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기게도!!!" 그 광경을 목도하자마자, 나는 분기에 찬 목소리를 내며, 절벽가를 향해 뛰쳐 나아갔다, 여차하면 절벽가 아래로 뛰어내려, 수영을 해서라도 성채를 향해 다가가려 하였으나, 그 무렵에 벌어진 일로 인해 그만두어야만 했다.
"아르사나! 그 분들께서 바람에 휘말려 날아가 버리고 계셔!!!"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풀밭을 향해 급히 뛰어가려는 그 순간, 상공 쪽에서 여인들이 그 검은 바람에 실려, 마치 바람에 의해 하늘로 '끌어 당겨지는 듯이' 날아가는 모습이 눈앞에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 세찬 바람은 여인들에게 유난히 강한 힘을 발휘하였던 모양으로 대다수의 여인들이 그 검은 마력에 의해 생성되었을 바람에 의해 힘없이 날려가면서 다시 물새의 모습으로 변이하고 있었다.
이렇게 다수의 여인들이 하늘 저편으로 떠나가 버리는 와중에도 몇몇 여인들은 꿋꿋이 버티려 하고 있었지만, 그들 역시 한계는 있었고, 하나둘씩 그러한 이들 역시 지표면을 그들의 의지와 상관 없이 떠나게 되었다.
그 광경을 보며, 풀밭에 도달하고 있을 무렵, 간신히 지표면에 두 발을 딛고 있는 사리 공주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바람이 가하는 힘에 의해 잡아 당겨지는 것을 억지로 버티다가 다급히 자신과 여인들이 날아가는 그 현장을 향해 다급히 다가가는 나를 보더니 그런 나를 향해 자신의 왼팔을 내밀고 있었다, 자신의 그 앞으로 내민 손을 잡아달라는 듯이. 그러나, 내가 그 근방으로 다가왔을 즈음, 이미 때는 늦었고, 간신히 버티던 사리 공주 역시 지표면에서 끌어 당겨져, 상공을 향해 날아가려 하고 있었다.
그 사리 공주를 향해 도약까지 해 가면서 다가가서는 그 손을 나의 오른손으로 붙잡았지만 바람이 끌어당기는 힘이 어찌나 강한지, 그 손을 붙잡고 있다가는 나까지 끌어 당겨질 형편이었다.
"그 손 놓아주세요! 이미 늦었어요, 이대로 계시다가는 당신께서도 끌어 당겨지시게 될 거예요!"
그 말 그대로였다, 내가 바람에 날아가려 하는 사리 공주의 손을 잡아서 뒤쪽으로 끌어당기려 하자, 그에 맞서려 하는 듯이 그 일대의 바람 역시 점차 거세어져 가면서 더욱 거세게 사리 공주를 끌어당기려 하고 있었다.
사리 공주는 나에게 손을 놓아달라 애원하고 있었지만 적어도 한 사람만큼은 마을에라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어떻게든 그를 붙잡으려 하였으니, 다른 한편으로는 포헤 느와흐가 나까지 하늘로 끌어당기려 할 지 모른다는 사리 공주의 말을 들으며, 오기가 생긴 탓도 있었다, 어디 할 테면 해 보라, 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아르사나! 위험해!!!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어떻게 될 지 모른다고!!!"
"언니!!! 이제 그만해요, 그 분께서도 이제 그만 놓아달라 하시잖아요!!! 정말 위험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카리나에 이어, 에이샤까지 내 신상이 위험해질 수 있음을 거론하니, 어쩔 수 없었고, 결국 그를 놓아주기로 하였다. 그를 놓아주자마자 사리 공주 역시 여타 여인들과 마찬가지로 상공 높은 곳으로 날아가서는 물새로 변이하면서 성채 쪽으로 날아가 버리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렇게 사리 공주를 비롯한 여인들이 물새로 변이해서 성채가 위치한 그 저편으로 날아가면서 눈앞에서 사라져 가면서 그 일대에서 검은 바람 역시 그쳤다. 검은 바람이 자신들을 휩쓰는 물새들과 함께 성채 저편의 상공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이 옛집을 떠났다. 여인들이 그 망령된 자에 의해 떠나가게 되면서 음악 소리도 그치고, 그리하여 그 일대는 평상시처럼 다시 조용해졌다.
