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tiA - 4-1. Frozen Realms : 1


  빙한 지대로도 알려진 샤르기아(Shargia) 최대의 인구 밀집 지역이자 지역 중심 도시로 자리잡고 있는 샤르기스(Shargis) 는 지역 내에서도 가장 도시 다운 도시로 여기어지고 있기도 하다. 지역 내에서도 인적 교류가 활발한 곳이기도 하다. 이 도시는 그와 더불어 샤르기아 일대의 낮밤을 관장하는 빛이 자리잡은 거대한 고목의 한 뿌리 부근에 위치한 곳으로서, 그 뿌리 아래에 자리잡고 있는 고대 유적과도 관련성이 높은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샤르기스는 여러모로 샤르기아를 대표하는 도시가 되어 있다.
  예의 나무 뿌리는 샤르기스의 시가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걸어서 35 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기준점은 샤르기스 중심가-에 위치한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빛을 비추는 나무의 뿌리, 샤르기아 인의 발상지' 라는 의미를 가지는 문장이 새겨진-공용 문자가 아닌 키릴라(Kirila) 문자로 새겨져 있다- 비석이 위치하고 있음을 통해 그 나무 뿌리가 위치한 일대를 중심으로 샤르기스가 발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곳에 고대 유적까지 숨겨져 있다고 하니, 그 나무 뿌리는 샤르기스 사람들에게 있어서 보통 특별한 의미를 가진 존재는 아닐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다만, 샤르기스의 고대 유적은 처음부터 주목 받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이, 내가 참여했던 그 유적 탐사가 있기 전까지는 샤르기아 인들은 유적의 존재에 대한 인지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유적의 존재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었으며, 그 논란조차 샤르기아 인들에게는 관심 밖이었다.
  내가 참여했던 탐사는 그 논란이 한창 과열될 시점에서 이루어졌다. 다만, 탐사에 참여한 이들은 논란에 직접 관여한 이들은 아니었으며, 학계의 사람들 및 평범한 사람들이 일련의 주장들이 어디까지 사실일지를 증명하기 위해 나선 것이었다. 예의 논란과는 아주 관련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논란의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참여한 것은 아니다.
  탐사의 성과는 후술하게 될 사고가 있기도 하는 등,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았다고 평가를 받았다. 다만, 그 탐사 활동으로 인해 유적의 존재에 관한 논란은 확실히 종식되었으며, 그 이후로 이 행성계에 잠들었을 고대 문명에 대한 연구가 잠시 동안이나마 다시 활발해지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며, 그로 인해 샤하리아 그리고 아니에스 등지의 고대 유적 조사가 진행되어 여러 유물들이 발굴되었고, 유물에서 기록된 문자들을 통해 은하계 일련의 행성들의 문화 생활 양식에 있어 고대인들과의 유사성이 재조명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정작, 샤르기스 인근의 유적지 발굴은 일련의 사고로 인하여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할만도 한 것이, 나중에 알게된 바로 그 사고로 인해 사람들의 샤르기스 인근 유적지에 대한 경계심이 커졌으며, 그래서 샤르기스 유적지의 지하 깊은 곳으로 누군가 가려 하면 사람들이 가지 못하게 말리는 풍조가 그로 인해 생겨났다고 한다.
  실제로 샤르기스 인근 유적의 지하 깊은 곳은 '여행 금지 구역' 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여행을 위해서는 특별한 허가를 받지 않는 한, 몰래 들어가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 당시의 일행은 먼저 샤르기스에 와 있던 세니아가 시청 측에 허가를 구해서 갈 수 있었던 것으로, 이에 관한 뒷 이야기가 있었다. 바로, 그 허가를 저지하려 한 이가 있었다는 것으로서, 다름 아닌 샤르기스의 그 '여관 주인' 이 장본인이었다는 것이었다.

  "자신에게 딱히 해악이 가해지는 것도 아니면서 왜 저지를 했다는 거야."
  "그러게, 분명 무언가 있었다는 것이겠지."
  그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바로 이 일을 두고 여관 주인을 이해할 수 없다는 대화가 오가기도 하였다.

  오래 걸을 필요도 없이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만큼, 그리 오래지 않아 도착할 수 있었다. 그 시각은 18 시, 해질 무렵으로서 시청 측에서는 그 시간 대에만 '여행 금지 구역' 내부 출입을 허가해 줄 수 있다고 하였다, 방문객들의 출입이 이어지는 낮 시간 대에 함부로 금지 구역 내부로 들어가게 할 수는 없었다고.
  무슨 일이 생긴다면 통신을 통해 연락을 하라는 당부의 말과 함께 경비 요원과의 통신 수단을 받은 이후에서야 뿌리 안쪽에 위치하고 있는 유적 내부로 들어설 수 있었다. 아주 어렸을 때, 이후로 근 수십 년에 방문하게 되는 유적 내부였다.



  새하얗게 눈으로 뒤덮혀 있는 바깥 세상에서부터 동굴 안쪽으로 들어서니, 얼음으로 덮힌 내벽, 그리고 그 천장에서부터 솟아난 얼음 고드름들이 또 하나의 겨울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여기에 얼음 폭포까지 자리잡고 있으니, 그 모든 아름다운 광경들이 딱히 유적지 때문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의 마음을 이끌기에 충분해 보였다.
  사람들에게 널리 개방된 관광지가 된 덕분인지, 여러 사람들의 발자국이라든가, 내벽의 다녀갔음을 알리는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수십년 전, 바닥이 얼음으로 뒤덮혀 있어 위험하게 길을 오가야 했던 그 추운 동굴 내부를 떠올릴 수 있었으니, 그 때의 동굴이, 그 당시 내가 걷고 있던 그 동굴이 되었음에 대한 나름의 감상에 잠기기도 했다.
  "그 때의 탐사, 힘들거나 하지 않았어?"
  "그랬었지, 적어도 이 동굴 안쪽에 있을 동안에는."

  동굴의 내부는 상당히 넓었지만 복잡한 길목이 있거나 하지는 않아서 입구 건너편의 끝 가장자리에 자리잡고 있는 문에 도달할 때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도중에 몇 번 얼어붙은 개울이 가로지르는 구역과 마주하게 되었으나, 목제 다리가 개울을 가로질러 이어지고 있어서 그 다리를 통해 쉽게 길을 나아갈 수 있었다.
  문의 우측 내벽에는 안내판이 자리잡고 있으니, 그 안내판을 통해 그 너머가 지하 유적이 자리잡고 있는 구역임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안내판의 글을 읽자마자 바로 앞장서서 문 안으로 들어가려는 나에게 뒤따라 나아가던 세니아가 말했다.
  "출입 금지라 쓰인 표지판을 길을 나아가다 보면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 표지판 너머가 위험 구역이니, 그 너머로 나아가면 조심해야 할 거야."
  "알았어."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바로 알았다고 답을 하고서, 세니아 그리고 카리나와 함께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려 하였다.



  안으로 들어가 계단을 통해 아래 층에 진입하자마자 바로 다른 세상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푸르스름한 흰색을 띠는 밝은 천장의 불빛이 푸른색을 띠는 유리 내벽으로 둘러싸인 통로를 비추고 있었다. 모든 것이 푸른 유리로 이루어진 듯해 보이는 공간은 어린 시절부터 보아왔던 상상 속 이야기들에서 표현해 왔을 우주선의 내부와도 같은 광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유리로 이루어진 내벽을 지나갈 때마다 그 내벽에 비추어진 나를 비롯한 3 사람의 모습이 내벽을 바라보는 나의 눈앞에 아른거리고 있었다.
  그 영롱한 유리 벽면의 좌측, 우측 곳곳에 이전부터 언급되어 온 그 기계 장치들의 모습이 보였다. 기계 장치들은 하나씩 유리 화면을 갖고 있었으니, 그것들은 그 유리판을 통해 자신에 관한 것들을 보여주는 듯한 행동을 취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보였던 것은 좌측의 한 기계 장치로서, 그 기계 장치는 좌측 상단의 한 부분에 검은색을 띠는 유리판이 자리잡은 모습을 보였다. 그 유리판 바로 앞에 접근하자마자 사람의 존재를 인식한 듯이, 유리판의 모습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 이후, 유리판의 검은 바탕에 하얀색을 띠는 글자들이 빠르게 나타나기 시작해 여러 문장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글을 만들어 갔다. 길고 복잡한 문자 집합이 나타났지만 문자 자체는 충분히 읽고 해석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브리태나로 이루어진 글이잖아, 그렇지?"
  문자군을 보자마자 바로 글을 알아본 세니아가 물었고, 이 물음에 그렇게 해석했던 나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써 동감한다는 의사를 전하였다. 그리고서 이 지하 통로의 기반이 되는 지하 동굴의 실태에 관한 글이라고 이어서 그 문구들의 의미에 대한 언급을 하자, 세니아 역시 동감한다는 말을 건네었다. 브리태나라는 언어에 딱히 관심이 없었던 카리나는 잘 알아보지 못하는 듯해 보였다.
  그 때 보았던 문구에 의하면 동굴은 다소 습하며, 지하 열기의 영향으로 강한 열기가 피어오르는 공간이라고 하였으며, 그 열기를 방지하는 일환으로써 상시 냉각 장치의 가동이 필요하며, 냉각 장치를 비롯한 각종 기계 장치들의 운용을 위해 자체 발전기를 사용한다는 언급이 있었다. 진입 구역에서부터 눈과 얼음에 뒤덮혀 얼어버린 현대의 상황과는 전혀 다른 상황을 언급하는 글이었다.
  "지하 깊은 구역은 마그마의 열기가 느껴지고 있으며, 그래서 마그마의 흐름을 고려해 마그마의 통로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어."
  그렇게 글을 읽어가는 동안 세니아가 미리 아랫 부분을 읽고 나서는 그것을 언급했다. 그리고서 세니아는 단순한 지역에 관한 소개문인 것 같다고 유리 화면에 나타난 문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서, 바로 나아가서 다른 기계 장치들의 정보를 열람해 보자고 제안을 하였고, 나 역시 그 화면 내의 문구들을 더 쳐다볼 의향이 있거나 하지는 않았기에 바로 그 기계 장치를 지나쳐 나아갔다.

