파고, 그 홈을 두 손으로 붙잡아가며 움직였다. 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다시 괴물체의 머리 위에 이르고서 두 무릎을 그 머리 위에 대며 앉고서 그 괴물체의 상처 입은 부분을 검으로 계속 찌르려 하였다. 처음에는 깊이 파이거나 하지는 않았으나, 계속 같은 부분을 찌르기를 반복하다보니, 결국 그 머리의 깊은 곳까지 칼날이 박히게 되었다. 머리에서부터 한 차례 폭발이 일어나 불길이 일어나려 하고, 그와 동시에 괴물이 괴성을 지르기 시작하였다.
괴물이 괴성을 지를 시점에서 나는 다시 바닥으로 뛰어내려 착지를 하였다. 깊은 상처를 입어 괴로워하던 괴물은 그 분노 때문인지 감빛 덩어리를 곳곳에 난사하고 있었다. 몇 번 일어나다 말았던 송곳이 바닥을 궤뚫고 솟아오르는 현상도 잇달아 발생하고 있었다.
목덜미 쪽의 표피가 벗겨지면서 그와 함께 검붉은색을 띠는 구체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그 구체에서부터 핏빛을 띠는 물질이 내가 위치한 방향을 향해 분출해 가고 있었다. 기이하고 사악한 특성을 가지는 물질이었을 것인 만큼, 닿는 것만으로도 무척 위험하리라 여기었고, 분출할 때마다 다른 모든 행동을 멈추고 다급히 그 물질의 궤적을 피해 가려 하였다. 물질은 바닥에 닿은 이후로는 위협적인 특성을 보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음 목표는 목덜미 쪽의 그 검붉은 구체. 그 구체를 향해 하얀 빛을 발하는 결정으로 이루어진 칼날을 집중적으로 쏘아 보냈다. 그 구체는 생체로 구성된 것임을 확신하며 결정들을 방출하는 것이었다, 구체가 기이한 액상 물질을 분출하는 동안 구체 표면이 꿈틀거리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그것이 생체이리라 바로 예상을 하였던 것.
처음 공격을 가할 시에는 특유의 탄성으로 결정체를 튕겨내고 있었은, 결국 그 구체는 결정체에 찔려 그로 인해 자신이 분출하던 것과 같은 붉은 액체를 뿜어내기 시작하였고, 그로 인해 더욱 고통스러워 하던 괴물체는 단말마에 가까운 비명을 지르면서 그 상반신을 앞으로 내밀었다, 마치 기운을 잃고 쓰러져 가는 듯이.
기운을 잃은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다시 접근하려 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고개를 들어올리려 하였고, 이에 나는 다시 그 머리 위로 뛰어오른 이후에 그 머리를 다시 찌르고, 빛을 발하는 결정들이 그 벌어진 상처 안쪽으로 파고들도록 하였다. 그 결정들이 깨지면서 괴물의 머리에 또 크게 상처를 입히게 되었다. 그 이후, 나는 머리의 상처 자국 바로 앞에 앉아서 오른손에서 새하얀 빛의 기운으로 화염을 분출, 그 화염이 상처로 파고들도록 하였다, 그 괴물체를 확실히 끝내기 위한 일이었다.
단말마스러운 비명이 울려 퍼지면서 괴물은 자신의 머리를 높이 올리려 하였고, 머리를 높이 들어올리려 하는 조짐이 보이자마자 바로 근처의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그런데 그 지점이 송곳이 솟아올랐던 그 부근이라 착지를 하자마자 바로 바닥이 무너지고 있었다.
비명소리와 함께 물에 빠졌다가 괴물이 바라보는 방향 기준으로 뒤쪽 근처의 바닥을 붙잡고 다시 밖으로 나오고 나서 다시 괴물의 모습을 보려 하였다. 그 동안 이미 괴물은 힘 없이 자신의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상반신은 여전히 살아 있었고, 그 공격에도 목덜미 쪽에서 드러나는 붉은 구체는 여전히 그 형상이 살아 있었으나, 한 번 숙여진 머리는 다시 살아나지 않았다. 이전의 일격으로 인해 머리 쪽은 확실히 생명을 잃은 모양.
하지만 구체는 여전히 살아서 붉은 액체를 자신의 바로 아래로 내리면서 자신이 적대하는 이를 향해 붉은 기운으로 이루어진 덩어리를 계속 분출하고 있었다. 분출 형태도 다양해서 큰 덩어리를 하나 날려 보내는 것도 있었고, 여러 줄기를 한 번에 분출해 나를 향해 유도하도록 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었다.
이에 나는 그 덩어리를 주변 일대를 돌면서 피해 가면서 그 반격으로써 결정체를 통한 찌르기 공격과 더불어 유도성 광선을 통한 타격을 함으로써 그 공세에 대응해 나아가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그 괴물체를 구원하기 위함인지 넓은 날개를 가진 기계 병기들이 잇달아 내가 위치한 그 일대를 향해 날아오는 모습을 보였다.
기계 병기들이 나란히 대열을 이루면서 기계 장치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하단에 장착하면서 내가 위치한 그 일대의 좌우측 부근의 수면을 향해 날아와서 그 기계 장치를 투하하였다. 물보라를 일으키면서 수면 아래로 떨어진 장치들은 잠시 후, 자신의 대각선 방향으로 발판을 하나씩 만들어 내어 수면 위로 떠오르더니, 포대를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수면 위에 떠 있으면서 그 포대로 포격을 가하려 하였던 모양.
이전부터 나를 노리며 날아오는 덩어리들에 좌우 주변에서 가해지는 포격에 의해 날아오는 화염탄이 가세를 하니, 이전보다 더욱 빠르게 움직이고, 주변 일대를 더 잘 살펴볼 필요가 있었고, 그만큼 괴물체의 목덜미에 자리잡은 구체에 타격을 가할 기회가 잘 찾아오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기회는 확실히 찾아왔으니, 이를 통해 비행체들을 격추하고, 수면 위로 떠오른 전차들 역시 하나씩 파괴하여 격침시킨 이후에 다시 괴물체의 몸체에 박혀 있는 하나의 구체를 향한 공격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 이후로는 비행체가 날아오거나 하지는 않았으니, 구체에 계속 공격을 집중해 갔다.
구체에서부터 붉은 액체가 터져 나오고, 그와 함께 붉은 연기와 더불어 폭풍이 충격파와 함께 발산하는 형태로 폭발이 발생, 목덜미 부분에서부터 붉은 액체를 분출하면서 괴물체는 고개를 뒤로 젖힌 채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갔다. 그 동안 나는 그 괴물체가 가라앉아 가는 모습을 다리의 중앙 지대, 그 호수 가장자리 쪽을 향하는 그 앞에 서 있었다.
직감이 왔다. 발밑에서부터 수면 아래의 격렬히 끓어오르는 감빛 기운의 흐름이 바로 느껴졌던 것. 불길한 징조임을 바로 알아차리고서 다급히 성채를 향하는 쪽의 진입로를 향해 뛰어가려 하면서 호수 가장자리와 가까운 가장자리 부근에서 상황을 계속 지켜보기만 하던 엘리사를 급히 불렀다.
"엘리사 씨! 어서 건너편으로 가야 해요!!!"
우선 내가 먼저 린, 리아 자매가 근방에 위치하고 있던 성채 쪽 진입로에 이르러서 뒤따라 오는 엘리사를 기다리려 하였다.