한숨이 나오는 와중에도 평온을 되찾은 풀밭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스파라들이 풀밭과 그 주변 일대를 떠돌며 천천히 빛을 흐트러지게 하며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그저 투명한 바람만이 잠시 풀밭을 지나치면서 풀밭의 이파리 끝을 조심스레 건드리고 있을 따름이었다.
"아직도 그들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사는가 봐, 그 자는."
"몇 남지 않은 자신의 백성이자, 노예라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그렇게 노예로 삼은 이들 아니고, 포헤 느와흐가 누구를 백성 취급하겠어, 이제는 자신과 동족이었던 케레브 족 잔당에게도 관심이 없는데."
카리나가 건네는 말에 바로 화답을 하고서, 나는 곧바로 집 근처로 나아가, 집을 등지고 서서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한 동안 물새들과 그 물새들이 변이한 여인들, 그리고 그 여인에게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상공 어딘가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전에 포헤 느와흐의 힘에 의해 어딘가로 끌려갔을 사리 공주의 목소리였다.
지금 듣고 계신가요, 저예요, 사리예요.
그 이후, 사리 공주의 목소리는 나를 비롯한 일행을 향한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갑작스레 여러분들의 곁을 떠나게 된 것은 정말로 죄송했어요, 그 중에서 마법사 분께서는 끝까지 저를 붙잡으려 하셨었는데...... 안 됐지만, 지금 이후로, 다시 보거나 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씀을 드리려 해요.
자세히 들어보니, 목소리는 성채 쪽에서부터 울려퍼지고 있었다. 사리 공주를 비롯한 여인들이 성채 너머로 끌려갔음을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이었다. 그 목소리는 특히, '마법사' 로 지칭한 나를 대상으로 말을 이어가려 하였다.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세상에서 알 수 없는 자들에 의해 마법사의 궁전에 잡혀온 이후로, 이 세상은 어둠에 물든 땅이고, 마법사의 실상은 그와 같이 악에 물든 존재들이라 여기며, 이 세상과 마법사들을 악에 물든 이들이라 여기며 그들을 저주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이 곳에 싸움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지요, 저주받은 세상이라 여기었던 어두운 땅의 사람들이 정의를 위해 일어섰으며, 그 중에서 새하얀 빛의 상징과도 같은 자가 마법사에게 다가가 그 마법사를 처치하였고, 그로 인해 저희들은 잠시나마 해방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지요.
저주받은 자들이라 칭해진 이들의 영도자라 칭해진 마법사를 처단했던 이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어요, 본래는 이 지역의 마녀였던 자로서, 빛과 어둠의 힘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었던 이로서, 그 빛과 어둠의 힘으로 생성된 칼날이 마법사를 처치할 수 있었다고 해요. 그 이후로, 저희들은 이 지역의 사람들 그리고 마법사들은 본래 악에 물든 이가 아니며, 그들 역시 자신들의 세상을 위해 싸움을 할 수 있는 이들임을 알 수 있었지요.
이후, 잠깐의 고요함이 이어지다가 다시 사리 공주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당신께서 어떤 사람이실지를 알지 못했어요. 당신께서 저를 위해 제 손을 붙잡고, 힘을 주셨을 때, 그 때에 깨달을 수 있었어요, 당신께서 선한 힘을 가진 마법사이셨음을. 그리고, 생각했어요, 어쩌면 그 당시의 전투에서 악한 마법사를 처단한 그 마녀와 같이 빛과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마법사님, 그 때로부터 이제 많은 시간이 지났고, 그래서 이제 모성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할지라도, 이제 모성의 사람들은 저희들을 기억하지 못할 거예요, 그저 저희들이 어떤 이들인지 모른 채로 이상한 사람들로 여기려 하겠지요, 저희들이 돌아온다는 것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믿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 이외에는 아무도 없을 거예요.
