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막한 감빛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를 드러내는 하얀 블라우스 그리고 푸른 스커트 차림을 한 소녀, 그리고 긴 감빛 머리카락과 갈색 눈동자라는 외견상 특징을 가지는 하얀 민소매 원피스 차림을 한 소녀를 대동하면서 시작한 산 속의 동굴 여행.
동행하게 되었으니, 이름을 밝힐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 외견상 특징을 복잡하게 설명할 수는 없으니. 우선 하얀 블라우스와 스커트 차림을 한 짧은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는 그 이름이 에이샤(Aesha) 라 하였고, 흰 원피스 차림을 한 소녀는 그 이름이 카티야(Cathja) 라 하였다. 동네 이웃이며, 서로 자주 놀러다니던 사이라 하였으며, 이번에도 어둠 속에서 빛나는 스파라들을 계속 보고 싶어서 스파라들이 모여 사는 오두막집을 찾았다고 하였다.
그 소녀들을 통해 알게된 바에 따르면 그 오두막집 주변 일대의 수풀에서부터 심심해진 빛의 요정들이 오두막집 주변 일대로 놀러오기 위해 찾아오기도 한다고 하였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그 집에 거주했던 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야기에 대해서는 무척 생소했다. 아닌 것이 아니라, 내가 이 집에 살고 있을 무렵에는 있지 않았던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랬구나, 나도 어렸을 적에는 이 호수가에 놀러간 적이 있었어. 하지만 그 광경을 보거나 하지는 못했는데......."
"그 당시에는 그 오두막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대요. 그래서 숲에 거주하는 요정들이 사람들의 영역이었던 오두막을 함부로 드나들지 않으려 하였던 것이지요. 그러다가 오두막에 살던 분께서 세상을 떠나시고, 이어 오두막이 비워지면서 더 이상 사람들의 영역이 아니게 되었음에 따라 요정들도 마음껏 그 일대를 드나들 수 있게 된 것이겠지요."
소녀들은 이 집에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 거주하던 사람이 한 시절에 '성녀' 라 칭해졌던 인물이었음을 밝히면서 그 사실을 알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하기를, 과거의 언젠가 늘 비워져 있는 오두막의 사실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음을 밝혔다. 우연히 마을에 거주하는 언니들의 대화를 엿들은 적이 있었다고.
"언니는 그 성녀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바로 뜨끔해짐을 느꼈지만 태연히 이야기만 들어본 적이 있다고만 밝히고 있었다. 뜨끔한 표정이 표출되기는 하였지만 다행히도 그 어린 소녀들은 그러한 나의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는 한편, 나를 비롯한 일행은 동굴의 입구 근처를 지나 쇠로 만들어진 계단길을 걷기 시작하고 있었다. 안쪽 절벽을 따라 나 있는 계단길은 오르막길과 곧게 이어진 길 그리고 몇 없는 내리막길이 반복해서 이어지며 산의 높은 곳을 향하고 있었다. 난간 너머는 절벽으로서 중간 즈음부터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난간을 넘어서는 안 되었다.
계단길의 난간에는 일정 간격으로 기둥이 세워져 있었고, 각 기둥마다 빛의 수정이 박혀 있으니, 그 빛의 수정들이 환하게 빛을 발하면서 어두운 동굴 내부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 빛이 생각 외로 무척 밝고, 간격도 나름 적당해서 동굴 내부의 어둠으로 인해 길을 가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겪을 필요는 없어 보였다.
"이 난간 길이 무섭거나 하지는 않아?"
"예, 전혀 무섭거나 하지 않아요."
난간 너머가 어둠 속에서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척 높은 지점에 이르렀을 무렵, 혹시나 싶은 생각에 곁에서 동행하고 있던 에이샤 그리고 카티야에게 한 번씩 그렇게 질문을 한 바 있었다. 이러한 질문에 에이샤는 전혀 무섭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아닌 것이 아니라, 이들은 말만 그렇게 할 뿐만이 아니라, 표정에서도 두려움이 없음이 바로 드러나고 있어서 정말 이들이 그 높은 곳에서도 두려움이 없음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다만, 가끔씩 박쥐들이 어둠 속 높은 공간 위를 날아다니다 일행이 위치한 일대를 지나칠 때에는 갑작스러운 일이라서 그러한지 에이샤와 카티야 모두 소스라치게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니, 나와 카리나부터 그 광경에 놀라면서 움츠러들 지경이었는데, 그 어린 소녀들 역시 별 수 없었을 것이었다.
가끔 박쥐들이 날아드는 일이 있기는 하였고, 길이 대체로 어둡기는 하였으나, 길목 자체는 대체로 평화로워서 길을 지나는 일 자체는 무난히 잘 이루어졌다. 길이 평온하다보니, 일행은 모두 빠르게 계단길을 지나갈 수 있었고, 동굴의 입구 안쪽에 자리잡은 길목에 이른지 30 여분도 되지 않은 시간에 산의 무척 높은 곳에 당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다가 혹시 누군가와 마주하게 되는 것 아닐까."
이러한 순탄한 행보 와중에 불안함을 느낀 듯해 보였던 카리나가 앞장서서 나아가던 나에게 질문을 하였다. 누군가와 마주한다에서 누군가란 바로 나에게 적이 된 포헤 느와흐의 부하들 혹은 포헤 느와흐 자신이었을 터. 그러한 그의 추측에 대해 나는 설마 싶은 생각을 하기도 했었는데, 그 때에 카리나가 그런 나에게 이렇게 물음을 건네듯이 말을 건네려 하였다.
"혹시 모르지 않아? 이 어둡고 고요한 산길 한 곳에 숨을 자리를 마련했다가 우리가 올 즈음에 우리의 앞에 다가가서 앞길을 막으려 할 지."
그리고서 카리나는 혹시 모르는 일인 만큼, 주변 일대를 잘 살펴봐 줄 것을 당부하고서 이번에는 어린 소녀들이 동행하고 있는 만큼, 정말 잘 신경을 쓸 필요가 있음을 밝혔다. 정말 이런 동굴 안쪽에 포헤 느와흐의 부하들이 숨어있을지 여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들어보며 경계를 할 필요는 있을 것이라 여기며 만약의 경우에 대비를 하기로 하였다, 다른 무엇보다 에이샤 그리고 카티야, 두 어린 소녀가 동행하고 있음이 무엇보다 중요했음은 분명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카리나에게 말했다.
"알았어, 혹시 모르는 일이잖아. 이번에는 어린 아이들이 있는데, 기습에 잘못 대응했다가는...... 그러하겠지?"
그리고서 "그러하겠지." 라는 대답을 들으며, 소녀들을 중심으로 내가 앞장서고, 카리나가 뒤따르도록 하면서 소녀들을 둘러싸 보호하도록 하며, 이전보다 천천히 계단을 따라 걸어가려 하였다. 그와 더불어 하는 하얀 빛의 기운을 소환해서 그 빛의 기운이 나보다 앞서 나아가도록 하면서 그 빛이 내 주변 일대를 환하게 비출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이어져 가는 오르막 계단에 소녀들이 힘들어 하고 있음이 역력히 보여 쉴 수 있을만한 지점을 찾아 그 지점에서 잠시 쉬기로 하고, 힘듦을 느끼고 있었을 에이샤 그리고 카티야에게 말했다.
"조금 있다가 계단과 계단 사이 지점이 보일 텐데, 그 지점에서 쉴 거야. 그 때까지만 참고 걷도록 하자, 얼마 남지 않았어."
카리나는 여차하면 손을 잡고 같이 걸어가려 하였지만 두 아이들 모두 그 정도까지는 필요치 않고 있었다. 10 여 개 계단을 걸어 오르니 이전에 발견했던 그 쉴 수 있는 계단과 계단 사이 지점에 도달할 수 있었다.
"내려올 때는 어떻게 하려 하니?"
"그야 뭐...... 산길을 따라 내려가려고. 굳이 빨리 가려고 더 불편한 길을 택할 필요까지는 없잖아."
쉬는 동안, 있을 줄 몰랐던 긴 의자에 두 소녀들이 앉도록 하고, 나는 계단에 기대어 서 있는 채, 건너편의 절벽가 너머를 바라보는 동안 그 뒤편에 서 있던 카리나로부터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가 들렸고, 그 목소리에 바로 화답을 한 이후에 곧바로 산에서 내려가면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물음을 건네 보았다. 그러자 카리나가 답하기를,
"앞으로 있을 일에 관해서나 생각해, 벌써부터 일 마치고 나서 할 일을 떠올리지나 말고."
그 때, 카티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쪽의 무나일은 살기 좋은 곳이냐는 질문. 그 질문 소리가 들리자마자 바로 고개를 돌려 두 소녀들이 앉은 의자를 향해 돌아서려 하자, 오른편에 앉은 카티야를 향해 카리나가 다가가서 환하게 목소리를 내어서 지역 내외의 사람들이 늘 오가는 분주하고 활기찬 분위기의 고장임을 밝히고서 조용하지 않아도 즐거운 분위기를 원한다면 한 번 즈음은 가 볼 만한 곳임을 밝히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 무나일로는 어떻게 갈 수 있나요?"
이번에는 에이샤가 물었다. 무나일에 대한 관심은 카티야와 에이샤가 늘 공유하고 있었지만 궁금해 하기만 할 뿐, 어떻게 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었던 모양으로 그래서 무나일에 사는 것처럼 보이는 카리나의 발언을 통해 알아보려 하였던 것 같았다.
카리나가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써 무나일에 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려는 동안, 나는 잠시 시선을 돌려 난간 너머의 높은 곳을 보려 하는데, 그 때였다. 날갯짓하는 소리가 잇달아 어둠 속에서 울려퍼지고 있었다. 고요한 동굴 내부에서 발생하는 격렬한 날갯짓 소리는 섬뜩하리만큼 날카롭게 울려퍼지며 나를 비롯한 그 일대에 자리잡은 4 사람을 놀래키고 있었다.
"언니, 무슨 일이에요......?"
에이샤로부터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두운 동굴 안도 무섭지 않았던 에이샤라지만 그 소리만큼은 꽤 섬뜩하게 들렸던 모양. 이에 나는 처음에는 박쥐가 내는 소리이겠지 싶어, 별 것 아니니 너무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격려의 말을 전하려 하였지만 그 순간, 빛의 기운이 나의 바로 앞으로 다가와 환하게 비추는 것은 벽면 앞으로 날아가는 것들은 박쥐가 아닌 한 무리의 검은 새 무리였다. 마치 갈가마귀 떼와도 같이 생긴 그 새들은 그들 사이에 위치한 한 마리의 고니처럼 생긴 검은 새가 앞장서는 대로 동굴의 높은 천장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나의 눈앞에서 사라져 갔다. 다행히도 그들은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빛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거나 하지는 않는 듯해 보였다.
"방금 전의 그 새들, 뭐예요? 까마귀들이지요?"
"닮았는데...... 그렇다고 까마귀라고 단정짓기는 어려워 보여."
이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며 에이샤가 건네는 물음에 나는 그 에이샤를 향해 돌아서며 답을 하였다. 그러는 동안 에이샤는 목에 걸린 목걸이의 보석을 오른손으로 연신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불안을 감추지 못하는 행동을 통해 나는 그 목걸이에 박힌 무지개색 무늬를 그리는 하얀 보석이 그에게 있어서 부적 역할을 하고 있으리라 여기고 있었다.
이후, 카리나는 이를 심상치 않은 징조로 여기면서 먼저 앞장서서 주변 일대를 관찰하려 하고 있었다. 수상한 무리와 마주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 만큼, 그 무리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포착하면 바로 나를 비롯한 3 사람에게 알리려 하였던 것. 그러는 동안 그런 카리나의 뒤를 따라 다시 계단 위를 오르며, 바로 나의 곁을 따르려 하는 에이샤에게 그 보석에 관해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그러자 에이샤로부터 이러한 대답이 들려왔다 :
"이 보석에는 사악한 힘으로부터 소지자를 지켜주는 힘이 있대요."
에이샤는 카티야 그리고 테이라(Teira) 와 함께 샤하르의 시장 거리를 돌아다니는 도중에 거리의 벼룩 시장에서 얻어왔다고, 그 물품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었다. 벼룩 시장의 좌판에 놓인 수많은 물품들 중에서 유난히 그 목걸이가 눈에 띄어, 목걸이에 관심을 가져보려 하였지만 살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즈음에 그 좌판의 주인이 그를 불러서 바로 건네주었다고 한다.
"귀한 물품이었을 텐데, 왜 하필이면 너에게 그 물품을 그냥 주었던 것이려나."
이후, 내가 건네는 물음에 에이샤를 대신하여 카티야가 답으로써 그 일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니, 한창 에이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더니, 좌판의 주인이 그에 대해 목걸이의 주인으로서 어울리는 사람처럼 보인다며 바로 주었다는 것이었다. 사실, 좌판의 주인 역시 우연히 주운 물건이며, 그래서 별로 아깝지 않게 생각했었다고.
그 목걸이에 대해 에이샤는 이후, 어머니로부터 이야기를 들으며 알게 되었다고 한다. 목걸이에 박힌 그 보석을 보며, 사악한 기운의 접근을 막는 힘이 있다고 알려진 보석이라는 이야기를 이전에 들은 바 있음을 에이샤의 어머니가 그에게 전하였던 것. 그러면서 어머니는 에이샤에게 어디를 가든, 먼 곳에 가려면 늘 소지하고 있도록 할 것을 당부하였고, 그 이후로 에이샤는 마을 부근으로 나아갈 때가 되면 늘 그 목걸이를 소지하며 다녔다고 한다.
