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tiA - Intermission 3 : 1


  '다스 에레보사' 의 잔당들이 근거지로서 머무른 곳이 검은 불길에 휩싸인 이후, 나는 엘리사 그리고 린, 리아와 더불어 다시 배를 타고 다시 호수의 건너편 가장자리로 바로 돌아갔다. 그러면서 나는 그간 있었던 일들을 슈라일의 촌장인 그라티아 그리고 카리나 등에게 알리려 하였다. 카리나 그리고 그라티아 등을 만나게 된 것은 경비대 사람들이 머무르고 있던 계곡 일대가 아닌 그 너머의 산길 한 구간으로서 그들 역시 호수를 향하는 산길을 오르다가 일행과 마주하게 된 것이었다.

  "아르사나, 무사했구나. 그래, 어떻게 됐어?"
  계곡 쪽의 일행과 마주하자마자 나는 앞장서 오던 카리나와 바로 대면하게 되었다. 카리나는 나의 모습을 보더니, 바로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고서, 산길을 오르는 도중에 성채 쪽에서부터 검은 연기가 퍼져 가는 모습이 보였음을 밝혔고, 그래서 필경 그 성채 쪽에서부터 무슨 일이 일어났으리라 여기면서 그라티아와 경비대를 이끌고 나를 찾아오려 하였다고. 나를 비롯한 일행이 무사히 내려오는 모습을 보며, 그에 대해 다행스럽다고 여기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적어도 나는 그 일에 관한 광경을 보아서 알고 있으리라 여기었던 것.
  물음을 건네듯이 그간 있었던 일에 관해 알릴 것을 요청하는 카리나에게 린과 리아를 만난 이후의 일이었음을 우선 밝히고서, 그에 이어지는 말로써 린과 리아 자매를 만난 이후, 나는 그 자매들로부터 성채를 지켜보며 앞 일을 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 카리나에게 그 생각을 전해줄 것을 부탁했으며, 이후, 내가 카리나에게 그들의 그 생각을 전하기 위해 돌아가려 하면서 다시 호수를 건너려 할 즈음에 일이 발생했음을 밝혔다.
  "성채 수호를 담당하는 술사 한 명이 있었어, 케레브 족 사람들 중에서 유난한 실력자로 보이던 사람이었는데...... 벌레를 불러오거나 케레브 족 전사들의 정신을 조종해 그들이 나를 비롯한 일행과 맞서도록 하면서 일행의 움직임을 저지하려 하였지.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성채의 외성 내부에서 벌레를 불러온 이래로 그 모습을 보이지 않았어."
  "몇 번 대치를 하다가 퇴각하기를 반복해 왔다면 외성이든 본성이든 그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을 텐데......"
  "본성에서는 케레브 족 사람으로 변장했었어, 케레브 족 사람 행세를 하는 나를 사람들은 의심하지 않았고, 그래서 내성으로 적들이 들어왔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았던 것 같아. 그러하니, 술사가 본성에 나타날 일도 없었겠지."
  그런 내가 성채에서 행한 일이 무엇이었는지는 이미 카리나는 나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기에 그에 대해 더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그런 나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바로 카리나가 물었다.
  "그 술사가, 그간 있었던 '모든 일의 원흉' 이었을 네가 다시 성채 부근으로 올라왔음을 알아차리고서 '다스 에레보사' 의 잔당이 추구한 바는 잃었지만 적어도 너는 제거해야 하겠다고 작정을 하고 너에게 다가왔겠구나, 그렇지?"
  "맞아." 이 물음에 나는 바로 그렇다고 답을 하고서, 그 술사는 결국 호수 아래로 떨어졌지만 그 육신은 용으로 변이하여 상공 위로 날아올라서 그 용과의 대치를 이어가야 했음을 밝혔다.