한편, 엘리사는 나의 다급한 외침을 듣자마자 바로 나를 따라 다급히 뛰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막 중앙 구역의 부서진 중앙 부분, 그 좌측 부근을 지나려 하는 순간, 다리의 중앙 지대 바로 아래의 수면 전체가 하늘색 빛을 발하며 조용히 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그 빛과 소리는 하나의 징조로 여기어지고 있다, 기운의 폭주에 의한 거대한 폭발. 감빛 기운은 폭주할 시에는 하늘색 빛을 발하고, 그와 더불어 울리는 소리를 낸다. 일종의 전조 현상으로서 그 전조 현상 후, 10 ~ 30 여초 내로 반드시 대형 폭발이 일어나게 된다. 그 폭주를 막을 수 있으면 폭발이 발생하지 않겠으나, 그 당시의 상황으로는 어떻게든 그 폭발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란 없었다. 엘리사는 그 짧은 시간 내로 다리의 중앙 지대를 떠날 수 없으니, 반드시 폭발에 휩싸이게 될 것임은 자명한 바였다, 어떻게든 그를 구출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바로 엘리사를 향해 뛰어가서, 그를 안은 이후에 다리의 성채 쪽 진입로를 향해 뛰어가서 폭발이 일어나리라 여기어진 때에 린, 리아가 머무르는 그 일대를 향해 엘리사를 있는 힘을 다해 던졌다. 그 행동이 빠른 시간 내로 그를 다리의 중앙 지대, 그 건너편으로 보내기 위한 나 나름의 최선이었다. 다행히도 엘리사는 다리의 중앙 구역, 그 건너편의 진입 구간 바로 앞에 이르렀고, 그 광경을 본 리아가 자신이 손에 들고 있던 포를 내려놓아가며 두 손으로 엘리사를 받아 들었다, 엘리사는 폭발에 의한 붕괴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폭발에 의해 다리의 중앙 구간이 파괴되면서 드러난 수면은 맑은 느낌의 푸른색을 띠며 고요히 물결치는, 본연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괴물이 쓰러지고, 괴물에 의해 생성되었을 어두운 기운이 다리의 중앙 부분을 파괴할 정도의 폭발을 일으키면서 그로 인해 어두운 기운이 소멸, 어두운 기운의 영향이 없어지면서 변질 역시 사라지지 않았을까.
수면 위로는 다리가 폭파되면서 남은 나무 잔해들이 곳곳에 떠 있었다. 그 중에는 다리 표면에서 유래된 것들뿐만이 아닌, 다리의 표면을 받치고 있던 기반인 기둥에서 유래된 것처럼 보이는-자세히 보면 나무 결이 다르며, 표면과 기둥은 각기 다른 재질을 사용하고 있었다- 조각들도 있었다.
바로 수영을 해서 성채와 가까운 쪽으로 다가가려 하였고, 그 건너편 가장자리에서 나에게 손을 내밀려 하는 리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손을 잡아달라는 부탁의 의미였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 스스로 올라갈 수 있음을 밝히고서 일단은 지켜보고 있어줄 것을 당부하였다.
"리아, 일단 지켜보고 있자." 그 때, 린이 리아에게 물러서라는 의미를 가지는 발언을 하였고, 그 말을 듣고서야 리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린의 우측 곁으로 돌아가서 자신이 내려놓았던 포를 다시 주워, 창을 짚듯이, 오른손으로 포의 뒤쪽 부분을 바닥에 대며 쥐는 모습을 보였다.
부서진 진입 구간의 절단면을 두 손으로 붙잡으며 수면 위로 기어오르자마자 린이 나에게 다가와서 괜찮은지에 대해 물었고, 이에 나는 별로 대단한 일이 아니니 너무 신경쓰거나 하지는 않아 주었으면 한다고 화답을 하고서, 바로 이들을 지나, 앞길을 따라 나아가려 하였다. 방금 전 지나친 구간이 다리의 중간 구간이었으니, 앞으로 이전에 나아갔던 만큼, 나아가면 성채가 위치한 섬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볼 수 있었다.
"춥지 않아요?" 그 때, 엘베 족 자매들과 동행하고 있었던 엘리사로부터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물에 빠져서 몸이 축축해지면 바람 한 번 불면 그로 인해 체온이 낮아지거나 할 수 있기에 걱정이 되어서 한 말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그는 말로 끝내지 않고 바로 나에게 다가와서 아마도 촌장의 집에서 가져왔을 천 조각으로 나의 물기를 닦아주기도 하고 있었다, 진심으로 정말 많이 걱정되었던 모양.
"고마워요, 엘리사 씨. 정말 제가 걱정이 많이 되었던 모양이네요."
"이번 경우는 보통 심해 보이지 않아서…… 일의 수행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무리하는 것은 좋지 않아요."
이에 엘리사는 바로 그렇게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한 번 정도는 문의를 해 달라고 나에게 당부를 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 이후로 여느 때처럼 다리 부근의 수면에서부터 괴물들이 튀어나오고, 그 공세에 맞서 나아가는 일이 반복되어 갔다. 예의 물고기 인간들부터 숨을 들이마셔가며 몸을 부풀려 돌진해 오는 거대한 물고기들이 다리 위를 향해 튀어오르려 하였으며, 뒤쪽에서는 거대한 가재가 집게발을 부딪쳐가며 돌격해 와, 뒤쪽에 있던 엘리사 등에게 위협을 가하는 일 역시 수차례 일어나고 있었다.
나는 주로 앞쪽에서 튀어나오는 물고기 인간, 거대 물고기들을 격추시키거나 착지한 이들을 격멸하는 역할을 수행하였으며, 린, 리아 자매는 뒤쪽과 옆에서 튀어나오는 개체들을 자신들의 총포로 격멸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간혹 리아가 자신의 포, 그 포구가 하늘을 향하도록 하고서 포를 발사, 그 포탄이 포물선을 그리도록 하면서 앞쪽에서 대량으로 몰려오는 물고기 인간들이 위치한 그 일대로 낙하하도록 하였다. 착탄 후에 바로 발생한 대규모 폭발이 먼 앞의 지면 위로 착지한 다수의 물고기 인간들을 격멸하고 있었다.
상공에서도 비행을 하는 개체들이 잇달아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핏빛을 띠는 빛을 발하는 구름의 틈새에서부터 박쥐와 비슷한 모습을 가지는 비행체들이 날아왔고, 또 그 때를 같이하여 박쥐의 날개가 달린 눈처럼 생긴 개체들도 눈동자에서 광선을 발사해가며 위협을 가하는 모습이 보였고, 이들은 주로 나와 엘리사를 주로 노리고 있었기에-상대적으로 연약해 보였던 탓이다- 엘리사에게 위협을 가하지 못하도록 바로 보이는 대로 바로 격추시켰다.
눈처럼 생긴 개체들은 이전에 언젠가 들어서 알고 있었으니, 어머니께서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셨으나, 어머니께서 과거에 참전하셨던 그 전투에 참전했던 이들로부터 그 존재를 알게 되었던 것. 아르데이스를 떠난 엘베 족들의 수장이었던 파르사가모가 감빛 마력을 받아들이고 타락하면서 자신의 사악한 마력으로 만들어 낸 개체들 중 하나로서, 이후로 케레브라 칭해지는 타락한 엘베 족 사람들이 이를 활용해 성채로 침입해 오는 전사들을 저지하려 하였다고 한다.