"보석을 한 번 만져봐서 알아봐요, 정말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는 힘이 있는지."
이후, 카티야의 부탁에 바로 에이샤가 목에 걸고 있던 그 목걸이의 보석을 오른손으로 살짝 만져 보았다. 결코 낯설다고 말할 수 없는 온따스한 느낌이 그 순간, 나의 손에서부터 전해져 오려 하고 있었다. 결코 낯설지 않은 그 느낌은 손에 닿자마자 그 실체가 무엇인지를 바로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정말 그러한 힘이 있나요, 이 목걸이에......?"
"확실히." 이 물음에 나는 바로 그러하다는 의미의 답을 그에게 전하였다. 그리고서 나는 목걸이를 손에 꼭 쥐려 하는 에이샤에게 그래도 사악한 자들의 무리 앞에서는 조심해 줄 것을 청하였다.
한편, 카리나는 산 중턱으로 추정되는 구역에 이르렀을 즈음, 나를 비롯한 3 사람보다 10 계단 위의 지점에 이르렀을 때부터 발걸음을 멈추고 난간 너머를 향해 서 있으면서 까마귀처럼 보이는 새들의 무리들이 상공 일대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그 새 무리는 한 동안 한 지점에 모여 그 일대를 날개짓을 하며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카리나도 그렇게 느끼고 있었겠지만 누가 보더라도 심삼치 않아 보임이 역력한 모임이었다.
"무언가를 좋지 않은 일을 행하려 하고 있음이 분명하겠지?"
그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목도하며 내가 그간 새들의 움직임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을 카리나에게 나와 같은 생각인지, 그 여부를 묻자, 바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써 답을 하였다. 누가 보더라도 심상치 않은 상황이었음은 알 수 있었던 모양으로 에이샤 역시 불길함을 느꼈는지 목걸이를 손으로 꼭 쥐려 하였다.
"구역 한 곳에서 길을 가로막을 수도 있겠지?"
"당연." 이후,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나는 바로 답을 하였다, 이미 새들은 흩어져 사라져가고 있기는 했지만 그들이 산 속 동굴 내의 통로 한 구역에서 일행의 발걸음을 가로막을 수 있을 가능성도 분명히 있어 보였으니, 그 점에 대해서는 카리나 역시 그런 나의 생각과 거의 비슷하게 하고 있었다.
그러한 상황이 다가왔을 시에 어떻게 해야할 것일지. 그것에 대한 답은 정해져 있었다. 나와 카리나,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었다. 그 무렵, 나를 비롯한 3 사람의 움직임은 앞장서 나아가다가 계단 한 지점에 서 있던 카리나의 바로 근처까지 다가오고 있었고, 그 이후로 카리나 역시 다시 발걸음을 옮기어 나와 동행하기 시작하였다.
"누군가는 아이들을 지켜줘야 할 필요가 있겠지?"
"당연하지." 그렇게 동행하기 시작할 무렵,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바로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나를 비롯한 일행은 적었고, 그들은 많았다. 분명 그들은 포위를 시도하고, 앞서 나아가려는 이들의 틈을 노려 아이들을 향한 습격을 시도할 것임이 틀림 없었으니, 누군가 한 명은 그 아이들을 노리는 까마귀들을 격퇴하기 위해 그들의 곁에 머무를 필요가 있었다.
"내가 맡을게." 이 때, 카리나가 그 역할을 자처하려 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리하여 내가 앞서 나아가기로 하였다. 그러는 동안 일행의 발걸음은 산 중턱 지점을 지나, 산의 높은 구역으로 추정되는 곳의 계단 길을 따라 나서게 되었다. 하지만 이전까지 한 지점에 모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검은 새들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는 그 모습이 그림자나마 보였는데, 어느 순간에......"
그 때, 에샤로부터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의 장식으로 박힌 보석에 이상이 생겼음을 알렸고, 이상이 생겼다는 그 말에 놀란 카리나가 바로 자신의 왼편에 위치하던 에샤를 향해 잠시 고개를 돌려, 그 목걸이의 상태를 보려 하더니, 그 목걸이의 보석이 붉게 빛나고 있음을 말했다. 본래는 빛을 내지 않는 투명한 보석이라 유리를 세공한 장식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그것이 모종의 무언가에 반응한 듯이 붉은 빛을 발하고 있었으니, 보통 보석은 아니었던 모양.
"이는 분명 이 부근 어딘가에 불길한 힘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인데......"
그 현상을 두고 심각한 현상이라 여기며, 카리나는 자신의 곁을 무슨 일이 있어도 결코 떠나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서, 혹시나 싶은 생각이 들었는지 바로 이렇게 물었다.
"지금 바로 내려갈 수 있어? 만약에 내려가서 밖에 머무를 수 있다면 안전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그들 누구도 나를 비롯한 두 사람보다 먼저 산을 내려갈 생각을 표현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에샤, 카티야는 카리나와 계속 함께 나아가게 되었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내가 계속 앞장서는 역할을 맡아 바로 위쪽의 넓은 공간에 이르게 되었다. 그 공간 너머의 좌측과 우측에 하나씩 위를 향하는 계단이 있었으니, 산 정상의 다른 방향으로 이어지는 계단인 듯해 보였다.
그 공간의 한 가운데에 이르렀을 무렵, 그런 나의 머리 위에서부터 한 무리의 검은 기운이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내려오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들이 내려오는 지점은 공간의 한 가운데. 따라서 공간의 한 가운데에 있을 시에는 부딪칠 가능성이 컸던 만큼, 일단은 뒤로 물러나 있으려 하였다.
바닥의 한 가운데에 접근한 기운은 이윽고, 하나의 거대한 형상으로 변해가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형상이 지면에 닿으며 검은색을 띠는, 어깨 부분이 없고, 치맛단이 짧은 드레스 차림을 갖춘 여성들의 모습으로 변모해 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그 검은 새들, 그리고 검은 기운의 정체가 바로 그 여성들일 것이라 바로 여길 수 있었다.
'그래서 에샤의 목걸이가 그렇게 붉게 변했던 것이려나.'
그 광경을 보자마자 바로 그렇게 혼잣말을 하고서, 내 곁의 좌측에 하얀 빛의 기운이 떠오르도록 하였다, 여차하면 그 빛의 기운으로 이들을 공격할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
마치 춤을 추는 듯이 모습을 드러낸 그 검은 옷차림을 한 여성들의 한 가운데에서부터 같은 옷차림을 갖춘 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내어 나의 바로 앞에 이르렀다. 이윽고, 그 여성은 자신의 뒤쪽에 위치한 여성들과 더불어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바로 공중의 높은 곳으로 비행을 개시, 흩어지면서 상공에서 나를 둘러싸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 이후로, 상공에서부터 수차례 날카롭게 공기를 찢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하였다. 그 소리를 들으며 주변 일대를 둘러보려 하였으나, 그렇게 할 시간적 여유란 없었다.
소리는 나의 뒤쪽에서부터 울려 퍼졌고, 이 소리가 나를 향하고 있음을 알아차린 이후에 바로 우측으로 바로 피했던 그 때, 검은 수정 조각 몇 개가 바닥 곳곳에 꽂혀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수정 조각들은 바닥에 깊숙히 박혀있었으니-그와 더불어 각각의 박혀있던 자리 주변은 갈라져 있기도 했다-, 이는 진짜 위협적인 요소임을 의미했다.
'어쩌면 그가 이 주변에 있을지도 모르겠어.'
이 검은 새들이 변이했을 여성들의 위협, 이는 곧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그 남자가 있을 것임을 의미할 것임이 분명해 보였고, 그래서 그들 역시 그 자의 곁에 내가 이르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나섰다고 볼 수 있었다. 싸움 없이는 지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던 만큼, 바로 이들을 격추시켜 길을 열어가기로 하였다.
"카리나, 지금 상황은 어때?"
이후, 나는 가능하면 카리나의 도움을 받아 빨리 상황을 해결하기를 원했고, 그런 생각 하에 그를 불러오기로 하면서 카리나에게 그 당시의 상황에 대한 물음을 건네보려 하였다. 그 대답에 의하면 아직 카리나에게 위협이 될만한 요소가 다가오거나 하지는 않았으나, 검은 기운이 곳곳에 느껴지고 있는 듯해 보인다고 말하고서, 일단은 각자가 맡은 부분곳에서의 상황에 알아서 대처를 해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대답을 이어갔다. 그 말은 즉, 당분간은 나나 카리나 모두 상대방의 도움을 받을 수 없음을 의미했다.
"알았어, 내가 있는 쪽의 상황은 당장에는 나 혼자 능히 해결할 수 있으니까, 알아서 잘 해 볼게."
이후, 나는 바로 그렇게 화답을 하고서, 상공에 머무르는 여성들에게서부터 날아오는 검은 구체들을 피해가며, 하나씩 빛나는 수정 조각, 그리고 곡선을 그리는 광선을 발사해가며 이들을 격추시키려 하였다.
그 당시, 나를 둘러싸고 있던 여성의 수는 여섯으로 처음에는 이들 각자가 내가 위치한 공간 일대의 상공을 일정한 규칙 없이 비행하면서 각자의 손에서부터 검은 결정 조각을 생성해, 그 결정 조각을 지면에 투척하는 것으로써 공격을 가하려 하였다. 빠른 속도로 던져 보내기는 했으나, 이 단발 공격을 피해내기는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결정 조각이 박힌 지면 일대가 폭발하며 검은 연기와 파편을 분출하는 현상을 보이기는 했다, 상황에 따라 위험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 이들은 한 명씩 나의 바로 앞으로 다가와서는 검은 기탄을 발사하거나, 아니면 상공에서 검은 결정을 생성해, 그 검은 결정에서부터 작은 결정들을 마치 빗방울을 뿌리는 듯이 흩뿌리다가 이후에는 결정의 일부를 분리시켜서 그 결정을 검은 기탄 덩어리들로 변환하여 지면 곳곳으로 흩뿌리는 행동을 취하고는 하였다.
기탄은 피할 수밖에 없었지만 결정 조각들은 파괴할 수 있었고, 그래서 그 검은 조각들이 방출될 때마다 광선, 결정 조각으로써 격추시켜가며 위험 요인을 줄일 수 있었던 것.
이외에 이들이 한 두 명씩 지면 근처로 내려와 손에서부터 칼날과 같이 길게 늘어난 검은 손톱으로 나를 베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처음에는 다급히 피하고 있었으나, 그 다음에는 조짐이 있을 때마다 빛의 기운으로 칼을 불러와 그 칼로써 검은 손톱을 막고 반격을 꾀하기도 하였다.
격추된 이가 두 명, 칼날로 처치한 이가 두 명, 검은 결정을 격추시킨 그 폭발의 여파에 휩싸인 이들이 두 명. 그렇게 여섯 '검은 새' 들이 사라진 이후, 바로 카리나를 향해 다급히 달려갔다. 그 무렵, 카리나는 아이들을 보호하고 있었지만 다행히도 아직 다른 무리의 습격이 있거나 하지는 않았는지, 아무 일도 없었다.
그래서 바로 안심하고 세 사람을 불러들이려 하는 그 때, 갑자기 어딘가에서부터 박쥐들이 내가 나아가려는 방향으로 날아가면서 그와 동시에 검은 기운들이 내가 위치하고 있던 넓은 공간 쪽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더니, 이들은 다급히 그 공간으로 다가가려 하는 동안, 공간을 향하는 길목을 가로막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 이어서 이들은 춤을 추는 것을 시작하려는 듯이 검은 치맛단의 양끝을 잡고 허리를 굽히는 인사하는 자세를 취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이들은 이전에 마주했던 그들과 마찬가지로 비행을 개시하여 공간이 위치한 일대의 상공에 이르더니, 이번에는 나 뿐만이 아니라 카리나를 비롯한 어린 아이들까지 노리며 일행을 향해 검은 결정들을 흩뿌리기 시작하고, 그러자 바로 카리나가 검을 들어 그 결정들을 쳐내가며 에샤 그리고 카티야에게 말했다.
"먼저 저 위로 올라가 있어!"
그리고 두 사람이 올라가는 동안 내가 그들의 뒤를 바로 따라 나아가며, 그들을 하얀 광선으로 곡선을 그리면서 그들을 격추시키려 하였으나, 그들은 이번에는 결코 녹록치 않게 대응하고 있었다.
'검은 새' 들의 형상으로 변이하면서 그들은 막 공간 위로 올라선 나와 카리나를 향해 부리를 앞세우며 돌격해 나아가려 하였다, 가속을 통헤 부리에 힘을 실어 그 부리로써 피해를 가하기 위함이었을 것이었다. 그 때, 카리나가 왼손에서부터 빛의 기운을 방출, 그 빛으로써 자신의 키만한 네모난 방패를 생성하려 하였다, 무리의 돌진을 막아내기 위해 거대한 방패를 활용하려 하였던 모양.
