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tiA - Intermission 3 : 3


  카리나가 물음을 건네었을 무렵, 나의 시선은 광장 한 가운데 즈음에 자리잡은 분수대 근처의 돌로 만들어진 긴 의자를 향하고 있었다. 그 긴 의자를 가리키며,
  "저기에 조용히 앉아있자, 달리 갈 곳도 없잖아."
  라고 말하면서 먼저 그 의자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카리나 역시 그런 나를 따라 나서서 의자에 이르렀고, 그 의자의 한 가운데 즈음에 앉았다. 그러자 카리나는 그런 나를 보자마자 바로 나의 우측 곁에 앉아서 잠시 주변 일대를 둘러보려 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분수대 주변의 의자들에는 이런저런 사람들이 앉아 각자 하고픈 일을 하고 있었다, 가만히 앉아있는 이들도 있었고, 서로 나란히 앉아서 각자의 일상에 관한 대화를 주고받는 이들도 있었다. 또,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는 이들도 있었고, 악기 연주를 하려는 이들, 분수대 앞에서 뛰어놀려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와 더불어 광장 한 곳에서는 여러 소녀들이 모여서 발걸음을 맞춰가며 분수대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이들은 내가 앉은 의자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지만 딱히 나를 의식해서 오는 이들 같지는 않아 보였으며, 분수대 구경을 하고 싶었던 모양.
  또, 내 또래 즈음 되어보이는 소녀들이 악기를 들고 분수대 좌측 부근으로 나아가는 모습도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근방에서 악기 합주 연습을 하려는 것 같다고 여기었으며, 정말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무렵에 음악을 연주하는 소리가 들려서 그 일대에서 악기 합주 연습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외에도 분수대를 지나는 여러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으니, 분수대를 구경하려는 이들, 그 너머의 시가지를 구경하려는 이들, 문화 회관 혹은 그 주변 일대의 거리로 나아가려는 이들을 비롯해 그 목적은 다양했다. 우측 거리에는 식당들이 밀집한 거리가 있으며, 그 이외에도 여러 행상들이 있어서 사람들의 시선을 자극하고는 하는데, 근래 들어 그 일대의 입소문이 오가기 시작해서 이를 통해 그 거리를 알게 되어, 그 거리를 향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분수대 왼편에 보이는 줄로 놀이를 하는 소녀들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을 즈음, 갑자기 두 손이 나의 두 눈을 가렸고, 이에 놀라면서 나는 바로 그 손을 떼려 하였다.
  "누구야!?" 갑작스레 당한 일에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손을 떼고, 뒤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나의 눈앞으로 내 나이 또래 즈음되어 보이는 어떤 소녀가 나를 보며 조용히 미소를 띠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얀 머리띠가 매어진 머리는 감빛을 띠는 긴 머리카락을 드러내고 있었고, 감빛을 띠는 눈동자를 품은 눈을 보이는 밝은색을 띠는 얼굴은 온화한 인상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한 그가 갖춘 옷차림은 소매가 긴 새하얀 블라우스와 허벅지가 드러날 정도로 짧고 주름이 진 보라색 치마 그리고 새하얀 양말과 검은 신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니, 블라우스의 목깃 아래에는 보라색 돌이 박힌 브로치가 자리잡고 있어서 나름 꾸민 옷차림임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이 그렇게 낯설지는 않았으니, 잠시 그 모습을 보며, 그가 누구인지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샤하르에 머무를 무렵에 같은 학교에 수학하였던 소녀인 '아잘리(Azali)' 였다. 한 때는 같은 과 수업을 받아 같은 교실에서 늘 마주했었고, 그 인연으로 그 이후에도 한 번씩 교류했던 이들 중 한 명이었다.
  "아르사나, 오랜만이야, 한 동안 여기로 오지 않더니."
  "그간 이런저런 일들이 있어서 줄곧 무나일, 가마일 일대에 머무르고 있다보니."
  반가워하는 그의 인사말에 바로 화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바로 나의 앞으로 뛰어오는 모습을 보며, 내가 그 아잘리에게 물었다, 그간 샤하르 거리에 특별한 변화 같은 것이 있었는지에 대해 줄곧 샤하르에 거주하고 있었을 그를 통해 이야기를 들어보려 한 것이었다. 그러자 아잘리가 그런 나에게 답을 하였다.
  "이 곳이 그렇게 변화에 민감한 곳은 아니었잖아. 그러니까......"
  "많은 것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지?"
  이후, 내가 건네는 물음에 아잘리는 바로 그러하다고 답을 하였다. 그 때, 카리나가 아잘리의 모습을 보더니, 그에 대한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나와의 친분에 대한 물음이었다.
  "아르사나와 무척 친하셨던 분이신가 봐요."
  "한 때는 학교에서 같이 수업을 받던 사이이기도 하니까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하고서, 아잘리는 카리나에게 무나일 출신인지에 대한 물음을 건네었고, 이에 카리나는 바로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빛의 고장' 으로서 성계의 '문화 중심지' 라 칭해지는 곳 출신의 사람을 보며 무척 반가웠는지 아잘리는 카리나를 보며, 밝게 미소를 띠며 그와 이런저런 대화를 시도했었다.
  이후, 나는 아잘리의 요청으로 내가 그간 어떻게 일을 하며 살았는지, 그리고 무나일 그리고 가마일에서의 삶이 어떠하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그에게 해 주었고, 그 답례로서 아잘리는 내가 샤하르를 떠난 이후, 샤하르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의 요청을 통해 나에게 해 주려 하였다.
  그 이야기에 따르면 아잘리는 학교 졸업 후에 계속 학업에 전념하고 있다고 한다. 주 전공은 고전과 역사로서, 나도 한 때 관심을 가졌던 분야였다-그래서 한 때 같이 수학한 적이 있었던 것-. 주로 학당에 머무르며 수업을 받고는 하는데, 그래서 나를 비롯해 고향을 떠나 각지를 오가며 모험을 하는 사람들이 무척 부러웠던 적이 있었다고.
  이후, 학업부터 시작해서 일상 생활, 세상 사정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주고 받다가, 이전에 보았던 그 음악단의 연주가 한창 이루어질 무렵, 그로부터 심상치 않은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그러고 보니, 이 도시에 머무르던 엘베 족 자매가 호수 쪽으로 갔다는 이야기가 있더라, 그 목적이 무척 궁금해서 그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려 하였지만, 그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었어."
  엘베 족 자매의 모습을 보았다는 그 이야기에 바로 떠오른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면서 혹시 그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고 생각하며, 그에게 그 모습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물음을 건네 보았지만 아잘리는 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답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들의 모습을 직접 보거나 하지는 않아서, 그 인상에 대해서까지는 잘 알 수 없었던 모양.
  "아르사나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아?"
  그러면서 그는 나에게 그 사람들에 대해 아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을 하고 있었다. 혹시 외지 여행을 자주 하였던 나라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 터. 하지만 비록 그에 대해 짐작하고 있는 바가 있다고 할지라도, 그것만으로는 그가 누구인지를 장담하거나 할 수는 없었고, 그래서 그에 대해서는 나도 잘 알기 힘들다고 답을 할 따름이었다.
  "그랬구나, 그렇다면 나중에 더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겠네,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면."
  아잘리 역시 그 '엘베 족 자매' 대해서는 명확히 알거나 하지 못해, 그 자매가 누구인지를 알아보고 싶었고, 그래서 나를 비롯한 동행하던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얻으려 하였던 것이었다.
  이후, 아잘리는 호수 근처의 마을인 슈라일을 향하였다는 엘베 족 자매에 관한 이야기와 더불어 슈라일 북부 근교-슈라일은 호수 일대도 포함이 된다, 그래서 슈라일 북부 근교는 성채 근처 역시 포함될 수 있는 것-에서 날개를 가진 검은 형상이 어둠 속의 하늘을 날아다녔다는 이야기도 들려왔었음을 밝혔다, 그 시기는 바로 전날로서, 나를 비롯한 일행이 케레브 족이 점거한 성채로 잠입했을 그 당시였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아잘리는 그 존재의 정체에 관한 심각한 이야기를 바로 이어가려 하였다.
  "그 외견을 잠깐 본 사람이 있었다고 했어."
  슈라일 북부 근교에 있었던 경비대 소속인 인물의 증언에 따르면, 그 존재는 날개를 가진 악마와 같은 남자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고 하면서 과거, 아르셀에 의해 쓰러진 '포레 느와흐' 의 모습을 묘사한 바와 거의 일치한 모습을 갖고 있었다고 하였다. 그러니까, 그의 증언에 따르면 그 존재는 오래 전에 사망하였다고 알려졌던, 그리고 부활했다는 '포레 느와흐' 였다는 것.
  "그래?" 그러니까, 그 증언에 의하면 포레 느와흐는 이미 부활했으며, 일행이 성채를 향하고 있을 당시에는 성채에서 동족이었던 이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더 나아가서, 성채의 케레브 족 사람들은 포레 느와흐의 부활 및 강림, 그리고 그의 도움을 바라고 있었지만 그 시점에서 포레 느와흐는 동족을 저버리고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었다.
  이후, 아잘리는 나에게 바로 요청을 하였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자신의 거처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보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이전의 그 소문에 관해 관심을 갖고 있다면 그에 대해 더 이야기를 해 줄 수도 있음을 밝혔다, 이에 나는 좋다고 답을 하고서 저녁까지 딱히 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간만에 만난 친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궁금하다고 생각해서 그의 처소로 가 보기로 했다고 그에 관한 언급을 하였다. 그리고 카리나에게 물었다.
  "이후부터는 너와 딱히 관계 없는 곳일 수도 있는데, 괜찮겠어?"
  그러자 카리나가 답을 하니, 그로부터 들을 수 있는 괜찮은 정보에 관한 이야기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대화에 별 역할이 없게 되더라도, 관찰자로서 나와 그의 대화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라도 하겠음을 밝혔다. 그리하여 카리나 역시 나와 동행하여 문화 회관 동쪽 건너편의 거리 한 곳에 위치한 아잘리의 처소로 가게 되었다.