  그러는 동안 일행은 어느새 산길을 다 지나, 어둠의 근원이 사라지면서 다시 잠잠해졌을 호수가에 도달하고 있었다. 경비대 인원들이 호수가에 이르고 있었으니, 그들의 시선에도 먼 저편의 섬에 자리잡고 있는 성채의 불길이 보이고 있었을 것이다. 경비대 사람들 사이로 성채의 불길에 관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으며, 왜 저러한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의아해 하는 목소리부터 모종의 이유로 사람들이 자살을 선택했으리라는 추측 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러한 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다리가 끊어진 이상, 배를 이용해야 안전하게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전에 내가 일행을 이끌며 타고 왔던 그 배 한 척이 자리잡고 있을 따름이었다. 호수가에 이른 경비대원들의 수는 20 여 명이었고, 배가 수송할 수 있는 인원은 배를 움직여야 하는 사람을 포함해 5 명 정도였으니, 경비대원들이 모두 호수가에 이르기 위해서는 배가 여러번 오가야 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배 몇 척이 더 있으면 여기 계신 모든 분들께서 호수 건너편으로 가실 수 있겠지요."
  호수가의 배 부근에 이른 이후, 그라티아는 한 동안 잠시 먼 저편에 보이는 다리의 끊어진 부분과 더불어 그 배의 모습을 반복해서 바라보기만 하더니, 바로 그렇게 말을 하고서 자신이 할 일에 대한 발언을 이어서 하였다.
  "마을로 옮겨진 모든 배들을 이 곳으로 불러오도록 하겠어요."
  이후, 그라티아는 두 손을 양 옆으로 벌리고 그와 동시에 하얀 빛과 감색 빛이 뒤섞인 듯한 모습을 보이는 빛의 기운을 한 손에 하나씩 불러내어 그 빛들이 한 송이씩 꽃을 피워내도록 하였고, 이윽고 그 꽃송이들에서부터 마치 긴 꼬리를 그리는 꽃가루처럼 퍼져 나아가 감빛 호수의 배 주변의 좌우 두 곳에 모이려 하였다. 그렇게 모인 기운들은 각 지점마다 하나씩 형상을 만들어 가기 시작하니, 이윽고 그 형상들은 내가 타고 왔던 것과 같은 배의 형상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조금만 더 기다려요, 이제 곧 배들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낼 것이고, 그 때가 되면 배를 타고 같이 가도록 하지요."
  그 하얀 빛과 감색 빛이 무늬를 그리며 만들어 가는 형상들이 온전히 배로 변이할 때까지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내가 탔던 배의 좌우로 2 척씩 같은 형상을 이루는 배들이 생성되고 있었다. 그라티아는 생성된 배들 중에서 가장 왼편에 위치한 배에 탑승하고 있었으며, 배는 이전에 내가 탔던 것처럼 탈 때에 잠시 흔들리기만 할 뿐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그라티아가 불러온 것이 환영이 아님을 그 광경이 증명해 주고 있었다.
  가운데의 배에는 나를 비롯한 4 명과 경비대 소속이었던 마을 사람 1 명이, 그리고 그 좌우의 배들에는 동행하고 있었던 경비대 사람들이 탑승해 각 배에 5 명씩 탑승해 모두 25 명의 사람들이 호수 한 가운데에 자리잡은 작은 섬에 위치한 성채로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도중에 괴물의 습격이 있을 것이라 예상되었던 탓인지 배에 탑승한 사람들 모두 각자의 무기를 들고 경계를 이어가고 있었지만 이미 잠잠해진 호수에서는 더 이상 괴물들이 출현하는 현상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엘리사가 노를 젓고 있던 댸열 가장 왼편에서 움직이던 그라티아의 배가 섬의 가장자리에 먼저 이르는 것을 시작으로 5 척의 배가 차례로 섬에 이르면서 나는 그간 동행하고 있던 이들 그리고 그라티아, 엘리사를 위시한 감빛 지대의 사람들과 동행하는 것으로써 다시 성채가 자리잡은 그 섬으로 돌아왔다.