기탄 정도를 막아낼 수 있을만한 방패를 이용하고 있을 따름이지만 카리나는 그 방패에 자신의 마력을 자신에게 가능한만큼 들여가며 억지로 방패를 유지하면서 그 기세를 막아내려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이 가하는 돌격을 바로 저지할 생각이었던 것.
다행히도 상황은 그러한 그의 생각대로 되어갔으니, 그 예측대로 잇달아 이어진 새들의 돌격을 방패로 막아내는 데에는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대신으로 그 반동으로 뒤로 밀려나 넘어지고 말았으며, 일부는 비행을 통해 상공으로 비행, 입에서부터 검은 기운을 방출해, 나와 넘어진 카리나를 향한 집중 타격을 가하려 하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다급했지만 카리나는 그 와중에 광선과 같은 형태로 방출되는 검은 기운, 그리고 더 나아가 빛 기둥과 같은 형상으로 분출된 기운을 하얀 빛으로 방패를 생성하는 것으로써 막아내려 하였으며, 다행히도 이것 역시 실패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많은 기력을 소모한 탓인지 바로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그래서 발톱을 내밀어 무방비 상태가 된 그를 찍으려 하는 것을 내가 칼을 생성해, 그 날로 이들을 베어내는 것으로써 저지하려 하였으니, 이로 인해 공격에 가세하였던 새들 중 4 마리가 그렇게 검격에 의해 사멸되었다.
이후, 남은 2 마리 역시 격추시켜 폭파시켰고, 이어서 다급히 도망갔던 에샤 그리고 카티야를 찾아나서니, 넓은 공간의 우측 계단 부근에 머무르고 있었으니, 바로 찾아낼 수 있었다, 구석에 숨어 있으면서 나를 비롯한 일행을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었다. 그러다가 비교적 안전해지자 일어나서는 나 그리고 나에게 부축을 받은 카리나에게 오고 있었다.
"카리나 언니, 지금 괜찮아요?"
"괜찮기는 해, 그런데 다만, 그간 여러모로 힘들어서 휴식이 필요하기는 해 보여."
그리고서 나는 바로 그에게 또 습격해 올 가능성에 관해 물어보자, 그는 바로 당연하다고 여기는 듯이 그러할 것이라고 답을 하고서, 오지 않을 리 없는 일이라 생각하니 걱정이 된다고 앞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도 걱정이 되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이를 어찌하거나 할 수는 없었기에 그저 괜찮을 것이며, 내가 어떻게든 해 보겠다고 그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나 할 수 있을 따름이었다.
그리고 그 우려가 현실이 되는 모습을 볼 때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상공에서부터 어둠의 기운이 느껴지고, 그것이 점차 더욱 강하게 나를 자극하고 있었다.
불길한 느낌에 바로 상공을 바라보니, 한 쌍의 검은 기둥이 일행이 모인 그 지점을 향해 좌우 근방의 상공에서부터 강하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이 기둥은 빠르게 강하하고 있어서 조금이라도 시간을 지체하면 일행 모두가 위험해질 수 있었다. 이들 뿐만이 아니었다. 상공 좌우 부근에서는 또 다른 한 쌍의 검은 기운도 다가오고 있어서 이 모든 것에 직격을 당할 수도 있었다.
"에이샤 양! 카티야 양! 뒤쪽으로 도망쳐!!!"
우선 나는 나에게 다가오고 있던 두 아이들에게 우선 바로 도망갈 것을 말했고, 그 이후에 곧바로 다급히 나의 뒤쪽 부근에 머무르고 있던 카리나를 향해 돌아선 이후에 그를 안은 채로 그간 나아갔던 그 반대 방향으로 뛰어들려 하였다. 그 순간, 뒤쪽에서부터 큰 폭음이 울려 퍼졌고, 뒤이어 한 차례의 폭음이 또 다시 울려 퍼졌다. 폭음이 울려 퍼지는 동안 바닥이 격렬히 진동하고 있었지만 그 이외에 어떤 다른 현상이 일어나거나 하지는 않았던 모양이었다.
주변이 조용해지자 바로 일어나면서 카리나의 상태를 보려 하였다. 다행히도 카리나를 비롯한 각지로 흩어진 일행은 모두 무사하였다. 그렇게 무사함을 확인하면서 그것에 대한 안도를 할 수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아직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기였다.
고개를 들어 상공을 보니 '검은 새' 들이 일제히 주변을 돌다가, 도망가려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선 빛의 기운이 그 새들을 향해 빛 줄기를 방출하도록 하였고, 이어서 곡선을 그리는 빛 줄기들이 그 도망가는 검은 새들을 격추시키도록 하고서 바로 우측의 계단을 향해 나아가려 하였다. 그리고 뒤따라 가는 카리나에게 물었다.
"카리나, 너도 같이 가려 하는 거야?"
"응, 기력도 어느 정도 회복된 만큼, 같이 갈 수 있을 거야, 이번에는 너와 같이 갈 생각이야."
그리고서 아이들도 동행할지는 그들의 의사에 맡기도록 하고 싶다는 말을 전하고서, 만약에 안전한 곳에 있기를 원한다면 그 상층부 구역에 계속 머무르도록 할 생각이 있음을 밝혔다.
"여기로는 더 이상 그들이 몰려오거나 하지는 않을 거야."
그 생각을 밝히며 카리나가 한 말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에 아이들이 동행하지 않을 시에는 방호막을 따로 설치해서 그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구역으로 삼도록 하겠음을 밝히기도 하였다.
그 당시, 아이들은 아주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이 갈 생각이 있음을 밝혔다, 마을 사람들에게도 악명이 높다는 그 악마의 모습을 직접 보고 싶다는 것이 그 이유. 그리하여 이번에는 내가 아이들을 지켜주는 역할을 맡고, 카리나가 빛의 검 그리고 방패를 들며 앞장서 나아가게 되었다.
나와 카리나를 비롯한 일행 모두 오른쪽의 계단을 택하여 그 계단 너머의 길목을 따라 나서려 하였다. 길목 곳곳마다 검게 칠해진 방진과 검게 물든 기계 병기들이 놓여 있었다. 이 검게 칠해진 방진에서부터 검게 물든 지네와 비슷한 형상의 기계 병기 혹은 해골 형상의 병기들이 튀어나오기도 하였고, 새들이 한 마리씩 나타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여서 그 검은 방진이 괴물체를 소환하기 위한 것임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방진들이 천장과 벽면 곳곳에도 자리잡고 있어서 바닥 뿐만이 아니라 천장, 벽면 등에서도 출현하고 있음을 이를 통해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방진들은 타격을 받아서 폭발하고 나면 그 형상이 소멸되며, 그 방진이 소멸된 자리에서는 더 이상 그 무엇도 출몰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었다.
길 위에 이르자마자 길바닥 위를 돌아다니고 있었을 방진에서부터 소환되었을 네 발 달린 거대한 벌레 모양의 형상을 갖춘 개체들과 우선 마주하게 되었다. 등에 거대한 정체 불명의 원통을 매달고 있던 그 개체들은 일행의 모습을 보자마자 바로 사냥감을 발견하기라도 한 듯이 바로 달려들려 하는 모습부터 보였다.
직감할 수 있었다, 그들이 등에 매달고 있는 것은 폭탄이었을 것이었다. 이들과 부딪치는 것은 매우 위험했다. 하지만 카리나는 이들의 그 맹렬한 공세에 대해 딱히 걱정하거나 하지는 않는 듯해 보였고, 그들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자 바로 왼손을 내밀어 그 빛의 기운에서부터 방패를 생성해 그들의 폭탄 공세를 막아내려 하였다.
폭탄 역시 어둠의 기운을 폭발시키고 있었던 만큼, 카리나가 분출하는 빛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방패로 능히 막아낼 수 있었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 동안 수십 여 마리의 거대한 벌레처럼 생긴 기계 괴물이 등에 매달고 있는 암흑 폭탄을 빛의 방패에 부딪쳐 푸른 불꽃을 뿜어내며 허무하게 사라지는 광경이 나의 눈앞에 보이고 있었다.
그 이후, 커다란 벌레와도 같은 형상을 이루는 기계 병기들이 그렇게 돌격 후에 자멸하는 광경을 보여준 이후, 더 이상 뛰어드는 대열이 없게 되자, 카리나는 비로소 안심하는 모습을 보이며, 빛의 기운으로 생성했던 방패가 사라지지 않도록 하였다. 그리고 허리에 매어놓은 칼집에서 칼을 다시 꺼내어, 그 칼을 든 채로 앞장서서 나아가려 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상공에서부터 한 무리의 검은 물체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떻게 보더라도 기계 병기들로 보이는 그 개체들은 박쥐의 모습을 표현한 것처럼 작은 동체에 커다란 날개가 장착되어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며, 각 날개마다 하나씩 소형 폭탄을 장착하고 있었으니, 적에게 접근할 때마다 그 폭탄을 투하해 타격을 가하려 하였던 모양.
그러는 동안 지상에서는 한 무리의 거대한 종 모양의 검게 칠해진 기계 병기들이 정면 부분에서 외눈을 번뜩이면서 부양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의 번뜩이는 눈동자에서는 한 줄기씩 광선이 분출되고 있었지만 그 광선은 직접적인 피해를 가하거나 하지는 않아서 당장에 위협적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들은 몸체의 뒷 부분에서부터 곡선을 그리며 나아가는 폭탄을 발사하며 위협을 가하려 하였으나, 그 정도 공세는 카리나에게는 그렇게 위협적이지는 않았던 모양.
카리나가 돌진해 오는 개체들을 자신에 다가오는 순서로 하나씩 검격으로 파괴해 나아가는 동안 나는 그에게 닿지 않을 것으로 보였던 비행체들의 격추에 집중하려 하였다.
그렇게 개체들을 격추시켜 나아가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한 번씩 이전까지 모습을 드러내었던 그 '검은 새' 들이 이전에 보았던 그 치맛단이 짧고, 어깨 부분이 없는 검은 드레스 차림을 한 여성의 모습으로 변이하면서 그 변이된 채로 공중에 떠 있는 모습이 한 번씩 보였고, 그 형상이 나타났다가 사라질 때마다 나의 눈앞으로 검은 구체들이 무리지어 내가 위치한 그 일대로 날아가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 무리가 나타났을 때, 카리나는 그 사이로 움직여서 피했고, 나도 그렇게 하려 하였다. 본래는 그 검은 기운으로 이루어진 구체들 중 몇을 그렇게 피하는 것이 아닌, 빛의 기운으로 방패를 생성해, 그 방패로 막아내는 방식으로 제거하려 하였지만 그 방패로 막아내기에는 무리라고 판단을 내렸던 모양으로, 이전처럼 함부로 무리하기는 어렵다는 생각도 그 판단의 근거가 되고 있었을 것임이 분명했다.
이들을 파괴시키면서 앞길을 헤쳐 나아가는 동안 절벽가에서 계속 나를 비롯한 일행이 위치하는 곳을 향해 검은색을 띠는 사람의 형상을 갖춘 것들이 난간 너머로 뛰쳐 오려하고 있었고, 그 때마다 카리나가 이들 중 다수를 검격으로 베어 쓰러뜨리고 일부는 난간 아래로 떨어뜨리는 방식으로써 제압해 나아가며 앞길을 열어갔다. 그러는 동안 나 역시 뒤쪽에서 몰려오는 그 무리를 광선과 불덩어리로 쏘아 맞히면서 이들이 내가 보호하고 있던 두 아이들-에이샤, 카티야-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었다.
뒤이어 흑요석을 대충 깎아서 산 봉우리처럼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 기둥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그 사이로 한 무리의 상반신의 머리 부분에 전투기 형상을 장착한 인간형 병기들이 손에 하나씩 총기를 들고 있으면서 나를 비롯한 일행이 위치한 그 일대로의 접근을 시도하고 있었다. 이들은 돌격해 오면서 각자가 두 손으로 들고 있는 총기에서부터 격렬한 총격을 가하고, 그와 더불어 등에 장착된 장치에서부터 한 발씩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 병기들이 발사한 각각의 미사일들 역시 본래는 발사 장치였는지, 다수의 작은 미사일들을 발사해 이들이 하얀 연기로 수많은 궤적을 그리도록 하면서 폭발하고 있었다.
그 미사일들이 구성하는 화망은 단순히 피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고, 어떻게든 막아낼 필요가 있어 보였으니, 카리나가 이들 미사일을 최대한 막아내겠다고 말하면서 '빛의 방패' 를 넓게 펼치려 하였다. 그렇게 카리나가 막아내는 것 이외에 좌우 측의 미사일들은 그 좌우를 파고들고 있었으므로 그 미사일들은 내가 맡아서 격추시켰다.
비행하면서 접근해 온 병기들은 이후에는 착지, 그 이후에 나름의 대열을 구축하면서 각자 손에 들고 있는 총기에서부터 포탄을 발사하며 위협을 가하였고, 그러다가 총기의 포탄이 더 남지 않았을 이들은 손에 들었던 총기를 버리고, 뒤이어 등에서부터 광검을 꺼내, 그 광검을 들고 광검에서부터 작은 광탄들을 흩뿌리며 전방을 향한 돌진을 개시하고 있었다.
기둥들 그리고 그 병기들을 지나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에 왼편 위쪽을 향하는 계단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그 계단 너머에는 일정한 대형을 이루며 자그마한 기계 장치 비스무리한 것들이 떠 있었으니,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바로 함부로 올라가서는 안 된다고 그 광경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었고, 이는 카리나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던 모양.