  문화 회관 동쪽의 거리는 거리를 가로지르는 대로를 중심으로 그 북쪽에는 식당들이, 그리고 남쪽에는 주택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는 곳으로서, 남쪽에 위치한 '샤햐르 아카데미아(Shahar Academia)' 와도 가까워서 아카데미아 학생들이 여가 시간 활용을 위해 찾아오는 곳이 되기도 하는 그러한 구역이다. 아잘리는 그 아카데미아의 상급 학원생으로서 남쪽 거리의 한 곳에 머무르고 있었던 것. 그의 처소는 입구를 기준으로 세 번째에 위치한 집-103 이라 쓰여진 목패가 현관문 우측 부근에 자리잡고 있었다-으로서, 그 집의 현관문에 도달하자마자 그 현관문을 등지고 돌아서서 그 문을 바라보며 그 집을 소개하려 하였다.
  "이 집이 내가 사는 곳이야, 아르사나."

  샤하르의 동쪽에 자리잡은 주택 구역, 그 북쪽 가장자리의 한 곳에 자리잡은 옛 친구인 아잘리의 집. 그 현관 너머의 벽면 근처에 하나의 작은 책상의 모습이 보였고, 그 좌우에 목제 책장이 하나씩 위치하고 있었다. 책상은 목제는 아니었으며, 이는 고대 유물로서 발굴된 것을 고쳐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 하였다. 가마일이나 샤하르 남쪽 근방에는 각종 유물들이 쌓여 있어서 사람들이 책상이나 의자를 구할 때, 그 유물들을 찾아서는 대충 고쳐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며, 아잘리 역시 그렇게 책상을 가져오지 않았나 싶었다.
  책장은 높았지만 좌우 너비는 길지 않았으며, 중간 부분들에만 책들이 있을 뿐, 위, 아랫 부분은 비워져 있었다, 처음부터 중간 부분을 이용하려고 하였던 모양. 대신, 중간 부분에는 수많은 책들이 있어서 주인이 자신을 이용할 때를 기다리는 듯해 보였다. 책장들의 책이 꽂힌 부분들은 각 부분마다 좌우에 하나씩 청동제 조형물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바자회마다 하나씩 마련한 것이라 하였다. 식탁은 그 공간의 우측에 위치한 공간 내 한 가운데에 있으며, 식료품 저장고와 주방도 그 근처에 있다고 하였다.
  책상 위로 제법 큰 창 하나가 자리잡고 있었으니, 창가 너머로 격자 무늬를 그리는 길 주변으로 자리잡고 있었을 주택을 비롯한 수많은 건물들의 모습, 그리고 그 너머에 있을 아잘리가 다니는 학교의 모습이 바로 보였다.

  이 집은 마루에 앉을 수 있었으며, 이를 위한 방석들이 책상 근처에 몇 개 자리잡고 있었다. 집에 오자마자 아잘리는 책상 근처로 다가가 방석들을 몇 개 가져와서는 거실 바닥의 한 가운데 즈음에 삼각 대형을 이루도록 올려 놓았다. 자신과 내가 나란히 앉도록 하고, 그 건너편 한 곳에 카리나가 앉도록 하였던 모양으로 과연 내가 생각한 대로, 건너편 자리에는 카리나가, 앞쪽의 왼편-현관 기준에서-에는 아잘리 그리고 우측에는 내가 앉게 되었다.

  "샤르기아의 유적지로 갈 생각이 있다고."
  "응, 혼자서 그 유적지를 제대로 둘러볼 생각이 있어, 아직 탐사단의 발이 미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해서."
  이후,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게 되자, 아잘리가 건네는 물음에 바로 답을 하였다. 이번 샤하르에서의 일이 끝나면 다음으로 갈 곳에 대한 물음이었으니, 이후 그 물음에 내가 그간 생각한 대로의 답을 하자, 아잘리는 다수의 전사들로 구성되었던 탐사단에게도 위험하였을 곳으로 몇 명으로 구성된 인원이 가도 정말 괜찮겠느냐고 묻는 목소리를 내었다.
  "지금의 나는 확실히 그 때와는 다르다고 생각하니까."
  이 물음에 나는 나름의 자신감을 그렇게 답을 하며 드러내었다, 혼자서도 어지간한 위험한 구역 정도는 무사히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고 자신하고 있음이 그 근거임을 밝히면서.
  "그 당시, 전사들이 다수 포함된 탐사단이 들르지 못한 곳이 있었음에는 위험한 기계 장치들이 다수 있었음이 그 원인이라는 지적이 늘 있어 왔어. 그 점을 유념하면서 탐사를 이어가는 편이 좋을 것이라 생각해."
  그러자 아잘리는 바로 차분히 목소리를 내면서 그에 대한 조언의 말을 건네었다. 그 이후, 이번에는 내가 샤르기아의 그 유적지에 대한 질문을 하니, 그 유적지가 본래 어떤 곳이었는지 얼마나 알려졌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아잘리가 답하길, 샤하리아(샤하르), 샤르기아(샤르기스)의 학계 사람들 중에서도 그에 대해 언급할 수 있는 바는 추측일 따름으로, 정확한 용도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직은 없다고 밝히고 있었다.
  "유적지 내부 곳곳에 위치한 기계 장치들이 유적의 본래 용도에 관한 열쇠가 되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기계 장치들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아서 한계가 명백할 따름이야."
  그러면서 아잘리는 기계 장치는 여전히 작동되고 있음이 확인되었지만 문제는 이용 가능 여부였음을 밝혔다. 기계 장치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화면 장치 아래에 위치한 기억 장치들 중 하나인 유리판에 기호를 그리는 것으로써-유리판에 필기구로 무언가를 그리는 동작을 취하면, 화면에 그 궤적이 표시된다고 하였다- 화면 장치에 특정한 기호가 보일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그 기호와 관련된 단서로 주어진 것이 아무것도 없기에 현재까지 그 기계 장치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 이가 나오지 않았던 것이라고.
  "이러한 기호 조합은 각 개체마다 한 기계 장치에 대응되는 것이라서 하나만 알아내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도 있더라."
  이후, 아잘리는 기계 이용이 가능하도록 해 주는 기호 조합으로 알아야 할 것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님을 밝히고서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항이지만 잊혀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 있다면 현 세계의 사람들은 종이 등에 적어놓을 텐데, 유적에는 기호 조합을 알아낼만한 단서가 기록된 종이 조각조차 발견되지 않았음을 밝히고서 고대 사람들은 현 시대 사람들과 다른 무언가가 있었던 것 같다는 말을 건네기도 하였다.

