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tiA - Intermission 4-0


  샤르기아(Shargia) 는 이 작은 행성계의 북반구에 자리잡은 8 대 지역 중에서도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으며, 8 대 지역 중에서 가장 추운 지역이다. 1 년 내내 주변 일대가 한기에 감싸인 곳으로서, 이 지역의 경계 즈음에 있으면 순간적으로 갑자기 주변 일대가 추워지는 현상을 체험할 수 있다고 한다. 가마일 산 천문대의 기록에 의하면 한기가 마치 거대한 돔과도 같이 지역을 감싸고 있다고.
  북반구 기준으로 가장 남쪽에 위치한 이 지역이 가장 추운 지역이 되었음에는 태고적 세계를 재구성한 빛의 정령이 이 지역에 한대, 냉대 지역의 기억이 돌아오기를 바랐고, 그 바람에 의해 그 일대가 한기에 감싸이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왜 빛의 정령이 본래 북반구 기준 최북단에 있어야 할 한대 지역의 기억이 남단에 위치한 지역에 머무르도록 하였는지, 그리고 어떻게 샤르기아 일대가 한기에 감싸이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답은 풀리지 않고 있다.

  추운 지역이라지만 지역 내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그 추위에도 위축되지 않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항시 눈으로 덮혀있는 곳이라지만 일부 구역은 계절에 따라 무나일, 가마일 지역 일대 못지 않은 화사한 초지대와 호수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고. 이 화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초지대와 호수가 일대는 샤르기아 일대의 대표적인 자랑거리 중 하나라고 한다.
  샤르기아의 중심 지역은 샤르기아의 높은 산을 감싸고 있는 나무의 밑둥 부근, 만년설 지대에 자리잡고 있는 샤르기스로 샤르기아에서 가장 도시다운 도시로 평가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 때에는 샤르기아 지역의 대명사로 거론되기도 했던 도시이며, 샤르기아의 나무 성지 순례를 위해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어렸을 적에 태고 유적을 탐사하려 하였을 즈음, 샤르기아의 나무로 나아가기 전에 들렀던 곳이 이 샤르기스이다. 탐사 이후로는 굳이 방문할 필요가 없기도 하여 방문 자체를 하지 않고 있었다. 샤르기스 방문은 그 어렸을 때 이후로는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던 것.
  오랜만에 방문한 샤르기스는 확실히 이전 때와 분명히 달라져 있었다. 도시 중심가 일대의 곳곳에 보였던 골목길이 거의 사라지고, 골목길이 상점 거리와 작은 공원 및 놀이터로 바뀌었으며, 상가 건물들 사이로 기나긴 야외 복도가 자리잡은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시가지 중심가의 동쪽에 위치하고 있는 그 건물 사이의 복도는 천장에 빛을 발하는 구슬들이 무수히 꿰인 실로 꾸며져 있었으니, 날이 어두울 때에 빛을 발하면 실로 장관이라고 그 복도에 관한 현지인의 발언이 있었기에 그 발언을 듣고, 그에 대한 기대를 품기도 하였다.

  날이 워낙 추웠기에 어디든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고, 그래서 사전에 입수한 정보대로 시내 중심에 위치한 시청사 부근의 대로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는 통나무집 여관으로 나아갔다.
  굴뚝 아래의 화톳불과 난로의 불길이 열기를 제공하는 그 여관은 샤르기스가 작은 마을이던 시절부터 자리잡고 있던 전통의 찻집 겸 숙박 시설로서, 숙박업은 대를 이어 이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해안 지대 출신의 인물이 건립했다고 하는데, 그 따뜻한 곳을 등지고, 추운 지역에 거주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사실 역시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이다.
  찻집은 1 층에 숙박 시설은 2 층 이후부터 자리잡고 있으며, 일부 구역은 여러 사람들이 같이 숙박할 수 있도록 넓은 공간으로 마련되어 있다. 당연히 숙박관처럼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숙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곳이 숙박비가 더욱 저렴한 편.