기계 장치들을 검격으로 하나씩 베어 폭파시키면서 카리나는 이전까지 그러하였던 것처럼 조심스레 앞길을 나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도 검은 옷차림을 한 여성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며 검은 기운을 방출하는 광경이 보였지만 이번에는 내가 보다 가까이 그의 근처에 있으면서 그 모습이 나타날 때마다 집중 타격을 가하려 하였고, 그래서 마치 신기루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려 하는 그 '검은 새' 들을 하나씩 격추시켜 사라지도록 할 수 있었다.
마치 신기루와도 같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려 하였던 그 '검은 새' 들은 타격을 입어 사멸할 때마다 검은 옷이 깃털로 변해 흩날리는 모습을 보이다가 그 깃털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검은색을 띠는 부정형 물질로 변하고, 뒤이어 연기를 뿜어내는 것으로써 세상에서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렇게 앞길을 헤쳐 나아가는 동안 카리나가 열어가는 그 길목 너머로 또 하나의 계단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나선형을 띠는 계단으로서, 그 계단의 곳곳에는 사각 공간을 이루는 중간 거점들이 하나씩 있었으니, 그 각각의 거점마다 포헤 느와흐의 부하들이었을 '검은 새' 가 변이했을 여성들이 한 명씩 자리잡고 있었다.
"아무래도 여기가 산봉우리를 향하는 마지막 계단인 것 같아."
거점에는 여성만이 한 명씩 자리잡고 있었지만 각 거점을 향하는 계단을 오르는 동안 벽면 곳곳에서부터 숨겨진 기관포대에서부터 포탄이 발사되고, 미사일 포대에서 미사일들이 연기를 뿜어내며 날아와 위협을 가하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었다. 이 미사일들 중 일부는 내가 곡선을 그리는 빛 줄기로 격추시키고, 나머지, 그리고 기관포탄은 카리나가 빛을 발하는 방패로 막아내면서 위협을 차단하고 있었다. 이렇게 회피보다는 막는 데에 전념하고 있었음은 아이들과 동행하고 있었음에 이유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었다.
그러는 동안 에이샤가 목에 걸고 있던 그 장식이 불안하듯이 붉게 깜박이며, 어둠의 기운이 근방에 몰려오고 있음을 계속 알리고 있었다. 에이샤는 그 목걸이의 붉은 깜박임에 신경을 쓰고 있어 보였지만 그것에 대해 뭐라 말을 하거나 하지는 못하는 듯해 보였다. 그러한 그의 심정을 눈치챈 듯해 보였던 카티야가 그에게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에이샤, 그 깜박이는 것, 신경 쓰이거나 하지 않아?"
"신경 쓰이기는 해, 하지만 어쩔 수는 없겠다고 생각해."
에이샤는 카티야의 물음에 답을 하고서, 포헤 느와흐와 대면할 때까지는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할 텐데, 그 때까지는 일단 참고 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을 건넬 따름이었다, 어둠의 기운을 감지한 것을 넘어, 어둠의 기운, 그 근원의 근처에 도달하였을 시에는 그 목걸이의 장식이 새빨갛게 빛을 발하는 상태가 유지된다고.
처음 거점에 도달하기 전, 내가 여성을 노리며 새하얀 불꽃 그리고 결정 조각들을 흩뿌리는 공격을 가하기 시작하였다. 여성은 계단 위쪽으로 시선을 향할 따름이었고, 자신의 바로 아래에서 적대하는 이가 다가오고 있음을 전혀 눈치채거나 하지는 못하고 있어 보였음이 그 이유. 근처에 다가와서 연사하는 하얀 불덩이 그리고 하얗게 빛나는 결정 조각들이 여성의(모습을 갖춘 '검은 새' 의) 검은 드레스로 감싸인 허리에 박혔고, 뒤이어 불덩어리들이 명중하면서 여성은 몸부림치며 새의 형상으로 변이하면서 하얀 불꽃에 휩싸이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을 보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새는 불길에 의해 사멸되어갔다.
이후, 하얀 불길이 사그라들 즈음, 그 거점으로 접근해 보니, 불길이 사라진 그 자리에는 어떠한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 검은 새는 누군가(아마도 포헤 느와흐)에 의해 창조되거나 이 세상으로 불러들여진 환수의 일종이었던 모양.
'그렇다면, 이전에 만났던 그 아델이라는 여자도 어쩌면......'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그 아델이라는 여자도 본래는 '검은 새' 의 일종이었던 만큼, 포헤 느와흐 휘하의 환수들 중 한 명일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일행은 두 번째 거점에 도달하고 있었으며, 이미 여성의 모습으로 변이했던 검은 새가 공중에 떠 있으면서 손에서부터 검은 기운을 불러와 그 검은 기운에서부터 깃털들을 흩날리는 것으로써 일행에게 위협을 가하려 하고 있었으며, 그와 더불어 곳곳의 벽면에서는 기관포대들에서부터 수많은 포탄들이 일행을 향해 날아들고 있기도 했다.
카리나가 방패로 포탄 그리고 깃털들을 막아내는 동안 내가 반격을 개시해, 우선 포탄들을 고속으로 연사하는 포대들부터 우선 제거하고, 그에 이어 그 '검은 새' 에게 집중 사격을 개시, 그 새를 격추해내는 데에 성공하였다.
그렇게 세 번째, 네 번깨 거점 등을 차례로 지나쳐 가면서 나를 비롯한 일행은 어느덧 계단의 끄트머리 부근에 위치한 거점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 너머는 바깥이었으니, 산의 정상에 거의 도달했음을 그 모습을 보며 알 수 있었다. 그렇게 계단 끄트머리 부근의 산꼭대기 부근 지점에 이르렀을 무렵, 카티야 그리고 에이샤의 상태를 점검해 보기 위함으로써 그간 카리나가 공격을 맡은 나를 대신해 지켜왔을 그들의 상태를 보기 위해 고개를 잠시 돌려 보았다.
다행히도 에이샤 그리고 카티야는 다치거나 하지는 않았던 모양으로 에이샤는 여전히 불안하게 깜박이는 장식을 품은 목걸이를 왼손으로 품은 채로 나와 카티야를 따라 발걸음을 다급히 옮기고 있었다. 발걸음이 다급했음은 에이샤만이 아니었으니, 카티야 역시 처음에는 에이샤와 함께 나를 따라 나서다가 어느새 나를 지나쳐 카리나의 곁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었다. 그 계단 너머로 펼쳐져 있을 산의 정상 지대에서 일행을 기다리고 있을 그 존재를 만날 수 있음에 대한 나름의 기대를 하고 있었을 것이었다, 정확히는 나와 카리나, 그 두 사람이 마을을 떠도는 괴소문의 원흉을 찾아내고 이를 처단하는 것에 대한 기대였다.
"그 마법사에게 돌 하나 던져도 되는 것이지요?"
밖으로 나가는 도중에 카티야가 밝게 목소리를 내며 건네는 물음에 에이샤 역시 거침 없이 던져주자고 말하고서, 악당이니까 돌에 맞아 마땅하다고 신나서 말하기도 하였다.
"아르사나, 이러할 때에는 뭐라 말을 해야 하니?"
곁에서 그 말을 듣고서, 뭐라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 막상 말을 하려니 그렇게 할 수 없었는지 카리나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서 도움을 요청하는 듯이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얼마든지 던지라고 말해 줘, 그들도 그 작자에 대한 감정 표현을 해야할 필요가 있잖아."
그러자 내가 바로 미소를 띠며 화답하였다, 어차피 싸움은 피하지 못하고, 그러한 만큼, 마법사를 최대한 약올릴 만한 수단 하나 정도는 마련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마음껏 돌을 던지게 해 보라고 말을 건네었다.
"어차피 돌을 던진다고 그 마법사가 아파하겠어."
이어서 내가 카리나에게 이어 말을 건네자, 카리나도 그것에 동감을 할 수 있었는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답을 하였다. 그 이후, 카리나가 먼저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고, 그 뒤를 따라 카티야 그리고 에이샤가 나서려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계단 끝에 자리잡은 문 너머로는 예상한 그대로, 산 정상의 작은 고원 지대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다소 울퉁불퉁한 평지대에는 핏빛 무늬가 그려진 듯해 보이는 감빛 구름이 드리워져 있었으며, 그 구름이 그리는 핏빛 무늬 사이로 붉은 빛이 커튼과도 같은 형상을 그리며 지면을 향해 내리고 있었다.
고원 지대의 한 가운데에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뿌리를 내리고 있었으니, 그 나무의 정상에는 푸르스름한 기운을 띠고 있는 하얀 빛이 자리잡고 있으면서 주변 일대로 빛을 흩뿌리고 있었지만 시간이 시간이거니와 검은 구름의 영향이 있기도 해서 그 빛이 어둠을 잘 밝히지 못하고 있었다. 분명 이전에는 예의 검은 구름이 보이지 않았지만 내가 일행을 이끌고 산 속의 동굴을 오가는 동안에 어느새 산 정상 일대에 생성되고 있으면서 주변 일대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었다.
"분명 이전에는 없었지?"
"응." 내가 건네는 물음에 카리나 역시 고개를 들어 잠시 하늘의 모습을 보면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무 주변 일대에는 어떠한 사람의 모습 하나 보이지 않기는 하였으나, 그 광경만 보더라도 얼마나 많은 이들이 포헤 느와흐와 함께 숨어 있으면서 밖으로 나온 일행을 기다리고 있을 것임이 너무도 분명해 보였다.
"우리가 올 것임을 이미 알고 있었겠지?"
"당연하지 않겠어." 밖으로 나오면서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그 곁에서 밖으로 나오며 내가 바로 답을 하였다. 그러는 동안 카티야 그리고 에이샤가 밖으로 뛰쳐 나와서는 나무 뿌리 부근의 제단 앞까지 뛰쳐 나와서는 하나씩 돌을 줍더니, 바로 주변 일대를 돌며 하늘을 향해 이렇게 외치고는 하였다.
"포헤 느와흐!!! 어서 나와라~~!!!"
"비겁자!!! 어서 밖으로 나와서 돌이나 맞아라~~!!!"
한 동안 조용히 나와 카리나의 곁을 따르기만 하였던 아이들이 더욱 당돌히 앞으로 나와서는 돌을 들며 당장에라도 포헤 느와흐를 칠 기세로 여기저기를 뛰어다니고 있었던 것이었다.
"너도 어렸을 적에는 이랬었니?"
"악당을 어렸을 적에 만나거나 하지는 않기는 했지만, 그래도 포헤 느와흐와 같은 악당을 만나거나 했다면...... 분명 저 아이들처럼 그렇게 했을 것 같아."
감빛 지대인 샤하리아 출신이 아닌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바로 그렇게 답을 하였다.
"샤하리아 사람들이 싸움에 두려움이 없다는 이야기는 언젠가 들어본 적이 있기는 한데...... 그 실체를 직접 이렇게 보게 되니, 여러모로 기분이 묘해지네."
카리나는 줄곧 빛의 지대라는 이명을 가지는 무나일 출신이며, 현 거주지는 무나일 남부 지대이다. 여기에 그간 해 온 일을 보자하면 굳이 샤하리아에 있을 필요도 없다보니, 샤하리아 그리고 그 곳의 사람들의 실체를 아는 것에 대해서는 한계가 있음이 분명했다. 그러다가 이제 아이들이 소리치는 모습을 보며 그 실체를 제대로 느끼고 있었던 것.
그러는 동안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던 포헤 느와흐를 향한 아이들의 목소리는 계속 울려퍼지고 있었다. 이렇게 아이들이 정상 지대의 나무들 주변을 뛰어다니면서 목놓아 소리치고 있는데, 이러한 도발에도 불구하고 포헤 느와흐에게서는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며, 나는 포헤 느와흐에 대해, 어린 아이들의 도발은 아무래도 상관 없다고 여기고 있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다시 제단 부근에 이르렀을 때, 한 차례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하늘에 드리워진 감빛 구름 사이의 붉은 무늬에서부터 한 마리씩 검은 새들이 날아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산 정상 부근을 맴돌기 시작할 즈음에 하늘의 한 가운데에서부터 두 팔을 양 어깨 너비로 벌리며-마치 십자가처럼- 검은 옷차림을 한 흉악한 외모의 마법사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몸에 붙는 검푸른 옷을 바탕으로, 무릎 아래의 양 다리는 검푸른 부츠를 신고 있었으며, 양팔에는 하나씩 까마귀의 그것을 연상케하는 날개가 하나씩 달려 있었다. 그와 더불어 검은 두건으로 감싸인 머리는 은빛을 띠는 투구와도 같은 모습을 가지며 정수리 부분에 거대한 검은 술이 달린 왕관을 쓰고 있었으니, 이는 흉부의 은빛 무늬와 더불어 고귀한 사람일(이었을) 것임을 알리고 있었다.
온통 어둡고 차가운 색을 띠는 옷차림 및 장식은 그의 밝다 못해, 창백하기 이를데 없는 얼굴색과 대비를 이루고 있었으니, 흰자위마저 붉게 물들어버린 두 눈과 검게 물든 입술이 그 얼굴색과도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그 외모는 그의 추악한 심성을 표출하려는 듯이 추악하게 일그러져 있었으니, 누가 보더라도 그를 사악한 존재로 여길만해 보였다.