이 호수에 모습을 드러내는 눈처럼 생긴 개체들 역시 포헤 느와흐라 칭해지게 된 파르사가모를 섬기던 케레브 족 사람들의 마력에 의해 만들어져 상공에 모습을 드러냈을 것이다.
그렇게 상공, 수면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괴물체들을 격멸해 가며, 앞으로 나아가다가 중간 지대와 성채 사이의 중간에 위치한 어느 네모난 모습을 보이는 구역에 이를 즈음, 그 구역의 좌우에 위치한 사람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보게 되었다. 손에 하나씩 모종의 무기를 쥐고 있던 자들로서, 성채 앞에 나와 있던 케레브 족 사람들이었던 모양.
"위협 사격을 가하면 아마 도망칠 거예요. 저항할 수도 있겠지만 대단한 능력 자체가 없으니 별 위협이 되지도 못할 것임은 분명하지 않을까……."
케레브 족 사람들이라면 이미 만나본 적이 있었다, 붉은 바위의 산에 있는 '카즈 라' 역에서 사람들을 '우민' 이라 칭하고, 자신들을 '선견자' 라 칭하던 그 다스 에레보사의 잔당으로 추정되었던 사람들, 이들은 나를 위협해 오려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가 결국 빛의 기운으로 발사한 광탄 한 발에 공포에 질려 주저 앉아 버렸으니, 바로 앞에 보이던 그들 역시 그런 그들과 큰 차이는 없으리라 여기어졌다.
"어이, 너희들, 지금 어디로 가는 거니? 보아하니……. 우리와 같은 편은 아닌 모양인데."
접근해 오자마자 왼편에 서 있던 사람으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전에 마주했던 케레브 족 여성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여성의 목소리였다. 이후, 그 목소리는 바로 위협적인 목소리를 나를 비롯해 접근해 오는 이들을 향해 내기 시작하였다.
"여기는 우리들의 전당이고, 우리들의 보금자리야, 설마, 이 보금자리까지 빼앗아가며 우리의 생존권을 박탈하려고 여기로 온 것은 아니겠지? 돼지 새끼들, 벌레 새끼들의 대표님?"
"여기가 당신들의 보금자리라고요?"
일행을 향한 도발적인 어조에 엘리사가 바로 앞에 있던 린, 리아 자매는 물론, 나까지 지나쳐 가면서 바로 이들을 향해 급히 다가가면서 외쳤다. 이에 린이 바로 엘리사에게 다가가서 급히 그를 물러서게 하면서 말했다.
"저 발언은 이 곳 출신 사람들을 도발하기 위한 언동이에요! 절대로 여기에 넘어가서는 안 돼요!"
그 때, 우측에 보이는 사람으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앞에서 무모해 보이기만 하였던 행동을 취하는 모습을 보이던 엘리사와 그의 행동을 만류하려 하는 린을 조롱하는 듯한 남성의 목소리였다.
"야, 조금만 더 지켜보고 있어 보지, 그러냐. 그 암퇘지 새끼가 달려들어 우리한테 뒈지는 꼴을 보면 얼마나 재미있는데. 안 그러냐, 앞 일도 모르는 벌레 새끼야."
그러더니, 가만히 린의 모습을 보더니 흥미를 느낀 듯이 목소리를 내었다.
"호오, 거기 보이는 것은…… 엘베 족이시네? 진화를 거부한 개, 돼지 족속 아니냐?"
린은 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왼손에 쥔 총을 들어 바로 총격을 가했다. 초록색 빛을 발하는 빛 줄기가 그 우측의 그림자를 바로 스쳐 지나갔다, 누가 보더라도 일부러 스쳐 지나가도록 하였음을 알 수 있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스 에레보사의 잔당으로 추정되었던 그 케레브 족 남성은 바로 놀란 듯이 움찔하는 행동을 취하고 있었다. 이는 왼쪽에 보이던 여성 역시 바로 반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여기에 리아가 자신의 포를 높이 들어 이전 때처럼 포격을 개시, 빛 덩어리가 포물선을 그리면서 그들이 위치한 일대로 날아가도록 하였고, 자신들을 향해 날아가는 포탄을 보자마자 이들은 바로 뒤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이 그야말로 지레 질겁을 하고 도망가는 모습이었다, 이전의 온갖 욕을 하며 도발하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었다.
'그냥 허풍의 일종이었던 것이려나. 그들 마냥.'
그렇게 목표도 없이 발사된 포탄에도 질겁을 하고 도망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그들이 말만 그럴 듯하게 할 따름이었음은 '카즈 라' 역사에서 만났던 그들과 거의 차이가 없음을 확인하고, 성채 안팎에서 볼 수 있는 케레브 족 사람들은 다 그런 유형의 인물들일 것임을 바로 확신하며 경비가 뚫린 앞길을 따라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그 이후에도 괴물체들의 습격은 잇달아 이어지고 있었으며, 다리 양 옆의 먼 저편에서는 괴식물들이 자신들이 피운 꽃에서부터 핏빛 액체, 감빛 액체를 흩뿌리고, 또 액체 덩어리를 뿜어 다리를 향해 날려 보내는 식의 위협을 가하려 하였다. 그 중에서 덩어리는 격추시킬 수 있었기에 린 그리고 내가 맡아서 광탄, 마력탄으로 격추, 공중에서 폭파시켜 연기가 되어 흩어지도록 하였다. 반드시 높은 상공에 있는 덩어리만 격추시켰으니, 낮은 곳에서의 덩어리는 격추시켜도 액체 방울이 바닥에 닿을 위험이 컸음이 그 이유였다.
이런 액체들이 분출될 때에는 괴물체들도 때를 같이 하여 습격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그 때에는 내가 이들의 움직임을 유도하고는 하였다, 그 덩어리는 사악한 기운 뿐만이 아닌, 사악한 힘에서 유래된 역병, 산의 기운도 포함되어 있었으나, 사악한 기운에 의해 태어난 이들은 그 기운은 면역이라 피해가 없었으리라 여기었으며, 그래서 이들이 대신 핏덩어리처럼 보이는 액체들을 뒤집어쓰게 하였던 것.
하지만 산성, 역병 기운에 의한 피해는 사악한 기운으로 이루어진 괴물체들도 어찌할 수 없었던 모양으로 액체를 뒤집어쓴 괴물체들은 곧 괴로움에 처하며 주저앉거나 쓰러지니, 그렇게 그들이 무력화된 틈을 노려 바로 이들을 지나쳐 가려 하였다. 그들은 일어서는 이들이 아닌 한, 처치하지 않았으며 일어서서 기습을 시도하는 이들이 있을 시에 바로 린과 내가 바로 이들을 공격해 제거해 가는 수준 정도만 그쳤다. 처치하든 하지 않든 간에 어차피 다시 이 곳으로 오면 같은 일이 반복될 것임이 분명했다, 쓸데없이 일을 만들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이러한 공방을 거듭하면서도 진행을 멈추지 않으니, 어느덧 성채와의 거리도 상당히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러하다보니, 괴물체들에 의한 습격 뿐만이 아닌 길가 도처에 자리잡고 있던 케레브 족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이들은 한결 같이 어두운 색을 띠는 반소매 차림의 상의와 바지 차림을 하고 있었으며-상의와 하의의 색이 같은 옷차림도 있었다-, 입가를 천으로 가린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의 외견은 엘베 족이라 칭하기 어려울 정도였으나, 소문만큼 뒤틀려 있지도 않았고, 흉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적대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일그러진 표정을 지으며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달려들 때의 그 흉악함은 그간 온갖 흉악한 괴물들을 상대해 온 나라도 흠칫 놀랄 지경.