  관광이 가능한 구역은 위험 요소가 없어서 관광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직 출입 통제 알림판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마음 놓고 길을 나아가고 있었는데, 그 무렵에 의외의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아르사나! 세니아!!! 조심해!!!"
  "무슨 일이야." 한창 외길로 난 복도를 걷고 있을 즈음, 카리나의 조심하라는 말을 듣고, 놀라면서 무슨 일이냐고 묻는 나의 머리 위로 누가 봐도 수상해 보이는 기계 무리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작은 비행기와도 같은 모습을 보이는 푸른색을 띠는 기계들. 날개 바로 아래에 총포를 달고 있는 만큼, 누가 보더라도 이들은 전투 병기들이었다.
  몰려온 무리를 구성하는 비행기들의 수는 10 여 기. 이들은 총포에서부터 푸른 광탄을 발사하며 나를 비롯한 이들을 지나쳐 가려 하였고, 그 광탄이 발사되자마자 일행은 바로 그 자리에서 흩어지는 것으로써 이들의 공세를 피했다. 그 후, 나는 돌아오려 하는 이들을 보자마자 바로 하얀 빛으로 곡선을 그리며 한꺼번에 이들 모두를 격추시켜 갔다. 그 당시의 소요는 그 정도로 간단히 끝났다.
  "이 곳은 안전 구역이라 하지 않았어?"
  "분명 그랬을 텐데...... 무언가 있을 것임은 분명하겠지. 중요한 것은 이대로는 다음 날, 이 곳을 방문할 사람들이 위험할 수 있다는 거야, 병기들이 나타난 그 근원을 찾아야 해!"
  그렇게 말하고서, 세니아는 자신의 붉게 빛을 발하는 검을 들어 우측에서부터 다가오기 시작한 갑주의 형상을 갖추고 있는 인간형 병기를 향해 다가가서 그 병기의 허리 부분을 베어냈다. 그 병기는 이후, 베인 부분에서부터 불꽃이 터져 나오는 모습을 보이며 폭발해 사라져 갔다.
  칼날에 베이고서, 인간형 병기는 절단 부분이 붉게 이글거리는 모습을 보이며 자신이 나타났던 우측 통로의 바닥 한 곳에 쓰러졌다. 그 광경을 보고나서 나는 인간형 병기가 그 통로 너머에서 나타났으리라 여기면서 그 통로 너머를 보려 하였다. 그 통로 너머에는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으나, 느낌 상으로는 아무도 없을 수가 없었다. 분명 다른 병기들이 숨어 있었을 것임이 확실했다.
  "이 너머에 무언가 더 숨어있을 것 같지?"
  "분명 그러할 거야." 이후, 나의 곁으로 카리나가 다가오자마자 바로 카리나를 향해 돌아서서 통로에 관해 물었고, 이 물음에 카리나는 굳이 물을 필요 없다는 듯이 답을 하였다. 그리고 바로 처단해 버리자고 말하고서, 통로 너머에 위치한 방을 향해 뛰쳐 들어가려 하였고,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 역시 그런 그를 따라 들어섰다. 세니아는 주변 일대에 또 병기의 습격이 있을 것을 대비하여 잠시 남아 있기로 하였다.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바로 숨어있던 병기들의 습격이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으나, 넓은 공간 내부에는 그 무엇도 보이지 않았으며, 내벽을 따라 돌며 한 번씩 내벽을 쳐 보기도 하였으나, 무의미한 일이었다. 아닌 것이 아니라, 그 내벽은 무언가를 숨길만한 공간을 마련할 여지 자체가 별로 없었다.
  "그 인간형 병기 하나만 숨어 있었나 봐." 그렇게 잠시 방을 둘러보고서, 병기 하나만 숨어 있었을 것이라 여기며 밖으로 나가려 하였다, 조금 더 세세히 살펴보고 싶었지만 그 일대에 오래 머무르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고 여기었다. 그러면서 밖으로 나가려 할 즈음, 통로 건너편에서 포격 소리 그리고 검격 소리가 잇달아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바로 그 일대를 향해 뛰쳐 나아갔다, 더 말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었다, 홀로 남았던 세니아가 병기들과 교전하면서 나는 소리였다.
  과연 세니아는 자신의 검을 들고 전방의 앞길을 겹겹히 가로막으려 하는 병기 무리와 대치하고 있었다. 그 숫자는 아직 남은 이들 수만 하더라도 수십 여에 이르렀으며, 공중에도 2 ~ 3 종의 비행형 병기들이 보이기도 하였다-그 중 2 종류는 이전의 습격 사건에도 보였던 것이었다- 근방에 병기들이 파괴되어 불타는 흔적이 곳곳에 보이는 것으로써 이미 세니아가 여러 병기들을 파괴한 것으로 보이며, 그럼에도 그렇게 많은 이들이 남아 있었으니, 본래는 30 여에 이르는 다수의 병기들이 들이 닥쳤을 것임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많은 병기들의 습격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니아는 여전히 밀리지 않고 있었지만 상황의 빠른 해결을 위해서는 도움이 필요해 보임은 분명해 보였고, 그래서 나부터 나서 도와주기로 하였으며, 그 일환으로 공중에서 포격을 가하고 있던 비행기 형상을 갖추고 있던 앞쪽 상공의 비행형 병기들을 곡선을 그리는 빛 줄기로 타격을 가하려 하였다.
  이 비행형 병기들은 타격을 받자마자 바로 폭파되어 불꽃을 흩뿌리며 사라져 갔고, 이는 뒤이어 모습을 드러낸 비행형 병기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도중에 비행형 병기들이 바로 앞의 세니아가 아닌 바로 뒤쪽에 있는 나를 향해 기계 포격으로써 연속 타격을 가하려 하였고, 이에 다급히 몸을 움직여 가며, 이 포격을 피하려 하였다, 다행히도 포격으로 인해 다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는 동안 카리나는 오른손에 검, 그리고 왼손에 빛을 발하는 방패를 들며 방패로 세니아가 그간 감당하고 있었을 병기들의 포격을 막아내면서 검격 그리고 칼날에서부터 빛을 뿜어내도록 하여 그 빛으로써 병기들을 공격하기도 하였다. 들이닥치는 짐승 형상의 병기는 방패로 밀쳐내는 것으로써 타격을 가했으며, 그 때마다 병기들이 큰 충격을 받으며 뒤로 내던져지고 부서지는 광경이 보이고 있었다.
  두 사람이 앞장서서 검격으로 병기들을 파괴해 가고, 그러는 동안 후방에서 포격을 가하는 비행형 병기들을 비롯한 각종 병기들을 내가 곡선을 그리는 빛 줄기로 타격을 가해 전방과 후방에서 동시에 병기들을 공격하니, 이러한 협공으로 활동하는 개체의 수들이 계속 줄어, 결국에는 그간의 위협 사태가 진정되었으며, 그 이후로 그 통로에서는 다시 병기가 나타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방금 전에는 통로 우측에서 나타났을 텐데......"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 카리나가 오른손에 칼을 들고 있으면서-방패는 사태가 진정되자 다시 감추었다- 전방의 통로를 바라보며 말을 건넨 이후에 세니아에게 어떻게 병기들이 나타났는지에 대한 설명을 부탁하였다.

  세니아의 설명에 의하면 일련의 병기들은 검붉은 원형 마법진이 통로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그 뒤를 이어 마법진의 흉악한 빛에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어디 숨어 있다가 나타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법에 의해 생성된 마법진에서부터 소환되어 나타난 것들이라고. 그렇다면 이들이 파괴된 이후에 바로 재가 되었다가 그 재조차 얼마 지나지 않아 사멸되어 가는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한 설명도 가능해 보였다.
  "지하라든가, 다른 곳에 있던 병기들이 여기로 마법을 통해 소환되었다는 것이지?"
  "그러하겠지." 이후, 내가 건네는 물음에 세니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하였다. 그러는 동안 일행의 발걸음은 통로를 지나 그 너머에 자리잡고 있는 거대한 공간에 이르렀다. 그 이전에 지나쳐 간 통로와도 같이 푸른 유리에 둘러싸여 있는 공간으로서, 그 넓이는 거대한 건물의 현관 넓이만하였던 그 공간의 네 구석 부근마다 하나씩 기둥이 자리잡고 있었으니, 각 기둥들은 각자의 하부 주변을 의자들이 둘러싸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공간을 둘러싸는 내벽마다 네모난 유리판들이 타일의 배열과도 같이 가지런히 배치되어 있으면서 샤르기아 일대의 당시 모습으로 여기어지는 도시의 시가지를 비롯한 도시 내부의 여러 광경들을 보여주는 유리판 그리고 각종 정보 글들을 게시하는 유리판들이 있었다. 각 판의 하단에는 기계 장치들이 있어서 그 기계 장치를 이용해 판이 보여줄 수 있는 사항에 변경을 가할 수 있어 보였다.
  그 유리판들이 배치된 바닥으로 시선을 향하는 동안, 그런 나의 눈앞으로 나를 비롯한 일행의 모습을 비추는 상이 흐릿하게나마 보이고 있었다. 유리로 이루어진 내벽이 거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기둥의 중단 부분에도 장치가 있었으나, 해당 장치는 유리판의 모습만 보이고 있을 뿐으로, 유리판에는 도시 내부의 지역들 그리고 지역들과 특정 지역 간의 거리 및 특정 교통 수단을 통한 소요 시간을 언급하고 있었으니, 일종의 이정표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장치였음을 유리판 내에 쓰여진 글자들을 통해 대략 알아낼 수 있었다.
  "특별히 대단한 정보라든가 그런 것은 없는 듯해 보여."
  "처음부터 중요한 성격의 정보를 소개하거나 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 공간의 한 가운데 즈음에 이르렀을 무렵, 구석 부근의 기둥들 그리고 내벽의 유리판들을 하나씩 둘러보고 있던 카리나가 우측에 위치한 문, 그 우측 근처에 자리잡은 기둥을 에워싸는 의자들 중 하나에 앉아 있던 세니아에게 다가가서 공간 일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고, 이에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세니아는 자신에게 다가와서 말을 건네는 카리나에게 이러한 시설에서 처음부터 중요한 정보를 마련해 놓고 있을 리는 없다는 의미의 말로써 화답을 하였다.
  넓은 공간 내부에는 적 병기들이 숨어 있을만한 장소는 없었고, 적 병기들이 출몰하거나 하지도 않았다. 여기에 특별히 살펴볼만한 것도 없었던 관계로 일행은 바로 그 공간을 떠나, 그 너머의 문을 향해 나아갔고, 이어서 문 너머로 펼쳐진 넓게 이어진 통로를 둘러보며 정보 거리를 찾아보려 하였다.

  그 공간은 너비만 따지고 보면 이전의 그 공간보다도 더욱 넓었으며, 바닥의 일부가 뚫려 있어서 그 뚫린 너머로 아래 층 공간의 모습이 훤히 드러나고 있기까지 했다. 그 아래 층을 통해 적 병기들이 몰려올 수 있을 수 있는 만큼, 아래 층이 보이는 일대를 지나는 동안 그 일대를 유심히 살피면서 발걸음을 옮기려 하였다.
  "이 일대는 음식점 거리였던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
  "그러고 보니, 그러하네?"
  글자들이라면 전부 알아볼 수 있었기에 주변 일대로 시선을 돌려보기만 하면 길 주변에 무엇이 자리잡고 있는지는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그 넓은 공간, 지하의 작은 세상에는 과거에는 가게였을 것임이 너무도 분명한 시설들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었으니, 각 시설에는 식당, 상점, 찻집, 물품 취급소 등을 의미하는 간판들이 하나씩 자리잡고 있었다.
  "지금은 상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겠지?"
  "당연하지 않겠어." 길을 지나는 동안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세니아가 답을 하였다. 당연할 수밖에 없는 것이, 시설들은 상점의 흔적만 남아 있을 뿐으로, 그 내부는 비어 있는 공간 그 자체였다, 지하에도 이러한 상점 길목이 있었으며, 그 왼편 한 부분에는 서점이었을 법한 거대한 공간이 위치하고 있었다-간판에 '서점' 이라 쓰여 있었으며, 그와 더불어 내부에 책장들이 나란히 비치되어 바로 알 수 있었다-. 그 서점 공간은 내가 처음 발견하였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카리나, 세니아도 발견할 수 있었다.
  상점 구역이었을 그 일대에도 기계 장치는 존재하고 있었으나, 존재하는 기계 장치의 대다수가 가동하지 않고 있어서 장치 내부의 정보를 직접 열람하거나 할 수는 없었다. 내가 기억하는 바로는 그 이후로 기계 장치 다수가 가동하지 않는 채로 발견되었으며, 현재 문명 상에서 그 장치들을 재가동시킬 방법 자체가 없다보니, 정보 열람을 하려면 그 내부의 기록 장치를 캐내어 장치 내부를 조사해 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고, 이는 특별한 허가가 있어야만 가능했으니, 기계 장치를 건드리지 않아야 마땅했다-어차피 기계를 열어보는 것 자체가 일행의 재능 밖 영역이었다-.   일행이 직접 살펴볼 수 없었던 하층 구역에서의 습격을 대비하기 위해 그 일대를 유심히 살피며 하층 구역이 보이는 일대를 지나치려 하였으나, 실제 위협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오고 있었다. 하층 구역이 보이는 일대를 지나, 살고 있을 식물은 물론, 기반 토양마저 이미 사라져서 비어 있게 된 유리 화분들이 자리잡은 구역의 한 부분에 이르는 순간, 우측에 자리잡은 상점 구역에서부터 금속과 금속이 서로 맞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이런 소리가 들려올만한 일은 그 상황에서 하나밖에 없었을 것이었다.