'드디어 직접 대면하게 되는구나, 그 저명한 사악한 마법사......'
그와 직접 대치할 수 있었던지라 나도 그렇고, 카리나 역시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그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그 마법사의 실체를 직접 목도하게 된 카티야 그리고 에이샤는 드디어 그 마법사가 나타났다면서 나를 비롯한 두 사람보다 앞에 서서는 자신이 준비했던 돌들을 하나씩 그 마법사를 향해 힘차게 내던졌고, 두 팔을 내리던 마법사는 이들이 던진 돌에 하나씩 맞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마법사는 그렇게 맞은 돌에 의해 상처를 전혀 입지 않고 있었으니, 그가 돌에 맞은 부분마다 검푸른 물결이 치며, 자신을 향해 날아온 돌들을 튕겨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던 것. 그 정도의 돌 가지고는 마법사는 어떠한 피해조차 입힐 수 없었던 것이었다.
아무런 피해 없이 무사히 지면에 착지하고서 마법사, 포헤 느와흐는 아이들에게 물러서라고 지시를 내리던 나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더니, 바로 나를 바라보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선물은 잘 받았다, 환영 인사치고는 조금 거친 편이었다만, 이 정도 즈음이야."
음험하면서 비열한 인성을 노골적으로 표출하는 듯한 목소리. 그 목소리를 내며, 포헤 느와흐는 바로 조용히 미소를 띠며 나와 카리나를 향해 이렇게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대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 줄 알고 나를 찾아왔는가."
"알다마다, 모르고 있을 리가 있겠어?"
그러자 내가 앞장서면서 그런 그의 물음에 대해 바로 되묻는 듯이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바로 그의 이름을 바로 그에게 들려 주었다, '포헤 느와흐' 라는 이름을.
"포헤 느와흐, 그것이 당신의 이름이 아니던가."
자신의 이름이었을 것임이 틀림 없었을 것이었다. 그 이름을 듣자마자 여유로운 듯이 미소를 짓던 그의 표정이 바로 굳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굳어버린 표정은 바로 분노를 실은 듯이 어그러지기 시작하였으나, 아직까지는 미소를 잃지 않으려 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뒤틀린 목소리로 답을 하였다.
"아직까지도 그런 이름을 통용하고 있는 이들이 있을 줄은......"
"이전의 이름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지금까지 있을 것 같나."
그러자 카리나가 바로 포헤 느와흐를 비웃으며 화답하였다. 그리고서 바로 포헤 느와흐에게 그렇게도 패배를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샤하리아로 와서 대체 무엇을 꾸미려 하느냐고 묻는 듯이 말을 걸고서, 바로 그에 이어 바로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 이렇게 말을 이어가려 하였다.
"이전에는 호수 중심가에 위치한 성채에 당신의 수하 무리, 그 잔당들이 자신들의 세력을 되찾는다는 명분 하에 반란을 획책하려 하였고, 그러면서 당신의 강림을 기원하는 움직임을 드러내고 있었어. 그리고 그들의 무리가 진압되자, 그 때를 같이하여 바로 당신이 이 곳에 나타났으며, 그 움직임에 호응하는 듯이 당신의 수하들인 '검은 새' 들도 모습을 드러내고, 이를 두고 사람들이 어둠의 기운이 호수가에 다시 내렸다며 불안해하고 있어."
그리고서 카리나는 바로 눈앞에서 모습을 드러낸 포헤 느와흐에게 이번에는 호수에 모습을 드러내어 무슨 짓을 하려는가, 라고 따지는 듯이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물론 제대로 된 화답을 기대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꽤 흥미로운 동료 녀석을 두었군, 아르사나 2 세."
우선 한 번 음험하게 웃더니, 물음의 주체인 카리나를 대신해 나에게 말을 건네더니, 그에 이어 그는 대답을 대신하여 나를 비롯한 일행을 바라보며 비웃는 듯이 말을 이어가려 하였다.
"나는 이런 녀석들이 좋아, '정의' 라는 것을 내세우며 상대방을 향해 그저 들이대려고만 하는 이런 녀석들이 말이야."
그 말을 들으며, 그런 '녀석들' 에 의해 몇 번이고 패배하며 파멸을 맞이하지 않았더냐, 라고 되묻고 싶었지만 그렇게 될 경우, 쓸데없는 방향으로 일이 진행될 것임이 분명해 그것만큼은 참았다. 그러는 동안 포헤 느와흐에게서 비웃음 섞인 목소리가 계속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래, 기대하고 있었고, 너희들은 그 기대를 결코 져버리지 않았지, 이런 하찮은 도발에 이렇게 쉽게 호응해 주다니, 너희들은 참 쉬운 녀석들이야, 대응해 주기가 이렇게 편하니, 너희들 같은 녀석들이 좋을 수밖에."
그러자 뒤쪽에서 잠자코 지켜보고 있기만 하던 아이들 중 왼편에 서 있던 에이샤가 포헤 느와흐에게 다가갔다. 그런 그의 왼손에는 커다란 돌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여차하면 그 돌을 던져 그에게 상처를 주려 하였던 모양.
"그렇다는 것은, 그간 네가 저질러 왔던 것은, 여기 계신 두 분을 끌어들이기 위한 일종의 도발이었다는 것!?"
돌을 들어 위협을 가했지만, 그 정도는 마법사에게는 위협조차 되지 않으리라는 예상은 나와 카리나 모두 하고 있었으며, 실제로 마법사는 이를 위협으로 의식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자신의 눈앞에 누가 오든말든 포헤 느와흐는 무슨 일이 있느냐는 식으로 태연히 자신의 생각을 발설하는 모습만을 보이고 있었을 따름이었다.
"하하하! 그렇지, 그렇고 말고. 녀석들이 이러한 나의 움직임에 호응해 다가와 줄 것인지, 이를 시험해 보기 위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시험은 그야말로 '대성공' 이었던 것이지."
"만약, 그 도발이 실패했다면? 즉, 네가 원하는 대로, 우리가 오지 않았다면......"
이후,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답을 하니, 오지 않았다면 어떻게든 오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화답을 하고서, 조용히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아주 간단하다고 말했다.
"이 호수가 아래의 마을을 어둠의 힘으로 망가뜨리는 것이지, 성채에 틀어박힌 하찮은 것들 정도야, 감빛 민족들이 어떻게든 해 먹을 수야 있었겠지만, 그들이 나의 마력과 그 마력에 의해 태어난 환수들을 감당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나?"
다시 한 번 말해 두지, 나에게는 선택지가 많지, 정말로 많아. 육신이 썩으면서 마력도 썩었으리라 생각하나? 그래, 너희들의 말대로, 나는 이미 몇 번 죽음을 경험했고, 어둠의 심연에 빠지면서 그로 인해 몸이 뒤틀리면서 그와 더불어 마력도 잃어갔지. 하지만 그 정도로는 너희 하찮은 것들이 무시할 수 있을만한 것이 아니다! 너희 하찮은 것들의 보금자리 정도는 그 마력을 들이는 것만으로도 송두리째 파멸시켜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알겠나?
너희들이 무슨 짓을 하든, 내가 마음먹는다면 얼마든지 너희들이 나의 의도대로 움직일 수 있게 할 수 있지. 그 힘의 원천이 바로 나의 마력이요, 나의 마력이 부리는 어둠의 군단이다. 즉, 너희들은 어떤 경우에서든 나의 뜻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야!
"소란을 일으키려 했으면서 오히려 자기가 큰 소리를 치고, 협박까지 해!?"
오히려 자신이 성질을 내는 이상한 상황을 만들어 버리는 타락한 마법사의 행태에 이번에는 카티야가 분노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 역시 큼지막한 돌 하나를 들어 포헤 느와흐의 바로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더니, 에이샤와 카티야가 마치 신호에 호응한 듯이 일제히 포헤 느와흐를 향해 각자 들고 있던 돌을 하나씩 던져서 포헤 느와흐가 맞도록 하였다. 포헤 느와흐는 그 돌을 피하지 않았고, 그러하였으니 돌들은 하나씩 포헤 느와흐에 부딪쳤다.
갑작스레 기습을 당한 것도 아니었고, 이런저런 경험이 많았던지라 충분히 대처 가능했을 것이었고, 이는 카리나 역시 바로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었다. 바로 감빛을 띠는 방호막으로 자기 자신을 감싸는 것으로써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돌들을 전부 막아내는 모습을 보였다. 포헤 느와흐를 향해 날아가다가 방호막에 부딪친 돌들은 그 마력을 감당하지 못해 부서져 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 돌은 누가 보더라도 쉽게 부서지지 않을 것이었음을 생각해 보면 그의 마력이 여전히 막대함을 직감할 수는 있었다.
그렇게 에이샤 그리고 카티야가 던진 돌들을 자신의 마력을 통해 막아내고서, 포헤 느와흐는 에이샤 그리고 근처에서 지켜보고 있던 카티야를 노려보며 사악하게 목소리를 내었다.
"그래, 그 너희들의 의기는 잘 알아 보았다, 그것이 바로 너희 '감빛 민족' 의 기질이겠지. 하지만, 그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녀석들은 이 민족에서는 찾아보기 드문 것 같다."
샤하리아 인을 '감빛 민족' 이라 칭하면서 포헤 느와흐는 그 돌을 든 채로 다시 카티야 그리고 에이샤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가려 하였다.
"그 돌이 어디로 갈 것인지, 누구를 향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한 대가가 무엇인지, 지금 바로 너희들에게 보여주고자 한다. 그렇게 해도 되겠지? 그대들은 너희들이 의지하는 자들을 믿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서 그는 에이샤가 자신을 향해 던졌던 그 돌을 바로 나를 향해 던졌다. 그러자 카리나가 그 모습을 보자마자 바로 자신의 검으로 그 돌을 베는 것으로써 둘로 갈라 버리고, 뒤이어 빛을 발하는 칼날로써 그를 베어버리려 하였지만 포헤 느와흐가 검은 보호막으로 그 칼날을 막아내려 하였고, 그 보호막이 칼날에 부딪치면서 새하얀 번개를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잇달아 일으키고 있었다. 그 검격이 보호막에 박힌 이후, 그 보호막에 깃든 마력을 뚫어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기합을 가해가며, 카리나는 칼날에 더욱 강한 빛을 가하려 하였고, 그 이후에 바로 폭음과 함께 충격파가 발생, 그 충격파와 함께 포헤 느와흐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구형의 보호막이 터지는 듯이 사라지면서 그 여파로 그는 바로 뒤쪽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그 여파가 상당히 강했는지, 나무가 자리잡은 그 근방의 바위더미까지 밀려나는 모습을 보였다. 바위더미까지 밀려난 포헤 느와흐는 바로 그 바위더미에 부딪치더니, 곧바로 그 앞에 쓰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꽤 심한 고통이었는지 잠시 쓰러져 있다가 겨우 일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그는 자신을 공격한 카리나 그리고 그 카리나의 좌측 근처로 다가온 나를 바라보려 하면서 재미있는 시간이었음을 밝히고서, 그간 자신의 '자식' 들을 멸해 나아가는 나를 비롯한 이들의 모습은 잘 지켜보았음을 밝히더니, 이어서 웃음 소리를 내며 말했다.
"과연, 나의 계획을 저지할만한 이들이다."
그리고서 그는 자신의 마력을 궤뚫은 그 능력을 가상히 여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손에 다시금 검은 불꽃과도 같은 형상의 기운을 피워 올리며, 사악한 목소리를 이어갔다.
여기서 하나의 시련을 너희들에게 주려 하였노라, 이 감빛 세계의 운명을 두고 말이지! 하지만, 지금 내가 직접 나서는 것은 성급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버리고 말았어. 그러면서 좋은 생각을 하나 떠올렸다, 내가 너희들이 이전에 마주했던 그 '검은 마력의 화신' 을 여기 다시 불러오는 것. 내가 여기를 떠나면 곧, 그 검은 마력의 화신이 너희들의 바로 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물론, 이기든 지든, 아무래도 좋다는 얼토당토 없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지금 바로 그만둘 수 있도록. 이 감빛 세계와 감빛 민족의 운명이 앞으로 있을 대결에서 결판이 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니까 말이다. 그 화신을 여기서 물리치지 못한다면 이 감빛 세계의 미래는 없어, 물론 너희들이 감빛 세계는 물론, 이 행성계의 수호자로서 행동할 자격이 없음은 마찬가지일 테고 말일세.
위협 발언을 하고 나서는 포헤 느와흐는 검은 기운을 피워올린 두 손을 하늘 높이 올렸고, 그와 함께 붉은 빛을 띠는 방진이 그의 머리 위에 생성되기 시작하였다. 그 붉은 방진이 생성될 때에 맞추어 포헤 느와흐의 검은 마력을 나타내던 두 손의 검은 형상 역시 사라졌고, 그 때를 같이하여 포헤 느와흐는 양 어깨 너비로 자신의 두 팔을 벌리더니, 마치 날갯짓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기 시작하였다, 그에 이어 포헤 느와흐의 검은 날개가 펼쳐졌다.
"잘 해 보거라, 베르티의 후예들이여!"