  그와 더불어 아잘리는 학계에서는 기계 장치가 이용했던 기록 장치, 그 내부 구조의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밝히고서 이를 통해 기계 장치는 고대 공학 및 수학이 기반이 된 기술에 의해 창조되었지만 당대의 수학, 공학의 기반이 된 것과는 다른 숫자 및 연산 체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하였다.
  "빛과 그림자라는 신호 그리고 그 연산법을 말함이지?"
  "그렇지, 알고 있었네." 이후, 내가 건네는 물음에 바로 당연하다고 말하는 듯한 답을 하였다, 알고 있었다고 나에 대해 말하고 있었지만 실은 나라면 그 정도는 알고 있음이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었던 모양. 아잘리 역시 무척 흥미로운 사항인 것 같다고 말하면서 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겠음을 밝혔다.
  아잘리는 내가 들어서 알게 된 바처럼 기계를 위한 연산은 '신호의 연산' 으로서 특정한 속성을 가지는 신호들의 조합에 관한 규칙이라 알고 있음에 대해 우선 말을 건네었다, 그가 언급한 바에 따르면 디베르시타스(Diversitas ; DIV) 를 디페렌티아(Differentia : DIF) 로 칭하는 경우도 있어서 공식 명칭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는 편이라고.
  그리고서, 아잘리는 기계들이 사람들이 주로 행하는 숫자 등을 이용한 계산을 하려면 다수의 신호들을 사용해 신호 연산을 거듭하는 것으로써 구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에게 전하였다.

예를 들어 덧셈은 이렇게 구현한다고 한다.
- 결과 = 숫자1 DIV 숫자2 DIV 도입올림수
- 산출올림수 = (숫자1 ET 숫자2) VEL (도입올림수 ET (숫자1 DIV 숫자2))

이렇게 신호들의 연산에 관해 자신이 나름 아는 바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고서, 그에 이어 아잘리는 자신이 학교에서 본 고서에서는 '칼쿨라 볼레아나(Calcula Boleana)' 라 칭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음을 밝혔다.
  "그런데, 그 볼레아나는 무슨 뜻이야?"
  이 물음에는 아잘리도 잘 모른다고 답을 하였다, 특정한 고유 명사였던 것 같다고 추측한 바도 있었다고. 샤하르에서는 '볼레아나' 는 신호를 의미하는 단어로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특이한 연산법이다보니, 흥미롭게 고서를 연구한 이들이 몇 있어서 그들에 의해 관련된 법칙이 몇 발굴된 적이 있다고 하였으니, 그 중 하나로 '데모르가노스(Demorganos) 의 법칙' 이라는 것이 있다. 다만, 그 발견의 계기는 법칙 자체보다는 특이한 이름 덕에 발굴이 된 감이 있다고.

  "그렇게 기계가 행하는 신호의 연산법 및 신호 기록법이 이웃한 행성계인 아르데이스의 주민들로부터 전래된 이후부터, 샤하르 학계에서는 각지에서 발굴된 기록 장치로 추정되는 기계들의 기록 상태를 확인해 보는 작업을 개시하였지. 꽤 많은 수의 기록 장치들이 해석 작업을 거쳐갔으며, 그와 더불어 아르데이스에서 전래된 숫자와 기호의 대응표를 통해 이를 문자에 대입하는 작업도 시도되었다고 하더라."
  그렇게 해서 해석을 완료한 장치들의 개체 수는 천 수백 여 정도. 그간 장치들의 해석에 관한 이야기가 거의 없다시피했음을 생각해 보면, 그러한 나의 생각 외로 많은 장치들이 해석된 셈이었고,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 성과에 대한 흥미를 갖게 되었다. 그러면서 아잘리에게 그 성과에 관한 이야기를 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러나,
  "하지만 일단은 신호 배치 상태가 명확히 파악되어 숫자 및 문자 배열로 치환이 가능했던 장치들의 수는 그 중에서 반도 되지 않는다고 하였어, 장치들 중 다수는 신호의 기록판 역할을 맡고 있을 원형 판들의 신호 기록 상태를 해석할 수 없을 정도로 흐트러지고 희미해져 있었어. 감빛 마법을 통해 감광을 해서 신호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있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을 정도로 신호가 희석된 것도 많았다고 해."
  라고 말하는 아잘리의 다소 시무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지는 발언에 따르면 기록판에는 재질에 따라 다양한 유형이 있으며, 그 중에서도 연질인 자기 지판의 기록 상태가 특히 심각해 해석 가능했던 것은 전체 중에 8% 가량에 불과했다고.
  "감광된 개체들은 기계가 다시 사용할 수 없겠지."
  "그러하겠지, 마력으로 만들어진 이물질이 가해졌으니. 고대의 기계 장치들은 그런 것에 아주 예민해서 그러한 이물질이 가해지면 다른 기계 장치가 사용하지 못한다고 하더라."
  그렇게 내가 건넨 물음에 대한 답을 하고서, 이어서 아잘리가 말하길, 그렇게 해석이 완료된 기록 장치들의 정보들 중에는 그 문자 배열이 몇 개의 문장으로 구성된 하나의 문단을 이루는 모습을 보인 적도 있다는 긍정적인 성과도 있었다고 하며, 그 문단들이 수록된 기록 장치들 중에는 탐사대에 의해 샤르기아의 유적에서 발굴된 것들도 다수 있다고 하였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이번에는 카리나가 아잘리에게 물었다.
  "그 문장들은 샤르기아의 유적에 관한 중요한 이야기들을 드러내고 있던가요."
  이에 아잘리가 바로 답하였다, 유적에 관한 정보들은 찾을 수 없었지만 행성계의 옛 시대에 있었던 생활상이라던가, 옛 지역 명칭 등의 옛 시대에 관한 정보들이 일부나마 알려지게 되었다고. 유적 내부와 관련되어 있을 것임이 분명한 정보가 수록되어 있을 법한 장치들은 한결같이 정체 불명의 기호들의 조합을 선보이고 있어 전혀 해석이 불가능했으며, 기록 보존 상태 불량으로 오판된 것마저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그간의 성과에 관해 들은 바를 밝히면서 아잘리가 말했다.
  "정보가 수록되어 있을 것임이 분명한데, 정보가 아닌 이상한 기호들의 조합이 수록되었다는 것은...... 나름의 수단으로 기록 장치에 신호의 형태로 기록되었을 글을 감추려 하는 의도가 바탕에 있을 것임이 분명해 보여."
  현 시점에서도 중요한 문구는 특정한 규칙에 의거해 글자를 바꾸거나 기호로 치환해 놓았다가 후일 열람이 필요할 시에 규칙에 의한 해독을 한다. 그와 같은 원리가 그 문명 시대에도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아잘리는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 규칙에 관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내가 행하고자 하는 일에 큰 영향을 주거나 하지는 못하리라고 전망을 하며 아잘리는 나에게 당부하였다.
  "유적 탐사를 하게 되면, 가능한 그 내부의 중요한 구역들을 자세히 둘러볼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어, 그 성과가 유적 내부에 관한 조사에 나름의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을 거야."