  모두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으며, 그래서 바로 소리가 들려온 우측 일대로 돌아서니, 과연 그런 일행의 눈앞으로 유난히 거대했던 상점 시설 한 구역, 그 내부에서부터 한 무리의 병기들이 뛰쳐 나오기 시작하였다, 이전에 보였던 짐승의 형상을 갖춘 붉은 병기 10 여 기가 앞장서서 뛰쳐 왔고, 그 뒤로 인간, 갑주의 형상을 갖춘 병기들이 따르고, 밖으로 나오지 않은 전차, 포대형 병기들이 포격을 준비하기까지 하였으니, 3 사람을 상대하겠다고 수십 여의 병기들이 일제히 행동을 개시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붉은 병기들은 카리나가 앞장서서 방패로 저지하려 하였다, 빛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방패로써 그 병기들을 밀쳐내려 하였던 것. 병기들은 우선 그 충격을 받아 뒤로 밀쳐지고, 뒤이어 빛의 기운에 의해 몸체가 타들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어둠의 기운에 의해 소환되면서 그 영향을 받아 어둠의 기운을 품게 되었고, 그로 인해 빛의 기운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그렇게 몸체가 타기 시작하면서 병기들은 보다 날뛰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서, 고통에 의한 분노라는 것을 기계 병기들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사악한 영혼의 영향도 받고 있으리라고 그 현상에 대해 여기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세니아가 방패를 든 카리나를 앞질러 나아가면서 자신의 붉게 빛나는 검으로 날뛰려 하는 병기들에게 다가가 카리나의 빛 방패에 돌진해 오는 병기들을 향해 다가가, 하나씩 병기를 베어내려 하였다. 먼저 다가오는 두 병기는 검의 몸체로 머리를 내리쳐 그 머리를 부수었고, 그 뒤를 따라오던 병기의 세니아를 향해 뛰처올라 덮치려 한 공세에 대해서는 허리를 베어 반으로 쪼개는 것으로써 응수하였다.
  그러는 동안 카리나 그리고 세니아를 향해 갑주의 형상을 갖춘 병기들이 오른손에 검을, 그리고 왼손에 총포를 들며 다가오고 있었다. 이에 카리나 역시 오른손에 검을 들며 앞장서기 시작했으며, 나 역시 곡선을 그리는 빛 줄기를 발사하면서 뒤쪽에서 이들을 도우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소형 전차들 역시 전진하기 시작했으며, 포격을 통해 위협을 가하려 하였다. 카리나의 빛 방패가 그 공세를 막아주고는 있었지만 충격이 거셌는지, 포격을 막을 때마다 뒤로 상당히 밀려나는 모습을 보이고는 했다.
  전차 뿐만이 아니라, 인간형 병기들이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할 무렵에 상점 건물 안쪽에 머무르고 있던 포대들 역시 포격을 가하기 시작하였고, 그래서 그 공세를 막아내면서 빛 방패를 유지하려고 카리나가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눈에 보일 지경이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이들은 소형 전차와 포대형 병기들로서, 인간형 병기들과 함께 행동에 나서면서 포격을 행하면서 위협을 가하였던 이들이 본격적으로 앞장서게 되면서 더욱 강한 공세를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이에 내가 뒤쪽으로 돌아서서 뒤쪽에 머무르고 있는 포대들을 제거하기로 하고, 카리나 그리고 세니아가 위치한 그 대열에서 이탈, 그리고 상점 한 곳의 열린 문을 이용해 구역 안으로 들어가, 창문을 통해 구역을 넘어가기를 반복하면서 포대들이 자리잡은 구역으로 나아가려 하였다-각 구역 사이에는 출입문 이외의 문이 없었다-.
  그러는 동안 감빛 기운을 깨워 이를 통해 숨은 무언가가 있는지를 파악하려 하였고, 그 도중에 3 번째 상점 구역의 천장 안쪽에 비행형 병기 다수가 숨어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천장 안쪽에 보라색을 띠는 형상들이 보였다, 어떻게 보더라도 이들은 병기들이었다-. 그 상들을 보자마자 바로 감빛 기운 덩어리를 손에서부터 발사해 그들이 숨은 일대를 폭파시켰고, 이어서 병기들이 마치 거대한 벌레들이 드러나듯, 나타나기 시작하며 공중 일대를 맴돌기 시작하였다.
  지상으로 다가올 때마다 손에서부터 뻗어나온 감빛 칼날로 이들을 베면서 그 장갑을 부수어 폭파시키는 방식으로 병기들을 하나씩 제거하면서 숨은 병기들을 격멸한 이후, 나는 부서진 천장 조각을 감빛 기운으로 끌어올려 천장에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천장을 복구시킨 이후에 다시 빛의 기운을 깨우면서 창문을 통해 4 번째 구역으로 나아갔다.
  포대들이 자리잡고 있는 구역은 5 번째 구역으로서 그 일대에 자신들의 전방으로 포구를 향하고 있는 병기들을 볼 수 있었다. 아직 소형 전차들이 세니아 그리고 카리나를 제압하기 위해 포격을 행하고 있었으며, 포대들은 그러한 전차들을 지원하는 데에 여념이 없었기에 나의 존재를 미처 눈치채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고, 실제로 그들은 나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뒤쪽의 병기들부터 빛으로 생성한 화염을 폭파시키며 공격하려 하였고, 이에 불길에 휩싸인 병기들이 폭발하며 파괴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카리나와 세니아는 자신들이 맡고 있던 소형 전차들을 하나씩 제압해 갔고, 그렇게 양쪽에서 공격을 받아가던 전차와 포대들이 하나씩 제압되면서 위협이 가해지는 상황은 마무리 되고 있었다.

  "소환되면서 병기들에게 혼이 주입되거나 하는 모양인가 봐."
  "그러하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병기들이 괴로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일 리는 없을 거야."
  이후, 병기들이 사멸해 가는 동안 카리나와 세니아가 병기들에 관한 대화를 주고 받는 광경이 보였다. 그 병기들이 어디에서 유래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듯해 보였으나, 병기들의 근원 어딘가에 어둠의 힘과 영혼을 주입하는 이가 있을 것임이 분명하다고 여기고 있었던 모양.

  이후, 세니아로부터 질문이 들어왔다, 어렸을 때에도 이와 같은 병기들의 모습이 보였느냐는 것. 그 질문을 듣자마자 그 어렸을 적 일을 되짚어 보며, 그 때 나타났던 것들의 모습을 되살려 보려 하였다.
  확실히, 그 때 보았던 것들은 그 푸르스름한 형상의 비행기들이 확실했다, 그 비행기들의 습격이 있은 이후로, 더 이상의 탐사는 이루어질 수 없었으니, 당시의 탐험가들 대다수는 무방비 상태였고, 이들의 약한 습격을 어찌할 수 없었음이 그 이유였다. 당시의 나는 마법 수련을 하고 있었지만, 정전기를 일으키거나 불꽃을 날려 보내는 정도라서 이들의 습격에 대한 대응은 시늉조차도 불가능했었던 것으로 기억 난다.
  "그래서, 너도 도망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지?"
  이에, 나는 바로 그렇다고 답을 하고, 이어서 보호를 위한 마법조차 활용할 수 없었으니, 다행히도 부상자에 대한 응급 처치가 가능한 이들이 몇 있어서 부상에 의한 피해는 어느 정도는 막을 수는 있었음을 밝히기도 했다.
  "그랬었지, 만약에 내가 지금처럼 할 수 있다면, 그런 상황은 오지도 않았을 거야."