  이 날 따라, 찻집에 유난히 사람들이 많았고, 사람들 간의 모임과 대화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서 여관 안쪽의 찻집만큼은 유난한 분주함을 자랑했다. 이 여관의 찻집은 각종 게임판을 제공해 주고 있어서 서로 모여 게임판으로 게임을 즐기는 이들도 있었으니, 어렸을 적에는 이 게임에 참여하려 한 적도 있었지만 근래 들어 게임에 대한 흥미가 떨어져서 게임이 이루어지는 광경만 구경을 할 따름이었다.
  대충 찻집 내부를 둘러보다가 여관의 안내 책상으로 나아갈 무렵, 안내 책상 안쪽에 앉아있던 중년 여성이 나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반가움의 감정을 바로 드러내며 밝은 목소리로 인사하였다.
  "어서 와요, 손님! 기다리고 있었다고요!!!"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반갑게 인사하는 것은 여관 사람들의 대를 잇는 전통 중 하나로서, 선대 여관 가족의 인사말 중에는 보고 싶었다는 말도 있었다고 한다. 인사말 자체는 여관의 전통을 따르고 있는 것이라지만 손님이 오는 것에 대한 반가움을 진심으로 느끼는 경우는 늘 있으며, 특히 중요한 사람, 아름다운 사람이 방문해 오는 것에 대해 여관 가족들은 유난히 반가워했으며, 현 세대의 사람들도 그러한다고.
  "가만 보자...... 혹시 당신께서 가마일 산 천문대 출신의 아르사나 경 아니신지."
  여관의 주인은 이후, 나의 모습을 잠시 보더니, 바로 나의 출신과 이름을 알아차렸음을 밝히는 발언을 하였다. 나는 한 동안 샤르기스를 들른 적이 없었고, 그 당시에는 너무도 어렸기에 나를 알아볼 사람이 있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했고, 더욱이 내가 그 이후로 가마일 산 천문대에 있는 동안에는 샤르기스에 있었던 적이 없었기에 샤르기스 여관의 주인이 건네었던 나의 신분을 바로 알아차리는 발언에 대해서는 절로 의아함을 가지게 되었다.
  "어떻게 제가 누구인지를 알아차리셨는지......"
  이후, 내가 그가 나를 알아보았음에 대해 물음을 건네자, 여관의 주인은 그런 나의 물음에 대한 답으로써 이전에 가마일 산 천문대 출신의 인사가 찾아왔음을 밝히고서 그에 대한 언급을 하였다.
  "세니아라는 가마일 산 천문대 출신이신 분께서 이렇~게 부탁~ 하셨었지요."
  특유의 말투로 답을 하고서, 여관의 주인은 나에게 세니아를 언급하고서, 그가 자신에게 나의 모습을 그린 그림을 보여주고는 그렇게 생긴 사람이 찾아오면 2 층의 204 번 방으로 찾아와 줄 것을 요청한 바 있음을 말했다. 그러나, 그가 세니아가 나의 모습이 어떠한지를 알리면서 이름까지 밝혔는지 여부까지는 말하지 않았다.
  "혹시 세니아라는 이가 제 이름을 말하던가요."
  "그 분께서는 당신의 이름까지 밝히시지는 않았습니다만, 그 모습을 보며, 누구인지는 바로 알아차릴 수는 있겠더군요."
  그리고서 가마일 산 천문대에 대해서는 이미 익히 들은 바 있음을 밝히고서 당시의 인원들은 시대가 낳은 내로라하는 인사들이었던 만큼, 알 만한 사람들은 알지 않겠느냐고 이어 말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당시, 가마일 산 천문대에 있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이름 정도는 들어보았겠네요."
  이에 내가 이렇게 물음을 건네자, 여관의 주인은 바로 반가움 반, 흥미 반의 감정을 드러내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당연하다고 답을 하였다. 그리고 이전에는 소르나(Sorna) 라는 이름의 여성이 찾아온 적도 있음을 밝히고서,
  "그 분께서 말씀하시더군요,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시대가 온다고. 아마도, 미래 시대에 관한 예언이겠지요."
  "......예?" 얼핏 들어도 께름칙한 내용의 발언이었다. 내가 아는 소르나는 미래를 예지하는 능력을 발휘하거나 한 적이 없을 뿐더러, 어둠의 세상이 온다는 발언은 어떤 경우에도 한 적이 없었다. 비슷하게 '그림자의 시대가 와서는 안 된다' 이런 식으로 말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여관의 주인이 그를 만나 그렇게 들었다고 하니, 일단은 그렇게 알아 듣기로 하였다.
  "그렇다면 제가 204 번 방으로 가면 되는 것이지요?"
  방의 명칭도 이상했다. 대개는 204 객실, 혹은 204 호 방이라 칭하고 있을 텐데, 여관의 주인은 마치 감옥의 명칭마냥 204 번 방이라 칭하고 있었다. 그렇게 겸연쩍은 발언이 이어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계속 의심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의심은 거기까지 하기로 하고, 알겠다고 답을 하고서 그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숙박비는 내야 하겠지요?"
  "그 곳에서 숙박을 하신다면, 그렇게 해야 하겠지요."
  지극히 당연한 답변이기는 하였으나, 행여 다른 경우가 있을 것 같아, 혹시나 싶은 생각에 건넨 물음이었다. 역시, 그런 답변은 없었고, 알았다고 답을 하고서 바로 2 층으로 올라갔다.