  그렇게 한참 동안 샤르기아(샤르기스)의 유적 내부에 관한 이야기를 마치고서 아잘리는 바로 나에게 호수가 위치한 슈라일 북부 근방에 포레 느와흐가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을 것임을 밝혔고, 이에 내가 기억하고 있음을 밝히는 화답을 하자, 아잘리는 바로 "좋았어." 라고 답을 한 이후에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에 다가가서 그 책상의 앞 부분을 두 손으로 잡으며 창가를 바라보는 동작을 취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더니, 그는 곧바로 창가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으면서 바로 우측 곁으로 다가온 나에게 이러한 말을 건네려 하였다.
  "그와 때를 같이 해, 북부 근방에 고니를 닮은 물새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대. 그 왕관을 쓴 지도자로 추정되는 물새의 모습도 나름 자주 보였다고 하더라."
  "그래?" 그 말을 듣고서 건네는 물음에 바로 그렇게 묻는 듯이 화답을 하였다. 그런 그에게는 물새들에 관해서는 더 물음을 건네지는 않았던 것이 그가 그 물새들에 관해 알고 있는 바는 그 정도였을 것이라 여기었음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의외로 그는 그 물새들에 관해 더 들은 바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또, 들은 바에 의하면 슈라일의 북쪽 교외에 이르러 그 물새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관찰한 사람이 있었고, 그로부터의 증언이 있었어. 멀리서는 볼 수 없었지만 곁으로 다가와서 그 모습을 지켜보니, 그 몸이 검은빛에 가까운 감빛을 띠는 기운에 감싸여 있었다는 거야."
  아잘리가 자신이 아는 사람을 통해 들은 바 있다는 그 증언을 들은 것은 그 물새들에 관해 그들의 지도자가 마치 인간들의 왕처럼 왕관을 머리에 쓰고 있다는 것, 그리고 고니들과는 사뭇 다른 삶의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던 나에게는 그 때가 처음이었다.
  멀리서 보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희미한 거무스름한 감빛 기운에 감싸여 있었다는 것은 그들이 그 감빛 기운에 의해 저주를 받았음을 의미했을 것으로서, 그렇다면 필경 그 고니 비스무리한 물새들의 모습은 그들의 본래 모습은 분명 아니었을 것으로서, 그러한 그들을 구원할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존재했을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그 저주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을 텐데."
  "나도 그렇게 생각했고, 그래서 사람들에게 그들을 발견해서는 그 저주를 풀 수 있어야 한다는 건의를 늘 해 왔어. 그 필요성은 나 뿐만이 아니라, 이전에도 여러 사람들에 의해 숱하게 제기되어 온 것이라고 해. 하지만 '포레 느와흐' 라는 한 때 대마법사였던 사람의 저주 주술을 해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여태껏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
  그 이유라면 너무나 자명했다, 저주 주술의 해제 자체는 빛의 마력을 잘 이용하면 어떻게든 가능한 일이지만 이를 위한 최소한의 전제 조건이 있다, 바로 저주를 유발한 주술의 유형부터 그 마력의 수준을 알아내는 것인데, 이 모두 발견되지 않았으니,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이어가는 동안 아잘리의 이야기가 바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 저주의 유형을 알 수 있으려면 우선 그 물새들의 상태를 자세히 관찰할 필요가 있겠지만, 물새들은 그런 사람들이 악의를 갖지 않았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신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줄 알고, 사람들이 마주할 때마다 그들을 피해 도망가고는 했었대. 그들이 모이는 곳이 있겠지만 그 모이는 곳이 어디인지도 파악되지 못한 상태야."
  그 이야기까지 듣고 나니, 주술의 유형과 마력을 파악할 수 없었던 이유를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와 더불어 그들의 주술을 풀어낼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난감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그들이 주로 모이는 곳조차 파악이 되지 않았는데, 그들을 어떻게 찾아갈 수 있겠느냐는 생각을 그 이야기를 들으며 했던 것이었다.
  다만, 아잘리가 밝히길, 근래 들어 호수가로 물새들이 모여들고 있다고 하니, 호수 부근에서 물새들이 모이는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였으며, 그러면서 그가 나 그리고 카리나에게 부탁한 바가 있었으니, 그 물새들이 모이는 모습을 보면 멀찌감치 지켜보고 있으면서 그들의 동태를 우선 살펴줄 것을 부탁하였다.
  "자칫하면 바로 너와 카리나 씨를 그들이 위협 요인으로 여기고 도망갈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도망가면 다시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야 해, 알았지."
  이에 나는 바로 알았다고 화답을 하고서, 그들을 만난다면 적어도 그들이 어떤 이들이었는지를 파악할 수는 있도록 해 보겠음을 알렸다. 그들이 저주받은 이들임을 알고 있으며, 그 주술은 누군가에 의해 반드시 풀려야 한다는 생각을 한 이상, 그 저주를 없애는 일에 내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그 일을 해 보겠다고 자청한 것이었다.
  "하지만, 너와 직접 관련된 일도 아니잖아. 너무 그 일에 관여하려 할 필요는 없을 거야."
  이에 아잘리는 바로 나에게 밝게 목소리를 내며 그 일에 대한 부담감을 가질 필요는 없음을 밝혔고, 이러한 그의 당부에 나는 그래도 최선을 다해 보겠노라 화답을 하였다.

  그 이후로 나와 아잘리 그리고 카리나는 서로의 이야기 그리고 옛 이야기 등으로 이런저런 시간을 보냈고, 그러는 사이에 시간은 지나 태양이 서쪽 하늘로 내려오기 시작할 때가 되었다. 그 때가 되자, 카리나가 그런 나에게 요청의 말을 건네려 하였다, 슈라일로 다시 돌아가 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아르사나, 이제 슈라일로 가 봐야지, 그 산을 오르고, 물새들과도 마주할 기회를 마련해야 하잖아."
  그리하여 나는 아잘리에게 집을 나서도록 할 것임을 밝혔고, 이에 아잘리는 괜찮다고 화답을 한 이후에 언젠가 다시 볼 기회가 생기면 그 때에 다시 보자고 말하면서 나를 떠나 보냈다. 그 이후, 나는 카리나와 함께 집을 나서서 다시 샤하르의 중앙 대로로 돌아가, 북쪽으로 난 길을 따라 나아가며 샤하르의 북쪽 교외를 향했다.
  저녁 때가 되어가면서 샤하리아 일대를 비추는 호수가 산에 자리잡은 나무의 빛도 그 때에 맞추는 듯이 서쪽을 밝게 비추려 하고 있었다. 과거 상공의 서쪽 방향에서 태양(모성)이 빛을 발하던 시절을 재현한 것. 그 서쪽 하늘 먼 저편이 환하게 빛을 발하는 동안 하늘 동쪽의 감빛을 발하는 부분에서는 수많은 별들이 여느 때처럼 보석처럼 그 하늘의 표면을 수놓고 있었다.
  저녁이 되면서 거리와 시장의 활발함은 절정에 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풍경은 시간이 지나 밤이 되면 잦아들면서 밤의 고요함이 활발함을 대신하여 차지할 것이었다. 그 활발한 중심가 구역을 지나, 비교적 한산한 도시의 변두리 구역을 거쳐, 외곽 구역을 향했다.
  언제나 그렇지만 번화가에 머무르고 있다가 한적한 거리에 이르면 본래 이상의 쓸쓸함을 느끼게 된다, 그 밝은 분위기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일 터. 늘 겪는 일이지만 낯설지 않을 수 없는 감정을 느끼며 한산한 길목을 따라 나아가는 동안, 왼편에서 나란히 걷고 있던 카리나는 그런 나의 모습을 그저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함께 지낸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나의 심정을 이해하기에 모자란 시간은 아니었을 것이다.
  떠돌이 고양이 한 마리가 교외 근처 한 곳을 지나다니는 광경을 지나치면서 도시의 경계에 해당되는 곳을 지나, 다시 숲길을 향했다. 그러는 동안 조용히 왼편에 보인 수풀 너머로 사라져 가는 그 고양이의 모습을 보다가 그 고양이가 사라질 무렵에 카리나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면서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근래 들어 길거리에서 고양이들이 우는 소리가 한 번씩 들려. 아마도 지난 달부터였을 거야."
  카리나는 근래 들어 무나일의 남부 교외 근처에서 머무르고 있으며, 근래 들어 이런저런 사연으로 길거리를 떠돌게 된 고양이들이 그 교외 마을에서 자리잡기 시작했음을 밝혔다. 그 수가 늘어나면서 한 번씩 밤새도록 우는 소리가 계속 들리기 시작해서, 이를 두고 카리나는 그들이 배고파하거나 서로 다투는 일이 생기는 등의 일이 생기는 듯하다고 여기고 있었던 모양. 들은 바에 의하면 고양이들은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우는 소리를 잘 내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카리나가 계속 고양이들이 울고 있었던 것을 두고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 고양이들 중에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는 이들이 있다는 생각은 해 봤어?"
  "아니, 아직까지는. 그 근방의 고양이들 중에 아직 문제가 있는 이들은 없는 것 같아."
  카리나에 의하면 아직까지는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여기었던 모양으로 너무 신경을 쓸 필요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 고양이들 중에 자주 집을 찾아서 누군가에 의해 집으로 들어와 가족처럼 지냈던 이도 있었다고 한다. 그 고양이는 몇 년간 그 집에서 잘 지내다가 몇 달 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 집의 명물이라 기억하는 이들이 많아서 그에 대해 아쉬워한 이들도 있었다고.
-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그들에게 '그러한 시기' 가 찾아와서 그러하다고 하였으며, 당시에 이러한 사항에 대해 잘 인지를 못했던 나와 카리나 모두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였다.