  그 무렵, 상점 구역이 위치한 길목을 지나, 일행은 그 너머의 지하 광장 구역에 도달하고 있었다. 내가 본 기억에 의하면, 그 광장 구역에 펼쳐진 8 개의 길목-그 중 하나가 일행이 지나온 그 길목으로서, 상점 구역, 그리고 지하 유적의 입구와 이어진 길목이기도 하다-, 그 바로 우측에 보였던 길목 너머는 지하 1, 2 층에 걸친 넓은 구역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우측 뒤쪽에 자리잡고 있는 길은 길게 이어진 상점 미궁 구역과 이어지고 있었다. 우측에 자리잡은 넓은 구역은 내가 어렸을 적, 탐사대와 함께 유적지를 찾았을 때, 거점으로서 활용했던 그 곳이기도 하였다.
  "여기는 본래 상점이라든가, 여가 시설들이 위치한 구역이었다, 였던 것이려나."
  "그랬던 것으로 알아, 중요 시설을 그 아래에 마련해 두었다는 것인데......."
  8 개의 길목과 이어지고 있는 광장 구역에 이르러 그 가운데의 기둥과 그 주변에 자리잡은 의자에 이르러, 그 의자에 앉는 그 순간, 나의 우측 곁에 앉으면서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바로 그렇게 답을 하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세니아는 그 구역의 가장자리 일대를 걷고 있었다, 걸으면서 길목 너머를 하나씩 살펴보려 하고 있었던 모양. 그러면서 그는 검을 손에 쥐고 있었으며, 그와 더불어 그 칼날에 불 기운이 붉게 이글거리고 있었으니, 어느 곳에 머무르고 있든 결코 안심할 수 없었음이 그 이유였을 것이었다.
  "휴식이 끝났다면, 다가와서 알려 줘, 나는 그 동안 이렇게 돌고 있을 테니까."
  그러면서 세니아는 쉬지 않고, 통로 일대를 돌며, 습격해 오는 이들을 자기 혼자서 막아낼 것이라 말하고서, 이어서 다가오는 이들은 정찰을 위해 오는 이들인 만큼, 수도 많지 않고, 기세도 강하지 않을 것인 만큼, 그들이 온다면 혼자서도 능히 처치할 수 있을 것이라 말을 전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한 동안 세니아가 주변 일대를 감시하고 있는 동안, 나는 카리나와 함께 공간 한 가운데의 기둥을 둘러싸고 있는 의자에 앉아서 편안히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기계 병기의 습격 가능성을 늘 대비하고 있었지만, 다행히도 기계 병기들의 출몰은 일어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시선을 날카로이하고, 특히 바로 앞의 넓은 공간과 우측의 미로처럼 펼쳐진 통로를 유심히 살피던 세니아 역시 병기들의 출몰이 계속 없자, 마음을 놓았는지, 그 시선이 점차 무뎌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역시, 아무도 없으려나."
  이후, 카리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세니아에게 다가갔고, 그러면서 그에게 말을 건네었다.
  그 무렵, 세니아는 들어온 방향의 건너편, 그 넓은 공간과 이어진 통로 부근에 있다가,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 할 즈음에 카리나가 자신의 곁으로 다가오려 하자, 발걸음을 멈춘 후에, 자신에게 다가온 그를 향해 돌아서고, 그 이후로 잠시 대화가 이어졌다.
  "그렇다면 이 일대에서 병기들의 출몰에 대해서는 당분간 안심해도 괜찮…… 을 것 같으면서도, 역시 안심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기는 해."
  "무슨 생각이라도 든 거야?"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세니아는 자신이 바라보고 있던 그 넓은 공간으로 잠시 시선을 두고 있다가 다시 카리나를 향해 돌아서서 자신의 생각을 말했고, 이에 카리나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에 대해 물어보려 하였다.
  "그들이 마법진에서부터 출몰했었잖아."
  "그랬었지." 이후, 세니아는 카리나가 자신의 물음에 대한 답을 하자마자, 바로 샤르기스 유적지의 어딘가에 '무언가' 가 자리잡고 있어서 의도적으로 일행이 가는 곳마다 기계 병기들을 마법진을 통해 소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음을 밝혔다, 그 전까지는 마법진이 미리 설치된 곳이 있어서 그 곳에서부터 소환되어 공간 일대에 자리잡고 있을 것이라 추측을 하고 있었다고.
  "그러니까, 누군가 우리의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는 말이지?"
  "그러할 수도 있다는 말이야." 이후,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세니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을 하였다. 그 이후, 그는 카리나에게 이제 휴식 끝인지를 물었고, 이에 카리나는 기분 내킨 듯이 그렇다고 답을 하고서, 바로 의자에 계속 앉아 있던 나를 향해 돌아서서 나를 불렀다.
  "휴식 끝! 아르사나, 이제 가자!"
  이에 나는 크게 불만 가지지 않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차피 나도 더 앉아 있을 생각이 없었는데, 마침 잘 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8 개 통로와 이어진 공간의, 진입로 건너편에 자리잡은 장소. 지하 1 층과 2 층에 걸쳐 펼쳐져 있는 그 드넓은 공간, 계단을 통해 층과 층 사이를 잇고 있는 그 공간은 과거에 식당가 구역 그리고 장식품 가게들이 위치하던 곳으로서, 식사 때마다 시설 내부를 찾은 사람들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곳이었다는 설명을 어렸을 적에 당시의 탐사대원이었던 이로부터 들은 기억이 있다.
  그 공간에서 지하 1 층은 공간의 좌측 부분을 차지하는 통로와 그 통로 가장자리에 자리잡은 가게 구역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지하 2 층은 유리 탁자들이 자리잡은 그 넓은 공간의 둘레를 가게 구역이 둘러싸는 형태를 갖추고 있었으며, 지하 1 층 부분의 양 끝 부분에 자리잡은 유리 계단을 통해 지하 1 층과 2 층을 오갈 수 있었다-물론, 카리나라면 지하 1 층에서 2 층으로 뛰어내릴 수도 있어 보이기는 했다-.
  "그 분은 지금 어떻게 지내셔?"
  그 공간의 지하 1 층 좌측에 자리잡은 가게 구역의 한 가운데, 그 외벽 한 곳에 기대어 서 있으면서 그 곳에 대해 나름 아는 바를 이야기 해 주고 있을 무렵, 나에게 내가 언급했던 그 남자에 대해 카리나가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그 탐사가 분의 이름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프레드 바야흐(Fred Bayakh)' 라는 분으로, 당시에도 아저씨이셨으니, 그 때 즈음이라면 이미 머리카락이 희끗해지기 시작하셨을지도 모른다. 딱히, 눈에 띄는 활약을 하셨던 분은 아니었으나, 그 넓은 공간을 정신 없이 오가며 각각의 공간들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었을지에 대해 흥미롭게 설명을 해 주셨던 것만큼은 확연히 기억에 남은 바 있다.
  그 당시, 바야흐를 비롯한 탐험가들 사이에는 유적에 대한 온갖 전설들이 오가고 있었으며, 바야흐 역시 그 전설을 알고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으로서, 나에게도 신나게 그 전설에 대한 설명을 해 주셨던 바 있다, 당시에 어렸던 내가 샤르기스 지하의 유적에 대해 더 깊은 흥미를 갖도록 하기 위한 일이었으리라.
  당시에도 바야흐는 그렇게 유명한 분은 아니셨던 것으로 기억 난다, 그 근황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고 있으며, 당시에 동행했던 분들 중에도 아시는 분들은 극히 드물리라 생각한다. 다만, 하나야스(Khanayas) 가 고향이라 하셨던 만큼, 하나야스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평범한 사람으로서, 조용히 삶을 이어가셨을 것이라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행적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이라면,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여러모로 좋다.

  "하나야스 어딘가에서 평범하게 잘 지내시겠지."
  카리나의 그 질문에 바로 답을 하다가, 주변 일대를 둘러보며 세니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바로 지하 1 층 통로의 난간 쪽으로 다가가서, 난간을 두 손으로 잡으며, 그 아래를 바라보려 하니, 세니아가 바닥에 배열된 유리 탁자들 사이를 오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여전히 그의 칼날은 붉은 기운이 이글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경계의 목적으로 돌아다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내가 그 모습을 관찰하고 있는 동안 카리나 역시 그 모습을 보고 있었으며, 그러면서 바로 지하 2 층의 바닥을 향해 뛰어 내렸다. 그가 뛰어내린 곳은 근방의 유리 탁자로서, 그 탁자는 이전에 난장이 탐사대원이 뛰어내려 착지한 곳으로서, 그 무거웠던 이가 높은 곳에서 착지해도 무사했을 정도로 튼튼한 탁자였다. 유리로 이루어져 있기는 하나, 그 유리는 수정으로 이루어진 일반적인 유리가 아니었던 것. 그래서였는지, 그 난장이 탐사대원보다 훨씬 가벼웠을 카리나가 착지했을 때에도 소리만 났을 뿐, 탁자 자체는 무사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조용히 먼 앞에 보이는 계단을 향해 다가가서는 그 계단을 통해 지하 2 층으로 걸어서 내려갔다. 그리고서 계단과 가까운 쪽에 위치한 탁자 대열 가장자리, 가게 구역들이 배열된 그 근방에 모인 두 사람을 향해 다가가서 그들의 대화에 합류하려 하였다. 그 일대에 무언가 나쁜 징조가 있었는지에 대한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으리라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을 하며 대화에 끼어들려 하는 순간, 상황이 갑자기 변이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하는 순간, 공중의 곳곳에서 검은 마법진들이 생성되기 시작되더니, 마치 커다란 벌들처럼, 새들처럼 푸른 비행체들이 몰려들어 일행이 서 있는 그 일대를 맴돌기 시작하였다. 그 뿐만이 아니라, 탁자들의 배열과 가게 사이의 통로 곳곳에서 마법진이 생성되면서 그 마법진에서부터 하나씩 인간형 병기들이 손에 하나씩 파랗게 빛나는 칼날을 오른 장갑에 끼운 채로 일행이 위치한 곳으로 돌진해 오기도 하였으며, 그들의 빠른 움직임으로 인해 그 무리를 먼저 상대할 필요가 생겼다.
  일행이 자리잡은 그 앞뒤 방향에서부터 맹렬히 뛰어오는 갑주형 병기들을 보자마자 카리나가 그들 중에서 상점 구역 좌측에서부터 다가오는 이들의 공세를 막아내고자 왼손에서부터 빛을 방출해, 그 빛으로 방패를 만들었고, 그와 더불어 세니아가 그 반대편에서부터 칼날을 들고, 다가오는 병기들의 공세에 대응하기 시작하였다. 방패를 든 카리나와 달리, 세니아는 여러 방향에서부터 다가오는 공세에 적극 방어를 할 수 없었고, 나 역시 그들의 공세에 대응해 나아가야만 했다.
  아니나 다를까, 나를 향해 돌진해 오는 인간형 병기들이 있으니, 세니아가 위치한 그 일대를 지나, 내가 위치한 곳으로 달려들더니, 오른팔을 들어 칼날을 나를 향해 내밀기 시작하였다.
  뛰어들다시피하며 칼날을 내밀었다지만 날 길이는 내가 만들 수 있는 칼날 쪽이 더 길었다. 왼 주먹을 쥐며 맞돌진을 하면서 감빛 칼날을 왼손에서부터 내밀었고, 그와 동시에 손에서부터 칼날이 뻗어나와 병기의 갑판을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그 쪽의 빛을 뿜어내는 칼날의 기세가 위협적이기는 하였으나, 이쪽이 더 길어서 먼저 갑주를 찔렀던 것.
  칼날이 갑주를 찔러 관통하면서 손톱과도 같은 그 칼날을 통해 금속이 칼날을 짓누르는 느낌이 전해지고 있었다. 칼날에 의해 궤뚫려 힘을 잃은 병기의 몸체를 시계 방향으로 휘두르고 이어서 바로 뒤쪽에서부터 다가오는 인간형 병기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면서 반대 방향으로 칼날이 생성된 팔을 있는 힘껏 휘둘러 칼날에서 병기의 몸체를 빼냈다.
  병기의 몸체는 나의 전방을 향해 날아갔고,  이어서 뒤따라 오는 병기의 몸체에 부딪치더니, 그 충격으로 다가오던 병기가 쓰러져, 병기의 몸체에 깔리는 광경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송곳 형태의 포탄들이 여러 방향에서부터 날아오는 것을 칼날로 막아낸 이후에 오른손에서도 감빛 칼날을 내밀어 그 칼날로 바로 앞에 보이는 병기의 갑주를 찔러서 관통, 이어서 그 갑주의 몸체를 반대편의 병기를 향해 내던졌다.
  그 이후, 나는 전방의 병기를 향해 다가가면서 빛의 기운을 감빛의 기운을 대신해 일으키고, 그와 동시에 오른손에서부터 검을 생성해, 그 빛을 발하는 칼날로써 병기의 목을 베려 하였다. 목이 잘린 이후에도 병기는 계속 움직이면서 나를 공격하려 하였고, 이에 나는 병기를 왼발로 차는 것으로써 밀어낸 이후에 왼손에서부터 하얀 구체를 발사해 폭파시키고, 이어서 그 자리에 수정 칼날을 발사해 그 칼날이 흉부에 꽂히도록 하였다.
  폭발과 함께 갑주가 부서졌을 것이라 믿고, 마구 내다 꽂은 것이었으나, 예측이 그야말로 유효해서 제대로 꽂힌 모습을 볼 수 있었으니, 그 일격 이후, 병기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그렇게 정신 없이 지상의 병기들과 맞서는 동안 공중에서부터 검은 구체들이 낙하하며 폭발하고 있었다, 상공에서 맴돌고 있던 푸른 비행기들이 발사한 폭탄들이 낙하해서 지면에 폭발을 일으키고 있었던 것. 다행히도 폭발 자체는 아주 크지는 않았고, 정말 위력이 아주 크지 않았는지, 유리 바닥에 금 하나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여태껏 일으킨 충격이 유리에 더 큰 충격을 가하고 있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었다만, 유리는 그 충격에도 피해가 없었음을 생각해 보면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을 것이라 충분히 여길 수 있었다.
  그 이후,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선 병기들도 하나씩 제압하고서, 공중의 병기들을 노리며 하얀 광선들을 발사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여기저기서 붉은 불덩어리들이 빠른 간격을 두며, 하나 둘씩 날아가기 시작하였으니, 카리나, 그리고 세니아 역시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던 모양.
  그러는 동안 반대편에서는 이미 병기들이 제압되고, 카리나가 방패를 통해 공중의 폭격을 막아내려 하면서 화살을 전방의 상공 일대를 향해 하나씩 발사하면서 병기를 격추시키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조준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고, 자주 빗나가고는 했다.
  다수의 병기들이 몰려오고 있었지만 그 공세는 그렇게 위협적이지는 않았고, 결국 3 사람이 일제히 나서면서 모두 제압할 수 있었다. 그 이후로 지상의 마법진에서부터 개 형상의 병기들이 뛰어들기도 했지만 나와 대치하는 쪽에서는 그들의 돌진이 일행이 위치한 그 근방에 이르기 전에 광선과 화염구 등으로 제압되어 하나둘씩 파괴되는 것으로써 마무리되었다. 카리나 역시 방패로 돌진하는 그들을 밀쳐내 쓰러뜨리고, 검으로 이들을 하나씩 찔러 파괴하는 것으로써 마무리하였다. 꽤 시간이 지난 듯해 보였으나, 의외로 지난 시간은 그렇게 길지는 않았다고,
  마법진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나와 카리나는 상황의 종료를 확신할 수 있었다.