저주받은 삶 속에 있은지도 너무도 오랜 시간이 지나버렸어요. 절망과 원망 그리고 저주를 넘어, 이제는 체념과 받아들임만이 남은 저희들은 이제 어떻게 되든 좋아요, 저희들의 구원이나 억울하게 세상에서 사라져 간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아도 좋아요, 그저 이 세상에 어둠이 다시 내리지 않도록, 그리고 선의의 세상을 지키는 삶을 이어가 주세요.
저희들이 그에 의해 구원을 애원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 때마다 제가 해 드렸던 말을 떠올려 주세요, 부탁이에요.
그 말이 있은 이후로 더 이상 사리 공주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아마 그 때의 목소리는 포헤 느와흐의 속박에 넘어가기 전의 사리 공주가 마지막으로 의지를 담아 건넨 말이었을 것이었다.
"포헤 느와흐를 처치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겠지?"
"물론, 그가 이 세상을 어지럽히는 것을 가만두거나 할 수는 없으니까."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나는 확신에 찬 목소리를 내며 답을 하였다. 그 때, 카티야가 나와 카리나를 보며, 샤하리아 사람들의 원수라고 말하고서, 그가 다시 샤하리아를 비롯한 세상을 지배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할 수 있을 거야, 그리 생각해."
이후, 테이라가 건네는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당연하다고 답을 하고서, 그의 힘이 과거와 같을 리가 있겠느냐고 말을 이었다.
사리 공주를 비롯한 여인들이 떠난 이후, 밤이 깊어지자 나는 에이샤, 카티야 그리고 테이라가 밤중에 너무 오랫동안 집 밖에 있다하여 그들을 집으로 데려가기 위해 우선 슈라일로 돌아간 이후에 슈라일에서 세 아이들과 하나씩 헤어지고서, 다시 슈라일을 떠나, 호수 근방의 절벽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려 하였다. 이번에는 집이 위치한 그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 그 너머의 숲을 향해 접근해 가려 하였다.
그 숲에는 오솔길이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고, 처음에는 나도 그 존재를 거의 알 수 없었다. 내가 그 오솔길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어머니 아르셀의 인도를 받아가며 숲 안쪽으로 들어가게 된 이후였다. 어머니께서는 오래 전부터 그 길의 존재를 알고 계셨고, 그 길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얻어오기도 하셨다고 한다.
어머니께서는 그 숲길 깊은 곳에 예언자라 칭해지는 노파를 만난 적이 있다고 말씀하셨고, 그 노파로부터 자신의 운명에 관한 말을 들은 적도 있다고 말씀하셨지만 당시에는 그 운명에 관한 이야기를 이해하거나 하지는 못했다.
"그 때, 어머니께서 무슨 말씀을 하셨었어? 너에 관한 이야기도 분명 있었을 거야."
하지만 그것에 대한 대답은 할 수 없었다. 그 당시, 어머니께서도 그 노파가 있다는 말만 전하셨을 뿐, 나에게 노파에 대해 특별한 이야기를 하거나 하지는 않으셨기 때문이었다.
이후, 나는 호수가 근방에 자리잡고 있는 그 숲길로 들어가보기로 하였다. 어쩌면, 사리 공주가 저주를 치유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는 이가 그 노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근방에 거주하는 늙은 마법사라면 그 이외에는 딱히 생각할 수 없어 보였던 것이었다. 내가 만나려 할 즈음에는 모종의 이유로 인하여 내가 그를 만날 수 없을 수도 있었고, 그래서 그를 만나지 못할 것에 대해 생각해 두기로 하였다.
"그를 만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야?"
"당장에 만나지 못할 운명이라고 생각해야지."
그러는 동안 나와 카리나의 발걸음은 슈라일 근방의 호수가 길목을 거쳐, 그 동쪽 근방의 숲길을 향하게 되었다.