  그렇게 고양이에 관한 대화를 이어가는 동안 일행은 어느새 숲을 가로지르는 길을 지나 다시 슈라일에 당도하고 있었다. 마을에 이르자마자 나는 마을의 집회소 입구, 그 우측 부근에 자리잡은 의자에 앉은 린과 리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마을에 사는 어린 소녀 몇 명과 대화를 이어가면서 그 근방에서 일어난 일에 관한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였다.
  "검은 새요? 그 새의 모습을 보거나 하지는 못했는데."
  "하늘 위로 새가 날아다니는 모습이라면 이전에 한 번 본 적이 있었어요. 불길한 새라고 어머니께서 늘 말씀하셨지요, 그리고 그 새가 날아다니면 북쪽 교외나 호수 위의 섬에서는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라는 말도 들려왔었어요."
  "그 새가 실은 타락한 마법사라는 말도 있대요, 그런데 그 마법사는 본래 죽지 않았던가요."
  그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그 새가 마법사 '포레 느와흐' 였던 이였음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아니, 이전부터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그 예상이 맞음을 알리는 듯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었다.
  이후, 그 아이들이 떠났을 때, 내가 바로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자 린이 바로 나와 카리나를 반갑게 맞이하면서 나에게 인사말을 건네려 하였다. 그 이후, 그는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하지 않았느냐고 묻고서, 바로 자신과 리아가 어떻게 마을을 돌아다니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에게 전하려 하였다.
  "마을 근교에 나타난 '검은 새' 의 정체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려 하였어요, 이전부터 그 정체는 알고 있었지만 사람들 역시 저희들이 아는 바대로 그 새에 관한 생각을 하는지를 알고 싶었던 거예요."
  그에 이어 리아가 나와 카리나에게 그간 마을 근교에서의 정황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려 하였다.
  "그 검은 새는 한 마리만 있는 것이 아니었대요, 큰 새를 중심으로 여러 큰 까마귀 같은 새들이 북쪽 근교의 상공 일대를 비행하고 있었다고 해요. 다만, 시끄럽게 소리를 내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마을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그 새들에 대하여 검은 새 '포레 느와흐' 의 자식들이라 여기는 경우도 있었고, 포레 느와흐가 잡아온 혹은 길들인 까마귀들을 인간화시킨 요마들이라 여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어느쪽이든 간에 정상적인 생물체로 여기어지는 경우는 없었던 모양. 이전까지는 조용했지만 호수의 성채가 함락되고 사건이 종결되면서 그들이 성화를 부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포레 느와흐가 다시 호수가로 오면서 그에 호응한 요마들이 다시 나타났다고 여기는 것에는 마을 사람들 모두가 동의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 새들처럼 생긴 요마들을 격퇴하기 위한 모임을 다시 결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리고 있다네요."
  이후, 린이 마을 사람들의 그간 있었던 일에 관한 이야기를 그렇게 마치면서 때가 되면 자신들은 바로 마을 근교를 향해 나아갈 것임을 밝히고서 잘하면 포레 느와흐를 격살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앞으로의 일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같은 일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굳이 자신들과 함께 할 필요는 없음을 밝히고서 때가 되면 바로 출발하도록 할 것임을 이어 밝히기도 하였다.
  그리고 한참 동안 린, 리아 자매와 그간 있었던 일들, 그리고 포레 느와흐에 관한 간략한 이야기-자세한 이야기까지 듣거나 하지는 않았다, 당시 머무르고 있던 곳이 당장 그 이야기를 할만한 곳은 아니었음이 그 이유라고-를 주고 받은 이후에 그들과 헤어지고서 곧바로 발걸음을 옮기었다. 바로 슈라일 근교의 호수로 나아가려 한 것은 아니었고, 마을 사람들로부터 관련된 이야기를 더 들어보기 위한 일이었다.

  조용한 산자락의 마을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은 중심가 길목 동쪽 근방에는 찻집이 하나 자리잡고 있다. 북쪽 근방에 자리잡은 집회소와 마찬가지로 마을 사람들 그리고 마을을 방문하는 외부인들이 머물러 시간을 보내는 곳 중 하나로서, 마을이나 근방의 사정에 관한 이야기를 가장 쉽게 들을 수 있는 곳들 중 하나.
  호수 북쪽의 산길을 거쳐 봉우리에 자리잡은 빛의 나무를 찾아가는 일은 저녁 즈음에 해도 괜찮다보니, 남는 시간을 보낼 생각에 카리나와 더불어 찻집에 가려 하다가, 그 근방에서 나란히 십자로의 서쪽 근방을 향해 나아가는 두 명의 소녀들을 만나게 되었다. 둘이서 책을 한 쪽씩 잡고, 같이 보며, 나란히 걸으면서 서쪽 방향을 향하던 소녀들. 그 소녀들의 발맞춰 걸어가는 모습에 바로 시선을 집중하게 되었다. 그러는 그 때, 카리나가 그런 나를 보며 물었다.
  "너도 저렇게 걸은 적 있었지?"
  "그랬지, 아까 전에 만났던 아잘리라던가, 친구들과 같이 어디 갈 때에는 늘 저렇게 걸었었어."
  이 물음에 나는 바로 당연하다는 답을 하였다, 늘 있어왔던 일이었고, 당연하다고 여기었다고 하였다. 카리나는 그런 나를 두고, 그 발맞춰 걸어가는 여자아이들을 보며, 소싯적 자신의 모습을 상기할 수 있었고, 그것이 너무나 반가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 당시로부터 꽤 시간이 지난 후일, 그의 일기장을 보며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찻집 근처에서 아이들을 가만히 보고 있던 그 때, 흑청색 머리카락을 양갈래로 땋은 어린 소녀가 등에 가방을 짊은 채로 나에게 다가와서는 말을 걸려 하였다.
  "언니, 혹시 용사 분 아니세요?"
  나에게 다가와 발걸음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며 질문을 건네는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바로 그 예쁘장해 보인 어린 소녀를 향해 돌아섰다. 뜬금없이 나를 '용사' 라 칭하는 모습을 보며, 의아함을 느끼며 대체 무슨 사연으로 그 아이가 나를 용사라 칭하고 있었는지를 알고 싶다는 생각에 바로 그에게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내가 용사일 줄은 어떻게 아니?"
  그 당시, 나는 그가 어찌어찌해서 내가 그간 해 왔던 일에 관해 알아내고, 이를 통해 나를 '용사' 라 칭하려 하는 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답을 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바로 의외라 여기게 된 것.
  "아니...... 그냥, 웬지 언니의 모습을 보며 용사 같다고 여기어서요."
  "그래?" 이에 나는 당황하면서 바로 웃음을 지으며 "그랬구나." 라고 말을 건네었다. 그리고서 나는 여자아이가 나를 '용사' 라 칭했다면 분명 무언가 싸움이 일어날만한 일에 관한 부탁을 하려 할 것이라 여기면서 그에게 무슨 부탁이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여자아이에게서 이러한 말이 들려왔다 :
  "얼마 전부터 흉측한 마법사가 불타버린 호수의 성채에 나타났으며, 그 소식이 들려온 이후부터 호수의 북쪽 건너편으로 가면 마법사가 부리는 검은 새들이 잡아간다는 소문도 퍼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자기 또래의 아이들이 마음껏 호수 건너편으로 가지 못하고 있음을 밝히며, 그 마법사 무리를 몰아내 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와 더불어 그 소녀가 또 한 가지 말하는 바가 있으니 :
  "또, 이야기가 하나 들려온 것이 있는데, 한 무리의 하얀 물새들이 호수가로 오고 있대요."
  그리고서 소녀는 술법에 그 무리에서 앞장서는 이는 왕관을 쓴 이라고 하며, 그래서 그 소식을 들으며, 소녀는 그 무리가 저주에 의해 물새로 변이하게 된 사람들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음을 밝히고서, 바로 나를 비롯한 '용사' 들에게 마법사의 술법에 의해 움직이며 성채로 몰려들고 있을 물새들에 가해진 저주를 풀어줄 것을 부탁하였다.
  '네가 아잘리 씨에게서 들은 그 말대로야.'
  소녀가 부탁을 전할 무렵, 카리나가 그런 나에게 그렇게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마을에 이미 포레 느와흐에 관한 소문이 퍼진 것 같다는 것이었다. 이에 나는 잠시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서 확실히 그러할 것이라고 동의의 의사를 드러내는 화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다시 소녀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그에게 이렇게 화답하였다.
  "그래, 한 번 노력해 볼게."
  그리고서 '용사' 로 여기었을 이러한 소녀에게 이전의 대답에 이어지는 말로써, 카리나가 부탁의 대상이었던 나를 대신하여 직접 그들을 치유하지 못하더라도 치유에 도움이 될만한 무언가는 반드시 해 보겠노라는 말을 덧붙였고, 이에 소녀는 바로 밝은 표정을 지으면서 나와 카리나에게 마법사에 관한 모든 일들이 잘 풀릴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부탁하면서 바로 자신이 나아가던 반대편으로 뛰어가기 시작하였다.