  "과연, 누군가가 우리가 가는 곳에 마법진을 생성하고 있는 것 같아."
  상황이 정리되고, 병기들의 잔해가 사멸되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카리나가 그 근방에 서 있던 세니아를 향해 말했고, 그러는 동안 자신의 검을 다시 칼집에 꽂아 넣고 있던 세니아가 그 말에 대해 정말 그러하리라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말하였다. 그리고서,   "확실하네, 위협은 어디로 가든 있고, 어디에 있더라도 없어."
  라고 말한 이후에 특정한 구역에 병기들 혹은 병기들을 소환하는 마법진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그러하지 않음을 알게 된 이상, 그것에 대해 신경을 쓸 필요는 일단 없어졌음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한편으로 어떻게 병기들이 나타날지 알 수 없게 된 만큼, 어디에 있더라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게 되었다고 앞으로의 상황에 대한 전망을 언급하기도. 그러한 그의 말에 세니아를 향해 다가가면서 카리나가 물었다.
  "그렇다면, 굳이 적의 공세를 피하기 위해 특정한 거점에 가야 할 필요 같은 것은 없다는 말이잖아, 그렇지?"
  "그렇지, 내 말이." 이에 세니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을 하였고, 이에 카리나는 내가 두 사람의 곁으로 다가가려 할 즈음에 그를 향해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을 보이던 세니아에게 제안의 말을 건네려 하였다.
  "어서 지하의 금지된 구역으로 가 봐야 하지 않아? 그 위협의 근원을 제거하는 것만이 상황을 보다 나아지게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
  세니아는 그 이야기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었으나, 그 의견을 받아들이려 하는 듯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에게는 무언가 다른 생각이 있어 보였다.
  "어디로 가든, 어디서 무엇을 하든, 병기들의 습격을 피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딱히 우리에게 불이익이 크게 가해지거나 하지는 않을 거야, 습격이 가해질 때마다 그 때와 같이 해 보면 되는 것이지. 그 때, 그리고 그 전 때 이상으로 위협적인 공세가 이루어지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고, 같은 자리에서 나타나는 그 정도의 병기들이라면 충분히 격멸할 수 있잖아."
  세니아의 생각은 그러하였다,  평소대로 행동하되, 다만, 공세가 있을 때마다 그 때처럼 바로 격멸해 버리자는 것. 그러하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이어지는 습격의 실패로 인한 병기의 낭비를 어리석게 반복하지 않으리라는 것이었다, 적어도 같은 자리에 있는 이들을 반복해서 습격하는 일은 없으리라는 것. 그 생각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마자 카리나가 자신 그리고 세니아에게 다가온 나에게 물었다.
  "아르사나, 너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세니아의 생각에 어느 정도는 동의하고 있었다, 그간 가해진 병기들의 공세 수준을 생각해 보자면, 평소대로 전투를 염두해 두며, 행동함에 결코 문제가 있을 리는 없을 것이었다. 다만, 이어지는 습격의 실패로 인한 병기의 낭비에 대해 '그 존재' 가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는 없었으니, 사악한 사고를 가진 이들 중에는 이성 단계에서부터 뒤틀려서, 정상적인 사고로는 납득할 수 없는 행위를 '이성적' 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 원흉이라는 존재가 그런 이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세니아의 말이 어느 정도 일리는 있어, 그 원흉 격인 존재가 어떤 생각을 갖고, 행동을 이어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세니아의 생각에 크게 동의하지는 못하지만, 앞 일이 그 생각대로 이루어질 것임은 분명하지. 일단은 평소대로 행동하자, 하지만 그 원흉 격인 존재에 다가갈 수록, 공세가 더 심해질 수 있는 가능성은 염두해 두었으면 좋겠어."
  그리하여 나는 카리나의 질문에 그렇게 답을 하고서, 일단은 그 구역에 머무르도록 해 보자고 청했다, 다른 이들이 동의할 이유가 있지는 않았지만 내가 그렇게 하기를 원했음이 그 이유였다.

  "어린 시절에 왔을 때, 사람들이 이 곳을 근거지로 두고 있었다고?"
  "그랬었어, 가장 넓은 곳이었고, 곳곳에 탁자가 있어서, 모여 앉거나, 같이 식사를 할 때에 좋았지."
  이후, 가게 구역 바로 앞의 식탁들 중 하나 근방의 의자에 앉아서 그 때처럼 잠시 그 곳에서 머물러 쉬고 싶었음을 밝히자, 세니아가 그런 나의 좌측 곁으로 다가가서 물었고, 그 물음에 그렇게 답을 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급할 일 없으니, 잠시 쉬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 받는 시간이라도 보내자고 제안을 하였는데, 이러한 제안에 세니아, 카리나 모두 동의하였다. 다만, 앉는 자리는 변하였으니, 세니아의 제안대로, 일행은 공간 한 가운데에 위치한 탁자로 앉을 자리를 옮겨서, 그 자리에 모여 앉게 되었다. 나는 계단 좌측, 그리고 세니아와 카리나는 그 건너편, 즉, 계단 우측 방향에 위치한 의자에 앉았으니, 세니아가 나와 마주보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이후로 탐사단원이었던 분들의 근황에 대해 너는 얼마나 알고 있어?"
  질문을 하면서 세니아는 딱히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던 모양으로, 혹시나 나에게 아는 바 있는지가 궁금했던 모양. 이런 세니아가 나에게 질문을 하자, 그런 나를 대신해 카리나가 바로 옆에 앉은 세니아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답을 해 주었다.
  "붉은 바위의 산에서 한 분을 만난 적이 있어."
  그리고서, 스카즈(Skaz) 라는 이였음을 밝히고서, 당시에는 붉은 바위의 산에 자리잡은 아로테스베르크(Arotesberg) 광산촌에서 광산 관리인으로서 일하고 있었음을 밝힌 이후에 그를 보자마자 바로 알아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의 지인으로서, 근방의 마을인 카즈 라(Kaz Ra) 에서 은거의 삶을 이어갔던 전직 예능인 벤자드(Benzad) 라는 이 역시 만났었음을 밝히기도 하였다.
  세니아는 벤자드라는 예능인에 대해서는 딱히 관심을 갖거나 하지는 않았던 모양으로, 아로테스베르크 사람, 스카즈에 대해서만 물음을 건네려 하고 있었으니, 다시 유적지로 나아갈 생각이 있었느냐는 것이었다, 정황 상, 나는 그에게 같이 유적지로 갈 생각이 있느냐고 묻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그러자 카리나가 이번에도 나를 대신해서 답을 해 주었다.
  "이제는 과거에 있었던 일 정도로 여기시는 듯해 보였어, 일상을 보내느라 워낙 바쁘셔서 가고 싶다고 하더라도, 갈 수 없다고 말씀하셨을 것 같아."
  "그랬구나." 이 말을 듣고, 세니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서, 카리나로부터 들은 그 집에서는 다수의 오래된 음악판들이 있었다는 이야기에 바로 흥미를 느끼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언젠가 그 집에 자신을 초대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아르사나, 부탁해." 이에 카리나는 나에게 세니아를 카즈 라에 있는 그 집으로 초청해 줄 것을 권하였다. 그 말에 대해서는 다소 난감했던 것이, 카즈 라에 있는 그 집의 소재지를 그 시점에서 이미 잊어버렸음이 그 이유였다. 아마도 다시 그 마을을 찾았을 때, 세니아에게 그 집을 소개하려면 아마도 나는 벤자드라는 이의 은거지를 아는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청해야 할 것임이 틀림 없었다.
  달리 할 일이라고는 없었던 만큼-굳이 할 일이 무엇이냐 말한다면, 이러한 것이 있었을 것이다, 자는 것-, 바로 일어나서 다른 구역으로 가 보려 하였다. 여기서 세니아는 지하 2 층의 그 구역을 조금 더 둘러보기로 하였고, 나는 상점 구역의 다른 근방으로 가 보기로 하였다. 그 때에는 나 혼자 가기로 하고, 카리나와 세니아가 지하 2 층에 남아 일대를 살피기로 하였던 것이, 지하 2 층의 구역에 숨겨진 통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카리나가 한 바 있었음이 그 이유.