사람들의 출입이 잦지 않아, 나무들 사이로 난 길목에도 수풀이 무성히 난 오솔길, 그래서 발걸음 옮기는 것이 쉽지 않은 그 오솔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어 갔다. 굽이진 길목이기는 하였지만 큰 길목은 하나로 이어져 있었으며, 그래서 그 길목을 따라 나아가기만 하면 다른 곳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내 기억 상으로는 그 길을 따라 나아가면 숲을 빠져나올 수 있으며, 근방의 호수가에 노파의 오두막이 있었기에, 그 수풀 우거진 길을 따라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어 나아가려 하였다.
"정말 이 길목으로 가면 그 할머니를 만날 수 있다는 거야?"
어렸을 적의 기억이었지만 그 길목을 따라 나아간 기억은 선명히 남아 있었기에, 그 기억대로 나아가면 된다는 생각만큼은 확고했고, 그래서 앞장서 나아가면서 카리나에게 그러할 것이라고 말하며, 그저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고 이어 말하기도 하였다.
유난히 좁은 숲길 사이로는 펼쳐진 나무마다 무수히 많은 꽃들이 피어나, 무지개색을 띠며 어둠을 비추고 있었으며, 이파리들 역시 수정과 같은 하얀 색을 띠며 빛을 내면서 그 빛을 주변 일대로 흩뿌리고 있었다. 그 숲길 사이에는 하얗게 빛을 발하는 생명의 수정도 있어서 마치 하나의 생명체가 자라난 듯한 모습을 띠고 있었다.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았기에 보존될 수 있었을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구 인류의 시대가 지난 이후에도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야 보존되는 풍경이 있음은 변함이 없구나."
그 아름다운 풍경을 두고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았기에 형성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카리나는 묘한 미소를 띠며 말을 건네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더 언급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주제 넘게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앂지 않아서였다고.
내가 생각한 대로, 좁은 외길을 지난 끝에 숲길의 끝이 보였고, 그 너머로 호수가의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숲과 숲 사이의 작은 풀밭, 그 중앙의 가장자리 한 곳에 작은 통나무집 하나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 집에 대한 기억은 어느 정도 남아 있었으니, 수풀 사이의 호수가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집, 그 집이 기억 상에 남은 그 노파의 집이었다.
"맞아, 내가 어렸을 적의 기억에 남은 바로 그 집이야."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없는데......"
그 집을 발견하자마자 내가 그 집이 노파의 집일 것임을 확신하는 목소리를 내자, 카리나가 그 집의 고요하기 이를데 없는 풍경을 보면서 그 집에 정말 사람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었고, 그 의문에 나는 일단 가 보자고 말하고서, 없으면 없는대로 돌아가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을 건네었다. 그러면서 앞장서서 숲길을 빠져나와 모래밭을 거쳐, 그 너머의 풀밭으로 나아갔다. 그간 계속 좁고 험한 길을 걷다가 이제 다시 평탄한 지대에 있게 되니, 평상시 가는 곳과 비슷했음에도 불구하고 발걸음이 유난히 가벼워지는 것만 같았다.
인기척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그 풀밭의 한 가운데에 있는 고요헤 보이는 오두막. 어렸을 적에 어머니와 함께 보았던 그 오두막과 온연히 같은 모습을 가지는 그 오두막 바로 앞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작은 나루 하나가 자리잡고 있었다. 배는 더 이상 마련할 수 없었는지, 어렸을 적과 같은 통나무 배는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오두막 바로 앞에 이르자마자 현관문 앞에 도달해서 문을 두드렸다, 문이 잠겨있든 말든 간에 남의 집 문을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에. 그러는 동안 카리나는 그런 나를 뒤따르다가 내가 현관문 앞에 이르렀을 때에는 나의 좌측 곁에 서 있으면서 그간의 상황을 지켜보려 하고 있었다. 문을 두드려 보았지만 응답은 없었다.
"역시 집에 안 계시려나."
"그러할지도 모르지. 그 당시에도 연로하신 분이셨는데, 어쩌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말에 카리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고 있었다.
그 이후에도 몇 번 문을 두드렸지만 반응은 없었고, 그래서 카리나가 그런 나에게 조용히 돌아갈 것을 요청하자, 나 역시 설령 집에 있다고 하더라도 부름을 원치 않는 사람을 억지로 부를 필요까지는 있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 여기며 조용히 돌아가기로 하면서 그 좁은 숲길에서 의외의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었음에 만족하려 하였다.