그 말을 남기고서, 포헤 느와흐는 곧바로 두 팔로 날갯짓을 하며 호수의 성채 건너편 상공 먼 저편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하였다, 그의 움직임은 마치 샤하리아, 감빛 지대의 건너편에 자리잡고 있는 '검은 섬' 을 향하고 있는 듯해 보였다, 자신의 거처라 할 만한 '검은 섬' 내부에 숨어 무언가를 꾸미려 하였던 것이었을지.
그렇게 포헤 느와흐가 사라진 이후, 방진에서부터 검붉은 번개가 번뜩이기 시작하였으며, 이를 통해 방진 안쪽에서부터 하나의 존재가 튀어나올 것임은 명백해 보였다, 그러는 동안 그 방진이 자리잡은 지점을 중심으로 하늘을 뒤덮은 검은 구름이 모이면서 마치 하나의 거대한 소용돌이 형상을 만들어 갔다, 그 모습이 마치 하나의 작은 태풍이 하늘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만도 같았다.
"이제 곧, 위험한 녀석이 나타날 거야, 그 때까지 동굴 안쪽이든 어디든 상관 없으니까, 안전한 곳에 숨어 있어."
이후, 나는 강대한 적이 나타날 것임을 바로 예감하고서는 카티야 그리고 에이샤에게 어디든 안전한 곳을 찾아 숨어 달라고 요청을 하였고, 이에 에이샤는 카티야를 불러 나와 카리나가 서 있는 그 뒤편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산의 동굴 안쪽으로는 들어가지 않으려 하였으니, 어딘가 숨어 있으면서 나와 카리나가 앞으로 겪게 될 일을 지켜보려 하였을 것으로 그 모습을 보며 바로 추측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의 시간이 지날 무렵, 방진에서부터 무언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것은 바로 검은 몸체에 핏빛을 띠며 빛나는 무늬가 그려진 거대한 용의 형상으로 방진에서부터 날개를 접은 채, 모습을 드러낸 용은 잠시 후, 방진에서 빠져나가면서 그 날개를 펼치며 포효하는 모습을 보였다.
붉게 눈을 번뜩이며 핏빛을 띠는 몸의 무늬가 격렬히 빛을 발하도록 하는 거대한 용. 그런데, 그 용의 모습이 그렇게 낯설지 않아 보였다, 호수의 성채 부근에서 마주했던, 자신이 거주하던 성채의 사람들과 운명을 같이했던 그 검은 용과 그 형상이 무척 닮아 있었던 것이었으니, 이전의 포효하는 목소리 역시 호수의 성채에서 보았던 검은 용이 내던 그 목소리와 비슷한 느낌이 있기도 하였다.
"내가 이전에 호수에서 마주쳤던 용이 있었어, 그 용과 무척 닮은 개체야. 이전에 나와 대결한 이후에 사망했었는데...... 아무래도, 포헤 느와흐가 자신의 사악한 마력으로 그 용을 부활시켰던 모양이야."
이전에 보아왔던 용과 거의 닮은 모습에 목소리까지 비슷했던 것을 두고, 나는 카리나에게 포헤 느와흐에 의해 부활했을지도 모른다며, 그 용에 대한 언급을 행하려 하였다. 이후, 카리나가,
"그렇다면, 사멸한 개체를 재구성해서 우리들 앞으로 내보낸 거야, 포헤 느와흐가?"
라고 말을 건넬 무렵, 용이 날개짓을 하며 상공 높이 뛰어오르기 시작, 그 모습을 보며 나와 카리나 모두 대화를 멈추고, 카리나는 이윽고, 자신의 빛을 발하는 방패가 상공을 향하도록 하였다, 본격적인 공격이 시작될 것임을 모두 직감하였던 것이었다.
이윽고, 상공에서부터 불덩어리들이 낙하하기 시작하였다. 검은색을 띠는 그 바탕에 핏줄과도 같은 붉은 무늬가 그려진 거대한 불덩어리들, 마치 용암 덩어리처럼 보이는 그 불덩어리들이 작은 운석 군체가 낙하하는 듯이 상공에서부터 낙하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산정의 나무 주변을 맴돌며 검은 용은 바로 앞에 머무르고 있던 나를 비롯한 일행이 위치한 그 일대를 향해 불덩어리를 토해내고 있었다.
각각의 불덩어리들이 지면에 격돌하며 폭발하는 그 자리마다 검은 연기와 불꽃이 기둥과 같은 형상을 이루며 분출하고 있었으며, 폭발 기둥이 사라진 그 자리에는 핏빛 불꽃이 남아 잔잔히 타오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불길 자체는 약하였으나, 통상적인 불이 아니었던 만큼, 접근하는 것만으로도 위험하다 여기었고, 그러면서 감빛의 기운을 일으키고, 그와 동시에 주변 일대에 감빛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연기를 일으키는 것으로써 주변 일대의 곳곳에서 타오르고 있던 어둠의 불길을 덮는 것으로써 끄려 하였다.
그러는 동얀 용은 한 차례 공중제비를 도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날개를 뒤쪽으로 펼치면서 내가 위치한 그 일대를 향해 활강하기 시작하였다. 그의 머리 부분에서부터 검붉은 불길이 피어오르고 있었으니, 그 돌진하는 머리 부분에서부터 충격뿐만이 아닌 열기로도 피해를 주려 하였을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머리 부근에서 열기를 발산하기 시작하면서 용은 빠른 속도로 내가 위치한 일대로 접근해 오고 있는데, 그 때에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아르사나! 어서 피해!!!"
"알았어!" 그 다급한 외침에 응하여 우측으로 몸을 날리는 그 때를 같이해 격렬한 열풍이 가로지르는 그 느낌이 등을 덮쳐왔다. 이후, 고개를 들어 뒤쪽을 바라보니, 내가 위치하고 있던 그 일대를 가로질러 나아갔을 용의 날개, 그 모습이 보였다. 카리나의 발언에 의하면 그 용이 바닥 근처를 휩쓸면서 지나갔다고 하니, 고속 돌진을 통해 일행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려 하였다는 모양.
이후, 다시 일어서서 뒤쪽을 향해 돌아서 보니, 용이 바로 선 듯한 자세를 취하면서 입에서 불꽃을 뿜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날개와 등쪽에서부터 검붉은 광선들이 곡선을 그리며 나와 카리나가 위치한 그 일대로 날아오고 있었으며, 그 광선을 막아낼 요양으로 카리나가 왼손에서부터 새하얀 빛의 기운으로써 방패를 생성, 그 방패를 앞으로 내밀었다, 광선이 방패에 격돌하도록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었다.
8 줄기의 광선이 방패에 일제히 격돌하면서 카리나가 그 충격으로 뒤로 계속 밀려나는 모습이 보였고, 이어서 방패의 중심 부근에 한데 모인 8 개의 핏빛 구체-광선이 격돌한 지점에서 광선이 변이했을-들이 일제히 폭발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폭발로 인하여 카리나는 바로 뒤쪽으로 날아가 내동댕이 쳐지는 듯이 쓰러지고 말았다, 방패는 이미 충격의 여파로 인해 사라져 버린 상태로, 방패가 되었던 빛의 기운은 다시금 빛의 구체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 때를 같이하여 용이 입에서부터 불길을 뿜어내기 시작, 그 핏빛 불꽃이 쓰러진 카리나를 향하기 시작했고, 이대로 있다가는 이제 막 일어나려 한 카리나가 그 불길에 휩싸일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어떻게든 그 불길을 막아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여기며, 카리나의 바로 앞으로 다가가, 감빛 기운을 잠들게 하는 대신에 하얀 빛의 기운을 일으키고서, 그 빛의 기운과 나의 몸에 깃든 기운을 합쳐 일격을 가하는 것으로써 불길의 힘을 그 빛의 힘과 상쇄시키기로 하였으니, 그 상쇄를 통해 당장에 닥쳐오는 위협을 가능한 차단할 수 있으리라 여기었음이 그 이유였다.
손 위에 빛의 기운을 올려놓고서, 두 손을 앞으로 내밀면서 모으며, 그 두 손바닥 위에 그 빛의 기운이 놓이도록 한 이후에 그것에서부터 빛을 발하는 구체가 생성되도록 한 이후에 몸에 깃든 빛의 기운이 그 구체에 흡수되도록 하였다. 하얀 빛, 감빛의 기운이 하얀 빛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구체에 흡수되면서 특히 감빛 기운과 하얀 빛의 기운이 상충하면서 발생하는 힘이 빛의 구체가 가지는 파괴력을 증폭시켜주고 있었다.
어느 정도 기운이 커졌다고 여기어졌을 때가 되자 바로 그 기운을 해방, 빛의 구체는 바로 한 쌍의 빛 줄기들에 휘감긴 거대한 빛의 기둥과 같은 형상을 보이도록 하면서 그 빛 기둥이 핏빛에 이어 검은 바탕에 안쪽이 새빨간, 용이 분출하는 화염과 격돌하도록 하였다. 그 시기는 카리나의 바로 앞을 막아선 나의 바로 눈앞으로 불기둥이 닥쳐오던 때,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카리나는 물론, 나 역시 그 화염에 휩싸였을지도 모를 노릇이었다.
빛 기둥이 용에 의해 분출되는 화염에 부딪치면서 굉음을 일으키며 주변 일대로 격한 빛을 발산하며, 주변 일대로 흰색, 검은색 그리고 붉은색을 띠며 빛나는 구체들이 빛과 함께 흩뿌리고 있었다. 그 흩뿌려진 구체들은 잠시 동안 충돌 지점 주변 일대로 확산되어 가다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처음 충돌했을 즈음에는 바로 나의 앞에 머무르고 있던 충돌 지점은 조금씩 뒤로 밀려나고 있었으니,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나와 용 사이의 중간 지점에는 이르게 되었다. 이렇게 충돌 지점을 옮기기 위해 눈앞에 닥쳐오는 거센 화염을 내 모든 것을 끌어낸 기운을 분출해야 했고, 그 기세를 항상 유지해야 했으니, 그 시점에서 기력이 거의 다하는 느낌이 들고 있었다.
그러나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해야 할는지, 용의 불길도 점차 사그라들고 있어서 그것에 맞춰 기운의 분출을 줄일 수 있었고, 그렇게 해서 용의 불길을 온전히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대가라고 기운을 다해 지쳐버리고 말았으니,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난 카리나가 나를 대신해 빛의 기운에 감싸인 검을 들고 용의 공세에 맞서려 하였다.
그렇게 카리나가 나를 대신해 다시 앞장서려 할 무렵, 용은 저공으로 비행을 행하면서 돌진, 카리나와 나를 향해 달려들려 하였으니, 그 공세에 카리나는 검을 들고 있지 않는 왼손으로 지친 나를 들어업고는 용을 향해 뛰어오르려 하였다. 자신의 등에 타려 할 것임을 알아차린 듯한 검은 용이 고공 비행을 시도하려 하자, 카리나는 오른손에 쥐고 있는 그 검의 날을 용의 오른 허리에 박으며 왼손으로 업고 있던 나를 먼저 내려놓으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기운을 어느 정도 되찾으며 나는 용의 등에 올라타서는 카리나가 자신이 용의 몸에 박아놓은 칼날을 빼내면서 용의 등 위로 올라타서는 바로 용의 목을 향해 다가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서는 카리나는 용의 목 부근에 앉아서는 하얗게 빛을 발하는 검의 날로 용의 목을 잇달아 찌르면서 용에게 고통을 가하려 하였다.
괴로움에 겨워 소리치며 용은 이리저리 몸을 뒤틀었고, 그 요동에 나도 그렇고 카리나 역시 그 요동에 의해 더 이상 안정적으로 앉아있을 수 없게 되어 결국 용의 몸에 매달리며 버티게 되었다. 그대로 떨어졌다가는 위험해질 수 있었던 관계로 필사적으로 매달리려 하였다, 감빛의 기운을 깨워 손끝에서 돋아나는 감빛 칼날로 용의 몸을 찌르며 버티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용이 날아다니는 그 주변 일대에서부터 붉은 방진들이 생성되기 시작하더니, 각 방진에서부터 용처럼 생긴 작은 생명체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박쥐의 것처럼 생긴 날개로 날갯짓을 하는 그 검은 개체들은 두 눈을 붉게 번뜩이고 있으면서 용에게 매달려 있던 나 그리고 카리나를 향해 달려들려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이 산정의 나무 주변을 맴돌고 있던 용의 머리 위로 날아와 달려들려 할 즈음, 나는 손끝에서부터 생성한 칼날로 용의 몸을 찍으면서 다시 등 뒤로 올라타려 하였다, 그렇게 다시 올라서는 것으로써 그들을 어떻게든 격추시키기 위함이었던 것. 그러나 그렇게 올라서려 할 즈음, 주변 상공의 10 여개 지점에서 생성된 그 생명체들은 난데 없이 검은 마력 덩어리 비스무리한 것으로 변이하더니, 일제히 용의 몸체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나와 카리나를 용의 몸 채로 공격하기 위함이었을 것이었다.