  그렇게 혼자 지하 2 층과 1 층을 향하는 계단 반대편-북쪽 방향-으로 이어진 통로를 따라 상점 구역을 지나간 이후, 여러 기둥들이 나란히 서 있는 하나의 거대한 공간에 이르게 되었다.기둥과 바닥 그리고 벽면의 모든 유리가 마치 수많은 사람들이 오갔을 자신의 옛 시절에서와 같이 여러 형상을 보여주고 있었으니, 벽면의 일부가 그러한 모습을 보여왔던 이전의 공간들과는 사뭇 다른 일면이 있어 보였다.
  '이런 공간의 모습을 사람들이 경이로워 했던 것이겠지.'
  그 누가 보더라도 경이로울 수밖에 없는 공간의 모습. 이러한 감정은 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확실히 공간 전체가 여러 상을 보여주며 변화해 가는 모습을 보며, 감탄이 자연스레 나왔으니, 벽면이 여러 상을 보여주는 것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천장과 바닥까지는 상상하지 못했음이 그 이유였다. 아마도 카리나와 세니아, 아니, 현 시대의 모든 이들 모두 같은 생각을 갖고 있을 것임이 틀림 없었다.
  그 광경을 보며, 그렇게 감탄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게 감탄을 하고 있다가도 그렇게 감탄을 하고 있는 그 와중에 습격이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바로 그 감정이 사그라들고 말았다. 그러면서 주변 일대를 유심히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앞길을 걸어 나아가려 하였다.
  그 공간 너머로 펼쳐지고 있는 또 다른 공간. 그 공간은 팔각형을 이루는 통로들이 여러 층에 걸쳐 펼쳐져 있으면서 하나의 거대한 공동을 에워싸고 있는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공동은 지하 2 층으로서, 바닥에서 초록색 빛을 발하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공간 같지는 않았다. 벽면이나 바닥이 화려한 상의 변화를 보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공동의 초록색 빛이 푸른 유리로 이루어진 벽면과 바닥에 닿으며, 특유의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공간은 아래로 더 나아갈 수 있지는 않아 보였으나, 그 대신으로 수많은 층계가 위를 향해 뻗어가고 있었으니, 그 끝은 어디인지 당장에 가늠할 수는 없어 보였으나, 아마도 산의 상당히 높은 어딘가였을 것임은 틀림 없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여기는 가 본 적이 없네.'
  그 일대는 어렸을 적에는 가 본 적이 없었다, 그 당시, 나는 중간 집결지였던 그 지하 2 층의 넓은 공간을 나선 이후로는 다시 8 방향으로 길이 이어진 공간으로 돌아가서는 다른 방향의 길목을 어른들을 따라 나섰기 때문이었다. 그 일대를 둘러본 이들도 있었겠지만 그 습격 이후로는 안전 상의 이유로 떠나가 버렸기에 이 곳에 대한 탐사에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싶기도 했다.
  그 일대에 이르자마자 나는 위층을 향하는 계단을 찾아 그 계단을 통해 통로의 위층을 향해 나아가려 하였으니, 그렇게 몇 층을 올라가려 하였다. 그렇게 계속 계단을 오르다 보면, 가장 높은 구역에 이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가만 생각해 보니, 다른 이들도 와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4 번째 층계에 이르는 동안, 나는 여전히 지하 2 층에서 탐사를 이어가고 있을 두 사람이 생각났고, 그러면서 두 사람에게 그 층계의 존재를 알리려 하는 그 순간,
  '역시, 막혀 있네, 그냥은 올라갈 수는 없겠어.'   아니나 다를까, 4 번째 층계의 끝, 그 양쪽 가장자리에 박힌 기둥 사이로 푸르스름한 빛을 발하는 번개들이 울타리를 이루고 있었으니, 지나가지 말라는 의미로 설치해 둔 장치였을 것임이 틀림 없었다. 혹시나 싶어, 다른 방향의 층계로 나아가려 했으나, 그 쪽 역시 같은 형태의 울타리가 있어서 지나갈 수 없었다. 비행을 한다면 올라갈 수는 있겠지만, 이 정도로 해 두었다면, 분명 그것에 관한 장치도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고, 그러면서 올라갔던 계단을 따라 다시 본래 머무르고 있던 지하 1 층으로 내려가려 하였다.
  그 순간, 공중에서부터 검은 마법진들이 생성되기 시작하더니, 각각의 마법진에서부터 비행체들이 생성되기 시작하였다. 형태 자체는 이전에도 보였던 그 작은 비행기들이었으나, 몸체의 색깔이 검은색이었으며, 어두운 보라색을 띠는 궤적을 그리며 비행하고 있었다. 검보라색 기운에 감싸인 그 비행체들의 모습을 보며, 하얀 빛의 기운을 일으키고서, 그 기운, 그리고 내 손에서부터 하얀 곡선을 방출, 그 곡선으로써 이들을 격추시키려 하였다.
  무슨 의도로 다가왔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하나의 장소에서 병기들이 출몰했다면, 다른 장소 역시 안심할 수는 없겠다고 생각했고, 그러면서 카리나 그리고 세니아가 위치하고 있는 그 일대로 돌아가려 하였다, 나에게 습격이 가해졌다면 필시,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했던 것.
  그러면서 다급히 근방의 그 넓은 구역으로 돌아가려 할 즈음, 그런 나를 C (De) 자 형태로 포위하면서 나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들의 대다수는 인간형 병기로서, 간단한 갑주와 손에 든 병기로 무장하고 있었으며, 갑주가 없는 부분은 뼈와 같은 형상을 이루는 기계 조직을 노출하고 있었다. 마치 해골을 현상케하는 이 병기들의 머리 부분 역시 두개골과 흡사한 형태였겠지만 다행히도 그 흉측한 외형은 투구로 감추어져 있었기에 보이지 않았다.
  가야할 길을 가로막고 있었던 만큼, 길을 열기 위해서는 그들과 맞서야 할 필요가 분명히 있었고, 우선 하얀 빛의 기운으로 새하얀 구체들을 생성해, 그 구체들이 나의 주변을 맴돌도록 하였다-6 개를 생성했다, 그렇게 하면 그 구체 유지를 위해 빛의 기운을 거의 소모해야 했지만 일단 막는 것이 눈앞에 펼쳐진 여러 개체들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이 우선이라 여기었다-.
  그들의 포격은 단순했지만, 그렇게 많은 개체들이 나에게 포격을 집중하고 있었다보니, 닥쳐오는 개체들의 수 자체는 많았다. 다만, 그렇게 빠르지는 않아서 회전하는 구체의 방향 조정을 빡빡하게 할 필요는 없었다. 그들의 포격은 한참 동안 이루어지고 있었고, 그 이후로 잠시 멈추는 시간이 되자, 그 시간 내에 가능한 많은 이들을 처리하기로 하고, 회전하는 구체들이 사라지도록 하였다-마력 확보를 위해서였다-.
  마력 회복을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기에 우선은 앞장 선 개체들을 체술로 처리하기로 하였다. 다만, 체술을 위한 신체적 힘 역시 마력을 들이기에 순수한 체술로는 무리였고, 그래서 일단은 그 여러 층계가 공동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으로 물러났다.

  당시, 나는 3 층 층계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내가 들어온 방향으로 따라 들어와 1 층 통로 일대를 두리번거리는 병기들의 모습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때마침 근방에 나무 상자가 있었고, 그 상자는 무언가로 가득 차 있었기에 마력이 없어도 이들을 이용하면 어떻게든 그들을 처리할 수 있어 보였다. 그 무렵, 마력은 이미 상당 수준 회복되고 있었으며, 그래서 그들을 빛의 기운을 이용해 하나씩 처치하는 정도는 할 수 있어 보였다. 우선 상자에서 무언가를 꺼내, 그 무언가로 병기 하나를 타격해 시선을 끌고, 남은 무리를 빛의 기운으로 처리하기로 하였다.
  그러는 동안 그들이 내가 위치한 그 바로 아래로 다가왔고, 그 모습을 보자마자 상자로 다가가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상자 안에는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 폭탄은 아니었지만 돌 덩어리 하나가 있었다. 그 돌 덩어리 정도면 병기에게 충분히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여기었고, 그러면서 돌 하나를 꺼내, 오른손으로 들어서는 난간으로 다가가 난간 아래를 향해 돌을 던졌다.
  그 돌은 내가 기대했던 대로, 앞서 지나가던 병기의 머리를 타격했지만 그 충격이 병기에게 많은 피해를 가하지는 않았는지, 쓰러지지는 않았다. 위에서 떨어진 돌에 의해 병기 하나가 가격된 모습을 보고, 병기들은 주변 일대를 찾아보려 하였으나, 어리석게도 3 층 난간 위의 나를 발견하거나 하지는 못했던 모양.
  그 광경을 보며, 나는 다시 병기를 향해 돌을 하나씩 던졌다. 그 때와 달리, 이번에는 앞장서고 있던 병기들 뿐만이 아닌 여러 병기들을 대상으로 돌을 하나씩 던졌으며, 그 와중에 충격을 받고 쓰러지는 개체도 있었다. 전반적으로 병기들에 큰 피해가 가해지거나 하지는 않은 듯해 보였으나, 그간의 낙석으로 인해 충격을 받은 병기들이 그 근원을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인해 혼란에 빠져 있었다.
  이러=렇게 병기들이 혼란에 빠지는 듯한 모습을 보고, 본격적으로 빛의 기운을 활용하기 시작, 빛의 기운이 빛으로 거대한 결정 덩어리를 생성해서 병기들을 향해 발사하도록 하였고, 일부 생성된 이후 발사되다 만 것들은 내가 직접 던지기도 하였으며, 돌덩이를 빛의 기운으로 감싸 던지기도 하였다. 그런 식으로 한 번에 5 ~ 6 개씩 결정 덩어리들을 던져서 병기들에게 충격을 가하려 하였다.
  그렇게 거대한 결정 덩어리들이 떨어지는 동안, 병기들은 혼란에 빠진 채로 여기저기를 맴돌다가 타격을 받아가며 하나씩 쓰러져 가거나, 공동 아래로 뛰어내리기도 하였다. 공동 아래로 뛰어든 이들은 공동의 바닥에서 발하는 빛에 열기를 받아 불길에 휩싸이다가 사멸해 가는 모습을 보였다, 기계 몸이 견딜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러할 수 없었던 것. 결정 덩어리를 파괴하려는 이들도 있었지만 잘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빛의 기운이 만들어 내는 거대한 돌 덩어리에 의해 가격당해 부서져 가는 병기들을 보면서 나는 그 근원을 눈치채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오고 있었다, 바보들을 바라보는 기분을 느꼈다고 말할 수 있을는지, 그런 기분이었다는 것.

  그 결정 덩어리 낙하는 모든 병기들이 쓰러지고 나서야 그만두었다. 그 당시 보였던 병기들의 수는 20 에 근접했을 것이다. 그 많은 수의 병기들이 나를 둘러싸려 하였던 것. 그 현장을 목도해 보니, 보통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다급히 계단을 통해 다시 지하 1 층의 공간으로 돌아와 세니아 그리고 카리나가 있을 곳으로 돌아가려 하였다.
  그 이후로 병기들은 다시 보이지 않았고, 그래서 바로 과거의 집결지였던 그 곳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세니아와 카리나가 있던 그 일대 역시 병기들이 다수 침입해 아수라장이 된 상태였다, 다행히도 두 사람이 모두 처단을 해서 상황은 일단락 된 상태. 사라져 가는 잔해들의 양을 대략 둘러보니, 침입해 온 병기들의 수는 20 여 정도는 되었던 것 같다.
  "두 차례 침입이 있었어."
  두 사람의 곁으로 다가오자마자 카리나가 그 당시에 대해 우선 그렇게 말을 건네었다. 그의 발언에 의하면 처음에는 계단 근방에서 마법진이 나타나, 그 마법진에서부터 한 명씩 병기들이 모습을 드러내었고, 이어서 두 사람을 포위하는 듯이 8 개의 마법진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어 각 마법진에서부터 인간형 병기들이 6 기씩 모습을 드러내었다고 한다, 나타날 때마다 병기들을 제압해 가는 식으로 병기들을 처단했다고.
- 한꺼번에 처단할 수는 없었던 것이 모두 모습을 드러낸 상태에서 상대를 했다면 두 사람이서 50 에 가까운 수의 병기들을 상대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이후, 나는 세니아에게 무언가 찾은 바 있는지에 대해 물었고, 이 물음에 세니아는 바로 그렇다고 답을 한 이후에 식당 구역이었을 지하 2 층의 넓은 구역에 길이 있는 것은 아니었음을 밝혔다.