  204 라 쓰여진 방. 그 방 안에는 사람은 없었다. 세니아가 머물렀다고 하나, 세니아가 가지고 있을만한 물건은 아무것도 없었으니, 아마 방을 나갔거나 아니면 방에 나가 있으면서 소지품들을 모두 들고 나갔던 모양. 그 대신으로 방 안의 한 가운데에 있는 탁자에 쪽지 한 장이 놓여 있었으니, 무슨 내용인가 싶은 생각에 탁자로 다가가서는 그 쪽지를 들었다.




  아르사나에게,

  이 편지가 객실의 탁자에 온전히 놓여있음을 확인하고 펼쳐 봤다면 바로 읽어주었으면 좋겠어.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말든, 일단 여관과 찻집은 평온할 거야, 네가 처음 보았을 그대로. 하지만 여기서만큼은 문제가 있어. 이 여관의 주인이지. 행여 여관의 주인이 이 편지를 발견하지 않기를.
  여관의 주인은 대를 이어 이 여관을 운영해 오는 사람이고, 사람들로부터 명망이 높지. 그래서 나도 이 명망 높은 여관에 머무르며, 앞으로 있을 여행을 준비하고 있었지.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겨났어.
  너도 한 번 들어본 적이 있을 거야, 소르나의 그림자의 시대가 온다는 예언. 너도 알다시피, 소르나는 그런 말을 함부로 입에 담을 사람이 아니야, 애당초 예언 같은 것은 꿈에 담지도 못할 이이기도 하고. 여관의 주인이 정말 소르나로부터 그런 말을 들었다면, 그는 소르나를 사칭하는 그런 사람이겠지. 그리고, 가마일 산 천문대가 명망이 높다고 하지만 이번 세대의 천문대 인사들까지 그렇게 유명하거나 하지는 않을 거야. 만약에 여관 주인이 정말 그렇게 알고 있었다면 필경, 어딘가에서 유래된 거짓 정보를 통해 그렇게 알고 있다고 볼 수 있겠지.
  아르사나, 아무래도 누군가가 가마일 산 천문대에 있던 사람들에 대한 정보, 대략적인 수준이겠지만 아무튼 정보를 흘려서 자기 사람들에게 유포하고 있으며, 여관의 주인은 그들 중 한 명에게 홀려 있을지도 몰라. 아니면, 그들 중 한 명이 되어 있을 수도 있어. 그러하니, 가마일 산 천문대와 관련되어 있는 너는 이 곳에 있으면 위험할 거야.
  나는 지금, 시청 동쪽 근방의 찻집에 있어. 밤을 새는 것도 거기서 할 거야, '베르쉬카(Vershka)' 라 칭해지는 곳인데, 그 곳에서 만나. 남은 이야기는 그 곳에서 하자.

  좋은 여행 보내, 조심하고.

- 세니아.




  세니아가 일부러 짐을 모두 놓아두고 밖으로 나아가서는 돌아오지 않고 있음에 대한 이유를 그렇게 알 수 있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수상한 곳이 되어버린 여관에 물건을 놓아두지 않으려 하였던 것. 여관에는 다음날 아침까지는 머무르기로 되어 있었겠지만 그 상황에서 세니아가 여관으로 돌아갈 생각을 갖고 있을 리는 없었으리라 생각했다.
  나도 세니아처럼 방 안에 가지고 있던 어떤 것도 놓아두지 않으면서 방을 나섰다. 여기에 세니아가 놓아두었던 그 편지를 덤으로 들고 갔다, 편지는 치마의 왼쪽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숙박을 하실 생각이 없으신가 보군요."
  세니아가 잠시 머무르고 있었을 204 방을 나서고, 계단을 통해 다시 1 층으로 내려올 무렵, 안내 책상에서 책을 보고 있던 여관 주인이 나를 보더니, 바로 나에게 특유의 유쾌한 느낌을 주는 목소리를 내며 묻자, 그 물음에 즉시 그를 향해 잠시 돌아서고서는 그에게 이렇게 답을 해 주었다 :
  "예, 암만 서로 친한 사람이 머무르는 곳이라고 하더라도 무작정 같이 지내자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서요."
  암만 친구라 하더라도 지켜야 할 선이 있음을 의미하는 그 답변에 여관의 주인은 이전의 그 유쾌한 느낌의 목소리를 유지하며 나의 답변에 대한 언급을 이어갔다.   "맞습니다, 서로 친한 사이일 수록 더욱 경계를 해야 하는 법."
  그 이후, 자신의 일에 다시 전념하려 하던 여관의 주인은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는지, 내가 여관 겸 찻집의 정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려 하는 순간 물으니, 문을 열려 하자마자 그 목소리가 나의 뒷머리에 닿았다.
  "그런데 혹시...... 돈이..... 아까워서 그러하신 것은 아니겠지요?"
  이전까지의 높은 목소리에서 돈을 말하려 할 즈음부터는 그 목소리가 낮아져서 마치 속삭이는 듯했다. 나는 돈이 아까워서 방에 들어가지 않으려 한 것은 아니었기에 잠시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아니라고만 답을 해 주고서는 바로 여관을 나섰다.