  섬에 이르러 성채 바로 앞으로 다가가는 순간, 눈앞에 보였던 것은 검은 불길에 휩싸인 성채의 모습을 멍한 듯이 바라보는 몇 대원들 그리고 그 주변의 대원들에게 뭔가 말을 건네는 그라티아의 모습, 그리고 섬 곳곳에 위치한 수풀 일대를 둘러보고 있던 린, 리아 등의 모습이었다. 성채로 진입하는 이들은 없었다, 그 검은 불길은 보통의 불길이 아니라 매우 위험하다는 그라티아의 경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생명체를 사멸시키는 성질을 가진다는 그 검은 불길에 휩싸인 이들은 시신조차 찾을 수 없게 되었다고 여기어지고 있으며, 대다수의 케레브 족 사람들이 그 불길에 의해 사멸되었다고 여기어지고 있기는 하였으나, 그 사태가 닥쳐오기 전에 미리 도망쳐 생존을 도모한 이들 역시 있을 것임은 섬에 배들이 도달하기 전부터 대원들 사이에 거론되고 있었으며, 그 생존자들을 찾아내기 위한 수색이 대원들 그리고 린, 리아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었다. 성채 이외에는 숨을 곳이 마땅히 있어 보이지는 않았지만 다리 밑이라던가 이런저런 곳들에 숨어 있다가 도망칠 때를 노리고 있으리라 여기어졌고, 또 그라티아와 경비대원들은 그렇게 살아남은 이들이 '다스 에레보사' 와 같은 조직을 다시 결성하여 세상을 혼란에 빠뜨릴 시도를 행할 수 있다고 여기어서 가능한 섬에 남은 이들은 모두 잡아내려 하고 있었다.

  그 수색 작업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그 경과를 지켜볼 생각에 카리나와 함께 성채 주변의 바위가에 앉아 가만히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때에 하얀 셔츠와 푸른 멜빵 바지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한, 양갈래 머리를 하고 있던 여성 한 명이 오른손에 소총을 들고 왼손으로 검은 옷차림을 하고 검은 망토를 둘러쓴, 누가 봐도 케레브 족일 수밖에 없는 흉측한 인상의 남성을 붙잡아서는 성채 부근의 그라티아를 비롯한 몇 대원들이 대기하고 있던 성채 우측 부근의 수풀지대로 접근해 오고 있었다.
  그 망토와 후드 등으로 구성된 복장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 성채를 근거지 삼던 케레브 족 사람들 중에서 사제 신분을 가진 이들이 입는 그런 복장이었다. 의식장에서 사제장을 맡았을 그 남자가 입은 복장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었는데, 그래서 처음에는 그 남자가 고위 사제에 해당되는 그러한 인물일 것이라 예상했었다.
  '역시 생존해 숨은 이들이 있기는 있었구나.'
  그 광경을 보며 그렇게 혼잣말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날 무렵, 섬에 이른 이후에 케레브 족 생존자 탐색을 위해 나섰던 경비대 사람들이 한 두명씩 돌아오고 있었다. 하얀 상의와 검푸른 긴 치마에 앞치마를 두른 이로서 손에 검을 들고 있는 여성부터 시작해서 검은 상의와 무릎 높이까지 내려가는 푸른 치마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하고, 커다란 총기를 오른손에 쥐고 있는 긴 머리카락을 드러내는 소녀, 하얀 옷 위에 푸른 멜빵 바지를 입은, 푸른 머리카락을 묶고 있는, 창을 쥐고 있는 소녀를 비롯한 사람들이 그라티아를 비롯한 그 주변 대원들의 곁으로 돌아오고 있었던 것. 그들 주변에 케레브 족 사람들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더 이상의 생존자를 찾아내지는 못한 모양.
  "이 사람만 살아남았던 모양이네, 꽤 높은 사람이었을 텐데."
  카리나는 감빛 지대 사람들에 의해 포박당해 그들에 의해 그라티아 앞에 무릎 꿇는 그 남자의 모습을 보며 그렇게 말을 건네었다, 차분하게 말을 하고 있었지만 비꼬려 하고 있음이 역력해 보였다, 성채의 사람들이 절체절명 속에 있는 와중에도 혼자 도주해 살아남은 그 비겁한 면모에 대한 감정이었을 것이었다.