"그래, 돌아가자."
그러면서 카리나와 함께 오두막의 현관문을 등지며, 돌아가기 위한 발걸음을 옮기려 하는 그 때, 오두막 쪽에서 누군가를 부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늙은 여성의 카랑카랑한 목소리, 그 소리를 들으며 오두막에 노파가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누가 집에 와 있는 것인가. 들린다면 이 쪽으로 와 보게."
숲길을 나아가는 동안에는 노파를 만날 것에 대해 기대한 바가 있기는 했지만 그 기대와 달리 싸늘하리만큼 고요한 풍경에 아무도 없으리라 느꼈기에 기대감은 바로 아무도 없을 것으로 돌아섰고, 그래서 대충 둘러보다가 돌아갈 생각을 했었는데, 그 와중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
그 목소리를 들으며, 한편으로는 놀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노파로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음에 대한 기대를 가지며, 다시 통나무 오두막 집으로 돌아가려 하였다.
그렇게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사이, 그간 굳게 닫혀있던 현관문은 열려 있었다. 노파가 스스로 걸어나와 현관문을 열지는 않았겠지만 노파 역시 마녀였던 만큼, 마력으로 문을 열었다고 볼 수도 있었을 것이었다. 그 열린 문을 보자마자 먼저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갔고, 그러자마자 현관문 바로 건너편의 창문 근처에 자리잡은 흔들의자에 앉은 노파와 마주하게 되었다. 한 동안 노파와 대면하면서 신경을 쓰지 못했지만 카리나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나의 우측 곁으로 접근해 왔던 모양.
흔들의자에 앉아, 마치 잠들어 있는 듯 고요히 있던 노파의 앞에서 그 모습에 시선을 향하고 있는 채로, 나는 그저 공손히 서 있으면서 그의 목소리가 들릴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노파는 한 동안 고개를 숙인 채로 그저 잠든 듯이 앉아있기만 할 따름으로 그 모습이 마치 나의 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르사나, 이 분의 모습을 본 기억이 있어?"
"...... 아니." 확실히, 나는 본 적이 없었다. 어머니께서는 숲길 저편의 오두막 근방까지 나를 인도하시기는 하셨지만 오두막 안으로 나를 들여보내거나 하지는 않으셨었고, 그래서 노파를 직접 보거나 한 적은 없었던 만큼, 노파의 모습을 보는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내가 어렸을 적이라면 이미 셀 수 없이 많은 해가 지났을 것이었다, 과연 그 당시에는 얼마나 오랜 삶을 이어가고 있었을는지. 혼자 일어설 수 있을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해진 듯해 보였으나, 수없이 오랜 세월의 각인이 겹겹히 새겨진 그 외모는 볼품 없이 늙은 것처럼 보여도, 감히 범접하기 힘들 지경의 위엄이 느껴지고 있어서 그와의 대면을 기대하고 있던 나도 그렇고, 카리나 역시 함부로 말을 걸거나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 동안 노파 앞에 그저 가만히 서 있기만 하고 있을 그 즈음, 노파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네...... 오랜만에 보는 구먼."
그 무거운 느낌을 주는 노파의 목소리와 함께 고개를 든 노파는 나에게 시선을 향하고 있었다. 분명 집에 들어온 적이 없었던 나를 노파는 이미 이전에 본 적이 있었음을 그 모습을 보며 알아차릴 수 있었고, 그래서 어떻게 기억하고 있었는지, 등의 질문은 하지 않고, 가만히 그의 모습을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다. 그 때, 다시 질문이 들어왔다.
"나를 보자고 온 것이 아니던가."
"맞아요." 이에 나는 바로 간단히 답을 하였고, 그 이후로 노파는 감겨있는 듯한 눈을 크게 뜨고, 한 동안 나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기만 하더니, 그 이후에 나에게 다시 한 번 질문을 하였다.
"자네...... 아르셀의 아이지? 어느새 많이 컸구먼."