  그리하여 나는 여관을 나선 후에 길을 건너, 시청사 건물 근처로 다가가서는 곧바로 베르쉬카라는 이름을 가지는 그 찻집을 찾아 나서기 시작하였다.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하였으니, 조금만 더 걸어가면 발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세니아가 머무르고 있을 찻집을 찾아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무렵, 내가 왼팔에 차고 있던 팔찌가 빛을 발하기 시작하더니, 바로 그 팔찌에서부터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전부터 들어와서 낯설 수 없었던 목소리, 샤르기아로 가기 전에 나와 헤어졌던 카리나였다. 샤하르에서 샤르기아를 향하는 기차를 타서 샤르기스 역에 도착했을 때까지만 동행하고, 그 이후로는 따로 행동하기로 하여 일단 그와 헤어져서 각자 행동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샤르기스 시가지에서 헤어졌던 카리나에게서 연락이 온 것이었다.
  "카리나로구나, 무슨 일이야?"
  그러자 카리나가 바로 답하였다, 샤르기스 시청 우측 부근의 찻집에 대해 아느냐고 묻고서, 그 곳에 자신이 있음을 밝히고 있었다. 이후, 카리나는 그 찻집의 이름을 밝히니, 세니아의 편지에 언급된 그 '베르쉬카' 였다.
  "그렇다면, 혹시 세니아의 모습을 본 적이 있어?"
  세니아가 편지를 통해 언급한 그 장소에 자신이 있다는 카리나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렇다면 카리나는 세니아와 함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그에게 세니아를 보았는지 여부를 물었다.
  "맞아, 지금 세니아와 같이 있어. 그런데 찻집에 세니아가 있는 줄 어떻게 알지?"
  "그것에 대해서는 오면 이야기 해 줄게, 지금 시청을 지나 그 찻집으로 가려 하고 있어."
  그러자 카리나는 "그래?" 라고 우선 되묻는 목소리를 낸 이후에 기다리고 있겠다고 답을 하고서 바로 찻집의 간판을 찾는 법에 대해 알려주는 말을 나에게 건네면서 통신을 마쳤다.
  "맞다, 그 가게의 간판은 우리가 아는 글자가 아닌 다른 글자를 사용하니까, 그냥 찻집을 찾기는 힘들 거야, 이렇게 찾아 봐, B 다음으로 e, p, w, k, a 비슷하게 생긴 문자가 보이는 간판이 있으면 그 곳이니까, 그 앞으로 와~."
  "알았어~, 그 때 봐." 이후, 통신이 종료되자마자 나의 바로 앞으로 내가 생각했던 바, 그리고 카리나가 언급했던 바대로의 글자들이 건물 2 층 부분의 벽면 한 곳에 자리잡은 하얀 간판에 쓰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Bepwka

  대략 이렇게 생겼을 것이다. 그 글자를 읽으면 'Vershka(베르쉬카)' 가 된다-Bershka 가 아니다-. 들은 바에 의하면, 이 샤르기아 지역은 행성의 옛 빙한 지대 문화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곳으로서, 그 일대에서 통용되었다는 문자들 역시 전승되고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 길 건너편에서 보았던 글자들은 그 빙한 지대에 남은 문자로 구성되어 있었을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베르쉬카에서 세니아는 물론, 카리나 역시 만나게 되었다. 어떻게 카리나가 베르쉬카라 칭해지는 찻집에서 세니아와 만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짐작만 할 수 있을 따름이기는 했으나, 카리나 역시 샤하리아에 이르러서 나를 만나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그 찻집을 찾아갔을 것이라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간판을 보자마자 나는 길을 지나, 샤르기스 시청의 건너편에 위치한 그 찻집의 정문에 도달하였다.