  "사제라지만...... 저 성채에서 사제는 사람들을 인도하는 역할을 맡지 않았겠니."
  그렇게 생각할 무렵, 카리나로부터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화를 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한심하다고 여기는 생각을 완연히 드러내는 그런 목소리였다.

  한편, 슈라일의 경비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는 두 사람이 더 끌려오고 있었다, 가정부의 옷차림을 하고 오른손에 총기를 든 소녀와 치맛단이 무척 짧아 허벅지, 다리를 온전히 드러내는 하늘색 원피스 드레스 차림을 한, 긴 머리카락을 가지는 소녀가 한 명씩-그 소녀는 손에 칼날 달린 장갑을 끼고 있었다, 그 장갑의 칼날에 피가 묻어 있어서 직접 나서서 괴물들을 사냥했던 모양- 끌어오는 이들 역시 바로 전에 끌려왔던 고위 사제로 추정되었던 남자와 비슷하게 이전에 보았던 그 사제 복장을 하고 있어서 그 고위 사제였던 남자를 따라 성채에서 도망쳐 나온 사람들이었을 것임을 그 모습을 보며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들 역시 고위 사제로 추정된 남자와 마찬가지로 그 남자의 뒤쪽에 나란히 꿇어 앉았다. 그 광경을 보자마자 바로 그 현장으로 다가가 보았다.
  "더 이상의 생존자는 발견되지 않았나 보네요."
  "예, 성채 밖에 있던 이들이 있었다면 그들은 생존했겠지만, 일단 성채 부근에는 더 이상 케레브 족 사람들은 발견되지 않았어요."
  이후, 그라티아가 마지막으로 사제를 끌어왔던 소녀에게 건네는 물음에 소녀가 바로 답을 하였다, 그를 비롯한 경비대 사람들은 케레브 족 사람들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음을 통해 성채의 불길한 예감을 미리 감지했을 그 세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는 검은 불길에 의해 사멸되었으리라 여기고 있었던 모양.
  그 광경을 보며, 감빛 지대 사람들이 모인 그 무리에 접근해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추악하기 이를데 없는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근처에 있어서 이제는 그 모습을 온연히 볼 수 있었으니, 그 목소리를 낸 사람은 바로 고위 사제 복장을 갖추고 있던 그 추악한 노인처럼 보이는 남성이었다.
  "이봐, 그 동안 저 성채를 돌보아 준 이들은 우리들이었어, 우리들 덕에 성채가 꽤 보기 좋았잖아."
  거드름을 드러내는 듯해 보였으나, 그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들어가 있었다, 자신을 죽이려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의한 불안감이 은연중에 표출되고 있었으며, 그 불안감은 표정에도 드러나고 있었다. 이러한 그의 발언에 그라티아, 엘리사를 비롯한 사람들은 어떠한 답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자 남성이 바로 그들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그리고...... 본래 성채는 우리들 것이었어, 그리고 이 호수 일대의 지역들도 마찬가지였어. 그런데 너희들이 그 잘난 아르셀을 내세워서 그 지역들을 모조리 빼앗아 너희들 것으로 만든 것이잖아. 그랬는데......"
  "닥쳐라!" 비꼬는 듯한 목소리를 그 남성이 내고 있던 그 때, 어떤 사람으로부터 날카롭게 외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의 주변에 있던 이들이 각자 소지한 무기의 끝이 그들을 향하는 때를 같이하여 이러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땅은 본래 우리 행성계 사람들의 것이었고, 이미 우리들의 선조가 이 땅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왔었다!"
  "늘 그렇게 말했었지, 아르셀이 여기로 올 때부터 말야. 이 무슨, '우리땅무새' 도 아니고......"