이들의 손에는 도검, 나무 혹은 금속 몽둥이, 돌 등을 들고 있었다. 대나무 줄기를 깎아서 날카롭게 만든 무기를 든 자들도 곳곳에 보였다. 예로부터 엘베 족에서는 활과 총 사용에 능한 이들이 적지 않았고, 궁술과 총격술이 기본 소양이었다고 하나, 타락한 이들에게는 그러한 소양이 없었고, 그 영향인지 사격 무기를 활용하지 않았다. 또한 타락의 여파인지 뒤틀린 성품을 가지는 이들은 적대하는 이들 마치 짐승처럼 맹렬히 돌진해 왔다, 만약 이들이 멧돼지였다면 위협적이었겠으나, 이들은 멧돼지처럼 덩치가 있는 이들도 아니었을 뿐더러, 재빠르지도, 사납지도 않았다.
케레브 족 무리에 속한 이들 중 대다수는 적대하는 이들이 다가오면 우선 수면 위에 착지한 괴물들을 부려 그들이 적을 상대하도록 하다가, 그들마저 쓰러지고, 그 적들이 다가오면 바로 도망쳐 가는 모습을 보였다. 정작 접근전을 위한 무기를 소지하고 있었으며, 괴물체들과 교전을 행하는 동안 온갖 모욕적인 언행을 행하였건만, 막상 그들에게 접근한 이후에 그들이 보이는 행동이란 대략 저러하였다.
이러하였으니, 엘리사조차도 그들의 도발에는 신경을 쓰지 않을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간혹 정말 목숨을 아끼지 않고 돌격해 오는 케레브 족 사람도 있어서 위험한 상황에 놓이기도 하였다. 이들은 괴성을 질러오며 돌격해 왔으니, 이들을 보면서 상기했던대로 엘베 족 자매들마저 깜짝 놀랄 지경에 이르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그저 앞으로 달려드는 것만 생각했을 따름으로 그 이후로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 듯이 괴성을 지르며 자신들의 도검을 마구 휘둘러 왔고, 바로 헛점을 노출하였기에 도검으로 바로 베어내는 것으로써 제압할 수 있었다.
케레브 족 사람들을 괴물체들과 함께 격퇴시키면서 앞으로 나아가다보니, 어느덧 성채의 모습이 눈앞에 바로 보이게 되었다. 어둠 속에서 그림자에 가려진 성채의 바로 앞으로 다리의 마지막 거점이 있었다. 그 거점 역시 케레브 족 사람들이 몇 자리잡고 있었으며, 이들 역시 여타 케레브 족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괴물들을 부려서 다가오는 적들-일행-을 공격하도록 하다가, 그들의 저지선이 돌파당하자 바로 자신들이 소지하고 있던 세검을 들며 달려 드는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그 저돌맹진하던 이들에 비하면 훨씬 이성적이었으나, 검술 능력에 한계가 있었는지 나와 대면한 이후에 하나씩 칼날에 찔려서 쓰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 이후에도 뒤쪽에서 성채와 멀어지는 방향으로 도망쳤던 케레브 족 사람들이 대나무를 깎아 만든 무기를 들고 돌진해 왔으나, 이에 권총에 장착된 칼날로 맞서려 하였던 린과 대결을 벌이다 실패하여 모두 제압되었다. 린은 이들을 죽이려 하지 않았으며, 기절시키는 정도에서 끝냈다, 굳이 이들을 죽이거나 할 필요가 없음이 그 이유라고.
그 길고 긴 다리를 건너기 시작한지 몇 시간 즈음 지났을까, 다리의 중간 지점이 파괴되는 모습을 지켜보기까지 하는 시련들을 거쳐가면서 마침내 성채가 자리잡고 있는 호수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섬에 이르게 되었다. 성채는 작은 섬의 가장자리 바로 근방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직선 상의 길을 따라 나아가면 바로 입구에 이를 수 있었다.
다리의 중간 지점이 부서졌음을 상기하며, 이후의 일에 대한 걱정이 들기도 하였으나, 목표 거점에 거의 근접한 이상, 그 곳에서 해야할 일에 대한 생각을 해 둘 필요가 있기도 했고, 또 마침 상공에서 지면을 향해 괴물체들이 날아오는 모습을 보고, 이들의 위협에 맞서 나아가야 할 상황이 계속 다가와서 그 걱정은 잠시 접어두기로 하였다.
'생명의 기원지' 와 '빛의 나무' 를 잇는 산길 한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는 호수, 그 한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는 거대한 고리처럼 생긴 섬의 중심 부근에 성채가 자리잡고 있다. 그 성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고리의 중앙에 위치한 연못을 거칠 필요가 있었다. 그 연못은 성에 있어서 자연적인 해자 역할을 해 왔으며, 성문 안쪽으로의 돌파는 연못의 폭을 가로지르는 적교를 거쳐야만 가능했다.
감빛의 기운에 영향을 받은 탓인지 황량하기 이를데 없는 섬의 지표면 위로 성채로의 접근을 위해 다가서려 하는 순간, 상공에서 박쥐의 그것과 닮은 커다란 날개를 펼치고 있는 괴물들이 하나씩 무리를 지으면서 날아오고 있었다. 거대한 눈을 몸에 달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고, 거대한 입이 몸체의 대부분을 이루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 무리를 보면서 입을 가진 이들이 보다 공격적으로 다가올 것이라 여기고, 이들을 우선 공격 목표로 정하려 하였으나, 그 때를 같이해, 앞서 다가오던 눈의 형상을 닮은 무리들이 각자의 눈들을 붉게 밝히는 모습을 보이더니, 열기가 달아오르는 듯이 붉게 빛을 내는 그 눈에서부터 다수의 구체들을 발사해 내가 위치한 그 일대를 향해 날아가도록 하였다.
서로 간의 말이 없기는 하였으나, 위험에 대한 대처는 각자 맡아서 잘 해내고 있었다. 경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접근해서 지켜내려 하였던 엘리스도 자신이 품에 숨기고 있던 작은 총포를 손에 들고 있으면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포탄을 그 총포에서 쏘아낸 포탄들로써 막아내려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엘리스도 소형 총포의 포탄으로 몇 개체를 격추시켰고, 린이 자신의 소형 총포에서 수차례 포탄을 발사해 접근해 오는 개체들을 또 몇 격추시키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었지만 주역은 리아였다, 기관포를 통한 대공 사격이 개체들을 격추시키는 데에 상당히 큰 역할을 해 주었던 것.
다수의 개체들에 의한 상당히 치열한 공세가 이어졌음에도 다행히도 린, 리아 그리고 엘리사 모두 상처를 입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전부터 수차례 전투 경력이 있었던 린, 리아 자매는 그렇다고 엘리사는 우선 전투 장비부터 별로 갖추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다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에 대해서는 그에 대해 무척 고마워하고 있는 바였다.
일행이 가하는 반격에 의해 하나씩 박쥐 날개를 달고 있던 괴물체들이 대다수 격추되어 사라졌지만 이후에도 위협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 예상되었고, 그래서 린, 리아 자매가 앞장서서 바위 표면을 밟아가며 성채로의 접근을 이어가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우려했던 대로의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상공에서 내려온 눈 무리들을 처단한 이후, 지표면에서도 감빛 기운이 곳곳에 일어나더니, 그와 동시에 린, 리아가 위치한 성과 섬의 가장자리 사이의 한 가운데 즈음, 그 근방에서 한 무리씩 괴물체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섬의 한 가운데 지점이라 할 수 있는 그 구역 일대에서부터 주로 물고기 혹은 파충류 인간으로 구성된 무리가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니, 무리를 구성하는 괴물체 각자의 손에는 창 혹은 총포가 쥐어져 있었다. 이들 중에서 앞쪽에 위치한 무리에 속한 창을 쥐고 있는 이들부터 린, 리아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으니, 포격을 가하는 이들에게 바로 접근해 제압하려 함이 그 목적이었던 모양.