  그 당시에 있었던 일을 떠올려 보자면, 그 때에도 식당 구역에서 무언가를 찾아내거나 하는 움직임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의 탐사대원들은 식당 구역을 중간 거점으로 활용하려 하였을 뿐으로 해당 구역에서 무언가를 해 보려 하지는 않았었다. - 굳이 특이한 행동이 있었다면, 그 차가운 유리 공간 내에서 국수를 끓여먹으려 하는 이들이 있었다는 정도.
  중간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공간이라는 것 이외에 딱히 의미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서, 일행은 바로 해당 구역을 떠나기로 하고, 다른 구역들을 살펴보기로 하였다. 그러면서 세니아가 나에게 상점 구역 너머로 무엇을 볼 수 있었는지에 대해 물었고, 이 물음에 나는 그간 내가 보았던 바대로, 높은 구역으로 올라갈 수 있는 층계가 있었음을 밝히려 하였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층계가 있다고?"
  이에 카리나가 흥미를 가지면서 물음을 건네자, 나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렇다고 답을 하였고, 몇 층 올라가는 것으로는 그 층계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층계가 있었음을 밝히면서 그 끝은 어쩌면 산의 정상과 이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이어서 밝히기도 하였다.
  이러한 나의 이야기에 카리나는 물론, 세니아 역시 바로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듯해 보였으니, 그래서 그 뒤를 이어, 4 번째 층계에 모종의 장막 같은 것이 있어서 그 장막으로 인해 더 이상 길을 나아갈 수 없었음에 대해 밝히는 이야기를 하자, 그것에 대해 세니아, 카리나 모두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리하여 일행은 일단 8 개의 갈림길이 자리잡고 있던 그 구역으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그 장막을 제거할 방법이 어딘가에는 있을 텐데."
  "당연히 있겠지." 이후,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나는 그러할 것이라고 바로 답을 하였고, 그러면서 그 방법에 대해서는 찾아보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이어 밝히기도 하였다. 하지만 우선은 병기들의 근원을 찾아내, 그 근원을 제거하는 일이 우선시 되었기에 층계의 장막을 제거하는 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생각해 보기로 하였다.
  그렇게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어느새 나를 비롯한 3 명은 8 개의 갈림길이 위치한 구역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이어서 공간의 한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는 기둥과 그 기둥을 둘러싸는 의자들을 향해 접근해, 그 의자에 한 명씩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 식당 구역과 이어진 통로를 향하는 방향 기준으로 왼쪽에서부터 나, 카리나 그리고 세니아의 순으로 앉았었다.
  세니아는 우측의 통로, 그 너머로 보였을 복잡하기 이를데 없는 통로에 주목하고 있었다. 통로의 수많은 갈래들 중에는 비밀스러운 길목으로 이어진 것도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였던 것.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우측 통로와 그 너머로 보였을 미로와도 같았던 길목들 앞으로 다가가 보려 하였다. 지하 유적 내부에 자리잡고 있던 그 지하 미로에 들어선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고, 아직까지는 그 때가 마지막이다.
  본래는 상가 구역이었을 수많은 구역들로 둘러싸여 있는 갈림길들. 그 갈림길들을 보며, 직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 큰 의미를 가지는 구역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라는 것. 그래서 그 직감을 느끼자마자 나는 지하 미로를 둘러볼 생각을 하지도 않고 돌아가려 하였다.
  "지하 미로로 들어서려 하였었지?"
  "그래." 그렇게 다른 일행이 앉은 그 근방으로 돌아오려 할 즈음, 세니아가 나를 보며 물음을 건네었고, 이 물음에 나는 바로 세니아를 향해 서서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내가 바로 별로 좋지 않은 느낌이 들어 대충 있다가 돌아왔음을 밝히자, 세니아가 그런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바로 알아차렸는지 말을 건넨 나를 보며 이렇게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별 의미 없는 곳 같다는 느낌이 들었었구나, 그렇지?"
  이에 나는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따름이었다. 그 때, 카리나가 세니아에게 나에 대해 병기들이 출몰한 사고가 일어난 현장이 어디인지에 대해 알지는 못하고 있을 것이라고 묻자, 세니아는 바로 그러할 것임이 분명하다고 답을 하고서, 하나씩 길목들을 둘러보자고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고, 이에 카리나 역시 그런 세니아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그와 더불어 나의 곁으로 모였다, 카리나와 세니아 모두 나를 따라 움직일 생각이었던 모양.

  그렇게 일행이 다시 모여, 행동하게 되었을 무렵, 왼팔의 팔찌에서부터 빛을 발하면서 통신이 오기 시작했고, 이어서 통신을 통해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하였다, 그 낯설지 않은 목소리는 다름 아닌 소르나(Sorna) 의 것이었다.

  "아르사나 님, 듣고 계시지요?"
  그 무렵, 나는 진입로 기준으로 왼편의 통로, 어렸을 적에 지나왔던 그 통로를 바라보다가 그 주변 일대를 눈여겨보려 하고 있을 즈음이었다. 그러다가 소르나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그 목소리에 바로 응답하였다.
  "아아, 소르나로구나, 그래, 듣고 있어."
  세니아 역시 소르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모양으로 그 목소리가 들리고, 내가 응답을 하고난 이후에 "소르나로구나." 라고 반가움을 표하는 목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이전에 이미 그의 목소리나마 들은 적이 있었던 세니아였으나, 직접 그 모습을 보지 못하고 통신으로나마 대화를 하고 있는 상황 하에서 통신을 통해 목소리를 주고 받는 것은 그에게 있어 언제나 반가운 일이었던 모양.

  "소르나, 이제 아르사나가 또 공주를 만나려 하고 있어. 이 유적지 깊은 어딘가에 '공주' 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야."
  이후, 세니아는 목소리만 들리는 소르나에게 또 다른 공주를 만나려 하고 있음을 밝히고서, 다만, 그 공주에 대해서는 감빛 지대에서 들은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 모양이라고 정보를 알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간략히 이야기를 해 주었을 따름이었다.
  "감빛 지대라면…… 슈라일(Shurail) 호수가에 거주하시는 그 늙은 마녀 분이시겠지요."
  그러나, 소르나는 내가 어떻게 '공주' 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지를 이미 알고 있었던 모양으로 그러면서 늙은 마녀 역시 선대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통해 샤르기스 유적의 지하 깊은 곳에 '공주' 가 잠들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라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소르나는 어떻게 그 분의 존재를 알게 된 거야?"
  소르나가 늙은 마녀와도 인연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는 바로 그에 대해 물음을 건네려 하였으니, 세상과 동떨어져 살아가는 늙은 마녀에 대해 소르나가 만날 일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하고 있었음이 그 이유였다.
-나도 그 늙은 마녀를 어머니를 통해 만나지 않았다면, 그 존재조차 몰랐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머니는 그 늙은 마녀의 존재를 아는 몇 안 되는 인물들 중 한 사람이었다고.

  "저의 오래된 스승이셨어요, 비록 어렸을 적에 만나본 것이 전부였지만요."
  그 후, 나는 그의 대답을 통해 뜻밖의 인연을 알게 되었다, 그는 비록 마법적 재능이 좋은 편은 아니었으나, 마법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 관한 방대한 지식을 갖고 있었으며, 그래서 그로부터 배운 바가 많았다고. 그리고 그를 통해 세상이 품고 있는 모종의 비밀을 알게 된 바도 있었다고 하나, 그것에 대해서는 아직 밝힐 수 없다며, 어떠한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이후, 소르나는 그 길목에 대해 어렸을 적에 지나온 길이 아니었느냐고 묻는 것으로써, 마치 나의 어렸을 적 행적에 대해 알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어떻게 알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싶었으나, 이전의 경우들이 그러하듯이, 소르나라면 어떤 식으로든 알게 되었을 것이라 여기면서 그것에 대해 딱히 의문을 제기하려 하지는 않았다.
  "그 길목을 따라 나아가 주세요, 그 동안 이야기를 이어가 드릴게요."
  "알았어, 우리가 지금 향하는 저 길을 따라 나아가면 된 다는 것이지?"
  그러자 세니아가 바로 그렇게 해 보겠음을 밝히면서 눈앞으로 펼쳐진 길목을 따라 먼저 앞길을 따라 나아가려 하였다. 이에 나는 그러한 세니아의 뒤를 따라 나아갔고, 카리나가 그런 나의 뒤를 따라 나아가며, 세 사람이 나란히 푸른 내벽으로 둘러싸인 외길을 따라 나아가게 되었다.

  아르사나 씨라면 이미 생각하셨을 거예요, 그 지하 깊은 곳에 있는 이는 공주는 아닐 것이라고. 하지만 공주는 아닐지라도, 그는 지하 유적이 된 이 시설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었어요, 지금은 유적이 된 이 지하 시설에서 중요한 존재였겠지요.
  이전에 있었던 그 사고는 모종의 경로를 통해 지하 유적의 깊은 곳으로 들어선 이들이 우연히 공주가 잠든 영역과 가까운 곳에 이르렀다가 이들을 발견한 병기들이 그들을 침입자로 간주하고 그들을 말살하기 위한 공격을 가하면서 시작되었을 거예요. 다만, 그것이 유적 내부에 있는 모든 이들을 향한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이어진 것에 대해 석연찮은 일면이 있다고 여길 수 있음은 너무나 당연하겠지요, 본래는 중요 영역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었을 따름이며, 본래 목적은 중요 영역 내에서 침입자를 쫓아내는 것이지, 유적 내부로 들어온 이들을 말살하는 것이 아니었을진대.
  하지만 무엇이 병기들 혹은 병기들을 통제하는 존재의 의사를 비틀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이야기는 없는 상태예요, 일단 저에게는 짐작 가는 바가 있고, 아르사나 씨께서도 같은 바이겠지요.

  소르나의 생각과 일치하는 일면이 있었던 것이, 그 지하에 있는 이가 공주는 아니리라는 것임은 나도 이미 예측한 바 있었다. 다만,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공주일 것이라 여기게 된 이들이 있었을 따름이었을 터. 슈라일 호수가의 늙은 마녀 역시 그렇게 그가 공주일 것이라 여기었을 터.
  어렸을 때에 있었던 사태에 대해, 나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것이 그 당시의 유적지에서 침입해 오는 병기들의 공격적인 습성과 관련이 있다는 추측은 그로부터 처음 들은 바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서, 나는 그 말대로라면, 이미 유적 내부의 시설은 그 시점에서부터 이미 누군가에 의해 사고 형태가 이상해졌을 것이며, 그 일을 벌일 만한 이가 있다면, 포레 느와흐와 결탁한 어떤 이였겠지, 이미 포레 느와흐는 그 시점에서 죽었다지만, 그와 협력하였던 이까지 아주 없어진 것은 아니었을 테니, 이렇게 생각할 수 있었다.