그 검은 덩어리가 날아올 즈음, 작은 화살촉들이 그 마력 덩어리를 향해 날아와 그 덩어리를 격추, 공중에서 폭발하도록 하였으니, 오른손의 칼로써 버티고 있던 카리나가 왼손에서부터 화살촉들을 불러와 그것들로써 그 덩어리들을 격추시키려 했던 것. 그러나 이러한 행동도 용의 몸체로 달려드는 모든 덩어리들을 격추시킬 수는 없었고, 그래서 일부 개체들은 용의 몸체에 부딪쳐서 폭발하며 용에게 충격을 가하려 하였다. 용 자신은 같은 특성을 가지는 덩어리에 의해 상처를 입거나 하지는 않은 듯해 보였으나, 충격이 가해진 만큼, 그 몸체가 격렬히 흔들렸고, 그 여파로 인해 카리나는 끝내 견디어내지 못하고서는 바로 추락해 버렸다.
나는 그래도 무사히 버티고는 있었지만 그가 떨어진 이상, 그 혼자 떨어지게 놓아둘 수는 없다는 생각에 스스로 뛰어내려서는 카리나에게 다가가서 그를 두 손으로 안았다. 그 때, 카리나가 왼손으로 거대한 방패를 생성해서 그 방패를 아래로 향하려 하였다. 그 거대한 방패로써 지면에 낙하하는 나 그리고 자신에게 가해질 충격을 그 방패가 흡수하도록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었다.
그가 원했던 대로, 카리나가 생성한 마법 방패부터 먼저 낙하하며 그 방패의 기운이 충격을 흡수, 그 바로 위에 떨어진 나와 카리나는 그로 인해 조금 세게 아픈 정도로 끝날 수 있었다. 급조로써 생성한 방패는 바닥에 부딪치고 나와 카리나를 보호해주자마자 바로 터지며 소멸하고 말았다.
그렇게 다시 착지하고서, 나는 바로 다시 일어나서 붉게 눈을 번뜩이는 용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었으니, 용의 모습을 보자마자 바로 빛의 기운에서부터 곡선을 그리는 빛 줄기들이 방출되도록 하여, 그 빛 줄기들이 용의 두 눈을 직격하도록 하였다. 그러는 동안 용은 불길을 뿜어낼 작정이었는지 눈에 큰 고통이 가해지던 용은 그로 인해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불덩어리들을 마구잡이로 뿜어내었다, 그러나 이들 중에서 나를 비롯한 일행이나 나무를 향하고 있던 불덩어리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후, 용은 입에서부터 불덩어리 무리를 쏟아내거나 양 날개에서부터 곡선을 그리는 핏빛을 띠는 빛 줄기들을 방출하는 것으로써 간신히 착지를 수행한 위협을 가하기를 반복하였으나, 그 때마다 나와 카리나 모두 이리저리 피해가기를 반복하면서 반격을 개시, 용의 몸에 잇달아 상처를 주는 것으로써 피해를 가하려 하였다. 이러한 공세가 계속되면서 용의 몸을 덮는 비늘도 곳곳이 찢겨지고, 상처가 드러나며 상처 안쪽으로 빛 줄기가 파고들어 피해를 주는 경우도 생기게 되었다.
그 이후에도 마력 덩어리가 그 실체인 비행체들이 계속 날아오고 있었지만 차례로 격추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간 입은 상처들로 인한 괴로움에 의해서인지, 아니면 이리저리 공세를 계속 피해가려만 하는 일행에 대한 분노 때문인지 그 이후로 용은 포효를 거듭하면서 입에서부터 계속 화염을 뿜어내는 것과 동시에 곡선을 그리는 검붉은 빛 줄기들을 잇달아 계속 내보내는 것으로써 지속적으로 지표면에 서 있는 이들에게 계속 위협을 가하려 하였다.
이 때, 상공에서부터 검은 전투 비행기들이 맴돌기 시작하고, 이들에게서부터 검은 미사일들이 잇달아 지표면을 향해 투하되기 시작하였다. 이 투하된 미사일들은 1 초 정도의 간격을 두고 지표면에 격돌, 검은 연기를 품은 폭풍을 일으키며 폭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는지, 이들 역시 나무 주변 일대만을 타격하고 있었을 뿐이라 나무에는 피해가 가지 않았다.
때마침 용이 상공 낮은 부분에 이르면서 카리나가 그 용을 자신의 검으로 상대하겠다하여 나는 그 주변을 맴돌고 있던 비행체들의 격추를 맡게 되었다. 그 당시에 나무가 위치한 바로 위쪽 상공, 그 주변 일대에 머무르고 있던 비행체들의 수는 어림 잡아 수십여 즈음. 상공에서 나타난 이들의 미사일 공격을 피해가면서 나는 이들을 곡선을 그리는 빛 줄기로써 10 여 기씩 격추시켜가며 이들을 제압해 나아가려 하였다.
이 무렵, 카리나는 하얗게 빛을 발하는 자신의 검, 그 날을 용의 목덜미에 박은 채로 상공 일대를 비행하는 그 용의 몸체 위로 올라서려 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칼에 찔린 부분에서는 마치 피를 흘리는 듯이 검붉은 기운이 분출되어 줄기를 이루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렇게 검붉은 줄기를 분출하고 있으면서 다가오는 용의 모습을 보며, 나는 잘하면 그 줄기를 이용해 올라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빛의 기운에 의해 결정을 생성하는 마법은 본래 빛의 기운이 가지는 힘으로써 주변 일대의 사물을 결정화하는 형태로써 사용할 수도 있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그 검붉은 유체 줄기를 결정화시킬 생각이었다.
그리고 나의 앞으로 다가왔을 때, 바로 빛의 기운을 들여 그 빛의 기운이 그 검붉은 줄기를 향해 새하얀 빛가루를 흩뿌리도록 하였고-실제로는 주변 일대의 빛을 반사해서 여러 색을 띠며 빛을 발했다-, 새하얀 바람에 실리며 빛가루들이 검붉은 줄기에 닿는 순간, 그 닿은 부분부터 서서히 하얀 결정에 감싸이기 시작하더니, 이어서 내가 위치한 그 주변부터 용이 상처입은 부분까지 서서히 그 결정이 퍼져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결정에 감싸인 부분은 그 형질에 변화가 일어나는 듯한 모습을 보이니, 점차 새하얀 결정과 동화되어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새하얀 결정화한 줄기를 보며, 나는 그 줄기를 통해 충분히 그 결정을 타며 올라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바로 가능한 빨리 결정화된 기운 줄기를 타고 오르기 시작하였다.
얼음이라면 열기에 녹으면서 그 결정체의 결합 자체가 약해져 가며, 위태로운 상황이 펼쳐질 수 있었을 텐데, 빛으로 만들어진 결정으로서 열기는 결코 해할 수 없는 것인지라 그것에 대한 불안감 없이 바로 올라갈 수 있었다. 여기에 용의 시선은 자신을 계속 찌르고 있었을 카리나였을 테니, 내가 어둠의 무리에게 주목받을 일은 없었다.
그러다가 내가 온전히 올라왔을 즈음, 사명을 다한 검붉은 기운이 결정화되어 생성된 줄이 깨어지기 시작, 산산조각나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작은 결정 조각과 빛가루로 변하며 점차 사라져 갔다.
그 결정화된 기운 줄기를 밧줄 삼아 등 위로 올라탄 이후, 목덜미를 미친 듯이 찌르고 있던 카리나를 따라 등과 하반신 부분을 잇달아 베고 찌르기를 반복해 갔다. 한 사람이 연거푸 베는 것 정도는 견딜 수 있었던 모양이었으나, 나까지 합세를 하고 나니, 더 이상 견디지 못하는 듯이 괴로워하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고, 이번에는 나와 카리나 모두 버틸 틈도 없이 바로 지면에 낙하하게 되었다. 그 때, 지면에 빛의 장막이 생기면서 그 장막이 바닥에 닿으려 하였던 나와 카리나를 살짝 그 위에 뜬 채로 멈추게 하였던 것.
이번에는 카리나가 방패로 방어 수단을 마련하지 않아서-떨어지는 지점이 산개되어 있어서 카리나의 방패로는 두 사람의 안전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넓게 퍼진 빛의 장막이 카리나를 대신해 나와 카리나를 보호해 주었던 것.
어떻게 된 일인지에 대해서는 당장에는 중요치 않았다, 바로 다시 일어나서 용을 상대하는 것이 더욱 급한 일이었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용은 바로 선 듯한 모습을 보이며, 나무가 위치한 그 부근에 위치하더니, 입에서부터 불길을 뿜어낼 기세를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그러한 그 모습을 보고 있자하니, 어느새 용의 몸체는 그간 찔리고 베인 흔적이 가능한, 그야말로 '상처 투성이' 상태였다. 그리고 카리나가 등과 목덜미를 찌르면서 그것이 흉부에도 영향을 주었는지, 흉부 역시 상처 자국이 벌어져 있어서 그 상처 자국에 직격만 가하면 바로 쓰러뜨릴 수도 있어 보였다. 그래서 눈앞의 용이 공격을 가하기 전에 내가 선제 공격을 가하여, 그 흉부에 바로 강한 타격을 가하기로 하였다.
이후, 나는 빛의 구체가 나의 눈앞으로 오도록 하고서, 그 구체를 바라보며 두 팔을 앞으로 뻗고서,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도록 하였다. 그 손바닥을 통해 나의 몸에 깃든 빛의 기운을 끌어내려 하였던 것. 그리고서 나는 빛의 기운을 잇달아 방출, 그 빛의 기운이 나의 눈앞에 자리잡은 구체로 모이도록 하였다. 최대한으로 빛의 기운을 끌어내 그 구체에 집중시키기 위함이었다.
나의 몸에 깃들고 잇떤 빛의 기운이 곡선 상을 이루는 수많은 빛 줄기의 형상으로 변해가며 구체를 향해 모여갔고, 빛의 기운이 구체에 모임에 따라 그 구체의 형상에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번개 줄기들이 구체 주변을 휘감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그 번개 줄기들이 이윽고 구체 주변을 맴도는 새하얀 불꽃의 형상으로 변화해 가고, 이윽고 그것은 모성을 맴도는 행성과도 같은 작은 구체들로 변화해 갔다.
수십여 작은 구체들이 '모체' 곁을 회전해 가는 모습을 보일 즈음, 나는 이제 가능한 최대의 힘이 모였다고 판단을 내리고서, 바로 그 구체를 오른손으로 잡으려 하였다. 그 무렵, 나는 여전히 몸에 많이 남아있던 감빛의 기운을 깨워 손을 휘감고 있는 감빛의 기운으로 대량의 빛의 기운이 모인 구체를 잡으려 하였으며, 그와 동시에 나의 손이 새하얀 불꽃에 휘감기기 시작하였다.
그 무렵, 카리나는 용의 상처에서부터 분출되는 붉은 화염을 피해내면서 그간의 타격으로 인해 용이 입은 상처를 향해 가는 빛 줄기들을 발사하며, 그 용의 몸체에 지속적으로 피해를 가하려 하고 있었다. 상처를 입었음에도 용은 몸체와 입에서부터 계속 화염을 분출하는 공세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이에 카리나는 치열하게 공세를 피해가며, 역공을 가하는 분주한 상황에 있었음에도 한 번씩 나를 바라보려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자신의 우측 바로 근처에 서 있던 내가 감빛의 기운에 감싸여 있으며, 구체를 잡은 손이 하얀 불꽃에 휩싸인 모습을 보더니, 소스라치게 놀라는 표정을 지으려 하였다, 그리고 걱정스러움의 감정을 역력히 드러내는 표정을 지으면서 물었다.
"아르사나, 괜찮겠어, 손이 그런 상태에 있어서."
"잠깐 동안일 뿐이야."
손에 불길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 열기를 느끼지 않을 리가 없었고, 강한 열기는 아픔으로서 나에게 다가와 고통을 주고 있었다. 다만, 그것을 그저 참아가며 앞으로 있을 한 번의 타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간 가해진 타격으로 인해 생성된 흉부의 상처는 그의 활동에 따라 계속 꿈틀거리며 벌어졌다가 닫히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내가 노리는 것은 그 흉부의 상처가 벌어질 때였다.
그렇게 때를 기다리며 손에 열기를 품은 채로 용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즈음, 카리나가 위치한 방향에서부터 가는 빛 줄기들와 초승달의 형상을 이루는 하얀 빛들이 흉부의 상처로 집중되어 그 상처를 벌어지게 만들고 있었다.
"아르사나, 언제까지 그 불을 손에 품고 있을 거야, 바로 시작하라고!"
내가 계속 손에 불길을 품고 있으면서 상황 관찰만 하는 나를 보다 못했는지 바로 앞으로 화염이 다가오고 있었음에도 나를 바라보며 그런 나를 향해 흉부 쪽을 향해 서 있으며 왼손에서부터 빛 줄기들을 발사함으로써 타격을 가해주었던 것. 이후, 카리나는 바로 앞으로 다가온 화염을 빛의 기운을 끌어모아 방패를 생성함으로써 급히 막아내려 하였으나, 폭발의 충격을 견디지 못한 채, 뒤쪽으로 쓰러지는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그렇게 위험을 감수하면서 마련한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고, 그래서 바로 오른손에 하얗게 불타오르는 불덩어리를 품은 채로 상처가 벌어진 모습을 보이는 용을 향해 바로 돌진해 갔다. 그리고 바로 가까이 다가왔다고 여기었을 즈음, 하얀 불덩어리의 근원이었던 빛의 구체를 용의 그 상처 입은 흉부를 향해 꽂아 넣듯이 던져 보냈다.