  샤르기스 중심가에서 가장 큰 찻집으로 통하는 베르쉬카 찻집. 그 찻집에서는 여느 찻집들이 그러하듯이, 사람들이 혼자 혹은 몇 명씩 각자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대화를 주고 받거나 게임판으로 게임에 열중하는 광경이 보이고 있었다. 한 가운데의 탁자에 두 사람이 둘러 앉아 샤흐(Shakh) 를 즐기는 광경이 가게의 정문을 지나치려 하는 나의 눈앞에 바로 보였다.
  찻집에 머무르면서 샤흐를 즐기는 사람들은 대개는 재미삼아 즐기고는 한다만, 간혹 정말 경기를 펼치는 듯이 진지하게 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몇 있었다. 이런 사람들 곁에 있으면 마냥 즐겁게 경기 구경을 하기 어렵고, 마치 내가 경기를 하고 있는 것과 같은 긴장에 빠지게 된다. 그 찻집에서 보였던 샤흐 게임은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에 준한다고 볼 수는 있어 보였다.
  카리나 그리고 세니아를 만나기 위해 왔다고 한다만, 막상 찻집 안에 있다보니, 샤흐 경기 구경에 정신이 팔려, 그들을 찾을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들을 만나야 할 필요가 있음을 다시 상기할 수 있었는데, 어찌하다가 그 생각을 다시 할 수 있었음에 대해서는 지금도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편이다.
  카리나와 세니아는 의외로 멀지 않은 곳에 있었으니-그 곳에서 멀다면 얼마나 멀겠느냐만은-, 샤흐 게임이 진행되고 있던 그 왼편의 그리 멀지 않은 데에 서로 마주보며 앉아서 각자의 찻잔을 앞에 두며 무언가에 관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얼마나 진지한 이야기였는지, 그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주변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고 있을 지경이었다.
  문을 마주보는 방향에 앉은 이, 보라색 긴 머리카락 위에 하얀 리본, 가장자리에 붉은 무늬가 그려진 리본을 달고 있으며, 하얀 상의와 하얀 치마-이들 역시 치맛단과 소매의 가장자리에 붉은 선형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붉은 허리띠로 구성된 복장을 갖춘 이가 있으니, 그가 바로 세니아, '세니아 알라라 티엘리스(Senia Alara Tielis)' 였다. 그리고 그 건너편, 문을 등지는 방향에 앉은 이, 감빛 긴 머리카락과 하얀 민소매 옷, 엷은 푸른색을 띠는 긴 치마, 그리고 하얀색을 띠며 허벅지 높이까지 내려가는 하얀 겉치마와 엷은 푸른색 케이프를 걸친 이가 카리나, '카리나 티리네(Carina(Karina) Tyrine)' 이다.

  그들이 근처로 다가가서 무슨 주제로 대화를 하는지, 그것에 대해 들어보기로 하였다. 마주 앉은 그들은 샤르기스에 위치하고 있는 통나무 집 여관의 주인에 대한 이야기였다. 세니아가 언급하기를, 그는 여관에 자리만 마련해 두고, 사실상 떠난 이후로 샤르기스의 시장을 오가는 사람들과 상인들에게 통나무집 여관 주인의 근황에 대한 소문을 모아보려 하였다고 한다.
  이후, 세니아가 했던 말에 의하면, 그는 시청 서쪽 부근의 시장에서 여관 주인에 대한 상당히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들려왔다고 하며, 그에 대한 나쁜 소문들이 공공연한 수준까지는 아니지만-공공연히 퍼져 있었다면 장사를 할 수 없었을 것이었다- 은연중에 퍼져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중 몇 가지는 이미 나도 겪어본 바 있었다. 하지만 은하계에서 보기 힘든 문자를 쓰고 다닌다는 말은 거기서 처음 들은 사항이었다.