  "그 저주는 행성계 사람들에 해당되는 경우는 아니겠지? 그래서 마법사가 사람들을 납치해서는 저주를 가해 동물로 변이시킨다는 소문이 퍼져도 사람들은 그 가능성을 믿으려 하지는 않을 거야."
  이후, 나와 카리나는 찻집으로 들어가서는 그 찻집의 창가에 자리잡은 원탁 중 하나를 정해, 서로 마주보고 앉았고, 창가를 바라보는 기준으로 왼편에 앉은 카리나가 나에게 이렇게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내가 자신이 묻는 바에 대해 모르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내가 알고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건네었을 물음. 나는 그러한 그의 물음에 바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써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소녀 역시 그러할 것 같다는 소문이 자기 주변에서는 퍼져 있다고 하더라도, 그 주변의 언니들은 이를 믿지 못하고 있어서 마을에 사는 다른 언니들에게 같은 부탁을 해도, 행성계의 사람들이 어떻게 저주로 인해 동물로 변이할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만 들었을 따름이라는 이야기만 듣지 않았겠느냐고 그 답변에 대해 이어 그에게 말을 건네려 하였다.

  아닌 것이 아니라, 행성계 사람들은 예로부터 빛의 가호를 받고 있어서 저주가 쉽게 영향을 줄 수 없다. 강력한 저주에는 영향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어머니 아르셀의 경우도 그렇고, 케레브 족과 같이 타락으로 인해 능력이 퇴화된 이들의 술법에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또한 이러한 저주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주변 행성계 사람들 역시 그 저주의 영향은 하루, 이틀 정도이지, 수년 간 이어지거나 하지는 않으니, 이러한 '사악한 장난' 으로 피해를 입은 사례는 실제로 거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포레 느와흐가 자신이 가하는 저주의 대상을 세니티아나 아르데이스 혹은 은하 중심 근방에 자리잡은 행성계가 아닌 다른 행성계의 생명체들로 삼으려 했다면 저주로 인해 변이한 생물의 존재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 타락한 종족의 마력은 어둠의 기운에 면역력이 있는 행성계의 종족에게는 효과가 없겠지만 그 기운을 경험하지 못해 면역력이 없는 생명체라면 충분히 저주를 가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그 종족이 어둠의 기운을 품고 있다면 그 어둠의 기운이 마법의 효과를 발휘하는 데에 촉매제 역할을 행할 수도 있다.
  이러한 현상을 일으키는 것에 있어서 포레 느와흐에게 필요한 사항이란 먼 행성계의 존재들을 끌어올 수 있는지 여부, 그리고 본인의 의지,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었다.

  이후, 카리나는 찻잔의 차를 말없이 들이키려 하는 나에게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포레 느와흐에 관한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포레 느와흐도 참 대단한 것 같아, 어떻게 부활이 가능했는지는 그렇다치고, 지금까지 몇 번 패배와 몰락을 거친 거야, 그 정도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지옥에 머무르겠노라고 생각을 할 법도 한데."
  "이 세상에 관한 미련이 남은 거야, 그리고 어쩌면 어머니에 관한 것도."
  그 물음 이후, 나는 차를 마시다 말고, 그 물음에 바로 그렇게 답을 하였다. 그 미련이 있기에, 그 집착을 이어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리고서 나는 카리나에게 그 대답에 이어 이렇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가능성이 있을 때가 온다고 생각하니까, 기회가 되는대로 도전을 하려는 심산일 거야."
  그러면서도 이번에는 그가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내가 만났던 '아델' 등을 통해- 관여한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서 그 행보가 심상치 않아 보이기는 하다고 그가 행할 일에 대해 나름 전망을 해 보기도 하였다. 그러는 그 때, 근처의 탁상에서부터 어떤 소녀가 나를 향해 말을 건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설령, 그 남자가 또 부활해서 난리를 친다고 하더라도, 세상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겠어요, 우리와 같이 그 분의 뜻을 이어가려 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이렇게 많은데."
  그 목소리에 놀라 바로 그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려 보았다. 그리고 근방의 멀지 않은 탁상에 서로 마주보며 앉은 두 소녀들이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목깃과 손목의 테두리 즈음에 푸른 띠가 수놓인 블라우스와 감빛 스커트 차림을 한 이들로서, 좌측의 이는 길고 곧은 머리카락을, 그리고 그 건너편의 이는 머리 뒤쪽을 분홍색 띠로 묶어 내린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발랄한 인상을 보이고 있는 그 소녀들을 보는 동안 나의 눈앞으로 입구 건너편에서부터 같은 복장을 갖춘 짤막한 머리카락과 푸른 눈, 그리고 오른 팔목에 두른 띠를 드러내는 소녀가 긴 가방끈을 왼쪽 어깨에 맨 채로 다가와서 두 사람이 앉은 건너편의 한 자리를 차지해 앉으려 하는 모습이 보였다.
  "포레 느와흐라는 마법사에 관한 이야기를 하시고 계셨지요."
  그리고서 그 소녀는 포레 느와흐에 대해 대체 왜 걱정해야 하느냐고 묻는 듯이 말을 건네고서, 포레 느와흐가 감빛 지대 샤하리아를 무단 점령하고 자신의 수하들과 함께 자신만의 왕국을 건립하려 하면서 힘과 공포로 사람들을 굴종시키려 하였을 때에도 감빛 지대의 사람들은 이에 완강하게 저항해 갔으니, 포레 느와흐와 그 수하들은 그 의지를 견디어내지 못하지 않았느냐고 이어 말을 건네었다.
  이후, 건너편에 앉은 소녀가 포레 느와흐는 아르셀이 세상을 떠났으니, 두 번 다시 그와 같은 이가 없을 것이고, 그래서 반드시 재기할 수 있으리라 믿겠지만 그는 아르셀은 감빛 지대 사람들이 가진 사악에 항거하는 의지를 가진 이들 중 한 명으로서, 그 의지를 대표하는 이였을 따름이니, 의지가 있는 한, 아르셀 같은 이는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음을 전혀 모르고 있다고 말하고서, 그는 샤하리아 인들을 처음부터 우습게 여기고 있다고 비웃는 말을 건네었다.
  "아마 당신 정도라면 혼자서라도 충분히 격퇴하실 수 있을 거예요, 아르셀이 유난한 인물이 아니었음을 보여주셔야 해요."
  이어 왼편에 앉은 이가 바로 격려의 말을 건네었다. 그 때, 카리나가 그 소녀들의 모습을 보더니, 혹시 자신이 이전에 들었던 바에 관한 이야기를 해 줄 수 있겠느냐고 요청을 하였다.
  그가 요청한 바는 다름 아닌, 이전에 어린 소녀로부터 들었던 '특이한 물새' 들에 관한 것으로서, 아이들 사이에 그 물새들이 마법사-아마도 포레 느와흐-에 의해 저주 받은 먼 행성계에서 온 사람들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음에 대한 생각을 드러내 줄 것을 부탁한 것이었다. 그 부탁에 오른편에 앉은 소녀 역시 자신도 아이들로부터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바 있음을 밝히고서,
  "그저 동화 같은 이야기일 것으로만 여기어서 실제로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여기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하나, 그 소녀들 역시 마법사에 의해 고니 닮은 물새들, 왕관을 쓴 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그 물새 무리가 마치 마력에 홀린 듯이 감빛 지대로 모여들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그 물새들에게 무언가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는 추측을 불러오기에 충분해 보이기는 했던 모양. 그리고서 그 소녀는 카리나에게 그 이야기에 이어,
  "어느 행성계의 공주와 그를 따르는 소녀들을 포레 느와흐가 자신의 마력으로 새로 변이시켰다는 이야기도 들은 바 있어요. 그래서 동화 속 이야기 같다고 해서 선뜻 사실일 것이라 믿지 못한 거예요."
  라고 그간 들은 바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러는 동안 좌측에 앉은 소녀가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잠시 후에 커다란 밀떡을 하나씩 올린 접시 3 개 그리고 식기 도구들이 놓인 커다란 식판을 들고 그 소녀가 자신의 일행 곁으로 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그들이 식사를 하기 시작하면서 그들과의 대화는 그렇게 대충 마무리되었다.