  어머니를 거론하다가, 난생 들어보지도 못한 이상한 말까지 해 가며, 사람들을 놀리는 말을 들으니, 나도 슬슬 분기가 떠오르기 시작했지만 당장에 나설 일은 아니라 생각해서 일단은 가만히 그 광경을 지켜보기로 하였다.
  "그런 식으로 계속 이 곳 사람들을 모욕하는 것은 당신과 그 수하들의 상황만 나빠지는 결과를 불러올 텐데요, 지금 상황이 어떠한지는 파악하시고 계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 남자의 비꼬는 발언이 계속되자 보다 못하였는지 그라티아가 나지막히 목소리를 내며 그를 다그치려 하였다. 그에게 경고를 보내려 하였음이 분명하였으나, 그 남자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이었다. 바로 그 남자로부터 그라티아를 향하는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이......" 그리고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난데 없이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이면서 바로 그라티아에게 이렇게 묻는 목소리를 내었다, 이전에 비해 확실히 커진 목소리였다.
  "그래서 우릴...... 죽일 거야?"
  그에 이어 남성은 바로 비웃음을 드러내는 듯한 목소리를 이어가면서 바로 그라티아의 모습으로 시선을 유지하면서 다시 한 번 그에게 이렇게 묻는 목소리를 내었다.
  "유치하게 왜 이래, 우리가 죽는다고 모든 것이 다 바뀔 것 같아?"
  그러자 엘리사가 바로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바로 그것을 뭉쳐내서는 사제의 입에 밀어 넣었고, 이어서 뒤따라 끌려온 이들의 입 역시 같은 방식으로 틀어 막았고, 그 이후에 그라티아에게 그들을 일으켜 세워서 마을로 끌어낼 것을 부탁하였다. 그리고서 린, 리아 자매의 모습을 잠시 둘러본 이후에 바로 이렇게 청하였다.
  "이들의 처우에 관해 저기 저 두 분의 의사가 관여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래야 하겠지요." 이러한 엘리사의 요청에 그라티아는 바로 그렇게 화답을 하고서 우선은 성채를 휩쓸고 있는 검은 불길을 사그라들게 할 필요가 있음을 밝힌 이후에 그 불길에 대해 3 일 정도는 계속 타오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하고서 그 불길의 존재는 앞으로 그 일대를 방문하려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물론, 검은 연기가 뿜어내는 기운을 방치할 경우에는 하늘은 물론, 강우를 통해 호수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에 반드시 그 문제는 수습되어야 한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검은 불길이 바로 사라져야 할 이유에 대한 언급을 하고서, 그라티아는 바로 앞에서 맹렬히 타오르는 성채의 검은 불길은 자신이 직접 끌 수 있도록 하겠노라는 자신의 의사를 드러내고서 다시 성채를 향해 돌아서고서 그 성채를 향해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려 하였다. 그 이후, 그는 엘리사와 나를 비롯한 이들에게 말하길,
  "남은 분들께서는 마을로 돌아가셔도 괜찮아요, 저는 이 모든 일이 끝나면 그 때에 돌아가도록 할게요."
  엘리사는 그런 그라티아의 의사에 대해 심히 걱정이 되고 있는 듯해 보였으나, 그런 그를 보며, 내가 이전의 배를 소환해오는 그 술법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지 않았느냐고 묻는 듯이 말하고서, 그 정도라면 그라티아의 발언에 대해 굳이 우려까지 할 필요는 없으리라는 말을 이어 건네는 것으로써 걱정의 필요가 없다는 의사를 그에게 전하려 하였다.
  "알았어요." 그러자 엘리사가 바로 알았다고 답을 하는 그 때, 경비대원들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돌아가자는 목소리였다. 돌아가자는 경비대원들의 목소리에 따라 나와 카리나 역시 경비대원들 그리고 그들을 따라 나서는 엘리사 그리고 린과 리아를 따라 그라티아가 바라보는 성채를 등지는 방향으로 돌아서서 배들이 머무르는 섬의 가장자리로 돌아가게 되었다. 물론 체포당한 케레브 족 고위 사제를 비롯한 3 명의 사제들 역시 대원들에 의해 잡혀 그들과 같이 3 척의 배에 한 명씩 나누어 타게 되었다.