  어느 것이든 간에, 심상치 않은 징조로 간주되고 있었다. 지난 1 개월 전만 하더라도 전혀 보이지 않았던 면모였다고 한다, 언제나 유쾌하고 순수한 사람이었고, 언행 등이 늘 올바른 사람이었다고 평가를 받았던 사람이 순식간에 돌변했다고.
  "그 한 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거야......"
  이에 카리나가 건너편에 앉은 세니아의 말을 듣자마자 놀라면서 물었지만, 세니아도 딱히 아는 바가 있을 리 없었던 만큼, 그 말에 대해 뭐라 대답을 하거나 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다만, 자신도 소문을 들었을 뿐으로 그것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거나 할 수는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 따름이었다. 그리고서 세니아는 바로 그간 들은 소문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확실한 것은 세간의 평가에 의하면 그 주인은 그런 이상한 사상에 심취할만한 인간은 아니라는 거야, 그래서 그 한 달 간, 여관 주인의 의지가 모종의 원인에 의해 비틀어졌을 것임이 틀림 없다고 여기어지고 있대."
  "그렇구나......" 그 이야기를 들으며, 카리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한창 대화를 주고 받다가, 카리나는 주변에 기척이 있음을 감지하고서는 바로 주변 일대로 고개를 돌려보다가 근처에서 자신과 세니아를 바라보며 서 있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르사나! 왔었구나, 왜 말을 하지 않았었어!?"
  나를 발견하자마자 카리나는 놀라면서 왔다고 말을 하지 않았느냐고 묻더니, 바로 나를 불러서 자신의 옆자리에 앉도록 하였다. 카리나가 앉은 그 우측에는 빈 의자 하나가 있었으니, 그 의자에 앉도록 한 것. 그리하여 나는 카리나와 더불어 세니아를 마주보며 앉게 되었다.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카리나로부터 들었어, 사리 공주를 만났다면서?"
  내가 오기 전, 카리나는 세니아에게 샤하리아에서 있었던 일을 밝히면서 내가 사리 공주를 만났을 때 있었던 여러 일들에 관한 이야기도 전한 바 있음을 그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그 전까지 나는 사리 공주를 직접 만나거나 한 적이 그 전까지는 없었다. 천문대에 있던 다른 이들 역시 사정은 그리 다르지는 않았다. 다만, 이전에 소르나가 직접 나에게 와서 밝히기를, 내가 포레 느와흐와 처음 대치하였던 사건 무렵에 인근의 호수가에서 물새들이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었으며, 포레 느와흐를 격퇴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던 용사들이 그들과 만나기도 했었다고 한다.
  "그 당시, 너는 무엇을 하고 있었니?"
  "호수가에서 잠들고 있었지, 너무 졸려서 그만......"
  이후, 내가 그 당시의 사건을 언급하며, 그 현장에 내가 있었는데, 몰랐었음을 밝히자 카리나가 물음을 건네었고, 그 물음에 내가 그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답으로써 하자, 세니아가 그 말을 듣자마자 조용히 미소를 띠면서 그 이야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래서 몰랐었구나, 그 당시의 일을......"
  그리고서, 세니아는 그 당시의 전투에 참여했던 이들이 아르사나를 언급했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느냐고 묻자, 나는 그 답으로써 그랬었다고 답을 하고서, 하지만 그들은 나를 부르거나 하지는 않았음을 이어 밝히기도 하였다.
  "그랬었구나, 그 이외에 또 들은 이야기가 있어?"
  "아니, 그것이 전부였어, 그 이후로 소르나는 더 이야기를 해 주지 않았어."
  그 당시에 이 행성계를 찾았던 외행성의 사람들과 그들과 만났던 사리 공주를 비롯한 여인들, 그리고 그들에 의해 내 이름이 언급되기도 했었다는 것. 그 이외에 소르나가 그 당시의 나에 대해 알려준 것은 없었으나, 소르나가 정말 더 알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이야기를 해 주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분명 소르나는 그 때처럼 내가 언젠가 사리 공주와 만날 것이고, 그 때가 되면 굳이 그 무렵의 이야기를 해 주지 않더라도 사리 공주를 비롯한 저주받은 여인들에 대해 자연히 알 수 있을 것이라, 그렇게 생각했으리라.