  그 이야기를 통해 나는 그 물새들이 실은 다른 행성계 어딘가의 공주와 그 공주를 따르는 이였을 것이라 여기는 추측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후, 그간 들어본 소무들에 관한 생각을 정리해 보고 있을 즈음, 카리나로부터 말을 걸어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샤하르의 시가지에서 아름다운 여인들이 저주로 인해 물새들로 변신했다는 소문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던 것이 떠오르네."
  대화가 끝날 즈음, 카리나가 샤하르에서 자신이 들은 대화를 상기할 수 있었음을 밝히고서, 그에 이어 그들이 본래 아름다운 여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흥미를 느끼고 있지 않았느냐고 나에게 물으려 하였다.
  "그랬었지." 그 대화를 기억하고 있는지 여부를 묻는 그 물음에 나는 조용히 그러하다고 답을 하고서, 바로 건너편에 앉은 카리나에게 이렇게 물어보려 하였다.
  "카리나는 그 물새들이 본래 아름다운 여인들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그러자 카리나는 그저 조용히 미소를 짓기만 할 뿐, 대답을 피했다. 그 샤하르 시가지에서 보았던 소녀들과 마찬가지로 흥미를 느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해 볼 수 있겠지만, 카리나의 생각은 그렇게 표정으로 드러날만큼 단순하지 않음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무언가 다른 생각을 품고 있을 수도 있어 보였다.

  이후, 다시 창가를 향해 시선을 향하는 동안 몇몇 하얀 블라우스와 푸른 스커트 차림을 한 4 명의 학생들이 어딘가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이 커다란 판을 들고 있었으며, 그 판에는 설문 조사에 관한 도표가 그려져 있어서 그 학생들이 무언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설문 조사를 행하려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무리를 보는 동안 어느덧 많은 시간이 지났음을 알 수 있었고, 그래서 그 광경을 지켜보며 이제 마을을 떠나 호수가를 향하는 산길로 가 보자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카리나를 불러 말했다.
  "카리나, 이제 가자."
  잠시 건너편 벽에 걸려 있던 시계를 보니, 그 시계의 작은 바늘이 4 를 향하려 하고 있었다. 16 시 즈음이었으니, 그 이후로 호수가를 향해서 산길을 오르다 보면 봉우리에 도착할 즈음에는 17 시가 될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암만 그래도 저녁 때까지는 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편이 좋겠다 싶어서 시각을 보며, 시간이 되었다 싶어서 요청했던 것.
  바로 출발하자고 요청을 하였지만 카리나도 딱히 아쉬워하거나 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자신도 나와 마찬가지로 마을에서는 시간을 딱히 보낼 곳이 없어서 찻집에 머무르려 하였던지라 때가 되었음을 알리자마자 바로 나를 따라 나서려 하였던 것이었다. 그렇게 밖으로 나오자마자 이번에는 카리나가 앞장서려 하면서 북쪽 산길을 향하려 하였다. 그 때, 근방에서 '참정권' 에 관한 설문을 이어가던 이들을 대신하여 또 다른 주제에 관한 설문을 이어가려 한 소녀들 중 한 명이 나와 카리나를 불러 세웠다.
  이들은 샤하리아, 그리고 그 중심 도시인 샤하르의 사람들이 모계의 언어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에 대한 설문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들은 몇 가지 어문 표현의 예를 들어, 각 항목마다 하나씩 두 가지 표현 중에서 옳은 것을 고르도록 하는 형태로써 사람들에게 알아맞혀 볼 것을 요청하고 있었다. 별 것 아니라 생각했지만 가만히 그 모습을 보니, 답을 명확히 알지 못했던 것도 있었다-직감으로 어느 것이 맞으리라 여기어진 항목도 있기는 했었다-.
  내 후배 격이었을 그 학생들의 그 설문에는 나름 관심이 있기는 했었지만 갈 곳을 정해놓고, 그들의 곁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여기었고, 길을 지나려 하는 사람들이 그 학생들의 설문에 응하는 모습을 대략 지켜본 이후에 바로 그들의 곁을 떠났다. 비교적 분주한 편인 중심가를 벗어나 한산한 마을의 북쪽에 이를 때까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소요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호수가로 나아가려 하시나요."
  "예, 그 북쪽 너머의 산을 향하려 하고 있어요, 그 산봉우리에 자리잡은 빛의 나무를 보려 하기 위한 일이에요."
  그렇게 마을 북쪽 너머를 향하려 하고 있을 즈음, 반대편을 향해 나아가다 나와 마주친 어떤 여성이 나를 향해 물음을 건네었다. 그 전부터 그 여성은 나를 비롯한 두 사람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던지라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었다.
  하얀 블라우스에 검은 바지 차림을 하고 있었으며, 적당히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앞머리의 머리카락을 양 옆으로 밀어내는 형태로 정리한 모습을 보이던 여성. 그는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답을 듣자마자 향하는 곳이 그 근방이라면 잘하면 아르데이스에서 왔다는 두 사람을 만나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건네었다.
  여성의 발언에 의하면 방금 전에 어떤 엘베 족 자매가 북쪽 산길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고 하며, 이들에게서 물새들을 포획할 방법에 관한 논의를 이어가는 목소리가 들렸음을 이어 밝히고 있었다. 그 말에 의하면 두 사람은 물새들의 몸 상태를 자세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여기고 있으며, 이를 위해 그 물새를 잠시 잠재울 필요가 있다고 여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의사들이 특정한 사람의 몸 상태를 확인해 보기 위해 그 사람에게 마취를 가하듯이.
  여성은 두 사람의 행보에 대해 무척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 이러한 몸 상태 점검은 그 분야에 나름 전문적인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지만 두 사람은 어떻게 보아도 그러할만한 인물들은 아니며, 사냥이나 모험을 주로 행하는 것처럼 보이는 두 소녀들이 어떻게 현장에서 어떻게 물새들의 몸 상태를 점검을 행하려 하고 있음에 대해 의아함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는 두 사람과 마주하며 두 사람을 신뢰하고 있었기에, 그들의 행보에 대해 의아함이나 우려 등을 갖고 있지는 않았으나, 이를 그 사람에게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어서 그를 설득시킬 수는 없었다. 그래도, 여성은 그들에 대해, 내가 그들을 만나거든, 가능한 조심스럽게 물새들을 다루어 줄 것을 부탁하고 있었고, 그래서 조용히 알겠다고 답을 하였다.
  "요즘 그 일대에 관해 안 좋은 소문이 퍼지려 하고 있어요. 주로 아이들 사이에 퍼지고 있기는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조심하면서 여행할 수 있도록 해요."
  대화를 마치면서 여성은 자신의 길을 나아가려 하면서 나를 비롯한 두 사람에게 그렇게 당부의 말을 전하였고, 이에 나는 알았다고 답을 하면서 그를 떠나 보낸 이후에 다시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그 무렵, 우측 곁에서 동행하던 카리나로부터 린, 리아 자매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처음에는 사람들이 불안해할 수밖에 없을 거야. 암만 이런저런 지식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외견이 의사나 마법사스럽지 못한 사람들이 중요한 일을 해 보겠다는데 말야."
  "그러하겠지." 이에 나는 그런 그의 말에 공감을 하는 의사를 드러내는 짤막한 답을 할 따름이었다. 그리고서 두 사람을 잘 알고 있는 나와 그라도 그들을 믿어보자고 부탁을 해 보기도 하였다.
  그러는 동안 일행의 발걸음은 어느덧 호수가를 다시 향하고 있었다. 서쪽을 향하는 새하얀 빛이 잔잔하게 물결치는 고요한 호수의 표면에 은은한 빛을 내리고 있었다.