  그렇게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가려 할 즈음, 섬에서부터 새하얀 빛 줄기 하나가 솟아올라 성채 위로 드리워진 감빛 구름에 닿더니, 그에 이어 그 빛이 폭발하면서 하얀 빛 기운이 성채가 자리잡은 섬은 물론, 호수의 상공 일대까지 퍼져 나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윽고, 빛의 기운으로 뒤덮힌 구름에서부터 새하얀 빗방울이 내리기 시작했다. 물이 아닌 빛의 기운이었기에 맞아도 축축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따스한 열기가 빗방울에 닿은 부분마다 전해지고 있는 듯했다.
  "빛의 비가 내리고 있어요."
  "예, 오래 전에 있었던 그 원정 때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것인데......"
  린이 건네는 물음에 경비대원들 중 한 명이 화답을 하였다, 그 사람은 오래 전에 어머니께서 이 섬으로 포헤 느와흐를 치러 나서셨을 즈음의 원정대에 소속되어 활동했던 이-의무관으로서 활동했다고 한다-로서 그 무렵에 빛의 비가 호수에 내리는 모습을 보았다고. 하지만 그는 당장에 나를 알아보거나 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나도 그가 당장에 나를 알아보는 것을 원치 않기도 했다.
  "그 비는 누가 내리게 했던가요."
  "누구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이제는 오래된 일인지라......"
  이 무렵 엘리사가 건네는 물음에 그 여성은 이제는 오래된 일이라 자신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을 하였다. 그렇게 문답이 이어질 무렵, 배는 섬 건너편의 호수가에 당도하고 있었으며, 그리하여 나를 비롯한 일행과 대원들 모두 배에서 내려 근방의 산길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 대열의 앞쪽에는 대원들에게 잡혀서 얼굴을 천으로 감싸인 채로 끌려가는 포로들이 있었다.
  괴물들의 시체가 즐비했던 산길에는 더 이상 시체들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 자리에는 검은 핏자국 같은 것들이 남아서 험악한 무늬를 그리고 있을 따름이었으니, 그간 시체들이 사멸하면서 그 흔적만 남게 되었던 모양. 다만, 그 핏자국들이 모인 모습도 험악한 느낌을 주는 광경을 만들고 있었던지라 정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검은 천으로 얼굴을 가리게 되었던 포로들은 마을에 이르자마자 바로 경비대 사람들에 의해 공관으로 끌려갔으며, 바로 그 곳에서 투박한 쇠 투구를 뒤집어쓰게 되었다. 쇠 투구에는 자물쇠가 있었으며, 케레브 족 포로들에게 쓴 투구들에 대원들이 열쇠로 자물쇠를 잠그는 모습도 보였다. 포로들이 함부로 투구를 벗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이후, 그 포로들은 투구를 쓴 채로 공관 지하의 구치소로 보내졌다.
  이후,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고위 사제로 추정된 이는 실제 케레브 족의 수장이자 대사제였던 남자를 호위했던 고위 사제로서 그 이름은 '에조르(Ezor)' 라 하였다고 한다. 마을의 경비대 사람들과 대면할 때에는 당당한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구치소 내의 생활을 관찰한 결과에 의하면 구치소 내에서는 초조함과 불안을 감추지 못하는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고.
  다리 복구 작업이 한창이던 다음날, 이들은 쇠 투구를 쓴 채로 감빛 지대 샤햐리아(Shaharia) 의 중심 도시인 샤하르(Shahar) 로 호송되었다. 그 호송 때에는 린과 리아 자매도 동행하여, 그 이후로 그들과는 헤어지게 되었다. 그들과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었지만 일로 인해 가야 할 필요가 있었다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음은 분명했다.


다음 편에 계속


<- 3-2. Go to the Back Intermission 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