  이후로, 잠시 동안 포레 느와흐에 대한 악담을 주고 받았지만 당장에 있을 일들과는 딱히 관련되어 있지는 않았고, 그래서 그 이야기를 오래 이어가거나 하지는 않았다. 주제는 바로 샤르기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로 넘어갔다.
  "샤르기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말해줄 수 있어?"
  "딱히 별 다른 일이 없기는 해, 그 여관 주인이 이상해진 것만 제외한다면. 여관 주인에 대해서는 아르사나에게는 편지로 그의 수상한 징조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어서 알고는 있을 것이라 생각해."
  그 이후, 세니아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특유의 눈을 감는 모습을 보이면 생각에 잠겼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면서 그는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르사나는 유적지로 가면 무엇을 기대하고 있어?"
  "샤하리아를 떠나기 전 무렵까지는 특별히 기대하는 바가 있거나 하지는 않았어. 그저, 그 깊은 안쪽, 사람들이 모여 탐사할 때에는 보지 못했을 것들을 보고 싶은 생각 뿐이었지."
  샤르기스 인근의 유적지로 가면서 기대하고 있는 바가 있는지에 관한 물음. 이 물음에 나는 슈라일 인근의 호수가에서 그 노파를 만날 때까지, 샤르기스의 유적지를 들르는 것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러다가, 모종의 계기로 인해, 샤르기스 유적 인근에 무언가가 있음을 알게 되었구나, 그렇지?"
  이후, 그는 자신은 잘 모르는 무언가로 인해 샤르기스 인근의 유적 깊은 곳에 큰 의미를 가질 법한 존재가 있음을 바로 알아차린 듯이 그렇게 물음을 건네었고, 이에 나는 바로 감탄하는 목소리를 내며 우선 이렇게 말을 건네었다.
  "그 말 대로야, 세니아."
  이후, 나는 슈라일 인근의 호수가의 한 곳에 숲길이 있으며, 그 숲길 너머에 작은 오두막이 있으니, 그 오두막에 거주하는 늙은 마녀로부터 그 깊은 안쪽에는 행성에 거주하였을 구 인류의 마지막 후예일 수도 있는 사람이 잠들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음을 밝혔으며, 더 나아가서 그에 대해 늙은 마녀는 잘 알거나 하지는 못했지만 그를 '공주' 로 지칭했음을 언급하기도 하였다.
  "그 할머니께서는 아마도 어딘가에서 전해져 왔을 이야기를 통해 공주가 있다고 믿으셨겠지, 그 곳에."
  "그러할 거야, 틀림 없이."
  그리고서, 세니아가 건네는 물음에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답을 한 이후에 그 실체는 역시 가 봐야 알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반드시 그를 찾아보기로 했음을 이어 밝히기도 하였다.
  "그에 대해서는 나도 한 번 들어봤어. 그 때, 내가 웃으면서 이렇게 그에게 말했었지~."
  이후, 카리나가 이전에 자신에게 내가 그간 들은 바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던 사실을 세니아에게 밝힌 이후에 그 이후, 밝게 웃으면서 세니아에게 자신이 나에게 그러한 말을 한 적이 있음을 이어 알리는 목소리를 내었다.
  "이상하게 아르사나는 공주와 인연을 자주 맺는 것 같다, 라고."
  "그 때, 아르사나는 무슨 반응을 보였었니?"
  그 물음에 나는 그저 웃을 따름이었다고 답을 하고서, 공주들과 인연을 맺는 것도 그렇게 나쁜 경험은 아닐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고 답을 하였다. 그러자 세니아는 차분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건너편에 나란히 앉은 나와 카리나를 바라보면서, 이렇게 물었다 :
  "공주와 함께 한다는 것은 용사에게 있어서 하나의 로망 아니겠어, 그렇지?"
  "그렇지." 그러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물음에 대해 답을 하였고, 이어서 세니아에게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 물음에 세니아는 곧바로 환하게 미소를 띠며,
  "당연하지, 같이 가야 하지 않겠어?"
  라고 화답을 하고서, 자신도 그 공주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음을 밝힌 이후에 행여 공주를 발견하면 자신도 그 모습을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무래도 세니아는 공주의 외견에 대해 무척 기대를 많이 했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런 경우도 있지 않아?"
  그 때, 카리나가 기대감을 크게 품었을 세니아를 보면서 추한 외모의 공주도 있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물었고-그 때, 그 모습이 그야말로 세니아를 비웃는 듯한 그런 표정이었다-, 이에 세니아는 "정말이려나." 라고 묻는데, 그 표정이 어떻게 보더라도 당황했음이 역력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그러한 세니아의 표정을 보자마자 내가 다급히 세니아에게 가 보면 알 것이라고 말하는 것으로써 기대감이라는 열기가 식혀지려는 세니아를 진정시키려 하였다.