우선 린이 양손에 하나씩 쥐고 있던 총포로 사격을 가해, 이들을 쏘아 맞히면서 제거하고, 이어서 무리에 속한 남은 이들과 뒤쪽의 무리에 속한 이들을 보며, 리아가 자신의 포를 포구가 하늘을 향하도록 들면서 연노란 색을 띠는 포탄을 잇따라 하늘을 향해 발사, 발사된 포탄들은 매우 빠른 속도로 노랗게 빛을 발하는 포물선을 그리면서 리아가 보고 있던 이들을 향해 낙하해 가려 하였다. 이후, 지면과 격돌하면서 포탄은 그 무리가 위치한 일대에 격돌, 그 폭발이 무리에 속한 괴물체들을 사멸시키는 광경이 나타났다.
그 이후로 린이 돌격해 오는 괴물체들을 격멸하고, 이어서 리아가 포격으로 뒤쪽에 남은 무리를 괴멸시키는 과정을 반복하며 그 일대의 무리들을 거의 괴멸시킨 이래로 그 지면에서 더 이상 괴물체들의 모습이 나타날 조짐은 보이지 않게 되었고, 그리하여 린이 자신을 비롯한 자매의 뒤쪽에서 지켜보고 있었을 나와 엘리사에게 당부를 하여, 자신이 위치한 곳으로 와 있어 줄 것을 부탁하고 있었다.
"아르사나 씨, 엘리사 씨. 이제 오셔도 괜찮아요."
괴물체들의 출현이 더 이상 없었다고 하나, 그 이후로 정말 무슨 일이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여기었기에, 엘리사만 뒤쪽에 남겨 두고 내가 그 바위 벌판의 한 가운데 부근에 위치하고 있는 린, 리아 자매의 곁에 이르려 하였다. 그렇게 내가 다가가려 할 때, 갑자기 하나의 현상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벌판 한 가운데가 아닌 가장자리들을 중심으로 한 무리의 괴물체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이번에는 식물적인 특성을 가진 이들이었다.
수선화를 닮은 거대한 꽃 줄기의 형상과 닮은 모습을 갖추고 있던 이들은 암술에서부터 검푸른 기운을 마치 구체 상을 이루는 덩어리의 형상을 이루어 투사하였으며, 포물선을 그리며 상공 높이 떠오르려 하는 구체들을 보자마자 나와 리아가 각자의 방식으로 그 덩어리들을 격추시켜 공중에서 터져 흩어지도록 하고 있었다.
화초 형상의 괴물들은 린이 자신이 손에 든 총포로 사격을 하여, 그로 인해 발사된 연두색, 노란색 빛을 발하는 칼날의 형상들이 포탄으로써 나아가며 그 꽃봉오리에 타격을 가해, 그 봉오리들을 터뜨리고 있었다. 린이 섬의 가장자리 일대를 오가며 무리에 속한 식물형 괴물체들을 터뜨린 덕으로 그 무리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거의 사라져 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식물형 괴물체들의 사멸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경계를 다소 풀면서 바로 앞에 보이는 어두운 하늘 아래에 자리잡아, 마치 그림자 형상처럼 보이는 성채로 진입할 수 있게 되었다. 케레브 족 무리는 성채에서 농성을 하기로 작정하였는지 괴물체들의 두 차례 습격 시도가 있은 동안에도 그들이 눈앞에 나타나는 모습을 본 적은 없었다.
작은 섬이었던 만큼, 그 이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 그림자의 형상처럼 보였던 성채의 바로 앞에 도달, 앞길을 가로막는, 호수의 물이 흐르는 거대한 틈과 그 앞에 있는 성문 역할을 하는 나무로 만들어진 거대한 적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던 만큼, 두 차례의 전투를 거치며 적교는 심하게 파손을 당했다고 하며, 그 당시의 굳건한 모습은 이후 호수 인근의 마을 사람들에 의해 보수된 것이었다고 한다, 그 적교가 있어야 섬에 이른 이들이 안전하게 성 내부로 진입할 수 있었기에 필요에 의해 수리된 이후에는 사람들을 위해 늘 내려져 있었다고.
그 당시, 성채는 '다스 에레보사' 라 칭해진 케레브 족 잔당에 의해 점거당했고, 케레브 족 일당은 성채 점거 이후에 외부인들의 침입이 있을 것임을 이미 예상했을 것인 만큼, 적교는 위로 올려져 있었으며, 이 적교를 내리기 위해서는 장치를 조작해야 하며, 이 장치는 성문 위쪽의 성벽에 위치하고 있다. 그 자리잡은 부분은 성벽의 성문 부근 좌우 부분으로서 하나씩 위치하고 있다. 포헤 느와흐가 성채에 기거하게 되었을 때에도 이 장치들을 이용해 적교를 올려놓고 있다가, 혼자 성채로 돌입했다는 통보에 바로 자신감을 내비친 포헤 느와흐에 의해 내려진 적이 있었다.
이번도 마찬가지로 무기로 무장한 케레브 족 전사들이 장치를 번을 도는 듯이, 몇 명씩 지키고 있었다. 굳이 이런 식으로 장치 하나를 지키기 위해 몇 명씩 경비병이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해를 하기 힘들었으나, 그에 신경을 쓰지 않고 그 위로 올라서서 경비병들을 제압하려 하였다. 경비병들의 제압 자체는 사격을 통해 잘 맞힐 수만 있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겠으나, 문제는 올라서는 것이었다. 린, 리아 자매가 그 방법을 알고 있었으면 했다.
"그 때처럼 알아서 내려지는 상황을 기대하기는 힘들겠지요?"
"예, 분명히." 성채를 바라보면서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나의 좌측 곁으로 다가오면서 엘리사가 물음을 건네려 하였고, 이 물음에 나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그러하다고 답을 하고서, 스스로 내려줄 리 없는 이들이라고 그들에 대한 언급을 하였다. 그러는 그 때, 성문 바로 앞으로 다가온 린이 성문 위쪽을 가리키며 그 쪽을 한 번 보아줄 것을 부탁하였다.
"성벽 위에서 그들이 무슨 지시를 받는 것 같은데……"
이 무렵, 성벽 위로 한 사람이 다가와서 성벽 위를 경비하고 있던 이들에게 모종의 목소리를 내며 지시를 내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더니, 잠시 후, 경비를 서고 있던 케레브 족 병사들이 성 안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그에 이어 이전에 그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던 검은 후드로 얼굴을 감추고 있던 검은 옷의 남성이-수도복 차림은 아닌 듯해 보였다- 나를 비롯해 성채 부근에 이른 이들을 내려다 보려 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바로 붉은 눈을 번뜩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런 그로부터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적교를 내려주겠다, 어디 한 번 우리들에게 와 보시지. 단, 이 곳은 너희들의 성채이며, 이번 일은 이 성채를 너희들 스스로의 손으로 파괴하는 행위임을 잊지 마라."