그 이후, 그는 나에게 이전에 있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으니, 나와 잠시 대면한 적이 있었다는 '물새들' 혹은 저주받은 자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를 하며, 노파는 그들과도 만나지 않았겠느냐고 나에 대해 물었고, 그것이 사실이었던지라 나는 바로 그 물음에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그 때, 카리나가 질문을 이어 건네던 노파를 보며 묻기를,
"그 저주를 풀 수 있다는 방법을 알려주신 분이 할머님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어요, 사실인가요."
그러자 노파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어서 이야기를 이어가려 하였다.
"그랬었지, 몇 년 전의 일이었는지는 이제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만, 창가에서 노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지. 그리고, 그 때에 호수가에 모여있던 물새들이 밤이 되자 사람들의 모습으로 변해 춤을 추는 모습을 보게 되었어, 처음에는 무슨 일인가 싶었지."
이후, 노파는 그들이 저주받은 자들이며, 포헤 느와흐라 칭해지는 더럽혀진 마법사에 의해 저주를 받아, 그렇게 되었음을 알아차리고, 자신이 아는 한으로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려 하였다. 그러나, 그 자신조차 저주에 대해 딱히 아는 바가 없었고, 그래서 항간에 알려진 물새의 설화, 자신이 어렸을 적에 본 적이 있던 그 설화에 언급한 바를 그대로 알려준 것이었다.
"그러니까, 어렸을 적의 기억을 토대로 이야기를 해 주었던 것이로군요."
"사실, 나도 딱히 어찌할 수 없기는 했지. 나도 그래서, 어렸을 적의 그 이야기를 그에게 해 주었어, 그들의 가련한 모습을 보며, 해결 방법을 모르겠다고 차마 말할 수는 없었다네."
노파는 그러면서 그 이야기대로 저주가 풀릴 수 있지 않을까에 관하여 내심 기대를 하기도 했었음을 밝혔다, 하지만 자신도 그렇고, 그들의 괴로움을 함께 할 수 있을만한 사람은 없었다고.
"그랬었군요." 이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는 의미의 답변을 하였다. 이후, 노파는 계속 나의 모습을 주시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자네가 공주를 비롯한 이들을 당장에 어찌할 수는 없을 게야, 그들과 직접 만난 것도 오늘 잠깐이었을 뿐이었을 사람이 진심으로 그들의 괴로움을 이해해 주기라도 할 수 있겠나. 이는 자네만이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고, 이 곳의 모든 이들 역시 해당이 되겠지."
그리고서 노파는 나에게 공주에 대해서는 당분간 미련을 버리고 있어줄 것을 당부하고서, 미련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이를 어찌할 수 없다면 잠시나마 잊고, 이외에 할 수 있는 일에 매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을 하였다.
"그들도 이제는 알게 되었을 게야...... 자신들의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조차 이제는 이 세상에 없음을 말야...... 그 당시는 지금으로부터 이미 수십여 년 전이었다. 그들 모두가 체념하고 물새로서의 삶을 받아들이고 있겠지."
부정적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그러면서도 그는 나에게 희망이 없지는 않다고 말한 이후에 마력의 근원을 처단해, 세상에 다시 살아날 수 없도록 할 수 있다면 그들이 오래 전에 포기했을 희망을 다시 찾을 날이 올 것이라고 이어 말하기도 하였다.
그 이후로, 내가 앞으로 나아갈 곳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나와 카리나의 모습을 한 번씩 가만히 살펴보더니, 피곤함을 드러내는 듯한 눈매를 드러내면서 노파는 내가 나아가기로 한 곳이 어디인지에 대해 말하려 하였다.
"동쪽 인근의 샤르기아로 나아가려 하는군, 그렇지 않나."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내가 직접 말하거나 하지는 않았으나, 호수의 동쪽 언저리에 사람들과의 인연을 끊은 삶을 이어가면서도 내가 그간 무슨 일을 해 왔는지에 대해 알아차릴 정도라면 그 정도 즈음은 얼마든지 추측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기고 있었으며, 그래서 내가 나아갈 곳에 대해 노파가 말하더라도 그것에 대해 딱히 놀라거나 하지는 않았다.