이후, 불덩어리에 휩싸인 듯한 모습을 보이던 새하얀 빛의 기운은 나의 손을 떠나자마자 그간 주입된 감빛의 기운에 의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나의 손에 있으면서 억제되었던 반응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폭발해 가는 거대한 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폭발해 가는 거대한 하얀 빛이 용의 흉부에 박히는 것은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은 무렵의 일이었다. 흉부의 상처 안쪽에 박히자마자 빛은 용이 품은 어둠의 기운과도 반응을 개시, 그 폭발이 주변 일대로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용의 몸에서부터 확산되는 하얀 빛을 보며, 위험을 직감하며 뒤쪽을 향해 바로 몸을 날렸고, 이어서 뒤쪽에서 들려오는 폭음과 지면의 진동을 느끼면서 다급히 일어나자마자 바로 뒤쪽으로 뛰쳐 나아가려 하였다. 그 순간, 나의 뒤쪽이 환해지는 것을 느끼고, 그와 동시에 용이 위치한 그 방향을 향해 다시 돌아서니, 그 일대가 폭발의 영향으로 인해 새하얀 빛과 연기에 휩싸인 광경을 보게 되었다.
다행히도 카리나는 이미 산 정상의 가장자리 일대로 피신해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며, 그와 더불어 빛의 나무 역시 위험을 직감하였는지 스스로 빛의 장막을 펼쳐 폭발에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 하고 있었다. 그 강대한 폭발의 발생이 감빛 지대 '샤하리아' 의 빛이 되는 나무의 의지를 일깨울 정도로 강대했던 것이었다.
용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빛과 폭풍 그리고 연기 속에서 검은 형체의 잔해 비스무리한 것이 보였을 따름이었다.
빛이 사라지고, 폭발에 의해 발생했을 폭풍이 걷힐 무렵, 다시 나무 근처로 다가가 보았다. 그간 나무 근처에 머무르며, 위협을 가하던 '검은 마력의 화신' 이라 칭해지던 용의 모습은 어느새 보이지 않았따. 다만, 나무 근처의 한 지점에 검은 재들이 쌓여 있었으니, 폭발에 휩싸인 이후, 용의 몸체가 사멸하다 남은 일부가 재가 되어 이렇게 쌓였을 것이리라.
나무를 비롯한 용을 제외한 산정에 있는 모든 이들의 형상은 온전히 보전되었다. 나무가 빛으로 이루어진 보호막에 감싸이면서 나무는 물론, 나무 주변에 있던 사물들 일체가 그 보호막에 의해 폭발에 의한 피해를 면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산정에 있는 사물들이라고는 나무 주변의 사물들 뿐이었을 따름이니, 산정의 모든 사물들이 온전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이후, 카리나 역시 용이 위치하고 있던 일대에 검은 재만 남았음을 확인하고서 나에게 완전히 사멸했음을 알렸다. 그 때, 그간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그 모습을 보지 못했던 아이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동굴을 거쳐 산정에 이르기까지 나를 비롯한 일행과 동행을 하고 있던 에이샤 그리고 카티야가 바위더미에 둘러싸인 나무를 향해 다가가는 나를 향해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던 것이었다.
"에이샤, 카티야로구나, 다들 무사했네."
그리고서 나는 두 사람을 맞이하면서 두 사람에게 무사했는지, 그 여부를 물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이들 모두 무사하였다, 하지만 의외의 발언이 있었다. 전투가 한창 격렬히 이어지는 동안 두 아이들은 산 속의 동굴에 숨어 있었는데, 거기서 검은 새들의 습격을 받았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이니!?"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카리나가 두 아이들에게 다가가서 묻자, 에이샤가 바로 목걸이의 장식을 그에게 보여주었다. 그 목걸이의 장식이 빛을 발하였고, 그 빛이 보호막을 만들어서 자신들을 지켜주었다고 한다.
"시장에서 우연히 샀던 이 목걸이는 사악한 기운을 감지할 줄만 알았는데, 사악한 기운을 가진 자들로부터 사람을 지켜주는 힘도 갖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언니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는데, 이 목걸이의 도움이나마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그랬었구나." 그 이야기를 들으며, 카리나는 감탄을 하면서 답을 하였다. 그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어떻게 그런 힘을 가지는 목걸이가 시장의 매물로 있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기도 하였다. 하지만 나도 그러하였지만, 의문을 품었던 그 역시 아이들에게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에이샤라는 그 아이가 이러한 목걸이를 가지게 될 운명이 있었을지도 몰라."
일련의 생각을 하며, 나는 밝게 목소리를 내며 카리나에게 그에 대해 그렇게 한 마디 말을 건네었다. 그 이후로 나와 카리나는 한 동안 그것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두 아이들과 다시 만나게 된 이후, 나는 일행 3 명과 더불어 나무가 위치한 그 지점으로 나아가려 하면서 왼쪽 치마 주머니에 그간 넣어두고만 있었던 금실로 수놓인 상자를 다시 꺼냈다. 그리고 상자에 보호하고 있던 은화 크기의 작은 원판을 다시 꺼낸 이후에 상자를 닫고서 상자를 주머니 안에 넣었다.
자그마하기는 했으나, 원판은 자신의 몸체에 세밀히 새겨진 8 개의 문장들 중에 2 개의 문장이 빛나도록 하고 있었다. 빛의 형상을 이루는 문장과 산 모양을 이루는 문장의 2 개. 그 다음은 시계 방향으로 산의 문장, 바로 근처에 위치한 소용돌이 형상의 문장일 것이었다. 그 소용돌이 문장은 호수가 위치한 감빛 지대 샤하리아를 상징하는 문장으로서, 잔잔함 속에 요동을 일으키는 호수의 모습을 상징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이전에 보았던 두 탑들과 마찬가지로 샤하리아의 나무 역시 한 지점 앞에 검은 돌로 만들어진 원반이 위치하고 있었다. 그 원반 위에 올라서면 이전의 그 탑들과 마찬가지로 그 나무 역시 은화처럼 생긴 원반의 정면을 보이면서 대 위에 올라서면 빛을 원반에 전해줄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붉은 바위의 산에서와 같이 이 원반 위에 올라서면 되겠지, 그 원판을 들고 있으면서."
"그렇겠지." 이후,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바로 그러하다고 답을 하고서, 곧바로 원반을 향해 다가가서 그 원반 위에 올라섰다. 그러다가 문득 뒤쪽에 서 있던 두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에이샤 혹은 카티야에게 이 일을 맡겨보는 것은 어떠할까.'
그러한 생각을 하면서 나는 에이샤를 불렀다, 특별한 힘을 가진 목걸이를 가진 에이샤에게 그 일이 어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 바탕이 되고 있었다.
그리고서 나는 나와 카리나가 거목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동안 거목 바로 앞의 원반, 그 바로 뒤쪽에 서서 두 사람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을 에이샤 그리고 카티야를 불러 그들에게 부탁을 해 보았다.
"한 가지 일을 해 주었으면 하는데."
그리고서 무슨 일이냐고 카티야가 묻는 동안, 나는 바로 앞으로 다가온 에이샤에게 내가 오른손에 들고 있던 은제 원판을 보인 이후에 그 원판을 에이샤의 오른 손바닥에 올려주고서 말했다.
"이 원판을 들고 저 앞의 원반 위에 서 있기만 하면 돼."
"정말이에요?" 그러자 에이샤가 바로 놀라면서 물었고, 이에 나는 "그럼!" 이라고 화답을 한 이후에 별 일 아닐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올라서 줄 것을 당부하였다.
"정말 별 일 없겠지요?"
이에 에이샤가 다시 묻자, 나는 다시 한 번 그러하다고 답을 하는 그 때, 카티야가 그런 에이샤에게 마을에 빛을 전해주는 '생명의 나무' 앞이라고 말하고서 그 나무가 그 일대의 생명인 자신들을 감히 해칠 리가 있겠느냐고 말하고서 두려워하지 말고 올라서 보자고 청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같이 가 주도록 하겠음을 밝히며 앞장서서 원반 근처에 이르렀다.
카티야의 동행으로 용기를 얻었는지, 에이샤는 오른손에 나에게서 건네 받은 은제 원판을 들고 있으면서 나무 바로 앞에 보이는 감색을 띠는 바위로 이루어진 원반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그 원반을 향해 선 이후에 손에 쥐고 있던 그 원판이 나무를 향하도록 하고서, 그는 다시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물음을 건네었다.
"이렇게 하면 되는 것이지요?"
"그래, 그렇게 하면 돼." 그러자 나는 그 물음에 바로 그렇게 화답을 하였고, 이에 에이샤는 바로 알았다는 대답을 하고서 다시 고개를 돌려, 그 시선이 자신을 내려다보는 나무를 향하도록 하였다. 그러는 동안 카티야는 그런 에이샤의 바로 좌측 근처에 서 있으면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살펴보려 하고 있었다. 그러는 그 때,
"에이샤, 나무에서 빛이......!"
라고 다급히 외치는 카티야의 목소리와 함께 에이샤가 손에 들고 있던 은제 원판을 향해 곡선을 그리는 부드러운 빛 줄기들이 내려오기 시작하였다. 나무에서부터 생성된 이 새하얀 빛 줄기들은 마치 냇물의 흐름과도 같이 에이샤가 서 있는 곳을 향해 나아가더니, 이어서 그가 손에 들고 있는 은제 원판의 빛을 발하는 산 모양의 문양, 그 시계 방향 옆의 소용돌이 형상을 이루는 무늬를 향해 모이더니, 이윽고 가느다란 빛 줄기의 형상을 이루며 그 무늬에 스며들려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빛이 다 모였는지 빛 기둥이 원반 위에 서 있던 에이샤 그리고 그 바로 근처에 서 있던 카티야를 휩쓰는 듯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하였다.
한 순간이나마 두 아이들을 휩쓰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빛이 사라지고, 다시 두 아이들의 모습이 나타났을 무렵, 에이샤도 그렇고, 카티야 역시 심히 놀란 듯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눈앞에 나타났다. 이전의 일로 인한 충격 때문인지 멍하니 서 있으면서 손바닥에 놓인 그 은제 원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 은제 원판의 변화를 확인하였는지 바로 나를 향해 뛰어와서는 그 은제 원판을 보이며 말했다.
"아르사나 언니, 이 원판을 봐요!"
아니나 다를까, 은화 크기만한 그 은제 원판의 3 번째 문양인 소용돌이 문양이 하얀 빛으로 채워진 모습이 보였다. 에이샤가 무사히 은제 원판의 문양에 빛을 채우는 일을 행한 것이었다.
본래는 이 신비로운 체험을 나와 카리나만 가질 수는 없어서 에이샤, 카티야에게도 기회를 주려 할 생각이었는데, 그 갑작스러운 현상을 보며 많이 놀랐을 두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괜한 짓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는 마법과 깊은 연관성이 있는 이가 아닌 한, 그러한 일을 함부로 시키거나 하지는 않도록 해야 하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은제 원판의 3 번째 무늬가 빛으로 채워진 모습을 보며, 나는 다시 은제 원판을 돌려받고서 그간 주머니 안에 넣어두고 있던 금실로 수놓인 육면체 상자를 다시 꺼내, 그 상자 안에 원판을 조심스럽게 넣어두고서 다시 상자를 치마의 왼쪽 주머니 안에 넣어두었다. 그 이후, 다시 나무의 원판 근처를 떠나려 하던 나에게 다가와서는 카티야가 물었다.
"언니들, 이제 끝난 거예요?"
"그래, 이제 정말로 끝났어." 이 물음에 나는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답을 하고서, 이어서 에이샤 그리고 카티야에게 이제 집으로 가려 하느냐고 물었고, 이 물음에 에이샤를 대신해 그의 우측 곁에 서 있던 카티야가 답을 하였다.
"그럼요, 저희들도 이제 집에 가야 하지요."
"여기서 잠시 호수를 내려다 볼 생각이 있거나 하지는 않아?"
두 아이들이 그간 위험한 상황 하에 있으면서 산정의 경치를 잘 감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두 사람이 그 경치 구경을 위한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생각에 부탁을 해 보았지만 시간이 너무 늦었다면서 가 보겠다는 의사를 고집하였고, 그리하여 나는 두 사람을 떠나보내게 되었다. 산정에서의 경치 구경은 다음날 자신들이 모여서 해 보겠다고 하였다.
이후, 나는 동굴 안으로 들어서면서 안전 여부를 확인해 보려 하였고, 다행히도 더 이상의 괴물체나 검은 새들의 습격은 없을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카리나는 이후 혹시 발생할 일이 있을지 모른다면서 자신이 에이샤 그리고 카티야가 동굴을 거쳐 산 아래로 돌아갈 때까지 지켜주겠음을 밝히며 두 아이들과 더불어 같이 동굴 안으로 들어가려 하면서 물었다.
"아르사나, 너는 계속 여기 있을 것이지?"
"그래." 이후, 내가 그렇다는 의사를 드러내자, 카리나는 바로 알았다고 답한 이후에 다시 한 번 나에게 물었다. 자신이 산 아래에서 기다렸으면 하는지, 아니면 돌아왔으면 하는지에 대한 물음이었다.
"산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어, 나도 잠시 있다가 내려 갈 테니까."
이 물음에 나는 바로 그렇게 그에게 화답을 하였고, 이후 카리나는 두 아이들을 데리고 산정을 떠났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