마치 일행을 협박하는 듯한 발언을 건네자마자 바로 성채 안으로 들어서며 그 모습을 감추는 케레브 족 남성. 그 이후, 적교 바로 위의 장치가 작동되면서 거친 마찰음과 함께 적교가 내려지더니, 나무와 돌이 부딪치는 무거운 충격음과 함께 적교가 바닥에 완전히 닿았다. 그렇게 성문이 열리면서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나마 드러나게 된 그 문 너머는 성채 내부에 여러 케레브 족 사람들이 머무르고 있을 것임이 분명해 보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조용해 보였다.
"수상하네요, 이 곳이 그들의 마지막 거점일 텐데."
그 열린 모습을 보자마자 바로 적교 위로 먼저 나아가며, 엘리사가 바로 그 열린 안쪽에 대한 경계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밝히고서 필시 습격이 있을 테니, 그에 대한 주의를 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 엘리사는 성문 안쪽 부근의 좌우측에 숨을 수 있는 거점이 몇 있음을 밝히고서, 그 거점에 케레브 족 전사들이 잠복해 있을 가능성이 높음에 대한 경고를 하기도 하였다.
"저희들부터 먼저 들어가 볼 수 있도록 할게요. 어둠 속에 숨은 이들을 어떻게든 감지해 보도록 하겠어요."
그러자 린이 리아와 더불어 자신들이 먼저 들어가 볼 수 있도록 하겠음을 밝히고서, 나와 엘리사에게 뒤쪽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통보가 오면 바로 오도록 해 줄 것을 당부하며 적교를 통해 성문 안쪽으로 들어가려 하였다. 우선 양손에 하나씩 총포를 들고 있던 린이 먼저 들어서고, 그 뒤를 이어 자신의 키만한 거대한 포를 등에 지며, 리아가 어두운 안쪽으로 들어섰다.
적교를 가로질러 뛰어가던 린은 성문 부근에 이르자마자 바로 발걸음을 멈추었으며, 이어서 왼손의 총포를 허리띠에 매어 놓은 이후에 그 왼손에서부터 연두색을 띠는 자그마한 빛을 생성하였다. 그리고 그 빛을 바로 성문 안쪽의 한 지점으로 보내려 하니, 그 이후로 빛은 천천히 성문 안쪽에 이르러 빛을 발산하면서 맑은 소리를 내려 하였다.
그렇게 빛이 성문 안쪽으로 들어가 소리를 내기 무섭게 총격음이 잇따라 울려 퍼지며 그 빛을 향해 총탄들이 날아가 폭발하는 모습을 보였으니, 총탄이 근방을 향해 날아갔다가 폭발하는 광경을 보는 것으로써, 그 일대에서부터 산탄이 발사되어 폭발하고 있었음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만약 그냥 성문 안으로 들어섰다면 그 산탄에 맞아 큰 피해를 입었을 것임이 분명한 상황이었다.
"역시 이 안에 누군가 숨어 있었구나."
린의 그 목소리와 함께 교전 개시, 상황이 발생하자마자 린은 성문 근처에서 물러나 연두색 빛 덩어리와 노란색 빛 덩어리를 왼손에서부터 하나씩 생성하여 그 덩어리를 좌측 그리고 우측을 향해 하나씩 내던졌다. 빛 덩어리가 성문 안쪽의 좌측 그리고 우측에 던져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폭음이 성문 안쪽에서부터 한 번씩 울려 퍼졌으며, 그 때를 같이하여 리아가 린을 앞질러 어깨에 매고 있던 총포를 다시 두 손으로 들면서 그 총포로써 좌측 그리고 우측을 향해 한 번씩 노란색, 연두색 구체를 포격을 통해 발사, 이어서 안쪽의 좌우에서부터 한 번씩 다시 폭발이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성문 안쪽으로 다가가,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을 동안, 좌우에서 두 번씩 발생한 폭발과 연관되어 있을 무참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누군가 뛰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들리자마자 린이 바로 안쪽으로 들어오라 말했고,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부터 먼저 성문 안쪽으로 뛰어갔다.
"아르사나 씨! 엘리사 씨! 여기를 봐요, 여기 이 곳에!"
그 때, 리아가 성문의 좌측 안쪽을 가리켜, 그 일대를 볼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당부하였고, 그렇지 않더라도 그 성문 안쪽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보려 하였던 나는 우선 그가 가리켰던 성문 안쪽의 좌측부터 먼저 보려 하였다.
그리고 과연, 그 일대에 숨은 케레브 족 전사들의 시신과 그들이 대동하고 있었을 부서진 기계 병기들의 잔해가 노란 불길에 휩싸이며 어두운 그 일대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 일대가 그러하였으니, 같은 사격이 발생하고 있었으며, 노란 빛이 환하게 어둠을 비추고 있던 우측 일대 역시 비슷한 광경을 보이고 있었을 것이었다.
무참해 보일 수 있는 광경이었겠지만 타락과 악행을 거듭해 온 비겁한 종족이라서 그러한지, 동정심은 별로 들지는 않았다, 이들은 자비를 베풀면 원수로 갚는 이들이라 하였으며, 틈나는 대로 감빛 지대의 사람들을 비롯한 행성계의 사람들을 무시하고 모욕해 오고 있었다. 그들에게 호의를 베풀 이유란 없었다.
이러한 생각은 선조가 같았던 린, 리아 자매 역시 갖고 있었던 모양으로, 타락한 동족의 불길에 휩싸인 시신들을 경멸하는 듯이 바라보는 모습이 잠시나마 나의 눈앞에 보였다. 그 때라면 아르데이스 성계에도 그 타락한 존재들이 '다스 에레보사' 라는 이름 하에 행성계에 재건된 평화로운 세상에 파란을 일으키려 한 그 악행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었다. 타락한 것 자체만으로도 엘베 족 사람들은 케레브 족을 한심하게 바라보고 있었으니, 그 이후의 악행을 자행해 온 이들에 대한 시선이 좋지 못함은 당연한 처사였을 것이었다.
그렇게 성문 부근의 잠복해 있던 무리를 처단한 이후에도 린, 리아가 앞장서며 안쪽의 대문 안쪽으로 바로 진입해 갔다. 그 대문에까지 전사들이 잠복해 있지 않으리라 여기었던 것.
그러나, 그들의 예상이 온전히 맞은 것은 아니었다. 곳곳에 잠복의 흔적이 있어서 본래 그 성문 부근에도 전사들이 잠복했음을 알 수 있었다. 본래는 전사들이 잠복해 있었으나, 바깥쪽 성문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질겁을 한 전사들이 도망쳐서 성문 안쪽에 숨은 이들이 없어진 모양.
문 안쪽은 회랑으로서, 그 좌우측에는 아치형 기둥들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으며, 천장에 등불이 밝혀지지 않은 샹들리에들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아치형 기둥 부근에는 일정한 간격을 이루며 창, 검을 쥐고 있는 갑주들이 있어서 감빛 기운이 피어오를 때마다 그 갑주들이 살아 움직인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나는 내가 앞장서 나아가겠음을 밝힌 이후에 린, 리아 자매와 엘리사에게 나를 따라와 줄 것을 당부하였다.