  이후, 카리나가 중요 시설에 들어선 이후부터는 정보 열람이 무척 중요해질 것 같다고 말하자, 이전에 비해 확실히 진지해진 목소리를 내며, 세니아가 그러할 것이라고 답을 하였다. 이에 카리나가 그런 세니아에게 다시 한 번 이렇게 물음을 건네려 하였으니,
  "기록 수단부터 글자까지 모든 면에서 우리가 아는 것들은 없을 텐데."
  그 물음에 세니아가 차분히 목소리를 내면서 기록 수단을 열람할 수만 있다면 희망이 없지는 않으리라고 화답을 한 이후에, 곧바로 그 이유를 들어 말하기를,
  "그들의 언어라면 우리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잖아."
  카리나의 말대로였다, 이 행성계의 문명은 은하계를 아울렀다는 고대 문명 제국의 유산을 이어받은 것으로서, 그들의 언어와 문자 역시 충분히 이어받고 있다. 그러한 만큼, 어떤 문자를 사용하고 있는지를 봐야 하겠지만 읽지 못할 것은 없으리라고 이어 전망을 하였다. 다만, 내가 자신에게 말한 바가 있듯이, 그 기록 매체의 해석이 관건이 될 수 있음을 이어 밝혔다.
  "그렇지, 그 기록 매체들에 대해서는 우리도 제대로 알지를 못하니까."
  그리고서 세니아는 미리 자료를 마련해 두었다고 말하고서, 기호 조합과 기호에 대응되는 숫자들, 그리고 숫자들에 대응되는 문자 및 각종 기호 조합 정도이지만 그 정도면 어지간한 기록 매체의 해석은 가능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는 말아달라고 당부하였다. 그러자 카리나가 바로 그에게 어떻게 자료를 마련해 왔느냐고 묻는 말을 건네며, 이어서 그에게 부탁하였다.
  "자료가 있다면 바로 보여줘, 바로 활용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
  이에 세니아는 조용히 미소를 띠더니, 바로 가져왔음을 밝히고서 그에 이어, 책상을 바라보면서 주문을 영창, 그와 함께 그 특유의 붉게 빛나는 원형 마법진이 생성되면서 그 마법진 속에서 유리판이 생성되었다. 그 유리판이 기호 조합이 기록된 판이라는 것. 그 판을 드러내자마자 세니아는 유리판의 하단을 누르자마자 바로 기호 조합이 하늘색, 노란색, 분홍색으로 그려지기 시작하였다. 하늘색이 본래 기호, 그리고 노란색이 대응되는 숫자, 그리고 분홍색은 숫자에 대응되는 기호 혹은 문자였던 모양으로 문자들 대다수가 나를 비롯한 어지간한 이들이 알만한 그런 문자들이었다.
  "정말 이 판이 있으면 되려나."
  이에 세니아는 그저 일단 믿어보라고 기대의 말을 건네었다.

  딱히 사전 준비 같은 것은 하지 않았지만, 준비를 한다고 해서 뭔가 달라지거나 하는 것은 없었을 것이었다, 찻집을 나서자마자 바로 샤르기스 동쪽 인근에 자리잡고 있는 나무의 밑둥 안으로 들어가기로 하였다.
  그 이후, 잠시 화제에서 멀어졌던 그 여관 주인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하게 되었다.

  이미 그의 수상한 행적에 대해서는 3 사람 모두 어느 수준 이상은 인지를 해 두고 있었으며, 그를 좌시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 역시 3 사람 모두 일치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적지 않은 수였던 모양-이 그를 수상히 여기고 있다고 하더라도 직접 드러난 정황은 없으며, 그래서 무턱대고 그를 어찌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하여 당장에 그에 대해 신경을 쓰거나 하지 않기로 하고, 유적 탐사에 집중하기로 하였다. 내가 짐작한 대로라면 그 유적 탐사가 여관 주인의 수상한 행적과 반드시 연관이 있으리라 여기어진 바가 있었기도 하다.

  샤르기스 동쪽 근방에 위치하고 있다는 유적의 내부 조사는 저녁 그리고 한밤중에 이루어지겠지만 밤샘까지는 각오를 해 둔 상태였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만큼, 찻집에서 잠깐 동안 잠들어 있기로 했다.
  "찻집에 1 시간 이상 머무를 수는 있는 것이지?"
  "그 정도는 괜찮을 거야." 의사 결정을 마치고서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세니아가 편안히 목소리를 내며 답을 하였다. 그 이후로 1 시간은 아니라도, 조금 엎드려서 잤다만, 그것에 대해 뭐라하는 이는 다행히도 없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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