"자네의 동료가 샤르기스에 있다고 하더구나."
이후, 샤르기스에 나의 동료가 있다는 말을 그로부터 들을 수 있었으니, 아마도 샤르기스에 있다는 세니아를 의미할 것임이 분명했다. 카리나 역시 세니아일 것임을 언급했고, 이에 동의하는 답을 하고 있었다.
"하나의 귀한 보물을 기대하고 있는 듯해 보이더군."
"보물이라......" 내가 탐험대에 속해 있으면서 유적 내부를 둘러본 기억에 의하면 보물이라고는 무엇도 없었다. 세니아도 나의 유적 탐사 이야기를 몇 번 들어본 적이 있었을 것이고, 그래서 그 곳에 보물이라 할만한 것은 없음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노파는 그런 나의 생각과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유적 내부에 보물이 있다고요...... 그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도 없었는데."
"자네도 익히 들어본 이야기일세, 이 곳에 오기 전에 자네의 옛 친구가 이야기를 해 주지 않던가."
옛 친구라면 아자리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자리는 보물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없어서 그 말에 대해 의아함을 한창 느끼고 있는데, 그 때, 카리나가 그런 나에게 이전에 있었던 대화 중 하나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려 하였다.
"아아! 아르사나, 아자리라는 분이 그 때 이야기를 해 주었잖아, 유적 깊은 곳에 있다는 존재......"
새로운 세계 '얼음 궁전' 이라 칭해지는 유적의 내부 깊은 곳에는 절멸했다고 알려진 구 세계의 인류가 잠들어 있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 잠든 구 인류의 실체는 실은 유적 내부에 보관된 유전자 집합이리라는 가설의 존재 등이 그 당시 들었던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를 상기하면서 나는 어쩌면 세니아는 지하 깊숙한 곳에 잠든 구 인류의 사람들을 보물로 지칭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곧 무언가 다른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으며, 그러면서 노파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려 하였다.
"유적의 가장 깊은 곳에는 구 인류의 마지막 후예로 지칭되고 있는 자가 잠들고 있다네."
그리고서 노파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그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기는 하나, 이전부터 '공주' 로 지칭되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어딘가에서부터 들은 적이 있다고 하였다. 그 추측이 사실이라면 유적 깊은 곳에 잠든 이는 아마도 옛 시대에 왕국이 있었으며, 그 왕국에서 공주로서 살았던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역시 들어보았을 따름이며, 자세히 아는 바가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그 이야기를 하고서, 노파는 나의 동료가 찾고자 하는 보물이란 그 여성을 지칭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자신이 추측한 바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해 주었다.
이후, 노파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천천히 건너편의 식탁으로 발걸음을 옮기려 하였고, 그 모습을 보며, 천천히 그런 그를 따라 나아가려 하였다. 그의 바로 앞에 위치한 식탁에는 의자 하나만 자리잡고 있었으니, 평상시에 집에는 노파 한 명만 있었기에 의자는 하나만 필요했을 것이었다. 노파는 그 의자에 내가 앉도록 하고서, 내가 의자에 앉을 무렵에 바로 자신이 앉았던 그 흔들의자를 향해 돌아서더니, 두 팔을 앞으로 내밀었고, 그와 함께 그 흔들의자가 공중으로 들어 올려지더니, 이윽고 내가 앉은 그 건너편에 옮겨졌다. 이 마력으로 의자를 들어올리기는 노파가 꽤 오래 전부터 시도했던 일로서, 몸이 노쇠해진 이후로는 늘 그런 식으로 물건을 옮겨왔다고.
"자네는 잠시 밖으로 나가 있게나, 행여 궁금한 바가 생기면 이 아이에게 물어보게."
자신이 옮긴 흔들의자에 앉으면서 노파는 카리나를 가리키며 그에게 잠시만 밖에 있어줄 것을 부탁하였고, 이에 카리나는 바로 알았다고 답을 한 이후에 집 밖으로 나아갔다. 그 이후, 노파는 다시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나에게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내며 말을 건네려 하였다.