이야기에서 들은 대로였다, 회랑에 본격적으로 진입을 하자마자 기둥 부근에 서 있는 갑주들에서부터 감빛 기운이 스며들면서 살아나기 시작, 그에 이어 이들이 각자 손에 쥐고 있는 미늘창들을 앞세우며 돌진해 오고 있었다. 근본이 갑주였던 만큼, 열기나 결정 조각에 의한 찌르기 공격에는 버틸 수 있어 보였다. 하지만 강타의 힘을 견디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에 무거운 물체로 강타를 가하면 확실히 충격을 줄 수는 있었을 것이다. 긴 창을 앞세우고 있기는 했지만 구체들을 빠르게 회전시키면서 그 충격으로 막아내는 것은 물론, 무기를 놓치게 만들 수도 있었다.
나의 곁에 세 개의 빛나는 수정으로 이루어진 매끈한 구체들이 생성되도록 하고서, 그 세 구체들이 빠른 속도로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먼저 돌진해 오는 갑주들의 창격을 구체로 막아낸 이후에 그 충격을 받아 갑주가 창을 다시 들어올리면 더욱 빠르게 구체를 회전시켜, 그것들로써 갑주에 잇달아 충격을 가하려 하였다.
갑주가 충격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갑주를 향해 돌진해 가니, 이에 계속 충격을 받으면서 갑주는 결국 무기를 놓치게 되었으며, 이어서 갑주의 몸체가 창과 두 팔을 대신해 강하게 충격을 받아, 결국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접합된 부분이 부서지면서 해체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이후로 갑주들이 무리지어 돌격해 오는 모습을 보였고, 이에 나는 구체들의 회전 방향을 이전과는 반대로 하면서 무기를 앞세워 돌진하는 그들에게 접근해 가려 하였다. 이들 역시 잇따른 타격으로 인해 무기를 놓치고 끝내는 그 충격으로 인해 해체되어 가고 있었음은 먼저 돌격해 온 갑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때, 떠오른 사항이 하나 있었으니, 그 성채의 갑주들을 일으켜 깨운다는 저주받은 원혼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간혹 감빛의 기운에 이끌려 행성에 남은 원혼들-아마 세상의 멸망, 그 여파로 죽어갔을 사람들의 혼들-이 호수의 성채에 이르러, 그 성채의 갑주들을 비롯한 사물에 깃드는 현상이 있다는 이야기.
본래 성채에는 이렇게까지 갑주가 많이 설치되지는 않았지만, 케레브 족과의 전쟁이 있은 이후로 성내에 수많은 갑주들이 설치되었다고 전해진다. 케레브 족들이 외부에서 갑주들을 가져와 설치해 둔 것으로 그들이 불러온 원혼들을 그 갑주들에 깃들게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한 동안은 그렇게 창과 검 그리고 방패를 앞세우며 자신이 적대하는 이들을 향해 접근해서 공격을 감행하려 하는 갑주들의 모습만이 보이다가, 어느 순간 이후로는 석궁 혹은 장궁을 들고 있는 갑주들이 화살을 통해 접근하기도 전에 화살로 위협을 가해왔기에 무턱대로 그들에게 접근해 나아갈 수는 없었고, 그래서 우선 뒤로 물러서려 하였다. 그 때, 린, 리아가 석궁, 장궁으로 화살을 쏘는 갑주들을 향해 포격을 가하니, 몇 번의 포격 만으로 갑주들은 크고 작은 폭발을 몸체에 일으키고 몸체가 부서지면서 바로 격멸되었다. 내가 운용하는 빛의 기운만큼은 아니지만 이들의 마력 포격 역시 빛의 기운을 품고 있었기에 원혼을 품은 갑주들은 그 빛의 기운들에 의해 몇 번의 포격 만으로도 큰 피해를 입어 부서지게 되었던 것이었다.
한편, 그 회랑의 위쪽, 좌우에는 위층의 복도와 난간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부근에서 린, 리아 자매가 포격을 통해 갑주들을 격퇴하자, 좌측 난간에서부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뛰어내리고 있었다. 검은 옷차림을 한 창백한 얼굴의 사람들로서 그들은 손에 하나씩 지팡이, 창, 검 등을 들고 있었으니, 그들은 성채의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었을 케레브 족 전사들이었다.
이들은 린과 리아가 포격을 갑주들을 격퇴하는 정도로 그치자, 더 이상 나를 비롯한 적대하는 이들이 성채로의 진입 저지를 돌파하지 못하리라 여기었는지 뛰어내린 이후로 재반격을 시도하는 갑주들을 뒤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나를 비롯한 이들이 갑주들의 전력에 밀렸을 때를 노리려 하였을 것이다.
우선 갑주들이 돌격해 오자, 그들과 정면에서 맞서게 된 리아가 우선 석궁을 들고 다가오는 갑주들을 바라보며 자신이 손에 들고 있는 무기로 포격을 개시, 포물선 각도로 나아간 노란색, 연두색, 초록색 광탄들이 잇달아 바닥에 격돌해 폭발하면서 그 충격에 의해 갑주들이 부서지기 시작하고, 이어서 린이 리아의 포격에 의해 움직임이 흐트러진 갑주들을 향해 각 손에 든 작은 총포로 사격을 개시, 이후로 발사된 광탄들이 리아의 포격에 의해 충격을 받아 부서져 가기 시작한 갑주들을 잇달아 타격하여 하나씩 파괴시켜 갔다. 그 때, 리아가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나에게 말하니,
"지금이에요, 어서 이들을 공격하세요!"
이에 바로 응하여 부서진 갑주들이 널려 있게 된 그 대지에 빛을 흩뿌렸다. 그리고 빛이 바닥에 하나의 거대한 막을 형성하면서 바닥에 널린 갑주들에 남아있던 혼령들이 일제히 갑주에서부터 탈출해 소멸하는 모습이 보였다.
여기서 부가 효과가 하나 있었다면 갑주들에 남은 혼령을 제거하기 위해 흩뿌려진 하얀 빛의 기운에 의해 생성된 막을 갑주들을 따라온 일부 케레브 족 전사들-그 수가 상당히 많았었다-이 밟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이들 케레브 족 전사들의 발밑에서부터 파란 불길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케레브 족 전사들 중 일부는 그 하얀 빛의 막에서부터 다급히 빠져나왔으나, 이미 파란 불길은 걷잡을 수없이 번져 그들의 전신을 불태워가고 있었다. 단말마에 가까운 비명 소리를 내지르며 그들은 불길에 휩싸인 채, 쓰러져 가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뒤쪽에 있던 전사들은 자신들의 붉게 빛나는 두 눈을 번뜩이면서 그런 그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고 있을 뿐으로 다른 행동을 취하거나 하지는 않고 있었으며, 그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감빛 기운에 물든 그들의 신체를 태워버릴 수 있는, 바닥에 자리잡고 있던 빛의 막이 사라지자 그 케레브 족 전사들은 창을 든 이들부터 장궁을 든 갑주 병사들의 지원을 받아가며 우선 나에게로 돌진해 오기 시작하였으니, 마치 불타 죽은 이들의 원수를 갚을 기세로 그 전사들은 날카롭게 소리를 내지르며 나를 향해 다가오려 하고 있었다.
갑주들이 쟝궁을 통해 쏘는 화살은 빛의 막이 자리잡고 있는 부분에까지 이르고 있었으며, 상당히 많은 수의 화살들이 빗발치는 듯이 오고 있었기에 그 일대에 머무르고 있다가는 위험했고, 그래서 일단은 화살이 닿지 않는 곳까지 물러섰다. 마치 짤막한 창을 연상케 할 정도로 긴 화살들은 지면에 깊숙히 박혀서 그 화살에 박혔을 경우에는 무조건 치명상이었을 것임을 그 모습을 보며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지면에 박힌 화살들은 지면에 박히고, 조금 시간이 지날 무렵에 하나씩 재가 되어 사라져 가는 모습을 보였다.