  이후, 일행이 십자 형태의 길목에 이르렀을 무렵, 소르나는 나에게 그 시점에서 어느 방향으로 나아갔는지에 대해 기억을 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물음을 건네고 있었다. 그 이후부터 길을 앞장서는 것은 나의 역할이 되었다.
  어렸을 적에 그 8 개의 길목들 중 어느 길목이 그 지하 깊은 곳으로 이어지고 있는지조차 잘 기억나지 않았지만, 당시에 어느 방향으로 나아갔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으니, 그 당시, 나는 모험가들을 따라 왼편 길목으로 나아가서는 그 길목의 끝에 위치한 계단을 통해 내려간 모험가들이 지하 시설을 조사하는 광경을 목격하고 있었다, 사고는 그 와중에 발생했었고, 그 이후로 병기들이 내가 위치한 곳에서도 몰려오면서 위험해진 일행이 밖으로 나간 것이었다.
  "지금 나아가는 이 방향이었던 것은 확실해, 어느 길목이 지하로 이어지고 있었는지는 확실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 방향은 아니었던 것 같아."
  "그러하셨군요." 이에 소르나의 목소리는 알겠다는 의미의 말을 건네고서, 내가 어렸을 적, 그리고 그 당시에 선택했던 길목과 그 너머로 이어지는 길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어렸을 적의 일이라 잘 기억하시지는 못하셨겠지만, 그 8 개의 길목 중에서 북방의 3 개 길목들, 그 중에서 정북 방향인 아르사나 씨께서 선택하신 그 길목이 지하의 중심부와 연관되어 있음은 분명해요. 다만, 그 너머에도 여러 길목들이 있고, 그 중에서는 북서, 북동의 길목을 통해 나아갈 수 있는 곳들과 연관되어 있는 길도 존재하지요. 당시에 아르사나 씨와 함께 하셨던 분들께서는 아마도 그 당시에 북쪽 길목을 선택하시고, 그 이후로 마주하게 된 갈림길에서 잘못된 길을 선택하셔서 지하 중심부로의 길을 나아가시지 못하시지 않았을까 싶어요.

  소르나는 샤르기스의 지하 유적을 탐사하던 이들은 몇 개의 작은 집단으로 나뉘어 각자 다른 방향을 탐사해 나아갔었다고 한다, 그 중에서 북쪽 길목으로 나아갔던 일행에는 참여했던 탐험가들 중에서 가장 어렸던 이를 데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 일행은 북쪽 길목으로 나아간 이후에 나타난 갈림길에서 서쪽을 택하였고, 그 이후로 북서쪽 길목을 통해 나아갔던 영역을 통해 지하의 중심부가 위치한 층계로 내려갔다고 한다. 북쪽 영역의 그 길목이 북서쪽 영역과 바로 이어지고 있었음이 그 이유라고. - 아마도 가장 어렸던 이는 나였을 것이었다, 그 당시에 그 정도로 어렸던 이는 나 이외에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소르나의 이야기를 통해 그 당시 일행이 겪은 일의 그 정황을 이제서야 알 수 있었으니, 그 길목이 북서쪽 영역으로 이어지고 있을 줄 모르고 그 길을 따라 계속 나아갔던 것. 그리고, 나는 그 당시의 복잡했던 길목에 대한 기억이 없었던 관계로 당시에 나아갔던 길목이 올바르지 않은 길목일 줄만 알았던 것.

  "그렇다면, 일단은 8 개의 길목 중에서 정북 방향인 이 방향으로 나아간 것은 일단 옳은 선택이었던 것이네, 그렇지?"
  "예, 그렇지요." 이후,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소르나는 차분히 목소리를 내며 그렇다는 의미의 답을 건네고 있었다. 그리고서 어느 시점에서 선택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갈림길에 이를 때마다 말을 전하겠음을 밝히고서 우선 길을 따라 나아가 줄 것을 당부하였다.
  그 이후로 소르나의 목소리는 한 동안 들려오지 않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통신 상태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으니, 소르나에게 아직 전하고자 하는 바가 남아있기는 했었던 모양.
  그렇게 대화를 이어가는 동안, 일행은 어느새 길 사이에 자리잡고 있었을 어느 작은 영역에 이르게 되었다. 그 무렵, 공중에서부터 한 무리의 비행체들이 모습을 드러내었으니, 그들의 외형은 네모난 날개가 원통형 몸체의 좌우에 달린 형상을 갖추고 있었으며,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앞 부분에서부터 광선을 발사하는 공격을 행하는 것으로써 위협을 가하고 있었으나, 격추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아 바로 제압이 가능했다.

  그렇게 넓은 구역에 이르는 순간, 찬 바람이 몰려오기 시작하였으니, 천장에서부터 센 바람이 불어오는 장치가 있었음이 그 이유. 장치가 있음을 인지하고는 있었지만 벽면에 붙어 있어서 손으로 바로 건드리거나 할 수는 없었고, 그래서 그 추위를 감수하며, 나아가기로 하였다. 장치를 깰 수도 있었지만 자칫했다가 그 시점을 기준으로 위험한 사태-시설 내부 전체가 위험 상태에 놓이는 것으로 인한 병기들의 대량 출몰-가 발생할 수 있었음이 그 이유.
  그 공간은 4 개의 통로와 이어지고 있었으며, 그 중 남쪽의 통로가 일행이 지나왔던 그 길목.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세니아는 바로 습관처럼 주변 일대를 둘러보기 시작하였고, 카리나는 바로 공간의 변두리 근방들 중에서 북서쪽 근방에 위치한 긴 의자의 한 부분에 자리를 잡고 앉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공간의 중심부 부근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소르나와의 미처 끝내지 못한 대화를 이어가려 하고 있었다.
  그 이후로 이어진 이야기에 의하면 주변 일대에는 또 다른 중요 시설들이 자리잡고 있음을 밝혔다. 하지만 그들이 병기고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소르나의 목소리는 어떠한 이야기도 건네려 하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그 병기들은 유적 밖에서 유래된 것들일 수도 있으려나."
  그 때, 세니아가 소르나의 목소리에게 그렇게 물음을 건네려 하였고, 이 물음에 소르나의 목소리가 답하기를, 그렇게 여길 수 있을만한 여지도 충분히 있다고 하였다. 그러자 세니아는 바로 알았다고 답을 하고서, 나와 카리나에게 확실히 석연찮은 면이 있다고 말했다.
  "병기들이 있을만한 곳에 대한 것이겠지?"
  "그래." 이후,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세니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써 답을 대신하였다. 그 무렵, 일행을 향해 병기들이 또 다시 습격을 가하기 시작하였으니, 이번에는 좌우 방향에서부터 개의 형상을 갖춘 병기들이 앞장서서 달려오고 그 뒤로 인간 형태의 병기들이 총포를 발사하는 것으로써 위협을 가하고 있었다. 이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의 위협이었던지라 금방 제압되었다.
  그렇게 상황이 종료될 무렵, 소르나의 목소리는 이후의 이야기는 중심부로 들어섰을 때에 이어가도록 하겠음을 밝혔고, 그 이후로 그와의 연락은 일단 끊어졌다.

  "이제, 갈까." 그 이후, 조금 더 시간이 지났을 무렵, 세니아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앞장서 길을 나아가기 시작했고, 나와 카리나가 그 뒤를 따라 나섰다. 세니아는 직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갔고, 이에 대해 소르나는 틀리다는 말을 하지 않고, 그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라고 말을 건네었을 따름이었다.
  그렇게 길을 나아가고 있을 무렵, 일행의 눈앞으로 또 하나의 넓은 구역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중앙에 커다란 유리 분수대가 자리잡고 있는 구역으로서, 분수대에 고인 물은 이미 폭주하는 듯이 불어나가는 냉기로 인해 얼어붙어 있었다. 그 구역에 이르러 잠시 그 일대를 둘러보는 그 순간, 왼편의 길목, 그 우측 내벽의 한 곳에 사람 크기만한 얼음 덩어리 하나가 자리잡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그 모습을 보며, 바로 직감할 수 있었으니, 누군가 냉기로 인해 얼어붙어서는 얼음 덩어리에 갇히게 되었으리라는 것이었다.
  "아르사나! 저기 누군가 얼어붙어 있지 않아!?"
  아니나 다를까, 그 얼음 덩어리를 목격한 카리나가 나에게 얼음 덩어리를 가리키면서 그 얼음 덩어리를 두고, 얼음에 갇힌 사람으로 보았고, 그러면서 먼저 다급히 그 얼음 덩어리를 향해 달려 나아가려 하였으며, 그 광경을 지켜보던 나와 세니아가 그런 그의 뒤를 따라 나섰다.
  그 무렵, 카리나는 왼손의 방패가 발하는 빛의 열기로써 얼음 덩어리를 녹이려 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눈앞에 보이는 얼음 덩어리는 끝없이 냉기를 뿜어내고 있었으니, 그 냉기가 주변 일대로 퍼지면서 마치 하얀 증기와 같이 퍼져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정도로 냉기가 퍼져 나아가고 있다면 카리나가 발하는 열기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을 것임이 분명하다. 다만, 자신이라도 나서서 뭔가를 해 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려 이러한 행동을 했을 것이라 여기어지는 바 있기는 하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나 역시 열기를 방출하기 시작하였으니, 빛의 기운을 일으켜 그 불길이 발하는 열기를 더했다. 여기에 세니아 역시 자신의 검을 들어 그 검이 붉게 빛을 발하도록 하였으니, 그 열기까지 더해지니 그렇게 얼음 덩어리의 냉기를 주변 일대의 열기가 제압해 나아가면서 얼음 덩어리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희뿌옇게만 보였던 얼음 덩어리가 냉기가 사라지면서 얼음 덩어리의 안쪽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으니, 그 때, 드러난 것은 갑주 차림을 한 어떤 남자의 모습이었다. 그 남자가 모종의 사정으로 인해 얼어붙어서 이렇게 얼음 덩어리에 갇힌 것이라 볼 수 있을 터. 그가 어떻게 이 곳으로 오게 되었는지에 대해 알 수 있거나 하지는 상관 없었고, 일단 그를 구출하는 것이 시급해 보였다.
  다행히도 3 사람의 열기가 가해지면서 얼음은 점차 녹아들기 시작하였으며, 그 속도는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빨라져 갔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얼음이 녹아 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얼음이 녹아 사라지고, 그 뒤를 이어, 얼음과 더불어 그를 감싸고 있던 냉기도 사라져, 비로소 남자는 본래의 상태를 되찾을 수 있었다. 갑자기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당황하기도 하였으나, 이내 진정하는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그가 진정했음을 확인하고 나서, 그의 신변을 물었고, 그러면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낼 수 있었다. 붉은 바위의 산 출신 모험가로서, 이름은 프레도(Fredo). 일부러 샤르기스의 지하 미궁을 찾아오게 되었다고 하였는데, 그 이유를 물어보니, 이러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
  "그러니까 말야…… 흐음……"
  그렇게 조용히 한숨을 내쉬더니, 이렇게 말을 잇고 있었다.
  "이 미궁에서의 모험을 나 혼자서라도 마저 끝내고 싶어서 말야. 그 때의 모험이 너무 아쉽게 끝났고, 그래서 틈만 나면 그 아쉬움이 떠오르고는 했었지. 그러다가 이제 마음을 먹고, 그 아쉬움을 털어 버리겠다고 해서 사람을 모았더니……."
  "사람이 없었던 것이로군요." 이후,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무슨 말인지 바로 알겠다는 듯이, 세니아가 물었고, 이 물음에 프레도라 자신을 칭한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렇다고 답변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


<- Intermission 4-0. Go to the Back 4-2. ->