"과거에 자네 어미를 만났을 때, 한 이야기가 있다네."
내가 어렸을 적, 그 노파의 집을 어머니께서 방문하셨을 즈음의 이야기가 있음을 밝히면서 노파는 어머니께서 생전에 나에게 하지 않으셨던 이야기가 있음을 우선 밝혔다.
"그 이야기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이야기를 하지 말라 하였고, 아이가 성장할 때까지는 비밀로 하라고 말했었지. 그리고, 아이가 성장한 이후에도 아이에게만 이야기를 하라 하였고."
그리고서 노파는 그랬는데, 내가 성장하기도 전에 어머니께서 세상을 떠난 일을 두고, 그렇게 그 비밀이 무덤으로 들어가 버리게 될 줄은 몰랐음을 과거의 일을 털어놓듯이 나에게 말하였다.
"그래서, 네 어미에게 했던 것처럼 다시 너에게 해 줘야 하겠구먼."
"대체 무슨 이야기이기에......" 왜 어머니만 알고 있어야 했었는지,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바로 의문이 생겼고, 그래서 그에게 그 이유에 대한 이야기부터 그에게 해 줄 것을 당부하니, 노파는 그렇지 않더라도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하였음을 밝히고서 잠시 가만히 앉아있다가 그 당시의 이야기였다면서 하나의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하였다.
"자네의 운명에 관한 이야기였다네. 통설에 의하면 남의 운명을 함부로 발설하면 당사자의 운명에 나쁜 영향이 가해진다는 말이 있더구나. 적어도 그 운명명을 감당할 수 있을 때가 되면, 그렇게 배운 바 있었지."
그리고서, 그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이러하였다 :
두 명의 공주를 만나니, 어둠의 땅에 빛이 들어오리라.
두 명의 공주, 누구인지 이제는 알 수 있고도 남음이 있었으니, 한 명은 샤하리아에서 만난 '사리 공주',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샤르기아에서 만나게 될 수도 있는 그 공주일 것이었다. 그 두 명의 공주, 모두가 내가 세상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어둠의 땅', 아마도 '검은 섬' 을 향하는 운명과 관련되어 있으리라는 것이었다.
"어둠의 땅은, 검은 섬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노파는 그것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나에게 단순히 그렇게 정의할 필요는 없다고 말을 건네었을 따름이었다. 다만, 두 명의 공주를 깨우는 것은 나의 운명 뿐만이 아니라, 은하계의 운명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 말을 하였다.
"우리가 시간의 저편에 묻힌 것들을 만나는, 그 첫 순간이 되리라는 말이네."
노파의 말에 의하면, 인류라 칭해지는 존재의 운명에 변화가 오는 그 지점에 내가 있다는 것이었다. 은하계의 역사에 기록될만한 하나의 일이 나에게서 시작된다, 그렇게 말하면서 노파는 미세한 감정의 변화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 한편으로는 그것에 대해 흥미를 느낄 수 있었으니,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진 것을 발견하는 일에 관여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발견이란 앎을 추구하는 사람으로서 크나큰 즐거움이다, 사소한 발견도 즐거울 마당에 뭇사람들의 기억에 없는 것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 발견은 나에게 있어서 하나의 큰 업적이 될 수 있을 것임이 분명했고, 이는 어머니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고픈 나를 크게 움직이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발견이 현재 은하계의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생각에 불안하기도 했다. 내가 행여 재앙의 시발점이 되는 것은 아닌가, 이에 대한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던 것이었다. 이에 대한 전망은 나의 운명을 내다본다는 노파조차도 예견할 수 없었을 것이라 그것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았다.
"그 운명의 길을 따라 나아가게, 샤르기아로 가게나."
그런 나에게 노파는 조용히 한 마디 충고의 말을 건네고서, 그에 이어 앞으로 있을 역사의 순간을 마냥 어둡게 바라볼 것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에 이어 말하니,
"잊혀진 존재를 만나는 것은 어둠의 운명은 아닐 것일세. 명심하게, 세상의 모든 운명은 단 하나의 빛을 향하고 있음을 말이야."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