장궁을 든 갑주들의 공세에 물러서야만 했지만 그 사거리 밖에 있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핏빛 눈을 번뜩이는 케레브 족 전사들은 그저 앞으로 돌격해 오는 것만 할 수 있는 이들이었으며, 그 이외의 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만, 그들의 행동은 이전까지 공격이 자신에게 다가오기만 하면 바로 두려워하며 도망가기 바빴던 여타 전사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니, 이들은 내가 빛의 기운을 일으키는 마법을 선보이고, 그것이 죽음을 불러올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아랑곳하지 않으려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마치 우연히 들르게 되었던 지하 세계에서 마주했던 시체 괴물들처럼 돌진해 오는 이들의 감정 상태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고, 그래서 감빛의 기운을 깨워서 접근해 오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였으며, 그와 더불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손가락 끝마다 칼날을 생성하였다.
감빛의 기운을 일으키는 것으로써 내가 그들과 동질화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창검은 여전히 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어떠한 언어도 표현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그저 짐승과도 같이 울부짖고만 있었을 따름이었다.
그 소리를 들으며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있었으니, 우연히 들어서게 되었던 감빛 기운으로 이루어진 안개에 휩싸였던 어떤 지하 세계에 무리지어 떠돌고 있던 시체 괴물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나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던 그 케레브 족 전사들은 그 때의 그 시체 괴물들처럼 이성을 잃고 말았던 것이었다.
그들의 검격을 피해가며, 손끝마다 생성된 감빛 칼날로 나를 향해 돌진해 오는 이들을 하나씩 베어 나아갔다. 그러는 동안 뒤쪽에서도 린이 총포로써 포격을 행하는 것으로써 나를 지원해 주고 있기도 하였다. 하지만 아직 장궁을 통해 큰 화살을 쏘는 갑주들이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무작정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는 않았다.
감빛의 기운을 풀고, 다시 하얀 빛의 기운을 일으켜서 갑주들에 타격을 가하려 하는 그 때, 위쪽의 난간에서부터 다시 한 무리의 전사들이 뛰어내려 오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전의 전사들과 마찬가지로 이성을 거의 잃어버린 그 전사들은 아래 층으로 내려오자마자 바로 나를 비롯한 자신을 적대하는 이들을 향해 돌격해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이들 역시 이전의 그 전사들과 마찬가지로 괴성을 질러가며 앞으로 나아갈 따름이었으며, 그러하다보니, 빛의 기운으로 일으킨 하얀 화염으로 바로 일망타진할 수 있었다. 화염의 영향을 받은 전사들은 푸른 불꽃에 휩싸인 채 쓰러져 가면서 점차 사라져 가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그들은 재가 되어 사라졌으며, 그 이후에 그 자리에 검은 영혼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었다가 역시 소멸해가고 있었다.
이후로 몇 차례 전사들이 나타났다가 그렇게 소멸해 간 이후로는 더 이상 전사들은 아래 층으로 뛰어내려오지 않았고, 그래서 본격적으로 갑주들에 타격을 가하기 시작, 멀리서 타격을 가하기 위해 갑주들을 대상으로는 하얀 광선들을 발사하여 그 광선들로 하나씩 목표를 정해 타격을 가하려 하였다. 갑주들은 그렇게 타격을 받는 상황 하에서도 계속 화살을 쏘는 것으로써 일행의 움직임을 저지하기만 하고 있었으나, 결국 하나씩 그 형상이 무너지는 것으로써 쓰러졌으며, 그렇게 갑주들이 모두 쓰러진 이후로는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그 일대 지면에 빛의 막을 펼쳐 그 막으로써 혼들이 갑주를 떠나도록 하였다.
그렇게 상황을 정리하고 난 이후로는 그 끝 너머에 위치한 문을 지나, 그 너머의 나선형의 계단을 통해 위쪽으로 올라가려 하였다. 내가 아는 바로 성채의 꼭대기는 3 층 위에 위치하고 있다고 하였다.
성채 2 층은 중앙에 그 아래로 1 층의 중앙 회랑, 그 모습이 보이는 거대한 공동이 자리잡고 있는 하나의 넓은 공간을 이루고 있었으며, 벽면마다 일정한 간격을 이루며 기둥의 형상이 돋을 새김되어 있었다. 이 돋을 새김된 기둥의 형상들 중 몇몇의 사이에는 하나씩 벽화를 비롯한 여러 예술품들이 위치하고 있는 화려한 광경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궁성은 아니었다지만 본래 이 곳은 먼 옛날에는 궁성에 못지 않은 위엄을 가진 곳이었음을 그 모습을 보며 바로 알 수 있었다.
2 층의 곳곳에는 2 층에 남아있었던 케레브 족 전사들이 있었으며, 이들 역시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계단을 지나 출입문에 당도하자마자 그들 중 일부가 내가 위치한 곳 일대로 돌진해 오기 시작하였다. 갑작스레 돌격해 오기는 하였으나, 이전의 그 전사들과는 크게 다를 바 없는 이들이었고, 바로 처단당했다.
뛰어내려 오는 모습만 보아왔기에 그들이 어떻게 이성을 잃은 채로 갑작스레 돌격해 오는지에 관하여, 1 층에서는 바로 알 수 없었으나, 그들이 머무르는 2 층에 이르면서 그 정황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 수 있게 되었다. 2 층의 중앙에 위치한 공동 바로 위쪽의 상공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검은 두건을 쓴 검은 옷차림을 한 케레브 족 남자-추정-가 지팡이를 든 채 모습을 드러내고 그로부터 검은 기운이 한 무리의 전사들에 이르면 그 기운의 영향을 받아 전사들이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그 전사들은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행하는 술법의 영향을 받고 있었던 것.
그 검은 옷을 입은 남자에 대해서는 한 번 들어본 적이 있었다. 어둠의 기운으로 대상을 괴뢰처럼 조종하는 '어둠의 술사' 로서, 자신이 다루고자 하는 대상을 병기화하기 용이하도록 어둠의 술사들은 이미 영혼이 타락해 버린 케레브 족 사람들에게서 사람의 마음을 빼앗는다고 하며, 그에 관하여 이미 타락해 자신과 같은 기질을 가지는 이들인 만큼, 거부 반응도 없어 감정 없는 인간 병기로 삼을 수 있어서 동족을 끌어들이려 하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니까, 여기의 케레브 족 사람들이 그간 1 층으로 뛰어내려서 이성을 잃은 채 돌진해 오고 있었음은 그 어둠의 술사들이 행하는 술법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나서, 나를 따라 움직이던 엘리사가 건네는 물음에 나는 바로 그러하다고 답을 하였고, 성채의 적교를 내려 일행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한 이 역시 그 어둠의 술사였을 것이라 여기는 발언을 이어서 하였다.
확실히 그 술사의 모습은 이전에 성채의 성문 위쪽에서 나타났던 그 남자와 닮은 외견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 그가 성문을 열어 일행을 안으로 들여보냈음은 두려움이 많은 케레브 족 전사들이라는 무의미한 존재들이 지키는 성문은 어차피 열릴 것인 만큼, 차라리 성문을 열어젖히는 편이 낫다고 여기었을 것이다. 그 대신으로 그는 자신의 능력을 침입자에게 자신이 술법으로 조종하는 이들을 내세우는 것으로써 보여주려 하였을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