  그 무렵, 호수의 표면에는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배 한 척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으며, 그 배 위로 가벼운 옷차림을 한 두 명의 소녀가 앉아 있으니, 오른편의 소녀가 배의 노를 저어가며 베가 호수 주변 일대를 돌아다니도록 하고, 그러는 동안 건너편에 앉은 소녀가 현악기를 연주하니 편안한 느낌을 주는 음악 소리가 귓가에 잔잔히 울려퍼지고 있었다.
  나무가 자리잡은 곳으로 가기 위한 산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내가 예전에 살던 집 근처를 지나칠 필요가 있었고, 그래서 그 집 근처를 자연스레 지나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집 근처에서 아침 무렵에 보았던 그 여자아이들이 여전히 머무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집 왼편 부근의 통나무 그루에 앉아있던 여자아이들. 그 중에서 왼편의 이는 처음 보았던 감빛을 띠는 다소 짤막한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가 외견상 특징이었던 여자아이로서, 여전히 하얀색을 띠며 소매가 짧은 블라우스와 푸른색을 띠는 긴 치마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하고 있었고, 오른편에 있는 긴 감빛 머리카락과 갈색 눈동자를 드러내는 이는 이전과 달리 소매 없는 하얀 원피스 차림을 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도중에 집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면서 한 아이는 이전 때와 같은 종류의, 그리고 다른 아이는 다른 종류의 옷으로 갈아입었던 모양.
  그 아이들은 산길을 지나가던 나를 비롯한 두 사람의 모습을 보자마자 아침에 만난 인연이 있었다고 바로 반갑다고 인사말을 건네고 있었다. 왼편에 보이는 짧은 머리카락의 소녀가 나를 보며, 손을 흔들면서 환하게 웃는 채로 다시 만나서 반갑다고 말했다. 이에 나는 바로 발걸음을 멈추고서, 그 여자아이를 향해 발걸음을 돌린 이후에 그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아직도 이 집 부근에 있는 거니?"
  이에 긴 머리카락의 여자아이가 짧은 머리카락의 여자아이를 대신하여 그러하다고 답을 하고서, 그에 이어 '스파라' 라 칭해지는 흰 새들과 놀아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음을 밝혔다. 그와 더불어 이곳저곳 뛰어다니며 놀다보니, 어느덧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고 말하더니, 이어서 짧은 머리카락을 가지는 소녀가 나에게 물었다.
  "어딘가 급히 가시려 하시는 듯해 보이는데, 어디로 가시려 하시나요?"
  "저 너머의 산 위로 빛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이후, 나는 그 물음에 대한 답으로써 우선 그 산을 가리키려 하였고, 이어서 여자아이들이 그렇다고 답을 하자마자 바로 그 빛이 있는 곳으로 가려 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리고서 그들 정도라면 내가 하는 일에 대해 가르쳐 주어도 괜찮겠다 싶은 생각에 바로 주머니에서 그간 숨겨두고 있던 작은 원반을 꺼내 들었다.
  큰 은화 정도의 크기이지만 8 개의 부분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각 부분마다 하나씩 8 개의 세계를 상징하는 문양이 그려진 모습을 보이는 원반. 이미 이파리 그리고 산 모양의 문양은 하얀 빛으로 채워진 그 은제 원반을 보여주며, 나는 그 원반을 가지고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를 대략 가르쳐주려 하였다.
  "이 세계를 비추는 빛에 관한 일이 있어, 이 원반이 그 빛을 받도록 해야하는 일. 이 행성계에 있는 8 개의 세계를 돌며, 각 세계를 비추는 빛을 이 원반의 문양들이 받도록 해야 하지."
  그러자 짧은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아이가 그 원반 그리고 내가 보여주는 원반에 새겨진 문양의 모습을 보며 물었다.
  "이 작은 은화처럼 생긴 것에 새겨진 문양에 세상의 빛들을 채우면 그 작은 은화처럼 생긴 것이 무언가 특별한 힘을 갖게 된다는 것인가요? 제가 보기에는......"
  "아마도 그러하겠지."
  이 물음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나는 그 여자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이렇게 제안의 말을 건네었다, 같이 가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었다.
  "같이 가 볼래요! 그 빛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거든요."
  그 때, 긴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아이가 이렇게 답을 하였고, 이어서 짧은 머리카락의 여자아이를 설득하려 하였다. 그 여자아이 역시 그 일에 대해 그리 나쁘지 않다고 여기는 모습이라 나를 비롯한 일행은 그 여자아이들 그리고 여자아이들이 거느리고 있던 스파라들이 더해지게 되었다. 일단 4 명의 일행이 나의 옛집 너머에 자리잡은 호수가의 길을 거쳐, 그 건너편에 있는 산을 향하기 시작하였다.
  그 산을 오르기 위한 길은 두 갈래가 있었다, 동굴 길과 산길로서, 나는 여기서 동굴 길을 택하기로 하였다. 동굴 내부에 설치된 인조 시설 길목으로서 편하게 오르내릴 수 있어서 험한 산길보다 비교적 시간이 덜 걸리는 편에 속했기 때문이었다-산길이 둘러가는 길인 탓도 있었다-. 다만, 어두운 길목이다보니, 어린 아이들이 불안해 할 수 있다는 점이 걸렸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 용감한 아이들은 동굴 길이라도 문제 없다는 의사를 내비쳐서 그 덕에 나는 바로 동굴 길을 거쳐 산을 오르려 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내가 앞장서서 동굴의 입구를 지나, 그 너머로 보이는 철제 난간에 둘러싸인 철제 구조물로 구성된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려 하였고, 뒤이어 카리나 그리고 두 여자아이들이 그런 나를 따라 나서려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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